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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자격의 직무가 변호사법의 직무에 저촉될 수 있는가?
Ⅰ. 사실개요 원고는 민간자격 '보상관리사'를 신설하여 관리·운영하기 위하여 피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이하 '직능원'이라 한다)에게 '자격기본법' 제1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민간자격 '보상관리사' 등록을 신청하였다. 보상관리사는 사단법인인 원고가 '보상관리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보상관리업무에 대한 지식의 습득정도를 평가 또는 인정하여 부여하는 민간자격이다. 민간자격 보상관리사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평가 또는 인정의 대상 직무인 '보상관리업무'는 직능원의 '민간자격편람'에서 등록신청서에 기재하도록 되어 있어, 원고 법인이 다음과 같이 기재하여 제출하였다. 즉, 그것은…… ⑨보상협의·계약체결 및 보상금의 지급, ⑩보상관련 민원처리 및 소송수행관련업무…… 등이다. 원고의 등록신청에 대하여, 피고는 거부처분을 하였다. 거부처분사유는 자격기본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서는 '다른 법령에서 금지하는 행위와 관련된 분야'에 해당할 때에는 민간자격을 설치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사업법'이라 한다)은 사업시행자는 보상업무를 보상전문기관에만 위탁 시행할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에(제81조), 민가자격 보상관리사는 위탁을 받을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자격기본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해당되어 보상관리자격제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Ⅱ. 대법원 판결요지 대법원은 피고의 거부처분 사유에 대하여서는 "공익사업법은 보상업무의 위탁대상을 제한하고 있을 뿐(제81조 제1항), 그 업무자체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거나 국가자격을 두어 무자격자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도 아니하므로, 이 사건 자격이 공익사업법에 의하여 금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변호사법은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법률사무'를 행함(제3조)을 직무로 정하면서, 해당직무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자격자가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금지규정(제34조) 및 처벌규정(제109조)을 두고 있는 바, 이 사건 직무내용 중 '보상협의·계약체결 및 보상금의 지급(제9호)', '보상관련 민원처리 및 소송수행관련업무(제10호)'는 변호사법의 직무내용과 저촉되어 무자격자의 행위가 금지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 사건 자격은 그 직무내용 중 일부가 국가자격관련 법령인 변호사법에 저촉되는 경우로서 자격기본법 제17조 제1항 제1호의 민간자격 제한분야에 속한다"고 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Ⅲ. 판례평석 1. 대법원이 민간자격 보상관리사의 직무내용 중 '보상협의·계약체결 및 보상금의 지급(제9호)', '보상관련 민원처리 및 소송수행관련업무(제10호)'가 변호사법의 직무내용과 저촉된다고 판단한 것은, 실정법상 민간자격과 변호사자격은 질적 차이가 있음을 간과하고, 특정 국가자격에 관한 선입견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 위법하다. 대법원 판단은 실정법상 민간자격과 변호사의 자격은 질적 차이가 있음을 간과한 것이라 하겠다. 민간자격은 '직무'라고 표현되어 있으나, 제1심 판결에서도 인정한바와 같이, 직무에 속하는 사무를 타인으로부터 위임받아 수임료를 받고 처리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민간자격의 인정은 자격운영주체인 국가외의 법인겢報펯개인이 직무로 열거된 업무에 대한 지식의 습득정도를 검정하여 평가 또는 인정하는 데 그친다. 그러한 직무를 위임받아 수행할 수 있게 한 실정법적 근거가 전혀 없으며, 그 성질상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다. 피고가 발행한 '민간자격편람'에서 민간자격등록신청서에 신청하는 민간자격의 직무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되어 있어, 그에 근거하여 공익사업현장에서 매일같이 비변호사에 의하여 일상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직무를 신청자격의 직무로 열거한 것뿐이다. 그런데 그러한 직무가 열거되었다는 것만으로 실정법에도 근거 없이 민간자격자가 변호사처럼 그러한 직무를 타인으로부터 위임받아 수임료를 받고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행한 판단은 실정법을 벗어난 판단이다. 이 사건에서 직무라고 열거된 행위는 단지 해당 민간자격의 평가 또는 인정의 대상 직무를 의미할 뿐이다. 그리하여 자격기본법은 민간자격의 효과에 대하여 그것이 일정한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소양 등의 습득정도가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 또는 인정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그 이외에는 아무런 권능도 부여하지 않았다. 이 점은 각종 기능사·기사 등 거의 대부분의 국가자격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변호사법이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보상협의·계약체결 및 보상금의 지급(제9호)' , '보상관련 민원처리 및 소송수행관련업무(제10호)'에 관한 사항을 공부하여 학점을 취득하거나 지식의 습득정도를 평가 또는 인정받아 민간자격을 취득하는 것까지를 금지하고 있다고는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어떤 직무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소양의 습득정도를 평가 또는 인정하는 민간자격이 왜 필요한지에 대하여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직업이 다양화된 사회에 있어서는 노동시장에서 인력을 구하려고 할 때 수요자가 상대방이 어느 정도의 지식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의 습득정도를 쉽게 인식시킬 수 있는 척도로서, 또한 사람들이 평생학습을 통하여 자기가 원하는 직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 민간자격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민간자격은 대학에서 부여하는 학점과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OECD 국가 등 많은 국가에서는 자격의 개념을 넓은 의미로 사용하여, 학점과 좁은 의미의 자격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2. 대법원이 변호사법의 직무와 저촉된다고 본 민간자격 보상관리사의 직무에는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는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으며, 따라서 그 점에서도 대법원의 판단은, 역시 핵심적인 전제가 결여되어 위법하다. 또한 더 나아가서 이 사건 보상관리사의 직무내용 중 '보상협의·계약체결 및 보상금의 지급(제9호)', '보상관련 민원처리 및 소송수행관련업무(제10호)'에는 원천적으로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배재되어 있으며, 따라서 대법원의 판단과 같이 변호사법의 직무내용과의 저촉은 있을 수가 없다. 그것은 그러한 업무는 공익사업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에도 열거되어 있으며, 이 사건 보상관리사 등록신청서에 기재한 그러한 업무도 당해 규정에 정해진 것을 그대로 원용한 것이다. 만약 그러한 업무에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의 고유업무가 포함되어 있다면 당해 공익사업법시행령 제43조 제2항의 규정은 당장에 변호사법에 저촉된다고 할 것인바 그러한 저촉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사업법시행령 제43조 제2항의 규정은 처음부터 공익사업현장에서 비변호사인 공익사업시행자와 그 직원들이 매일같이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 업무를 정하고 있는 것이며, 현실적으로도 그러한 업무는 공익사업현장에서 비변호사인 그들에 의하여 매일같이 일상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소송수행관련업무(제10호)'라 하여도, 준비단계업무도 있고, 최종단계의 업무도 있는 것이며,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도 있고, 비변호사도 수행할 수 있는 업무도 있는 것이다. 공익사업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 또는 이 사건 보상관리사 등록신청서에 기재한 그러한 업무에는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그 성질상 처음부터 당연히 배제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업무가 비변호사인 사업시행자와 그 직원들에 의하여 전국 각지의 공익사업현장에서 매일같이 일상적으로 수행되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만약에 그러한 업무에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고유업무가 포함되었다고 본다면, 이들은 모두 변호사법위반으로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대학에서 그러한 업무에 대한 공부를 하여 학점을 취득하거나 그러한 업무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그 습득정도를 평가 또는 인정받는 민간자격을 취득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처음부터 변호사법과의 저촉관계는 있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014-03-24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인가 처분의 법적성질에 관한 소고
Ⅰ. 대상판결의 요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8조 제3항, 제28조 제1항에 의하면, 토지 등 소유자들이 그 사업을 위한 조합을 따로 설립하지 아니하고 직접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업시행계획서에 정관 등과 그 밖에 국토해양부령이 정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시장·군수에게 제출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하고, 이러한 절차를 거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토지 등 소유자들은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정비구역 안에서 구 도시정비법상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시행하는 목적 범위 내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행정작용을 행하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그렇다면 토지 등 소유자들이 직접 시행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한 사업시행인가처분은 단순히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보충행위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구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가진다. Ⅱ. 문제의 제기 원심(서울고법 2011.7.13. 선고 2010누43275판결)이 토지등소유자들이 직접 시행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인가처분이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보충행위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다음, 기본행위의 무효를 이유로 그에 대한 인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수 없다는 법리에 따라, 원고가 피고 서울특별시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인가적 접근을 강구한 반면 대상판결은 사안이 정비사업의 주체가 조합이 아니라 토지 등 소유자들인 점을 착안점으로 삼아 설권적 처분 즉, 특허적 접근을 하였다. 판례는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 사업시행자인 경우에 사업시행인가에 대해서 의문 없이 그대로 인가적 접근을 하였다(대법원 2010.12.9. 선고 2010두1248판결). 대상판결에 의하면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인가의 법적 성질이 시행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게 된다. 대상판결은 토지 등소유자들이 사업시행자인 경우를 조합이 사업시행자인 경우에 연계시켜 논증하였다. 그러나 사업시행인가를 통해 토지등소유자에게 행정주체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치명적인 공법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업시행인가의 원천적 문제점을 바탕으로 대상판결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Ⅲ. 사업시행인가의 법적 성질에 관한 논의 일찍이 대법원이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을 재건축결의에서 결정된 내용과 달리 작성한 경우 이러한 하자는 기본행위인 사업시행계획 작성행위의 하자라고 할 것이고, 이에 대한 보충행위인 행정청의 인가처분이 그 근거 조항인 도시정비법 제28조의 적법요건을 갖추고 있는 이상 그 인가처분 자체에 하자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 하여 인가적 접근을 강구하였는데(대법원 2008.1.10. 선고 2007두16691판결), 이는 지금도 그러하다. 반면, 인가와 특허의 양성적 성격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박균성, 행정법(하), 2012, 510면 이하). Ⅳ. 관견(管見) 1. 기왕의 인가적 접근의 문제점 사업시행인가는 정비사업을 구체적으로 실현에 옮기기 위한 첫걸음이다, 사업시행계획서의 성격을 보아야 한다. 법 제30조에 의하면, 그것은 해당 정비사업이 목적하는 건축물 및 정비기반시설 등을 위한 설계도이면서 동시에 그 설계도대로의 시공을 위해 필요한 각종의 계획을 포괄한 것이다. 사업계획안에 불과하고 행정계획으로 보기 힘들다. 인가는 법적 행위로서의 기본행위를 출발점으로 한다. 그런데 사업시행자가 작성하는 사업시행계획은 그 자체 법적 행위가 아니라 정비사업에 관한 하나의 사업계획안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사법(私法)상 법률행위를 기본행위로 하여 보충하여 그것의 법적 효력을 완성시켜 주는 인가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적 법률행위를 전제로 하여 추인으로서의 인가의 본질적 징표가 확인되지 않는 한, 인가적 접근을 강구해선 아니 된다(인가의 개념적 징표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 2013, 213면 이하). 2. (일반적인) 사업시행인가의 구체적인 법효과 및 법적 성질 사업시행인가의 구체적 효과를 보면, 우선 시행자는 인가를 받고서 비로소 정비사업을 적법하게 시행할 수 있다(제85조 제7호의 반대해석: 금지해제적 효과). 사업시행자는 정비구역안에서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제3조의 규정에 의한 토지·물건 또는 그 밖의 권리를 수용 또는 사용할 수 있다(제38조). 그리고 법 제40조 제2항에 의해,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때에는 공익사업법 제20조 제1항 및 제2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사업인정 및 그 고시가 있은 것으로 본다. 여기서의 사업인정은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설권적 효과를 지니기에, 사업시행인가 역시 그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설권적 효과). 그리고 사업시행자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때는 다른 인가·허가·승인·신고·등록·협의·동의·심사 또는 해제가 있은 것으로 보며,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때에는 다음의 관계 법률에 의한 인·허가 등의 고시·공고 등이 있은 것으로 본다(제32조 제1항: 다른 법률의 인·허가 등의 의제적 효과). 요컨대 사업시행인가의 이런 법효과에 비추어, 그리고 사업시행계획 자체가 법률행위가 아닌 점에서, 주택법 제16조와 제17조의 사업계획승인 마냥 여기서의 인가 역시 허가적 측면과 설권적 측면을 함께 지닌 허용행위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참조: 대법원 1989.6.27. 선고 87누743판결). 3. 사업시행자인 토지등소유자를 행정주체로 보는 것의 문제 다른 정비사업과는 달리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에 조합이 아닌 토지등소유자도 사업시행자가 될 수 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대체로 5인 이하의 대토지 소유자와 몇몇의 소필지 소유자가 존재하는 지역에서 비교적 소규모로 진행되어서 굳이 조합을 결성할 필요성이 크지 않고, 현실적으로 조합을 구성하여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어렵거나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되곤 한다. 그런데 도시정비법은 토지등소유자가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행자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할 뿐, 조합설립인가와 같이 토지등소유자에 대해 사업시행자적 지위를 부여하는 통제장치가 없다. 법 제38조에 의해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 사업시행자인 토지등소유자는 동의하지 않는 토지등소유자에 대해 강제적으로 토지수용권을 발동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사인을 위한 공용개입(공용수용)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인에게 다른 사인을 상대로 강력한 공권력인 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한 것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권한행사의 근거규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대상판결이 조합설립인가의 설권적 성격에 착안하여 사업시행인가를 사업시행자지정에 갈음하는 식으로 논증한 것은 사업시행자지정의 메커니즘을 관철하기 위한 나름의 시도이다(한편 헌재 2011.8.30. 2009헌바128·148결정은 사업시행인가 신청시 필요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가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가지는 사업시행자를 지정하는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그 나름 정당성과 설득력이 인정될 수 있긴 하지만, 성립에서 아무런 공법적 통제를 받지 않은 자에게 사업시행인가를 통해 행정주체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공법적으로 문제가 많다. 행정주체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것과 그 행정주체적 지위를 설정하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사인(私人)에게 행정주체적 지위를 설정하느냐의 문제는 공무위탁의 메커니즘에 관한 것이다. 공무위탁의 메커니즘은 법령에 의하거나 법령에 의거하여 행정행위나 행정계약에 의해 행해진다. 민간투자법 제13조의 사업시행자지정과 같은, 사인을 행정주체로 전환시키는 메커니즘이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사업시행인가에 대해 행정주체적 지위의 창설의 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법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 사실 도시환경정비사업이 대토지 소유자 위주로 진행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공법적 통제장치인 사업시행자지정의 메커니즘을 규정하지 않은 현행 법상황은 치명적인 공법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28조의 사업시행인가를 기점으로 하여 법 제38조에 의해 토지수용권이 부여되게 한 것은 사업시행자가 이미 공무위탁의 방법으로 행정주체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그 전제로 한다. 따라서 사안처럼 사업시행자가 토지등소유자인 경우에 공법적 의문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법 제38조가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 공법적 문제가 없기 위해서는 여기서의 사업시행인가는 이상의 일반적인 사업시행인가와는 달리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행을 허용하는 데 그치는 단순한 강학상의 허가에 해당해야 한다. Ⅴ. 맺으면서-인가제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 일찍이 필자가 재건축조합설립인가는 인가로 볼 수 없고 특허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 이후 그것이 바람직하게 광정(匡正)되었다. 사적자치를 고려하여 인가이후에는 인가가 아닌 기본행위(사법행위)를 대상으로 다투어야 한다는 것이 인가 특유의 권리보호메커니즘인데, 이로 인해 자칫 공법적 권리보호의 공백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처분(?)에 대한 인가'를 설정한 셈인 관리처분계획인가에 대해 별다른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 않듯이, 인가론에 대해서는 향상된 인식이 접목되지 못하고, 스테레오타입이 지배하고 있다. 단언컨대 행정법의 대표적 휴경지이다. 실정법상의 인가제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全數調査)가 시급하다(도시정비법상의 각종 인가에 관한 분석으로 김중권/최종권, 법학논문집(중앙대) 제37집 제1호, 2013.4., 271면 이하 참조).
2013-09-26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생활대책의 신청에 대한 거부에 관한 소고
Ⅰ. 사안 서울특별시장과 에스에이치공사(피고)는 2002.11.20. 강북뉴타운 개발사업의 이주대책 기준일을 그 날로 하여 공고하였고, 그 후 에스에이치공사는 2004.10.19. 이로 인해 생활근거 등을 상실하는 주민들을 위한 주거대책 및 생활대책으로 '은평뉴타운 도시개발구역 이주대책'을 공고하였다. 여기서 영업근거를 상실하는 화훼영업자를 위한 생활대책은 다음과 같다: 기준일 3개월 이전부터 사업구역 내에서 관계법령에 의한 허가·등록·신고 및 사업자등록을 하고 협의계약 체결일까지 계속 영업을 하여 영업손실보상을 받고 보상에 협의하여 자진 이주한 화훼영업자에게는 사업구역 내 화훼용지 82㎡ 이하 지분을 공급하되, 사업자등록 미필 영업자는 영업손실 보상자의 생활대책기준(이 사업구역 내 분양상가 또는 상가용지(준주거) 16.5㎡ 이하의 지분 공급)에 의한다. 甲(원고)은 1999.2.5. 동생의 명의를 빌려 '태평양농원'이라는 상호로 화훼도매업을 영위하는 내용의 사업자등록을 하고 동생의 명의로 세금을 신고·납부하였다. 甲은 사업자등록 명의를 자신의 명의로 변경하려고 하였으나 그 명의변경이 여의치 않자, 2003.6.30. '태평양농원'에 관해 폐업신고를 하고 다시 자신의 명의로 상호는 동일하게 '태평양농원'으로 신규로 사업자등록을 하고서 화훼도매업을 계속 영위하였다. 甲이 생활대책과 관련해서 사업구역 내 화훼용지 82㎡ 이하 지분의 공급을 신청하였는데, 에스에이치공사는 요건미비를 이유로 거부하고, 대신 상가용지 16.5㎡ 이하를 공급받을 수 있는 대상자 중 공급순위 3순위 적격자로 선정되었음을 통보하였다. Ⅱ. 경과 제1심(서울행정법원 2008.3.19. 선고 2007구합34422판결)은 다음의 이유로 甲 역시 생활대책의 수급자격을 갖는다고 판시하였다: ⅰ) 이 사건 선정기준에서 '기준일 3개월 이전부터 사업자등록을 하고 계속 영업을 한 화훼영업자'일 것을 요건으로 정하여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생활대책에 차등을 둔 취지는 사업자등록을 하여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려는 영업자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음으로써 세금 납부를 회피하려는 영업자를 생활대책에 있어서 서로 다르게 취급하고 또 '기준일 3개월 이전'이라는 객관적, 일률적인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이주대책 기준일 3개월 이전부터 화훼영업을 한 것이 아님에도 이를 가장하는 자를 공급대상자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ⅱ) 이 사건 대책과 같은 생활대책은 택지 등 조성사업의 시행자가 그 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하여 그 사업 시행으로 인하여 생활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이주자에 대하여 종전의 생활상태로 원상회복 시켜 주기 위하여 마련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23조 제3항의 손실보상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는 점, ⅲ) 만약 원고가 이 사건 화원의 사업자등록 명의를 자신의 명의로 바꾸지 않고 소외 1의 사업자등록 명의를 그대로 유지하였더라면 소외 1이 이 사건 선정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처리되어 화훼용지 공급대상자로 선정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제2심과 대상판결 역시 이를 그대로 수긍하였다. Ⅲ. 대상판결의 판결요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공익사업법)은 생활대책용지의 공급과 같이 공익사업 시행 이전과 같은 경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생활대책에 관한 분명한 근거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사업시행자 스스로 공익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함으로써 생활대책을 수립·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규정을 두고 있고 내부규정에 따라 생활대책대상자 선정기준을 마련하여 생활대책을 수립·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생활대책 역시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른 정당한 보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생활대책대상자 선정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사업시행자에게 생활대책대상자 선정 여부의 확인·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이어서, 만일 사업시행자가 그러한 자를 생활대책대상자에서 제외하거나 선정을 거부하면, 이러한 생활대책대상자 선정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Ⅳ. 문제의 제기 소송요건의 차원에서 제기되는 법적 물음은 거부처분의 인정여부이다. 신청대상행위가 행정행위이고, 그 신청자에게 법률상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거부처분이 존재한다. 여기서 문제는 신청권의 존재인데, 근거법률인 공익사업법은 이주대책과는 별도로 생활대책에 관해 특별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행정행위의 재심의 문제에서 판례가 신청권의 논증에서 매우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것과 비교하여 보면, 대상판결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본안에서의 인용여부의 차원에서 제기되는 법적 물음은 사업자등록의 존부문제이다. 판례는 형식적 메커니즘을 넘어 실질적 관점에서 즉, 구체적 타당성의 관점에서 대처하였는데, 이것이 과연 현행의 형식적, 공식적 메커니즘과 마찰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이 글은 한국토지보상법연구회 동계학술발표회(2012.12.20.)에서 발표한 것을 요약한 것이다). Ⅴ. 소송요건의 차원에서의 검토 1. 생활대책대상자 선정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법적 성질 판례는 생활대책대상자 선정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하 '대상규정'이라 한다)의 법적 성질을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은 채, 대상규정을 착안점으로 생활대책대상자 선정기준에 해당하는 자의 신청권을 논증하였다. 법률유보의 원칙에서 사회급부유보설이나 전부유보설을 취하지 않는 한, 헌법상 추구되는 생활보상의 측면에서 사업시행자 스스로 공익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생활대책을 수립·실시하는 것, 이를 위해 기준규정을 마련한 것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법률적 위임이 없는 이상, 판례마냥 대상규정은 내부규정 즉, 일종의 행정규칙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일단 법률대위적 규칙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접근은 대상규정이 행정당국에 의해 만들어져야 가능하다. 실상은 전혀 다르다. 대상규정은 에스에이치공사가 나름 협상수단의 차원에서 만든 내부규정이다. 그렇다면 대상규정은 공법적 의미를 갖지 않으며, 공법적 논의의 착안점으로 삼아선 곤란하다. 3. 생활대책신청권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보상에서 도출될 수 있는가? 일찍이 헌법재판소는 이주대책은 헌법 제23조의 정당보상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주대책의 실시는 택지개발사업등 공공사업의 시행으로 생활근거를 잃게 된 철거민들에 대하여 생활보호의 차원에서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 제8조에 따라 이루어지는 시혜적인 조치에 불과하여, 헌법 제23조 제3항에서 말하는 '정당한 보상'에 해당하지 아니 한다"(헌재 1993.7. 29. 92헌마30결정). 대법원 역시 이주대책이 생활보상의 일환으로 인정되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상의 이주대책은 그 본래의 취지에 있어 이주자들에 대하여 종전의 생활상태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면서 동시에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여 주기 위한 이른바 생활보상의 일환으로 국가의 적극적이고 정책적인 배려에 의하여 마련된 제도이다"(대법원 1994.5.24. 선고 92다35783전원합의체판결). 법률에서 규정되어 있는 이주대책조차 기본적으로 생활보상의 일환으로 입법자에 의해 시혜적으로 인정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법률에서 규정되고 있지 않는 생활대책이 헌법 제23조 제3항상의 정당보상에 들어간다는 것은 비단 이상의 헌법재판소결정만이 아니라. 대법원 1994.5.24. 선고 92다35783전원합의체판결의 판결기조를 정면으로 번복하는 것이다. 요컨대 헌법 제23조 제3항에서의 정당한 보상은 그것이 법률에 규정된 것을 전제로 하며, 또한 법률적 근거의 결여를 생활보상의 원칙을 내세워서 메울 순 없다. 자칫 대상판결을 기화로 생활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행의 법상황에 대한 위헌성시비가 생길 우려가 있다. Ⅵ. 본안에서의 인용여부의 차원에서의 검토 대상규정이 명문으로 '사업자등록'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문언을 넘는 접근을 강구하였다. 법률해석의 목적이란 현재 법적인 규준이 될 수 있는 법률의 규범적 의미를 밝히는 일이긴 해도(Larenz, Methodenlehre der Rechtswissenschaft, 5. Aufl., 1983, S.304), 목적론적 해석의 정당성은 먼저 문언적, 역사적 해석을 통해 나름의 문제해결을 강구한 다음에 그런 접근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점에 있다. 어떤 제도의 출발점은 일단 형식적 기준에 두어야 한다. 명문으로 사업자등록을 요구하고 있는 이상, 어떤 이유에서건 사업자등록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자를 실질적 관점에서 배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법제도의 운영은 원칙적으로 일단은 명의자를 중심으로 행해져야 하되, 그렇게 처리한 결과적 후속적 다툼은 기본적으로 명의주체와 언필칭 실질적 주체 간의 민사적 다툼이다. 물론 형식적 기준에 의거하면 법적 정의와 공평에 어긋날 것 같으면 형식위주적 원칙이 수정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충분한 논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안처럼 어떤 충분한 선행의 논증을 하지 않은 채, 사업자등록에 대해 실질적 관점을 투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3-01-24
공무수탁사인의 행정주체적 지위의 문제점에 관한 小考
Ⅰ. 事案과 經過 피고 토지공사는 2003. 3. 14.경부터 2004. 1. 29.경까지 원고 1, 2 주식회사에게 6차례에 걸쳐 관련 보상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토지상의 각 건물에 대한 철거와 지장물을 이전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계고를 하였다. 위 원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 공장건물 등을 계속 사용·수익하자, 피고 토지공사는 2004. 1. 30. 피고 3 주식회사와 행정대집행 철거도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2004. 2. 5.부터 2004. 2. 9.까지 사이에 피고 2를 행정대집행 책임자로 삼아 피고 토지공사의 직원들과 피고 3 주식회사에서 고용한 인부들을 지휘·감독하여 이 사건 토지상의 공장건물 내부에 있던 영업시설물 등을 반출함과 아울러 공장건물을 철거하는 한편 반출물건 중 일부와 철거잔존물을 파주시 교하읍 ○○리에 있는 적치장으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여기서의 행정대집행의 위법을 내세워 토지공사와 그의 직원 및 토지공사와 철거도급계약을 맺은 주식회사를 상대로 국가배상책임을 구하였다. Ⅱ. 判決要旨 한국토지공사는 구 한국토지공사법(2007. 4. 6. 법률 제83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조에 의하여 정부가 자본금의 전액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고, 같은 법 제9조 제4호에 규정된 한국토지공사의 사업에 관하여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제89조 제1항, 위 한국토지공사법 제22조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의3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래 시·도지사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업무에 속하는 대집행권한을 한국토지공사에게 위탁하도록 되어 있는 바, 한국토지공사는 이러한 법령의 위탁에 의하여 대집행을 수권받은 자로서 공무인 대집행을 실시함에 따르는 권리·의무 및 책임이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Ⅲ. 問題의 提起 여기서 문제는 공무수탁사인인 격인 토지공사에 대해 통상의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마냥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아니면 이런 제한 없이 즉, 경과실의 경우에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07. 10. 4. 선고 2006나37894(본소), 2006나37900(반소)판결)은 한국토지공사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의하면, 피고 토지공사가 토지개발사업을 행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공익사업법 제89조의 규정에 의한 대집행 권한을 피고 토지공사에 위탁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 따라 대집행 권한을 위탁받은 피고 토지공사는 그 위탁범위 내에서는 공무원으로 볼 수 있다고 하여, 토지공사는 물론 기타의 피고(토지공사의 대집행실무책임자, 위탁받은 민간업체 및 그 대표자) 역시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직접적 배상책임을 진다고 보았다. 반면 대상판결은 공무수탁사인격인 토지공사를 국가배상법상의 단순한 공무원이 아닌 행정주체로 봄으로써, 고의나 중과실과 같은 귀책사유의 제한을 고려할 필요 없이 곧바로 즉, 경과실만으로도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공무수탁사인의 법적 지위와 관련하여 간단치 않는 문제가 있다(공무수탁사인을 포함한 공무수행상의 민간전문가의 문제는 졸고, 행정법집행에서의 민간전문가의 참여, 공법연구 제40집 제1호(2011.10.) 참조). Ⅳ. 公務受託私人의 法的 地位 1. 行政主體說의 問題點 종래 독일의 'Verwaltungstrager'를 행정주체로 옮겼다. 독일의 문헌이 공무수탁사인 역시 'Verwaltungstrager'의 일종으로 들기에 자연 공무수탁사인에 대해서도 행정주체적 지위를 부여하여 왔다. 법에서 권리(법)주체는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를 의미한다. 그런데 행정주체설을 단순 대입하면 공무수탁사인의 경우 귀속주체인 이상 그의 위법한 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은 국가배상차원에선 그 스스로 가져야 한다는 논증이 성립한다.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과 관련한 이런 인식(행정주체=배상책임주체)은 별다른 의문 없이 보편적으로 문헌에서(최근의 예로 정하중,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의미, 법률신문 제3965호(2011.9.5.); 박균성, 공무수탁자의 법적 지위와 손해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제15집 제1호, 2010.6, 151면 이하; 정남철, 행정대집행과 국가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제15집 제1호, 2010.6, 189면 이하) 받아들여지고 있다(이에 대한 문제제기로 김중권, 2010년도 주요 행정법(행정)판결의 분석과 비판에 관한 소고, 안암법학 제35호, 2011.5.31., 96면 이하. 홍준형 교수 역시 행정주체설에 대해 강한 의문을 피력한다. 동인, 사인에 의한 행정임무의 수행 : 공무수탁사인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공법연구 제39집 제2호(2010), 639면). 그런데 기왕의 논의는 조직법상의 의미, 작용법상의 의미 그리고 책임법상의 의미를 구분하지 않았다. 공무수탁사인이 행정주체가 되어 -지방자치단체, 공공조합, 영조물법인, 공재단처럼- 간접적인 국가행정의 일환이 되나, 이는 조직법상의 의미이다(Klement, Hochstrichterliche Rechtsprechung zum Verwaltungsrecht: Ungereimtes in der Beleihungsdogmatik des BGH, VerwArch 2010, 112(119); Maurer, Allg. VerwR, 2009, §21 Rn.11). 작용법의 차원에선 그것은 고유한 직무담당자(Amtstrager)이다. 즉, 공무수탁사인은 헌법 제29조와 국가배상법 제2조상의 직무를 집행한다. 직무담당자로서 공무수탁사인을 설정하면, 그의 행위에 따른 법적 효과는 당연히 위탁자(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귀속하며, 이는 국가책임법의 차원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즉, 공무수탁사인에게 공임무를 위탁한 자가 공무수탁사인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대해 배상책임을 진다. 사실 행정절차법은 물론 행정소송법상으로 공무수탁사인이 행정청마냥 동일하게 피고가 되기에 행정주체설이 결정적으로 한계가 가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주체설에 사로잡힌 나머지 행정소송상의 이런 취급을 소송수행상의 편의상의 것으로 오해하였다. 2. 獨逸에서의 論議 독일의 경우 통설(Maurer, Allg. VerwR, §23 Rn.59, §26 Rn.43; Ossenbuhl, Staatshaftungsrecht, 5.Aufl., 1998, 16f.; Freitag, Das Beleihungsverhaltnis, 2004, S.25)과 판례(BGHZ 49, 108(115); BGHZ 122, 85(87))는, 그들 판례에서 전개된 위탁이론(Anvertrauenstheorie)과 그들 기본법상 배상책임주체로 국가와 공공단체만이 규정되어 있는 점에 의거하여, 공무수탁사인에게 위탁한 행정주체('Verwaltungstrager')가 배상책임을 진다고 본다. 그 결과 공무수탁사인은 국법적 의미에서의 공무원이나 행정보조인과 동일하게 설정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독일에선 일부문헌에서 반대주장이 제기되었다. Frenz는 기본법 제34조의 책임이 사법의 권리주체에게도 이전될 수 있음을 들어, 고권적 권능을 독립되게 행사하는 공무수탁사인이 스스로 책임을 진다고 주장하였다(Ders., Die Staatshaftung in den Beleihungstat bestanden, 1992, S.148ff.). 즉, 공무수탁사인에로의 책임의 원칙적인 이전이 독립된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의 법적 지위의 논리적 결과라고 본다(Frenz의 반론에 공감하여, Schmidt am Busch는 민간의 자원을 가능한 효과적으로 투입하기 위하여, 그리고 -바뀐 국가임무에 상응하여- 필연적인 행정단위의 독자성을 감안하여 책임을 공무수탁사인에게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Ders., Die Beleihung: Ein Rechtsinstitut im Wandel, DOV 2007, 533(542)). 반대론에 의하면 임무수행과 관련하여 제1차적 권리보호(행정소송)이든 제2차적 권리보호(국가책임)이든 동일인을 피고로 삼을 수 있다. Ⅴ. 公務受託私人이 賠償責任主體가 될 수 있는가? 배상책임주체와 관련해서, 우리의 경우 -독일과는 마찬가지로- 헌법이 국가와 공공단체만을 규정하고, 우리의 국가배상법제에 해당하는 독일 민법 제839조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지만 국가배상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만을 규정하고 있다. 설령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을 인정하더라도, 그는 처음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 다른 위상을 갖는다. 요컨대 배상책임은 신분법적 의미상의 공무위탁적 고권주체와 관련이 있다. 나아가 배상책임주체가 이처럼 명문화된 이상, 독일에서의 반대주장이 우리에게 통용되는 데는 극복될 수 없는 장애가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이 점은 동일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공무수탁사인을 배상책임주체차원에서 전개한 것은 깊이 재고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물론 원심은 토지공사(피고1)를 비롯한 피고(피고2-피고 토지공사의 업무 담당자, 피고3-피고 토지공사와 사이에 용역계약을 체결한 법인, 피고4-그 법인 대표자)를 국가배상법의 차원에서 -판례가 인정하는-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가능성에 의률하여 접근한다. 특히 대법원은 토지공사를 행정주체이자 원(1차)공무수탁사인으로 설정하기에, 그 토지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자 및 그의 대표자를 마치 복(2차)공무수탁사인이자 그 집행공무원으로 보는 셈이다. 그런데 전적으로 사인인 이들을 국가배상책임에 의률하여 접근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문제가 있을뿐더러,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과 비교하여 요구되는 과실정도가 높다. 사실 판례는 법인이 공무수탁사인인 경우 해당 법인과 그 업무담당자를 구분하여 고찰하고 있다. 그런데 법인이 공무수탁사인에 해당하면 직무행위의 기준이 되는 직무담당자는 그 수탁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자(그 법인의 직원)이지 결코 해당 법인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직무담당자는 반드시 자연인만 될 수 있기 때문이다(BGH, Urt. v.22.2.2006, NVwZ 2006, 966; BGHZ 170, 260(266 Rn.18)). Ⅵ. 맺으면서-誤解의 軸 직무담당자의 공무원적 지위인정은 공권력주체(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책임귀속 즉, 국가책임을 성립시키기 위함이다. 결코 그의 개인적 책임을 국가배상법차원에서 묻기 위함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사안을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의 능부차원에서 접근하였고, 그 결과 -대상판결이- 공무수탁사인을 국가배상법에 위배되게 배상책임주체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2009.10.21.의 국가배상법개정에서 공무수탁사인을 명시적으로 공무원과 병렬적으로 규정하였다. 개정전의 사안이지만, 그에 관한 행정주체적 접근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실 이 모든 요령부득의 논증은 국가배상법의 본지에서 벗어나 가해공무원의 직접적 배상책임을 인정하여 국가배상책임의 본질마저 오해하게 한 대법원 1996.2.15. 선고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에서 비롯되었다. 이 판결을 극복하지 않고선 우리 네 국가책임법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고 하겠다(이런 사정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159면 이하 참조).
2011-12-05
국가배상법 제2조1항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의미
Ⅰ. 事實關係 피고 한국토지공사(이하 '토지공사'라 한다)는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X지구 일대의 택지개발사업에 편입되는 토지의 취득 및 그 지장물의 이전을 위하여 원고들과 협의하였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였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2002. 4. 16.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하고, 그 지상 건물 등 지장물을 이전하게 하는 재결을 하였으며, 2002. 6. 11. 원고들의 영업의 손실 등에 대한 영업권보상으로 영업설비 등 물건을 이전하도록 재결하고 수용시기를 2002. 7. 30.로 정하였다. 피고 토지공사는 2003. 3. 14. 경부터 2004. 1. 29.경까지 원고들에게 6차례에 걸쳐 관련보상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토지상의 각 건물에 대한 철거와 지장물을 이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계고를 하였다. 원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공장건물 등을 계속 사용·수익하자, 피고 토지공사는 2004. 1. 30. 피고 S개발과 행정대집행철거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2004. 2. 5.부터 같은 해 2. 9. 까지 사이에 피고 乙(토지공사직원)을 행정대집행 책임자로 하여 토지공사의 직원들과 S개발에서 고용한 인부들을 지휘·감독하여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일심 법원에 위 대집행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다(의정부지방법원 2006. 2. 3, 2004가합2007). 이에 원고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토지공사가 국가배상법 2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만,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의 요건인 고의·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고법 2007. 10. 4, 2006나37894) Ⅱ. 對象判決의 要旨 토지공사는 구 한국토지공사법 제2조, 제4조에 의하여 정부가 자본금의 전액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고, 같은 법 제9조 제4호에 규정된 토지공사의 사업에 관하여는 공익사업법 제89조 제1항, 위 한국토지공사법 제22조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의3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래 시·도지사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업무에 속하는 대집행권한을 토지공사에게 위탁하도록 되어 있는바, 토지공사는 이러한 법령의 위탁에 의하여 대집행을 수권받은 자로서 공무인 대집행을 실시함에 따르는 권리·의무 및 책임이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Ⅲ. 評釋 위 판결은 국가배상법 2조의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개념과 범위와 관련하여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박균성, 공무수탁자의 지위와 손해배상책임; 정남철, 행정대집행과 국가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ⅩⅤ-1, 2010, 151면 및 189면 이하). 2009. 10. 21. 법개정을 통하여 동 개념이 추가되기 전에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의 개념은 이른바 기능적 의미의 공무원의 개념으로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등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뿐만 아니라 널리 공무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무에 종사하는 모든 자를 포함한다는 것이 학설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판례 역시 이와 같은 견해에 따라 통장(大判 1991. 7. 9. 91다5570), 소집중인 향토예비군(大判 1970. 5, 26. 70다471), 교통할아버지(大判 2001. 1. 5. 98다39060) 등을 공무원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개정법률은 이와 같은 학설과 판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여기서 "公務를 委託받은 私人"은 강학상 의미의 "公務受託私人"을 포함하여 널리 공행정을 수행하는 사인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실무상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위를 어떻게 한계설정할 것인가는 국가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하여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 1. 公務受託私人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범주에는 우선적으로 행정권한을 부여받아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강학상의 公務受託私人이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公務受託私人은 자연인 뿐만 아니라 법인을 포함한 사법상의 단체를 의미한다. 公務受託私人은 이론상으로 행정법관계의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서 행정주체의 지위를 갖으나, 실정법은 公務受託私人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항고소송의 피고로서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며(행소법 2조 2항), 행정절차법상의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고(행정절차법 2조 1호),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한다. 향후 公務受託私人에 해당하는 공증인, 민영교도소, 토지수용권을 행사하는 사인 등이 행하는 공행정작용에 의하여 발생되는 손해는 국가배상책임의 대상이 될 것이다. 2. 行政補助人 행정보조인은 행정임무를 자기책임하에 수행함이 없이 순수한 기술적인 집행만을 떠맡는 私人이라는 점에서 행정권한을 직접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과 구별된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은 행정주체와의 사법상 계약에 근거하여 행정청의 지시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행정보조인의 대표적인 예로서는 견인업무를 대행하는 자동차견인업자, 생활폐기물의 수집·운반 및 처리업자 등이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이 어떤 경우에(특히 이들이 私企業의 조직을 갖는 경우에) 공무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볼 수 있는지는 다툼이 되고 있다. 독일의 판례는 私企業이 행정주체의 지시나 영향력에 예속되어 임무수행상 행정주체의 도구로 나타나는지에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행정주체의 임무의 성격, 이러한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활동과의 연관성의 밀접도, 공법상 의무에 대한 사기업의 기속정도에 따라 상이하게 판단된다. 임무의 권력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날수록, 행정주체의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업무의 연관성이 밀접할수록 사기업주체를 행정주체의 도구로 간주하여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이른바 '도구이론'에 대하여 상세히는: 鄭夏重, 民間에 의한 公行政遂行, 公法硏究, 30집 제1호, 2001. 12. 463면).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연방민사법원은 견인업체에 의한 차량견인과정에서 발생된 손해(BGH NJW 1978, 2502)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3. 行政權限의 代行人 실정법상으로 행정청의 권한의 대행이라는 표현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관리법 44조는 "자동차검사대행자의 지정", 고속도로법 제6조는 한국도로공사의 "권한대행", 도로교통법 제36조는 "차의 견인 및 보관업무 등의 대행"을 규정하고 있다. 일설은 이러한 행정권한의 대행인을 독자적인 公行政을 수행하는 私人의 형태로 파악하여 대행인은 피대행기관 대신에 권한을 행사하고 법적으로는 그 행위의 효과는 피대행기관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대리와 동일하나, 통상 대리권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고, 대행을 함에 있어서 피대행기관과의 관계를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리와 구별된다고 한다(박균성, 앞의 글, 160면). 그러나 실정법상 이러한 대행인은 구체적인 법률관계의 내용에 따라 "공무수탁사인" 또는 "행정보조인"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단지 실정법은 양자를 구별함이 없이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이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검사대행인은 국토해양부장관의 자동차검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으로 보아야 하며, 차량견인 및 보관대행인은 "행정보조인"으로 보아야 하고, 한국도로공사의 국토해양부장관의 권한대행은 강학상의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된다고 볼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정법상의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인은 독자적인 고찰의 범주에서 벗어날 것이다. 4. 公法人 공법인도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지 특히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문제가 된다. 原審은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위탁받은 토지공사를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으로 보고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토지공사는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토지공사의 직원, S개발 및 그의 소속직원은 공무원의 지위를 갖는다고 보고 이들에게 고의·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 및 토지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이른바 "뱀장어판결"(大判 2003. 11. 14. 2002다55304)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 사건은 실뱀장어를 수출하려던 원고들이 수출추천업무를 거절한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관계법령에 의하면 수출제한품목인 뱀장어는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을 받아야 수출할 수 있었고, 수산청장은 일정한 범위내에서 수산업협동조합에 이식승인권한을 위탁하고 있었다. 여기서 대법원은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을 민간위탁을 받은 '수탁기관'으로서 공무원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양자가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토지공사는 광의의 영조물법인으로서, 그리고 수산업협동조합은 공공조합으로서 모두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법령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행정권을 행사한다. 토지공사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업무에 속한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 반면 수산업협동조합은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의 권한의 일부를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바, 이는 전형적인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양자는 동일한 사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전체 국가행정조직 내에서의 행정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私人에 대한 公務委託과 명확하게 구별된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에서 토지공사의 공무원의 성격을 부인하고 "행정주체"의 성격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토지공사의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토지공사의 소속직원 및 S개발 및 그 고용원을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으로 본다면,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만일 이들의 공무수행에 있어서 고의·과실이 인정된다면 토지공사는 배상주체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가? 판례는 이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판례의 논리대로라면 당연히 토지공사의 배상주체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가배상법 2조 및 5조는 배상주체로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단체소속 직원 등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개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는 공공단체는 국가배상법 8조에 따라 민법 750조 및 756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학설이다. 판례 역시 국가배상법 제5조와 관련하여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민법 758조에 의한 도로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大判 2008. 3. 13. 2007다29287 : 다만 2조와 관련하여 예외적으로 대한민국과 농업기반공사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헌법 29조에서 배상주체를 "국가" 또는 "공공단체"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배상법은 1967년 3. 3. 개정이래로 배상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급부행정이 공공단체에 의하여 수행되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공행정에 해당됨을 고려할 때, 공공단체의 활동에 국가배상법을 적용하지 않고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지우는 것은 체계정당성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민법 758조에 의한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일반국도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5조를 적용하는 판례에 태도에 대하여 오늘날 고속도로가 국가교통행정에서 갖고 있는 절대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어느 누구도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학설에서는 공공단체의 공행정작용에 대하여는 국가배상법 2조와 5조를 유추적용하여 국가배상을 인정하자는 견해(박균성, 앞의 글 178면) 또는 2조와 5조에 국가·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기타 공공단체도 포함되는 예시적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생각건대 비록 문언상으로 배상주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제한되고 있으나, 영조물법인이나 공공조합 등 공공단체도 넓은 의미의 국가행정조직의 일부에 해당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들 또한 2조와 5조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이러한 헌법합치적 해석만이 토지공사에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그의 소속직원, S개발 및 그의 고용원을 2조의 공무원으로 판단한 대상판례를 설득력 있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심과 같이 토지공사를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보아 그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바, 이는 公法人을 私人으로 보아야만 하는 법리상의 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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