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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신탁계약상 타인의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설정한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는지
1. 사실관계 C은행은 D에게 40억 원을 대출해주었고, 원고 A는 D의 대출금 채무에 연대보증을 하였다. 피고 B는 D의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甲토지에 관하여 신탁회사인 E와 우선수익자를 C은행으로, 수익자를 피고 B로 하는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 A는 D의 대출금채무 중 184,620,507원을 C은행에 대위변제하였다. 2. 원고 A의 주장 요지 및 본 사안의 쟁점 원고 A는 자신이 D의 대출금채무 중 194,620,507원을 대신 변제하였으므로 변제자 대위 법리에 따라 C은행의 담보신탁계약상 우선수익권을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본 사안에서는 피고 B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는지, 피고 B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한다면 원고 A가 피고 B에 대하여 변제자대위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 B가물상보증인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원심은 원고 A와 피고 B 사이에는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가 적용되고, 같은 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이 여럿 있는 경우 어느 1인이 자신의 부담 부분을 넘는 대위변제 등을 하지 않으면 다른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을 상대로 채권자의 권리를 대위할 수 없는데, 원고 A가 자신의 부담 부분을 넘어 대위변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 A는 변제자 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 대법원의 판단 원심과 달리, 대법원은 피고 B를 물상보증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 B가 물상보증인이 아니더라도,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위자 상호 간의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원고 A가 인원수에 비례하여 산정한 부담 부분을 초과하여 대위변제하였다고 볼 수 없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결에는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타인의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설정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는 행위가 물상보증의 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하여 피고 B가 물상보증인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음에도, 사실상 보증인과 위탁자의 관계를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의 관계와 동일하게 보아 보증인과 위탁자 상호간 대위 비율도 인원수에 따라 정하고, 보증인이 변제자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인원수에 따른 대위 비율로 정한 부담 부분을 초과하여 변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실질적으로 자신의 소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여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고,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의 교환적 가치를 수령하게 한다는 점에서 물상보증인과 유사하게 본 것으로 사료된다. 5.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이 아니라는 점에 대하여 가. 물상보증의 요건 물상보증이란 (a) 채무자 아닌 사람이 (b) 채무자를 위하여 (c) 자기 소유 재산에 대하여 (d) 담보물권을 설정하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7다283028 판결). 나. 위탁자 소유가 아닌 부동산 부동산 신탁은 그 목적과 관리방법 등에 따라 관리신탁, 처분신탁, 담보신탁 등 여러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그 중 담보신탁은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하는 신탁에 해당한다. 담보신탁은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신탁계약을 의미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0732 판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담보신탁을 설정할 시 부동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귀속되고, 채권자나 위탁자는 수익자로서 신탁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수익권을 가지게 된다.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위탁자 소유 재산에 대하여 담보물권을 설정하여야 하나,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할 시 부동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므로, 위 부동산은 위탁자 소유의 재산으로 볼 수 없다. 다. 물권이 아닌 채권에 해당하는 (우선)수익권 수익권은 담보신탁 대상인 부동산으로부터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자익권, 수탁자를 감시하는 감독권능, 신탁재산에 대한 보전권능, 신탁운영권 등 신탁재산 및 수탁자에 대한 권리의 총체를 의미하고, 이러한 점에서 제한물권의 일종으로서 목적물의 교환적 가치를 지배하는 담보물권과는 차이가 있다. 수익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학설은 채권설, 실질적 법주체성설, 제한적 권리이전설 등으로 나누어지나, 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다12608 판결을 고려해 볼 때, 대법원은 수익권을 수탁자에 대한 채권으로 보는 채권설의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선수익권의 의미에 관하여도 대법원은 "우선수익권은 신탁법에서 규정한 법률용어는 아니나, 거래 관행상 통상 부동산담보신탁계약에서 우선수익자로 지정된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시에 신탁재산 처분을 요청하고 처분대금에서 자신의 채권을 위탁자인 채무자나 그 밖의 다른 채권자들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6다223357 판결). 결국 위탁자가 수탁자와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며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설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는 담보물권이 아니라 채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도 "(우선수익자로 설정된) 채권자는 담보신탁을 통하여 담보물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신탁이라는 법적 형식을 통하여 도산 절연 및 담보적 기능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달성하게 되는 것일 뿐이므로, 그 우선수익권은 우선 변제적 효과를 채권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신탁계약상 권리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6다223357 판결). 라. 담보신탁계약 체결 시 수익권의 원시취득 '원시취득'이란, 어떤 물권이 타인의 물권에 기함이 없이 특정인에게 새로 발생하는 것을 말하고, '승계취득'이란, 어떤 물권이 타인의 물권에 기하여 특정인에게 승계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용익물권, 담보물권 등 제한물권의 설정은 승계취득에 해당한다(서울행정법원 2019. 7. 11. 선고 2019구합53433 판결). 반면에, 담보신탁계약상 수익자는 위탁자가 가지고 있는 수익권 중 일부를 승계받거나 담보로 설정받는 것이 아니라, 위탁자의 수익권과는 별개로 자신의 수익권을 원시취득하는 것인 바(신탁법 제56조 제1항), 수익권은 수탁자가 원시취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승계취득에 해당하는 담보물권과 차이가 있다. 마. 수반성, 부종성 부존재 담보물권은 피담보채권이 변제 등의 원인으로 소멸하게 되면 담보물권도 소멸하고(부종성), 피담보채권이 양도되면 종된 권리로서 그 피담보채권과 같이 이전하게 된다(수반성). 그런데 피담보채권이 이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우선수익권이 피담보채권과 같이 이전된다고 볼 수 없고, 피담보채권과 우선수익권의 귀속주체가 달라졌다고 우선수익권이 소멸한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수반성과 부종성이 없다는 점에서 수익권은 담보물권과 차이가 있다. 바. 소결 이와 같이, 담보신탁계약 체결 시, 부동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이전하게 된다. 또한 담보신탁계약상 수익권은 담보물권과 달리 물권이 아니라 채권에 해당하고, 승계취득이 아니라 원시취득하는 것이며 수반성과 부종성도 없다. 수익권과 담보물권은 이러한 차이가 있고,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물상보증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대법원은 피고 B를 물상보증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6. 위탁자와 보증인간 변제자대위 관계에 대하여 민법 제482조 제2항은 동일한 채무에 대하여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가 여럿이 있는 경우 대위자들 상호간의 대위의 순서와 분담비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민법 제482조 제2항 제1, 2호는 '보증인과 전세물·저당물의 제3취득자와의 관계', 같은 조항 제3호는 '제3취득자들의 상호관계', 같은 조항 제4호는 '물상보증인들의 상호관계', 같은 조항 제5호는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의 상호관계'를 각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증인과 타인의 채권자를 담보신탁계약상 우선수익자로 설정해준 위탁자 사이의 변제자대위 관계에 관해서는 민법에 규정이 없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먼저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이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보증채무를 이행한 전액에 대하여 변제자대위를 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다른 기준이나 별도의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위자 상호 간의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 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그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는 제한을 받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17다278187 판결). 대법원은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제482조 제2항 제5호를 적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였음에도 결과적으로는 보증인과 위탁자의 관계를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의 관계와 동일하게 보아, 보증인과 위탁자 상호간 대위비율도 인원수에 따라 정하고, 보증인이 변제자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인원수에 따른 대위비율로 정한 부담 부분을 초과하여 변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실질적으로 자신의 소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여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고,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의 교환적 가치를 수령하게 한다는 점에서 물상보증인과 유사하게 본 것으로 사료된다. 배상현 변호사(주식회사 OCI 법무팀)
대출금
변제자대위
물상보증인
배상현 변호사(주식회사 OCI 법무팀)
2022-08-29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승소확정판결이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치는 영향
Ⅰ. 사실 원고는 2003년 4년 2월 소외 1 등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는 제1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는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것이어서 무효였고, 원고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하였다. 그러자 원고의 요청에 따라 소외 8은 2003년 11월 29일 소외 1 등과 사이에 위 각 토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같은 날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다음, 소외 8 앞으로 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토지는 그 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소외 8로부터 취득하였다. 원고는 2012년 소외 8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고, 소외 1 등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2014년 11월 13일 '원고에게, 소외 1 등은 각 그 소유지분에 관하여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정(대상판결은 '화해'라고 표현하였다)이 성립하였고, 소외 8에 대하여는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원고는 소외 1 등을 대위하여, 위 제1매매계약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그에 기초하여 마쳐진 소외 8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그에 기하여 마쳐진 피고 명의의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무효라고 하여 피고를 상대로 위 각 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로부터 근저당권 및 지상권을 취득한 다른 피고에 대한 부분은 생략한다.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파기자판하여 소를 각하하였다. Ⅱ. 판결이유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위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대위소송의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위 확정판결 또는 그와 같은 효력이 있는 재판상 화해조서 등이 재심이나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아니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그 판결이나 화해가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 화해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목적에서 단지 재판상 화해의 형식을 취하여 위 매매계약의 이행을 약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위 매매계약과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처럼 이 사건 화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이 사건 화해의 당사자가 아닌 피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원고의 소외 1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이 사건 화해가 준재심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지 아니하여 그 당사자인 원고와 소외 1 등과 사이에서는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채권자대위소송의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적격이 없는 자에 의하여 제기된 소로써 부적법하다. Ⅲ. 평석 1. 종래의 판례 원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행위가 무효라거나 위 권리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였다는 등의 사실을 주장하여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다툴 수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 그런데 종래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이와 달리 보고 있다. 즉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권의 발생원인사실 또는 그 채권이 제3채무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채권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고,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다카961 판결 등). 한편 대상판결이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4다74919 판결은 위와 같은 판례를 전제로 하면서도, 채권자의 청구권의 취득이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어 무효인 경우 등에는 제3채무자는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72 판결은, 채권자취소소송에 관하여도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무이행청구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수익자나 전득자는 그와 같이 확정된 채권자의 채권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수 없다고 하였다. 2. 종래 판례의 문제점 이러한 판례에 대하여 종래 학설은 필자(민법논고 7, 2015, 434-436면 등)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별다른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판례를 지지하는 견해는 판결의 반사적 효력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란, 기판력이 미치는 소송당사자 아닌 제3자가 소송당사자의 일방과 실체법상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을 때 그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반사적으로 유리 또는 불리하게 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반사적 효력의 예로는 주채무자가 채권자와의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 채권자가 다시 보증인에 대하여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후소를 제기하였을 때, 보증인도 보증채무의 부종성에 의하여 채권자에 대하여 주채무자 승소의 확정판결을 원용할 수 있다든지, 합명회사·채권자 사이의 소송에서 회사채무의 부존재를 확정하는 판결은 무한책임사원에게 유리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등이 있다. 반사적 효력이라는 개념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툼이 있다. 그러나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이 채무자에 대하여 그러한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받은 패소판결이 대위소송의 상대방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질 이유가 없다. 따라서 종래의 판례는 이론적인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확정판결에 의해 피보전채권에 대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고 이를 근거로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한 이상, 제3채무자가 다시 피보전채권의 존부를 다툴 수 있게 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이 각하되게 하고 채무자가 다시 별소로 제3채무자에게 채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보다는 피보전채권의 존재는 위 확정판결에 의해 인정하고 피대위채권에 관해서만 다투게 하는 것이 소송경제에 보다 부합한다는 주장이 있다(원유석·이재찬). 그러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피보전권리의 존재는 당사자적격을 갖추기 위한 소송요건인데(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753 판결 등), 소송경제라는 이유만으로 당사자적격의 하자가 치유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3. 대상판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피보전권리가 조정이나 화해에 의해 인정되었더라도 대위소송의 상대방은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하면서 그 근거를 이 사건 화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고 하는 점에서 찾았다. 그러나 재판상 화해나 조정이 기판력을 가지는 이상 강행법규 위반이라는 사실만으로 무효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이 화해가 소송법상은 무효가 아니라도 실체법상으로는 무효라는 취지로 보인다. 다시 말하여 판결이나 화해가 실체법상 무효인 경우에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이 피보전권리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례는 화해나 조정에 관하여 소송법상 무효와 실체법상 무효를 구별하지 않고 있으므로(대법원 1979. 5. 15. 선고 78다1094 판결 등), 이러한 설시는 설득력이 없다. 그러므로 대법원으로서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권리가 판결이나 화해 등에 확정되었더라도 채권자대위소송의 상대방은 이를 다툴 수 있다는 법리를 정면으로 선언하고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종래 판례가 이른바 판결의 증명효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하여, 판례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그러나 종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제3채무자는 채권자의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고 하여, 반대 증거에 의하여 다투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이를 가리켜 단순히 증명효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종래 판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므로, 하급심이나 당사자들로서는 어느 경우에는 종래 판례에 따르고, 어느 경우에는 대상판결에 따를 것인지가 불명확하여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토지거래허가
토지
채권자대위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20-01-20
회생채권의 출자전환과 채무의 소멸범위
Ⅰ. 사실의 개요 원고는 1997. 12.8. 소외 D주식회사(이하 'D보증인회사'라 한다)의 연대보증 하에 피고회사와 어음거래약정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회사가 발행한 약속어음 3장을 취득하였다. 피고회사는 2007. 1.9.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회합16호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2007. 10.16. 같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은 후 2008. 3.28.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한편 D보증인회사는 2000. 11.24.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2001. 6.12. 같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으며, 그 후 2008. 3.28.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원고는 D보증인회사에 대한 정리절차에서 회생계획에 따라 2006. 6.1. 채권 25,000주 당 액면 5,000원인 보통주 1주를 배정받는 출자전환 방식으로 D보증인회사의 주식 610,000주를 받았다. 원고는 2007. 2.21. 피고회사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채권신고를 하면서 D보증인회사의 정리절차에서 출자전환 받은 D보증인회사 주식 610,000주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15,250,000,000원(= 25,000원×610,000주)을 변제충당하는 등 채권액을 산출하여 합계 141,575,146,693원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회사의 관리인은 D보증인회사의 정리절차에서 출자전환 받은 D보증인회사 주식 610,000주를 1주당 그 신주효력발생일인 2006. 6.1. 시가 72,000원으로 평가한 43,920,000,000원(= 72,000원×610,000주)을 채권소멸액으로 보는 등 원고의 회생채권액을 94,478,131,615원으로 산정하여, 그 중 65,683,348원을 회생담보권으로 나머지 94,412,448,267원을 회생채권으로 각 시인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회사의 관리인을 상대로 이 법원 2007회확55호로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여, 'D보증인회사'의 회생계획에서 원고가 출자전환을 받음으로 인하여 출자전환 주식 1주당 25,000원의 채권이 그 효력발생일에 소멸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출자전환을 받음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회생채권액은 15,250,000,000원(= 25,000원×610,000주)에 불과하다며 관리인이 평가한 43,920,000,000원(= 72,000원×610,000주)과의 차액 상당액인 28,670,000,000원의 회생채권의 확정을 구하였으나, 담당 재판부는 2007. 8.10. "보증인에 대한 회생계획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한 신주의 시가 상당액만큼 그 채무가 실질적으로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그 주채무도 그만큼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피고회사에 대한 회생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정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회사정리법(2005. 3.31. 법률 7428호 채무자회생법의 제정으로 폐지된 것) 제240조 제2항은 정리계획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가 회사의 보증인 기타 회사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진 권리와 회사 이외의 자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리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정리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 주채무자가 정리회사인 때에는 그 보증한 보증인이, 보증인이 정리회사인 때에는 주채무자가 정리채권자에 대하여 위 변제된 금액의 공제를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신주발행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기존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기존채권의 가액에 관한 약정 내지 합의가 없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신주의 가액을 평가하여 그 평가액 상당의 기존채권이 변제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III. 대상판결의 분석 회생계획에서 주채무에 관하여 아무런 권리를 변경하지 아니한 경우는 물론이고, 주채무에 관한 권리를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권리변경의 효력은 채무자회사의 보증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그러나, 변경된 회생채권에 대하여 실제로 돈이 지급되는 변제와 같이 회생채권자가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경우에는 그만큼 보증채무가 소멸될 것이다. 그렇다면, 회생채권자가 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채무자회사 발행의 신주를 인수한 경우, i) 회생채권자가 실질적인 만족을 얻지 못한 주채무의 감면으로 보아야 하는지, ii) 아니면 회생채권자가 돈으로 변제를 받은 것과 같이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의 관점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 여부 및 소멸된다면 그 소멸되는 범위에 관한 논의의 결론이 달라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은 "회생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경우 주채무자인 정리회사의 채무를 보증한 보증인들로서는 회생채권자에 대하여 위 변제된 금액의 공제를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4다27143 판결, 2003. 8. 22. 선고 2001다64073 판결, 2003. 1.10. 선고 2002다12703·12710 판결 등)"라고 판시함으로써,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교부된 신주에 의하여 회생채권자가 변제와 같은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는가 여부 및 그 만족의 정도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범위가 판단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확립되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은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가 정리계획에서 1주당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금액에 미치지 못할 때에 관한 것으로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가 정리계획에서의 1주당 변제액을 초과하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한다.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안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의 법리를 정리하면 ① 보증채무자의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보증채무의 범위는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 즉 '신주의 발행가액'(= 1주당 발행가액×발행주식수)로 보아야 하고, ② 이로 인하여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i) 위 시가가 신주의 발행가액에 미달할 경우에는 위 시가 상당액을, ii) 위 시가가 신주의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신주의 발행가액 상당액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법리는 주채무자의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으로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와 그로 인하여 소멸되는 보증채무의 범위에 관한 논의에서도 그 결론을 같이 할 것으로 판단된다. IV. 대상판결의 평석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비추어보면, D보증인회사가 2001. 6.12.에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았음에도 출자전환이 2006. 6.1.에 이루어진 점으로 보아, 아마도 회생계획안에서 출자전환의 시기를 2006년으로 미루어둔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로 인하여 회생계획안 인가시의 발행가액과 출자전환시의 시가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위와 같은 주식가액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위험을 회생채권자와 보증채무자(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 중 누가 부담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것인데,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위험은 회생계획안의 의결에 직접 참여한 회생채권자가 부담함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회생채권자가 신주발행에 의한 출자전환을 정한 회생계획을 의결할 당시 이미 채무자회사의 회생과 신주발행에 의한 득실을 고려하였을 것이므로, 회생채권자가 그 의결에 따른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대물변제 약정을 하면서 이행기를 위 약정시기 이후의 특정 시점으로 정할 경우, 채권자로 하여금 그 대물의 가액이 상승 또는 하락함에 따라 발생되는 위험을 부담케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된다. 결국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가지는 것이 타당하고, 그렇다면 회생채권자(원고)의 주채무자(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액은 원래의 채권액에서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정리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정리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것에 찬성한다. (2) 그런데, 대상판결의 사안과 달리,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10,000원으로 하락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면(즉,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것으로 본다면), 회생채권자(원고)의 주채무자(피고)에 대한 채권액은 원래의 채권액에서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된다고 보아야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대법원 판결 뿐만이 아니라 대상판결의 설시에 따르면, 원고의 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의 소멸액은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10,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이 된다. (3) 그렇다면 결국 회생채권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와 회생계획에서 정한 발행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 주식가액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취하면서도, 주식가액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에서는 그 이유에 대하여 자세한 설시를 하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필자의 견해로는 대상판결의 입장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위와 같은 문제는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자와 보증채무자(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 중 누구를 더욱 보호해야 하는가의 논의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변제자력의 궁핍으로 인한 파산이나 회생 등의 절차야말로 보증의 본래 목적이 기능해야 할 전형적 상황이라 할 수 있고, 회생계획에 의한 권리의 감축 변경으로 인한 채권자의 희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기 때문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50조 제2항에서는 채무의 일부 감면 또는 책임의 감면이 행해지는 경우에도 보증인이나 물상보증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어 부종성 원칙을 수정·완화하고 있다. 생각건대 위 조항은 '채무자회사의 갱생을 위해서는 회생채권자의 희생이 동반될 수 밖에 없지만 가급적 그 희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 정당하므로, 회생계획에 따른 채무감면의 효력이 보증인에 대하여는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입법적으로 타당하다'는 정책적인 고려의 산물인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상판결 역시 이와 같은 고려에 따라 회생채권자를 보증인(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보다 더 보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판시를 한 것으로 추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실무상 관리인이 발행가액을 산정함에 있어 그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즉, 이론적으로 신주의 발행가액은 그 실질가치에 따라 산정되어야 할 것이지만, 신주의 발행가액이 그 실질가치에 따라 정하여지는지는 의문이고, 오히려 신주의 발행가액은 그 실질가치보다 훨씬 고가의 금액으로 정하여 발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보여진다. 결국 (발행가액 산정의 객관성이 담보되는 상황이라면 회생채권자가 출자전환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의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보여지지만) 현실적으로 발행가액 산정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의의 회생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시킬 경우, 이는 회생계획안을 결의할 당시의 회생채권자의 의사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회생채권자의 희생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V. 결 어 대상판결은 보증인의 회생계획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하였는데,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안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0-08-09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시행인가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소고
Ⅰ. 사안의 개요 A아파트주택재건축조합은 동 아파트 단지의 구분소유자 중 재건축결의에 동의하는 자를 조합원으로 하여 주택재건축사업(이하 ‘이 사건 재건축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하기 위하여 2001. 8.19.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용적률을 285.12%로 적용하여 42평형 705세대를 건축하며, 조합원 전원에게 42평형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내용 등의 사업시행계획이 포함된 재건축결의를 한 뒤, 2002. 2.1. B 구청장으로부터 주택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합은 2005. 4.2. 임시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492명 중 서면결의서 제출자를 포함하여 299명의 찬성으로 용적률을 271.12%로 적용하여 25평형 144세대, 32평형 281세대, 43평형 282세대 등 총 707세대를 신축하기로 하는 사업시행계획변경안을 결의한 다음, 사업시행계획서 등을 첨부하여 2005. 3.25. B 구청장에게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인가신청을 하여 2005. 5.16.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라 한다) 제28조 제1항에 의하여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인가를 받았다. 이에 사업시행계획의 변경으로 42평형을 받지 못한 주민들이 이 주택재건축정비사업시행인가의 취소를 구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구 도정법 제16조 제2항의 가중된 의결 정족수에 의한 찬성결의로 결정된 재건축결의사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 법 제16조 제2항의 가중된 의결 정족수에 의한 찬성결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변경될 수 없고, 따라서 조합의 사업시행계획도 원칙적으로 재건축결의에서 결정된 내용에 따라 작성되어야 하지만,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을 재건축결의에서 결정된 내용과 달리 작성한 경우 이러한 하자는 기본행위인 사업시행계획 작성행위의 하자이고, 이에 대한 보충행위인 행정청의 인가처분이 그 근거 조항인 위 법 제28조의 적법요건을 갖추고 있는 이상은 그 인가처분 자체에 하자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 Ⅲ. 문제의 제기 사안에서 주된 쟁점은 사업시행인가신청에 요구된 조합원의 동의에 따른 의결정족수의 충족여부이다. 즉, 구 도정법 제16조는 제2항에서 주택재건축사업의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때에는 주택단지 안의 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동의와 주택단지 안의 전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4/5의 동의를 얻어 시장·군수에게 인가를 받아야 하고인가받은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도 같으며,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조합원의 동의 없이 시장·군수에게 신고하고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아울러 법 제28조 제1항은 “사업시행자는 제30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시행계획서에 소정 서류를 첨부하여 시장·군수에게 제출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제4항은 “사업시행자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기 전에 미리 정관 등이 정하는 바에 따라 토지 등 소유자(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는 조합원을 말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었다. 구 도정법 제28조 제4항상의 조합원의 동의상의 의결정족수와 관련해서 동법 부칙 제6조 등에 의거하여 동법 제16조 제2항상의 의결정족수가 통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1심(서울행정법원 2006. 11.28. 선고 2006구합10849 판결)의 기조가 원심(서울고법 2007. 7.19. 선고 2007누2069 판결)과 대상판결에 그대로 이어졌다. 관련법규정의 체계에서 의결정족수와 관련해선 다툴 여지가 없다고 여겨지나, 보충행위로서의 인가의 차원에서 접근한 대상판결의 접근방식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Ⅳ. 공동적 사권형성적 행정행위로서의 인가의 개념적 징표 여기서의 인가가 보충행위로서의 인가인가? 통상 인가는 보충행위로 일컫는데, 그 본질은 당사자간의 법적 행위의 효력을 완성시켜주는 추인이다(이하의 내용을 포함한 인가론에 관한 상세는 졸저, 행정법기본연구Ⅰ, 2008, 271면 이하). 어떤 행정행위가 인가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물음에서 전적으로 법문상의 표현에 의거하여 접근하면 자칫 인가가 아닌 인가를 제도화할 우려가 있다. 행정 작용형식의 체계에선 행위의 성질을 법형식을 위주로 판단하되, 그것이 명백히 형식선택의 남용일 때 실질적 관점이 통용된다. 인가여부의 물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인가의 관련 근거규정을 통해서 (진정한) 인가의 본질이자 인가를 다른 형성적 행정행위와 구별되게 하는 결정적인 기준인 보충행위적 성격과 완성행위적 성격이 확인되어야 한다. 전자는 기본행위와의 관계에서 인가의 부종성(Akzessorietatsprinzip)이, 후자는 인가의 법정조건성이 충족되어야 한다. 요컨대 인가의 본질이 추인인 점에 비추어 인가가 먼저 성립한 법률행위의 효력요건에 해당한다는 점과 인가이전의 법상태가 법률행위의 효력이 (유동적으로) 발생하지 않은(unwirksam) 점이 결정적 잣대가 된다(한편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와 하자에 기인한 법률행위의 무효인(nichtig) 경우는 엄별해야 한다는 점에서, 토지거래계약허가제와 관련하여 판례와 문헌이 ‘유동적 무효’로 기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법문에서 인가란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관련 규정을 통해서 이상과 같은 인가의 본질적 징표가 확인되지 않으면, 인가로 보아선 안 된다. 법률용어의 사용에 그다지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입법현실에서 허가는 모두 강학상의 자연적 자유의 회복의 의미에서의 허가가 아니다. 그런데 허가와 관련해선 허가위반행위가 토지거래계약허가(「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18조 제6항)처럼 법률에 의해 또는 (단속규정에 대비된) 효력규정을 동원한 판례에 의해 효력이 부인된다. 결과만을 보면 기본행위의 효력불발생이 초래되어 인가와 다를 바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여기선 기본행위(법률행위)의 유동적 효력불발생(schwebende Unwirksamkeit)을 전제로 한 추인적 성격을 발견할 수 없다(비록 대법원 1991. 12.24. 선고 90다12243 전원합의체판결이 유동적 효력불발생을 바탕으로 ‘토지거래계약허가’의 성격을 인가로 분명히 하였지만 법규정상 그것이 허가로서 사전적 통제로서도 기능하는 점을 배제할 순 없다). 그런데 이런 허가를 사전통제메카니즘인 본래의 허가와 동일한 차원에서 논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양자는 분명히 다르다. 이런 상황을 설득력있게 논증하기 위해선, 허가위반행위의 사법적 효력불발생을 인가인정의 필요요건으로 봐야 한다. 무허가행위가 무효로 되더라도 추인적 성격이 확인되지 않는 한, 그 허가는 진정한 인가로 되지 않는다. 동시에 본래의 허가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런 허가는 ‘부진정한 인가’로서 인가적 요소(무허가행위의 무효)와 허가적 요소(사전적 통제)를 함께 지닌다. 그런데 행정법규위반행위가 사법적으로 유효인지 무효인지 하는 사법적 평가를 연계시켜 인가성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다분히 도치적 논증이다. 따라서 효력불발생규정(예: 민법 제42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18조 제6항)에 의거하지 않고, 허가위반행위가 효력규정위반으로 그 효력이 부인된다고 하여, 이 점을 갖고서 해당 허가를 -부진정일 망정- 인가로 파악하여선 아니 된다(가령「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35조상의 재산처분승인의 경우, 동규정이 효력규정에 해당하여 무승인재산처분이 무효가 된다(대법원 2004. 10.28. 선고 2004다5556판결) 하더라도 여기서의 승인은 인가가 될 순 없다. 동 판결에 대해선 정선재, 보조사업자가 보조금에 의하여 취득한 부동산을 중앙관서 장의 승인 없이 처분한 경우의 효력, 대법원 판례해설 제52호(2004년 하반기, 35면 이하 참조). 왜냐하면 인가제란 사적 자치가 통용되는 사법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의 일종인 점에서, 그것의 효과발생영역과 무관하게 공법체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Ⅴ. 住宅再建築整備事業施行認可의 法的 性質-許可 구·현 도정법 제28조는 ‘사업시행인가’의 표제 하에 「① 사업시행자는 정비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제30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시행계획서(이하 ‘사업시행계획서’라 한다)에 정관 등과 그 밖에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시장·군수에게 제출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받은 내용을 변경하거나 정비사업을 중지 또는 폐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시장·군수에게 이를 신고해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시행자가 수립한 사업시행계획(서)은 그 자체 법적 행위가 아니라, 정비사업에 관한 하나의 사업안과 흡사하다. 따라서 여기선 기본행위인 법률행위를 보충하는 인가의 틀을 상정할 수가 없다. 요컨대 여기서의 認可는 (사전적인) 금지의 해제로서의 성격을 갖기에 사업시행을 허용하는 허가의 일종이며 사업시행계획은 그 허가요건인 셈이다(광업법상의 채광계획인가는 물론,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 제9조에서의 사업시행인가 역시 허가에 해당한다). 그리하여 사업시행인가는 건축허가의 경우처럼 이중효과 즉, 사업안의 적법성을 확인하는 확인적 효과와 사업시행을 허용하는 형성적 효과를 갖는다. Ⅵ. 맺으면서-입법차원의 ‘必也正名乎’ 행정법도그마틱은 어떤 행정작용이 현행법질서에서 적법한지 위법한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소임이다. 名實相符하지 않는 예가 상례일 정도인 입법현실에서, 법적 논의의 출발점은 확고한 準據에 터 잡아 행정작용의 법적 성질을 가늠하는 것이다. 자칫 입법상의 표현에 사로잡힌 나머지 판단을 그르치곤 하는데, 그 같은 또 하나의 예가 바로 대법원 1996. 2.15. 선고 94다31235 전원합의체 판결이래로 관리처분계획을 행정처분으로 판시한 것이다. 그것은 조합구성원들의 합의의 산물로서 총회에서 의결된 자치규약의 일종이며, 그 실질은 조합설립행위처럼 私法的 行爲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행정처분으로 봄에 따라 조합총회 결의에 관한 분쟁의 성격을 두고서 불필요한 논의가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 그 본질이 설권행위로서의 특허임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조합설립인가의 성질에 관해 그간 별반 의문이 제기되지 않은 사실이 증명하듯이, 認可制 자체가 행정법도그마틱의 死角地帶에 놓여 있다. 요컨대 이름부터 바로 잡는 것(必也正名乎)이 입법차원에서 구현되기 위한 바탕은 바로 公私法의 경계에 위치한 認可制에 관해 정연한 행정법도그마틱을 정립하는 것이다.
2009-04-13
정리절차와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재진행
Ⅰ. 사실관계 나라종금은 1992년 10월15일 피고의 연대보증하에 대한유화와 사이에 어음거래 한도액 199억 원, 변제기 1993년 10월14일로 된 어음거래약정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대한유화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1995년 3월20일 나라종금에 대한 어음채무에 관하여 변제기를 1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으로 연기하고 이율을 감경하는 내용의 정리계획인가결정이 확정되었고, 1998년 7월30일 정리절차의 종결결정이 확정되었다. 대한유화는 정리계획이 정한 바에 따라 2005년 7월10일까지 분할상환에 의하여 주채무의 원금 및 감액된 이자를 모두 상환하였다. 원고가 보증인인 피고를 상대로 감경 전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자, 피고가 보증채무는 정리계획 인가결정의 확정일인 1995년 3월20일 또는 정리절차 종결결정의 확정일인 1998년 7월30일부터 주채무와는 별도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어 그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함으로써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즉 정리계획에 의해 주채무의 변제기 유예 또는 이율 감경이 있더라도 보증채무는 그와는 관계없이 전액을 즉시 지급할 의무가 있고, 소멸시효는 채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부터 가산해야 하는 것이므로,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는 주채무와는 별도로 정리계획인가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기산해야 한다. Ⅱ. 원심판결의 요지 1. 회사정리절차 참가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정리절차 참가라는 권리행사가 계속되는 한 보증채무에 대해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내려진 때부터 중단되어 있던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을 개시한다. 2. 정리계획에서 주채무의 변제기가 연장된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가사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따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주채무자가 정기적으로 채무를 일부씩 변제함으로써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된 경우에는 그 중단의 효과가 보증채무에도 미친다. Ⅲ.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정리계획에 의하여 주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면제되거나 이율이 경감된 경우 그 면제 또는 경감된 부분의 주채무는 정리계획의 인가결정이 확정된 때에 소멸하게 됨에 따라 그 시점에서 채권자의 정리절차에서의 권리행사가 종료되어 그 부분에 대응하는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는 위 인가결정 확정시부터 다시 진행한다(대법원 1995년 5월26일 선고 94다13893 판결, 1995년 11월21일 선고 94다55941 판결 등 참조). 정리계획에 의해서도 주채무가 잔존하고 있는 경우에는 정리절차 참가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어 그 정리절차의 폐지결정 또는 종결결정이 확정되어 정리절차에 있어서의 권리행사가 종료되면 그 시점부터 중단되어 있던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된다(대법원 1988년 2월23일 선고 87다카2055 판결, 1994년 1월14일 선고 93다47431 판결, 1998년 11월10일 선고 98다4214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정리계획에서 주채무의 변제기가 연장된 이 사건의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바, 이러한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정리법 제240조 제2항에 의해 정리채권자는 정리계획과 관계없이 보증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본래의 채권을 청구하고 집행을 할 수 있으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리채권의 수액이나 변제기가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보증인의 보증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는 채권자의 정리절차 참가 및 정리절차 종결결정 이후의 주채무자의 변제 등으로 인하여 생긴 주채무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과는 모두 보증채무에 대해서도 효력이 있어, 분할상환에 의해 이 사건 주채무의 원본채무가 완제될 때까지 그에 상응하는 피고의 보증채무도 시효소멸함이 없이 존속하고 있었으므로 원심의 가정적 판단은 옳다(상고기각). Ⅳ. 평석 1. 주채무자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채권자가 채권신고를 통하여 정리절차에 참가하면 구 회사정리법(‘구법’) 제5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보증인에 대해서는 구법 제240조 제2항에 관계 없이 민법 제440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민법 제440조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에서 비롯된 당연한 규정이 아니라 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 보증채무만이 따로 시효소멸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규정이므로 구법 제240조 제2항이 있다 하여 민법 제440조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중단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언제 재진행하는 것인가에 있다. 이하에서는 정리계획에 주채무의 변제기가 정리절차 종결 후로 연장된 경우에 한하여 논의한다. 2. 대상판결은 유형을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① 주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면제된 경우 : 면제된 주채무에 대한 보증채무에 대해서는 정리계획의 인가결정의 확정에 의하여 주채무가 면제되어 더 이상 권리행사를 할 수 없게 되므로 그때부터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한다. 대법원은 주채무를 면제하거나(대법원 94다13893 판결) 지연손해금에 대한 연체이율을 감경하는(대법원 94다55941 판결) 내용의 정리계획안이 확정된 사안에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는 인가결정확정시부터 다시 진행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일본 최고재판소 1978년 11월20일 판결과 국내 학설도 일치한다. ② 주채무를 면제하지 아니하고 변제기를 연장한 후 분할하여 변제하기로 한 경우 : 정리절차 폐지 또는 종결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 선례인 대법원 87다카2055 판결의 사안은 정리계획안에서 원금은 1981년부터 1990년까지 분할변제하고, 이자는 1990년 이후부터 변제하기로 하였으나 1982년 8월16일 정리절차폐지결정을 하고 원고가 보증인에 대하여 1986년 5월22일 원리금의 청구를 한 것이다. 원심은 중단된 소멸시효는 정리절차폐지결정시가 아니라 인가된 정리계획에 따라 유예된 주채무의 변제기 도래시로 보아 원리금 전부에 대하여 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였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리절차 폐지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 판결은 사실관계가 ②의 유형, 즉 주채무의 변제기 분할 연장형에 해당하므로 역시 87다카2055 판결의 법리에 따라 정리절차 종결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원심이 정리계획에서 변제기가 연장된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한 점을 꼬집어 이 점이 잘못되었다고 설시하였다. 그 근거로 구법 제240조 제2항을 들고 있다. 대법원의 견해는 일본의 소수설을 따른 것이다. 3. 필자는 원심의 판결 이유에 찬동하고 대법원의 판결 이유에 반대한다. 첫째, 보증채무의 부종성 배제와 소멸시효의 중단은 무관하다. 구법 제240조 제2항은 정리채권자는 정리계획과 관계없이 보증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본래의 채권을 청구하고 집행을 할 수 있으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리채권의 수액이나 변제기가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보증인의 보증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법리를 선언한 것이다. “제240조 제2항이 회사정리계획의 효력범위에 관하여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배제하고 있다 하더라도 민법 제440조의 규정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한다”라는 점은 판례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8년 11월10일 선고 98다42141 판결; 1994년 1월14일 선고 93다47431 판결). 서울민사지방법원 1986년 11월12일 선고 86가합2589 판결은 정리절차개시결정의 효력은 보증인에게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채권자는 즉시 보증인에 대하여 개별적인 권리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보증인에 대하여 시효중단을 시키려면 민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증인에 대하여 청구 등의 권리행사를 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잘못되었다. 회사정리절차에의 참가는 구법 제5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는 것인 바, 정리절차참가로 인정되는 시효중단의 효력은 민법 제440조에 의하여 정리회사의 채무를 주채무로 하는 보증채무에도 미치는 것이고, 그 효력은 참가라는 권리행사가 계속되는 한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구법 제240조 제2항을 근거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를 논하는 것은 보증채무의 부종성 완화와 민법 제440조의 법리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대법원이 구법 제240조 제2항을 근거로 삼는다면 애초부터 민법 제440조를 거론할 필요 없이 하급심판결의 논리대로 보증인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소멸시효의 재진행을 논의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둘째, 대상 판결의 논리는 민법 제440조의 입법취지에 반한다. 민법 제440조는 소멸시효의 중단을 당사자 및 승계인에게만 규정한 민법 제169조의 예외규정으로서 그 정책적 취지는 주채무자에 대한 소멸시효의 중단효력이 보증인에도 미치고 그렇게 함으로써 주채무와 보증채무의 소멸시효 기산을 동일하게 함으로써 보증인을 세운 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채권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이 사건처럼 정리계획 소정의 변제기가 정리절차종결 후에 도래하는 경우에는 정리계획의 수행과 회사정리법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해진 변제기부터 주채무의 소멸시효가 진행함은 견해의 다툼이 없다. 따라서 민법 제440조가 회사정리절차에도 적용된다면 주채무와 보증채무 역시 정리계획에서 정하여진 변제기가 도래해야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고 해석함이 옳다. 만일 대상 판결을 따르면 주채무는 정리계획에 의하여 연기된 변제기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보증채무는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된다. 이는 보증채무만이 따로 시효소멸하는 결과를 방치하게 되는 것으로 대상판결이 적확하게 지적하는 민법 제440조의 입법취지에 명백히 어긋난다. 민법 제440조가 적용되는 한 정리절차참가로 인한 소멸시효의 중단이 재진행하는 시기도 주채무와 보증채무를 일치시키는 것이 일본의 통설이다. 4. 그 동안 학설이 주채무 면제형과 변제기 유예형을 구별하지 않고 논의하였으나 대법원이 유형을 나눈 점과 전자의 경우에는 정리계획 인가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데에는 필자도 찬동한다. 그러나 변제기 유예형에 관하여 주채무와 보증채무의 소멸시효 재진행시기를 달리 취급하여 주채무에 대해서는 정리계획에서 정한 정리절차 종결결정 후에 도래하는 변제기에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보증채무에 대해서는 정리절차 종결결정 확정시에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시한 것에 반대한다. 일본의 통설 역시 인가 후에 정리절차가 폐지된 때에는 정리계획에 정하여진 변제기와 폐지결정시 중 늦은 시점부터 보증인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의 회생갱생법이 임의적 파산선고를 규정한 것과 달리 구법 제23조는 계획인가 후 정리절차가 폐지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해야 하고 기한부채권이라도 파산선고시에 변제기에 이른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에(구 파산법 제16조) 주채무와 보증채무 모두 정리계획에서 정하여진 변제기가 아니라 파산 선고시부터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 대상판결의 논리는 민법 제440조와 구법 제240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오해한 것이다. 앞으로 대상판결과 선례들이 폐기되기를 바란다.
2009-04-06
‘송유관이설협약’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소고
Ⅰ. 사안의 개요 피고(주식회사 대한송유관공사)는 고속국도법과 도로법에서 정하고 있는 도로부지와 접도구역에 송유관을 매설하기 위하여 1991년 10월8일 원고(한국도로공사)와 그 매설에 관한 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협약 중 송유관 시설의 이설 및 그 비용부담에 관한 내용은 ‘고속국도의 유지관리 및 도로확장 등의 사유로 도로부지 및 접도구역에 매설한 송유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설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원고는 피고에게 송유관시설의 이전을 요구할 수 있고 그로 인하여 발생되는 이설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로 돼 있었다. 원고는 1992년 5월18일 피고에게 ‘도로점용 및 접도구역 내 공작물 설치허가’를 하였는데(이하 위 허가를 ‘이 사건 허가’라 한다), 그 허가조건 중의 하나로 피고가 이 사건 협약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원고가 임의로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을 부가하였다. 피고는 위 허가에 따라 송유관매설에 착수하여(경부고속도로 영남권 제3공구는 1992년 10월경 착공하였다), 1995년 3월31일 매설을 완료하였는데(접도구역의 토지소유자들과는 따로 토지사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음), 위 매설완료 전인 1994년 2월1일 도로법시행규칙이 개정되어 접도구역에는 관리청의 허가 없이 송유관을 매설할 수 있게 되었다. 1997년 초순경 경부고속도로 청원~증약 사이 구간의 도로확장공사계획에 따라 그 구간에 매설되어 있던 송유관의 이설이 불가피하게 되자, 원고는 1997년 4월14일 피고에게 ‘송유시설 이설비용 부담주체 등에 관한 업무협의 요청’을 보내면서 위 구간의 도로부지 및 접도구역 내에 매설되어 있는 송유관을 이 사건 협약에 따라 피고의 비용으로 이설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1997년 4월29일 원고에게 ‘송유시설 이설비용 부담 주체 등에 관한 의견 회신’을 보내면서 “이 사건 협약에 따라 도로부지 및 접도구역 내의 송유관 이설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고, 도시계획구간 등 기타지역 내의 송유관 이설비용은 원고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답신하였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고속국도 접도구역에 건축허가 또는 형질변경허가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허가신청서에 ‘보상비청구포기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접도구역관리지침’을 시행하여 오다가 1998년 8월1일 재산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위 지침에서 보상비청구포기서 징구에 관한 부분을 삭제하였는데, 피고는 이를 이유로 하여 종전의 입장을 바꾸어 1999년 2월24일 원고에게 “위 지침이 개정되어 이 사건 협약 중 접도구역 내 송유관 이설비용을 피고가 부담키로 한 조항의 근거규정이 소멸되었으므로 이 사건 협약도 변경되어야 한다”는 뜻을 통보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 협약은 그 성질상 허가에 붙일 부관안(附款案)에 대한 협약이라 보아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허가가 실효되면 그 부관이 실효되는 것과 같이 이 사건 협약 역시 허가가 실효되면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당연히 실효되는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 허가는 도로부지에 관한 부분과 접도구역에 관한 부분으로 나뉘어서 효력을 달리 할 수 있는 허가가 아니라 그 전체가 효력을 같이 하는 일체불가분의 허가라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허가에 붙은 부관안에 관한 협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 사건 협약 역시 도로부지에 관한 부분과 접도구역에 관한 부분으로 나뉘어져 효력을 달리 할 수 없는 일체불가분의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사건 송유관 매설사업의 특성상 그로 인하여 이 사건 허가 및 그에 부가된 이 사건 협약의 전부 또는 일부의 효력이 상실되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어서, 이 사건 협약은 위 시행규칙 개정 이후에도 그 효력을 유지하게 되었다 할 것이다. 이 사건 협약에서 이 사건 허가에 따라 매설된 송유관의 이설비용을 전부 피고가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공사구간에 관한 송유관 이설비용은 피고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Ⅲ. 대상판결의 문제점 송유관이설과 관련해선, 대상판결의 원심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3.3.21. 선고 2002가합2382판결이외에,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6.1.11. 선고 2003가합6145판결이 있다. 지면관계상, 논의의 출발점인 1991.10.8.에 체결한 협약의 법적 성질만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1. 당해 협약의 법적 성질의 문제 당해 협약의 법적 성질에 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원심과는 달리, 대상판결은 그 협약을 ‘허가에 붙일 부관안에 대한 협약’으로 보되, 구체적인 부관의 종류는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2003가합6145판결은 그 협약을 대상판결과 동일하게 ‘허가에 붙일 부관안에 대한 협약’으로 보면서, 동시에 그 내용에 있어서는 피고에게 송유관 이설비용의무를 명하는 점에서 부담에 해당한다고 구체적인 부관의 종류를 적시한다. 허가이전엔 당해 협약을 ‘부관안에 대한 협약’으로 보고, 허가이후엔 부관 그 자체로 보는 것은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부관적 접근의 문제점은 후술함). 그러나 시간적 흐름과 사안의 경과에 비추어, 여기서의 협약이 부관 가운데 부담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비록 허가에 협약위반에 따른 허가취소를 규정하고 있긴 하나, 이는 일종의 철회권유보 또는 철회사유의 확인일 뿐이고, 당해 협약은 실질적으로 당해 허가발급의 기초(전제조건)가 되었기 때문이다. 본체인 행정행위의 효과를 보충·보조하는 부담의 본래적 기능을 여기선 발견하기 어렵다. 2. 실효논증의 문제 2003가합6145판결처럼 당해 협약을 부관 특히 부담으로 볼 때, 그 자체를 직접적인 소송대상으로 삼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문제도 검토될 수 있지만, 당해 협약의 부관적 접근은 결국 그것의 유효성여부를 본체인 행정행위의 존부에 의존시킨다(부관의 부종성에 따른 실효논증). 원심이 “송유관 이설공사의 비용부담에 관한 문제는 허가의 요부나 허가신청시 보상비청구포기서 제출의무의 유무와는 무관한 별개의 문제라 할 것이며, … 위 규칙 및 지침의 개정은 이 사건 협약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시한 반면, 대상판결은 실효논증을 전개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당해 허가 및 협약의 가분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송유관매설사업의 특징을 들어 당해 허가 및 협약의 가분성을 부정하고, 이를 근거로 법령개정에도 불구하고 당해 허가 및 협약의 효력을 인정한다. 반면 2003가합6145판결은 당해 허가를 도로구역상의 점용허가(송유관매설허가)와 접도구역상의 점용허가(송유관매설허가)로 나누어, 관련 법규정의 개정을 근거로 후자의 실효를 논증한 다음, 당해 협약의 접도구역과 관련된 부분이 실효됨을 논증하였다. 행정행위의 실효사유로, 대상의 소멸, 해제조건의 성취, 목적의 달성을 들지만, 이 밖에 발해진 규율의 대상상실을 초래하는 중대한 사실·법상황의 변경에 의해서도 행정행위는 실효될 수 있다(Kopp/Ramsauer, VwVfG Kom. 2003, § 43 Rn. 41, 42). 이 점에서 대상판결이 취한 실효논증은 나름의 타당성을 지니는 반면, 행정행위의 기초가 되는 법률적 근거의 소멸을, 곧바로 그 행정행위의 실효로 연계시킨 2003가합6145판결의 논증은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실효적 접근의 경우, 당해 허가의 가분성 여부가 관건이다. Ⅳ. 관 견 1. 당해 협약에 관한 행정계약적 접근 당해 협약에 대한 부담적 접근이 의문스러울 경우, 조건에 의한 부관적 접근도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조건적 부관은 본체인 행정행위의 성립여부의 차원에서만 의미를 가질 뿐이다. 부관의 본질적 징표인 부종성으로 말미암아, 부관론의 궁극적 지향점은 부관이 아니라, 본체인 행정행위의 성립과 존속 그 자체이다. 일종의 계약서와 같은 당해 협약서의 내용 및 새로운 변경합의의 성립 등의 일련의 사정을 고려할 때, 부관적 접근은 협상을 기조로 한, 사안의 실체와 어울리지 않는다. 부관적 기능의 수행을, 곧바로 부관으로서의 법적 성질로 환치시킬 순 없다. 기왕의 도로점용 등의 허가와의 관련성은 견지하되, 논증의 무게중심은 당해 협약 그 자체에 두어야 한다. 여기선 법적 규율의 합의적 생성의 측면을 앞세우면서, 아울러 허가에 대한 준비행위로서의 의미와 독립적인 존재의미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법제도가 관건이다. 행정행위의 발급과 관련이 있는, ‘종속적 행정계약’이 해결책이다(여기서의 행정계약은 공법적 계약으로서의 그것을 의미한다. 참고: 김남진, 행정계약·공법상계약·행정법상계약, 고시계 2007.7.) 그런데 당해 협약의 주된 내용은 피고의 일방적인 급부의무에 초점이 모아져 있을 뿐, 원고의 급부는 명시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궁극적으로 원고의 급부에 해당하는 이 사건 허가의 발급이, 묵시적으로 예정되어 있다 하겠다(급부의무와 행정활동의 기대간의 의존관계). 요컨대 일방의 주된 급부만을 규율하고 타방의 반대급부는 명시하지 않은, 독일에서의 행정계약의 일종인 ‘불완전 교환계약’(Hinkende Austauschvertrage)이 이에 해당한다. 결국 당해 협약은 ‘불완전 교환계약’이자, ‘종속적 계약’으로서의 행정계약에 해당한다. 체약강제의 경우가 아니라면, 자유와 재산권에 계약을 통해 영향을 미치는 것에 법률유보원칙은 원칙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 독일처럼 행정계약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이상의 계약을 인정하는 데 이론적 문제는 없다. 그저 낯설음과 외면의 문제이다. 2. 당해 협약에 대한 사정변경의 원칙의 적용 행정계약적 접근에 따른 이점은, 협약의 수정(변경)가능성을 허가의 가분성 여부가 아닌 사정변경의 원칙에서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행정절차법 제60조 제1항은 “계약내용을 확정함에 있어 결정적이었던 관계가, 계약체결 이후 당사자 일방으로부터 그 계약의 원래 규율을 고수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본질적으로 바뀐 경우”에 타방에게 계약내용변경요구권과 해지권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서 변경되는 ‘관계’에는 당연히 법적 변경 역시 고려되며, 이에는 법규정은 물론 판례의 변경까지도 포함된다고 한다. 반면 행정규칙상의 변경은 제외되고 있다(Kopp/Ramsauer, VwVfG, § 60 Rn. 9a). 우리의 경우 이상과 같은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서 사정변경의 원칙의 통용이 문제된다. 동 원칙에 관한 일반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판례의 기조와는 달리) 국내 민법학계의 통설은 그것을 신의칙에 근거하여 계약법의 일반원칙으로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불예견론’이 민법에선 부정되는 데 대해서, 행정계약에선 1916년의 ‘Bordeux 가스사건’이래로 인정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976년 행정절차법제정당시부터 동법 제60조 제1항을 통해 ‘행위기초론’(일종의 독일식 사정변경의 원칙)을 성문화한 반면, 민법에선 2001년의 채권법현대화법에 의한 민법개정에서 비로소 그것이 명문화되었다. 우리 역시 2004년 민법개정안 제544조의4를 통해서 동원칙에 관한 일반규정을 마련하였다. 그런데 행정법의 경우 행정의 탄력성과 현실조응성을 기조로 한 행정행위의 철회제도를 통해서, 사정변경의 원칙에 대해서 더 호의적이다. 따라서 사정변경의 원칙을 일반원칙으로 설정하면, (국회 통과 전이라도) 민법개정안의 내용을 당해 협약에 투영시켜 논증하는 데 어려움도, 문제도 없다(交互的 포용질서로서의 공법과 사법). 이를 통해서 행정계약에 관한 행정절차법상의 입법공백을 메울 수 있으며, 나아가 행정계약의 법리의 일단을 형성할 수 있다(참조: 김대인, 행정계약법의 이해, 2007). 요컨대 당해사안에선 계약 구속력의 원칙과 사정변경의 원칙의 조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협약의 수정(변경)의 능부가 관건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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