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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의 관련성 요건과 그 법적 효과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소위 선거기획 전문가이고, 을과 병은 각각 P정당 M, N지역구 공천후보자이다. 을이 갑에게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혐의로 갑의 주거에 대한 압수ㆍ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 수사기관은 갑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였고, 휴대전화에서 갑과 병 사이의 금품제공요구 및 약속에 관한 ㉠녹음파일을 발견하였다. 검사는 갑을 공직선거법위반죄로 기소하였다. 공판절차에서 검사는 ㉠녹음파일을 제시하면서 갑을 신문하였고, 갑은 녹음파일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법원은 갑의 ㉡법정진술을 증거의 하나로 채택하여 유죄를 선고하였고, 갑은 불복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1) (전략) 결국 이 사건 영장에 기재된 '피의자'인 피고인 을이 이 사건 녹음파일에 의하여 의심되는 '갑과 병의 혐의사실'과 무관한 이상, 수사기관이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압수된 이 사건 녹음파일은 형사소송법 제219조에 의하여 수사기관의 압수에 준용되는… 제106조 제1항이 규정하는 '피고사건' 내지 같은 법 제215조 제1항이 규정하는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압수에는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제3항 본문이 규정하는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따라서 이 사건 녹음파일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로서 이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은 절차적 위법은 헌법상 규정된 영장주의 내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에 해당하는 이상 예외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볼 수도 없다. (3)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은…(중략)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4) 위 피고인들의 제1심 법정진술의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할 이 사건 녹음파일을 제시받거나 그 대화 내용을 전제로 한 신문에 답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와 같은 진술과 이 사건 녹음파일 수집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과의 사이에는 여전히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어, 원심이 이 부분 진술까지 그 증거능력이 있다고 단정한 데에는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아니하다. 3. 판례 평석 2011년 7월18일 개정되어 2012년 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압수ㆍ수색의 요건을 강화한 점에 특징이 있다. 즉 2012년 개정 형소법 제106조 제1항은 공판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압수·수색에 대해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압수·수색의 요건을 강화하였는데, 이는 형소법 제219조에 의하여 수사단계에서의 압수·수색에도 준용된다. 개정 형소법은 또한 제215조에서 수사절차에서의 압수·수색 요건을 규정하면서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동일한 내용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와 같이 피고사건 내지 피의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ㆍ수색이 허용된다는 제한을 가리켜서 관련성 요건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압수·수색에 관한 관련성 요건은 우리 입법자가 최근에 새로이 도입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상 논란이 있었다. 본 판례는 대법원이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에 대해 그 판단기준과 법적 효과를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먼저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에 대해 피고인(피의자)라는 주관적 표지와 범죄사실(피의사실)이라는 객관적 표지를 동시에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본 판례에서 수사기관은 을의 갑에 대한 금품제공 혐의사실로 압수ㆍ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갑의 병에 대한 금품제공요구 혐의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공직선거와 관련한 금품제공요구와 이에 따른 금품의 제공은 사실관계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을의 갑에 대한 금품제공 피의사실은 갑의 병에 대한 금품제공요구 피의사실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으로,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압수ㆍ수색의 1차적 결과물을 놓고 그 법적 효과에 대해 판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가)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압수에는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으며, (나)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1차적 결과물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로서 형소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고, (다) 그 위법은 영장주의 내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에 해당하여 예외적으로도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세 가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상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본 판례의 사실관계에 문제된 1차적 증거, 즉 ㉠녹음파일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그러나 ㉠녹음파일을 토대로 이후에 수집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은 별도로 따져보아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본 판례에서 종전의 판단기준을 재확인한다. 그 기준은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은 물론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살펴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본 판례의 사안에서 대법원은 검사가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면서 신문하여 얻어낸 피고인의 ㉡법정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녹음파일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법정진술까지 유죄의 증거에 넣어 판단한 항소심판결은 잘못된 점이 있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법정진술을 제외하고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들만 가지고도 갑의 범죄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갑의 상고를 기각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대법원이 2차적 증거 가운데 법정에서 이루어진 진술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대법원이 2차적 증거와 관련하여 내린 판례들을 보면, 위법수사 시점으로부터 상당 시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법정진술의 경우에 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와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거나 희석되었다는 이유로 법정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2013. 3. 28. 선고 2012도13607). 그러나 본 판례는 법정진술의 형태로 이루어진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 판례와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본 판례는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를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면서 2차적 증거를 획득하려는 검사의 법정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를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게 되면 그 이후의 법정진술이 증거능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형사법정의 변론에서 검사와 피고인ㆍ변호인 모두 유념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2015-01-08
기초의회의원선거 정당표방금지의 위헌성
I. 사건개요 및 결정요지 1998년 6월 4일에 실시된 제2차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의원선거의 경우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의 표방’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선거법으로 칭함) 제84조에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후보자가 기소된 사건에 대하여, 1심(대전지방법원)에서는 벌금 3백만원이, 항소심(대전고등법원)에서는 동조 단서에서 허용하고 있는 ‘당원경력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되었고, 대법원은 금지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전고등법원은 환송사건의 심리중 선거법 제47조 제1항 중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를 제외한다’의 부분과 동법 제84조 중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의 부분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여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헌재는 선거법 제47조 제1항에 대해서는 재판의 전제성을 부인하고, 제84조에 대해서만 본안판단을 하여, 헌재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의견을 변경(1999.11.25, 99헌바28 결정 참조),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 논거는, 첫째는 지방분권과 자율성의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선거후보자에 대하여 정당표방을 금지하여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도출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이다. 정당표방의 금지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 실효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바, 우선 그 적합성이 부인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의 정치형성적 기능이나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에 따른 순기능을 최근 정치환경의 급속한 발전추세에 비추어 볼 때,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고 일체의 표방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최소침해성과 균형성의 요청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두 번째는 선거법 제84조 본문에서는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반면에 단서에서는 정당표방과 분명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를 허용하고 있는 바, 이는 후보자의 입장에서 허용 또는 형벌과 연계되어 금지되는 의사표현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명확성원칙에도 위배된다는 판단이다. 셋째는 지방선거 중 기초의회의원선거 후보자만을 불리하게 달리 취급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자치기능보장의 관점에서 볼 때 광역 및 기초단체장선거나 광역의회의원선거는 기초의회의원선거와 아무런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견해이다. 특히 정당영향배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정치·행정적 기능과 역할, 공천헌금 등 선거과정에서 빚어지는 부작용을 감안할 때 그것이 우선 적용되어야 할 기초단체장선거에서는 오히려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있는 바,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에게만 정당표방을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다. II. 평석 1. 개요 전술한 바와 같이 이 결정은 헌재 사상 두 번째의 의견변경이다. 동일한 법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합헌결정이 내려진 후 약 3년 2개월 정도의 세월이 지난 시점의 일이다. 당시 합헌결정에 관여한 재판관 중 8명은 교체되었고, 다른 재판관 두 명과 함께 반대의견을 제시한 한대현 재판관만이 유일하게 이번 결정에 참여하였다. 소수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은 이례적으로 위 99헌바28 결정의 요지로서 반대의견의 說示를 대신하는 방법으로 판례를 뒤집을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없음을 강조하였다.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의 문제는 1988년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이 제정되어 약 30년 만에 지방선거가 부활된 이후 계속 논란되어 온 바, 첨예하게 찬반양론이 대립되어 온 사정은 세 번에 걸친 입법(1990.12.31, 1994.3.16, 1995.4.1)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 입법변천의 과정이 여당과 야당간의 정치적 대립과 절충의 산물임은 물론이다. 그 타당성 여부는 떠나서 정당참여를 전면 허용한 통합선거법(법률 제4379호) 규정은 실제로 한번도 시행되지는 못하였고, 지방선거 직전에 급조된 나머지 두 번의 입법은 제도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결여된 여·야당간의 정략적인 타협을 통한 ‘승리확률 나누어먹기’였다. 2. 정치와 헌법(재판) - 입법형성의 자유 위에서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의 문제에 대한 입법변천과 판례변경의 배경을 굳이 개술한 것은 그 자체가 정치와 헌법, 정치와 헌법재판의 관계에 대한 논의에 유용한 소재로서 본 평석의 입론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헌법을 일차적으로 해석하고 구체화하는 것은 우선 의회입법자의 일이다. 정당한 가치실현과 배분의 방법과 기준을 정하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정치규범으로서 헌법은 정치의 방법과 형식을 규율하고, 가치규범으로서 헌법은 정치형성의 한계와 지침을 제시한다. 이러한 헌법규범의 한계와 지침에서 일탈하지 않는 한 정치는 정치에 맡겨져 있다. 입법은 투쟁과 타협을 내용으로 하는 정치의 과정과 형식인 동시에 그 결과이다. 당부 및 우선순위 등에 대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어떤 정책목적을 설정하고, 여러 수단 중 어떤 수단을 가장 합목적적인 것으로 판단하여 선택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입법형성의 자유, 즉 입법재량에 맡겨져 있다. 본질성이론에 따른 법률유보 또는 의회유보의 원칙이 최종결정권한의 배분에 관한 기준이라고 한다면, 입법형성의 자유는 배분된 결정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책임정치의 자유이다. 전자가 의회와 행정부간의 권력분립을 대상으로 한다면, 후자는 의회와 헌법재판소상호간의 권한배분, 즉 헌법재판소에 의한 입법통제의 가능성과 한계의 문제와 연계되는 바, 이 둘은 대상은 달리하지만 권력분립의 문제에 대한 판단준거라는 점에서는 같다. 따라서 본질성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옳은 결정’ 또는 ‘기능적합적 기관구조(funktions- gerechte Organstruktur)’의 논리형식, 즉 결정의 주체, 즉 기관의 구성과 조직, 의사형성 및 결정의 절차와 형식 등의 관점에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의 크기를 기준으로 하여 최종결정권을 배분하는 관점은 입법형성의 자유의 범위와 그 한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여기에서 ‘옳은 결정’은 단순히 결정의 실질적인 내용만이 아니라 그 과정과 방법의 정당성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이렇게 본다면 입법형성의 자유는 헌법재판의 통제밀도의 문제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로 이해되고, 이는 결국 기능적 권력통제의 관점에서 정치와 헌법재판의 적정한 분계선 설정의 문제로 귀착된다. 입법형성의 자유는 그 영역과 대상에 따라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그 법리적 설득력은 전술한 바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 입법자를 전제조건으로 해서만 인정된다. 정당의 지방선거참여의 문제는 지방자치운영의 현실과 제반 정치환경의 현황과 발전추세 등에 대한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에 기초해서 결정되어야 하고 또한 선거와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기 때문에 여당과 야당간의 정치적 타협과 절충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비교적 폭넓은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전형적인 ‘정치문제’(political-question)의 하나이다. 그러나 또 한편 이 문제는 지방선거에 대한 중앙 입법자의 입법형성이라는 점에서 헌법상의 민주적 선거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아니됨은 물론이고, 그 자체가 지방자치의 제도보장에 내포되어 있는 기능적 권력통제의 관점에서 헌법적 한계가 분명한 문제이다. 이 한계 및 한계유월 여부의 확인은 전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속한다. 이러한 양면성에 비추어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입법통제에는 과단성과 함께 절제가 요구된다. 전술한 입법변천의 배경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입법형성의 자유를 허용할 만한 입법자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일방적이고 성급한 ‘사법자제’(judicial self-restraint)의 요청을 반박하는 설득력 있는 논거가 될 수는 있지만, 헌법재판소가 무제한 입법후견인의 입장에서 정치적 판단을 대신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한 시각은 논리학 용어 그대로 ‘발생학적 오류’일 뿐이다. 3. 헌법재판의 기능적 한계 헌법재판을 통한 입법통제의 적정한 범위와 양식은 ‘기능적 한계’(funktionelle Grenzen)의 관점에서 사안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 차별화된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은 그 적정성을 검토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와 이유가 있다. 헌재의 위헌결정의 논거는 과잉금지원칙, 명확성원칙 및 평등원칙 위배이다. 이 중 우선 명확성원칙 위배의 판단에는 이견이 없다. 정당표방과 당원경력의 표시가 선거현실에서 분명하게 구별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실제로 대법원과 하급심법원이 상반된 해석을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동 원칙이 특히 강조되는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입법으로서는 법령체계상 중대한 결함이 의심되고, 더구나 이 해석의 불분명함이 형벌권행사의 예측불가능성으로 귀착된다는 점에서 헌재의 엄격한 헌법해석과 적극적인 입법통제가 요구되는 전형적인 경우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과잉금지원칙 및 평등원칙 위배의 판단은 의문이 없지 아니하다. 여기에서 지방자치제도 운영의 실태나 지방선거의 현실, 기타 제반 정치환경의 발전추세 등에 대한 헌재의 판단과 이에 기초한 정당참여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비교평가의 내용상의 당부는 논점에서 배제된다. 또한 정당의 지방선거참여 허용의 당위성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도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접근·판단 자체와 결정형식의 적정성 여부이다. 헌재가 이 두 가지 원칙과 관련하여 제시한 위헌의 논거는 대부분이 정당운영 및 선거문화 등의 정치현실과 정치환경의 발전추세나 기타 지방자치제도의 운영 등에 대한 정책적·정치적 판단들이다. 적합성원칙의 위배의 이유로 지적된 정책수단으로서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판단이나, 이에 대한 논거로 제시된 정당표방의 허용과 지방분권 및 지방자율성의 저해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의문이 그러하다. 또한 균형성의 원칙과 관련, 지역주의의 상대적인 약화나 혁신정당의 제도권 진입, 1인 2표의 정당비례대표제의 시행 기타 상향식 공천제도의활용 등 정치환경의 변화에 따른 정당정치와 지방선거문화의 발전에 대한 전망과 이에 기초한 정당참여의 순기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취급의 이유로 제시되는 바, 즉 정당영향의 배제 또는 정당참여허용의 관점에서 볼 때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단체장과 의회의원 선거가 ‘서로 법적으로 동일한 사실관계’에 있다고 본 것이나, 정당영향배제의 당위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초의회의원보다는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우선 해당된다는 인식도 정치적 사실의 확인에 해당된다. 어쨌든 헌재의 이러한 사실확인과 전망에 터잡은 판단은 이전의 합헌결정과는 상반된 것인 바, 이는 결정적으로 지난 3년여 세월에 담긴 정치환경의 발전적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따른 결론이다. 최근 대선과정을 통해서 지방분권이 새삼 국정의 중심어젠더로 부각되고 있는 정치상황과 여론의 흐름도 적어도 간접적으로는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헌법재판의 기능적 한계의 관점에서 앞으로 정치·사회적 구조와 정치환경변화의 불확실성만을 감안하여도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정치적 형성과정을 통해 재론·정리되어야 할 사항이 아니었는가? III. 결론 원 사건이 발생된 충남 공주에서 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지방의 정치사회구조와 지방선거현실에 대한 인식, 특히 대도시와 큰 차이가 있는 소도시나 농촌지역의 公論場의 모습 또한 그 속에서의 정당의 역할을 비롯한 사회·문화적 특성과 지방자치단체의 대내외적인 권력구도와 권한행사의 구체적인 양상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헌재의 획일적인 인식과 미흡한 이해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평가의 정확성 여부나 결론의 원론적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 다만 과연 이러한 정치현실과 정책수단의 합목적성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헌재의 몫이 될 수 있는지, 헌재가 대체입법자 또는 입법후견인으로 나서서 정치적 형성기능을 전면적으로 대신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좀 더 깊은 이론적 성찰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헌재가 미흡한 입법자를 대신하여 지방자치와 정치발전의 선도자로 나서야 할 당위성과 현실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결정은 성급하고 지나치게 단호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법률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면 선결하는 내용의 위헌결정 보다는, 입법개선을 촉구하되 재량의 기회와 여지를 남겨두는 헌법불합치결정이 바람직하였을 것이다.
2003-03-17
자유위임과 국회의원의 당적변경
法律新聞 第2397號 法律新聞社 自由委任과 國會議員의 黨籍變更 姜京根 〈崇實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5면 ============ 憲法裁判所94年4月28日宣告,92헌마153결정 Ⅰ, 事件槪要와 憲裁判斷 1, 하나의 헌법원리에 불과한 「自由委任」(무기속委任)이란 말 한마디면 주권자인 국민에 의한 대표자지위의 임기중 박탈등이 絶對不可하다든지, 「命令的 委任」(기속委任)을 내세우기만 하면 그 지위박탈등의 法的 責任을 무조건 부과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가 하나의 「말씀」(dogma)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하여 「자유위임이기 때문에」의원임기중 행위가 어떠하든 국민에 대한 정치적 책임만 질 뿐 그 地位에는 전혀 영향받지 않는다는 神話가 당당히 들어와 있다. 거꾸로 「기속위임이기 때문에」 당연히 직접으로 의원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權威主義的 演釋原理를 전제로 하는 헌법이론이 퍼져있다. 2, 「전국구국회의원의석승계 미결정위헌확인」이라 이름불여진 소위「강부자사건」은 바로 자유위임 내지 무기속위임을 신화로부터 끌어내려 그것이 한국의 공동체에서 타당한 憲法的內包와 外延을 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 重要決定에 속한다. 즉 이 결정은 전국구의원의 소속정당탈당시 당연 자격을 상실하느냐, 당연상실한다면 전국구의원의 정당탈당을 원인으로 하는 전국구의원 의석승계결정을 하지 않는 공권력의 불행사가 헌법에 위반되느냐, 그리고 그 공권력의 불행사가 위헌으로 심판되는 경우 동 불행사의 근거가 된 구 국회의원선거법 또는 동법의 해당규정들의 헌법위반여부(자세한 내용은 헌재공보6, 329­330쪽 참조)을 그 판단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論旨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作爲義務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義務를 懈怠하는 경우에 허용되는 것이므로,단순한 일반적인 주장만으로서는 부적법한 헌법소원(헌결1991년9월16일, 89헌마163)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국구의원이 정당을 탈당함으로써 전국구의원에 缺員이 생겨 피청구인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청구인(강부자)에 대하여 의원직승계결정을 하여야 할 「義務가 있는가」의 與否가 쟁점으로 된다. 이 점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多數意見으로서, 자유위임하 국회의원의 지위는 전국구, 지역구에 차이없으며, 정당탈당시 별도 법률규정이 있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당연히 의원직을 상실하지는 않으므로 자연 전국구의원의 궐원이 생기는 것는 아니며, 따라서 중앙선관위에는 청구인에 대하여 전국구의원 승계결정을 할「작위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 공권력불행사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부적법, 각하하였다. 이에 대하여 反對意見은 지역구의원의 경우는 헌법의 자유위임 원칙상 법률규정으로도 의원직을 상실시킬 수 없으나, 전국구의원의 任意的 탈당시에는 「상실되어야」하고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국회는「헌법해석상」이러한 내용의 입법을 할 작위의무 즉 憲法上의 立法義務를 위배하므로, 그 입법부작위는 헌법에 위반하거나 합치되지 않는다고 한다. 3, 기본적으로 多數意見에 찬성한다. 의원지위는 전국구나 지역구나 같다는 점, 자유위임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규정에 의하여 그 지위득상을 정할 수 있는 立法形成權의 범위문제라는 지적등에 대해서이다. 따라서 지역구 전국구의원의 구별, 자유위임상 지역구의원은 법률규정으로도 의원직 상실은 안되나 전국구의원은 임의적 탈당시 당연 상실된다는 反對意見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다수의견의 논리전개는 一部 不明僚한 점이 있어서 이를 批判的으로 補完한다. 이점은 반대의견에도 타당하다 Ⅱ, 自由委任의 憲法上意味 1, 憲法規定과 自由委任 자유위임이란 개념이 지니는 내용이 先驗的으로 정해지는 말씀(dogma)으로 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전제는 개별헌법국가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 당연한 일이다. 1791년 프랑스헌법에서 「의원은 전국민의 대표자이고, 특정지역의 대표자가 아니며 의원에 대해서 위임을 부여할 수 없다」라는 규정이 품은 含意와 독일기본법(38조1항2문)의 「연방의회의원은 국민전체의 대표자이며 명령과 지시에 구속되지 않으며 자신의 양심에만 따른다」라는 조항의 外延등은, 우리의 제3공화국헌법(38조)에서 「의원이 임기중 당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한 때 또는 소속정당이 해산된 때에는 그 자격을 상실한다」라든지, 현행헌법상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헌45조),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헌46조2항) 그리고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헌7조1항)라는 규정이 품는 內包과는 당연히 「各 憲法國家의 個別的 特性」에 따른 法制的 差異가 있는 것이다. 자유위임의 의미 역시 우리의 헌법과 법제에 기존하는 내용을 지니는 것이며 ,그렇다면 자유위임이란 직접적으로 대표자의 지위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직무에 관련한 「遂行態度와 責務程度」에 대한 판단기준일 뿐이다. 2, 「自由委任」에 대한 憲裁 多數意見의 認識 그렇다면 대체「自由委任」의 實體는 무엇인가. 多數意見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즉 「헌법에서 국회의원을 전국민의 대표자라고 규정하면 자유위임제도를 채택하는 것」이며, 그 의미는 「의원은 선거모체인 선거구의 선거인이나 정당의 지령에 법적으로 구속되지 아니하며, 정당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한 양심에 따라 그직무를 집행하여야 하며, 국회의원의 정통성은 정당과 독립된 정통성」(헌재공보6, 331)이라고 정의내리는 것이다. 이 결정문을 보건대, 헌재는 自由委任을「선거인이나 정당지령에의 법적 불구속, 국가이익에 우선한 직무집행 그리고 정당과 독립된 국회의원의 정통성」으로 인식하는 듯 하다. 즉 국회의원등의 代表者가 그를 뽑아준 「선거인」이라든지 그를 공천하거나 전국구후보자명부에 기재토록 해준「정당」의 「지령」에 「法的으로」구속되지 않고 그 스스로의 「職務執行」을 오로지 「國家利益」을 우선하여 행할 수 있도록 하게끔 하는 것이 자유위임의 실체적 의미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헌재가 말한바 국회의원의 정통성은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정당과 독립된 정통성을 말하는 것이지 그 국회의원으로서의 資格 즉 「身分上 地位」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헌재다수의견은 국회의원의 「법적인 지위」는 「그 나라의 헌법과 국회의원선거법등의 법규정 즉 法制에 의하여 결정」되는 문제(헌재공보6, 331)라고 한 것이다. 따라서 自由委任하 국회의원의 地位는 정당탈당의 경우라도 「별도의 법률규정이 있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당연히 국회의원직을 상실하지는 않는다는 것(331)이다. 헌재 다수의견은 결국, 자유위임의 참 뜻을 국회의원이 그 직무집행을 행함에 있어서 오로지 국가이익을 생각하면서 할 것이지 자기를 뽑아준 선거인이나 추천해준 정당의 이익을 위해 일해서는 아니된다는 점에 두고 있다. 따라서 헌재가 말하는 국회의원의 정통성이란 직무집행에 있어서 全國民을 代表한다는 의미에서의 그것이지 그「議員職의 正統性」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해야 하리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헌재는 「헌법 제7조1항, 제45조, 제46조제2항등이 자유위임을 정한규정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또한 제8조제3항, 제41조제3항의 규정이 있더라도 그것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하는 내용은 아니다」고 본 것이다. 3, 多數意見의 妥當性 위 憲裁 多數意見은 옳다고 본다. 그 論據는 다음과 같다. 黨籍과 議員地位를 따지는 일은 의회정에 대한 규범적 검토를 전제로 하는 바, 그것은 바로 지금의 국회의 진정한 국민대표자성 여부와 그 권능수행 정도의 검토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때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헌41조1항, 7조1항)을 지는 국회의원의 헌법상 지위는 국회구성기관으로서 자유위임에 기한 정치적 대표라는 國民代表者(또한 정당원이나 원내교섭단체 구성원이기도 하다)인 바, 여기서 그「자유」라든지 「정치적」이란 말의 含意는 선거권자인 국민대중의 주권적 기속으로부터의 단절이 아니라 의원의 정통성 성실성 정직성에 대한 제도적 보장(이점 92헌마153의 반대의견도 인정하고 있다)에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주권자인 국민의 의원선출 이후의 의회정성패는 의원들의 정치윤리에의 방임이 아니라 지속적인 主權的統制를 중심으로, 국민과 그 대표자의 하나인 국회의원에 대한 대표관계 실질의 확보를 위한 자유위임의 이론구성에 있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여기서 당적과 의원지위간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민대표자로서의 의원지위와 정당원으로 서의 의원지위 충돌이론이 아니라 국민대표자라는 의원지위가 지속적으로 국민주권에 조화되느냐의 여부를 검토하는 논리에 두어야 한다. 의원에 대한 정당기속성여부는 정당자체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르고 그 활동범위도 민주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에 국한되는 제도적 권력체이기에 결국 의원이 국민대표자로서 국민주권과 민주법치국가성에 어느 정도로 기속되느냐의 여부에 환원되는 것이다. 당적변경 의원의 자격상실 여부와 헌법적 책무, 실질적 국민주권과 자유위임등에 대하여는 후에 논문형식을 빌어 밝히고자 한다.
199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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