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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장개설의무와 CISG상 본질적인 계약위반의 의미
I. 대법원 2013.11.28. 선고 2011다103977 판결의 요지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에 의하면, 매수인은 계약과 협약에 따라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제53조),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에는 그 지급을 위하여 계약 또는 법령에서 정한 조치를 취하고 절차를 따르는 것이 포함된다(제54조). 그리고 당사자 일방의 계약위반이 그 계약에서 상대방이 기대할 수 있는 바를 실질적으로 박탈할 정도의 손실을 상대방에게 주는 경우 이는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되며(제25조), 매도인은 계약 또는 협약상 매수인의 의무 불이행이 본질적인 계약위반으로 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제64조 제1항 제(가)호]. 따라서 협약이 준거법으로 적용되는 국제물품매매계약에서 당사자가 대금의 지급을 신용장에 의하기로 한 경우 매수인은 계약에서 합의된 조건에 따라 신용장을 개설할 의무가 있고, 매수인이 단순히 신용장의 개설을 지체한 것이 아니라 계약에서 합의된 조건에 따른 신용장의 개설을 거절한 경우 이는 계약에서 매도인이 기대할 수 있는 바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서 협약 제25조가 규정한 본질적인 계약위반에 해당하므로, 매도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II. 판결의 의미와 쟁점사항 1. 판결의 의미 체약국의 숫자로부터 알 수 있듯이(2014년 4월 1일 현재 80개국) 국제상사에 관한 국제통일법으로서 가장 성공적인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이하 '국제물품매매협약'이라고 한다)이 우리나라에서 2005년 3월 1일 발효되었다. 이 협약의 적용대상이 되는 국제물품거래에 대하여는 특정 국가의 법이 아니라 위 협약이 우선 적용된다. 대상판결은 위 협약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쟁점사항 국제물품매매협약에서는 계약위반에 따른 구제방법을 매도인이 계약위반한 경우의 구제방법(제45조 내지 제52조)과 매수인이 계약위반한 경우의 구제방법(제61조 내지 제65조)으로 나누고,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모두 공통되는 구제방법(제5장)을 규정하고 있다. 구제방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손해배상청구, 이행청구, 대체물지급청구, 계약해제가 있다. 이 중 대상판결에서는 계약해제가 쟁점이었는데, 매수인이 합의된 조건에 따라서 신용장을 개설하지 아니한 것이 '본질적인 계약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의 이유 및 결론이 정당한지 검토해 보도록 한다. III. 본질적인 계약위반(fundamental breach)의 의미 1. 규정내용 국제물품매매협약 제64조에서는 매수인에게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있는 경우에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제25조에서는 본질적인 계약위반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 일방의 계약위반은, 그 계약에서 상대방이 기대할 수 있는 바를 실질적으로 박탈할 정도의 손실을 상대방에게 주는 경우에 본질적인 것으로 한다. 다만, 위반 당사자가 그러한 결과를 예견하지 못하였고, 동일한 부류의 합리적인 사람도 동일한 상황에서 그러한 결과를 예견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우리 민법에서는 계약해제사유로 이행지체와 이행불능을 규정하고, 판례(대법원 1994.4.12. 선고 93다45480,45497 판결 등)는 불완전이행을 계약해제사유로 인정하고 있어서 우리에게 본질적인 계약위반이라는 요건은 생소하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해석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 규정내용의 기초적 해석 (1) 국제물품매매계약에서 계약해제의 엄격성 국제물품매매협약 제74조에서는 사소한 계약위반이더라도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하고 있지만, 제49조 및 제64조에서는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계약해제를 허용한다. 국제물품매매거래에서 매수인과 매도인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결과, 일반적으로 매수인은 샘플만 보고서 구매를 결정하고 실제로 인도받을 물품에 대한 검사는 물품이 목적지에 도착하고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만일 물품에 사소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물품의 반송을 위하여 불필요한 운송을 다시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매수인이나 매도인은 매매계약 후 가격이 변동하면 사소한 하자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자 하는 유혹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국제물품매매협약에서는 손해배상을 통하여 손쉽게 구제될 수 있는 사소한 하자에 대하여는 계약해제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본질적인 계약위반'이라는 엄격한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계약해제를 허용하고 있다. (2) 본질적인 계약위반의 의미 국제물품매매계약에서 계약해제의 엄격성을 고려하면 원칙적으로 계약의 해제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독일연방법원(clout 171)도 이러한 점을 확인하면서 매수인이 하자있는 물건을 사용할 수 있거나 재판매를 할 수 있다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제25조의 규정으로부터 좀 더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도출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가) 당사자의 합의: 계약에서 해제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위반은 본질적인 계약위반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당사자의 합의는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계약의 전반적 내용과 문구 및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 등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나) 계약위반의 결과: 계약위반의 결과 상대방에게 발생하는 금전적 손해가 중대하거나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면 본질적인 계약위반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부수적 의무의 위반이라도 당사자에게 중대하다면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될 수 있다. (다) 이행불능: 이행불능이 객관적으로 확실하다면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될 것이다. (라) 이행의사의 부재: 채무자가 이행을 명시적으로 거절하고 있거나 이행지체에 따라 이행통지를 하였지만 이행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채무자에게 이행의사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된다. (마) 하자치유의 제공가능성: 협약 제48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하자의 치유가 가능하고, 이러한 하자치유가 합리적 기간 내에 가능하며, 상대방에게 불합리한 불편을 끼치지 아니한다면 본질적인 계약위반이라고 보기 힘들다. IV. 신용장의 개설과 본질적인 계약위반 1. 매수인의 신용장 개설의 지연 환율이 극심하게 변동하는 경우와 같이 대금지급 시기가 예외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경우가 아니라면, 매수인이 대금지급을 지연하더라도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되지 아니할 것이다. 그러나 신용장 개설의 지연은 다른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신용장은 대금지급의 수단이기 때문에 매도인으로서는 신용장을 개설받기 전에 물건을 제작하거나 선적준비를 하지 아니할 것이다. 그리고 매도인과 매수인이 신용장 개설시기에 관하여 합의한 것은 매도인에게 선적준비기간을 수여하기 위한 것이므로 신용장 개설이 지연된다는 것은 매도인에게 수여된 선적준비기간을 단축시키는 결과도 가져온다. 이러한 점에서 대금지급수단으로서의 신용장개설이 지연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질적인 계약위반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에서 매수인이 신용장 개설을 지체하는 것은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한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2. 합의된 조건에 따르지 아니한 신용장 개설 매도인과 매수인이 각 다른 국가에 존재하여 동시이행을 확보하기 힘든 국제물품매매계약에서 신용장은 동시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매수인이 거래은행을 통하여 매도인에게 신용장을 개설하면 매도인은 선적 후 개설은행에 신용장에 기재된 선적서류 등을 제시하여 신용장대금을 지급받고, 매수인은 매도인이 제시한 선적서류 등을 통하여 물품을 수령 및 통관할 수 있으므로 국제물품거래에서의 동시이행이 확보된다. 신용장에 대금지급의 조건으로 기재된 서류들은 매수인과 매도인이 합의하여 결정하는데, 기본적으로 매수인이 물품을 수령하고 통관하는데 필요한 서류라는 점에서 매수인의 이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매수인이 합의된 조건을 변경한다면 매도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매수인이 임의로 신용장 조건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대상판결에서 피고는 당사자의 합의에 부합하는 신용장을 개설하지 아니하고 40피트 컨테이너 포장, 환적(transshipment) 불허, 피고에 의하여 지정된 자가 발행한 검사증명서, 비유전자변형생물체 증명서 등으로 조건을 변경하였다. 컨테이너가 커지면 운송료가 증가하고 포장방법에 변화가 발생하므로 매도인에게 불리하고, 직항선이 없거나 컨테이너와 같은 복합운송의 경우에 환적이 필요하므로 환적을 불허하는 것은 매도인에게 불리하다. 무엇보다 피고에 의하여 지정된 자가 발행한 검사증명서를 조건으로 하면 피고의 의사에 따라서 검사증명서가 발급되지 아니할 수 있으므로, 매도인은 신용장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즉, 피고가 대금지급의무를 불이행할 가능성이 있다. 위와 같은 중대한 계약위반에 대하여 원고가 합리적인 부가기간을 정하여 그 수정을 요구하였음에도 피고가 이를 거절한 이상 피고에게 의무이행의 의사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에게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인정되고 대상판결의 결론에 찬성한다. V. 끝내기 원고의 계약해제를 인정한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본질적인 계약위반'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아니한 점, 신용장 개설지연이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아니란 취지의 판시를 한 점 및 신용장 조건인 서류가 당사자에게 어느 정도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지 설시하지 아니하고 본질적인 계약위반을 인정한 점에 대하여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4-06-16
태업시에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
1. 사건의 경위 가. 피고 회사를 인수한 A회사는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기 전에 B회사와 자산(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피고 회사는 그 사실을 노동조합에 알리지 않았다. 나. 노동조합은 추후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되어 피고 회사에 고용보장, 노동조합 및 근로조건의 승계 등에 관한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그 사이에 조정절차와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를 모두 거쳤다.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2007. 7. 18.부터 같은 해 9. 18.까지 39일 동안 '고품질 운동'이라는 명목으로 조합원들의 일부 또는 거의 전부(7~63명)가 태업(하루 1.8~8시간)을 하였고, 같은 기간 중 6일 동안 하루 2시간 이상 파업을 하였다. 위와 같은 쟁의행위가 이루어진 기간 동안 피고 회사의 생산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약 10%에 그쳤다. 다. 피고 회사는 위 쟁의행위 기간 중 및 그 이후에 위 기간 사이의 급여를 지급함에 있어서 근로자별로 태업 시간에 해당하는 시급을 산정하여 그 시급만큼을 공제한 급여를 지급하였다. 피고 회사는 노조전임자에 대해서도 노조원들의 평균 태업시간을 적용하여 그 시급만큼을 공제한 급여를 지급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근로를 불완전하게 제공하는 형태의 쟁의행위인 태업(怠業)도 근로제공이 일부 정지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 ▲근로를 불완전하게 제공하는 형태의 쟁의행위의 일종인 태업의 경우 임금의 감액수준은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정한 바가 없다면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여 산정함이 타당하지만, 각 근로자별로 측정된 태업시간 전부를 비율적으로 계산하여 임금에서 공제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 ▲일반 조합원들이 태업으로 임금을 공제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급여를 전액 지급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의 감액수준은 개개 일반조합원마다 임금 삭감액이 다르고 노동조합 전임자들이 태업을 기획·주도하였으므로 전체 조합원들의 평균 태업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3. 쟁점에 대한 검토 가.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 (1) 쟁의행위시의 임금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이를 규정하거나 그 지급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나 관행이 있지 않는 한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쟁의행위 기간 동안에는 근로제공의무와 대가관계에 있는 근로자의 주된 권리로서의 임금청구권은 발생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5. 12. 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른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44조 제1항에는 그런 내용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2) 그러나 태업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법 제44조 제1항이 근로를 전부 제공하지 않는 파업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태업은 근로자들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단결하여 노무제공은 계속하되 의식적으로 작업능률을 저하시키는 쟁의방법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근로제공은 계속하되 근로의 양 내지 질을 줄이거나 저하시켜 사실상 사용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태업시 근로는 불완전하게 제공된다. 이처럼 근로가 불완전하게 제공된 것을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3) 그에 대해 대상판결은 태업의 경우 '근로제공이 일부 정지'된 것이라고 보아 태업에 대해서도 위 조항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즉, 근로가 불완전하게 제공된 것과 일부 제공되지 않은 것을 동일하게 본 것이다. 그러나 근로의 불완전 제공과 일부 제공은 외연상 엄연히 다른 것이고, 위 조항에도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경우에 대한 내용만 명시되어 있으며, 쟁의행위는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단체행동권'의 한 유형에 해당하여 그에 관한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어서는 안 되므로, 대상판결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나.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될 경우 임금의 감액 범위 (1) 태업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 임금의 감액 범위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태업의 경우에는 '근로가 불완전하게 제공'되는 것이고 대상판결에 의하더라도 근로가 '일부 제공되지 않은 것'인데 그럴 경우 어느 정도의 임금을 감액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은 없다. (2)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는 태업을 한 근로자의 임금 삭감 비율은 계약상 요구되는 노무를 이행하지 않은 비율로 산정되어야 하고, 노무를 이행하지 않은 비율은 개별 근로자별로 평상시에 해야 할 노무의 질·양에 비추어 어느 정도 불이행(불완전이행)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菅野和夫, 西谷 敏 등). (3) 대상판결은 태업의 경우 임금의 감액수준은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정한 바가 없다면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여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보아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태업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된다고 본다면 이와 같이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4) 그런데 대상판결은, 협동 작업을 하는 업무수행의 방법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 정도를 산정할 수 없어 전체적인 생산성의 저하를 기준으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 정도를 따질 수밖에 없다고 밖에 없다고 전제한 후, 근로자들의 월별 태업시간은 총 노동시간의 20% 내지 66%인 데 비하여 그 기간 동안 생산성 하락 비율은 약 75% 내지 90%에 이르고, 태업으로 인한 생산 감소량을 기준으로 하여 개별 근로자의 태업시간 비율로 계산된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보다 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개별 근로자의 태업시간 비율로 계산된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근로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근거로 태업시간 동안 제공한 근로의 불완전성의 정도는 그 태업시간 전부에 해당하는 100%라고 보았다. 그에 따라 피고 회사가 각 근로자별로 측정한 태업시간 전부를 시급으로 환산하여 임금에서 공제한 것이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5) 그러나 대상판결의 위와 같은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먼저, 근로자들은 파업이 아닌 태업을 했는데도 파업을 한 것과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목적이나 수행방식에서 엄연히 다른 태업과 파업의 차이를 무시한 것이다. 다음, 근로자들은 불완전하게나마 근로를 제공했는데도(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근로를 일부 제공했는데도) 그에 대한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 다음, 사용자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데(법 제3조), 생산 감소량을 기준으로 태업 시간 동안 제공한 근로의 불완전성이 100%라고 판단하는 것은 근로자들에게 우회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 되어 법의 취지에 반한다.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해도 법원은 여러 자료를 통해 그에 대한 판단을 하였어야 하고 정 그런 판단을 할 수 없었다면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일률적으로 50% 미만의 임금을 공제하는 등)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다. 전임자의 급여를 감액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및 타당하다고 볼 경우 감액 수준 (1) 태업을 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공제하는 경우 그 태업을 주도한 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도 공제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상판결은, 파업의 경우와 동일한 취지로(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0721 판결 참조)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급여를 전액 지급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감액수준은, 일반조합원들이 태업으로 인하여 그 태업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이 감액되는 이상 노동조합 전임자인 위 원고들 역시 그에 상응하는 비율에 따른 급여의 감액을 피할 수 없으므로 전체 조합원들의 평균 태업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노동조합 전임자는 애초부터 쟁의행위 등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그 쟁의행위가 불법이 아닌 이상 그런 역할을 했다고 해서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단체협약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단체협약에 따라 급여를 지급한 결과 노동조합 전임자가 일반조합원보다 더욱 유리한 처우를 받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형평성 문제는 노동조합 내부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지 사용자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 (3) 따라서 대상판결은 노동조합의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형식적 균형을 중시한 것으로서 단체협약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4. 결론 대상판결은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과 태업시 임금 공제의 범위는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여 산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는 태업시 근로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부담의 정도를 정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상판결은 생산 감소량을 기준으로 태업 시간 동안 제공한 근로의 불완전성이 100%라고 판단하였는데, 근로의 불완전성의 정도는 향후 구체적인 사안별로 다시 산정되어져야 할 것이다. 태업이 있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의 공제를 인정한 것은 파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측면이 크므로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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