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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국가에 대한 민사재판권의 면제
I. 사실 및 쟁점 피고는 몽골 공화국이다. 피고는 1998년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토지 1필지와 지상 건물을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그 무렵부터 줄곧 주한몽골대사관으로 사용해 왔다. 원고는 2015년경 이후 피고 건물이 원고 소유 토지 중 약 11㎡를 침범한 상태로 건축되어 있고 원고 소유 토지 중 약 19.9㎡가 피고 건물의 창고 부지 등 부속토지로 사용되어 왔다는 사실을 이유로 피고에 대해 피고 건물 중 원고 소유 토지 침범 부분의 철거 및 해당 토지부분의 인도 및 해당 토지 부분에 관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다. 법원은 원고의 외국공관에 대한 이 사건 청구에 대해 민사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II.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해진 외국의 사법적(私法的)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외교공관은 한 국가가 자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며 영사 사무 등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설치한 기관이므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은 그 성질과 목적에 비추어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과 관련해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제기된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되고, 이때 그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 권원과 내용, 그에 근거한 승소판결의 효력, 그 청구나 판결과 외교공관 또는 공관직무의 관련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3] 피고가 토지의 경계를 침범해 인접한 원고 소유 토지 일부를 피고의 주한대사관 건물의 부지 또는 그 부속토지로 사용하고 있는 피고 건물의 일부 철거 및 이 사건 계쟁토지의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한 원심의 주권면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나,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로 부동산에 관한 사적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해당 국가를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자체로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그 청구나 그에 근거한 판결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금전지급을 청구하는 판결절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주권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 III. 논점의 제기 1. 재판권과 주권면제의 개념 (1) 재판권은 재판에 의해 법적 쟁송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권력 또는 법질서 실현을 위한 국가의 권능으로서 사법권이라고도 한다. 재판권은 그 대상에 따라 민사, 형사 및 헌법재판권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바 여기에서는 민사재판권을 대상으로 하므로 이를 판결절차상의 것과 민사집행절차상의 것으로 구별한다. (2) 대전판 1998.12.17. 97다39216은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할 것이나, ...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당해 국가를 피고로 해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해 주권(적 행위) 면제는 재판권 면제라고 선언함으로써 재판권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 즉 주권면제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로서 법정지국인 우리나라에 당해 사건에서 국제재판관할권을 요구하지 않는다. 2. 주권면제론의 범위 (1) 절대적 주권면제론과 제한적 주권면제론 국가는 일반적으로 자국의 영토에 관한 한 배타적 재판권을 가지므로 다른 국가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인정된다. 이를 절대적 주권면제론( absolute theory of sovereign immunity)라고 한다. 그 근거는 주권평등 및 독립의 원칙에 있다. 그러나 19세기 이래 국가도 국제적 상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부터 절대적 주권면제론을 고수하다보면 외국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정지(法定地)국의 법원에 제소해 이를 해결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행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주권적 행위와 비주권적 행위로 구분하고 뒤의 행위에 대해서는 주권면제를 부인함으로써 제소와 응소의 길을 터놓았다. 이를 제한적 주권면제론(restrictive theory of sovereign immunity)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위 대전판 97다39216호에 의해 종전의 절대적 주권면제론을 취했던 대결 1975.5.23. 74마281을 변경함으로써 이제는 주권면제에 관해서는 제한적 주권면제의 입장에 있다. (2) 제한적 주권면제의 범위(절대적 주권면제와의 구별) (가) 의의 제한적 주권면제론에서는 주권면제가 인정되는 행위를 ‘acta jure imperti’라고 해 ‘주권적 행위’ ‘고권적 행위’ 또는 ‘권력행위’라고 번역하고, 주권면제가 인정되지 않는 상업적 활동 기타 행위를 ‘acta jure gestonis’라고 해 ‘비주권적 행위’ ‘비고권적 행위’‘사법적 행위’라고 번역한다. (나) 주권적 행위와 사법적 행위의 구별에 관한 학설 (a) 행위 성질 기준설(객관적 기준설) 외국의 활동이나 목적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외국이 행한 행위 또는 그로부터 발생하는 법률관계의 성질을 기준으로 해 국가가 개인처럼 사법적 행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주권을 행사한 것인지에 따라 구별한다는 견해이다 정동윤외2 122면. 김홍엽, 37면. 이 견해는 주관적 목적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객관적 기준설이라고도 한다. (b) 목적기준설(주관적 기준설) 외국이 주권자로서 국방, 재해구제, 외교 등과 관련된 행위 등 공적인 목적을 가지고 활동이나 거래를 한 경우에 주권적 행위로 보고, 해운업의 경영과 같이 개인으로 행동한 경우 이를 사법적 행위로 본다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목적이나 동기의 주관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주관적 기준설이라고도 한다. 3. 판결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 (a) 절대적 주권면제론에서는 국가의 주권면제 대상이 되는 행위를 따로 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제한적 주권면제론에서는 주권면제의 대상을 정할 필요가 있다. 행위의 성질기준설에 의한다면 국가가 상업적 활동 기타 일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주권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데 이를 비주권적 행위 또는 사법적 행위로 보고, 주권면제가 인정되는 행위를 주권적 행위라고 한다. (b) 그런데 대전판 97다39216은, 외국국가의 행위가 성질상 사법적 행위라고 하더라도 바로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그 행위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주권면제가 된다고 해 앞의 학설들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c) 이러한 판례의 기준에 따라 대상판결은, 외교공관은 한 국가가 자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며, 영사 사무 등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설치한 기관이므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은 그 성질과 목적에 비추어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과 관련해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제기된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되고, 이때 그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 권원과 내용, 그에 근거한 승소판결의 효력, 그 청구나 판결과 외교공관 또는 공관직무의 관련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피고가 토지의 경계를 침범해 인접한 원고 소유 토지 일부를 피고의 주한대사관 건물의 부지 또는 그 부속토지로 사용하고 있는 피고 건물의 일부 철거 및 이 사건 계쟁토지의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한 원심의 주권면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나,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로 부동산에 관한 사적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해당 국가를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자체로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그 청구나 그에 근거한 판결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금전지급을 청구하는 판결절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주권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d) 따라서 우리 판례의 입장은 주권면제여부에 관해서는 행위성질설에 의하기 보다는 그 행위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주권면제가 된다고 하는 입장이라고 할 것이다. 4. 강제집행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 관련해 강제집행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를 검토한다. (a) 대판 2011.12.13. 2009다16766에 의하면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민집 제223조 및 제232조)은 제3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이 아니라 집행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만으로 발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3채무자를 외국국가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의 재판권 행사는 외국을 피고로 하는 판결절차의 재판권행사보다 더 신중하게 행사할 것이 요구되므로, 제3채무자가 되는 외국이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명시적인 동의를 했거나 재판권면제주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만일 채무자가 해당 외국국가에 대해서 소를 제기한 경우 이것이 주권면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채무자의 소제기는 적법했을 것인데도 여기서는 주권면제여부를 따지지 않고 강제집행을 불허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석광현, 국제민사소송법(2012, 박영사) 56면.. 또한 압류 · 추심명령은 외국국가에 대한 집행이 아니라 채무자를 집행채무자로 삼은 집행이고, 압류추심명령은 제3채무자에게 물리적인 강제조치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권면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전원렬, 102면참조. (b) 생각건대 원고가 외국국가를 피고로 해 소송을 제기한 결과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외국국가에 대한 재판권이 면제되지 않는 범위에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강제집행은 외국국가의 주권과 권위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예상되므로 당연히 외교적 측면에서 신중한 배려가 요청된다. 그래서 외국국가가 재판권 면제를 포기한 경우에도 강제집행을 하는 데는 재판권면제와 별개의 명시적인 포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국제관습법이다. 따라서 판례의 입장은 외국국가에 대한 강제집행에 관한 한 판결절차와 달리 재판권면제와 별개의 명시적인 포기가 없는 한 물리적인 강제조치의 유무나 민사판결절차에서 요구되는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따지지 말고 주권면제를 인정하라는 입장일 것이다. 강현중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외교공관
민사재판권
주권면제
강현중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2023-10-15
국가기관도 항고소송의 당사자 될 수 있나
1. 사실관계 및 쟁점 대상판결은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원고가 되어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동 위원회가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의 사안이다. 원고가 취소를 구하는 처분은 피고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2조 제7항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한 이른바 '신분보장조치요구 처분'이다. 대상판결의 이해를 위하여 국민권익위원회법이 정한 절차에 대해 간략히 보면 다음과 같다. 동법은 부패의 예방 및 부패행위의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제1조), 부패행위의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누구든지 동법에 따른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당해 조직에서 징계조치 등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고(제62조 제1항),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분보장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2항),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 내용에 대한 조사 결과 그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소속기관의 장 등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7항), 그와 같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의 제재까지 규정하고 있다(제90조, 제91조). 위 사건의 경우 하남시 선관위 직원 A는 하남시 선관위가 K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절차의 처리과정에서 부패행위가 있었다는 취지로 피고 위원회에 신고하였다. 경기도 선관위는 동 사건과 관련하여 A가 TV 인터뷰 등에서 선관위의 입장과 다른 발언을 하였다는 사실 등을 이유로 A에 대한 징계요구 조치를 하였고, 피고 위원회는 A의 신분보장조치 요청에 따라 원고(경기도 선관위원장)에 대해 징계요구 조치의 철회를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그와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위 조치의 처분성 여부 및 국민권익위원회법의 해석 등과 관련하여서도 많은 쟁점들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인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2. 소송의 경과 위 청구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원고는 국가의 산하기관에 불과할 뿐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위 청구를 각하하였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하여 한 조치라도 그것이 일반국민에 대한 행정처분 등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권리의무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조치의 위법성을 제거할 다른 법적 수단이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국가기관의 지위에서 그 조치를 한 국가기관을 상대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는 당사자능력과 당사자적격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도 그와 같은 결론을 긍정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법인격이 인정되지 않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기존의 판결 가운데 국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경우는 없었다). 다만 대상 판결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① 우선 위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법원은 위 사건의 특수한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여 예외를 인정한 것이지, 국가기관의 항고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을 일반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민권익위원회법에 의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신고와 관련하여 신고자의 소속기관의 장에 대해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그 불이행시 과태료 및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도 가능함에도, 그와 같은 조치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현행법상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일정한 의무부담을 명하고, 그 불이행시 형사처벌까지 규정하면서도 이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지 않은 경우는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그와 같은 점이 위와 같은 판결을 불가피하게 한 주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런 점에서 법원이 향후 다른 사례에서도 위 판결과 같이 국가기관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의문이라고 생각된다. ② 다만 법원이 위와 같은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판결이 1회성의 판결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국가 내지 국가기관 상호간의 항고소송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그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이다. 실제로 기존 판결 가운데 국가기관이 아닌 국가에 대해서는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이미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09구합6391 판결,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또한 학설상으로는 행정소송법 제3조 제4호가 정한 기관소송 가운데 동일한 공법인 내의 기관간의 분쟁은 순수한 기관소송이나 법인격을 달리하는 기관간의 소송(가령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2항의 소송, 지자체의 장이 주무부장관의 시정명령에 불복하여 대법원 제기하는 소송)의 실질은 항고소송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나아가 학설 가운데에는 행정소송법이 기관소송에 대해 법률이 정한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하여 이른바 '기관소송 법정주의'를 취한 것을 비판하고(행정소송법 제45조), 이를 개괄주의로 변경하여 기관소송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입법론상의 비판이 많은데, 위 판결은 그와 같은 비판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학설 및 판례는 이미 사인이 아닌 국가의 경우 항고소송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하고 있는 점, 현행법이 기관소송을 지나치게 좁게 인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앞으로도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 오늘날 사회현상 내지 사회구조는 날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으며, 사회의 발전을 반영하는 법현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와 같은 복잡성의 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사법의 준별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 국가는 단일한 공권력 주체라는 근대국가 형성초기의 신념은 깨져가고 있으며, 주권국가 내부의 권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화/배분되는 과정에서 국가권력 내부의 다양한 층위에서의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기관소송이나 권한쟁의심판도 그런 맥락에서 인정된 제도인데, 가령 독일의 경우에도 국가기관간의 권한쟁의심판제도가 인정된 것은 1949년 독일기본법이 처음이며, 1919년 바이마르 헌법도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분쟁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었을 뿐 국가기관 내부의 이해충돌은 오로지 정치적 힘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미 우리 대법원 판례 역시 다양한 영역에서 기본권의 대사인효를 인정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본권은 더 이상 국가와 국민 사이의 관계만을 규율하는 규범이 아니고 기본권이 사법의 영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증대하고 있는 것처럼, 공법적 분쟁 역시 국가와 사인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혹은 공공단체 내부에서도 다양한 법률적 분쟁의 가능성 및 그에 대한 사법적 개입의 필요성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좀 더 거시적인 시야에서 본다면, 본건과 같은 판결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④ 다만 대상판결과 같은 예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대상판결의 항소심 판결이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지만 여전히 다소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 혹은 이를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발전시킬지 아니면 기관소송 개괄주의의 도입과 같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지는 향후의 과제로 남는다. 대상판결은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그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2013-10-24
국가보안법상 북한의 반국가단체성과 이적성 판단의 새로운 기준
I. 들어가는 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북한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고 파악한다. 한편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대한민국의 존립·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여야 하고, 표현물에 이와 같은 이적성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단체가 지향하는 노선이나 목적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학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이하 '범민련 남측본부') 판결(대법원 2008.4.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과 2010년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 판결(대법원 2010.7.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이라는 두 번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과 이적 판단에 대하여 소수 대법관에 의하여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었기에 주목을 요한다. II.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 - 2010년 '실천연대' 판결에서의 반대의견 북한의 이중적 성격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입장은 현실을 반영하는 성격 규정처럼 보인다. 그러나 판례는 이 모순되는 두 성격이 형사소송에서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않은 채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은 여하튼 또는 당연히 인정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 결과 북한과 접촉한 사람은 일단 국가보안법의 수사대상이 되고, 수사기관은 그러한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고려하며 수사개시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적용의 편파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2010년 '실천연대' 판결에서 박시환 대법관은 새로운 해석방법을 제시한다. 즉,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규명할 때에도… 북한과 관련된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를 전제로 한 규정이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반국가단체적 측면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항에 한하여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취급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과 관련된 모든 행위에 대하여 북한의 반국가단체적 측면과 연관되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반국가단체와 관련된 행위로 보아 그 행위를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으로 삼은 뒤, 남북의 교류·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등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에 위해가 없는 행위임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면제해 주는 식의 법 적용은 국가보안법의 제정 목적, 국가보안법 제1조 제2항의 엄격적용 원칙, 헌법 제37조의 기본권 보장규정 등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이는 어떤 행위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그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형사소송절차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나는 해석이다."(강조는 인용자) 박 대법관의 해석론에 따르면 북한은 자동적으로 반국가단체성을 갖지 않는다. 북한이 반국가단체인지 아니면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지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특정 사건에서 북한이 반국가단체인지는 검사가 증명을 해야 하는 사안이 된다. 이러한 해석은 향후 남한 내의 통일운동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뒷받침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III. '이적성' 판단에 대한 새로운 기준 - 2008년 '범민련 남측본부' 판결에서의 별개의견과 2010년 '실천연대' 판결에서의 반대의견 1.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기준의 의의와 한계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기준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기준에 의해 '이적'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였다. 예컨대, 2004년 7월9일 대법원 제2부는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족통일애국청년회(민애청)' 전 회장 한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민애청을 이적단체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다(대법원 2004.7.9. 선고 2000도987 판결). 재판부는 이 조직이 이적단체로 규정되어 있는 '범민련' 등의 활동과 연계되어 있고, '범민족대회'에 조직적으로 참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은 부족하다고 보았다. 마찬가지로 2007년 4월9일 대법원 제2부는 자본주의 철폐와 노동자계급의 국가권력 수립을 지향하며 활동한 '진보와 연대를 위한 보건의료운동연합(진보의련)'을 이적단체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였다(대법원 2007.3.30. 선고 2003도8165 판결). 그리고 2008년 11월 검찰과 경찰은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이하 '사노련')의 운영위원장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와 동 단체 운영위원 5명 등이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 등을 강령으로 하면서 국가체제를 부정하는 문건 등을 제작, 배포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2회 청구했으나 그 때마다 영장전담판사들은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없음을 지적하며 모두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기준에 의한 관용은 북한 정치노선에 일정하게 동조하는 '친북' 성향의 조직에게는 베풀어지지 않는다. '범민련 남측본부'가 채택하고 있었던 범민련의 강령은 외국군 철수, 핵무기 철거, 군비 상호감축 등을 포함하고 있었고, 동 단체는 연방제 통일, 조국통일 3대 헌장 지지, 미국반대, 한미군사동맹 분쇄 등을 계속 주장하였으며, 10차례에 걸쳐 범민족대회를 개최하면서 이 행사의 해산을 요청하는 정부에 맞서 물리적 충돌을 일으켰고, 북한 조선로동당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고 있는 범민련 북측본부 및 해외본부와 상시 연락체계를 유지하면서 공동의장단회의 등을 통해 자신들의 사업 활동 방향을 결정하였음이 재판에서 확인되었다. 이에 1997년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7.5.16. 선고 96도2696 판결)과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범민련 남측본부가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이적단체라고 판시하였다. 2.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의 전면 등장 그런데 2008년 '범민련 남측본부' 판결에서 박시환, 김지형, 전수안 세 명의 대법관은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는 경우라 함은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에 한정한다"고 해석하면서 별개의견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그 단체가 규약·강령·조직과 임원구성·내부결의·외부에 표명된 단체의 의사·대외활동 등으로 추단되는 그 단체의 목적, 목표, 활동방향 등 집단의사 자체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이라 하여 그 사실만으로 그 단체를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판단해서는 아니 되고, 그와 같이 추단되는 단체의 집단의사를 실현하는 수단·방법으로 그 단체가 정한 것이 오로지 무장봉기 등 자유민주질서가 용인할 수 없는 방법일 때에 한하여 그 단체를 이적단체로 인정하여야 한다."(강조는 인용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가 온전한 형태로 한국 대법원의 판결문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 세 대법관은 이 기준의 따라 범민련 남측본부의 이적성을 부정한다. 이러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는 2010년 '실천연대' 판결에서 재현된다. 실천연대는 자신의 강령, 규약, 출범식 보도문 등에서 반미자주화, 미국의 한반도 지배양식 제거 등을 주장하고 있으며, 북한의 주체사상, 선군정치, 강성대국론, 핵실험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해왔다. 이상의 점을 기초로 다수의견은 동 단체를 이적단체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네 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제출한다. 이 네 명의 대법관은 반미자주, 미군철수, 연합·연방제 통일 등의 주장은 사상의 자유와 참정권이 보장된 대한민국 내에서 자유로운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중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직접 위해가 된다고 볼 만한 것은 없으며, 북한자료를 인용한 강의교재에 북한의 주체사상과 선군정치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있으나 이는 통일운동과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자료를 사용하여 북한의 사상과 체제 운용방식을 소개하는 정도이고, 물리력 행사와 민중 폭력의 당위성을 언급한 부분도 그 빈도수와 전체 문맥에서 차지하는 의미·비중 등을 종합해 보면 이론적 타당성을 원론 수준에서 언급한 정도에 불과하며, 실천연대는 통일부에 비영리민간단체로 공식등록을 하여 약 10년간 적법 영역내의 단체로 활동해왔다는 점 등의 이유에서 실천연대를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현존하는 위험을 가진 이적단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네 명의 대법관은 이적표현물이 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라는 요건 외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고, 실천연대가 제작한 각종 표현물의 이적성을 부정하였다. '친북' 성향의 조직에 대해서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를 적용하여 이적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이 대법관들의 의견은 향후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금기 없이 인정되도록 만드는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IV. 맺음말 사노련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혁명적 사회주의 단체라고 하더라도 북한과 전혀 연관이 없거나 또는 주체사상, 북한 체제와 노선 등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점이 법조계 내에서 다수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범민련 남측본부나 실천연대처럼 주체사상과 북한의 정치노선에 부분적·전체적으로 공감하거나 동조하는 단체는 용인할 수 없는 것이 법조계의 다수의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수 시민의 의식도 이 정도의 상태일 것으로 추측한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문제는 북한 정치노선에 동조하는 '친북' 성향의 표현물, 활동, 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예민한 문제를 직면하게 되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는 우리가 가장 혐오하고 반대하는 사상과 그에 기초한 실천에 대해서도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의 경쟁 기회를 줄 것을 요구하는 바, 상술한 대법관들의 반대의견 또는 별개의견은 이 문제를 푸는 데 중요한 잣대를 제공할 것이다.
2010-11-11
혼인·가족정책이념에 따른 동성동본혈족금혼규정의 헌법불합치결정
〈事實關係와 憲裁決定要旨〉 1) 事實關係: 동성동본혈족인 관계로 혼인신고가 수리되지 않아 사실상 부부생활을 하면서도 고통을 겪고 있는 X등 (최○○외 13인)은 관할호적공무원의 「혼인신고불수리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1995년4월10일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하였다(95파2070내지2077호). 이에 서울가정법원은 同姓同本인 자와 혼인하려 하는 제청신청인들의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아니한 처분에 대하여, 「민법 제809조제1항의 위헌여부」가 위 사건들의 재판의 전제가 된다하여 1995년5월17일 각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2) 헌법불합치결정의 요지: 〈주문〉=「1. 민법 제809조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2. 위 법률조항은 입법자가 1998년12월31일까지 개정하지 아니하면 1999년1월1일 그 효력을 상실한다.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 〈이 유〉 3. 판 단 가. 재판관 5인의 단순위헌의견 (1), (2), (3)은 생략 (4) 헌법이념 및 규정에서 본 동성동본혼제―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가) 헌법 제10조는 모든 기본권의 종국적 목적(기본이념)이라 할 수 있고 인간의 본질이며 고유한 가치인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그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적(性的) 자기결정권 특히 혼인의 자유와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헌법재판소, 1990년9월10일 선고, 89헌바82결정 참조). 또 헌법 제36조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혼인제도와 가족제도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규정되어야 함을 천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혼인에 있어서도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의 바탕위에서 모든 국민은 스스로 혼인을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고, 혼인을 함에 있어서도 그 시기는 물론 상대방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며, 이러한 결정에 따라 혼인과 가족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나)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의 혼인을 그 촌수의 원근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모두 금지하고, 민법은 이를 위하여 혼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예 그 혼인신고 자체를 수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동성동본인 혈족은 서로가 아무리 진지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또 촌수를 계산할 수 없을 만큼 먼 혈족이라 하더라도 혼인을 할 수 없고 따라서, 혼인에 있어서의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동시에 그 제한의 범위를 동성동본인 혈족, 즉 남계혈족에만 한정함으로써 성별에 의한 차별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금혼규정으로서의 사회적 타당성 내지 합리성을 상실하고 있음과 아울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이념 및 「개인의 존엄 및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유지라는 헌법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할 것이고, 또 금혼의 범위를 동성동본인 혈족, 즉, 남계혈족에만 한정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을 하고 있는데 이를 시인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0조, 제11조제1항, 제36조제1항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그 입법목적이 이제는 혼인에 관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사회질서」나 「공공복리」에 해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헌법 제37조제2항에도 위반된다 할 것이다. 4. 결 론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에서는 재판관 2인을 제외한 그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나 2인의 재판관은 헌법 불합치결정을 선고함이 상당하다는 의견으로서, 이에 헌법불합치의 결정을 선고하기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憲裁決定에 대한 評釋: 이 決定趣旨에 찬성한다〉I. 이 결정에서 논의할 점 이 決定에서 논의되어야 할 점은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적자기결정권」특히 혼인의 자유·배우자 선택의 자유가 포함되느냐, 이러한 배우자 선택의 자유는 제한할 수 있는 것이냐, 제한할 수 있다면 이를 제한하는 민법 제809조제1항(동성동본인 혈족사이에는 혼인하지 못한다)의 규정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헌법 제37조제2항)에 위배되는 규정이냐 하는 점이다. 배우자선택의 자유와 권리 및 그 제한의 한계는 憲法上의 「婚姻·家族政策理念」에 입각하여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本稿는 憲法상의 婚姻·家族政策理念의 定立과 立法形成權의 積極的 課題와 消極的 課題를 모색하고 이와 관련한 「심판대상들」의 違憲與否의 決定例를 검토하기로 한다. II. 婚姻·家族政策理念과 立法權의 課題1. 婚姻·家族政策의 채택 家族政策이란 가족의 형성·유지면에서 國家가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제조치의 총체인 것이다. 이러한 家族政策의 최종목적은 훌륭하게 기능을 수행할 능력있는 家族을 창조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수립에 즈음하여, 家族政策理念으로 「定義와 人道, 사회적 폐습과 不義의 타파, 각인의 기회균등, 능력의 최고도의 발휘」라는 헌법이념을 설정하였다(전문). 1980년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을 추가신설하고(구헌법 제9조), 특히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구헌법 제34조)는 혼인·가족정책이념을 구체화하였으며, 1987년에는 이에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1987년 헌법 제36조제1항)고 보완입법을 하였다. 1980년과 1987년에 이와 같은 새롭고 구체적인 「혼인·가족정책이념」을 선언한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의 보장(헌법 제10조), 평등권의 보장(헌법 제11조)에 포함하여 다루었던 것을 혼인과 가족생활 영역에 관한 政策理念指標로서 따로 설정한 것이다. 2. 婚姻·家族政策理念과 國家의 保章 1) 家族政策理念설정의 역사적 의의: 혼인·가족정책의 기본이념을 설정한 역사적 의의는 전통적 가부장제 가족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호주제도와 父系血統중심의 혼인·가족생활로부터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근대 산업사회에 적합한 혼인·가족생활로 전환하기 위한 기본원리를 憲法에 규정함으로써 家父長制度의 개혁을 의도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2) 個人의 尊嚴·兩性平等의 의의: 현행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제36조제1항)」는 가치결정을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憲法秩序 안에서 최고의 가치지표라고 보아야 하는 「個人의 尊嚴·兩性의 平等」은 어떠한 민족문화·전통내지 인륜도덕질서에 의하여 양보될 수 없는 가치적 컨센스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民法이 헌법 제36조제1항의 규정내용을 받아서 日本民法 제1조의 2처럼 「本法은 개인의 존엄과 兩性平等의 취지에 따라 이를 해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헌법상의 婚姻·家族政策理念은 家制度등 家父長的要素를 부정함과 아울러 새로운 家族政策의 기본이념을 천명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3) 個人의 尊嚴·兩性平等의 理念: 가) 개인의 존엄·양성평등의 「第1의 理念」은 평등하고 자유로운 인격자로서의 개인의 의사를 최대한으로 존중하고, 그것에서 「개인의사존중원칙」에 기인한 婚姻의 自由·배우자선택의 자유가 비롯되는 것이다. 「第2의 理念」은 어떠한 약자도 개인으로서 존중되고 보호되는 場으로서의 家族을 확립하려는 것이다. 4) 婚姻·家族政策理念의 國家保障: 1980년에 혼인·가족정책이념을 새로이 구체적으로 규정한 헌법의 정신은 30여년전에 제정·시행된 家族法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인의 존엄·양성평등의 이념을 지표로 하여 개정하라는 「立法의 명령」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더욱이 1987년 憲法改正에서 「…國家는 이를 保障한다」고 추가로 立法하고 있는 것은 바로 國家權力(예컨대 입법권·사법권·행정권)은 이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취지라고 이해된다. 3. 制度保障과 立法權의 課題 1) 憲法상 婚姻·家族政策理念규정(제36조제1항)은 개인의 尊嚴·兩性平等을 기초로, 靜的으로는 婚姻制度와 家族制度의 制度保障으로 보고, 이를 기초로 動的으로는 婚姻의 自由·家庭創設의 自由와 가족생활의 권리를 보호하는 生存權이라고 이해한다. 2) 헌법 제36조제1항의 規定을 제도보장이란 관점에서 볼 때, 그 制度保障이란 憲法秩序내에서 국가권력은 혼인과 가족생활을 규율하는 法律秩序 즉, 「일부일처의 혼인·부부중심의 家族」을 창출하는 國家法秩序(민법 중 친족·상속편)를 제정하여 法律秩序의 구성부분으로 유지해 나갈 「憲法的 授權」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4. 立法權의 積極的 課題와 消極的 課題 1) 立法權의 積極的 課題: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國法秩序의 특별한 보호를 위한 「積極的 課題」(positive Aufgabe)란, 이른바 ① 防禦型 적극적 과제와 ② 志向型 積極的 課題로 구분할 수 있다. 가) 防禦型의 積極的 課題: 국가권력이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침해를 막을 수 있는 家族法秩序(家族法)를 창출하는 과제이다. 예컨대 2중혼인을 금지하는 것(민법 제810조), 夫妾계약을 무효로 하는 것(민법 제815조제1항·동 제103조), 제3자의 婚姻請求를 허용하지 않는것(민법 제834조·동 제840조), 姦通을 처벌하는 것(형법 제241조), 非配偶者間의 人工的 姙娠을 불허하는 입법 등의 과제를 들 수 있다. 나) 指向型 積極的 課題: 국가권력이 혼인과 가족생활을 적극적으로 조장해 주고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내용의 家族法秩序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과제이다. 2) 立法權의 消極的 課題: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國法秩序의 특별한 보호를 위한 「消極的 課題」(negative Aufgabe)란 이른바 ③ 불간섭의 課題와 ④ 합리적·최소한의 간섭의 課題를 구분할 수 있다. 가) 不干涉의 課題: 消極的 課題중 첫째는 국가권력 스스로가 혼인과 가족생활을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家族法秩序를 창출하여야 하는 不干涉의 課題이다. 예컨대 혼인의 자유·배우자선택의 자유, 分家와 가정창설의 자유, 혼인 중의 출산의 자유, 호주권 으로부터 가족원의 자유, 남성의 지배로부터 여성의 자유 등은 원칙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立法을 하여야 할 과제이다. 나) 合理的·最小限의 干涉의 課題: 消極的 課題중 둘째, 국가권력이 혼인과 가족생활에 부득이한 간섭을 할 경우에는 적어도 국가 자체의 방해적 조치에 의해 혼인부부와 친자 등의 가족생활에 침해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 이유에 근거한 최소한의 간섭을 하는 세심한 주의를 하여야 하는 이른바 「합리적·최소한의 간섭의 과제」이다. 예컨대 立法權의 「합리적·최소한의 간섭의 과제」를 일탈한 ① 현행 同姓同本婚姻禁止의 法制(민법 제809조제1항), ②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을 「그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내」로 제한한 것(민법 제847조제1항), ③ 숙려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에 法定單純承認으로 의제한 것(민법 제1026조제2호)등은 立法形成權이 합리적·최소한의 간섭의 課題를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예시할 수 있다. III. 憲裁決定의 評釋1. 民法 제809조제1항에 관한 論議 본 심판대상인 「민법 제809조제1항」의 규정은 혼인성립에 있어서의 평등이념에 위배되고, 혼인·가족정책이념(헌법 제36조제1항)에 위배되며,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에 촌수 제한없이 혼인을 금지하는 것은 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를 일탈한 혼인 및 배우자 선택의 자유라고 하는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과잉금지의 원칙(헌법 제37조제2항)에도 위배된다고 비판되어 왔다(李凞培, 「家族政策理念에 따른 現代 家族法에의 接近」, 仁川大 論文集 제11집, 1987년, pp.280∼284). 2. 憲法不合致決定의 評釋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에는 촌수에 제한없이 혼인을 금지하는 「심판의 대상」규정(민법 제809조제1항)은 혼인하려는 개개인의 배우자 선택의 자유와 혼인 및 가정창설의 자유·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이로 인하여 혼인하려는 당사자의 개인의 존엄성에 기초한 혼인성립과 이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헌법 제36조제1항)와, 행복한 가정을 창설할 권리(행복추구권)와 이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헌법 제10조)를 저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성동본인 父系血族사이의 혼인만을 금지함으로써 母系血族간의 혼인을 금지하지 않고 있는 규정은, 양성평등에 기초하여 혼인은 성립하고 국가는 이를 보장하여야만 한다는 평등이념(헌법 제36조제1항)에도 위배된다. 또한 심판대상(민법 제809조제1항)인 혼인금지규정은 1부1처의 혼인질서나 출생자의 유전학적인 공공의 복리상 필요한 제한범위인 근친혼의 금지가 아니고, 父系血族사이에는 무한히 금지한 것으로서 입법형성권의 消極的 課題인 합리적·최소한의 간섭의 과제 내지 과잉금지원칙(헌법 제37조제2항)에도 위배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0조, 제11조제1항, 제36조제1항에 위배될 뿐만아니라, 그 입법목적이 이제는 혼인에 관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사회질서」나 「공공복리」에 해당될 수 없다는 점에서 헌법 제37조제2항에도 위반된다 할 것이다』라는 이 決定은 타당하다고 이해된다. 헌법재판소가 민법 제809조제1항 규정의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는 합리적 근거로서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36조제1항, 제37조제2항의 「혼인·가족정책이념」에 입각하여 판시함으로써, 이 결정을 통하여 「혼인·가족정책이념」을 한층 체계화하는데 일조하였다고 이해된다. 3. 社會的 影響 9촌이상의 동성동본인 혈족관계에 있는 사람은 1997년7월16일부터 혼인이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고, 이 결정 당시의 사실상 부부생활을 하고 있던 사람과 새로이 혼인신고를 하려는 경우에는 대법원의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의 혼인신고에 관한 예규」에 의하여 1997년7월30일부터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IV. 맺는말―要約과 展望 1. 이 결정은 「立法形成權의 消極的 課題」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는 결정으로서 혼인에서의 「배우자 선택의 자유와 권리」는 인격권·성적자기결정권이란 기본권으로서 국가에 의하여 존중·보장되어야 하되(헌법 제10조, 제36조제1항), 그 행사는 혼인질서의 유지와 공공의 복리를 위하여 立法形成權에 의하여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이 결정은 모두 「혼인·가족생활」과 관련된 성적자기결정권의 존중과 한계, 그리고 배우자 선택권의 존중과 그 제한의 한계등을 조정함에 있어서 한결같이 헌법 제10조, 제11조제1항, 제36조제1항, 제37조제2항의 각 규정의 체계화된 이념과 취지를 기초로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憲法상의 婚姻·家族政策理念의 체계를 처음으로 판시하고 있다는 점에 그 意義를 발견할 수 있다. 3. 금후 우리 家族法은 「婚姻·家族政策理念」에 입각하여, 立法形成權이 「積極的 課題와 消極的 課題」를 분별하여 그 改正作業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1997-10-06
국민주권과 민주제국민
法律新聞 第1896號 法律新聞社 國民主權과 民主制國民 姜京根 <崇實大法大副敎授 法學博士> ============ 11면 ============ 憲法裁判所 1989年9月8日宣告, 88헌가6決定 一. 決定要旨 憲法裁判所 全員裁判部(주심 韓柄寀)는 서울민사지방법원이 동법원 88가합46330不當利得金返還請求訴訟事件(原告 鄭寅鳳변호사) 재판의 前提가 된 국회의원선거법의 違憲審判請求에 대한 審判에서 동법 제33조(기탁금제도), 제34조(기탁금국고귀속제도)가 헌법제11조(평등권), 24조(참정권), 25조(공무담임권), 37조(권리의 본질적제한), 제116조(선거비용부담면제)의 정신에 위배된다고하는 違憲決定을 내렸다. 이 決定의 判旨는 「國會議員選擧法 제33조, 제34조의 違憲審判請求에 관한 決定」이란 책자에 85면에 걸쳐서 쓰여져있는데, 本稿에서는 이 決定이 그 토대로 삼고있는 國民主權論에 대한 論證過程을 통하여 나름대로의 지적을 하고자 한다. 二. 決定의 評釋 1. 形式的 國民主權主義理論의 援用實益없다. 判旨는 우리헌법의 최고이념으로서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들면서(위 決定文, 6면:이하「면」수만 표시함), 국민주권주의가 형식적이고 명목적인 정치용 국민주권주의이론과 실질적이고 능동적인 국민용 국민주권주의이론이 혼동되고(8면) 특히 형식적인 국민주권론을 합리화하는데 공헌한(9면) 선거법이 합리적으로 개정되어야할 당위성(8면)을 지적했다. 그리하여 형식적 국민주권이론은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이념적 통일체로서의 추상적인 전체국민을 주권자로 보면서(12, 27면), 국민대표의 의사결정이 국민의 뜻에 반하더라도 바로 전체국민의 의사결정인양 법적으로 의제하기에 거기에 대해서 어떠한 법적 항변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없는 것(28면)이라고 한다. 위 判旨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國民(Nation)主權(的 民主制) 理論에 가깝다 할 것인바, 그것은 國家와 동일시되는 國家的 國民(L, Etat-Nation)이 主權과 國家權力을 보유하지만(拙稿, 主權問題의 프랑스憲法理論的 接近, 「法曹」(제36권12호:1987년12월), 35∼52면:同, 主權과 國家權力槪念의 區分, 「考試硏究」(제170호:1988, 5), 110∼124면:同, 憲法上 國民主權에서의 國民(Nation)의 意味, 「法學論叢」(崇實大:제3집:1987), 143∼163면) 그 行使는 不可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동능력있는 行使者로서 主權的 勸力의 行使者인 國民的 人民(Peuple-Nation)과 國家權力行使者인 統治者(gouvernant)를 상정하게 되는데, 다만 國民的 人民은 實在하는 人民(peuple-reel)과 일치되지 않는 非現實的이고 추상적인 존재로서 실질적으로는 主權保有者인 Nation과도 같은 이념적 주체이기에 통치자에 대한 法的羈束을 미치지는 못한다. 때문에 통치자는 명목만이지 실제적인 구속은 받지않으며 마치 그가 국가나 국민적 人民인 것처럼 주권적 권력과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등 국민주권을 허구화시킬 가능성이 큰 것이고 그런 점에서 순수하게 被治的 民主制라 할 것이다(拙稿, 憲法上 人民主權과 憲法國家, 發表豫定). 그런데 이러한 국민주권론에 의하더라도, 判旨와 같이 시민대표가 전권을 가지고 독점하는 순수대표제 구조를 확립하고 국민을 무능력한 주권자로 전략(28면)시키는 것은 아니며, 경우마다 통치자의 養識에 맡겨져 있는 등 보다 더 직접적으로는 議會制(代表制)의 구조와 기능에 관계되는 문제일 뿐인 것이다. 判旨는 형식적 국민주권론이 구시대적 대표제 또는 순수대표제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28면)고 한다. 그러나 국민주권의 의미는 그 소극적인 면(拙稿, 憲法上 國民主權의 소극적 의미, 「考試硏究」(제176호:1988.11), 135∼147면)과 적극적인 면(拙稿, 憲法上 國民主權의 적극적 의미, 「考試硏究」(제179호:1989, 2), 47∼61면)이 있는데, 거기에서 前者가 의미하는 바는 군주주권을 배제하면서 동시에 루소적인 人民主權도 저지했다는 역사적 가치 즉 모든 개인적 주권(Souverainete individuelle)을 부인하여 혁명기 프랑스의 왕권배제와 인민의 격정으로부터 自由를 保護하는데(拙稿, 公的 自由로서의 基本權, 「月刊考試」(제116권11호:1989, 11), 91∼104면)그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실제적 유효성이라든지 法的가치가 결핍된 하나의 虛構(M Duguit)이기는 하나 이 원리는 어떠한 정부형태와도 양립될 수 있는 것이었고, 그 적극적 의미에서는 순수군주제를 부인한 국민적 군주제 그리고 순수민주제(인민민주제)를 부정한 代表民主制를 채택하여 국민국가와 대표정체를 형성시킨데 있었던 것이다(拙稿, 憲法上 國民主權의 의미, 「法制」(제271호:1989, 7, 10), 29∼39면). 따라서 국민주권의 역사적 소명은 거기에서 한계지워지면서 代表民主制 자체의 문제로 移行되기에, 判旨에서 말하듯이 형식적 국민주권론 하에서는 극히 제한적인 불평등한 선거제도의 절차로 선출된 국민대표가 정권을 가질 수 있었고 새로운 정치질서나 유능한 젊은 정치가의 출현과 성장을 방해해 왔고, 다수의 국민은 무능력한 명목상의 주권자로 전략하게 되어 민주정치문화는 경제발전에 뒤따르지 못하고 오히려 구시대로 후퇴하는 결과(63면)로 되었다는 비판은 主權論의 문제라기 보다는 議會制民主政의 문제인 것이고 그렇다면 형식적 주권론을 들어서 本件을 裁斷할 가치나 實益은 없는 것이다. 2. 實質的 國民主權主義理論은 正當性理論이어야 한다. 判旨는 권력이나 주권자체가 실제로 국민의 것이 되지 아니하는 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의 침해는 근절되기 어렵기(9면) 때문에 가능한 한 주권의 보유와 행사를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국민주권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이 되도록 헌법해석을 하여야(12면)하는데, 그러한 실질적, 능동적 국민주권론은 국민이 실제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국가의 최고의사를 결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주인역할을 해야된다는 실질적·생활용 국민주권이론(30면)이라고 한다. 이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人民的 國民主權(作 民主制)理論을 말하는 것 같다. 즉 國家와 同視되는 국민이 아니라 인민전체와 일체시되는 人民的 國民이 主權과 國家權力을 保有하면서도 主權(的 勸力)을 행사하는 國民的 人民으로도 기능하는데 人民的 國民과는 달리 國民的 人民은 전체시민이라기 보다는 실제로 행동하는 實在하는 人民과 일치되려고 하는 바, 점차 일치되어질 때 순수한 루소적 人民主權이 아니라 전체적인 의미에서 實在하는 人民에게 主權이 歸屬되면서 憲法國家나 價値的 民主制와도 양립할 수 있게되고 개개시민의 자유는 극대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치되지 않을 때에는 순수한 國民主權的 民主制에로 접근할 것이다. 또한 국가권력의 행사자로서의 통치자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경우에 따라서 國民的 人民의 强制的·實質的 천束을 받게된다. 즉 국민적 인민이 實在하는 人民에 가깝게 될 때 통치자는 진실로 국민과 인민 각자에게 봉사하는 統治的 民主制로 될 것인데, 이는 代表改體를 보완하는 의미에서의 準代表制, 準直接民主制로서 主權者의 자유와 통치자의 裁量性을 조화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쟝 쟈크 루소가 형식적 추상적 국민주권론을 허구적인 것으로 지적하고 실질적 능동적 국민주권론을 제창(28면)했다는 判旨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루소는 순수한 人民主義(的 民主制)理論을 주장하였는데 여기에서의 人民은 개개시민으로서 그러한 個別 人民이 主權을 保有하면서 행사하고 統治者를 强制천束하여 단순한(裁量權없는) 執行員으로 만들면서 權力을 형성하기에 시민의 自由를 극대화한 순수한 統治的 民主制이기는 하지만, 憲法國家나 價値的 民主制와는 合致되지 않기에, 判旨가 말하는 실질적 능동적 국민주권론은 人民적 國民主權論일것이고, 따라서 루소는 그러한 이론을 제창한 것이 아니라 個別的 人民主權論만을 제시한 것이다. 또 判旨(28면)와 같이, 시민대표들 역시 실질적 국민주권론이 자기들의 기득권에 위협을 줄 것을 두려워하여 형식적 국민주권론을 내세웠다하는 것도 문제이다. 즉 당시의 시민대표들은 국민주권이야말로 人民의 격정으로부터 시민사회를 지킬 수 있다 ============ 9면 ============ 하여 개별적 인민주권만을 멀리했던 것이고 비록 급진과 온건의 구별은 있었다 해도 혁명의 이념은 똑같이 실현시키려 했던 것이다. 설령 그랬더라도 우리 국가사회에 이 判旨를 援用할 理由는 없는 것이다(拙稿, Carrede Malberg의 「國家一般理論」에서의 국가와 국가권력, 「公法硏究」(제16집:1988) 309∼327:同, 代表改體의 憲法的 의미와 眞正民主制, 「考試硏究」(제183호:1989, 6) 50∼66면:同, 國民投票權, 「考試界」(제387호:1989, 5), 65∼80, 92면). 또 民主的 國民主權論은 통치자의 국가권력행사가 국민적 인민의 대표성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것 즉 통치자의 권력행사가 정당성을 가져야되는 것이기에, 判旨(데면)에서처럼 반정도만 국민의 대표가 일을 하고 반정도는 국민의 민의가 정치에 반영된다는 이른바 반대표제 또는 반정도는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한다는 반직접제가 국민대표제의 실상이라는 것은 국민주권과 政體의 관련성외에 民主制와의 관계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한다. 三. 國民主權論의 限界로서의 民主制國家論 判旨의 실질적 국민주권주의가 결국 人民的 國民主權論과 통한다면 그 목적하는 바는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통치자를 인민이 강제적으로 천束하는 데서가 아니라, 통치자의 自律的 裁量性을 인정하면서 그 권력행사가 결국에는 인민적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正當性 原理에 두어야 할 것인바, 그것이 우리 헌법 제1조2항후문의 「모든 權力은 國民으로부터 나온다」의 해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점을 국민주권의 무리한 강요가 아니라 民主制에서 그 한도를 보이는 것 즉 우리헌법 전문과 제8조4항에서의(自由) 民主的 基本秩序에서 本件解決의 기준을 찾아야 될 것인데, 그 핵심은 政權의 정기적인 교체가능성일 것이며 이는 複數政黨制 특히 合憲的 野黨의 存在(BVerfGE 2, 1(12, 13, 69):5, 85(224))에 의해서 보장될 것이다. 選擧에 의한 民主制 實現에 있어서, 大衆民主制國家에서의 고립된 개별적 人民의 意思는 오늘날 무의미하며 정치적으로 성숙한 大衆을 조직적으로 수렴할 가능성을 충족시키는 政黨에 의한 政黨國家的 民主制가 필수적인 점(桂禧悅, 「憲法裁判에 관한 참고인진술집」(憲法裁判資料 제2집:1989, 9) 19면)에서 判旨가(13면) 현대선거제도의 원리가 개인의 민주주의적 정치참여에의 실현을 기한다는 것은 의문이다. 결국 國民的 人民의 意思를 결집시켜서 우리헌법상 民主制의 目的인 정권교체를 가능케 하는 강력한 反對黨의 형성을 위해서는 개인적 의사의 무의미한 수렴보다는 조직화된 대중의사의 수렴을 가능케 하는 選擧法制를 가져야 하는바, 그럴 때 기탁금제도가 실효성을 발휘케 하도록 하는 어느 額數(1천만원 정도)는 헌법전체적 해석과 國會立法形成權의 입장에서 볼 때 違憲은 아닌 것이고, 判旨가 말하듯 정치의 정당독점(14면)이 아니라 오히려 國民主權의 實質化를 도모하는 것이다.
198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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