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序 論1. 判示 事案의 槪要
原告(被上告人)는 운송회사인 被告(上告人)에게 직물운송을 의뢰하였는 바, 同 被告는 인도지를 미국 텍사스브라운스빌, 送荷人은 原告, 受荷人은 信用狀 發行銀行의 指示人으로 하는 複合運送證券을 발행하였다. 그런데 위 물품은 물품인도장소인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까지 운송되었으나 피고의 미국내 대리점으로부터 보관을 의뢰받은 보세창고업자 안젤로 인터내셔날이 물건을 保管하던 중 運送證券을 所持하지 않은 제3자에게 위 物品을 인도함으로써 運送物 滅失된 事故가 발생하였다. 同 船荷證券 裏面 約款 第24條에는 이 證券에 기한 訴는 미국 뉴욕시 法院에 提起하여야 한다는 專屬的 管轄合意 條項이 있었다. 原告는 이러한 專屬的 管轄合意 條項이 있었음에도 運送人인 被告의 不法行爲 내지 契約上의 責任(選擇的으로 請求하였음)을 물어 서울지방법원에 이 사건 訴를 提起하였다. 이 사건에서 被告는 原告의 訴 提起는 適法한 管轄合意를 違反하여 提起한 것이므로 마땅히 不適法 却下되어야 한다는 本案 前 抗辯을 제기하였는 바(本 論稿에서는 同 事件의 判示 事案中 이러한 被告의 管轄違反의 抗辯에 대해서만 考察한다), 原審(서울고등法院 1996.4.18. 선고 95나37447호 判決)은 이 사건 管轄合意는 合理性을 缺如하여 無效라고 判示하였고 大法院 역시 專屬的 國際裁判管轄合意의 경우 管轄合意된 法院과 事件과의 「合理的 關聯性」이 없으면 그 管轄合意는 無效라고 判示하였다.
2. 判決의 要旨 및 問題의 提起
가. 大法院은 當事者間의 國際裁判管轄合意가 有效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3가지 要件이 필요하다고 설시하고 있는 바, 첫째, 당해 사건이 대한민국 法院의 專屬管轄에 속하지 않을 것. 둘째, 指定된 外國法院이 그 外國法上 당해 사건에 대하여 管轄權을 가질 것(이상의 두가지는 一般的으로 要求되고 있는 要件事項이다. 李時潤, 民事訴訟法, 110-111면 참조). 셋째, 당해 사건이 그 外國法院에 대하여 合理的인 關聯性을 가질 것 등이다. 그런데 大法院은 合理的인 關聯性을 管轄合意의 有效要件으로서 論하면서 判示 事案과 각 법원간의 關聯性의 정도를 比較衡量(主된 事務所 所在地, 行爲地등) 아울러 이 事件에서는 證據方法의 所在나 調査의 便宜 등을 考慮할 때 管轄合意된 뉴욕시 法院이 被告에게 유리할 것도 없으며 오히려 불편하다고 하면서 訴價가 크지 않다는 점까지 擧論을 하고 있다.
나. 우리 나라에서는 國際裁判管轄 문제에 있어 民事訴訟法이 이를 규율할 수 있는 규정을 明示的으로 두고 있지 않아 과연 어떤 根據에 기해 裁判管轄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 論議의 초점이 맞추어졌고 이러한 根本的인 問題에 얽매어 있어서인지 우리나라 大法院은 國際裁判管轄合意 문제에 있어서도 정면으로 管轄合意의 有效性 여부에 대하여 言及을 한 判決은 없었다. 단지 1992.1.21. 선고 91다14994호 判決(공보 916호-879면)에서 船荷證券上의 管轄合意를이유로 被告가 本案前 抗辯을 함에 대하여 大法院은 原告의 請求가 不法行爲 請求權에 基礎한 것이므로 船荷證券上의 管轄合意가 適用될 여지가 없다고 하면서도 한걸음 더 나아가, 裁判節次의 便宜와 執行의 實效라는 면에서 外國法院에서 裁判하는 것이 不合理하다고 하였다(論考의 對象인 이 事件 判決의 原審判決은 이러한 便宜와 實效, 不合理性이라는 觀點에서 管轄合意를 考察한 듯하다)
다. 그런데 이 사건 大法院 判決은 國內 法人들이 國內法院을 排除하고 外國法院을 專屬的으로 合意한 사건에서 그 有效性에 대해 一應의 基準을 提示한 점에서 意義가 있다 할 것이다. 이 사건과 같은 경우 外國에서는 管轄合意의 方式問題, 즉 船荷證券上의 裏面約款에 기한 管轄合意의 效力 問題로 接近하는 것이 一般的인데 우리 大法院은 이러한 方式 問題를 넘어 合意된 法院과 事件과의 關聯性을 焦點으로 하고 있다. 本稿에서는 國際裁判管轄合意의 一般的 有效要件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內國關聯性 문제를 獨逸과 日本의 類似判例 및 大陸法 體系와는 다른 接近方式을 취하고 있는 英美의 類似判例와 理論들을 比較 考察하여 大法院 判決의 問題點을 指摘하고자 한다.
II. 本 論1. 國際裁判管轄合意에 있어 內國關聯性
가. 序 言
當事者 또는 訴訟物이 管轄法院으로 合意된 法院이 속하는 國家와 어느 정도의 內國關聯(Inlandsbeziehungen)이 있어야 하는가의 內國關聯性 문제는 國際裁判管轄 一般에 共通하는 基本問題이지만 특히 管轄合意의 경우 管轄契約의 許容性의 基本的 要件으로 論해지고 있기에 더욱 문제가 된다(秋原佐一郞, 「國際民事訴訟法論」, 141면). 더욱이 合意裁判籍은 다른 土地管轄(普通裁判籍 및 特別裁判籍)과는 相異하게 內國關聯性이 考慮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獨逸의 學說과 判例 및 日本과 美國의 現況을 檢討하고자 한다.
나. 獨逸의 判例와 學說
1) 獨逸의 判例와 이에 對立되는 通說的 見解
獨逸의 함부르크 高等法院(OLG) 判決(OLG Hamburg RIW/AWD 1976, 228)은 提起된 事件이 獨逸과 充分한 內國關聯性(ausreichende Inlandbeziehung)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이를 管轄合意의 一般的 適法要件(allgemeine Zul ssigkeits voraus setzung)으로 取扱하고 있다. 獨逸聯邦大法院(BGH)은 EuGH 第17條의 管轄合意, 要件을 解釋함에 있어서도 管轄合意가 반드시 2개의 協約 締約國과 關聯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BGH RIW 1992, 142.) 스위스 國際私法에 의하면 管轄合意의 一方 當事者가 合意된 法院의 州(Kanton)안에 그의 住所, 常居所, 또는 營業所를 가지고 있는 경우(同法 第5條 第3項a.) 및 위 法律에 따라 訴訟物에 대하여 스위스法이 適用되어야 하는 경우(同法 第5條 第3項b.) 등에는 合意된 法院은 그의 管轄을 거절하지 못한다라고 規定하고 있는 데(李好珽, 「스위스의 改正國際私法典」, 「서울대학교 法學」, 通卷 83, 84號, 12면 이하 참조) 內國關聯을 要求하는 立場이라 할 것이다.(石光現, 「스위스 國際私法(IPRG)」, 「法曹」, 通卷 477號, 101面에 의하면 스위스 國際私法(Bundesgesetz ber das Internationale Privatrecht)의 主要連結 原則의 하나는 (明示的이지는 않으나) 모든 事情과 利益을 考慮하여 原則的으로 事案과 가장 密接한 關聯을 가지는 法을 準據法으로 定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獨逸에 있어 이러한 判例의 見解를 지지하는 學者 少數이며 독일의 지배적 견해는 管轄合意에 있어 內國關聯性 여부는 獨立의 適法要件이 될 수 없다고 한다(Max Pagenstecher, H.Nagel, Winfried Kralik, R.Zller/M.Vollkommer, H.Linke, A.Jakobs, W.J.Habscheid, G.H.Roth등) 즉 當事者는 國內와 關聯이 없는 中立的인 第3國의 法院을 管轄法院으로 合意할 수 있고 合意된 法院이 當事者 혹은 請求와 전혀 關聯性이 없는 法院이어도 무방하다고 한다(H.Linke, IZP, Rn. 183, S.70.) 즉, 當該 事件과 內, 外國과의 關聯性을 요구하지 않는 立場이다.(A.Jakobs, W.J.Habscheid, G.H.Roth등) 獨逸民事訴訟法(ZPO) 第38條 明文의 規定을 보더라도 立法者는 當事者의 意思나 적어도 當事者 一方이 外國에 거주하는 것만을 요구하였으므로 그 이상의 특별한 要件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獨逸의 경우는 우리 나라나 日本의 경우와는 달리 獨逸民事訴訟法(ZPO) 規定의 改正을 통해 어느 정도는 國際裁判管轄合意의 要件을 類型化하고 있어 이와 같은 通說의 입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 Jochen Schr der의 折衷的 見解
國際裁判管轄合意에 관한 明文의 規定이 없는 우리 나라의 경우 獨逸民事訴訟法(ZPO) 改正이전의 Schr der의 견해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Jochen Schr der, Internationale Zust ndigkeit, S.460). 同人의 견해에 의하면 關聯性을 適法要件으로 하여야 하는가의 論議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한다. 즉 管轄合意는 그 자체로 인해 連結素로 되는 것이 아니고 兩國間에 걸치는 裁判籍을 創設하는 合理性을 이유로 連結素가 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中立的인 法官을 選擇한다고 하는 希望은 中立的인 準據法 選擇의 希望과 同一하게 正當한 것이고 當事者간에 있어서는 管轄의 平等(Zust ndigkeitsgleichheit)이라는 利益으로부터 同一한 距離에 있으므로써 國家的인 利己心으로부터 자유로운 法院에 접근 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J.Schr der, a.a.O., S.460ff.). 그러나 管轄合意에 의해 選擇된 法院은 forum non conveniens原則에 의해 受理를 거부할 수가 있다고 한다(예를 들면 동일한 內國人끼리 순전히 國內事件에 대하여 國際的인 裁判管轄合意를 한 경우 등이다). 이점에서 同 敎授의 입장은 傳統的인 通說의 입장과는 약간 相異한 바, 이는 獨逸民事訴訟法 改正 이전에 나온 이론이라는 점에서 그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英美法上의 不便宜 法廷地理論과의 接木을 試圖하는 점에서 注目된다.(a.a.O.).
다. 日本의 判例와 學說
日本의 경우 內國關聯性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判例는 보이지 않으나 國際裁判管轄의 代表的 事例라고 할 수 있는 最高裁判所 判決(소위 찌사다네號 判決― 日最判 1975.11.28., 民輯 29卷 10號 1554面.)의 傍論에서 어느 정도 이를 밝히고 있는 바, 國際裁判管轄合意에 있어 內國關聯性이 要求되는지 여부에 대한 觀點에서 (위 判決은 船荷證券의 裏面 約款의 有效性에 대해 重點的으로 다루고 있다) 위 判決의 不當性을 指摘하는 見解가 있어(石黑一憲, 「現代 國際私法 上」, 152面) 우리 나라의 判示 內容을 理解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간단히 이를 소개한다.
즉, 最高裁 判決은 船荷證券의 裏面에 기재된 암스테르담 法院을 專屬管轄法院으로 하는 裁判管轄合意 約款을 有效하다고 하였으나 同 事案의 경우 貨物의 目的地 및 損害의 發生地, 被告인 運送人의 營業所, 貨物事故의 調査 및 損害의 査定이 각 日本에서 있었고 相談과 去來 交涉 역시 日本에서 進行되었을뿐 아니라 訴訟역시 日本에서 提起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被告 運送人은 네덜란드의 管轄 約款을 무기로 日本의 裁判權을 다투었지만 그가 진실로 네덜란드에서 訴訟 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더욱이 原告인 保險會社가 事故에 대해 請求하는 損害賠償額은 少額이고 네덜란드에서 提訴하려면 訴訟費用이 多額이기에 네덜란드에서의 訴提起는 단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제반의 사정에 비추어 아무런 密接 關聯性이 없는 法院을 合意한 管轄合意의 適法性을 認定한 것은 不當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同 事案의 경우 管轄合意된 法院이 속하는 네덜란드와는 現實的으로 아무런 關聯性도 없는 管轄合意이기에 無效인 管轄約款이라고 論하고 있다(石黑一憲, 「現代 國際私法 上」, 152-153面; 川上太郞, 「判例タイムズ」No, 256, 29面). 이러한 立場은 우리 나라의 大法院이 취한 見解와 類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