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8일(일)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노동관계조정법
검색한 결과
5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노동·근로
민사일반
적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공연 취소에 관해 업무방해 및 조업방해를 불인정한 판결
비록 파업으로 공연을 취소하였더라도 적법한 쟁의행위로 보아 업무방해 및 조업 방해를 불인정한 판결쟁의행위 과정에서 취소된 공연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최초 판결 1. 사실관계의 요지 원고 재단법인 강동문화재단은 지방출자출연법 및 강동구 조례에 의거 강동구가 출연·설립한 재단으로서 강동아트센터와 강동구 관내 공공도서관의 운영을 주 사업으로 하고, 피고들은 원고 재단의 근로자로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강동문화재단분회(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의 분회장 및 강동아트센터에 근무하는 무대·조명·음향·기계감독들이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0. 1. 강동문화재단 출범 이전의 호봉제 임금체계 복구 등을 주장하며 2021년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을 진행했으나 교섭이 결렬되자, 당시 상급단체인 서울일반노동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해 2021. 6. 21.자로 조정 종료 결정을 내렸고, 그 직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행위가 가결되어 있었다. 이후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1. 11. 11. 오후경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11. 12. 18:30시에 파업전야제 소집 공고를 올린 후, 2021. 11. 12. 오전경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소식지로 11. 13. (토)부터 11. 14. (일)까지 양일간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을 공고했다. 한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및 소극장에는 2021. 11. 12. (금) 저녁부터 같은 달 14. (일) 오후까지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고, 파업전야제가 예고된 2021. 11. 12. (금) 저녁 19:30시에는 각각 발레 <돈키호테>, 뮤지컬 <두근두근 움스프렌드> 공연이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피고들은 위 11. 12. (금) 저녁 파업전야제 참석에 관해 확답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18시경 대극장 및 소극장의 음향·조명·기계 등 장비 전원을 끄고 모두 퇴근했고, 원고 재단은 같은 날 15시경 ‘공연이 불완전한 상태로 진행되고 110% 환불을 하겠다’고 문자메시지로 공지했다가 17:58시경 발레 <돈키호테>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공지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이후 피고들은 2021. 11. 13. (토) 오전 11:30시경 노동조합의 양해 하에 파업을 중단하고 사업장에 복귀했으나 원고 재단은 이날 공연도 모두 취소한 상태를 유지했고(소극장 공연 1회차는 비공식 초청 공연으로 진행했다), 11. 14. (일) 예정된 공연도 모두 취소되었다. 해를 넘겨 2022. 1. 3. 원고 재단은 피고들에게 이 사건 소 제기를 하는 한편, 거의 동시에 업무방해죄 혐의로 피고들을 고소했다. 2. 원·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변론 전 과정에서 피고 1. 분회장이 파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나머지 피고들(공연감독들)과 순차 공모해 예정된 공연을 불가능하게 하도록 대극장과 소극장의 무대 메인 구동장치를 잠그고 철수함으로써 업무방해죄를 저지르고 원고 재단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가, 이후 이유없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퇴근함으로써 이를 다시 켜기 어렵도록 하는 방식으로 극장 장비의 사용을 불능케 했다고 주장했고, 이로 인해 공연 제작비용·티켓 환불 비용·재공연비용·지원금 반납금·장소변경에 따른 손해 등 합계 345,760,020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피고들은 파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극장 장비를 조작하는 등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조업방해’를 저지른 바가 전혀 없고, 공연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들이 연장근로를 할 의무 없이 퇴근하는 것은 위법하지 아니하며, 퇴근 시 각자 담당하는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는 것은 극장 장비의 전문적인 유지·관리의 일환으로 적법하고, 이는 ‘점유를 배제’하거나 ‘폭행·협박’ 등 노동조합법이 정하는 ‘조업방해’의 요건을 충족하지도 못하며, 원고 재단은 피고들이 18시경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하기 전에 이미 공연 취소 결정을 내렸으므로 손해를 야기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주장하였다. 변론과정에서 특별한 어려움 없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다시 켤 수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피고들이 각자 담당한 장비 전원을 켜서 시연하는 동영상도 제출했다. 담당 재판부는 변론 막바지에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양측 주장을 정리해보라’는 취지로 지휘했고, 이에 원고 재단은 다수의 근로자가 상호 의사연락 하에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해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저해하는 것 자체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며, 피고들은 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판결에 의거 이 사건 쟁의행위가 예측불가능하게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지 아니했으므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불성립한다고 주장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가. 피고들이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정시퇴근한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돌입 경과에 비추어 원고 재단이 당시 파업전야제 개최 및 전면파업 돌입이나 피고들의 파업 참여를 전혀 예측할 수 없지 않았고, 파업전야제 참가시에는 극장 장비 전원을 끄는 조치도 예상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각 공연이 취소되었고 원고 재단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단체행동권의 핵심인 쟁의행위에 의한 것이고 실제 재공연이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는 등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피고들의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나. 피고들이 집단적으로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을 한 것 자체가 위법한 조업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피고들이 공연을 앞두고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행위는 쟁의행위의 일환에 해당하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며 피고 또한 이것이 적법한 쟁의행위임을 다투고 있지 아니하는 점, 피고들이 극장 장비 전원을 끄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무력행사나 원고의 소유권 침해 등이 수반되지는 않았던 점, 극장 장비의 전원을 다시 켜는 데는 특별한 용법이나 장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원고 측이 이를 다시 켜서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쟁의행위의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들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공연 직전에 퇴근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쟁의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지 아니했다. 다. 선고 이후의 경과 대상판결은 증인신문 등을 거쳐 소 제기일로부터 약 1년 6개월만에 판결이 선고되었고, 선고 직후 원고 재단이 항소했다가 이를 취하해 확정되었다. 위 민사소송이 계속될 동안 동일한 사실관계로 고소된 업무방해죄 형사사건은 2022년 말 불송치결정이 내려졌지만 원고 재단의 이의신청으로 재수사를 거친 후 2023년 8월 현재 아직도 기소여부가 결정되지 아니했다. 이는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및 업무방해죄 기소가 제도적이고 현실적인 위력 행사의 수단으로서 여전히 유효한 실태를 확인해 주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가. ‘공연 취소’로 인해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에 대한 선례 이 사건 변론과정 및 관련 형사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원고 재단은 쟁의행위로 인해 발레·뮤지컬 등 공연이 취소된 경우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고, 이 사건과 같이 공연 직전인 약 1시간 30분 이전에 공연이 취소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파업중이라도 적어도 공연 진행만큼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공연을 장기간 준비한 공연단체 구성원들의 노력 등을 고려하면 그러한 주장에 일견 공감할 부분도 있고, 공연을 주요한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공연 자체가 취소된다면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도 보는 시각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주장이 타당하다면 공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 쟁의행위가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사용자의 업무 지장의 일환으로서 공연의 취소 내지 불완전한 진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마치 공연만큼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으로부터 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부당성을 피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비록 노무제공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면서 설시한 부분이기는 하나, ‘쟁의행위는 사용자의 업무에 어느 정도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기본권 행사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는 업무의 지장 초래가 당연히 불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점’을 분명히 확인했고, 이에 기초해 비록 예정된 공연들이 취소되었더라도 원고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었다고 인정하지 아니했다. 이와 같은 대상판결의 설시는, 업무방해죄의 위력 판단에 있어 헌법상 기본권 행사인 쟁의행위로 초래된 결과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도 보인다. 또한 적어도 앞으로 공연노동자의 노무제공 거부로 인해 공연 진행에 지장이 발생해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또는 불법한 쟁의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선례로서 의의가 있다. 나. 근로자가 관리하는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한 행위가 ‘조업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원고 재단의 주장으로 인해 특이하게도 민사소송에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면서도, 결국 피고들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정시에 퇴근한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금지되는 쟁의행위의 방법으로서 ‘조업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의의가 있다. 변론과정에서 피고들 또한 이 사건 쟁의행위의 정당성·적법성에 기초해 이로 인한 공연 취소에 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어야 하고(노동조합법 제3조), 피고들의 구체적인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금지되는 ‘조업방해’의 요건 즉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거나(제37조 제3항),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의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제38조 제1항)에 해당될 수 없음을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노동조합법 제38조 제1항의 조업방해는 그 대상이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해당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해야 성립할 것인데(대체근로자는 대상의 예외로 보아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 사건 피고들의 행위는 본래 자신이 관리하는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퇴근한 것일 뿐 노동조합법이 규정하는 조업방해의 방법 또는 이에 준하는 방식의 방해에 이를 수 없음을 강조했다. 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 인정 범위의 제한 비록 대상판결은 원고 재단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면서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해 구체적으로 판단하는데 나아가지는 않았으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판단하면서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일부 제한하는 듯한 판시를 남겼다. 원고는 이 사건 공연 취소로 인해 ① 기 투입된 제작비용, ② 취소된 공연의 판매액 및 추가 환불금, ③ 재공연 비용, ④ 반환해야 할 공연 지원금 상당을 손해로 주장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재공연이 이루어졌거나 예정되어 있는 이상 이 사건 각 공연의 순수 제작비용이 원고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공연으로 인한 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바 위 금액 전부를 원고가 입은 손해로 보기 어려워 보이는 점’이라고 판시하면서 제작비용을 손해로 불인정하는 한편 재공연 수익까지 손해 산정에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는 향후 유사한 공연 취소의 경우 뿐만 아니라 일정한 인적 용역의 결과물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의 손해 범위 판단에 관해 시사점을 제공하면서도, 만약 사용자가 임의로 재공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그로 인해 손해의 범위가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잔존가치가 측정될 수 있는 일정한 ‘재화’가 아닌 점에서 제작비용 전액이 손해로 계상되는 특성은 불가피할 수 있으나, 재공연을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소극적 손해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전부 손해로 인정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있다. 라. 원고 재단이 공연 취소를 스스로 결정한 점에 관한 판단의 한계 한편 피고들은 변론과정에서, 2021. 11. 12. (금) 오후경 원고 재단이 피고들의 파업 전야제 참여 ‘가능성’만을 인지한 상태에서 이미 당일 19:30시에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고 17:58경 관객들에게 공지했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결정과 피고들이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한 행위는 선후관계로나 인과관계상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러한 사실관계 판단에는 구체적으로 나아가지 않은 채, 다만 피고들의 적법한 쟁의행위의 일환인 파업전야제 참석으로 인해 원고 재단이 공연을 취소하게 되었다는 인과관계를 전제하고 손해배상책임을 판단했다. 원고 재단이 스스로 내린 공연 취소 결정은 피고들의 일부 내지 전부 근로제공 거부 가능성을 예상해 공연의 정상적인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고, 이는 사용자로서 내린 일종의 경영판단으로서 그에 대한 손해를 노동자들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당연히 부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에 관해 구체적으로 판단되지 아니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5. 결어 대상판결은 소극적 근로제공의 거부 및 이에 수반되는 관리행위로써 사용자가 예정된 공연을 취소해야 하는 등 업무상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또는 노동조합법상 조업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단체행동권의 행사에 의한 적법한 쟁의행위의 보장 차원에서 업무방해 및 조업방해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설시한 의의가 있다. 향후 공공영역·문화계 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영역에서도 적법한 행의행위와 조업방해를 구분하는 하나의 선례가 마련되었다고 보인다.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노동쟁의
파업
업무방해
조업방해
공연취소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2023-10-22
국가배상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
1. 사실관계 및 대상판결 가. 원고는 영국으로부터 초청을 받고 여권발급신청을 하였다가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로부터 신원조사 회보가 늦어져 출국할 수 없었음을 이유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해외여행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규정한 보안업무규정 제31조 제2항 제3호는 모법인 안기부법에 근거가 없거나 그 위임범위를 일탈하였으므로 위 규정을 근거로 신원조사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으나, 서울지방법원은 1997년 5월 9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96가합60720), 서울고등법원은 1998년 2월 5일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97나23480). 나. 대법원은 2000년 12월 8일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데(98다12041 판결, 이하 '대상판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구 안기부법(1999년 1월 21일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1호, 제2항, 구 보안업무규정(1999년 12월 7일 대통령령 제166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 제2항 제3호 등에 의하면, 해외여행자에 대한 신원조회(신원조사의 오기로 보인다) 업무는 구 안기부가 법률에 근거하여 담당하던 고유업무의 하나로서 구 보안업무규정 제31조 제1항이 모법의 근거가 없다거나 그 위임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관련 법리 가. 헌법 제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거주·이전의 자유에는 국내에서의 거주·이전의 자유 이외에 해외여행의 자유가 포함된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7두10846 판결). 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등을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헌법 제37조, 법률유보원칙),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헌법 제75조, 포괄위임금지원칙). 법률의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에 의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나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만을 규정할 수 있을 뿐, 법률에 의한 위임이 없는 한 법률에 규정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다.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내용을 규정한 시행령 조항은 그 자체로 무효이며, 이와 같이 무효인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행정처분은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대법원 전원합의체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대법원 전원합의체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등). 3. 구 안기부법 등의 내용 및 관련 비판 가. 대상판결에서 언급한 구 안기부법과 구 보안업무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위 가.의 규정에서 보듯이 구 보안업무규정은 신원조사에 관하여 규정하였으나, 구 안기부법은 신원조사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았고 대통령령에의 위임규정도 두지 않았다. 이것은 법률인 국정원직원법(제8조의2)에서 국정원직원에 대한 신원조사를 규정하고 절차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과 명확히 구별된다. 다. 대상판결과 달리, 다수의 견해는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이 모법의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①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법률체계를 살펴보면, (공무원 임용예정자에 대한) 신원조사제도를 명시한 '법률'은 존재하지 않으며, 신원조사제도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정하여야 하는데 행정규칙에서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상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이슈와 논점, 2015년 8월 7일). ②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상판결을 언급하고도, 국가정보원법은 신원조사 제도에 대한 명시적 위임 근거를 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보안업무규정'에 따른 신원조사 제도 개선 권고, 2018년 12월 27일). ③ 송준종 변호사는 대상판결을 언급하고도, 신원조사는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였다(국가인권위회, '신원조사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청문회' 자료집, 2005년 1월 18일 27면). 4.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 가.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신원조사를 받아야 하고 받지 않으면 해외여행을 할 수 없으므로, 신원조사는 해외여행의 자유를 제한한다. 나. 해외여행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구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에 관하여는 구 안기부법에 신원조사에 관한 근거 규정도 없고, 대통령령에의 위임규정도 없다. 다. 따라서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신원조사를 규정한 구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며, 무효인 보안업무규정에 기초한 신원조사는 그 법적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 5.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대상판결에는 위 1. 나.와 같이 판시한 근거 내지 이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마치, 음주를 하고(법률에 위임 규정을 두고) 운전을 해야(대통령령에 규정해야) 음주운전이 되는데(위법하지 않은데), 음주를 하지 않았음에도(법률에 위임 규정이 없음에도) 운전을 하였으므로(대통령령에 규정하였으므로)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과 유사하며, 납득하기 어렵다. 위 4.에서 본 바와 같이 구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이므로, 대상판결은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하였어야 할 것이다. 나. 대상판결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등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동안 학문적 비판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필자도 열람·복사 청구를 하여 대상판결을 입수하였다). 대상판결은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의 법률적 근거 유무에 관한 유일한 판결로 보이고 선례적 가치가 충분하므로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 다. 국정원은 대상판결을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신원조사가 법률적 근거가 있다는 점에 대한 근거로 계속 이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회의 위 청문회(2005년 1월 18일)에서, 국정원은 대상판결을 신원조사의 법적근거로 주장하였다(위 청문회 자료집, 3면). 2020년 12월 31일 보안업무규정이 개정되었다(대통령령 제31354호). 개정 과정에서 국정원의 입법예고에 대해,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위법이므로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미반영으로 회신하면서 국정원의 신원조사 업무는 대상판결 등을 통해 합법적인 업무로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라. 대한민국 모든 판사들은 임용되기 직전에 신원진술서를 작성·제출하여 국정원의 신원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 신원진술서를 토대로 존안자료가 작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1997년 3월 17일 기사의 '공무원은 임용 순간부터 존안자료 기록이 시작된다'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그리고 이와 같이 작성·업데이트된 존안자료가 이후 판사를 포함한 공무원들에게 국정원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위 한겨레 기사의 "안기부 전직 실장급 간부는 '존안자료야말로 안기부가 가진 힘의 실질적 원천이다'고 말한다"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결국 국정원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대상판결을 비공개로 함으로써 학문적 비판은 피하면서, 신원조사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을 때는 대상판결을 국정원에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 대상판결은 그보다 약 20년과 15년 이후에 선고된 위 2016두32992, 2012두23808 전원합의체판결 등에 의해서 실질적으로 변경(폐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016두32992 판결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음에도, 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한 노동조합법 시행령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시하였고, 2012두23808 판결도 유사하다. 6. 결어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에 의한 신원조사는 위법하다. 대상판결은 더 이상 원용되지 않아야 하며, 공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무효인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규정을 즉시 삭제해야 한다. 엄기섭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여권
신원조사
출국
국가배상
엄기섭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21-10-14
노동·근로
행정사건
수권규정의 법률유보원칙 위반과 법외노조 통보제도의 적법성
I. 대상판결의 개요 1. 처분의 경위 원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에 따라 설립된 노동조합이다. 교원노조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을 폭넓게 준용하고 있는데, 구 노동조합법(2020년 6월 9일 법률 제174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호 단서 라.목(이하 '본건 조항')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원고는 설립 당시부터 해직 교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허용하는 취지의 규약을 두고 있었다. 피고 고용노동부는 2차에 걸쳐 원고에게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 규약을 시정할 것을 명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3년 10월 24일 교원노조법 제14조 제1항, 구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하 ‘본건 시행령’)에 근거하여 '원고를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통보(이하 '법외노조 통보')를 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8인의 다수의견으로 본건 시행령이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법외노조 통보 역시 위법하다는 취지의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이 각 별개의견을, 대법관 이기택, 이동원이 반대의견을 제기하였고, 대법관 박정화 등 5인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제시하였다. 다수의견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중대한 침익적 처분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인 단결권의 본질적 사항을 규율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법률의 위임 없이 법외노조 통보 권한을 규정한 본건 시행령은 법률유보원칙 및 의회유보원칙 위반으로 위법·무효라는 것이다. 각 별개의견은 본건 시행령의 적법성을 인정하였으나, 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결론에는 동의하였다. ① 대법관 김재형은 원고가 법률에 의하여 곧바로 법외노조로 '간주'되는 이상 본건 시행령은 법률의 효력을 집행하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규정'으로서 적법·유효하나, 단결권 보장을 위하여 본건 조항을 합헌적으로 축소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② 대법관 안철상은 '수익적 처분의 직권철회' 법리에 따라 피고에게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 처분을 철회할 권한이 유보되어 있는 이상 본건 시행령은 적법하나, 피고의 법외노조 통보에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 있어 취소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반대의견은 본건 시행령 및 이에 근거한 법외노조 통보는 법률에 의하여 직접 발생한 권리관계를 구체적·확정적인 것으로 선언하는 행정작용으로서 유효하다고 보았다. 나아가 본건 조항의 문언해석상 원고가 법외노조임은 명백하고, 노동조합법의 목적 및 처분의 경위를 고려할 때 헌법합치적 축소해석 등을 통하여 원고를 보호할 필요성도 없다고 보았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대상판결의 쟁점 법외노조 통보를 둘러싼 쟁점은 다양하다. 그 범위는 법외노조 통보의 처분성에서부터 해직 교원의 단결권이라는 헌법적 쟁점에까지 미친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선결 쟁점인 '법외노조 통보의 수권근거'를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을 종결하였고, 그 결과 사안의 실체적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본건 조항의 당부 및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구체적 타당성은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에서만 다루어졌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의 각 의견은 모두 독자적인 의의를 지니나, 본 평석에서는 다수의견의 쟁점이었던 '법외노조 통보의 수권근거'에 한정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2. 법외노조 통보의 법률적 성격과 수권근거 다수의견은 법외노조 통보가 형성적 처분이라는 데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본건 조항은 정의 규정으로서 노동조합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일 뿐이고, 노동조합 지위의 변동은 행정청의 형성적 처분을 통하여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은 위 법률이 '간주 규정'의 형식을 취한 이상 원고의 지위는 법률에 의하여 직접 변동하고, 법외노조 통보는 법률에 의하여 형성된 권리관계를 통보하는 행정작용에 불과하다고 본다. 생각건대, 노동조합법의 문언 및 행정관청의 개입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후자의 해석이 타당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러나 본건 조항에 의하여 원고의 지위가 직접 변동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부터 곧바로 본건 시행령의 수권근거가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에 의하여 종국적·포괄적인 법해석 권한을 위임받은 법원과 달리, 행정관청은 법률로써 위임받은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형성적 처분뿐 아니라 확인적 처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입법자는 행정관청에게 법률에 의하여 형성된 노동조합의 지위를 확인·통보할 권한을 부여할 수도 있고, 이와 달리 종국적 법해석자인 법원을 통하여서만 노동조합의 지위를 확인하도록 규정할 수도 있다. 입법자가 행정관청에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면, 행정관청의 처분은 그 내용이 실체적 법률에 합치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본건 조항이 '간주 규정'이라는 점을 근거로 본건 시행령의 수권근거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3. '수익적 행정행위의 직권철회' 법리와 노동조합 설립신고제도 법외노조 통보가 수익적 처분의 직권철회로서 유효하다는 주장은 각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에서 모두 등장한다. 노동조합 설립신고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이므로, 피고는 원처분청으로서 그 효력을 사후적으로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노동조합법 개정 당시 입법자에게 행정관청의 일방적 결정으로 노동조합 지위를 박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자 하는 의사가 추단되는 이상 수익적 처분의 직권철회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서는 학설의 대립이 있으나, 행정관청에 설립신고 반려 권한이 유보된 점(노동조합법 제12조 제3항), 행정관청의 심사권이 실질적 요건에까지 미치는 점(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두6998 판결)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운용되고 있다고 보인다. 한편 수익적 처분 직권철회 법리는 확립된 판례이며, 행정기본법 제19조 제1항을 통하여 명문의 법률로 규정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법외노조 통보가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의 직권철회로서 유효하다는 주장은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수익적 처분 직권철회 법리를 적용하지 아니한 다수의견의 판단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현재 노동조합 설립신고 제도가 사실상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운용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 헌법적 정당성은 견고하다고 보기 어렵다. 현행 노동조합 설립신고 제도는 결사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 제21조 제2항과 ILO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 협약)'에 위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단결권 보장을 위하여 설립신고를 '자기완결적 신고'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유력하다. 이렇듯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를 '수익적 처분'으로 단정할 헌법적 근거가 약한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행정관청의 직권철회 권한까지 인정하는 것은 심대한 단결권 침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둘째, 노동조합 해산제도를 폐지한 뒤 대체 제도를 전혀 마련하지 않은 노동조합법의 입법연혁을 볼 때, 입법자가 행정관청에 의한 사후적 지위 변동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단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셋째, 노동조합에 대한 사후적 심사 제도는 단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입법 절차를 통해 국민의 여론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대한 공익적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사용된 수익적 처분 직권철회 법리를 원용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근거 규정의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은 행정청에 의하여 임의로 형성된 법외노조 통보 제도의 효력을 부정하고, 입법부에 대하여 노동조합 사후심사제도를 새롭게 형성할 책무를 지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충분한 숙고와 의견 수렴 없이 행정청에 의하여 임의로 형성된 제도라는 점에서 분명한 문제를 가진다. 법원이 그 위법성을 지적하지 아니하였다면 법외노조 통보 제도 및 그에 내재된 위험성은 그대로 고착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로 인하여 법외노조 통보 제도의 효력이 상실된 이상, 국회와 행정부는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노동조합 사후심사제도를 새롭게 형성할 책무를 진다. 이러한 점에서 다수의견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한 편의주의적 판단'이라는 각 별개의견의 비판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다수의견은 행정관청의 사후심사 권한을 배제함으로써 단결권을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곽신재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전교조
해직교사
법외노조
노동조합법
곽신재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2021-07-12
통상임금의 요건과 범위
1.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하고, 그 임금이 '1임금지급기간' 내에 지급되는 것인지 여부는 판단기준이 아니므로 그러한 임금이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더라도 정기성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노사의 합의에 따라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분할 지급되고 있더라도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가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분할 지급되고 있는 것일 뿐이므로 그 임금이 정기성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로 이 판결은 소정근로 내지 통상근로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근로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 소정근로가 법정근로시간 이내의 근로를 뜻한다면 소정근로에 대한 통상임금은 법정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근로의 대가이고, 법정근로시간의 범위를 넘어 행하여진 근로까지를 포함하여 이에 대응해서 별도로 (추가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로 인한 법정가산임금은 당연히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뿐만 아니라 정기상여금 중에도 후자에 속하는 임금으로 판단해야 할 경우가 있다. 즉, 소정근로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는 '근로기준법 상의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과 이에 속하지 않는 임금을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다. 통상임금은 법정근로시간 내에서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의 근로를 제공하면 마땅히 지급되어야 할 임금이지만,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산입 시켜 지급해야 할 성질의 임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둘째로 통상임금의 요건 중 하나인 정기성을 1개월을 넘는 기간의 정기성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 판결의 다수의견과 달리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 및 단서와 본문 동법 시행령 제23조 3호의 규정취지에 반한다고 생각한다(결론에 있어서 같은 뜻: 이 판결의 별개 의견). 셋째로 이 판결은 상여금이 성과급, 공로보상 또는 계속근로 장려 차원에서 지급되는 경우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에 지급되는 금품은 노사의 협정에 따라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될 수도 있으므로 이런 급여를 통상임금에 속하는 성질을 갖춘 임금이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분할 지급되고 있을 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2.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1임금지급기간'을 넘는 임금을 정기상여금으로 정하고 이를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단체협약의 체결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기본적으로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근로자들의 임금액을 포함하여 제반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므로 정기상여금의 급여 여부와 그 금액, 지급범위와 방법 및 조건을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더욱이나 노사의 협정에 의하여 소정근로 이외의 근로를 포함한 대가로서 정기상여금이 지급되는 것이라면, 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의 협정은 성질상 근로기준법상의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합의로 볼 수 없으므로 무효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생활보장적 임금인 퇴직금, 휴업수당 등의 지급은 법률이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보장하는 것이 근로자의 생존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고 타당한 일이지만, 근로자가 재직 중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소정)근로의 대가로서의 임금(통상임금)은 기업체의 지급능력과 경영상의 제반 상황 등 노동시장의 여건을 모두 고려하여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가산임금을 산정할 때 추가적으로 반영할 것인지의 문제도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면 임금결정의 범주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이는 노사자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에 관하여 그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은 헌법(제33조 Ι)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제1조, 제29조 Ι, 제33조)에 보장되어 있다(이 판결의 별개의견 참고). 그런데 이 판결은 일정한 유보나 전제 없이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을 제외하기로 하는 단체협약상의 합의는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한다. 왜냐하면 통상임금은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법정도구개념이므로 그 의미나 범위에 대하여 단체협약 등에 의하여 따로 합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견해는 현행 노동관계법이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협약자치의 형성적 기능을 부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3. 이 판결에 의하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한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 내용은 무효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처럼 강행법규의 적용에 앞서 신의칙을 우선 적용시킬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강행규정에 의한 무효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이 판결은 근로자 측이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추가법정수당(법정가산임금)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한다. 즉, 「노사 양측이 임금협상 당시 정기상여금이 그 자체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오인'(착오)한 나머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임금협상 당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유(즉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근로기준법의 강행법규성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사유)를 들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다수견해에 대해서는 긍정적 태도를 취하는 보충의견이 있는가 하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을 신의칙으로 배척하는 법리는 논리의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어 당혹감마저 들게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4. 정기상여금이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정기상여금이 가지는 성질과 그 지급방법, 상여금에 대한 노사의 합의내용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에 관한 법령의 해석이 한결같지 않아 여러 가지 견해가 주장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그간의 논란을 정돈한 것은 뜻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상여금이 성과급, 공로보상 또는 계속근로 장려 차원에서 지급되는 등 그 성질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정기상여금이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기본급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임금이라는 방향으로 이해하는 정책적 판단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1임금지급기간을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임금에 대해서도 정기성을 인정하는 법리를 전개할 수밖에 없고 또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합의를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무효라고 하는 법리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자측이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함으로써 기업에 발생할 심각한 타격을 막기 위하여 신의칙의 법리를 원용하여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의한 법정가산수당의 추가적 청구를 봉쇄하는 또 한 번의 정책적 판단을 하였다. 그러므로 이 판결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2) 근로자 측은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을 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ⅰ) 통상임금의 개념요소의 하나인 정기성은 1임금지급기간을 넘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는 법해석적 법리, ⅱ)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에 관하여 규율할 수 있는 단체협약당사자라 하더라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는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한다는 법리와, ⅲ)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강행규정에 우선하여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법리가 제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판결이유에 대해서는 전원합의체 내에서도 반대의견과 별개의견이 있어 찬반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판결은 정책적 판단 방향에 있어서나 이를 정당화하는 법리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남기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정책적 판단과 이를 떠받치는 법리가 순리적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에 관하여 어느 면으로는 과도한 절충적 태도를 취하는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상임금의 요건과 범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임금인지의 여부 등에 관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입법에 의하여 자세한 규정을 마련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2014-01-23
태업시에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
1. 사건의 경위 가. 피고 회사를 인수한 A회사는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기 전에 B회사와 자산(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피고 회사는 그 사실을 노동조합에 알리지 않았다. 나. 노동조합은 추후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되어 피고 회사에 고용보장, 노동조합 및 근로조건의 승계 등에 관한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그 사이에 조정절차와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를 모두 거쳤다.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2007. 7. 18.부터 같은 해 9. 18.까지 39일 동안 '고품질 운동'이라는 명목으로 조합원들의 일부 또는 거의 전부(7~63명)가 태업(하루 1.8~8시간)을 하였고, 같은 기간 중 6일 동안 하루 2시간 이상 파업을 하였다. 위와 같은 쟁의행위가 이루어진 기간 동안 피고 회사의 생산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약 10%에 그쳤다. 다. 피고 회사는 위 쟁의행위 기간 중 및 그 이후에 위 기간 사이의 급여를 지급함에 있어서 근로자별로 태업 시간에 해당하는 시급을 산정하여 그 시급만큼을 공제한 급여를 지급하였다. 피고 회사는 노조전임자에 대해서도 노조원들의 평균 태업시간을 적용하여 그 시급만큼을 공제한 급여를 지급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근로를 불완전하게 제공하는 형태의 쟁의행위인 태업(怠業)도 근로제공이 일부 정지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 ▲근로를 불완전하게 제공하는 형태의 쟁의행위의 일종인 태업의 경우 임금의 감액수준은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정한 바가 없다면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여 산정함이 타당하지만, 각 근로자별로 측정된 태업시간 전부를 비율적으로 계산하여 임금에서 공제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 ▲일반 조합원들이 태업으로 임금을 공제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급여를 전액 지급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의 감액수준은 개개 일반조합원마다 임금 삭감액이 다르고 노동조합 전임자들이 태업을 기획·주도하였으므로 전체 조합원들의 평균 태업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3. 쟁점에 대한 검토 가.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 (1) 쟁의행위시의 임금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이를 규정하거나 그 지급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나 관행이 있지 않는 한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쟁의행위 기간 동안에는 근로제공의무와 대가관계에 있는 근로자의 주된 권리로서의 임금청구권은 발생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5. 12. 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른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44조 제1항에는 그런 내용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2) 그러나 태업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법 제44조 제1항이 근로를 전부 제공하지 않는 파업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태업은 근로자들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단결하여 노무제공은 계속하되 의식적으로 작업능률을 저하시키는 쟁의방법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근로제공은 계속하되 근로의 양 내지 질을 줄이거나 저하시켜 사실상 사용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태업시 근로는 불완전하게 제공된다. 이처럼 근로가 불완전하게 제공된 것을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3) 그에 대해 대상판결은 태업의 경우 '근로제공이 일부 정지'된 것이라고 보아 태업에 대해서도 위 조항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즉, 근로가 불완전하게 제공된 것과 일부 제공되지 않은 것을 동일하게 본 것이다. 그러나 근로의 불완전 제공과 일부 제공은 외연상 엄연히 다른 것이고, 위 조항에도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경우에 대한 내용만 명시되어 있으며, 쟁의행위는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단체행동권'의 한 유형에 해당하여 그에 관한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어서는 안 되므로, 대상판결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나.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될 경우 임금의 감액 범위 (1) 태업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 임금의 감액 범위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태업의 경우에는 '근로가 불완전하게 제공'되는 것이고 대상판결에 의하더라도 근로가 '일부 제공되지 않은 것'인데 그럴 경우 어느 정도의 임금을 감액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은 없다. (2)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는 태업을 한 근로자의 임금 삭감 비율은 계약상 요구되는 노무를 이행하지 않은 비율로 산정되어야 하고, 노무를 이행하지 않은 비율은 개별 근로자별로 평상시에 해야 할 노무의 질·양에 비추어 어느 정도 불이행(불완전이행)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菅野和夫, 西谷 敏 등). (3) 대상판결은 태업의 경우 임금의 감액수준은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정한 바가 없다면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여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보아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태업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된다고 본다면 이와 같이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4) 그런데 대상판결은, 협동 작업을 하는 업무수행의 방법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 정도를 산정할 수 없어 전체적인 생산성의 저하를 기준으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 정도를 따질 수밖에 없다고 밖에 없다고 전제한 후, 근로자들의 월별 태업시간은 총 노동시간의 20% 내지 66%인 데 비하여 그 기간 동안 생산성 하락 비율은 약 75% 내지 90%에 이르고, 태업으로 인한 생산 감소량을 기준으로 하여 개별 근로자의 태업시간 비율로 계산된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보다 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개별 근로자의 태업시간 비율로 계산된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근로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근거로 태업시간 동안 제공한 근로의 불완전성의 정도는 그 태업시간 전부에 해당하는 100%라고 보았다. 그에 따라 피고 회사가 각 근로자별로 측정한 태업시간 전부를 시급으로 환산하여 임금에서 공제한 것이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5) 그러나 대상판결의 위와 같은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먼저, 근로자들은 파업이 아닌 태업을 했는데도 파업을 한 것과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목적이나 수행방식에서 엄연히 다른 태업과 파업의 차이를 무시한 것이다. 다음, 근로자들은 불완전하게나마 근로를 제공했는데도(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근로를 일부 제공했는데도) 그에 대한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 다음, 사용자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데(법 제3조), 생산 감소량을 기준으로 태업 시간 동안 제공한 근로의 불완전성이 100%라고 판단하는 것은 근로자들에게 우회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 되어 법의 취지에 반한다.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해도 법원은 여러 자료를 통해 그에 대한 판단을 하였어야 하고 정 그런 판단을 할 수 없었다면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일률적으로 50% 미만의 임금을 공제하는 등)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다. 전임자의 급여를 감액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및 타당하다고 볼 경우 감액 수준 (1) 태업을 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공제하는 경우 그 태업을 주도한 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도 공제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상판결은, 파업의 경우와 동일한 취지로(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0721 판결 참조)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급여를 전액 지급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감액수준은, 일반조합원들이 태업으로 인하여 그 태업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이 감액되는 이상 노동조합 전임자인 위 원고들 역시 그에 상응하는 비율에 따른 급여의 감액을 피할 수 없으므로 전체 조합원들의 평균 태업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노동조합 전임자는 애초부터 쟁의행위 등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그 쟁의행위가 불법이 아닌 이상 그런 역할을 했다고 해서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단체협약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단체협약에 따라 급여를 지급한 결과 노동조합 전임자가 일반조합원보다 더욱 유리한 처우를 받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형평성 문제는 노동조합 내부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지 사용자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 (3) 따라서 대상판결은 노동조합의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형식적 균형을 중시한 것으로서 단체협약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4. 결론 대상판결은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과 태업시 임금 공제의 범위는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여 산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는 태업시 근로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부담의 정도를 정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상판결은 생산 감소량을 기준으로 태업 시간 동안 제공한 근로의 불완전성이 100%라고 판단하였는데, 근로의 불완전성의 정도는 향후 구체적인 사안별로 다시 산정되어져야 할 것이다. 태업이 있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의 공제를 인정한 것은 파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측면이 크므로 재고되어야 한다.
2014-01-16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