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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집합건물 공용부분 무단사용자에 대한 관리단의 부당이득반환청구 가부
Ⅰ. 사안의 개요와 소송의 경과 이 사건 건물은 지상 9층의 상가건물로서 18개의 점포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이다.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한 관리단이다. 피고는 이 사건 건물 1층의 전유부분인 상가 101호, 102호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건물 1층의 복도와 로비 477.19㎡(이하 '이 사건 공용부분'이라 한다)에 골프연습장의 부대시설로 퍼팅연습시설, 카운터 등 시설물을 설치하고 골프연습장 내부공간처럼 사용하고 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공용부분을 배타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공용부분의 인도와 이 사건 공용부분의 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공용부분의 인도청구를 인용하였으나 이 사건 공용부분이 타인에게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하였다. 항소심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가 모두 상고하였다. Ⅱ. 판결요지 원고의 인도청구를 인용한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는 대법관 전원이 찬성하였으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는 의견이 나뉘었다. 다수의견은,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해당 공용부분이 구조상 이를 별개 용도로 사용하거나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더라도, 무단점유로 인하여 다른 구분소유자들이 해당 공용부분을 사용·수익할 권리가 침해되었고 이는 그 자체로 민법 제741조에서 정한 손해로 볼 수 있다."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집합건물의 복도, 계단 등과 같이 필수적인 공용부분은 구조상 이를 점포 등 별개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피고가 이 사건 공용부분을 무단점유하였다고 하여 구분소유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Ⅲ. 집합건물 공용부분의 무단사용으로 인한 손해 발생 여부 1. 쟁점의 정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하려면 이득, 손해, 이득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법률상 원인의 흠결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집합건물 공용부분을 무단사용한 경우에 집합건물 공용부분에 대한 임대불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구분소유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는지 문제가 되었다. 2. 침해부당이득에서의 손해의 개념 가. 권리귀속설 현재 지배적인 견해가 된 유형론에 따르면 급부부당이득에서의 손해와 침해부당이득에서의 손해는 다르게 파악해야 한다. 급부자가 의식적·목적지향적 급부를 하였으나 실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급부부당이득이 성립한다(예를 들면 계약이 무효인 경우). 급부부당이득은 재화의 이동에 관한 법(Recht der Guterbewegung)에 속하는 제도로 잘못된 급부를 청산·교정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급부부당이득에서는 '급부'를 중심에 두고 손해를 파악하면 되는바, 급부가 있었으나 법률상 원인이 흠결된 경우에는 그 급부가 수익자의 이득이자 손실자의 손해인 것이다. 그러나 침해부당이득은 이와 다르다. 침해부당이득은 법질서에 의하여 특정인에게 귀속되어 있는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자에 대하여 그 이득의 반환을 명하는 제도이다. 독일의 경우 권리귀속설에 의해 침해부당이득을 설명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권리귀속설은 권리의 속성 내지 해당 법적 지위의 할당내용이 침해부당이득 성립여부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즉 침해부당이득을 주장하는 자의 권리에 배타적 이익이 할당되어 있는지가 침해부당이득의 성립에 있어서 관건이 된다. 예를 들어 소유권, 지식재산권과 같은 권리는 권리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그 권리자에게 배타적으로 귀속되어야 하는바, 타인의 소유권, 지식재산권을 무단사용한 경우에는 당연히 부당이득이 성립한다. 권리귀속설은 소유권, 지식재산권과 같은 절대적 권리에 대한 침해에 대하여 부당이득이 성립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다는 점, 급부부당이득과 구별되는 침해부당이득의 독자적 기능(재산보호 또는 소유권 보호)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나. 권리귀속설에 따른 손해의 개념의 재정립 침해부당이득에 있어서 침해자가 이득을 얻은 경우에 소유자에게 발생한 손해가 무엇인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甲이 자신 소유의 별장을 당분간은 비워놓으려고 하였는데, 그 사이에 乙이 무단으로 위 별장에 들어가 숙박을 한 경우에 乙이 별장 사용으로 인하여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는 있으나 甲에게 과연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문제가 된다. 재산지향적인 관점(vermogensorientierten Sichtweise)에서 보면 손실자로서는 얻을 수 있었던 이득이 있었는데, 손실자의 이러한 이득의 손실로 인해 수익자가 이득을 얻었다는 점, 즉 재산의 이동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재산지향적인 관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첫째, 재산지향적인 관점은 배타적 법적 지위가 할당된 손실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침해부당이득은 배타적 법적 지위가 할당된 권리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물권적 청구권과 논리적 구조를 같이한다. 물권적 청구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점유할 권리가 있음'을 점유자가 입증해야 하듯이, 소유권 침해를 원인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 '법률상 원인이 있음'을 수익자가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소유자는 자신이 소유자임을 입증하면 족한 것이지 그 소유권이 임대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경제적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침해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소유자로서는 자신에게 할당된 지위, 즉 소유권을 입증하면 족한 것이다. 둘째, 권리자에게 배타적으로 귀속된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 그 권리의 가치를 금전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바(예를 들면, 위와 같이 비어 있는 별장을 무단 사용한 경우), 손실자의 재산이 수익자에게 이동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재산지향적인 관점으로는 부당이득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재산지향적 관점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권리귀속설은 침해부당이득에서의 손해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파악한다. 즉 법질서에 의해 누군가에게 배타적으로 귀속되어 있는 이익이 침해된 그 상태를 바로 손해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처럼 침해부당이득에서의 손해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파악하는 권리귀속설은 부당이득이 손해배상과 구별되는 독자성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불법행위법은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상당인과관계라는 개념을 통해 손해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나, 침해부당이득법은 정당하지 않은 이득의 회수를 목적으로 하므로 손해의 개념이 추상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손해배상에서처럼 그 손해의 현존성과 확정성을 따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3. 소결 결국 침해부당이득에서는 수익자의 이득과 손실자의 손해 사이에 재산의 이동이 문제되지 않으며, 침해부당이득에서의 손해는 침해자가 얻은 이득에 대한 상대적 개념에 불과한 것이다. 소유권을 침해당한 자가 해당 물건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는지, 임대를 하여 차임 상당의 이득을 얻을 수 있었는지는 침해부당이득의 성립을 좌우하는 요소가 아닌 것이다. Ⅳ.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1) 구분소유자들은 이 사건 공용부분에 관하여 지분권을 가지는바, 이 사건 공용부분의 사용·수익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구분소유자들에게 배타적으로 할당되어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공용부분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그 자체가 바로 손해를 구성하는 것이다. 반대의견이 공용부분에 대한 별개 용도로의 사용 가능성이나 다른 목적으로의 임대 가능성을 손해의 요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상판결 이전에 대법원은 집합건물의 지분권자라고 하더라도 무단점유자가 사용하고 있는 부분이 임료 상당의 이익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 대상판결이 침해부당이득의 법리에 맞지 않은 종전의 판결을 변경한 것은 우리 실무에도 유형론이 지배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고, 부당이득의 법리를 세밀하게 구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 다만,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침해부당이득의 법리를 전면적으로 판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김재형 대법관)에는 "침해부당이득에서는 권리자가 수익자의 침해행위로 재산을 이용할 가능성이 박탈되었다는 사실 자체로 손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수익자가 무단으로 타인의 재산을 사용하여 이익을 얻었다면, 소유자에게는 타인이 자기 소유 물건을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이용 가능성을 빼앗긴 손해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판시가 담겨 있다. 침해부당이득에서의 손해의 개념을 정확하게 간파한 판시로 향후 침해부당이득 관련 사안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판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계정 교수(서울대 로스쿨)
부당이득
무단점유
공용부분
이계정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05-17
형사일반
보험사기의 실행의 착수, 기수시기와 죄수
1. 사실관계 A는 B의 딸이며 @@생명보험의 보험모집인으로 근무한 일이 있다. B는 1997년경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병한 상태였는데, A와 B는 이를 숨기고 1999년 ##생명보험의 보험 2건에 A가 보험계약자, B가 피보험자로 가입하였다. 면책기간을 도과한 이후인 2002년 12월 6일부터 2012년 1월 6일까지 A는 B의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생명으로부터 보험금 총 1억1805만원을 수령하였다. 2. 사건의 경과 가. 1심법원의 판단(유죄) 1심법원은 A, B가 사기죄의 공동정범이며 보험금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행위가 각각의 사기죄로 실체적 경합범 관계라고 보았다. 나. 2심법원의 판단(면소) 2심법원은 공소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A, B에게 면소를 선고하였다. 근거는,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보험계약이 성립하고 최초의 보험료를 지급하였다면 법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보험계약에 따른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기죄는 기수이며, 해지기간이 경과하였거나 민법상 법정추인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시기도 사기죄의 기수시기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 대법원의 판단(파기환송) 대법원은 2015년 1월 15일 사망한 B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하였으며, A에 대해서는 다음의 판결요지를 들어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여야만 지급되는 것이다.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더 나아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그 행위가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위와 같은 고의의 기망행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 3. 평석 가. 보험과 사기죄 2016년에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행위를 정의하고(제2조) 보험사기죄에 대한 처벌규정(제8조) 및 상습범(제9조), 미수범(제10조) 및 이득액에 따른 가중처벌규정도 있다(제11조). 그런데 이 법률의 적용대상이라도 이득액가중을 제외하면 형법의 사기죄와 법정형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법률의 문언상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보험사기미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 그리고 대상판결이 다루고 있는 사건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형법의 사기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나. 사기죄에 관한 쟁점 (1) 고지의무 불이행이 바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대상판결이 적시하고 있는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은 보험계약에서의 고지의무와 사기죄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면서 상법상 고지의무 위반과 형법상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를 구별하였다. 어떠한 행위를 사기죄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착오에 빠진 상대방의 상태를 교정할 보증인지위가 있어야 하는데, 상법 제651조의 고지의무는 그 근거가 될 수 있으며, 대상판결에서는 A, B에게 사기죄의 기망행위 및 그에 대한 인식을 인정할 수 있다. (2) 사기죄의 실행의 착수와 기수시기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한 일반적 설명인 절충설에 따르면 사기죄에서의 실행의 착수시기는 편취의 의사로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며 단순히 기망을 위한 수단을 준비하는 정도로는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사기죄의 보호의 정도를 대법원처럼 위험범으로 보면, 기망에 의해 재산상의 손해와는 구별되는 재산감소적인 처분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만 얻기만 하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재산과 함께 재산처분의 자유도 사기죄의 보호법익이라고 해석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사기죄는 손해가 발생해야 기수이며, 이때의 손해는 부분적으로 발생해도 기수 인정에 문제가 없다. 다음으로 보험사기에서의 실행의 착수와 기수시기의 문제이다. 보험사기에서의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한 통설은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때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한다.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해도 청약 당시에는 정상적인 보험가입이며 그 후에 고의로 유발하거나 위장한 보험사고는 해당행위에 대한 방화죄나 살인죄, 상해죄 등의 구성요건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행위자가 자신에게 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없음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다면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로 볼 수 있으며, 보험금을 과다청구한 경우에도 과다청구를 통해 상대방을 기망하였으므로 청구시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에서는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가 이미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이므로 중요한 사항을 묵비한 계약체결시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험금편취사례와 보험계약기망사례 모두 보험금 수령시에 기수가 된다는 설명이 다수설이나 보험사기에서는 보험증권을 교부받을 때에 기수가 되지만 보험증권 취득 후 보험사기의사가 생겨 방화·살인 등을 한 경우에는 보험금 수령시에 기수가 된다고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보험증권을 교부받을 때 기수라는 설명은 보험증권을 사기죄의 재물로 보거나 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의 지위를 재산상의 이익으로 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고 보인다. 그러나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를 유발해야 하며, 보험증권의 교부만으로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직접적으로 공여되는 재산상 이익이 없다. 그리고 보험계약도 계약이며, 계약체결과 계약이행 사이에 시간의 간극이 있을 수는 있으나 사기죄에서의 손해산정에서는 일괄적인 행위로 보아야 하며 적어도 피기망자의 채무이행의 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재산상의 위험에 의한 손해의 발생이 가능하다고 해석해야 한다.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회사의 책임이 개시되는 시기가 사기죄의 기수로 보험가입자가 최초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제1회 보험료 영수증을 교부받았을 때라는 견해를 대상판결의 2심판결이 따르고 있다고 보이나 사기죄를 침해범으로 보면 기수시기도 보험금을 취득할 때로 해석해야 한다. (3) 죄수론의 문제 14개의 경합범을 인정한 대상판결의 1심판결은 보험금의 청구시가 실행의 착수이고 수령시가 기수라는 다수설의 설명을 따랐다고 보인다. 그러나 경합범이 되려면 여러 개의 범죄가 여러 개의 행위에 의해 성립해야 하는데, 이 사안에서 보험금청구는 여러 번 있었으나 보험금청구의 기반이 되는 보험계약 체결은 보험 1, 보험 2에 관하여 각 1회가 있었을 뿐이다. 보험계약 체결시의 고지의무가 보험금 수령시 새롭게 다시 발생할 수 없으며, 보험금청구를 기망행위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미 보험계약을 통해 착오에 빠진 상대방의 상태를 청구시마다 교정해 주어야 하는 의무 및 그에 기반한 보증인지위가 새롭게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른 한편으로, A, B의 행위 전체가 포괄일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보험계약 당시의 고지의무 위반이 단일한 기망행위라고 보면 연금사기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행위의 효과가 계속 발현되어 피해자의 손해와 행위자의 이익이 누적된다는 평가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여 바로 사기죄의 기수가 되는 사안과 달리, 단일한 기망행위에 기반하여 계속적, 반복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때에는 개별적 손해의 총합이 전체 손해가 된다. 4. 맺으며 대상판결의 입장에 찬동하면서 기망행위의 의미에 관하여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 고지의무 위반이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의 지급은 보험금의 청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는 행위자가 사기죄의 실행행위로서 피기망자를 착오에 빠뜨려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는 행위라고 한다면 이 행위는 하나일 수도 있으나 여러 단계로 나누어져 있을 수도 있다. 대상판결에서의 보험금 청구도 보험계약의 체결 과정에 존재했던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와 연결되며, 계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행위이므로 고지의무 불이행과 함께 기망행위로 묶을 수 있는데 ‘일련의 기망행위’란 이러한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최준혁 교수 (인하대 로스쿨)
사기
보험
고지의무
기수
보험사기
면책기간
최준혁 교수 (인하대 로스쿨)
2019-08-29
헌법사건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명령의 위헌성 고찰
- 헌법재판소 2015. 12. 23.자 2013헌가9 결정에 대한 평석 - Ⅰ. 대상 사건(헌법재판소 2015. 12. 23.자 2013헌가9 결정) 1. 쟁점 성충동약물치료법 제4조 제1항은 치료명령에 치료대상자(성범죄자) 본인 동의 요건이 없고, 피해자 연령제한을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하고, 약물치료 기간을 최장 15년 이내에 법원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동 법 시행으로 아동 대상 상습적인 성폭행범은 장기 징역형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 신상정보 공개 명령은 물론 약물치료라는 삼중의 (보안)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초범이라 할지라도 성도착증이 있다고 판단되면 본인 동의가 없더라도 약물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대책보다 강한 제재에 해당한다. 이에 성충동약물치료의 법적 성격과 위헌성과 관련하여 최근 내려진 헌재 결정을 중심으로 간단히 살핀다. 2. 헌법재판소 판단 다수견해는 성충동 약물치료는 본질적으로 '보안처분'에 해당하고, 약물치료의 근거가 되는 심판대상조항들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의 동종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성충동 약물치료는 성도착증 환자의 성적 환상이 충동 또는 실행으로 옮겨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근간이 남성호르몬에 있다고 보고, 남성호로몬의 생성 및 작용을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정을 거쳐 성도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청구되며, 장래에 다시 성폭력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을 요구하여 치료대상자가 좁게 설정되고, 한정된 기간 동안,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부작용 검사 및 치료가 함께 이루어지며,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해제가 가능하고, 치료 중단시 남성호르몬의 생성과 작용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침해 최소성을 충족하는 한편, 성폭력범죄자의 재범 방지 및 사회방위의 공익은 매우 중요하여 법익균형성도 충족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소수견해는, 현재로서는 약물치료의 효과를 정확히 파악 할 수 없고, 또한 명령조항은 치료명령의 선고 시점과 집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존재하는 경우에 집행 시점에서 만약 치료 필요성이 제거된 경우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수 있는 별도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성폭력범죄의 동기나 행위태양의 다양성에 비추어 성기능 무력화가 성폭력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고 보기 어려워 수단의 적절성도 부정된다. 또한 자발적 치료 의지가 없는 치료대상자에 대한 약물치료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 성폭력범죄의 원인이 된 성도착증의 치료와 재범방지는 현행법상 치료감호제도 및 보호관찰, 전자발찌 부착 등 대책을 결합하여 대처할 수 있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에도 반하며, 심판대상조항들에 의한 재범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거나 한시적이고 그 달성 여부가 불확실하나, 피치료자가 받는 불이익은 심대하여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Ⅱ. 비교법적 검토 1. 미국 먼저, 캘리포니아주는 화학적 거세를 최초로 시행한 선두주자다. 주 형법 645조(California Penal Code Section 645)는, 13세 미만 어린이 대상 성범죄의 초범자들이 가석방되기 전에 메드록시프로게스트론 아세테이트(medroxyprogesterone acetate: MPA) 치료나 이에 상당하는 약물치료를 받도록 법원이 명령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고 있고, 재범자들의 경우 가석방 전 반드시 약물치료명령을 내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경우, 범죄자들은 화학적 치료 대신 물리적 거세를 선택할 수도 있다. 화학적 거세 약물치료는 주 교정부(the Department of Corrections, DOC)가 관장하는데, 가석방대상자들은 구금으로부터 풀려나기 일주일 전 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DOC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할 때까지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다음으로, 텍사스주는 화학적 거세를 인정하지 않고, 물리적/시술적 거세만을 인정하고 있다. 주형법(Texas Penal Code) 501.061에 따르면 텍사스 사법부(Texas Department Of Criminal Justice)에 의해 고용되거나 의뢰받은 외과의사는 14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가중 성폭행, 17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성폭행, 또는 17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외설죄로 유죄선고를 받은 재범자들 중 21세 이상으로 서면으로 고환절제술을 요청 및 동의하고, 정신과의사, 심리학자의 진단과 상담을 받고 정신건강 모니터요원과의 상담을 거친 수형자에게 고환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단, 그 결정을 시술 실시 전 언제든 철회할 수 있으며, 고환절제술이 가석방이나 보호관찰 석방의 조건이 될 수는 없고, 법 집행자는 범죄자가 가석방이나 보호관찰로 석방되어야할 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시술을 받겠다는 그 범죄자의 결정을 하나의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 2. 독일 독일은 '자의적 거세 및 기타 치료방법에 관한 법률(Gesetzuberdie freiwillige Kastration und die andere Behandlungsmethoden)'이 1969년(BGB1. I. S. 1143) 제정된 이후, 2008년 12월(BGB1. I. S.2586) 개정되었다. 주요 내용은 비정상적인 성충동을 가진 중범죄자를 대상으로 물리·화학적 거세를 시행한다는 내용으로, 성폭력 범죄자 뿐 아니라 살인, 상해 등 중범죄자 중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동의를 받아 의사의 진단과 법원의 승인을 거쳐 외과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다. 이 경우 본인의 동의와 의사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 또한, 25세 이상 성인에 대해서만 거세 시술을 허용한다. 그러나 거세법은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성폭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형사제재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독일의 범죄자에 대한 심리치료는 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에 대해 그 인지의 변화를 꾀함으로써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지행동 이론이 대세이다. Ⅲ. 평석 1. 화학적 거세의 법적 성질 형벌과 보안처분은 형사제재에 해당하지만, 형벌은 과거 불법에 대한 응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재이고,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 위험성을 전제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비형벌적 제재에 해당한다는 것이 학계 주류 입장인바, 성충동 약물치료는 본질적으로 '보안처분'에 해당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이다. 그러나 성충동 약물치료는 신체에 직접 가해지거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정도가 형벌에 준하므로 형벌적 성격이 강한 보안처분에 해당한다. 성충동 약물치료의 목적이 단순히 '재범의 위험성 있는 범죄자의 재범 방지'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 형벌 외에 성충동 약물치료라는 추가 제재를 부가함으로써 그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강한 책임을 묻는 한편, 일반 국민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함으로써 범죄를 억제하도록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2. 비동의 조항(약물치료 강제성)의 문제 동법에 의한 약물치료는 대상자 본인의 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인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신체의 처분과 관련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 치료행위가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당사자의 동의가 필수적인 것인데, 제8조에 의한 약물치료는 이를 위반하는 것이다. 둘째, 성행위 및 아이를 가질 자유와 관련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 자발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 일시적인 제한은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지 몰라도,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은 제한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3. 이중처벌 문제 과거 헌법재판소는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전자장치부착 병과 등 형벌에 보호감호나 보안관찰처분을 병과하거나 형벌 이외에 신상공개를 병과하는 경우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헌재 태도에서 볼 때, 이 사건 약물치료조치는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중처벌에서 말하는 처벌은 형벌뿐만 아니라 형벌과 유사한 당사자 비동의 하의 약물치료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4. 소급입법 문제 동법 부칙 제1조 제3항에서 "제22조 및 제25조에 따른 치료명령은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이 법 시행 당시 형의 집행 또는 치료감호ㆍ보호감호의 집행 중에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 대하여도 적용한다"고 하여 이른바 '형집행시법주의'를 취하여 소급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성충동 약물치료가 형벌적 성격을 갖는 이상, 약물치료를 명하기 위해서는 그 범행 당시에 이미 근거 법률이 제정·시행되고 있어야만 하는데, 이 사건 부칙조항은 동법이 제정·시행되기 전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소급하여 약물치료를 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 제13조 제1항에 위배된다. Ⅳ. 결론 피치료자의 기본권의 침해 소지를 줄이고 약물치료명령의 본래적 취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음에 외국의 입법례와 같이 치료대상자 본인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헌재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모두 지적하듯 판결 선고 후 일정 기간 이상 경과하여 약물치료명령을 집행할 때에는 집행 전에 다시 성도착 증상의 유무, 정도, 재범의 위험성 등에 대한 판단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성충동약물치료
성폭행범
화학적거세
2016-07-18
'전자장치 부착법' 부칙 제2조1항 합헌결정에 대한 비판
Ⅰ.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조항 1. 피부착명령청구자는 2006. 10. 20.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13세미만 미성년자강간등)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어 2010. 8. 6.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다. 검사는 2010. 7. 26. 당시 징역형의 집행 종료일까지 6개월 미만이 남은 사람인 피부착명령청구자에 대하여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2호) 부칙 제2조 제1항(2010. 4. 15. 법률 제10257호로 개정된 것)에 따라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직권으로 적용법조인 위 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전자장치부착법 부칙 제2조 제1항 "검사는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2008년 9월 1일 이전에 제1심 판결을 선고받아 이 법(법률 제10257호 2010. 4. 15. 개정된 것) 시행 당시 징역형 이상의 형집행 종료일까지 6개월 이상이 남은 사람(출소예정자), 6개월 미만이 남은 사람(출소임박자) 및 징역형 등의 집행이 종료 된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출소자)으로서 종전 법(법률 제9112호 2008. 6. 13) 제5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고 성폭력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는 법원에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Ⅱ결정요지 1. 이 사건 부칙조항에 따라 전자장치부착을 통한 위치추적 감시제도가 처음 도입되어 시행될 때 부착명령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던 사람들이 법 시행 이후 약 1년 7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법 개정을 통해 새로이 부착명령 대상에 포함되게 되었으므로, 위 조항이 헌법상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그러나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전통적 의미의 형벌이 아닐 뿐 아니라, 성폭력범죄자의 성행교정과 재범방지를 도모하고 국민을 성폭력범죄로부터 보호한다고 하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며, 전자장치부착을 통해서 피부착자의 행동 자체를 통제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자유를 박탈하는 구금 형식과는 구별되고 이 사건 부칙조항이 적용되었을 때 처벌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부착명령은 범죄행위를 한 사람에 대한 응보를 주된 목적으로 그 책임을 추궁하는 형벌과 구별되는 비형벌적 보안처분으로서 소급효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부칙조항이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소급적으로 피부착대상자가 된 사람들의 침해받은 신뢰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및 방법, 위 조항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할 때 과도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 사건 부칙조항은 개정 전 법률로는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대상자에 포함되지 아니한 성폭력범죄자의 재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만한 수단이 없는 우려 아래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서, 성폭력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성폭력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적절한 수단이다. 또한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장래의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처분이라는 점에서, 그 본질상 피부착대상자는 부착여부를 판단하는 당시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이 신설되기 전 형 집행 종료자 등이 자신이 부착명령 대상자가 아니라는 기대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신뢰의 보호가치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입법자는 비교적 엄격했던 구법의 요건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고, 부착명령의 청구기간도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이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대상자 범위를 소급하여 확대하였다고 하여 대상자들의 신뢰이익의 침해정도가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 반면, 성폭력범죄로부터 국민, 특히 여성과 아동을 보호한다는 공익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개정 전 법률은 형 집행 종료자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음으로써 가장 재범률이 높은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었음을 고려하면 법익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Ⅲ 평석 1. '이 사건 부칙조항'의 입법과정 및 문제점 전자장치법은 2007. 4. 27. 제정되고 2008. 6. 13(법률 제9112호) 개정으로 2008. 9. 1.부터 시행되었다. 이 사건 조항은 2010. 4. 15(법률 제10257호) 법 개정 시에 법률 제9112호 부칙 조항에 삽입된 것인데 2010. 2. 발생한 김길태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김길태는 성폭력 등으로 8년을 복역하고 2009. 6. 출소한 후 다시 여중생을 강간 살해하였다. 김길태의 출소 전 범죄는 전자장치법이 2007. 4. 27. 제정되기 전에 범한 것이어서 김길태에게 전자장치가 부착되지 않았다. 이 사건 조항은 이러한 2010. 4. 15. 개정 전 법률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2007. 4. 27. 법 제정 전에 범죄를 범하고 2010. 4. 15. 법 개정 당시 형 집행 중이거나 형 집행 종료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하에서는 먼저 형벌과 보안처분의 헌법적 의미와 한계를 살펴본 후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형벌로서 형벌불소급원칙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와 특히 전례 없이 소급대상을 확대한 이 사건 조항이 헌법상 허용될 수 있는 소급효의 한계를 일탈하여 당사자의 신뢰 더 나아가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이념으로 하는 법치국가원리를 파괴하는 과잉처벌은 아닌지 여부에 대해 살펴본다. 2. 헌법 제12조 제1항 처벌과 보안처분의 의미와 한계 헌법 제12조 제1항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처벌과 보안처분을 구별하고, 제13조 제1항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며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라고 하여 처벌 즉, 형벌(92헌바38)에 있어서 소급적용을 금지한다. 형벌불소급의 원칙은 범죄 후에 제·개정된 형법을 과거 범죄에 소급해서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형법규범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고 법적 안정성과 국민의 신뢰보호와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보안처분은 재범위험이 있는 범죄자에 대하여 형벌만으로는 형사제재로서의 목적달성, 즉 범죄자의 개선교화 및 재범방지가 부적합한 경우에 사회방위를 위해 부과하는 합목적적 조치로 응보나 위하를 목적으로 하는 형벌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하지만 보안처분 역시 법적 안정성을 이념으로 하는 법치국가적 형법에 근거하고 기본권 제한을 가져오는 불리한 제재인 이상 비례성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소급효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해야 한다. 3. 형벌불소급원칙의 적용여부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성격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보안처분으로 본다.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다(2010도11996). 형벌설은 '전자장치부착이라는 제재를 부과하는 목적과 의도, 부착대상자에게 미치는 효과 등에 비추어 강한 형벌적 성격을 가진다'고 본다. 하지만 전자장치는 발목에 부착되어 일반적으로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피부착자의 행동 자체가 통제되는 것도 아니어서 적극적인 법익 박탈을 초래하지 않으며, 피부착자에게 자신의 위치 노출로 범죄가 발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주어 범죄충동을 억제하고 성행을 교정할 것이라는 공익에 목적이 있고 응보나 위하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으로 생각되고 형벌불소급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4. 비례성원칙위반여부: 보안처분의 소급효의 허용한계 보안처분도 법치국가원리에 근거하는 이상 비례성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당사자의 신뢰보호이익 등을 침해하는 소급효는 금지된다. 대표적 보안처분인 보호관찰이나 치료감호는 물론 신상정보등록겙彭퀋고지, 성충동 약물치료 법률도 '법 시행 후 최초로 범죄를 범한 사람'부터 적용한다(아동·청소년성보호법 부칙 제2조, 법률 제10260호 2010.4.15. 개정된 것 등). 다만, 보안처분은 범죄자의 재범위험을 평가하여 장래의 위험을 방지하는 합목적적 조치이므로 중대한 공익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판결(또는 확정)시 또는 형 집행시의 신법을 '법 공포 후 시행 전'에 범한 범죄에 소급할 수 있다(성폭력처벌특례법 부칙 제2조 제1항, 대법원 2011도 9253 판결). 그런데 이 사건 조항에 의하면, 성폭력범죄를 범하고 전자장치법이 처음 시행된 2008 9. 1. 이전에 제1심판결 선고를 받아 2010. 4. 15. 법 개정 당시 형 집행 중이기만 하면 이 법이 제정된 2007. 4. 27. 이전의 범죄에 대해 제한 없이 소급이 가능하고 또한 2010. 4. 15. 개정법 시행 당시 형 집행 종료자 즉, 이미 과거 범죄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와 형 집행이 모두 끝나고 가정 또는 직장으로 사회복귀를 정상적으로 마친 사람에게도 3년까지는 소급효가 미치게 된다. 이는 아무리 성폭력범죄의 재범방지와 사회방위라는 중대한 공익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개정 전 법률로는 피부착대상자에 포함되지 아니한 성폭력범죄자의 재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만한 수단이 없다."는 우려만을 내세워 소급대상을 전례 없이 확대한 것으로 법치국가에서 허용될 수 있는 소급효의 한계를 일탈한 과잉금지원칙위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안처분도 특별예방이라는 법치국가적 형벌의 이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제도인 이상 소급효는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인정해야한다. 보안처분이라는 이유로 소급효를 넓게 인정하게 되면 "보안처분의 법치국가적 위험"이 초래되고 또한 형벌불소급의 원칙마저 보안처분의 옷을 입은 형벌에 의해 잠탈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됨을 유념해야 한다.
2013-01-14
미결수용자 변호인의 공휴일 접견불허 결정에 대한 검토
Ⅰ. 사건개요 청구인은 사기 등의 혐의로 2009. 3. 3.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선고 기일인 5월 1일에 불출석하여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집행에 의해 5월 2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국선변호인은 6월 1일 선정된 후 접견일시를 6월 6일(현충일이자 토요일)로 하여 서울구치소에 접견을 신청하였으나 접견일이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불허되어 부득이 6월 8일 접견을 하였다. 이에 변호인은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청구인과 변호인 간의 6월 6일자 접견을 불허한 처분이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가 91헌마111 결정에서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에 대해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할 수 없다고 한 것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접견', 즉 '대화내용에 대하여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고 어떠한 제한, 영향, 압력 또는 부당한 간섭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접견'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지, 변호인과의 접견 자체에 대해 아무런 제한도 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접견권 역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2.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4조 제2항에 의해 금지되는 접견시간 제한의 의미는 접견에 관한 일체의 시간적 제한이 금지된다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이 현실적으로 실시되는 경우, 그 접견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인 때에는 미결수용자의 방어권 행사로서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자유롭고 충분한 변호인의 조력을 보장하기 위해 접견 시간을 양적으로 제한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수용자처우법 제84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1조 제4항의 위임에 따라 수용자의 접견이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시간대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3.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목적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미결수용자 또는 변호인이 원하는 특정한 시점에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접견이 불허된 특정한 시점을 전후한 수사 또는 재판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보아, 그 시점에 접견이 불허됨으로써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어느 정도는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만 하며, 그 시점을 전후한 변호인 접견의 상황이나 수사 또는 재판의 진행 과정에 비추어 미결수용자가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는, 비록 미결수용자 또는 그 상대방인 변호인이 원하는 특정시점에는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Ⅲ. 평석 1. 헌법 제12조 제4항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받는다(헌법 제12조 제4항 전단). 변호인조력권은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행사에 대항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상 소송법상 권리를 효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행사하기 위하여 변호인의 도움을 얻을 피의자 및 피고인의 권리"(2000헌마138)로 "피의자와 피고인의 신체구속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폐해를 제거하고 구속이 그 목적의 한도를 초과하여 이용되거나 작용되지 않게끔 보장"(91헌마111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구속된 상황에서는 진술강요나 고문 등 가혹행위의 발생가능성이 있는 반면 피의자는 국가형벌권에 대응하여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이 무엇인지 자신의 진술이 추후 재판에서 어떤 증거로 사용될지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법률전문가의 신속하고도 충분한 도움은 필요 불가결하다. 2.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공휴일 접견'에 대한 법률상 제한여부 변호인조력권은 특히 구속된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중요한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에 두텁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체포·구속된 사람이 '언제'(시기), '어디서나'(장소), '원하는 만큼'(접견시간) 마음대로 변호인과 접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법률상의 제한은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은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상 필요 최소한이어야 한다. 따라서 "도망 또는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수사 또는 재판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미결수용자의 변호인과의 접견은 헌법 제12조 제4항에 규정된 '즉시'의 의미에 맞게 신속하게 접견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첫 번째 접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한다. 단지 공휴일이라거나 공무원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는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제한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공휴일 접견 불허의 근거로 삼은 수용자처우법 조항 해석의 문제점 대상 판결이 수용자처우법 제41조 제4항(접견의 횟수·시간·장소·방법 및 접견내용의 청취·기록·녹음·녹화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과 시행령 제58조 제1항(수용자의 접견은 매일(공휴일 및 법무부장관이 정한 날은 제외한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9조에 따른 근무시간 내에서 한다)에 따라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공휴일 접견을 불허하면서 같은 법 제84조 제2항(미결수용자와 변호인간의 접견은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의 의미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은 부당하다. 법 문언과 체계상 법 제41조 제4항, 시행령 제58조 제1항은 기결수인 수형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임이 분명하지만 무죄추정을 받는 미결수용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반면, 법 제9장에서 '미결수용자의 처우'라는 제하에 제79조부터 제87조까지 9개 조항(미결수용자 처우의 원칙, 참관금지, 분리수용, 사복착용, 이발, 변호인과의 접견 및 서신수수, 조사 등에서의 특칙, 작업과 교화, 유치장)을 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보면 제84조 제2항은 미결수용자에게만 적용됨이 분명하다. 그런데 수용자처우법은 기결수를 중심으로 미결수용자를 포함하여 같은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고 미결수용자에 대한 고유규정은 1장 9개 조항만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법 규정이 기결수에게만 적용되는지 혹은 미결수용자에게도 적용되는지 해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그 적용에 있어 미결수용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점을 인식한다면 기결수와 미결수용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반규정은 미결수용자에게 유리하게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해석되어져야 하고, 미결수용자에 대한 특별규정은 그 고유한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 제84조 제2항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과의 접견에 대해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면, 헌법 제12조 제4항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와 법 제84조의 고유의미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법 제41조 제4항과 시행령 제58조 제1항 중심으로 해석하고 법 제84조 제2항의 의미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변호인조력권의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의 문제점 변호인조력권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즉, 최대한 신속하게 또한 자유롭게 '충분히' 변호인과 접견, 상담, 조언 등을 받을 기본권이라고 해야 한다. 특히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첫 번째 접견은 '접견 그 자체로' 미결수용자의 방어권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대상 판결의 취지대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의 침해여부를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에 실제로 불이익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면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부당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이 불허된 경우마다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에 불이익이 초래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고, 이로 인해 당사자의 신속한 실효적인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을 받게 되며, 실제 접견불허로 침해된 피해를 회복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5. 결론 현행 교정행정은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을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허용하고 토·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은 일체 불허한다. 미결수용자가 변호인과 처음으로 실시하는 접견이더라도 그 접견 일시가 공휴일이거나 근무시간이 아닌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공무원근무시간에 맞춘 위와 같은 교정행정에 대해서는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잘못된 교정행정을 정당화한 대상 판결은 헌법 제12조 제4항 체포·구속된사람의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취지와 중요성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에 기울어진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1헌마111 결정(구속피의자와 변호인의 접견에 수사관이 참여하여 대화내용을 듣고 기록함으로써 헌법 제12조 제4항이 규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사안이다. 여기서 헌법재판소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과 달리 미결수용자의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원칙적 실현'보다는 그 '제한'에 무게중심을 두고 논지를 전개함으로써 '행정편의주의적인 법규와 교정행정'을 '헌법 제12조 제4항'보다 우위에 두고 해석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보충의견이 "접견의 시간대를 평일에 비해 단축하거나(예컨대, 오전 중에만 실시하거나, 오후에만 실시하는 방법), 또는 미결수용자가 처음 실시하는 변호인접견에 한하여 원칙적으로 허용해 주고 그 이후에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해 주는 방법 등을 통해서라도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요일과 공휴일이라도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2012-10-08
물권적 방해배제청구의 이행불능과 전보배상
1. 사실관계 1) 乙이 사정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화성군 소재 임야에 관하여 1974. 6. 26. 피고(대한민국)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고, 위 임야 중 각 2분의 1 지분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1998. 1. 22. 甲 등 앞으로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2) 乙의 재산을 최종적으로 단독상속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소유권보존등기의, 甲 등을 상대로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의 각 말소등기를 구한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94375호. 이하 '선행소송'이라 한다)에서 법원은 위 소유권보존등기가 원인무효임을 들어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인용하고,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에 따라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임을 들어 甲 등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 판결은 2009. 4. 30. 최종 확정되었다. 2. 소송의 경과 1)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합51498호)과 원심(서울고등법원 2009나85122호)은 공히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됨에 따라 피고의 위 말소등기절차 이행의무는 이행불능으로 되었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며, 선행소송에서 원고의 패소판결이 확정된 때인 2009. 4. 30. 이행불능에 이르렀으므로 피고는 위 임야의 그 당시 시가 상당액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2) 이와 달리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물권적 방해배제청구권의 행사로 등기말소를 구하는 "소유자가 그 후에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이제 등기말소 등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다면, 이를 위와 같은 청구권의 실현이 객관적으로 불능이 되었다고 파악하여 등기말소 등의 의무자에 대하여 그 권리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민법 제390조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17161 판결,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8다53638 판결 등을 변경하였다. 3. 검토 1) 물권적 청구권의 기초인 소유권이 소멸하여 말소등기가 불능으로 된 경우에 이행불능의 법리가 적용되어 전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물권적 등기말소청구를 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전보배상을 구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별개의견은 물권적 청구권의 경우에도 그에 기한 급부 이행의무가 불능으로 되면 전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참고로 파기사유 중 원심이 처분권주의를 위배하였음에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하였다).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대립의 핵심은 결국 물권적 등기말소청구권이 발생한 후 소유권이 상실된 경우에 그 청구권이 소유권의 소멸과 운명을 같이 한다고 볼 것인지 여부이다(별개의견은 선행소송의 확정에 따라 기판력이 발생하였음 등도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근거로 들고 있지만, 지면관계상 보충의견을 원용하기로 한다). 2) 그런데 물권적 "청구권"이 그 발현형태에 있어서 특정한 상대방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채권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動態的"인 채권법은 현상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靜態的"인 물권법은 현상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바, 이행을 통한 채권자의 만족을 목표로 하는 채권과 달리 물권적 청구권은 물권의 실현이 방해받고 있는 경우에 방해원인의 제거를 통하여 물적 귀속상태를 교정함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즉 채권의 실현이 불능으로 좌절되더라도 그로 인하여 채권이 당연히 소멸하지는 않으며, 그에 갈음하는 이익을 채권자에게 실현시킬 필요가 있고, 이것이 전보배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반면 가령 제3자의 소유권 취득에 따라 물권 자체가 소멸하면 물권적 청구권도 당연히 소멸한다. 요컨대 물권적 청구권은 물권의 관철을 위한 도구적 권리로서 어디까지나 물권에 "종된" 권리이고(따라서 물권과 분리하여 물권적 청구권만이 양도될 수 없다), 물권이 소멸하면 그 청구권도 소멸하는 것이지, 그 청구권이 이미 발생하였음을 들어 이행불능의 법리에 따라 전보배상을 인정할 수는 없다. 가령 "점유할 권리"(민법 제213조 단서)의 존재에 따라 귀속의 교정이 일시적으로 좌절된다면 그 권리의 소멸과 함께 다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방해원인이 제3자의 지배범위로 이전된다면 그 자를 상대로 다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리고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은 당연히 ① 소유자가 ② 소유권 실현의 방해원인을 자기의 사회적 지배범위 내에 두고 있는 자를 상대로 ③ 그 방해원인의 제거(또는 예방)를 청구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이에 대하여 상대방은 민법 제213조 단서 소정의 "점유할 권리"의 존재 등 방해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있음을 항변할 수 있지만, 귀책사유의 부존재로 항변할 수는 없다). 따라서 방해원인이 이미 제거된 경우에 더 이상 물권적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 것(방해와 손해를 구별하는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3다5917 판결 참조)과 마찬가지로 방해원인의 제거를 구하는 자가 원래 소유자가 아닌 경우(대법원 1969. 5. 27. 선고 68다72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 밖에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4다50044 판결 및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다3612 판결도 참조)뿐만 아니라 소유자의 지위를 상실한 경우에 물권적 청구가 허용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피고가 최종명의자의 등기부시효취득 항변을 원용하여 원고의 소유권 상실을 주장하고 있는 경우에 관한 대법원 1995. 3. 3. 선고 94다7348 판결 참조). 결국 물권적 청구권이 불능으로 되었다고 하여 ―애초 지향을 달리하는― 채권에 관한 규정 내지 법리를 적용하여 전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채권인 이전등기청구권에 관한 법리가 물권적 말소등기청구권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3) 이제 물권적 등기말소청구가 불능으로 된 경우의 법률관계를 살펴보자. 먼저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물권적 방해배제로서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원고가 소유권을 상실한 경우에 등기말소의무가 "불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물권적 청구권 자체가 소멸한다(별개의견은 "침해자의 행위로 인하여" 원소유자의 소유권이 소멸된 경우에 그 이유만으로 종전 소유자가 소유물에 대한 점유 또는 등기명의의 반환을 구할 필요성이 상실되었다고 볼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경우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한편 물권적 청구권이 소멸한다고 하여 모든 법률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즉 물권적 청구권은 장래에 향하여 방해원인의 제거 자체를 목표로 하는바, 방해에 따른 사후적 교정은 손해배상(위 2003다5917 판결 참조. 이때 손해배상의 내용을 이루는 것은 방해원인의 제거와 별개의 것이다) 또는 부당이득에 의한다. 그리고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등기부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행불능의 성립을 전제로 제3자 상대의 말소등기청구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때라는 판례의 태도(가령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다29474 판결. 이러한 태도는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에 관한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18196 판결로부터 연유된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 1973. 3. 13. 선고 72다2207 판결도 같은 취지이다)와 달리― 취득시효가 완성된 때에 발생하고, 따라서 소멸시효의 기산점 및 손해액 산정의 기준시점도 이때라 할 것이다(별개의견은 불법행위에 기한 보호가 전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보다 더 불리할 수 있고, 특히 이행불능의 법리를 따른다면 소유권의 상실시점과 소유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서 소유자의 권리보호에 유리함을 강조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지면관계상 보충의견을 원용한다). 4) 결국 대상판결의 의미는 물권적 말소등기청구권의 이행불능으로 인하여 전보배상청구권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위 2007다17161 판결, 위 2008다53638 판결 등(모두 공간되지 않아서 법원 외부의 필자로서는 대상판결을 접하기 전까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였다. 그런데 위 2007다17161 판결은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불능에 관한 위 2000다18196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을 변경함으로써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5) 끝으로 대상판결의 유효범위를 검토하여 보자. 우선 말소등기청구가 통상 물권적 방해배제청구에 속하지만, 가령 근저당권설정계약에 기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야 할 의무와 같이 채권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말소등기청구권이 채권적 성질의 것이라면 당연히 이행불능 그리고 전보배상의 법리가 적용된다(물권적 방해배제청구로서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의 기판력이 채권적인 권리에 기한 말소등기청구소송에 미치지 않는다. 대법원 1993. 9. 14. 선고 92다1353 판결 참조). 반면 물권적 방해배제청구로서 말소등기청구가 불능으로 되었다면 이행불능의 법리가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데(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에 따른 후속의 법률관계는 가령 불법행위나 부당이득에 의하여 조정되어야 한다), 무권리자에 의하여 위법한 등기가 경료된 후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으로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 외에 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되었지만 민법 제107조 내지 제110조의 선의 제3자 보호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위 2005다29474 판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7다51703 판결 등은 강박 등을 이유로 취소된 계약에 기하여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사안에서 말소등기청구권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전보배상을 인정하였는데, 그 청구권이 물권적 청구권에 해당한다면(판례의 입장인 유인성설에 따르면 통상 그렇다) 대상판결의 결론이 관철되어야 한다(이와 달리 채권적인 원상회복청구권의 행사에 해당한다면 전보배상이 인정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한편 비금전급부청구가 집행불능으로 될 때에 대비한 대상청구와 관련하여 ―물건의 인도청구에 관한 대법원 1975. 7. 22. 선고 75다450 판결에서 시작하여 "채권적인" 이전등기청구권을 거쳐 마침내―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39013 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다30666,30673 판결 등은 "물권적인" 말소등기청구권의 경우에도 이를 허용하였다. 그런데 이행불능은 실체법상의 개념인 반면, 집행불능은 집행법상의 개념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지만, 물권을 상실하면 그 실현을 위한 물권적 청구권도 당연히 소멸하고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권이 부정되어야 한다는 점은 집행불능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으며, 따라서 ―보충의견도 밝히는 바와 같이― 이행불능을 원인으로 하는 실체법적인 대상청구권도 허용되지 않아야 할 것이지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과의 병합이 부정될 이유는 없다.
2012-06-11
선박보험계약에서의 영국법의 적용범위
Ⅰ. 사실관계 가. 주식회사 신흥은 2006. 5. 23. 리스회사인 한국캐피탈로부터 이 사건 선박 등을 리스하고, 2006. 6. 2. 한화손해보험(주)와 피보험자 : 소유자(owner) 한국캐피탈, 관리자(manager) 피고, 보험기간 : 2006. 5. 26. 12:00부터 2007. 5. 26. 12:00까지, 보험목적물 : 선체 및 기관, 보험가액 : 16억2,000만원 등으로 정하고 1983년 협회선박보험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는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현상검사와 관련한 워런티 약관조항은 신흥(주)가 2006. 7. 2.까지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었다. 다. 신흥(주)는 2007. 5. 2.에 이르러서야 KOMOS(한국해사감정)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를 받았고, 한편 이 사건 선박은 같은 달 6월 목포항을 떠나 태안반도 인근 모래채취구역으로 예인되던 중 505 현성호와 충돌하는 1차사고를 당하였고, 그 후 같은 해 6. 27. 제2대양호와 충돌하는 2차사고를 당하였다. 라. 신흥(주)는 위 각 충돌사고로 이 사건 선박이 손상되자 200. 7. 3.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선박수리업자로부터 수리를 한 후, 2007. 7. 27. 한화손해보험회사에게 위 각 충돌사고로 인한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 1억7509만9100원에 상당하는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보험자는 신흥(주)가 2006. 7. 2.까지 현상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 사건 워런티 조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여 소송이 제기되었다. Ⅱ. 대법원 판결요지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warranty) 제도는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설은 제도이고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국내의 일반적인 약관해석 내지 약관통제의 원칙에 비추어 이질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워런티라는 용어가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없거나 워런티에 관한 지식이 없는 보험계약자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관하여 보험자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워런티 사항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어떠한 불이익을 받는지에 관하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위반 즉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할 위험에 놓일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상실 사실조차 모른 채 보험사고를 맞게 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보험자는 보험계약자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를 부담하고, 보험계약자가 해상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형 해운회사나 무역회사와 같이 해상보험계약의 전담부서에 전문가를 두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자의 별도 설명 없이도 워런티의 내용과 효과를 잘 알고 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보험회사가 영국법 준거약관에 의하여 영국 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워런티(warranty) 약관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운송업자인 보험계약자와 선박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자가 일정 기한까지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정한 사안에서, 보험회사가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관하여 보험계약자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가 위 워런티 약관 조항의 의미와 효과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그 경우 위 약관 조항 전체가 처음부터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한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근래 156인의 판사들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에 관한 성명서와 관련하여 사법주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법원은 해상보험사건에 특유한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해상보험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영국보험자협회의 해상보험약관에는 영국법준거조항이 삽입되어 있고, 해상보험관련 대법원판결 중 대법원 1991.5.14. 선고 90다카25314 판결을 비롯한 대부분은 대법원판결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을 전면적으로 우리나라의 법원(法源)으로 인정하여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류적 판결과 다른 취지의 판결이 속속 판시되고 있다. "이 보험증권에 포함되어 있거나 또는 이 보험증권에 첨부되는 어떠한 반대되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보험은 일체의 전보청구 및 결제에 관해서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만 의한다"는 영국법준거조항이 삽입된 사건에서 대법원 1998. 7. 14. 선고 96다39707 판결은 "보험계약의 보험목적물이 무엇인지 여부에 관한 사항이나 보험자의 설명의무와 같은 보험계약의 성립 여부에 관한 사항"에는 우리나라의 법률이 적용된다고 하고,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5533 판결은 "협회선급약관상의 표준규격선박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보험자인 원고에게 지체 없이 위반의 사실을 통지하고 보험료 등에 관하여 협의하여야 하며, 보험계약자가 계속담보를 받는 사유의 발생을 알았음에도 보험자에게 지체없이 이를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더 이상 계속담보조항에 따른 보험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조항과 관련하여 설명의무의 대상이라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3다30807 판결은 약관의 구속력의 근거에 관하여 의사설을 취하는 입장에서 전세계 선박보험실무에서 통용되고 있는 1982년 영국의 협회선박보험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없다고 하고 상법 제703조의2는 제1호를 적용하였고(이 판결의 평석으로는 한창희, 해상보험약관의 구속력, 최기원편 상사편례연구(Ⅶ)), 박영사, 2007, 248면 이하 참조), 이 글의 연구대상판결인 해상보험상 난제인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관하여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대상판결에 대하여서는 법원이 주류적 판결과 달리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우리 법원에서 다루어지는 해상보험사건은 영국법준거지정 외에는 외국적 요소가 없는 순수 국내계약이어서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에 따라 약관규제법과 같은 우리나라 강행규정이 적용된다는 것을 근거로 볼 수 있다는 견해(석광현, 외국법제로의 과도한 도피와 국제사법적 사고의 빈곤, 법률신문 3926호)가 제시되고 있고, 국제성을 특징으로 하는 해상보험분야에서 판결의 목적인 정의와 형평의 구현에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인 영국해상보험법제와 우리법의 조정과 관련한 법원의 고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해상보험에서 전통적인 워런티개념의 현대적인 의미를 살펴보고, 이에 비추어 이 판결의 의미를 연구하는 것이 의미있는 작업일 것으로 판단된다. 2. 영국 보험법상 최악의 특징인 워런티의 개혁논의 워런티는 보험자가 워런티에 관한 사항을 알든 모르든 피보험자는 워런티를 정확히 지켜야 하고, 이를 위반하게 되면 그 사유와 시기와 관련 없이 보험자는 바로 그 시점부터 보험계약상의 일체의 책임을 면하는 것으로, 보험계약자의 주요관심사인 보장범위의 정확한 한계획정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하여 왔다. 그러나 (1) 워런티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요구되지 않고, (2) 워런티 위반이 있으면 손해발생 전에 그 위반이 교정되더라도 그 위반이 교정되어 워런티가 충족되었다는 항변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워런티의 효과의 지나친 엄격성에 대한 완화노력이 각국에서 행해지고 있다. 여기서는 우리의 법원(法源)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는 영국법과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본다. 가. 영국 영국에서는 소비자보험의 영역에서 워런티의 효과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졌다. 법률개정위원회는 수년간의 검토를 거쳐 워런티가 중요한 위반이 아닌 한 워런티로 분류되어서는 아니되고, 그 위반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한 워런티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권고하고, 나아가 보험계약자에게 서면으로 워런티의 내용에 대하여 정보를 제공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워런티위반을 이유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금융감독청의 보험영업행위준칙(ICOBS) 제8.1.2조는 워런티위반과 손해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한 보험자는 보험금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보험인 해상보험영역은 보험영업행위준칙이 적용되지 않지만, 소비자보험의 변화에 상당한 정도 영향을 받고 있고, 2003년 국제선박보험약관은 위반하였더라도 치유가 허용되는 조항(제10·11·32조), 위반과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만에 대해서만 면책으로 하는 조항(제14조 제3항) 등을 두어 1906년 영국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의 엄격성을 완화하고 있다. 나. 미국 미국은 해상보험분야는 연방법원의 관할이고 연방 해상보험법은 제정되어 있지 않으며, 해상보험에서 영국법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연방대법원의 1955년의 Wilburn Boat사건 이전에는 영국법원의 판례가 미국법원에 의하여 선례로 인정되었지만, 이 판결 이후에는 주법의 적용이 가능해졌지만, 주마다 통일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Wilburn Boat사건판결에 대하여 튜레인 대학교의 데이비스 교수는 "해상법의 전국적 통일에 역행하는 매우 잘못된 판결"이라고 하고, 그랜트와 블랙(Grant and Black)은 "일관되게 문제가 있고 환상에 젖은 것"이라고 하였으며, 커리(Currie)는 불만족스러운 판결이라고 하였다. 3. 선박보험사건에 영국법의 적용범위 이 연구대상판결은 1982년 영국의 협회선박보험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없다고 하여 약관 전체 조항의 편입을 부정한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3다30807 판결 이후 5년만의 해상보험관련 대법원판결로 워런티가 해상보험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대하여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이고, 보험계약자가 해상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형해운회사나 무역회사와 같이 해상보험계약의 전담부서에 전문가를 두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명의무의 제외대상인 워런티의 내용과 효과를 잘 알고 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우리판결에 따라 워런티에 관하여 법원(法源)의 지위가 인정되는 영국 해상보험법상 우리의 약관규제법에 해당하는 불공정계약조항법(Unfair Contract Terms Act)은 보험약관에는 적용이 없고, 기업보험인 해상보험에는 설명의무나 워런티의 엄격성을 제한하고 있는 영업행위준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연구대상판결은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설은 제도인 영국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의 효과를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를 적용하여 구체적인 타당성을 구현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석광현교수가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영국의 해상보험법을 전면적으로 우리의 법원(法源)으로 인정하던 대다수의 판결방향을 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수정하고 있고, 미국의 Wilburn Boat사건이후 나타나고 있는 법적 안정성의 파괴로 인한 혼란이 우려된다. 5년의 간격을 두고 대법원은 두 판결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해상보험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약관의 구속력의 근거와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에 대하여 영국법이 아닌 우리 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해상보험의 국제성에 비추어 옳다고 할 수 없고, 너무 안이하였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4. 맺음말 워런티는 영국 해상보험법상 가장 매력없는 개념으로 전세계에서 개혁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항에서 이 연구대상판결이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를 적용하여 워런티의 엄격성을 완화하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는 점에서 법원의 고심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의 지위가 인정되는 영국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의 효과를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대상으로 본 것은 해상보험의 국제성에 반하는 것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해상보험의 국제성과 우리사법(司法)인프라의 미비라는 점을 유념하여야 하지만, 판결의 목적이 정의와 형평의 구현을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해상보험에서 영국법과 우리법의 조정은 향후에도 해상보험을 연구하는 학계와 실무계가 풀어야할 어려운 과제라고 판단된다.
2012-02-20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Ⅰ. 사건개요 1. 사실관계 원고 환자는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자 2004. 2.16.에 피고의사에게 방문하여 초진시 피고가 작성한 진료기록부에 ① 맘모그램 영상에서 석회 침착을 동반한 결절 음영이 나타났고, ② 초음파영상에서 원고의 좌측 유방의 좌측에서 잘 분화된 저 에코 음영의 다발성 종괴가 관찰되었다는 취지와 함께 '섬유선종 > 악성종양'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또한 원고의 좌측 겨드랑이에서 잘 분화된 저 에코 음영의 종괴가 관찰되었다는 취지와 함께 '지방종 > 섬유선종'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③ 향후 일부 종괴에 대해서는 절제술, 일부 종괴에 대해서는 맘모톰을 계획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에게 조직검사를 하여 악성종양인지 여부에 대한 확실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은 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는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지내다가 멍울이 점점 커지는 듯하자 피고 병원을 재방문하여, 피고는 같은 해 6.12.에 원고에게 2차 유방 초음파검사를 시행하였고, 그 결과는 종괴는 크기가 늘어난 상태였다(21.0mm→22.7mm, 15.5mm→25.1mm).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절제술과 함몰유두교정술을 계획하였고, 같은 해 6.18.에 절제술 등을 시행한 후 떼어낸 종괴에 대한 조직검사를 의뢰하였다. 피고는 같은 해 6.23.에 '침윤성 유관암, 일부 림프관 침윤 의심'이라는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원고를 상급 의료기관으로 전원 조치를 하였다. 원고는 같은 해 6.29.에 유방암 3기로 진단받고 2차례 항암화학요법치료를 받은 후 좌측 유방 및 겨드랑이 림프절에 대하여 넓은 국소 절제술을 받았다. 원고는 2006. 2. 13.에 컴퓨터 단층촬영상 다른 조직인 간으로 원격전이된 상태로서 병기가 4기 상태이다. 2.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2004. 2. 16. 초진시 원고의 종괴를 양성종양으로 속단하고 조직검사의 필요성을 알려주지 아니한 과실로 그로부터 약 4개월간 치료가 지연된 결과 유방암이 3기로 진행하였으며, 피고에게는 악성종양의 가능성, 합병증, 치료방법, 요양방법 등을 설명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는데, 이는 의료과실과 동일시할 정도의 과실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초진시 원고에게 조직검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조직검사계획을 고지하였음에도 원고가 피고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4개월 동안 검사를 방치한 것이라고 다툰다. Ⅱ. 법원의 판단 1. 원심법원의 판단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2008. 6.26. 선고 2007나45489 손해배상(의) 청구사건에서 원고의 항소에 대하여 피고에게 진단과정에서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의사의 진료상의 설명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안에서 해당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을 기준으로 하는데, 원고의 좌측 겨드랑이에 44.1mm 직경의 림프절로 예상되는 음영이 관찰됨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즉시 조직검사와 악성종양의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아니하였고, 확진을 위한 추가적인 검사방법으로 조직검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아니한 결과 유방암의 진단 및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한 진료상의 과실이 있고, 위와 같은 진료상의 과실이 없었더라면 원고는 유방암을 좀 더 조기에 발견하여 그 진행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비록 종국적으로 완치가 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다소나마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을 터인데, 피고의 진료상의 과실로 인하여 유방암의 조기발견 및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그러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과실로 인한 원고의 재산상 손해는 ① 조기발견에 실패함으로써 잔존여명이 감소함에 따라 그 감소기간의 생활비를 제외한 일실수입, ② 위자료 등이라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대법원 2009.1.15. 선고 2008다60162 판결에서 피고가 초진시 원고에게 일단 악성종양일 가능성을 인식하였다면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확진을 위한 추가적인 검사방법으로 조직검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함과 아울러 원고로 하여금 향후 유방암의 존부에 관하여 지속적인 관심과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방암의 발병 및 전이속도, 치료방법, 요양방법 등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 설명하지 아니한 채 더 이상의 검사로 나아가지 아니한 결과 유방암의 진단 및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한 과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초진시 피고의 진료기록부의 기재는 초음파검사 결과에 의하여 발견된 여러 종괴들은 양성종양일 가능성이 높고, 확진을 위해 절제술이나 맘모톰을 시행한 다음 조직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으므로, 피고가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아니한 진료상의 과실을 부정하였고, 초진시에도 림프절 전이가 이루어져 이미 3기 이상으로 병기가 진행하였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므로, 피고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하여 병기가 2기에서 3기로 진행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Ⅲ. 본 대법원판례의 검토 1.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과실 대법원이 의사가 환자를 진료 과정에서 일단 악성종양일 가능성을 인식하였다면 환자에게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조직검사 등 확진을 위한 추가적인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방암의 발병 및 전이속도, 치료방법, 요양방법 등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조기에 치료하지 아니한 진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보는 대법원판결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 조직검사를 하지 아니한 주의의무위반 본 대법원판결은 피고가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아니한 진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원심 법원의 판단과 같이 초진시 피고가 원고에게 악성종양의 의심이 있으므로 조직검사를 하여야 한다는 취지와 악성종양이 있다면 나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이 없었고, 4개월이 훨씬 지난후인 2004. 6. 29.에 2차 유방 초음파검사에서 종괴는 크기가 늘어난 상태(21.0mm→22.7mm, 15.5mm→25.1mm)에서 조직검사를 실시하여 유방암 3기로 진단받았다면, 원고가 초진시 적어도 유방암 3기 이전의 상태에 있었을 것이고, 유방암은 조기발견이 가장 중요하고 유방암 검사는 조직검사가 중요한 점에 비추어 볼 때에, 원고는 피고가 위와 같은 설명을 해주었더라면 조직검사를 즉시 실시하여 유방암을 좀 더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잔존여명이 감소라는 원고에게 중대한 피해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진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3. 입증책임 문제 본 대법원판결은 입증책임의 공평한 분배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에,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의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환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의료적 침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라고 하는 것은, 의료 전문가가 아닌 환자에게 입증책임을 전환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설명의무 법리에 비추어 타당한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환자가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이라는 과실을 입증한 이상, 의사는 설명의무를 다하였더라도 중대한 피해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분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Ⅳ. 결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법원판례가 의사의 진료상의 설명의무위반과 주의의무위반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과거의 판례에 비하여 장족의 발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진료상의 과실이 있고, 초진시부터 4개월이 훨씬 지난 후인 2004. 6. 29.에 2차 유방 초음파검사에서 종괴는 크기가 늘어난 상태(21.0mm→22.7mm, 15.5mm→25.1mm)에서 조직검사를 실시하여 유방암 3기로 진단받았다면, 원고가 초진시 적어도 유방암 3기 이전의 상태에 있었을 것이고, 유방암은 조기발견이 가장 중요하고 유방암 검사는 조직검사가 중요한 점에 비추어 볼 때에 원고는 피고가 위와 같은 설명을 해주었더라면 조직검사를 즉시 실시하여 유방암을 좀 더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잔존여명이 감소라는 원고에게 중대한 피해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진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의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일반적인 손해배상책임의 논리에 따라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은 의사의 일반적 주의의무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면, 의료 전문가가 아니고 의료기록을 보유하지도 아니한 원고에게 과도한 입증책임을 부담시키게 되므로 원고가 피고의 설명의무위반이라는 과실을 입증한 이상, 피고는 설명의무를 다하였더라도 중대한 피해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분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0-08-19
교사의 체벌과 정당행위
I. 사실관계와 경과 여자중학교 체육교사 겸 태권도 지도교사인 피고인은 자신이 체육교사로 근무하는 여중학교 운동장에서 피해여학생들이 “무질서하게 구보한다”는 이유로 손이나 주먹으로 두 차례 머리 부분을 때리고, 자신이 신고있는 슬리퍼로 피해여학생의 양손을 때렸으며, 같은 달 태권도대회출전과 관련해 질문하는 유모양 등 2명에서 낯선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싸가지 없는 년”이라고 욕설해 폭행·모욕혐의로 기소됐다. 제1심과 항소심은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교육목적상 정당한 징계행위이므로 정당행위”임을 주장하며 상고했다. 이에 대법원은 피고인이 행한 체벌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II. 판결요지 대법원은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초·중등교육법령에 따르면 교사는 학교장의 위임을 받아 교육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징계를 할 수 있고, 징계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지도를 할 수 있는데, 그 지도에 있어서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방법인 이른바 체벌로 할 수 있고 그 외의 경우에는 훈육, 훈계의 방법만이 허용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교사가 학생을 징계아닌 방법으로 지도하는 경우에도 징계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교육상의 필요가 있어야 될뿐만 아니라 특히 학생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 비하하는 말 등의 언행은 교육상 불가피한 때에만 허용되는 것이어서, 학생에 대한 폭행, 욕설에 해당되는 지도행위는 학생의 잘못된 언행을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었으며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교정이 불가능했던 경우로서 그 방법과 정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만한 객관적 타당성을 갖추었던 경우에만 법령에 의한 정당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III. 대상 판결의 의미 1. 초중등교육법시행령상 ‘지도’로서의 체벌의 법적 지위 확인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31조 제1항은 학교 내의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퇴학처분 등 학생에 대한 ‘징계’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7항은 ‘징계’ 외의 ‘지도’를 규정하고 있다. 제7항은 “학교의 장은… 지도를 하는 때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그 ‘지도’는 원칙적으로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체벌’은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지도’의 일종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전의 판례나 학설의 경우 ‘징계’와 ‘지도’를 혼동해 논의를 전개하고 있었던 바, 대상판결은 이 점을 바로 잡고 있다. 2. 학교장의 ‘위임’에 따른 교사의 체벌권의 인정 동 시행령 제31조 제7항은 학생에 대한 지도권은 학교장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교육현실에서 통상 체벌은 학교장이 아니라 교사에 의해서 이뤄진다. 이전의 판례나 학설은 이러한 교사의 체벌이 어떻게 정당화되는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초·중등교육법령에 따르면 교사는 “학교장의 위임을 받아” 체벌을 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3. 체벌의 위법성 판단기준의 종합적 제시 한편 대상판결은 교사의 체벌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종전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어떤 경우에 예외적 인정범위를 벗어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보다 정리되고 구체화된 지침을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이전 관련 판례와 같이 교육상 체벌의 필요성이 있었는지, 체벌이 최후수단으로 사용되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교사의 체벌이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수 없는 예로 ① 학생에게 체벌의 교육적 의미를 알리지도 않은 채 지도교사의 성격 또는 감정에서 비롯된 지도행위, ②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지도할 수 있음에도 낯선 사람들이 있는 데서 공개적으로 체벌·모욕을 가하는 행위, ③ 학생의 신체나 정신건강에 위험한 물건 또는 교사가 신체를 이용해 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부위를 때리는 행위, ④ 학생의 성별·연령·개인 사정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준 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VI. 비 판 필자는 원칙적으로 체벌은 그 교육적 효과가 의심스럽고, 교육목적달성을 위해 학생의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수단과 목적의 비례성 및 보충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폭력에 의한 통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학생의 자율과 책임감의 형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강하게 금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한 한국 정부에 대해 1996년과 2003년에 걸쳐 “모든 형태의 체벌을 명백하게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으며, 2007년 12월 신설된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 4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체벌의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해석하고자 한다. 1. ‘직접체벌’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대상판결이나 기존의 학설에서 모두 고민하지 않고 있는 점이 있다. 즉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31조 제7항의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지도’에 도구나 신체를 사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직접적인 고통을 가하는 ‘직접체벌’과 도구나 신체를 사용하지 않고 학생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함으로서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하는 ‘간접체벌’-통상 ‘얼차려’로 불림-이 모두 포함되는가의 문제이다. 평석자는 대상판결에서 제시하는 여러 허용요건이 충족할 경우 ‘간접처벌’은 법령상 허용되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장기적인 교육정책의 관점에서 볼때 ‘간접처벌’도 궁극적으로는 없어져야 하겠지만, 우리 교육현실에서 ‘간접체벌’도 금지한다면, 교사는 오히려 ‘직접체벌’로 바로 나아가 버릴 수 있으므로 ‘간접처벌’은 허용하는 것이 학생의 인권 보호와 교사의 학생규율 확보 사이에 균형점을 확보할 수 있다(물론 ‘간접체벌’도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않는 지도’를 선행하지 않고 바로 시행되었거나, 그 정도가 심하여 학생에게 심각한 고통이나 상해를 야기했거나 한다면 정당화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체벌’은 달리 취급돼야 한다. ‘직접체벌’은 교사의 신체나 도구를 사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직접 고통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나 인격적 모멸감이 ‘간접처벌’에 비해 매우 커진다. ‘직접체벌’에서는 학생의 반응에 따라 교사가 흥분할 가능성과 그에 따라 체벌이 과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직접체벌’의 교육적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간접체벌’에 더하여 ‘직접체벌’을 반드시 가해야 할 교육적 필요성이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이상의 점에서 볼 때 동 시행령이 전제하는 체벌에는 애초에 ‘직접체벌’을 포함하지 않고 ‘간접처벌’만 포함될 뿐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직접체벌’은 법령에 의해 정당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다만, 형법 제20조의 논리상 ‘직접체벌’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정당화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을 것이나, 이 때 매우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특히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지도’나 ‘간접체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러한 방법을 선행되지 않은 ‘직접처벌’은 ‘직접처벌’의 종류, 방식, 강도 및 결과 등을 따질 것도 없이 바로 위법하다고 봐야 한다. 2. 교사의 체벌자격은 인정돼야 하는가? 동 시행령 제31조 제7항은 ‘학교장’의 지도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대상판결은 교사는 “학교장의 위임을 받아” 체벌을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동 조항은 지도를 행함에 있어서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 바, 이는 학교장에게 적극적으로 ‘체벌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체벌이라는 ‘지도’는 매우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는 취지로 읽혀야 한다. 그렇다면 이 조항의 취지는 과거 통상 교사들에 의해서 행해지던 체벌을 학교장이라는 비교적 객관적인 주체에게 제한적으로 허용하여 체벌의 오·남용을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교사가 체벌을 해야할 상황이면 바로 자신이 직접해서는 안 되며, 교사는 학교장에게 학생의 문제점과 체벌의 필요성을 보고하고, 학교장은 교사와 학생의 의견을 청취한 후 학교장이 체벌을 해야 한다는 것은 동 조항의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이 점에서 원칙적으로 교사는 법적인 체벌자격이 없고 학교장만이 법적인 체벌자격을 가지며, 이 체벌자격은 교사에게 위임될 수 없다고 본다. 이러한 해석은 체벌을 행하는 순간 발생하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감정적 대립과 긴장, 이로 인한 과도한 체벌 초래라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교육정책적 차원에서도 타당하다. 다만 교사가 학교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적정한 정도의 ‘간접처벌’을 행하였다면, 예외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학교장의 체벌자격이 교사에게 위임된다는 논리는 위헌의 문제가 있다. 판례의 논리대로 동 시행령 제31조 제7항이 학교장에게 체벌권을 부여하는 적극적인 근거 규정이 된다면, 이는 학생의 신체의 자유의 침해를 수반하게 된다. 그렇다면 법률에 의하여 이뤄져야 할 신체의 자유 제한을 포괄적으로 시행령에 위임한 것이기에 위헌이 된다. 사실 현행 교육관련법에서는 체벌에 대한 적극적인 허용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도 동 시행령 제31조 제7항은 제한원리 내지 예외조항으로서 보는 편이 합헌적인 해석이다.
2008-01-24
확정판결과 한정위헌결정 문제
1. 머리말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소위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선고된 한정위헌결정은 제75조 제7항 소정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확정된 소송사건에 대한 재심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그런데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 12. 18. 구 국민의료보험법(1999. 12. 31. 법률 제6093호로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1항에 관한 2002헌바1 사건에서 “제41조 제1항의 ‘범죄행위’에 고의와 중과실에 의한 범죄행위 이외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 라고 하는 한정위헌결정을 8:1로 선고하였다. 이하에서는, ①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제1항 소정의 “범죄행위” 부분(이하에서는, “이 사건 심판대상”이라 한다)의 위헌성 문제, ②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 문제 및 ③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현실적 문제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 판 결 요 지 - "구 의료보험법 제41조 1항 '범죄행위'에 고의와 중과실에 의한 범죄 이외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한정위헌 결정 2. 관련법률조항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① 보험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자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또는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에는 당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3. 사건의 경과 청구인은 1999. 11. 6. 혈중 알콜농도 0.131%의 음주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자신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사고로 치료를 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았으나, 그것이 이 사건 심판대상 소정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것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0. 5. 4.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금을 환수한다는 처분을 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일단 위 금액을 반납한 다음 자신의 행위가 고의에 의한 것임을 부인하면서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계속 중 위 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심판대상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한편 청구인은 제1심에서 패소하여(울산지방법원 2001. 12. 19. 선고 2001구2303 판결)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도 항소기각판결을 선고받고(부산고등법원 2002. 12. 6. 선고 2002누417 판결) 상고하지 아니하여 확정되었다. - 평 석 요 지 - 과음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사고가 발생한 사안이므로 청구인에게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여져서 청구인이 구제받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이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함으로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실현시키지도 못하면서 불안정만 야기하는 결과가 되었다 4. 이 사건 심판대상의 위헌성 문제 가. 다수의견의 논거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하더라도 이는 의료보험의 공공성에 위반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까지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권의 제한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하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균형의 원칙에 위배하여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경우에 해당한다. 경과실의 범죄로 인하여 우연하게 발생한 사고를 보험사고에서 제외하는 것은 우연한 사고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다수의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의료보험의 본질에 반하고, 의료보험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다수 국민의 우연한 위험에 대하여 그 보호를 거절하는 것이 되어 사회보장의 증진에 노력할 국가의 책임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의료보험수급권의 본질을 침해하게 된다. 나. 검토 (1) 재산권 침해여부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과잉금지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그 요소로 판시하고 있으나, 기본권의 보호정도는 그 종류와 내용에 따라서 동일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기본권의 종류와 내용에 따라 과잉금지의 원칙은 탄력적으로 적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의료보험제도는 피보험자인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부담을 재원으로 하여 전 국민의 기본적인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보험제도이다. 의료보험수급권은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형성된 재산권으로서 사회적 기본권의 성질도 아울러 갖고 있고, 그 내용은 보험재정의 건전성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제한에 관하여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의 균형성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이를 완화하여 적용함으로써 입법자에게 상당한 정도의 입법형성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이 범죄행위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급여를 제한한 것은, 의료보험급여 대상자인 자가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빈발하여 보험재정에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대법원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경우라 함은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라고 해석하여(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1994. 9. 27. 선고 94누9214 판결) "범죄행위"의 범위를 좁히고 있다. 따라서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그 책임을 묻는 이 사건 심판대상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 입법형성권의 범위내에 있는 것으로서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 중과실에 의한 사고 역시 경과실에 의한 사고와 마찬가지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므로, 경과실에 의한 사고와 중과실에 의한 사고를 구분하여 경과실에 의한 경우에 한하여 의료보험의 본질에 반한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또한 사회적 기본권은 국가의 재정형편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대법원이 "범죄행위" 부분이 적용되는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하고 있으므로, 국가의 사회보장증진의 책임을 들어 건전한 보험재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험공동체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자에 경과실에 의한 경우를 포함하여 그 책임을 묻는 이 사건 심판대상을 사회적 기본권인 의료보험수급권의 본질을 침해하였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3) 결어 이 사건 결정의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의 문제점 중의 하나로 중과실과 경과실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지만, 그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합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5.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 문제 가. 견해의 대립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에 의하여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문언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므로 한정위헌결정은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의미?내용과 그 적용범위를 정하는 법률해석에 불과하고,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서 전적으로 법원에 전속하므로,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 참조).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결정은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대한 존중과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자제를 위한 것이고,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하여도 기속력이 인정되듯이 헌법재판소결정의 효과로서의 법률문언의 변화와 헌법재판소결정의 기속력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한정위헌결정도 위헌심사의 한 유형으로서 기속력을 갖는다고 보고 있다(1997. 12. 24. 96헌마172?173 결정 참조). 이와 같은 견해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현행 헌법조문과 부속법령에서 추론되는 헌법제정권자의 입법의도를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이념적으로 바람직하다고도 볼 수 있는 헌법 해석적용의 통일성을 중시할 것인가 하는 점에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나. 검토 (1)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분배 현행 헌법상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모두 최고헌법기관으로서 상호 독립적이고 대등한 지위에 있다. 헌법은 법률의 위헌여부에 관련된 헌법해석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헌법 제107조 제1항, 제111조 제1항 제1호), 법원에 계속된 사건에 따른 명령?규칙?처분의 위헌여부에 관련된 헌법해석권을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부여하고 있다(헌법 제107조 제2항). 이처럼 최종적인 헌법해석권한이 양분되어 있으나, 그로 인하여 헌법해석내용이 상이한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현행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 이와 같이 헌법 해석적용의 통일성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헌법해석권한을 양분한 헌법제정권자의 입법의도는 무엇일까. 이는 양기관이 상호 경쟁?견제를 통하여 헌법을 보장하고 기본권을 수호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함과 아울러 헌법재판소가 종래의 심급제도를 넘어 초상고심화하여 법원의 사법권에 간섭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재판을 제외한 것도 바로 위와 같은 헌법제정권자의 입법의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2) 법원의 법률해석권 헌법 제101조에 의하여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하는 사법권의 본질은 구체적 분쟁사건을 재판함에 있어 법령의 의미와 내용 및 적용범위가 어떠한 것인지를 정하는 권한 즉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이다. 헌법재판소도 위헌법률심판을 하기에 앞서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관하여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이는 위헌법률심판에 부수적인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의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확인된 법률해석의 위헌성 확인에 기속력이 인정되면 이는 법원의 구체적 법률의 해석적용권한을 제한하게 되어 사법권이 헌법재판소의 통제를 받는 결과가 되므로, 그 기속력의 인정여부는 헌법정책의 문제이다.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 위헌심판제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45조도 헌법재판소는 “위헌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47조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아니라 법률의 “위헌결정”에 대한 기속력과 효력상실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대등한 지위를 갖는 우리 헌법하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효력이 상실된 법률만이 기속력을 갖는다고 하는 헌법정책을 확인하는 규정들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불합치결정은 그로 인하여 일정한 기간의 경과나 법률의 개정으로 효력의 상실, 즉 법률 문언이 변경되는 점에서 한정위헌결정과는 그 의미를 달리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헌법불합치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이를 굳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현행 헌법상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3) 국회의 입법형성권과 법적 안정성 문제 만약 한정위헌결정에 기속력을 인정하여 위헌으로 해석되는 부분의 제거효를 인정하게 된다면, 추후에 그 법률해석 기준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져도 이를 시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대상황이 변하여 국회가 새로운 입법을 하는 경우에도 입법정책적인 재량권이 제한되어 국회의 입법형성권이 과도하게 제한되거나 침해될 수 있고, 이는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입법형성권의 존중과 사법적 자제에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6.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현실적 문제점 가. 법적 불안정의 야기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이 과음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사고가 발생한 사안이므로 청구인에게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여져서 결과적으로 청구인이 구제받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이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합헌으로 결정하였어야 할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함으로써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실현시키지도 못하면서 법적 불안정만 야기하는 결과가 되었다. 나. 심급제도에 대한 혼란 만약 한정위헌결정도 확정된 당해사건에 대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게 된다면, 당사자로 하여금 통상적인 불복절차에 따라 상급심에서 교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회피하고 헌법재판소에서 법률해석에 대한 심사를 받으려는 시도를 방임하거나 조장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의 구제는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제도에 의하여 보장되는 현재의 사법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 입법자의 입법형성권 침해 구 국민의료보험법과 의료보험법을 통합하여 2000. 7. 1.부터 시행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제1항 제1호는 경과실에 의한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의료보험재정이 과거보다 건실해졌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의료보험재정 상태는 변경될 수 있는 것이고,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게 되면 장래 의료보험재정이 악화되어 의료보험수급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입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하여,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입법형성권의 존중에 오히려 역행할 우려가 있다.
200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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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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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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