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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한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인한 피수용자의 당사자적격 상실 여부
1. 사실관계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2012년 4월 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하 ‘피고’)가 시행하는 본건 보금자리주택사업에 관하여 주식회사 씨○○○○○(이하 ‘원고’)가 운영하는 공장 영업시설을 이전하게 하고 원고의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금을 68억2575만 원으로 정하는 내용의 수용재결을 하였다. 원고는 위 보상금을 이의를 유보하고 수령한 뒤 2012년 5월 22일 보상금의 증액을 구하는 본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의 채권자들은 본건 소 제기일 이후부터 원심판결 선고일 이전까지 사이에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추심명령(이하 '본건 추심명령'이라 한다)을 받았다. 2. 소송의 경과 1심과 2심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는 2심 선고시까지 본건 추심명령에 관하여 어떠한 주장도 하지 아니하였으나, 2심 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하면서 추가적으로 본건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원고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였다. 3. 본 사안의 쟁점 본 사건의 주요 쟁점은 본건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원고가 본건 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는지 여부이다. 4. 대상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i)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 제85조 제2항은 토지소유자 등이 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를 제기할 때 사업시행자를 피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는 당사자소송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재결을 다투는 항고소송의 성질을 가진다는 점, (ⅱ) 행정소송법 제12조 전문은 (항고소송인)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는 제3자는 재결에 대하여 간접적이거나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질 뿐 법률상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 (ⅲ) 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은 토지보상법 제34조, 제50조 등에 규정한 재결절차를 거친 뒤 그 재결에 대하여 불복이 있을 때만 제기할 수 있다는 점, (ⅳ) 손실보상금 채권은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 또는 행정소송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존부 및 범위가 확정된다는 점, (v) 채권자가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채권자가 손실보상금 채권의 확정을 위한 절차에 참여할 자격까지 취득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본건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원고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어서 대상판결은 종전에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을 경우 원고인 채무자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는 취지로 판단한‘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두9526 판결’(이하 ‘종전 대법원 판결’)의 견해를 변경하였다. 소제목 5.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가. 추심명령에 의한 채무자의 이행의 소 당사자적격 상실 여부 금전채권에 대하여 (가)압류만 이루어진 경우 채무자는 제3채무자로부터 현실적으로 급부를 받는 것이 금지될 뿐이고 제3채무자를 상대로 이행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23888 판결). 한편 민사집행법 제229조 제2항은 “추심명령이 있을 때에는 압류채권자는 대위절차 없이 압류채권을 추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금전채권에 대하여 추심명령이 이루어진 경우, 압류채권자가 피압류채권에 관한 추심권한을 취득한다는 점에서는 다툼이 없을 것이나 채무자가 이행의 소에 관한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채무자의 이행의 소에 관한 당사자적격이 인정되면서 별도로 추심채권자도 추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23888 판결’은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라고 판시하였다. 하지만 위 대법원 판례는 추심명령이 있으면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만 판시하였을 뿐, 이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하고 있어 의문이 남는다. 안상철 대법관도 대상판결에서 보충의견으로, “민사소송에 관한 판례의 법리는 그 자체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판시하며 위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 수 있음을 암시하였다. 나. 종전 대법원 판결 요지 종전 대법원 판결은 위 민사소송에 관한 대법원 판례 법리를 그대로 인용하며, ‘원심판결 선고 당시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원고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되었으나 원심 판결 선고 이후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원고의 당사자적격이 회복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 종전 대법원 판결의 판단이유 손실보상금 증감 청구의 소는 실질적으로는 재결의 효력을 다투는 형식적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수용자가 손실보상금 증액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를 하는 경우, 법원은 민사소송상 금전지급을 명하는 이행판결의 주문과 같이 “피고는 원고에게 손실보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라고 선고한다. 추측건대 종전 대법원 판결은, 공법관계와 사법관계라는 차이는 있지만 손실보상금 증액청구의 소의 승소판결과 민사소송상 금전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보아, 손실보상금 증액청구 소송에서도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을 시 채무자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는 민사소송 판결의 법리를 적용한 것으로 사료된다. 라. 종전 대법원 판결에 의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1) 피수용자의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 불가능 토지수용으로 인한 피수용자의 손실보상금 채권은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로 인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나, 사업인정의 고시가 있으면 수용대상 토지에 대한 손실보상금의 지급이 확실시된다 할 것이므로 사업인정 고시 후 수용재결 이전 단계에 있는 피수용자의 손실보상금 채권은 피압류채권의 적격이 있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47514 판결 등).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수용재결 이전에 손실보상금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을 경우, 피수용자는 변제 등의 방법으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취소 또는 해제하지 않는 이상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여 손실보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피수용자가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상태에서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하거나 피수용자가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하여 진행 중인 과정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이루어진다면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소 각하 판결이 이루어질 것이다. 소 각하 판결 이후 피수용자가 압류 및 추심명령을 취소 또는 해제한 뒤 다시 소를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토지보상법 제85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도과하여 재차 소 각하 판결을 할 것이다. 결국 채권자의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피수용자는 손실보상금 증액의 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2) 채권자의 손실보상금 증액의 소 제기 가능 여부 피수용자가 손실보상금 증액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추심명령 이후 추심채권자가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의 당사자적격을 취득하거나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추심채권자가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토지보상법 제85조 제2항은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의 당사자를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 사업시행자로 정하고 있다. 관계인이란 “사업시행자가 취득하거나 사용할 토지에 관하여 지상권·지역권·전세권·저당권·사용대차 또는 임대차에 따른 권리 또는 그 밖에 토지에 관한 소유권 외의 권리를 가진 자나 그 토지에 있는 물건에 관하여 소유권이나 그 밖의 권리를 가진 자”를 말한다(토지보상법 제2조 제5호). 추심채권자는 금전채권자에 불과하고 토지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가 아니므로 관계인에게 해당하지 아니한다. 또한 채권자대위권은 사법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상 권리라는 점에서, 공법관계인 행정소송을 채권자대위권에 근거하여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래된 대법원 판결이기는 하지만, 대법원 1956. 7. 6. 선고 4289행상33 판결은 ‘행정소송은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으로부터 위법한 처분을 받은 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그 이외의 자가 대위하여 제기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상판결도 ‘토지소유자 등에 대하여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는 제3자는 … 토지소유자 등을 대위하여 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한편‘서울고등법원 2015. 4. 21. 선고 2014누7291 판결’(피고가 상고를 하지 아니하여 항소심에서 판결이 확정되었다)은 ‘수용으로 인하여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토지의 매수인이 손실보상금의 반환청구권(대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채권자대위권에 근거하여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타당한지 의문이다. 6. 결어 토지보상법 제85조 제2항은 손실보상금 증액의 소 당사자를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으로 정하고 있고,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토지소유자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고 볼 근거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토지소유자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고 보면, 토지소유자나 추심채권자는 손실보상금 증액을 청구할 수 없어서 위법·부당한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을 다툴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에 대상판결의 논리가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배상현 변호사(OCI 주식회사)
압류
손실보상금
토지보상
추심
배상현 변호사(OCI 주식회사)
2023-03-23
금융·보험
민사일반
민법 제923조 친권 소멸 후 자녀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과 민법 제974조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 부양의무
1. 사실관계 및 대법원의 판결 소외 망 A는 1993년 피고와 혼인하여 자녀로 B(1993년생)와 C(1997년생)를 둔 뒤 1998년 이혼하였는데, A가 2011년 추락 사망하여 피고는 2012. 6. 27. B, C의 친권자로서 A의 사망보험금으로 약 1억7000만 원을 원고(보험회사)로부터 수령하였다. 그 후 A가 자살한 것으로 밝혀져 원고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보험계약 내용에 따라 2012. 12. 27. B와 C를 상대로 보험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2015년 원고 승소판결이 확정되었고, 원고는 그 직후 채무자 B와 C, 제3채무자 피고, 피압류채권 ‘B와 C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반환청구권’으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으며, 위 명령은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추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은 자녀의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행사상의 일신전속권이므로 피압류채권으로서 적격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추심명령이 무효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항소심은 제1심과 마찬가지로 반환청구권이 일신전속권이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이 정당할 뿐만 아니라 일신전속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B는 성년이 된 후 피고의 반환의무를 면제하였거나 B(자녀)의 반환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고, C의 보험금은 피고가 모두 소비하였으므로 반환할 보험금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고가 상고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자녀의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일신전속권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원심의 부가적·가정적 판단 부분은 수긍할 수 있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 가. 부모와 성년 자녀 사이의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가 민법 제974조 제1호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대법원 1994. 6. 2.자 93스11 결정,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다96932 판결, 대법원 2013. 8. 30.자 2013스96 결정, 대법원 2017. 8. 25.자 2017스5 결정). 그런데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에 대하여는 친권자의 의무라는 견해 등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직계혈족간 부양의무를 규정한 민법 제974조 제1호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민법 제975조와 관계에서 ‘부양을 받을 미성년 자녀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부모가 부양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지’가 문제 된다. 이런 이유로 종래 민법 제974조 제1호가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라고 해석하는데 망설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친권자는 자녀가 그 명의로 취득한 특유재산을 관리할 권한이 있는데(민법 제916조), 그 재산 관리 권한이 소멸하면 자녀의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을 하여야 한다(민법 제923조 제1항). 여기서 관리의 계산이란 자녀의 재산을 관리하던 기간의 그 재산에 관한 수입과 지출을 명확히 결산하여 자녀에게 귀속되어야 할 재산과 그 액수를 확정하는 것을 말한다. 다. 친권자가 자녀의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을 하는 경우 그 자녀의 재산으로부터 수취한 과실은 그 자녀의 양육, 재산관리의 비용과 상계한 것으로 본다는 민법 제923조 제2항의 규정을 고려하면, 대법원이 이 사건 판결에서 지적하다시피 친권자는 자녀의 특유재산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임의로 사용할 수 없음은 물론 자녀의 통상적인 양육비용으로도 사용할 수도 없는 것이 원칙이고, 친권자가 자신의 자력으로는 자녀를 부양하거나 생활을 영위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친권자의 자산, 수입, 생활 수준, 가정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통상적인 범위를 넘는 현저한 양육비용이 필요한 경우 등과 같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자녀의 특유재산을 그와 같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라. 결국 부모는 부양받을 미성년 자녀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양의무가 발생하는데, 그 근거는 민법 제974조 제1호 직계혈족 간 부양의무라고 봄이 타당하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는 특별 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 민법 제923조 규정이 우선 적용되므로 민법 제975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판시를 한 것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의도하지 않은 성과라 할 만하다.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다. 3. 피압류 적격에 관한 판단 : 일신전속권인지 여부 가. 친권자의 특유재산반환의무는 민법 제923조 제1항의 계산 의무 이행 여부를 불문하고 그 재산 관리 권한이 소멸한 때 발생하고, 이에 대응하는 자녀의 친권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은 재산적 권리로서 일신전속적인 권리가 아니므로 자녀의 채권자가 그 반환청구권을 압류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 나. 자녀의 특유재산반환청구사건은 가사소송법이나 가사소송규칙 그 밖의 법률에서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는 가사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민사사건으로 지방법원에서 심리 재판해야 한다.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일신전속권이 아니라는 판시만 한 것은 법률심으로서 대법원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방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만, 친권 소멸 후 자녀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고, 간접적으로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를 밝히는 데 일조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본다. 4. 피압류채권의 존부에 관한 판단 가. 직권조사사항 :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하여야 할 것(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23888 판결 등)이므로 당사자적격에 관한 사항은 소송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직권조사사항이고(대법원 1994. 9. 30. 선고 93다27703 판결 등) 변론주의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나. B의 피고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의 존부 (1) 대법원은 B가 2012. 8. 22. 성년에 달한 후 묵시적으로 특유재산반환의무를 면제하거나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원심의 판단을 근거로 B의 피고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소멸되었으므로 존재하지 않는 채권을 대상으로 한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B가 성년에 달하기 2개월 전에 피고가 법정대리인(친권자)으로서 보험금을 수령한 점, B가 성년에 달하고 4개월 후 원고가 B와 미성년자인 C를 상대로 보험금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한 점을 고려하면 B가 특유재산반환의무를 면제하거나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것은 원고의 보험금을 회수하려는 일련의 노력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다. C의 피고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의 존부 (1) 대법원은 C의 특유재산반환청구권과 관련하여 A가 사망한 2011년부터 2017년 군입대 전까지 C는 피고 및 피고의 재혼 남편 X와 함께 살아온 점, 피고가 소득활동을 하였으나 교육비, 생활비를 포함하여 C의 양육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보험금에서 충당한 점, 피고의 재혼 남편 X가 C의 2017년 1학기 대학등록금을 대신 지급한 점 등을 종합하여 C가 성년에 달하여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발생한 2017. 7. 2. 무렵에는 피고가 C의 양육비 등으로 보험금을 모두 소비하여 C에게 반환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2) 민법 제974조 제1호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이란 며느리와 시부모 관계, 사위와 장인·장모 관계, 계친자 관계(계부와 처의 자녀 사이, 계모와 남편의 자녀 사이)를 의미한다. 물론 직계혈족간은 부모자식간, 조부모와 손자녀간 등 직계혈족 사이를 의미한다. 한편, 민법 제833조는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당사자간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피고의 재혼 남편 X는 피고의 남편으로서 C와는 민법 제974조 제1호에서 정한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에 해당하여 서로 부양의무가 있다. 만약 피고가 사망하였다면 배우자 관계가 소멸하여 (X가 재혼하지 않는 이상) X와 B, C는 단순 인척 관계에 불과하므로 X는 B, C와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하여 부양의무가 발생하지만(대법원 2013. 8. 30.자 2013스96 결정), 피고가 생존해 있는 한 X는 B, C와 생계를 같이 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이므로 부양의무가 발생한다. 한편, X는 피고의 남편으로서 부부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X와 피고가 공동으로 부담하므로 X가 C를 부양한 것은 민법상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C는 부당이득을 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피고는 자신의 재혼 남편 X가 C를 부양한 것을 이유로 C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의무의 면책을 주장할 수는 없다. 5. 결론 특유재산반환청구사건은 가사사건이 아니라 일반 민사사건이므로 대법원이 상고기각으로 자판을 할 것이 아니라 파기환송하여 사실심에서 B와 C의 피고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청권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인 사실 심리를 한 후 판단하도록 했어야 한다.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일신적속권이 아니라는 판시만 한 것은 법률심으로서 대법원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방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만, 친권 소멸 후 자녀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고, 간접적으로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를 밝히는 데 일조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본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반환청구권
재산관리
친권자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2022-12-18
민사일반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의 소송요건
I. 사건의 개요 및 경과 소외 1은 2010년 8월 15일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소외 1의 자녀로는 장남 소외 4, 장녀 소외 2, 차녀 소외 5가 있었다. 장남 소외 4와 그의 배우자 및 자녀들, 차녀 소외 5와 그의 배우자는 위 포상대상자 결정일 이전에 모두 사망하였고, 소외 5의 자녀로는 소외 6이 유일하게 생존해 있었다. 원고는 소외 4의 손자이자 소외 1의 증손자이다. 소외 6은 2010년 8월 30일 광주지방보훈청장에게 소외 1의 손자로서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 2. 17.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하였다. 광주지방보훈청장은 2011년 11월 24일 소외 6을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하는 결정을 하였다. 한편 소외 3은 2011년 11월 25일 광주지방보훈청장에게 자신이 소외 1의 장녀 소외 2의 자녀로서 소외 1의 손자녀 중 선순위자라고 주장하면서 독립유공자 유족등록신청을 하였으나, 광주지방보훈청장은 2011년 11월 30일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소외 3은 광주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독립유공자등록거부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전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위 판결은 이후 항소 및 상고를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는 검사를 상대로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법원은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법원은 원고에게 당사자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소를 각하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에서는 원고가 소외 1과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되었다. 다수의견은 종전의 판례와 달리, 민법 제777조 소정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법률상 이해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별개의견은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다수의견과 같이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을 엄격하게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Ⅲ. 분석 및 검토 1. 판례 변경의 배경 민법 제865조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친생관계존부확인의 소'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 "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제862조와 제8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의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제865조가 인용하고 있는 민법의 조문들은 대부분 친자관계의 당사자 또는 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에 대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제3자가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되는 경우는 제862조의 '이해관계인'이 유일하다. 이해관계인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친자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친생자관계에 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거나 넓어질 수 있다. 종전의 판례는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을 판단할 때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달리 취급하여 왔다. 제777조 소정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와 같은 신분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하여, 소송요건의 문턱을 낮추어놓았다(대법원 1981. 10. 13. 선고 80므6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8. 10. 20. 선고 97므1585 판결). 반면 그러한 친족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는 친생자관계 존부의 확정판결에 의해 특정한 권리를 얻거나 특정한 의무를 면하게 되는 등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어야만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여, 소송요건의 문턱을 높여놓았다(대법원 1976. 7. 27. 선고 76므3 판결; 대법원 1990. 7. 13. 선고 90므88 판결).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었던 구 인사소송법이 폐지된 뒤에도 위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유지되었다(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3므2503 판결).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제777조 소정의 친족이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본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 이 점에 관하여는 별개의견도 견해를 같이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종전 대법원 판례의 근거가 되었던 구 인사소송법 제35조 및 제26조는 폐지되었고, 그밖에 제777조 소정의 친족을 달리 취급할 근거는 희박하기 때문이다. 2.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에 관한 '이해관계'의 내용과 정도 이 사건의 원고는,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게 되면 자신이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고의 기대와 달리, 위와 같은 확인을 받더라도 원고는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 요구되는 이해관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아가 이 사건의 원고에게 그러한 이해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두고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다수의견은 제865조의 이해관계인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원고는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친생자관계에 관하여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별개의견은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를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이 있어야' 이해관계인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별개의견은 원고적격을 판단하는 단계에서 원고가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지를 엄격하게 심리할 것은 아니고, 판결 결과에 따라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면 이해관계인으로서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추상적인 법리 차원에서 보면, 다수의견이 말하는 '법률상 이해관계'와 별개의견이 말하는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 사이에 큰 차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판단 기준을 실제로 적용하는 국면에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큰 차이를 보였다. 다수의견은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의 결과에 따라 원고의 법적 지위가 달라질 수 있는 정도의 확실하고 중대한 이해관계를 요구하였다. 반면 별개의견은 소송의 결과가 원고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 내지 가능성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필자는 다수의견이 별개의견보다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확인의 이익의 일반 이론에 비추어, 이해관계인은 사실상의 이해관계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람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또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의 심리가 친자관계 당사자에게 미칠 수 있는 불이익한 영향을 고려하면, 이해관계의 의미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 별개의견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르면,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 요건이 소송요건으로서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는 해당 친생자관계의 존부에 관하여 친자관계의 당사자 사이, 혹은 그 소송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을 것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에 더하여 별개의견과 같이 그 소송의 결과가 원고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다소 불확실한 개연성만으로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게 되면, 확인의 이익이 없어 소가 각하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입해 보면, 다수의견의 타당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사건에서 소외 2가 소외 1의 친생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그 결과 원고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다. 어차피 원고는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는다고 하여, 원고가 부양의무를 면하게 된다거나 상속관계에서 유리하게 된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친자관계의 당사자인 소외 1과 소외 2는 이미 사망하였고, 원고는 소외 1의 증손자에 불과하다. 소외 1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고자 하는 원고의 희망이 '법률상 이해관계' 혹은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에 이른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원고에게 이해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소를 각하한 다수의견의 결론에 찬성한다.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친족관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
민법
친생자관계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09-23
민사일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압류·추심명령 및 추심소송
[사실관계] 소외 회사는 피고를 상대로 임대료지급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받았다. 원고는 위 사건 소송계속 중 소외 회사를 채무자, 피고를 제3채무자로 하여 위 임대료채권에 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위 사건 항소심에서는 소외 회사에게 당사자적격이 없음을 확인하는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져 2017년 5월 16일 확정되었다. 그 후 원고는 2017년 8월 11일 위 추심명령을 근거로 제3채무자인 피고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였고 원고는 선행사건 화해권고결정 확정시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소를 제기하여 민법 제170조에 따라 선행사건 소 제기 시부터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는 등으로 재항변하였다. [법원의 판단]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항소심은 원고의 시효중단 재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대법원은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이는 추심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을 추심할 권능만을 부여하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가지는 채권이 추심채권자에게 이전되거나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금전채권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후 채권자가 위 금전채권에 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채무자가 권리주체의 지위에서 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집행법원의 수권에 따라 피압류채권에 대한 추심권능을 부여받아 일종의 추심기관으로서 그 채권을 추심하는 추심채권자에게도 미친다"고 하면서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금전채권의 이행소송이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인한 당사자적격의 상실로 각하되더라도 위 이행소송의 계속 중에 피압류채권에 대하여 채무자에 갈음하여 당사자적격을 취득한 추심채권자가 위 각하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하였다면 채무자가 제기한 재판상 청구로 인하여 발생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추심채권자의 추심소송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여 "원심의 이유설시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평석] 1.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고 또 이를 기초로 추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소멸시효 중단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점이 문제된다. 우선 (1)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추심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피압류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될 수 있는지 및 중단된다면 민법 제168조의 어느 중단사유에 해당하는지 문제된다. 다음으로 (2) 추심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먼저 피압류채권의 이행에 관한 소('이행소송')를 제기하였다가 각하, 기각 또는 취하된 후 다시 추심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추심소송')를 제기하는 경우 또는 반대로 추심소송이 각하 등으로 종결된 후 이행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양 소송의 관계가 문제된다. 2. 먼저 위 (1)에 관하여는 이미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다16238 판결을 통해 정리된 바 있다. 압류 및 추심명령은 민사집행법상 금전채권에 대한 강제집행 방법으로 일종의 '권리의 행사'에 해당하므로 이를 통해 소멸시효 중단효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압류 및 추심명령은 추심채권자가 추심채무자에 대하여 갖는 집행채권의 만족을 위한 강제집행 방법이기 때문에 집행채권과 관련하여서는 문언 그대로 민법 제168조 2호 '압류'로서 확정적인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 반면 채무자가 다시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갖는 피압류채권에 대하여도 시효중단 효력이 있는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다수설과 위 2003다16238 판결은 집행채권에 관하여는 민법 제168조 제2호의 압류로서 확정적인 중단 효력이 생긴다고 할 수는 없고 다만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그 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이 되었다면 거기에 단지 '최고'로서의 효력은 인정된다고 본다. 다만 추심채권자가 법원을 통하여 집행행위에 나아갔으므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 보기 어렵고 압류 및 추심명령에 잠정적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보다는 좀 더 강력한 효과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압류 및 추심명령은 어디까지나 집행채권에 대한 권리행사로 피압류채권은 권리행사의 대상물에 불과하다. 피압류채권을 현실화하기 위하여는 다시 추심소송을 통한 집행권원 확보 등 추가적 권리행사절차가 요구되므로 피압류채권에 대해서까지 '압류'로서 확정적인 중단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추심채권자로서는 보다 빠른 시일 내에 추심소송 등 적극적인 집행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3. 대상판결은 위 2003다16238 판결과 같이 압류 및 추심명령이 피압류채권에 대하여는 '압류'로서의 확정적인 시효중단 효력은 없다는 전제에서 위 (2)에 대하여 즉 먼저 추심채무자의 이행소송이 각하 등으로 종결된 후 그로부터 6개월 내에 추심채권자의 추심소송이 제기되는 경우에 이행소송의 시효중단 효과가 민법 제170조에 의해 추심소송에도 유지되는지에 대하여 판단한 것이다. 재판상의 청구에 관하여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는 소급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소멸하나(민법 제170조 제1항) 이 경우에 6월내에 재판상의 청구 등을 한 때에는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 효력이 유지된다(동조 제2항). 그런데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추심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소송과 추심채권자가 제기한 추심소송 사이에서도 위 제2조의 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지 문제된다. 원심과 대상판결 모두 결론적으로는 이행소송의 소멸시효 중단 효과가 추심소송에도 지속된다고 보았으나 이유 구성은 서로 다르다. 원심은 시효중단이 당사자 및 그 승계인간에 효력이 있다는 민법 제169조를 들면서 원고가 추심채권자로서 소외 회사의 권리승계인에 해당하여 소외 회사의 소제기 효과가 원고에게도 미친다고 보았다. 이에 반하여 대상판결은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이는 추심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을 추심할 권능만을 부여하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가지는 채권이 추심채권자에게 이전되거나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고 하여 원고가 소외 회사의 권리승계인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시하면서 "채무자가 권리주체의 지위에서 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집행법원의 수권에 따라 피압류채권에 대한 추심권능을 부여받아 일종의 추심기관으로서 그 채권을 추심 하는 추심채권자에게도 미친다"고 하였다. 대상판결은 추심채권자에게 시효중단 효력이 유지되는 이유에 관하여 상세한 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추심소송의 일반적인 법적 성질에 근거하여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생각된다. 채권자의 추심할 권능은 추심명령에 의하여 창설적으로 취득하는 것이고 채무자로부터 승계하는 것은 아니므로 추심채권자를 추심의무자의 승계인으로 볼 수는 없다. 추심소송은 채권자대위소송과 마찬가지로 제3자인 추심채권자가 타인인 추심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법정소송담당설) 추심소송의 대상은 결국 추심채무자의 권리 자체이고 실체법상 권리의무의 당사자는 추심채무자와 제3채무자로 고정된 채 단지 당사자적격자만이 추심채무자에서 추심채권자로 변경된 것에 불과하게 된다. 따라서 채권의 성질과 특성, 상태가 모두 유지된 채 추심채권자는 추심채무자를 대신하여 추심권능을 갖게 되는 것이므로 추심채권자가 추심채무자가 한 소멸시효 중단행위의 효과도 적용받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4. 대상판결은 추심채무자의 이행소송이 먼저 있은 후 추심소송이 나중에 제기된 사안인데 반대로 추심소송이 먼저 있은 후 이행소송이 나중에 제기되는 경우에도 민법 제170조 제2항이 적용될 수 있는지도 문제된다. 채권의 원래의 성질과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추심명령의 특성상 소제기 순서 전후를 불문하고 이행소송과 추심소송 사이에서는 민법 제170조 제2항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 사안에는 물론 추심소송이 각하, 기각 또는 취하된 후 이행소송이 있는 경우에도 양 소송의 관계는 서로 제170조에 규정된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5. 대상판결은 이행소송과 추심소송 사이에서 민법 제170조에 관해 판단한 최초로 사례로 향후 추심소송과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실무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수십 년간 국내에서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비롯한 제도 전반에 관한 개정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독일이나 일본 등에서도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쟁점은 이러한 개정 논의에서 다소 빗겨나 있는 것이어서 설령 향후 소멸시효 중단사유 등이 대폭 개정되더라도 대상판결은 여전히 실천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신지혜 교수(한국외대 로스쿨·변호사)
채권자
시효중단
채무자
신지혜 교수(한국외대 로스쿨·변호사)
2020-08-27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승소확정판결이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치는 영향
Ⅰ. 사실 원고는 2003년 4년 2월 소외 1 등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는 제1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는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것이어서 무효였고, 원고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하였다. 그러자 원고의 요청에 따라 소외 8은 2003년 11월 29일 소외 1 등과 사이에 위 각 토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같은 날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다음, 소외 8 앞으로 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토지는 그 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소외 8로부터 취득하였다. 원고는 2012년 소외 8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고, 소외 1 등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2014년 11월 13일 '원고에게, 소외 1 등은 각 그 소유지분에 관하여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정(대상판결은 '화해'라고 표현하였다)이 성립하였고, 소외 8에 대하여는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원고는 소외 1 등을 대위하여, 위 제1매매계약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그에 기초하여 마쳐진 소외 8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그에 기하여 마쳐진 피고 명의의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무효라고 하여 피고를 상대로 위 각 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로부터 근저당권 및 지상권을 취득한 다른 피고에 대한 부분은 생략한다.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파기자판하여 소를 각하하였다. Ⅱ. 판결이유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위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대위소송의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위 확정판결 또는 그와 같은 효력이 있는 재판상 화해조서 등이 재심이나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아니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그 판결이나 화해가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 화해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목적에서 단지 재판상 화해의 형식을 취하여 위 매매계약의 이행을 약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위 매매계약과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처럼 이 사건 화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이 사건 화해의 당사자가 아닌 피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원고의 소외 1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이 사건 화해가 준재심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지 아니하여 그 당사자인 원고와 소외 1 등과 사이에서는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채권자대위소송의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적격이 없는 자에 의하여 제기된 소로써 부적법하다. Ⅲ. 평석 1. 종래의 판례 원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행위가 무효라거나 위 권리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였다는 등의 사실을 주장하여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다툴 수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 그런데 종래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이와 달리 보고 있다. 즉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권의 발생원인사실 또는 그 채권이 제3채무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채권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고,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다카961 판결 등). 한편 대상판결이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4다74919 판결은 위와 같은 판례를 전제로 하면서도, 채권자의 청구권의 취득이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어 무효인 경우 등에는 제3채무자는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72 판결은, 채권자취소소송에 관하여도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무이행청구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수익자나 전득자는 그와 같이 확정된 채권자의 채권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수 없다고 하였다. 2. 종래 판례의 문제점 이러한 판례에 대하여 종래 학설은 필자(민법논고 7, 2015, 434-436면 등)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별다른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판례를 지지하는 견해는 판결의 반사적 효력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란, 기판력이 미치는 소송당사자 아닌 제3자가 소송당사자의 일방과 실체법상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을 때 그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반사적으로 유리 또는 불리하게 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반사적 효력의 예로는 주채무자가 채권자와의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 채권자가 다시 보증인에 대하여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후소를 제기하였을 때, 보증인도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의하여 채권자에 대하여 주채무자 승소의 확정판결을 원용할 수 있다든지, 합명회사·채권자 사이의 소송에서 회사채무의 부존재를 확정하는 판결은 무한책임사원에게 유리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등이 있다. 반사적 효력이라는 개념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툼이 있다. 그러나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이 채무자에 대하여 그러한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받은 패소판결이 대위소송의 상대방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질 이유가 없다. 따라서 종래의 판례는 이론적인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확정판결에 의해 피보전채권에 대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고 이를 근거로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한 이상, 제3채무자가 다시 피보전채권의 존부를 다툴 수 있게 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이 각하되게 하고 채무자가 다시 별소로 제3채무자에게 채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보다는 피보전채권의 존재는 위 확정판결에 의해 인정하고 피대위채권에 관해서만 다투게 하는 것이 소송경제에 보다 부합한다는 주장이 있다(원유석·이재찬). 그러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피보전권리의 존재는 당사자적격을 갖추기 위한 소송요건인데(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753 판결 등), 소송경제라는 이유만으로 당사자적격의 하자가 치유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3. 대상판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피보전권리가 조정이나 화해에 의해 인정되었더라도 대위소송의 상대방은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하면서 그 근거를 이 사건 화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고 하는 점에서 찾았다. 그러나 재판상 화해나 조정이 기판력을 가지는 이상 강행법규 위반이라는 사실만으로 무효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이 화해가 소송법상은 무효가 아니라도 실체법상으로는 무효라는 취지로 보인다. 다시 말하여 판결이나 화해가 실체법상 무효인 경우에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이 피보전권리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례는 화해나 조정에 관하여 소송법상 무효와 실체법상 무효를 구별하지 않고 있으므로(대법원 1979. 5. 15. 선고 78다1094 판결 등), 이러한 설시는 설득력이 없다. 그러므로 대법원으로서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권리가 판결이나 화해 등에 확정되었더라도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은 이를 다툴 수 있다는 법리를 정면으로 선언하고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종래 판례가 이른바 판결의 증명효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하여, 판례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그러나 종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고 하여, 반대 증거에 의하여 다투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이를 가리켜 단순히 증명효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종래 판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므로, 하급심이나 당사자들로서는 어느 경우에는 종래 판례에 따르고, 어느 경우에는 대상판결에 따를 것인지가 불명확하여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토지거래허가
토지
채권자대위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20-01-20
부동산·건축
(15) 이행소송과 추심소송은 중복소송인가
-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3다202120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 및 쟁점 가) 1) 소외 A는 2010년 11월 10일 피고 보증보험회사에 대하여, 자신은갑회사로부터 아파트를 분양받고 갑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2억여원을 납부하였는데 위 아파트 신축공사가 중단되는 보증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갑과 체결한 주택분양보증계약에 따른 계약금 및 중도금 반환채권에 기초한 환급이행보증금으로 위 금액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여 환급이행금 청구의 소(전소)를 제기하여 법원의 심리결과, A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고,현재 상고심에 계속 중이다. 2) 한편 원고는 A에 대하여 별개의 이행청구를 제기하여 승소하였고, 그 승소의 확정판결에 기초하여A를 채무자, 피고를 제3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여 2011년 7월 6일A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환급이행금청구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고 그 추심명령은 피고에게 송달되었는데, 원고는 이 추심명령을 근거로 2011년 11월 25일 제3채무자인 피고를 상대로 제1심법원에 추심의 소(후소)를 제기하였다. 나) A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위 환급이행금 청구의 소(전소)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데 압류채권자인 원고가 제기한 추심의 소(후소)는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에 위배되는가. 2. 대법원 판결이유의 요지 [다수의견] (가)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가 이미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상태에서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의 소의 본안에 관하여 심리·판단한다고 하여, 제3채무자에게 불합리하게 과도한 이중 응소의 부담을 지우고 본안 심리가 중복되어 당사자와 법원의 소송경제에 반한다거나 판결의 모순·저촉의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없다. (나) 압류채권자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에 제81조, 제79조에 따라 승계참가할 수도 있으나, 채무자의 이행의 소가 상고심에 계속 중인 경우에는 승계인의 소송참가가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압류채권자의 소송참가가 언제나 가능하지는 않으며, 또 압류채권자는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에 참가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의 소는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에 대한 관계에서 중복된 소제기 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반대의견] (가)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는 소송의 계속으로 인하여 당연히 발생하는 소제기의 효과이다. 그러므로 설령 이미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전소가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적법한 소라고 하더라도 취하·각하 등에 의하여 소송 계속이 소멸하지 않는 한 그 소송 계속 중에 다시 제기된 후소는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에 저촉된다. (나)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먼저 제기한 이행의 소와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나중에 제기한 추심의 소는 비록 당사자는 다를지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건으로서 후소는 중복된 소에 해당한다. (다) 압류채권자에게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에 소송 참가할 수 있으므로 압류채권자에게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와 별도로 추심의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할 것은 아니다. 다만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가 상고심에 계속 중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압류채권자가 상고심에서 승계인으로서 소송참가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나, 이때에도 상고심은 전소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 사정을 직권으로 조사하여 전소에 관한 판결을파기하여야 하므로, 압류채권자는 파기환송심에서 승계인으로서 소송참가를 하면 된다. 3. 논점의 전개 가) 문제의 소재 이 사건은 A가 피고를 상대로 환급이행금 청구의 소(전소)를 제기하여 소송계속 중에 A의 피고에 대한 위 환급이행금 청구권의 추심권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추심권을 행사하여 환급이행금의 이행을 구하는 추심의 소를 제기한 것이 중복된 소제기 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느냐의 문제이다. 그런데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추심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므로 전소는 원칙적으로 부적법 각하되어야 할 것인데 법률심인 상고심에 계속 중이어서 문제되었다. 나) 추심명령, 추심의 소 집행법원이 압류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을 추심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명령을 추심명령이라 한다(민집 제232조). 추심명령은 국가가 압류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의 추심권을 수권한 것이므로 추심권의 재판상 행사방법인 추심의 소(민집 제238조, 제249조)는 본질적으로 재판상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과 달리 먼저 추심의 소가 제기되었다면 그 이후의 이행의 소는 당사자적격의 흠 또는 중복제소를 이유로 부적법 각하되어야할 것이다. 다) 채권자대위권행사의 경우 가.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후에 채무자가 같은 내용으로 별개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기판력의 모순, 저촉을 방지하기 위하여 중복된 소제기에 해당된다는 것이 판례(대판 1995. 4. 14. 94다29256)이다. 판례는 일관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의 계속 중에 채무자가 제기한 같은 내용의 소송은 물론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소송 중에 제기된 채권자의 대위소송(대판 1981. 7. 7. 80다2751) 등도 중복된 소제기에 해당된다고 판시한다. 나.추심의 소와 채권자대위소송의 차이점은, 추심의 소는 국가가 채권자에게 부여한 추심권에 기초한 이행의 소인데 대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은 채권자가 민법제404조의 채권자대위권에 기초하여 제기된 이행의 소라는 데 있다. 그 결과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므로 제3채무자에 대한 추심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는데(대판 2004. 4. 11. 99다23888 등 참조)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소송은 채권자의 채권자대위소송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추심권이나 채권자대위권은 추심의 소나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적격에 불과하고, 추심의 소의 목적이나 채권자대위소송의 피대위채권은 소송목적을 같이 하는 이행소송이다. 따라서 당사자 적격의 차이로 인하여 소송목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소송 중에 압류채권자의 추심소송은 중복제소에 해당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시윤, 288면 : 한충수, 236면 참조). 4.결론 가. 채권자대위소송의 경우에는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이행소송(전소)이 선행하면 채권자대위소송(후소)은허용할 수 없지만 전소는 아무런 영향이 없이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추심소송의 경우에는 선행하는 채무자의 소송(전소)은 후행하는 압류채권자의 추심소송(후소)에 의하여 채무자의 소송수행권 상실로 당사사 적격에 흠이 생긴다는 재판운영상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추심명령이 있으면 채무자는 소송수행권을 잃게 되어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전소)를 부적법 각하하여야 하는데, 다시 추심의 소(후소)도 중복제소금지의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부적법 각하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제 27조1항의 재판청구권 보장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바꾸어 말하면 추심명령의 효력이 존속하는 한 소송수행권을 상실하여 부적법 각하될 운명에 있는 채무자의 선행소송이 아직 부적법 각하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에 제기된 추심의 소를 중복제소라고 하여 각하하여 버리면 법원이 전소와 후소를 모두 부적법 각하함으로써 ‘환급이행금 청구권’이라는 소송목적에 대하여 실체 판단을 거부하는 결과로 된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이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의 소를 중복된 소제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각하하는 이유로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때에 민사집행법 제238조, 제249조 제1항과 대법원판례에 의하여 압류채권자에게 보장되는 추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의 행사와 그에 관한 실체 판단을, 바로 그 압류 및 추심명령에 의하여 금지되는 채무자의 이행의 소를 이유로 거부하는 셈이어서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판시한 것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라 하겠다. 나. 다수의견은, 소수의견을 따르면 전소는 소송수행권 상실로 각하, 후소는 중복제소라는 이유로 역시 각하되어서 추심채권자는 다시 추심의 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고 제3채무자인 피고도 3번 응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게 되는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판청구권(헌 제27조 1항) 행사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는 중복제소금지의 원칙을 적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 하겠다. 다수의견의 취지가 이와 같이 헌법 제27조 1항과 관련된 것이라면 중복제소금지에 관한 법 이론을 떠나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추심명령
채권압류
환급이행금청구의소
중도금
계약금
보증보험회사
2017-02-27
국가기관도 항고소송의 당사자 될 수 있나
1. 사실관계 및 쟁점 대상판결은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원고가 되어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동 위원회가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의 사안이다. 원고가 취소를 구하는 처분은 피고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2조 제7항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한 이른바 '신분보장조치요구 처분'이다. 대상판결의 이해를 위하여 국민권익위원회법이 정한 절차에 대해 간략히 보면 다음과 같다. 동법은 부패의 예방 및 부패행위의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제1조), 부패행위의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누구든지 동법에 따른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당해 조직에서 징계조치 등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고(제62조 제1항),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분보장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2항),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 내용에 대한 조사 결과 그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소속기관의 장 등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7항), 그와 같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의 제재까지 규정하고 있다(제90조, 제91조). 위 사건의 경우 하남시 선관위 직원 A는 하남시 선관위가 K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절차의 처리과정에서 부패행위가 있었다는 취지로 피고 위원회에 신고하였다. 경기도 선관위는 동 사건과 관련하여 A가 TV 인터뷰 등에서 선관위의 입장과 다른 발언을 하였다는 사실 등을 이유로 A에 대한 징계요구 조치를 하였고, 피고 위원회는 A의 신분보장조치 요청에 따라 원고(경기도 선관위원장)에 대해 징계요구 조치의 철회를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그와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위 조치의 처분성 여부 및 국민권익위원회법의 해석 등과 관련하여서도 많은 쟁점들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인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2. 소송의 경과 위 청구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원고는 국가의 산하기관에 불과할 뿐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위 청구를 각하하였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하여 한 조치라도 그것이 일반국민에 대한 행정처분 등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권리의무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조치의 위법성을 제거할 다른 법적 수단이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국가기관의 지위에서 그 조치를 한 국가기관을 상대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는 당사자능력과 당사자적격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도 그와 같은 결론을 긍정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법인격이 인정되지 않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기존의 판결 가운데 국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경우는 없었다). 다만 대상 판결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① 우선 위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법원은 위 사건의 특수한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여 예외를 인정한 것이지, 국가기관의 항고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을 일반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민권익위원회법에 의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신고와 관련하여 신고자의 소속기관의 장에 대해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그 불이행시 과태료 및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도 가능함에도, 그와 같은 조치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현행법상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일정한 의무부담을 명하고, 그 불이행시 형사처벌까지 규정하면서도 이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지 않은 경우는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그와 같은 점이 위와 같은 판결을 불가피하게 한 주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런 점에서 법원이 향후 다른 사례에서도 위 판결과 같이 국가기관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의문이라고 생각된다. ② 다만 법원이 위와 같은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판결이 1회성의 판결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국가 내지 국가기관 상호간의 항고소송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그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이다. 실제로 기존 판결 가운데 국가기관이 아닌 국가에 대해서는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이미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09구합6391 판결,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또한 학설상으로는 행정소송법 제3조 제4호가 정한 기관소송 가운데 동일한 공법인 내의 기관간의 분쟁은 순수한 기관소송이나 법인격을 달리하는 기관간의 소송(가령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2항의 소송, 지자체의 장이 주무부장관의 시정명령에 불복하여 대법원 제기하는 소송)의 실질은 항고소송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나아가 학설 가운데에는 행정소송법이 기관소송에 대해 법률이 정한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하여 이른바 '기관소송 법정주의'를 취한 것을 비판하고(행정소송법 제45조), 이를 개괄주의로 변경하여 기관소송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입법론상의 비판이 많은데, 위 판결은 그와 같은 비판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학설 및 판례는 이미 사인이 아닌 국가의 경우 항고소송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하고 있는 점, 현행법이 기관소송을 지나치게 좁게 인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앞으로도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 오늘날 사회현상 내지 사회구조는 날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으며, 사회의 발전을 반영하는 법현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와 같은 복잡성의 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사법의 준별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 국가는 단일한 공권력 주체라는 근대국가 형성초기의 신념은 깨져가고 있으며, 주권국가 내부의 권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화/배분되는 과정에서 국가권력 내부의 다양한 층위에서의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기관소송이나 권한쟁의심판도 그런 맥락에서 인정된 제도인데, 가령 독일의 경우에도 국가기관간의 권한쟁의심판제도가 인정된 것은 1949년 독일기본법이 처음이며, 1919년 바이마르 헌법도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분쟁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었을 뿐 국가기관 내부의 이해충돌은 오로지 정치적 힘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미 우리 대법원 판례 역시 다양한 영역에서 기본권의 대사인효를 인정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본권은 더 이상 국가와 국민 사이의 관계만을 규율하는 규범이 아니고 기본권이 사법의 영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증대하고 있는 것처럼, 공법적 분쟁 역시 국가와 사인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혹은 공공단체 내부에서도 다양한 법률적 분쟁의 가능성 및 그에 대한 사법적 개입의 필요성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좀 더 거시적인 시야에서 본다면, 본건과 같은 판결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④ 다만 대상판결과 같은 예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대상판결의 항소심 판결이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지만 여전히 다소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 혹은 이를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발전시킬지 아니면 기관소송 개괄주의의 도입과 같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지는 향후의 과제로 남는다. 대상판결은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그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2013-10-24
행정소송에서 대학의 當事者能力에 관한 小考
Ⅰ. 事實의 槪要 원고(국가)가 1957.5.1. 문교부장관의 설치허가를 받아 서울대학교 내에 서울대학교 보건진료소를 설립한 후, 1989. 9. 30. 관악구청장에게 동 대학교 총장을 개설자로, 진료과목을 내과 등 8개 과목으로 하여 위 보건진료소를 의원으로 개설하겠다는 취지의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였고, 이에 관악구보건소장(피고)은 같은 날 원고의 위 신고를 수리한 다음 의료법 시행규칙 제22조에 의하여 의료기관 개설신고필증을 교부하였다. 피고는 2008.11.21. 의원으로 신고된 위 보건진료소는 당초부터 의료기관 신고대상이 아님에도 착오로 인하여 의원으로 등록된 것이라는 이유로 위 보건진료소를 직권폐업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달 25일 경 위 결정을 통보하였다. Ⅱ. 피고의 주장 및 그에 대한 판단 1. 당사자능력 피고는, 항고소송은 위법한 행정처분 등에 대하여 개인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된 경우에 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주관적 소송이므로 개인이 아닌 국가는 원고로서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국가는 권리·의무의 귀속 주체로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과 민사소송법 제51조 등 관계 규정에 따라 행정소송상의 당사자 능력이 있는 것이고, 이는 항고소송에서 원고로서의 당사자 능력이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당사자적격 피고는, 이 사건 직권폐업통보로 인하여 권리나 이익을 침해받은 자는 원고가 아니라 서울대학교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직권폐업통보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어 원고 적격이 없다고 주장하나, 서울대학교는 국가가 설립·경영하는 학교일 뿐 위 학교는 법인도 아니고 대표자 있는 법인격 없는 사단 또는 재단도 아닌 교육시설의 명칭에 불과하여 권리능력과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서울대학교를 상대로 하는 법률행위의 효과는 서울대학교를 설립·경영하는 주체인 국가에게 귀속되고, 그 법률행위에 대한 쟁송은 국가가 당사자가 되어 다툴 수밖에 없다 할 것이어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Ⅲ. 問題의 提起-법인화법만이 대학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유일한 방도인가? 기왕의 법원 입장에 기초하여, 서울행정법원 역시 지난 5월 17일 로스쿨 인가 조건인 장학금 지급 비율을 지키지 않았다가 로스쿨 정원 축소와 시정명령을 받은 강원대 총장이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낸 학생모집정지처분과 시정명령 취소소송(2011구합32485 등)에서 "국립대는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하판결을 내렸다. 이는 대상판결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이다. 종전에 판례는 국가의 당사자능력의 인정에 소극적이었다. 즉, 아파트 건축으로 인접 대학교 구내에 설치계획중인 관측장비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결과 연구·수업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는 사정이 인정된다 하여 그 대학교 총장이 개인 명의로 건축허가처분의 집행정지신청을 구한 사건(대법원 1994.12.30. 자 94두34결정)에서 그 원심(부산고등법원 1994.6.16. 자 94부131결정)은 국가는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대부분의 문헌들은 이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예외적으로 박정훈, 행정소송법(편집대표: 김철용·최광율, 2004, 390-391면). 그러나 국가가 국토이용계획과 관련한 기관위임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상대로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법원은 국가의 당사자능력결여를 문제 삼은 피고의 항변을 수용하지 않았다(대법원 2007.9.20. 선고 2005두6935판결). 나아가 대상판결 및 이를 그대로 수긍한 관련 후속판결(대법원 2010.3.11. 선고 2009두23129판결; 서울고등법원 2009. 11.25. 선고 2009누19672판결)은 국가의 당사자능력을 분명히 인정하면서 원고적격까지도 인정하였다. 이는 분명 발전이라 하겠지만, 대학의 당사자능력은 여전히 완전 부인되고 있다(이는 대법원 2007.9.20. 선고 2005두6935판결에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법인화법의 시행을 기화로 자칫 법인화법만이 당사자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유일한 방도인 양 糊塗될 수 있어서 이 문제를 새롭게 보고자 한다. Ⅳ. 批判的 檢討 1.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에 관한 기왕의 논의 독일에선 과거 영조물로 보았지만, '대학기본법' 제58조 제1항이 '공법단체'(공법상의 사단)임을 명시함으로써, 오늘날에는 인적 단체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동조항은 대학이 동시에 공공시설임을 명시하고 있기에, 공법단체인 대학이 영조물적 특징도 지닌다고 주장이 분분하다. 우리의 경우 실정법상 대학 특히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서 특별히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통상 대학은 영조물에 해당한다고 본다. 영조물법인은 영조물이 법인격을 취득한 공공단체인데, 권리능력 있는 단체처럼 권리능력 있는 영조물(영조물법인)은 법률에 의해서 또는 법률에 의거해서 설립되어야 한다. 행정주체로서의 영조물법인은 그것의 법적 독자성으로 인해 그 자신이 맡은 임무를 자기책임껏 수행할 권리·의무를 갖는다. 그리하여 그 자신 권리·의무의 귀속주체이어서 -자신의 기관을 통해서이지만- 스스로 법적으로 활동하고 스스로 책임을 진다. 반면 권리능력 없는 영조물은 법적으로 독립체가 아니기에, 직접적인 국가행정에 속한다(예: 학교 등). 따라서 이 영조물의 설립자(예: 국가, 도)가 권리·의무의 주체이고 원칙적으로 소송주체가 된다. 2. 대학의 기본권주체성 및 대학의 자율권 우선 법인의, 나아가 공법인의 기본권주체성의 물음을 살펴보면, 헌법학계에선 다수입장은 논거상의 차이가 있지만 일단 예외적 긍정설을 취한다(한수웅, 헌법학, 2012, 390면 이하). 헌법재판소 역시 공법인의 기본권주체성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되(헌재 1994.12.29. 93헌마120결정), 서울대학교에 대해 공권력행사의 주체이자 동시에 학문의 자유의 주체가 됨을 인정하였다(헌재 1992.10.1. 92헌마68?76결정:「헌법 제31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대학의 자율성 보장은 대학에 대한 공권력 등 외부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인 자신이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인으로 하여금 연구와 교육을 자유롭게 하여 진리탐구와 지도적 인격의 도야라는 대학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는 학문의 자유의 확실한 보장수단이자 대학에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따라서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는 다른 국가기관 내지 행정기관과는 달리 공권력의 행사자의 지위와 함께 기본권의 주체라는 점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학사관리 등 전반적인 것이라야 하므로 연구와 교육의 내용, 그 방법과 그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 학생의 전형도 자율의 범위에 속해야 하고 따라서 입학시험제도도 자주적으로 마련될 수 있어야 한다.」). 3. 管見 문헌에선 국립대학교에 대해 단지 영조물적 이해에 그치고 그것의 권리주체성 즉, 독립성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모색되지 않았다. 대학의 자율보장을 위해 영조물적 구성을 취하더라도 법인격이 인정될 필요가 있는데(이경운, 교육법학연구 제16권 제2호, 167면), 어떻게 근거를 지우느냐가 관건이다. 박정훈 교수는 국립대학교가 법적 형식의 관점에선 국가의 기관으로서 국가의 행정영역에 흡수되지만 그 실질적 기능에선 독자적인 생활영역을 갖고 헌법상의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권에 의거하여 생활영역의 법적인 독립성을 부여받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한다(법학 제47권 제3호, 432면-433면). 이처럼 헌법재판소가 대학의 자율권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아울러 대학에 대해 학문의 자유와 대학자율권의 기본권주체로 인정한 것이 법인격인정의 출발점이다. 종래 개별법상의 법인격부여를 법인격인정의 유일한 근거점으로 보는 데 그치고, 헌법상의 논의를 그것에 대입하지 않았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법인은 법률의 규정에 의함이 아니면 성립하지 못한다"는 민법 제31조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대학의 경우 그것의 자율성의 보장이 헌법상으로 표방되고 있기에 그것의 독자성 즉, 법인격은 당연히 인정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헌법상 인정되는 기본권인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립대학교에 대해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경우에 개별법에 의거한 법인격부여의 경우와 구별할 필요가 있다. 법인격부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재산의 귀속인데, 여전히 교원임용(교육공무원법 제25조 등) 등에서 국가의 강한 지배를 받고 있기에 재산의 귀속 등에서 완전한 권리능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성급하다. 독일의 문헌에 의하면(Maurer, Allg. VerwR, 2009, §21 Rn.10), 완전한 권리능력이 있는 公法人의 신분은 갖지 않되, 일정한 행정임무를 자기 책임껏 수행할 수 있고 그러한 한에서 고유한 권리·의무가 부여되는 공법적으로 성립한 조직체가 부분적 권리능력이 있는 행정단위이다. 그것은 구조에 따라서 공법단체(공법상 사단), 영조물, 그 밖의 것이 될 수 있다. 권리능력이 있는 한에 있어서 그들은 행정주체이다(독일에서의 대표적인 예가 대학교의 단과대학이다. 그것은 대학교와는 달리 공법인은 아니되, 일정한 측면에서 권리능력을 갖는다. Vgl. BVerfGE 15, 256, 261f.). 요컨대 국립대학교는 부분적 권리능력을 갖는 영조물로서 대학의 자율권과 관련해서 권리능력(독자성)을 가지며, 그리하여 그 자율권과 관련한 국가의 조치에 대해선 소송상의 당사자능력을 지닌다고 하겠다. 동시에 대학의 자율권과 관련해선 대학의 주관적 법적 지위 역시 별 어려움 없이 긍정될 수 있다. 나아가 사립대학의 경우에도 비록 해당법인이 권리주체로 여겨지고 있지만, 여기서의 논의는 그대로 통용될 수 있다. 즉, 법인과 대학당국간의 갈등에서 대학이 자율권과 관련해선 -설령 민사적 방도일지라도- 독립된 권리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Ⅴ. 맺으면서-公法的 이슈에 관한 과도한 民事法的 接近 당사자능력은 소송요건의 출발점임에도 불구하고 행정법문헌에선 그냥 지나치는 수준에서 언급되고 있다. 행정소송의 아이덴티티를 담보하려는 노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公務受託私人을 바람직하지 않게 行政主體로 설정한 대법원 2010.1.28. 선고 2007다82950, 82967판결이 보여주듯이, 종래 행정주체에 관한 논의가 태부족하거니와, 법인에 관한 민법적 논리에 사로잡힌 나머지 관련 논의가 정체된 듯하다. 공법학의 융성으로 민법의 原性岩이 훼손되어간다고 민법학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독일과 비교하면, 우리의 경우 민사법적 논리가 과도하게 공법적 이슈를 지배하는 역설적 상황이다(졸고, 國家賠償法改革을 통한 法治國家原理의 具體化, 행정법학회 제1회 연합학술대회(2011.12.9.) 발표문, 143면 이하 참조).
2012-06-25
주주명부기재의 추정력과 복멸
I. 사실의 개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소외 1은 2005.4.14. 이사회 결의를 거쳐 같은 날 당시 주주명부상의 주주인 원고, 소외 1, 2, 3, 4, 5, 6에게 2005.4.29.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통지한 다음, 2005.4.29. 위 주주들이 참가한 가운데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① 정관 제22조 제1항을 '당 회사에 이사 1명, 감사 1명 이상을 두며 이를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로 변경하고, ② 소외 1을 이사로, 소외 7을 감사로 각 선임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 이 사건 주주총회 소집 당시 피고 회사 주주명부상 피고 회사 발행주식 38,000주 중 원고가 6,000주, 소외 2가 6,400주, 소외 3이 5,100주, 소외 4가 3,800주, 소외 1이 7,900주, 소외 5가 6,000주, 소외 6이 2,800주를 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등재되어 있었다. 주주명부상 주주들 중 소외 1, 3, 4, 6은 모두 소외 2의 친인척이고, 소외 5는 피고 회사의 지입차주로서 모두 명의를 대여한 형식주주이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와 소외 2의 실질 주식보유비율에 관하여 주장이 엇갈리나, 위 주주들이 모두 실질주주가 아닌 형식주주라는 점에는 서로 다툼이 없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1. 하급심의 판단(서울고등법원 2007.7.6. 선고 2007나11486 판결) (1) 원고 청구의 인용 이사선임결의무효확인의 1심인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06. 12. 21. 선고 2005가합1233 판결과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기존의 대법원의 판례가 형식주주에 불과한 자가 주주권을 행사한 경우 그러한 결의는 위법한 결의가 된다는 기존의 대법원의 선례에 기초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당사자적격의 흠결에 대한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하여는 배척하면서 본안의 취소사유가 존재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당사자 적격 흠결에 대한 판단 대법원은 형식주주에 불과한 경우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사회결의의 취소를 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보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도 당사자 적격을 다투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명의를 대여한 형식주주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결의 취소를 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제출된 증거만으로]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하급심판결례 중에 "기명주식의 이전은 취득자의 성명과 주소를 주주명부에 기재하지 아니하면 회사에 대항하지 못하고 회사의 주주로부터 주주권의 양도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 양도를 회사에 대항할 수 없는 이상 그 양도인은 그 주주에 대한 채권자에 불과하여 그 양수받은 사실만 가지고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권리 또는 법적지위를 구체적으로 침해받고 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어려워 회사의 주주총회결의의 부존재확인을 구함에 있어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당해 주주총회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 등의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가처분을 신청할 적격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신청적격의 문제로 본 사례가 있다(서울지법 동부지원 1987.5.27. 선고 86카22209 제6민사부판결). 이 사건은 확정된 사건이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에게 주주총회의 소집을 통지하고 그 주주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면, 그 주주가 단순히 명의만을 대여한 이른바 형식주주에 불과하여도 그 의결권 행사는 적법하지만,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형식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또한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경우에는 그 의결권 행사는 위법하게 된다고 할 것인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소외 2의 처이자 자신이 형식주주에 불과한 피고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은 이 사건 주주총회 소집 당시 소외 1, 3, 4, 5, 6이 형식주주임을 알았고 또 위 주주들이 형식주주임을 쉽게 증명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주주총회에서 위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거절하지 않고 이를 행사하게 함으로써 이루어진 이 사건 결의는 그 결의방법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므로 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는, 원고가 설령 실질주주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주주총회에 참석한 이상 이 사건 결의는 적법하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위와 같이 형식주주들에게 소집통지를 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이상 원고가 이 사건 주주총회에 참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결의가 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보아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10.3.11. 선고 2007다51505 판결) 주주명부에 주주로 등재되어 있는 이는 주주로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자격이 있다고 추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명부상의 주주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그 주식에 관한 의결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한편 주주명부상의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그 주식에 관한 의결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없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아닌 제3자가 주식인수대금을 납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제3자와 주주명부상의 주주 사이의 내부관계, 주식 인수와 주주명부 등재에 관한 경위 및 목적, 주주명부 등재 후 주주로서의 권리행사 내용 등에 비추어, 주주명부상의 주주는 순전히 당해 주식의 인수과정에서 명의만을 대여해 준 것일 뿐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명부상의 주주로서 의결권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권한이 주어지지 아니한 형식상의 주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III. 대상판결의 평석 1. 주주명부의 추정력 주주명부는 주권 및 주권에 관한 사항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상법의 규정에 따라 회사가 작성·비치하는 장부이다. 주주명부에는 추정력이 존재한다(대법원 1989.7.11. 선고 89다카5345 판결). 주주명부의 기재에 대한 추정력을 부여하고 입증책임의 문제로 이를 해결하고 있었다(대법원 1985.3.26. 선고 84다카2082 판결). 대법원은 기존에 실질주주를 주주로 취급하여야 한다는 판례를 정립한 이래로 실제로 주금을 납입한 주주를 주주명부의 기재와 상관없이 주주로 취급하였다. 대법원은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실질주주가 아님을 회사가 알고 있었고 이를 용이하게 증명할 수 있었는데도 위 형식주주에게 소집통지를 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잘못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그 주주총회결의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본 사건에서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에게 주주총회의 소집을 통지하고 그 주주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면, 그 주주가 단순히 명의만을 대여한 이른바 형식주주에 불과하여도 그 의결권 행사는 적법하지만,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형식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또한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경우에는 그 의결권 행사는 위법하게 된다"고 보았다(대법원 1998.9.8. 선고 96다45818 판결).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주식의 거래가 비상장회사에 비하여 빈번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식을 빈번하게 거래하는 투자중개업자들은 대부분의 주권을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한다. 그리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14조 제2항은 투자중개업자는 자기의 고객이 예탁한 주권을 예탁결제원에 예탁하여야 한다. 예탁결제원은 이같이 자신에게 예탁된 주권을 자신의 이름으로 명의개서하도록 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15조 제5항 및 제316조 제1항은 그 주식의 실질주주의 명단을 발행회사에 통지하고, 발행회사는 이에 근거하여 실질주주명부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렇게 실질주주명부에 기재되면 주주명부에 기재된 것과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실질주주명부에 기재된 실질주주는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비상장회사와 달리 실질주주명부에 의한 권리행사가 상법상 주주명부와 같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실질주주와 형식주주의 분리현상은 실질주주명부에 의하여 해결되고 있다. 그러므로 실질주주와 형식주주의 분리현상과 그 치유의 문제는 주로 비상장회사의 문제이다. 주주명부기재에 대하여 상장회사의 경우와 달리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제3자에 의하여 실질주주명부가 따로 관리되고 있지도 않으므로 주주명부 기재의 효력을 추정력으로 봐서 증명책임의 문제로 해결하는 현행법의 태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주주명부에 추정력을 부여함으로써 증명책임을 통하여 주주명부에 의미를 분명히 하면서도 형식주주임을 입증하면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는 상황에서 추정복멸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주주총회의 결의가 문제되는 사건마다 형식주주인지 여부에 대한 다툼이 발생하였다. 이는 법원이 소송마다 실질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사실인정에 있어 적절한 자원의 배분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었다. 따라서 실질주주임을 증명하여 추정력 복멸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의 제시가 필요하였다. 2.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을 통해 주주명부의 추정력을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아닌 제3자가 주식인수대금을 납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기존의 대법원의 태도를 확인하면서, 추정을 복멸하기 위해서는, 그 제3자와 주주명부상의 주주 사이의 내부관계, 주식 인수와 주주명부 등재에 관한 경위 및 목적, 주주명부 등재 후 주주로서의 권리행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보도록 함으로써 추정력의 복멸을 어렵게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주주명부를 뒤집어 복멸하는 것을 어렵게 하려고 하였다. 법리적인 관점에서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하여 향후 주주명부의 기재와 관련된 문제의 해결을 객관적으로 하도록 하라는 취지를 보여준 선도적 판결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그러나 여전히 증명책임의 문제로 해결하고 있어, 주주명부의 기재라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분쟁을 일의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소송에서의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입법적인 해결을 검토할 실익이 있다. 독일주식법 제67조는 주주명부 기재(Eintragung im Aktienregister)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제67조 제2항은 "회사와의 관계에서 오로지 주주명부에 기재된 자 만이 주주로 취급된다"고 규정하여 회사와의 관계에서는 주주명주에 주주로서 기재된 자만이 주주로 취급되는 것으로 규정하여 주주명부의 기재의 효력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 주식법의 태도는 회사법에서 주주명부의 기재를 통한 권리관계의 객관화를 통한 권리의무의 명확화에 분명한 장점이 있다. 그리고 독일 주식법의 태도가 주주명부의 본질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본다. 회사법은 단체법으로 그 권리관계를 민사법의 법리에 의하여 관계적으로 처리하기 보다는 획일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단체법의 특성에 부합한다. 대법원의 기존 태도는 상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회사들의 주주명부 관리를 신빙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체법적 분쟁의 해결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독일 주식법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상법의 해석에 있어 금번 대법원의 판결의 기준은 단체법적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상법상의 회사들의 주주명부 관리관행을 고려함으로써 거래계의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금번 대법원의 판단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해결은 될 것이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므로, 주주명부가 가지는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 불필요한 분쟁발생을 방지함과 동시에 법원의 실질주주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노력을 줄이기 위해서, 향후 독일 주식법과 같은 해결이 필요한 시점은 아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0-10-28
항소심서 후발적 예비적 공동소송 가능한가
Ⅰ.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X는 약속어음 배서와 대환대출 등으로 A에 대한 대여금 또는 구상금 등(이하 '이 사건 대여금'이라고 한다)으로서 3억 5,500만원의 채권을 갖고 있었다.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A는 X에게 A가 임대사업을 위하여 건축한 이 사건 아파트 중 아직 임대하지 않은 101동 802호를 비롯한 총 16세대의 아파트를 X가 임차인을 물색하여 임대한 후 그들로부터 임차보증금을 수령하여 이 사건 대여금의 변제에 충당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대물변제예약과 유사한 계약(이하 '이 사건 대물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그 후 A는 이 사건 대물아파트에 관하여 원고 및 원고가 지정한 X-2부터 X-16 총 15명을 임차인으로 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A는 1998. 10.경 부도를 내면서 자금난 등으로 더 이상 정상적인 회사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2004. 9. 10. 이 사건 아파트의 건축 등에 대한 연대보증사인 Y와 사이에 위 부동산에 대해 A가 가진 권리 및 의무를 지위 승계하고 양도·양수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양도계약'이라 한다). 2. 사건의 경과 (1) 제1심 X 및 X-2부터 X-16은 X를 선정당사자로 선정하여 Y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X(원고, 선정당사자)는, ① 피고는 위 임대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인으로서 원고 및 선정자들(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선정자들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각 임대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② 피고는 A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였으므로 원고 및 선정자들에게 인수채무금(임차보증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① 주장에 대하여, 원고 및 선정자들이 A에게 현실로 임차보증금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하여, ② 주장에 있어서 원고에 대하여는, A가 이 사건 대여금채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선정자들에 대하여는 A가 부담하는 채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선정당사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원심(제2심) 제2심에 이르러 원고는 A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 청구를 추가하면서 이를 주위적으로 구하고, 원고 및 선정자들의 위 각 임대보증금반환청구는 예비적으로 구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전부 인용하면서, 원고 및 선정자들의 각 임대보증금반환 청구에 관하여는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인용하는 이상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원고의 대여금 청구와 선정자들의 각 임대보증금반환 청구는 민사소송법 제70조 소정의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관계에 있는 바(원고의 임대보증금반환 청구는 원고의 대여금 청구와 객관적·예비적 병합의 관계에 있다), 이러한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은 동일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모든 공동소송인이 서로간의 다툼을 하나의 소송절차로 한꺼번에 모순 없이 해결하는 소송형태로서 모든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에 관하여 판결을 하여야 하고, 그 중 일부 공동소송인에 대하여만 판결을 하거나, 남겨진 자를 위한 추가판결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민사소송법 제70조 제2항).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모두 인용하더라도 다른 공동소송인인 선정자들의 각 임대보증금반환 청구에 관하여도 판결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와 달리 선정자들의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판결을 하지 않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Ⅱ. 평석 1. 관련 제도의 이해 (1)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에서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신설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에서 70조에서, 공동소송인 가운데 일부의 청구가 다른 공동소송인의 청구(원고 측)와 법률상 양립할 수 없거나 또는 공동소송인 가운데 일부에 대한 청구가 다른 공동소송인에 대한 청구(피고 측)와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별규정을 신설하였다. 원고 측(능동형)의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도 허용하고 있고, 후발적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도(68조의 준용) 허용하고 있다(민사소송법 70조 1항, 이하 민사소송법 조문). 그리고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이더라도 모든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에 대하여 판결을 하여야 한다(70조 2항). (2) 선정당사자제도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사람은 선정당사자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53조 1항). 선정당사자는 선정자 모두를 위하여 당사자로서 소송수행을 할 수 있는 자격(당사자적격)을 취득하고, 동시에 자기 고유의 소송수행권도 보유한다. 선정당사자는 선정자의 대리인이 아니라 당사자 본인이다. 소송상의 청구는 선정당사자가 하는 것이고, 선정자는 소송상의 청구를 하는 당사자가 아니다. 선정행위는 선정자 자신의 권리에 대하여 관리처분권을 부여하는 사법상의 행위가 아니고, 단순히 소송수행권을 부여하는 소송행위이므로 선정자는 계쟁권리에 관한 실체적인 관리처분권을 상실하지는 않는다. 한편, 선정자가 그 소송에 관한 소송수행권을 상실하는가에 대하여는, 선정에 영향없이 선정자는 여전히 소송수행권을 보유한다는 견해(유지설)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는 견해(상실설)의 대립이 있다. 선정자의 권리·의무의 내용을 주문에 표시하는 방식은 개별적 기재방식과 포괄적 기재방식이 있는데, 모두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포괄적 기재방식에 의할 때에는 판결의 이유(보통은 별지로 기재한다)에서 선정자별 권리 범위를 특정하여야 한다. 판결문의 당사자표시에 있어서는 선정당사자만을 표시하고, 선정자목록을 판결문 뒤에 별지로 첨부한다. 선정당사자가 받은 판결의 효력은 선정자에게도 미치게 된다(민소법 218조). 일부 선정자의 소변경과 일부 선정자의 청구에 대한 반소는 그 선정자가 선정한 선정당사자만이 또는 그 선정당사자에 대하여서만 하면 된다고 본다. 그렇게 새기지 않으면 선정에 의한 절차의 간이화는 의미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2. 대상판결에 대한 의문 (1) 사안을 예비적 공동소송 관계로 볼 것인가?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은 제1심에서는 각 임대차계약에 의한 각 임대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다가 제2심에 이르러 선정자들을 제외한 원고가 약속어음 배서와 대환대출 등으로 말미암은 A에 대한 대여금청구를 추가하면서 이를 주위적으로 구하고(이하 ①청구라고 한다), 원고 및 선정자들의 위 각 임대보증금반환청구(위 대여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대물계약을 체결하였고, 대물아파트에 관한 각 임대보증금반환청구)는 예비적으로 구하는 것(이하 ②청구라고 한다)으로 변경하였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예비적 청구를 원고(선정당사자)의 청구 부분과 선정자들의 청구 부분으로 둘로 쪼개, 원고의 대여금 청구와 선정자들의 각 임대보증금반환 청구는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았고, 원고의 임대보증금반환 청구는 원고의 대여금 청구와 객관적·예비적 병합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아래 그림 참조). 우선, 제기할 문제점은 선정자를 당사자로 볼 것인가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선정당사자만이 당사자이고, 선정자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 특별히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선정자들 ②청구 부분을 독립된 당사자의 청구로 보아 선정당사자의 ①청구와의 관계를 복수의 당사자(비록 예비적이지만, 공동소송) 관계로 포착할 수 없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사안에서 선정자들을 당사자로 포착하였기 때문에 선정자들의 ②청구에 대하여 선정당사자의 ①청구를 주위적으로 보면서 그 관계를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선정자를 위해 당사자로서 소송수행을 하는 선정당사자가 소송중에 자기 청구를 내세우는 형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최초의 사안인 것 같다. 보통 선정당사자가 소송 중인데 선정자가 스스로 별도의 소를 제기하면 이는 중복된 소제기로(259조) 허용되지 않는 것 등이 이론적으로 문제된 경우인데, 위 사안은 이러한 경우와 다르다. 굳이 선정당사자의 ①청구와 선정자들의 ②청구 부분을 복수의 당사자 내지는 공동소송의 관계로(즉,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 보려고 한다면, 선정자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위 경우는 실질적으로 소송의 목적이 되는 법률관계의 주체라는 점을 강조한 뒤, 선정자들의 ②청구 부분의 원고가 선정당사자가 아니고 선정자들이라고 하여야 이론적 정합성이 있게 된다. (2) 후발적 예비적 공동소송을 항소심에서도 인정할 것인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원·피고 사이에 소송계속 중 후발적으로도 예비적 공동소송으로 할 수 있다(70조 1항 본문, 68조 준용).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가 다른 사람이 주위적 원고가 되고, 종전의 원고가 예비적 원고가 되는 후발적 예비적 공동소송도 가능하다. 그런데 선정자들의 ②청구 부분의 원고가 선정당사자가 아니고, 선정자들이라고 보아 일단 공동소송의 형태를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사안에서 예비적 공동소송을 허용하는 것에 문제가 남는다. 왜냐하면, 민사소송법 68조를 보면, 예비적 공동소송으로 할 수 있는 시점을 제1심 변론종결시까지로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위 사안은 분명 항소심에서 원고(선정당사자)를 주위적 원고로 하는 주위적 청구를 추가하면서, 원고(선정당사자)와 선정자들을 예비적 원고로 하는(제1심에서 심판이 있었던 청구를 예비적 청구로 하는) 내용이다. 사안은 제1심 변론종결시까지만 예비적 공동소송으로 할 수 있다는 68조 명문의 규정에 어긋난다. 물론 항소심에서도 상대방이 동의하면, 예비적 공동소송이 가능하다는 입장(강현중, 민사소송법(2002), 207면)도 없지 않지만, 판례가 이러한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고, 만약 명문의 규정과 달리, 항소심에서도 예비적 공동소송을 허용하는 입장이라면, 적어도 그에 대한 상세한 설시가 있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않는 것에 비추어 원심 및 대법원은 제1심 변론종결시까지만 예비적 공동소송이 가능하다는 명문의 규정을 간과한 듯하다. 3. 마치며 원심이 사안의 소송관계의 전제를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으로 보면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은, 2002년 신설된 예비적 공동소송과 별도로, 종전의 강학상 주장된 주관적·예비적 병합을 인정한 것(즉, 주위적 청구가 인정되면,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더 나아가 심판할 필요가 없는 것)일 수 있지만, 그 보다는 신설된 예비적 공동소송에서 모든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에 대하여 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규정(70조 2항)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선정당사자 및 선정자의 지위에 관한 아무런 설시 없이 위 소송관계를 (예비적)공동소송 관계로 포착하였고, 또한 후발적 예비적 공동소송을 항소심 단계에서 허용한 원심의 판단을 바로잡지 못하였다.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동소송이 이루어진 것은 민사소송법 68조 명문의 규정에 어긋남에도, 나름의 이론 전개를 하여 시기적으로 항소심에서도 예비적 공동소송이 허용될 수 있음을 나타내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당연히 사안의 소송관계의 전제를 예비적 공동소송으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사견으로는 사안에서 선정당사자의 ①청구와 선정자들의 ②청구 부분의 관계를 단일한 당사자 사이의 객관적·예비적 병합으로 포착하고, 객관적·예비적 병합에서는 주위적 청구가 인용되면,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더 나아가 심판할 필요가 없게 되므로 예비적 청구를 판단하지 않은 부분에 한정해서 본다면, 원심에서 예비적 청구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문제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201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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