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律新聞
2431호
법률신문사
背書의 僞造와 善意取得
일자:1995.2.10
번호:94다55217
崔竣璿
全北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4면 ============
I. 事實槪要와 原審의 判斷
被告 주식회사 금호개발은 訴外 종합건축사무소 아키반티에스(소외회사)에게 약속어음을 발행·교부하였는데, 소외회사의 총무부장이던 訴外 김철근이 이를 보관하고 있다가, 그가 업무상 보관중이던 소외회사의 대표이사의 도장을 不正使用하여 同어음에 僞造背書한 후 原告 X에게서 할인 받았다. 原告가 위 어음의 支給提示를 하자 被告는 同어음상의 소외회사명의의 背書는 僞造된 것으로 無效라 할 것이어서, 原告로서는 適法한 背書讓渡로 위 각 어음을 承繼取得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支給을 拒絶하였다. 이에 대하여 原告는 위 어음을 취득할 당시 김철근의 身分을 확인하였고, 被告會社에 대하여도 事故어음인지 여부를 照會하였으므로, 同어음을 善意取得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第1審(서울민사지방법원 1994년5월6일 선고, 93가단126080 판결)에서는 被告勝訴, 第2審에서는 被告 敗訴判決을 하였고, 이에 被告가 上告하였다.
II. 大法院 判決要旨
어음의 善意取得으로 인하여 治癒되는 瑕疵의 範圍, 즉 양도인의 범위는 양도인이 無權利者인 경우뿐만 아니라 代理權의 欠缺이나 瑕疵의 경우도 포함한다. 따라서 代理權의 欠缺의 경우에도 善意取得이 인정되므로 被告의 上告를 棄却하고 原審을 확정한다.
III. 硏 究
1. 問題의 所在
大法院은(原審法院도 같다) 배서가 위조된 약속어음청구사건을「어음의 善意取得으로 인하여 治癒되는 瑕疵의 範圍問題」로 보아, 어음의 양도인이 無權利者가 아닌 無權代理人인 경우에도 선의취득이 가능한지를 다루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음의 善意取得의 諸要件 중 讓渡行爲의 瑕疵(背書의 실질적 瑕疵)와 관계된다(어음法 제16조 제2항·手票法 제21조). 이와 같은 法院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우선 法院이 취한 관점에서 접근하기로 한다.
2. 讓渡行爲의 瑕疵
善意取得은 형식적 資格者로부터 背書에 의하여 어음을 讓受하였으나, 背書人이 無權利者로서「그 背書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는 瑕疵」가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그러나 背書人이 無權利者인 경우 외에도, ①代理權의 欠缺·無處分權 ② 人的 同一性의 欠缺 ③ 無能力 ④ 意思表示의 瑕疵 등의 경우에도 善意取得이 인정되느냐에 관하여 學說이 갈린다. 과거 일본 및 우리나라의 通說이었으나 현재는 少數說인 第1說은 無權利者 限定說로서, 善意取得에 의하여 보완될 수 있는 瑕疵란 民法上의 善意取得(民法 제249조)에서와 같이「無權利者」로부터 取得한 경우에 한정한다. 이에 대하여 第2說은「無權利者」로부터 取得한 경우 외에도 善意取得의 성립을 인정하는 견해로서, 이 學說은 다시 ⓐ 無制限說(현재의 多數說) ⓑ 無能力者 除外說 ⓒ 部分的 制限說로 나뉜다. 筆者의 견해로는 無權代理, 無能力, 意思表示의 瑕疵등 각 制度의 취지와 外觀保護 그리고 善意取得制度의 趣旨에 따라 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하되, 양도인이 無能力者인 경우와 양도인에게 意思表示의 瑕疵(詐欺·强迫)가 있는 경우에는 선의취득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아, 위 ⓒ 部分的 制限說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핀다면 다음과 같다.
(1) 代理權의 欠缺이나 處分權(예컨대 破産管財人·遺言執行者·相續財産管理人·委託賣買人등의 處分權)에 欠缺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善意取得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善意取得制度는 양도인의 형식적 資格者를 신뢰한 者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無權代理人 또는 無處分權者가 代理資格 또는 處分資格을 표시하여 어음행위를 하고, 그 양수인이 그의 代理權 또는 處分權을 믿은 경우에는 外觀信賴에 대한 보호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에는 대개 이 사건에서와 같이 배서인이 使用者責任을 져야 하는 등 배서인측에 歸責事由도 있다. 이 때 無權代理에 관한 民法과 어음·手票法의 규정도 重疊的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無權代理人도 어음法 제8조 및 手票法 제11조에 의거, 어음상의 責任을 져야 한다.
(2) 양도인이 無能力者인 경우를 본다. 양도인이 無能力者인 경우에는 民法의 一般理論에 따르면 取消할 수 있는 행위가 되므로, 取消되기 전까지는 有效한 法律行爲로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어음의 善意取得에 관한 규정은 權利의 取得에 관한 규정이므로, 이것이 民法의 能力에 관한 규정을 優先할 수는 없다. 善意取得이 民法上의 無能力을 治癒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無能力者의 法定代理人은 어음행위를 取消할 수 있다고 본다. 어음행위의 取消의 효과로서 이미 받은 어음金을 반환하고 어음을 還收할 수 있다고 본다.
無制限說에 의하면 無能力者는 어음을 所持하지 않으므로 어음上의 權利를 가질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어음上의 責任을 부담하는 것도 아니므로 無能力者 등의 保護規定이 완전히 沒却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어음의 양수인이 無能力者임을 기화로 현저하게 부당한 가격으로 어음을 할인해 준 경우, 그 무능력자측에서 어음행위를 取消하지 못하고 어음을 상실하게 된다면 善意取得의 이름으로 不法이 恣行되게 된다. 讓渡人의 無能力의 경우에도 선의취득을 인정하는 無制限說은 부당하다.
(3) 양도인에게 意思表示에 하자가 있는 경우를 본다. 양도인의 意思表示에 瑕疵가 있는 경우에는 民法의 一般論理에 따르면 取消할 수 있는 행위가 되므로, 取消되기 전까지는 有效한 法律行爲로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양수인이 詐欺 도는 强迫에 의존하여 어음을 취득한 경우(민법 제110조 제1항) 또는 제3자의 詐欺나 强迫이 있고 양수인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민법 제110조 제2항)에는 양도인은 그 어음행위를 取消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한다. 따라서 善意取得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만약에 이 경우 善意取得을 인정한다면 善意取得의 이름으로 詐欺와 强迫과 같은 不法이 恣行될 수 있다. 다만 詐欺 또는 强迫에 의존하여 취득한 어음이더라도 이를 轉得한 제3취득자에 대하여는 대항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民法 제110조 제3항). 意思表示의 瑕疵의 경우에도 善意取得을 인정하는 無制限說은 정당하지 아니하다.
한편 양도인에게 錯誤가 있는 경우에는 양도인에게 歸責事由가 있다. 따라서 양도인에게 錯誤가 있는 경우에는 善意取得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4) 背書人의 人的 同一性이 欠缺된 경우, 즉 양도인이 어음증권상의 최후의 被背書人 또는 適法한 所持人과 동일인이라고 양수인이 믿은 경우를 본다. 소지인과 피배서인의 동일성은 어음의 外觀으로부터 알 수 없는 사항이고, 따라서 이때에도 善意取得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5) 小結: 이상과 같이 구체적인 각 경우를 살피면 無權利者 이외의 경우에도 善意取得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양도인의 代理權의 有無 또는 所持人과 被背書人의 同一性등 어음의 外觀으로부터 알 수 없는 사항을 신뢰하고 背書받은 마지막 所持人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어음의 유통성은 크게 저해될 것이다. 그러나 양도인이 無能力인 경우와 意思表示에 瑕疵가 있는 경우에는 善意取得을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無制限說의 입장은 私法의 基本原則을 파괴하는 學說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學說이다. 第1說(無權利者 限定說)보다는 部分的 制限說이 타당하다. 無權代理의 경우에 관하여만 본다면 第2說에 속하는 모든 學說이 善意取得을 인정하나, 第1說만은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다.
3. 本判決의 問題點
法院은 본 判決에서 양도인이 無權代理人인 경우에도 善意取得이 인정된다고 보아, 위 第2說 중 어느 하나를 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실 본 판결은 어음法上의 無權代理에 관한 判決이 아니다. 訴外 김철근이 대표이사의 배서를 위조함에 있어 本人(회사)를 위하여 이를 한다는 意思도 없었고, 자신의 이름으로 배서하지도 아니하였다.
어음法은 엄격한 顯名主義를 취하므로, 양도인의 記名捺印이 어음상에 나타나지 아니하는 無權代理란 있을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어음의 양도인 김철근은 타인의 法律行爲를 대리한 것이 아니라, 어음을 절취·위조한 것이다(이 사건은 原審判決文에 잘 나타나 있다). 어음이 盜難·遺失된 경우에는 전형적인「讓渡人이 無權利者」인 경우로서 어느 學說에 의하던 善意取得이 인정된다. 따라서 本判決은 讓渡行爲의 瑕疵에 관하여 과거 學者들간의 通說을 배척하고 현재의 多數說인 第2說을 채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음을 절취·위조 배서한 경우에도 배서의 연속이 있으므로, 피배서인에게 惡意·重過失이 없는 한 선의취득이 인정된다고 하는 점에서 반드시 위 第2說을 취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본 판결은 관계도 없는 無權代理에 관하여 거론함으로써 論點만 흐리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第2說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理由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이 없어서 그 중에서도 無制限說을 취하는지, 無能力者 除外說을 취하는지 또는 部分的 制限說을 취하는지가 명백하지 않다.
V. 結 言
本判決의 사안의 爭點이 실제로 無權代理의 경우에도 善意取得이 인정되는가에 관한 것이었다면 본 판결은 讓渡行爲의 瑕疵에 관한 과거 學者들간의 通說을 배척하고 위 第2說을 채택한 최초의 판결인 점에서 그 意義가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第2說을 취하는 理由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이 없어서 第2說 중에서도 無制限說, 無能力者 除外說 또는 部分的 制限說 중 어느 것을 취하는지가 명백하지 않아서 불만이다. 이에 관하여는 部分的 制限說이 정당하다고 보고, 장차 部分的 制限說을 취한 판례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 사건의 事案은 無權代理의 경우 善意取得이 인정되느냐에 관한 것이 아니고, 어음의 절취·背書僞造의 경우에도 善意取得이 인정되느냐 하는 것이다. 原告의 善意取得을 인정한 전체적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나, 관계없는 無權代理를 거론한 것은 玉의 티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