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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절도)죄에 대한 누범가중
Ⅰ. 사실관계 피고인은 1996년 3월 28일 절도죄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08년 6월 2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위반(절도)죄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2011년 10월 28일 특가법위반(절도)죄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아 2018년 8월 14일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다. 피고인은 2019년 5월 16일 00:30경 한 마트 야외 천막행사장에서, 피해자 A, B가 영업을 마치고 퇴근하여 관리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행사장 천막을 젖히고 안으로 침입하여 그곳에 있는 A, B 소유의 물건들을 절취하였으며, 그 해 5월 18일에는 피해자 C의 집에 이르러 재물을 절취할 생각으로 시정되지 않은 현관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 C의 주거에 침입하여 방 안에 보관 중인 C 소유의 현금 1200만 원을 절취하였고, 그때부터 그 해 6월 17일까지 사이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9회에 걸쳐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거나, 절취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Ⅱ. 소송의 경과 1. 제1심과 제2심 제1심(의정부지방법원 2019. 8. 29. 선고 2019고단2688 판결)에서는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를 적용하여 법정형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대하여 누범(형법 제35조)가중('징역 2년 이상 40년 이하')과 경합범(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가중('징역 2년 이상 60년 이하')을 한 후 형법 제42조 단서에 따라 처단형을 '징역 2년 이상 50년 이하'로 산정하였고, 양형기준의 유형-영역에 입각하여 권고형의 범위를 '징역 2년 이상 7년 4월 이하'로 정한 후, 선고형을 '징역 2년'으로 선택하였다. 공소제기된 죄명이 ‘상습절도죄’가 아니어서 제6항이 아닌 제5항이 적용법조가 되었다. 제2심(의정부지방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노2555 판결)에서는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다툼은 없고 징역 2년을 선고한 것도 마찬가지이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 토대하여 법리오해의 위법을 인정하여 제1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은 (형법 제8조 단서에서 규정한) '타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누범가중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2016년 현행법으로 개정되기 전의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에는 '가중처벌한다'는 문언이 없었던 점과 동조항 각호의 법정형은 이미 누범으로 가중처벌할 것을 예정하여 정해진 것인 점 등을 보태어 보면, 동조항위반죄에 대하여 형법 제35조의 누범규정을 또다시 적용하는 것은 동일한 사유로 법정형을 반복하여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동조항 제1호 위반죄에 대하여는 형법 제35조 소정의 누범가중을 하지 않아야 한다." 2. 대법원판결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는 입법취지가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절도사범에 관한 법정형을 강화하기 위한 데 있고, 조문의 체계가 일정한 구성요건을 규정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적용요건이나 효과도 형법 제35조와 달리 규정되어 있다. 그 규정의 이러한 입법취지, 형식 및 형법 제35조와의 차이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규정은 형법 제35조(누범) 규정과는 별개로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미수범 포함)를 범하여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그 누범기간 중에 다시 해당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형법보다 무거운 법정형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설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그 규정에 정한 형에 다시 형법 제35조의 누범가중한 형기범위 내에서 처단형을 정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법률규정이 누범가중에 관한 특별규정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특가법위반(절도) 부분에 대하여 형법 제35조의 누범가중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파기환송판결)." Ⅲ. 사안의 분석 피고인과 검사는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각각 '양형과중'과 '1. 몰수에 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2. 양형과경'만을 항소이유로 들었고, 본고의 논점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제2심에서는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하여는 따로 언급함이 없이 직권으로 본고의 논점에 관하여 설시하고 있다. 제2심에서는 처단형이 '징역 2년 이상 30년 이하'로 되고 그에 대해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안에서 법원은 파기자판을 통하여 선고형으로 '징역 2년'을 선택한 것 같다. 제1심과 제2심은 모두 처단형-권고형의 하한을 선고형으로 선택한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지만 그 법리상 근거는 다르다. 특가법 동조항의 '가중처벌한다'는 문구는 형법 제35조 제2항의 '가중한다'와 같은 의미이고, 동조항 각호의 법정형은 이미 누범가중을 행한 형량이므로 중복하여 가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2심의 취지이다. 대법원은 동조항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제2심과 달리 이해하는 논거로 ① 입법취지, ② 조문의 체계, ③ 적용요건이나 효과에 있어서 형법 제35조와의 차이를 들고 있다. ①은 특가법 제1조(목적)에 토대한 본래의 동법 제정취지를 가리키며, ②와 ③은 동법 동조항 본문의 전단(前段)인 '형법 제329조부터…다시 이들 죄를 범하여' 부분의 의미에 관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논거이다. 즉 대법원은 전단 요건을 갖춘 사람에 대하여 각호에서 법정형을 구분 규정한 것으로 보고, 그런 사람으로서 누범 요건까지 충족시킨 경우에는 각호의 법정형에 대하여 다시 누범가중을 하여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창설규정설). 그에 대하여 제2심에서는 일반법규정인 형법상 누범 요건을 갖춘 사람이 그에 더하여 전단 요건까지 갖춘 경우에 관하여 각호에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특별규정설).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동조항 문언을 이해하는 관점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해석론에 입각해서는 시비를 가리기 어렵다. Ⅳ. 죄형균형과 명확성의 요청 1. 돌이켜보면, 2016년 개정 전에는 본법 제5조의4 제1항부터 제4항까지 상습-공동범죄를 규정하고, 제5항에서는 현행법과 같은 형태의 본문 규정을 두면서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형과 같은 형에 처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었던 까닭에 절도죄로 제5항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제1항의 상습절도죄의 형인 '무기 또는 3년 이상(3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였다. 그랬던 것을 2016년 동조항 제1호에서 '2년 이상 20년 이하'로 개정하였다. 현행법은 개정 전 법의 지나친 중형규정을 책임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형벌을 적정하게 조정한 것이다. 오히려 동조항에 명문상 ‘누범’ 문구가 없었다면 창설규정설에 따른 해석이 가능하였을 것이다, 특가법 동조 제6항에서는 '3년 이내에'로 명시하고 있고 제5항에서는 '누범으로'로 규정되어 있는 현재의 입법하에서 제6항 구성요건의 성격에 관하여 대법원은 창설규정설(독립구성요건설)을 택하고 있으며(대판 2006. 4. 28, 2006도1296), 그 제2심(부산지판 2006. 2. 3, 2005노3952)에서는 특별규정설(특별법규정설)을 택하고 있다. 2005년 8월 4일 '사회보호법폐지법률'이 공포-시행되면서 그 날짜로 특가법 동조 제6항이 신설되어 시행되었고, 동조 제1항부터 제5항은 1980년 12월 18일 입법시부터 유지되어 온 규정들이다. 규정 신설시(2005. 8. 4.)부터 지금까지 ‘누범’ 문구가 없는 제6항에 관한 대법원 판지가 누범 문구가 명시되어 있는 제5항에 관해서도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특가법 동조 제1항에 관하여는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2014헌가16 등)이 있었고 동조 제6항에 관하여는 2015년 11월 26일 위헌결정(2013헌바343)이 있어서 국회는 2016년 1월 6일 두 위헌결정을 수용하고 동조 제3항과 제4항을 제5항 제2호와 제3호로 옮겨 동조 전체를 현행 법문으로 개정하면서 전체적으로 법정형을 조정하였다. 책임주의와 죄형균형의 원칙에 비추어 종전 법정형은 과중하다는 점이 반성적으로 고려된 것이다. 국회의 개정이유를 고려한 새로운 해석이 요구된다. 2. 본법 제5조 제5항의 문언은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불명확한 규정이다. 동조항은 '…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내에 다시 동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형으로 처벌한다'로 개정하여 그 적용요건을 구체화함으로써 규정의 명확성을 기하고 각호의 중한 형이 적용되는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본건에 있어서 만일 피고인이 누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본법이 아닌 형법상 절도죄가 적용되어야 하나, 피고인의 2019년 범죄사실은 누범 요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동조항 제1호의 형이 처단형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정영일 명예교수(경희대 로스쿨)
특가법제5조의4
누범가중
절도죄
정영일 명예교수(경희대 로스쿨)
2022-09-22
형사일반
술에 취한 자에 대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I. 사실관계 군인신분의 피고인은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처 그리고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다음 날 새벽 처가 먼저 잠이 들고 피해자도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그 후 피해자가 실제로는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술에 취하지 아니하여 준강간의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만취되어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II. 소송경과 및 판결요지 군검찰은 피고인을 강간혐의로 기소하였다. 이후 제1심 공판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하여 준강간혐의를 추가하였으며 보통군사법원은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고 준강간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있지 않았다는 사정 등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가 여러 정황에 비추어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에 군검사는 다시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준강간미수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였다. 고등군사법원은 준강간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는 대신 준강간미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으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지만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준강간죄의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행위 당시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은 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III. 평석 1. 대법원 다수의견의 취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고 잠이 들어 있어서 그러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을 하였는데 피해자가 실제로는 그러한 상태에 있지 않았을 경우 이와 관련해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대상판결은 이 조문을 동 사안에 적용하고 있다. 즉 이 사안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준강간의 '결과발생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면서 동시에 '위험성'이 인정되므로 불능미수 법리로 해결할 수 있는 케이스라는 것이다. 2. 다수의견에 대한 반론의 검토 (1)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의미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논거로 미수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실행행위를 종료하지 못하거나 실행행위를 종료했으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 대상사건은 이 중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 실행행위도 종료되었고 그로 인하여 결과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반대의견도 기본적으로 같다. 준강간죄는 구성요건결과의 발생을 요건으로 하는 결과범이자 보호법익의 현실적 침해를 요하는 침해범이므로 준강간죄에서 구성요건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간음이 이루어졌는지, 즉 그 보호법익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수란 실행에 착수하여 범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모두 충족시킨 경우를 말한다.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에는 행위주체·실행행위·인과관계·결과 등이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을 총칭하여 '구성요건적 결과'라고 한다. 형법 제25·26·27조 각각의 미수범의 성립요건에서 결과의 의미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의 일부로서의 결과나 결과범에서 말하는 결과가 아니다. 이때의 결과는 '구성요건적 결과'를 뜻하는 것이다.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미수범 처벌규정이 존재하는 때에는 미수범이 성립된다. 피해자를 협박하여 그의 재산상의 처분행위로 재물을 영득했다고 하더라도 만일 피해자가 의사의 자유가 침해되어 재산상 처분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행위자를 불쌍하게 여겨 재물을 교부한 것이라면 공갈죄는 미수에 그친다. 침해범과 위험범의 차이에 주목하고자 하는 반대의견의 관점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침해범과 위험범의 구별은 범죄의 성질이 법익침해를 본질적 요건으로 하는가에 따른 것에 불과하고 현주건조물방화죄처럼 위험범이지만 일정한 결과의 발생을 요하는 구성요건도 존재하며 따라서 준강간죄가 위험범이 아닌 침해범이기 때문에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여부를 간음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논증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요컨대 침해범이라는 특성이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을 다르게 해석해야 할 합당한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침해범의 경우 대체로 행위자가 '의욕한 바', 예컨대 사망이나 간음이 곧 '구성요건적 결과'인 것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법리적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2) '결과발생의 불가능성'의 판단방법 대법원 반대의견은 결과발생의 불가능 여부는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을 착오한 행위자가 아니라 통찰력이 있는 일반인의 기준에서 보아 어떠한 조건하에서도 결과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 않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따라서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결과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만 특별히 행위 당시의 사정으로 인해 결과발생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는 불능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가 될 뿐이라고 하며 대상사건은 불능미수로 의율할 사안이 아니라고 한다. 그 취지는 일반적으로 혹은 일정한 조건 하에서 만취한 상태의 피해자에 대한 간음은 실행행위가 종료되기 전에 사전적 관점에서 판단하면 준강간의 실현가능성에 있어서 결과발생이 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만 사안의 경우 사후적으로 밝혀보니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아서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것은 우연한 사정이 개입하여 그렇게 된 것일 뿐 규범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결과발생이 가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후적으로 밝혀진 결과에 따라서 '결과발생의 불가능' 여부가 판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반대의견의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그렇게 되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모든 미수범 사안은 애당초 결과발생이 불가능한 미수유형으로 분류되어 불능미수범으로 의율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위자가 실행행위를 할 당시에 결과발생이 불가능했는지 여부는 그 당시 행위자에게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가 있었는지 여부의 판단문제로 귀결되며 이는 일반적으로 결과가 발생할 수 없음을 알면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관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행위자의 인식을 넘어선 사정들, 즉 사후적으로 밝혀진 점들에 의해 확정되는 문제이므로 불능미수 조문의 적용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사실판단 문제이다. 따라서 결과발생의 불가능 여부는 실행행위 당시 행위자의 예측이나 인식과는 무관하게 사후적으로 증거에 의해 밝혀질 수밖에 없다. 소송법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불능미수는 법률상 형의 가중·감면의 이유되는 사실로서 이는 범죄사실 자체는 아니지만 범죄사실의 존부만큼 피고인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이므로 법률상 증거능력이 있고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에 의한 입증을 필요로 하는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고 따라서 불능미수가 인정되기 위해서 입증되어야 할 사실인 '결과발생의 불가능성'은 사후적 판단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울러 반대의견의 논지대로 사전적 관점에 의해서 결과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 실제로 불능미수가 성립될 수 있는 사안은 매우 축소되어 발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소위 통찰력 있는 평균인의 관점에서 일반적으로 결과발생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행위자가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사례는 그에게 '현저한 착오'가 없는 이상 관념하기 힘들다. 만일 이처럼 '현저한 착오'가 있는 경우만 불능미수가 인정된다면 피고인에게 불리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바 착오의 의미를 '현저한 착오'로 축소해석하는 것은 법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 유추해석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3. 맺음말 불능미수는 실행의 착수단계에 이르렀다고 하여도 이미 결과발생의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결과불법이 거의 소멸했거나 '법익평온상태의 교란'이라는 가장 약한 형태의 결과불법만 인정된다. 다만 행위자의 의사를 고려했을 때 착오가 없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합리적이고 통찰력 있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법익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은 인정되며 이러한 결과불법의 구조로 인해 결과발생이 가능해서 법익에 대한 '현실적' 위험성이 있는 장애미수에 비해 결과불법이 감경된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고인은 간음의 고의로 실행의 착수를 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발생의 불가능성이 인정되며 대법원의 판단에 의하면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성립될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을 준강간의 미수범으로 의율한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며 그 처벌은 합당한 법리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안성조 교수 (제주대 로스쿨)
준강간죄
장애미수
불능미수
준강간미수
취업제한
간음
안성조 교수 (제주대 로스쿨)
2020-11-16
형사일반
준강간죄의 미수는 언제, 어떻게 성립하는가?
1. 사실관계와 소송경과 상근예비역인 피고인은 2017년 4월 17일 오후 10시 30분경 자신의 집에서 피고인의 처, 그리고 피해자(여·22세)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고 피고인의 처가 먼저 잠든 후인 오전 2시경 피해자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실제로 만취상태가 아니어서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었음에도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피해자의 옆에서 그의 가슴을 만지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다가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군검사는 피고인을 강간혐의로 기소하였다가 이후 공소장을 변경하여 준강간혐의를 추가하였으며, 제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준강간혐의만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피해자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항소심과정에서 군검사는 다시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준강간 미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였다. 고등군사법원이 준강간 미수를 유죄로 인정하자 피고인은 실제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상고하였다. 2. 대법원판결: 준강간의 불능미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은 있었으므로 사안을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구성요건충족 문제와 형법 제27조 결과발생불가능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고 하면서, 간음행위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있다면 미수범으로 볼 수 없는 것이고, 만약 그와 같은 침해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론하였다. 3. 준강간 미수의 성부 (1) 문제제기 사안의 유형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고의를 지니고 실행하였으나 외부 상황에 대한 행위자의 착오가 있어 실제로는 법익침해가 없었던 경우'로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강간의 고의를 갖고 피해자를 겁박하여 성관계를 맺었지만 실제로는 피해자도 내심으로 관계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적 자결권침해가 없었던 경우, 떨어져 있는 지갑을 훔칠 의도로 식당에서 가지고 나왔으나 실제 그것이 행위자 자신의 지갑이었던 때, 주거침입을 할 의도로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그 곳이 다른 보행로에 불과했던 상황 등이다. 대법원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이러한 모든 경우가 불능미수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며 단지 위험성요건으로만 가벌성을 제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대의견은 이를 불합리하게 여겨, 다수의견이 '결과의 불발생'과 '결과발생의 불가능'을 혼동한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2) 준강간 미수의 성립 여기서는 형법학방법론의 근원적인 시각차이가 드러난다. 행위자의 행위속성을 중심으로 가벌성을 결정하는 시각(ex ante)과, 발생한 결과에 주목하여 그로부터 죄책을 추론하는 방식(ex post)의 차이이다. 양자 모두 의미가 있으며 적지 않은 예외도 있지만, 적어도 근대 이후 형사사법은 가시화된 결과 자체의 의의보다는 행위자에게 그 결과를 귀속시킬 수 있는지를 가리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범죄체계론도 고의나 과실을 통해 발현된 불법행위를 확인하고, 구성요건적 결과가 그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작업에 해당한다. 여기서 '미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거나, 결과와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행위불법과 결과불법 간의 부합이 불완전하지만 가벌성을 인정해야 하는 유형이다. 미수의 성립여부 및 그 종류를 평가하는 데에서 행위속성을 우선 감안하는 것이 불가피한 이유이다. 단지 결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가벌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미수개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내용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상태인 것으로 생각하여 간음한 것이다. 이로부터 그가 갖고 있던 준강간 고의가 확인되며 그에 이어 간음을 완료하였기 때문에 준강간의 실행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피해자가 위 행위당시 실제로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준강간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게 만든 미수의 조건이 될 뿐이다. 따라서 사안은 준강간 자체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준강간 미수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의 결론은 이 점에서 타당하다. 4. 미수의 유형 (1) 문제제기 어떠한 종류의 미수로 볼 것인가 하는 물음은 남아 있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이를 실행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인해 처음부터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지만 위험성이 있으므로 불능미수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행위가 종료된 사후적 시점에서 가능성을 판단하게 되면, 형법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미수범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사태라고 볼 수 있기에, '결과불발생'과 '결과발생불가능'을 가려내지 못해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구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2) 사실적 가능성과 규범적 가능성 형법 제27조 불능미수규정의 '결과발생의 불가능성' 의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견해대립이 있다. 사실적 가능성설은 (불)가능성을 자연과학적·사실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전통적인 견해이다. 결과발생이 가능한지를 과학적으로 따져 그것이 가능한 경우를 장애미수, 그렇지 않은 경우를 불능미수로 나눈다. 예컨대 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소매치기를 시도한 경우에, 그로부터 절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위험성이 있는 행위이므로 가벌적인 불능미수가 된다. 규범적 가능성설은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가리는 기준인 (불)가능성을 규범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근래의 견해이다. 가능성 판단의 준거점을 결과가 불발생한 시점이 아니라 실행행위 당시로 앞당겨서, 행위 자체의 객관적인 속성에 비추어 구성요건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편적인 통찰력에 따라 판단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금품을 훔치는 행위는 규범적인 시각에서 결과발생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이나, 마침 주머니가 비어 있는 것은 결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 장애이므로 이는 장애미수이다. (3) 규범적 검토의 필요성 사실적 가능성설은 중요한 평가지표를 행위 자체의 반가치성으로부터 찾는 근대적 형법원칙에서 벗어나, 사후적 시각에서 가능성평가를 함으로써 실행 외부의 변수에 따라 미수유형을 좌우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사람에게 총을 발사한 순간 가능성판단은 유보되며, 행위자가 잘못 겨누어 피해자를 명중시키지 못했다면 장애미수가 되지만, 총알이 피해자에게 정확히 맞았으나 그가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면 불법성이 더 낮은 불능미수로 판단하는 불합리에 이른다. 이 견해에 따르면 모든 미수사안이 불능미수로 포섭될 수도 있다. 미수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의 법리이므로, 사후적 시각에서 결과가 없게 된 인과적인 이유를 소급하여 따진다면 언제나 결과발생을 불가능하게끔 하는 사실적인 조건과 만나기 때문이다. 짧은 과도로 복부를 찔러 사람을 죽이지 못한 경우도 살인을 하기에 사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였으며, 경찰에게 저지당해 절도를 못하게 된 것도 결과발생이 사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불합리를 배제하려면 가능성표지를 평가하는 시점이 행위당시의 실행행위 자체를 바라보도록 해야 한다. 즉 불능미수가 되기 위해서는 행위 속성 그 자체에 결과에 이를 수 없게끔 하는 유인이 이미 내재되어 있어야만 한다. 판시된 사안에서 만약 피해자가 실제로 명정상태에 빠져 있었다면 고의에 의한 행위자의 행위는 준강간 결과를 가능하게 할 불법성을 표출한 것이다. 즉 규범적으로 보아 결과발생이 가능한 행위였다. 마침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던 사실은 이와 같은 행위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게 한 장애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안은 준강간죄의 장애미수로 보아야 한다. 5. 요약과 결론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실행을 마쳤지만 피해자가 실제로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던 경우, 행위자가 드러낸 행위속성으로부터 범죄의 유무와 종류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리에서 볼 때 이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준강간의 미수인 것이며 이 점에서 대법원 판단은 타당하다. 그러나 바로 같은 이유에서, 실행 당시 행위 자체의 규범적인 속성을 판단한다면 사례는 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 두 가지 논점은 범죄체계에서 가벌성 여부와 종류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은 '드러난 결과 현상으로부터 역추론하는 방식'이 아니라, '행위자가 수행한 행위 자체로부터 평가받아야 함'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홍영기 교수 (고려대 로스쿨)
준강간죄
취업제한
준강간미수
불능미수
장애미수
간음
홍영기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9-09-19
형사일반
보험사기의 실행의 착수, 기수시기와 죄수
1. 사실관계 A는 B의 딸이며 @@생명보험의 보험모집인으로 근무한 일이 있다. B는 1997년경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병한 상태였는데, A와 B는 이를 숨기고 1999년 ##생명보험의 보험 2건에 A가 보험계약자, B가 피보험자로 가입하였다. 면책기간을 도과한 이후인 2002년 12월 6일부터 2012년 1월 6일까지 A는 B의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생명으로부터 보험금 총 1억1805만원을 수령하였다. 2. 사건의 경과 가. 1심법원의 판단(유죄) 1심법원은 A, B가 사기죄의 공동정범이며 보험금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행위가 각각의 사기죄로 실체적 경합범 관계라고 보았다. 나. 2심법원의 판단(면소) 2심법원은 공소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A, B에게 면소를 선고하였다. 근거는,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보험계약이 성립하고 최초의 보험료를 지급하였다면 법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보험계약에 따른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기죄는 기수이며, 해지기간이 경과하였거나 민법상 법정추인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시기도 사기죄의 기수시기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 대법원의 판단(파기환송) 대법원은 2015년 1월 15일 사망한 B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하였으며, A에 대해서는 다음의 판결요지를 들어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여야만 지급되는 것이다.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더 나아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그 행위가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위와 같은 고의의 기망행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 3. 평석 가. 보험과 사기죄 2016년에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행위를 정의하고(제2조) 보험사기죄에 대한 처벌규정(제8조) 및 상습범(제9조), 미수범(제10조) 및 이득액에 따른 가중처벌규정도 있다(제11조). 그런데 이 법률의 적용대상이라도 이득액가중을 제외하면 형법의 사기죄와 법정형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법률의 문언상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보험사기미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 그리고 대상판결이 다루고 있는 사건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형법의 사기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나. 사기죄에 관한 쟁점 (1) 고지의무 불이행이 바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대상판결이 적시하고 있는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은 보험계약에서의 고지의무와 사기죄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면서 상법상 고지의무 위반과 형법상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를 구별하였다. 어떠한 행위를 사기죄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착오에 빠진 상대방의 상태를 교정할 보증인지위가 있어야 하는데, 상법 제651조의 고지의무는 그 근거가 될 수 있으며, 대상판결에서는 A, B에게 사기죄의 기망행위 및 그에 대한 인식을 인정할 수 있다. (2) 사기죄의 실행의 착수와 기수시기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한 일반적 설명인 절충설에 따르면 사기죄에서의 실행의 착수시기는 편취의 의사로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며 단순히 기망을 위한 수단을 준비하는 정도로는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사기죄의 보호의 정도를 대법원처럼 위험범으로 보면, 기망에 의해 재산상의 손해와는 구별되는 재산감소적인 처분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만 얻기만 하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재산과 함께 재산처분의 자유도 사기죄의 보호법익이라고 해석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사기죄는 손해가 발생해야 기수이며, 이때의 손해는 부분적으로 발생해도 기수 인정에 문제가 없다. 다음으로 보험사기에서의 실행의 착수와 기수시기의 문제이다. 보험사기에서의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한 통설은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때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한다.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해도 청약 당시에는 정상적인 보험가입이며 그 후에 고의로 유발하거나 위장한 보험사고는 해당행위에 대한 방화죄나 살인죄, 상해죄 등의 구성요건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행위자가 자신에게 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없음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다면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로 볼 수 있으며, 보험금을 과다청구한 경우에도 과다청구를 통해 상대방을 기망하였으므로 청구시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에서는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가 이미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이므로 중요한 사항을 묵비한 계약체결시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험금편취사례와 보험계약기망사례 모두 보험금 수령시에 기수가 된다는 설명이 다수설이나 보험사기에서는 보험증권을 교부받을 때에 기수가 되지만 보험증권 취득 후 보험사기의사가 생겨 방화·살인 등을 한 경우에는 보험금 수령시에 기수가 된다고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보험증권을 교부받을 때 기수라는 설명은 보험증권을 사기죄의 재물로 보거나 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의 지위를 재산상의 이익으로 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고 보인다. 그러나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를 유발해야 하며, 보험증권의 교부만으로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직접적으로 공여되는 재산상 이익이 없다. 그리고 보험계약도 계약이며, 계약체결과 계약이행 사이에 시간의 간극이 있을 수는 있으나 사기죄에서의 손해산정에서는 일괄적인 행위로 보아야 하며 적어도 피기망자의 채무이행의 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재산상의 위험에 의한 손해의 발생이 가능하다고 해석해야 한다.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회사의 책임이 개시되는 시기가 사기죄의 기수로 보험가입자가 최초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제1회 보험료 영수증을 교부받았을 때라는 견해를 대상판결의 2심판결이 따르고 있다고 보이나 사기죄를 침해범으로 보면 기수시기도 보험금을 취득할 때로 해석해야 한다. (3) 죄수론의 문제 14개의 경합범을 인정한 대상판결의 1심판결은 보험금의 청구시가 실행의 착수이고 수령시가 기수라는 다수설의 설명을 따랐다고 보인다. 그러나 경합범이 되려면 여러 개의 범죄가 여러 개의 행위에 의해 성립해야 하는데, 이 사안에서 보험금청구는 여러 번 있었으나 보험금청구의 기반이 되는 보험계약 체결은 보험 1, 보험 2에 관하여 각 1회가 있었을 뿐이다. 보험계약 체결시의 고지의무가 보험금 수령시 새롭게 다시 발생할 수 없으며, 보험금청구를 기망행위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미 보험계약을 통해 착오에 빠진 상대방의 상태를 청구시마다 교정해 주어야 하는 의무 및 그에 기반한 보증인지위가 새롭게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른 한편으로, A, B의 행위 전체가 포괄일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보험계약 당시의 고지의무 위반이 단일한 기망행위라고 보면 연금사기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행위의 효과가 계속 발현되어 피해자의 손해와 행위자의 이익이 누적된다는 평가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여 바로 사기죄의 기수가 되는 사안과 달리, 단일한 기망행위에 기반하여 계속적, 반복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때에는 개별적 손해의 총합이 전체 손해가 된다. 4. 맺으며 대상판결의 입장에 찬동하면서 기망행위의 의미에 관하여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 고지의무 위반이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의 지급은 보험금의 청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는 행위자가 사기죄의 실행행위로서 피기망자를 착오에 빠뜨려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는 행위라고 한다면 이 행위는 하나일 수도 있으나 여러 단계로 나누어져 있을 수도 있다. 대상판결에서의 보험금 청구도 보험계약의 체결 과정에 존재했던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와 연결되며, 계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행위이므로 고지의무 불이행과 함께 기망행위로 묶을 수 있는데 ‘일련의 기망행위’란 이러한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최준혁 교수 (인하대 로스쿨)
사기
보험
고지의무
기수
보험사기
면책기간
최준혁 교수 (인하대 로스쿨)
2019-08-29
절도죄의 상습범과 주거침입죄의 흡수관계
- 대법원 2015.10.15.선고 2015도8169판결 - 1. 사실관계 가. 범죄사실 (절도) ① 피고인은 2014. 5. 20. 14:00경 서울 은평구 불광동 롯데캐슬아파트 105동 1502호에서 그 곳 옷장방 액세서리 함에 놓여 있던 피해자 ○○○ 소유의 시가 20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 1개를 꺼내 가지고 가 이를 절취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4. 6. 1. 18:00경에서 19:40경 사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 201호(연희동, ○○○○○빌)에 피해자 심○○이 부재중 베란다 창문으로 침입하여 그 집 작은방까지 들어가 화장대에 들어있던 시가 780만원 상당의 까르띠에 시계 1개, 시가 340만원 상당의 쇼메 반지 1개, 70만원 상당의 팔찌 1개, 현금 10만원 등을 가지고 나와 합계 1200만원 상당의 재물을 절취하였다. 나. 범죄사실(주거침입) ① 피고인은 2014. 6. 3. 13:00~13:30경 서대문구 연희로25길 ○-○○, 301호(연희동)에 있는 피해자 길○○의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 화장실 창문을 통해 들어갔으나 마침 베이비시터인 정○○가 집안으로 들어와 발각되자 베란다를 통해 도망갔다.②피고인은 2014. 6. 7. 13:25경 서대문구 연희로27길 ○○, 402호(연희동,○○○○빌)에 있는 피해자 허○○의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 현관으로 침입했으나 마침 집안에 있던 허○○에게 발각되자 현관문을 통해 도망갔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주거에 침입하였다. 2. 1심의 판단 (주거침입 무죄) 검사는 범죄사실(주거침입) 1.) 2014. 6. 3. 범행과 2.) 2014. 6. 7. 범행에 관해 이를 주거침입죄로 기소했는데 1심 역시 절도죄의 미수로 보지 않고 주거침입으로 인정하고 '다른 상습절도 등 죄에 흡수되어 위 법조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 죄의 1죄만을 구성하고 상습절도 등 죄와는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3. 원심의 판단 (주거침입 유죄) 원심은 1심과 달리 기소된 ②범죄사실(주거침입)인 주거침입범행에 대해 유죄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야간이 아닌 이 사건과 같이 주간에 주거에 침입할 경우 형법 제332조, 제329조는, 형법 제330조, 제331조 제1항과 달리 주거에 침입하는 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규정도 되어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상습절도죄와 주거침입죄는 별도로 성립하여 경합범관계에 있다고 볼 것이다." 또한 그 이유를 "결국 상습으로 단순절도를 범한 범인이 상습적인 절도범행의 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거침입의 위법성에 대한 평가는 형법 제332조, 제329조의 구성요건적 평가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별개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했다. 4. 대법원의 판단 (상고 기각)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법 제330조에 규정된 야간주거침입절도죄 및 형법 제331조 제1항에 규정된 특수절도(야간손괴침입절도)죄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주거침입은 절도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므로 절도 범인이 그 범행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거침입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되지 아니하고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여 절도죄와는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서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도157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 형법 제332조는 상습으로 단순절도(형법 제329조), 야간주거침입절도(형법 제330조)와 특수절도(형법 제331조) 및 자동차 등 불법사용(형법 제331조의2)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정한 각 형의 2분의 1을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은 주거침입을 구성요건으로 하지 않는 상습단순절도와 주거침입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상습야간주거침입절도 또는 상습특수절도(야간손괴침입절도)에 대한 취급을 달리하여, 주거침입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상습야간주거침입절도 또는 상습특수절도(야간손괴침입절도)를 더 무거운 법정형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상습으로 단순절도를 범한 범인이 상습적인 절도범행의 수단으로 주간(낮)에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간 주거침입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평가가 형법 제332조, 제329조의 구성요건적 평가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2.) 대상판결에서 참조한 84도1573 전원합의체판결의【판결요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4 제1항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 죄를 범한 범인이 그 범행의 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주거침입행위는 상습절도 등 죄에 흡수되어 위 법조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 죄의 1죄만이 성립하고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으며, 또 위 상습절도 등 죄를 범한 범인이 그 범행 외에 상습적인 절도의 목적으로 주거침입을 하였다가 절도에 이르지 아니하고 주거침입에 그친 경우에도 그것이 절도 상습성의 발현이라고 보여 지는 이상 주거침입행위는 다른 상습절도 등 죄에 흡수되어 위 법조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의 1죄만을 구성하고 이 상습절도 등 죄와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5. 대상 판결에 대한 문제점 1.) 먼저 문제되는 것은 피고인이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침입했으나-발각되자 현관문을 통해 도망갔다' 라는 행위는 으레 절도죄의 미수범(형법 제342조)으로 처벌해야 할 것인데 어떻게 그 범행을 절도죄의 미수로 의율하지 아니하고 이에 관해 절도죄에 흡수되는 주거침입죄만 문제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도망가는 범인을 추격하면서 "도둑놈 잡아라!"라고는 하지만 "주거침입한 놈 잡아라!"라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2.)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은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 침입하는 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되는 이른바 '흡수관계'로 절도죄 하나로만 처벌하고 주거침입은 별도의 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흡수관계'란 어떤 범죄구성요건을 적용하면, 그것이 다른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당연히 수반한다고 생각되는 까닭에 후자의 적용은 하지 않는 관계인 법조경합의 한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살인의 경우 상해와 의류손상 등이 있더라도 살인죄에 의하여 상해죄나 재물손괴죄는 흡수되는 관계와 같다. 형법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법정형이 형법 제329조(절도)의 법정형 보다 높은 것은 주거침입을 그 죄의 구성요건으로 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야간의 주거는 사람이 현존하는 곳이라고 보는 것이므로 물건을 훔치기 위해 야간에 그 곳에 침입하는 것은(이른바 밤손님) 위험성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주거침입절도죄의 경우 야간의 주거침입은 가중처벌 하게 되는데 주간의 주거침입인 경우는 흡수된다며 처벌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할 것이 아니다. 3.) 또 문제되는 것은 '상습범'의 이해에 관한 문제이다. 상습범이란 일정한 행위를 상습적으로 행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상습이란 반복된 행위에 의하여 얻어진 행위자의 습벽(習癖-버릇)으로 인하여 죄를 범하는 것을 말한다. 예건대 도벽(盜癖). 형법상의 누범은 전에 받은 형의 체험이 무시되어 책임이 커진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나, 상습범은 동종의 범죄를 반복·실행하는 행위의 위험성에 착안한 개념이다. 즉 누범은 범죄 수를 바탕으로 하는 개념이고, 상습범은 범죄의 수보다도 행위의 상습적 버릇을 바탕으로 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형법에서 '상습으로 절도죄를 범한 자'라고는 해도 '상습절도죄를 범한 자'라고는 하지는 않는다. 형법에 절도죄(형법 제329조) 외에 '상습절도죄'라는 죄목이나 따로 규정한 법정형은 없다. 따라서 주거침입절도에 있어서 주거침입은 절도죄에 흡수된다고 할 때 그 범행이 상습범인지의 여부에 따라 다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6. 맺는 말 일반의 절도죄 보다 구성요건이 다른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그 법정형이 높은 것은 수긍되는 바이고, 일반의 절도죄 이거나 야간주거침입절도죄 이거나 간에 그것이 상습범인 경우 행위의 위험성 때문에 가중처벌 한다는 것도 이해되는 바이다. 그리고 주거침입절도죄는 흡수관계로 절도죄 하나로 처별 하는 것이므로, 그 주거침입이 야간이거나 주간이거나 간에, 그 범행이 상습범이거나 아니거나 간에, 또는 절도가 기수이거나 미주에 그치거나 간에, 절도범의 주거침입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된다는 것이 죄수론(罪數論)에서의 '흡수관계의 법리'라고 본다.
2015-11-12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법률신문 9월 6일 자 5면) (1) 사실관계 갑과 A는 "A가 자금을 출연하여 소나무 39주, 팥배나무 1주(이하 P수목으로 약칭함)를 구입하고, 갑이 노동력을 제공하여 P수목에 대한 가식·관리를 하여 쌍방의 협의 하에 제3자에게 처분한 다음 그 수입을 분배한다."는 동업계약을 체결하였다. A는 P수목을 대금 1,200만 원에 매수하였고, 갑은 이를 M토지에 가식(假植)하여 관리해 왔다. 그런데 갑은 A의 허락 없이 C에게 P수목을 대금 1억 9,000만 원에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즉석에서 계약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교부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하였다. 갑의 계약체결 사실을 알게 된 A는 C에게 P수목과 관련한 동업계약 사실을 알렸다. 갑과 C와의 P수목 매매는 이로써 무산되었다. (2) 사건의 경과 검사는 갑을 횡령죄와 사기죄로 기소하였다(이하 횡령죄 부분만 고찰함). 제1심은 횡령죄의 기수를 인정하였다. 갑과 검사의 항소에 대해, 항소심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하여 횡령미수를 인정하였다. 항소심은 횡령 미수의 인정근거에 대해 학술논문에 준하는 정도로 상세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데(춘천지방법원 2010노197), 지면관계로 필자가 임의로 이를 요약한다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가) 판례는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보고 있다(2008도10971 등). (나) 횡령행위는 정당한 소유자의 본권 침해에 관한 구체적인 재산상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구체적 위험범으로 보아야 한다. (다) 동산과 달리 부동산의 경우에는 소유권의 권리변동에 등기나 명인방법 등의 공시방법이 필요하다. (라) 부동산의 경우에 계약금의 수령만으로는 아직 구체적 위험발생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마) 따라서 갑의 행위는 횡령죄의 실행의 착수에는 해당하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검사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보관하던 이 사건 수목을 함부로 제3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수령·소비하여 이 사건 수목을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횡령미수죄를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횡령죄의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례평석 본 판례는 대법원이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을 긍정한 예로서 특별히 주목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항소심판단의 타당성을 긍정하고 있을 뿐, 독자적인 관점에서 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대법원은 단지 '관련 법리'만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다. 그 동안 학계의 다수의견과 판례는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해 왔다. 즉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영득의사를 외부로 표현하는 순간 횡령죄는 기수에 이른다는 것이다(소위 표현설).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불법영득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며 실제로 재물을 소유권자에 준하여 처분할 수 있게 될 때 기수에 이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소위 실현설). 본 판례의 사안에서 항소심법원은 종래의 표현설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실현설의 입장에서 피고인의 행위를 횡령죄의 미수범으로 처벌하고 있다. 항소심법원은 점유의 이전이 소유권 이전에 영향을 미치는 동산과 달리 등기나 명인방법에 의하여 소유권 이전이 일어나는 부동산의 경우에는 종래의 위험범설로는 적절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본 판례의 사안에서 갑이 함부로 P수목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수령하는 행위는 불법영득의사의 발로로서 실행의 착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명인방법에 의하여 P수목에 대한 소유권이전이 일어나고 있지 않으므로 기수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항소심법원은 이러한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횡령죄를 추상적 위험범과 구체적 위험범의 경우로 나누어 설명한다. 동산의 경우에는 점유가 이미 행위자에게 있으므로 추상적 위험범으로 포착할 수 있지만, 부동산의 경우에는 등기이전이나 명인방법에 의한 인도가 있을 때 비로소 위험발생이 구체화하여 이때에 기수에 이른다는 것이다. 생각건대 항소심법원의 태도 및 이를 유지한 대법원의 태도는 결론에 있어서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논리구성에 백 퍼센트 찬성할 수는 없다. 우선 횡령죄를 구체적 위험범으로 파악하려는 태도는 구체적 위험범의 개념정의에 반드시 부합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구체적 위험범이란 입법자가 법익침해의 위험을 구성요건요소로 명시해 놓은 경우를 말하는데(예컨대 형법 167조 1항의 일반물건방화죄의 경우 참조), 횡령죄의 경우에 이를 나타내는 구성요건표지는 없다. 지금까지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하여 왔던 학계나 판례의 입장은 외국의 해석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독일 형법의 경우 횡령죄는 그 객체가 동산으로 한정된다(독일형법 246조 1항 참조). 독일 형법은 횡령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동조 3항) 동산만을 객체로 하는 관계로 횡령죄의 미수범은 자기 소유의 재물을 타인 소유의 재물로 오인하여 횡령하는 불능미수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상정할 수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Nomos Kommentar StGB, 2. Aufl. § 246 Rn. 43). 한편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일본 형법은 횡령죄의 가중형태로 업무상 횡령죄를 처벌하고 있으나 미수범 처벌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또한 횡령죄에는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고 벌금형은 배제되어 있다(동법 252조, 253조 참조). 요컨대 독일 형법이나 일본 형법의 경우에는 모두 횡령죄의 미수범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형법은 횡령죄와 배임죄를 같은 조문(형법 355조)의 제1항과 제2항으로 배치하여 그 법적 성질이 유사함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업무상 횡령 및 업무상 배임을 같은 조문에서 같은 형으로 가중처벌하고(형법 356조), 미수범도 같은 조문(형법 359조)에 의하여 처벌하고 있다. 또한 횡령죄의 객체는 '재물'로서 동산과 부동산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우리 형법의 구조를 보면, 동산을 객체로 하는 독일 형법의 횡령죄에 관한 해석론이나,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는 일본 형법의 횡령죄에 관한 해석론을 그대로 차용할 수 없음을 즉시 알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 민법은 소유권 변동과 관련하여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되는 것이 부동산 물권변동이다(민법 186조 참조). 부동산의 횡령과 관련하여 독일 형법의 해석론은 우리에게 아무런 시사점을 제공하지 못한다. 우리처럼 부동산을 횡령죄의 객체에 포함시키고 있는 일본 형법의 해석론도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에서는 참고할 바가 별로 없다. 요컨대 우리 형법 제359조가 규정하고 있는 횡령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은 우리 민법의 물권변동 법리에 맞추어서 새롭게 그 의미가 부각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항소심법원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대법원 또한 '관련 법리'라는 표현을 통하여 이러한 태도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을 긍정한 본 판례는 앞으로 실무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횡령죄의 미수감경을 허용한 본 판례는 특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횡령죄 처벌과 관련하여서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본 판례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의문점 한 가지만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 형법은 횡령죄와 배임죄의 성질이 유사하다고 보고, 그 처벌을 가능한 한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잘 아는 바와 같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배임죄 판례를 보면, 계약금의 수령단계에서는 아직 배임죄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2009도14427). 적어도 중도금 수령단계에 이르러야 미수가 되고, 본등기 또는 가등기가 경료될 때 기수에 이른다(2008도3766). 그런데 본 판례에서는 계약금의 수령만으로 횡령죄의 미수를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차이점을 어떻게 이론적으로 설명할 것인가는 앞으로 연구를 요하는 부분이라고 할 것이다.
2012-09-17
불능범(형법 제27조)의 처벌근거와 성립요건
1. 들어가는 글 형법 제27조가 규정하고 있는 불능미수에 대하여는 종래 별로 논의가 없었고 판례도 적었다. 그러던 중 1990년대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혼란과 논쟁은 해소되지 않았다. 판례의 입장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대법원 2007. 7.26. 선고 2007도3687 판결(소송비용편취 사건)이나 대법원 2005. 12.8. 선고 2005도8105 판결(초우뿌리 사건) 등과 관련하여도 논란이 있다. 제27조가 규정하는 ‘결과발생의 불가능’과 ‘위험성’표지가 서로 모순된다고 비판하거나, 위험성은 모든 미수범에 해당되므로 불필요한 요소로서 삭제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주장되고 있다. 법무부와 형사법학회에서 중단된 형법개정작업을 재개하였고,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내년 출범과 함께 형사법의 판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해석이 더욱 중요해졌다. 지금까지의 학설과 판례에 아쉬운 점도 있어 부족하나마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대법원판례의 입장 많은 판례 중 대표적인 최근의 판례 2개는 다음과 같다. <소송비용 편취 사건> 대법원 2005. 12.8. 선고 2005도8105 판결(사기미수) 【판결요지】 [1] 불능범의 판단 기준으로서 위험성 판단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이것이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판단으로 보아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 [2] 소송비용을 편취할 의사로 소송비용의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사기죄의 불능범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초우뿌리 사건> 대법원 2007. 7.26. 선고 2007도3687 판결(살인·살인미수·살인음모) 【판결요지】 [1] 불능범은 범죄행위의 성질상 결과발생 또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2] 일정량 이상을 먹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초우뿌리’나 ‘부자’ 달인 물을 마시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행위가 불능범이 아닌 살인미수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3. 형법 제27조의 입법경위 먼저 우리형법의 입법과정을 보면, 1951년 형법정부초안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때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하여 불능미수도 원칙적으로 처벌하되, 다만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는 1927년 독일형법초안 제26조 제3항과 동일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1952년 국회 법사위 수정안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하여, 불능미수의 경우에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만 처벌하고 형은 임의적으로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 수정안이 결국 형법의 규정으로 제정된다. 불능미수의 형법규정에 ‘위험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대단히 드물다. 그럼에도 우리 형법이 위험성을 규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1953년 6월26일 제16회 국회임시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던 엄상섭 의원은 다음과 같이 발언한다. “법전편찬위원회에서는 많이 논의가 되다가 ‘불가능한 때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위험성이 있고 없고 간에 처벌하기로 하되 형은 감경도 하고 면제도 하여서 구체적인 사정에 맞추자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결국 미신범 즉 ‘자기가 증오하는 사람을 신불(神佛)에게 죽게해 달라고 기도하는 방법으로 하는 살인죄’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전부 처벌하게 되는 것으로서 가혹할 뿐 아니라 가벌미수와의 한계가 명확하지 못하다. 그래서 ‘사후의 판단으로 해서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명확하다. 그러나 여러가지 점으로 보아서 도저히 그 결과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 판명되면, 혹은 형을 감해주기도 하고 혹은 면제해주기도 하자 이렇게 고친 것이다.” 이러한 설명으로 볼 때, 위험성표지를 추가함으로써 불능미수의 처벌범위를 객관적으로 제한하고, 이를 통하여 처벌되지 않는 미신범과의 구별을 명확하게 하고자 의도하였음이 분명하다. 즉 객관주의적 형법의 관철, 형법의 보장적 기능의 강화, 민주적 인권보장의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신동운/허일태 편저, 효당 엄상섭 형법논집 참조). 4. 독일, 일본의 비교법적 고찰 불능미수에 관한 독일과 일본의 입법례나 개정안은 일관되지 않고 임의적 감경이나 불처벌의 입장 등으로 변화가 심하다. 1871년의 독일제국형법에는 불능미수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 1922년 라드부르흐 독일형법초안 제24조 제4항은 행위자의 중대한 무지로 인한 불능미수는 불벌의 입장을 취하였다. 1927년 독일형법초안은 중대한 무지라는 표현을 포기하고 다시 불능미수에 대한 임의적 감면으로 돌아갔다. 1975년에 개정된 현행 독일형법 제23조는 불능미수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미수범의 일반규정에 포함시키면서 현저한 무지인 경우에 감면할 수 있는 규정을 두었다. 일본의 경우 1907년에 개정된 현행 일본형법 제43조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그 기수에 이르지 못한 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 단 자기의 의사에 의하여 범죄를 중지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규정하여 장애미수, 중지미수는 규정하지만 불능미수에 대하여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1927년 일본형법 예비초안 제23조는 현저한 무지로 인한 불능미수는 불벌하는 1922년 라드부르흐형법 초안의 태도를 따르고 있다. 1931년의 일본형법가안 총칙 제22조는 ‘결과의 발생함이 불능한 경우에 있어서 그 행위가 위험한 것이 아닌 때에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였다. 형법 제27조는 이전에는 독일이나 일본에서 단지 형법개정초안에만 사용된 적이 있던 ‘위험성’ 표지를 명시적으로 입법한 최초의 형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그러한 점에서 비교법적으로 그 의미가 크다. 5. 해석상의 쟁점과 私見 우리형법 제27조의 특유한 법문언은 해석상의 쟁점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미수범은 위험성이 있으므로 동조의 위험성표지는 독자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견해도 있고, 결과발생의 가능성이 없다면 위험성이 없다는 것이므로, 동조는 그 자체로 모순되어 ‘위험성’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그러나, 형법 제27조의 불능미수는 당해 법익의 침해에 대한 현실적 위험성(actual dangerous-ness)은 없지만, 당해법익의 침해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potential dangerous ness)이 있어서 처벌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당해법익의 침해에 대한 ‘현실적 위험성’은 없지만, 법익침해의 ‘잠재적 위험성’이 있으면 불능미수로 처벌한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서 ‘잠재적 위험성(poten-tial dangerousness)’이란, 법익침해의 위험성이 행위를 통하여 표출되었으나 착오와 같은 우연적 사정으로 인하여 현실화되지 않은 위험성을 말한다. 즉, 객관적 측면에서는 법익침해의 위험이 없는 행위이나, 행위자의 의사를 고려할 때 법익을 침해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표출된 경우이다. 예를 들어, 설탕을 흰 독약이라고 착각하고 커피잔에 넣어 먹게 한 경우, 객관적으로는 설탕이 든 커피를 마시게 하는 것이므로 아무런 현실적·구체적 위험도 없지만, 행위자는 독약이라고 생각하고 먹게 한 것이므로 범인의 의도적 행위를 통하여 법익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이 표출된 것이다. 이렇게 해석할 때, 불능미수는 법문상의 모순 없이 그 처벌근거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6. 대법원판례의 모호성 대법원판례는 형법 제27조의 불능(미수)범에 대하여 모호하게만 판시하고 있으며, 때로는 이중기준을 적용하는 것처럼 보여 논란이 된다. 전술한 ‘소송비용편취 사건’의 요지는 “불능범의 판단 기준으로서 위험성 판단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이것이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판단으로 보아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므로, 학설상 추상적 위험설과 동일하다. 이에 반하여, ‘초우뿌리 사건’의 요지는 “불능범은 범죄행위의 성질상 결과발생 또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는 것이므로, 구객관설의 기준과 같다. 그렇다면 이 두 판결의 판시사항은 서로 모순되거나 다른 입장을 취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건대 소송비용편취 사건은 불능미수의 ‘위험성’표지에 대한 것이지만, 초우뿌리 사건은 ‘결과발생의 불가능’ 표지에 대한 판시내용으로 볼 수 있고, 아무런 모순도 발생하지 않는다. 판례는 이 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판례가 사용하는 ‘불능범’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불분명하고 다의적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위험성이 없어 처벌되지 않는 ‘협의의 불능범’을 의미할 때도 있고(소송비용편취 사건의 경우), 단지 결과의 발생만이 불가능한 ‘광의의 불능범’을 의미하기도 한다(초우뿌리 사건의 경우). 같은 용어를 아무런 설명 없이 다른 의미로 혼동하여 사용하는 것은 판례의 공신력과 법적 안정성,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종래 학설은 가벌적인 ‘불능미수’와 불가벌적인 ‘불능범’을 구별하고 있다. 판례는 주로 불능범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 의미는 모호하다. 사견으로는 용어의 통일을 기할 필요가 있으며, 그 방향은 불능범과 불능미수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한다. 즉 형법 제27조의 표제이기도 한 ‘불능범’은 불능미수범의 축약으로 보는 것이다. 형법 제26조의 표제가 ‘중지범’이지만 ‘중지미수’로 이해하는 것과 동일하다. 7. 결론 형법 제27조의 불능범 또는 불능미수(범)는 착오로 인하여 당해법익의 침해에 대한 현실적인 위험성은 없지만 행위자의 범행의도로 표출된 잠재적 위험성이 있어서 처벌되는 미수범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법익침해의 현실적 위험성이 있으면 장애미수(가능미수)로 형법 제25조에 의하여 처벌되고, 잠재적 위험성도 없으면 처벌되지 않음은 형법 제27조의 규정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특정한 법익에 대한 결과발생의 가능성인 현실적 위험성은 객관적, 사전적으로 판단하고, 결과발생의 잠재적 위험성은 행위자가 인식한 사정에 대하여 과학적 일반인의 관점에서 판단하면 족할 것이다.
2008-11-24
준강도죄의 기수시기에 대한 대법원판결의 문제점
[다수의견] 형법 제335조에서 절도가 재물의 탈환을 항거하거나 체포를 면탈하거나 죄적을 인멸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때에 준강도로서 강도죄의 예에 따라 처벌하는 취지는, 강도죄와 준강도죄의 구성요건인 재물탈취와 폭행·협박 사이에 시간적 순서상 전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위법성이 같다고 보기 때문인바, 이와 같은 준강도죄의 입법 취지, 강도죄와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는 절도행위의 기수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별개의견] 폭행·협박행위를 기준으로 하여 준강도죄의 미수범을 인정하는 외에 절취행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이를 준강도죄의 미수범이라고 보아 강도죄의 미수범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함이 상당하다. [반대의견] 강도죄와 준강도죄는 그 취지와 본질을 달리한다고 보아야 하며, 준강도죄의 주체는 절도이고 여기에는 기수는 물론 형법상 처벌규정이 있는 미수도 포함되는 것이지만, 준강도죄의 기수·미수의 구별은 구성요건적 행위인 폭행 또는 협박이 종료되었는가 하는 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 및 미수론의 법리에 부합한다. <사실관계> 피고인이 공소외인과 합동하여 양주를 절취할 목적으로 장소를 물색하던 중, 2003. 12. 9. 06:30경 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 522-24 소재 5층 건물 중 2층 피해자 1이 운영하는 주점에 이르러, 공소외인은 1층과 2층 계단 사이에서 피고인과 무전기로 연락을 취하면서 망을 보고, 피고인은 위 주점의 잠금장치를 뜯고 침입하여 위 주점 내 진열장에 있던 양주 45병 시가 1,622,000원 상당을 미리 준비한 바구니 3개에 담고 있던 중, 계단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공소외인을 수상히 여기고 위 주점 종업원 피해자 2, 이윤룡이 주점으로 돌아오려는 소리를 듣고서 양주를 그대로 둔 채 출입문을 열고 나오다가 피해자 2 등이 피고인을 붙잡자, 체포를 면탈할 목적으로 피고인의 목을 잡고 있던 피해자의 오른손을 깨무는 등 폭행하였다. <평 석> 1. 문제의 소재 준강도죄(형법 제335조)에 관하여 최근 논란이 많다. 특히 준강도죄의 기수시기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종래의 ‘폭행협박시설’을 폐기하고, ‘절취행위시설’로 입장을 변경하였다. 이는 일부학설의 태도와 괘를 같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절취행위시설은 그 논리와 결론에 있어서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무엇보다 준강도죄의 본질과 관련하여 본죄를 신분범으로 볼 것인지, 결합범으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 학설과 판례는 논란이 있다. 주로 준강도죄를 신분범으로 보는 판례에 의할 때, 대상판결은 내재적으로 모순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본 판례평석에서는 준강도죄의 본질과 관련하여 다수의견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2. 준강도죄의 본질 준강도죄의 기수시기에 대하여 논하기 이전에 먼저 준강도죄의 본질 또는 성격이 무엇인지 정리하여야 한다. 판례와 학설의 일부는 준강도죄를 신분범으로 본다. 즉 절도범인이라는 행위주체가 탈환의 항거, 체포의 면탈 또는 죄적의 인멸이라는 목적으로 폭행, 협박을 가할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신분범설이라고 하자. 신분범설에 의하면, 준강도죄의 행위주체는 절도범인이고, 절취는 절도범인이라는 행위주체를 성립하는 선행행위에 불과하다. 준강도죄의 실행행위는 폭행·협박이 될 뿐이다. 이에 반하여, 준강도죄는 절도라는 제1의 실행행위와 폭행·협박이라는 제2의 실행행위가 결합하여 준강도죄를 구성한다는 견해는 결합범설이다. 결합범설에 의하면, 준강도죄는 두 개의 실행행위가 결합된 것이고 누구나 준강도죄를 범할 수 있으므로 신분범이 아니다. 필자를 포함한 일부 학설은 준강도죄를 결합범이라고 보고 있다(한상훈, 결합범의 구조와 신분범과의 관계, 법조, 2005.1, 96면; 한상훈, 형법상 결합범의 유형과 입법론적 검토, 형사법연구, 22호 특집호, 2005, 88면). 3. 신분범설과 결합범설의 구별실익 신분범설과 결합범설은 일견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분석하면 많은 차이점이 있다. 첫째, 사후적 가담자에 대한 법리가 달라진다. 갑이 절도를 범하고 체포를 면탈하기 위하여 폭행할 때에 을이 가담한 사례를 예로 들어 보자. 신분범설에 의하면, 갑의 절도사실을 인식하고 폭행에만 가담한 을에 대하여 절도범인이라는 신분자의 범행에 가담한 비신분자의 행위로 파악된다. 즉 공범과 신분에 관한 형법 제33조가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와 동일한 사후강도죄(일본형법 제238조)에서 일본판례와 학설은 공범과 신분의 문제로 해결한다. 이에 반하여 결합범설에 의하면, 사후에 가담한 을은 승계적 공동정범의 문제가 된다. 신분범설에 의하면, 준강도죄가 진정신분범인지 부진정신분범인지, 그리고 형법 제33조의 본문과 단서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준강도죄를 부진정신분범으로 보고 형법 제33조에 대한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사후가담자인 을은 준강도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되 그 처벌은 폭행죄에 의하게 된다. 준강도죄를 독립된 범죄로서 진정신분범으로 보면, 갑과 을은 모두 준강도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된다. 이와 달리 결합범설의 입장에 서면, 승계적 공동정범의 학설에 따라 을은 폭행죄로 처벌되거나 폭행죄와 준강도죄의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두 번째 차이점은 미수와 기수시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중 기수시점에 대하여 먼저 살펴본다. 4. 준강도죄의 기수시점 준강도죄를 신분범으로 보는 판례와 일부학설은 준강도죄의 기수시점을 인정함에 있어서 폭행·협박시설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논리적, 체계적으로 불가피한 귀결이다. 왜냐하면 어떠한 범죄의 기수라는 것은 당해 범죄의 구성요건요소가 모두 충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성요건요소는 행위주체, 객체, 실행행위, 결과, 인과관계 등을 말한다. 거동범이라면 행위객체에 대한 실행행위가 존재하여야 하며, 결과범이라면 행위객체에 대한 실행행위와 그로 인한 결과가 발생하여야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행위주체도 그러한 구성요건요소 중에 하나일 뿐이다. 행위주체가 결여되어 있으면 기수에 이를 수 없겠지만, 반대로 행위주체가 존재한다고 언제나 기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행위주체 이외의 다른 구성요건요소가 충족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즉 행위주체는 범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판례와 같이 신분범설에 의할 때, 준강도죄에서 절도는 행위주체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행위주체인 절도가 기수인지 여부가 준강도죄의 기수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정작 실행행위인 폭행·협박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점에서 대상판결은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여 버렸다. 대상판결의 논지를 일관되게 적용하면, 위증죄는 증인이 되는 때에 기수에 이르고 진술여부는 관계가 없다. 수뢰죄의 기수시기는 공무원이 되는 시점이고 뇌물을 수수, 약속했는지 여부는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결론의 오류는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5. 준강도죄와 강도죄의 관계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이러한 기수시점에 대한 체계적, 논리적 원칙보다는 준강도죄와 강도죄의 규범적 동일성에 주목한다. ‘강도죄와 준강도죄의 구성요건인 재물탈취와 폭행·협박 사이에 시간적 순서상 전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위법성이 같고’, 강도죄와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는 절도행위의 기수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 강도죄와 준강도죄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보고 양형의 균형성을 고려한다면, 다수의견과 같은 절취행위기준설이 아니라 별개의견과 같이 절도와 폭행·협박이 모두 기수에 이르러야 한다는 종합설을 취해야 한다. 강도죄는 폭행·협박에 의해 외포된 상태에서 강취하여야 기수에 이른다. 즉 폭행·협박과 절취가 모두 기수에 이르러야만 기수에 이른다.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미수인 상태에서 절취하였다면 강도미수나 공갈죄가 성립할 뿐이다. 강도죄는 폭행·협박이라는 실행행위와 절취라는 실행행위가 결합된 결합범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도죄의 본질을 시간순서상의 전후만을 바꾸어 생각한다면, 절취라는 실행행위와 폭행·협박이라는 실행행위가 모두 기수에 이르러야만 준강도죄도 기수에 이른다고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강도죄와 준강도죄의 동가치성을 역설하고 나서는 오히려 준강도죄는 폭행·협박에 관계 없이 절도만 기수에 이르면 성립된다고 결론짓는다. 이는 다수의견 자신의 전제에 의할 때에도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6. 준강도죄의 미수시점 준강도죄는 미수범을 처벌한다(형법 제342조). 준강도죄의 실행의 착수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는 학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신분범설에 의하면, 실행행위가 개시되거나 이에 밀접한 행위를 개시한 시점이라고 볼 것이다. 준강도죄의 실행행위는 폭행·협박이다. 즉 절도범인이 폭행·협박을 개시할 때에 준강도의 미수가 성립된다고 볼 것이다. 결합범설에 의하면, 전체 결합범의 고의로 제1의 실행행위를 개시할 때에도 결합범 전체에 대한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 야간주거침입절도의 의사로 주거에 침입할 때에 이미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미수가 성립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준강도의 의사로서 절취를 개시할 때에 준강도죄의 미수가 성립한다고 볼 것이다. 대상판결에 의하면, 준강도죄의 실행의 착수를 언제 인정할지 문제된다. 준강도죄를 신분범으로 보는 판례에 의하면, 실행행위는 폭행·협박인데, 기수시점은 이미 절도가 기수에 이르면 인정된다. 즉 절도기수에 이른 범인은 폭행·협박이라는 실행행위를 아직 하기 이전에도 준강도죄의 기수에 이르러 버린다. 준강도죄의 미수에도 이르지 않았는데 기수가 성립한다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7. 맺음말 준강도죄의 본질과 관계, 그리고 다수의견 자신의 논리로 보아도 다수의견의 결론은 부당하다.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준강도죄는 강도죄와의 관계에서 보아도 결합범이라고 파악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준강도죄는 단순히 강도죄의 시간적 변형 이외에 체포면탈, 죄적인멸이라는 국가적 법익에 대한 보호도 포함하고 있는 범죄라고 할 것이다(문제가 있다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절도와 폭행·협박 모두의 기수를 요구하는 별개의견보다는 절도는 미수이든 기수이든 폭행·협박을 기준으로 기수여부를 판단하는 종래의 판례나 반대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2007-03-12
절도가 미수인 경우 준강도의 기수·미수 여부
I. 사실관계 요지 피고인 甲은 2003년 12월 새벽 공범 乙과 함께 부산의 한 술집에 들어가 진열장에 있던 시가 1백62만원 상당의 양주 45병을 바구니에 나눠 담던 중 술집종업원들에게 붙잡히자 손을 깨무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II. 판결이유 [다수의견] “피해자에 대한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해 재물을 탈취하고자 했으나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한 자가 강도미수죄로 처벌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절도미수범인이 폭행·협박을 가한 경우에도 강도미수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만일 강도죄에 있어서는 재물을 강취해야 기수가 됨에도 불구하고 준강도의 경우에는 폭행·협박을 기준으로 기수와 미수를 결정하게 되면 재물을 절취하지 못한 채 폭행·협박만 가한 경우에도 준강도죄의 기수로 처벌받게 됨으로써 강도미수죄와의 불균형이 초래된다. 준강도죄의 입법취지, 강도죄와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준강도죄의 기수여부는 절도행위의 기수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별개의견]“절도미수범이 체포면탈 등을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경우에 이를 준강도죄의 기수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점에 있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지만 절취행위의 기수여부만을 기준으로 준강도죄의 기수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 폭행·협박행위 또는 절취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미수에 그쳤다면 이는 준강도죄의 미수범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반대의견]“준강도죄의 주체는 절도이고 여기에는 기수는 물론 형법상 처벌규정이 있는 미수도 포함되는 것이지만, 준강도죄의 기수·미수의 구별은 구성요건적 행위인 폭행 또는 협박이 종료됐는가 하는 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 및 미수론의 법리에 부합한다.” III. 판례평석 1. 준강도죄는 절도범이 재물의 탈환을 항거하거나 체포를 면탈하거나 죄적을 인멸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때에 성립한다(형법 제335조). 이 죄는 절도에 폭행·협박이 부가된다는 점에서 절도죄와 위법성이 다르며 오히려 강취강도와 비슷한 점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죄의 폭행·협박은 타인의 재물에 대한 점유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미 획득한 점유의 保持 내지 防禦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강취강도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절도범인이 실제로 발각되었거나 발각되었다고 잘못 생각함으로써 폭행·협박으로 나아갈 수 있는 특별한 위험상황이 존재하고 이 상황에서 도출될 수 있는 행위자의 위험성과 행위의 불법성이 준강도를 강도에 준하여 취급하게 할 수 있는 형사정책적 근거가 된다. 2. 준강도의 행위주체는 정범성을 지닌 절도범인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따라서 절도죄의 공동정범은 주체가 될 수 있지만 절도죄의 교사범이나 방조범은 주체가 될 수 없다. 정범은 단순절도이건, 야간주거침입절도이건, 특수절도이건, 상습절도이건 불문한다. 그리고 본조의 절도는 기수·미수범을 불문한다(다수설·대법원 1990.2.27 선고, 89도2532 판결). 3. 그런데 절도가 미수인 경우 준강도도 미수가 될 것인지 아니면 기수가 성립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지난 1995년 형법개정시 준강도죄의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되었으나(제342조) 준강도죄의 미수·기수의 구별기준에 관하여는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아 현재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 문제에 대한 종래의 견해를 변경하면서 그 기준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竊取行爲標準說은 재물절취의 기수·미수 여부에 따라 구별해야 한다는 견해로서 폭행·협박이 가해졌더라도 절도가 미수이면 준강도도 미수가 된다고 한다. 주된 이유로는 준강도도 재산범인 이상 강도와 마찬가지로 재물성취의 성부에 따라 기·미수를 구별해야 한다는 점, 만약 폭행·협박을 기준으로 삼게되면 절도의 미수범이 폭행·협박을 한 경우 준강도의 기수로서 강도죄의 기수에 준해 처벌받게 되는 반면, 강도범이 폭행·협박을 하였으나 재물의 강취에 성공하지 못한 경우에는 강도죄의 미수로 처벌을 받게 되어 형의 불균형이 생긴다는 점을 든다. (2) 暴行·脅迫行爲標準說은 폭행·협박의 기수·미수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로서 그동안 판례의 입장이기도 하다(대법원 1964.11.24 선고, 64도504 판결; 1969.10.23 선고, 69도1353 판결). 이 견해는 절도가 기수이더라도 폭행·협박이 기수에 이르지 못하면 준강도의 미수가 성립한다고 한다. 그 논거로는 준강도는 강도죄와 행위구조가 다르다는 점, 본죄의 구성요건행위가 폭행·협박이기 때문에 기수·미수의 기준도 당연히 폭행·협박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 절취행위표준설을 취하게 되면 절도의 미수단계에서 폭행·협박을 한 경우 항상 준강도의 미수만 성립하게 되어 부당하다는 점을 든다. (3) 綜合說은 준강도죄는 절취행위와 폭행·협박이 결합되어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절취행위의 기수·미수와 폭행·협박의 기수·미수 양자를 모두 기준으로 삼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폭행·협박의 미수란 폭행·협박에 의해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한다(임웅, 개정판 형법각론, 325면; 오영근, 형법각론, 425면 참조). 종합설에 따르면 절도가 기수이더라도 폭행·협박에 의해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되지 않은 경우라던가,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는 폭행·협박이 행해졌더라도 절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모두 준강도죄의 미수가 성립한다. 따라서 절도의 기수범이 폭행·협박하여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된 경우에만 준강도의 기수가 성립하게 된다. (4) 判例 중의 다수의견은 ‘절취행위표준설’을 따르면서 “이와 달리 절도미수범이 체포를 면탈하기 위해 폭행을 가한 경우 준강도의 미수로 볼 수 없다고 한 종전 대법원 64도504, 69도1353 판결 등은 변경하기로 한다”라고 하여 입장변경을 분명히 하였다. 반면 별개의견은 절취행위의 기수 여부와 폭행·협박행위의 기수 여부를 모두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종합설’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반대의견은 준강도죄의 구성요건행위인 폭행·협박행위의 종료 여부에 따라 전체 준강도죄의 기수·미수를 구별해야 한다고 하여 ‘폭력·협박행위표준설’을 따르고 있다. 4. 이상의 견해들을 검토해 보자. (1) 우선 준강도가 강도와 불법적 유사성을 갖고 재산범죄의 속성을 본질로 하는 한 재물취득의 성부를 기수판단에 있어서 고려하지 않는 것은 불가하다고 해야 한다. 강도죄와 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도 재물취득의 성부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강도의 경우 재물취득에 성공하지 못하면 미수로 처벌됨에 반해 강도에 준해 처벌되는 준강도는 재물의 취득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수로 처벌된다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형의 불균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물취득의 성부는 준강도의 기수·미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기준이고, 이런 점에서 폭행·협박만을 기준으로 삼는 견해에는 찬동할 수 없다. (2) 한편 준강도죄의 구성요건행위가 폭행·협박임에도 기수·미수의 구별기준을 재물취득의 성부에서 찾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지적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폭행·협박행위표준설’이나 ‘종합설’이 폭행·협박 자체의 기수·미수 여부를 판단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은 잘못된 착상이 아니다. 그러나 양 견해가 주장하는 폭행·협박의 기수·미수의 개념을 살펴보면 이 견해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종합설’은 폭행·협박의 기수를 폭행·협박에 의해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된 경우 그리고 미수는 폭행·협박을 하였으나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임웅, 앞의 책, 325면; 오영근, 앞의 책, 425면 참조). 그런데 협박죄의 미수는 협박행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공포심을 갖지 않아 의사결정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은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형법에도 미수범 처벌규정(제286조)을 두고 있으므로 이러한 개념정의에 따르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폭행죄는 단순거동범·형식범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물리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즉시 기수가 성립하고 미수범의 성립은 생각할 수 없다. 당연히 형법도 폭행에 대해서는 미수범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종합설이 준강도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폭행의 미수를 고집한다면 이는 형법에 없는 새로운 개념을 신설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종합설이 폭행·협박으로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된 경우(항거불능의 상태가 야기된 경우)에만 기수로 하겠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강도죄와는 달리 준강도에서의 폭행·협박은 재물강취의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폭행·협박으로 인한 피해자의 반항억압과 그에 기초한 재물취득의 성취라는 인과고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高强度 폭행·협박이 행해지고 그로 인해 재물점유의 保持나 防禦에 성공했으면 족하지 이러한 결과가 반드시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됨으로 인해 야기된 것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절도범인이 高强度의 폭행·협박을 하였으나 피해자가 끝까지 반항하는 경우에도 결국 피해자의 추격을 뿌리치고 재물을 취득한 채 도주에 성공하였다면 준강도죄의 기수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판례도 역시 “준강도죄에 있어서의 폭행이나 협박은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는 수단으로서 일반적 객관적으로 가능하다고 인정하는 정도의 것이면 되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반항을 억압하였음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대법원 1981.3.24 선고, 81도409 판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번 판결 중의 반대의견은 폭행·협박의 기수·미수 구별을 반항의 억압 여부가 아니라 폭행·협박행위의 종료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견해를 따르더라도 역시 폭행은 물리력의 행사(이 사건에서 손을 깨무는 것)와 동시에 기수가 되기 때문에 미수의 성립은 생각하기 어렵다. 협박은 다른 사안의 경우(예컨대 편지에 의한 협박)에는 이론상 행위의 미종료를 생각할 수 있으나 절도현장에서의 급박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하는 협박행위에 행위의 미종료를 상상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할 것이다. (3) 결론적으로 준강도에서는 절도범인에 의한 高强度의 폭행·협박이 있으면 구성요건 행위자체는 항상 기수가 되고 사실상 기수·미수의 구별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다시 말해 준강도에 있어서의 폭행·협박은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高强度인가 여부에 따라서 준강도의 성립을 좌우하는 성립요건으로는 의미가 있어서도, 준강도의 기수·미수를 구별하는 기준으로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이번 대법원 판결(다수의견)이 재물취득의 성부를 기준으로 준강도의 기수·미수 여부를 판단하면서 절도가 미수인 경우 준강도의 미수성립을 인정한 것은 타당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04-11-29
신용카드의 부정사용과 형법해석정책
Ⅰ. 대상판결 1. 사안 피고인은 S 카드회사로부터 신용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 받아 2년여 동안 사용하여 오다가 변제능력에 문제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화에 의한 무보증카드론 방식으로 7백만 원을 대출받고, 3천여만 원 가량 카드를 사용한 후 대출금과 카드대금을 제대로 납입하지 않았다. 제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사기죄로 유죄판결(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03.6.18. 선고 2003고단276판결)을 하였으나 항소법원은 무죄판결(대전지방법원 2003.8.29. 선고 2003노1492)을 하였다. - 판 결 요 지 - 신용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아 사용해 오다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대금결제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위 신용카드를 이용 하여 카드론 대출 또는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그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항소법원의 판결요지 카드회원이 신용공여의 범위 내에서 자기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기망행위가 아니며, 카드회사에게 카드사용 당시의 재산상태를 고지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불고지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전화자동응답시스템에 의한 카드론의 이용도 공여된 신용의 범위 내에서 대출이 기계적으로 처리될 따름이므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맹점도 그런 신용의 범위 내에서는 카드 소지인과 명의인이 동일한 이상, 지급능력의 유무에 대하여 아무런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망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카드 발급 당시의 약정에 고지의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여 ‘국가의 형벌권이 사경제영역에 속하는 금융질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개인의 자유영역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신용조사 등에 관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초래된다’는 점에서 사회상규에 기초한 고지의무는 인정될 수 없다. - 연 구 요 지 - 항소법원이 사기죄의 해석과 내적으로 연관시킨 형법정책은 해석 론 이상으로 타당성이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무죄판결은 바로 이 성적인 형법정책을 형법해석에 내재화시킴으로써 법원에 의해 형 성되는 구체적 형법규범의 정당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 준다 Ⅱ. 평석 위 사안에 대한 항소법원의 무죄판결은 대금결제의 능력과 의사가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해 온 대법원 판례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두고, 사기죄 해석과 신용카드체계의 기능보호에 대한 형법정책, 두 차원에서 각각 의미있는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1. 사기죄의 해석론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 착오, 재산처분행위, 재산상 손해발생, 재산상 이익취득의 다섯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판례에서 항소법원이 주로 문제 삼은 요건은 기망과 착오 부분이므로 평석도 이에 국한한다. ① 흔히 작위범 성립을 검토하고 부작위범 성립을 검토해야 한다는 이론에 의하면 결제능력의 상실을 고지하지 않고 자기신용카드를 계속 사용한 것이 作爲의 기망행위인지가 문제된다. 항소법원은 카드사용행위를 표시중립적 행위로 보았지만, 그 행위는 독일학계에서 말하는 이른바 ‘설명가치 있는 행동’(schluBiges Verhalten)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다수의 학자들과 (분명하지는 않지만) 대법원 판례는그런 행위를 작위범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항소법원의 판단처럼 일단 결제능력과 의사가 있는 상태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신용공여의 범위 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적어도 카드신청을 할 때처럼 회원이 자신의 재정상태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담은 서류를 제출하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작위의 기망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안에서 피고인의 계속된 카드사용행위는 일단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로 취급되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판결의 정당성에 의문이 강하게 제기될수록 법원은 자신의 결정을 더욱 자세히 근거지워야 하고, 따라서 작위범에 비해 논증부담이 더 무거운 부작위범의 형태로 논증해야 한다는 필자의 견해에서 보면 더욱 그러하다. ② 이 사안에서 카드사용행위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되려면 제18조의 결과방지의무(保證人義務)가 피고인에게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카드회원가입계약에 그런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거나, 보통거래약관으로 정해져 있다고는 하더라도 그런 특약이 불공정거래약관의 하나로 취급될 수 있는 이상, 계약상 유효한 고지의무는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제20조)와 다소 혼동될 여지를 무릅쓰고 항소법원이 사용한 표현인 사회상규, 그러니까 학계에서 말하는 條理나 신의칙에 의한 결과방지의무(保證人義務)로서 고지의무를 인정할 여지는 있다. 항소법원은 이 신의칙에 의한 고지의무를 형법정책과 내적으로 연결짓는 탁월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해석은 단지 인식이 아니라 정책과 착종되는 것임을 통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뒤에서 보듯이 적절한 방향의 형법정책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항소법원의 해석에 대해서는 정책과 해석은 별개라는 전통적인 법인식론이 비판을 가해올 수 있다. 그러나 한 걸음 양보하여 그런 전통적인 법인식론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카드회원에게 그런 고지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해석은 가능하며, 또한 더 타당하다. 즉, 결과방지의무에 대한 機能說의 해석론으로 제18조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에는 국가기관이나 사경제기구와 거래하는 개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론을 들 수 있다. 거대기구는 일반 개인에 비해 우월한 조직적 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과 거래하는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신뢰 속에서 스스로 위험을 방어하는 태세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이론이다. 이런 이론에 의하면 신용카드회사와 거래하는 개인에게도 그 회사에 대한 “위험발생을 방지”할 의무로서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의 변경을 적극적으로 알릴 의무(즉 국가나 사경제기구의 재산손해방지의무)가 신의성실원칙에 의해 인정될 수는 없게 된다. 그러므로 해석과 정책을 분리하더라도 항소법원의 판단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③ 만일 이 사안을 삼각사기로 본다면 회원의 고지의무는 피기망자인 가맹점에 대해서도 인정될 여지가 있다. 가맹점은 카드회사와 같이 거대한 조직력과 지배력을 갖지 못한 작은 상점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신의성실원칙에 의해 고지의무를 인정할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가맹점은 카드사용자의 지급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계약상 카드회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고 있으며, 더 나아가 카드소지인과 명의인의 동일성을 확인할 계약상 의무마저 무관심한 것이 거래현실이다. 이 현실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고지의무를-따라서 항소법원이 판시하듯 기망행위를-인정할 필요도 근거도 없게 된다. 하지만 다시 한 걸음 양보하여 카드회원에게 법적으로 고지의무를 인정하더라도 피기망자인 가맹점은 지급능력에 관해 무관심과 무의식으로 일관하기 때문에 가맹점에게 사기죄의 두번째 요건인 착오가 발생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이럴 경우 (삼각)사기의 미수가 성립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가맹점이 착오를 갖지 않는 현실이라면 고지의무위반이라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는 불능범(제27조)으로 처리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④ 카드회원이 결제능력 없이 전화자동응답시스템으로 대출을 받은 행위도 가맹점에서 물품과 용역을 제공받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고지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한, 기망행위로 파악될 수 없다. 설령 기망행위로 인정한다 해도, 피기망자가 사람이 아니라 정보처리장치이므로 착오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착오요건의 충족은 기계를 의인화하는 수사학적 차원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또한 기망행위 요건의 충족은 인정하더라도 가맹점을 피기망자로 하는 삼각사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카드론이용행위는 사기미수범이 아니라 사기불능범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2. 신용카드체계와 형법정책 이 사안에서 항소법원이 사기죄의 해석과 내적으로 연관시킨 형법정책은 해석론 이상으로 타당성이 있다. 특히 항소법원이 지적한 카드회사의 모럴헤저드는 자기신용카드의 부정사용과 타인신용카드의 부정사용이 불법유형에서 차별적임을 전제로 한다. 후자는 외부로부터 신용카드체계의 기능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서 그 불법유형이 절도나 사기 등과 매우 유사하다. 이에 비해 전자는 신용카드체계에 참여하는 내부자의 일탈행위이며, 그 불법유형은 계약위반의 성격이 더욱 강하다. 그런데 세 당사자 간에 이루어지는 3가지 종류의 신용카드계약에 내재된 도덕원칙(Moralprinzip)은 그런 계약과 거래를 통해 모두가 권리와 의무, 기회와 부담을 형평있게 누리게 된다는 점에 있다. 회원은 포괄적 신용을 얻되 회비와 결제대금이자를 부담하고, 가맹점은 수수료를 부담하되 대금지급을 안정적으로 제공받고 회원의 소비성향증대에 터 잡은 매출의 증가라는 이익도 얻는다. 이에 비해 카드회사는 가맹점에게는 대금지급을 보장하되 수수료를 얻으며, 회원에게는 포괄적으로 신용을 공여하되 회비를 얻는다. 그런데 이때 카드회사가 누리는 이익은 무엇보다도 포괄적인 신용공여를 경제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 기초한다. 바꿔 말해 카드회원자격의 부여는 카드회사가 스스로 자신의 거대조직을 활용하여 합리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위험은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카드회사는 신용공여실패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는 신용공여로부터 어떤 이익도 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항소법원이 펼친 해석정책은 바로 이런 도덕원칙에 지향되어 있다. 카드회사의 신용카드남발은 불량회원과 부실채권을 증가시키고, 결국에는 카드회사가 스스로를 재정위기에 빠뜨림으로써 신용카드체계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만든다. 그러므로 자기신용카드의 부정사용을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은 도덕원칙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체계의 기능보호라는 목적에서 보더라도 역기능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형법해석은 그와 같은 모럴헤저드를 촉진시키는 카드회사의 후견인 역할을 거두어들이고, ‘스스로 분쟁의 원인을 제공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귀속시키는’ 피해자학적 관점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또한 거시적으로 신용카드형법은 카드체계에 참여하는 내부자들이 스스로 일탈행동을 예방하고, 손실위험을 조정하는 자율적 조절메커니즘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구조정책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형법의 보충성원칙은 그런 방향의 형법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형법정책이 그런 요구에 응할 때 형법의 정당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한 항소법원의 무죄판결은 바로 그와 같은 이성적인 형법정책을 형법해석에 내재화시킴으로써 법원에 의해 형성되는 구체적 형법규범의 정당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다.
200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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