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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법적성질과 몰수가능여부
- 수원지법 2018. 1. 30. 선고 2017노7120 판결 - 1. 문제제기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의 각종 블록체인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가상화폐가 다수 유통되면서 사기, 법적성질, 투기,환치기, 자금세탁 등의 여러 용도로 사용이 되면서 여러 가지 사회적 , 법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의 법적성질과 몰수 가능여부, 비트코인의 법적처리여부에 대한 판결을 최초로 한 수원지방법원 2018. 1. 30. 선고 2017노7120 판결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평석을 하고자 한다. 해당 사건은 음란물 등을 제공한 사건이지만 이 판례 평석에는 주로 비트코인에 초점을 맞추어 사실관계 소개 및 판례 평석을 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1심인 수원지법 2017고단2884 사건) 이 사건은 피고인은안 모 씨라는 사람이 음란성인사이트를 만들어서 음란한 영상 등을 배포하고, 그 사이트 등에 도박사이트나 불법 스포츠토토사이트를 홍보하는 배너를 만들어서 광고를 하여 그들 사이트를 홍보하여 아동 및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및 국민체육진흥법위반, 도박개장 방조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전부 인정하여 자백을 하였고 범행자체에 대한 특별한 다툼은 없었습니다. 다만 음란동영상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컬쳐랜드 상품권이나 비트코인을 받았으며, 또한 도박사이트 광고로 받은 비트코인에 대하여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법률에 근거하여 이를 몰수할지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3. 제1심 판결(수원지법 2017고단2884 판결) 이 사건 1심 판결은 위 비트코인이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법률상 몰수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피고인이 보유한 216비트코인이 위 비트코인 중에서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을 특정하기 힘들고,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인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어 몰수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고, 위 범죄 수익을 추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여 몰수부분에 대하여는 기각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하여 위 비트코인을 추징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로 받은 재산상이익이나 범죄수익에 해당하고, 위 비트코인이 특정현존하며 재산상 가치를 가지므로 몰수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항소를 한 바 있다. 4. 항소심 판결(수원지법 2017노7120) 항소심 판결은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법률 제2조제1호, 제2호, 제8조제1항 제1호 및 별표를 인용하며, 동 법에서의 몰수대상은 물건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재산’으로 확장이 되었다. 재산이란 사회통념상 경제적 가치를 인정되는 이익일반을 의미한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게임머니와 유사하고 금전으로 거래가 되며, 미국, 독일, 호주, 프랑스에서도 이를 몰수한 사례가 존재한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비트코인의 몰수판결을 한바 있습니다. 다음은 재판부에서 인정한 비트코인의 특성이다. ① 가상화폐(비트코인) 는 ‘자연인 또는 법인이 교환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제적인 가치의 디지털 표상으로 그 경제적인 가치가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또는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비트코인은 2009년경 탄생한 비트코인 단위로 거래되는 암호화된 디지털 가상화폐로서, 기존의 가상화폐와 달리 발행이나 거래의 승인 등을 담당하는 일정한 발행기관이나 감독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P2P(Peer-To-Peer) 네트워크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거래 기록의 보관, 승인 등을 네트워크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점에 그 특이성이 있다. ② 비트코인의 거래자는 자신의 비트코인을 디지털 공간에 구현된 전자지갑에 보관할 수 있으며, 보관 중인 비트코인은 일종의 계좌번호에 해당하는 ‘공개주소’와 비밀번호에 해당하는 ‘비밀키’를 통해 거래된다. 거래자가 수취자의 ‘공개주소’와 이체할 비트코인의 액수를 입력하면, 수취자는 ‘비밀키’를 입력함으로써 위 비트코인을 수취하게 되는데, 이러한 모든 비트코인 거래는 약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block)’에 기록되어 기존 ‘블록’에 덧붙여짐으로써 확정되며(거래가 미확정된 상태에서 수취자는 이체 받은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거래기록의 집합을 ‘블록체인’이라 한다.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는 일종의 공개 장부인 위 ‘블록체인’을 통해 네트워크상에 기록되어 공유되므로 비트코인의 복제 내지 이중사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③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거래기록들을 이용하여 일종의 수학문제를 푸는 작업이라 할 수 있는 ‘채굴’을 통해 생성된다. 채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 채굴과정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 시스템의 운영에 기여하게 되며, 채굴에 성공하는 자에게는 새로 발행된 비트코인이 주어진다. 비트코인은 총 2100만 비트코인까지만 생성될 수 있도록 자체 설계되어 있고, 이에 따라 채굴의 성공에 따른 비트코인 보수도 계속하여 감소하고 있다. ④ 비트코인은 앞서 본 개별적인 거래 내지 채굴 작업을 통해 획득하는 것 외에도 거래소를 통해 획득하는 것이 가능하며, 거래소의 중개를 통해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인 규모에 의해 정해진 교환비율에 따라 법정통화로 비트코인을 구입할 수 있다. 5.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몰수의 대상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조직범죄·해외재산도피범죄 등 특정범죄에 의하여 발생한 범죄수익을 합법적인 수입으로 가장하거나 이를 은닉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한편, 당해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에 관하여 형법 등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제정되었는바, 이러한 정책적 고려에서 몰수의 대상을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건’에 제한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하였다. 한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은닉재산’을 ‘몰수·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라고 정의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몰수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바(위 시행령 제2조 제2항), 이에 따르면 결국 범죄수익을 이루는 ‘재산’이란 사회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 일반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6. 판단 이 사건에서 압수된 비트코인의 경우. ① 예정된 발행량이 정해져 있고 P2P 네트워크 및 블록체인 기술에 의하여 그 생성, 보관, 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되는 점, ② 온라인 게임업체가 발급하는 것으로 온라인 게임상에서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 데 사용하는 ‘게임머니’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유체물과 무체물’을 의미하는 구 부가가치세법상의 ‘재화’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두30281 판결 참조),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진술한 전자지갑의 주소 및 ‘비밀키’를 근거로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위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어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현재 비트코인은 거래소를 통해 일정한 교환비율에 따라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것이 가능하고, 법정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지급수단으로 인정하는 비트코인 가맹점이 존재하는 등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⑤ 미국 뉴욕지방법원이 2014년경 마약 밀거래 사이트인 ‘E’의 서버에서 위 사이트의 운영을 통해 취득한 것으로 확인된 14만4000비트코인을 몰수하여 경매를 통해 환가 처분한 다음 국고로 귀속하였던 사례가 있고, 그 밖에 독일, 호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비트코인을 몰수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점, ⑥ 피고인도 이 사건 음란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들부터 비트코인을 지급받는 대신 회원들에게 해당 비트코인의 가치에 상응하는 포인트를 지급함으로써 이 사건 음란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회원들로부터 취득한 비트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점, ⑦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하지 않은 채 피고인에게 환부하는 것은, 사실상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음란사이트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인바, 이는 앞서 살펴 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매우 불합리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압수된 비트코인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에 해당하여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정준모 변호사 (법무법인 다빈치)
비트코인
몰수
가상화폐
범죄수익
정준모 변호사 (법무법인 다빈치)
2018-03-13
경마게임장 운영은 게임산업법상 처벌대상인가
1.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 관계 피고인은 관광진흥법의 규정에 의한 관광사업의 규율대상이 되는 기타 유원시설업의 경우에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산업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게임장을 유원시설로 위장하여 신고한 후 경마와 유사한 방식의 게임이 진행되는 '레이싱나이트'게임기를 설치하여 게임을 하도록 하고, 손님들이 획득한 점수를 적립하여 주거나, 경품을 지급하거나 점수를 티켓으로 바꾸어 주어 게임장 내 외부 환전상들로부터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 무형의 결과물을 환전하여 주었다.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등급 받지 아니한 게임물 이용 제공의 점에 대하여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2호, 제32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하고, 게임물 이용 사행행위의 점에 대하여는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 제28조 2호를, 사행성 유기기구 이용 사행행위 영업의 점에 대하여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이하 '사행행위법') 제30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나. 판결의 요지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게임물은 경마를 모사한 게임물로서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사행성 게임물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지만 게임산업법이 경마를 모사한 게임물을 사행성게임물로 정의하면서 사행성 게임물을 게임산업법 상의 '게임물'에서 제외하고 있는 점,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처벌 대상이 되는 자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로 한정되는데, 게임산업법 제2조 제9호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를 '제4호 내지 제8호의 영업을 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6호는 '게임제공업'을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를 제공하는 영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게임물에 해당하지 않는 사행성게임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영업은 동호의 '게임제공업'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사행성게임물을 이용하여 손님들로 하여금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사행성게임물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게임의 결과에 따라 경품 등을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평석 가. 본 사안의 쟁점 본 사건은 '사행성게임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한 경우,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의 '게임물을 이용하여 사행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사행성게임물을 제공한 것이 동법 제32조 제1항 제1호의 '등급을 받지 아니한 게임물을 유통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나. 사행성게임물이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게임산업법은 게임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게임산업의 진흥 및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법이다. 기존의 사행행위 또는 도박에 대하여는 도박 내지 사행행위를 규제하는 차원에서의 규제만이 있었다가 이 법을 통하여 사행행위나 도박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게임의 경우에는 게임산업법에 따른 규제만을 받도록 하였다. 게임산업법은 건전한 게임문화의 확립에 저해되는 게임물, 예컨대 '게임물'을 이용한 도박이나 사행행위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의 규정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도박의 경우 형법상의 도박죄, 사행행위에 대하여는 사행행위법의 형사처벌 규정이 있었기에 이 법들과의 관계가 문제가 되었다.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는 동법 제28조 제2호의 규정을 위반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방치한 자'에 대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28조 '게임물 관련 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에서는 '게임물을 이용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할 것'을 그 준수 사항 중의 하나로 정하고 있다. 즉,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 구성요건은 제28조에서 정하고 있고, 제44조 제1항 제1호와 제28조 제2호의 요건을 종합하면 범죄 구성요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일 것', '게임물을 이용할 것',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둘 것'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위 요건만 보면 게임물을 이용하여 사행행위를 하게 하면 그 자체로 위 규정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여러 사건들에서는 경마 등을 모사하거나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을 담은 아케이드 기기에 대하여 위 규정 위반을 이유로 한 기소가 이루어졌다.그런데, 게임산업법은 앞서 살펴본 법의 제정 취지 상 '게임물을 이용할 것'이라는 요건과 관련하여 '게임물'의 범위를 별도로 정하면서 '사행성게임물'을 '게임물'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법 제2조 제1호). 즉 게임산업법 제2조 제1의 2호에서 정하고 있는 '사행성 게임물'의 범위에 해당하게 되면, 그 자체로 '게임물'의 범위에서는 해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그 결과 '사행성 게임물을 이용'한 경우에는 '게임물을 이용할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게임산업법이 사행성 게임물을 게임물에서 배제하고 사행행위법으로 규율하겠다는 입법 취지를 올곧이 반영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법조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위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데, 그것은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그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 제2조 제9호에서 '게임물 관련 사업자'는 '제4호 내지 8호의 영업을 하는 자'를 의미한다고 하여 그 의미를 명확하게 기재하고 있고, 동조 제6호에서는 '게임제공업'의 의미에 대하여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를 제공하는 영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를 종합하면, 결국 사행성 게임물의 영업에 사용한 자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 제44조 제1항 제1호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해석은 얼핏 사행성게임물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나, 이에 대하여 대상 판결은 게임산업법이 '사행성게임물'을 게임물에서 제외한 취지는 '사행성 게임물'이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하여 '사행성게임물'을 근절함과 동시에 게임산업을 진흥시켜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취지에 비춰어 볼 때 '사행성게임물'은 게임산업법에서 유통 및 이용이 허용되는 '게임물'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즉, 사행성 게임물의 경우에는 사행행위법에 따라서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있고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사행성게임물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거부결정할 수 있으며, 등급분류가 거부되면 공중에 유통될 수 없는바(게임산업법 제22조 등),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게임산업법을 적용하지만, 사행성게임물에 대해서는 게임산업법이 아닌 사행행위법을 적용함으로써 사행행위의 방지와 게임산업 진흥이라는 목적 사이에 균형을 잡겠다는 취지가 변영된 것이다. 다. 사행성게임물이 게임산업법 제32조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게임산업법의 규율 대상이 되는 '게임물'에는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하는 기기 및 장치가 해당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사행성게임물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게임산업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이 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 그런데 게임산업법 제32조는 불법게임물 등의 유통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서 금지되는 '불법게임물'의 범위에는 '사행성게임물'이 포함되는지 여부도 논란이 되어 왔다. 이에 대하여 만약, 금지되는 '불법게임물'의 범위에 '사행성게임물'도 포함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게 되면 게임산업법 제32조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에는 사행성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의 환전행위도 포함된다 할 것이고, 이러한 금지 행위에 대하여는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그 규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법리는 게임산업법의 기본적인 적용 대상인 '게임물'의 의미와 동법 제32조에서 정하고 있는 '불법게임물'의 의미를 달리 보겠다는 것으로, 그에 따르면 '불법게임물'은 단순한 게임산업법 상의 게임물 중 위 법을 위반한 것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게임물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행성 게임물도 그 적용범위로 포함하게 된다. 이러한 법리는 소위 '바다이야기'에 관한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2650 판결을 통하여 이미 확인된 바 있다(이 사건의 원심은 게임물의 적용 대상과 불법게임물의 적용 대상을 동일 선상에서 보아 게임물에 사행성게임물이 포함되지 않는 이상 불법게임물의 범위에도 사행성게임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으나, 대법원은 이러한 입장에 반대하고 있고, 사행성 게임물로서 그 제공자가 게임물관련사업자가 아니라도 사행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는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상 판결에서는 이 판결의 취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는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사행성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도 포함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3. 결론 2007. 1. 19. 법률 제8247호로 개정된 게임산업법은 사행성게임물을 게임물의 범위에서 제외하였고, 그에 따라 게임물을 이용한 사행행위에 대한 처벌과 관련하여 사행성게임물의 경우에는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의 적용대상에서 배제된다는 취지의 판시는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1666 판결을 비롯하여 다수의 판결에서 선고된 바 있다. 대상 판결 역시 이러한 대법원의 판시 취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2012-12-13
MMORPG 게임머니 환전행위는 합법
Ⅰ. 들어가며 최근 언론에서 리니지 게임의 게임머니 환전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게임업계 관계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향후 게임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본 판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보도 중에는 본 판결의 내용 및 취지를 잘못 전달하는 부분도 있어 필자는 항소심부터 이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로서 동 판결의 의미와 내용을 명확히 밝히고자 본 판례평석을 기고하게 되었다. Ⅱ. 사실관계 개요 및 사건의 경과 피고인 김모씨와 이모씨는 공모하여 2007년경 약 2,000회에 걸쳐 리니지 게임의 게임머니인 '아덴'을 매입하고 환전하는 행위를 했다. 검찰은 김씨와 이씨를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진법') 제44조 제1항 제2호, 제32조 제1항 제7호 위반으로 기소하였고, 원심법원(부산지방법원 2008. 12.24. 선고 2008고정1584)은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참고로 이 사건에서는 게진법 위반 여부 이외에 주민등록법 위반, 사기죄 성립 여부가 다투어졌으나 본 판례평석에서는 이러한 논점은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항소심 법원(부산지방법원 2009. 7.10. 선고 2009노99판결)은 원심법원의 게진법 혐의에 대한 원심의 유죄판단을 파기하고 이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게임머니는 게진법에서 정한 환전금지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무죄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이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Ⅲ. 판결의 요지 본 대법원 판결은 항소심 판결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실질적인 판시 내용이 있는 항소심 판결을 위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 항소심은 게진법 제32조 제1항 제7호 요건 및 게진법 시행령 제18조의3 각호의 요건들을 상세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항소심은 주로 위 조항들에 대한 해석론을 전개하여 결론을 도출하였는 바,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관련 조항의 내용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게진법 제32조 제1항 제7호 제32조 (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① 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 다만, 제4호의 경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에 따라 사행행위영업을 하는 자를 제외한다. 1.~6.호 생략 7.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 -게진법 시행령 제18조의 3 제18조의3 (게임머니 등) 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1. 게임물을 이용할 때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 2. 제1호에서 정하는 게임머니의 대체 교환 대상이 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게임의 진행을 위하여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도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 등의 데이터 3. 게임제작업자의 컴퓨터프로그램을 복제, 개작, 해킹 등을 하거나 게임물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하여 생산·획득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 등의 데이터 항소심은 이 사건 게임머니인 아덴이 게진법 시행령 제18조의 3 제1호 내지 제3호에서 정하는 '게임머니 및 이와 유사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먼저 동 시행령 제2호의 적용 여부와 관련해서 이 사건 게임머니는 리니지 게임 자체에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대체교환 수단이 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고, 동 시행령 제3호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게임 프로그램 자체를 복제, 개작, 해킹하거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하여 이 사건 게임머니를 획득한 것이 아니므로 제3호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동 시행령 제1호의 전문 부분과 관련해서는 리니지 게임의 정상적인 작동방식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는 일정한 금액을 먼저 '베팅'한 후 카드, 주사위, 룰렛 등 게임 방법으로 당첨자를 결정하여 당첨자들 사이에서만 게임에 유입된 전체 베팅 금액을 분배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동 시행령 제1호 후문 부분과 관련해서는 원심은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라 함은 게임 내에 명확하게 베팅 또는 배당에 해당하는 요소를 찾아볼 수 없더라도 (마치 그러한 요소가 있는 경우와 같이) 개인의 노력이나 실력 등에 좌우되지 않는 우연적 요소로 게임의 승패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게임에 참가한 일부의 사람만이 자신이 게임참가 당시 본래 가지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이득, 즉 게임머니를 획득하게 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Ⅳ. 쟁점의 분석 1. 게진법 조항의 배경 및 취지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게진법 제32조 제1항 제7호는 2007. 1.19. 게진법 개정을 통하여 새로이 추가된 조항으로서, 2006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건이 있은 이후 도박성, 사행성 있는 게임머니의 환전을 금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위 게진법 조항은 원칙적으로 고스톱, 포커 등의 이른바 '보드게임'이나 빠징코 등의 릴게임에 적용되는 것이고, MMORPG를 비롯한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의 게임머니 등은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위 게진법 조항의 배경 및 취지를 고려할 때 도박성, 사행성 게임과는 무관한 MMORPG 게임머니에 대해서는 동 시행령 제3호의 소정의 게임 프로그램 자체를 복제, 개작, 해킹하거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하여 획득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 게진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러한 입장을 확인한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2. 동 시행령 각호 사유의 의미 동 시행령에 나열된 각호 사유에 대한 문언적 의미와 관련하여 먼저 제1호 사유의 적용대상은 결국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제1호 전문)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한(제1호 후문) 게임머니를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개념징표가 게진법 제2조 제1호의 2 소정의 '사행성게임물'의 요건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게진법 제2조 제1호 2 가목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호 나목은 '우연적인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시행령 규정은 게진법 자체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행성 게임물의 개념 요건을 차용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이라는 문언은 결국 '사행성' 혹은 '사행성 있는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행성이란 '실력, 노력에 의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운이나 우연에 의하여 요행을 바라고 금전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행성의 개념과 관련하여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사행행위'란 '다수인으로부터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모아 우연적 방법에 의하여 득실을 결정하여 재산상의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고, 독일 민법은 사행성(aleatorisher Charaketer) 있는 노름과 내기에 대하여 제762조 내지 764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행성의 정의 및 실정법 규정들을 종합한다면 사행성의 요건은 ① 당사자들 모두 재산상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고 ② 의무발생이 우연 또는 주관적으로 불확실성과 연결되어 있으며 ③ 이러한 사실이 당사자 합의의 주된 내용이 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추후 게임관련 혹은 사행성 관련 법률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사행성 요건 혹은 개념징표를 하나의 해석기준으로 이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MMORPG 게임머니로 돌아와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게임머니의 거래 혹은 환전에는 재산상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는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MMORPG 게임머니는 게임 이용자가 게임 플레이의 일환인 전투, 사냥, 생산 등을 통하여 취득하는 것이고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 게임머니를 지급, 교환 및 이 사건에서 문제된 환전행위에도 상대방은 상호 합의한 대가를 지급 또는 교환하는 것이므로 '우연에 따라 손실 위험을 부담하는 당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취지에서 항소심은 이 사건 게임머니가 우연적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고, 추가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매우 구체적으로 판시했다. ① 리니지 게임은 이른바 MMORPG로서 스토리 텔링(story-telling)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고 ② 게임이용자는 5종족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표상하는 캐릭터를 생성한 후 사냥, 대전 등을 통해 아덴, 아이템 등을 획득하고 이를 통하여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게임에 참여하며 ③ 게임 내에서 아덴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속칭 '노가다 게임'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여야 하고 ④ 획득하는 아덴에 대해서는 사냥에 성공하기 전에 미리 알 수 없으며 ⑤ 특히 캐릭터와의 싸움을 통한 아덴 획득에 있어서는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무기 등의 아이템에 의지하는 바가 크고 ⑥ 획득된 아덴은 게임내 상인, 이용자들과 교환, 아이템 구입 등의 방식으로 사적 거래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의하면, 우연적인 요소보다는 게임 이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즉 게임에 들인 시간이나 그 과정에서 증가되는 경험이라는 요소에 의하여 좌우되는 정도가 더 강하므로 아덴을 우연적인 방법에 의하여 획득된 게임머니라 할 수 없다고 설시 하였다. 기타 동 시행령 제2호, 제3호의 의미와 관련해서는 항소심에서 게진법 조항의 문언에 충실한 법 해석을 하였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검토하지 않도록 하겠다. Ⅴ. 마치며 게진법 제정 이전부터 실무계에서는 MMORPG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 현금 거래 및 환전행위가 적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학계에서도 일부 이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져왔다. 특히 위 게진법 조항이 도입된 이후 동 조항이 다양한 형태의 게임 디지털콘텐츠의 거래행위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불분명한 상황이었으나, 이번 판결을 통하여 MMORPG 게임머니 환전행위에 대한 명쾌한 법리적 판단기준이 제시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국내 게임 디지털콘텐츠 거래시장은 1조원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로 성장하였고, 전세계적으로는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MMORPG를 비롯한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게임업계 현황을 고려할 때 MMORPG 게임머니의 환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부인하여 위 게진법 규정의 가벌성 범위를 제한한 이 사건 판결은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적 공백상태와 다름 없었던 게임 디지털콘텐츠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법리적 연구가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 등의 게임 디지털콘텐츠 및 그 거래행위의 법적 성격, 게임 디지털콘텐츠의 소유권 혹은 권리귀속 관계, 인접 지적재산권과의 관계, 게임회사의 게임 디지털콘텐츠 현금거래 금지 등이 앞으로의 주요 연구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0-01-21
공서양속에 반하는 이자약정에서 임의로 지급된 초과 이자의 반환청구
[판결취지] 금전소비대차계약과 함께 이자의 약정을 하는 경우, 양쪽 당사자 사이의 경제력의 차이로 인해 그 이율이 당시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초과해서 현저하게 고율로 정해졌다면, 그와 같이 허용할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의 이자 약정은 대주가 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고 차주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인 부분의 이자 약정을 원인으로 차주가 대주에게 임의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통상 불법의 원인으로 인한 재산 급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불법원인급여에 있어서도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이거나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그것보다 현저히 커서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에는 급여자의 반환청구가 허용된다고 해석되므로(대법원 1993.12.10. 선고 93다12947 판결 등 참조), 대주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초과하는 이율의 이자를 약정하여 지급받은 것은 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고 차주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서 그 불법의 원인이 수익자인 대주에게만 있거나 또는 적어도 대주의 불법성이 차주의 불법성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할 것이어서 차주는 그 이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평 석] 1. 금전소비대차에서 행하여진 이자약정이 공서양속에 위반하는 것을 이유로 일부무효인 경우에는 차주가 그 무효부분의 이자를 임의로 지급하였어도 부당이득을 이유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번 대법원판결의 취지에 찬성한다. 필자는 1998년 초에 폐기되기까지 시행되던 이자제한법(이하 「종전의 이자제한법」이라고 한다) 아래에서도 임의로 지급된 제한 초과의 이자에 대하여 차주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판결은 기본적으로 그와 입장을 같이하는 것이다. 다만 필자는 다수판결과 같이 굳이 불법원인급여에서의 이른바 위법성비교론을 적용하여 그 결론을 정당화할 필요는 없고, 이 사건과 같은 경우는 민법 제746조 단서에서 명문으로 정하는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 그대로 해당한다고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는 결론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사소한 것인지도 모른다. 2. 종전의 이자제한법 아래서 채무자가 그 법 소정의 제한이율을 넘는 이자를 임의로 채권자에게 지급한 경우에, 채무자는 이를 반환청구할 수 있는지의 문제에 대하여 판례가 일관하여 이를 부인하여,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음은 소수의견에서 밝히는 대로이다. 나아가 大判 62.4.26, 4294민상1542(集 10-2, 248)이 채무자가 채권자와 합의하여 제한초과의 이자채권을 상계한 경우에도 그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당시의 다수설은 제한초과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하여 판례의 태도에 찬성하였다. 이 입장에서는 나아가 이러한 반환청구를 인정하면 오히려 서민들의 신용획득을 막게 되는 폐해를 가져온다고 하거나, 또는 일단 임의로 지급한 이자를 나중에 반환청구하는 것은 선행행태에 모순되는 것으로서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들기도 하였다. 3. 판례가 종전의 이자제한법 아래서 위와 같은 태도를 취한 것에는 일본의 영향이 있지 않았나 추측된다. 일본의 舊 利息制限法(1877년 제정)은 그 제한에 위반하는 약정의 효력에 대하여 “재판상 무효인 것으로 하고 각 그 제한까지 삭감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제2조). 여기서 ‘재판상 무효’의 의미에 대하여는 논의가 있었으나, 판례는 초과이자의 지급은 소구할 수 없으나 임의로 지급한 것의 반환도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석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이자제한법이 제정되기 전에 시행되던 利息制限令(1911년 制令 제13호)은 제한 위반의 이자약정은 「무효」라고만 규정하였음에도, 日政時代 이래 판례는 그 적용에 있어서 위의 일본판례와 같은 태도를 취하였고, 이는 종전의 이자제한법 아래서도 견지되었다. 그 후 일본에서는 1954년에 ‘이식제한법’이 새로 제정되면서, 제한초과의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었다(제1조 제2항). 그런데 그 후 일본의 最裁判(大法廷) 1964.11.18(民集 18, 1868)은 위 규정은 반환청구에만 적용이 있으며 제한초과이자는 원본에 충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最裁判(大法廷) 1968.11.13(民集 22, 2526)은 위와 같이 초과지급부분을 원본에 충당하여 가서 결국 원본이 완제된 후에는 이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였다. 그 이유는 위의 규정은 원본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원본채권이 없어지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위 규정은 “판례입법이라고 할 일련의 판결에 의하여 사실상 개정된 것에 가깝게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林良平 등, 債權總論, 제3판(1996), 56면). 4. 생각해 보면, 불법원인급여는 급부가 범죄를 조장한다든가 도덕관념에 비추어 용납될 수 없는 행위(또는 그러한 행위의 지속)를 유인하는 등으로 급여의 원인에 윤리적인 비난을 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인정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제한이율을 넘는 이자를 지급하여서라도 금융을 얻으려 하였던 차주가 그 약정대로 이자를 지급한 것에 윤리적인 비난가능성이 있다고 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그러니 그의 이자지급에 무슨 「불법의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전의 판례에 반대하여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는 제한초과의 이자가 임의로 지급되더라도 “그 불법원인은 이자수령자에게만 있을 뿐”이라고 하여(민법 제746조 단서)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제한초과의 이자를 지급한 것은 단순한 비채변제로서 당연히 반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반환청구를 인정한다고 해서 서민들의 신용획득을 막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적어도 오늘날의 사정 아래서는 입증되지 아니한 가설에 그친다. 오히려 채무자를 과도한 이자의 부담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종전의 이자제한법의 입법취지는 제한초과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도 그에게 반환청구를 인정하는 방법으로 관철되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채무자는 同法의 보호를 받고, 오히려 이자를 약정대로 지급한 채무자는 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 것은 균형에도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는 이 경우 채무자의 초과이자지급이 단순한 비채변제라고 해도 채무자는 그 지급의무가 없음을 알면서 이를 지급하였으므로 그는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할는지 모른다(민법 제742조 참조). 그러나 비채변제의 반환청구가 배제되려면, 변제자가 지급 시에 채무의 부존재를 확정적·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어야 하고, 단지 채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나 그것을 인식하였어야 했다는 과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설령 변제자가 채무 없음을 적극적으로 인식하였다고 해도 채무자가 변제해야 할 만한 합리적 사정이 있으면 반환청구는 배제되지 않는다고 해야 하는데, 그 합리적 사정이란 통상 전형적인 힘의 불균형이 있으면 긍정되어야 하는 것이다(이상에 대하여는 民法注解[XVIII], 392면 이하(梁彰洙 집필) 참조). 5. 이자제한법이 폐지되어 이자 제한의 강행규정이 없어진 이상 이제 과도한 이자에 대한 규율은 민법 제103조의 문제가 되었다. 물론 민법 제104조의 적용도 고려될 수 있으나, 그 주관적 요건을 주장·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통상 민법 제103조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외국의 예를 보면, 원래 이자제한법이 없는 한편 우리 민법 제103조와 제104조와 동일한 내용의 규정을 그 민법 제138조 제1항, 제2항으로 두고 있어서 우리의 법상태에 가장 가깝다고 할 독일의 경우에도, 과도한 이자에 대한 판단기준은 위 민법 제138조 제1항이라고 한다(우선 Palandt, BGB, § 138 Rn.25(65.Aufl., 2006, S.129) 참조). 그런데 독일에서는 그러한 과도한 이자를 이유로 위 민법 제138조 제1항이 적용되는 경우(이른바 폭리적 소비대차 Wucherdarlehen 또는 과도한 이자약정 uberhohte Verzinsung)에는 이번의 대법원판결이 과도한 이자약정부분만을 무효로 하는 것과는 달리 이자약정을 포함하여 소비대차계약 전부가 무효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주가 바로 원본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고 借主는 약정기한까지 원본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러한 민법 제138조 제1항의 적용으로 의도하는 차주의 보호가 실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貸主는 그에 대하여 아무런 이자도 청구하지 못하며, 이는 이자약정(이 역시 무효인 것이다)에 기하여서는 물론이고 부당이득을 이유로 하여서도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대주가 이제 과도이율이 아니라 통상적 이율에 의하여 산정한 원본 사용료 상당의 금전의 지급청구를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음을 승인하는 것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사람에게 법의 구조를 거부하는 불법원인급여제도의 정신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상이 판례(BGH NJW 1989, S.3217 등)의 태도이고 학설에서도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견해이다(우선 Larenz/Canaris, Lehrbuch des Schuldrechts, Bd.II/2, 13. Aufl.(1994), § 68 III 3 c (S.163f.) 참조). 그리고 독일에서는 위와 같이 양속 위반을 이유로 무효인 소비대차에서 차주가 이미 지급한 이자는 당연히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우선 Palandt, 전게서, § 817 Rn.10(S.1212), Rn.21(S.1213)를 보라). 위와 같은 폭리적 소비대차는 이자를 지급하였고 이제 그 반환을 구하는 차주의 입장에서는 애초 독일민법 제817조 제2문에서 정하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데 異論이 없다. 독일민법 제817조는 그 제1문에서 “급부의 목적이 수령자가 그 급부를 수령함으로써 법률상의 금지 또는 선량한 풍속에 위반하게 되는 것인 때에는 급부수령자는 반환의 의무를 진다”고 하고, 이어서 제2문은 “급부자도 역시 이러한 위반을 범하게 되는 때에는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 제812조 제2문이야말로 불법원인급여로 인한 반환청구 배제를 정하는 것으로서 우리 민법 제746조에 해당하는 것이다(이와 같이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법규정에서 원칙/예외의 구성은 우리 민법 제746조와는 반대이다). 그런데 폭리적 소비대차의 경우에 借主는 동 제1문에서 정하는 바의 위반을 범한 것이 아니므로, 위 제2문의 ‘역시’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Larenz/Canaris, 전게서, 동소 참조). 6. 우리의 경우에 민법 제103조를 적용하되 과도한 이자약정에 대하여 과도한 부분에 한한 무효를 인정하는 것은 우리 법원의 일부무효법리 운용의 실태에 비추어, 또한 이자제한에 관한 법적 규율의 역사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는 태도이다. 그런데 그 경우에 그 무효인 부분에 해당하는 이자가 이미 지급되었으면 借主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야 함은 이자제한법이 있거나 없거나 다를 바 없으며, 이는 독일의 예에 의해서도 뒷받침되는 바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다수의견이 말하는 바와 같이 차주에게도 「불법의 원인」이 있는데 그 불법성의 정도가 貸主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물론 그러한 이른바 위법성비교론은 이번 판결이 말하는 대로 大判 93.12.10, 93다12947(集 41-3, 319)에서 처음으로 채택된 이래 大判 97.10.24, 95다49530(공보 하, 3570)(사기도박의 피해자가 도박채무의 변제로 유일한 재산인 주택을 양도한 사안); 大判 99.9.17, 98도2036(공보 하, 2267)(포주가 보관 중인 윤락녀의 화대를 임의소비하여 횡령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원심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반환청구할 수 없으므로 포주가 애초부터 그 금전의 소유자라고 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였다) 등에서 적용되어, 불법원인급여제도의 허점을 메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필자도 그 자체에는 찬성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된 폭리적 이자약정의 경우에는 독일에서와 같이 그 불법성이 폭리를 취하는 측에게만 있다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7. 한편 국회는 2007년 3월 6일에 이자제한법을 통과시켜 약 9년만에 이자에 대한 일반적 규제를 부활시켰다. 그 중에는 “채무자가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초과 지급된 이자 상당 금액은 원본에 충당되고, 원본이 소멸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제2조 제4항). 이 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나, 그 시행 전에 성립한 대차관계도 그 시행일 후부터는 이 법에 따라야 한다(부칙 제1항, 제2항). 그러므로 실제 사건에서 위의 새로운 이자제한법 규정에 의한 원본충당이 아니라 이 대법원판결이 밝힌 반환청구 허용의 법리가 적용되는 예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대법원판결은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효과 일반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공서양속의 위반은 여러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에는 暴利型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 그러한 유형에서는 비록 민법 제104조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민법 제103조의 적용으로 무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판결의 논리를 보다 일반화하면, 이러한 폭리형 법률행위로 불이익을 당한 당사자는 자신이 행한 급부를 부당이득을 이유로 폭리자에 대하여 반환청구할 수 있으며, 불법원인급여는 그 청구를 배제할 사유가 못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민법 제104조가 직접 적용되는 경우에도 타당함은 물론이다.
2007-04-02
재량면책 및 일부면책의 가부
[사실관계] 김씨는 돈을 꾸거나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생계를 꾸려오다 대출금을 갚지 못할 처지가 되자 속칭 ‘카드 돌려막기’와 ‘카드깡’으로 이자를 변제해 왔으나, 그 후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가 축소되면서 파산하였다. 또한 김씨는 아파트 보증금을 빼내 다른 채권자들 모르게 처제에게 꿨던 500만원을 변제하기도 하였다. 한편 김씨는 만성적인 신장질환 및 당뇨증상으로 인하여 지속적인 치료비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질병 악화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수급자로서 2명의 어린 자녀를 부양하는 처지에 있다. [원심결정(전주지방법원 2006. 5. 26.자 2004라123 결정)의 내용] 위 김씨의 각 행위가 구 파산법(2006. 4. 1. 법률 제7428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산법’이라 한다) 제346조 제1호, 제367조 제1호 내지 제3호 소정의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다음, 김씨와 그의 어머니의 치료비가 많이 지출된 점, 신용카드 사용액의 상당 부분을 현금서비스에 대한 이자 변제에 사용한 점, 김씨가 질병의 악화 등으로 인하여 직장을 구하지 못하여 파산에 이르게 된 점, 항고인의 수입과 생활정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재량으로 면책결정 확정시의 원금·이자·지연손해금의 합계액 중에서 이자·지연손해금 전액과 원금의 70%에 해당하는 돈과 그 나머지 원금 30%에 대하여 면책결정 확정일 다음날부터 3년을 경과하는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에 한하여 면책을 허가한 제1심 결정을 정당하다고 보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에 대하여 김씨는 채무의 일부만을 면책하고, 나머지에 대한 면책을 허가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재항고하였다. [대법원 결정 내용] 구 파산법 제346조의 해석상, 법원은 같은 조의 각 호에서 정하는 면책불허가사유가 있는 경우라도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면책을 허가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그와 같은 재량면책을 하기로 결정함에 있어서 그 불허가사유의 경중이나 채무자의 경제적 여건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채무액의 일부만을 면책하는 소위 일부면책을 할 수는 있을 것이나, 채무자의 경제적 갱생을 도모하려는 것이 개인파산제도의 근본 목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채무자가 일정한 수입을 계속적으로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잔존채무로 인하여 다시 파탄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점에 대한 소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일부면책이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재항고인은 위 사실관계와 같은 처지에 있는바, 사정이 그와 같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항고인은 앞으로도 상당한 정도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쉽게 예측하기도 어렵고, 따라서 판시 잔존채무를 남겨둘 경우 다시 파탄에 빠지는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잔존채무에 대하여 면책을 허용하지 아니한 원심결정에는 재량면책의 허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결정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 [평석] Ⅰ. 대상 결정의 의의 면책(discharge)은 파산절차상의 배당에서 변제되지 않은 채무자의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특정한 요건(면책불허가사유의 부존재)하에서, 한편 특정한 채권(비면책채권)을 제외하고, 재판에 의하여 채무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면책의 목적은 채무자에 대하여 경제적 새출발(fresh start)의 길을 마련해 주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면책에 대하여 하급심 단계에서 재량면책 및 일부면책에 관한 판단은 다수 있었지만, 위 대상 결정은 대법원 단계에서의 재량면책 및 일부면책에 관한 최초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Ⅱ. 재량면책의 가부 법원은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면책불허가의 결정을 할 수 있다(구 파산법 제346조). 그리하여 법원은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면책을 허가하여야 한다(구 파산법 제346조에 대응하는 새로 시행되고 있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신법’이라 한다) 제564조 제1항 참조). 참고로 보면, 현재 신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구 파산법에 의하여 파산신청을 한 사건은 경과조치에 의하여 구 파산법에 의하므로(신법 부칙 제3조) 위 사건은 구 파산법에 의한다. 한편 형식적으로는 불허가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법원은 반드시 면책불허가의 결정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량에 의하여 면책을 허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보통 재량면책이라고 한다. 구 파산법은 이러한 재량면책에 대한 명문의 근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지만 해석상 이를 인정하였고, 실무상으로도 재량면책을 허용한 하급심 재판례가 다수 있었다(서울지방법원 2002. 1. 11.자 2001라4634 결정 등). 이번 신법 제564조 제2항에서는 직접 그 허용성을 위와 같이 규정하여 명문화하였다. 생각건대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되는 사실이 경미한지 여부,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위와 목적, 채무가 증가하게 된 경위, 채무변제를 위하여 실제 기울인 노력, 파산채권자 측의 사정과 채권추심 상황, 채무자의 친족 등의 채무변제에 대한 협조 그 밖의 채무자의 재기에 대한 의욕과 가망성의 유무, 채권자의 이의신청 유무 등 파산선고 후의 사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재량에 의한 면책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즉 면책을 채무자의 경제적 새출발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되는 사실이 있더라도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넓게 재량에 의한 면책을 인정하여야 하므로 위 대상결정이 재량면책을 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은 타당하다. Ⅲ. 일부면책의 가부 불허가사유의 존재의 유무를 심사하여 불허가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대로 기계적으로 (권리)면책이 허가되고, 한편 불허가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이를 전제로 재량에 의한 (전부)면책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면책을 허가하는 것이 상당하지 않은 경우에 (전부)면책이 허가되지 않는 반사적 결과로 면책불허가의 결론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재량면책에서 나아가 잔존채무의 일부에 대하여만 (일부)면책할 수 있는가하는 일부면책의 문제가 등장한다(이에 대하여 자세히는 전병서, ‘파산에 있어서 일부면책’, 민사소송(Ⅱ)(1999), 605면 이하 참조). 실무상으로 종래 일부면책을 허용한 하급심 재판례가 다수 있었고(서울지방법원 1998. 12. 8.자 98파6079(98하35) 결정 등), 위 대상 결정에서도 재량면책을 하기로 결정함에 있어서 그 불허가사유의 경중이나 채무자의 경제적 여건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일부면책을 할 수는 있다고 하면서, 나아가 채무자가 일정한 수입을 계속적으로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잔존채무로 인하여 다시 파탄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점에 대한 소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일부면책이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언급하여 일부면책의 기준 내지는 요건으로 일정한 수입을 계속적으로 얻을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물론 사안의 재항고인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원심이 일부만을 면책결정한 점은 잘못이라고 대상 결정은 설시하고 있는데, 채무자의 경제적 재출발과 관련하여 대상 결정의 그러한 판단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면책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나아가 그 전제로 일부면책의 기준 내지 요건으로 밝힌 일정한 수입을 계속적으로 얻을 가능성에 대하여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이번 신법의 입법과정에서 일부면책에 대한 법률상 명문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 바 있었고, 이에 대하여 의견이 나뉘었다. 결국 신법에서는 최종적으로 일부면책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지는 않았다. 물론 명문의 규정을 신설하지 않은 것이 일부면책의 여지를 전혀 남겨두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을 수 있지만, 한편 구 파산법 제349조(마찬가지의 규정인 신법 제566조)에서 면책의 효력은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등에 비추어 일부면책을 인정하는 입장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반론도 있다. 재량에 의한 (전부)면책을 허가하는 것이 상당하지 않은 경우에 그 결과로 면책불허가로 결론짓게 되는 과정에 융통성을 부여하는 해결방법으로서 일부면책의 의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는 아무래도 일부면책의 기준이나 요건이 애매하고, 한편 2004년 9월부터 개인채무자회생법상 개인회생절차가 마련되었으므로(그 내용은 신법에서는 제4편에서 규율) 면책불허가사유가 있지만(개인회생절차에서는 과다한 낭비·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한 경우 등은 면책불허가사유가 아니다) 일정한 수입이 있어서 채무의 일부를 변제할 수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는 일부면책보다는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여(변제계획에 따른 채무변경이 일부면책과 마찬가지 기능을 한다) 경제적 새출발을 도모하도록 하는 것이 적당하므로 일부면책을 인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최근의 미국 파산법의 추세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관련하여 파산남용방지의 입장에서, 장래 수입이 있으리라고 보여서 채무자가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함에도 불구하고,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지 않고 파산절차를 신청하는 경우에 대하여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Ⅳ. 마치며 재량면책에 대하여 그 허용성을 밝힌 점은 타당하다. 나아가 사안에서 원심은 일부만 면책하였는데 면책하지 않은 나머지 30% 금액이 얼마인지 나타나 있지 않지만 그 금액이 상당히 크다면 실질적으로 면책불허가와 다름없는 상황인바, 사실관계에 비추어 채무자의 경제적 재출발과 관련하여 일부만 면책한 점은 잘못이라고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은(사안에서는 결국 전부면책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면책은 채무자가 일정한 수입을 계속적으로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잔존채무로 인하여 다시 파탄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점에 대한 소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설시 부분에 대하여는 완전히 찬성할 수 없다. 채무자가 일정한 수입을 계속적으로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일부면책보다는 개인회생절차 쪽으로 채무자를 유도해 나가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부면책이 아니라, 채무자의 경제적 재출발과 관련하여 사정에 비추어 전부면책을 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생각건대 2004년 9월부터 개인회생절차가 창설되었고, 이러한 입법의 흐름에 비추어 개인회생절차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참고할 것은 이번 신법 제309조 제2항에서, 법원은 파산신청이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심문을 거쳐 파산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는 규정 및 신법 제559조 제1항 제2호에서, 파산절차의 신청이 기각된 때에는 면책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하였다는 점이다.
2006-10-19
함정수사 허용한계와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효과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 대법원 제3부 2005.10.28선고 2005도1247판결 원심은 피고인 甲, 乙을 히로뽕 수수 및 밀반입 사실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사전에 히로뽕 매수, 밀반입 의사가 없었으나, 甲의 애인 A가 ‘서울지검 마약반 정보원 B가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되어, 마약반에서 B의 공적을 만들어 빼내려 한다. 이에 필요한 히로뽕을 구해 달라. 검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고 구입자금까지 교부, 甲에게 부탁, 甲은 이들을 돕기로 하고 乙에게 사정을 설명, 히로뽕 매입을 의뢰하여 乙이 히로뽕을 구입, 甲에게 교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주장, 상고하였다. 상고심(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은 위 주장의 가능성을 인정, 함정수사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에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 파기 환송하였다. 환송 후 원심(서울고법2005.1.28선고 2004노1222판결)은 사전에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 범의를 유발, 범행에 이르게 하여, 공소제기 함은 적법한 공소제기로 볼 수 없어, 공소제기절차가 법률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상고심은「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고 하여 상고 기각하였다. II. 대상판례의 검토 1. 함정수사의 의의와 적법성 판단 함정수사(陷穽搜査)란 수사기관 또는 그 협력자가 범행을 유발하여 그 실행을 기다려 이를 체포하는 등의 수사방법으로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영미에서는 sting operation, undercover investigation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통상 뇌물수수, 매춘, 도박, 약물범죄 등 범행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외부포착이 어려운 유형의 범죄행위 검거에 활용되는데, 조직범죄나 테러 등에 대한 수사기법으로서도 활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수사의 상당성 및 신뢰원칙에 따라,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사법적 신뢰(judicial integrity)에 위배될 수 있어, 허용한계와 함께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법적효과가 주로 논의되어 왔다. 2. 함정수사의 허용한계 가.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함정수사의 허용한계와 관련, 한국 및 일본의 학설, 판례에서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견해(일본하급심판례 중, 함정수사는「국가가 일면에서는 범인을 제조하고 타면에서 이를 체포하는 극단의 모순적 조치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木黃浜地判昭和26·6·19裁判所時報87·3頁; 木黃浜地判昭和26·7·17高刑集4卷14·2083頁)나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견해(다만,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타인의 유혹에 의하여 범의를 발생되거나 강화된 자가 범죄를 실행한 경우, 일본형사법 상 그 유혹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범 또는 종범으로 죄책을 부담함은 별론 으로, 그 타인인 유혹자가 일반사인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는 점만으로 그 범행 행위자의 범죄구성요건해당성 또는 책임성이나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공소제기절차규정에 위반 또는 공소권이 소멸된 것이라 할 수 없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最決昭和28·3·5刑集7卷3號482頁; 最判昭和29·8·20刑集8卷8號1239頁; 最決昭和29·9·24裁判集刑事98號739頁; 最決昭和36·8·1裁判集刑事139號1頁)는 찾아보기 어렵고, 통설은 기회제공형 및 범의유발형으로 구분하여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위법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176면 이하; 福井厚, 刑事訴訟法講義 第2版, 東京 : 法律文化社, 2003, 82-83頁; 대법원1963.9.12.선고 63도190판결; 대법원 1982.6.8.선고 82도884판결; 대법원1983.4.12.선고 82도2433판결; 대법원1992.10.27.선고 92도1377판결; 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 특히 대법원은 기회제공형을 함정수사의 범주에서도 제외한다.; 일본하급심판례로, 東京高判昭和26·11·26高刑集4卷13號1933頁; 東京高判昭和60·10·18刑月17卷10·92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號248頁). 앞서와 같이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 기회제공형, 범의유발형의 구별 없이 함정수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① 수사절차의 위법이 곧바로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東京高判昭和26·12·11高刑集4卷14·2074頁), ②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이 위법하다면, 이를 교사, 종범으로 처벌하거나 ③ 정상사유로의 참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배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관련판례의 사실관계가 대부분 기회제공형에 해당하고, 최고재판소도 마약거래와 관련 수사정보원을 활용한 사안(最決平成16·7·12刑集58卷5號333頁)에서「직접적 피해자가 없는 약물범죄 등의 수사에서 통상적 수사방법만으로 당해 범죄의 적발이 곤란한 경우, 기회가 있다면 범죄를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함정수사를 행함은 형소법 제197조 1항의 임의수사로서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적법한 함정수사 요건으로 첫째, 약물범죄 등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와 같은 대상범죄에 제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둘째, 통상적 수사기법에 의한 증거수집, 검거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 셋째, 사전에 범행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존 한국, 일본의 관련판례에서 기회제공형이 대부분으로, 위법한 함정수사의 주장이 피고인의 방어방법으로 과연 어느 정도 유용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나. 미국의 entrapment defense ; subjective test 및 objective test 범의유발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의 구분은 미국의 entrapment defense의 영향이라 하겠다. 미국에서 함정수사의 한계에 관한 논의는 1870년대 후반 주 법원 판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1900년대 초까지 미 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진행, 가담에 주목,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않았다(People v. Mills, 178 N.Y. 274, 70 N.E. 786(1904)). 그러나 1932년 Sorrells v. United States(287 U.S. 435, 53 S.Ct. 210, 77 L.Ed. 413(1932))에서 미연방대법원이 후술 주관적 기준을 제시한 이래, 연방하급심 및 주법원에서 이를 원용하기 시작하였다. entrapment defense의 판단요소로 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행위(inducement), ② 함정설정 전 대상자가 갖는 심리적 상태로서의 범행의사(predisposition)를 드는데, 위 판단요소 중, 중점대상에 따라 주관적 기준(subjective test, Sherman-Sorrells doctrine),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 hypothetical person approach), 절충적 기준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다수설인 주관적 기준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도 불구, 피고인이 이미 범행의사를 갖는 경우(ready and willing by the time), 당해 함정수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실체형벌법규의 입법자는 수사기관에 의하여 창출된 범죄행위까지 처벌할 것을 상정하지 않은 점을 논거로 한다(실체법적 접근).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우월적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설정을 입증하면, 검찰 측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정도로(beyond reasonable doubts)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를 입증하는 공방(攻防)구조를 뛴다. 문제는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 입증에 과거 범죄경력, 악성격, 평판, 취향 등 부당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유사사실증거 등이 원용되며, 피고인의 심리적 상태라는 모호한 기준에 의존하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 객관적 기준은 entrapment defense는 위법한 수사의 제어를 목적으로, 위법한 수사관행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승인할 수 없는 점에서(절차법적 접근), 평균적 일반인을 상정, 수사기관의 구체적 함정설정행위를 고려, 범행의사를 갖지 않은 자가 범행에 이를 정도의 실질적 위험(substantial risk)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Model Penal Code §2.13). 객관적 기준에 의하면 주관적 기준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실질적 위험역시 모호한 기준이며, 상습적 범죄자에 대한 대처, 범행의사여부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실질적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예와 같이 오히려 부당하게 함정수사가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대폭 확장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우편에 의한 아동포르노물의 유통과 관련(Jacobson v. United States503 U.S. 540, 112 S.Ct. 1535, 118 L.Ed.2d 174(1992)), 미연방대법원은 종전 주관적 기준과 달리,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판단에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정, 범행에 개입형태 및 기간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 기준을 일부 수용하여 소위 절충적 기준을 취한 바 있다. 3.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구제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의 구제와 관련, 실체법적 접근에서 ① 가벌적 또는 실질적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신양균, 형사소송법, 서울 : 법문사, 2000, 70면), 절차법적 접근에서 ② 위법한 수사방법으로 국가가 처벌적격을 상실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 ③ 위법한 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로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서울 : 박영사, 2001, 365면), ④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는데, ④의 입장(可罰說. 이재상, 전게서, 179면; 石神千織, 搜査節次におけるおとり搜査, 警察學論集 第58卷 9號, 2005, 164-165頁)은 ①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라도 범죄성립요건이 갖추어진 이상, 무죄판단은 곤란하고, ②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명문의 면소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③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시, 공소기각판결을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고, 수사, 공판절차는 독립성을 갖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에 그대로 인계되지 않는 점(종래 한국 및 일본의 판례 역시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시키는 입장을 일관하였다. 대법원 1992.4.24. 선고 92도256 판결 등; 最判昭和41·7·21刑集20卷6號676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248頁 등) 등을 논거로 비판한다. 그러나 수사, 공판절차가 전혀 무관계한 것은 아니고, 적정절차원칙, 피의자·피고인의 기본권보호라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적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고, 정책적 필요성면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별도로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게재된 때는 이에 따른 공소제기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형소법 제327조 2호)을 할 수 있다고 하겠다(福井厚, 前揭書, 228-229頁). 참고로, 일본 하급심판례 중에 적정절차위반의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東京高判昭和57·10 ·15判時1095號155頁). 4. 대상판례의 의의 방어방법으로 함정수사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은 ① 기존 관련판례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측면보다는 피고인의 범행의사라는 심리적 상태에 주안을 두어, 대부분 사례가 기회제공형으로 판단되었고, ② 통상 함정수사의 원용 시,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논리적 전제가 되는 점 등에 주로 기인한다. 대상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의사 고려 시, 범행자금 및 구체적 범행방법제시 및 대가제공 등 수사기관이 범행의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점을 고려,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 가능성을 지적하여 종래(주관적 기준)와 달리 수사기관에 의한 범행유발의 실질적 위험성을 고려(객관적 기준), 대법원이 판단한 최초의 위법한 함정수사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절충적 기준). 아울러, 위법한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효과와 관련,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한 원심을 지지하여,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하던 기존시각에 변화를 추측케 한다. 장래 판례축적과 함께, 함정수사의 한계에서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 관련한 구체적 판단기준과 함께 어떠한 경우에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의 효과에 연계될 수 있는지, 추가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2006-01-16
억대 내기골프 무죄판결에 대한 법언어학적 관견
I. 머리말 속칭 ‘스트로크 방식’과 ‘계 방식’에 의한 억대 규모의 내기골프가 도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두고 논란이 많다. 법전문가들은 대체로 수십만원대의 내기골프 까지도 도박죄로 처벌한 대법원의 판례나 종래의 일반적인 법해석론에 비추어 볼 때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튀는 판결’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듯하다. 일반인들의 경우에도 판결을 내린 법관 스스로 제시한 바와 같이 ‘아직까지도 귀족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골프경기’를 하면서 엄청난 액수의 돈내기를 한 것이 도박이 아니라고 한 판결을 선뜻 납득할 수 없다는 여론이 주류인 것으로 여겨진다.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헌법 제 103조)하는 법관이 최고법원의 판례와 다른 또는 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법해석을 하여 독자적으로 판결할 수 있는 가능성과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장황한 해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하급법원의 이른바 ‘튀는 판결’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없다. 적어도 그것이 합당한 이유가 있고, 그 높이와 방향이 적절하다면 법실무상으로는 물론이고, 법이론적으로도 매우 유용한 토론의 기회와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재검토와 수정의 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어느 정도 실험적인 법해석과 그에 수반되는 다소간의 법리적 무리는 법발전에 소중한 자양분이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 역기능에 대한 우려보다는 순기능이 주목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 하에 동 판결이 제공한 토론의 기회와 단서를 선용하는 관점에서 마당을 조금 넓혀서 그 ‘튐’의 법해석론상 의미와 문제점을 검토해본다. II. 판결의 요지 억대 규모의 내기골프라도 도박에 해당되지 아니하기 때문에 무죄로 판단한 동 판결의 논지는 간명하다. 형법 제246조상 도박죄의 구성요건인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행위’(이회창외, 주석형법 IV, 119쪽)인데, 내기골프는 우연이 아니라 내기 참여자의 기량에 의해서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도박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도박은 객관적으로 불확실할 것이 요구되지는 아니하지만 당사자가 주관적으로 확실하게 예견 또는 지배할 수 없는 사실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 즉 화투나 카드, 카지노 등과 같이 ‘지배적이고도 결정적인 부분’이 우연히 결정되는 경우에만 한정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역으로 부분적으로는 사소한 우연이 개입될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정신적, 육체적 역량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경기방식의 내기골프가 도박죄에 해당되는 것으로 본다면 바둑, 장기는 물론이고 국가대표 운동선수에 대한 포상금이나 프로운동선수들에 대한 이른바 성과급 옵션계약 등이 모두 처벌되어야 하는 불합리함이 발생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반문한다. 결국 많은 재물을 건 내기골프는 도덕적으로는 비난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기량과 기능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운동경기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도박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다. III. 평석 1) 일단 사건과 규범의 교차적인 구성관계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도박죄의 구성요건, 즉 ‘도박’의 개념해석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말한다면 동 판결은 일반적으로 법적 결정의 준거로 제시되는 통속적인 의미(natural meaning), 입법자 또는 법률의 의지(will), 독트린(doctrine), 효용(utility) 네 가지 중에 법개념의 통속적인 의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굳이 이른바 Savigny식의 4단계 법해석방법의 틀에 따라 표현한다면 역사적 해석이나 체계적 해석보다는 문리해석과 논리적 해석기술이 우선 적용된 전형적인 해석례로 여겨진다. 법적 결정의 합리성을 뒷받침해 주는 전술한 네 가지 요소들과 법해석의 4단계 또는 7단계 방법들이 서로 유리되어 있거나 또는 배제관계를 전제로 한 선택의 대안으로 주어져 있지는 아니한 바, 설시에 포함되어 있지는 아니하더라도 동 판결에서 법률해석과 법적 추론에서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은 해석방법이나 정당화 요소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지는 아니한다. 우선된 해석방법과 준거를 기초로 한 법해석과 그에 따른 판결의 합리성과 정당성에 대한 반박의 논거로서 상론할 필요는 없고, 행간에 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억대 규모의 내기골프라도 도박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는 판결이 ‘건전한 근로의식의 배양’이라는 입법자의 ‘의지’나(대법원 1983.3.22. 83도2151), 그에 어긋나는 부정적인 ‘효용’을 조장하게 될 위험, 기왕의 일관된 대법원 판례와 대체로 일치된 학설을 통해 정립된 도박에 대한 ‘엄정하고도 단호한 취급의 원칙’(도그마틱)이 부인되거나 완화되어야만 할 사회경제적 상황변화 등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 또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된다. 법적 추론에 있어서 결코 분리,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러한 판단은 사회상황과 사람들의 의식, 여론 등 현실에 대한 진단과 전망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일단 그 판단의 당부에 대한 상론은 약하고, ‘기량과 능력이 아니라 우연에 의해서 결정되는 승패와 관련하여 재물을 거는 경우에만 도박에 해당된다’는 법해석의 방법론적 문제점을 검토해 본다. 2)우선 사전적 의미에서 보면 ‘우연에 의한 승부결정’과 그에 따른 ‘재물걸기’가 도박개념의 핵심이다. 내기골프와 같이 이른바 경기방식에 의한 내기의 경우는 도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은 적어도 이러한 국어사전상의 ‘통속적 의미’에 따르면 일견 적확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법률개념을 표현하는 법학전문언어가 그 어의와 구문이 정확한 규칙을 기초로 하고 있는 엄격한 의미에서의 학문전문언어가 아니고 또한 항상 ‘통속적인 의미’의 통용어를 바탕으로 하여 그 생명력이 유지되고 발전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도 법률언어 역시 통속어와 마찬가지로 2차원의 복합적인 구조와 기능을 갖고 있다. 이 부분의 논의에서 전적으로 아이디어를 의존하고 있는 A. 카우프만(Recht und Sprache, in: Beiraege zur juristischen Hermeneutik, S. 108ff.)의 말을 빌리면 언어는 합리성과 확정성이 작동되는 수평적 차원과 의도성과 은유성이 핵심인 수직적 차원의 복합구조를 갖는다. 그에 따르면 이른바 ‘디지털 언어’에 해당되는 전자의 차원에서는 명료성과 정확성을 지향하는 언어의 표시기능, 후자의 ‘아날로그 언어’의 차원에서는 언어의 초월성과 논리성이 부각되는 의미전달과 상징의 기능이 주목된다. 물론 통용어든 법률언어든 실제로 말해지는 언어에서는 항상 이 두 가지 차원이 서로 교착되어 있다. 말하자면 두 차원은 선택의 대안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소간의 정도 내지는 중점의 문제이다. 이러한 법언어학의 관점에서 보면, 동 판결에서 국어사전적인 ‘통속적 의미’에 준하여 법률언어인 도박의 개념을 보다 명료하게 확정한 것은 ‘디지털 언어’의 표시기능에는 충실한 법해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용어로서든, 법률언어로서든 ‘아날로그 언어’로서의 함의, 즉 의사소통과 상징기능과 그와 관계되는 언어의 전략적인 가치는 전혀 고려되지 못하였다. 말하자면 ‘아날로그 개념’으로서 도박의 ‘통속적 의미’와 법적 의미는 완전히 배제된 디지털 개념의 수평적이고 형식적인 논리적 명료성과 확정성만이 추구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기호로 작동되는 컴퓨터가 사람의 감정과 정서를 담아 맬 수 없는 것은 은유의 깊이와 초월의 높이를 알지 못하는 ‘디지털 언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에서 도박현상에 대한 대다수 구성원들의 정서와 관념과 그것의 사회?경제?문화적 역기능에 대한 정책적 인식과 전망이 담겨져 있는 통용어로서 도박의 개념과 동 판결에서 제시된 법률전문언어로서의 도박의 개념이 얼마나 일치되는지, 또는 두 개념의 세계 간에 거리가 있다면 그것이 합당한 이유가 있는 적절한 정도인지 의문이다. 적어도 설시상으로만 보면 이 부분에 관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3)이러한 고민이 부족한 흔적은 논리해석의 논거로 제시된 다음 반문에서도 잘 드러난다. 프로 운동선수나 국가대표운동선수에 대한 포상금지급 등의 경우를 도박죄로 처벌할 수 있겠는가? 매 홀당 승패에 따라 돈내기를 하는 이른바 Skins골프게임도 도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박세리와 박지은 선수가 재물을 건 골프경기를 하는 경우에도 도박죄가 성립되는 불합리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경우들이 과연 사건으로 주어 진 내기골프와 같게 취급되어야 할 같은 생활사태인가? 위에서 제시된 경우 법적인 근거의 유무를 막론하고 반사회적인 도박성이 부인되는 것은 그 내기재물이 경기 참여자가 직접 거는 것이 아니라, 스폰서를 통해 제공되고 또한 그것은 실질적으로 보면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는 서비스나 국위선양 등의 성과에 대한 소비자나 국민이 제공하는 반대급부이다. 경기결과에 따라 재물의 귀속이 달리 결정되는 것은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정해져 있는 총상금을 공인된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배분하는 것일 뿐이다. 만약에 박세리, 박지은 선수가 공인된 경기가 아니라 직접 다액의 돈을 걸고 사적으로 skins게임을 한다면 그것은 이 판결 사건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도박에 해당된다. IV, 맺는말 전술한 바와 같이 하급법원에서의 ‘튀는 판결’ 자체는 폄하 또는 기피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제는 합당한 이유와 그 높이 및 방향이다. 동 판결은 수십종의 복권사업과 함께 경마, 경륜, 경정 등 사행적인 돈내기 게임이 공인되고 있는 법 및 사회상황에서 적어도 국가의 형벌권의 한계나 형사입법정책적인 차원에서 도박죄의 처벌범위가 제한 또는 분명하게 획정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관점에서는 나름대로 그 ‘튐’의 의미와 가치가 인정된다. 다만 형법해석상 제일의 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법적 안정성이나, 현대 형사법에서 특히 강조되는 사회방위의 요청 등에 동 판결이 얼마나 부합되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일방적으로 법언어의 수평적 차원만을 주목한 디지털 언어 중심의 법해석은 이러한 요청들과 함께 법문화적 요소나 그 핵심을 구성하는 일반시민들의 평균적인 법감정, 입법목적과 취지, 기타 도박현상에 대한 사회정책적 진단과 전망 등을 제대로 담아내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입론의 깊이와 폭이 미흡하였다는 점에서 동 판결의 ‘튐’은 다소 성급하고 과격한 것으로 생각된다.
2005-04-04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경우의 죄책
I. 사실관계의 요지 피고인이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들을 정보처리장치인 현금자동인출기에 투입하고 그 단말기에 미리 알아둔 정보인 위 신용카드들의 비밀번호를 권한 없이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현금서비스를 받은 사실들에 대해 원심은 무죄를 선고. - 판 결 요 지 -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재물에 관한 범죄임이 분명한 이상 이를 컴퓨터등사용사기 죄로 처벌할 수는 없고, 입법자의 의도가 위 죄로 처벌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거나 유사한 사례와 비교하여 처벌상의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우리 형법은 재산범죄의 객체가 재물인지 재산상의 이익인지에 따라 이를 재물죄와 이득죄로 명시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 제347조가 일반 사기죄를 재물죄 겸 이득죄로 규정한 것과 달리 형법 제347조의2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객체를 재물이 아닌 재산상의 이익으로만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재물에 관한 범죄임이 분명한 이상 이를 위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입법자의 의도가 이와 달리 이를 위 죄로 처벌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거나 유사한 사례와 비교하여 처벌상의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와 달리 볼 수는 없다(타인 명의로 무단발급받은 신용카드에 의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134 판결참조). - 평 석 요 지 - 재물의 취득에 해당하고,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볼 수 없어 컴퓨터 등사용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는 문언의 형식적인 의미에 얽매인 것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 성립을 인정 하는 것이 타당 III. 판례평석 (1)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하고 이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47조의 2). 오늘날 은행업무를 비롯한 금전거래분야에서 자금의 관리·결제·이동 등은 사람을 개입시키지 않고도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의해 자동처리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만약 은행의 온라인시스템의 단말기를 조작하여 허위의 입금데이터를 입력하여 예금원장파일의 잔고를 함부로 증액시킨 경우, 기존의 재산죄 구성요건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여기에는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가 없기 때문에 사기죄가 되지 않으며, 재물의 점유이전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절도죄도 성립할 수 없다. 또한 행위자에게 타인을 위한 사무처리자라는 신분이 없기 때문에 배임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개정형법은 자동화된 정보처리장치에 의한 거래형태를 악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꾀하는 행위를 규율하기 위하여 본 죄를 신설한 것이다. 이 죄는 사기죄의 보충규정이다. 따라서 만약 사무처리과정에 사람이 직접 개재하기 때문에 그를 피기망자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직접 사기죄가 적용된다고 해야 한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새로운 법익’을 창설했다기보다는 이미 형법상 사기죄가 보호하고 있는 법익(재산)에 대해 지금까지 형법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행위행태’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 때문에 신설한 것이기 때문이다. (2) 원래 개정형법은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었다. 1995년의 형법개정으로 도입된 제347조의2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독일형법 제263a조에서 착상된 것인데, 이 조항의 도입과정에서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만을 규정하고 ‘진정한 정보의 무권한 사용’이나 ‘변경’이 구성요건에서 누락되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 사건과 같이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지급기 등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를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절도죄로 의율해야 할 것인지 또는 단순히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죄로 평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법리논쟁이 벌어졌었다.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일관되게 절도죄의 입장을 고수하였고(대법원 1998.5.21, 98도321; 1995.7.28, 95도977 판결 참조), 학설은 절도죄설, 컴퓨터등사용사기죄설, 형법상으로는 무죄라는 설 등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입법자는 근래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가 다수 발생하였으나 기존의 법문언으로는 이러한 행태를 포괄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절도죄로 의율하기에도 법리적으로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을 받아 들여, 형법개정법률(2001.12.29, 법률 제6543호)을 통해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는 경우를 구성요건에 추가함으로써(시행일 2002.6.30) 행위태양을 둘러싼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3) 그런데 개정작업에 있어서 입법자의 세심하지 못한 법문언작성으로 말미암아 이제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행위객체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본 죄는 법문언상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행위객체로 하는 순이득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본 사건과 같이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 현금은 일반적으로 재물로 평가되기 때문에 과연 순이득죄인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본 대상 판례는 이에 대해 부정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고, 역시 학설의 다수설도 입법론적으로는 행위객체에 재물을 추가할 필요는 있으나 현행법규의 해석상으로는 본 죄가 순수이득죄이기 때문에 재물인 현금의 인출은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부정설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판례와 다수설의 입장에 서게되면 타인의 신용카드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현금을 먼저 자기계좌에 이체시킨 뒤 인출하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게 되나, 직접 현금을 인출하면 본 죄의 적용가능성은 부인되고 결국 절도죄나 학설에 따라서는 무죄(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 가능성은 남아 있음)로 귀결되는 결과가 된다. 반면 본 죄의 행위객체에 재물도 포함되기 때문에 현금인출이 본 죄에 의해 의율될 수 있다는 견해는 소수설에 불과하다. (4) 생각건대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성질과 조문체계 그리고 입법자의 의사 등을 고려할 때 본 죄의 행위객체인 재산상의 이익에는 재물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즉 본 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은 재물을 포함하는 일반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금전거래분야에 있어서 컴퓨터의 사용으로 인한 새로운 행위태양의 출현으로 기존의 사기죄 규정이 포괄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실관계들을 의율하기 위하여 사기죄의 보충규정으로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모법인 사기죄가 재산상의 이익 외에 타인의 재물을 행위객체로 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유독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서만 행위객체로서 재물을 제외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현금이나 재물은 재산범죄의 종류에 따라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 예컨대 순수한 이익죄인 배임죄(제355조 제2항)에서 행위자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 취득한 대상이 현금일 경우, 이 때의 현금은 재물이 아니고 당연히 재산상의 이익으로 취급된다. 반면 도박죄(제246조)는 법문언상 ‘재물’로써 도박한 경우에 성립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 때 재물의 개념에는 재물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이익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하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 따라서 재물인 현금뿐만 아니라 부동산·동산·채권은 물론 유가증권·무체재산권을 걸고 도박한 경우에도 도박죄는 당연히 성립한다. 이와 같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개념의 폭은 문언의 형식적 의미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해당 범죄의 성질과 관련조문과의 체계를 고려한 합리적 해석을 통해 신축성 있게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본 판례는 본 죄의 해석에 있어서 입법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반면 대법원은 본 죄가 개정되기 이전(즉 2002.6.30 이전)에 타인의 진실한 정보를 권한 없이 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사례에서, 본 죄의 입법취지와 목적을 고려하여 권한 없는 자에 의한 명령 입력행위를 ‘명령을 부정하게 입력하는 행위’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죄형법정원칙에 반하는 유추해석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도 있다(대법원 2003.1.10, 2002도2363 판결 참고). 따라서 본 죄를 해석함에 있어서 입법취지와 목적, 조문의 체계와 범죄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재물을 포함하는 일반 개념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이를 금지된 유추해석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문언의 가능한 의미 내에서의 합리적 해석에 의해 입법자의 올바른 의사를 확인하는 허용된 확장해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넷째, 만약 판례의 입장과 같이 본 사례에서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하지 않게 되면 결국 절도죄의 적용을 고려하게 될 것인데(대법원 2002.7.12, 2002다2134; 1999.7.9, 99도857; 1998.11.10, 98도2642; 1995.7.28, 95도997 판결 참조), 판례의 절도죄설에 대하여는 현금의 점유자인 은행이 현금지급기를 설치할 때 은행의 의사는 누구든지 카드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금을 인출해가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지 진정한 권리자의 현금인출만 허용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무권한자의 현금인출이 점유자의 의사에 반한 절취라고 보기 어렵다는 강력한 이의가 제기되어 있어, 절도죄의 적용에 법리상 많은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사실상 동일한 사안에 대해 행위자가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즉석에서 현금을 인출하면 절도죄가 성립하고, 반면 먼저 계좌이체를 한 뒤 현금을 인출하면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서로 상이한 결론을 취하는 것도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 또한 계좌이체 후의 현금인출은 금융거래의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추적이 용이하나, 현금인출은 추적이 어렵다는 점에서 오히려 후자를 가벼운 절도죄로 의율하는 것이 형사정책적으로도 합리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5)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본 죄를 순수한 이득죄로 바라보고,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권한 없이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재물의 취득에 해당하고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볼 수 없어 본 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와 다수설의 견해는 너무나 문언의 형식적인 의미에 얽매인 것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본 죄에서 재산상 이익은 재물을 포괄하는 일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본 죄에서 현금은 재물일 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이익에도 속하는 것이다. 참고로 독일 형법도 컴퓨터사용사기죄(제263조a)에서 행위객체를 재산상의 이익으로 규정해 놓고 있으나,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한 경우 컴퓨터사용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학설의 견해가 일치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본 사례에서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2003-10-16
하나의 자동차사고에 관여한 공동불법행위자와 보험회사간의 법률관계
1. 들어가며 하나의 자동차사고에 책임보험에 가입된 2이상의 자동차가 공동으로 관여한 경우, 각 보험자의 보상책임의 한도 및 보험자간의 책임분담에 관하여 종래의 판례는 그 사고에 관여한 자동차의 수에 관계없이 ‘피해자를 기준으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5조 및 동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금액을 넘을 수 없으므로 보험자가 지급하는 책임보험금은 피보험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현행 책임보험약관에도 책임보험금은 각 피보험자의 배상책임의 비율로 분담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자동차보통보험약관 제68조 등),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위 판결을 변경하면서 ‘자동차사고와 관련된 자동차마다’ 그 책임보험금의 한도액 범위내에서 각각 보험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는 바(대법원 2002. 4. 18. 선고, 99다38132 전원합의체판결),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자와 보험회사간의 법률관계에 대하여 검토한다. 2. 사건의 개요 (1) ○○보험사(이하 ‘원고’라 함)는 1995년 6월 울산시 남구에서 종합보험과 책임보험의 가입자인 △△화물의 트랙터가 원고 보험사에 책임보험만 가입한 권모씨 소유의 자동차를 들이받아 승용차에 타고있던 윤모씨가 사망하고 우모씨가 중상을 입자 이들에게 위자료와 치료비 명목으로 모두 1억2천4백여만원을 지급한 이후 권모씨도 잘못이 있는 만큼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부담하여야 한다며 권모씨(이하 ‘피고’라 함)를 상대로 이사건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원심판결은 그 구상금을 산정하면서 공제하여야 할 금액을 피고가 원고의 책임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원고가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책임보험금 전액을 공제하는 것으로 판시하였다(부산지법 1997. 9. 9.선고, 97가단5844판결). (2) 이에 대해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자 대법원은 종전 견해와 같이 「피해자 1인이 사망한 경우 ‘책임보험금은 그 사고에 관여한 자동차 수에 관계없이 금 1,500만원을 넘을 수 없다’고 하면서 각 보험사가 부담하는 보험금은 책임보험금과 종합보험금 중 각 보험사의 피보험자측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이므로 피고의 과실비율에 따라 책임보험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하였다(대법원 1999. 2. 5. 선고, 98다22031 판결). (3)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재항소심 법원이 구상금에서 공제되는 금액을 원고가 이미 지급한 책임보험금중 △△화물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보험회사는 재차 상고하였고, 대법원은「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이라 함) 제5조와 같은법 시행령 제3조 1항에 의하면 자동차의 등록 또는 사용신고를 한 자는 반드시 자동차의 운행으로 다른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할 경우에 피해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의 지급책임을 지는 책임보험 또는 책임공제(이하 ‘책임보험’이라고만 한다)에 가입하여야 하고, 피해자 1인에게 지급하여야 할 책임보험금은 사망자의 경우 최고 1,5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자배법 시행령 제3조 1항-1995. 7. 14. 대통령령 제147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 책임보험의 성질에 비추어 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2이상의 자동차가 공동으로 하나의 사고에 관여한 경우, ‘각 보험자는 피해자의 손해액을 한도로 하여 각자의 책임보험 한도액 전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새겨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피고의 과실비율에 따라 책임보험금을 공제한 원심의 판결은 책임보험의 법리를 그르친 잘못이 있으나, 원고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더 불리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02. 4. 18. 선고, 99다38132 전원합의체판결). 본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전합판결’이라 함)은 원고인 ○○보험회사는 △△화물의 보험자인 동시에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 권모씨의 책임보험자이므로 ○○보험회사는 권모씨의 책임보험자의 지위에서 책임보험금의 한도액 전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책임이 있으므로, ○○보험회사의 권모씨에 대한 구상금에서 공제되어야 할 금액도 책임보험금 한도액 전액이라는 것이다. 3. 본 전합판결의 해석 그런데 본 전원합의체가 판시한 「책임보험의 성질에 비추어 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2이상의 자동차가 공동으로 하나의 사고에 관여한 경우, 각 보험자는 ‘피해자의 손해액을 한도로 하여 각자의 책임보험 한도액 전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새겨야 할 것」이라는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어떻게 새겨야 할지 검토한다. 위 전합판결에 대해 ① 책임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라는 판시내용을 중시한다면 ‘피해자의 손해액 범위내라면 공동불법행위자의 각 보험회사는 책임보험 한도액 전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이경재, 손해보험 2002년 9월호(대한손해보험협회), 52~53쪽 참조}. 그러나 이렇게 해석하는 경우 현행 자배법 시행령 제3조에 의하면 책임보험금으로 피해자 사망시 금 8천만원까지 지급하고 있으므로, 가해차량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은 늘어나게 되어 실손보상의 원칙을 규정한 위 시행령 제3조 및 중복보험·초과보험을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669조 내지 제672조의 규정취지에 반하고, 자동차사고 피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며, 도박보험·사기보험화 되는 문제가 생긴다(예컨대 가해차량이 2대라면 1억6천만원, 3대라면 2억4천만원까지 지급됨). 한편 ② 위 전합판결에 대해 책임보험금의 지급은 피해자의 손해액 범위내에서 하라는 판시내용을 중시하여 ‘각 보험회사는 책임보험금 전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으나, 각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의 합계액은 피해자의 손해액의 범위내로 제한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보험회사간 구상관계에 있어 공동불법행위자인 피보험자의 과실비율을 초과하는 책임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회사로서는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법률상책임부분을 초과하여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이상에 따라 구상관계에 있어서는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비율에 따라 각 부담부분을 정하고 있는 기존판례의 태도와 어긋나며, 보험회사 책임보험금으로 다른 불법행위자를 면책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보험회사가 자기 피보험자의 과실에 따른 부담부분보다도 더 많은 보상책임을 부담한다면 자칫 실손보상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예컨대 어느 보험회사에게 자기 피보험자의 과실은 20%인데 불구하고, 전체 손해액 1억원에 대하여 3천만원의 책임보험금이 정해진다하여 3천만원을 피해자에게 전부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피해자는 나머지 80%의 과실로 손해를 일으킨 불법행위자로부터 8천만원의 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으므로, 피해자로서는 1억1천만원을 지급받아 실제손해 1억원을 초과하여 손해배상 및 보상을 받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만약 이 경우 피해자에 대한 실손보상의 원칙을 중시하여 80%의 과실이 있는 불법행위자가 7천만원만 배상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자신의 과실책임이 감면되는 효과가 발생하여 결국 보험회사는 책임보험금으로 다른 불법행위자를 면책시키는 것과 다름이 아닌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초과보험이나 중복보험에 관한 규정 및 자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실손보상의 원칙 및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이념에 따라 ③ 하나의 자동차사고에 관여한 공동불법행위자와 각 보험회사간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있어서 “각 보험회사는 피해자의 전체 손해액을 한도로 하여 자기피보험자의 과실비율에 따른 부담부분범위 내에서 각자의 책임보험 한도액 전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의거하여 다음과 같은 경우, 종전판례에 따른 법률관계와 전합판결에 따른 법률관계를 비교·검토해 보도록 한다. 4. 전원합의체판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자와 보험회사간의 법률관계가. 전체손해액 중 피보험자과실 비율에 따른 부담부분보다 책임보험금 한도액이 많은 경우. <사례> 갑과 을이 교통사고를 통해 공동으로 A라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갑 및 을의 과실비율은 8:2이고, 전체 실손해액은 1억원이며, 약관의 규정에 따른 자동차책임보험금은 각 3천만원이라고 할 때, 갑은 갑、를 보험자로 하여 자동차책임보험 및 종합보험에 가입하였고, 을은 을、를 보험자로 하여 자동차책임보험만 가입한 경우. 이 경우 종전의 판례에 의하면 갑、는 전체 손해액중 갑의 과실비율에 따라 8천만원의 부담부분이 있고, 을、는 2천만원의 부담부분이 있다. 다만 책임보험금을 산정하는데 있어서도 책임보험금은 그 사고에 관여한 자동차 수에 관계없이 각 보험사의 피보험자측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부담하게 되므로, 갑、는 3천만원의 책임 보험금중 80%인 2천4백만원, 을、는 6백만원의 부담을 지게된다. 결국 갑、는 8천만원의 자기부담금중 2천4백만원은 책임보험금으로 나머지 5천6백만원은 종합보험금으로 피해자A에게 지급하면 족 하지만, 피해자가 갑、에게 먼저 전부보상을 청구하는 경우 갑、로서는 실손해액 전부인 1억원을 전부지급하고, 을측의 과실비율에 따른 부담액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을은 을、의 책임보험만 가입하였으므로, 을、에게는 을、가 부담하는 책임보험의 한도액 6백만원만, 나머지 1천4백만원은 불법행위자인 을에게 직접구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합판결에 의하면, 손해의 공평부담과 실손보상의 원칙상 갑、는 전체 손해액중 갑의 과실비율에 따라 8천만원의 부담부분이 있고, 을、는 2천만원의 부담부분이 있으나, 책임보험금은 각 보험회사가 자기 부담범위내에서 전부지급할 책임이 있으므로, 갑、는 8천만원중 3천만원을 책임보험금으로, 나머지 5천만원은 종합보험금으로 부담해야 하며, 또한 을、는 2천만원(자기부담부분은 2천만원이므로)을 책임보험금으로 부담하게 된다. 이때 피해자가 갑、에게 먼저 전부보상을 청구하는 경우 갑、로서는 실손해액 전부인 1억원을 전부지급하고, 을、에게는 을、가 부담하는 책임보험의 한도액 2천만원을 구상하면 족하고, 불법행위자인 을에 대하여 직접 구상할 부분은 없다고 할 것이다. < 표 1 참조>나. 전체손해액 중 피보험자과실 비율에 따른 부담부분보다 책임보험금 한도액이 적은 경우. 이 경우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 위 나의 사례에서 책임보험금의 한도액을 1천만원으로 하여 이를 살펴보면, 종전 판례에 의하면 책임보험금의 한도액을 공동불법행위자 각자의 과실비율에 따라 분담하므로, 갑、는 책임보험금으로 8백만원, 종합보험금으로 7천2백만원을 부담하면되고, 반면 을、는 책임보험금으로 2백만원, 을은 1천8백만원을 부담하면 된다. 반면 전합판결에 따르면 갑은 책임보험금으로 1천만원, 종합보험금으로 7천만원을 부담하고, 을、는 책임보험금으로 1천만원, 을은 자기재산으로 1천만원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 표 2 참조> 5. 본 전원합의체 판결의 문제점 첫째, 본 판결은 자동차운행자라면 자동차책임보험에 강제로 가입하게는 방법으로 자력이 없거나 가해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 자동차 사고피해자를 최소한 보장하려는 자배법의 취지를 과대히 확장하여 피해자 1인을 중심으로 책임보험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보험자를 기준으로 피보험자의 수대로 책임보험금을 결정하도록 한 문제점이 있다(이경재, supra, 53~55쪽 참조). 둘째, 본 판결은 종전 판결을 기초로 작성한 자동차보험보통약관의 효력에 대해 명시적으로 그 효력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그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건에서 본 전원합의체판결을 참조하여 약관의 효력을 무효로 만들 수 있도록 하여 결국 수많은 분쟁을 재연시킬 소지를 만들어 버렸다. 셋째,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자배법 제26조)에 따라 절취차량, 뺑소니차 등에 의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경우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책임보험금 한도내에서 그가 입은 피해를 보상하도록 되어있는데, 정부가 지급해야 할 보상금을 결정할 경우에도 전원합의체 판결을 피보험자를 기준으로 책임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피해자 1인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보상금을 결정한다면 피해자는 불법행위자와 결탁하여 가공의 뺑소니차량을 만들어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사기보험화할 우려를 남겨두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본 전원합의체판결은 전체손해액(1억2천여만원)중 피보험자과실 비율에 따른 부담부분(9천6백여만원)이 책임보험금 한도액(1천5만원)을 초과하고 있는 경우로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책임보험금 한도액이 피보험자의 과실비율에 따른 부담부분보다 큰 경우에 대하여는 판시한 바가 없다. 그러나 자배법상 책임보험취지를 과도히 확장하여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과 사회보장제도의 보완장치라는 책임보험의 취지를 무색케했다는 점과 여러 가지 해석가능성을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완결된 판례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2002-10-07
당구장과 노래방
法律新聞 第2573號 法律新聞社 당구장과 노래방 姜京根 〈숭실대법대교수 법학박사〉 ============ 12면 ============ 현재 93년5월13일선고, 92헌마80결정, 96년2월29일선고, 94헌마13·94헌마213결정결정요지 당구는 과거에는 오락이었으나 현재는 운동으로 규정돼 있어 당구장의 18세미만자 출입금지는 헌법상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 위헌이다. 그러나 노래방의 경우는 입법에서 풍속영업으로 규정, 18세미만자를 출입금지 시킨 것은 위헌아니다평석요지 헌재는 기본권의 본질적 성격에 기초해 판단않고 법이 규정한 범주내에서 그 규정에 따라 헌법적 평가, 법률의 헌법합치적 해석 아닌 헌법의 법률합치적 해석해…당구보다 노래부르기가 더 건전할 수도 있고 유사한 사회·문화적 속성 지니므로 노래방의 경우도 위헌으로 봐야1. 事件의 槪要 당구장과 노래방에 관련된 基本權침해 여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첫 번째로 소위 「당구장」결정인 헌재 1993년5월13일 선고, 92헌마80결정을 내렸으며 두번째와 세 번째는 소위 「노래방」결정인 헌재 1996년2월29일선고, 94헌마13결정과 그와 같은날 선고된 94헌마213결정을 내렸다. (1) 당구장 事件의 槪要는 1992년4월2일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8조 및 동 시행규칙 제8조제1항의 규정에 의거, 서울특별시장으로부터 체육시설업 신고필증을 교부받고 주소지에서 「응암당구장」을 경영하는 請求人은, 위 법 시행규칙 제5조 소정 체육시설업의 시설, 설비, 안전관리 및 위생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별표1) 2. 안전관리 및 위생기준(체육시설업자의 준수사항) (2) 개별기준 자. 당구장업 3)『출입문에 18세 미만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표시를 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청구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하여 같은 해 4월18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헌법재판소 판례집 제5권1집(1993년), 368면 참조). 이에 대하여 憲裁는, 이 규칙이 청구인의 헌법 제11조제1항의 평등권과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어 違憲이라고 하였다. (2) 노래방 事件의 槪要는, 94헌마13결정에서 1993년11월25일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제1항 및 제4항의 규정에 따라 성남남부경찰서장에게 노래연습장 영업신고를 하여 풍속영업신고필증을 교부받은 후 성남시에서 쌍쌍노래연습장을 경영하고 있는 請求人은, 위 법 제3조제5호, 동법시행령 제5조제6호, 동법시행규칙 제8조제1항의 풍속영업소에 대한 행정처분기준 (별표3)에 수록되어 있는 2. 개별기준의 마. 노래연습장 (1)의 (다)부분의 규정에 의하면 노래연습장의 경우 18세 미만자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어,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하여 1994년1월24일 헌재에 이 사건 헌소청구를 하였다(헌재판례집 제8권1집(1996년), 130면 참조). 이에 憲裁는 이 규칙조항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却下하고, 법령조항들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없다 하여 棄却하였다. (3) 94헌마213결정의 事件의 槪要는, 1994년8월23일 부천중부경찰서장에게 노래연습장 영업신고를 하여 신고필증을 교부받은 후 부천시에서 「불러」라는 노래연습장을 경영하는 請求人은, 위 풍속영업법 제2조제6호, 법시행령 제2조제5호 규정에 의하여 풍속영업법 소정의 풍속영업에 포함되어 법시행령 제5조제6호에 따라 노래연습장에는 18세 이상의 보호자나 친족 또는 감독자를 동반하지 않은 18세 미만의 자를 출입시킬 수 없고, 법시행규칙 제4조제1항제5호에 의하여 9시로부터 24시까지로 영업시간이 제한되는 바 이같이, 노래연습장을 풍속영업의 범위에 포함시켜 원칙적으로 18세 미만의 자의 출입을 금지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위 법규들이 청구인의 평등권, 직업수행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하여 1994년10월4일 이 사건 헌소청구를 한 것이다(8권1집, 150면 참조). 이에 憲裁는 위 법 제2조제6호에 대한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却下하고, 같은 법률시행령 제2조제5호, 제5조제6호 및 같은 법률시행규칙 제4조제1항제5호 각 부분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棄却하였다(8권1집, 169면 참조). 2. 論議의 焦點 위의 사안을 本案에 대한 헌재 판단을 중심으로 살펴볼 때 『헌재 결정이 당구장과 노래방이 각각 지니는 사회·경제적 생활단위로서의 評價를 均衡있게 하여 각 영업자의 영업의 자유와 18세 미만자의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이 매 경우마다 그 제한에 있어서 「實際的 調和」(praktischer Konkordanz)를 이루었는가의 여부」가 문제된다. 그런데 헌재는 기본권이 지니는 본질적 성격에 기초하여 각 경우의 헌법 위배여부를 판단했다기 보다는 법이 규정한 범주내에서 그 실정법적 규정내용에 따라 각 규범의 헌법적 평가를 내림으로써, 모법 위임의 한계 일탈 여부, 직업선택의 자유 내지 행복추구권 위배여부에 대한 헌법적 판단의 當否에 대해서 헌법의 規範力(normative Kraft)이 지니는, 그 憲法實現(Verwirklichung der Verfassung)이라는 측면을 놓쳤다고 본다. 3. 判斷基準의 客觀性 缺如 (1) 당구장과 노래방 결정에서, 헌재는 그 각 개념과 그에 기초한 영업에 대한 객관적인 사회·경제 그리고 문화적인 인식에 관하여 명확한 입장을 개진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법규범에 의하여 설정된 槪念 標識를 不可逆의 根據로 삼고 그러한 법개념적 기초하에서 문제를 바라 보는 것이다. 『문제의 해결방향은 당구가 과거에는 오락이었으나 현재는 운동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토대위에서 구해야 할 것』(5권1집, 375면)이며 그렇게 때문에 『오락적 요소를 강조한다면 오락이고 운동적 요소를 강조한다면 운동』(위 376면)인데 『입법적(법률)는 종래 당구를 오락 내지 유기의 일종으로 보고…현재는 운동 내지 체육의 범주에 속하는 것』(위 같은 면)으로 보기에 『당구는 운동량이 많지 않을 지라도 운동의 일종임이 「분명」한 것으로 판단』(위 377면)된다고 하는 論旨가 그것이다. (2) 물론 문제된 사안이 시행규칙에 대하여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는 전제가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그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법률규범의 실현에 따르게 되면 이미 입법적으로 내려진 결론에 꿰어 맞추는 憲裁 論調가 되는 것이다. 즉 당구는 신체운동, 정신집중, 성격의 침착, 짧은 시간에 스트레스 해소, 기분전환, 여가선용 등의 긍정적 기능이 있다고 하면서(위 377면), 그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도 『비용부담 문제는 승마장이나 골프장에 비하여 반드시 과중하다고 하기 어렵다』(위 377-378면)라고 옹호하며(굳이 비교대상을 승마나 골프로 특정해야 하는 지에 대한 객관적 납득이 어려우며 과연 18세미만자의 몇 명이 승마 내지 골프를 여가선용으로 하는가? 대개는 탁구장이나 거리 농구 등을 하는 것이 아니던가), 나아가 『음주, 흡연이나 도박의 문제도 당구장에 「한해서」문제되는 것은 아닐 것이고…당구장에 관한 부정적인 시각은 당구 자체의 속성에서 유래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주로 「당구장의 시설·환경과 출입자의 성분」때문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에…(학교와 당구장간 거리유지, 사회적 책임을 당구장 경영자에게 강조, 당구장 시설환경의 획기적 개선, 교사나 선도위원들의 적정한 계도방법 모색, 학교·직장의 당구부, 청소년 전용당구장 설치 등과 같은)…적극적인 해결방안을 우선적으로 모색해 보는 것이 「입법목적에 부응」하는 것이라 할 것이며, 그러한 시도조차 없이 무조건 18세 미만자의 출입을 봉쇄하는 규제방법은 합리적이라 하기 어려운 것』(위 377-378면)이라고 한다. (3) 위 (2)에서와 같은 논지는, 그렇다면 당구장의 경우와 유사한 사회·문화적인 속성을 지닌다고 보여지는 노래방의 경우에도 역시 적용되어야 사안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헌재는 노래방의 경우 입법에서 이를 풍속영업에 속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는 점만을 강조하여, 처음부터 노래방을 유해한 것으로 보는 그 「입법목적에 부응」하는 해석을 행한다. (4) 예컨대 94헌마13 노래방 결정에서의 노래연습장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도 않고 성급하게 그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면서 『18세 미만자를 노래연습장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폐쇄성, 선정성, 감수성 예민, 범죄나 비행 유발 등의)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8권1집, 139∼140면)고 하면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며, 그 방법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도(위 140∼142면), 『청소년의 출입을 허용하면서도 강력한 행정적, 형사적 단속을 하는 것』은 현재의 행정능력으로는 어려우며… 국민의 조세부담이 커지고(과연 국민의 세부담까지 이 사안에서 다루어야 하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하루 아침에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점이고 (왜 이렇게까지 비관적으로 인식해야만 하는 것일까? 당구장 결정에서 보이는 위 (2)의 극히 낙관적인 자세를 볼 때 아무래도 「立法目的」이라고 하는 先認識에 의하여 헌재 재판관들의 「憲法判斷」이 영향받는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렇게까지 확신하여 강조할 수 있을까)이라고 하는 것이다.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여부(위 142∼144면)역시, 사회통념, 비행 유발가능성의 존재, 역시 성인들을 주고객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 여건, 개선 기대의 어려움 등에 비추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는 바, 94헌마213결정 역시(위 164-169면)노래연습장의 밀실적 구조, 비교적 선정적, 향락적인 영업실태 등 「客觀的인 統計등에 의하여 檢證」되지 아니한 채 헌재 재판관들의 情緖的 判斷에 기초하여 그 판단기준을 삼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위 94헌마13결정과 다르지 않다. (5) 위 당구장 결정과 노래방 결정에 있어서 헌재가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論理의 課程은 다분히 헌법이 아닌 立法에 제시된 目的指向的이라는 평가를 아니할 수 없다. 즉 母法에서 당구장 영업을 오락이 아닌 운동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소지를 가능한 인정치 않으려는 意圖가 전체적인 흐름으로 잡히고 있는 것이라든지, 모법에서 노래방을 풍속영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는 가능한 제한해도 합헌적일 수 있다고 하는 논조인 것이다. 과연 이런한 헌재의 法規해석이 憲法合致的 法律解釋의 범주에 들어 간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다. 그것은 憲法受容的 限界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당구장 영업을 그와 같이 해석하였다면 똑같은 논리구조를 노래방 결정에 있어서도 採用했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한쪽이 위헌이면 다른 쪽의 경우도 같은 결정을 내렸어야 헌재로서는 적어도 憲法的 立場에서 볼 때 그 판단에 있어서의 一貫性을 유지했다고 보는 것이다. 당구장과 노래방이 서로 그 차원을 달리 할 만큼 다른 성격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아니 하며, 오히려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에 있어서 인식되는 그 정도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 思料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헌재 결정은 법률의 헌법합치적 해석을 한 것이 아니라 憲法의 法律合致的 解釋에 그치고 만 것이다. 4. 母法 委任의 限界逸脫 與否 위 결정들 모두 법과 시행령 그리고 시행규칙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 가리는 것인 만큼, 문제가 되는 법시행령이나 법시행규칙이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지켰느냐의 여부에 대하여 憲裁는 당구장 결정에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5조에서 위임한… 기준은… 18세 미만자의 출입금지의 취지를 전혀 찾을 수 없다』(5권1집, 380∼381면)라고 하여 그 위헌성을 인정하는 바, 이는 首肯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94헌마13 노래방 결정에서는, 『풍속영업법 제1조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풍속영업…, 청소년은…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없고 죄형법 ============ 13면 ============ 정주의의 명확성, 예측성의 원칙에도 위반되지 아니한다』(8권1집, 138면)고 하여 위헌이 아니라고 하는데, 이는 풍속영업법 등에서 18세 미만자의 노래방 출입을 금지하였다는 先認識을 논리 전개의 前提로 삼아 「그렇기 때문에 금지사유는 노래방출입의 허락 사유보다 입법정책적으로 보다 더 타당하다」는 정도에 그친다. 94헌마213노래방 결정에서도 마찬가지로 『…개념이 추상적이기는 하나 이 법의 입법목적… 등을 평균적인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보면… 규제의 필요성이 큰 영업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기에… 정당한 위임의 한계내의 규정(8권1집, 159∼160면)인 것이며…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위헌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자세한 사유는 8권1집, 160∼164면 참조)고 하는 바, 이 역시 논리적 전개과정은 유사하다. 5. 結 論 憲裁는 당구장 결정에서, 『당구장 출입자의 자숙이나 시설, 환경의 정화로 당구의 실내 스포츠로서의 이미지 개선은 가능한 것으로 사료되며 당구자체에 청소년이 금기시해야 할 요소가 있는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5권1집, 383∼384면), 18세 미만자에 대한 당구 禁止는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인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의 침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당구보다는 노래부르기가 보다 더 건전한 것일 수도 있으며 당구장과 노래방의 차이가 그토록 차원이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憲裁는, 노래방에 대한 18세 미만자에 대한 출입금지 역시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199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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