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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대통령은 어떤 사유로 탄핵되는가
I.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대통령 탄핵사유 1. 국회는 2016년 12월 9일 국회의원 234인의 찬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박 대통령'이라 함) 탄핵소추를 의결하면서 헌법위반 5개항, 법률위반 8개항을 소추사유로 삼았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의 공익실현의무 위반과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최순실(결정문에서는 개명 후 이름 '최서원'을 사용함)에게 국정에 관한 문건들이 유출되도록 지시·방치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탄핵사유로 인정했다. 여기서 공익실현의무 위반은 대통령이 최순실 추천 인사를 다수 공직에 임명했고 이렇게 임명된 공직자들이 최순실의 이권추구를 돕는 역할을 했으며, 기업의 자금 출연으로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를 설립하도록 지시하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출연을 요구했다는 점 등이다. 그리고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는 대통령이 직접 또는 경제수석비서관을 통해 기업에 출연 요구를 한 것은 단순한 의견제시나 권고가 아닌 구속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기업의 사적자치 영역에 간섭하여 기업경영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2.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 대통령'이라 함) 탄핵사건 결정 이래로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이나 법률 위배'외에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을 요한다고 판시해 오면서, 이 사건 결정 말미 '피청구인을 파면할 것인지 여부의 판단'에서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重大)한 법 위배행위'라고 결론지었다. 헌법재판소가 이런 결론을 내린 논증과정에서의 대전제는 앞부분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 논증의 다음과 같은 판시이다. 즉,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하는 것으로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등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해악이 중대하여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는 것이다(노 대통령 탄핵사건의 선례 인용 판시임). 헌법재판소는 '중대성'을 이렇게 이해하고 그 판단 기준으로 탄핵심판이 헌법을 수호하는 제도라는 관점과 파면결정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한다는 관점을 들었다. 앞의 관점에서는 파면결정을 통해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파면이 정당화되고, 뒤의 관점에서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박탈해야 할 정도로 대통령이 법 위배행위를 통해 국민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탄핵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II. 대통령 탄핵사유로서의 권한남용과 중대성 1. 1948년 제헌국회 헌법기초위원회에서는 당초 의원내각제 채택이 유력하다가 대통령제로 변경됐는데 탄핵제도도 함께 도입됐다. 대통령, 부통령, 국무총리 등 고위공직자가 직무수행에 관하여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배한 때가 탄핵사유였다. 현행 헌법과 비슷한 내용이다. 대통령의 권한행사정지조항은 1960년 헌법 개정으로 들어갔다. 탄핵소추결의를 받으면 탄핵판결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는 내용의 희귀한 입법은 현행 헌법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럼 이러한 헌법조항에 따라 대통령이 직무수행과 관련해 여하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를 저지르기만 하면 탄핵·파면이 가능한가? 결론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중대성' 법리에 따르면 말이다. 2. 중대성 논증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어야 한다는 중대성 법리의 근거로 그렇지 않다면 사소한 법 위배에 대해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결론이 되어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을 요구하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됨을 들었다. 살피건대, 위와 같은 논증 외에 헌법재판소의 위 판시대로 대통령 탄핵이 선거를 통해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의 임기 내 박탈로써 이로 인해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등 국가적인 큰 손실이 초래되는 관계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근거로 삼을 수 있겠다. 대통령 탄핵의 절차나 요건 면에서의 '엄격성'은 탄핵사유의 면에서의 '중대성'과 연결되는 것으로 중대성은 탄핵소추에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엄격성의 실체적 측면으로 보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엄격성과 중대성의 논거로 위 이유와 더불어 우리 헌법의 권력분립의 체계 하에서 대통령이 헌법질서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 역할의 중대성을 근거로 드는 것 역시 설득력이 있다. 3.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 기준 문제는 중대성 판단의 기준인데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탄핵심판이 헌법수호 제도라는 관점과 대통령 파면은 국민 신임의 박탈이라는 관점에서의 중대성이다. 앞의 관점에서 핵심은 헌법질서다. 헌법재판소 판시가 '헌법'과 '헌법질서'를 혼용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헌법질서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두 기둥으로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새겼다. 헌법질서를 수호할 책무를 가진 대통령은 헌법질서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 역할이 중대하기 때문에 헌법질서를 파괴하거나 파괴하려고 하는 경우 그 해악은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헌법질서에 손상을 끼치는 대통령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탄핵사유로서의 '헌법이나 법률 위배'에서의 '위배'는 정당해산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것처럼 법 조항의 단순한 '저촉'이 아니라 헌법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로 새길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의 '위배'는 당연히 중대하겠다. 또 한 가지는 대통령 탄핵을 '헌법이나 법률 위배'라는 규범적인 시각에서만 볼 경우 대통령이 국민 직선제로 선출되어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부여받은 대의민주기관임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인바, 이 때문에 선거를 통해 부여된 ‘국민 신임 박탈 관점의 중대성’이라는 또 다른 관점의 중대성이 대두된다. 대통령 탄핵에 있어서의 중대성을 이렇게 다층적·입체적으로 이해하면, 노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앞서 본 두 가지 관점 중 하나에만 해당하면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은 옳지 않다. 중첩적인 것으로 봄이 옳다(중첩적 중대성). 4. 대통령의 권한남용 탄핵제도, 특히 대통령제 국가에서의 대통령 탄핵제도는 탄핵이 국가권력에 대한 통제,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질서를 유지하는 제도라는 헌법이론의 틀과 대통령제 헌법질서에서 최고 권력자(대통령)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차원을 벗어나 언제나 이를 확장적으로 행사하려는 경향성을 보였다는 헌법현실의 경험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권력자가 권력분립의 경계를 넘어 다른 부의 권한을 침범하거나 권한 범위 내의 권력 행사일지라도 지지자나 지지층의 부분 이익의 추구 또는 반대자나 반대파 탄압 등의 부당한 동기로 권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기 때문이다. 탄핵은 비록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초래 등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자를 헌법질서에서 제거함으로써 헌법(질서)을 수호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권력분립원칙 위반과 권력의 일탈·남용 문제는 대통령 탄핵의 단골 사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권력분립의 도그마틱은 입법부 국회가 3분의 2 다수로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사유의 인정이라는 실체 판단은 물론이고 절차 진행의 측면에서도 입법부, 행정부의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는 적법절차(due process)를 요구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의결이 되면 대통령 권한행사가 정지돼 버리는, 찾아보기 드문 헌법조항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재판이니 더더욱 말이다. III. 미국 대통령 탄핵사유 미국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탄핵의 사유로 대통령 권력남용이 문제되고 있는바 미국 연방헌법상 탄핵사유는 반역, 수뢰, 기타 중대한 범죄와 비행(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이다. 1787년 미국 연방헌법 제정과정에서 헌법제정의 아버지들은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 이론을 바탕으로 권력 간의 엄격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대통령제 공화국 시스템을 만들어 내면서 탄핵제도도 함께 규정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연방국가 미국의 최고 행정관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하여 제왕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다만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정지시킬 것인지 여부도 헌법제정과정에서 논의되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이었다(우리는 1980년 헌법 개정으로 명시됐음). 1998년 12월 하원의 탄핵소추의결을 받은 클린턴 대통령이 1999년 2월 상원에서 탄핵기각결정을 받을 때까지 백악관에서 정상적으로 집무한 이유다. 향후 미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고 상원이 탄핵심판하게 된다면 우리 헌법재판소 결정을 마땅히 참고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 탄핵 인용과 기각의 양 경우가 상세한 이유와 함께 설시된 최근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날이 오면 말이다. 김진욱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연구원 교수부)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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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
재판관
대통령탄핵
김진욱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연구원 교수부)
2019-10-28
'적법절차원리' 행정법의 일반원칙인가
I. 사실관계 원고는 전 기록관리비서관 내지 대통령기록관장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하여 노 전 대통령의 퇴임 무렵 대통령기록물 관리시스템인 'e지원시스템'에 있는 대통령기록물을 별도의 시스템에 복사한 다음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 위 퇴임 후 기록물 활용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함으로써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 제2항 제1호를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2008. 7. 24. 고발되자, 피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 다음날인 2008. 7. 25. 원고에 대하여 직위해제 및 행정안전부로의 인사발령 조치를 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요지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 행정절차법령 규정들의 내용을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절차법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보면,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관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그 전부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이나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처분의 경우에만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해당하는 별정직 공무원에 대한 직권면직 처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III. 평석 행정절차법과 동법 시행령이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 동법시행령 제2조 제3호), 침해되는 당사자의 법적 이익이나 행정처분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행정절차법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거치지 않는 직권면직처분이 위법하다는 대상판결의 의미를 새삼 주목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대법원은 행정절차법령의 형식적인 적용배제에도 불구하고 처분의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불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공무원 인사관계상의 처분 전체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원칙적으로 배제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이익한 법적 효과를 야기하는 처분의 경우 국가 공행정 작용의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을 실현하기 위하여 상대방에 대한 사전통지와 의견청취는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 적법절차원리가 행정법 관계에서 가지는 함의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적법절차원리를 강조한 대상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대법원은 2007년 진급낙천처분취소청구사건(대법원 2007.9.21. 선고 2006두20631 판결)에서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대해 행정절차법령이 그 적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있으나, 군인사법령에 의하여 진급예정자명단에 포함된 자에 대하여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진급선발을 취소하는 처분을 한 것이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일정한 처분에 대하여 행정절차법령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불이익 처분의 경우 적법절차원리가 일종의 강행규범으로서 이에 위반한 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심사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법리는 대법원이 2012년 가산세부실 납세고지에 대해 내린 판결(대법원 2012.10.18 선고 2010두1234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그 정점을 이루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소송절차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행정작용에서도 준수되어야 하므로, 그 기본 정신은 과세처분에 대해서도 그대로 관철되어야 하며, 그 기본 원리가 과세처분의 장면이라고 하여 본질적으로 달라져서는 안 되는 것이고 이를 완화하여 적용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가산세는 비록 본세의 세목으로 부과되기는 하지만, 그 본질은 과세권의 행사와 조세채권의 실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세법에 규정된 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한 납세의무자 등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행정상 제재라는 점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은 더 강하게 관철되어야 하므로 가산세 부과처분이라고 하여 그 종류와 세액의 산출근거 등을 전혀 밝히지 않고 가산세의 합계액만을 기재한 경우에는 그 부과처분은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적법절차원리를 헌법상의 원리로 격상시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도 적법절차원리를 헌법상의 원칙으로 보고 이를 형사절차 뿐만 아니라 입법절차와 행정절차에도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흔히 결정에서는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항에 규정된 영장주의를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헌법상 적법절차원리'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 근거가 될 수 있는 헌법의 구체적인 조항을 적시하지 않았으며 적법절차원칙을 법치국가 헌법에 내재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법원판결이 전원합의체판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반대의견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 대법원은 변리사 제1차시험을 절대평가방식에서 상대평가방식으로 환원하는 내용의 변리사법시행령 개정조항을 경과규정 없이 즉시 시행하도록 규정한 시행령 부칙부분이 무효인지의 여부와 관련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을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하고, 이에 위반한 변리사법시행령을 위헌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06.11.16 선고 2003두12899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당시에는 다수의견이 헌법적 근거가 모호한 신뢰보호원칙을 위헌심사기준으로 적용한 것에 대해서 반대의견이 제시되었다. 반대의견은 헌법재판소가 법률문제를 헌법문제로 치환하여 헌법재판권을 무한히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대법원 역시 법률문제와 헌법문제를 혼동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항에 규정된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사안도 아닌 가산세부과처분의 경우에 굳이 헌법상의 적법절차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미국헌법과 같이 명문의 적법절차조항이 없는 우리 헌법의 해석상 적법절차원리를 위헌심사의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방법론적으로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다. 다시 대상판결로 돌아가 보자. 대상판결을 행정절차법령상의 문제로 국한하여 원칙적으로 그 적용이 배제된 사안이지만 해당 행정작용의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론에 방점을 찍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일련의 관련 판결을 보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행정절차법이 명시적으로 적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한 사안이라도 처분의 성질이나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여 적법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단은 이제 적법절차원리가 법령상의 차원을 넘어서 오늘날 법치국가가 지향하는 보편적인 가치로서 헌법적으로 내재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렇게 볼 때 적법절차원리는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발원하는 헌법과 행정법의 일반원칙으로서의 위상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행정처분이나 국가 공권력 행사의 위헌, 위법심사의 기준으로 흔히 적용하는 행정법의 일반원칙 중 비례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 또한 적법절차원리와 같은 가치와 지향성을 갖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행정법의 일반원칙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국민의 입장에서 행정활동이나 국가의 공권력 행사가 항상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여야 하며, 일정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불필요하게 공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말아야 하고, 동시에 합리적인 최소한의 비용만을 지출함으로서 납세자인 국민에게 필요 이상의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다. 비례의 원칙과 신뢰보호의 원칙이 포함하는 키워드는 바로 합리성, 투명성, 예측가능성, 불필요하고 과도한 공권력 행사의 지양, 최소한의 비용, 재산권 존중과 같은 것들이다. 적법절차원리 또한 이러한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가 국민에게 불편과 부담을 주는 공권력 행사를 하기 이전에 이를 알려주고 그 이유를 소상하게 설명하며, 국민이 자신의 입장을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적법절차의 핵심적인 내용이라면 여기에도 역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투명성, 합리성 등이 그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실질적 법치국가에서 적법절차원리를 포함하는 행정법의 일반원칙은 국가권력이 스스로의 목표에만 매몰되어 국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네이키드파워(naked power)로서 군림하는 것을 방지하고 권력 행사의 여과장치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순화된 공권력을 생산하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적법절차원칙은 이제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과 같은 헌법적 위상과 효력을 갖는 행정법의 일반원칙으로서 법령과 행정처분의 위법성 심사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4-05-26
MBC 이상호 기자의 '삼성 X파일'의 보도 사건
I. 들어가는 말 2005년 보도된 '삼성 X파일'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 그룹 회장 비서실장, 중앙일보 회장이 특정 후보에게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검찰 고위간부에게 '떡값'을 제공하자고 공모하는 대화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의 비밀조직이 불법적으로 도청한 파일이다. 이러한 불법을 범한 관련자들은 공소시효가 경료하여 처벌될 수 없었다. 그러나 '삼성 X파일'을 입수하여 보도한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제1심 무죄판결 및 제2심 징역 1년과 형 선고유예 판결 이후 대법원은 유죄판결을 확정하였다. 2010년 12월 16일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 피고인측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진술한 바 있다. 이 사건의 헌법적 쟁점은 '통신비밀의 보호와 언론의 자유라는 두 가지 헌법적 기본권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며, 형법적 쟁점은 '불법 감청·녹음에 관여하지 않은 언론이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가'이다. 대법원의 8 대 5 다수의견은 위법성조각을 인정하지 않았다. 필자는 소수의견에 동의하고 있는 바, 이하에서는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평석을 전개한다. II. 통신의 비밀보호와 언론의 자유의 균형? 다수의견은 불법도청에 관여하지 않은 언론의 도청결과물 보도의 위법성조각의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설정하였다. 다수의견이 설정한 첫 번째 요건이 특히 문제이다. 이 요건은 (i)그 보도의 목적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 자체를 고발하기 위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경우, (ii)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면 공중의 생명겱택펯재산 기타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등과 같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 등 두 가지로 구성된다. 도청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점을 보도할 경우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부수적으로 공개될 수밖에 없는 바, (i)의 경우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ii)의 경우이다. 다수의견이 상정하고 있는 허용상황은 임박한 범죄모의 통신 또는 대화로 사실상 한정된다. "기타 공익"이라는 포괄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문언해석상 이 경우도 그 앞에서 예시적으로 제시된 "공중의 생명·신체·재산"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한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와 같은 수준의 긴급한 상황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다수의견의 기준에 따르면 특정 대권후보에게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검찰 고위간부에게 '떡값'을 제공하자고 공모하는 '삼성 X파일'의 대화내용은 공개가 허용되는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삼성 X파일'의 내용처럼―소수의견이 제시한 요건인―"통신비밀의 내용이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과 여론의 형성을 요구할 만한 중요성"을 갖고 있더라도 그 내용의 보도는 위법성조각을 검토할 여지가 애초부터 봉쇄되는 바, 언론의 자유의 범위는 대폭 축소된다. III. 중대범죄를 모의한 공적 인물의 인격권에 대한 과잉보호 1. 인색한 사회상규성 판단 대법원이 여러 판결을 통하여 정립한 사회상규성 인정요건은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 다섯 가지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긴급성 인정의 요건을 매우 좁게 설정하고 있다. 필자는 정당행위의 긴급성은 정당방위가 요구하는 엄격한 '현재성'이 아니라 긴급피난이 요구하는 느슨한 '현재성'과 유사하게 이해되어야 하고 주장한 바 있다. 긴급피난에서는 '지속적 위험'(Dauergefahr), 즉 과거부터 계속된 침해가 앞으로도 반복된 우려가 있는 상황이 인정되면 위난의 현재성이 충족된다. '삼성 X파일' 사건의 경우를 보면, 1997년 대선 이후 8년이 지났지만 권·언·검의 유착문제는 보도시점까지 계속 문제가 되고 있었고, '삼성 X파일' 속의 등장인물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해지면서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될 가능성이 존재하였던 반면, 권·언·검의 유착을 해결할 법적·제도적 장치는 취약 또는 부재하였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볼 때 긴급성 요건을 충족된다. 한편, 다수의견은 이상호 기자가 '삼성 X파일' 소지인에게 사례비를 지급했다는 점을 주목하는 데, 이는 이 기자가 '삼성 X파일' 관련 범죄를 고발하는 공익이 아니라 특종이라는 사익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러나 취재사례비는 언론계의 관행이며 불법도 아니다. 이 기자는 1,000달러를 문화방송의 자금으로 지급하고 영수증까지 발부하였던 바, 사례비 지급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보도행위의 동기와 목적이 완전히 공익을 위한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종을 내겠다는 사적 동기와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보도행위 전체를 파악하여 공익적 동기와 목적이 지배적이라면 그 정당성은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이상호 기자의 보도가 녹음테이프 원음의 직접 방송, 녹음테이프에 나타난 대화 내용의 인용 및 실명의 거론을 금지하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가처분결정을 위배하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 가처분결정은 도청자료의 존재나 그 내용에 대한 보도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문화방송은 녹음테이프의 원음을 공개하는 대신 안기부 작성의 녹취보고서를 중심으로 도청자료의 존재 및 그 내용을 보도하였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실명공개의 상당성과 보충성이다. 이번 사건에서 이상호 기자의 보도로 통신의 비밀이 침해된 사람들은 모두 공적 인물이었고, 그들이 나눈 대화내용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모의였으며, 그들의 실명은 다른 언론의 보도 및 법원의 가처분결정 과정에서 이미 공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기자의 실명공개가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했고 보충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파악하는 것은 중대범죄를 모의한 공적 인물의 인격권에 대한 과잉보호이다. 물론 이상호 기자의 보도가 실명을 공개하지 말라는 가처분결정의 일부를 위배한 것은 사실이나, 언론의 자유의 의미를 고려할 때 가처분이라는 잠정적 사법판단 위배를 형사불법으로 바로 연결시키는 논리는 동의할 수 없다. 게다가 '삼성 X파일' 보도 당시 시점에는 가처분결정이 확정된 것도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더욱 그러하다. 2. 형법 제310조의 유추적용 형법 제310조에 따라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경우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 처벌되지 않는다. 특히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공적 인물이고 언론·표현 행위가 공적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완화된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김일성 조문편지' 결정에서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1999. 6. 24. 97헌마265 결정). 그리고 대법원도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히면서, 명예훼손죄를 사용한 언론의 자유 제약을 경계한 바 있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4889 판결). 물론 통비법 위반죄와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보호법익과 구조가 다르다. 전자는 통신의 비밀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후자는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전자는 불법하게 획득한 통신비밀을 공개·보도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적시된 사실을 어떻게 획득했는지를 묻지 않는다. 그러나 양 죄의 보호법익은 모두 인격권에 속하며, 이 법익침해의 주체가 언론일 경우 침해되는 법익과 언론의 자유 사이의 형량이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볼 때 불법 감청·녹음에 관여하지 않은 언론이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형법 제310조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위법성조각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Ⅳ. 다수의견의 우려에 대한 답변 다수의견은 통신의 비밀 보호 쪽으로 강하게 치우친 정당화요건을 설정하고 '삼성 X파일'의 보도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이러한 보도행위가 허용될 경우 발생할 가상 상황을 염려하고 있다. 즉,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공적 인물의 통신과 대화를 불법도청한 후 그 내용을 도청과 관계없는 언론 등 제3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하여 공개하는 것도 정당화되어 결국은 통신의 비밀 침해가 예방·방지될 수 없다는 우려이다. 먼저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는 불법도청을 행한 국가기관 종사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다. '삼성 X파일'과 같이 공소시효가 경료할 때까지 범죄인을 방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다수의견이 우려하는 가상 상황은 '삼성 X파일' 보도사건과 달리 국가기관이 통신 또는 대화의 공개를 위하여 의도적으로 언론을 이용한 경우이다. 이 때 언론의 보도행위는 국가기관의 불법도청의 연장으로 보아야 하며, 보도행위의 상당성 평가는 '삼성 X파일' 보도의 경우와 달라져야 한다. 요컨대, 다수의견이 상정하는 가상 상황의 경우는 사회상규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이는 소수의견의 상당성 판단요건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다.
2012-02-23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채택
I. 들어가는 말 지난 11월15일 대법원은 1968년 이후 약 40년간 고집스럽게 유지해온 ‘성질·형상 불변론’(대법원 1968년 9월17일 선고 68도932 판결)에 따른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 인정입장을 변경했다. 이러한 입장변경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는 대물적 강제처분의 영역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채택해야 한다는 학계의 오랜 요청이다. 둘째는 1997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배제를 명문화하였다는 점이다. 필자로서는 학계의 요청을 장기간 무시하다가 법개정이 있은 이후에야 판결을 변경하는 법원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향후 수사기관의 불법한 대물적 강제처분을 억지(抑止)하여 헌법상 영장주의의 정신을 강화·심화시킬 것으로 예상할 것이기에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번 판결은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를 위한 해석지침을 미리 제공하였다는 의미도 있다. II. 사실관계와 경과 이 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피고인 김태환 제주도 지사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선거운동을 기획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사는 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이 사용하던 사무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그 곳을 방문한 도지사 비서관이 들고 있던 각종 문서를 압수하였고, 이는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물로 제출되었다. 그러나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압수과정이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정한 압수수색에 관한 절차 규정을 위반하였고 그 위법 정도가 중대하므로, 위 압수물들은 물론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물들도 모두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없는 기존의 판례에 기초하여, 이 사건 압수수색 절차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위법사유가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판단하지 않고 이 사건 압수물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하였다. 대법원은 기존의 ‘성질·형상 불변론’을 변경하고 피고인의 유죄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III. 판결 분석 1. 재량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채택 먼저 다수의견은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인 압수수색은 그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권리나 법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적지 않으므로 엄격히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라고 판단한다. 그렇지만 다수의견은 “형식적으로 보아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다수의견은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의 배제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다수의견은 “절차 조항에 따르지 않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이를 통하여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밝힘으로써 ‘독수과실’, 즉 위법수집증거의 파생증거의 증거능력도 부정되어야 함을 밝힌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독수과실’ 배제의 판단은 위법수집증거와 파생증거 사이의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확립한 독수과실의 원리와 그 예외를 우리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수용했으며, 또한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던 과거 대법원 1977년 4월26일 선고 77도210 판결의 정신이 부활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다. 한편 별개의견은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채택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배제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제출한다. 즉 별개의견은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는 그 증거수집 절차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 증거수집 절차의 위법사유가 영장주의의 정신과 취지를 몰각하는 것으로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며, 그 위법 사유가 이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압수물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다. 이상에서 다수의견이건 별개의견이건 미국식의 자동적·의무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채택하지 않고, 영국이나 캐나다식의 재량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채택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은 자동적 증거배제는 수사기관의 경미한 위법이 발생한 경우도 증거배제를 결과를 낳아 오히려 형사정의에 대한 불신이 조장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견과 별개의견 공히 증거수집의 위법성 판단시 고려되어야 할 사안으로는,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제시하고 있는 바, 이는 향후 수사기관의 실무와 법원의 해석에서 유의해야 할 지점이 될 것이다(별개의견이 적시하는 고려사항에서는 절차위반과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빠져 있지만, 별개의견이 제출된 이유가 이 점 때문은 아니므로 의식적 누락은 아니라고 보인다). 2. 다수의견과 별개의견 간 차이의 함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증거배제 판단의 기준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수의견은 위법수집증거는 원칙적으로 배제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수사기관의 절차위반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 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이 말하는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내용인지 알기 어렵다고 비판하며, “중대한 위법”을 배제기준으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평석자가 보기에는 다수의견의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 침해”와 소수의견의 “중대한 위법”은 표현상의 차이 일뿐, 실제 내용은 공히 헌법과 법률상 영장주의의 정신과 취지의 몰각을 의미한다는 점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평석자가 주목하는 두 견해의 차이는 다수의견은 배제의 원칙을 강하게 강조하면서 예외적 인정의 조건을 서술하고 있는 반면, 별개의견은 배제 단계에서 중대한 위법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볼 때 별개의견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절차위반이 중대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바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지만, 다수의견에 따르면 절차위반이 중대하지 않다는 판단 외에 “그 증거의 증거능력의 배제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판단이 있어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이 점에서 다수의견이 상정하는 증거배제의 범위는 별개의견이 상정하는 범위 보다 넓으며, 다수의견이 상정하는 증거인정의 요건은 별개의견이 상정하는 요건 보다 까다롭다. 다수의견은 위법수집증거의 파생증거의 증거능력도 원칙적으로 배제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는데 반하여, 별개의견은 이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확인된다. 장기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채택되지 못하였기에 우리 수사실무에서 대물적 강제처분의 위법성은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지 못하였다. 새롭게 위법수집증거법칙을 채택하는 상황에서는 수사기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이 법칙의 실효성 보장을 위하여 중요하다. 이 점에서 이 법칙의 예외가 인정되는 조건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 보다는 이 법칙의 근본정신이 강하게 부각되는 것이 옳으며, 이 점에서 필자는 다수의견에 동의한다. IV. 맺음말 수사절차의 위법 때문에 일단 유죄판결이 파기된 김태환 지사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고, 수사기관은 이번 판결이 수사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형사사법의 효율성과 범죄인 필벌사상 만이 강조되던 권위주의 체제는 종식되었으며, 수사기관의 역할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범인을 잡아도 좋다는 관념은 점점 설 땅을 잃고 있다. 곧 광주고등법원은 영장의 효력범위를 초과한 압수수색의 위법, 영장의 제시 및 집행에 관한 사전통지와 참여의 위반, 압수목록 작성·교부와 관련된 위법 등을 검토하고, 이러한 수사기관의 위법이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적용될 위법인지, 아니면 그 예외가 적용되어야 할 위법인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 때 위법한 대물적 강제처분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매우 엄격하게 할 것을 의도한 다수의견의 요청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수사기관은 철저한 내부교육과 규칙제정을 통하여, 압수·수색영장 청구시 그 대상이 보다 구체적으로 명기되도록 하고, 압수·수색 전후의 절차에서 법률이 요구하는 사항을 철저히 준수되도록 해야 한다. 안이하게 영장을 청구하거나, 영장집행시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소중한 증거물이 재판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또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7-11-26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 해당 여부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1989년 및 1990년에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그 부하장교에게는 알리지도 아니하고 사적으로 세 번씩이나 만나 저녁식사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고 손이나 어깨를 만지는 신체접촉을 한 데 이어, 몇 년에 걸쳐 사적으로 전화통화까지 하였고, 1997년경에는 회식을 빌미로 2~3차례에 걸쳐 부하장교들의 부인들과 포옹을 하고 뺨을 비비며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있어서는 아니되는 행위를 하였는바,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그 사생활이 방종한 것에 해당하고 그 자체로서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는 군인사법(이하 “법”이라함) 제37조 제1항 제2호,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1호, 법시행규칙 제5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1심:서울행정법원 2002.6.5.선고 2002구합2819판결). 2.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1) 원심 판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항소심에서 새로이 제기된 원고의 주장에 대해 “현역복무부적합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라 함)의 조사가 전역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원회“라 함)의 심사의 예비절차에 해당한다고 보거나 심사위원회의 심사가 조사위원회의 조사의 재심절차에 해당한다고 볼 것으로서 조사위원회의 조사와 심사위원회의 심사는 전체로서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에 따라 전역 여부를 결정하고자 하는 하나의 처분절차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정당성도 처분과정 전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4.8.23.선고 94다7553판결 참조), 비록 앞의 처분과정에 절차위반의 하자가 있더라도 그 뒤의 처분과정에서 보완이 되었다면 절차위반의 하자는 치유된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3.5.30.선고 2002누10973판결). 2) 원심의 판시 소위가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한 때에 해당되고, 이 사건 전역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2.13.선고 2003두6696판결). - 판 결 요 지 -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사적으로 만나 식사하고 술을 마시고 신체접촉을 하고 회식을 빌미로 부인들과 포옴하고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아니되는 행위를 한바 이와같은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케하는 행위로서 군인사법 제37조1항, 법시행령제49조11항 등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에 해당한다. - 연 구 요 지 - 직업에 있어서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처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업과는 현저히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햐여 그 신분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다. Ⅱ.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 1. 제도의 취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란 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와 같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하는 자를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키는 제도를 말한다(졸저,「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550면). 이 제도는 군인의 직무를 수행할 적격을 갖추지 못한 자를 직무수행에서 배제함으로써 군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인사상의 제도로서 일반 사회질서를 해친 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나 군 내부에서 군율을 어긴 자에 대한 제재의 성격을 가지는 징계제도와는 그 제도적 취지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2. 현역복무부적합 사유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에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즉 ①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제1호) ②성격상의 결함으로 현역에 복무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제2호) ③직무수행에 성의가 없거나 직무수행을 포기하는 자(제3호) ④기타 군 발전에 저해가 되는 능력 또는 도덕상의 결함이 있는 자(제4호). 또한 동조 제2항에서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에 관하여는 국방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시행규칙 제56조에서는 시행령 제49조 제2항에서 위임된 사항인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 및 심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3. 법적성질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의 판정은 어떠한 법적성질을 가지는 것일까? 현역복무부적합 판정 여부는 자유재량행위이다. 판례도 “현역복무부적합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서는 참모총장이나 전역심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서 원칙적으로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 대법원 1980.9.9.선고 80누291판결). 4. 절차 현역복무부적합자로 전역을 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①소속 지휘관의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법시행규칙 제58조 제1항) ②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의결 및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1조) ③조사위원회 설치권자의 전역심사위원회의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7조) ④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⑤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되나, 예외적으로 시행규칙 제57조 제1호 내지 제5호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①소속 지휘관의 참모총장에 대한 보고 또는 참모총장의 직권탐지 ②참모총장의 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③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된다(김의환, “군인사법개정으로 징계처분 중 감봉이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변경된 경우 …”, 대법원 판례해설(통권 제36호), 법원도서관, 2001. 590면). 각군참모총장에게 일정한 자에 대하여 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 등의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둔 취지는 지휘권 확립차원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부적합성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조사위원회의 별도의 조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5. 지원전역(志願轉役) 법시행규칙 제63조는「조사 또는 심사대상자는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기 전에 법 제35조에 의하여 지원전역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전역심사위원회에서 부적합자로 판정되어 전역 당할 위험에 있는 군인에게 지원전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나, 그것이 심사위원회의 의결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자에 대하여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지원전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서울행정법원 2003.2.7.선고 2002구합30081판결). Ⅲ. 쟁점 1. 현역복무부적합사유 해당 여부 판례에 나타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보면 자신이 일으킨 교통사고에 대하여 부하장교의 제의에 따라 부하장교가 운전한 것으로 사고를 조작하고 상급부대에 허위보고를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부하장교들에게 폭언, 폭언, 구타행위를 하고 금품을 수수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3.1.16.선고 2002구합4198판결), 여러 차례에 걸쳐 부하 장교의 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들 몰래 애인관계로 사귀자는 등의 말을 하는 등 성희롱을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1.25.선고 2001구33853판결), 비서실장인 원고가 진급을 위하여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는 진급심사 대상자들에게 마치 진급여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령관에 대한 뇌물 공여 여부나 그 액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만한 언행을 하고 나아가 사령관에게 진급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9.3.11.선고 98구18939판결), 지휘관에게 진급 청탁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8.11.26.선고 98구11266판결), 지시불이행, 명정추태, 여자관계비위 및 사생활방종(서울고등법원 1998.6.3.선고 98누1910판결), 공금을 횡령하고 민간인 물건을 절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사유없이 휘하 사병들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하여 지휘계통을 어지럽히고 군기를 문란하게 한 행위(대전고등법원 1997.6.20.선고 96구2703판결), 부하에 대한 가혹행위, 영관장교로서의 품위손상, 종교행사방해, 명정추태, 횡령(서울고등법원 1997.6.12.선고 96구43982판결), 여자와 동거하다가 유산을 강요하고 결별한 이후 음독자살을 기도하는 부도덕한 행위(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사조직에 가입한 행위(서울고등법원 1996.10.9.선고 95구10299판결) 등이 있다. 위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나타난 행위는 현역복무부적합사유에 해당된다. 2. 시효제도 적용 여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사유에 시효제도가 적용되는가? 현역복무부적합심사제도는 국가방위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하여 무력을 행사하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법상 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을 할 수 없는 사유에 대하여도 현역부적합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대상판결에서도 일부 행위는 1989년, 1990년, 1997년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부적합 판정의 사유로 삼고 있으므로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에는 시효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Ⅳ.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지금까지 일반직 공무원이나 사법상의 근로관계에서의 직권면직에 있어서는 그 사유인정이나 적용에 관하여 비교적 엄격한 태도를 보인 것과는 달리 현역 군인에 대한 군인사법상의 전역처분에 대하여는 상당히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여 왔다. 특히 부적합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그 판단을 원칙적으로 군당국의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해왔다. 대상판결은 직업군인에 있어서도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 처분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역과는 현저하게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법 제1조), 그 신분 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은 군 조직 및 임무수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타당한 판결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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