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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행위취소와 기초적 법률관계론의 적용에 대한 비판적 고찰
Ⅰ.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甲은 2001년 5월경 소외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원고에게 주식회사 B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였고, 이에 따라 2002년 10월 18일경 원고와 甲은 각자 보유한 주식을 서로 또는 서로가 지정한 자에게 양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 합의의 이행 결과, 甲은 주식회사 B 발행주식 308,000주를, 乙은 147,000주를, 주식회사 A는 35,000주를 각자 명의로 보유하게 되었다. 이후 甲, 乙, 주식회사 A(이하 '甲 등'이라 한다)는 2006년 9월 5일경 소외 주식회사 C에게 자신들 명의의 주식회사 B 발행주식 합계 490,000주를 444억 6,799만 원에 매도하고, 주식회사 C에게 위 의무이행의 담보를 위하여 각 보유주식에 관한 근질권을 설정하여 주면서 해당 주권을 인도하였는데, 주식회사 C는 2013년 3월 29일경 이 사건 근질권을 실행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한 뒤 2013년 4월 5일경 위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이에 원고는 甲 등이 주식회사 C에 매도한 주식회사 B 발행주식 합계 490,000주 중 350,000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가 원고로부터 甲 등에게 명의신탁되어 있던 것임을 전제로, 원고가 甲 등에 대하여 갖는 불법행위 내지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甲 등이 2011년 5월경부터 2011년 8월경까지 자신들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1, 2, 3, 4와 체결한 증여계약, 매매계약 등을 모두 취소하고, 그에 기한 각 등기를 말소하라는 취지의 이 사건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주식처분 및 근질권 설정행위가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주식회사 C가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함에 따라 甲의 원고에 대한 주권인도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보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해당 손해배상채권은 사해행위보다 늦게 성립한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피보전채권이 될 수 없고, 기초적 법률관계론을 적용하더라도 손해배상채권 성립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가까운 장래에 손해배상채권 발생의 개연성이 현실화된 경우라고 평가하기도 어려워 피보전채권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원심 법원 또한 제1심 판결과 동일한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 파기환송 대법원은 이 사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피보전채권 성립시기의 예외 요건을 갖추었다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이 사해행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2006년 9월 5일경의 근질권설정계약에 따른 기초적 법률관계가 존재하였고, 근질권 실행을 통해 가까운 장래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으며, 실제로 근질권이 실행되어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이 주식회사 C에게 이전됨으로써 그 개연성이 현실화된 바, 원고의 甲 등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한 담보권 설정과 불법행위책임 대상판결은 피보전채권으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양자 간 부동산 명의신탁에서 수탁자의 처분행위가 갖는 의미를 고려할 때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종래의 명의신탁이론에 의하면 대내적 관계에서는 소유권이 신탁자에게 있으나, 대외적 관계에서는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수탁자가 임의로 신탁부동산을 처분하면 그 취득자는 선·악의를 불문하고 적법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 따라서 유효한 명의신탁의 경우, 수탁자의 임의처분 행위는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고, 횡령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법질서 위반행위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부동산실명법상 무효인 양자 간 명의신탁관계에서도 수탁자의 임의처분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수탁자로부터 신탁부동산을 넘겨받은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는 바, 신탁부동산의 임의처분은 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로 평가되기 때문이다(대법원 2021. 6. 3. 선고 2016다34007 판결).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볼 때, 대상판결에서도 주식양도계약의 체결, 근질권의 설정, 유질계약의 실행을 거쳐 원고가 명의신탁 해놓은 주식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 이상 甲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해석할 여지가 크다. 2.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한 명의이전의무의 이행불능 시기 대상판결은 근질권의 실행 시점에 이행불능과 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이행불능이란 사회의 일반적인 관념으로 보아 채무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단순히 절대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다200729 판결 등), 이행불능 시기를 근질권 설정 시점으로 앞당겨 볼 여지도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등기이전과 관련하여 판례는 제3자 앞으로 된 담보를 말소하거나 가압류, 가처분 집행을 해제할 자력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이행불능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대법원 1991. 7. 26. 선고 91다8014 판결,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39211 판결 등). 이 사건 근질권은 주식양도의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유질계약을 포함하고 있었던 바,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통상의 근질권처럼 피담보채무를 변제함으로써 말소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식에 대한 명의이전청구권이 소멸하여야지만 말소될 수 있는 매우 특수한 성질의 것이다. 그렇다면 담보 설정의 경위와 내용 그리고 양도의 대상이 된 주식의 수 등에 비추어볼 때 이 사건 근질권 설정 당시부터 명의신탁 해지에 따른 주식이전의무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평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3.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시기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1. 19. 선고 2018다240462 판결 등). 물론 채권적 효력만 있는 이 사건 주식양도계약 내지는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것만으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하여 주식의 소유권이 주식회사 C에게 이전되어야만 비로소 재산권에 대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사건 근질권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그 설정과 동시에 교환가치가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매우 높은 소유권 상실의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현대 리스크 매니지먼트에서는 이러한 위험성도 얼마든지 금전적으로 환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으로 볼 여지가 크다. 이후 근질권이 실행되어 재산권을 완전히 상실한 것은 더 이상 확대될 손해가 없는 상태로 손해가 확정된 것일 뿐이다. 이와 달리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시기를 주식회사 C가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으로 본 대상판결의 판단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기초적 법률관계 가사 주식회사 C가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에 손해배상청구권이 성립하였다고 보더라도,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된 법률관계를 근질권 설정으로 본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은 주식에 대한 명의이전의무가 이행불능됨에 따라 발생한 2차적 권리이고, 명의이전청구권을 발생시킨 법률관계는 원고와 甲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피보전채권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존재하는 채권임을 고려할 때, 채무자 甲이 제3자인 주식회사 C에게 근질권을 설정해준 행위는 손해배상채권 성립의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지표이지, 그 자체로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하게 된 기초적 법률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즉, 기초되는 법률관계는 원고와 채무자 甲 사이의 명의신탁관계로, 채무자 甲의 주식회사 C에 대한 근질권 설정행위는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자료로, 유질계약의 실행으로 인한 소유권 이전은 손해가 현실화된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5.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말소될 개연성이 거의 없는 이 사건 근질권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근질권의 설정 시점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규범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초적 법률관계론이라는 예외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 이 경우 보호의 필요성이 큰 채권자가 피보전채권의 예외 요건까지도 증명하여야 하는 부담을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구분의 실익이 있다. 견해를 달리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시기를 근질권 실행 시점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이 주식에 대한 명의이전청구권의 변형물임을 감안할 때, 그 기초되는 법률관계는 주식에 대한 명의신탁관계로 봄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즉,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동의하는 바이나, 그러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 대하여는 다소 이견이 있다. ※ 위 내용은 필자의 "사해행위취소와 기초적 법률관계론: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한 근질권의 사례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08294 판결-", 저스티스 통권 제186호, 2021. 10. 판례평석을 요약한 것이다. 백명헌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사해행위취소
명의신탁
주식
백명헌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2022-01-17
형사일반
동산양도담보권설정자의 담보물관리의무와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
Ⅰ.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1. 사실관계 공소외1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2 은행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크라샤4230'을 구입하면서 위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크라샤를 피해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크라샤를 매각함으로써 매각대금 합계 1억55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위 대출금 1억5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2. 판결요지(다수의견)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자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즉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에 제공한 채무자는 양도담보 설정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자신의 권리에 기하여,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비용 부담 하에 담보목적물을 계속하여 점유·사용하는 것이지,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로부터 재산관리에 관한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Ⅱ. 판례평석 1. 변경전 판례와 학설 판례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소유권을 보유하게 되나,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부당히 이를 처분하거나 멸실·훼손 기타 담보가치를 감소케 하는 행위가 금지되므로, 채무자인 양도담보설정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게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채무자가 양도담보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학설로는 변경전 판례와 마찬가지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견해, 신탁적 소유권이전설을 따르게 되면 목적물의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이전하므로 채무자에게는 목적물 처분권이 없고 채무자의 목적물 처분은 횡령죄를 구성한다는 견해(대상판례의 별개의견),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주된 의무는 채무변제에 한정되므로 채무자에 대해서는 단순한 채무불이행 이외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2. 대상판례의 검토 (1) 신임관계의 내용 다수의견은 신임관계의 내용을 금전 채권채무계약 또는 금전 채권채무계약의 종된 계약으로서의 양도담보설정계약으로 파악하고 동산양도담보설정자의 담보물관리의무를 금전채권채무관계상 변제의무나 담보권설정계약상 담보설정의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사무로 본다. 그러나 담보물관리의무는 담보권설정계약을 통하여 만들어진 담보물권자와 담보물권설정자 간의 물권적 관계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채무변제나 양도담보권설정의무와는 내용적·단계적으로 구별된다. 동산 양도담보권이라는 비전형물권을 설정하는 계약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이를 금전소비대차계약 상의 신임관계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2) 타인의 사무의 의미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대하여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판례는 타인의 사무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할 의무와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두 가지 유형으로 이해해왔다. 이는 배신설의 입장에 충실한 것이었지만,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보고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 등에 대해서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견해도 많았다. 다수의견은 명시적으로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에서 제외하지는 않았으나 '맡아 처리하는 경우', '위탁받아 처리'라는 표현을 새롭게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사무의 내용을 제한하고 있다. 해석론의 변화는 타인의 사무처리자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일응 바람직하지만 몇 가지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하나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판례가 변경되지 않은 이상 여전히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타인의 사무로 인정되는 판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맡아 처리', '위탁받아 처리'의 의미를 위임·고용 등에 한정할 것인지의 문제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라고만 하고 있을 뿐 타인의 재산관리를 '대행'하는 사무라고 규정하지 않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할 의무로만 이해하는 것은 문언을 합리적 이유없이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것이다. (3) 담보물관리의무의 타인의 사무성에 대한 검토 및 결론 먼저 담보물관리의무가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에 해당할 여지가 없는지 본다. 대상판례 사안의 계약서에는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 '설정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점유·사용·보전·관리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수의견은 위 계약서 조항에 대하여 전형적인 양도담보설정계약의 내용이고 담보설정자의 선관주의의무는 거래상 일반적으로 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 정도를 의미할 뿐이며, 담보목적물 보존의무는 채권만족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해 당연히 수반되는 의무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담보물 관리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되기 위해서는 전형적 양도담보설정계약 외에 별도로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담보목적물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특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요구하는 별도의 신임관계가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문제되는 것은 선관주의의무의 '내용'이지 '정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명시적인 계약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위탁관계를 부정한 다수의견에 찬성하기 어렵다. 담보권자는 간접점유를 가지고 적어도 대외관계에서는 담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채무자의 계속적 경제활동 보장등을 이유로 점유를 허락함으로써 채무자에 대하여 특별한 신뢰관계를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적어도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지 검토하여야 한다. 대상판례는 동산이중양도, 대물변제예약부동산의 제3자처분, 부동산이중저당 사안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최근의 판례경향에 따라 선고되었다. 이는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대하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타인의 사무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담보물관리의무는 소유권이 대외적으로 담보권자에게 이전된 상태에서 담보권설정자가 담보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채권계약에서 당사자가 부담하는 대향적 급부의무와는 구별된다. 채무자가 담보물관리의무를 부담하는 시점부터 물권자와 물권설정자의 지위는 역전된다. 채권자는 대외적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직접점유를 계속하고 있는 채무자의 의무이행 여하에 따라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상실할 수 있는 지위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목적물의 소유권보존이 오로지 이를 타주점유하는 채무자의 의사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양도담보설정자는 양도담보권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보증인적 지위에 서게 된다. 담보물관리의무의 실질은 횡령죄에서의 보관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를 임의로 처분하는 행위의 불법 역시 횡령죄의 그것과 구별할 것은 아니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담보물관리의무를 이중양도나 이중저당 사안과 동일한 논리로 자기의 사무라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강수진 교수 (고려대 로스쿨)
채권자
양도담보
배임죄
강수진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5-10
상사일반
골프장 부동산 공매에서 회원 계약 승계 인정 여부
-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6다220143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관계 가. 원고들은 A회사에게 회원보증금을 내고 이 사건 골프장에 회원으로 가입한 자들이다. 나. A회사는 이 사건 골프장을 건설하여 운영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B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B은행과 사이에 이 사건 신탁부동산(골프장 부지 및 건물 5동)에 대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B은행에게 신탁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다. 그 후 A회사가 대출금채무의 이행을 지체하자 B은행은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대한 공매절차를 진행하였는데, 위 공매절차에서 낙찰자로 선정된 소외인이 매매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B은행은 피고1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피고1에게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라. 피고1은 피고2 등과 피고3을 우선수익자로 하여 이 사건 골프장 부지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2에게 위 골프장 부지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마. 원고들은 피고1을 상대로는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주장하면서 그 보증금의 반환을, 피고2와 피고3을 상대로는 위 골프장 부지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및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체육필수시설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체결된 다음 그 계약에서 정한 공매나 수의계약에 의해 체육필수시설이 일괄하여 이전되는 경우 이것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이라고만 한다) 제27조 제2항 제4호의 특정승계 사유에 해당하여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도 승계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담보신탁을 근거로 한 공매나 수의계약이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에서 정한 절차에 해당한다고 보아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인정하였다. 3. 평석 체육시설법 제27조는 아래와 같은 규정을 두어 체육필수시설의 소유권이 바뀌는 일정한 경우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7조(체육시설업 등의 승계) ① 체육시설업자가 사망하거나 그 영업을 양도한 때 또는 법인인 체육시설업자가 합병한 때에는 그 상속인, 영업을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合倂)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은 그 체육시설업의 등록 또는 신고에 따른 권리·의무(제17조에 따라 회원을 모집한 경우에는 그 체육시설업자와 회원 간에 약정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승계한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절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체육시설업의 시설 기준에 따른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에게는 제1항을 준용한다. 1.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의한 환가(換價) 3. 「국세징수법」·「관세법」 또는 「지방세징수법」에 따른 압류 재산의 매각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절차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에서 부동산신탁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의 경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이를 동법 제2항 제4호의 특정승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하여 왔는데,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명시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그 결론 역시 타당하다고 보인다. 첫째, 법률규정을 해석하기 위하여는 입법 목적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체육시설법은 1994년 1월 7일 법률 제4719호로 전부개정되며 제30조 제1항에서 체육시설업의 승계에 대한 규정을 두었고, 2003년 5월 29일 법률 6907호로 일부개정되며 동조 제2항을 신설하여 자연인의 사망, 법인의 합병, 영업의 양도·양수 외에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도 체육시설업의 등록·신고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하도록 그 범위를 확정하였으며, 위 규정은 2007. 4. 11. 법률 제8349호로 전부개정되며 제27조로 개정되었는데, 그 기본적인 취지는 체육시설의 회원 등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법률 제6907호 일부개정 이유), 거래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부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법제처 역시 2010. 12. 30. 유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질의에 대하여 ‘부동산담보신탁에 의한 공매절차 역시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 소정의 절차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하였으며(안건번호 10-0419), 대법원 역시 이러한 취지를 감안하여 체육시설법 제27조 제1항의 영업양도를 폭넓게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5379 판결,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다50113 판결 등 참조). 둘째, 골프장 등 체육시설법상의 체육시설의 조성 과정에서 자금조달의 일환으로 신탁제도가 많이 활용되고, 이에 따라 신탁법에 의한 공매절차를 통하여 체육시설이 처분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통상 골프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회원을 모집하게 되고(체육시설법 제17조), 회원들이 낸 입회금이 골프장 건축에 사용되고 있는데, 부동산신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회원들이 입회금을 반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상실하게 하는 것은 회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며, 이러한 문제는 체육시설업자가 체육시설 조성에 투입하는 자기자본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해결할 문제이지 회원들의 권리를 제한하며 해결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셋째, 신탁법상의 담보신탁계약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의 경우를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 내지 3호의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절차 등과 구분하여야 할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은 절차 자체에 대해 법률에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고 법원 등이 그 절차를 주관하는 등의 근거를 갖추었을 때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같은 항에서 명시적으로 이와 같은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고,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 내지 3호까지의 절차에서도 이미 임의매각이나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으며, 체육시설에 관한 담보신탁은 위탁자가 자신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채무자인 위탁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채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신탁재산의 공매 등과 같은 강제환가절차를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저당권과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 넷째, 대상판결에 따라 거래의 안전이 침해될 염려도 없다. 체육필수시설을 부동산담보신탁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에 의해 취득하려는 자는 회원권, 입회금반환채무의 존재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체육시설법 제17조,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 제18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17조의2, 제19조는 회원모집의 시기, 방법, 절차와 모집 총금액, 회원모집계획서의 제출, 회원모집결과의 보고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으므로, 체육필수시설을 인수하려는 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보공개청구나 체육시설에 대한 실사 등을 통하여 필요한 정보를 확인한 뒤에 손익을 미리 계산하여 인수가격을 정할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이 체육시설법 제27조 제3항, 제1항에 의하여 보호받는 회원은 체육시설법 제17조 등 관련 법령이 정한 소정의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회원의 자격을 취득한 자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대법원 2004다10213 판결, 대법원 99다20513 판결 참조)까지 감안하면, 체육필수시설의 인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체육필수시설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체결된 다음 그 계약에서 정한 공매나 수의계약으로 체육필수시설이 일괄하여 이전되는 경우에 그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가 승계된다고 본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다만, 입회보증금에 대한 반환을 염두에 두지 않고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이나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고려하지 않고 체육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이 사건의 경우 인수대금은 약 14억원이나 승계되는 입회보증금반환채무는 약 500억원에 달한다), 이미 신탁공매처분된 골프장 회원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한 후속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부동산담보신탁의 경우 대상판결로 정리가 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다른 사례를 놓고 동일한 다툼이 일어날 여지는 여전히 있다. 체육필수시설의 인수자에게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시키는 것은 인수자, 다른 채권자, 담보권자, 우선수익자 등의 이익을 해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다른 사안에서도 동일한 결론을 유지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입법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근원적으로 해결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와 같은 포괄적 규정을 삭제하고, 동항 제1 내지 3호와 같이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입법 형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조건주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골프장
공매
체육시설의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
입회보증금반환청구
조건주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8-11-15
주택·상가임대차
파산·회생
개인회생절차에서의 면책결정이 임차보증금채권에 미치는 영향
-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다32014 판결 - 1. 사실관계 피고는 원고로부터 계쟁 주택 중 2층을 보증금 5500만원에 임차한 후 2002년 7월 31일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임차보증금반환의 소를 제기하여, 2007년 8월 29일 ‘원고는 피고에게 5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원고에 대한 개인회생절차가 진행 중이었으나, 당시 원고가 이를 다투지 않았다). 피고는 2007년 9월 18일 계쟁 주택에 관한 주택임차권등기를 마친 다음 원고에게 위 2층을 인도하였다. 한편 원고에 대한 개인회생절차가 2006년 7월 4일 개시되었는데, 원고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위 임차보증금채무 5500만원을 기재하였고, 그 존재 및 액수는 그대로 확정되었다. 계쟁 주택 및 그 대지에는 위 임차권에 우선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인가된 변제계획에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과 피고의 임차보증금채권을 ‘별제권부 채권 및 이에 준하는 채권’으로 처리하였으나, 위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가 진행되지 않아 피고는 개인회생절차에서 전혀 변제를 받지 못하였다. 원고에 대한 면책결정이 2012년 7월 10일 확정되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구 개인채무자회생법 제39조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에 관하여는 변제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하거나 변제받는 등 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면제를 제외한다)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법 제71조 제1항은 “변제계획에는 ‘채무변제에 제공되는 재산 및 소득에 관한 사항(제1호)’,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변제에 관한 사항(제3호)’을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을 변제계획의 변제대상으로 삼고 있다. 나아가 구 법 제83조 제1항은 “법원은 채무자가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한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면책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구 법 제84조 제2항 본문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단서 제1호에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에 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각 규정에 따르면 변제계획의 변제대상이 되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 중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한 부분은 모두 면책되지만,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은 변제계획에 의한 변제대상이 될 수 없어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 및 확정일자를 갖춘 주택임차인은 임차주택이 경매될 경우 그 환가대금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우선변제권은 이른바 법정담보물권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임대차 성립시의 임차 목적물인 임차주택의 가액을 기초로 주택임차인을 보호하고자 인정되는 것이다. 이에 상응하여 구 법 제46조 제1항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등)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대항요건을 갖추고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은 개인회생재단에 속하는 주택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우선변제권 있는 주택임차인을 개인회생절차에서 별제권자에 준하여 보호하고 있다. 위와 같이 주택임차인은 구 법 제46조 제1항에 의하여 인정된 우선변제권의 한도 내에서는 임대인에 대한 개인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임차보증금채권의 만족을 받을 수 있으므로, 설혹 주택임차인의 임차보증금채권 전액이 개인회생채무자인 임대인이 제출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주택임차인의 임차보증금채권 중 위와 같이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액만이 개인회생절차의 구속을 받아 변제계획의 변제대상이 되고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임대인에 대한 개인회생절차의 진행 중에 임차주택의 환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주택임차인이 그 환가대금에서 임차보증금채권을 변제받지 못한 채 임대인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되어 그 개인회생절차가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택임차인의 임차보증금채권 중 구 법 제46조 제1항에 의하여 인정된 우선변제권의 한도 내에서는 구 법 제84조 제2항 단서 제1호에 따라 면책이 되지 않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에 해당하여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담보권 실행 등이 일정기간 중지 또는 금지될 뿐(구 법 제60조 제2항), 개인회생절차의 절차상 제약은 원칙적으로 별제권자(담보권자)에게 미치지 않는다(구 법 제45조, 제84조, 제86조, 제87조). 임차보증금채권은 다른 일반 개인회생채권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지기는 하지만, 임차주택의 환가대금의 한도 내에서만 우선권을 가지는 것이어서, 우선권 있는 개인회생채권이 아닌 특정재산에 관하여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별제권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므로, 별제권에 준하여 취급된다. 다만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 그 주택 등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민법주해[XV] 채권(8), 244면),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채권에 관하여 판결 등 집행권원을 따로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채권은 여전히 개인회생채권에 속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에 대하여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지면 그 집행권원에 기한 강제집행은 구 법 제6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금지된다. 따라서 개인회생절차 진행 중 임차주택이 경매 등으로 처분되면 별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인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된 경우 그 효력이 문제되는 것이다. 법 해석론상으로는 구 법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의 임차보증금 우선변제권에 관한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제46조), 면책결정 이후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으로서, “면책은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 구 법 제84조 제3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의 문제이지만, 이는 근원적으로 임차보증금채권이, 개인회생채권임을 부인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임차주택 환가 시 우선변제권만을 가질 뿐 담보권과 같은 경매실행권한을 가지지 못한데서 비롯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는 임차보증금채권은 비면책채권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개인회생절차 진행 중에 임차인이 우선변제 받지 못한 이상, 임차보증금채무는 전부 면책된다는 견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담보권과 같은 경매실행권한은 없고 임차주택의 환가 시 우선변제권만을 가질 뿐이므로, 임대인은 임차인이 가지는 권한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하며, 위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채권에 관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면책결정의 효력으로 그 집행력은 소멸한다는 견해, 임대인은 면책결정에도 불구하고 우선변제권의 한도 내에서 임차보증금반환책임을 부담하고,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임차목적물의 환가 시 우선변제권을 가질 뿐만 아니라, 집행권원이 있는 경우 그 한도 내에서 우선변제권 실현을 위한 강제경매신청이 가능하므로, 임차보증금에 관한 집행권원 역시 그 한도 내에서 집행력이 소멸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논의되고 있다. 면책결정이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된 담보에 영향이 없다는 내용의 구 법 제84조 제3항은 제3자 제공의 보증이나 물상보증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어서, 위 규정이 사안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일반 담보권의 경우 피담보채권과 준별하여 담보권 자체에 별제권을 인정하는 구 법의 법리상 피담보채권의 면책과 관계없이 담보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임차보증금채권은 그 실질이 어디까지나 면책의 대상이 되는 개인회생채권이되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우선변제권이 부여된 것일 뿐이어서 별제권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실체법상 권리의 성질이 개인회생절차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견지에서, 임차보증금채권의 우선변제권 부분은 면책결정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변제기간 내에 경매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임차보증금채권이 개인회생절차의 규율을 받는 개인회생채권이라고 하면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부분만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모순되어 보이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임차보증금채권 중 우선변제 받을 수 있는 부분에 관하여 개인회생절차 밖에서 우선변제 받는 것을 예정하고 있을 뿐, 채무자의 재산처분에 의한 변제대상으로 삼지 않고 있는 현행 개인회생실무를 용인하는 판단이다. 사안은 구 법이 적용된 경우이나 법문의 내용에 변화가 없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인회생
임차보증금
면책
2017-06-05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 의미
1. 들어가며 현 우리나라 등기법제는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물권(이하, '소유권'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해당 등기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등기로 인하여 소유권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소유권이 있다고 추정될 뿐이다. 이는 불완전한 공시 방법인 등기를 사용함에 따른 부득이한 선택 및 하나의 정책적인 의미로 보여진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의 개념과 관련하여, 실질적 소유권 여부와 무관하게 등기된 소유자만을 '소유자'라고 판단함으로써 전통적인 소유권 개념에 다소 비껴간 해석을 하였다. 2. 사실관계(간략히 정리하였다) 가. 피고는 소외1, 2에게서 A부동산을 매수하되 소유권이전등기는 소외3 명의로 경료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외3과는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였다. 나. 위 계약에 따라 소외3은 자신의 명의로 A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피고 명의로 채권최고액 2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다. 이후 소외3은 원고들과 A부동산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들에게 각 지분이전등기를 마쳤으나, 원고들은 위 매매계약이 기망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취소하고 매매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고 확정되었다. 라. 미처 원고들 명의의 지분이전등기가 말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는 위 근저당권을 기초로 원고들을 소유자로 하여 A부동산에 관하여 경매절차 신청을 하였고 법원으로부터 경매개시결정을 받았다. 마. 집행법원은 A부동산의 매각대금 1억3815만8813원 중 1억2700만원을 근저당권자로 되어 있는 피고에게, 잉여금 1055만283원을 소유자로 되어 있는 원고들에게 각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에 대한 배당액 전액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후 이 사건 배당이의 소를 제기하였다. 바. 이에 피고는 원고들이 A부동산의 소유자가 아니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3. 대법원 판단(2015. 4. 23. 선고 2014다53790 판결) 대법원은 원심(서울고등법원 2014. 7. 11. 선고 2013나54644 판결)과 같은 구체적인 근거(?배당이의의 소의 본질, ?절차의 안정성 및 채권자 보호라는 민사집행법의 취지, ?신의칙 등)를 제시하지 않고 그저 당연한 귀결인 것처럼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의 개념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자만 포함되고 오히려 실질적 소유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가. 배당이의 소의 원고적격이 있는 사람은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한 채권자 또는 채무자에 한하고, 다만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에서 경매목적물의 소유자는 여기의 채무자에 포함된다. 그런데 진정한 소유자이더라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지 아니하였다면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가 아니고, 그 후 등기를 갖추고 집행법원에 권리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같은 조 제4호의 부동산 위의 권리자로서 그 권리를 증명한 사람도 아니므로,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에게는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할 권한이 없고, 그 이의를 진술하였더라도 이는 부적법한 것에 불과하여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이 없다. 나. 반면에,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사람은 설령 진정한 소유자가 따로 있는 경우일지라도 그 명의의 등기가 말소되거나 이전되지 아니한 이상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므로,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할 권한이 있고, 나아가 그 후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도 있다. 4. 판례평석 우리나라 현행 등기제도 하에서는 원칙적으로 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등기기재에 부합하는 실체상의 권리관계가 존재함을 전제로 그 등기의 유효성이 인정될 뿐이며, 다만 예외적으로 관련법에서 제3자 보호규정이 있는 경우 공신력을 인정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등기부 자체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즉 우리 법제는 기본적으로 성립요건주의(형식주의)를 취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등기부 자체에 공신력을 인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채권행위가 무효로 된 경우에는 이에 기한 물권행위 역시 무효로 되는바 소유권이 원상회복 되는 경우 '실질적 소유자'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가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 '채무자 및 소유자'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소유자'의 개념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법리와 동일하게 '등기 무효여부와 무관한 실질적인 소유자'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등기의 원인이 무효임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어찌되었든 경매기입등기 당시 등기를 가지고 있는 자'를 의미하는 것인지 여부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위 조항에 규정된 '소유자'가 실질적인 소유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행위가 무효임으로 인하여 등기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경매기입등기 당시 등기부상 소유자로 기재되어 있기만 하면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함으로써 등기부의 효력과 관련하여 이제까지와는 다른 법리를 적용하였는바, 흡사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듯 한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즉, 대법원은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규정된 '소유자'란 단호하게 '진정한 소유자이더라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지 아니하였다면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가 아니다'라고 확정 짓고 오히려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사람은 설령 진정한 소유자가 따로 있는 경우일지라도 그 명의의 등기가 말소되거나 이전되지 아니한 이상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할 권한이 있고, 나아가 그 후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도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원심에서는 실질적 소유자 이외 형식상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배당이의를 할 수 있고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마치 실질적 소유자 및 형식상 소유자 모두가 배당이의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설시하였으나 대법원은 명확히 실질적 소유자가 아닌 경매개시 결정 당시 등기된 소유자만이 경매절차의 당사자라고 판시하고 있다). 사견으로는 법원이 위와 같이 민사집행법 제90조 제2호의 소유자를 경매개시결정 당시 등기된 소유자로 한정한 이유를 민사집행법의 대원칙인 '채권자 보호' 그리고 '집행 절차의 안정성'에서 찾고 싶다. 대법원에서는 아무런 논거 없이 곧바로 위 조항의 소유자 개념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당시 등기된 자로 한정하였으나, 그 이면에는 집행 절차의 안정성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원심에서도 설시된 것과 같이, 국가 특히 법원이 진행하는 경매절차에는 첨예한 이해당사자간의 대립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매절차의 안정성이라는 민사집행법의 대원칙이 엄격하게 이어져 왔다. 이와 같은 태도를 근거로 대법원은 배당요구를 할 수 있는 가압류를 한 채권자의 범위에 "가압류 결정을 받았으나 배당요구 종기까지 등기가 되지 않은 가압류권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하거나(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27696 판결),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더라도 배당요구 종기까지 지급명령정본을 제출하여야만 배당요구가 적법하다"고 선고하여(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2다96045 판결) 그 절차와 형식을 엄격하게 해석하였던 것이다. 이는 압류 이후의 발생한 유치권에 관하여 이를 채권자의 처분행위로 보아 인정하지 않았지만, 체납처분 이후 발생한 유치권은 인정하였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4. 3. 20. 선고 2009다60336)의 다수 의견(일명 절차 안정성설)과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것이다(필자의 법률신문 2014. 7. 10.자 체납처분 이후 발생한 유치권의 효력 참조). 대상판결의 원심도 위 판결들과 같은 맥락에서 '절차의 안정성 및 채권자 보호'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하였다. "집행법원은 등기명의인 등 '경매대상 부동산의 소유자로 취급되었던 자'의 채권자에게 배당받을 기회를 준 다음 배당을 실시하게 된다. 그런데 배당단계에서 경매대상 부동산의 소유자를 변경할 수 있다고 한다면,'소유권 없는 등기명의인'의 채권자가 한 배당요구 등은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된다. 또한 '새롭게 소유자로 취급되는 진정한 소유자'의 채권자는 본래 부여받았을 배당요구 등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배당절차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절차의 안정성'과 '채권자 보호'라는 민사집행법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다."
2015-07-23
저당권자의 저당부동산에 대한 명도청구권
[사 실 관 계] X는 A소유의 甲건물을 담보로 A를 채무자로 하는 근저당권자이고, Y는 甲의 불법점유자이다. A의 채무불이행으로 甲에 대해 경매가 신청,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지만, Y의 불법점유로 인해 매수인이 나타나지 않아 경매절차는 중단되었다. 이에 X는 Y를 상대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인 대금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A의 甲의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대위행사하여, 자신에게 甲의 명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X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에 대해 Y가 상고하였지만, 최고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며 Y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 지] 제3자가 저당부동산을 불법점유함으로써 경매절차의 진행이 방해되고, 적정한 가격보다 매각가격이 하락할 우려가 있는 등,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의 실현이 방해되어 저당권자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가 곤란한 상태라면, 이는 저당권자에 대한 침해라고 평가된다. 그리고 저당부동산의 소유자는 저당권에 대한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당부동산을 적절히 유지관리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저당권의 효력으로서, 저당권자는 저당부동산의 소유자에 대해, 그가 갖는 권리를 적절히 행사하는 등, 저당부동산을 적절히 유지 또는 보존할 것을 구하는 청구권을 갖는다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저당권자는, 이러한 청구권을 보존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민법423조[한국민법404조:筆者注]의 법의에 따라, 소유자의 불법점유자에 대한 방해배제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 아울러 제3자가 저당부동산을 불법점유함으로써,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의 실현이 방해되고 저당권자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가 곤란한 상태에 있는 때에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써 저당권자가 이 상태의 배제를 구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해야 한다. 最高裁 平成元年(オ)第1209호同3年3月22日第二小法廷判決·民集45권3호268면은 이상과 저촉하는 한도에서 이를 변경해야 한다. 본건에서는 Y가 점유할 권원없이 甲을 점유함으로써, 甲의 경매절차의 진행이 방해되고 그 교환가치의 실현이 곤란해진 것이므로, X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가 곤란하다는 것을 용이하게 추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서는, X는 소유자인 A에 대해, 甲의 교환가치의 실현을 방해하고 X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를 곤란하게 하는 상태를 시정하도록 요구하는 청구권을 가지므로, 이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A의 Y에 대한 방해배제청구권을 대위행사하고, A를 위해 甲을 관리함을 목적으로 하여, Y에 대해 직접 자신에게 甲을 명도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 본건 청구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대위의 원인으로 하지만, 근저당권을 토대로 그 교환가치의 실현을 저해하는 Y의 점유의 배제를 구하기 위해, 소유자를 대위하여 Y에 대해 甲의 명도를 청구하는 취지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奧田昌道裁判官의 補足意見] 나는 법정의견에 동조하지만, 저당부동산이 불법점유되어 있는 경우의 저당권자의 구제방법에 대해 의견을 보족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1. 제3자의 행위 등에 의한 저당권침해의 성부에 관하여 저당권에 인정되는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에 대한 배타적 지배의 권능은 교환가치가 실현되는 저당권실행시(환가·배당시)에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지만, 이것에 국한되지 않고 저당권설정시부터 환가에 이르기까지, 저당부동산에 대해 실현되어야 할 교환가치를 恒常的·繼續的으로 지배할 수 있는 점에 저당권의 물권으로서의 의의가 있다. 따라서 저당권설정시로부터 환가에 이르기까지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키거나, 교환가치의 실현을 곤란하게 하는 제3자의 행위 내지는 사실상태는, 이를 저당권의 침해로 보아야 하고, 그러한 침해를 저지하거나 제거할 법적 수단이 저당권자에게 용의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저당권의 교환가치는 경매절차에서 실현되는 것이므로, 제3자의 행위 등이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키거나 교환가치의 실현을 곤란하게 하는 것으로써, 저당권의 침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해서는, 당해 행위 등의 내용만이 아니라, 경매절차에서의 당해 저당권자에 대한 배당의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저당권자에게 동등한 구제를 인정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고, 배당을 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후순위저당권자에 의한 구제수단의 남용을 방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대해서 물권의 실현이 방해받거나 방해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물권의 권리자가 물권의 효력으로써 방해자에 대해 방해의 배제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것(물상청구권)이 널리 승인되어 있다. 저당권은 목적물에 대한 사실적 지배(점유)를 동반하지 않고 그 교환가치를 비유형적·관념적으로 지배하는 권리이지만, 본건에서와 같이, 제3자가 저당부동산을 아무 정당한 권원없이 점유함으로써, 경매절차의 진행이 방해되고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의 실현이 방해되어 저당권자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가 곤란해지는 상태가 발생한 때에는, 당해 불법점유자에 대해 저당권자는 저당권에 기해, 방해의 배제, 즉 부동산의 명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 물론 이 경우에 저당권자가 자신에게 명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가, 저당부동산의 소유자에게 명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음에 그치는가는 더 검토해야 할 문제이다. 3. 저당권자에 의한 소유자의 방해배제청구권의 대위행사에 관해 저당권의 침해에 대한 구제수단으로써 저당권 그 자체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이 인정된다면, 나아가 그 이외에 저당부동산의 소유자가 갖는 방해배제청구권을 저당권자가 대위행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첫번째 문제점은, 민법423조가 규정하는 채권자대위권은 “자신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인정되는데, 저당권침해의 경우에 피보전채권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두번째 문제점은 채권자대위권의 소위 전용사례(부동산소유권의 수차적인 양도의 경우의 전득자에 의한 중간자의 등기청구권의 대위행사나, 부동산임차권에 대한 침해의 경우의 임차인에 의한 소유자의 방해배제청구권의 대위행사)에서는, 권리의 대위행사가 달리 적절한 구제수단이 없어 불가피하게 인정된 편법으로 되어 있는데, 저당권침해의 경우에는 저당권자에 대해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함으로써 충분하다는 반론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첫번째 문제점에 대해서는, 저당권설정자 또는 저당부동산의 양수인은 담보권(저당권)의 목적물을 실제로 관리하는 입장에 있는 자로서, 제3자의 행위 등에 의해 그 교환가치가 감소하거나 교환가치의 실현이 곤란해지지 않도록, 이를 적절히 유지 또는 보존하는 것이 법이 요청하는 바라고 생각된다. 그 반면으로 저당권자는 저당부동산의 소유자에 대해 저당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유지 또는 관리하도록 요구할 청구권(담보가치유지청구권)을 갖는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이 담보가치유지청구권은 저당권설정시로부터 그 실행(환가)에 이르기까지 항상적으로 존속하는 권리이고, 제3자가 저당부동산을 훼손하거나 저당부동산을 불법점유함으로써,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의 실현이 방해받는 상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 청구권의 존속, 실현이 곤란해질 사태를 발생시키는 것이므로, 저당권자는 저당부동산의 소유자에 대한 담보가치유지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저당부동산의 소유자가 침해자에 대해 갖는 방해정지 또는 방해배제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두번째의 채권자대위권의 전용사례에서의 보충성(달리 적절한 구제수단이 없는 점)의 점에 대해서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요건 및 효과(청구권의 내용)에 대해 논의가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고, 앞으로도 검토해야 할 문제가 있는 현재로서는, 대위청구에 의한 구제의 길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위권행사의 효과로서 저당권자는 저당부동산의 점유자에 대해서 직접 자신에게 명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저당권자는 저당부동산의 소유자의 방해배제청구권(명도청구권)을 동인을 대신하여 행사함에 불과한 점, 저당부동산의 소유자의 명도청구권의 내용은 동인 자신에게 명도하라는 것이므로, 저당권자에 의한 대위행사의 경우에도 동일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저당부동산의 소유자가 수령을 거부하거나 소유자가 수령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저당권자는 저당부동산의 소유자를 대신하여 수령한다라는 의미에서, 직접 자신에게 명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 그리고 본건과 같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저당권자는 직접 자신에게 저당부동산을 명도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 그 경우 저당권자가 취득하는 점유는 저당부동산의 소유자를 위해 관리하는 목적에서의 점유, 소위 관리점유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어떠한 경우에 대위권의 행사가 인정되는가에 관해서는 사안에 따라 검토해야 할 문제이지만, 본건과 같이 저당권자에 의한 경매가 신청된 사안에서는 대위권행사를 인정함에 아무런 장애도 없다고 생각한다. [연 구] 본고는 판례의 충실한 번역(이 부분도 분량관계로 몇 군데 요약하였다)과 그 약간의 해설에 해당한다. 최근의 일본의 대법정(우리의 전원합의체에 해당)판결을 소개하고, 우리의 법해석에 관한 논의의 소재를 제공한다는 점에 목적이 있다(필자가 이 글을 쓰는 현재, 일본에서의 본판결에 대한 판례해설이나 판례평석에 접하지 못했다. 앞으로 발표될 수많은 판례연구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 본판결은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인식되어 온 “저당권은 가치권이다” 라는 사고를 변경시키는 획기적인 판결이다. 저당권자의 명도청구를 인정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집행방해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민사집행이 국민경제에 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판지에 나와 있는 변경대상판결은 비점유담보물권으로서 “저당권은 가치권이다”라는 원칙에 충실하여, 저당권자의 명도청구를 불허하였다(대판1996.3.22, 95다55184도 동지). 본판결에 의해 저당권자는 직접 자신에게 저당부동산을 명도할 것을 불법점유자에게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명도청구권의 근거를 소유자의 방해배제청구권의 대위를 주된 것으로, 부수적으로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 하고 있고, 그 행사의 요건은, (1)저당부동산을 제3자가 불법점유하고 있을 것, (2)이로 인해 저당권자가 신청한 경매절차가 방해받거나 이에 준하는 사정이 있을 것, 그리고 (3)불법점유가 없다면 발생하지 않을 저당권자의 우선변제청구권의 침해가 있을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아울러 奧田昌道(오쿠다마사미치·京都大명예교수)裁判官의 補足意見은 어떻게 보면 판례해설에 해당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에 새로 임명된 奧田재판관은 민법 또는 민사소송법 연구자라면 『債權總論』이나『請求權槪念の生成と展開』의 저작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민법 특히 청구권분야의 대가이다. 일본의 최고재판소재판관은 재판소장관을 포함 모두 15명으로 구성되어, 전원합의체(대법정)와 5명씩 구성되는 소법정으로 나누어 재판을 한다. 최고재판소재판관의 임명자격은 약간 복잡하지만 간단히 말해 판사, 검사, 변호사 그리고 법률학교수(실정국내법에 한하지 않음)에게 부여된다. 초창기에는 판사5명, 변호사5명, 검사·대학교수·기타5명이었지만, 그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판사6명, 변호사4명, 검사2명, 기타3명 선으로 임명되고 있다.
2000-02-10
경매를 신청하지 않은 선순위근저당권자의 피담보채권의 확정시기
【사 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법률문제에 관한 것으로 사실관계는 매우 단순하다. 즉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저당부동산에 관하여 경매신청을 한 경우, 경낙으로 소멸하게 되는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피담보채권은 언제 확정되는가가 문제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판지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민법에는 규정이 없다. 먼저 원심은 대략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경매개시를 안 날의 다음날에 확정된다고 판단하였다. (1)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순위 근저당권자로서는 후순위 근저당권자에 의해 근저당권의 목적물에 대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된 사실을 안 이후에는 신용이 악화된 채무자와 더 이상 거래관계를 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점, 및 (2)구체적인 이익고량의 근거는 나와 있지 않지만 경매개시를 안 시점을 기준으로 그 후에는 선순위 근저당권자보다 후순위 근저당권자의 이익을 더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 확정시기를 경낙인이 경낙대금을 완납한 때라고 하고, 원심판결을 파기촵환송하였다. 【판 지】 「당해 근저당권자는 저당부동산에 대하여 경매신청을 하지 아니하였는데 다른 채권자가 저당부동산에 대하여 경매신청을 한 경우 민사소송법 제608조제2항, 제728조의 규정에 따라 경매신청을 하지 아니한 근저당권자의 근저당권도 경낙으로 인하여 소멸한다. 그러므로 다른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된 때로부터 경낙으로 인하여 당해 근저당이 소멸하게 되기까지의 어느 시점에서인가는 당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도 확정된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중 어느 시기에 당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확정되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우리 민법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부동산 경매절차에서 경매신청기입등기 이전에 등기되어 있는 근저당권은 경락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대신에 그 근저당권자는 민사소송법 제605조가 정하는 배당요구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당연히 그 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 있고, 이러한 까닭으로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취득하는 거래를 하려는 사람들은 선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만큼의 담보가치는 이미 선순위 근저당권자에 의하여 파악되어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거래를 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가 개시되었음을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안 때 이후의 어떤 시점에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이 증가하더라도 그와 같이 증가한 피담보채무액이 선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한도 안에 있다면 경매를 신청한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된다고 볼 수 없는 반면, 선순위 근저당권자는 자신이 경매신청을 하지 아니하였으면서도 경락으로 인하여 근저당권을 상실하게 되는 처지에 있으므로 거래의 안전을 해치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파악한 담보가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이 타당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경매를 신청 한 경우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그 근저당권이 소멸하는 시기, 즉 경락인이 경락대금을 완납한 때에 확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연 구】 판지와 원심의 판단 모두에 반대한다. 1.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경매신청을 하지 않은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피담보채권의 확정시기에 관한 최초의 판결로써, 선례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판례이다. 앞서 지적했지만 민법에는 이에 관한 규정이 없다. 우리 법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본 민법에는 그 제398조의 20에 자세한 규정이 있지만, 근저당권에 관한 규율이나 이용사정이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그냥 일본법에 追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상판결은 구체적인 논거를 통해 우리의 독자적인 논리를 전개한 것으로 매우 의미심장하다. 2.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의 확정시기에 관한 판례와 학설 판례는 경매를 신청하지 않은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경우에 관해서는 대상판결이 처음이지만, 스스로 경매를 신청한 근저당권자의 경우에 관해서는 이미 판단을 내린 바 있다(여기서 피담보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하면 이 때 당연히 피담보채권이 확정되므로,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경우이건 변제기도래전의 저당목적물에 대한 경매신청이 있을 때의 확정시기인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 리딩케이스는「근저당권자 자신이 그 피담보채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경매신청을 한 때에는 그 경매신청시에 근저당권은 확정된다」라고 한 대판 1988. 10. 11., 87다카545이고, 이것이 그 후의 판례(대판1989. 11. 28., 89다카15601〔이에 대한 해설로 閔亨基, 대법원 판례해설 제12호329면 이하가 있다〕; 대판1993.3.12., 92다48567; 대판1997. 12. 9., 97다25521; 대판1998. 10. 27., 97다26104, 26111 등)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에는 구체적인 논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단 판례의 논거를 간접적으로 추측케 하는 전기 판례해설336면에는「개별적인 채권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해지의 의사표시 없이 곧 바로 경매를 신청함으로써 근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그 근저당권에 의하여 우선변제받을 채권의 범위를 명확히 하여 이해관계인에게 불측의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그 경매신청시에 근저당권, 따라서 피담보채권이 확정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러한 견해는, 경매신청이라는 권리의 실행은 당연히 해지의 의사를 포함하는 것이고, 나아가 근저당권자가 해지와 경매신청과의 사이에 시간적 간격을 두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므로, 근저당권자의 권리실행시를 피담보채권의 확정시로 보는 입장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학설에서는, 통설은 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에는 경매개시결정시를 피담보채권의 확정시로 풀이한다(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한 경우에는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권리실행시인 경매신청시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 그 구체적인 논거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통설의 태도는 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인가 아닌가를 불문하고, 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한 경우에 관한 앞의 판례의 태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근저당권자의 해지기, 해지에 따른 경매신청시와 경매개시결정시는 모두 시간적으로 사실상 동일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유력설(민법주해Ⅶ23면이하[박해성])은 대상판결과 동일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유력설도 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경매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경매신청시에 피담보채권이 확정된다고 해석한다). 이 유력설의 논거는 대상판결과 거의 같고, 아마도 대상판결은 이를 참조한 것으로 생각된다. 3. 사견 먼저 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판례나 학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담보채권의 확정시기를 권리실행시로 보는 점에 문제가 없다. 이러한 해석이 근저당권의 권리실행은 그 전제가 되는 거래관계의 해소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근저당권자와 채무자 기타 이해관계인의 의도와도 일치한다. 여기에 또 하나 이유를 추가하자면 경매신청시에 피담보채권은 집행채권으로 그 금액이 특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특히 민사소송규칙 제204조2호 참조). 또한 위와 같은 이유에서 만일 경매개시결정시가 경매신청시보다 늦어지더라도, 후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다음은 대상판결의 문제점이다. 대상판결의 논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즉 (1)근저당권은 설정등기를 하여야 하는 이상, 후순위 근저당권자는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채권최고액을 충분히 예측한 후 거래를 하므로 자신의 손해를 예상할 수 있다는 점, 및 (2)선순위 저당권자는 타의에 의해 자신의 근저당권이 소멸하므로, 근저당권이 소멸하는 시점인 경락대금 완납시에 그 피담보채권이 확정되고, 이것은 거래의 안전을 해치는 것도 아니다라는 점이다. 이러한 두 가지 논거는 원심의 논거보다 설득적이고 일리가 있다. 특히 논거(1)자체는 당연하며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이나 원심 모두 경매를 통한 근저당권의 권리실행이라는 점에 특별한 배려를 하고 있지 않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경락대금완납시에 확정된다면 애당초 경매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민사소송법 제728조에 의한 제608조와 제616조의 준용에 의해, 집행법원은 경매부동산의 매각에 따른 잉여의 여부를 그 매각전에 판단해야 하는데,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이 확정되지 않는 한, 그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점 때문에, 근저당권자는 자신의 채권에 관한 계산서를 특정기일까지 집행법원에 제출하게 되어 있다(민사소송법 제728조에 의한 제653조의 준용). 이에 따른 구체적인 집행절차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즉, 집행법원은 경매개시결정을 한 때에는 근저당권자에게 채권신고의 최고를 하여 경매개시사실을 통지하게 되는데, 실무는 채권신고의 최고서가 근저당권자에게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일수를 참작하여, 그 예상 도달일로부터 약2주 뒤의 일자를 제출시한으로 특정하여 최고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민사소송규칙제205조와 제147조 및 송민91-5. 그 외 법원실무제요 강제집행법(상)318면 참조). 이러한 집행절차에서 본다면,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지 않은 근저당권자의 권리실행은 채권신고서의 제출시 또는 그 제출기한의 만료시에 한 것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때 피담보채권도 확정된다고 풀이해야 한다. 이러한 해석은 또한 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한 때의 피담보채권의 확정의 경우와 동일한 기준(권리실행시)으로 판단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원심판단의 문제점은, 채권신고의 최고를 통해 경매사실을 알게 된 선순위 근저당권자에게 자신의 권리실행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전혀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지 않은 근저당권자에게는 적정한 채권신고기한까지 거래관계의 정리 등 자신의 권리실행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상판결에서 지적하는 근저당권의 소멸의 의미에 관해서는 약간의 해석적 보충이 필요하다. 경매에 있어서의 근저당권의 소멸에 관해서는 민사소송법 제608조(제728조에 의해 임의경매에서도 준용)에서 규정하고 있다. 동조에서는 저당권(해석상 당연히 근저당권을 포함)은 경락으로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 소멸이라는 의미는 용익권의 경우와 담보권의 경우에 있어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즉 저당권의 소멸이란 우선변제권을 보장(배당을 통한 우선변제권의 존속)받는 기한도래전의 소멸을 의미한다. 반대로 용익권의 경우에는 배당의 문제가 없는 단순한 권리의 실효를 의미한다(따라서 용익권의 경우에 경락으로 소멸한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에서 말하는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경매를 신청한 경우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그 근저당권이 소멸하는 시기, 즉 경락인이 경락대금을 완납한 때에 확정된다」라는 경우의 경락대금의 완납을 기준으로 한 근저당권의 소멸이란, 이미 확정된 우선변제권(피담보채권)에 대한 집행절차상의 배당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의 근저당권의 말소를 가리킨다. 우선변제권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경매부동산의 매각조건을 확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담보채권의 확정시기를 근저당권의 소멸시기로 하는 것은 타당한 해석이 아니다.
19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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