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30일(화)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병역
검색한 결과
9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헌법사건
남성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 자유
헌법재판소는 2020년 9월 24일 2016헌마889 결정('대상결정')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남성복수국적자에게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만 18세 되는 해의 3월 말까지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병역의무를 해소하기 전까지 국적이탈을 허용하지 않는 국적법조항('심판대상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하였다(잠정적용 헌법불합치). 반면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국적이탈 신고자에게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를 첨부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국적법시행규칙조항('심판대상 시행규칙조항')은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기각). Ⅰ. 대상결정 1. 사건의 개요와 심판대상 청구인은 1999년 5월 15일 미국 국적의 부와 대한민국 국적의 모 사이에서 출생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로서 아직 대한민국에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자이다.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의하면 남성복수국적자가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만 18세 되는 해의 3월 말까지 국적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병역의무 해소 전까지 국적이탈을 허용하지 않고, 심판대상 시행규칙에 의하면 국적이탈 신고자는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실무상 출생신고를 한 자가 발급받을 수 있는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요구한다. 대한민국국적의 이탈을 원하는 청구인은, 심판대상 시행규칙에 의하여 국적이탈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고,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의하여 2017년 3월 31일이 지나면 병역의무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국적이탈이 제한된다. 이에 청구인은 이들 규정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6년 10월 13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결정의 요지 (1) 심판대상 법률조항 법정의견은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복수국적자가 국적선택 기간 내에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못한 데 대하여 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고, 병역의무이행의 공평성확보라는 입법목적을 훼손하지 않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국적선택기간이 경과하였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국적이탈을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하여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복수국적자의 부모 중 어느 일방 또는 쌍방은 대한민국 국적자이거나 대한민국 국적자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고, 대한민국의 재외공관에서는 국적이탈제도에 대하여 여러 방법을 통해 꾸준히 안내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그의 법률의 부지를 정당화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2) 심판대상 시행규칙조항 법정의견은 심판대상 시행규칙조항이 국적이탈신고자에게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국적이탈자 본인의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부와 모의 기본증명서 등을 제출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청구인이 국적이탈신고 시에 비로소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는 부담은 청구인의 부 또는 모가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출생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고, 국내에서 발급받은 증명서와 같이 국적이탈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하고도 신뢰성 있는 다른 유형의 서류를 상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심판대상 시행규칙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청구인과 같이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후 출생신고를 한 사실이 없는 복수국적자는 출생신고 절차를 거친 후 국내 친지나 재외공관을 통하여 기본증명서 등을 발급받아 이를 국적이탈 신고서에 첨부하는 국적이탈절차를 이해하고 진행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서 국적이탈을 포기할 수 있고, 외국에서 발급된 서류를 제출받는 방법을 통하여 출생신고절차를 반드시 거치지 않더라도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이유로 심판대상 시행규칙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Ⅱ. 결정에 대한 평석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논증의 핵심은 청구인과 같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로서 외국에 주된 생활근거를 두는 남성복수국적자가 국적선택기간 이내에 국적이탈신고를 하지 못한 사실상의 사정에 대해 법적 의미를 부여하여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그러한 사실상의 사정을 국적선택기간에 고려하지 않은 부분을 과잉금지원칙심사에서 적절히 원용하는 것이다. 법정의견은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위와 같은 사실상의 사정을 국적선택기간 이내에 국적선택을 하지 못한 정당한 이유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을 최소침해성심사에서 대체수단에 관한 논증을 하면서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부분은 법익균형심사를 할 때에도 '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평가할 때 반드시 서술되어야 하는 핵심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법익균형성심사를 형식적으로 진행하다보니 이 부분에 관한 논증이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와 같은 복수국적자의 사실상의 사정을 (최소침해성심사에서 나마) 고려하여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논증한 법정의견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심판대상 시행규칙의 경우는 (기각결정을 내린) 법정의견과는 달리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법정의견이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논증할 때에는 외국에 주된 생활근거를 두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국적이탈 신고기간 내에 국적을 선택하기 어려운 사실상의 사정을 주된 논거로 활용하면서도 심판대상 시행규칙의 위헌성을 논증할 때에는 위와 같은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국내법에 따라 출생신고절차를 밟기 어려운 사정에 관한 논증을 완전히 배제하고 출생신고절차 및 기본증명서를 발급받는 형식적인 절차적 문제로만 파악하여 논증하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 심판대상 시행규칙은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의 자유의 제한을 가중시키는 절차적 요건이므로 그로 인한 사실적인 기본권제한을 함께 고려하면서 그 위헌성을 논증해야 한다. 예컨대 외국에 주된 생활근거를 두고 있는 미성년자인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국적이탈을 하기 위해 우선 국내에서 출생신고절차를 거친 후 국내 거주 친지나 재외공관을 통해 기본증명서를 발급받아 국적이탈 신고서에 첨부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그가 처한 사실적 사정에 따라 국적이탈신고절차를 밟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부 또는 모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데, 만약 그 복수국적자가 부 또는 모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 국내법에 따라 출생신고절차를 밟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적 사정들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출생신고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위와 같은 사정에 처한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복수국적자의 부 또는 모가 출생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수국적자가 심판대상 시행규칙에 의해 출생신고의 부담을 지는 것이라면 복수국적자에게 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가중된 절차적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 한편, 외국 공공기관이 발급한 여권, 출생증명서 등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현행 법제도를 고려할 때 복수국적자 본인의 출생 및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외국 공문서가 유독 국적이탈절차의 경우에만 본인 신원확인과 가족관계를 확인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심판대상 시행규칙도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Ⅲ. 입법적 개선방안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주된 생활근거를 외국에 두고 있는 복수국적자가 국적이탈 신고기간 내에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못한데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요건과 절차 등을 정하여 국적이탈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국적이탈신청권자의 범위의 경우 신청권자의 범위를 좁게 한정해서는 안 되고 주된 생활근거를 외국에 두고 일정 기간 이상 외국에 거주한 자에 대하여는 국적이탈신청자격을 주어 국적이탈미신고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둘째, 국적이탈신청사유의 경우 신청인이 국적이탈신고기간에 국적이탈신고를 하지 못한 이유는 대한민국과의 생활밀접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에 있으므로 신청자가 국적이탈 미신고에 대한 사유를 소명하도록 하는 절차를 두어야 한다. 셋째, 법무부장관이 국적이탈허가를 결정하기 전에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갖춘 국적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치도록 하되 그 설치근거 및 핵심내용은 법률에 근거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심판대상 시행규칙이 헌법에 합치되기 위해서는 외국에 생활근거를 둔 복수국적자가 국적이탈절차를 밟을 때 국내법에 따라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자가 새롭게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서도 외국의 공문서를 통해 국적이탈신고를 하는 본인의 신분과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공진성 교수 (전남대 로스쿨)
병역준비역
국적법
병역의무
복수국적자
공진성 교수 (전남대 로스쿨)
2021-05-24
군사·병역
국제인권법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근거
- 광주지방법원 2015노1181, 1535, 1668 판결 -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판결 - 1. 사실관계 및 항소의 요지 피고인들은 원심에서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수령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아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이라고만 함) 위반으로 유죄선고를 받았는바,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규약’이라고만 함) 제18조 및 헌법 제19조에 의한 양심의 자유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이 사건 법률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함에도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본 원심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로 항소를 하였다. 2. 관련 대법원 판결들의 요지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관한 사건에 관하여 2004년 “헌법 제19조(양심의 자유), 제20조(종교의 자유)가 보호하는 자유는 헌법 제29조 제1항(국방의 의무) 및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어서 이 사건 법률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피고들이 주장하는 양심의 자유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규약 제18조 규정도 헌법 제19조(양심의 자유), 제20조(종교의 자유)의 해석상 보장되는 기본권의 보호 범위와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규약의 위 조항으로부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2007년 “규약 제18조는 물론 규약의 다른 조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고 규약의 제정 과정에서 규약 제18조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포함시키자는 논의에 대하여 관여 국가들의 의사가 부정적인 점 등을 근거로 규약 제18조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될 수 없다”고(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 각각 판시하였다. 3. 국제인권법의 국내법 적용에 관한 항소심(대상판결)의 판단의 요지 및 근거 대상판결은 우리 헌법 제6조 제1항의 국제법 존중주의원칙에 따라 국가가 체결 공포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가입한 자유권규약 및 그 선택의 정서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하고 자유권규약 제18조는 특별한 입법 조치 없이 우리 국민에 대하여 직접 적용되는 법률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의견인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법률상의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에 있어서 규약 제18조가 일종의 특별법으로서 그 법원(法源), 즉 재판규범이 된다고 할 것이라고 전제하였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자유권규약위원회가 2006. 11. 3. 이후 5차례 채택한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제기한 4건의 사건에서 연속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규약 제18조에 의하여 보호된다는 의견을 밝혀 왔는바, 국제인권규약에 대하여는 제정 당시 문헌에 구속되지 않고 시대정신에 맞게 이를 해석하여야 한다는 소위 ‘살아 있는 문서이론’을 고려하여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여 기본권을 도출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자유권규약위원회 자체의 규약에 관한 해석은 ‘상당한 설득적 권위’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동 위원회의 제18조에 관한 해석이나 유럽인권재판소의 2011년 바야탄 사건의 판단에서 관련 인권규약에 명문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규정하지 않았어도 해석상 이를 권리로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상 신의성실원칙에 따라 국내 사법부도 국제조약에 대한 이행의무가 있으므로, 결국 규약 제18조 규정과 동 위원회의 위 규정에 관한 해석이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법률의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에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의 정당한 사유에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4. 평석 (1) 전통국제법의 한계 및 이에 따른 사법부 소극주의 국제인권법은 전통 국제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특히 1945년 2차 세계대전 후 도입되었다. 즉 전통 국제법은 전적으로 주권국가들의 행위만을 규율하고 다른 국가와 사이의 “양자적” 성격의 법률관계를 토대로 조약을 통하여 상호 권리, 의무를 주고받는 “상호적” 성격, 그 조약위반에 대한 집행도 해당 조약위반으로 피해를 본 상대 국가에게만 인정되는 “주관적” 성격이 특징이었다. 전통 국제법은 그 단점으로 국제법상 의무위반 집행을 각국 스스로 해결하여야 하기 때문에 약소국가는 강대국의 국제법상 위반에 제대로 집행을 할 수 없게 되고 다른 국가들에 의한 침략, 인권침해로 인하여 자국 내지 타국내의 인간이 수백만 명 단위로 전쟁으로 죽는 등 인간의 존엄성이 엄청난 규모와 심각한 정도로 훼손된 경우에도 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들은 이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적 차원에서 전통 국제법은 가치몰각적(價値沒却的) 국제법이 되고 말았다. 나아가 전통 국제법은 국가의 국제법상 권리, 의무를 해석하고 집행함에 있어서 조약 또는 국내법상 규정의 해석을 자구 그대로 존중하는 소위 실증법적 태도, 자구중심의 해석에 충실할 수밖에 없어 결국 사법부의 국제법의 국내적용 시 소극주의로 귀착되었다. (2) 국제인권법 제정 목적에 따른 국내법 적용· 해석원칙 - 사법부 적극주의 국제인권법은 전통 국제법에서 단지 객체 또는 대상에 불과했던 개인, 인간의 존엄성 그 자체 혹은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인정되고 보호되어야 하는 가치를 국제법 차원에서 보호하기 위하여 고안되었기 때문에 국제인권법상 인권은 본질적으로 국가의 동의나 국가의 조약체결에 의하여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개념을 전제로 하였다. 나아가 국제인권법(조약)에 따른 국가의 인권보장의무는 전통 국제법상 체약국가의 다른 조약 가입국에 대한 양자적, 상호적, 주관적 성격이 아니고 국제공동체(국제연합 등)의 평화, 인권 등 공공질서 내지 기본가치를 공동체를 대신하여 수호하는 ‘객관적’, ‘통합적’ 성격을 지닌다고 본다. 위와 같은 국제인권법의 도입목적, 성격에 따라 국제인권법은 사법부가 국제인권법 또는 조약 조문상 인권내용이 불분명한 경우에도 그 인정을 위하여 관련 조약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입장, 달리 말하면 탈실증법적 태도, 자구 중심의 해석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인권친화적 해석을 요청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법부가 국제인권법을 국내법에 적용·해석하는 경우 적극적, 발전적 태도를 취할 것을 요청한다. 다만 현재 국제공동체의 발전단계 내지 모습이 국내공동체(국가) 또는 발전된 공동체(유럽연합)에 비해 미약하고, 특히 우리나라가 가입하고 있는 국제연합(유엔)차원의 국제공동체는 국제인권법을 창설할 당시부터 국제인권법에 따른 국가의 인권보장의무의 국내적 효력인정 여부에 관하여 즉시 국가에 대해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하지 않고 해당 권리의 보편적 인정 여부, 그 피해자의 숫자, 피해의 심각성 정도, 각 회원국의 국내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국가가 이를 점진적, 발전적으로 이행, 집행하는 재량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 대법원의 국제인권조약의 해석에 관한 문제점 대법원은 위와 같은 2004년, 2007년 판결에서 규약 제18조 조문에 명문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권리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국내법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계속 판시함으로써 자유권규약 등 국제인권규범의 국내적용·해석에 관하여 기본적으로 전통 국제법에 따른 실증법적 태도, 자구해석에 충실한 태도, 나아가 사법부 소극주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국제인권법의 국내법 적용에 관한 해석원리, 즉 국내법상 권리처럼 명문 규정의 구체적 근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관련 인권이 국제공동체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적극적, 발전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원칙, 헌법 제6조의 국제법 존중주의 원칙을 간과 내지 위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5. 결론 대상판결은 유럽인권재판소에서 널리 인용되고 있는 ‘살아있는 문서이론’을 원용하여 규약 제18조 조문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위 규정에서 양심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국제인권법의 제정목적에 따라 요청되는 적극적, 발전적인 태도를 충실히 반영하였을 뿐만 아니라 인권규약이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상 신의성실의 원칙 등을 근거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이 사건 법률을 적용ㆍ해석함에 있어 일종의 특별법으로서 그 법원(法源), 재판규범이 된다고 판시함으로써 헌법 제6조 제1항의 국제법 존중주의 원칙을 제대로 존중하는 판결을 하였다. 특히 대상판결은 국제인권규약이 국내 사건에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논거를 국내 법원 차원에서 최초로 설득력 있게 밝힌 획기적 판결로서 앞으로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가 국제인권법을 국내법에 적용·해석하는 경우 선례로 자리 잡기를 소망해 본다.
양심적병역거부
국제인권법
병역
2016-12-05
부가가치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I.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1999. 4.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외화획득용 원료구매승인서를 발급받고 이를 기화로 영세율로 금지금(순도가 1000분의 995이상 금괴)을 매입하고 이를 가공?수출하지 아니한 채 매입 즉시 전량 구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 업체에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라 함)를 부과, 판매하여 부가세 63억원을 징수하자마자 그 즉시 법인계좌에서 전액 인출하여 사용한 후 이중 15억원에 대하여는 부가세 신고조차 하지 않고, 나머지 48억원에 대하여는 신고만 한 채 제1기분 63억원 상당을 납부하지 아니하고, 이어 1999. 7. 동일한 수법으로 징수한 부가세 5억원 역시 임의 소비하고서도 신고는 하고 곧바로 폐업신고를 하는 등으로 제2기분 부가세 5억원을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2. 사건경과 가. 공소 제기(신고?미신고 불문 미납부 전액 조세포탈로 의율, 기소) 검찰은 2004. 9. 7.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미납부한 부가세 68억원 전액에 대하여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1항의 조세포탈행위로 의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나. 1심 판단(신고부분 무죄, 무죄이유는 조세포탈이 아닌 조세체납 문제라는 취지) 1심 법원은 2004. 11. 18. 미신고분인 제1기분 15억원에 대하여는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나머지 신고분 53억원에 대하여는 부가세의 조세채권 확정에 관하여 신고납부방식을 취하고 있는 현행 조세법체계하에서 부가세는 납세의무자의 신고로 일응 그 조세채권이 확정되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부가세액을 신고한 이상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신고한 이상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조세체납의 문제일 뿐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다. 원심 판단(원심파기, 신고부분도 조세포탈에 해당한다고 전부 유죄 선고) 검찰은 2004. 11. 20. 무죄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원심(서울고등법원)은 2005. 11. 23. 정상적으로 신고한 부분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영업활동을 통하여 이득을 얻을 목적이 없고 부가세를 납부할 의사 없이 사위적인 방법으로 영세율의 적용을 받아 금괴를 구입한 다음 이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여 부가세액이 포함된 판매대금에서 구입가격(부가세가 포함되지 않는 가격)을 제한 나머지 금액을 이득으로 취하려 한 것이므로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조세범처벌법규가 예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고, 비록 피고인들이 신고절차를 마쳤다 하더라도 조세포탈행위 성립에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1심 일부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신고한 53억원을 포함, 68억원 전액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II. 법적 쟁점 이건의 주요 쟁점은 위와 같이 수출계약서를 위조, 영세율인양 가장하여 영세율로 금지금을 매입하고, 부가세의 거래징수 제도를 악용, 구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업체에 부가세를 부과, 판매하여 마치 징수한 부가세액을 납부할 것처럼 가장,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 징수한 부가세액 전액을 그 즉시 임의사용한 다음 세무관서를 기망, 신고한 경우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임 즉 이건처럼 기망징수하여 기망신고한 경우 설령 신고는 하였더라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임 Ⅲ. 대법원 판결요지(전원합의체 판결) 1. 다수의견 (8인의 대법관, 원심판단 정당) 대법원은 2007. 2. 15. 전원합의체 판결로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의 확정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뿐만 아니라 비록 과세표준을 제대로 신고하는 등으로 조세의 확정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지만 조세범처벌법 제9조의3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의 기수시기에 그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고 그것이 조세의 징수를 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인하여 생긴 결과인 경우에도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시하면서, 다만,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조세의 징수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그 재산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은닉 또는 탈루시킨 채 과세표준만을 신고하여 조세의 정상적인 확정은 가능하게 하면서도 그 전부나 거의 대부분을 징수불가능하게 하는 등으로 과세표준의 신고가 조세를 납부할 의사는 전혀 없이 오로지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의도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실질에 있어서는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위와 같은 거래방식은 처음부터 정당한 세액의 납부를 전제로 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거래징수하는 한편 과세관청에 대하여는 책임재산의 의도적인 산일과 그에 이은 폐업신고에 의하여 그 지급을 면하는 부가세 상당액이 위 거래의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자 거래의 동기이었음을 알 수 있는바, 본 사안은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부가세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의도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징수한 부가세액 상당 전부를 유보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만 부가세를 신고한 것에 불과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 부가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것이어서 조세포탈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신고한 부분까지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2. 소수의견 (5인의 대법관) 이에 대하여 5인의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제시하였는데, 별개의견은 부가세와 같은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는 납세의무자의 신고에 의하여 조세채무가 확정되므로 과세표준 및 세액을 실제 그대로 신고하여 조세채권 확정에 어떤 방해나 지장도 초래하지 않았다면 설사 납세의무자가 조세체납의 의도로 과세표준 신고 이전에 재산을 은닉?처분하였다 하더라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하여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수의견과 같이 본다면 조세징수만을 불가능 또는 곤란하게 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조세포탈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이럴 경우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에 책임재산 은닉행위와 무납부 또는 과소납부행위를 포함시키고 징수권의 침해 여부에 따라 구성요건해당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되어 신고납세방식 조세의 본질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둘째, 대법원은 그동안 사전소득은닉행위를 과세표준 자체를 은닉하는 행위로 보아왔는데 다수의견에 의하면 책임재산 일반을 감소시키는 부정행위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게 되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 셋째, 다수의견과 같이 납세의무자의 책임재산을 은닉?탈루시키는 행위가 있으면 신고여부와 상관없이 조세포탈죄가 성립하는 것이라면 조세범처벌법 제9조의3에서 신고?납부기한이라는 기수시기를 따로 두고 있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넷째, 다수 의견에 따를 때 과연 어떠한 경우가 납세의무자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신고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여 실질적으로는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인지 알기 어렵다. 다섯째, 다수의견에 의하면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도 확정과는 상관없이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는 적극적인 부정행위와 징수불능이 있으면 조세포탈범이 성립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바, 종래에는 납세의무자가 기망행위를 하였으나 과세관청이 이에 속지 않고 정당한 상속세액을 부과한 경우 조세포탈범이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으나 앞으로는 납세의무자가 부과된 세액을 납부하지 아니한 경우 조세포탈범이 성립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종전보다 확장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여섯째, 우리 세법은 조세채무의 확정과 징수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일단 조세채권이 확정되면 그 조세채권에 대하여는 일반채권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바, 조세포탈죄는 정당한 조세채권의 확정을 방해하거나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이해하여야 하고, 다수의견과 같이 정당한 조세채권의 확정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더라도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Ⅳ. 판례 평석(이건은 기망징수에 기한 기망신고이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전형임에도 다수의견 이유란에 이에 대한 판시가 누락된 점) 1. 다수의견 의의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1항의 조세포탈범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함으로써 성립한다. 대법원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대하여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왔다. 또한 적극적 행위가 수반되지 아니한 단순한 미신고 또는 과소신고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왔다. 그리하여 이번 판례는 기한 내에 신고하되 납부만 하지 아니하면 포탈이 아니고 체납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고, 또한 단순 무신고나 허위 신고만으로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종전 판례(대법원 1998. 6. 23. 선고 98도869, 2000. 4. 21. 선고 99도5355 판결)가 있음에도 부가세 포탈에 관한 한 비록 확정 신고를 하였다 하더라도 거래 실질에 있어 징수불능 의도로 거래징수한 부가세를 유보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 신고하여 조세채권이 정당하게 확정되는 경우 이는 실질에 있어 부가세를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판시로 부가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 신고납세방식에서 신고는 조세채권을 확정시키는 준법률행위이고, 부과과세방식에서 신고는 단순한 세액결정자료 제출에 불과하므로 신고납세방식 세목(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등)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가 부과과세방식 세목(상속세, 증여세 등)보다 넓고, 일본 역시 우리의 부가세법에 해당하는 소비세법 제64조에서 조세포탈행위를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로 규정하고 판례도 부정행위를 “포탈의 의도로써 세금의 부과?징수를 불능 혹은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것 같은 어떤 위계 그 밖의 공작을 행한 것”(최고재판소 1968. 11. 8. 선고)이라고 우리 대법원과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는바, 이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례는 향후 자기부과조세제도의 확립 등과 괘를 같이하여 신고납세방식 세목의 경우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에 대해 종전보다 넓게 해석하겠다는 경향을 밝힌 획기적인 판례다. 여하튼 위 다수의견에 의해 2003. 7. 1. 이전에는 영세율제도, 그 이후에는 면세금제도를 악용하여 금지금 변칙거래를 통해 2조원 이상의 부가세를 포탈하여 국고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조직적, 지능적 조세포탈사범에 대한 법리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이들을 하나같이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구축되었다. 2. 다수의견 평석 다만 다수의견 유죄이유 판시내용과 관련, 아쉬운 점은 크게 네 가지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다수의견 판시 미흡에 기인하여 소수의견이 있었기에 이하 내용을 다수의견에 추가하여 판단하였으면 소수의견도 불식하고 세법엄격해석 원칙에 맞는 판시였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법해석 판시와 관련하여 일부 간과한 부분이 있다. 대법원 판례는 하나같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판시하는데 그치고 있는 바, 사기는 부정한 행위의 주요 태양으로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고, 여기서 기망이라 함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행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해석함에 있어 이건처럼 세무행정당국이나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하여 납세의 의무(헌법 제38조)를 감면받거나 공제받고, 징수한 부가세액마저 위 거래의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기에 징수불능케 하여 납세의무 이행을 면탈하여 세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단계에 이르는 행위 즉 기망신고, 기망징수 행위는 당연히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포함하여 판시해야 함에도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조차 이러한 기망신고, 기망징수 행위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대표사례로 포함시켜 판시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종전 판시에만 그친 아쉬움이 있다. 참고로 헌법상 납세의무를 침해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유사한 병역법 제86조에 정한 ’사해행위‘의 의미 및 그 실행의 착수시기와 관련되어 대법원 판례(2005. 9. 28. 선고 2005도3065판결)는 ’사위행위‘라 함은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조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러한 신체적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무행정당국을 기망하여 병역의무를 감면받으려고 시도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다른 행위 태양과 상응할 정도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면탈하고 병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에 비로소 사위행위의 실행을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점에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과 관련하여 기망신고, 기망징수 부분까지 포함하여 판시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둘은 이건에서 피고인들은 조세부과측면에서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인양 기망신고하여 조세부과를 불가능하게 하였기에 전형적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사전소득은닉행위)임에도 이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는 점이다. 기망신고인 이유는 첫째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로 지금을 양수한 사실이다. 둘째 영세율제도를 악용하여 영세율로 양수받은 지금을 하나같이 국내에 과세판매하여 거래를 위장한 사실이다. 셋째 그럼에도 마치 적법하게 영세율로 지금을 양수받은 양 매입세액을 영세율로 기망신고하여 공제받은 사실이다. 넷째 일부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고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다. 그리하여 위 네 가지 측면에서 피고인들은 영세율 적용대상이 아님에도 영세율로 매입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 영세율인양 기망신고하여 매입세액을 부당하게 공제받아 조세 부과를 불가능하게 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건 신고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태양인 기망신고에 해당함에도 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판시가 누락되었다. 사단법인 한국세무학회의 원심법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수출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출할 것처럼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로 부가세 신고를 함으로써 납부세액을 축소시키거나 환급받았다면 그와 같은 행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조세포탈범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참고로 일본의 통설이나 판례(최고재판소 1973. 3. 20. 선고)에 의하면 기망신고 일종인 허위신고 자체만으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셋은 피고인들은 조세징수측면에서 마치 부가세를 지급할 것처럼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 징수하고 이를 전액 임의사용하여 조세징수를 불가능하게 하였기에 전형적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징수불능)임에도 이에 대한 판시내용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기망징수하여 징수불능인 이유는 첫째 현금과 같고, 당일 매입하여 바로 매출하므로 시세변동이 없는 영세율 지금을 하나같이 매입가보다 저가로 과세매출하여 마치 징수한 부가세를 납부할 듯한 태도로 기망징수하는 등 구조적으로 부가세를 납부할 수 없는 거래를 한 사실이다. 둘째 징수한 부가세 전액을 사적으로 임의로 사용, 횡령하여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사실이다. 셋째 궁극적으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수출업체의 부정한 환급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 위해 수입가격보다 저가수출을 하여야 하고 저가수출을 위해 반드시 저가 과세매출할 수밖에 없는 거래를 통해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사실이다. 넷째 납부능력이 없는 자를 대표이사로 내세우고, 주범은 해외로 도주하고 사무실을 폐업하여 영업을 중단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설령 견해를 달리하여 신고를 하였기에 조세부과측면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없다 하더라도 종전 대법원 판례 즉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는 판시에 의하더라도 이건에서 피고인들은 거래징수제도를 악용하여 처음부터 조세징수가 불가능한 거래를 하였기에 그 행위 자체만으로 신고여부와 무관하게 조세징수 측면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즉 기망징수에 해당함에도 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이유 설시가 분명하지 않은 점이다. 넷은 기망신고, 기망징수인 경우 부가세 신고가 본건 조세포탈범 성립을 배제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누락된 점이다. ‘사기 기타 부정행위’는 단순한 하나의 행위일 수도 있지만 일련의 행위가 복합적으로 해당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행위만으로는 적극적인 침해의사를 인정할 수 없더라도 여러 개의 행위를 종합하여 조세포탈의사에 의한 적극적인 행위인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1심 판결과 같이 부가세 신고를 한 부분과 신고를 하지 않은 부분을 나누어 피고인들이 부가세 신고를 한 부분은 조세채무가 확정되었으므로 단지 조세 확정 이후의 체납의 문제라고 보는 것은 범행의 전체적 기망과정을 도외시한 것이다. 본건에서 피고인들의 신고는 조세의 확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당국의 즉각적인 세무조사를 피하여 제1기분 부가세 포탈에 그치지 아니하고 제2기분까지 이어가기 위해 시간을 확보하거나 조세포탈 의도를 은폐하기 위한 기망신고로 대표적인 위계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살핀대로 기망신고, 기망징수 의도하에서 행해진 신고는 본건 부가세 포탈 성립을 방해하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음에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 그리하여 이건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세체납 문제로 판단한 1심은 어떠한 적극적 부정행위, 즉 기망신고, 기망징수가 없는 단순 체납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3. 소수의견 비판 소수의견은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 다수의견을 비판하고 있는데, 결국 그 핵심은 다수의견과 같이 볼 경우에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에 책임재산은닉 후 무납부 또는 과소납부한 행위까지 포함시키게 되는데 이는 구성요건이 확장되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고, 신고납세방식 조세의 본질에도 어긋나며, 조세가 확정된 이상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고 조세채권 징수의 문제만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의견은 정상적인 영업활동 후 체납을 위해 책임재산을 은닉하고 무납부한 경우를 상정하여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정상적으로 신고까지 마친 후 단지 세금을 면하기 위하여 책임재산을 은닉하고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까지 조세포탈범으로 보겠다는 것은 아니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있었던 경우와는 다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영업활동이 아닌 조세포탈 일련의 과정이었을 뿐이다. 다수의견은 애초부터 세금을 낼 의도없는 형식적인 부가세 신고는 비록 금액에 있어서 허위, 과소신고가 아니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보아 허위, 과소신고와 마찬가지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책임재산은닉행위를 구성요건의 하나로 추가한 것이 아니라 이 역시 형식적 신고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단서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일 뿐이다. 부가세 신고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실상 신고가 없는 경우나 다를 바 없는 경우에 신고가 있었음을 이유로 조세포탈범의 성립을 부정한다면 무신고를 통해 1회성 거래를 통하여 단기간에 걸쳐 조세를 포탈하려고 기도하는 자보다 이건처럼 계획적?지능적 범의 하에 신고를 하면서 마치 징수한 부가세를 납부할 듯한 태도로 세무관서를 기망, 현실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지 아니한 채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여 더 많은 조세를 포탈하려고 하는 자가 더 유리하게 되는 결과가 되는바 이를 막기 위하여 실질적으로 신고가 없는 경우와 같이 보겠다는 것이고 소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조세포탈범의 행위 정형성이 무너질 만큼 구성요건을 확장한 것은 아니다. 이는 추상적인 법률을 해석하여 구체화된 기준을 제시하는 법관의 법률 해석의 권한 내에 있는 것이지 명문의 규정을 넘어서 가벌성을 확장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다수의견 평석에서 밝힌 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기망신고, 기망징수를 포함하여 해석, 판시하였다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소수의견 없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여 신고납세방식 세목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을 보다 넓고 명확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이에 대한 해석의 엄격성을 유지하는 등 헌법상 원칙인 조세법률주의도 한 차원 더 구현하는 기념비적인 판례가 되었으리라고 확신한다. Ⅴ. 결 론 대상판결은 피고인들과 같이 부가세의 영세율제도, 거래징수제도를 악용하여 징수한 부가세를 횡령하고 저가매출로 구조적으로 조세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고 기망신고한 경우에는 과세표준 신고여부와 무관하게 조세포탈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검찰측 주장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서 부가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를 확대한 획기적인 판례라 할 것이다. 다만 오랜만에 조세포탈행위 해석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인 만큼 이번 다수의견에서 종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기망신고, 기망징수까지 추가하여 포함됨을 명확하게 판시하였다면 세법 엄격해석에도 부합되면서 부가세 포탈에 관한 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와 관련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시금석과 같은 판례가 되었을 것이 확실함에도 이를 포함하여 판시하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건은 검찰에서 종로일대 금시장 부가세포탈 수법을 포착, 서울고검 주재로 특별대책본부를 편성하고 국세청과 공조수사를 착수하고, 공판까지 직관하여 사단법인 한국세무학회 의견조회, 국세청 유권해석(각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취지), 의견서를 통한 적극적인 의견개진 등을 통해, ① 포탈규모 2조원 이상의 사상최대 탈세범죄를 적발하고, 연간 5천억원대 부가세 부정환급, 금지금 수출입 과정에서 수입가보다 저가 수출을 통해 590억원 상당에 이르는 국부해외유출을 차단하게 되었고, ② 이건 수사 이전 금 수입물량이 정상보다 6배나 상회하는 등 금시장이 조세포탈의 온상이었으나 수사착수이후 금 수입물량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등 금시장내 조세포탈사범을 발본색원하여 금 수출입질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③ 단순한 수사에만 그치지 아니하고 공판에 이르기까지 검찰, 국세청 등 유관기관간에 실질적인 공조체제가 이루어낸 대표적인 수사, 공판성공사례로 새로운 판례를 개척하여 탈세사범에 대한 수사를 보다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조세포탈범은 국가의 조세행정을 부정하게 저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건의 경우 국고의 해외유출을 야기하는 등 반사회적인 범죄로 지탄을 받고 있으며 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 국제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더욱이 경제의 발전, 정책 및 세제변화 등에 따라 불확정개념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대한 판례 축적 등을 통해 이러한 범죄의 추세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법률이 제 역할을 못하도록 방치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향후 조세사범 수사실무에 있어서 갖는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2007-08-06
기소휴직자가 공소기각된 경우 봉급 차액 지급 여부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1) 원고 A는 의무부사관으로 임관된 이후 여러 군부대, 병원 등에서 근무하다가 원사로서 1996. 6년경부터 1998. 12.경까지 국군창동병원에서 외래과 담당관으로 일하였고 2000. 11. 21. 뇌물공여혐의(이른바 병역비리)로 구속되어 같은 해 12. 8. 피고산하 국방부보통군사법원 2000고45호 뇌물공여사건(후에 2001고13호 뇌물공여사건이 병합됨, 이하 형사사건이라 한다)으로 기소되었다. 2) 그러나 위 각 기소당시 각 공소장 기재 범죄사실에 부합되는 진술을 하였던 군의관 이○○과 성△△은 2001. 3. 28. 13:00경 열린 위 군사법원 제2차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진술함에 있어, 위 원고로부터 뇌물을 받은 바 없고 이와 다른 내용의 종전 진술은 모두 허위였다는 취지로 각 진술하였다. 당시 공소유지검찰관 소외 이□□는 그 자리에서 원고 A에 대한 위 각 공소를 취소하였고, 위 법원은 같은 날 위 원고에 대하여 검사의 공소취소를 이유로 한 위 형사사건의 공소기각결정을 고지하였으며 이에 따라 위 원고는 당일 석방되고 자동복직되었다가 2001. 6. 30. 군인사법 제41조 제1호에 따라 전역하였다. 3) 원고 A는 구속이후 군인사법 제48조 제2항에 따라 기소휴직되면서 봉급의 1/2를 수령하게 되었고 형사사건 종료 후에 전역이전인 2001. 5.경까지 지급이 유보된 임금 및 수당의 합계 금 6,880,270원을 청구하자 국방부는 원고 A가 무죄선고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 A는 급여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2. 1심, 항소심, 대법원 판결요지 1) 대법원은 “군인사법 제48조 제2항은, ‘장교 · 준사관 및 하사관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를 제외한다)에는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할 수 있다.’, 제4항은 ‘…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휴직기간에는 봉급의 반액을 지급…한다. 다만, 제2항의 규정에 해당되어 휴직된 자가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휴직명령을 받아 봉급의 반액을 지급받은 자는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 그 차액을 소급하여 수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헌법 제28조는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는데, 이에 따른 형사보상법은 단순히 무죄선고 뿐만 아니라 면소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받은 경우에도 그와 같은 재판을 할 만한 이유가 없었더라면 무죄의 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을 때에는 국가에 대하여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형사보상법 제25조 참조)하여 그 보상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점, 헌법상 인정되는 인간의 존엄권 및 기본적 인권 보장, 평등권, 무죄 추정의 법리 등 헌법이념에 비추어 보면, 위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라 함은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판단은 법률의 문의적(文義的) 한계내의 합헌적 법률해석에 따른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라고 판시하였다. 2) 제1심(서울지방법원 2003. 8. 28. 선고 2002가단256464판결)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4. 4. 14. 선고 2003나61452판결)도 대법원과 같이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라 함은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기소휴직제 1. 의의 기소휴직이란 임용권자가 장교·준사관·부사관에 대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일정한 기간 동안 휴직을 명하는 것을 말한다(군인사법 제48조). 공법상 휴직제도는 일정기간 동안 직무에 종사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공무원관계는 계속 유지하되 본인의 신청 또는 행정기관이 직권으로 직무수행의무만을 해제하는 것을 말한다. 직업공무원제도를 표방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신분보장제도의 일종이다(졸저,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710면) 휴직은 공무원의 신분을 계속 갖고 있으면서 직무에는 종사하지 않는 점에서 직위해제 · 정직처분과 같으나 본인의 원에 의하여 휴직할 수도 있고 제재적인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직위해제와 구별되고 징계처분과 휴직은 그 목적 및 성격이 다를 뿐만아니라 징계사유가 휴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에 비추어 휴직과 징계와는 구별된다. 특히 정직처분은 징계처분의 일종으로 징계절차에 따라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하거나 필요한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절차적 권리가 보장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2. 제도의 취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를 휴직사유로 규정한 취지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군인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공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무나 행정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방지하고, 한편 피고인인 군인에게도 공무담당의 의무를 일시적으로 해제하여 소송당사자로서 공판과정에서 변론준비 등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해당 군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2조의2, 지방공무원법 제65조의2에서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를 직위해제 사유로, 일본 국가공무원법 제79조에서는 휴직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판례도「기소휴직제도의 취지·목적은 일반적으로 기소된 직원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는 것에 의해 직무의 수행, 직장규율내지 질서유지에 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그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나아가서 관직 전체의 신용을 추락시킬 우려가 있고, 또한 기소된 직원은 원칙적으로 공판기일에 출두할 의무를 지는 등으로 공무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소되어 장차 실직할지도 모를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자를 계속 직무에 종사시키는 것으로 공무의 능률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해당직원을 그 신분을 보유시키면서 일시적으로 직무에 종사시키지 않는 것으로 하여, 이로 인해 직장규율내지 질서를 유지하고 직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나아가서는 관직 전체의 신용을 보지(保持)하고, 더욱이 공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확보하는 것을 의도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東京高 昭45.4.27.判, 行裁集 21권4호 741면), 3. 요건 및 효과 1) 휴직권자는 임용권자가 되며, 휴직기준은 “장교·준사관·부사관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휴직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기소휴직의 요건으로는「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만으로 족하고, 범죄의 성부나 신체의 구속 유무를 묻지 않는다(東京地 昭32.10.4.判, 行裁集 8권10호 1858면). 다만 약식명령의 경우에는 제외된다. 휴직기간은「당해 사건의 계속기간」동안이다. 2) 휴직중인 군인은 직무에 종사하지는 않으나 군인신분은 계속 유지된다. 따라서 군인의 의무 중 그 신분상 당연히 지게 되는 의무(비밀엄수 · 품위유지등)는 부담하게 되나 직무에는 종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무상 의무(직장이탈금지 등)는 원칙적으로 부담하지 않는다. 휴직기간에는 봉급의 반액을 지급하고, 다만, 휴직된 자가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한다(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Ⅲ. 판결의 쟁점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를 형식상 무죄뿐만아니라 내용상의 무죄까지 확대할 수 있을까? 그 동안 국방부 실무는 공소기각과 면소판결의 경우에는 무죄와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하지 않았다(국법무810-98(1972. 2. 5)). 일반직공무원의 경우 공소기각 판결은 인사관계법령에서 정한 유 · 무죄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보수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하고 있었다. 본 사안에 있어서 원고는 처음부터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었고, 군의관들의 허위 진술, 또한 원고와 군의관들 사이의 금품수수내역을 입증할 만한 다른 정황증거는 없었던 사실 등의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면, 당시 검찰관의 공소취소가 없었더라면 원고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어 무죄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었다. 군인사법은 휴직된 자가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휴직으로 인한 각종 불이익을 회복시켜주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공소기각이나 면소판결을 받은 경우에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호방안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었다(졸고, 군인사법상의 기소휴직제, 저스티스(통권 제79호), 2004/6. 146면). Ⅳ. 대상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를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으로써 군인의 권익보호에 크게 기여한 판결로 보여진다. 이 판결은 개인의 권익에 관계된 조문에 있어서 법률의 문의적(文義的) 합헌적 법률해석 선례를 제시한 판결이다. 행정실무자 입장에서는 명확한 법문의 규정이 없이 내용상 무죄재판까지 확대 해석하여 봉급의 차액을 지급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이해가 가나, 위 판결은 앞으로 행정해석에 있어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2004-11-11
拒否處分取消訴訟의 올바른 判決
Ⅰ. 事件의 槪要 (1) 원고는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 약칭한다) 국적을 가진 여자로서 1995. 11. 1. 중국 흑룡강성에서 대한민국국적의 이00와 혼인함으로써 구 국적법(1997. 12. 13. 법률 제54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호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는데, 그 때로부터 6개월 이내에 중국국적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지 아니하여 같은 법 제12조 제7호에 따라 대한민국국적을 상실하였다. (2) 원고는 2003. 3. 26. 피고(법무부장관)에게 국적회복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04. 4. 3. 원고가 불법체류자로서 국적법 제9조 제2항 제2호 소정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에 해당하므로 국적회복허가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위 신청서류를 반송하여 신청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被告의 主張 원고는 중국에서 혼인한 후 중국여권으로 체류기간 60일의 입국사증을 받아 1995. 12. 27.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 그 후 체류기간 연장을 하지 아니하여 1996. 2. 16.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다. 가사 원고가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되어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동안의 체류를 불법이 아니라고 보더라도, 중국국적을 포기하지 아니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1996. 5. 2.부터는 불법체류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는 국적법 제9조 제2항 제2호 소정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판 결 요 지- 한국인의 처가 되어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중국국적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지 않아 한국국적을 상실하였고 적법한 체류기간이 지나 불법체류하고 있지만 특별히 범법행위를 하지도 않아 국적법 제9조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국적회복신청은 이를 거부할 특단의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므로 위 신청을 반려한 이 사건처분은 위법하다 -연 구 요 지- 이 사건은 거부처분의 취소소송사건이다. 즉 원고가 국적회복허가신청을 하였다가 거부당하였으므로 당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다. 만일 이 사건에서 법원이 거부의 처분성 여부를 가려내기 위하여 "원고에게 국적 회복허가를 해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가"하는 문제를 내세웠다고 하게 되면 원고의 소는 각하 됐을 것이다. 원고에게 그러한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Ⅲ. 法院의 判斷(요지) (1) 국적회복허가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에게 다시 대한민국의 국적을 부여하는 처분으로, 과거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점을 고려하여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의 국적을 부여하는 귀화에 비해 현저히 그 실체적 요건이 완화되어 국적법 제9조 제2항 각호(① 국가 또는 사회에 위해를 끼친 사실이 있는자, ②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자, ③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자, ④ 국가안정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무부장관이 국적회복을 허가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국적회복을 허가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다. (2) 위와 같은 규정은 일단 외국인이 된 자를 다시 우리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여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 받아드리기 위하여는 국가 및 사회의 통합과 질서를 저해할 위험이 있는 자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중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란 단순히 범법행위를 한 자를 의미하기 보다는 성별 · 연령 · 직업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차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됨에 있어 지장을 초래할 만한 품성과 행동을 보이는 자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01. 6. 21.선고 2000누12913 판결). (3)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1995. 11. 1.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되어 앞서 본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중국 국적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지 아니함으로써 1996. 5. 1.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게 되고, 방문동거를 목적으로 입국할 때의 적법한 체류기간도 그 이전에 이미 지났음으로써 1996. 5. 2. 이후 현재까지 불법체류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다. (4) 그러나, 원고가 우리나라에 거주하면서 특별히 범법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불법체류자라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장차 우리사회 구성원으로 됨에 있어 지장을 초래할 만한 자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원고가 국적법 제9조 제2항 제2호 소정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원고가 국적법 제9조 제2항 각 호에 해당된다고 볼 만한 다른 자료도 없다. (5) 그렇다면 원고의 위 국적회복신청은 이를 거부할 특단의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므로 허가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 신청을 반려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Ⅳ. 評 釋 1. 旣存 判例와의 差異點 먼저 이 사건이 “거부처분의 취소소송사건”임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즉, 국적법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은 법무부장관의 국적회복허가를 받아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제9조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국적회복허가신청을 하였다가 거부당하였으므로 당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종래 거부처분의 취소소송에 있어서, 법원은 행정청에 의한 “거부”가 “처분”의 성질을 가지는가를 심리함에 있어, “원고에게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또는 신청권”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다음이 그 예이다. ① [행정청이 국민으로부터 어떤 신청을 받고서 한 거부행위가 행정처분이 된다고 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근거 없이 한 국민의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거부한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대판 1995. 4. 28, 95누627). ②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거부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그 거부행위가 행정처분이 되기 위하여는 우선 국민에게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주택개량재개발사업계획의 변경에 관하여는 사업지구 내 토지 등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그 변경신청을 할 수 있는 법규상의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재개발사업의 성격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와 같은 신청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결국 재개발 사업지구 내 토지 등의 소유자의 재개발사업에 관한 사업계획 변경신청에 대한 불허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판 1999. 8. 24, 97누7004) ③ [국민의 적극적 신청행위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려면,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하며, 그 국민에게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만 한다](대판 2003. 9. 23, 2001두10936). 2. 行政法院 2003구합18439判決의 秀越性 만일에 이 사건에서 법원이 - 기존의 판례에서와 같이 - 거부의 처분성 여부를 가려내기 위하여 “원고에게 국적회복허가를 해 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가”하는 문제를 내 세웠다고 하게 되면, 原告의 訴는 却下됬을 것이 틀림없다. 원고에게 그러한 권리가 없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사이, 거부처분취소소송에 대한 기존의 판례에 대하여 - 처분성의 문제와 원고적격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음을 이유로 - 비판적 입장을 취하여 왔다(법률신문 1999. 12. 13 등). 앞으로는 이 사건에서의 판결이 典範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2004-04-26
의무장교(醫務將校)의 의무복무기간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1991. 1.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2. 4. 25. 군의(軍醫) 22기로중위로 임관하여 근무하던 중 장기복무신청을 하여 1992. 12. 14. 장기복무 의무장교로 임용된 후, 1993. 3. 23.부터 1997. 3. 2.까지 국군 수도병원에서 정형외과 전문의학과정수습을 받았다. 임관일 이후 군인사법 제7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장기복무기간 10년이 경과하자, 2002. 5. 23. 전역희망일자를 같은 해 6. 30.로 하여 피고(대한민국)에게 전역지원서를 제출하였는데, 피고는 원고가 법 제7조 제3항(이하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의무장교로서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하여 의무복무기간에 가산되는 ‘3년 11월 9일’을 추가로 복무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8. 22. 원고의 전역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위 전역거부처분을 취소하여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한 제1심과 항소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1심은 서울행정법원 2003. 1. 23. 선고 2002구합31701 판결,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누3460 판결). 원고와 피고가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위 항소심 판결은 확정되었다. - 판 결 요 지 - 군인사법 제7조 제3항의 취지는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 과정중 하나의 기간만이 의무복무기간에 산입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과정 모두 산입대상이 되며 가산되는 의무복무기간을 어느정도로 할 것인지 법무장교와 의무장교의 경우 차이를 둘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에 따른 합리적 재량의 범위내에 있는 차이라 할 수 있다 2. 항소심 판결요지 1) 이 사건 조항 중 의무장교에 관한 부분은 법규 전체의 취지를 살펴보면 이는 기초의학과정이나 전문의학과정 중 어느 하나의 기간만이 의무복무기간 산입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과정 모두 산입 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특히 국가의 예산으로 경제적인 혜택을 부여받아 교육을 받은 이상 반드시 두 과정 모두를 수습한 경우에만 산입 대상이 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 2)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라는 문구에 이미 법무장교 또는 의무장교로서 임용되어 시보 또는 전문의학과정을 수료한 자는 포함되지 않고 군장학생 중 장교로 새로이 임용된 군장학생만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3)가산되는 의무복무기간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한도를 둘 것인지, 법무장교나 의무장교 등 각 경우에 차이를 둘 것인지 등의 여부는, 국가의 재정상태, 군의 수급상황, 부여되는 혜택의 정도, 각 제도에 관한 사회적 인식 등 재정적, 군사적?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재량에 기초한 정책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는 입법정책에 따른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에 있는 차이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그 가산 기간의 차이로 인하여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4)이 사건 조항이 군내 수습을 받은 의무장교에게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Ⅱ. 의무복무기간 및 가산제도 1. 제도의 취지 군인사법 제7조 제1항에서는 장교?준사관?부사관의 의무복무기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의무복무기간은 다른 공무원법과 다른 군인사법의 특징으로 헌법 및 병역법에 의한 병역의무의 일환으로서 규정된 것이다. 따라서 의무복무기간은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그 기간은 반드시 복무하여야 한다(졸저,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3. 214면). 또한 군인사법 제7조 제2항, 제3항에서는 군인으로서 외국에서 유학하거나 군외 교육기관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자는 일정기간 가산하여 복무하도록 하는 의무복무기간 가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누구나 부담하여야 하는 국방의무를 이행하는 중에 특정 개인에 대하여 국가예산을 투자하여 특별한 능력개발기회를 부여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여 복무하게 함으로써 통상의 군대 교육훈련과정을 통하여 확보하기 어려운 우수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그 인력의 조기유출을 막고 군인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에 있다(서울행정법원 2003. 1. 23. 선고 2002구합31701 판결). - 연 구 요 지 - 국가예산으로 교육을 받은 이상 반드시 기초의학과 전문의학 과정 모두 수습한 경우에만 의무복무기간에 산입이 된다고 할 근거는 없고 또 그 대상은 각 과정을 수습한 자 중 장기복무 장교가 아닌 단기복무 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며 법무장교와 의무장교가 제도의 목적이나 선발기준, 자격 등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가산대상 기간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이는 입법적 재량에 따른 합리적 차별이라고 볼 수 있다 2. 가산복무의 유형 및 법적성질 군인사법 제7조 제2항에서는 외국에서 유학하거나 국내에서 군외의 교육기관의 위탁교육이나 군 교육기관의 학위과정의 교육을 받은 자를, 동조 제3항에서는 법무장교, 의무장교, 군인사법 제6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군장학생을, 동조 제5항에서는 특수장비 운용을 위하여 외국에 유학자는 그 이수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여 복무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여 복무하는 기간의 성격은 「의무복무기간의 일종으로 광의의 의무복무기간에 포함된다」고 하였다(국방부, 국방관계법령해석질의응답집 제23집, 1997. 20-21면). Ⅲ. 쟁점 1. 쟁점의 소재 군인사법 제7조 제3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첫째로, 그 문언상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모두 군에서 수습한 의무장교에게만 전용되어야 하는가의 문제와 둘째로, 위 각 과정을 수습한 자 중 ‘장기복무장교’가 아닌 ‘단기복무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는지의 여부 셋째로, 다른 장기복무자와의 형평의 문제 넷째로, 위 조항이 군외 기관에서 수습을 받은 경우에만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2.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모두 군에서 수습한 의무장교에게만 적용되는지 여부 이 사건 조항은 그 문언상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모두 군에서 수습한 의무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 즉 문언상의 표현 중 의무장교에 관한 부분은 “의무장교로서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한 자는 그 수습한 기간에 해당하는 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여 복무한다.”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으므로 문언상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모두 군에서 수습한 의무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 「‘및’이라는 어휘의 용법에 관하여 오해의 여지가 없지는 않으나, 법규 전체의 취지를 살펴보면 이는 기초의학과정이나 전문의학과정 중 어느 하나의 기간만이 의무복무기간 산입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과정 모두 산입 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원고의 주장과 같이 기초의학과 전문의학과정 모두를 수습한 의무장교의 경우에만 산입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보여지며, 특히 국가의 예산으로 경제적인 혜택을 부여받아 교육을 받은 이상 반드시 두 과정 모두를 수습한 경우에만 산입 대상이 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라고 하였다. 3. 이 사건 조항이 단기복무 의무장교에게만 적용되는지 여부 이 조항의 문언해석상 위 각 과정을 수습한 자 중 ‘장기복무장교’가 아닌 ‘단기복무장교’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 즉 이 사건 조항은 의무복무기간 가산 대상자로서 “법무장교로서 군법무관시보로 실무를 수습한 자, 의무장교로서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한 자와 제6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군장학생으로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한 자 중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를 규정하고 있는바, 그 내용 중 “의무장교로서 기초의학 및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한 자”가 뒤의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에 연결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 「①우선 문리적 해석에 의하더라도 그러하고, ②또한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라는 문구는 군인사법이 1989. 12. 30. 법률 제4158호로 개정되면서 삽입된 것으로, 그 개정취지는 군장학생 출신 장교 중 장기복무장교에 대하여 장학금 수혜기간 가산복무제도를 폐지하여 다른 장기복무장교와의 형평을 유지하는 한편 군장학생 출신 장교의 장기복무를 유인하기 위한 것일 뿐 법무장교나 의무장교와는 관련이 없다 할 것인바,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명백하며, ③나아가 법 제62조 제1항, 군장학생규정 제2조에 의하면, 군장학생은 대학교에 재학중인 자로서 군에서 시행하는 전형에 합격하여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침으로써 장교로 임관될 수 있는 것이므로, “단기복무장교로 임용된 자”라는 문구에 이미 법무장교 또는 의무장교로서 임용되어 시보 또는 전문의학과정을 수료한 자는 포함되지 않고 군장학생 중 장교로 새로이 임용된 군장학생만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4. 형평의 문제 군장학생으로서 의과대학 및 전문의학과정 등 10년의 혜택을 받은 후 임관한 단기복무장교의 의무복무기간이 13년이고 사관학교 출신자의 의무복무기간이 10년인데 비하여, 장기복무 지원후 전문의학과정만 수습한 원고의 경우 의무복무기간이 14년이 되므로 형평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①기본적으로 군장학생이나 사관학교 졸업생은 그 제도의 목적, 선발기준과 자격, 혜택, 복무조건 등이 의사시험에 합격하여 단기복무 의무장교로 임용되었다가 장기복무를 신청한 원고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적 자원이라는 점, ②가산되는 의무복무기간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한도를 둘 것인지, 법무장교나 의무장교 등 각 경우에 차이를 둘 것인지 등의 여부는, 국가의 재정상태, 군의 수급상황, 부여되는 혜택의 정도, 각 제도에 관한 사회적 인식 등 재정적, 군사적.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재량에 기초한 정책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입법의 내용이 헌법상 규정된 기본권이나 기본원칙, 기본권제한의 입법 한계, 그리고 당해 법률의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자의적이거나 임의적이 아닌 합리적 범위 내의 것이라면 이를 위헌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는 점등에 비추어 보면, 이들의 의무복무기간에 다소 차이가 있고 가산 대상 기간이 다르다 하더라도, 본건에 있어서 이를 비합리적인 차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형평에 반한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는 입법정책에 따른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에 있는 차이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그 가산 기간의 차이로 인하여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5. 이 사건 조항이 군외 기관에서 수습을 받은 경우에만 적용되는지 여부 이 사건 조항은 전문의학과정을 군외 기관에서 수습을 받은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한다. 즉 군병원에서 수습한 전문의학과정은 의무장교로서의 기본업무와 같으므로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 「①원고가 군 병원에서 전문의학과정을 수습하면서 진료, 검사, 수술 등 의무장교로서의 업무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하더라도, 이 역시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갖추기 위한 임상수련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전문의학과정 수습기간을 수혜적인 기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②법 제7조 제2항이 군내의 위탁교육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는 것과 법 제7조 제3항은 그 해석상 아무 관련이 없다 할 것이며, ③또한 이 사건 조항이 법무장교의 경우 군외에서 군법무관시보로 수습한 기간만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하는 등 의무복무기간을 달리 정하는 것 역시, 법무장교와 의무장교가 제도의 목적이나 선발기준, 자격 등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가산 대상 기간에 다소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입법재량에 따른 합리적 차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Ⅳ. 결론 이 사건 조항은 그 동안 4차례의 개정이 있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조문의 애매한 표현으로 말미암아 해석상 혼란이 있었는데 위 항소심의 판결로 명확한 해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의무장교들이 법무장교에 비해 복무기간 계산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여 왔는데 위 판결로 인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2004-01-29
검사임용거부처분취소청구사건
상당수 행정법학자는 이 판결에서 독자적인 권리로서의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이 처음 인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판결을 20세기에 나타난 10대 행정판례 중의 하나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을 독자적인 권리로서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을 인정한 판례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판례의 논리구성에도 문제가 있다. 다소 오래된 판례이지만,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문제에 중점을 두고 이 판결을 검토하기로 한다. [필자 註]사건의 개요 원고는 제27회(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방위소집근무(병역의무)를 마친 다음 제28회(1986년) 사법시험의 합격자들과 함께 사법연수원 제18기로 입소하여 소정의 수습과정을 수료하였고 그 수료전인 1989.1.경 피고(법무부장관)에게 검사로서의 임용을 신청하였으나 성적순위미달로 임용되지 아니함으로써 임용거부처분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인사행정에 있어 요구되는 형평의 원칙 및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재량권남용의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검사임용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 원심법원판결(서울고법 1990. 6. 13, 89구5043)의 요지 임용권자가 단순히 검사임용신청을 한 원고를 검사로 임용하지 않고 있는 것을 가리켜 거부처분이라 볼 수 없고, 이를 거부처분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기 위하여서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원고가 임용권자에 대하여 그 자신의 신청에 따라 검사임용이라는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대법원판결(대판 1991.2.12, 90누5825)의 요지 1. 검사지원자 중 한정된 수의 임용대상자에 대한 임용결정은 동시에 임용대상에서 제외한 자에 대한 임용거부의 소극적 의사표시를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심이 임용권자가 원고를 검사에 임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 단순한 부작위일뿐 거부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임용거부처분의 성질과 그 존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2.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은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때에 한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당원의 견해임은 원심판시와 같은 바, 검사의 임용여부는 임용권자가 합목적성과 공익적합성의 기준에 따라 판단할 자유재량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원고의 임용요구에 기속을 받아 원고를 임용하여야 할 의무는 없고 원고로서도 자신의 임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다수의 검사지원자들 중 일부만을 선정하여 검사로 임용하는 경우에 있어서, 법령상 검사임용신청 및 그 처리의 제도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다고 하여도 조리상 임용권자는 임용신청자들에게 전형의 결과에 대한 응답, 즉 임용여부의 응답을 해줄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하고 원고로서는 그 임용신청에 대하여 임용여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며, 응답할 것인지의 여부조차도 임용권자의 편의재량사항이라고는 할 수 없다. 대법원판결의 평석 1. 행정행위는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사 지원자 중 한정된 수의 임용대상자에 대한 임용의 의사표시는 동시에 임용대상에서 제외한 자에 대한 임용거부의 의사표시를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정당하다. 그러나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은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때에 한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표현은 정당하지 아니하다. 왜냐하면 처분성의 유무는 행정소송법 제2조 제2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처분」개념과 관련하여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부처분의 처분성도 당연히 거부된 처분이 동 조항의 처분개념정의에 부합하는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신청권의 유무는 원고적격의 문제로서 다루어야 한다. 행정소송법은 처분개념과 원고적격의 개념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은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때에 한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표현은 오늘날의 대법원판결에도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시정되어야 한다. 2. 한편, 대법원은 본건 판결에서 "검사의 임용여부는 임용권자가 합목적성과 공익적합성의 기준에 따라 판단할 자유재량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원고의 임용요구에 기속을 받아 원고를 임용하여야 할 의무는 없고 원고로서도 자신의 임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임용권자가 다수의 검사지원자들로부터 임용신청을 받아 전형을 거쳐 자체에서 정한 임용기준에 따라 일부만을 선정하여 검사로 임용하는 경우, 법령상 검사임용신청 및 그 처리의 제도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다고 하여도 조리상 임용권자는 임용신청자들에게 전형의 결과에 대한 응답, 즉 임용여부의 응답을 해줄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원고로서는 그 임용신청에 대하여 임용여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여 개념상 검사임용요구권과 검사임용여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를 구분하고, 전자는 인정되지 아니하지만, 후자는 조리상 인정된다고 하였다. 3. 대법원이 파악하는 상기의 권리개념은 타당하지 않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공무담임권을 가지며, 공무담임권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것의 실현을 위한 과정은 개별법령에서 정해진다. 검사임용과 관련된 개인의 권리도 헌법(제7조·제25조)·사법시험법·국가공무원법(제26조·제33조)·검찰청법(제34조)등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다. 검사임용에 관한 개인의 권리는 실질적으로는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권리, 검사의 직에 임용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와 검사의 직에 임용이 거부될 때에는 거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 그리고 검사의 직을 현실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것을 좁게 보아 검사의 직을 현실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리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검사의 직에 임용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와 임용거부시 임용거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도 상기의 여러 법령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조리상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로서도 자신의 임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표현과 "조리상 원고로서는 그 임용신청에 대하여 임용여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한 표현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4. 검사임용과 관련하여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종류의 개인의 권리는 성립요건을 달리하지만, 그러한 권리에 상응하는 임용권자의 의무의 성질도 동일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검사의 직에의 임용여부는 임용권자의 재량에 속하지만, 검사의 직에의 임용을 거부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답거부행위는 기속행위에 속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응답할 것인지의 여부조차도 임용권자의 편의재량사항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한 판례의 표현은 타당하다. 요컨대 응답을 받을 권리는 재량사항이 아니다. 5. 일설(김동희, 행정법Ⅰ, 2000년판, 94쪽)은 (협의의)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을 개인이 행정청에 대하여 하자 없는, 즉 적법한 재량처분을 구하는 공권이며, 특정처분을 구하는 실체적 공권은 아니라 하고, 아울러 그것을 적극적 공권·제한적 공권·절차적 공권·형식적 공권으로 이해하면서, 본건 판례가 "우리 대법원이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법리를 인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라 하고 있다. 요컨대 이 견해는 본건 판례가 원고적격을 가져다주는 독자적인 권리로서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을 인정한 것으로 보지만, 필자는 이 견해가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의미를 오해한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① 본건에서 응답을 받을 권리는 검사임용거부와 관련하여 응답을 받을 권리이지, 검사임용거부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권리로서 응답을 받을 권리가 아니므로, 본건에서 응답을 받을 권리는 독자적인 권리로서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② 본건에서 응답을 받을 권리는 기술한 바와 같이 검사임용과 관련하여 여러 법령의 해석상 나오는 독자적인 권리이지, 검사직에의 임용여부의 판단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순한 재량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③ 판례가 "원고로서는 그 임용신청에 대하여 임용여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며, 응답할 것인지의 여부조차도 임용권자의 편의재량사항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여 검사임용신청에 대하여 임용여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를 재량문제로 보지 아니하였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④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을 절차적 공권이자 동시에 형식적 공권으로 보는 것도 비논리적이다. 절차적인 공권은 실체적 공권과 함께 실질적인 공권을 구성하는 바, 형식적인 것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재량은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의 사고판단의 문제이지, 특정 내용의 문제가 아님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6. 사실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이란 기속행위에서 인정되는 개인적 공권(특정행위청구권)과 달리 재량영역에서 인정되는 개인적 공권은 특정한 행위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무하자재량행사를 전제로 하여 특정한 행위를 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는 것(예, 하자없는 재량행사를 전제로 한 검사직에의 임용청구권, 무하자재량행사를 전제로 한 자동차운송사업면허청구권)을 특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개념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개념을 특정한 행위와 관계없이 오로지 무하자재량행사 그 자체를 구하는 권리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 때문에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을 형식적 권리라 부르는 것이다.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법리가 확립된 독일의 경우에도 무하자재량행사 그 자체를 내용으로 하여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이 인정된 판례는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 독일학자의 지적이다(자세한 것은 졸저, 행정법원론(상), 517f를 보라). 법적용의 실제상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재량하자의 문제)은 다만 본안의 문제로서 위법성판단의 문제가 된다. 판례가 본건에서 "다만 자유재량에 속하는 행위일지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남용이 있을 때에는 위법한 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행정소송법 제27조)"라고 한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7. 끝으로, ① 원고는 개인적 공권(법률상 이익)으로서 검사임용청구권을 갖지만 피고의 검사임용행위는 재량행위이므로 대법원은 피고의 거부처분에 재량하자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재량하자가 있다면, 하자 없는 재량행사를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 참조). ② 만약 피고의 거부처분에 재량하자가 없다면, 거부처분과 관련하여 응답을 받을 권리(법률상 이익)가 하자있는 재량행사(정당한 내용의 응답이 없다는 의미에서 재량권불행사 내지 재량권남용)로 인해 위법하게 침해되었으므로 하자 없는 재량행사를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 참조). 그런데 대법원은 판결이유에서 다만 ②의 부분에 대해서만 판단을 하였으니(지면관계상 내용인용 생략), 본건 판결은 심리미진이라 하겠다.
2001-04-09
고엽제 후유증환자의 보상기준일
Ⅰ. 사건개요 및 판단요지 ‘고엽제후유의증환자지원등에 관한 법률’(2000.2.3 개정, 법률 제6264호) 제6조 제1항에 따르면 고엽제후유증환자로 결정 등록되더라도 ‘국가유공자예우등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제4호 및 제9조 본문을 적용하여 일반 전상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상수급권은 ‘등록신청을 한 날이 속하는 달’부터 발생된다. 그런데 고엽제후유증은 1991년경까지는 질병의 원인이 의학적으로 확인되지 못하였고 또한 1993년 3월에야 뒤늦게 ‘고엽제후유의증환자진료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되었기 때문에 전상자 등록신청조차 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고엽제환자들은 아무런 귀책사유도 없이 전혀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현재 국가에 대한 손실보상금청구와는 별도로 1만7천여명의 고엽제후유증환자, 월남전 참전 2세 등이 다우케미칼컴퍼니, 몬산토컴터니 등 미국의 고엽제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지방법원 99가합84147, 84123, 84130)이 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리와 함께 본격적으로 진행중이다. 이러한 특수한 사정을 고려할 때 고엽제후유증환자와 일반 전상자들을 같게 취급하여 소급보상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의 문제이다. 헌법재판소는 고엽제후유증환자를 포함한 유공자에 대한 보상을 특별한 희생에 대한 국가보상 내지 국가보훈과 사회보장적 성격으로 이해하고, 따라서 기본적으로 보상수급권의 발생시기를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입법정책적인 재량결정사항으로 보는 입장에서 자의성심사를 하였다. 그 결론은 예산수립과 행정기술적인 문제점 또한 국가재정상의 어려움 등과 함께 특히 전상의 원인과 경과가 불명확한 일반 전상자들도 등록시 부터만 보상을 받게 되는 점을 고려할 때 고엽제후유증환자에 대하여 소급보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자의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II. 평석1. 사실관계 및 배경검토 우선 사실관계를 주목하면 병의 원인에 대한 명백한 확인은 몰라도,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한 지역에 근무하였던 월남전 참전용사집단과 그 2세들에게 원인불명의 특정한 질병이 발생하였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입법조치가 있기 이전에도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1991년에 가서야 고엽제가 병인임이 밝혀졌다고 하나 사실상 고엽제의 인체유해성에 관한 논란은 훨씬 그 이전부터 있어 왔다. 그렇다면 의학적인 역학조사에 따른 판단결과를 떠나서 그 논란 자체가 이미 특별한 보상을 인정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관건은 적극적으로 정확한 병인을 밝히는 의학적 판단이 아니라, 월남전에 참여해서 고엽제에 노출된 공통점 외에는 다른 어떠한 역학적인 공통점을 갖지 않은 특정한 다수집단에 공통된 증상이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한 규범적 판단, 즉 보상법리상 충분한 정도의 개연성에 대한 판단이다. 말하자면 설령 고엽제후유증에 관한 역학조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거나 혹은 고엽제가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경우일지라도 그 원인불명에 따른 위험책임의 부담은 일차적으로 국가의 몫이었던 것이다. 요컨대 입법조치가 있기 이전에도 국가배상법리에 따라 손해배상책임 혹은 수용유사책임을 물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원인불명의 사유 외에도 소멸시효가 만료되기까지 현실적으로 당시의 정치 사회상황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고 또한 과실요건과 관련하여 위험책임이론이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였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설령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청구인용의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였다. 더욱이 1972년에 이른바 ‘유신헌법’에 ‘이중배상금지’조항이 추가되면서 국가배상청구의 기회가 제도적으로 봉쇄된 사정도 주목하여야 한다. 2. 입법형성의 한계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는 경우에 1991년경에 와서야 질병의 원인이 확인되었다는 판단에 이의를 달지 않더라도 그에 따라 취해진 뒤늦은 입법조치의 내용, 특히 보상수급권의 발생시기를 ‘등록신청을 한 날이 속한 달부터’만 인정한 것은 현실적·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헌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보상수급권을 국가보상 내지 국가보훈적 성격과 사회보장적인 성격으로 이해하는 입장에서 그 구체적인 내용이나 발생시기 등은 보상대상자의 규모나 전체적인 사회보장제도의 체계와 수준, 국가의 경제적인 수준, 특히 재정능력 등에 따르는 재원확보의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는 입법재량사항으로 본다.(헌재 1995.7.21.93헌가14) 이러한 기본전제하에 보상수급권을 소급해서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유를 검토하였다. 즉 예산의 수립 집행상 기술적인 문제점과 인과관계확인의 어려움 또한 보상자 수의 대폭 증가에 따른 재정부담 등에 대한 지적과 함께 전상군경 대부분이 구 군사원호보상법(1961.11.1, 법률 제758호)등의 예에 따라 등록신청 이후부터만 보상수급권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보상의 국가배상적 성격에 관해서는 앞에서 논의한바 있거니와, 다만 헌법재판소의 입장에 따르는 경우에도 제시된 사유들이 보상수급권의 소급부인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예산집행과 행정기술상의 난점이나 재정부담은 그것이 보상지급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거나 혹은 재원조달의 기대가능성을 넘어서는 예외적인 것이 아닌 한 적어도 소급보상을 전면 부인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헌법재판소가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고엽제후유증은 발생시기와 진행속도가 환자와 질병의 종류에 따라 다르고 장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보상수급권의 발생시기를 발병한 때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 발병시기와 상이등급에 관한 진단의 정확성, 신뢰성, 보상대상자의 검진체계와 보상금지급체계에 문제점이 발생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고엽제후유증의 특성은 행정기술상 어려움과 연결하기 이전에 우선 오히려 고엽제후유증환자에 대한 각별한 취급의 관점에서 주목되어야 할 단서이다. 법적 요청의 필요성과 당위성의 크기에 따라서는 행정기술적인 문제는 말 그대로 기술적인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일 뿐이다. 말하자면 현실정합성이 유지되는 한 일정한 정도까지의 기술적인 문제점과 미흡함은 감수하면서라도 법적 요청에 부응하여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사고에 따라 행정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당위의 요청을 원천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극히 입법 혹은 행정편의주의적인 것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재정부담의 문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지적만으로는 입법형성의 헌법적 한계를 넘어섰다는 자의성판단의 논거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3. 평등의 원칙 - 자의성심사 헌법재판소는 고엽제후유증의 특성에 따른 문제점 때문에 보상수급권의 발생시기를 등록신청을 한 때부터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과 함께 일반 전상군경의 경우에도 일반 상이군경의 경우에도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아서 등록신청을 할 수 없다가 후에 그 원인이 확인된 경우에는 소급지급이 인정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고엽제후유증의 경우에만 소급보상을 인정하게 되면 일반상이군경과의 사이에 불균형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못하는 공통점을 가지는 일반전상군경과 고엽제후유증환자를 같게 취급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반한다거나 자의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은 ‘절대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여야 하는 ‘상대적 평등’을 내용으로 하고, 이러한 내용의 평등의 원칙은 ‘자의금지원칙’으로 이해된다. 다만 ‘자의금지원칙’의 명제는 순수한 형식적 원칙 이상의 의미와 기능을 갖지 못한다. 실질적인 정당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제공하지 못한다. 같고 다른 것에 대한 판단과 다른 취급의 정도는 원칙적으로 광범위한 입법재량에 맡겨져 있고,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한 사법심사는 명백하게 같게 혹은 다르게 취급해야 할 사항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르게 혹은 같게 취급하였는지 여부, 즉 ‘자의성심사’에 국한된다. 평등의 원칙을 ‘자의금지원칙’으로 이해되고, 그에 따라 평등성심사가 ‘불합리성’이 아닌 ‘몰합리성’, 말하자면 명백한 불합리성에 대한 한계통제를 내용으로 하는 자의성통제에 국한되는 것은 우선 평등의 문제가 객관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될 수 없는 정당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교집단의 유형화와 차별취급의 내용과 정도의 정당성은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판단기준이 있을 수 없는 주관적이고 윤리적인 가치판단의 문제이다. 객관적인 정당성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법의식상 정당한 것으로 느껴지는가의 문제, 즉 궁극적으로는 시대정신만이 기준으로 판단기준으로 제시되는 문제이다. 이처럼 평등의 원칙을 ‘자의금지원칙’으로 이해하고,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은 이러한 평등개념의 본질에 따른 합리적인 결정권한배분의 결과이다. 민주적 정당성과 함께 기능적 정당성, 즉 조직의 구성과 체계, 의사결정의 형식과 절차의 관점에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의 크기를 결정권한배분의 기준으로 설정하는 이른바 ‘기능적합적 기관구조’(funktionsgerechte Organstruktur)의 논리형식에 따르는 경우에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못하는 정당성의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결정은 일차적으로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갖는 입법자의 몫이고, 헌법재판소가 그에 대한 예외적인 자의성통제권한을 갖게 된다. 정당성이념의 다원성이 전제되는 다원적 민주국가에서 시대정신은 헌법에 담겨져 있고, 그것을 확인하고 형성해나가는 구현작업은 일차적으로 대의기관인 의회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고엽제후유증환자의 보상수급권을 등록한 때부터 인정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는 판단의 이유로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확하지 않은 일반 전상군경에도 소급보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기술한 바와 같이 예우법상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확한 일반적인 전상의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같게 취급하여 소급보상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로 예산집행이나 행정기술상의 문제점과 재원확보의 어려움을 들고 있다. 우선 행정실무상의 어려움이 과연 소급보상을 전면 부인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기술한 바 있다. 적어도 국가보훈적 성격과 사회보장적 성격뿐만 아니라 혹은 이보다 우선해서 손해배상적 성격을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면 기술적인 어려움이나 재정부담의 사유가 ‘전무’의 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당한 기간 동안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확하지 못해서 등록신청을 못하다 그것이 명백히 밝혀진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소급보상이 배려되어야 한다. 적어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한 기술적인 이유 때문에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여 원인불명에 따른 위험부담을 전적으로 전상자에게만 납득하기 어렵다. 4. 국가유공자예우 이는 헌법재판소가(헌재 1995. 7.21.93헌가14)가 제시하고 있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우선적예우의 이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국가유공자, 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근로기회를 보장하는 헌법 제32조 제 6항이나, 병역의무이행으로 인한 불이익처우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제 39조 제 2항을 들지 않더라도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의 문제는 국가의 존재유지와 통합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상유공자를 예우하지 않는 국가는 운명공동체로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우는 심정적인 敬意와 실질적인 생활배려를 내용으로 한다. 이 경의와 배려에 대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고, 그 예우의 정도는 바로 국가의 품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가장 근본적인 의미와 기능을 가지는 신뢰보호의 원칙의 내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상자에 대한 보상은 실정법 체계상 그 배상적 성격을 부인하고 보상 내지는 사회보장적 성격으로 이해하는 경우에도 그 수준은 단순히 시혜적인 시각이나 상징적인 차원에서 결정되어서는 아니 된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재정부담이나 기타 행정기술적인 어려움 등의 편의주의적인 이유에 의해 그 내용과 수준이 규정될 수는 없다. 배상이든 보상이든 그 예우의 눈높이는 최소한 전상을 입지 않았다면 유지되었을 원상회복 이상의 수준에 맞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굳이 부연한다면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내용을 ‘건강하고도 문화적인 생활’의 보호로 이해한다면 적어도 이 수준에 합리적인 재원조달가능성의 범위 내에서 상당한 정도의 플러스 알파가 더해지는 정도를 입법지침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III. 결론 헌법재판소가 자의성심사를 하면서 우선 주목하였어야 할 것은 고엽제후유증환자집단과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백하지 않은 전상자집단에 대한 같은 취급보다는 상이의 원인이 명백한 일반 전상자와 고엽제후유증환자를 포함하는 그렇지 않은 집단간의 비교였다. 설령 원인이 불명확한 일반 전상자의 경우에 앞에서 제시된 이유들 때문에 소급보상을 부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고엽제후유증환자와 일반적인 전상자들간의 차별취급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추가검토작업이 필수적이었다.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백하게 밝혀지지는 않은 점은 공통되지만 차별취급의 본질적인 기준으로 설정될 수 있는 인과관계에 대한 개연성의 크기와 후유증의 정도와 양상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0-09-25
전경의 헌법상 지위
法律新聞 第2337號 法律新聞社 戰警의 憲法上 地位 姜京根 〈崇實大法大敎授·法學博士〉 ============ 15면 ============ 大法院 제2부 94年6月14日宣告 94도778判決 【大法院 判旨】 간첩의 침투거부·포착·섬멸 기타의 대간첩작전을 수행하고 치안업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지방경찰청장 등 소속하에 전투경찰대를 두는 것이므로(전투경찰대설치법 제1조제1항),현역병으로 입영하여 군사교육을 마친자를 전투경찰순경으로 전임할 경우 대간첩작전의 수행을 임무로 하는 전투경찰순경과 치안업무의 보조를 임무로하는 전투경찰순경간에는 그 전임대상자가 될 요건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전경법 제2조의3제1항 제2항) 소속상관의 시위진압을 위한 직무상의 명령이 있는 이상 대간첩작전의 수행을 임무로 하는 전투경찰순경도 이에 복종하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피고인의 소위가 시위진압 임무를 수행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격심한 고통을 겪은데서 비롯한 것이라 하더라도 원판시와 같이 근무지를 이탈한 행위를 긴급피난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으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옳다. 【評 釋】 Ⅰ. 上告理由 이 판결 대법원제2부 94도778에서는 原審인 서울고등법원 1994년2월7일선고 93노3808 판결을 모두 옳다고 하여 상고를 기각한다는 主文을 내렸다. 따라서 事件槪要는 상고이유를 보는 것으로서 대신한다. 상고이유는, 현역병으로 입영하여 소정의 군사교육을 마친 자를 전투경찰대원의 임무에 종사하도록 한 「전투경찰대설치법」(1991년5월31일 법률 제4369호 경찰법 제정에 의하여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같다)제1조, 제2조의 3 제1항, 제3조제1항,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1993년12월31일 법률제4685호 병역법 전면개정으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5조제1항, 제3항의 관계규정이 헌법제10조, 제11조 제1항, 제19조, 제39조 제2항에 위반되는 규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내려진 대법원판결은 수긍하기 어려운 몇가지 점이 있다. Ⅱ. 大法院判決은 戰警의 (憲)法上地位를 論證치 아니한 未盡함이 있다. 상고이유를 보면, 군인(현역병)의 신분으로 입영하여 전투경찰순경의 임무에 종사토록 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취지가 있는 바 이는 기본적으로 전경의 신분이 말 그대로 순경으로 전환되는 것인지 아니면 군인의 신분으로 계속 존속하는 것인 지의 여부를 따져야, 그 임무종사의 헌법적합성 여하가 가려질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전경으로 일컬어지는 戰鬪警察巡警은 국방의무(헌39조1항)를 지는 대한민국 국민중에서 병역법에 따라 징·소집된 군인등으로부터 선발된다. 이때 현역병으로 복무중인 사람이 전투경찰대원으로 종사하게 되는 경우「그의 군인으로서의 신분이 다른 신분으로 轉換」(병역법 2조1항7호)된다고 하나, 이는 군인신분 자체의 변동으로 볼 것이 아니고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자의 업무에 관한 일종의 配置轉換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석이다. 그런데 1970년에 제정된 戰鬪警察隊設置法에 따르면 전투경찰대는 대간첩작전 수행과 치안업무보조를 그 임무(법1조1항)로 하며, 그 소속도 국방부장관이 아닌 내무부장관하게(법1조2항) 있게 되면서 경찰공무원법이 준용(법4조)된다고 하지만, 이것이 군인으로서의 신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왜냐하면 첫째, 경찰대학 졸업예정자로서 전투경찰대에 복무할 것으로 추천받은 때에는 현역병지원자로 보아 입영하게 하여 소정의 군사교육을 마친 후 전임시킬 수 있으며(병역법 24조2항), 이는 치안업무보조를 임무로 하는 전투경찰순경임용예정자(소위 치안전경)도 마찬가지(위 법참조), 이들은 모두 그 현역병의 복무기간을 마칠 때까지는 그 신분이 軍人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투경찰외에 전투경찰대설치법 제3조제1항 규정에 의하여 대간첩작전의 수행을 임무로 하는 전투경찰순경임용예정 소요인원의 배정을 경찰청장으로부터 요청받은 국방부장관은 현역병으로 입영하여 소정의 군사교육을 마친 사람중에서 소요인원을 전경으로 전임시킬 수 있는 바(소위 작전전경, 병역법 24조 1항 참조), 이는 앞의 두 경우와는 달리「현역병으로 입영한 자」중에서 「원하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이들을 경찰기관장의 소속하에 (전경법 1조1항) 配定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결국 전경은 어느 부류나 그 신분이 「基本的으로 軍人」이며, (兵役法이 1993년12월31일 법률 제4685호로 전문개정되었음에도 제24조에서 전경은 여전히 현역병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부기한다.)특히 작전전경은 스스로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정부에 의해 배정되어 근무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원받아서 추천되는 치안전경은 경찰청장과 국방부장관이 협의하에 그 복무기간이 6월의 범위안에서 연장되기에(병역법24조3항), 일반사병과의 관계에서 憲法的 問題点이 있게 되는 것이다. Ⅲ. 施威鎭壓의 임무에 종사하는 戰警의 基本權은 侵害된다. 전경이 기본적으로 군인으로서의 신분을 지니기 때문에, 특히 치안전경의 시위진압 등 치안업무보조라든지 작전전경의 대간첩작전 수행이 과연 國軍의 任務와 조화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업무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수행하도록 헌법제5조 제2항은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대간첩작전의 수행은 원칙적으로 군인이 할 일이다. 현재 이들 업무일부를 기본적으로 군인신분인 작전전경이 맡고 있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1975년에 개정신설된 전경법 제2조의 2 에 따라서 전경은 임무수행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경비지역안에서 검문을 할 수 있다고 하므로 작전전경이 대간첩작전이 아닌 示威鎭壓이나 검문검색에 차출될 수 있는 현실적 통로는 열려 있는 셈이기에 사실 이 조항에 대한 검토도 요청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치안전경의 시위진압은 타당한 것인 ============ 13면 ============ 가. 그들의 신분이 기본적으로 군인이라면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되어야 하는데 실제적인 시위진압 등 치안업무보조는 政治的 偏向性을 띠게 될 개연성이 높은 것이며, 나아가 현실적으로 국가안보 등에 위해가 되는 비상사태시라면 치안전경이 아니라 병력으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도록 戒嚴을 선포하는 것이 헌법(77조)에 합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치안전경 제도는 폐지되고 이들 업무는 경찰공무원이 맡을 것이며, 작전전경의 업무는 현역군인이 맡고 이들 작전전경은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막연한 국민적 의구심을 없앤다는 점에서도 생각해 볼만 하다. 전경이 시위진압 등을 거부할 때 전경법 제9조 내지 제11조에 의하여 근무지이탈죄라든지 직무태만죄 또는 근무기피죄 등으로 처벌되거나 상관명령불복죄로 벌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이를 집단적으로 범한 자는 무기징역까지 받게 되므로 전경이 시위진압을 거부하기는커녕 드세질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직무상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의 전경이 겪는 갈등은 심할 것이다. 헌법 제39조 제2항에서는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그런데 신성한 국방의무(헌5조, 39조)를 이행하는 국민이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주권자인 국민을 적으로 하게 되는 작전에 참여토록 罰則으로서 강제하는 것은, 「국가의 적」만을 상대로 하는 군인과 비교할 때의 그 平等性(헌11조)위배, 전경개개인의 인간존엄과 행복추구(헌10조)위배, 그리고 스스로의 양심(헌19조)에 결코 합치되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은 전투경찰대설치법의 위 규정들이 헌법에 합치되는냐의 여부를 물어온 上告理由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그리고 명료하게 說示하지 아니했다는 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 역시 법률위원심사에 있어서 제청권이 있으므로 제청하지 아니할 때에는 그 憲法的 理由를 소상하게 전개하며 스스로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높여야 할 것이다.
1994-08-22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