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8일(일)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분묘
검색한 결과
6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민사소송·집행
부동산·건축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지급의무
[사실관계]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평석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발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원고들은 2014년경 이 사건 임야의 지분 일부를 경매로 취득한 다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분묘의 기지(基地) 점유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권 취득일 이후의 지료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이 사건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으므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1심(수원지법 여주지원 이천시법원 2016. 5. 3. 선고 2015가소53727 판결)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도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나, 원심(수원지법 2017. 4. 20. 선고 2016나58055 판결)은 분묘기지권자는 적어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 지급을 청구한 때로부터는 그 분묘 부분에 대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피고는,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시요지] [다수의견] 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그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인정 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및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지 않고 성립하는 지상권 유사의 권리이고, 그로 인하여 토지 소유권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으로 인정되어 온 역사적·사회적 배경, 분묘를 둘러싸고 형성된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 관습법상 권리로서의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및 부동산의 계속적 용익관계에 관하여 이러한 가치를 구체화한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 규정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이에 대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여 성립하는 토지 이용관계에 관해서도 법정지상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대법관 이기택·김재형·이흥구의 별개의견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효취득한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관 안철상·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평석] 1. 대법원 판례에 따른 분묘기지권의 유형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타인 토지에 분묘를 설치하는 경우인 승낙형 분묘기지권, 토지소유자가 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후 분묘기지에 대한 소유권을 유보하거나 또는 분묘를 따로 이장한다는 특약을 함이 없이 위 토지를 매매 등을 원인으로 처분하여 타인이 위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인 양도형 분묘기지권,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인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으로 구분된다. 이 사건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함)은 위 유형중 마지막 유형인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관한 사안이다. 다수의 대법원 판결이 분묘기지권을 관습법상 물권으로 인정하였음에도 구 장사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6158호, 이하 '장사법'이라 함) 시행 시점인 2001년 1월 13일을 전후하여 분묘기지권, 특히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관습법으로 여전히 보아야 하는지 또는 종전에 그러한 관습이 있었는지에 관한 꾸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대법원은,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재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점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관습 또는 관행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어 왔으며, 이러한 법적 규범이 장사법 시행일인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장사법 시행 전 설치된 분묘에 있어서는 분묘기지권에 여전히 관습법적 효력이 있다고 하였고 대상판결 역시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한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는 경우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 여부에 관하여는 분묘기지권이 성립됨과 동시에 그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다13936 판결과 이에 배치되는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등이 정리되지 아니한 채 공존하여 그 지료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계속되었는데,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인 대상판결을 통하여 이에 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최초로 이를 판시하였다고 평가되는 1927. 3. 8. 선고된 조선고등법원 1926년민상제585호 판결 이래, 해방 후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거듭됨에 따라 확립된 관습법으로 우리 사회에 받아들여지게 되었다(다수의견의 보충의견도 같은 취지이다). 다만 위 조선고등법원 판결은 당시 조선사회의 분묘 수호와 봉사를 위한 토지 사용권의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관습과 근대적 취득시효 제도를 결합하여 시효에 의한 분묘기지권의 취득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데(이에 관한 논의는 줄인다), 이처럼 최초 판시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관습에만 근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던 까닭에,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효력 범위에 관하여 관습의 존재가 확인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부분은 분묘기지권의 내용으로 정해지지 아니한 공백으로 보고 해석으로 보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3. 민법 제1조에서 민사에 관한 법원의 순위를 법률, 관습법, 조리 순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관습법상 권리의 내용을 보충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으며 관습법상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충하기 위한 법규범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일 것이다. 대법원은 종전부터 분묘기지권은 지상권과 유사한 물권으로 보고 있으므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있어서의 지료 부분도 지상권 또는 법정지상권을 유추적용할 것인지 논의되나,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다른 분묘기지권 유형과는 달리 인정되어 온 역사적·사회적 배경 등에 비추어 지상권의 법리를 그대로 차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한편, 유추적용할 법규범 또는 관습법이 없다면 다음으로 조리에 의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높은 지가(地價), 타인 토지를 사용하려면 지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사회구성원의 일반적 관념 또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과 봉제사 등 분묘 수호 목적의 영위 사이의 형평에 관한 사회적 인식 등에 비추어 보면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또한 그 유상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4.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유상성이 인정된다면, 지료지급 시기 또는 범위가 문제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경우 그 성립 시부터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하게 된다면 소멸시효를 적용하더라도 언제나 적어도 10년분의 지료를 준비하지 않은 이상 그 분묘기지권의 소멸에 대한 위험을 분묘기지권자가 경황없이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별개의견은, 취득시효가 완성되기 전에는 분묘 소유자가 분묘를 타인 소유 토지에 설치하여 분묘기지를 최초 점유를 할 시점부터 부당이득이 발생하고, 분묘기지권에 대한 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이미 발생하였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지료 지급의무로 변하게 될 뿐이라는 논지를 밝히기도 하는데, 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적법한 권원이 된 분묘기지권에 부당이득의 면을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분묘기지권자가 토지 소유자로부터의 분묘기지 사용에 관한 동의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 주로 주장되는 사정도 있으므로 시효완성으로 소급하여 인정되는 분묘기지권 성립 시인 분묘기지에 대한 점유 시점부터 모든 지료를 지급하라고 하는 것 또한 분묘기지권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다른 부동산물권과 목적상 구별되는 분묘기지권의 특성 및 지료의 부담에 따른 그 존속 여부 등을 고려하여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지급 발생 시를, 분묘를 설치한 때부터 지료를 정하는 판결이 확정되는 때까지의 다양한 시점 중 지료 지급청구 시점으로 정한 것은, 형평의 원칙 등에 따른 조리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고 달리 자의적이라고 볼 사정을 찾을 수 없다. 5.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인 대상판결의 판시를 지지한다. 한편, 대상판결로 인하여 지료 지급과 관련한 소가 증가하더라도 분묘의 이전과 관련한 분쟁에서 조정률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있어서 지료 지급을 특별히 인정하지 않았던 실무례에 따라 분묘기지권자가 당장 토지 사용이 아쉬운 토지 소유자의 분묘 이전 요구에 과도한 분묘 이전비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그 지료 지급이 인정됨으로써 당사자간 분묘 이전과 관련한 협의의 폭이 넓어졌다고 할 것이다. 김상헌 교수 (제주대 로스쿨)
분묘기지권
시효취등
관습법
토지사용료
지료
토지
김상헌 교수 (제주대 로스쿨)
2021-10-18
민사일반
관습상의 분묘기지권 인정
대법원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Ⅰ. 서 론 대법원은 2016년 9월 22일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에 관하여 공개변론을 실시한 후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 대상판결에 대한 공개 변론 당시 주요 쟁점은 조선고등법원 판결 당시(1927. 3. 8.) 및 공개변론 당시(2016. 9. 22.) 관습의 존재 여부 및 존재한다면 종전 판례 내용(기지 면적, 존속기간, 지료 지급 여부 등)을 변경할 필요성은 없는지 여부 등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대법원이 취해온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태도가 타당한지 여부 등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Ⅱ. 대상판결의 입장 1. 사실관계 대상판결 상의 분묘는 ① 1733년, ② 1987년 4월, ③ 1989년 봄(2기), ④ 1990년 11월경 각 설치된 5기의 분묘로, 원심 판결 당시(2013. 1. 25) 20년이 경과하여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원심(춘천지방법원 2013. 1. 23. 선고 2012나3412 판결)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종전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2. 대상판결 가. 상고이유 원심에서 패소한 피고는 장사법(2001. 1. 13. 시행) 시행으로 분묘기지권을 불허하는 법적 규율 변화, 화장률 증가 등의 장묘문화 변화와 묘지에 관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 등으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인정할 관습법이 더 이상 우리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유로 상고하였다. 나. 다수의견 다수의견은 분묘기지권을 관습상의 물권으로 보고 승낙형, 양도형,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등 세 유형을 종전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효사상, 조상숭배사상 및 조선시대 산림공유 원칙에 의해 인정되어 온 묘지 점권(분묘 점권)이 민법 시행으로 개인 토지 소유권과 분묘기지권의 충돌 과정에서 분묘기지권이 관습상 인정되어 왔다면서 존속기간의 영속성, 지료의 무상성 역시 종전 대법원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다수의견은 상고이유와 관련하여, 첫째, 사회 구성원들의 관습 소멸에 대한 법적 확신이 아직 확립되었다고 볼 수 없어 분묘기지권을 부정할 경우 법적 안정성이 침해되고, 둘째, 장사법이 동법 시행일 이후에 설치된 분묘부터 적용토록 한 것은 그 이전 설치 분묘의 분묘기지권 성립을 인정할 근거가 되며, 셋째, 분묘기지권 인정은 시효취득 인정으로 헌법 정신에 반하지 않고, 넷째, 화장률 증가에도 여전히 매장문화가 존재하므로 아직은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분묘기지권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다. 소수의견 조선고등법원(1927. 3. 8.) 판결로 인정된 분묘기지권은 현행 민법 시행으로 소유권제도 및 사유재산제도가 정착되고, 토지 가치의 상승 및 화장문화 증가로 매장문화 퇴색, 무단분묘에 대한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의 사회적ㆍ문화적 기초가 상실되었으므로 이를 인정하는 것은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관습법도 시대변화에 따라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면 폐기되어야 하는바, 첫째, 이의 인정은 헌법상 재산권 보장과 민법의 사유재산권 존중 이념에 부합하지 않고(부동산물권변동의 등기, 즉 성립요건주의에 반하고), 둘째, 묘지 등에 관한 화장취체규칙, 매장법, 장사법 등이 무단분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및 강제개장을 허용하고 있고, 장사법 역시 토지 소유자 등에게 무단분묘에 대한 개장권, 무단분묘 연고자 등의 분묘기지에 대한 일체의 권리 주장 불허 등 묘지에 대한 공법적 규제뿐만 아니라 토지 소유자와 분묘 연고자 사이의 사법적(私法的) 관계까지 규정함으로써 더 이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법적 결단이 이루어졌고, 셋째, 소유권 취득시효 인정 대법원 판례의 자주점유의 권원성 요구 취지에 비춰볼 때 분묘기지권(지상권 유사 물권)의 타주 점유의 권원성(사용권원) 역시 객관적으로 요구된다 할 것인데 무단점유에는 그러한 권원성이 인정될 수 없어 악의의 무단점유에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보호에 반하며, 넷째, 장사법이 시행일 후 분묘기지권을 불허한 것은 종전 관습의 법적 확신 소멸을 반영한 것이고, 다섯째, 존속기간의 영속성과 무상 지료 관습법 인정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여섯째, 사회적 인식이 변하였고(조상숭배사상 및 유교 문화의 후퇴, 교육수준의 향상, 핵가족화, 임야 개발, 화장시설 및 공설묘지 등의 정비 등), 일곱째, 장사법 시행으로 국민의 무단분묘 불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고양됨에 비춰 볼 때 그러한 관습은 더 이상 국민의 법적 확신을 얻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폐기되어야 한다. 다만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에 의해 인정될 수는 없지만, 통상적인 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춘 경우(지상권에 대한 객관적 권원이 증명된 때)에는 통상의 지상권처럼 분묘기지권 역시 인정된다. 라.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매장법, 장사법 시행이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법의 폐기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소유권 취득시효에 관한 자주점유(객관적 권원 요구) 판례 취지는 분묘기지권에 유추적용될 것도 아니며, 분묘는 단순한 공작물이 아니라 조상의 영혼이 깃든 정신적 장소이자 망자에 대한 숭모의 장소로서 존중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관습법 인정이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에도 반하지 않는다. 마. 소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분묘기지권이 아니더라도 채권계약 또는 물권계약에 의해 분묘기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이 보장될 수 있으며, 관습상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에 관한 관습 존재 인정 자료도 없다. 그리고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에 관한 판례는 관습법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토지 소유자의 승낙 후 설치한 분묘에 근대적인 취득시효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소유권 취득시효의 요건인 자주점유처럼 재산권을 보유할 의사가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에도 필요하다. 즉 지상권 유사의 물권이라면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도 지상권 유사의 물권을 보유할 의사(타주점유이지만 지상권 유사의 물권에 대한 객관적 권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의사가 없는 상태의 무단분묘에 대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은 취득시효제도에 부합하지 않다. Ⅲ. 판례에 대한 평석 1. 조선고등법원 판결 시 관습의 부존재 조선총독부 관습조사보고서는 무상의 승낙형 분묘기지권은 관습상 존재하지만,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관습은 없으며, 조선총독부중추원의 민사관습회답취집 역시 광주지방법원 전주지청 등에 대해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및 양도형 분묘기지권에 대한 관습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취득시효제도에 대한 관습도 없다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산림공유원칙에도 불구하고, 분묘침해를 다투는 소위 정려문산송(旌閭門山訟), 4葬4掘山訟(네 번 암장 네 번 강제 官掘) 등 수많은 산송이 있었는바, 이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관습 부존재를 증명하는 반증이라 할 것이다. 2. 대상판결 공개변론(2016년) 당시의 관습의 부존재 대상판결 판시이유처럼 재산권 보장을 천명한 헌법 및 민법의 제원칙에 비춰 존속기간의 무한성, 지료의 무상성 등을 인정한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은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부당하다. 소수의견처럼 첫째, 화장취체규칙, 소위 매장법 및 장사법 모두 무단 사체 매장의 경우 형사처벌토록 하여 무단분묘의 설치가 위법행위임을 100년 이상 공지하여 왔고, 둘째, 도시화 및 핵가족화, 셋째, 임야의 경제적 가치 상승, 넷째, 다양하고 저렴한 장례문화 및 비용, 다섯째, 묘지의 이전 용이성 및 대체성 등에 비춰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국민들의 법적 확신은 소멸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현행 장사법에 비추어 장사법은 법 시행일 후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입법적 결단을 하였다. 그렇다면 헌법상 평등권에 비추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동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 중 관습상의 분묘기지권 판결을 받은 기판력 있는 분묘의 경우에는 시행일에 분묘가 설치된 것으로 의제하여 최단 15년 내지 최장 60년의 분묘 설치기간을 보장하는 것으로 기득권을 보장하고, 판결을 받은 바 없는 분묘의 경우에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Ⅳ. 결론 대상판결은 효사상 및 조상숭배사상에 근거하여 분묘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음을 밝히고 있으나, 분묘의 굴이 허용은 타인 토지 위에 존재하는 분묘의 이전을 요구하는 것일 뿐 새로운 토지에 분묘의 설치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분묘의 이전성과 대체성 및 장묘문화 변화 및 장묘비용의 저렴화 등에 비추어 관습상의 법정지상권(건물의 토지 고착성)과 달리 적은 비용으로 분묘굴이가 가능하므로 제반 사회 여건 변화에 비추어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더 이상 인정할 이유가 없다 할 것인바, 대상판결은 시대반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겠다.
분묘기지권
관습법
2017-02-09
음주운전자로부터 채취한 혈액 감정서의 증거능력
Ⅰ. 사실관계 (1) 피고인은 오토바이를 음주운전하고 가다가 앞차를 들이받으면서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고 119구급차에 의하여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며 그 약 1시간 후에 사고신고를 받고 병원 응급실에 출동한 경찰관이 피고인의 아들로부터 피고인의 혈액채취에 관한 동의를 받고 간호사로 하여금 의식을 잃고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는 피의자로부터 혈액채취를 하도록 하였다. 경찰관은 그 혈액채취에 관하여 법관으로부터 압수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하였으며 혈액채취 후에도 법관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하였다. (2) 경찰관은 간호사로부터 받은 혈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혈중알코올농도에 관한 감정을 의뢰하였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감정서를 경찰관에게 송부하였는데 그 감정서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있다는 감정결과가 기재되어 있다. (3) 피고인(피의자)은 경찰수사단계와 검찰수사단계에서 음주운전의 피의사실을 자백하였으며 검사는 피의자를 음주운전의 공소사실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1심법원은 음주운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작성한 감정서를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 채택하였다. (4) 피고인이 유죄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한 후 항소이유서에서 피고인으로부터의 혈액채취는 피고인의 동의 없이 그리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하여졌으므로 그 혈액채취는 위법하고 그 혈액에 관한 감정서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능력이 없으며 그 감정서를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1심판결은 위법이다고 주장하였다. (5) 원심법원(항소법원)이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받아들여 1심의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무죄판결을 선고하자 검사가 그 무죄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으며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Ⅱ. 판결요지 병원 응급실에서의 혈액채취가 법관이 발부한 압수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혈액채취가 행하여졌으므로 그 혈액채취는 위법하며 병원 응급실에서의 혈액채취는 범행직후 범죄장소에서의 압수(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에 해당하므로 사후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혈액채취는 위법하므로 그 혈액에 관한 감정서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규정하고 있는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법칙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Ⅲ. 판례평석 1. 영장없이 채혈(採血)이 허용되는 경우 (1) 피의자가 채혈(採血)에 동의하는 경우 피의자가 채혈에 동의하는 경우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압수영장) 없이 혈액을 채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으므로 피의자가 채혈에 동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의자의 채혈동의는 피의자 본인이 직접 수사기관에 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의자의 배우자나 자녀가 채혈에 동의하더라도 피의자의 채혈동의로서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의자의 아들이 혈액채취에 동의하였으나 그 동의는 피의자의 동의로서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2) 의사·피의자가 임의로 제출한 경우 의사가 병원 응급실에 있는 피의자로부터 오로지 진료의 목적으로 혈액을 채취한 후 그 혈액의 일부를 경찰관에게 임의로 제출한 경우 경찰관은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8조). 이 경우 혈액의 채취는 허용되며 혈액의 압수는 적법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는 의사가 경찰관에게 혈액을 임의로 제출한 경우가 아니다. 의사가 진료의 목적으로 채취한 혈액의 일부를 피의자가 경찰관에게 임의로 제출한 경우 경찰관은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8조).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는 피의자가 혈액을 경찰관에게 임의로 제출하는 경우가 아니다. (3)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서의 압수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서는 압수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은 「범행 중 또는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법원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의자가 오토바이를 음주운전을 하고 가다가 앞차를 들이받으면서 머리를 다쳐 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경우 그 병원 응급실이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 해당하는가 여부가 문제된다. 대법원판례는 이를 긍정하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즉 대법원판결은 「…… 피의자의 신체 내지 의복류에 주취로 인한 냄새가 강하게 나는 등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항 제3호가 정하는 범죄의 증적이 현저한 준형행범인으로서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고 교통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라면 피의자의 생명, 신체를 구조하기 위하여 사고현장으로 부터 곧바로 후송된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의 범죄장소에 준한다 할 것이므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의 알코올농도 등 증거의 수집을 위하여 의료법상 의료인의 자격이 있는 자로 하여금 의료용 기구로 의학적인 방법에 따라 필요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하게 한 후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음주운전의 범죄에 있어 범죄장소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음주운전 한 장소이므로 피의자가 입원 중인 병원 응급실은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다. 따라서 병원 응급실에서의 혈액채취가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서의 압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례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의 범죄장소에 관한 해석을 잘못하였다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이다. (4) 체포현장에서의 압수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 그 체포현장에서는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수색 또는 검증이 허용된다.(형소법 제216조 제1항 제2호).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병원 응급실은 체포현장이 아니다. 피의자를 체포한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 응급실에서의 혈액채취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가 적용되지 아니한다. (5) 긴급체포시의 압수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경우 그 피의자가 소유·소지·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는 체포한 때로부터 24시간 내에 한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형소법 제217조 제1항) 이 사건의 경우는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경우가 아니다. 2. 채혈을 위한 영장 (1) 법관의 압수영장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음주운전 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키면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의 상태에서 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피의자로부터 경찰관이 혈중알코올농도의 감정을 위한 혈액채취(채혈)를 하기 위해서는 법관으로부터 채혈에 관한 압수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2) 법관의 감정처분허가장 대법원판례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일으키면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상태에서 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피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발부한 압수영장에 의하는 외(外)에 법관이 발부한 감정처분허가장에 의해서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 제221조의4 제1항, 제173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감정에 필요한 처분이란 감정인의 감정에 필요한 처분으로서 감정인이 타인의 주거 등에 들어가는 것, 타인의 신체를 검사하는 것, 사체를 해부하는 것, 분묘를 발굴하는 것, 물건을 파괴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병원 응급실에 있는 피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하는 것은 감정인의 감정에 필요한 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점, 이 사건의 경우 감정인은 혈액을 채취한 의사나 간호사가 아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공무원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관이 발부한 감정처분허가장으로도 혈액채취가 가능하다는 대법원판례는 감정처분허가장에 관한 해석을 잘못하였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3. 결론 혈액채취가 위법한 이유에 관한 대법원판례 중 법관이 발부한 압수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혈액채취가 행하여졌으므로 그 혈액채취는 위법하다는 부분은 타당하나 피의자로부터의 혈액채취는 법관이 발부한 감정처분허가장에 의해서도 가능한데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혈액채취는 위법하다는 부분과 병원 응급실에서의 혈액채취는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서의 압수(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에 해당하는데 사후에 압수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혈액채취가 위법하다는 부분은 타당하지 않다. 4. 무죄판결에 대한 검사의 책임 이 사건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음주운전의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있는 사건이다. 따라서 그 자백에 대해서 보강증거만 있으면 법원은 유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사건이다. 그런데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공소사실을 직접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임을 요하지 않고 자백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이면 충분하다(통설·판례).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피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한 간호사나 피의자를 직접 진찰·진료한 의사가 경찰관이나 검사에게 피고인이 병원 응급실에 있을 당시 술에 많이 취한 상태이었다는 진술(진술조서에 기재된 진술)은 음주운전 공소사실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서 충분하므로 항소심에서 혈액의 혈중알코올농도에 관한 감정서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 없다는 주장(항소이유)이 제기되고 그 주장(항소이유)이 긍정적으로 판단되는 경우 항소심에서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사는 피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한 간호사나 피의자를 직접 진찰·진료한 의사를 조사하여 피고인이 병원 응급실에 있을 당시 술에 많이 취한 상태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재한 진술조서를 작성하여 항소법원에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 제출하였다면 이 사건 음주운전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이 선고되었을 것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음주운전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무죄판결이 선고된 책임은 항소심에서 공소유지의 임무를 담당한 검사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실질적·객관적으로 유죄임이 명백한 사건에 대해서 무죄판결이 선고·확정된 책임은 결코 가벼운 책임이 아니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형사재판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2013-11-28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결정과 '제사용 재산'의 승계
Ⅰ. 사실관계 1. G(소외 피상속인, 원고·피고의 망부)는 1949년 이전 W1(소외 X의 모)와 혼인하여 1949년 X(원고, G와 W1 사이의 자)를 출산하였다. 그런데 G는 1961년경부터 약 44년간 장남인 X측과 절연한 채 W2(소외 피고 Y1, Y2, Y3의 생모)와 동거하면서 그들 사이에 X와 배다른 피고들을 출산하고, 그들과 함께 가정을 이루어 생활하여 왔다. 2. G는 그 연장선상에서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하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들은 X에게는 G의 사망사실이나 장례절차에 관하여 알리지도 않은 채 G를 경기도 OO군 공원묘지에 매장·관리하여 왔다. 3. 이와 같이 G의 사망사실과 피고들이 G를 X 모르게 안장한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X는 2005년경 피고들에게 위와 같은 비상식적인 처사를 항의하는 한편, 망 G에 대한 ‘제사주재자’는 X 자신이며, 따라서 망 G의 유체·유골은 X 자신이 승계권자이고, 망인(G)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 그 효력은 제사주재자를 무조건 구속하지 않으며, X 자신은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Y1, Y2, Y3를 피고로 하여 ‘유체인도 등’의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서울고등법원에서 2007년 4월10일 승소판결을 받았다(2006나63268). 4. 이에 피고들은 상고하기에 이르렀고, 대법원은 2008년 11월20일 상고를 기각하였다. Ⅱ. 판결이유의 요지-상고기각 1.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해져야 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 2. 사람의 유체·유골은 매장·관리·제사·공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체물로서 분묘에 안치되어 있는 선조의 유체·유골은 민법 제1008조의 3 소정의 제사용재산인 분묘와 함께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고, 피상속인 자신의 유체·유골 역시 위 제사용 재산에 준하여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된다. 3. 피상속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이상 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하고, 이는 제사주재자로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지만 피상속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 제사주재자가 무조건 이에 구속되어야 하는 법률적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4. 어떤 경우에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것인지에 관하여는 제사제도가 관습에 바탕을 둔 것이므로 관습을 고려하되, 여기에서의 관습은 과거의 관습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어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관습을 말하므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 이념이나 사회질서의 변화와 그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는 관습을 고려할 것인 바, 중대한 질병, 심한 낭비와 방탕한 생활, 장기간의 외국 거주, 생계가 곤란할 정도의 심각한 경제적 궁핍,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심한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선조의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를 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하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 내지 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판례공보, 2008. 12.15. 제312호). Ⅲ. 판례 연구 1. 머리말 1) 민법은 1990. 1.13. 분묘 등의 승계(민법 제1008조의 3)에 관하여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제사주재자’는 누가 되는지, 어떻게 결정하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침묵하고 있다. 2) 따라서 본 판례연구에서 논의하여야 할 점은 ①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 ② 망인의 유체·유골의 승계권자 ③ 망인(피상속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하는 경우 그 효력 ④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의 의미 등이라고 할 수 있다. 2.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결정 1) ‘제사주재자’에 관한 학설·판례의 동향 가. 판례의 동향: (1) 판례는 구민법 제996조의 금양임야 및 묘토의 소유권 귀속에 관하여 종손인 ‘호주상속인’이 단독으로 그 소유권을 승계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3. 5.25. 92다50676, 동, 1995. 2.10. 94다39116). 그런데 1990년 민법개정에서 ‘호주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개정하였기 때문에(제1008조의 3) 제사주재자가 누구인가에 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어 왔다. 그 후의 판례도 ‘제사주재자’는 ‘원칙적으로 종손’이라는 취지로 거의 동일하였다. 즉, 나. 제사주재자는 원칙적으로 종손이라는 판례: 대법원은 1997. 11.28.(96누18069) ‘제사주재자는 종손이 있는 경우라면 그에게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가 된다’고 판시한다(판례공보, 1998. 1.1. 제49호; 같은 취지: 대판, 2004. 1.16. 2001다79037; 판례공보, 2004. 3.1. 제197호). 다. 종손에게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판례: 대법원은 2004. 1.16.(2001다79037) ‘원고는 종손이지만 망 소외인(부)의 생존 시에도 가정불화 등을 이유로 선대의 제사 및 망 소외인의 부양을 소홀히 하여 피고들과 분쟁을 일으켜 왔으며, 막내아들인 피고 2가 망 소외인의 임종까지 그를 모시고 살다가 현재도 망 소외인의 영정을 보관하고 있는데 원고는 망 소외인의 사후 몇 달도 되지 않아 자신의 단독소유권을 주장하며, 이 사건 소(필자의 주=금양임야확인)를 제기한 “…” 행적에 비추어 볼때 원고가 종손이라 할지라도 판시 임야를 단독으로 승계하는 제사주재자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한다(판례공보, 2004. 3. 1. 제197호: 이 판례의 연구는 이희배, 가족법판례연구, 2007, 삼지원, p898~899 참조). 라. ‘제사주재자’는 종손이 아니고 ‘공동상속인의 협의’로 정해진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헌법재판소는 2008. 2.28.(2005헌바7, 전원재판부) “제사용재산을 승계하는 제사주재자는 ‘호주’나 ‘종손’이 아니라 ‘실제로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서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들의 협의에 따라 정해지고, 공동상속인들의 협의에 의하여 종손 이외의 차남이나 여자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할 수도 있으며 다수의 상속인들이 공동으로 제사를 주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라고 판시한다(헌법재판소 판례집, 제20권 1집, 상, 2008, p221~228 참조). 마. 학설의 동향 : (1) ‘제사를 주재하는 자’라함은 원칙적으로 ‘호주승계인(이른바 종손)’을 가리킨다는 견해(소수설: 박병호, 가족법, 2002, p287)와 ‘사실상 제사를 주재하는 자’라는 견해(다수설: 김주수·김상용, 친족상속법, 2006, p581; 한봉희, 가족법, 2007, p402; 이희배, 친족상속법요해, 1995, p429 참조)로 대립하고 있다. (2)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관하여는 제사주재자는 공동상속인 또는 친족의 협의에 의하여 정하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상속인의 공동승계로 될 수 밖에 없다는 견해가 있다(김주수·김상용, 전계서, p581, 이희배, 전계서, p431 참조). 2) 제사주재자결정에 관한 새로운 법리 가.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관하여 본 판결(다수의견)은 ① 공동상속인들의 협의 → ②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 → ③ 아들이 없는 경우 장녀가 된다고 판시한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본 판결의 소수의견)은 ① 공동상속인들의 협의 → ② 법원의 심리·판단으로 정하여야 한다(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지형)는 견해 등이다. 나.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하여 정해야 한다는 본 판결이유는 타당하다. 그 이유는 첫째, 제사주재자의 결정에 관하여는 법률규정이 없고, 1997년 이후의 판례에서 인정되었던 ‘종손(즉 호주승계인)’ 우선의 관습 내지 관습법도 2005년 호주제도에 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그 후의 민법상의 호주제도의 폐지로 인하여 변경되었다고 본다. 둘째, 따라서 2008. 2.28.(2005헌바7) 헌법재판소에서는 ‘제사주재자’는 호주나 종손이 아니라 ‘실제로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서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들의 협의에 따라 정해진다고 판시하고 있다. 셋째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1990년대 이후에 주창되어 온 전술한 학설(김주수 외 이희배)에도 부합될 뿐만 아니라, 가족생활에서의 개인(의사)존중이념 내지 사적자치원칙에도 부합된다. 다. 제사주재자의 결정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본 판결이유에 대하여는 후술하는 입법론이 있기는 하지만, 과도적·잠정적으로 일단 타당하다고 이해된다. 그 이유는 첫째,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고 따라서 호적제도가 가족관계등록제도로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관습상 이른바 호주가 제사를 주재하고, 대개는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이른 바 과거의 호주승계인이 분묘 등의 소유권을 승계하는 경우가 아직은 보통일 것이다. 둘째, 위와 같은 국민의식이 거의 퇴조되었음이 의식조사연구 등으로 확인된 경우에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라류사건’ 제25조의 2(민법 제1008조의 3,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결정’)를 신설하면서 협의에 의하여 제사주재자의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이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리·판단하여 제사주재자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본 판결이유에 나타난, ‘종법사상’의 잔영인 장남(장손자) → 차남 → 장녀의 순위로 제사주재자가 되는 법리는 헌법상 가족정책이념에 따라 종국적으로는 바꿔져야 하겠기 때문이다. 3. 망인의 유체·유골의 승계원리 1) 본건 판결에서는 사람의 유체·유골은 제사용재산인 분묘와 함께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된다고 판시한다(다수의견). 이에 대해서는 유체의 귀속은 분묘의 귀속과 분리해 처리되어야 한다는 반대의견(소수의견: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이 있긴 하다. 그런데 민법은 분묘를 제사승계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누가 그 분묘를 설치하였느냐에 관계없이 제사주재자에게 속한다고 해석된다(대판, 1997. 9.5. 95다51182). 따라서 분묘의 본체인 유체·유골은 제사승계의 대상으로서 제사주재자에게 귀속된다는 이 판결이유는 타당하다. 2) 본건 판결에서는 피상속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에 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하고, 이는 제사주재자로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 제사주재자가 법률적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수 없다고 판시한다(다수의견). 이에 대하여는 제사주재가 정당한 이유 없이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변경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소수의견: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전수안)이 있다. 그리고 망인이 자신의 장례 기타 유체를 처리하는 것에 관하여 종국적인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한 경우에는 그 의사는 법적으로도 존중되어야 하며, 따라서 유체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분묘를 파헤쳐 인도청구를 할수없다는 반대의견(소수의견: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이 있다. 그런데 제사주재자라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변경하는 것까지는 허용될 수 없다고 이해되어, 이점에 관하여는 소수의견(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전수안)이 망자의 의사존중이념에 비추어 일리있다고 이해된다. 4.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의 의미 대법원의 2004. 1.16.(2001다79037) 전술한 선행판례에 비추어, 본 판결이유 중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의미에 관한 판결이유는 타당하다고 이해 된다. 다만 ‘장기간의 외국거주’ 외에도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한국국적을 상실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5. 맺는말-요약과 과제 1) 본 판결 이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2)민법제1008조의 3(금양임야·묘토의 제사주재자에의 승계규정)의 위헌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2008. 2.28.(2005헌바7), 합헌판결을 하였다(헌재판집, 제20권1집, 상, 2008). 3) 남은 과제로서는 본 판결 내지 본 판례연구의 결과, 즉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인들 간의 ‘제사주재자의 결정’ 등에 관한 논의의 결과는 선조의 분묘관리와 제사주재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도 유추 적용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라고 하겠다.
2009-02-05
채석허가에 따른 적지복구상의 산림소유자의 법적 지위
Ⅰ. 事實關係 (산림소유자인) 원고는 1986. 10.경 인천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8, 418, 418-2, 416 임야(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에 대한 채석허가명의자인 소외 김용으로부터 채석허가명의를 양도받은 후, 수 차례 연장허가를 받아 채석을 하여 오던 중, 1994. 8. 2. 채석허가 명의를 소외 창석개발주식회사로 변경하여 동 회사로 하여금 토석을 채취하게 하였다. 그 후, 원고는 위 창석개발주식회사의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자 1997. 2. 18. 피고(강화군수)로부터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토석채취 및 반출기간을 1997. 2. 18.부터 1998. 2. 28.까지로 하는 채석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원고는 1997. 2. 24. 소외 주식회사 서경산업과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채석허가명의를 변경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소외 효신개발주식회사와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전대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위 채석허가권을 효신개발에게 양도하였다. 해서 채석수허가자 명의가 효신개발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그 후 이사건 임야에 인접한 인천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7-1 임야의 소유자인 소외 김평겸이 피고에게 위 채석허가지의 토석채취 작업으로 인하여 위 인하리 산 467-1 임야에 소재한 분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피고는 1997. 7. 18. 효신개발에 대하여 부분적지복구를 명하였으나, 효신개발이 이를 계속 지연하던 중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었다. 위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될 경우 효신개발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의 승인을 받은 다음 적지복구공사를 시행하여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8. 10. 28. 복구설계서를 작성하여 효신개발에 대하여 적지복구를 명하였다. 그러나 효신개발이 다시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9. 3. 10. 위 채석허가자 명의변경신청 당시 효신개발이 예치하여 두었던 적지복구비 금 215,326,000원을 한국보증보험주식회사로부터 인출한 다음 효신개발이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적지복구를 대행하게 하기 위하여 효신개발에 사업시행자지정을 통보하였다. 그러자, 효신개발은 서경산업에 적지복구시행자의 지정을 위임하였고, 서경산업은 1999. 5. 17. 피고에게 소외 태궁임업주식회사를 적지복구시행자로 지정하여 보고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위 태궁임업에게 적지복구명령을 하면서 적지복구설계서의 제출을 명하자, 태궁임업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로부터 승인을 받은 다음 위 설계서에 따라 복구공사를 시행하였다. 그 후, 피고는 적지복구공사가 완료된 후 1999. 12. 17. 태궁임업으로부터 하자보증서 및 이행각서를 제출받은 후 적지복구준공통보를 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02. 5.경 위 태궁임업이 제출한 복구설계서는 당초 효신개발이 적지복구명령을 받은 부분을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에 의하여 승인을 받았고, 복구설계서에 따른 시공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복구준공통보가 되었다며 피고에게 위 태궁임업에 대한 복구설계서의 승인 및 복구준공통보(이하 ‘복구준공통보등’이라 한다)를 취소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02. 5. 24. 이를 거부하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다. Ⅱ. 判決要旨 국민의 적극적 행위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 산림법령에는 채석허가처분을 한 처분청이 산림을 복구한 자에 대하여 복구설계서승인 및 복구준공통보를 한 경우 그 취소신청과 관련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원래 행정처분을 한 처분청은 그 처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이 직권취소를 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해관계인에게 처분청에 대하여 그 취소를 요구할 신청권이 부여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처분청이 위와 같이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없이 한 이해관계인의 복구준공통보 등의 취소신청을 거부하더라도, 그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되지 않는다. Ⅲ. 問題의 提起 사안에서 원고가 ‘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해 직접적인 취소소송을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직권취소를 구한 다음 그 거부를 소송대상으로 삼았다. 즉, 기본적으로 3극관계를 바탕으로 원고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제3자(여기선 태궁임업)에 대해 일종의 행정개입(‘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한 직권취소)을 구한 것이다. 그 결과 사안에서 관건은 거부처분의 성립여부이다. 여기서 판례는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 이래 확고한 거부처분의 인정공식(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대상행위에 관한 신청권의 존재)에 의거하여 논증을 한 즉, 신청권의 결여로 거부처분의 존재를 부인한다. 사실 법원은 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대상적격성의 물음과 원고적격성의 물음을 混入시켜 그 자체론 후자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리고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경우에도 양자의 물음을 구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계시켜 논증하고 있다(참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두11455 판결 등). 거부처분을 신청권의 존재에 연계시킨 데 대해선, 행정법문헌상 심대한 비판이 가해진다. 그런 문제인식에서 대법원이 마련한 행정소송법개정안에선 나름의 개선방안이 강구되었다. 즉, 거부처분 및 부작위와 관련해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에로의 연계를 애써 단절하기 위해서, 거부행위를 단순한 ‘신청의 거부’에 초점을 맞추며(동개정안 제4조 제3호), 부작위의 개념정의에서도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삭제하였다(동개정안 제2조 제1항 제2호). 요컨대 신청권의 존재를 거부처분인정에 연계하든 전적으로 원고적격의 물음으로 보든, 여기서의 관건은 신청권의 존부 여부이다. 왜냐하면 거부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선 당연히 그 신청의 자격을 논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Ⅳ. 原告의 申請權의 存否에 관한 檢討 대상판결의 1심인 인천지방법원 2003.2.11. 선고 2002구합2448 판결은, “산림법의 입법목적이나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에 비추어 볼 때, 채석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복구비용을 예치하게 하고, 채석허가에 따라 형질변경된 산림에 대하여 채석허가자나 그 대행자로 하여금 복구설계서를 제출하게 하여 이를 승인하고, 복구준공검사를 하는 것은 채석허가에 따른 산림의 형질변경으로 인해 우려되는 낙석이나 토사유출 등 재해위험을 방지하고, 자연경관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일 뿐 산림의 소유자의 생명, 신체상의 위해나 재산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가사 복구설계서나 복구준공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산림의 소유자가 그 복구설계서의 승인이나 복구준공통보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법규상 또는 조리상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3.12.4. 선고 2003누4609 판결)과 대상판결이 그대로 따랐다. 산림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이 산림소유자와 같은 사인의 이익을 위한 보호규범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보호규범성의 부인을 바탕으로 신청권의 결여를 논증하였다. 이는 두 가지 측면(보호규범론과 행정개입청구권)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전자와 관련해선, 이들 복구관련 규정 자체의 사익보호성여부의 물음과는 별도로, 산림소유자가 과연 그 보호범주에 들어가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채석허가는 자연생태계의 현상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언상의 표현(허가)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예외적 승인에 가깝다. 그것의 금지지향적인 성격을 감안한 즉, 국토나 자연보전과 같은 공익은 물론 주민의 주거나 환경상의 이익과 같은 사익을 뒤로 물릴 수 있는 상황만이 그것의 발급을 정당화시킨다. 따라서 그 요건에서 주민의견의 수렴절차를 두고 있듯이(구 산림법 제90조의2 제6항 제3호),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와 관련한 제 규정이 전적으로 공익만을 보호한다는 것은 용인되기 어렵다. 즉, 인근 주민으로선 아무런 문제없이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준공통보등’을 다툴 수 있다(판례는 환경과 관련한 행정법규에 대해서 광범한 사익보호성을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두2970 판결 등). 문제는 산림소유자가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산림소유자가 채석허가명의자이자 적지복구책임자인 경우는 당연히 논외이지만, 채석허가의 양도에 따라 양자간에 분리가 일어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구 산림법시행규칙 제95조 제1항 제3호나 현행 산지관리법시행규칙 제24조 제1항 제3호는 공히 채석허가의 신청에 “산림의 소유권 또는 사용·수익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1부”를 요구한다. 따라서 채석허가는 기본적으로 산림의 소유권에서 비롯되지만, 동시에 허가명의변경을 통한 양도가 허용된다. 이런 법체계에서 산림소유자로선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와 관련해선 당연히 직접적 이해를 갖는다. 즉,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산림소유자도 포함된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상 산림소유자의 경우엔 인근주민보다 권리남용의 비난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가령 모순된 행위를 한다거나(禁反言의 원칙). 보호규범의 위반이 전체적으로 미미한 정도라서 보호할 만한 그 어떤 이익도 없음이 명백한 경우( “생트집금지”(Schikaneverbot))가 그에 해당한다(상세는 졸고, 建築法上의 鎭壓的 介入手段을 통한 隣人保護에 관한 小考, 공법연구 제29집 제3호 2001.5, 361면 이하). 행정개입청구권과 관련해선 우선 개입수권의 근거가 문제되지만, 개입의 방식이 행정행위의 취소인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 하다. 왜냐하면 위법한 행정행위를 취소함에 있어서 특별한 근거가 요구되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물음은 行政行爲의 廢止(취소·철회)에 따른 (광의의) 재심사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行政行爲의 廢止와 그에 따른 재심사는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며, 불가쟁력의 발생과도 무관하다. 오늘날 독일의 다수 경향은 주관적 공권과 그것의 요건에 관한 논의에 바탕을 두고서 (원고적격의 물음을 위한 단초로서의 의미만을 지닌)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성립을 당연히 인정하되, 주관적 공권상의 관련성을 그 요건으로 든다(Vgl. Kopp/Ramsauer, VwVfG, 8. Aufl., 2003, §48 Rn.51). 그들로선 재심사의무와 재심사청구권을 발생시키는 ‘재량영으로의 축소’가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지 여부가 주된 관심사다. 그리하여 선행 행정행위의 위법성만으론 취소·철회의무를 성립시키는 데 충분치 않고, 당초 결정의 유지가 전적으로 수인할 수 없는 경우에 그것이 인정되었다(BVerwG NVwZ1985, 265). 이와는 달리 우리의 경우엔 취소에 관한 신청권의 부재를 이유로 초입단계에서 이미 논의가 원천봉쇄되어 버린다. 신청권에 대해 실질적 권리(청구권)인양 과잉의미를 부여하면서, 상대방 등에게 (토지형질변경행위허가의) 철회·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이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7.9.12. 선고 96누6219 판결도 이를 웅변한다. 명문상으로도 그 같은 신청권이 존재할 가능성이란 殆無하다. Ⅴ. 맺으면서-拔本的 自己否定을 기다리며- 일찍이 필자는 새만금판결(大法院 2006.3.16. 2006두330판결, 서울고법 2005.12.21. 2005누4412판결, 서울행법 2005.2.4. 2001구합33563판결)을 두고서, 행정개입청구권의 법리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개입수권규정에 대한 접근에서 결과적으로 기왕의 입장(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누6219 판결; 1999. 12. 7. 선고 97누17568判決)에서 벗어났다고 호평하였다. 아울러 行政介入請求權과 行政行爲의 再審의 法理에 관한 단초가 제공되는 모멘텀이 마련됨으로써, 행정법이론의 패러다임에 결정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 예측하였다(상세는 졸고,「行政介入請求權의 認定과 관련한 法的 問題點에 관한 小考」, 저스티스 제86호, 2005.8., 216면 이하;「새만금간척사업判決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338호, 2005.2.14.; ‘새만금판결’의 행정법적 의의에 관한 소고, 법률신문 제3456호, 2006.5.18.). 그러나 行政行爲의 再審 및 行政介入請求權의 法理를 원천 부정하는 셈인 96누6219 판결과 97누17568 판결을 적시하여 참조한 대상판결은, 이런 기대를 부질없게 만든다. 심지어 새만금판결조차도 법원의 용기있는 자기부정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일회적인 자기일탈의 소산으로 여겨진다. 이런 난맥의 초기조건은, 바로 거부처분 및 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의 문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음에 있다. 설령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더라도, 신청권에 관한 기왕의 이해가 拔本的으로 바뀌지 않고선, 그것을 통한 권리보호의 효과는 별반 크지 않다. 왜냐하면 어제의 법원이, 오늘의 법원일 뿐만 아니라, 내일의 법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론, 수범자이론, 보호규범이론에 관한 전향적이고 세심한 고찰을 바탕으로 한, 원고적격에 관한 새로운 이해가 절실하다.
2007-06-18
공소장변경과 공소시효만료여부의 계산
Ⅰ. 사안 검사는 ‘피고인이 1995년 7월 하순 무렵 한 병원 지하 문서고에 들어가 병록 지 22매를 절취하였다’는 내용을 공소사실로 하여 2000. 2. 20.(범죄행위시로부터 약 4년 7월 경과) 피고인에 대하여 절도죄(법정형이 6년 이하이므로 공소시효는 5년이다. 형법 제229조,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4호)로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항소심 계속 중인 2001. 3. 21.(범죄행위시로부터 약 5년 8월 경과)에 이르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종전의 절도죄에서 ‘피고인이 1995년 7월 하순 무렵 한 병원 지하 문서고에 들어가 건조물에 침입하였다’는 내용의 건조물침입죄(법정형이 3년 이하이므로 공소시효는 3년이다. 형법 제229조,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5호)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자, 항소심 법원은 2001. 3. 22.(범죄행위시로부터 약 5년 8월 경과)에 열린 제4회 변론기일에서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후 공소장 변경을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제1심판결을 파기한 다음 변경된 공소장기재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이 상고하였다. Ⅱ. 재판요지(파기자판) ⓐ 공소장 변경이 있는 경우에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는 당초의 공소제기가 있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고 공소장 변경시를 기준으로 삼을 것은 아니지만(대법원 1982. 5. 25. 선고 82도535 판결, 1992. 4. 24. 선고 91도3105 판결 등 참조), ⓑ 공소장변경절차에 의하여 공소사실이 변경됨에 따라 그 법정형에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법정형이 공소시효기간의 기준이 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 공소제기 당시의 공소사실에 대한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면 공소제기 당시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으나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면 공소제기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공소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 (중략) 피고인에 대한 변경된 공소사실인 건조물침입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이어서 범죄행위의 종료일로부터 3년의 기간이 경과하면 그 공소시효가 완성됨이 명백한 바(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5호), 피고인에 대하여 건조물침입의 범죄행위가 종료된 때로부터 3년이 훨씬 지난 2000. 2. 20.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이 사건 공소 제기 당시 변경된 공소사실인 건조물침입죄에 대하여는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이다. (중략) 검사의 항소이유는 제1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것이나 ⓓ 검사가 원심에 이르러 피고인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함으로써 심판의 대상이 달라지게 되어 제1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를 파기하기로 한다. Ⅲ. 평석1. 판례의 취지: 본 판결과 종래의 3개의 판결(1981.2.10. 선고 80도3245 판결 사기, 배임 공1981, 13706; 1982.5.25. 선고 82도535 판결 간첩, 일반이적, 반공법위반, 국가보안법위반 공1982, 623; 1992.4.24. 선고 91도3105 판결 분묘발굴, 매장및묘지등에관한법률위반 공1992, 1770)은 모두 “ⓐ 공소장 변경이 있는 경우에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는 당초의 공소제기가 있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그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더욱이 본 판결의 재판요지 ⓓ 부분에서 언급되고 있듯이 공소사실이 변경되면 심판의 대상은 변경후의 ‘공소장기재 공소사실’(이하 ‘공기실’로 약칭함)이 될 터인데 왜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는 ‘새롭게 심판의 대상으로 등장한 공소장 변경시’가 아니라 ‘당초의 공소제기가 있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므로 차후의 분석을 진행하기에 앞서 이 두 가지 의문을 좀 더 분명히 밝혀 볼 필요가 있다. “ⓒ 공소제기 당시의 공소사실에 대한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면 공소제기 당시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으나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면 공소제기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공소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2001년의 본 판결에 주목하고 여기에 종전의 3개의 판결내용을 더하여 분석하면 대법원의 의도는 다음과 같은 것으로 이해된다. 1954년에 제정된 신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방어권강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당사자주의를 대폭 도입하고 그 일환으로 공소장변경제도를 도입하였으므로 이제 심판의 대상은 공기실(공소장기재 공소사실)로 설정하여야 한다. 만약 공소장변경으로 공기실이 변경되면 ‘변경후의 공기실’이 심판의 대상으로 전면(前面)에 부상(浮上)한다. 따라서 소송조건의 존부는 원칙적으로 변경후의 공기실을 대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재판요지 중 ⓑ의 부분이 이점을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공소장 변경이 있는 경우에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는 당초의 공소제기가 있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 부분의 판시는 도대체 무슨 뜻인가? 이것은 ‘변경전의 공기실’(당초의 공기실)에 대한 공소제기의 효력, 특히 공소시효진행정지의 효력(법 제253조 제1항)이 ‘변경후의 공기실’에 대하여도 미치므로 변경후의 공기실에 대한 공소시효만료여부는 ‘공소시효의 기산점인 범죄행위 종료시로부터 기소시’까지를 계산(이른바 기소시 기준설)하면 되고 ‘공소시효의 기산점인 범죄행위 종료 시로부터 변경시’까지를 계산할 것(이른바 변경시 기준설)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 공소장 변경이 있는 경우에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는 당초의 공소제기가 있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다소 애매한 표현의 정확한 의미는 바로 ‘기소시에 발생하는 공소시효진행정지의 효력은 변경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서뿐만 아니라 변경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도 미친다’는 취지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판례의 입장은 ‘심판의 대상론’과 관련이 있음에 틀림없다. 만약 그렇다면 어떤 ‘심판의 대상론’에 기울어진 입장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2. 심판대상론과의 관련성: 심판의 대상에 관한 공소사실대상설과 소인대상설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검토하여 한국 대법원이 심판대상론에 임하는 입장을 가늠하여보자. 현행법상의 심판의 대상에 관하여 구법시대와 같이 공소사실대상설을 취하면 소송계속(訴訟繫屬)되는 것은 공소사실이기 때문에 공소의 제기가 있은 후 공소사실이 변경되어도 ‘변경전의 공기실’(최초의 공기실)과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있는 전범위(이른바 실체개념으로서의 ‘공소사실’)에 걸쳐 공소시효진행정지의 효력이 미친다. 예를 들어 변경전의 공기실이 절도이고 변경후의 공기실이 단순횡령인 경우 범행종료시로부터 단순횡령으로 변경시까지의 기간을 계산하면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어도 절도에 대한 공소제기로 발생한 시효진행정지의 효력은 절도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단순횡령에 대하여도 미치므로 변경후의 공기실인 단순횡령에 대한 공소시효만료여부는 범행종료시로부터 절도에 대한 공소제기시까지만 계산(기소시 기준설)하면 되고 범행종료시로부터 변경시까지 계산할 필요가 없다. 다음에 순수한 소인(訴因)(현재의 공기실)대상설의 입장에 서서 이 문제에 접근하여 보자. ‘공소제기의 효력’(시효진행정지의 효력은 그 일부이다)이 미치는 것은 소송계속 된 당해 소인에 한정된다. 이 설에 의하면 공소장이 변경되면 변경후의 공기실에 대하여 새로 공소가 제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게 된다. 따라서 변경전의 공기실에 대한 시효진행정지의 효력은 변경후의 공기실에까지 미치지 아니한다. 공소장변경으로 새로운 심판의 대상으로 부상한 변경후의 공기실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는지 여부는 범행종료시로부터 새로운 심판의 대상이 등장한 시기, 즉 변경시까지를 계산하여 판단(변경시 기준설)하여야 한다. 소인대상설론자가 과연 이렇게 주장할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순수한 소인대상설의 이념형은 논리구조상 위와 같이 주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면 이제 한국 대법원의 심판대상론은 어떤 것인지를 음미하여 보자. 3. 판례설의 음미: 공소사실이 변경되면 ‘변경된 공소사실(변경후의 공기실: 필자)에 대한 법정형(이른바 법정형설)이 공소시효기간의 기준이 된다’는 재판요지 ⓑ 부분은 소인(정확히는 공기실)대상설에 기울어진 판시이다. 그러나 ‘기소 시에 발생하는 공소시효진행정지의 효력은 변경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서뿐만 아니라 변경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도 미친다’는 재판요지 ⓐ 부분의 판시는 다시 구법시대의 공소사실대상설의 사고방식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여기서 심판대상에 관한 한국판례의 입장을 “(현재의) 공기실은 현실적 심판의 대상이고 현실적 심판의 대상과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부분은 ‘잠재적 심판의 대상’”이라고 보는 이원설로 분석(예를 들어 이재상, 『형사소송법(제5판)』(박영사, 1996), 379쪽)할 소지가 생긴다. 그러나 재판요지 ⓒ 부분의 판시는 ‘잠재적 심판의 대상론’의 면모를 손상시키는 내용의 것이다. 왜냐하면 ⓒ 부분의 판시는 결과적으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부분(변경후의 공기실)은 잠재적으로도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 부분의 논증은 ‘변경후의 공소사실만을 놓고 공소시효완성여부를 따져 볼 때 최초의 기소시점에서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태라면 공소시효진행정지의 효과를 부여할 대상이 이미 소멸하였으므로 수소법원으로서는 면소판결을 선고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취지인데 그 논증 속에는 이미 ‘변경후의 공기실’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으므로 ‘소인(정확히는 공기실)대상설’의 면모가 풍기고 있다. ⓐ 부분의 판시에서 드러나듯이 ‘판례가 심판의 대상에 관하여 이원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필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분석의 유효성이 점차 희석화되고 있는 실정에 있다’는 점이다.
2002-02-21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