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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친권자가 아닌 부모의 미성년자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의무자 책임
1. 사실관계 A(당시 17세)는 2018년 8월 3일 망인과 성관계를 하던 중 휴대전화 카메라로 망인의 나체 또는 속옷 입은 모습을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A는 같은 달 19일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망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위 사진을 전송하면서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였다. 망인은 같은 달 20일 새벽 1시 A가 보낸 메시지와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여 자신의 SNS에 게시하였고,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 친구를 만나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다음, 12시 25분 투신하여 자살하였다. A는 망인에 대한 사진 촬영 및 협박 행위에 관하여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B는 A의 아버지로 A가 2세 때 A의 어머니 C와 협의이혼을 하였고, A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C가 지정되었다. 망인의 부모와 여동생은 A의 협박으로 망인이 사망하였으므로, A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B와 C는 A의 부모로서 미성년자 A가 위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보호감독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게을리하였으므로 A와 공동하여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다. 2. 하급심의 판단 가. 제1심의 판단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A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A가 미성년자인 점, 사망에 대한 고의까지는 없는 점, 망인이 다른 성추행 사건 등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어 불안장애 및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점 등을 참작 A의 책임을 60%로 제한). B와 C에 대하여는 부모(특히 C는 A와 같이 살았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A가 의존하면서 C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었음)로서 평소 A가 올바른 성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성교육 등을 실시하고 그외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을 하도록 일반적·일상적인 지도·조언 등 감독교육의 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하여 망인의 사망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① C에 대하여는 A의 책임이 60%로 제한된 점, A가 다른 학교생활에서는 큰 문제없이 지내온 점 등을 고려 책임을 40%로 제한, ② B에 대하여는 C와 같은 사정 외에도 B가 A와 함께 살지 않아 A의 일탈을 사전에 감지하기는 쉽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 B의 책임을 10%로 제한). B는 C와 이혼하여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아 A를 감독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자의 보호교양에 관한 권리의무가 친권자의 권리의무로 지정되어 있지만(제913조) 이는 친권자의 권리의무 이전에 부모로서의 권리의무이고,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도 자녀에 대한 양육자와 양육에 필요한 사항은 부모의 협의에 따라 정하고(제837조), 양육권을 가지지 않는 부모 일방은 면접교섭권을 행사하여 자의 보호교양에 일정 정도 관여할 수 있으므로(제837조의2) 이혼을 하면서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할 수는 없어 피고 B는 친권자인 C와 함께 A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주장을 배척했다. 나. 항소심의 판단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들(A, B, C)이 모두 항소하였다. 그러나, 수원고등법원은 망인의 손해액을 일부 줄여 피고들의 항소를 일부 인용하면서도, 피고들의 책임의 성립여부 및 그 범위에 대하여는 제1심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3. 상고심의 판단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B가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 중 B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친권자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며 교양할 법적인 의무가 있고, 부모와 함께 살면서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미성년자는 부모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으므로, 그 부모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학교 및 사회생활을 하도록 일반적·일상적으로 지도와 조언을 할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므로 그러한 부모는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로서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그런데, 이혼으로 인하여 부모 중 한 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에게는 자녀의 보호교양에 관한 제913조 등 친권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비양육친은 자녀와 상호 면접교섭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이는 이혼 후에도 자녀가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원만한 인격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제3자와의 관계에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감독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양육비 분담 의무만으로 비양육친이 일반적·일상적으로 자녀를 지도하고 조언하는 등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비양육친도 부모로서 자녀와 면접교섭을 하거나 양육친과의 협의를 통하여 자녀 양육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① 자녀의 나이와 평소 행실, 불법행위의 성질과 태양, 비양육친과 자녀 사이의 면접교섭의 정도와 빈도, 양육 환경, 비양육친의 양육에 대한 개입 정도 등에 비추어 비양육친이 자녀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지도·조언을 함으로써 공동 양육자에 준하여 자녀를 보호·감독하고 있었거나, ② 그러한 정도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면접교섭 등을 통해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자녀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부모로서 직접 지도·조언을 하거나 양육친에게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이 비양육친의 감독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양육친도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피고 B는 A의 아버지이지만 A가 어릴 때 C와 이혼한 이후로 A의 친권자 및 양육자가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에 대하여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4. 평석 민법 제755조 1항 본문은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책임의 주체를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고,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판결에서도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여 책임의 주체가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는 친권자(제913조 등)와 미성년후견인(제945조, 제946조, 제949조)이다.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자의 친권자로서 갖는 권리와 의무 및 권한과 책임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이다. 민법은 단순히 부모로서 갖는 권리의무(성년후견개시청구권, 생명침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권, 혼인동의권, 미성년자 입양동의권, 친권자지정 청구권, 부양을 받을 권리와 부양의무, 상속권 등)와 친권자로서 갖는 권한(미성년자의 법률행위에 대한 동의권,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자 책임, 보호 및 교양의 권리의무, 법률행위대리권, 미성년후견인 지정권)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혼이나 혼인취소 또는 혼인외의 출생자가 인지되는 경우 등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는 원칙적으로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이혼 등으로 부모 일방이 친권자로 지정된 경우 부모 사이에 친권자 변경에 관하여 합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가정법원의 심판 등 재판이 있어야 변경될 수 있는 점, 부모 사이의 명시적인 합의가 아니더라도 친권자가 아닌 부모가 사실상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친권자가 아닌 부모에게 포괄적인 보호감독권한이 아니더라도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보호감독권한을 인정할 필요할 필요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이혼 후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라도 예외적으로 감독의무자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이념에 비추어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한편, 종래 '친권'과는 별도로 '양육권'이라는 표현이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현행 민법상 기본적으로 친권 외에 양육권이라는 개념을 별도로 쓸 필요는 없다(친권자나 미성년후견인의 권한의 일부). 다만, 친권자가 부모 공동으로 지정되었지만 부모 일방이 미성년자를 직접 보호양육하는 등 신상보호를 하는 경우, 부모가 친권자이지만 조부모 등 제3자가 사실상 미성년자의 신상보호를 하는 경우, 부모가 친권자인데 부모의 친권이 일부 제한되거나 재산관리권 등을 사퇴하여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되고 그 미성년후견인이 제한되거나 사퇴한 권한과 함께 미성년자의 신상보호를 맡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양육자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성년자의 부양의무는 친권자로서 부담하는 의무가 아니라 부모(직계혈족)로서 지는 의무이고, 양육비청구권은 부양료에 대한 구상권이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미성년자녀
감독의무
양육자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2022-07-11
점유취득시효 완성 후 재진행의 요건
Ⅰ. 사실관계 및 대법원 판결 1. 사실관계 이 사건 대지에 관해서는 1982년 2월15일 소외 1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후 1988년 3월25일 소외 2 명의로, 1988년 9월10일 원고 명의로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순차로 마쳐졌다. 한편 피고는 1961년 1월경 이 사건 대지와 연접한 같은 동 토지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매수하면서 이 사건 대지의 일부인 이 사건 계쟁토지의 점유를 승계하여 텃밭으로 점유 사용하여 왔다.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계쟁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본소)을 제기하자, 피고는 위 토지에 관하여 원고를 상대로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반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소외 1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후에 소외 2 및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순차로 마쳐졌으므로 소외 1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시점을 새로운 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하여 피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하고 원고의 본소청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으나 이 판결에는 반대의견 및 다수의견에 대한 2개의 보충의견이 있었다. 2.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의 요지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후 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그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경우라 하더라도 당초의 점유자가 계속 점유하고 있고 소유자가 변동된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아도 다시 취득시효의 점유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점유자로서는 제3자 앞으로의 소유권 변동시를 새로운 점유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 2차의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1994. 3.22. 선고 93다463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는 점유자의 종래의 사실상태의 계속을 파괴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취득시효를 중단할 사유가 되지 못하므로, 새로운 소유명의자는 취득시효완성 당시 권리의무 변동의 당사자로서 취득시효완성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할 것이어서 시효완성자는 그 소유명의자에게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있는 바, 이러한 법리는 위와 같이 새로이 2차의 취득시효가 개시되어 그 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다시 변경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종래 이와 달리 부동산의 취득시효가 완성된 후 토지소유자가 변동된 시점을 새로운 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 2차의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려면 그 새로운 취득시효기간 중에는 등기명의자가 동일하고 소유자의 변동이 없어야만 한다는취지로 판시한 종전의 판결들(대법원 1994. 3.22. 선고 93다46360 전원합의체 판결 등)은 모두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Ⅱ. 評釋 1. 이 판결의 의미 종래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에 관해서는 판례가 정립한 5가지 원칙이 있었다. 제1원칙: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된 경우에 점유자는 원소유자에 대하여 등기 없이도 그 부동산의 시효취득을 주장하여 대항할 수 있다. 제2원칙: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진행되던 중에 등기부상의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에는 이는 시효중단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점유자는 점유취득시효완성 당시의 등기부상의 소유자에 대하여도 취득시효완성의 효과를 주장할 수 있다. 제3원칙: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등기를 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제3자가 그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에는 점유자는 그 제3자에 대하여 취득시효완성의 효과를 주장하여 대항할 수 없다. 제4원칙: 점유자는 실제로 점유를 개시한 때를 점유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야 하고 그 기산점을 임의로 선택할 수 없다. 제5원칙: 점유취득시효 완성 후 소유자의 변동이 있은 경우에도 소유자가 변동된 시점을 기산점으로 다시 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는 경우에는 점유자는 소유자에 대하여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 이 중 제5원칙은 대법원 1994년 3월22.일 선고 93다46360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된 것이다. 그런데 위 판결은 점유자가 점유취득시효 완성 후 소유권을 취득한 자에 대하여 새로이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는 요건으로서 그 소유권 취득 후 현재까지 소유자의 변동이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원심판결은 위 판결의 취지에 따라 피고의 취득시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인정한 제5원칙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하면서도 점유취득시효 완성 후의 새로운 소유자에 대한 2차의 취득시효가 개시되어 그 취득시효기간이 경과되었으면 그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다시 변경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하여, 그 한도 안에서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변경한 것이다. 2. 제3원칙의 합리성 위와 같은 5개의 원칙 가운데 특히 제3원칙에 대하여는 종래부터 논란이 많았다. 제4원칙과 제5원칙도 제3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다. 판례가 제3원칙과 제4원칙의 근거로서 들고 있는 것은, 그렇게 보지 않으면 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당사자는 등기 없이 언제나 제3취득자에 대하여 시효의 완성을 주장하고 그에 관해서 등기를 청구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권리관계를 주장할 수 있게 되어 등기제도의 기능을 몹시 약화시키고 부동산에 관한 거래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대법원 1976. 6.22. 선고 76다487, 488 판결 등). 그러나 그에 대하여 비판하는 견해는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 전의 부동산 취득자와 완성 후의 취득자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더 오랫동안 점유한 자에게 시효취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취득시효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종래의 판례를 지지하는 견해도 대체로 적극적으로 판례이론이 정당하다는 근거를 제시하기보다는 소극적으로 종래의 판례이론에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대상판결 가운데 박시환 대법관의 보충의견도 이러한 취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사견으로는 점유취득시효기간 진행 중에 소유권을 취득한 자와 취득시효 완성 후에 소유권을 취득한 자를 달리 취급하는 데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생각된다. 시효기간 진행 중에 소유권을 취득한 자는 점유자에 대하여 시효중단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반면, 취득시효 완성 후에 소유권을 취득한 자는 취득시효를 중단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한다면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소유자에게 이를 주장할 수 있기 위하여는 그 취득시효가 완성하기 전에 소유자가 이를 중단시킬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한다면 소유자에게도 이를 위한 방어수단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취득시효의 중단이 이러한 방어수단에 해당한다. 만일 소유자가 취득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취득시효의 완성을 인정한다면 이는 소유자에게 방어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하는 것이 되어 점유자와 소유자를 공평하게 다루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종래 제3원칙을 전제로 하는 제4원칙(취득시효의 기산점에 대한 이른바 고정설)에 대하여는 점유자가 그 기산점을 임의로 주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른바 역산설이 주장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점유자가 그 기산점을 임의로 주장할 수 있게 한다면 시효 완성 후에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의 취득시효 중단 주장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점유 기간이 20년을 넘기만 한다면 새로운 소유자가 취득시효 중단을 주장하더라도 그 시점에 앞서서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시효 완성 후의 새로운 소유자는 시효 완성 당시의 소유자를 승계한 것이기 때문에, 시효 완성 당시의 소유자보다 더 유리하게 될 수는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은 설득력이 없다. 만일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것이 당해 토지에 대한 물적 부담에 해당한다면 이를 가지고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취득시효 완성을 물적 내지 물권적 부담으로 해석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취득시효 완성을 제3자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 물권적인 것으로서 인정한다면, 제3자는 전혀 공시되지 않은 부담을 승계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소유자에게는 점유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점유자에게 소유의 의사가 있었는지, 점유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등은 전혀 공시되지 않아서 새로운 소유자는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종래의 판례가 제3원칙이나 제4원칙의 근거로서 등기제도의 기능을 몹시 약화시키고 부동산에 관한 거래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하는 점을 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3. 점유취득시효 재진행의 요건 이처럼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는 당사자가 누구인가를 그 당사자가 취득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가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하게 되면, 제5원칙의 근거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판례가 설명하는 것처럼, 당초의 점유자가 제3취득자의 등기 후에도 계속 점유함으로써 다시 취득기간이 완성되었는데도 시효취득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일단 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한 후 제3자 명의로 이전등기된 부동산은 새로운 권원에 의한 점유가 없는 한 영구히 시효취득의 대상이 아니게 되는 불합리한 점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이 경우에 새로운 소유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때로부터 새로 시효기간을 진행하게 한다면 새로운 소유자로서도 그 취득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불합리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밀고 나간다면, 대상판결에서 문제되고 있는, 새로운 소유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후 다시 시효기간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 소유자가 바뀐 경우라고 하여 취득시효의 완성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이 경우에도 다시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은 역시 취득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994년의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이 새로운 소유자의 소유권 취득 후 취득시효 기간이 완성되기 전까지 소유자의 변동이 없을 것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이 이 점에 관하여 판례를 변경한 것은 타당하다. 그런데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취득시효 완성 후에 새로운 소유자가 나타난 경우뿐만 아니라, 취득시효 진행 중에도 소유자가 변경되면 점유자로서는 그때부터 다시 새로운 시효가 진행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점유개시시부터는 20년이 경과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지만 시효진행 중에 소유권이 변동된 때로부터는 20년이 경과하지 않은 제3자에 대하여는 소유권 변동 후 20년이 경과하면 바로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인정하기 곤란하다. 일단 점유개시시부터 20년을 경과하면 그 때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있었는데, 이를 게을리하다가 새로운 소유자가 나타난 경우에 그에 맞추어 시효의 기산점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취득시효 완성 후에 비로소 소유자가 바뀌었는가, 아니면 완성 전에 일단 소유자가 바뀌고 완성 후에 다시 소유자가 바뀌었는가 하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점유자만을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餘論 그런데 입법론적으로는 현행의 점유취득시효제도는 불합리한 점이 있으므로 그 개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가 스스로 불법을 행한 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비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기산점에 관한 복잡한 논의가 있는 것은 등기된 부동산에 대해서도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점유취득시효제도는 등기제도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가 구성되어 취득시효제도에 대하여도 개정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 귀추를 주목하여 볼 필요가 있지만, 사견으로는 부동산의 점유취득시효는 등기되지 않은 토지에 대하여만 인정하고, 취득시효 기간이 완성되면 공시최고절차를 거쳐 법원의 판결을 받아 등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여러 가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이 우리 민법에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되는 만주국 민법이나 스위스 민법의 태도이기도 하다.
2009-08-10
갑판적 자유약관
1. 판결의 요지 가. 사실관계 2005년 4월1일 부산에서 선적된 컨테이너 화물 7대는 같은 달 6일 나고야에 도착했는데, 같은 달 14일 개봉해 보니 갑판적 컨테이너 4대에 적입됐던 화물에 침수손과 녹손이 발견됐다. 이는 갑판적 운송 중 해수노출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밝혀졌고, 선창 내 적부 운송된 컨테이너 3대의 화물은 손상을 입지 않았다. 피고 1은 복합운송업자이고 피고 2는 해상운송업자였는데, 피고 1, 2의 선하증권 표면에는 화물을 갑판적 운송한다는 유보문구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 피고 2가 발행한 마스터 선하증권 이면약관에는 “제15조. 갑판적: (1) 운송인은 컨테이너 화물을 선창 이외에 갑판 위에 선적할 권리가 있다. (2) 화물이 갑판적 운송될 때, 운송인은 선하증권 표면에 이를 기록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돼 있었다. 피고 1 발행의 하우스 선하증권에는 갑판적 관련 규정이 없었다. 나. 판결요지 법원은 피고들이 화물을 선창에 안전하게 적부해서 운송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하면서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했다. 한편 피고들은 포장당 책임제한을 항변했으나, 법원은 (1) 화물이 로봇으로서 정밀하고 예민했고, (2) 갑판적은 강한 바람이나 파도, 비, 해풍, 직사광선, 태양열, 극심한 온도변화에 의해 용기나 화물이 손상될 위험이 크며, (3) 갑판적 화물이 손상된 경우 이를 공동해손액에 산입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별도 갑판적 약정없이 화물을 갑판적 운송한 것은 무모한 행위에 해당해 포장당 책임제한 배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피고 2는 갑판적 자유약관이 있으므로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1) 피고 2가 피고 1이나 원고에게 갑판적 자유약관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고, (2) 피고 2 발행의 선하증권 표면에 갑판적 규정이 없으며, (3) 피고 1이 원고에게 발행한 선하증권 표면과 이면에 갑판적 규정이 없으므로 피고 2는 원고에 대해 선하증권 이면약관을 원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피고2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의 청구 중 물건 가액에 대해서는 전부 인용하고, 원고 직원들의 해외출장비용 부분은 기각했다(현재 본 사건은 쌍방이 항소해 서울고법에 계속 중이다). 2. 평 석 가. 갑판적의 의미 갑판적은 화물을 선박의 갑판에 적부하는 것으로서, 선창 내 적부하는 것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갑판적 운송은 다수 국가의 법률에서 금지돼 왔고, 다만 운송인이 운송물을 갑판적으로 할 수 있다는 당사자의 특약이 있거나 관습이 있는 경우 등에 인정돼 왔다. 최근 컨테이너 운송과 더불어 갑판적이 일반화되고 있으나, 컨테이너 형태에 따라 갑판적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나. 운송약관 조항 설명의무 법원은 피고 2가 갑판적 자유조항에 대해 화주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그간 이면약관의 내용이 상관습 내지 그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운송약관에 대한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던 운송업계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통상 갑판적의 경우 적하보험에서 담보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화주들이 사전에 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또한 운송업계 종사자들은 약관에 대한 설명의무가 비교적 광범하게 인정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대상판결에서 시사하고 있는 바와 같이, 특수한 성격의 제품(고가의 정밀 제품)이면 단지 이면약관에 의존하지 말고 개별 운송계약서를 별도로 체결해서 쌍방간 권리의무 관계를 명확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 판례의 경향 대법원은 운송인이 화주의 동의 없이 로우어 쉘 1상자를 갑판적으로 운송한 사안에서 운송인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가 있다고 보아 운송인의 책임제한을 배제한 바 있다(대법원 2006.10.26. 선고 2004다27082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법원에서는 화주가 갑판적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점을 중요한 논점으로 언급하고 있다. 영국법원은 화주의 동의없는 갑판적을 근본적 계약위반의 유형으로 논의해 왔으나, Photo Production v. Securicor Transport 판결이 근본적 계약위반의 이론을 폐기하고 개개의 계약내용의 의미를 해석해서 운송인의 면책여부나 책임제한 적용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한 이후 확립된 견해가 없는 듯하다. 다만 하급심판결로 화주의 동의없는 갑판적 운송에 대해 헤이그-비스비규칙에 규정하고 있는 포장당 책임제한 조항을 원용할 수 없다고 한 것이 있으나(Wibau Maschinenfabric Hartman v. Mackinnon Mackenzie(챤다호 사건)(1989) 2 Ll.R.494.), 영국법원(The Commercial Court of London)은 운송인이 임의로 갑판적 하여 항해하던 중 황천으로 화물이 멸실된 사건에서 헤이그규칙상의 책임제한권을 인정해 위 챤다호 판례의 취지와 다르게 판단한 바 있다(The Kapitan Petko Voivoda [2002] EWHC 1306 COMM). 한편 함부르크규칙 제9조에는 갑판적에 대한 화주와 운송인의 계약관계나 관습이나 법령의 존재 여부에 따라 그 법률 효과를 달리 규정하고 있다. 즉 당사자의 의사나 갑판적 관습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고의나 무모성 등을 판단해 책임면제 또는 책임제한 여부를 정하고 있으며, 운송인이 화주와 명시적으로 선창에 선적해 운송하기로 한 약정에 반해 갑판적 운송을 한 경우에는 운송인은 포장당 책임제한규정을 원용할 수 없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함부르크규칙이 화주의 입장을 고려한 국제협약임에 비추어 볼 때, 향후 갑판적의 효과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특히, 당사자간의 명시적인 갑판적 약정이 없는 경우 개별사안에 따라 책임제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영국법원의 판례경향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보여진다. 라. 평 가 대상판결의 경우는 당자자간에 명시적으로 갑판적으로 운송할 것으로 또는 운송하지 않을 것으로 약정한 경우가 아니므로, 함부르크규칙과 관련해 살펴본 바와 같이,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해 운송인의 책임면제 또는 책임제한 배제여부를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우리 상법 책임제한규정은 화주에게 심히 불리해 책임제한 배제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운송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점, 통상의 컨테이너에 비해 Flat-Rack 컨테이너의 경우 갑판적에 적합하지 않아 화물이 손상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 본 건 화물이 정밀한 제품이라는 점, 갑판적의 경우 보험에 부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대상판결에서 설시하고 있는 갑판적으로 인해 증가하는 위험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운송인이 갑판적 자유조항을 이면약관에 부동문자로 인쇄하는 것만으로 책임제한 항변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화주에게 너무 가혹하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이 운송인의 책임제한을 배제한 것은 타당하다. 마. 결 론 이 판결은 이전의 대법원 판결과 비교해 볼 때, 갑판적을 이유로 고의 또는 무모성이 인정된다고 설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나, 그 외에도 설명의무나 갑판적 표시방법 등을 다루고 있어 실무상 의미있는 판결이다. 입법론적으로는 갑판적과 관련하여, 함부르크 규칙과 같이 각 당사자들의 합의나 관습의 존재 등을 고려해 사안별로 나누어 상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함부르크규칙에 의하더라도 개별적인 적용에 있어서는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바, 판례 축적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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