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判決要旨
[다수의견]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함에 있어서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취업규칙의 작성?변경권이 사용자에게 있는 이상 현행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취업규칙은 변경된 취업규칙이고 다만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 근로자에 대하여는 종전의 취업규칙이 적용될 따름이며, 취업규칙 중 퇴직금규정을 기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부칙의 경과규정에 의하여 퇴직금규정이 변경되기 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규정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 바, 기존 근로자들이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변경된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이 종전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을 초과하는 한 기득이익의 침해가 없으므로 변경된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급여체계의 변경으로 변경된 퇴직금규정 중 그 부칙의 경과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기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되었다고 하여 위 경과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그 본문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
[반대의견] 다수의견과 같이 개정 퇴직금규정의 본문이나 부칙의 경과규정 모두 현행의 법규적 효력이 있는 퇴직금규정이고, 부칙의 경과규정이 기존 근로자에게 유ㆍ불리를 떠나 언제나 적용되는 것이라면, 개정 퇴직금규정은 기존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본문이 규정하는 퇴직금제도와 기존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부칙의 경과규정이 규정하는 퇴직금제도를 둠으로써 결국 근로자들이 입사일자에 따라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를 적용받게 되는 결과가 된다 할 것이므로 개정 퇴직금규정은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이 정한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바, 따라서 개정 퇴직금규정이 정한 퇴직금제도는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만이고, 부칙은 경과규정에 불과할 뿐 본문과는 별개의 퇴직금제도라고 할 수 없으며, 기존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법규적 효력을 갖는 퇴직금규정은 개정된 퇴직금규정 본문뿐이고, 부칙은 기존의 근로자들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경과규정으로서 그 한도 안에서, 즉 개정 전ㆍ후의 퇴직금규정을 비교하여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고 하여 위 규정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수의견 쪽 보충의견] 다수의견은 근로자의 입사일자에 따라 지급률에 차등이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하는 것은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나, 퇴직금제도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여 새로운 퇴직금제도를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면서, 기존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과규정을 두어 퇴직금규정이 변경되기 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규정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합리성이 있어서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판 결 요 지 -
퇴직금제도를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기존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과규정을 두어 퇴직금 규정이 변경되기 전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 규정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차등퇴직금제도 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 연 구 요 지 -
취업규칙 등 일반규범이 있다고 할 때 그 본문과 부칙은 효력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였고 퇴직금규정의 개정과 관련하여 근로자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변경시점을 기준으로 기왕의 근속기간에 대하여 종전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기존 근로자와 새로 입사한 근로자를 차별하는 차등퇴직금 규정에 해당되지않음을 분명히 하였다.
II. 評 釋
1. 사건의 개요
피고는 지역농협이고, 원고는 그 직원이다. 피고 지역농협은 1981. 7. 1. 퇴직금규정을 개정하였는데, 이 퇴직금규정이 포함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직원들의 동의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개정전에는 퇴직당시 근속연수에 30일분의 평균임금을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하였고(단수제 퇴직금), 개정하면서 퇴직금을 누진제로 변경하였는데, 퇴직당시의 기준급여(본봉, 직책수당, 상여금, 연월차휴가수당 등이 포함되나 평균임금보다 약간 적은 금액임)에 근속연수에 따라 누진되는 지급률을 곱하여 퇴직금을 산출하였다.
그런데 퇴직금규정을 개정하면서 경과규정을 부칙으로 두었는데, ‘1981. 6. 30.까지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종전규정에 의하고, 그 다음날부터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개정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였다.
위 개정 퇴직금규정(부칙 포함)에 따라 퇴직금을 산정한 결과 규정개정 후 3년 내에 퇴직하는 경우는 종전규정보다 직원들에게 불리하고, 그 이후는 직원들에게 유리하였다.
원고는 위 퇴직금규정이 개정되기 전에 입사하여 2000년에 퇴사하였다. 원고는 퇴직시 부칙의 경과규정을 포함한 개정 퇴직금규정에 따른 퇴직금을 수령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경과규정을 제외한 개정 퇴직금규정(즉 본문규정)에 따라 자신의 퇴직금을 계산하면 기수령 퇴직금보다 많으므로 그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 부칙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퇴직금규정의 개정시를 기준으로 두 개의 퇴직금제도가 인정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것은 차등퇴직금제도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것이 원고의 주장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개정된 퇴직금규정이라고 하는 것은 부칙의 경과규정을 포함한 개념이고, 그 결과 입사시기에 따라 같은 근속연수라 하더라도 퇴금금액이 다를 수 있고, 이를 두고 차등퇴직금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 선례로서의 대법원판결이 있었다.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33823판결이 그것이다. 이 판결은 법원공보에 실리지 않은 이른바 미공간판결이다. 그 사안은 이렇다.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1981. 4. 11. 퇴직금규정을 개정하였는데, 전체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였다. 그래서 농협중앙회에서는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경과규정을 부칙으로 두었는데, ‘퇴직금규정의 개정시를 기준으로 이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 규정을 적용하고, 이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개정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참 세월이 흐른 뒤 농협중앙회의 급여체계가 변화되면서 개정규정(경과규정이 포함되지 않은 개념임)으로 계산한 퇴직금이 개정규정(경과규정이 포함된 개념임)으로 계산한 퇴직금을 상회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경과규정을 포함하지 않은 개정규정으로 계산한 퇴직금과 이미 수령한 퇴직금과의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에서는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으나 제2심에서는 근무한 시기가 다르면 동일한 근속기간에 대하여 다른 퇴직금지급기준이 적용되는 결과가 되어 차등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것이 되어 무효라는 이유로 전체 근속기간에 대하여 개정 퇴직금규정(경과규정이 포함되지 않은 개념임)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대법원은 위 제2심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는 위 대법원판결을 그대로 원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였다. 결국 이 사건의 심리에서는 이 사건이 위 대법원판결과 사안에서 같은가 다른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는데, 이 사건 제1심 법원과 제2심 법원은 이 사건 사안이 위 대법원판결의 사안과 다르다고 판단한데 대하여, 대법원에서는 이 두 사안이 동일함을 인정하고 정면으로 위 99다33823 판결을 폐기하였다.
III. 판례의 정리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하여 동의를 얻는다면 기득이익을 침해하는 퇴직금규정(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차등퇴직금제도를 설정하지는 못한다.
위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취업규칙의 작성권이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현행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취업규칙은 변경된 취업규칙이다. 다만 이 경우에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하여는 종전의 취업규칙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가 설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여기에는 차등퇴직금제도의 금지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같은 이유로 근로관계가 포괄승계된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차등퇴직금제도가 허용될 수 있다. 포괄승계후의 새로운 퇴직금제도가 기존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그들에게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고 부득이 종전의 퇴직금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어서 결과적으로 하나의 사업 내에 별개의 퇴직금제도를 운용하는 것으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까지 근로기준법이 금하는 차등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41659 판결).
차등퇴직금제도의 금지는 하나의 사업 내에서 직종 국내직원과 해외기능공에 대해 상이한 퇴직금제도를 둔 것은 차등퇴직금제도로서 무효이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4511 판결).
, 직위, 업종별 또는 성별 등 어떠한 내용 또는 이유로도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를 두어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하나의 퇴직금제도를 적용하게 하고자 함에 그 입법취지가 있고, 그에 비추어 근로자의 입사일자에 따라 지급률에 차등이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하는 것도 금지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77970 판결). 퇴직금규정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개정하면서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개정전에 입사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종전 퇴직금규정과 개정 퇴직금규정 중 근로자에게 유리한 규정을 적용하고, 개정후에 입사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일률적으로 개정 퇴직금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명문으로 둔 취업규칙에 대하여 대법원은 차등퇴직금제도라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취업규칙 중 퇴직금규정을 기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부칙의 경과규정에 의하여 변경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규정을 적용하고 변경후의 재직기간에 대하여는 개정 퇴직금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의 경과규정을 둔 사안에서 대법원은, ‘개정 퇴직금규정의 부칙 경과규정은 경과규정에 불과할 뿐 본문과는 별개의 퇴직금제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를 괄호로 부연설명하면서 대법원은, ‘위와 같은 것을 별개의 퇴직금제도라고 한다면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 아래 퇴직금규정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종전 근무기간에 대하여는 종전규정을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두더라도 이것이 퇴직금차등제도금지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야 할 것인데, 이런 결과는 부당함이 명백하다’는 취지를 보였다(대법원 1997. 7. 11. 선고 97다14934 판결). 이 판례는 그 사안에서 앞서 든 99다33823 판결과 완전히 동일하다. 그런데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렀으므로 이런 측면에서도 상충되는 판례를 통일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고 볼 수도 있다.
IV.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취업규칙 등 일반규범이 있다고 할 때, 그 본문과 부칙은 효력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 점이다. 이것은 법해석학에서 아주 기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당부는 단정하기 어려우나 최소한 우리 판례가 위와 같은 견해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퇴직금규정의 개정과 관련하여 그것이 근로자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변경을 하든 불이익한 쪽으로 변경을 하든 개정시를 기준으로 기왕의 근속기간에 대하여 종전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기존 근로자와 새로이 입사한 근로자를 차별하는 차등퇴직금규정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