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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소프트웨어 도입대가의 구별기준
I. 서론 대상판결에서는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으로부터 수입하는 소프트웨어 대가의 법적성격'이 무엇인지 문제되었다. 이는 최근 납세자와 과세관청 간 다툼이 첨예하게 발생하는 쟁점이다. 대법원은 2000. 1. 21. 선고 97누11065 판결 등을 통해 그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는데, 대상판결은 그 판단기준을 적용한 최근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Ⅱ.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미국 PTC 그룹의 자회사로서 PTC와 소프트웨어 배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PTC에 PTC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이하 '쟁점 소프트웨어'라 한다)의 국내 판매 및 유지보수 용역 수입에 대하여 소프트웨어 도입대가 및 라이선스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였다(이하 '쟁점 지급금'이라 한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는 쟁점 지급금이 범용화된 것으로서 불특정 다수인에게 판매되는 '상품'의 수입대가라고 주장하였다. 이 경우 PTC의 사업소득이 되어 PTC의 고정사업장이 없는 국내에서는 과세권이 없게 된다. 반면 피고는 소프트웨어에 포함된 '노하우'에 대한 도입대가로 보고 원고에게 원천징수세액 및 그 가산세를 부과하는 과세처분을 하였다. 이 경우 PTC의 국내원천 사용료소득이 되므로 국내에서 15%의 세율로 원천징수 되기 때문이다. 제1심 판결은 쟁점 소프트웨어 도입이 노하우를 도입한 것이므로 피고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제1심판결의 결론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하였다. Ⅲ. 평석 1. 소프트웨어 도입대가의 소득 구분 기준 가. 관련 법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나목에서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으로 '산업상·상업상·과학상의 지식·경험에 관한 정보 또는 노하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통상 '노하우'라 일컫는 발명, 기술, 제조방법, 경영방법 등에 관한 비공개 기술정보를 사용하는 대가를 말하므로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으로부터 도입한 소프트웨어의 기능과 도입 가격, 특약 내용 기타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그 소프트웨어의 도입이 단순히 상품을 수입한 것이 아니라 노하우 또는 그 기술을 도입한 것이라면 그 도입대가는 그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인 사용료소득에 해당하여 법인세법 제98조에 정한 원천징수의무자인 내국법인에 대하여 법인세를 징수할 수 있다(대법원 97누11065 판결 등). 나. 구체적인 판단기준 1) 핵심적 판단기준 가장 핵심적인 판단기준으로서 소프트웨어에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도입자가 노하우를 '전수'받아 사용하여야 한다(조인호, 대법원판례해설 제34호, 594쪽 참조). 사용료소득은 '노하우 전수에 대한 대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선 해당 소프트웨어에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노하우란 '공개되지 아니한 고도의 기술적 정보'를 의미하므로 다른 업체가 통상적으로 보유하는 전문적 지식, 특별한 기능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사용료소득이 아니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누212 판결 등). 소프트웨어에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위해서는 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국내 기술수준으로는 불가능한지 여부가 '일응'의 기준이 되지만 그러한 이유만으로 노하우 전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고도의 기술로써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라 하더라도 수입하는 자가 '상품'으로 사용하는 데 그친다면 노하우의 전수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소프트웨어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느 것이나 제작자의 노하우가 반영되어 있게 마련이므로 단순히 제품을 정하여진 용법에 따라 '사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앞의 판례해설 594, 595쪽 참조). 따라서 완성된 소프트웨어를 공개된 기능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상품의 수입'으로 보아야 하고 소프트웨어 제작기법 또는 일반에 공개되어 있지 않은 산업상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노하우의 전수'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도입자가 공급자와 판매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여 공개된 기능 그대로의 소프트웨어를 수입하여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에게 판매한 정도에 그친 경우에는 노하우의 전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1997. 12. 23. 선고 97누2986 판결 참조). 판매대리점은 수입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역할만을 수행하므로 그 과정에서 비공개 기술정보 등 노하우가 전수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비공개원시코드 자체의 이전이 이루어져 해당 소프트웨어의 제작기법이 전수되는 경우에는 노하우 전수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특정 고객의 특수한 요구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개작하여 수입하는 경우 노하우 전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노하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전수되었을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수입대가가 사용료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과세하려면 과세관청으로서는 먼저 해당 소프트웨어에 '어떤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밝히고 그 노하우가 수입자에게 '전수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2) 부수적 고려사항 소프트웨어 대가가 고가라는 이유만으로 노하우 도입의 근거로 볼 것은 아니다(앞의 판례해설, 595쪽). 소프트웨어가 단순 상품으로 거래되는 경우에도 고가인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밀준수의무 존재만으로는 노하우 전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97누2986 판결 참조). 소프트웨어 제품 거래계약에 비밀준수의무 등을 포함시키는 이유는 노하우 도입과 무관하게 불법복제 또는 역전환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공급자 입장에서 구매자의 권리를 제한하는데 그 취지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앞의 판례해설, 595, 596쪽). 교육, 유지보수, 컨설팅 용역이 제공되었다는 사정 역시 소프트웨어를 상품으로서 수입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노하우 도입의 독자적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교육 용역은 사용방법이 복잡한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도 고객의 필요에 따라 제공될 수 있다. 유지보수 용역 또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업데이트, 패치, 오류시정 등을 위한 목적에서 제공되는 것이므로 상품으로 수입되는 경우에도 제공될 수 있다. 컨설팅 용역은 고객의 컴퓨터 환경을 점검하여 필요한 환경설정 등을 해주는 것으로서 소프트웨어에 내장된 기능을 활용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는 상품 수입 시에도 가능하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은 ① 노하우 전수에 관한 입증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여 어렵다는 이유로 '어떤 노하우 도입이 있었는지'에 관한 입증책임을 전도하고 ② 상품 수입 시에도 나타날 수 있는 부수적·지엽적 사정들만을 이유로 노하우 도입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대상판결은 과세관청의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쟁점 소프트웨어의 도입이 단순한 상품의 수입과는 구별되는 노하우 또는 그 기술의 도입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장·증명하면 충분하고 해당 노하우 또는 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그와 같이 노하우 또는 기술의 구체적인 내용은 일반적으로 영업비밀로 분류되어 과세관청이 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각 소프트웨어별로 어떠한 노하우가 '포함'되어 '전수'되었는지 여부를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이다. 만약 이러한 입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상품 수입시에도 나타나는 사정들만 존재한다면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한 과세관청을 패소시켜야 하고 영업비밀에 해당하여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그 입증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대법원 판례법리에서 과세관청에게 입증을 요구하는 '노하우의 포함 및 전수'는 결코 납세자의 영업비밀까지 침해하라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으로서는 지사와 본사 사이에서 '어떠한 노하우가 전수'되었는지 입증하면 충분하고 이는 영업비밀과 무관하다. 뿐만 아니라 대상판결이 노하우 도입으로 본 논거를 살펴보면 모두 상품 수입 시에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거나 판단 근거가 불분명해 보인다. 대상판결이 주된 근거로 든 국내에서의 개발·공급이 힘들다는 사정, 교육·유지보수·컨설팅 용역이 제공된 사정, 비밀유지약정이 존재하는 사정 등은 노하우 도입 시에만 나타나는 사정이 아니고 상품 수입 시에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 오히려 쟁점 소프트웨어는 사전 제한 없이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공개된 기능 그대로 판매된 것으로 보이는데 사용료소득의 개념에 해당하는 산업상 노하우에 관한 '비공개' 기술정보가 전수되었다고 볼 수 없다. Ⅳ. 결론 최근 해당 쟁점과 관련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동일한 쟁점임에도 사실관계 또는 어떤 판단기준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그 판단이 엇갈리는 사례들이 병존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대법원의 판시법리가 워낙 간략한 탓에 기인한 것으로서 구체적인 판단기준들을 중심으로 한 대법원의 새로운 법리(세부법리) 판시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임한솔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법인세
노하우
사용료소득
임한솔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2021-04-12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카지노 국외모객용역과 고정사업장 판단
Ⅰ. 들어가며 고정사업장은 외국법인의 사업소득에 대한 과세권 행사 여부와 직결되는 중요한 개념이다.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원천지국에 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이 없다면 그 사업소득을 과세할 수 없도록 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대법원 2020. 6. 28. 선고 2017두72935 판결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이윤에 관하여 과세실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법리를 제시하였으므로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본다. 자세한 논증은 졸고 '카지노 국외모객용역과 고정사업장 판단', 국제조세연구 제1집(2020. 11. 20.)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Ⅱ.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요지 필리핀 법인인 원고는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원고 보조참가인(이하 'A 카지노'라고 한다)과의 사이에서 원고가 A 카지노에 방문할 외국인 고객을 모집하여 주고 해당 고객이 A 카지노에서 잃은 돈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받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위 계약에 따라 국외에서 외국인 고객들을 모집해 A 카지노로 유치하였으며 고객들의 게임자금을 A 카지노의 계좌로 송금하였고 고객들이 자금대여를 요청할 경우에 대비하여 담보 등을 설정하거나 정산업무와 고객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한편 원고는 국내에서 A 카지노의 영업장 내 사무실(이하 '쟁점 사무실'이라 한다)에 직원들을 두고 원고가 모집한 고객들에게 칩을 제공하거나 롤링게임에서 발생한 매출액을 확인하기도 하였고 고객들의 항공권 예약 및 안내 업무, 호텔과 식당의 예약 및 안내 업무 등(이하 '편의제공 업무')을 수행하였다. 쟁점 사무실에는 책상, 컴퓨터, 금고, 캐비넷, 출근카드 체크기 등이 있었고 원고의 직원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다. 한편 원고는 A 카지노로부터 수취한 대가에 관한 세금을 국내에서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쟁점 사무실을 원고의 국내 고정사업장으로 판단하여 원고가 A 카지노로부터 지급받은 금원에서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금액을 국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수입금액으로 보았고 이에 피고 세무서장은 원고에게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결정·고지하였다. 2. 고정사업장 관련 원고 측의 쟁점별 주장 원고는 쟁점 사무실 공간이 임시 제공된 것으로서 원고는 그에 대한 처분권한이 없었던 점, 원고가 국내에서 수행한 업무의 내용 또한 예비적·보조적 활동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쟁점 사무실은 고정사업장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원고는 설령 고정사업장이 존재하더라도 A 카지노에 제공하는 용역의 주된 내용은 원고가 외국에서 카지노 고객을 모집하는 것이므로 방문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한 고정사업장에 귀속될 소득은 미미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A 카지노와 원고 사이의 약정에 따른 모객용역 자체는 원고의 본점에서 제공한 것이므로 원고가 A 카지노로부터 수수한 수수료 전액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3. 법원의 판단 1) 파기환송 전 2심의 판단 파기환송 전 2심은 원고의 고정사업장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에 대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하였다. 즉 쟁점 사무실은 원고가 처분권한을 가지는 사업상 고정된 장소이지만 원고의 거의 모든 핵심 업무가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그 비용도 대부분 해외에서 지출되고 있으며 편의제공 업무도 반드시 원고의 직원 또는 그 지시를 받는 자가 이행하여야 하는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상고심의 판단 상고심은 원고의 편의제공 업무가 원고가 수행한 모객사업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이라고 보아 원고 고정사업장의 존재를 인정하였고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3) 파기환송 후 2심 및 재상고심의 판단 파기환송 후 2심 및 재상고심은 원고 본사와 별도로 원고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수입금액을 특정하여 법인세를 과세해야 하고 마찬가지로 원고 고정사업장이 원고의 국내 수입금액 전부에 대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후 정당세액을 산출할 수 없음을 들어 피고의 부과처분 전부를 취소하였다. Ⅲ. 평석 1. 고정사업장 성립 쟁점 기본 고정사업장 성립 요건으로는 물적 시설의 고정적 존재(객관적 요건), 물적 시설 사용권한의 보유 또는 지배(주관적 요건), 물적 시설을 통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의 수행(기능적 요건)이 요구된다. 이 사건에서는 기능적 요건이 주로 문제되었는데 편의제공 업무가 중단될 경우 고객들이 A 카지노에 방문할 유인이 감소하여 모객사업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어 A 카지노의 도박수입 및 그에 연동되는 원고의 모객수수료 수입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평가는 카지노 산업의 특수성, 원고와 A 카지노간 계약 내용에 터잡은 것이므로 곧바로 다른 사례들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2. 고정사업장 귀속 쟁점 1) 원고 고정사업장 귀속 소득의 구분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국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사업소득에 한하여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독립기업의 원칙에 따라 정상가격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OECD 모델조약 제7조에 대한 주석 문단 15 내지 17은 외국법인 전체의 수행기능, 귀속되는 자산 및 위험 등을 고려하여 고정사업장이 수행하는 비중을 구분한 후 그에 상응하는 소득을 귀속시키도록 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 고정사업장에 부과될 정당한 법인세 금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첫째 단계로서 원고의 국내원천소득 중 원고 본사에 귀속될 소득과 원고 고정사업장에 귀속될 소득을 구분하여 산정하고 둘째 단계로서 원고 고정사업장에서 지출된 비용(필요경비 등)을 산정하여 이를 원고 고정사업장의 과세표준에서 공제하게 된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가 국외 비용의 증빙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준경비율을 적용하여 추계로 법인세를 과세하였는데 그렇기 때문에 재상고심은 "원고의 필리핀 본점에 귀속되어야 할 수입금액이 있음이 명백하고 그 액수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것이다. 2) 용역의 공급자 및 공급장소의 검토 부가가치세법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사업장으로 정의하면서 그 사업장 소재지별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업장별 과세원칙을 채택하고 있다(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1항, 제2항). 하나의 법인이 복수의 사업장을 가진 경우라면 어떤 사업장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자 또는 공급받는 자인지 검토하여야 하는 것처럼 원고 고정사업장이 성립되더라도 외국법인 본점과 해당 사업장 중 어느 사업장이 용역의 공급자인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공급장소 측면에서 보면 단일한 역무는 그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이 물리적으로 어디에서 수행되었는지를 기준으로 그 공급장소가 결정되는데 재상고심은 원고가 국외에서 수행한 부분이 '보다 본질적이고 핵심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원고가 A 카지노에 제공한 전체 용역의 공급장소를 국내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원고의 편의제공 업무는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업무이기는 하나 원고가 해외에서 수행하는 고객과의 계약체결, 자금대여 및 정산 업무 등에 비하면 모객사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재상고심은 원고가 A 카지노에 제공한 용역이 하나의 단일한 것이고 그 중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이 국외에서 수행된 것이어서 국내에서 부가가치세를 아예 과세할 수 없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국내 고정사업장 수행 역무와 국외 본점 수행 역무를 단일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전자만 구분해내야 한다고 본 것인지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3) 고정사업장 귀속 소득의 증명책임 통설 및 판례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과세요건 사실의 존재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에서 재상고심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주장·증명해야 하는 것임을 최초로 밝혔다. 실제로 과세관청은 세법상 질문·조사권에 기하여 거래상대방들로부터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거나 그 직원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점, OECD 모델조세조약 제7조에 대한 주석 문단 25 및 26은 고정사업장 조사라는 이유만으로 특수관계거래 적용 기준과 비교할 때 추가로 서류제출 부담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점, 과세관청은 정당한 자료제출요구에 불응하는 납세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최근 관련 규정을 더 강화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재상고심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본다. Ⅳ. 결어 재상고심은 외국법인 고정사업장의 과세표준에 관한 증명책임이 과세관청에게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고정사업장이 인정되더라도 그것만으로 국내에서 수취한 대가 전체에 대한 법인세 또는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현행 과세실무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총 변호사 (김·장 법률사무소)
고정사업장
카지노
법인세
사업소득
이은총 변호사 (김·장 법률사무소)
2021-01-18
인터넷 환경에서의 개인정보권리 행사와 글로벌 사업자의 의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0. 16. 선고 2014가합38116 판결 (구글에 대한 개인정보제공내역 요청 사건) - 1. 이 사건의 배경 인터넷의 역사는 스노든의 폭로 전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미국?IT기업들의 서버에 쌓인 전 세계 이용자의 이메일과 사생활 데이터가 미국 정부의 감시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고 '개방성'과 '중립성'을 근간으로 한 인터넷 체제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이에 각국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데이터 분권화, 정보주권주의 강화로 나아가고 있다. 예컨대 유럽의회 시민자유위원회가 추진하는 '데이터 보호 규약' 개정안을 통해 자국 데이터의 월경을 막는 데이터 블록화 움직임이 가시화됐고, 미국-EU 세이프하버협정 무효화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즉 국외이전된 개인정보의 이용ㆍ제공에 대한 의문과 불신, 정보영역에서의 '자국민 보호' 경향은 국제사회의 큰 흐름인바, 본 사건의 배경에는 이러한 흐름이 있다. 2. 사실관계 원고들은 피고 구글본사(이하 '구글본사')가 제공하는 지메일 등 구글서비스의 이용자들 또는 구글본사가 제공하는 기업메일 서비스의 이용자들이다. 원고들은 구글본사 및 한국법인인 피고 구글코리아(이하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내역을 요청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원고들은 구글본사 및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개인정보 및 서비스이용내역의 제3자 제공현황을 공개하고, 거부를 이유로 한 재산적ㆍ정신적 손해배상 5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참고로 구글 서비스 약관에는, 구글 서비스와 관련한 모든 소송은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연방 또는 주법원이 전속적인 관할을 가진다는 전속적 국제재판관할 합의, 구글 서비스와 관련하여 발생되는 분쟁에 대하여 캘리포니아주 법률에 따르기로 하는 준거법 합의가 존재했다. 3. 이 사건의 쟁점 및 법원의 판시내용 이 사건의 쟁점은 아래와 같다. 1) 구글본사에 대한 한국법원에의 소제기가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 위반인지 여부 2) 원고들의 청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 제4항에 근거하는바, 준거법 합의에 반하는지 여부 3) 구글본사의 비공개로 인한 정신적ㆍ재산적 손해의 인정 여부 4) 구글코리아가 구글 서비스의 제공 주체로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인지 여부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아래와 같다. 1) 국내 소비자가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래관계는 국제사법 제27조의 소비자계약에 해당하므로, 당사자간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배제하는 합의는 같은 조 제6항에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 결국 국내 소비자는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대한민국 법원에 소제기할 수 있다. (소비자계약이 아닌 기업메일 서비스의 이용자는 제외) 2) 정보통신망법 제30조의 권리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의 '준거법 선택에 의하더라도 박탈할 수 없는 소비자에게 부여되는 보호에 관한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준거법 합의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망법 제30조는 적용된다. 3) 구글본사는 18 U.S.C §2709(c)(1), 18 U.S Code §1861(d) 등 비공개 의무가 부과된 경우 외에는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구글본사의 미조치로 재산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정신적 고통은 해당정보의 공개로 회복할 수 있으므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 4) 구글 서비스의 제공 주체는 구글본사이므로 구글코리아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5) 기업메일 사용자의 구글본사에 대한 소는 각하, 나머지 원고의 구글본사에 대한 공개청구 인용ㆍ손해배상청구 기각, 전체 원고의 구글코리아에 대한 청구는 기각 4. 판례해설 인터넷에서는 국경과 무관하게 이용자의 정보가 해외 서버에 저장되고 해외 사업자의 정보가 이용자에게 도달한다. 때문에 주권과 국경을 전제한 전통 법체제로 인터넷 체제를 규율하는 것은 쉽지 않고 이용자의 권리 행사도 어렵다. 특히 글로벌 사업자는 인터넷의 개방성을 이용해 전 세계에서 막대한 부를 유입ㆍ축적하지만, 이용자의 불만이나 요구, 이용자가 소속된 국가의 정부당국의 요구에 대해서는 국경의 커튼 뒤에 숨는 경향이 강하다. 국경 커튼의 또다른 악용사례는 바로 스노든이 폭로한 글로벌 IT 기업을 활용한 전세계인의 감시였다. 스노든의 폭로는 인터넷의 개방성과 자유가 더 이상 불변의 가치가 아니라는 교훈을 주었으며, 글로벌 사업자의 의무도 국경의 커튼에 숨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처럼 세계적 트렌드는 인터넷 영역에서의 자국민 보호이며, 다만 인터넷의 경제성이 침식되지 않는 보완으로 규범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증진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참고로 글로벌 사업자의 의무는 이용자의 해당 정부당국에 대한 의무도 있는데, 이는 정부당국이 글로벌 사업자에게 행정제재를 하는 경우로서 본 사안과 구별된다. 예컨대 방송통신위원회는 2014. 2. '스트리트 뷰' 사건에서 구글 본사에 행정제재를 한 바 있다. 본 사건은 글로벌 사업자의 우리나라 이용자에 대한 의무에 관한 사건인바, 구글본사는 국제재판관할권 위반 항변과 준거법합의를 전제로 한 정보통신망법 비적용 항변을 통해 전통적인 '국경과 주권' 개념으로써 의무를 부정하였으나, 법원은 국제사법 제27조를 근거로 각 항변을 배척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개인정보 열람권의 범위에 관하여는 제한적 해석을 하였다.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4항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제2항의 요구를 받으면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어떤 경우이든지 예외 없이 개인정보 제3자 제공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여부 및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바, 미국의 공개금지규정이 미공개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즉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범죄, 대테러, 방첩 수사 또는 외교관계의 방해, 개인의 생명 또는 신체적 안전에 대한 위협'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FBI가 증명하는 경우, 국가안보명령서를 수신한 자, 해외 정보 감시법(FISA) 관련 요청이 있는 경우는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첫째,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에는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를 내세워 열람을 거부할 수 있는 문언적 근거가 없다.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과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는 동일한 개인정보열람권을 규정하는데,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는 제4항에 명시적인 열람 거부사유가 규정된 반면,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은 이러한 규정이 없다. 그럼에도 '필요한 조치'를 확장해석하여 거부사유를 인정함은 문언에 반할 소지가 있다. 둘째, 우리나라 법령이 아닌 다른 나라의 법령을 근거로 열람 거부사유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공개금지규정이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보았는데, 스노든 사태를 고려하면 미국의 공익과 우리 국민의 공익은 다름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공익을 단정한 점이 있다. 셋째, 국제적 사법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다. 2015. 10. 유럽사법재판소는 EU 회원국 국민의 개인정보가 미국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신뢰할 수 없다며 미국-EU 세이프하버 협정을 무효화했고, 2014. 11. EU 작업반은 유럽사법재판소가 인정한 잊혀질 권리의 집행 범위는 구글 본사에도 미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미국 법원도 2014. 7. MS의 이메일 서버가 있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압수수색 영장의 효력이 미친다고 판결했다. 즉 각국 법원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국경에 무관하게 사법권을 확장해 가는 추세인데 우리 법원은 사법권을 축소하는 판시를 한 것이다. 넷째, 국내사업자들은 규제의 '역차별'을 주장해 왔다. 법령이 국내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바람에 특정 규제가 국내사업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글로벌 사업자에게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본 판결도 글로벌 사업자의 의무를 우리 사업자의 의무보다 축소시켜 역차별 소지가 있다. 결국 미국 법률의 공개금지규정이 개인정보 제3자 제공내역 공개 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는 판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5. 이 판결의 의의 및 향후 과제 그간 글로벌 사업자들은 인터넷의 개방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국경과 주권이라는 커튼 뒤에서 의무를 회피하였는바, 이 판결은 미국 법률로써 우리 법문언을 축소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국경이 만능 커튼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밝힌 데 의의가 있다. 한편 위와 같은 한계는 인터넷을 매개로 발생하는 섭외사건에 법원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과제이기도 하다. 세계적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자국민 보호'와 '프라이버시권 보호' 같은 헌법적 가치나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둔 사법정책도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자국민 보호가 여의치 않은 인터넷 환경에서 어떻게 사법권의 영역을 전개시켜 헌법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법원의 근본적인 정책적 검토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5-11-26
신용장개설은행의 지정은행에 대한 지시의 효력
I. 사실관계 석유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한국회사 갑은 해외 소재 을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기로 하였다. 자금차입의 방법은, 갑에게 자금이 필요한 사정이 발생하면 을에게 석유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을이 대금지급을 위하여 신용장을 개설하여 갑에게 보내면 이를 통하여 갑이 자금을 수령하며, 자금변제의 방법은, 갑이 프랑스에 본사를 둔 회사인 병으로부터 석유수입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지급을 위하여 피고은행으로 하여금 병에게 신용장을 개설하면 병은 자금을 받은 후 을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취하였다. 이 과정에 실제로 석유가 수출되거나 수입된 사실은 없기 때문에 신용장대금의 지급조건으로 선하증권이 제시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신용장에는 신용장대금지급조건으로 선하증권대신에 수익자가 작성한 보상장(Letter of Indemnity; 자금이 부족한 수출자가 선적 전에 신용장대금을 수령하고자 향후 발생되는 모든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겠다고 확약하는 서면)의 제시도 가능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런데 피고은행은 이미 병에게 개설하였던 신용장의 보상장지급조건을 변경하고자 이 신용장의 통지은행이자 기존에 발행된 신용장의 매입은행인 원고은행에게 '은행간 지시(bank to bank instruction)'란 제목으로 보상장지급조건을 삭제한다는 통지를 하였다. 이에 원고은행는 수익자인 병에게 이러한 통지를 전달하였으나 병은 조건의 변경을 거절하였고 원고은행은 이러한 사실을 피고은행에게 통지하였다. 그 후 원고은행는 기존의 신용장지급조건에 따라서 병으로부터 선하증권 대신에 보상장을 수령하고 환어음을 매입한 후 피고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은행은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서 신용장지급조건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원고은행에 대한 관계에서만 지시한 것이므로 보상장지급조건 삭제지시는 유효하고 따라서 신용장대금을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원고은행은 피고은행을 상대로 신용장대금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II. 대법원 2011.1.13. 선고 2008다88337 판결의 내용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의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9조 d항은 '제48조에 의하여 별도로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취소불능신용장은 개설은행, 확인은행(있는 경우) 및 수익자의 합의 없이는 변경되거나 취소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취소불능신용장에서 규정된 수익자의 권리 또는 권리의 행사요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신용장 조건 등의 변경은 수익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효력이 없다. 취소불능신용장의 이러한 조건변경 제한규정은 개설은행이 매입은행 등 지정은행에 대한 지시의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지시 내용이 실질적으로 수익자의 권리 또는 권리의 행사요건 등을 변경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수익자의 동의가 없는 한 그와 같은 지시는 효력이 없다. 왜냐하면 개설은행의 그와 같은 지시가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서만 무효이고 매입은행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한다면, 매입은행은 개설은행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수익자는 매입은행에게 변경 지시 전의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게 되는 반면, 개설은행은 수익자의 동의 없이 매입은행에 대한 지시를 통하여 취소불능신용장의 신용장 조건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개설은행은 수익자뿐만 아니라 매입은행에 대한 관계에서도 그 지시의 유효를 주장할 수 없다. III. 평석 1. 들어가기 이 사건의 쟁점은 신용장개설은행이 신용장을 매입할 수 있는 은행(신용장매입을 수권받은 은행을 '지정은행(nominated bank)'이라고 하므로 이하 '지정은행'이라 한다)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한 지시가 법률적으로 어떠한 효력을 갖는가에 있다. 신용장개설은행인 피고은행은 이러한 지시가 유효하므로 지정은행인 원고은행은 이러한 지시에 따를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에, 대법원 판결은 신용장통일규칙에서 신용장개설은행이 신용장대금지급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신용장개설은행이 지정은행에게 일방적으로 한 지시는 수익자의 동의가 없는 이상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보았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법원 판결의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결론에 이르게 된 근거에 대하여는 다른 의견이다. 2. 준거법에 대한 고려의 부재 이 사건에서 원고은행은 신용장의 매입은행으로서(실제로 매입하는 것은 신용장에 기하여 발행된 환어음 등 서류이다) 외국에 소재하여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이므로 대법원은 원고은행과 피고은행 간에 적용될 준거법을 우선적으로 결정한 후 그 준거법에 따라서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판단했어야 했다. 하지만 위 대법원판결은 준거법에 관하여 아무런 고려 없이 바로 신용장통일규칙만을 근거로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이 사건에 신용장통일규칙이 적용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의가 없지만 신용장통일규칙이 신용장에 관한 모든 법률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준거법의 결정은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사건 판결이 선고되고 불과 2주 후에 내려진 대법원판결(대법원 2011.1.27. 선고 2009다10294 판결)에서는 "신용장에 기한 환어음 등을 매입하는 매입은행은 신용장 개설은행의 수권에 의하여 매입하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기의 계산에 따라 독자적인 영업행위로서 매입하는 것이고 신용장 개설은행을 위한 위임사무의 이행으로서 신용장을 매입하는 것은 아니므로, 신용장 개설은행과 매입은행 사이의 신용장대금 상환의 법률관계에 관한 준거법의 결정에는 위임사무의 이행에 관한 준거법의 추정 규정인 국제사법 제26조 제2항 제3호를 적용할 수 없고, 환어음 등의 매입을 수권하고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약정하여 신용장대금 상환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신용장 개설은행의 소재지법이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으로서 준거법이 된다."고 판시하여 신용장개설은행과 매입은행 사이의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신용장개설은행의 소재지법이 준거법이 된다고 판시하였다는 점이다(신용장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관한 구체적 논의는 "졸고, 화환신용장의 중간은행의 법률관계와 독립적 은행보증의 제2의 은행의 법률관계에 대한 준거법, 국제사법연구 제17호" 참조). 이 대법원판결에 대하여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3. 신용장개설은행과 지정은행 사이의 법률관계 판단의 부재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원고은행과 피고은행 사이에 어떠한 법률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대법원이 준거법에 근거하여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법률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 우선적으로 분석하고, 이러한 법률관계에 의하면 피고은행의 원고은행에 대한 일방적 지시가 어떠한 효력을 갖는지 판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소송이 진행될 당시에 원고은행은 신용장을 매입하여 지정은행에서 매입은행이 되었으므로 이 사건의 준거법은 대법원 2011.1.27. 선고 2009다10294 판결에서와 같이 개설은행인 피고은행의 소재지법인 한국법이 된다. 이 사건 신용장에서는 제5차 신용장통일규칙(UCP 500)이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었고, 우리 법상 이러한 규정은 유효하므로 제5차 신용장통일규칙이 이 사건에 적용된다. 그런데 제5차 신용장통일규칙 제10조(b)에서는 신용장개설은행이 신용장을 매입할 수 있는 수권행위만으로는 원칙적으로 지정은행은 어떠한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수권행위만으로는 신용장개설은행과 지정은행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준거법인 한국법에 따를 경우에는 혹시 어떠한 법률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국법은 미국법과 달리 신용장에 관한 별도의 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서 위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4. 신용장개설은행과 지정은행 사이의 법률관계 앞서 언급한 대법원 2011.1.27. 선고 2009다10294 판결에서는 신용장의 지정은행은 자기의 계산에 따라 독자적인 영업행위로서 신용장을 매입하는 것이고 신용장개설은행을 위한 위임사무의 이행으로서 신용장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이 판결에 따르면 지정은행이 신용장을 매입하기 전에는 지정은행과 신용장개설은행 간에는 적어도 신용장대금지급과 관련하여 아무런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정은행이 신용장을 매입하여야 비로소 지정은행은 매입은행의 지위를 얻고 이때부터 양당사자는 법률관계를 맺게 된다(신용장개설은행과 매입은행 간의 법률관계는 신용장수익자와 신용장개설은행 사이의 법률관계와 동일하다. 구체적인 논의는 "졸고, 앞의 논문"을 참조 바란다). 이러한 결론에 따르면 신용장개설은행인 피고은행이 지정은행인 원고은행에게 한 보상장지급조건 삭제지시는 원고은행에 대하여 아무런 효력이 없다. 결국 원고은행이 신용장을 매입한 후 피고은행과 맺게 되는 법률관계는 신용장에 기재에 따르게 되므로 원고은행이 피고은행의 삭제지시에도 불구하고 신용장 기재에 따라서 보상장을 수령하고 신용장대금을 지급한 것은 적법한 지급이 된다. 따라서 피고은행은 원고은행에게 신용장대금을 상환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제5차 신용장통일규칙의 신용장대금지급조건 변경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의 분석을 통하여 결론에 이르렀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신용장통일규칙의 위 규정도 결론을 지지해 주는 근거가 될 수 있겠지만 주된 이유보다는 부수적 이유에 불과하다고 본다.
2012-06-18
조세조약상 외국법인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
I.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 미국법인 A는 세계각국의 정보수집요원들이 각국의 금융정보 등을 수집하여 미국본사에 송부하면 그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한 후 이를 가공·분석하여 데이터베이스로 미국본사의 서버에 저장한 다음, 전세계 고객에게 그 금융정보를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등을 통해서 전자적인 방식으로 제공, 판매하는 서비스업('쟁점 서비스')을 영위하였다. 원고는 A의 한국 자회사로서 A에게 한국의 금융정보 등을 수집하여 전달하고,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등의 설치 및 유지관리용역('쟁점 장비관리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았는데, 그 중 쟁점 장비관리용역은 내국법인 갑에게 하도급을 주어 갑이 자신의 사업장에 설치된 노드장비 및 한국고객들의 사무실 등에 소재한 고객수신장비를 유지관리하였다. 한편, A의 해외지점 직원들은 한국을 방문하여 고객의 사무실 등에서 쟁점 서비스의 판촉활동을 수행하면서 정보이용료 등의 계약조건을 안내해 주고('쟁점 홍보활동'), 원고의 사무실에서 한국고객에게 고객수신장비의 사용법 등에 대한 교육활동을 실시하였다('쟁점 교육활동'). A는 한미조세조약상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한미조세조약 제8조에 따라 한국고객의 쟁점 서비스 대가에 대하여 별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고, 부가가치세는 한국고객들이 부가가치세법 제34조에 따라 대리납부 방식으로 납부하였다. 원고는 A로부터 지급받은 용역대가에 대하여 법인세를 신고, 납부하였으나, 부가가치세는 부가가치세법 제11조 소정의 외국법인 본사에 대한 외화획득용역으로서 영세율 적용대상으로 보아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 한편, 갑은 원고로부터 수취한 용역대가에 대하여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하였다. 이에 대하여 과세관청은 A가 원고, 갑, 해외지점의 직원 등을 통하여 국내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였으므로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소재지나 원고의 사무실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고 쟁점 서비스를 그 고정사업장을 통해서 제공하였다고 판단하고 이를 전제로 위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국내 소득의 상당 부분에 대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였고 또한 원고 및 갑 등에 대하여도 쟁점 장비관련용역 등을 실질적으로 A의 본사가 아니라 위 고정사업장에 제공하였다고 하면서 위 영세율 적용을 배제하는 등으로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였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한미조세조약상 국내에 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미국법인이 '처분권한 또는 사용권한'을 가지는 국내의 건물, 시설 또는 장치 등의 '사업상 고정된 장소'를 통하여 미국법인의 직원 또는 그 지시를 받는 자가 예비적이거나 보조적인 사업활동이 아닌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여야 하고,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인지 여부는 그 사업활동의 성격과 규모, 전체 사업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 원심판결은 A의 사업활동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분석하여 그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부분과 이를 판매하는 부분이라고 전제하고, 국내에 설치되어 있는 노드장비는 미국의 주컴퓨터로부터 가공·분석된 정보를 수신하여 고객에게 전달하는 장치에 불과한 점, 고객수신장비의 주된 기능은 A로부터 송부된 정보를 수신하는 장비인 점 등에 비추어 A가 위 각 장비를 통하여 국내에서 수행하는 활동은 A의 전체 사업활동 중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소재지에 A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A의 해외지점의 쟁점 홍보활동 및 교육활동 역시 A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곳에도 A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한미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II. 대상판례의 평석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한미조세조약상 A의 고정사업장에 국내에 존재하는지 여부로서 구체적으로는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또는 원고의 교육장이 A가 '처분권한 또는 사용권한'을 가지는 국내의 건물, 시설 또는 장치 등의 '사업상 고정된 장소'에 해당하는지,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를 통하여 수행되는 정보의 전달, A의 해외지점 직원들에 의하여 원고의 사무실 등에서 이루어지는 홍보 및 교육활동 등이 A의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업활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2.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의의 및 구성요건 국제거래에 있어서 고정사업장 내지 국내사업장의 존재 여부에 따라 세법상 과세방식의 중요한 차이가 발생한다. 조세조약 미체약 국가의 외국법인이 국내에서 사업소득을 얻는 경우에 그 국내원천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과세된다. 외국법인이 국내사업장을 두고 있으면 그 국내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하여 법인세를 신고 납부하여야 하고, 국내사업장이 없는 경우에는 국내원천 사업소득의 지급자가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과세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조세조약에서는 법인세법상의 국내사업장과 유사한 고정사업장 개념을 두어 국내원천 사업소득을 얻은 체약국의 외국법인이 우리나라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지 않거나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더라도 해당 사업소득이 그 고정사업장에 귀속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반면 고정사업장이 있고 해당 사업소득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경우에는 내국법인의 소득과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한다. 또한, 고정사업장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통상 부가가치세법상의 사업장에도 해당하기 때문에 외국법인은 부가가치세도 신고,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으로 통상 세 가지가 제시된다. 첫째, 물적 시설의 고정적 존재로서 객관적 요건으로 불린다. 기계나 장비 등도 물적 시설에 포함되고 물적 시설이 고정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항구적으로 특정장소에 위치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물적 시설을 사용할 권한을 갖거나 지배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으로 주관적 요건이라 한다. 이는 고정된 장소와 사업의 수행간의 관계로서 사업이 그 장소를 통하여 수행되어야 하는 요건이다. 기업이 어떤 장소를 통하여 사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그 장소에 대하여 처분권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그 장소를 사용하거나 사용 중단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그 물적 시설을 통하여 기업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이 수행되어야 한다는 요건으로서 기능적 요건이라고 한다. 외국법인의 사업활동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인지 아니면 예비적이고 보조적인 사업활동인지는 상대적 가치에 의하여 판단된다. 예컨대, 파이프라인을 통한 석유수송의 경우 석유판매업자에게는 보조적 기능을 수행하므로 고정사업장을 구성하지 않으나, 석유운송업자에게는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므로 고정사업장을 구성하는 것이다. 통상 어떤 기업이 여러 물리적 장소에서 예비적, 보조적 성격의 개별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 개별 활동을 모두 결합하여 한 사업장에서 수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 결합된 사업활동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해당기업은 사업활동의 기능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고 있다. 한미조세조약도 다른 조세조약과 같이 제9조 제1항에서 "이 협약의 목적상 고정사업장"이라 함은 어느 체약국의 거주자가 산업상 또는 상업상 활동에 종사하는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를 의미한다"고 하고 제2항에서 지점, 사무소, 공장 등 다수 유형의 고정사업장을 예시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제3항에서는 고정사업장에는 다음의 어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목적만을 위하여 사용되는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a)목에서 '거주자에 속하는 재화 또는 상품의 보관, 전시 또는 인도를 위한 시설의 사용'을, (e)목에서 '거주자를 위한 광고, 정보의 제공, 과학적 조사 또는 예비적 또는 보조적 성격을 가지는 유사한 활동을 위한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의 보유'를 들고 있다. 즉, 한미조세조약도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으로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나 다만, 예비적, 보조적 행위의 어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목적만을 위하여 사용되는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가 고정사업장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개별 행위가 예비적, 보조적 성격을 지니는 이상 그 개별행위를 결합하여 본질적이고 중요한 행위를 구성하는지를 판단하지 않는 점이 특색이다. 3. 평석: 한미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과 전자상거래 대상판례는 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으로 객관적 요건,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을 제시하면서 전자적 방법으로 금융정보를 판매하는 외국법인의 경우 정보전달활동과 홍보 및 교육활동은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기능적 요건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전자상거래란 당사자가 물리적으로 동일한 장소에 소재하지 않고 전자적 수단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재화와 용역에 관한 사업상의 거래로 정의되는데, 이는 일반 상거래와는 달리 컴퓨터 이외의 물적 시설의 존재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을 기준으로 고정사업장의 존재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우선, 전자상거래에 있어서의 고정사업장의 객관적 요건은 컴퓨터 서버의 존재 여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정장소에 고정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컴퓨터 하드웨어 즉 컴퓨터 서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OECD 모델조세조약도 같은 입장이다. 둘째, 외국법인이 컴퓨터 서버를 자신의 사업에 사용하거나 그 사용을 중지할 수 있는 권능을 가져야 주관적 요건을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단지 타인이 설치, 운용하는 통신시설을 이용하여 거래하는 경우에는 그 통신시설에 대한 처분권을 가지지 않으므로 주관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로 기능적 요건의 충족을 위해서는 전자상거래의 전자적 수단의 운용이 소득의 획득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행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으로는 상품의 매도인이 매수인과의 매매계약의 체결을 컴퓨터 서버에 게재된 웹사이트를 통해서 수행하거나 판매대금을 서버에 게재된 웹사이트를 통해서 결제받는 행위를 들 수 있다. 전자적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상품을 가공, 제조하는 일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이 될 것이다. 원심판결도 같은 논거에서 A의 사업활동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분석하여 그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부분과 이를 판매하는 부분이라고 전제하였던 것이다. 일반 상거래에서 상품의 인도, 광고 및 홍보활동 등이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인정되는 것과 같이, 전자상거래에 있어서도 서버에 게재된 전자상품을 인도하는 행위는 상품의 인도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예비적, 보조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OECD 모델조세조약도 보안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미러서버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를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열거하고 있다. 대상판례는 노드장비나 고객수신장비는 미러서버와 마찬가지로 고유의 기능이 정보전달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장비를 통하여 전자상품을 인도하는 행위는 여전히 예비적, 보조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전자상거래의 경우에도 일반 고정사업장의 기능적 요건의 법리가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A의 해외지점 직원의 쟁점 홍보활동과 교육활동은 한미조세조약 제9조 소정의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판단하였는바, 전자상거래에 수반되는 홍보와 교육활동은 여전히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 결어 대상판례는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을 정면으로 다룬 최초판결로서 고정사업장을 구성하는 객관적 요건,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을 명확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금융정보를 판매하는 전자상거래에 종사하는 외국법인의 경우 노드장비 등을 통한 정보의 전달, 해외지점의 직원들에 의한 홍보 및 교육활동은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업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전자상거래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일반 고정사업장의 기능적 요건이 유효함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그 선례적 가치가 있다. 다만, 대상판례가 한미조세조약상의 고정사업장의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 중 예비적, 보조적 행위의 결합 금지 부분에 대하여 구체적인 판시를 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대상판례의 판시 논거와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2012-03-26
도메인이전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사건에서의 준거법
I. 사실관계 원고는 1999. 11. 23. 도메인이름 "hpweb.com"을 미국의 도메인이름 등록기관인 네트워크솔루션사에 등록하였다. 피고 휴렛트-팩커드 컴퍼니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이하 "아이칸")의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정책(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UDRP, 이하 "분쟁해결정책")' 및 절차규정에 따라 2000. 8. 3.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보유자인 원고를 상대로 하여 아이칸이 승인한 분쟁해결기관 중의 하나인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National Arbitration Forum)에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도록 명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신청을 하였고,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는 2000. 9. 8.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라는 내용의 판정을 하여 도메인이름이 피고에게 이전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판정에 불복하여 2000. 9. 18. 서울지방법원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기하여 도메인이름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II. 대법원 2011.5.26. 선고 2009다15596 판결의 요지 이 사건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세 차례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5다75071 판결, 대법원 2011.5.26. 선고 2009다15596 판결)이 있었다. 그 중 본 평석은 마지막 대법원 판결에 관한 것이다. [1] 구 섭외사법 제13조에서 정한 '부당이득의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은 이득이 발생한 곳을 의미한다. 도메인이름의 이전등록으로 이득이 발생한 곳은 피고의 본사 소재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이므로, 부당이득 반환채권의 성립 및 효력에 관하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이 준거법이 된다. [2]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이전등록 당시 피고에게 위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구할 실체법적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비록 분쟁해결기관의 결정에 따른 이전등록이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위 이전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 피고에게 부당이득이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의 부당이득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에게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구할 실체법적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야 하는데, 이는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성립 및 효력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이에 관하여는 구 섭외사법의 규정에 따라 부당이득과는 별도의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 [3] 그런데 피고의 위 도메인이름 사용금지청구권은 원고가 이 사건 도메인이름을 등록·사용하는 것이 미국에 등록된 이 사건 상표에 대한 피고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임을 원인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준거법은 구 섭외사법 제13조에 따라 정해져야 할 것이고, 여기서 그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은 원고의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에 의하여 피고의 상표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행하여지고 권리침해라는 결과가 발생한 미국이라고 할 것이므로, 미국법이 그 준거법이 된다. III. 평석 1. 들어가기 위 대법원 판결은 구 섭외사법에 따른 판결이다. 만일 현행 국제사법을 적용한다면 위 세 가지 결론이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지 논해보고자 한다. 2.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준거법결정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준거법에 대하여는 부당이득이 발생한 장소의 법을 준거법으로 보는 부당이득지법주의와 부당이득의 원인이 된 기본관계의 준거법을 준거법으로 보는 기본관계의 준거법주의가 있다. 국제사법이 제정되기 전의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은 "사무관리, 부당이득 또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의 성립 및 효력은 그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부당이득지법주의를 받아들였다. 현재의 국제사법 제31조도 "부당이득은 그 이득이 발생한 곳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부당이득지법주의에 따르고 있다. 그러나 단서에서 "다만, 부당이득이 당사자간의 법률관계에 기하여 행하여진 이행으로부터 발생한 경우에는 그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계약의 무효·취소·해제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같이 당사자간의 법률관계에 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는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을 따르도록 하는 종속적 연결을 도입하였다. 따라서 현행 국제사법은 부당이득지주의와 기본관계의 준거법주의가 혼합된 형태이다. 한편,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과 국제사법 제31조 전문은 표현에 차이가 있지만 실질적 의미의 차이가 없다는 견해가 대체로 통용되고 있다(임채웅, 도메인이름을 둘러싼 분쟁에 관한 연구, 인터넷 법률 47호(2009. 06), 197면). 따라서 기존의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국제사법 제31조 전문에도 적용된다. 구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에 대하여 어떤 이득이 부당이득으로 되는지의 문제와 이러한 이득의 기초에 놓여 있는 기본관계의 성립 및 효력의 문제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해석되어 왔다(이호정, 국제사법, 1981, 292면). 이와 같이 부당이득의 준거법과 기본관계의 준거법을 따로 보는 이유는 구 섭외사법이 부당이득지법주의를 채택하였기 때문이다. 기본관계인 매매계약의 준거법이 미국법인 경우에 비록 부당이득이 한국에서 발생하더라도 매매계약의 효력은 여전히 미국법에 따라서 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관계의 이행의 결과가 발생하는 부당이득에 대하여는 국제사법 제31조 단서에서 종속적 연결을 도입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기본관계의 성립 및 효력과 부당이득의 성립과 효력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위 대법원판결 사안과 같이 부당이득이 불법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경우에 대하여 국제사법에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해석과 같이 기본관계인 불법행위의 성립 및 효력과 부당이득의 성립 및 효력을 구분해야 하는지 아니면 부당이득지에 관계없이 불법행위지법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준거법이 되는지 문제가 제기된다. 이 문제에 대하여 위 대법원판결은 기존의 해석에 충실하게 피고가 불법행위를 근거로 원고에게 이 사건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구할 실체법적 권리가 있는지 여부는 부당이득과는 별도의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한편, 우리 국제사법 제31조 단서와 달리 유럽연합의 비계약적 채무 준거법에 대한 준거법규칙(Rome II) 제10조 제1항에서는 계약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에 의하여 부당이득이 발생한 경우에도 불법행위지법이 부당이득의 준거법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독일 국제사법 제38조 제2항에서도 법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침해부당이득(Eingriffskondiktion)은 침해지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례들은 불법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부당이득에 대하여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를 불법행위가 발생한 국가로 본 것이다. 우리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서는 당해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갖는 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된다는 연결원칙을 간접적으로 선언하고 있고, 국제사법 제31조 단서에서 종속적 연결을 도입한 이유도 급부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급부의 청산에서도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갖는 법이기 때문이다(석광현, 국제사법, 2003, 278면). 위와 같은 입법례에 비추어 볼 때 불법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부당이득에 대한 반환청구에 대하여는 부당이득지국가보다 불법행위지국가가 보다 밀접한 국가가 되어 불법행위지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당이득이 도메인이름의 경우에는 부당이득지가 우연적 사정에 의하여 발생되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근소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3. 도메인이름 이전에 따른 이득의 발생지 도메인이전에 따른 이득의 발생지로 볼 수 있는 장소는 이전등록지, 이전받은 자가 도메인이름을 사용하여 주된 영업을 하는 장소, 이전받은 자의 소재지이다. 이중 대법원은 도메인이름을 이전받은 자의 소재지를 부당이득의 발생지로 보았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도메인이름을 이전받은 자가 미국에 소재하지만 주된 영업을 캐나다에서 수행하더라도 이득의 발생지는 미국이 된다. 이러한 결론은 부당이득지주의를 채택한 국제사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며, 심지어 모든 부당이득사건에서 이득의 발생지가 이득자의 소재지라고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결론은 부당이득지를 재화의 이전이 현실로 행해진 장소라고 보고 있는 통설과 기존의 판례에도 반한다. 오히려 도메인이름이 이전된 등록기관의 소재지가 부당이득지라고 보는 것이 좀 더 기존의 해석에 가깝다고 본다. 한편, 아이칸이 지정한 도메인이름 등록기관은 여러 곳이어서 이전받는 자가 임의로 장소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이전등록지는 우연적 사정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도메인이름을 이전받은 자의 주된 영업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도메인이름이 물리적, 지리적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장소를 기준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에서 사용되고 있는 도메인이름에 대하여 부당이득지를 특정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러우며 이에 대하여는 입법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임채웅, 전게논문, 198-199). 결론적으로 도메인이름 이전에 따른 이득의 발생지를 특정하는 것은 난해하며 위 세 장소 중 어떠한 장소를 부당이득지로 결정하더라도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이다. 4. 결론 만일 위 대법원판례 사안에 대하여 현행 국제사법을 적용한다면 도메인이름의 이전에 따른 부당이득지를 고려할 필요 없이 불법행위지인 미국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로서 미국법이 준거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012-01-30
진정상품의 병행수입과 부정경쟁행위
I. 들어가기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이란 "상표권자가 국내와 국외에서 동일한 상표를 각 국내법에 따라 등록한 경우 제3자가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허락 없이 외국에서 그 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게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된 상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병행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동일한 상표를 부착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각 국에서의 판매가격이 다르므로 값이 싼 국가에서 수입하여 값이 비싼 국가에서 판매한다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행수입이 법률적으로 문제되는 영역은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다. 본 평석에서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부정경쟁방지법에 관련된 부분이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모두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한 후에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 정당한지 논하고자 한다. II.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2.9.24.선고 99다42322, 대법원 2009.1.30. 선고 2008도7462)의 요지 1. 상표법에 관한 판결의 요지 상표는 기본적으로 당해 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출처가 특정한 영업주체임을 나타내는 상품출처표시기능과 이에 수반되는 품질보증기능이 주된 기능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병행수입업자가 위와 같이 소극적으로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위와 같은 상표의 기능을 훼손할 우려가 없고 국내 일반 수요자들에게 상품의 출처나 품질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없다면, 이러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므로, 상표권자는 상표권에 기하여 그 침해의 금지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2.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판결의 요지 병행수입업자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한 것이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태양 등에 비추어 영업표지로써의 기능을 갖는 경우에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사용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소정의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되어 허용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2002년도 버버리 제품의 병행수입에 관한 판결에서 매장 내부 간판, 포장지 및 쇼핑백, 선전광고물은 영업표지로 볼 수 없거나 병행수입업자의 매장이 마치 대리점인 것처럼 오인하게 할 염려가 없어 상품의 표장의 사용이 허용되는 반면에, 사무소·영업소·매장의 외부 간판 및 명함은 영업표지로 사용한 것이어서 상품의 표장의 사용이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2009년 나이키 제품의 병행수입사건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판매점의 외부에 설치된 현수막 등에 국내에 널리 인식된 나이키의 표장을 사용하여 영업한 것은 위 표장의 상표권자로부터 전용사용권을 부여받아 영업을 하는 주식회사 나이키스포츠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III. 판례평석 1. 병행수입된 상품의 광고의 허용범위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 가. 일본학설 일본에서는 병행수입한 상품의 광고의 허용범위와 관련하여 세 가지의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첫째, 진정상품에 대하여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진정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해하지 않으므로 허용된다는 견해. 둘째, 진정상품과 관계없이 상표를 사용한다든가, 판매점 간판에 표시하는 행위와 같이 상표권자의 대리점 또는 라이선스판매가 있다고 오해가 생기는 경우에는 부정경쟁행위로써 금지되어야 한다는 견해. 셋째, 병행수입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범위에서 상표사용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 나. 유럽연합법원(European Court of Justice)의 입장 유럽연합법원(사건번호 C-63/97)은 '상표와 관련한 회원국가의 법을 수렴시키기 위한 지침(First Directive 89/104/EEC of the Council, of 21 December 1988, to Approximate the Laws of the Member States Relating to Trade Marks)' 제7조 제2항을 근거로 하여 "병행수입한 상품의 판매자와 상표권자 간에 어떤 상업적 관계가 있다는 인상, 특히 판매자의 영업이 상표권자의 공급망의 일부 또는 양자 간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인상을 준 경우에는 위 지침 제7조 제2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광고는 상표권자의 경쟁자가 상표의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것을 금지하여 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상표의 목적에도 반한다"고 판시하여 우리 대법원의 입장과 유사하다. 참고로 위 지침 제7조 제2항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표의 권리소진을 부인하고 상표권자가 제3자의 상표사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가. 상품주체혼동과 영업주체혼동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서는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타인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쌓은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이익을 얻고 궁극적으로 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있다. 그런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 목에서 상품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품주체혼동행위와 영업주체혼동행위는 언어적으로 구별이 가능하지만 구체적 사실에서는 분명한 기준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예들 들어 나이키라는 이름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결과 나이키상품을 다른 상품과 구별시키는 기능과 함께 나이키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을 표시하는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판매자가 영업의 출처를 표시할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나이키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광고를 하게 되면 상품의 출처와 영업의 출처를 동시에 표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과를 발생시키는 광고가 모두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하여 금지된다는 것은 병행수입의 적법성을 고려할 때 문제가 있다. 나. 대법원 해법과 그 문제점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대법원은 외부간판이나 현수막과 같이 매장외부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하면서도 매장내부 또는 포장지 등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그러한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허용하고 있다. 정리하면 대법원은 영업주체혼동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매장내부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영업주체혼동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품주체의 혼동을 유발하지 않는 병행수입된 상품의 광고에 대하여 기존의 영업주체혼동행위의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며, 이러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매장외부 광고와 매장내부 광고가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병행수입업자가 매장에서 하나의 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한다면 매장외부에 표장을 사용하거나 매장내부에 표장을 사용하거나 관계없이 구매자로서는 영업주체를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다. 새로운 해법의 제시 원점으로 돌아서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타인의 영업을 자신의 영업인 것처럼 표시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영업주체혼동이 발생하더라도 이러한 혼동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없었고 실제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면 부정경쟁행위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유명상표의 의류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판매점의 영업주체가 상표권자의 한국 내 지점 또는 지사이든 아니면 상표권자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서 독점수입판매를 하는 한국회사이든 관심이 없다. 구매자의 관심은 유명상표의 의류제품의 품질이 좋다거나 제품의 명성이 높다는 등 상품의 출처에 집중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제품에서 상표권자가 병행수입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영역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 목의 '상품주체혼동'이지 나. 목의 '영업주체혼동'이 아니다. 따라서 사견으로는 대법원이 버버리 제품이나 나이키 제품의 병행수입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주체혼동'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반면에 전자제품의 경우에서는 구매자는 상품의 품질이나 명성에도 관심을 갖지만 애프터서비스에도 높은 관심을 갖기 때문에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애프터서비스는 상품과 독립된 무형의 서비스 영역이므로 상품판매와 별도로 독립된 영업에 해당한다. 따라서 병행수입업자가 애프터서비스영업의 주체에 대하여 혼동을 유발하여 자신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애프터서비스의 제공자인 것처럼 구매자를 오인시켰다면 부정경쟁행위가 될 것이다. 이때 외부간판이나 현수막에 의한 광고는 금지되지만 매장내부의 광고는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구체적인 광고방법이 구매자에게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병행수입된 제품의 광고의 한계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대법원 판결처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병행수입된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구매자를 기준으로 볼 때 상표권자가 영업주체가 누구인지 여부에 대하여 이익을 갖고 있는지를 살핀 후, 만일 그러한 이익이 존재한다면 구체적인 광고방법이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2010-09-02
관세법상 ‘특수관계에 의한 영향’의 입증책임
1. 서론 관세는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세법이 규정하고 있는데, 기본원칙은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인 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한다. 그런데 실제 거래에서는 가격결정에 여러 가지 고려요소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수료, 특허권의 대가, 운임, 보험료 등을 가격에 반영시키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거래가격 결정이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법은 ‘과세가격의 결정’이라는 제목하에 제30조에서 제37조까지 규정을 두고 있다. 관세법은 거래가격을 존중하고 있는 바, 제30조는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한 가격 등에 법률이 정한 수수료, 운임 등 가산요소를 가산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결정하는 원칙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대하여 예외를 두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구매자와 판매자간에 특수관계가 있어 그 관계가 당해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경우”인데, 이때에는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이 정한 다른 방법에 의하여 거래가격을 결정한다. 그런데 거래현실을 보면 다국적 기업간의 국제거래 규모가 전체 수입금액의 약 4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특수관계자간의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거래가격을 부인한다면 세관의 업무는 폭주할 것이며, 거래 당사자들은 관세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다. 관세심사에서도 거래가격에 대한심사가 주된 이슈가 되는데, 이 경우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에서 정한 ‘특수관계가 당해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증명책임자가 누구인지 여부가 논란이 된다. 단지 특수관계가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러한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상 판결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으로 선례적인 가치가 있어 검토해 보고자 한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수입의약품의 매출원가율이 구매회사가 수입한 다른 의약품에 비하여 낮고, 다른 업체들의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며, 그 재판매가격이 수출자인 판매회사의 가격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사정을 과세관청이 입증한 경우에 과세관청은 입증책임을 다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를 적용하기 위하여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 외에도 그 특수관계에 의하여 거래가격이 영향을 받았다는 점까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평석 가. 관련법규정의 합리적 해석 관세법 제30조는 과세가격 결정의 원칙에 관하여, 제1항에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에 구매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및 중개료 등 그 각 호에 정한 금액을 가산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한다고 정하고, 제3항 제4호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관계가 있어 그 관계가 당해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할 때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거래가격을 당해 물품의 과세가격으로 하지 아니하고 관세법 제31조 내지 제35조의 규정에 의한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관세법 시행령 제23조 제2항 제2호는 ‘당해 산업 부문의 정상적인 (수입)가격결정관행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수입가격이) 결정된 경우’에는 수입자와 수출자간 특수관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동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와 동 시행령 제23조 제2항 제2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전자는 과세관청인 피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요건사실을 규정한 것이고, 후자는 납세자인 원고의 항변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나. 입증책임 위 관세법 각 규정의 취지 및 내용, 과세요건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게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를 적용하기 위하여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 외에도 그 특수관계에 의하여 거래가격이 영향을 받았다는 점까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 즉 관세부과처분에서 처분청은 자신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사실, 즉 원고와 본사 사이의 특수관계가 원고가 본사로부터 수입하는 X의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다. WTO 관세평가협정의 해석 협정 제1조 제2항 가목은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그 실제 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수락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근거가 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한편 처분청은 위 협정 제1조 제2항의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거래가격이 수락된다 수입자가 (일정한 사항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이러한 거래가격이 수락[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입증책임이 납세의무자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으나, 위 조항은 ‘특수관계가 존재하고 그것이 수입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수입가격이 부인된다’는 원칙의 반대 측면, 즉, ‘특수관계가 존재하나 그것이 수입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입가격이 인정된다’는 원칙을 서술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처분청은 위 협정 조항의 해석에 관한 예해 14.1항 [질문6]을 근거로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관한 입증책임’은 수입자에게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위 내용은 수입가격신고의 과정에서 세관이 관련 자료 내지 정보를 요구할 경우 위 요구에 응하여 자료 내지 정보를 제출할 수입신고인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일 뿐이다. 더 나아가 처분청은 납세의무자가 세관의 정보제공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관이 의심하는 사유만으로 입증이 충분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주장은 입증책임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이 사건 원심이 적절히 지적하였다. 원심은 “위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 제2항 가.목은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고된 거래가격을 부인해서는 아니 되고 수입자가 제공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제공된 정보에 비추어 그 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세관이 가지고 있는 경우 세관은 그 근거를 수입자에게 통보해 주어야 하며, 수입자가 답변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고, 이어서 나.목에서는 앞서 본 관세법 시행령 제23조 제2항과 같은 내용의 규정, 즉 납세자가 위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른 입증을 함으로써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의 적용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바, 위 가.목의 규정은 결국 특수관계의 존재 및 그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친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일반적으로 과세관청에 있다는 취지이고, 위 나.목은 수입자의 항변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수입자에게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판시하였다.] 라. 당해 물품의 거래가격이 기준비율과 다른 경우 처분청은, 일부 물품의 거래가격이 기준비율과 다른 경우에 특수관계에 의해 영향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처분청이 관세법 제33조 제1항, 관세법 시행령 제27조 제4항에 의하여 납세의무자가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근거로 계산된 당해 수입물품에 대한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그 물품이 속하는 업종에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기준비율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고 하더라도, 국내 재판매가격을 기초로 한 과세가격의 결정에 관한 규정인 관세법 제33조는 관세법 제30조 내지 제32조에서 정한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할 수 없는 경우에 비로소 적용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거래가격을 부인하기 위한 입증책임은 여전히 과세관청에 있는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기준비율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 처분청이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명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마.동일 회사간의 거래품목 중 특정 품목만 거래가격을 부인할 수 있는지 여부 관세는 품목별로 부과되는 것이므로, 동일 회사의 수입품 중에 일부의 거래가격이 부인될 수는 있다. 즉 “관세평가는 당해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것이고, 거래 당사자 사이의 전체 거래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당해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서울고법 1998. 2.12. 선고 96구43371 판결). 다만 일부 품목을 부인하기 위하여서는 처분청은 부인할 만한 사유에 대한 입증을 해야 한다. 바.납세의무자의 대응방법 일단 처분이 이루어진 이상 납세의무자로서는 과세관청이 거래가격부인의 근거로 삼은 사유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정부당국의 가격정책에 의하여 한국 내 판매가격이 다른 나라와 달라지게 된 사정, 특정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 판매촉진비가 과다하게 소비되는 이유, 당해 물품이 기준비율과 차이를 보이는 이유 등을 적극 해명하였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원고가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근거로 작성된 이 사건 수입의약품인 X에 대한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기준비율의 범위를 초과하였으나, 한편 원고의 해명 즉, ① X의 재판매가격이 해외본사가 정한 가격정책상의 최저판매가격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보험수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X와 수입물품 부호를 같이하는 의약품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 중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원고의 그것보다 높거나 비슷한 업체도 있을 뿐 아니라, 원고가 해외본사로부터 수입한 다른 의약품들의 매출원가율(재판매가격에서 이윤 및 일반경비 등을 공제한 비율)이 X의 매출원가율보다 높다고 하더라도 그 의약품들은 비만치료제이거나 독감치료제 등으로서 대장암 등의 치료제인 X와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점, ③ X의 당초 매출원가율이 60% 정도였다가 환율변동에 따라 50% 내지 55%로 낮아지기는 하였으나, 현재까지 외화를 기준으로 한 수입가격은 변동이 없는데, 외화를 기준으로 수입가격을 책정한 다음 환율이 변동될 때마다 재판매가격을 조정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을고려하여 보면, X의 매출원가율이 원고가 수입한 다른 의약품에 비하여 낮고다른 업체들의 평균치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그 재판매가격이 수출자의 가격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X의 거래가격이 원고와 해외본사 사이의 특수관계에 영향을 받아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실제 소송과정에서 원고가 처분사유가 오해라는 점을 충분히 해명할 경우에는 처분의 위법성이 쉽게 인정될 것인 반면, 원고의 해명이나 제출 증거가 일부 불충분하더라도 피고가 제시한 처분사유가 상당한 정도로 해명된다면, 여전히 처분사유에 대한 입증은 피고가 부담하게 될 것이고,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에는 입증책임의 문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3. 결론 세관은 기업에 대한 관세심사시 당해 기업의 이윤및 일반경비율의 비율을 산정한 후 그 기준에 비추어 수입가격이 낮은 품목에 대하여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이 정한 2방법 이하의 방법에 의하여 거래가격을 산정하여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이 경우 당해 기업은 부과처분을 받은 품목에는 다른 품목과 다른특수한 사정이 있어 수입가격이 낮은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세관은 특수관계자에 의한영향 때문에 특정품목의 수입가격이 낮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과세하였다. 납세의무자이든 세관이든 당해 거래가 특수관계자간의 거래라는 것은 다툼이 없으나, 특수관계로 인하여 당해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입증이나 해명이 쉽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이 문제에 대하여 과세관청의 입증책임 정도와 입증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실무에서 발생하는 혼선을 정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세관의 관세심사에도 분명한 원칙을 제시하였다. 대상 판결의 취지에 찬동한다.
2009-09-07
피의사실 공표를 중심으로한 명예훼손
<판결요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 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 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방법, 피의 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야 할것이다. <연구요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가 어떤 경우에 위법성을 갖는지에 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판지에 찬동하나 간첩죄인 이 건에 있어 피의자에 대한 명예 훼손이 치명적이었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 배상액이 5백만원에 그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대촉 상향 조정돼야 한다. 1. 사건의 개요. 가. 부산지방경찰청과 안기부 부산지부(이하 ‘부산지방경찰청 등’ 이라 한다)가 1996. 6. 이후부터 약 1년 이상의 내사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하였다. 원고 지은주는 대학재학시 일시 학생운동을 한 적이 있고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재학중인 후배들을 만나고, 원고 지은주가 근무하는 일본어학원에서 1997. 3. 일본 오사카로 팩스를 보낸 사실이 있는데 그 상대방이 조총련 관련 인물이었다. 부산지방경찰청 등은 위와 같은 점 등에 비추어 원고 지은주가 조총련의 지시를 받아 학생운동을 배후 조정한 것으로 함부로 단정하고, 원고 서봉만, 같은 엄주영, 같은 지은주, 같은 배윤주, 같은 도경훈(이하 ‘원고 서봉만 등 5명’이라 한다)에 대한 간첩 혐의 부분의 수사를 개시하였다. 그리하여, 부산지방경찰청은 위 서봉만 등 5명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여, 1997. 9. 28.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청구 받아, 본격적으로 조사하였으나, 위 각 원고들로부터 각 그들을 기소하기에 필요한 이렇다 할 증거가 나오지 않게 되자 초조한 나머지 검찰 송치 시점까지의 조사 과정에서 그들의 자백을 얻어 내기 위하여, 원고 서봉만 등 5명에게 폭행·협박 등을 행사하였다. 그 결과 위 서봉만 등 5명은 부산지방경찰청 등에서 결국 혐의 사실을 전부 시인하자, 1997. 9. 30.경 각 국가보안법 등의 죄명을 붙여 각 기소의견으로 부산지방검찰청에 구속 송치하였다. 나. 한편, 부산지방경찰청 등은 원고 서봉만, 같은 엄주영, 같은 지은주, 같은 배윤주, 같은 도경훈의 검찰 송치를 전후한 1997. 9. 29. 위 원고들에 대한 간첩혐의 부분에 관한 수사발표를 같은 날 13:00에 할 예정으로 그 발표문을 연합통신 부산지부에 주었는데 그 주요내용은, 간첩인 원고 배윤주, 같은 지은주가 동아대학교에 재학시 자주대오에서 활동하다가 졸업후 도일하여 조총련에 포섭되어 노동당에 가입하고 조총련으로부터 경남지역 학생운동권을 포섭하고, 정치·노동운동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지시를 받고 활동자금을 교부받아 국내에 잠입한 후 후배들인 서봉만, 엄주영, 도경훈 등을 포섭하여 노동당에 가입하게 하고 그들을 통해 학생운동의 동향 등의 정보를 수집하여 조총련에 보고하였으며, 자주대오의 배후를 조종하였다는 등의 내용이었고, 연합통신 부산지부 기자 신정훈은 같은날 12:15 위 발표문을 토대로 연합통신기사 기재와 같은 기사 내용을 본사에 송고하였고, 그후 국내 주요 일간신문사들이 위 연합통신의 기사를 토대로 위 원고들에 대한 간첩혐의사실을 그 발행신문들에 일제히 기사화하였다. 다. (1) 그후 원고들은 위와 같이 기소되어, 부산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음에 있어 간첩부분은 일관하여 부인하였으나, 같은 법원은 1998. 2. 16. 위 원고들에 대한 간첩부분을 포함한 공소 사실 전부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에 위 원고들은 위 1심 판결에 간첩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불복 항소하여 부산고등법원 98노 156호의 사건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음에 있어 특히 간첩부분에 관하여 1심 때와 마찬가지로 극력 부인하였던 바, 같은 법원은 1998. 7. 2. 판결을 선고함에 있어서 위 원고들의 간첩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적법한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위 원고들의 위 항소논지를 받아들여 나머지 항소이유를 판단하지 아니한 채, 위 원고들에 대한 1심 판결을 전부파기한 후 간첩죄에 대하여는 각 무죄를 선고함으로서 위 원고들이 전부 석방되었고, 이에 대하여 검찰이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1999. 1. 26. 대법원 98도 2320호로 모두 기각됨으로서 위 항소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2) 그러자, 위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은 1999. 6.경 자신들이 원고가 되어, 대한민국을 피고로 하여, 부산지방법원에 명예훼손으로 인한 위자료로 피고인들 자신에게는 각 금 3,000만원, 가족들에게는 각 금 1,000만원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00. 9. 19. 위 법원 99가합 9571호로 피고인들에게 각 금 500만원, 가족들에게 각 금 100만원을 인용하는 판결을 각 선고 받았다. 그후, 쌍방이 각 항소하였으나, 부산고등법원은 2000나 12570호로 각 항소를 기각하였고, 이건 상고에 이른 것이다. 2. 판시 내용의 분석. 가. 첫째,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위 내사 결과 확인한 사실은 겨우 위 원고 지은주가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했다는 것 등 지엽적인 문제점이 있을 뿐인데,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함부로 수사를 개시한 것은 결국, 위 서봉만 등 5명으로부터 우격다짐으로 자백을 받아내고 그 진실여부를 가려내겠다는 숨겨진 의도를 갖고 행하여진 것으로, 그 수사를 개시한 것 자체가 위법한 것인지 여부. 둘째,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수사개시후 그 수사과정에서 위 서봉만 등 5명에 대하여 폭행·협박 및 부당한 회유 등을 하여 간첩혐의 부분에 대한 자백을 받아 내었는 바, 이는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위반되는 위법한 수사이다. 그 결과, 그것이 임의성없는 자백이었음이 판결에 의하여 드러난 이상 수사기관이 피의자들을 수사하면서 그 자백의 취득과정에서 폭행·협박 등 구체적 위법 행위를 저지른 이상 해당 수사기관에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셋째,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위 서봉만 등 5명의 간첩 혐의 사실을 검찰송치를 전후하여 언론기관에 유출시켜 보도되게 함으로써 위 형법 제126조를 위반하였다. 그리고, 그 후 법원의 확정 판결에 의하여, 원고 서봉만 등 5명의 간첩 혐의 사실이 진실하지 않다고 판시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원고 서봉만 등 5명의 명예가 심히 훼손되었다. 그렇다면, 그로 인하여 그들의 부모들인 해당 원고들도 적지 아니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위 부산지방경찰청 등의 사용자에 해당하는 피고(대한민국)는 그 산하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저지른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나머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 나.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2002. 9. 24. 선고, 2001다 49692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첫째, 형사소송법 제195조에 의하면,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 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수사는 수사기관의 주관적 혐의에 의하여 얼마든지 개시할 수 있으나 다만, 구체적 사실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정도의 제한만을 받는다. 그런데, 부산지방경찰청 등의 원고 서봉만 등 5명에 대한 간첩 부분 수사는 판시와 같이 구체적 사실에 근거를 두었고, 그에 관하여 1심의 유죄판결까지 받았던 이상 그 개시 자체가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와 반대 되는 나머지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둘째, 수사기관이 피의자들을 수사하면서 유력증거로 취득한 해당 피의자들의 자백이 임의성이 없는 것이더라도 그 취득과정에서 폭행, 협박 등 구체적 위법행위를 발견할 수 없는 이상 그것만으로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수사기관에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원심 판단을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셋째,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허용되기 위한 요건 및 그 위법성 조각여부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 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 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판시내용 중 본고에서는 편의상 세 번째 내용만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3. 피의사실 공표와 불법행위. 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주게 되므로, 익명 등을 사용함이 바람직하고 국민적 관심이 있는 사건에 관하여도 함부로 유죄로 오인될 수 있는 그 어떤 발표도 기소되기까지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다 18389호 판결은 형사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제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다고는 할 수 없고, 또 피고인이 그 적시 사실이 진실이라고 확신하였다 하더라도 그와 같이 있는 것이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될 정도의 객관적 상황이 있음에 대한 증거가 없는 본건에 있어서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진실성을 오신한데 대하여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될 정도의 객관적 상황에 대한 입증이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면책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대법원 1996. 5. 28. 선고, 94다 33828호 판결 역시 신문 등 언론매체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그 기사 등 보도내용의 진실성이 증명되거나 그 입증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성의 오신의 판단 기준인 상당성은 진실성의 공공성에서와 같이 보도의 신속성 및 객관적 진실 파악의 곤란성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5. 28. 94다 33828호는 일간신문사가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을 마치 직접 취재한 것처럼 기사를 작성하면서, 그 기사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피해자 및 관련자와 접촉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그 방법이 부적절하였거나, 그 노력을 다하지 못하여 실패하자 더 이상의 사실 확인 노력도 하지 아니한 채 다른 근거 없이 만연히 기사를 작성한 경우, 일간신문이 신속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언론매체에게 그 기사의 취재과정에서 그 기사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나. 한편, 오늘날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명예훼손이 가장 문제로 되는 것은 신문·텔레비젼·라디오 등 대중보도매체, 즉 매스컴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이다. 위와 같은 보도기관은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신속하게 보도할 의무가 있고, 이와 관련하여 사실의 진실성을 충분히 확인할 사이도 없이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보도할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하게 된다. 또, 이러한 매체들은 영리적인 입장에서 타인의 구속 사유에 관한 것을 영장청구 단계에서부터 즐겨 보도하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어, 이러한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보도는 보도기관의 발달로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전파되어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가하게 된다 영장청구 범죄 사실이 기소되지 않은 경우, 즉 구속영장을 발부 받기 위한 목적으로 기소된 범죄 사실보다 훨씬 무거운 범죄 사실을 기재하여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가 실무상 자주 있는 바, 지금까지는 대부분 그 불법성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영장청구 범죄 사실이 기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범죄사실이 언론기관에 의하여 보도된 경우에는 그 불법성을 오히려 더욱 크게 문제 삼아야 한다. 다. 명예훼손죄와의 관계 참고로, 위와 같은 피의사실 공표의 결과 피의자의 명예가 훼손되는 동시에 발생되는 것으로 형법상 위 두가지 죄는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는 학설·판례가 없으나 피의사실 공표의 주된 보호법익이 피의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억제하는데 있다고 봄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위법성 조각과 관련하여, 예컨대 피의자가 도주 피신하여 수사에 곤란을 겪고 있을 때에 시민의 협조를 구하기 위하여 라디오·텔레비젼·신문 등을 통하여 광고하는 경우라든가, 포악한 범인이 도주하여 시민생활을 위협하는 경우에 매스컴을 이용하여 경고하는 경우 등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행하는 정당한 행위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수사활동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의사실의 공표가 위법성이 조각되어 본죄의 성립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반대설은 피의사실의 공표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표의 이익에 관한 때에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아니한다고 본다. 이건 판시 내용에 직접 언급은 없으나, 피의사실 공표가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기준을 제시한 점에 비추어 판례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입장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결 어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사실 공표의 경우, 종전과 달리 그와 관련된 언론 보도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 당하였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차츰 증가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간첩죄인 이건의 경우, 피의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치명적이었음이 경험칙상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 배상액이 금 500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대폭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 기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에서부터 기소하지 않을 범죄사실을 함부로 부풀려 기재하여 언론기관에 의해 보도되지 않도록 인권옹호에 관한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언론기관은 보도 경쟁이나 독자의 흥미를 끌어 내어 그 발행 부수를 확장 시키려는 목적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피의자의 신원 등을 알 수 있도록 실명을 게재 하거나, 피의자의 변명이나 견해를 보도하지 아니하여 유죄임을 함부로 단정될 수 있도록 함부로 보도하는 사례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특히, 스포츠 기사의 경우(장관이나 국회의원의 경우 K장관 R의원 등으로 표현하면서) 선수의 이름만 막바로 적시하여, “믿었던 000가 부진하여 패배 또는 000의 결정적 실책으로 결승점 헌납” 등으로 특정 선수의 명예를 함부로 마구 훼손하는 현재의 관행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건 판결은 수사기관의 피의 사실 공표가 어떤 경우에 위법성을 갖는지에 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판지에 찬동한다.
2003-05-19
프랜차이즈계약에 있어 가맹점주의 판매대금 임의소비에 관한 법적문제
Ⅰ. 사건개요 가맹점주 갑과 을회사사이에 체결된 미니스톱 가맹점계약은 본사에서 편의점운영 및 경영에 관한 기술촵상표 및 판매용 설비와 집기비품을 가맹점에게 공급하고, 가맹점주는 이를 활용하여 가맹점의 운영을 책임지되 가맹점의 경영은 본사의 경영지도를 기초로 하여 가맹점의 독자적인 책임과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따라서 가맹점은 점포운영의 사업주로서 점포운영에 필요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가지며, 그 중요한 내용으로 가맹점은 본사로부터 상품을 구입함을 원칙으로 하고, 본사의 승인이 있으면 본사이외의 자로부터 상품을 구입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그 상품대금의 지불은 본사에 위탁하는 것으로 하며, 판매가격은 본사가 추천하는 가격으로 하되, 판매대금은 매일 본사에 송금하여야 하고, 본사의 구좌로 입금된 가맹점의 매출대금을 1개월단위로 정산하여 매출총이익의 30%(영업시간이 1일 24시간인 경우) 내지 33%(영업시간이 1일 24시간미만인 경우)는 본사에 귀속하고, 그 나머지는 가맹점에 귀속하며, 가맹점계약종료시 가맹점내에 존재하는 상품은 가맹점의 소유로 하되 본사의 요구가 있으면 이를 본사 또는 본사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양도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계약에 의하여 가맹점주 갑이 가맹점을 운영하던 중 가맹점에서 판매된 물품판매대금을 갑이 을회사와 체결한 프랜차이즈계약에 따라서 물품판매대금을 을회사로 송금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임의로 소비하였다. Ⅱ. 대법원판결요지 대법원은 가맹점주 갑이 행한 가맹점의 물품판매대금의 임의소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법원의 판결(인천지법 1997. 11. 13 선고 97 노 1835 판결)의 판단을 지지하면서 이 사안에서 갑이 본사와 맺은 가맹점계약은 독립된 상인간에 일방이 타방의 상호, 상표등의 영업표지를 이용하고 그 영업에 관하여 일정한 통제를 받으며 이에 대한 대가를 타방에 지급하기로 하는 특수한 계약형태인 이른바 ‘프랜차이즈계약’으로서 그 기본적인 성격은 각각 독립된 상인으로서의 본사 및 가맹점주간의 계약기간동안의 계속적인 물품공급계약이고, 본사의 경우 실제로는 가맹점의 영업활동에 관여함이 없이 경영기술지도, 상품대여의 대가로 결과적으로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보장받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본사와 가맹점이 독립하여 공동경영하고, 그사이에 손익분배가 공동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가맹점계약을 동업계약의 관계로는 볼 수 없고, 따라서 가맹점주인 갑이 판매하여 보관중인 물품판매대금은 갑의 소유라고 할 수 있고, 갑이 이를 임의로 소비한 행위는 프랜차이즈계약상의 채무불이행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이와 동일한 판결로 대판 1996. 2. 23, 95 도 2608이 있다.) Ⅲ. 판례평석 1. 프랜차이즈계약의 의의와 법적 성격 프랜차이즈계약이란 프랜차이즈제공자·설정자(Franchiesegeber)가 프랜차이즈이용자(Franchiesenehmer)에 대하여 자기의 상호·상표 또는 영업표지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게 하고 프랜차이즈이용자는 자기의 영업에 관하여 프랜차이즈설정자의 지시와 통제를 받고 일정한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한다. 프랜차이즈계약은 계약의 특성상 일정한 기간을 전제로 하는 계속적 계약의 형태로 행하여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법적규제의 내용이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가 1995년 상법개정으로 동법 제46조 20호 즉, “상호·상표 등의 사용허락에 의한 영업에 관한 행위”로서 상행위의 하나로 규정되고 있다. 이러한 프랜차이즈계약이 행하여지는 경제적 여건으로 프랜차이즈설정자로서는 직접투자 내지 자금·인원의 추가부담없이 사업을 확대할 수 있으며 경영의 결과에 따른 추가적인 위험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이에 대하여 프랜차이즈이용자로서는 적은 자본촵정보등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사업의 경영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지시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사업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 이러한 경영상의 지시와 통제의 내용으로 점포의 위치·상품의 종류·가격·경영방침등이며 심지어 간판이나 종업원의 의복등 많은 점에서 행하여지고 있다. 프랜차이즈계약의 종류로는 생산자·도매상·소매상사이의 프랜차이즈처럼 계약당사자사이의 분류에 따라 나누어 질 수 있고 계약의 대상에 따라서 상품프랜차이즈와 용역·영업형프랜차이즈로 나뉘어진다. 프랜차이즈계약이 실제 경제계에서 상당히 널리 행하져지고 있는데 프랜차이즈계약을 둘러싸고 상당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법적 분쟁은 프랜차이즈계약의 법적 성격에 따라서 해결을 달리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프랜차이즈계약은 하나의 일의적인 성격을 가진 계약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지닌 혼합적 성격을 가진 혼합계약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계약에는 프랜차이즈설정자의 상호촵상표 등을 프랜차이즈이용자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는 점에서 명의대여계약적 요소가 있으며 경영의 지도 내지 통제를 하는 점에서 노무제공의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도급이나 위임의 요소가 있다. 특히 상품내지 설비의 소유권을 프랜차이즈설정자가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임대차적 요소가 있다. 따라서 프랜차이즈계약이 어떠한 내용의 성질을 지닌 계약인 여부는 실제로 체결되어지는 계약의 내용에 따라서 달라지나 상품프랜차이즈의 경우에 매매계약으로서의 성질이 강하고 용역프랜차이즈계약의 경우 노무제공계약 즉, 도급이나 위임계약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손주찬, 상법(상), 박영사, 2000, 421면; 정찬형, 상법강의(상), 박영사, 1999, 390면). 프랜차이즈계약이 이러한 성격을 지닌다고 하여도 프랜차이즈설정자와 이용자는 상호 대리인이나 피용자등 종속적인 관계가 아닌 독립된 성격을 지닌 상인이다(최기원, 상법학신론(상), 박영사, 2000, 398면). 즉, 프랜차이즈설정자와 이용자는 각자 자신의 명의와 계산으로 영업을 행한다. 프랜차이즈이용자는 상법상의 대리인도 상업사용인도 아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계약에 의한 상호사용의 대가로 지급하는 사용료는 명칭과 형식을 불문하지만 계약의 당사자가 상호독립성을 가지므로 임금 내지 그 유사의 형태는 아니다. 2. 문제사안의 경우 문제된 사안에서 갑과 을회사가 행한 계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본사에서 편의점운영 및 경영에 관한 기술과 상표 및 판매용 설비와 집기비품을 가맹점에게 공급하고, 가맹점주는 이를 활용하여 가맹점의 운영을 책임지되 가맹점의 경영은 본사의 경영지도를 기초로 하여 가맹점의 독자적인 책임과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따라서 가맹점은 점포운영의 사업주로서 점포운영에 필요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는 점에서 갑과 을회사는 가맹점경영에서 서로 독립된 경영자 내지 상인으로서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고 또한 가맹점은 본사로부터 상품을 구입함을 원칙으로 하고, 본사의 승인이 있으면 본사이외의 자로부터 상품을 구입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그 상품대금의 지불은 본사에 위탁하는 것으로 하며, 판매가격은 본사가 추천하는 가격으로 하되, 판매대금은 매일 본사에 송금하여야 하고, 본사의 구좌로 입금된 가맹점의 매출대금을 1개월단위로 정산하여 매출총이익의 30%(영업시간이 1일 24시간인 경우) 내지 33%(영업시간이 1일 24시간미만인 경우)는 본사에 귀속하고, 그 나머지는 가맹점에 귀속한다는 점에서 을회사의 경영에 관한 기술과 상표등을 가맹점주인 갑이 사용한다는 점과 가맹점의 물품판매대금의 일정액을 본사가 지급받는 것으로 인하여 이는 프랜차이즈계약의 일종이며 특히 상품프랜차이즈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계약에 있어서 법률적으로 가장 쟁점이 되는 문제점은 가맹점의 영업의 결과 취득한 물품판대대금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 가라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프랜차이즈계약에 있어서 발생하는 민사상촵형사상 법률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이기 때문이다. 첫째, 물품판매대금의 소유권이 프랜차이즈설정자(이 사례에서는 을회사)에게 있다면 프랜차이즈이용자(이 사례에서는 갑)가 취득한 대금은 이용자인 갑으로서는 원소유자인 설정자인 을회사에게 반환하여야 하는 대금이다. 이러한 경우는 사실상 이용자는 을의 대리인이거나 상법상 위탁판매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갑이 을에게 대금을 반환하지 아니하는 경우 을은 갑에게 민사상 물품판매대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고 형사상 갑은 타인의 소유인 대금을 을에게 반환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소비한 경우는 갑이 을에 대하여 대금의 보관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와 반대로 물품판매대금이 가맹점주인 갑의 소유라고 한다면 프랜차이즈설정자인 을로서는 단지 프랜차이즈계약에 따른 이용료만 청구할 수 있을 뿐 대금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이유로 대금에 대하여 반환청구하지 못한다. 미판매된 물품의 소유권도 원칙적으로 이용자인 갑의 소유이다. 물품판매대금이 이용자인 갑에게 있으므로 갑이 이를 임의로 소비하여 설정자인 을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것은 프랜차이즈계약에 따른 단순한 채무불이행이고 이용자인 갑 자신이 소유촵점유하는 금전이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프래차이즈계약의 성격과 계약당사자인 프랜차이즈설정자와 이용자의 지위 및 물품판매대금의 소유권귀속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미 위에서 살펴 본바와 같이 프랜차이즈설정자인 을과 프랜차이즈이용자인 갑과의 법률관계는 프랜차이즈계약이라는 채권계약이고 설정자인 을이 이용자인 갑에게 물품을 대여촵공여한 것은 프랜차이즈계약에 따른 물품공급계약이며 물품의 대금처리는 일반적으로 가맹점이 본사로부터 물품구입할 때 가맹점의 본사에 대한 외상구입금으로 처리하고 사후 본사의 구좌로 입금된 가맹점의 매출대금으로 상품대금을 우선 충당한다는 점에서 매매유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설정자와 이용자가 독립된 상인이며 가맹점운영은 전적으로 이용자인 갑이 관리하므로 가맹점관리 중 가장 중요한 업무인 물품판매로 인한 대금은 가맹점주이며 프랜차이즈이용자인 갑에게 속한다고 하여야 한다. 프랜차이즈설정자인 을이 하는 업무는 상표나 운영방법등을 이용케 하고 사용료를 받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계약의 성격이 이러하다면 가맹점주 갑이 행한 물품판매로 인한 대금은 가맹점주 갑에게 귀속하고 대금을 갑이 임의로 소비하여 설정자인 을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것은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이라고 보아야 하며 역시 형사상 횡령죄의 책임도 지지 아니한다고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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