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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30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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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위탁자와 수탁자가 합의한 목적신탁 해지의 위법성
[ 요 약 ] 원고는 B 법인을 2020년에 흡수합병한 법인으로서, B의 주주였던 C는 2017년 3월 B 명의의 계좌로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100억 원을 기부했다. 이 자금은 B에 의해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21개 중소기업에 총 38억 원이 지급되었고, 나머지 62억 원은 2019년 12월 C에게 반환됐다. 과세관청은 이 100억 원을 B의 익금으로 간주하여 2017년도에 26억 원의 법인세를 부과하였고, 반환된 62억 원을 B가 C에게 배당한 것으로 간주하여 2020년에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원고는 불복하여, 기부된 자금이 B의 실질적인 자산으로 귀속된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익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기부금 100억 원이 B의 자산으로 회계 처리되지 않고, 외부에 공시된 바도 없으며, B가 자체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 기부금이 B의 익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기부금은 목적에 따라 집행되었으며, 남은 정산금도 C와 B의 합의해지에 따라 반환되었으므로, 신탁재산의 귀속을 재단하는 기준에 따라 원고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원고에 대한 2017년도 법인세 26억 원의 부과처분과 2020년도 62억 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을 모두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기부금이 특정 목적을 위해 신탁된 것으로 보아, 신탁법과 신탁법리를 적용하여 법률관계를 판단한 중요한 사례다. Ⅰ. 사건의 개요 1. 원고는 2020년 5월 B를 흡수합병한 법인이다. C는 B의 주주이었던 자이다. 피고는 과세관청이다. C와 B는 중소업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C는 2017년 3월 B 명의의 H라는 계좌로 100억 원을 기부하였다. B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총 6회에 걸쳐 21개의 중소업체에 38억 원을 지급하였다. C와 B는 2019년 12월 양해각서를 합의해지하고, B는 같은 날 C에게 100억 원 중 중소업체에 지급된 38억 원을 공제한 나머지 정산금인 62억 원을 반환하였다. 2. 피고는 위 100억 원은 B의 익금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에게 2017년도 법인세 26억 원을 경정·고지하였고, 정산금으로 반환한 62억 원도 B의 익금에 산입할 금액으로서 B가 C에게 배당한 것으로 보아 원고에게 2020년도 62억 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이에 원고는 위 100억 원은 B에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어 익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26억 원의 부과처분은 위법하고, 반환금 62억 원이 익금에 산입할 금액임을 전제로 한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도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3. 제1심은 피고에게 법인세 26억 원의 부과처분과 62억 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였다. 제2심도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Ⅱ. 법원의 판단 1. 양해각서의 성격 양해각서에 ‘신탁’, ‘수탁’, ‘수익자’라는 형식적 표현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양해각서에 따른 법률관계가 신탁의 성질을 가졌음을 부인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양해각서는 수익자가 없는 이른바 ‘목적신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유형의 신탁은 신탁법 제3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허용되고 있으므로, 양해각서와 같이 수익자가 구체적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신탁의 본질에 반하지는 않는다. 결국 양해각서의 형식과 실질이 모두 신탁 또는 그와 유사한 법률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기부금 100억 원이 익금에 해당하는지 여부 기부금 100억 원은 B가 대내외적으로 이를 소유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B의 자산수증이익이나 그 밖의 수익 등 익금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B는 양해각서에서 정한 목적에 따라 100억 원을 관리·집행할 수 있었을 뿐이고, 자기를 위한 용도로는 이를 사용할 수 없었다. 또한 100억 원은 B의 고유재산과 분리되어 별도로 집행·관리되었고, B의 자산으로 회계 처리되지도 않았으며, 그와 같은 사실이 외부로 공시되어 표시되었다. ② 구법인세법 제5조(2020. 12. 22. 법률 제176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는 신탁재산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서는 그 신탁의 이익을 받을 수익자(수익자가 특정되지 아니하거나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신탁의 위탁자 또는 그 상속인)가 그 신탁재산을 가진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③ 100억 원은 양해각서에 따라 중소PP를 위하여 지출되었고, 남은 정산금도 B와 C의 합의해지에 따라 C에게 반환되었다. 당사자의 합의로 양해각서를 해지하는 행위가 신탁의 성질에 반한다거나, 단지 일방의 임의해지를 제한하는 취지의 양해각서 제4조(발효)의 문언을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Ⅲ.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1. 묵시적인 법률관계를 신탁 법률관계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 대상 판결은 ‘신탁’, ‘수탁’, ‘수익자’ 등과 같은 신탁을 나타내는 형식적 표현이 양해각서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양해각서의 내용이 신탁 법률관계가 가지는 성격인 ‘소유권의 이전’, ‘수탁자의 배타적 관리·처분권’, ‘신탁재산의 분별관리의무’라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보아, 양해각서에 따른 법률관계를 신탁법 제3조 제1항 단서의 ‘수익자가 없는 특정의 목적을 위한 신탁’ 이른바 ‘목적신탁’으로 보았다. 즉 C가 B에게 기부한 100억 원은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C가 B에게 신탁한 것으로 보았고, 기부금 100억 원에 관한 법률관계에 신탁법과 신탁법리를 적용 또는 유추적용하여 판단하고 있다. 2. 신탁법상 목적신탁의 설정 신탁법은 신탁의 설정방식으로 계약, 유언, 신탁선언 3가지 유형을 정하고 있다(제3조 제1항). 이 3가지 방식 모두 위탁자의 신탁설정 의사표시를 필수요건으로 하고 이러한 신탁설정행위(당사자 간에 신탁이라는 법률관계를 성립시키는 행위)를 신탁행위라고 한다. 법률행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신탁행위에 있어서도 의사표시는 명시적으로도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 또한 의사표시가 명시적인지 묵시적인지에 따라 신탁행위의 종류를 구분하지는 않으며, 그 효과에서도 차이가 없다. 당사자들의 언어를 통해서 신탁설정의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전체 정황을 통해서 당사자들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고, 이때 신탁설정의사는 특정 용어의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행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목적신탁은 공익신탁이 아닌 한 신탁선언에 의해서는 설정할 수 없다(제3조 제1항 단서). 신탁선언에 의해 목적신탁을 설정할 수 있게 한다면, 채무자인 위탁자가 종래 자신의 채권자의 책임재산에 속하던 재산을 이제부터는 독립한 재산으로서 직접 관리하게 된다. 그래서 채무자가 집행면탈 등의 목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탁선언의 방식으로는 목적신탁을 설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3. 목적신탁에서 법인세 납세의무자 구법인세법 제5조 제3항에 의하면, 신탁재산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서는 수익자가 특정되지 아니하거나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신탁의 위탁자가 법인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즉 수익자가 없는 목적신탁의 경우 법인세 납세의무자는 위탁자이다. 따라서 위 100억 원의 거래가 B의 익금이 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은 정당하다. 4. 신탁법상 목적신탁의 종료 신탁이 종료되기 위해서는 우선 종료의 원인이 있어야 한다. 신탁법은 여러 유형의 종료사유를 정하고 있는데, 위탁자가 신탁이익의 전부를 누리는 경우 위탁자는 언제든지 신탁을 종료할 수 있다(제99조 제2항). 신탁의 설정자이면서 신탁재산의 이익을 모두 향수하는 위탁자 겸 수익자가 신탁의 종료를 의욕하는 이상 이를 금지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밖의 경우에 위탁자가 별도로 해지권을 유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위탁자에게 신탁의 해지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신탁계약을 통해 독립된 신탁재산이 구성되고 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법률관계가 형성되므로, 신탁을 설정한 위탁자라고 하더라도 이를 자의적으로 종료시킬 수는 없다. 또한 신탁행위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위탁자와 수익자는 합의에 의하여 언제든지 신탁을 종료할 수 있다(제99조 제1항, 제4항). 그러나 이들 규정은 수익자신탁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수익자가 없는 목적신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목적신탁의 경우 위탁자의 임의해지와 위탁자와 수익자의 합의에 의한 종료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신탁관리인이 선임된 목적신탁의 경우 위탁자와 신탁관리인의 합의에 의한 종료는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당사자의 의사에 기한 신탁의 종료에서 어느 경우에 의하건 수탁자는 종료의 합의권자의 범위에서 제외된다. 신탁은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신탁재산을 관리하는 제도이므로 수탁자는 합의에 의한 신탁종료시 관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신탁 법률관계를 해석함에 있어 위탁자가 별도로 해지권을 유보하거나 신탁법상 종료사유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위탁자와 수탁자가 임의로 합의하여 목적신탁을 해지할 수는 없다. 대상판결은 C와 B의 합의로 양해각서를 해지하는 행위가 신탁의 성질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으나, 사안에서 해지 당사자는 위탁자와 수익자가 아닌 위탁자 C와 수탁자 B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양해각서는 C와 B 사이의 합의해지로 종료될 수 없으므로, B가 C에게 지급한 62억 원은 신탁재산의 반환이나 잔여재산의 귀속이 아니라 B의 자산을 C에게 지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20년도 귀속 62억 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은 정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Ⅳ. 대상 판결의 의미 대상 판결은 법인이 아닌 재단을 갈음할 수 있는 목적신탁의 실제 활용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현행 우리법체계에서는 사익 또는 영리를 도모할 목적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사익을 위하여 재단법인에 버금가는 독립재산체를 신탁의 이름으로 창설할 수 있다.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본질로 하는 신탁은 재단법인과 기능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대상 판결을 계기로 목적신탁의 스킴이 제공하는 장점과 매력을 활용하여 그 이용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성포 교수(전남대 로스쿨)
익금
목적신탁
법인세
기부금
신탁
양해각서
안성포 교수(전남대 로스쿨)
2024-04-14
민사일반
조세·부담금
과세관청이 조세포탈 범행을 설계한 당사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요건
1. 사실관계 가. 피고회사의 부장인 피고 1은 소외인등과 사이에, 외관상 피고회사가 투자금을 조성해 경유를 수입·판매하여 수익을 내어 이를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것처럼 사업을 진행하되, 실제로는 자력이 없는 명목상의 수입회사를 내세워 수입 및 통관절차를 진행한 후 이를 소외인이 새로 설립한 주식회사 에스OO에 판매 형태로 이전하여, 에스OO이 해당 경유를 시중에, 수입가격에 통관비용, 자동차 주행에 대한 자동차세(이하 '주행세')등 관련 세금, 부대비용 등을 합친 가격(이하 '최소 공급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명목상의 수입회사에 부과될 주행세를 납부하지 않는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로 조세포탈 범행을 계획하였다. 나. 피고 1은 정상적인 경유수입 사업인 것처럼 제안서를 제출하여 2013년 12월경 피고회사로부터 사업시행을 승인받은 후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성하였고, 특수목적법인은 에스OO과 수익권거래계약을 체결하여 위 투자금을 에스OO에 지급하기로 하고 경유수입사업의 수익권을 부여받았으며, 피고회사에 자금 지급, 수익금 관리등의 업무를 위탁하였다. 다. 피고 1등은 2013년 12월경 명목상의 수입회사 역할을 할 주식회사 OO오일 명의로 경유수입 중개사와 수입가격 협상을 마친 후 2013년 12월경 OO오일을 설립하였으며, 같은 날 OO오일은 에스OO과 수입된 경유를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에스OO에 판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다. 라. 이 사건 경유는 2013년 12월경부터 2014년 3월경까지 OO오일 명의로 3항차에 걸쳐 수입되어, 수입 즉시 에스OO에 이전되었는데, 실제 통관, 품질검사, 이전 등의 업무는 모두 피고1과 에스OO이 수행하였다. 마. 에스OO은 이 사건 경유를 시중에 판매하였는데, 최소 공급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였다. 피고 1등은 에스OO이 위와 같이 하여 얻은 수익을 운영비등 명목으로 에스OO에 일부 지급하고 나머지를 투자자들에게 배분하였다. 바. OO오일과 에스OO은 이 사건 경유에 관한 주행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원고는 명목상의 수입회사인 OO오일을 납세의무자로 파악하여 2014년 2월경부터 2014년 4월경까지 OO오일에 대해 주행세를 부과하였으나, OO오일은 바지회사로서 무자력이었기 때문에 이를 납부할 수 없었고, 2014년 4월경 주행세 체납 등을 이유로 등록이 취소되었다. 사. 피고 1과 소외인은 공모하여, 경유를 수입한 주체는 에스OO임에도 명목상의 수입회사인 OO오일을 내세워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주행세를 납부할 자력이 없는 OO오일을 주행세 납부의무자로 오인하여 부과처분을 하게 하는 등 이 사건 조세포탈 범행을 설계·실행하였다는 범죄사실로 특가법 위반(조세)으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선고·확정되었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조세포탈 범행을 설계한 당사자를 상대로 과세관청이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에서 과세관청에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가. 주행세 납세의무자 (1) 지방세법 제135조,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제3조 제2호에 의하면, 주행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납세의무자에게 부과되는데,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납세의무자는 관세의 납세의무자와 동일하다. 구 관세법 제19조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자는 관세의 납세의무자가 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 본문에서 "수입신고를 한 물품에 대하여는 그 물품을 수입한 화주"를 들고 있는데, 위 규정에서 관세의 납세의무자인 '그 물품을 수입한 화주'라 함은 그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를 의미한다. 다만, 그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인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수출자와의 교섭, 신용장의 개설, 대금의 결제 등 수입절차의 관여 방법, 수입화물의 국내에서의 처분·판매 방법의 실태, 당해 수입으로 인한 이익의 귀속관계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4두2270 판결 등). (2) 위 사실관계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미 OO오일이 설립되기도 전에 피고 1등이 이 사건 경유의 수입협상을 마치고 유통구조, 판매경로까지 정해둔 사정, OO오일은 명목상의 수입회사로 별다른 자산 없이 급조하여 설립된 것에 불과한 사정, 실제 이 사건 경유는 피고 1과 에스OO의 통제 아래에 있었고, 그 수입, 통관 업무 역시 이들이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알 수 있는바, 이 사건 경유를 수입한 실제 소유자이자 주행세 납세의무자는 에스OO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피고 1의 불법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7다179, 2017다186(병합) 판결 등). 납세의무는 세법이 정한 과세요건사실이나 행위의 완성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성립하고 과세관청이나 납세의무자의 특별한 행위가 필요 없는 것이고, 과세요건 충족에 의하여 추상적 납세의무가 성립하면 그에 대응하는 국가의 추상적인 조세채권이 성립하는 것이므로, 과세요건사실이나 행위의 완성에 의해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과세관청의 납세의무자에 대한 조세채권이 성립한 이상 조세채권의 만족을 위한 당해 조세의 부과·징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면 과세관청에 그 조세 상당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에스OO이 OO오일 명의로 이 사건 경유를 수입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원고의 에스OO에 대한 조세채권은 성립하는 것인데, 피고 1 등이 처음부터 주행세를 포탈하여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진정한 납세의무자를 파악하기 곤란한 외관을 만들어 자력이 없는 OO오일을 납세의무자인 것처럼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원고가 진정한 납세의무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틈을 타 포탈한 주행세 상당의 이익을 바로 배분하여 실행한 이상 이로써 원고의 이 사건 경유에 관한 주행세의 부과·징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은 물론 피고 1 등의 조세포탈 범행 설계·실행이라는 불법행위와 원고의 손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조세채권과 손해배상채권의 관계 세법은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과세관청에 부과권이나 우선권 및 자력집행권 등 세액의 납부와 징수를 위한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여 공익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다. 따라서 조세채권자는 세법이 부여한 부과권 및 자력집행권 등에 기하여 조세채권을 실현할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20. 3. 2. 선고 2017두41771 판결). 한편, 대상 판결에 따르면 조세포탈 범행으로 인하여 조세의 부과·징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경우 조세채권자는 조세포탈 범행 설계자들을 대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조세채권자의 손해배상채권은 국세징수법등에 따른 조세채권의 징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나. 조세채권자의 채권 소멸시효 조세채권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조세채권은 5년의 소멸시효(5억 원 이상의 국세와 5,000만 원 이상의 지방세는 10년)가 적용되나(국세기본법 제57조, 지방세기본법 제39조),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고,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다(민법 제766조). 조세채권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조세포탈 범행 설계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조세채권이 아니라,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므로 그 소멸시효는 민법에 따르고, 소멸시효 기산일은 조세채권자가 조세포탈범행으로 인하여 당해 조세를 징수할 수 없게 된 사실과 조세포탈 범행의 설계자들을 알게 된 때가 될 것이다. 다.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에 따르면, 과세요건사실이나 행위의 완성에 의해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과세관청의 납세의무자에 대한 조세채권이 성립한 이상 조세포탈 범행으로 인하여 조세채권의 만족을 위한 당해 조세의 부과·징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면 과세관청에 그 조세 상당액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므로, 조세채권자는 조세포탈 범행을 설계한 당사자들을 상대로 하여 납세의무자로부터 징수하지 못한 조세채권 상당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상 판결은 과세관청이 조세포탈 범행을 설계한 당사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에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기준(상당인과관계)을 제시한 최초의 판결로서 의미가 크다. 향후 조세포탈 범행으로 인하여 과세관청이 조세를 징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조세채권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대상 판결의 법리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조세채권을 회수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철형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조세포탈
조세채권
손해배상
유철형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2022-02-07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이른바 과세단위가 다른 경우에 특례제척기간이 적용되는지 여부
I.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B무역 주식회사(이하 'B무역')의 대표이사이자 1인주주인데, 주식 전부를 소외인에게 105억원에 양도하였고,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위 양도계약의 잔금일에 B무역의 유일한 자산인 부동산이 소외인에게 이전되었음에 터잡아, 위 주식양도계약은 가장행위이고 실제로는 B무역과 소외인간에 부동산 양도거래가 있다고 봐서 위 양도가액을 B무역의 2006 사업연도 익금산입해서 2010년 9월 1일 B무역에 2006 사업연도 법인세를 결정·고지하였다. 또한 B무역이 이 법인세를 체납하자 과세관청은 2010년 11월 9일 원고를 이 법인세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한 납부통지를 하였다(이하 '종전 부과처분'). 이후 원고는 2011년 9월 9일 과세관청을 상대로 종전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법원은 앞선 주식양도계약이 가장행위가 아니라고 봐서 종전 부과처분 취소판결을 하였으며 해당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확정되었다(이하 '선행 확정판결'). 이에 과세관청은 2015년 4월 15일 선행 확정판결에 따라 원고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을 취소하였다. 한편, 과세관청은 다시 원고에게 위 주식양도계약과 관련해 2015년 5월과 7월경에 각각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결정·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2. 대상판결의 요지 원심법원은 종전 부과처분과 이 사건 처분은 그 과세단위를 달리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는 선행판결의 확정에 따른 특례제척기간의 적용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는데, 대법원도 이런 원심판단을 수긍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1) 선행 확정판결의 대상인 종전 부과처분은 B무역과 소외인간의 부동산양도거래에 따른 B무역의 양도소득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세목이 '법인세'인 반면, 이 사건 처분은 개인인 원고와 소외인간의 주식양도거래에 따른 원고의 주식양도소득과 양도 자체를 과세대상으로 하고 그 세목이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이므로 이 사건 처분을 선행 확정판결에 따른 경정결정이나 그에 부수하는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종전 부과처분과는 다른 새로운 결정이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선행 확정판결에 따른 특례제척기간이 적용 안 된다. 2) 동일한 사실관계하에서 법적 평가만을 달리한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선행 확정판결에 따른 특례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과세관청으로서는 분쟁이 예상되는 경우 중복하여 과세할 수밖에 없고, 이는 납세의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조세행정상의 비효율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 피고의 상고이유이지만, 이 사건 처분은 그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단순히 종전 부과처분에 대한 법적 평가만을 달리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세관청으로서는 올바른 법적 평가에 따라 세법을 적용하여 조세행정상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그와 동시에 납세의무자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특례제척기간 규정의 역할 조세법률관계를 조속히 종결지을 목적의 통상제척기간과 달리, 특례제척기간은 일정사유가 있다면 원래의 제척기간을 무시하고 해당 사유가 생긴 뒤 일정기간을 새로운 제척기간으로 삼는 규정이다(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6항). 이런 특례제척기간은 과세관청과 납세의무자의 이해가 상충될 소지가 있어 적용범위를 어떻게 잡을지가 문제가 된다. 일반론으로, 조세소송의 판단대상(소송물)은 원칙적으로 총액주의에 따라 정해지지만 판결 효력범위에는 쟁점주의 영향이 남은 우리 소송구조 하에서는, 재처분(후속처분) 범위를 넓게 적용할 여지가 생긴다. 또한 재처분을 비교적 넓게 허용해온 종래 판례의 흐름을 생각하면 통상제척기간 도과를 이유로 재처분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엄격히 관철하기도 어렵다. 요컨대 공평과세와 납세자 방어권의 조화라는 상반된 목적을 갖는 특례제척기간에 대해 어떻게 적용범위를 설정할지를 쟁점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2. 이른바 과세단위 문제와 특례제척기간 적용범위의 관련성 과세단위는 세금계산 단위인데, 소득세라면 과세물건인 소득을 계산하는 단위를 뜻한다. 소득세 과세단위는 인적 과세단위(납세의무자), 물적 과세단위(세목), 시간적 과세단위(과세기간) 단위로 다시 세분된다. 그런데 조세소송의 판결 효력은 잠재적 심리범위, 곧 소송물 범위 내에서만 미치고 소송물은 과세단위보다 클 수 없으므로, 대상판결에서의 선행 확정판결 효력은 선행처분(종전처분)의 과세단위 바깥으로 미칠 수 없다. 따라서 선행처분 과세단위 밖에서의 재처분이라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이런 처분은 제척기간 안이라는 한계 내에서 가능하다. 문제는 과세단위가 달라졌을 때 재처분에 특례제척기간까지 적용할 수 있는가에서 생긴다. 납세자 방어권 행사를 고려하면 통상제척기간 내에서만 후속처분이 된다고 볼 수 하고, 공평과세원칙을 생각하면 특례제척기간을 고려해 후속처분이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과세단위와 재처분 가능성은 직접 대응관계를 갖지는 않지만 최소한 특례제척기간 적용범위 논의의 출발점은 된다. 대상판결로 검토범위를 좁히면, 비록 '외형상' 재처분의 과세단위가 선행처분과 다르더라도 통상제척기간의 예외, 즉 특례제척기간의 적용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가가 실제 쟁점이 된다. 3. 대상판결의 의미 과세연도(시간적단위)가 달라지면 통상제척기간이 지난 재처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종래 판례 입장이었다. 세목(물적단위)이나 납세자(인적단위)가 달라져도 판례가 같은 입장인 것인지는 다소 불분명하였다. 선행처분 및 후속처분상 세목이나 납세자가 다른 사안에서 특례제척기간에 따른 재처분은 안 된다고 한 선례가 있었지만, 이들 처분에서 납세자가 실제 동일인이 아닌 사안처럼 아예 과세처분의 기초인 사실관계가 다른 경우였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다음의 점에서 이들 종전 선례와는 구별된다. 첫째, 물적 과세단위를 정하는 기초인 사실관계가 같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법인세(종전 부과처분)와 소득세(이 사건 처분)로 형식상 세목이 달라져 물적 납세의무가 다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식양도계약의 세법적 평가(가장행위인지 여부)에 따라 법인세나 소득세 중 하나를 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기초적 사실관계는 같다. 둘째, 선행처분과 후속처분 모두에서 인적 과세단위인 납세자가 동일인인 사안이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원고는 제2차 납세의무자(종전 부과처분), 본래 납세의무자(이 사건 처분)였는데, 곧 납세자로서의 지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는 다르되 실제 동일인물에 대한 과세가 문제되었던 점에서 선례들과는 구별된다. 요컨대 각 처분의 기초적 사실관계가 같고 납세자가 동일인이더라도 이들 처분의 세목이 다르고 납세자로서의 법적 지위가 다르다면 이를 단순히 법적 평가가 다른 경우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후속처분에 특례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한 점에서 대상판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4. 대상판결의 비판적 검토 하지만 대상판결이 취한 결론이 타당한가는 의문이다. 납세자의 방어권을 고려할 때 공평과세에 터잡은 재처분을 대상판결에서 관철할 수 있는가가 판단기준이 되어야 옳기 때문이다. 우선, 인적 과세단위를 형식적으로 봐서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가에 의문이 있다. 원고로서는 주식양도행위에 대해 사법적, 세법적 평가가 같다면 양도소득세 등을, 이들 평가가 서로 달라진다면 법인세를 낸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즉, 조세법률관계의 기초인 사법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은 있으나 단지 법률적 평가(세법상 평가)만이 달라서 다툼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종전처분에 대한 쟁송이 이미 진행되었기 때문에 후속처분에서 증명을 위한 증거가 일실될 우려도 없다. 그렇다면 세법상 역할이 다른 재처분, 제척기간 두 제도를 조화시킨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인적 단위의 상이함을 들어 대상판결에서 재처분이 어렵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음으로, 물적 과세단위의 상이가 기준이 되는지에도 의문이 남는다. 물적 과세단위가 다른 경우, 즉 명백히 새로운 세목을 대상인 재처분은 납세자 신뢰보호의 관점에서, 또 납세자 예측가능성 보장의 관점에서 부정된다고 봄이 일반이다. 즉, 신뢰보호나 예측가능성 때문에 물적 과세단위가 중요하다는 생각인데, 그렇다면 형식상 세목이 다른가보다는 납세자가 방어권이 보장될 상황에 있었는가가 재처분 가부의 판단에 있어 핵심이 되어야 옳다.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세목들은 각기 다르지만 다툼의 대상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가 같고 이미 쟁송을 진행해온 원고 입장도 고려하면 방어권 보장이나 신뢰보호 혹은 예측가능성에 어떤 문제가 생긴다고 말하기 어렵다. 요컨대, 법인의 1인주주라는 특수사정 하에서 법인세와 소득세가 각 문제된 대상판결 사안에서 '본래 납세의무자나 제2차 납세의무자', '소득세나 법인세'가 왜 법적 평가만이 다른 경우가 아닌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인데, 대상판결에서는 이들은 법적 평가만이 다른 경우가 아니라는 결론만 선언되었을 뿐 정작 그에 관한 법리적 설시는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양인준 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법인세
주식양도계약
특례제척기간
소득세
양인준 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2021-10-28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법인의 과점주주에게 부과되는 제2차 납세의무를 1차 과점주주에 대한 과점주주(2차 과점주주)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서울행정법원 2016구합56899, 서울고등법원 2017누64578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사건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2008년경 업무시설신축·분양사업을 시행하는 A사에 금원을 대여하면서 그 담보로 A사 발행주식 전부에 대해 근질권을 설정하였다. A사는 사업부지 내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토지소유자 B사의 주주들과 B사 발행주식 중 약82%를 매수하기로 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다. B사는 금융기관 대출과 관련하여 B사 소유 토지 및 건물(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신탁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원고는 2010년 5월경 A사가 위 대여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위 근질권을 실행하여 A사 발행주식 전부를 취득하고, A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새로 임원을 선임하였다. 한편, 2010년 6월경 대출만기일까지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시공사가 금융기관에 변제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에 피고는 2014년 12월 1일 B사에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시공사에 이전됨에 따라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2010사업연도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다. 그런데 B사가 납부기한인 2015년 1월 14일까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자, 피고는 위 법인세의 납세의무 성립일을 기준으로 A사가 B사의 지분 약 82%를 보유한 과점주주라고 보아 A사를 B사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2015년 2월 2일 위 체납세액 중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세금을 납부하도록 통지하였다. 피고는 A사 마저 납부기한까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자 A사의 지분100%를 보유하고 있던 원고를 A사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2015년 3월 10일 원고에게 법인세 납부통지를 하였다. 2. 이 사건 제1, 2심 판결의 내용 이 사건 제1, 2심 판결은 [①국세기본법(2011. 12. 31. 법률 제11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39조 제1항은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의 발생요건으로 “법인의 재산으로 그 법인에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가산금과 체납처분비에 충당하여도 부족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1차)과점주주가 부담하는 제2차 납세의무는 위 규정에 따른 의무에 해당할 뿐 위 ‘국세 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②이 사건의 경우 과점주주가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 법인의 재산을 은닉·분산·이동하는 등에 해당한다거나 제2차 납세의무의 입법취지상 자력이 있는 과점주주가 체납법인의 인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2차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를 인정하게 되면 과세관청이 어느 시점에 납부기한을 정하여 법인세 경정·고지를 하였는지에 따라 누가 2차 과점주주가 되는지가 달라지고, 주된 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가 성립한 날로부터 2차 과점주주 결정 시점까지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생겨 법률관계가 장기간 불안정하게 된다. ④ 단계적 2차 납세의무를 인정하게 되면 부과제척기간을 단계적으로 늘어나게 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와 조세법률 관계를 신속하게 확정 짖고자 마련된 부과제척기간규정을 몰각시키게 된다]는 점 등을 논거로 법인의 과점주주에게 부과되는 제2차 납세의무는 주된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점주주까지만 적용되고 1차 과점주주에 대한 과점주주에까지 확대하여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원래의 납세의무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제3자에 대하여 원래의 납세의무자로부터 징수할 수 없는 액을 한도로 하여 보충적으로 납세의무를 부담케 하는 것을 제2차 납세의무라고 한다. 법은 청산인 등의 제2차 납세의무(제38조),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제39조), 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제40조),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제41조)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제2차 납세의무자인 법인의 과점주주인가의 여부는 법인의 납세의무 성립일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1985. 12. 10. 선고 85누405 판결), 제2차 납세의무의 성립시기는 적어도 ‘주된 납세의무의 납부기한’이 경과한 이후라고 할 것이며, 부과제척기간은 주된 납세의무와 별도로 진행하게 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2차 납세의무가 성립한 날로부터 5년간이라고 한 바 있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0두13234 판결). 이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 주된 납세의무자인 B사의 2010사업연도 법인세 납세의무 성립일은 2010년 12월 31일이고, 부과제척기간은 신고기한의 다음날인 2011년 4월 1일부터 2016년 3월 31일까지 5년간이 된다. B사의 위 납세의무 성립일인 2010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과점주주는 A사가 된다. 피고는 2014년 12월 1일 B사에 납부기한을 2015년 1월 14일로 정하여 2010사업연도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으므로 과점주주 A사의 제2차 납세의무는 B사의 납부기한 다음날인 2015년 1월 15일 성립하게 되고 그 부과제척기간은 2015년 1월 15일부터 2020년 1월 14일까지 5년간이 된다. 그런데 이 사건 제1, 2심 판결과 같이 이 사건을 단계적 2차 납세의무 문제로 접근하게 되면, A사(1차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 성립일 2015년 1월 15일을 기준으로 원고(2차 과점주주)가 A사의 과점주주가 된다. 또한 원고의 제2차 납세의무는 A사의 2차 납세의무 납부기한이 경과한 날 성립하고 부과제척기간은 그로부터 다시 5년간이 된다. 이 사건 제1, 2심 법원이 위 ①논거에서 (1차)과점주주가 부담하는 제2차 납세의무는 위 규정에 따른 ‘의무’에 해당할 뿐 ‘국세 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법 제39조 제1항 소정의 제2차 납세의무 발생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이 이 사건을 단계적 2차 납세의무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법원은 “법인이 사업양수인으로서 법 제41조에 따라 사업양도인에게 부과된 당해 사업에 관한 국세·가산금에 대하여 제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된 때에는 ‘양도인’에게 부과된 국세·가산금도 법인의 과점주주가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그 법인에게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가산금’에 포함된다(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누10210 판결)”고 판시한 바 있어, 대법원이 이 사건의 경우를 이 사건 제1, 2심 판결과 같이 단계적 제2차 납세의무 문제로 풀어갈지는 의문스럽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제2심 법원은 위 판례는 양도인으로부터 사업을 양수한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에 대해 사업양수인의 과점주주가 과점주주로서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는지 문제된 사안으로 과점주주의 과점주주가 거듭하여 과점주주로서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지 여부가 문제된 이 사건에 그대로 원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위 판례가 ‘사업양수인’이 지게 된 ‘제2차 납세의무’를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규정의 ‘국세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의 문제(단계적 2차 납세의무 문제)로 풀어가지 않고 주된 납세의무자인 ‘양도인’에게 부과된 국세 등을 곧바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규정의 ‘국세 등’으로 보고 있는 점은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규정의 거듭 적용이 문제된 이 사건의 경우에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이와 같이 ‘주된 납세의무자에게 부과된 국세 등’을 법 제39조 제1항의 ‘국세 등’에 포함된다고 본다면 위 규정에서 ‘그 국세의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과점주주가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과점주주인지 여부는 이 사건 주된 납세의무자 B사의 납세의무성립시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또한 ‘주된 납세의무자에게 부과된 국세 등’을 법 제39조 제1항의 ‘국세 등’에 포함된다고 하면 원고의 제2차 납세의무 역시 A사(1차 과점주주)의 경우와 같이 B사의 납부기한 다음날인 2015년 1월 15일 성립하게 되고 부과제척기간은 2015년 1월 15일부터 2020년 1월 14일까지 5년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볼 경우 3, 4차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로 반복된다고 하더라도 기준은 언제나 주된 납세의무자가 되므로 과점주주의 법적불안정이나 부과제척기간 규정의 몰각 우려는 없게 된다. 대법원 판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2차 납세의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편, 제2차 납세의무 규정의 취지상 근질권을 실행하여 과점주주가 된 것에 불과한 원고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우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고는 2010년 5월경 근질권을 실행하여 A사 발행주식 전부를 취득하고 A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새로 임원을 선임하는 등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1 이상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점에서도 이 사건 제1, 2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대법원 2008. 1. 10. 선고 2006두19105 판결 등)할 여지는 높아 보인다.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국세기본법
납세
과점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2018-05-15
조세·부담금
기존 지주회사가 국내 회사를 자회사로 새로 편입하여 과점주주가 된 경우 간주취득세의 면제 여부
-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두59713 판결 - 1. 대상판결의 쟁점 대상판결은‘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공정거래법’)에 따라 설립된 지주회사가 새로이 자회사를 편입함으로써 지방세법상 과점주주가 되는 경우 구 조세특례제한법(2010. 12. 27. 법률 제10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구 조특법’) 제120조 제6항 제8호에 따라 간주취득세가 면제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2. 사실관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요건을 갖춘 원고가 국내 회사인 A 회사를 자회사로 새로 편입하기 위해서 2010년 10월 14일 甲 회사로부터 A 회사 발생주식 51%를 취득하였다. 원고는 A 회사를 자회자로 편입함으로써 동시에 A 회사의 지방세법상 과점주주가 되었다. 이에 원고는 구 조특법 제120조 제6항 제8호에 따라 구 지방세법(2010. 3. 31. 법률 제1022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구 지방세법’) 제105조 제6항에 정해진 과점주주의 간주취득세가 면제된다고 보아 2010년 11월 15일 피고에게 A 회사 주식 취득에 따른 지방세 감면신청을 하여 간주취득세를 면제받았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의 A 회사 주식 취득은 구 조특법 제120조 제6항 제8호(이하‘이 사건 감면조항’)에서 정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 한다는 이유로 2015년 5월 18일 원고에 대하여 간주취득세를 부과하였다. 3. 판결 요지 지주회사를 간주취득세 부과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이 사건 감면조항의 입법취지는 지주회사의 설립이나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대하여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소유와 경영의 합리화를 위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이미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로 설립 내지는 전환되었더라도 국내 회사를 자회사로 새로이 편입하여 그 국내 회사에 대하여 지주회사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이 있는 경우에는 새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이 사건 감면조항에 따른 세제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반지주회사가 사업내용을 지배할 목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계열회사가 아닌 국내 회사를 자회사로 새로이 편입하기 위하여 해당 국내 회사의 주식을 일시에 취득함으로써 지주회사 및 과점주주가 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이 사건 감면조항의 문언과 아울러 지주회사에 대한 세제혜택의 취지 및 공정거래법에 의하여 허용되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편입 유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미 공정거래법에 따라 설립 내지는 전환된 지주회사가 계열회사가 아닌 국내 회사의 주식을 일시에 취득함으로써 그 국내 회사를 자회사로 새로 편입하여 그 국내 회사의 과점주주가 된 경우에도, 이 사건 감면조항에서 정하고 있는‘지주회사가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4. 평석 가. 이 사건 감면조항의 문언 내용과 다의적 해석 가능성 이 사건 감면조항은‘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가 되거나 지주회사가 같은 법 또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자회사의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지방세법상 과점주주가 되는 경우에는 간주취득세 부과에 관한 지방세법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감면조항 전단의‘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가 되거나’의 의미에 관하여, 피고는 공정거래법에 따라‘처음으로’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해석함에 반하여, 원고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처음으로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뿐만 아니라‘이미’지주회사였던 회사가 다른 자회사를 추가로 편입함으로써 그 자회사와 관계에서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해석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주식의 소유를 통하여 다른 국내 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면서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지주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주식 가액의 합계액이 지주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경우이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란 지주회사가 소유하는 주식이 특수관계인 중 최다출자자가 소유하는 주식보다 많거나 같아야 한다. 공정거래법이 규정하고 있는 지주회사의 요건 등에 관한 내용과 취지를 고려하면, 이 사건 감면조항 전단의‘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를 문언적으로 보더라도‘최초로’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일의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고, 기존의 지주회사가 추가로 자회사를 편입하여 그 자회사의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할 때 이 사건 감면조항은 과점주주의 간주취득세에 관한 원칙과 예외를 정하고 있는 세법 규정의 체계적 구조와 그 입법취지 및 입법연혁 등을 고려하여 과세형평에 부합하도록 해석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 감면조항의 체계적 해석 (1) 입법취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의 대기업 집단은 그 소속 계열사들이 순환방식으로 출자를 해서 자본을 늘리는 소위 순환출자방식의 지배구조를 주로 이용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순환출자방식의 기업지배구조 아래서는 처음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대주주 개인이 적은 자본금으로도 전체 기업집단을 지배할 수 있게 되어 공동의 기업을 사기업화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 순환출자구조 안에 있는 회사 가운데 부실기업이 발생하는 경우 순환출자 고리에 얽혀 있는 모든 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되어 연쇄부도 위험이 높아지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와 같이 기존의 순환출자방식의 기업지배구조는 경제적 정의에 반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구조 자체를 매우 취약하게 만든다는 점 등의 비판적 고려에서 도입한 것이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제도이다. 이에 정부는 지주회사체제로의 지배구조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 순환출자구조에 있는 기업 집단에 불이익을 부여함과 동시에 지주회사에 여러 해택을 부여하였는데, 이 사건 감면조항도 지주회사제도로의 지배구조개선을 위하여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일정비율(50%) 이상 취득함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간주취득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도입되었다. (2) 체계적 해석 이 사건 감면조항의 입법취지와 그 문언 내용 등을 종합하여 이를 체계적으로 해석한다면, 이 사건 감면조항 전단은 처음으로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미 지주회사가 되어 있는 회사가 추가로 자회사를 편입하여 과점주주가 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감면조항 전단의 입법취지가 최초로 지주회사가 되면서 자회사를 보유하는 경우와 그 후 추가로 자회사를 편입하여 보유하게 되는 경우를 구분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해석하게 된다면, ‘a→b→c→d→a’의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집단이 지주회사체제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H를 설립한 후 H가 a, b, c, d의 주식을 취득하여 이들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법이 있는데, H가 a의 주식을 취득하여 자회사로 편입하여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에는 이 사건 감면조항 전단에 따라 취득세를 면제 받을 것이나 그 후 b, c, d의 주식을 취득하는 때에는‘처음으로’지주회사가 되는 경우가 아니어서 간주취득세의 면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이 사건 감면조항이 지주회사의 설립과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서 도입되는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② 이 사건 감면조항 후단은‘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과점주주에 해당하게 되는 경우’에 간주취득세를 면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감면조항 전단을 과세청과 같이 해석할 경우에는 자회사의 주식 50% + 1주를 단번에 취득하여 자회사의 편입과 그 자회사의 과점주주가 동시에 되는 때에는 간주취득세를 면제받을 수 없으나, 자회사 주식 50%를 먼저 취득하였다가 추후 1주를 추가로 취득하는 경우에는 감면조항 후단에 따라 간주취득세 면제 대상이 된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사실을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과세형평에 반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이미 공정거래법에 따라 설립 내지는 전환된 지주회사가 계열회사 아닌 국내 회사의 주식을 일시에 취득함으로써 그 국내 회사를 자회사로 새로 편입하여 그 국내 회사의 과점주주가 된 경우에도 이 사건 감면조항 전단이 적용된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 5. 결론(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감면조항의 전단에 관한 과세청과 납세의무자 간의 치열한 해석 다툼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하급심에 계속 중이거나 불복 단계에 있는 다수의 관련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나아가 추가로 자회사를 편입하여 과점주주가 되려는 기존 지주회사의 경영전략 확정 과정에서 그에 따른 세금 등 비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는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과점주주
조세감면
간주취득세
2017-05-16
'적법절차원리' 행정법의 일반원칙인가
I. 사실관계 원고는 전 기록관리비서관 내지 대통령기록관장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하여 노 전 대통령의 퇴임 무렵 대통령기록물 관리시스템인 'e지원시스템'에 있는 대통령기록물을 별도의 시스템에 복사한 다음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 위 퇴임 후 기록물 활용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함으로써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 제2항 제1호를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2008. 7. 24. 고발되자, 피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 다음날인 2008. 7. 25. 원고에 대하여 직위해제 및 행정안전부로의 인사발령 조치를 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요지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 행정절차법령 규정들의 내용을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절차법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보면,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관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그 전부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이나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처분의 경우에만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해당하는 별정직 공무원에 대한 직권면직 처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III. 평석 행정절차법과 동법 시행령이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 동법시행령 제2조 제3호), 침해되는 당사자의 법적 이익이나 행정처분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행정절차법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거치지 않는 직권면직처분이 위법하다는 대상판결의 의미를 새삼 주목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대법원은 행정절차법령의 형식적인 적용배제에도 불구하고 처분의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불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공무원 인사관계상의 처분 전체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원칙적으로 배제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이익한 법적 효과를 야기하는 처분의 경우 국가 공행정 작용의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을 실현하기 위하여 상대방에 대한 사전통지와 의견청취는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 적법절차원리가 행정법 관계에서 가지는 함의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적법절차원리를 강조한 대상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대법원은 2007년 진급낙천처분취소청구사건(대법원 2007.9.21. 선고 2006두20631 판결)에서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대해 행정절차법령이 그 적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있으나, 군인사법령에 의하여 진급예정자명단에 포함된 자에 대하여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진급선발을 취소하는 처분을 한 것이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일정한 처분에 대하여 행정절차법령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불이익 처분의 경우 적법절차원리가 일종의 강행규범으로서 이에 위반한 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심사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법리는 대법원이 2012년 가산세부실 납세고지에 대해 내린 판결(대법원 2012.10.18 선고 2010두1234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그 정점을 이루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소송절차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행정작용에서도 준수되어야 하므로, 그 기본 정신은 과세처분에 대해서도 그대로 관철되어야 하며, 그 기본 원리가 과세처분의 장면이라고 하여 본질적으로 달라져서는 안 되는 것이고 이를 완화하여 적용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가산세는 비록 본세의 세목으로 부과되기는 하지만, 그 본질은 과세권의 행사와 조세채권의 실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세법에 규정된 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한 납세의무자 등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행정상 제재라는 점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은 더 강하게 관철되어야 하므로 가산세 부과처분이라고 하여 그 종류와 세액의 산출근거 등을 전혀 밝히지 않고 가산세의 합계액만을 기재한 경우에는 그 부과처분은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적법절차원리를 헌법상의 원리로 격상시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도 적법절차원리를 헌법상의 원칙으로 보고 이를 형사절차 뿐만 아니라 입법절차와 행정절차에도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흔히 결정에서는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항에 규정된 영장주의를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헌법상 적법절차원리'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 근거가 될 수 있는 헌법의 구체적인 조항을 적시하지 않았으며 적법절차원칙을 법치국가 헌법에 내재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법원판결이 전원합의체판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반대의견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 대법원은 변리사 제1차시험을 절대평가방식에서 상대평가방식으로 환원하는 내용의 변리사법시행령 개정조항을 경과규정 없이 즉시 시행하도록 규정한 시행령 부칙부분이 무효인지의 여부와 관련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을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하고, 이에 위반한 변리사법시행령을 위헌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06.11.16 선고 2003두12899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당시에는 다수의견이 헌법적 근거가 모호한 신뢰보호원칙을 위헌심사기준으로 적용한 것에 대해서 반대의견이 제시되었다. 반대의견은 헌법재판소가 법률문제를 헌법문제로 치환하여 헌법재판권을 무한히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대법원 역시 법률문제와 헌법문제를 혼동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항에 규정된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사안도 아닌 가산세부과처분의 경우에 굳이 헌법상의 적법절차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미국헌법과 같이 명문의 적법절차조항이 없는 우리 헌법의 해석상 적법절차원리를 위헌심사의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방법론적으로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다. 다시 대상판결로 돌아가 보자. 대상판결을 행정절차법령상의 문제로 국한하여 원칙적으로 그 적용이 배제된 사안이지만 해당 행정작용의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론에 방점을 찍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일련의 관련 판결을 보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행정절차법이 명시적으로 적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한 사안이라도 처분의 성질이나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여 적법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단은 이제 적법절차원리가 법령상의 차원을 넘어서 오늘날 법치국가가 지향하는 보편적인 가치로서 헌법적으로 내재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렇게 볼 때 적법절차원리는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발원하는 헌법과 행정법의 일반원칙으로서의 위상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행정처분이나 국가 공권력 행사의 위헌, 위법심사의 기준으로 흔히 적용하는 행정법의 일반원칙 중 비례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 또한 적법절차원리와 같은 가치와 지향성을 갖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행정법의 일반원칙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국민의 입장에서 행정활동이나 국가의 공권력 행사가 항상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여야 하며, 일정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불필요하게 공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말아야 하고, 동시에 합리적인 최소한의 비용만을 지출함으로서 납세자인 국민에게 필요 이상의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다. 비례의 원칙과 신뢰보호의 원칙이 포함하는 키워드는 바로 합리성, 투명성, 예측가능성, 불필요하고 과도한 공권력 행사의 지양, 최소한의 비용, 재산권 존중과 같은 것들이다. 적법절차원리 또한 이러한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가 국민에게 불편과 부담을 주는 공권력 행사를 하기 이전에 이를 알려주고 그 이유를 소상하게 설명하며, 국민이 자신의 입장을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적법절차의 핵심적인 내용이라면 여기에도 역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투명성, 합리성 등이 그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실질적 법치국가에서 적법절차원리를 포함하는 행정법의 일반원칙은 국가권력이 스스로의 목표에만 매몰되어 국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네이키드파워(naked power)로서 군림하는 것을 방지하고 권력 행사의 여과장치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순화된 공권력을 생산하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적법절차원칙은 이제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과 같은 헌법적 위상과 효력을 갖는 행정법의 일반원칙으로서 법령과 행정처분의 위법성 심사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4-05-26
선행 과세처분의 근거법률이 위헌 선고된 경우 후행 체납처분의 효력
Ⅰ. 대상판결 - 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0두10907 전원합의체 판결 1. 사건의 개요 1996. 1. 1.부터 1997.12. 31.까지 원고 갑의 부(父) 을은 A 회사 발행주식 180,000주 중 67%인 120,800주를, 원고 갑은 3%인 5,400주를 각 소유하고 있었다. 피고는 A회사에 대하여 1996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 및 1997년 1기분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였으나 A회사가 이를 체납하고 그 회사 재산으로는 위 체납 국세 충당액에 부족하자, 을과 갑 등이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비속으로서 구 국세기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다목이 정한 제2차 납세의무자(과점주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원고 갑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갑에게 위 체납 국세 전액(1996년도 귀속 법인세 850,765,230원, 1997년 1기분 부가가치세 528,406,660원)을 납부하도록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과처분'이라 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1998. 5. 28. 이 사건과 무관하게 서울고등법원이 위헌제청 한 97헌가13 결정 사건에서 위 구 국세기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다목에 대하여, 조세평등주의와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고 과점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다. 그 후 피고는 2005. 10. 11. 당시 체납 중이던 체납액 및 결손액 합계 1,462,796,580원을 징수하기 위하여 원고 갑 명의의 예금채권을 압류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가 압류등무효확인 소를 제기하였다. 이를 시간적 경과에 따라 요약하면, ① 과세처분 → ② 과세처분 확정 → ③ 과세처분의 근거법률 위헌 결정 → ④ 압류처분 → ⑤ 납세의무자의 압류등무효확인의 소 제기 이다. 2. 대법원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은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위헌결정의 기속력과 헌법을 최고규범성에 비추어 국가 등은 위헌으로 선언된 법률규정에 근거하여 새로운 행정처분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위헌결정 전에 이미 형성된 법률관계에 기한 후속처분이라도 그것이 새로운 위헌적 법률관계를 생성·확대하는 경우라면 이를 허용할 수 없다. 따라서 조세 부과 근거 법률이 위헌 선언된 경우, 비록 과세처분이 위헌결정 전에 이루어졌고, 과세처분에 대한 제소기간이 이미 경과하여 조세채권이 확정되었으며, 조세채권의 집행을 위한 체납처분의 근거규정 자체에 대하여는 위헌결정이 내려진 바 없다고 하더라도, 위헌결정 이후 조세채권의 집행을 위한 새로운 체납처분에 착수하거나 이를 속행하는 것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고, 나아가 이러한 위헌결정의 효력에 위배하여 이루어진 체납처분은 그 사유만으로 하자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2) 소수의견 행정청이 어떠한 법률의 조항에 근거하여 행정처분을 한 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하였다면 행정처분은 후발적으로 하자가 있게 된다고 할 것이나,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정은 헌재 위헌결정이전에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하자는 행정처분의 취소사유일 뿐 당연무효 사유라고 할 수 없고, 독립된 행정행위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선행처분에 당연무효 또는 부존재인 하자가 있는 때를 제외하고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속처분에 당연 승계된다고 할 수 없다. 양 처분은 별개의 행정처분이므로 과세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압류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한 점, 압류처분 등 체납처분은 체납 관련 규정이 적용될 뿐이므로, 과세처분 근거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은 체납처분과는 무관한 점, 다수의견은 위헌결정 기속력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이 되어 결과적으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본문취지에 반하는 점 등에 보면, 외국 입법례와 같이 위헌법률의 집행력을 배제하는 명문 규정이 없는 이상, 과세처분의 근거규정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로 체납처분이 위법하다고 보는 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Ⅱ. 대상판결에 대판 평석 1.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일반적 효력 헌법재판소가 행정처분의 근거법률에 대해 위헌 선고를 하였을 때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 행정처분은 적어도 처분 시에는 아무런 흠도 없는 것이 되어 무효는 물론 취소사유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급효를 인정하면 행정처분은 근거법률이 위헌이라는 흠이 처분 시부터 존재하는 것이 되어 당해 처분은 위법한 처분으로 취소 내지 무효사유가 된다. 또한 행정처분의 쟁송기간 경과 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근거법률이 위헌이라는 흠이 행정처분의 무효사유에 해당한다면 당해 처분도 역시 무효로 될 것이나, 그 흠이 단지 취소사유에 불과한 것이라면 그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이 선고되느냐 여부에 관계없이 당사자는 패소를 면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법률의 위헌여부는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로 될 수조차 없다. 그렇다면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이 행정처분의 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무효사유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과 헌재의 종래 입장대로라면, 이 사건 반대의견과 같이 과세처분과 압류처분이 별개의 행정처분으로 보아 압류처분의 근거법률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한 압류처분은 당연무효가 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적 '취소사유설'은 제소기간 경과 후 명백한 위헌적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에 의해 권리침해를 받았다고 할지라도 권리구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게 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즉, 지금까지 대법원은 위헌법률을 근거로 한 행정처분의 무효 주장은 유권적 위헌 판단이 없는 한 하자의 명백성을 인정할 수 없어 그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필요 없이 기각해야 한다고 판시하여 왔으며, 헌재 역시 마찬가지로 근거법률의 위헌을 이유로 하는 후행 행정처분의 무효주장은 성립될 수 없어 이 경우 재판의 전제성을 결여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왔다. 대법원과 헌재의 이러한 입장은 선행처분의 근거법률이 위헌 선고된 경우에도 그에 근거한 후행 행정처분에 대한 무효 주장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게 될 수밖에 없어 당사자 권리구제 측면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권리구제가능성의 봉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법원은 위헌을 이유로 하는 무효 주장이 제기되는 경우 위헌제청 등을 거쳐야 할 것이고, 헌재도 재판의 전제성을 결여하는 것으로 속단할 것이 아니라 근거 법률이 위헌인지에 관해 본안 판단을 함이 상당하다. 2.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집행력 인정여부 위헌인 법령에 근거한 행정처분에 의해 부과된 의무의 이행강제가 가능한지가 문제로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에 의하면, 종래 하자승계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전제로 하여, 선행 과세처분과 후행 압류처분은 별개의 처분이므로 선행처분이 당연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행 과세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속 체납 압류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에 반해 다수의견은 위헌법률의 결정의 기속력을 강조하여 후행 집행처분의 근거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이 없더라도 위헌결정의 기속력과 헌법의 최고규범성의 관점에서 비롯되는 법질서의 체계적 요청에 비추어 위헌적인 법률관계를 생성하거나 확대하는 등 후속 집행처분을 할 수 없다는 판시를 하고 있다. 이는 법적 안정성 보다는 구체적 타당성을 강조한 판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대법원은 그 동안 행정처분의 무효성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중대명백설을 취하여 왔으므로, 위헌결정 전에 한 처분은 취소할 수 있는 행정행위가 될 뿐이고 별개의 목적으로 행하는 집행행위에는 하자의 승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게 된다. 즉, 이 사건 반대의견은 위 선례를 따라 선행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로 되지는 않으므로 그 하자가 후행처분 체납처분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본 것으로서 이는 법적 안정성에 부합하는 측면은 있는 것이다. 3. 결어 선행 과세처분과 후행 체납처분이 국민의 재산권 보장과 법적생활 안정의 관점에서 일체로서 파악되어야 한다고 본다면, 반대의견이 논거로 제시하는 과세처분 근거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은 체납처분과는 무관하고 이에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선행 과세처분에 기인하여 발하여진 후행 집행행위까지 예외적으로 무효로 본 것은 과거 헌법재판소가 "행정처분 자체의 효력이 쟁송기간 도과 후에도 존속 중인 경우, 그 처분이 위헌법률에 근거하여 내려진 것이고 그 행정처분의 목적달성을 위하여서는 후행 행정처분이 필요한데 후행 행정처분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그 행정처분을 무효로 하더라도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반면 그 하자가 중대하여 구제가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헌재 1994. 6. 30. 자 92헌바23 결정)"와 궤를 같이한다고 하겠다. 결국, 대상 판결은, 위헌결정의 시적 효력범위에 관하여 원칙적 장래효(폐지무효설)에 대한 예외적 소급효를 인정하고 있는 종래 헌재 판례를 확장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판결 내용상으로는 다수의견이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내세워 위헌결정 이후에 조세채권의 집행을 위한 새로운 체납처분에 착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체납처분은 위헌결정의 효력에 위배되어 당연무효로 보았는데, 이 판결의 결론에 배치되는 종래 하자승계에 관한 법원 판례와의 상충 문제는 향후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되었다.
2013-10-10
토지임차인이 지출한 토지조성공사비용의 매입세액 공제여부
1. 사실관계 원고는 전주시 소유의 토지를 임차하여 골프장으로 조성한 후 20년간 사용 후 전주시에 기부채납하는 내용의 공유재산대부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골프장을 조성하면서 토지조성공사비용(토목공사, 정지작업, 토사매입, 폐기물처리, 교통영향평가, 코스설계, 도시계획변경 등)을 지출하였다. 원고는 조성공사비용에 대한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되는 매입세액으로 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해당 세무서는 위 조성공사비용은 토지관련 조성비용으로 매입세액 불공제대상이라는 이유로 위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가 1심에서 승소하였으나, 2심에서 패소하였고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이 파기되었다. 2. 판결요지 부가가치세법의 규정과 입법 연혁,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취지는 토지가 부가가치세법상 면세재화이어서 그 자체의 공급에 대해서는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그에 관련된 매입세액도 공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있고, 일반적으로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당해 토지의 양도시 양도차익을 산정함에 있어 그 취득가액에 가산하는 방법으로 회수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토지 소유자인 사업자가 당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하여 한 자본적 지출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당해 토지의 소유자 아닌 자가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의 성격을 갖는 비용을 지출한 경우 그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입세액 불공제대상인 토지관련 매입세액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쟁점과 관련 법령 이 사건의 쟁점은 부가가치세법령상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의 의미와 해당 지출자가 토지소유자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지 여부이다. 부가가치세법 제17조(납부세액) 제1항은 '사업자가 납부해야 할 부가가치세액은 자기가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한 세액(매출세액)에서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되었거나 사용될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또는 수입에 대한 세액(매입세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 제4호는 위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의 하나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규정한다. 동법시행령 제60조 제6항은 '법 제17조 제2항 제4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이라 함은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으로서, 토지의 취득 및 형질변경, 공장부지 및 택지의 조성 등에 관한 관련된 매입세액(제1호), 건축물이 있는 토지를 취득하여 그 건축물을 철거하고 토지만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철거한 건축물의 취득 및 철거비용에 관련된 매입세액(제2호), 토지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켜 토지의 취득원가를 구성하는 비용에 관련된 매입세액(제3호)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4. 평석 가. 부가가치세 제도와 매입세액 공제 부가가치세 과세방법으로 전단계 세액공제법을 채택하여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하여 납부세액을 계산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매출세액에서 공제가 부인되는 매입세액은 1) 의무를 태만하였거나 불이행함으로 인하여 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법 제17조 제1항 제1호, 제1호의 2), 2)거래의 성질에 따라 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제2호; 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지출에 대한 매입세액, 제3호 : 비영업용 소형승용차의 구입과 유지에 관한 매입세액, 제3호의 2 : 접대비 등의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 제4호 : 면세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 및 토지관련매입세액)으로 구분된다. 그 중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토지관련 매입세액이다. 나. 법령 및 판례의 변천 토지조성비용에 대한 매입세액 공제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이 다수 있다. 주로 대규모 조성사업이 행해지는 골프장 부지와 관련하여 발생하였다. 당초 법(1993. 12.31. 개정 전)에서는 면세되는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만 불공제 대상으로 규정하였는데, 실무상 임대에 공하는 매입인지 토지원가에 공하는 매입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함에 따라 시행령만 개정(1993. 12.31.)하여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을 불공제한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신설된 조항의 취지에 대하여 대법원(94누1449 전원합의체 판결)은 토지의 조성 등에 따른 거래행위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가 면제되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치를 규정한 것으로 보았다. 위 판결의 다수의견은 사업관련성이 인정되는 매입세액은 위 규정에서 열거하고 있는 것 외에는 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모두 공제되어야 하며, 지금까지 매입세액을 공제해 주던 과세관청이 갑자기 시행령만을 개정하여 이를 공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용인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골프장 부지조성을 위한 용역의 대가를 매입세액으로 사업자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는 것을 인정하였다. 그 이후 정부는 법령의 개정을 통해 토지에 대한 자본적 지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과세관청과 납세자간 마찰 소지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한편 국세심판원은 과세관청이 토지관련 매입세액으로 불공제한 과세처분에 대해 건물 또는 구축물 등 감가상각자산으로 분류되는 비용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토지관련 매입세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복하여 결정하였다. 결국 구체화된 법령을 반대해석하면 토지와 관련된 매입세액이라 할지라도 그 지출에 의하여 조성된 것이 감가상각의 대상이 되는 건물, 구축물 등일 경우에는 매입세액 공제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현행법 하에서도 골프장 부지 조성을 위한 토지관련 매입세액의 공제가 가능한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 소유의 토지에 조성된 골프코스 관련 비용은 매입세액불공제라는 판례(2004두13844)가 있으나 이는 소유토지에 대한 것이다. 입법개정경위를 보면, 불공제되는 매입세액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2001 간추린 개정세법 참조). 다. 관련 법령의 검토 세법에서 자본적 지출을 언급하는 있는 경우로는 국세기본법(제43조의 2 제3항), 법인세법(시행령 제31조 제2항), 소득세법(제97조 제1항 제2호), 상속세및증여세법(시행령 제31조의 9 제7항 4호) 등이 있는데, 모두 "소유한 자산"을 전제로 자본적 지출이라는 용어 정의를 하고 있다. 위 법인세법 시행령은 "자본적 지출이라 함은 법인이 소유하는 감가상각자산의 내용연수를 연장시키거나 당해 자산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하여 지출한 수선비"라 한다. 세법이외의 법령도 소유자의 자산을 전제로 한다. 예컨대 지방공기업법시행령 제22조 등이다. 기업회계기준(제45조, 기업회계기준서 제5호 유형자산)도 원칙적으로 자신의 소유재산을 전제로 자본적 지출을 정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세법해석의 관점에서 위 법령상 '자본적 지출'은 당해 토지의 소유자 내지 취득자를 전제로 해야 하고, 비용을 지출한 자가 임차인인 경우에는 애당초 자본적 지출에 해당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박민, 세법해석의 한계, 조세법연구 2009). 라. 대립되는 견해 (1) 토지소유자의 매입세액만 불공제된다는 견해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않는 입법취지는 토지는 부가세가 면제되는 재화이고, 토지의 조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세무회계상 토지의 취득원가에 산입되어야 하는 것으로 당해 토지의 취득원가에 산입되었다가 당해 토지의 양도시 양도차익을 산정함에 있어서 취득가액에 산입하는 방법으로 회수되고 있으므로 토지에 대한 면세제도의 기본법리상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마땅히 이를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여서는 아니된다. 따라서 이 규정은 토지의 양도차익을 수익하는 당해 토지 소유자에만 적용된다는 견해로 이 사건의 1심 법원의 입장이다. 따라서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된 어떠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 타인 소유 토지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게 된다 하더라도 그 토지의 소유자가 아닌 자에게는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지 아니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이라 할 수 없고 매입세액으로 공제되어야 한다. 기업회계나 법인세법에서 타인의 토지에 대한 자본적 지출에 대하여 이를 토지원가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있으므로 소유 여부에 따라 구분되어야 한다는 견해(강인 외, 부가가치세 실무, 삼일인포마인)가 있다. (2) 소유자와 임차인의 구분없이 모두 불공제된다는 견해 토지관련 매입세액이 불공제 매입세액으로 처리되는 이유는 토지가 면세재화이기 때문이어서 토지의 거래에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아니함에도 매입세액을 공제한다면 매입거래와 관련한 부가가치세의 부과가 무의미해진다는 이유로, 매입세액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업자가 토지소유자인지를 불문하고 면세제도의 기본원리상 매출세액에서 공제해서는 아니된다는 견해이며, 이 사건 항소심의 입장이다. (3) 부가가치가 동일하면 동일한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견해 최근 이 판결에 대한 평석자(조성훈, 법률신문 2010. 3.1.자)의 견해인데,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토지소유자가 사업을 하는 경우와 그 토지를 임차하여 사업을 하는 경우에 부가가치세 납부액이 달라지는 것은 잘못이라는 견해이다. 즉 부가가치가 동일하면 동일한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위 견해는 부가가치세 원리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가가치세법은 과세대상, 납세의무자 등을 정한 다음에 과세거래에 대한 규정을 둠과 동시에 영세율과 면세에 대한 규정도 두고 있다. 영세율과 면세는 정책적인 이유에서 대상을 정하는 것이며, 부가가치가 없거나 다르기 때문은 아니다. 한편 납부세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전단계 세액공제방법에 따라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하는 방법을 택하되 정책적인 이유에서 일정한 매입세액은 공제하지 아니한다. 이건에서 문제된 토지관련 매입세액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법원리에 의하면, 부가가치세의 산정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산정되는 것이며, 그 결과 최종적으로 동일한 부가가치가 생산되는 경우라도 거래 당사자, 거래 시기, 거래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위 평석자는 대법원 판결이 양도차익이라는 개념을 등장시켜 잘못 판단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는 판결을 오해한 것이다. 대법원은 토지관련 매입세액이 불공제되는 취지는 토지가 면세재화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매입세액은 불공제라는 설명을 하면서, 시행령을 해석함에 있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이라는 개념은 문언상 토지소유자에게만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을 뿐이다. 설명과정에서 양도차익이 언급된 것은 이렇게 해석하더라도 토지소유자는 토지를 양도할 때 양도차익을 계산함에 있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취득가액에 가산하는 방법으로 회수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도 부당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만일 소유자에 대한 구분이 없다면, 오히려 부가가치세가 중복과세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즉, 임차인의 조성공사비 매입세액불공제로서 한번 과세되고, 반환시 토지소유자의 (토지조성분만큼의 증가분에 대한 )매입세액불공제로서 실질상 과세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부가가치세제와 무관한 양도차익을 이유로 매입세액 공제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님에도 평석자는 이 점을 오해함으로써 부가가치세 면세의 취지에 따른 토지소유자와 임차인의 부가가치세법상 지위를 혼동하였다. (4) 필자의 견해 면세재화로서 토지의 공급을 둘러싼 거래는 원칙적으로 공급하는 자나 공급받는 자 모두 부가가치세 부담이 없어야 한다. 토지의 매출거래가 면세거래로 매출세액이 부과되지 아니하므로 그와 관련된 매입세액도 공제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토지라도 형질의 변경이나 구조물의 설치로 이용도를 높일 수 있다. 한편 부가가치세법은 토지를 매매한 경우와 임대한 경우를 달리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바, 법 제12조 제1항 제12호에서 정하는 주택과 이에 부수되는 토지의 임대용역을 제외한 토지의 임대용역은 과세대상이 된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법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토지가 면세거래(토지의 양도) 또는 과세거래(토지의 임대등 과세사업에 활용)로 이용되는 경우가 있음을 전제로 토지관련 매입세액의 불공제여부에 혼선이 있었다. 부가가치세법령을 합리적으로 해석해 보면, 시행령 제60조 제6항의 취지는 토지관련 비용을 지출하였는데, 그 비용이 면세공급의 대상인 토지의 원가를 구성하는 경우(취득원가 및 자본적 지출)에는 그 토지관련 비용은 면세공급 관련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소유토지와 임차토지간에는 법률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구분하여 볼 근거와 필요가 있다. 결국 토지를 소유한 자가 골프장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그 지출이 '자본적 지출'에 해당하여 불공제가 타당하지만, 토지를 임차하고 골프장을 건설하여 과세사업을 영위하는 자의 경우에는 토지 자체가 보유자산이 아니므로 자본적 지출이 아니고, 따라서 단순히 토지에 대한 지출이라는 사유만으로 이를 자본적 지출로 보아 매입세액을 불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토지의 보유여부에 따라 경제효과가 달라진다는 비판이 있으나, 세법에서 최종 결과가 동일하더라도 당사자가 선택한 법률행위의 형태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는 경우는 허용되고 있으며 현행 소득세법상으로도 토지를 소유한 경우와 임차한 경우에 부동산임대소득 인정에 차이가 있는 등 세법상 소유와 임차는 구분되고 있는 점을 보면, 항상 소유와 임차가 경제적으로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우리 헌법상으로도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상대적 평등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비판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5. 결론 대상 판결의 결론에 찬동한다. 토지를 부가가치세법상 면세재화로 하는 취지, 토지 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취지, 소유토지와 임차토지는 법률적 성질이 다른 점, 문언의 의미상 '자본적 지출'의 의미가 소유를 전제로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토지 소유자인지 여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2010-03-22
소득의 실질적 귀속과 수익적 소유
1. 사실관계 (1) 원고 회사는 2002년 6월28일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에 소재한 외국법인 Sunday Ltd., Monday Ltd. 및 Saturday Ltd.(이하 ‘Sunday Ltd. 등’)로부터 주식회사 푸드스타(이하 ‘푸드스타’)의 비상장주식 72만주를 대금 약 15억원에 양수했다(이하 ‘이 사건 주식거래’). (2) 서울지방국세청은 Sunday Ltd. 등은 단순히 조세회피를 위해 설립된 도관회사(Conduit Company)이기 때문에 Sunday Ltd. 등의 소유자로서 Cayman Island에 소재한 Hongkong Shanghai Banking Corporation Private Equity Fund 2 Ltd. (이하 ‘HSBC PEF 2’)가 이 사건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로 보고, 원고가 원천징수의무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2002년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로 징수하는 처분을 했다(이하 ‘이 사건 각 징수처분’). (3) Sunday Ltd. 등은 HSBC PEF 2가 라부안에 100%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으로 회사 대표나 실체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다. HSBC PEF 2는 투자전문회사인 홍콩 소재의Hongkong Shanghai Banking Corporation Private Equity Asia Ltd. (이하 ‘HSBC PEA’)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투자를 위해 Cayman Island에 설립한 사모펀드회사이다. HSBC PEF 2는 HSBC PEA의 직원인 ‘T’가 운용했으며, 푸드스타의 주식에 대한 주주권은 HSBC PEA가 행사했다. 2. 판결의 요지 (1) OECD 모델조세조약의 관련주석규정 및 실질과세의 원칙에 비추어 보면,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법인세의 부과는 실질적인 귀속자를 기준으로 하여 조세협약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2) Sunday Ltd. 등은 그 대표나 실체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고 이 사건 주식거래 이외에 다른 사업활동을 했다는 자료가 없는 점, 푸드스타에 대한 주주권은 Sunday Ltd. 등이 행사하지 아니한 점, HSBC PEF 2가 조세피난처인Cayman Island에 설립되어 이 사건 주식대금과 양도대금이 모두 HSBC PEF 2의 소유 자금이거나 그 소유로 귀속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 한국·말레이시아 조세협약에 의하면 주식양도소득에 대해 거주지국 과세로 규정되어 있고 말레이지아 현지세법에 의하면 자국 법인의 해외원천소득에 대해 저율과세 또는 비과세 하도록 되어 있는 점 등을 비추어 보면 Sunday Ltd. 등은 정상적인 투자목적으로 말레이지아에 설립되어 사업활동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이 사건 주식거래와 관련해 소득 발생지국의 조세징수를 회피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Paper company에 불과해 주식양도차익의 실질귀속자는 HSBC PEF 2로 보는 것이 정당하다. (3) 원고들은 HSBC PEF 2 역시 HSBC PEA가 설립했고, HSBC PEA 소속의 T 등에 의해 지배·관리되고 있는 펀드회사이므로 이 사건 주식거래의 이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는 HSBC PEA이거나 투자자금에 대한 투자자들이라고 주장하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HSBC PEF 2는 미국 등지의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투자해 이를 장기간 운용하고 있는 회사로서 그 정상적인 투자 목적을 가지고 운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주식거래자금의 공급처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는 이상 그 설립자인 HSBC PEA나 투자자금자체의 개별 투자자들을 이 사건 주식거래에 있어서의 이득의 실질적 귀속자로 볼 것은 아니다. (4) 따라서 이 사건 주식의 양도차익의 실질적인 귀속자는 HSBC PEF 2로서 그 거주지국인 Cayman Island와 우리나라는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으므로 국내세법을 적용하여 과세한 이 사건 징수처분은 적법하다. 3. 평 석 가. 대상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최근 수년 간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실질적인 귀속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판단을 함으로써, 논란이 되고 있는「수익적 소유자(beneficial owner)」개념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나.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에 대한 판단기준 (1)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에서는 Sunday Ltd. 등, HSBC PEF 2, HSBC PEA와 HSBC PEF 2의 개별 투자자들 모두 4개의 주체가 문제된다. 대상판결에서 법원이 HSBC PEF 2가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라고 인정한 이유 중 하나는, Sunday Ltd. 등이 푸드스타의 주식에 대한 주주권을 스스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지만 푸드스타에 대한 주주권은 과세관청과 대상판결이 인정한 HSBC PEF 2가 행사한 것이 아니라 그 상위의 HSBC PEA가 행사했으며, 이 점은 대상판결 또한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HSBC PEF2는 실질적 귀속자가 될 수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HSBC PEF2를 실질적인 귀속자로 판단하고 있다. 법원은 그 이유에 대해 HSBC PEF 2는 정상적인 투자목적을 가지고 운용되고 있으므로 도관회사로 인정할 수 없고 그 설립자인 HSBC PEA나 투자자금자체의 개별 투자자들을 실질적 귀속자로 볼 수 없다고만 하고 있다. (2) 대상판결에서 법원의 판단기준 대상판결의 설명에 따르면, HSBC PEF 2를 실질적인 귀속자로 본 이유는 HSBC PEF 2는 정상적인 투자목적을 가지고 운용되고 있고 실체를 가지고 있음에 반하여 Sunday Ltd. 등은 정상적인 투자목적으로 설립되어 사업활동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오직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만약 Sunday Ltd.등이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라면 HSBC PEF2도 Sunday Ltd.등의 조세회피목적에 종사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설립된 것이므로 실질적인 귀속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대상판결에서 법원은 또한 최근 론스타 펀드에 관한 국세심판원의 결정 등에서 사용된 것과는 다른 기준을 사용함으로써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론스타 펀드가 소유하고 있는 Star Holdings SCA (이하 ‘SH’)가 주식회사 스타타워의 주식을 양도한 사건에 관해 국세심판원은 ‘벨기에 법인인 SH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됐고, 정상적인 사업활동이 없으며, 소득의 실질적 지배·관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도관회사로 판단하고, 론스타 펀드를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심판결정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동 경정이 외국의 파트너쉽은 소득세법상 공동사업자로 보아 과세해야 한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을 수용하는 데에 있다 할 것이다. 실제 과세관청은 론스타 펀드가 ‘파트너십’이므로 소득세법 제1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법인으로 보는 단체 외의 단체’로 보고 이익의 분배방법이나 비율이 확인되면 공동사업자로 보아 각 ‘파트너’별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자 했다. 반면 대상판결에서는 오히려 납세자가 스스로 파트너십인 HSBC PEF 2의 배후에 있는 HSBC PEA 및 투자자금의 개별 투자자들이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라고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명목회사라는 점에서 Sunday Ltd.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HSBC PEF 2를 동 펀드가 다만 ‘정상적인 투자목적을 가지고 운영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주식양도차익의 실질적 귀속자로 본 것이다. 법원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분명한 설명을 하지 않고, 방론으로 홍콩에 소재한 HSBC PEA에 대해서는 적용될 수 있는 조세조약이 없으므로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시를 했으나, 개별 투자가에게 초래될 부당한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 등지에 소재하는 HSBC PEF 2의 개별 투자자들에 대해서까지 실질적인귀속여부를 판단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은 것이다. (3) 비판적 검토 이러한 대상판결의 불투명한 입장은 과세관청 및 판례가 소득의 명목적 귀속자 배후에 있는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추적해 나가다가 어디에서 멈추어 과세를 할 것인지를 납세자가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는 문제점이 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추적하다가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여 우리나라의 과세권이 미치는 곳에 설립된 실체에서 멈추어 과세를 하고, 그 배후 주체 중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우리나라의 과세권이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곳, 예컨대 미국에 있는 투자자에 관해서는 침묵해 버리는 것으로 비추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다. 국내법상 실질과세 원칙과 OECD Model Commentary의 적용 대상판결은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기준으로 조세조약을 적용하고 이에 따라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부과하여야하는 근거로, OECD 조세조약 모델협약과 관련 주석서(Commentary) 규정 및 국내세법상 실질과세원칙을 병렬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조세조약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국내법상 실질과세원칙을 통하여 조세조약상 허용되는 혜택을 부인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해서는, OECD가 2003년에 비로소 그 주석서를 개정해 이를 명시적으로 긍정했기 때문에, 이를 2003년 이전에 체결된 한국·말레이시아 조세조약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어 왔다. OECD 조세조약 모델협약과 그 주석서가 우리나라 국회를 통과한 국제조약이 아니므로 헌법상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졌다고 보기에 의문이 있으므로 법원이 이를 얼마나 존중해 줄 것인가 하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하나 이에 대한 정확한 설시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라. 실질적인 귀속자에 대한 입증 문제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판단하는 어려움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원천징수의무자가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과세관청은 동일한 말레이시아 라부안 소재 법인과의 거래라 하더라도 어떠한 거래에서는 라부안 법인의 독립적인 실체로서 소득의 귀속을 인정하고 또 다른 거래에서는 부정하고 있다. 결국 그 판단기준이라는 것은 오직 조세회피의 목적을 위해 설립된 실체인가 하는 점일 것인데, 이를 파악하기 위해 원천징수의무자가 거래상대방에 관해 어느 정도의 조사의무를 다 해야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나아가 실질적인 귀속자를 끝까지 추적하여 가다 보면 배후의 투자자를 밝혀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고 투자기구와 투자자와의 계약에 따라 투자기구가 투자자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을 의무를 지는 경우도 있을 것인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론스타 펀드의 심판례에서와 같이 단지 납세의무자 측의 입증 실패 내지 거부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단체에서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을 중단할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이러한 점에 관해 과세관청 및 법원에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면, 원천징수의무자에 대해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마. 결 론 대상판결은 외국계 사모펀드들과 관련해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다. 그러나 과세관청과 납세의무자 모두에게 여전히 정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했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겠다. 특히 이 판결이 과세관청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실질적인 귀속자를 면밀한 분석 없이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그간 쌓여 오던 일련의 판단기준들에 대한 신뢰마저 희석시켜 버리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란다. 과세관청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다단계 출자구조에 의한 회사의 소유구조 연결을 부인하고 실질과세를 추구하는 것인 만큼, 법원을 비롯한 심판기관들은 과세관청이 지적하는 실질적인 귀속자에 대해 보다 진지한 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2008-04-14
신탁재산의 관리처분상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
I. 머리말 최근 신탁재산의 관리.처분에 대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 및 부가가치세 환급청구권이 신탁재산에 귀속되는지 여부 등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다(대상판결 1 -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0다33034 판결, 대상판결 2 - 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 판결). 이들 판례는 자익신탁인 토지개발신탁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위탁자이고(대상판결 1), 타익신탁인 담보신탁의 경우 납세의무자는 수익자라고 판시하면서(대상판결 2), 이를 전제로 부가가치세 환급청구권의 귀속 등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세법상 실질과세의 원칙과 신탁법상의 법리를 오해하고, 몇 가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지면관계상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논문에서 보기로 하고, 우선 대상판결 들의 전제가 된 대상판결 1의 판시내용 중에서 납세의무자부분만 검토하겠다(이하 판시 내용에서도 부가가치세 환급청구권이 신탁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 및 기타 논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 판 결 요 지 - 신탁법에 의한 신탁은 부가가치세법 제6조제5항 소정의 위탁매매와 같이 자기명의로 타인의 계산에 의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공급받는 등의 신탁업무를 처리하고 보수를 받는것이어서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 신탁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세 납세 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라고 봐야 II. 사안의 개요 및 소송의 진행관계 1. 사안의 개요 H신탁은 1995. 6.29 J사 소유의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341대 27,360㎡(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함) 지상에 철골철근 콘크리트조 지하 5층, 지상 5층 연면적 200,019.90㎡의 건물을 건설하고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신탁재산으로 하여 이를 임대, 관리. 운용하는 것을 신탁목적으로 하고, 이 사건 토지는 건물의 건축 및 그 소유를 위한 부지로서 관리한다는 내용의 신탁부동산 관리. 운용방법 등을 정하여 위 J사와 토지개발신탁계약(이하“이 사건 신탁계약”이라함)을 체결하였다. 이후 H신탁은 신탁재산인 이 사건 토지의 신탁목적에 따라 이 사건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를 시행하였고, 그 건물신축공사를 진행하기위하여 직접 건설회사 및 감리회사 등과 공사도급계약 등을 체결하였으며, 그 회사들로부터 건설 및 감리용역 등을 제공받고 매입부가가치세액과 함께 공사대금 등 그 대가를 지급하였다. H신탁은 위와 같이 직접 위 각 회사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라 이 사건 토지위에 건물신축공사를 진행하면서 기성에 따라 공사도금금액을 지급하고, 건설회사 등으로부터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았다. 다만, “세금계산서”에는 국세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공급받는 자가 원고로 기재되어 있지 않고 원고는 비고란에 수탁자로 기재된 채 위탁자인 위 J사가 공급받는 자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J사가 신고한 매입세액이 매출세액보다 많이 신고되자, 서초세무서장은 J사에게 부가가치세 환급청구권이 J사에게 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위 환급금 중 J사의 체납세 금 39,090,920원을 공제한 금 211,796,900원을 공탁하였다. - 연 구 요 지 - 신탁계약에 있어서 부가세 납세의무를 위탁자로 본 것은 위탁매매가 지니고 있는 외연의 범위를 넘어 세법적 사실을 포섭한 조세법상 엄격해석의 원칙에 위배되는 문제가 있고, 거래의 귀속주체와 이익 등의 귀속주체를 혼동하여 거래세라는 부가세 본질을 외면한 잘못된 해석기준을 낳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위탁매매와 신탁계약은 서로 본질적으로 다른것이므로 신탁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수탁자를 납세의무자로 봄이 타당하다 2. 공탁금출급청구권확인 소송의 진행관계 이에 H신탁은 서울지방법원에 공탁금수령권자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원심판결에서 H신탁은 패소하였고, 이에 상고하였다. 3. 판시사항 신탁법상 신탁재산의 개발.관리.처분 등 신탁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부가가치세법상의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위탁자) -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함에 있어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공급받게 되는 경우 수탁자자신이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하게 되는 것이나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은 최종적으로 위탁자에게 귀속하게 되어 실질적으로 위탁자의 계산에 의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신탁법에 의한 신탁 역시 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5항 소정의 위탁매매와 같이 자기(수탁자) 명의로 타인(위탁자)의 계산에 의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또는 공급받는 등의 신탁업무를 처리하고 그 보수를 받는 것이어서,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 신탁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의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라고 보아야 한다. III. 신탁재산의 관리.처분에 있어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 1. 부가가치세의 의의 부가가치세(Valued Added Tax)는 재화나 용역이 생산.제공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거래단계에서 생성되는 부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하여 과세하는 조세이다.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을 생산.공급하거나 유통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가가치에 대하여 모든 거래단계마다 과세하는 多段階 去來稅로서, 그 조세의 부담은 거래상대방에게 전가되어 종국적으로는 최종소비자가 그 부담을 지도록 하는 한다. 즉 재화와 용역에 부과된 세액은 전가되어 소비자의 부담으로 귀착될 것이 예상되어 있는바, 擔稅者가 소비자일 것을 예상하는 一般消費稅이자 間接稅이다. 그러나 납세의무자는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事業者가 법률상 납세의무를 부담한다. 2. 납세의무자 부가가치세법상 “부가가치를 납부할 의무자(납세의무자)”는 「영리목적의 유무에 불구하고,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사업자)」이며, 여기서 과세의 대상이 되는 “재화의 공급”은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모든 원인에 의하여 재화를 인도 또는 양도하는 것을 일컫는다(동법 제6조 제1항)」, 다만 「“위탁매매 또는 대리인에 의한 매매”에 있어서는 위탁자 또는 본인이 직접 재화를 공급하거나 공급받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동법 제6조 제5항).」위탁매매 또는 대리관계에서 납세의무자는 위탁자 또는 본인이 된다. 그런데 납세의무자의 확정은 외관이 아닌 법적실질에 의하여야 한다. 따라서 신탁재산의 관리?처분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경우 누가 납세의무자인지는 신탁계약의 법적실질과 신탁계약에서 누가 실질적으로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지 여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당해 대상판결은 같은 전제아래 신탁법상의 신탁계약의 실질을 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5항 소정의 위탁매매로 보고, 신탁계약에서도 위탁계약과 같이 위탁자가 실질적으로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자라고 본 것이다. 3. 위탁매매제도와 신탁제도의 異同 신탁제도나 위탁매매제도 모두 수탁자의 명의로 법률관계가 형성된다는 점과 종국적으로는 그 수익과 비용이 위탁자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하지만 신탁제도에 있어서는 수탁자가 사망해도 신탁관계가 종료하지 않는 반면(신탁법 제11조 제2항), 위탁매매는 수탁자가 사망하면 계약관계가 종료하며(상법 제112조, 민법 690조), 또한 신탁에서는 신탁재산을 구속함에 반해 수익자나 위탁자에게 그 법률효과가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위탁매매의 경우에는 위탁매매인이 위탁매매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유가증권 또는 채권은 위탁자와 위탁매매인의 채권자사이에서는 위탁매매인의 이전행위없이 당연히 위탁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간주된다(상법 제103조). 뿐만 아니라, 신탁계약에 있어서, 위탁자는 수탁자를 지시할 수는 있어도 직접 신탁재산을 관리처분을 할 수 없고, 수탁자가 행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부인하거나 수탁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으나, 위탁매매의 경우에는 위탁자는 위탁매매인에게 일정한 가격에 매수 또는 매도할 것을 정할 수 있고, 위탁매매인이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위탁자가 이를 인수하지 않아도 무방하다(상법 제106조). 이와 같이 신탁제도는 위탁매매제도와는 달리 위탁자와의 관계에서도 독립성이 강화되어 있으며, 제3자와의 관계에서는 완전히 독립된 거래관계인 것이다. 4. 신탁계약을 위탁매매와 같게 평가한 대상판결 들의 문제점 가. 엄격해석의 원칙에 위배 따라서 신탁계약을 위탁매매의 외연의 범위내에 일률적으로 포섭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거래세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할 때도 신탁제도 고유의 특성에 따라 신탁계약의 체결경위, 목적, 취지, 거래대상, 거래당시 비용지출의 당사자, 거래사업의 실질담당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인 부가가치의 귀속주체 즉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지, 단지 법률상 명의는 수탁자에게 귀속하고, 그 경제적 이익과 비용은 위탁자 내지 수익자에게 귀속한다는 구조상의 유사성만가지고 일률적으로 위탁매매와 유사하다하여 신탁계약에 있어서도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를 위탁자라고 본 대상판결 1, 2는 신탁제도와 위탁매매제도를 혼동하여 신탁계약에 포섭시킨바, 이는 위탁매매가 지니고 있는 외연의 범위를 넘어 세법적 사실을 포섭한 조세법상 엄격해석의 원칙에 위배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나. “신탁수익의 귀속”과 “과세물건인 부가가치의 귀속”을 혼동 게다가 대상판결 들은 “신탁수익의 귀속”과 “과세물건인 부가가치의 귀속”을 혼동하여 이 사건 거래내용을 위탁매매라고 본 잘못이 있는 것이다. 즉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과세물건인 이건 거래로 발생한 부가가치가 누구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지(실질적인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 여부)여부에 대해 신탁법의 내용, 신탁계약을 체결한 과정, 취지, 목적, 당사자의 의사, 일반인의 법의식 및 법감정 등을 좀더 면밀히 검토?종합하여 판단한 후, 이건 신탁계약을 위탁매매로 볼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하는데, 신탁관계의 본질을 간과하고, 실질적으로 법적인 과세물건의 귀속을 누구에게 해야 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IV. 대상판결 1의 검토 가. 토지개발신탁에선 수탁자(부동산신탁회사)가 신탁사업수행을 위하여 금웅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고, 건설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며, 수분양자(임차인)들과 분양계약(임대차)을 체결한다. 이와 같은 경우 수탁자는 계약상의 채무를 부담하게 된다. 예컨대 대출금융기관에 대하여는 대여금반환채무를, 시공회사에 대하여는 공사비지급채무를, 수분양자에 대하여는 분양목적물을 이전해주거나, 분양계약해제시 분양대금반환채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수탁자(신탁회사)가 부담하고 있는 채무는 신탁계약이 종료할 때, 우선 신탁재산으로 지급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신탁법 제42조 제2항에 따라 수탁자는 수익자에게 그 비용을 부담하게 할 수 있으나, 수익자가 수익권을 포기할 경우에는 수탁자가 부담할 수 밖에 없다(동조 제3항). 결국 수탁자는 수익자에 대하여 신탁재산을 한도로 유한책임을 부담하지만, 제3자에 대하여는 무한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수탁자의 채무는 신탁재산과 부담부분이 없는 연대채무에 유사한 채무를 부담한다. 결국 토지개발신탁의 경우에는 수탁자가 모든 계약상 채무를 부담하며, 그 명의로 모든 법률행위를 하는 것이다. 나. 게다가 이건과 같은 토지개발신탁의 경우, 수익자가 받은 수익은 수탁자가 행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따른 것도 아니며, 그 경제적 효과가 미치는 것도 아니다. 그 실질은 단지 신탁사업의 목적수행에 따라 수탁자인 신탁회사가 얻은 수익을 배당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대상판결에 따르면 배당이익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한 경우가 된다. 다. 또한 신탁법상 수익자가 가지는 법적인 권리는 수탁자에 대한 일정한 급부청구권일 뿐, 신탁재산에 대하여 아무런 물권적 권리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대상판결처럼 신탁재산의 처분이익을 향수한다는 근거로 위탁자를 사업자로 보는 것은 경제적실질에 따라 과세하는 것으로 실질과세원칙에 대해 법률상 실질설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종전 판례의 태도와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본다. 라. 결국 재화를 인도.양도할 있는 자는 당해 재화의 소유자 혹은 재화를 처분할 수 있는 대외적 처분권자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적어도 토지개발신탁에 있어서는 “수탁자”가 재화의 공급자 내지 공급받는 사업자로서 납세의무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V. 결론 그러나 이건 대상판결 들은 신탁재산의 관리처분거래를 그 실질에 따라 파악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5항의 위탁매매로 본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신탁재산의 관리.처분에 있어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를 판단할 때, 사법상 거래에서 실제로 행하여진 신탁계약의 설정취지, 목적, 거래대상, 거래당시 비용지출의 당사자, 일반인의 관념, 거래사업의 실질담당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인 부가가치의 귀속주체 즉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지, 단지 세금계산서상 ‘공급받는 자’ 내지 ‘공급하는 자’를 위탁자로 하였다는 점과, 법률상 명의는 수탁자에게 귀속하고, 그 경제적 이익과 비용은 위탁자 내지 수익자에게 귀속한다는 구조상의 유사성만가지고 일률적으로 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5항의 위탁매매라 보고, 신탁계약에 있어서도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를 위탁자라고 본 대상판결 1, 2는 신탁제도와 위탁매매제도를 혼동하여 신탁계약 포섭시킨바, 이는 위탁매매가 지니고 있는 외연의 범위를 넘어 세법적 사실을 포섭한 조세법상 엄격해석의 원칙에 위배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건 대상판결 1은 거래의 귀속주체와 이익 등의 귀속주체를 혼동하여 거래세라는 부가가치세의 본질을 외면한바 잘못된 해석기준을 낳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위탁매매와 신탁계약은 서로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므로, 신탁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적어도 토지개발신탁에 있어서는) “수탁자”를 납세의무자로 봄이 타당하다고 본다.
200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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