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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의 부당성 요건
[사건의 경과]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집단 H에 속하는 회사들이다. 원고2와 원고3은 모두 기업집단 H의 특수관계인이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8조 제2항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다. 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1월 10일 원고들에 대하여 ①원고1이 국제선 기내면세품 인터넷 사전예약 주문접수 및 결제 사이트인 '싸이버스카이숍'의 인터넷 광고수입 전액을 원고2에게 귀속시킨 행위, ②원고1이 원고2에 대하여 제동목장상품, 제주워터에 대한 통신판매수수료를 면제해준 행위, ③원고1이 원고2로부터 판촉물을 구매하여 오면서 두 차례에 걸쳐 판촉물 구입가격을 인상해줌으로써 원고2의 마진율을 기존 4.3% 수준에서 2013년 5월 9.7%, 2013년 9월 12.3% 수준으로 높여 준 행위, ④원고1이 원고3과 체결한 대한항공 국내선 콜센터 등 업무대행 도급계약에 따라 콜센터 관련 시스템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지급하면서 SK브로드밴드가 무상으로 제공한 시스템 장비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급한 행위가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된 법 제47조, 이하 전부 개정 전 조문에 따라 표기한다) 제1항 제1호 및 제3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2. 원심의 판단과 피고의 상고이유 원심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①행위 요건(‘정상적인 거래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과 ② 부당성 요건(‘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킬 것’)이 각각 별도로 충족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각 행위는 위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들 전부 승소로 판단하였다. 이에 피고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에 별도의 ‘부당성’요건에 관한 규범적 평가가 필요 없고, ‘행위주체’, ‘행위객체’, ‘행위요건’이 모두 충족되면 일응 ‘부당한 이익의 귀속’에 해당하며, 다만, 같은 조 제2항, 시행령 제38조 제3항 [별표 1의3]에 규정된 정당화 사유를 원고가 입증하면 부당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규정 내용, 입법 경위 및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려면, 제1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부당성'이란, 이익제공행위를 통하여 그 행위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이익이 '부당'하다는 점은 시정명령 등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가 증명하여야 한다. [판결요지]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해당하려면, 각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여 부당성이 별도의 요건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해당조항의 문언체계나 입법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판단이다. [평석요지] 여기에서 말하는 ‘부당성’이란, 행위 주체와 행위 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 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 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평석] 1. 부당성 요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총액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면서, '1.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2.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3. 특수관계인과 현금, 그 밖의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4.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즉,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서 정한 행위의 결과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이 귀속되어야 하고, 그것이 부당하여야 한다.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귀속되는 이익의 부당성인데, ‘부당성’이 독자적 요건으로서의 지위를 가지는지, 가진다면 그 의미와 판단기준은 무엇인지 문제된다. 2.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신설 경위 종래 부당지원행위를 금지하는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는, 사업자가 아닌 특수관계인 개인을 지원하는 경우 공정거래저해성을 입증하기 곤란하여, 총수 일가의 부당한 사익편취행위까지 규제하기는 곤란한 한계가 있었다. 대법원은 2001두6364 판결에서 "제3장에서 대규모기업집단의 일반집중을 규제하면서도 부당지원행위는 제5장의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의 한 유형으로서 따로 다루고 있으며, 변칙적인 부의 세대간 이전 등을 통한 소유집중의 직접적인 규제는 법의 목적이 아니"고, "원고의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부의 세대간 이전이 가능해지고 특수관계인들을 중심으로 경제력이 집중될 기반이나 여건이 조성될 여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8월 13일 법률 제12095호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를 신설하였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지 여부가 아닌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3. 별도의 요건으로서 부당성 당초 개정법률안 발의시에는 해당 조항을 '정당한 이유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로 규정했었다. 그런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위 조항이 내부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총수일가에게 부당하게 귀속된 이익만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며, 그러한 사항에 대한 증명책임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는 점 등을 나타내기 위해서, '부당한 이익'이라는 표현으로 수정되었다. 또한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 해당하면 부당성이 당연히 인정된다는 견해에 의하면 각호의 행위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제23조 제1항 제7호와 제23조의2에 모두 해당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이를 구별하여 신설한 입법취지에 반하는바, 입법취지를 살리려면, 제23조 제1항 제7호는 ‘공정거래저해성’을 기준으로, 제23조의2는 ‘경제력 집중’을 기준으로 각각 위법성 판단을 하도록 함이 합리적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입법경위, 입법취지, 규정내용 등을 고려하여 부당성을 별도의 요건으로 판단하였다. 4.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부당성의 의미 및 판단기준 부당성을 별개의 요건으로 보는 경우에 그 의미는, 공정거래법의 목적이 경제력집중 억제에 있는 점,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입법경위 및 입법취지가 변칙적인 부의 세대간 이전 등을 통하여 소유집중의 우려가 있더라도 사실상 공정거래저해성을 입증하는 것이 곤란하여 규제가 어려웠던 점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신설된 점 등을 참고하여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부당성이란, 이익제공행위를 통하여 그 행위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해당하려면, 각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여 부당성이 별도의 요건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해당조항의 문언체계나 입법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판단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당성의 의미와 중요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제시한 개개의 판단 기준들이 실제 사안에 어떻게 포섭, 적용 될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에서 관련 사례가 축적되면서 구체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인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공정거래법제23조의2
특수관계인
부당한이익
이인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2-07-14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아파트상가 주차분쟁 해결의 법리
1. 문제제기 아파트와 상가는 하나의 필지에 각기 다른 동으로 건축되어 있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각기 다른 동으로 각각의 건물임에도 상가 구분소유자들 및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일반인인 상가 이용객들이 지속적으로 아파트 주차 공간을 사용함에 따라 아파트에서는 급기야 주차 공간을 제한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왔다. 이에 상가 구분소유자들은 주차장은 전체 공용부분이고 해당 부분에는 자신들의 지분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 청구권을 행사하며 쌍방간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그간 대법원은 상가이용객이 상가 건물과는 동떨어진 아파트 내부 주차공간에 주차를 하고 있는 점, 아파트에서는 일반인 출입시 신분확인을 하는데 상가 손님들에 대해서는 신분 확인이 제한 되는 극히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는 점을 이유로 이른바 수인한도론이라는 법리를 원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수인한도론은 그 자체로 해석에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고, 그 해석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여 하급심 법원에서는 법관에 따라 우후죽순의 서로 다른 판결들이 속출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분쟁은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건설사들은 위와 같은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아파트와 상가 간의 주차 공간을 구조적으로 분리하여 건축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아파트 주차장과 상가가 연결되지 않은 구조로 만들어지면서 하급심에서는 수인한도론이 아니라 일부 공용부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2. 기존 판례의 경향 1) 원칙적으로 공용부분은 소유한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따라 전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다89910 판결). 즉 대법원은 "1동의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그 건물의 대지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 각 구분소유자는 별도의 규약이 존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공유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그 건물의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을 가진다. 이러한 법리는 한 필지 또는 여러 필지의 토지 위에 축조된 수동의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그 토지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1995. 3. 14. 선고 93다60144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여 원칙적으로 아파트 주차장은 전체 공용부분을 전제로 상가 구분소유자 역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2)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가 이용객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하게 되자 그 때부터 다음과 같이 수인한도론을 적용하여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49971 판결).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는 단체가 ○○아파트 단지 내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건물 구분소유자들의 대지 사용권을 방해하는 침해행위가 되는지에 관하여, ○○아파트 단지 내 상가건물과 그 부속주차장의 위치 및 이용 관계, 아파트 단지 안으로의 출입 통제 방법, 아파트 및 상가건물 부근의 지리적 상황, 아파트 입주자들과 상가건물의 소유자 또는 이용자의 이해득실 기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3. 대상판결 사실관계 1) 이 사건 단지는 공동주택 용도의 아파트 10개동(1,036세대), 근린생활시설 용도의 상가 1개동, 그 밖에 관리사무소 등으로 구성된 집합건물 단지이다. 원고들은 상가의 구분소유자나 임차인이고, 피고는 집합건물법 제51조에 따라 아파트의 공용부분을 관리 하는 단지 관리단이다. 2) 중략 3)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지하주차장의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자료의 지급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4. 법원판단 1) 집합건물 중 여러 개의 전유부분으로 통하는 복도, 계단, 그 밖에 구조상 구분소유자의 전원 또는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 건물부분과 규약이나 공정증서로 공용부분으로 정한 건물부분 등은 공용부분이다.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은 원칙적으로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지만, 일부 구분소유자에게만 공용에 제공되는 일부공용부분은 그들 구분소유자의 공유에 속한다(집합건물법 제3조, 제10조 제1항). 건물의 어느 부분이 구분소유자 전원이나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지 여부는 일부공용부분이라는 취지가 등기되어 있거나 소유자의 합의가 있다면 그에 따르고, 그렇지 않다면 건물의 구조·용도·이용 상황, 설계도면, 분양계약서나 건축물대장의 공용부분 기재내용 등을 종합하여 구분소유가 성립될 당시 건물의 구조에 따른 객관적인 용도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여러 동의 집합건물로 이루어진 단지 내 특정 동의 건물부분으로서 구분소유의 대상이 아닌 부분이 해당 단지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는지, 해당 동 구분소유자 등 일부 구분소유자만이 공유하는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8다217875 판결,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9다294947 판결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지하주차장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의 공용에 제공되는 일부공용부분이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상가는 이 사건 단지의 대로변에 위치하고 단지의 부속상가로 건축되었으나, 아파트 10개동과 상가는 별개의 건물로 신축·분양되고 구조나 외관상 분리·독립되어 있으며 기능과 용도가 다르다. 지하주차장은 구조에 따른 객관적 용도에 비추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의 공용에 제공되고 있다. 지하주차장은 이 사건 단지 정문의 출입구로만 들어갈 수 있고 차단기가 설치되어 아파트 입주민과 방문자만 출입할 수 있으나, 지상주차장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지하주차장에는 아파트 10개동의 승강기로 직접 연결되는 출입문이 있고 출입문에는 해당 아파트 동의 입주민만 들어갈 수 있는 출입통제장치가 있으나, 지하주차장과 상가는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다. 아파트 구분소유자는 지하주차장 전체 면적 중 전유부분 면적에 비례하여 분할·산출한 면적을 공용부분으로 분양받았다. 아파트의 집합건축물대장에는 지하주차장에 대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이 공유하고 위와 같이 분양받은 면적이 공용부분 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공용부분 면적을 계산할 때 상가의 연면적은 고려되지 않았다. 반면 상가의 분양계약서와 건축물대장에는 지하주차장이 분양면적이나 공용부분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지하주차장은 대지사용권의 대상이 아니므로, 대지사용권이 있다고 하여 지하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집합건물법의 대지사용권이나 공용부분 이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사실 일부 공용부분에 관한 판단을 명시한 것으로서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9다294947 판결과 그 결을 같이 한다. 즉 최근 건물들은 대부분 각기 다른 용도의 공간이 혼합되어 있는 이른바 주상복합건물이나 아파트와 상가 건물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성질이 다른 각 단체들 사이의 법적 분쟁은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은 당연 설립된다는 법리나 한 필지의 대지라고 하더라도 이를 전체 공용부분으로 전제하는 법리에 따른 혼동으로 주택과 상가 사이의 분쟁이 비일비재하게 있어왔다. 더욱이 아파트와 상가 간 주차장에 관한 분쟁에 대한 하급심 판결은 지속적으로 엇갈려 왔는바, 어떤 법원에서는 아파트 입주민이, 또 다른 법원에서는 상가 구분소유자들이 승소하며, 판결들 사이의 불일치가 수 없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결국 수인한도론이라는 불분명한 법리를 적용한 탓이었다. 물론 건설사들 역시 이와 같은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최근에는 아파트 및 상가간의 전용주차장을 설치하고 구조적으로 이를 분리되게끔 건설한 것도 분쟁 종식의 하나의 이유 였으나, 명쾌한 법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2021. 1. 14. 선고 2019다294947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아파트와 상가의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대상판결을 판시하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주차장이 아파트와 상가 건물 간에 구조적으로 구분되어 있을 것을 전제로 하여 아파트와 상가 사이에 주차장이라는 공용부분에 대한 사용관계를 명확히 정리한 것으로 2000년대 이후 건축된 대부분의 아파트에 적용되어 이와 같은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아주 중요한 판결에 해당하는 것이다. 6. 마무리하며 결론적으로 현재도 수많은 하급심에 계류되어 있는 이와 같은 아파트 상가와 관련된 각 주차장에 관한 분쟁은 본 대상판결로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보이는 바 각 구분소유자로서는 이와 같은 판결을 숙지하게 되면 더 이상 동일한 분쟁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상가
주차장
아파트
공용부분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2022-06-13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이른바 과세단위가 다른 경우에 특례제척기간이 적용되는지 여부
I.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B무역 주식회사(이하 'B무역')의 대표이사이자 1인주주인데, 주식 전부를 소외인에게 105억원에 양도하였고,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위 양도계약의 잔금일에 B무역의 유일한 자산인 부동산이 소외인에게 이전되었음에 터잡아, 위 주식양도계약은 가장행위이고 실제로는 B무역과 소외인간에 부동산 양도거래가 있다고 봐서 위 양도가액을 B무역의 2006 사업연도 익금산입해서 2010년 9월 1일 B무역에 2006 사업연도 법인세를 결정·고지하였다. 또한 B무역이 이 법인세를 체납하자 과세관청은 2010년 11월 9일 원고를 이 법인세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한 납부통지를 하였다(이하 '종전 부과처분'). 이후 원고는 2011년 9월 9일 과세관청을 상대로 종전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법원은 앞선 주식양도계약이 가장행위가 아니라고 봐서 종전 부과처분 취소판결을 하였으며 해당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확정되었다(이하 '선행 확정판결'). 이에 과세관청은 2015년 4월 15일 선행 확정판결에 따라 원고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을 취소하였다. 한편, 과세관청은 다시 원고에게 위 주식양도계약과 관련해 2015년 5월과 7월경에 각각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결정·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2. 대상판결의 요지 원심법원은 종전 부과처분과 이 사건 처분은 그 과세단위를 달리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는 선행판결의 확정에 따른 특례제척기간의 적용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는데, 대법원도 이런 원심판단을 수긍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1) 선행 확정판결의 대상인 종전 부과처분은 B무역과 소외인간의 부동산양도거래에 따른 B무역의 양도소득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세목이 '법인세'인 반면, 이 사건 처분은 개인인 원고와 소외인간의 주식양도거래에 따른 원고의 주식양도소득과 양도 자체를 과세대상으로 하고 그 세목이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이므로 이 사건 처분을 선행 확정판결에 따른 경정결정이나 그에 부수하는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종전 부과처분과는 다른 새로운 결정이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선행 확정판결에 따른 특례제척기간이 적용 안 된다. 2) 동일한 사실관계하에서 법적 평가만을 달리한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선행 확정판결에 따른 특례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과세관청으로서는 분쟁이 예상되는 경우 중복하여 과세할 수밖에 없고, 이는 납세의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조세행정상의 비효율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 피고의 상고이유이지만, 이 사건 처분은 그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단순히 종전 부과처분에 대한 법적 평가만을 달리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세관청으로서는 올바른 법적 평가에 따라 세법을 적용하여 조세행정상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그와 동시에 납세의무자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특례제척기간 규정의 역할 조세법률관계를 조속히 종결지을 목적의 통상제척기간과 달리, 특례제척기간은 일정사유가 있다면 원래의 제척기간을 무시하고 해당 사유가 생긴 뒤 일정기간을 새로운 제척기간으로 삼는 규정이다(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6항). 이런 특례제척기간은 과세관청과 납세의무자의 이해가 상충될 소지가 있어 적용범위를 어떻게 잡을지가 문제가 된다. 일반론으로, 조세소송의 판단대상(소송물)은 원칙적으로 총액주의에 따라 정해지지만 판결 효력범위에는 쟁점주의 영향이 남은 우리 소송구조 하에서는, 재처분(후속처분) 범위를 넓게 적용할 여지가 생긴다. 또한 재처분을 비교적 넓게 허용해온 종래 판례의 흐름을 생각하면 통상제척기간 도과를 이유로 재처분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엄격히 관철하기도 어렵다. 요컨대 공평과세와 납세자 방어권의 조화라는 상반된 목적을 갖는 특례제척기간에 대해 어떻게 적용범위를 설정할지를 쟁점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2. 이른바 과세단위 문제와 특례제척기간 적용범위의 관련성 과세단위는 세금계산 단위인데, 소득세라면 과세물건인 소득을 계산하는 단위를 뜻한다. 소득세 과세단위는 인적 과세단위(납세의무자), 물적 과세단위(세목), 시간적 과세단위(과세기간) 단위로 다시 세분된다. 그런데 조세소송의 판결 효력은 잠재적 심리범위, 곧 소송물 범위 내에서만 미치고 소송물은 과세단위보다 클 수 없으므로, 대상판결에서의 선행 확정판결 효력은 선행처분(종전처분)의 과세단위 바깥으로 미칠 수 없다. 따라서 선행처분 과세단위 밖에서의 재처분이라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이런 처분은 제척기간 안이라는 한계 내에서 가능하다. 문제는 과세단위가 달라졌을 때 재처분에 특례제척기간까지 적용할 수 있는가에서 생긴다. 납세자 방어권 행사를 고려하면 통상제척기간 내에서만 후속처분이 된다고 볼 수 하고, 공평과세원칙을 생각하면 특례제척기간을 고려해 후속처분이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과세단위와 재처분 가능성은 직접 대응관계를 갖지는 않지만 최소한 특례제척기간 적용범위 논의의 출발점은 된다. 대상판결로 검토범위를 좁히면, 비록 '외형상' 재처분의 과세단위가 선행처분과 다르더라도 통상제척기간의 예외, 즉 특례제척기간의 적용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가가 실제 쟁점이 된다. 3. 대상판결의 의미 과세연도(시간적단위)가 달라지면 통상제척기간이 지난 재처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종래 판례 입장이었다. 세목(물적단위)이나 납세자(인적단위)가 달라져도 판례가 같은 입장인 것인지는 다소 불분명하였다. 선행처분 및 후속처분상 세목이나 납세자가 다른 사안에서 특례제척기간에 따른 재처분은 안 된다고 한 선례가 있었지만, 이들 처분에서 납세자가 실제 동일인이 아닌 사안처럼 아예 과세처분의 기초인 사실관계가 다른 경우였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다음의 점에서 이들 종전 선례와는 구별된다. 첫째, 물적 과세단위를 정하는 기초인 사실관계가 같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법인세(종전 부과처분)와 소득세(이 사건 처분)로 형식상 세목이 달라져 물적 납세의무가 다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식양도계약의 세법적 평가(가장행위인지 여부)에 따라 법인세나 소득세 중 하나를 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기초적 사실관계는 같다. 둘째, 선행처분과 후속처분 모두에서 인적 과세단위인 납세자가 동일인인 사안이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원고는 제2차 납세의무자(종전 부과처분), 본래 납세의무자(이 사건 처분)였는데, 곧 납세자로서의 지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는 다르되 실제 동일인물에 대한 과세가 문제되었던 점에서 선례들과는 구별된다. 요컨대 각 처분의 기초적 사실관계가 같고 납세자가 동일인이더라도 이들 처분의 세목이 다르고 납세자로서의 법적 지위가 다르다면 이를 단순히 법적 평가가 다른 경우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후속처분에 특례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한 점에서 대상판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4. 대상판결의 비판적 검토 하지만 대상판결이 취한 결론이 타당한가는 의문이다. 납세자의 방어권을 고려할 때 공평과세에 터잡은 재처분을 대상판결에서 관철할 수 있는가가 판단기준이 되어야 옳기 때문이다. 우선, 인적 과세단위를 형식적으로 봐서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가에 의문이 있다. 원고로서는 주식양도행위에 대해 사법적, 세법적 평가가 같다면 양도소득세 등을, 이들 평가가 서로 달라진다면 법인세를 낸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즉, 조세법률관계의 기초인 사법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은 있으나 단지 법률적 평가(세법상 평가)만이 달라서 다툼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종전처분에 대한 쟁송이 이미 진행되었기 때문에 후속처분에서 증명을 위한 증거가 일실될 우려도 없다. 그렇다면 세법상 역할이 다른 재처분, 제척기간 두 제도를 조화시킨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인적 단위의 상이함을 들어 대상판결에서 재처분이 어렵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음으로, 물적 과세단위의 상이가 기준이 되는지에도 의문이 남는다. 물적 과세단위가 다른 경우, 즉 명백히 새로운 세목을 대상인 재처분은 납세자 신뢰보호의 관점에서, 또 납세자 예측가능성 보장의 관점에서 부정된다고 봄이 일반이다. 즉, 신뢰보호나 예측가능성 때문에 물적 과세단위가 중요하다는 생각인데, 그렇다면 형식상 세목이 다른가보다는 납세자가 방어권이 보장될 상황에 있었는가가 재처분 가부의 판단에 있어 핵심이 되어야 옳다.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세목들은 각기 다르지만 다툼의 대상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가 같고 이미 쟁송을 진행해온 원고 입장도 고려하면 방어권 보장이나 신뢰보호 혹은 예측가능성에 어떤 문제가 생긴다고 말하기 어렵다. 요컨대, 법인의 1인주주라는 특수사정 하에서 법인세와 소득세가 각 문제된 대상판결 사안에서 '본래 납세의무자나 제2차 납세의무자', '소득세나 법인세'가 왜 법적 평가만이 다른 경우가 아닌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인데, 대상판결에서는 이들은 법적 평가만이 다른 경우가 아니라는 결론만 선언되었을 뿐 정작 그에 관한 법리적 설시는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양인준 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법인세
주식양도계약
특례제척기간
소득세
양인준 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2021-10-28
형사일반
그림 대작 사건 - 현대미술론의 수용인가?
1. 서론 가수 조영남이 화가를 써서 그린 그림을 자신이 그린 것처럼 판매했다고 해서 사기로 기소된 사건은 세간을 들끓게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미술계에서도 양분되었고 평론가들은 나름대로 예술관을 내세워 사건을 논하였는데, 특히 일부는 현대미술이라는 현상 자체가 개념-실행의 분리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어서 예술의 핵심은 개념에 있고 실행은 누가 하던 상관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평론가 진중권은 1심이 기망행위를 인정한 것은 법원이 '현대미술'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면서 대법원에서 피고인의 무죄가 확정된 것은 '한국의 법원과 미술계가 비로소 현대미술의 개념에 눈을 뜬 사건'이라고 환영하였다. 마찬가지로 피고인은 이번 판결을 통해 자신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실제 제작은 전업화가 등을 사용하는 창작방식이 인정받았다고 하면서 문제된 작품들에 대해 당당히 자신을 작가로 표방한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언론도 이러한 시각을 여과없이 전달하였으며 법률가들 중에도 비슷한 시각을 공유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이 사건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그러한 이해와는 정반대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 설시되어 있다. 이것은 판결에서 비상하게 공을 들여 말하고 있는 저작권 법리 부분이다. 여기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 작품들의 작가라는 원심의 판단에 대해 사실상 긍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은 이 사건 판결의 의미를 분명히 해서 이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가 양산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원심 판결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인을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한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채 판매한 것이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으로서 기망행위라는 것이다. 1심은 (1) 피고인은 자신이 창작하지 않은 작품을 (2)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판매한 것이 기망행위라고 판단하였다. 피고인을 무죄라고 본 원심의 판결이유는 크게 두 부분 (a) 이 그림들은 피고인이 창작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b) 이 사건 거래에서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각각 1심의 판단 (1)과 (2)에 대응하는 것이다. 즉, 원심은 1심의 (1)과 (2)를 모두 배척하였고, 원심 판결이유 (a)와 (b)는 병렬적으로 무죄 결론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a)와 (b) 중 어느 하나가 배척되더라도 두 가지 모두가 배척되지 않은 이상 원심의 무죄결론은 유지될 수 있는 구조였다. 원심은 판결이유 (a), 즉 이 작품들은 피고인이 창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 상당한 정성을 쏟았다. 여기서 원심은 일부 평론가의 논리와 흡사하게 현대미술에서 개념-실행이 분리되는 점을 언급하고 미술사상 저명 화가들의 이름을 들면서 이들의 창작에서 조수의 사용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점을 지적하였다. 미술이론적 설명을 넘어 원심은 공소외인이 한 작업은 '밑그림의 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피고인의 창작적 기여에 대해 세세하게 설시하였다. 그 다음 판결이유 (b), 즉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는가의 점에 대해서는 위 (a)의 논의와는 별개로, 피해자들의 구매동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친작인지 여부가 거래의 주된 요소라고 말하기 어렵고 '친작이 아니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진심이 아니었을 가능성, 그리고 고지의무의 구체적 범위와 이행방식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그 의무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원심이 확정됨에 따라 대부분은 원심판결의 (a)와 (b)가 모두 받아들여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이 사건을 두고 세간에서 떠들썩하게 전개된 입론들은 모두 (a)에 관련된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을 보면 대법원은 (a)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긍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이 원심을 인용한 것은 (b), 즉 신의칙상 고지의무의 존부에 관해 사법자제의 원칙을 선언하면서 원심의 결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원심판결은 (a)와 (b)가 모두 배척되지 않은 이상 인용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대법원이 (a)에 대한 원심판단을 긍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의 무죄 결론은 유지될 수 있었다. 3. 검찰 상고이유 제1점 상고심에 이르기 전까지 저작권은 전혀 논점이 아니었다. 관건은 어디까지나 친작이 아님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기망행위인가였고 저작권은 논외라는 점에 대해서 아무도 이론이 없었다. 원심은 분명하게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저작권을 보유하였는지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저작권에 대한 판단 자체를 거부하였다. 그런데 원심에서 패한 검찰의 상고이유 제1점은 '원심판결에 나타난 저작자, 저작물에 관한 법리오해'였다. 저작자와 저작물에 대한 주장은 검찰 스스로도 한 적이 없고 원심도 판단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해서 상고이유 제1점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저작권법에 존재하는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경우 그중에서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고,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법리 때문이다. 원심은 판결이유에서 피고인이 아이디어 내지 컨셉트를 기여하였음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원심의 판단은 '공소외인들은 보수를 받고 피고인의 창작물에 대한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작품제작에 도움을 준 기술적인 보조자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원심이 스스로 인정한 이 사실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하였더라도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위 공식에 대입하면 피고인은 저작자가 아니며 오히려 공소외인이 저작자가 된다. 그 때문에 검찰의 상고이유 제1점은 친작 여부의 고지의무가 아니라 저작자 결정에 관한 법리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4. 대법원의 판단 검찰 상고이유 제1점은 불고불리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었다. 검찰이 이를 모른 것은 물론 아니었다. 저작권 법리와 원심의 판결이유를 대조하면 적어도 문언상으로 선명하게 원심의 자가당착이 나타났고 검찰은 이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상고이유 제1점은 그대로 배척해 버려도 무방한 것이었지만 대법원은 그러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배척하기 전에 이 사건의 저작권적 함의에 대해 비중있게 설시를 하였다. 대법원은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하였더라도 저작자가 아니다'라는 바로 그 법리를 언급한 다음, '저작자 아닌 자가 마치 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그 미술품을 판매하였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저작자의 결정이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지만 "원심이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피고인이라고 본 것이나 그와 같은 창작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한다고 기술한 데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 원심은 작품의 저작자가 피고인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왜 대법원은 원심이 그런 판단을 했다고 본 것인가? 원심은 그 판결이유에서 이 작품들은 피고인의 창작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이유 중 고지의무의 불인정은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저작권 법리에 판결이유의 절반을 할애하면서도 이 그림들이 피고인의 창작이라는 원심의 판단은 끝내 긍정하지 않았다. 5. 이 사건의 저작권적 함의 일부에서는 '이 사건이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면'하는 가설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단정하기에는 어려운 사정이 존재한다. 출발은 물론 저작인격권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저작재산권과 달리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적이며 양도, 포기할 수 없다. 피고인이 대가를 주고 작품을 인도받았다 해도 여기에 수정·서명을 하여 자기 작품으로 공표한 행위는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넘기 어려운 장애가 있다. 첫째, 업무상 저작물의 경우는 저작인격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1심은 피고인과 공소외인 간의 법률관계는 고용이 아닌 대등관계로 보았다. 그러나 원심은 고용은 아니더라도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제작을 지시하고 공소외인은 이의없이 따르는 관계였다고 시사하고 있다. 둘째는 저작인격권이 아무리 일신전속적이라 해도 이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동의하는 것까지 막지는 못한다. 이 사건에서 묵시적 동의의 존재는 검찰이 저작권법 위반을 기소하지 않은 배경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의 저작권 설시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저작권법 위반은 별론, 저작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합의로도 변경 못하는 강행규정이기 때문이다. 저작권 제도가 개념예술을 중핵으로 하는 현대미술론에 호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미술이 개념이 예술이라고 주장한다면 저작권은 표현에 예술의 영혼이 있다고 본다. 개념이 아닌 표현형식을 보호한다는 것은 저작권 제도의 철학적 기초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사건에서 현대미술론이 수용되었다는 어떠한 근거도 찾아보기 어렵다. 안태용 변호사 (서울회)
사기
대작
조영남
안태용 변호사(서울회)
2020-10-19
형사일반
강간에 따른 임신을 상해로 볼 수 있는가?
대상판례 A: 대법원 2019. 4. 17. 선고 2018도17410판결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 피고인은 사실혼 관계인 처가 부재 중인 틈에 딸(11세)의 저항을 힘으로 제압하고 수차례에 걸쳐 강간 및 유사성교행위를 하였고 피해자는 이로 인하여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검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강간치상)으로 기소하였다. 1심은 강간에 의한 임신을 양형기준상 특별가중요소로 반영하는데 이는 임신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하고 있다. 또 이미 피고인을 충분히 무겁게 처벌하고 있고 원하지 않는 임신이라도 여성의 생리적 기능이 정상적으로 발현된 것으로 건강상태의 불량한 변경이나 생리기능 상의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은 점, 태아는 피해여성과 별개의 독립된 생명체이며 원하지 않는 임신의 의미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이를 상해로 본다면 합의된 성관계에 따른 원하지 않은 임신도 상해 내지 과실치상죄로 처벌될 수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13세 미만 미성년자강간 및 유사성행위,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사실만을 인정해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항소심 역시 건강상태가 불량한 변경이나 생활기능 상 장애가 초래되었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 정신상의 구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더라도 이를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볼 수 있는지 판단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자칫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1심 판단을 지지하였다. 2. 상고심판결 요지(상고기각)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형법에서의 상해의 개념과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 등 관련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강간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한편 입법으로 강간의 범죄에 의하여 여성 피해자가 임신을 하게 된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대상판례 B: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9도834판결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 피고인은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취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방에 누워있던 피해자(여·27세)를 강간하였고 이로 인해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검사는 준강간치상으로 피고인을 기소하였다. 1심은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볼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피해여성이 이를 원하였는지는 고려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에 큰 변화와 불편이 생기지만 이는 임신이라는 생리적 기능의 정상적 발현으로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보기 어렵고 원하지 않는 임신의 의미가 모호할 뿐 아니라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 수반한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원하지 않는 다태아의 임신을 상해 또는 과실치상으로 처벌하여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에서 임신을 특별가중요소로 규정한 것도 임신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한 것으로 성범죄로 인한 원하지 않는 임신을 가중처벌하는 새로운 입법적 조치는 별론으로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시하여 준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을 부정하고 준강간죄만을 인정하였다. 항소심 역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상고심판결 요지(상고기각) 원심의 판단은 형법에서 정한 상해의 의미와 헌법에서 정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준강간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Ⅰ. 문제제기 성범죄 피해여성이 경험하는 가장 최악의 피해로 강간으로 인한 원하지 않는 임신(RRP, Rape Related Pregnancy)을 들 수 있고 그 어떤 경우보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대상판례에서 피해여성의 임신을 '상해'로 파악해 강간치상으로 기소한 검사의 시도에서 이러한 필요성이 판례실무를 통해 적절히 충족되지 못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Ⅱ. 강간으로 인한 임신과 상해 임신이 상해가 아니라는 기존 일관된 견해의 논거는 대상판례의 하급심이 상세하게 들고 있지만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적 변화를 상해개념에 대한 기존 판례의 정의에 대비시켜 보면 그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흔히 신체의 완전성설과 생리적 기능훼손설을 축으로 몇 가지 개념적 바리에이션이 있지만 폭행과의 구별을 고려할 때 대체로 생리적 기능훼손설이 지지를 받고 있다(간과하기 어려운 중대한 신체적 변형이 발생하면 거의 대부분 생리적 기능훼손을 수반하고 일정한 의료적 개입이 요구된다). 판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일률적이 아닌 각각의 사실관계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별도의 치료(의료적 개입)를 요할 정도로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한 경우'로 상해개념을 정의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15018 판결 등). 또한 상해를 신체적인 것에 국한하지 않고 정신적 것으로도 확장하고 있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732 판결 등). 상해 개념을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적 변화에 투영시키면 어떨까? 임신은 분명히 여성의 신체에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는 생리적 변화를 유발한다. 의료수준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변화와 위험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을 뿐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상판례 A와 같이 피해여성이 15세 이하 미성년 임부의 예에서 위험성은 더욱 극단적이 된다. 결국 임신은 의료적 개입이 요구되는 생리적 기능저하를 수반하는 점에서 '상해'로 볼 수 있다. 합의 하의 성관계에 따른 의도하지 않는 임신이나 다태아 출산 사례에 수반한 해석상 난맥을 들면서 임신을 상해범주에서 제외하는 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 경우 이미 예견가능성이 부정되어 과실치상죄로 포착하기 어렵다. 합의 하의 성관계라도 의도적 또는 무모하게 상대여성에게 원하지 않는 임신을 야기하였다면 얼마든지 상해로 포착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처벌의 필요성도 충분히 긍정될 수 있다. 또한 양형기준에 이미 임신을 가중요소로 하여 임신을 상해로 파악하여 강간치상죄를 적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양형기준이 실무사례에서 적절히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은 여전하며 본질적으로 불법과 양형요소로서의 평가를 동일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비교법적 사례로 미국판례 가운데 임신에 수반한 병리적 현상과 여성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적 개입의 필요성에 착안하여 임신을 상해(serious bodily injury)로 판단하거나[State v. Smith, 910 S.W.2d 457, 461 (Tenn. 1995); State v. Jones, 889 S.W.2d 225, 231 (Tenn. Crim. App. 1994)], 미성년 피해여성과 같이 구체적 사례에 따라 임신이 상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예[United States v. Shannon, 110 F.3d 382, 396-87 (7th Cir. 1997); People v. Cross, 190 P.3d 706, 712 (Cal. 2008); People v. Sargent, 86 Cal. App. 3d 148, 152 (1978)]가 있다. 한편 미국 위스콘신 주 법률과 같이 강간죄의 가중사유로 임신을 명시한 예도 있다[Wisconsin Statutes chap. 940 §. 225, Michigan Penal Code Act 750. §520a(n), Nebraska Statutes §. 28-318(4), Florida Statutes § 827.04 (3)]. Ⅲ. 맺음말 결론적으로 입법론적 대안에 앞서 현재의 해석론에서도 강간에 의한 피해여성의 임신을 강간치상으로 파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미 CDC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통산 1800만명 정도의 강간피해여성 중 약 300만명 정도가 강간으로 인한 임신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관련 통계의 부재로 정확한 파악이 어렵지만 우리사회에서 강간으로 인한 피해여성의 임신이 제한된 사례는 아닐 것이다. 피해여성이 감당하게 될 고통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인식은 형법의 해석론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권창국 교수(전주대 경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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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권창국 교수(전주대 경찰학과)
2020-07-06
형사일반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대법원 판결평석
I. 서론 보건의료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법률가라면 한 명의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다양한 법적 그리고 정책적 논쟁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한 명의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국민의 후생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가 정책적 논쟁이라면,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경영을 금지하는 법률 규정이 과연 헌법합치적일 수 있는지가 주요 법적 논쟁 가운데 하나라고 할 것이다. 이 헌법 차원의 법적 논쟁에 못지 않은 또 다른 중요한 법적 논쟁은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의료법 규정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이다.1)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내린 2018도3672 판결(이하 “대상 판결”)이 새로운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각주1] 물론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의료법 해당 규정의 헌법합치성 판단은 동 규정의 합리적인 해석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 두가지 법적 논쟁은 완전히 독립되고 분리된 논쟁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접촉면을 갖고 있는 논쟁이라고 하겠다. II. 복수개설금지 조항의 변천 및 법원의 해석 이 글에서 분석하려는 판결을 살펴보기에 앞서,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 개설 금지를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변천 과정을 가볍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2012년 개정 이전의 복수개설 금지 조항 및 법원의 해석 해당 규정인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2012년 2월 1일 현재의 내용으로 개정이 되었는데, 개정되기 직전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구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1994년 1월 7일 의료법 개정을 통하여 처음 등장한 위 조항은2)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함으로써, 의사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용하고, 의사 아닌 자에 의하여 의료기관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3) [각주2]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조항의 위치는 의료법 제30조 및 제33조 제2항을 거쳐 지금의 제33조 제8항에 이르고 있다.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규정의 변천에 관하여는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각주3]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위 조항에 담긴 “개설”의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은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그 소속의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여 급료를 지급하고 그 영업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는 등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점만으로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실질적으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나, 다른 의사의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는 비록 그 개설명의자인 다른 의사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일부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4) [각주4]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만 빌리고 자신의 자본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는 경제적 의미에서 의료기관의 중복개설이라고 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 타인의 명의를 빌린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의 의료행위에만 전념하고 있다면 이를 의료기관 이중개설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 것이라고 분석한 견해가 유력하다.5) [각주5] 장연화,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개설제한에 관한 고찰,” 법학연구, Vol. 12, No. 2 (2009), pp.279–300 2. 2012년 개정 법률 및 법원의 해석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은 1994년 제정 이후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 없이 조문번호나 문구의 변경과 같은 형식적인 개정만을 거쳐오다가, 제11대 국회에서 변화를 겪게 된다. 당시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의료법에 대한 다른 개정안과 통합 가결되어 2012년 2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4조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의 의무) ②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가. 2016년 대법원 판결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적용한 리딩 케이스로는 2016도11407 판결 (이하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있다.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병원을 운영하던 甲과 B병원을 운영하던 乙 2인의 의사가 각자의 병원을 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개설자 명의 변경을 통하여 甲은 B병원을, 乙은 A병원을 각자 자신의 명의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악화된 乙의 부채사정으로 인하여 A병원의 재산에 대하여 乙의 채권자들이 강제집행을 해오자 A병원의 개설자를 다시 乙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丙으로 변경하였다. 그런데 이후 丙은 A병원에 출근하여 진료업무를 전혀 수행한 바 없고, 乙은 甲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A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면서 甲으로부터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았으며, 甲은 자신의 B병원 직원을 A병원에 출근하도록 하여 자금관리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임금지급, 물품 구매 등 지출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였으며, 직원을 통하여 A병원의 수익을 취득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A) “이미 자신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를 고용하여 그 의사 명의로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그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B)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가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의료법 제33조 제5항 등에 따른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지 아니한 채 또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그 의사 명의로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보다시피 (A) 부분은 앞에서 본 이전 대법원 판례와 차이가 없다.6) 그러나 (B) 부분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신설된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조항을 적용한 첫 대법원의 판결이므로 선례로서의 의미가 큰데,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새로 추가된 행위 태양인 의료기관 중복 운영이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7)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사실관계 하에서 대법원은 甲이 A병원을 자신의 B병원과 함께 중복하여 운영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이와 같은 기준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 처음 제시된 기준이지만,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 규정8) 위반사건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운영” 기준과 같은 내용이다.9) [각주6] 실제로 이 판결에서도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각주7]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5는 동 판결의 의미를 “추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 등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주도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였다면,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위반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동 판결이 요구하는 “종전 개설자 배제”라든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의 요소를 생략하고 있으므로 동의하기 어렵다. [각주8] 의료법 제33조 제2항 [각주9]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0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나. 2018년 대법원 판결 그런데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비교하여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범위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사건의 상고심과 하급심 판결문에는 나타난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2년부터 A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던 甲은 2013년경 乙과 지분투자 및 공동 운영 합의를 맺고 乙이 자금을 투자하여 B치과를 개설하여 진료를 하되 甲은 회계와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甲은 또한 2014년경 丙과 동업계약 및 지분 협의 계약을 맺었는데, 그에 따라 丙이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갑은 C치과에 30% 정도의 지분만 보유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1심은 甲이 乙이나 丙의 명의를 대여하여 B치과 또는 C치과를 개설 및 운영하였다거나, B치과 또는 C치과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각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가)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주관 아래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라고 판시하였고, (나) “그와 구분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존폐·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시설·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배분 등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뜻한다고 보았다. 특히 (다)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운영자로서의 지위 유무, 즉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 과정,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목된 다른 의료인과의 관계, 자금 조달 방식,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 주체, 운영성과의 분배 형태, 다른 의료인이 운영하는 경영지원 업체가 있을 경우 그 경영지원 업체에 지출되는 비용 규모 및 거래 내용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기준 하에 대법원은 甲에 대하여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금지 원칙 위반을 인정한 항소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다. 2016년 판결과 대상 판결의 비교 의료기관 중복 “개설” 금지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의 (A) 부분과 대상 판결의 (가) 부분을 비교하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 반면 양 판결에 나타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은 외견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위 (B) 부분)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핵심을 이미 자신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에 둔 반면, 대상 판결은 (위 (나) 부분)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이라는 요소를 명시하지 아니한 채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한 경우”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상 판결은 또한 제반 사정을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위 (다) 부분). 이와 같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새로운 운영자로 인하여 종전 개설자가 배제되고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가 단절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반면, 대상 판결은 종전 개설자의 운영이 배제되는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제반사정을 기초로 여전히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대상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완화하고 있는 것인가? 이 글은 결론적으로 그렇게 보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 - 즉, 대상 판결은 여전히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에 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해석을 한다는 입장 - 을 취한다. 그 논거는 뒷부분에서 더 자세히 제시하기로 하고, 그렇게 보지 않을 경우, 즉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고 볼 경우에 생기는 문제점들을 먼저 지적하겠다. III. 대상 판결이 판례 변경이라고 볼 경우의 문제점 1. 판결의 시점 우선 대상 판결이 내려진 시점이 법률 실무가들에게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과 관련하여 국내 사법부 최고심급의 결정 또는 심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다른 의사를 병원장으로 고용해 여러 개의 병원을 운영한 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을 이유로 기소된 형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어 심리를 앞두고 있다.10) 또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금지한 것이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반하고 수규범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함을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지난 2016년 3월 10일 공개변론이 열린 바 있고 그 결정이 머지않아 내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태이다.11) [각주10] 법률신문 뉴스 2016.6.14.자 “'월급 병원장 고용' 여러 병원 개설한 의사 유·무죄…대법원 전합 회부” [각주11] 2015헌바34 의료법 제4조 제2항 등 위헌소원 상황이 이러하다면 피고인 구속 사건도 아닌 마당에 머지않아 내려질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시점에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적용 대상인 판결을 굳이 내릴 필요가 없었다. 잠재적인 재심의 대상을 늘려 오히려 소송경제를 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지어는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의 판결이라면 지금 시점에서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릴 필요가 과연 있었는가 의문이 생긴다. 2. 소부(小部)에서의 판례 변경 대상 판결이 합의체를 통하지 않고 소부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이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에 의하면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하되, 다만 같은 항 각 호의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법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사건을 먼저 심리하여 의견이 일치된 경우에 한하여 그 부에서 심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이 그 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 판시한 의견을 변경하는 것임에도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에 미달하는 대법관만으로 구성된 부에서 심판하였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이고,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호의 ‘법률에 의하여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아니한 때'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12) [각주12]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1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 즉,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이루어진 대상 판결이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취지라고 본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을 면하기 어렵다. 3. 피고인에게 불리해진 판례의 소급 적용 만약 대상 판결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이라고 볼 경우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결과적으로 확대된 처벌 기준의 소급효이다.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비하여 복수개설 금지조항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에는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에 따라 처벌 대상이 대상이 아닌 행위가 대상 판결 이후에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판례의 변경으로 인하여 범죄의 구성요건이 확대되는 경우, 판례 변경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가 변경된 판례 하에서 비로소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은 마치 형벌조항을 소급적으로 입법하는 것과 비교하여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므로 판례 변경의 소급효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판례변경은 헌법 제13조 제1항과 형법 제1조의 소급효 금지가 준용되지 않아 피고인에게 불리한 형사판례 변경도 허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므로,13) 대법원은 자신의 종전 2016년 판결을 수규범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대상 판결을 충분히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각주13] 대법원 1999.7.15. 선고 95도287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9.17. 선고 97도3349 판결. 그러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의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이를 비판하는 형법학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14)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여 행동에 옮긴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부당하고 헌법질서와도 배치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주14] 예컨대 조기영, “판례변경과 소급효금지의 원칙”, 「동북아법연구」, 제11권 1호 (2017. 5). 물론 종전판례를 근거로 자신의 행위가 불가벌이라고 믿었던 수규범자의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위조한 문서를 복사한 문서는 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의 객체가 아니라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경우에는15) 문서를 위조한 행위 자체의 비난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를 보호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를 폭행·협박행위 기준에서 절취행위 기준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도16) 마찬가지로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형사판례 변경의 소급효와 관련하여 독일에서의 논의를 촉발시킨 음주운전의 처벌기준 강화 판결17) 역시 수규범자들이 기존 판례의 혈중알콜농도 기준에 맞춰 음주를 한 후 운전하는 상황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피고인의 신뢰이익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즉, 수규범자가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18) [각주15] 대법원 1989. 9. 12. 선고 87도506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6] 대법원 2004.11.18. 선고 2004도5074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7] BGHSt 37, 89. 당시 독일 형법 제316조는 음주로 인하여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한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이때 혈중알콜농도가 어느 정도 이상일 때 운전불능상태인지에 대하여는 명문 규정 없이 의학적인 연구 등을 기초로 판례가 기준을 정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90년 독일연방법원은 1966년 이래로 0.13%로 유지해 온 혈중 알코올 농도의 기준치를 0.11%로 하향 조정하면서 판례 변경 이전에 혈중알콜농도 0.12%인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된 사람들의 처벌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서보학, “형사판례변경과 신뢰보호”, 「경희법학」, 제34권 (1999), pp.345–346 [각주18] 이동진, “판례변경의 소급효,” 民事判例硏究, No. 36 (2014), pp.1168. 그렇다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는 어떠한가? 실제로 수규범자인 의료인이 동 판결을 인식하고 이를 신뢰하였다는 전제하에, 그러한 신뢰는 별로 의문의 여지 없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위반시 형사처벌이 따르는 행정법규는 재판규범이자 행위규범이다. 그러나 수규범자들이 평소 모든 관련 법규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개개의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수규범자에게 동등한 정도의 규범력을 갖는 행위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어떤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법률가도 아닌 수규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고 준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어떤 행정법규는 규제기관에 의하여 적용되기 전까지 수규범자들이 그 존재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은 2012년 의료법 개정 시 처음 삽입되기는 했으나 그 모태가 되는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은 2000년대에 들어와 그 위반을 이유로 많은 의료인들이 기소가 되는 바람에 복수의 의료기관을 경영하고자 하는 다수의 의료인들이 이미 인식하고 신중히 분석하고 있었던 규정이고, 동 조항을 해석한 판례19) 역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려는 의료인들에게 합법적인 경영방식의 준거로 작용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2012년 의료법 개정 이후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는 마찬가지로 2016년 대법원 판결이 그러한 지위를 차지했을 것임이 당연하다. 즉 2016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일선에서의 다수의 의료인들은 합법적이라는 믿음 하에 진료는 의료기관 개설 명의자에게 맡기고 자본 투자나 컨설팅 등 다양한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법상의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의 기준을 제시한 2016년 대상판결을 신뢰한 의료인들의 신뢰이익은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 [각주19] 위 각주 4의 판례.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의료인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은 비단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근거하여 환수하는 조치를 기계적으로 취하고 있는데, 그 환수액은 의료기관이 거둔 수익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급여금액 전액이고 심지어는 환자 본인부담금마저 포함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인이 파산에 이를 정도로 커다란 금액이 되기도 한다.20) [각주20]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를 구한 2014구합11526사건에서는 환수급액이 74억원에 달하여 의료인인 원고가 파산에 이를 수 있으므로 환수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수규범자들인 의료인들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동 판결이 허용하는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을 운영해 왔다면, 그러한 수규범자들의 신뢰이익은 더더욱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데, 대상 판결은 그러한 신뢰이익을 보호할 아무런 장치 없이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판례를 신뢰한 의료인들을 형사처벌은 물론이거니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에 새로이 노출시키고 있으므로 부당하다. 4. 자기 모순적인 기준 제시 서로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인들이 맺을 수 있는 협력의 형태를 개념적으로 분류해보면, 아무런 자본 투자 없이 수수료를 목적으로 자문제공이나 경영지원을 제공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고, 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의료기관에 자본 투입을 통하여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지분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한 투자자의 관여에는 다양한 정도와 형태가 있을 것이다. 투자자와 피투자자가 예컨대 학연이나 혈연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피투자자의 병원 운영에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투하자본이 이윤과 함께 회수되기를 바라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을 모니터하고 너무 모험적인 운영을 방지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업에 대한 투자의 경우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이사 선임 등을 통하여 피투자 기업이 건실한 경영을 하는지 감독하고자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는 이상 - 지금까지 우리 대법원의 판결은 의료기관 이중 개설·운영 금지 조항이 투자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거니와, 대상 판결 자제도 의료법상 허용되는 동업의 형태로서 “단순히 헙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언급하고 있다 -, 자신이 자본을 투자한 의료기관에 대한 일정 수준의 감시 또는 감독권한을 보유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는 위법한 복수 의료기관 운영이라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명의자를 배제하지 않더라도 예컨대 개설 명의자와 공동으로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한 경우조차 의료법에 위배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할 여지를 만들었다. 대상 판결 스스로가 합법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경영지원 혹은 투자”에 통상 수반되는 행위를 위법이라고 보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IV. 대상 판결의 올바른 이해 지금까지 나열한 대상 판결의 문제점들은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라고 볼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이고, 간단하게 치유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기교적 조치로서가 아니라, 이 사건의 하급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을 나란히 놓고 보면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려는 취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1심과 이를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한 2심의 결론은 상반되지만, 1심과 2심의 판결문을 보면 각 법원이 적용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법리는 다르지 않다. 즉, 1심과 항소심은 동일하게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이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고 설시하면서 2016년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21) [각주21] 2016.12.2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단4214 및 2018.2.6.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노9. 다만 1심은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반면, 항소심은 증언 등을 바탕으로 피고인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위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숙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즉, 1심과 2심 결론이 상반되는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해석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증거에 기반한 사실인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사의 항소이유도 법리오해가 아니라 사실오인이었다. 이에 대하여 대상 판결은 1심과 2심 가운데 항소심을 지지하면서 “1의료인 1개설·운영 원칙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시하고 있는데, 상고이유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어떤 법리 오해를 상고이유로 제시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1심과 2심이 모두 동일하게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따르고 있고 사실 판단만을 달리한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 위하여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그렇다면 비록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관한 대상 판결의 위 (나) 및 (다) 판시가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어구를 그대로 옮겨오고 있지는 않지만, 대상 판결은 여전히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취지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대상 판결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필요한 개념 요소로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제거한 듯하나, 이는 판결문에 생략되어 있을 뿐, 여전히 2016년 판결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V. 향후의 바람직한 절차 진행 지금까지 의료인은 1개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소정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의 해석을 살펴보았는데, 동 조항에 대하여는 이미 이야기한대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공개 변론까지 열렸고, 이러한 공개 변론이나 다양한 논문을 통해 합헌성 논쟁 및 의료 정책론 차원의 논쟁이22)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법원에 계류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의 형사사건들은 일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송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각주22] 설령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가 위헌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책적으로 정당한 정책인가 하는 논쟁이다. 의료인이 1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너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라는 의료인의 책무와 상충할 수 있고, 이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위협이 의료기관 복수개설 규제가 좋은 정책이라고 보는 견해와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1명의 경영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업무의 효율, 비용 절감 등 규모의 경제를 도모할 수 있으므로 복수개설 규제는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김선욱 and 정혜승, “의료인의 의료기관 다중운영 금지 조항의 위헌성 -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을 중심으로 -,” 의료법학, Vol. 16, No. 2 (2015), pp.295–326) 충돌한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가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법원에 계류된 제33조 제8항 위반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공소기각의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합헌 또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다면,23) 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법리를 섬세하게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기준을 완화할 경우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합법적이라고 믿고 타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한 의료인이 부당하게 형사상 또는 행정처분을 통한 재산상 불이익을 받는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24) [각주23]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법률 해석에 기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므로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재두299판결),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의 영향은 법원이 향후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해석함에 있어 합헌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각주24] 형사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인정하더라도 기존의 판례를 신뢰한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태영, “被告人에게 不利한 判例變更과 遡及效禁止의 問題,” 동아법학, No. 38 (2006), pp.39–98 등. 이렇게 하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에 대하여 무죄가 인정되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도 면하게 될 것이다.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의료법제33조제8항
복수의료기관
병원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2018-12-21
민사일반
관습상의 분묘기지권 인정
대법원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Ⅰ. 서 론 대법원은 2016년 9월 22일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에 관하여 공개변론을 실시한 후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 대상판결에 대한 공개 변론 당시 주요 쟁점은 조선고등법원 판결 당시(1927. 3. 8.) 및 공개변론 당시(2016. 9. 22.) 관습의 존재 여부 및 존재한다면 종전 판례 내용(기지 면적, 존속기간, 지료 지급 여부 등)을 변경할 필요성은 없는지 여부 등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대법원이 취해온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태도가 타당한지 여부 등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Ⅱ. 대상판결의 입장 1. 사실관계 대상판결 상의 분묘는 ① 1733년, ② 1987년 4월, ③ 1989년 봄(2기), ④ 1990년 11월경 각 설치된 5기의 분묘로, 원심 판결 당시(2013. 1. 25) 20년이 경과하여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원심(춘천지방법원 2013. 1. 23. 선고 2012나3412 판결)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종전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2. 대상판결 가. 상고이유 원심에서 패소한 피고는 장사법(2001. 1. 13. 시행) 시행으로 분묘기지권을 불허하는 법적 규율 변화, 화장률 증가 등의 장묘문화 변화와 묘지에 관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 등으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인정할 관습법이 더 이상 우리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유로 상고하였다. 나. 다수의견 다수의견은 분묘기지권을 관습상의 물권으로 보고 승낙형, 양도형,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등 세 유형을 종전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효사상, 조상숭배사상 및 조선시대 산림공유 원칙에 의해 인정되어 온 묘지 점권(분묘 점권)이 민법 시행으로 개인 토지 소유권과 분묘기지권의 충돌 과정에서 분묘기지권이 관습상 인정되어 왔다면서 존속기간의 영속성, 지료의 무상성 역시 종전 대법원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다수의견은 상고이유와 관련하여, 첫째, 사회 구성원들의 관습 소멸에 대한 법적 확신이 아직 확립되었다고 볼 수 없어 분묘기지권을 부정할 경우 법적 안정성이 침해되고, 둘째, 장사법이 동법 시행일 이후에 설치된 분묘부터 적용토록 한 것은 그 이전 설치 분묘의 분묘기지권 성립을 인정할 근거가 되며, 셋째, 분묘기지권 인정은 시효취득 인정으로 헌법 정신에 반하지 않고, 넷째, 화장률 증가에도 여전히 매장문화가 존재하므로 아직은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분묘기지권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다. 소수의견 조선고등법원(1927. 3. 8.) 판결로 인정된 분묘기지권은 현행 민법 시행으로 소유권제도 및 사유재산제도가 정착되고, 토지 가치의 상승 및 화장문화 증가로 매장문화 퇴색, 무단분묘에 대한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의 사회적ㆍ문화적 기초가 상실되었으므로 이를 인정하는 것은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관습법도 시대변화에 따라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면 폐기되어야 하는바, 첫째, 이의 인정은 헌법상 재산권 보장과 민법의 사유재산권 존중 이념에 부합하지 않고(부동산물권변동의 등기, 즉 성립요건주의에 반하고), 둘째, 묘지 등에 관한 화장취체규칙, 매장법, 장사법 등이 무단분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및 강제개장을 허용하고 있고, 장사법 역시 토지 소유자 등에게 무단분묘에 대한 개장권, 무단분묘 연고자 등의 분묘기지에 대한 일체의 권리 주장 불허 등 묘지에 대한 공법적 규제뿐만 아니라 토지 소유자와 분묘 연고자 사이의 사법적(私法的) 관계까지 규정함으로써 더 이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법적 결단이 이루어졌고, 셋째, 소유권 취득시효 인정 대법원 판례의 자주점유의 권원성 요구 취지에 비춰볼 때 분묘기지권(지상권 유사 물권)의 타주 점유의 권원성(사용권원) 역시 객관적으로 요구된다 할 것인데 무단점유에는 그러한 권원성이 인정될 수 없어 악의의 무단점유에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보호에 반하며, 넷째, 장사법이 시행일 후 분묘기지권을 불허한 것은 종전 관습의 법적 확신 소멸을 반영한 것이고, 다섯째, 존속기간의 영속성과 무상 지료 관습법 인정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여섯째, 사회적 인식이 변하였고(조상숭배사상 및 유교 문화의 후퇴, 교육수준의 향상, 핵가족화, 임야 개발, 화장시설 및 공설묘지 등의 정비 등), 일곱째, 장사법 시행으로 국민의 무단분묘 불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고양됨에 비춰 볼 때 그러한 관습은 더 이상 국민의 법적 확신을 얻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폐기되어야 한다. 다만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에 의해 인정될 수는 없지만, 통상적인 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춘 경우(지상권에 대한 객관적 권원이 증명된 때)에는 통상의 지상권처럼 분묘기지권 역시 인정된다. 라.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매장법, 장사법 시행이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법의 폐기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소유권 취득시효에 관한 자주점유(객관적 권원 요구) 판례 취지는 분묘기지권에 유추적용될 것도 아니며, 분묘는 단순한 공작물이 아니라 조상의 영혼이 깃든 정신적 장소이자 망자에 대한 숭모의 장소로서 존중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관습법 인정이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에도 반하지 않는다. 마. 소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분묘기지권이 아니더라도 채권계약 또는 물권계약에 의해 분묘기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이 보장될 수 있으며, 관습상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에 관한 관습 존재 인정 자료도 없다. 그리고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에 관한 판례는 관습법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토지 소유자의 승낙 후 설치한 분묘에 근대적인 취득시효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소유권 취득시효의 요건인 자주점유처럼 재산권을 보유할 의사가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에도 필요하다. 즉 지상권 유사의 물권이라면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도 지상권 유사의 물권을 보유할 의사(타주점유이지만 지상권 유사의 물권에 대한 객관적 권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의사가 없는 상태의 무단분묘에 대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은 취득시효제도에 부합하지 않다. Ⅲ. 판례에 대한 평석 1. 조선고등법원 판결 시 관습의 부존재 조선총독부 관습조사보고서는 무상의 승낙형 분묘기지권은 관습상 존재하지만,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관습은 없으며, 조선총독부중추원의 민사관습회답취집 역시 광주지방법원 전주지청 등에 대해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및 양도형 분묘기지권에 대한 관습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취득시효제도에 대한 관습도 없다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산림공유원칙에도 불구하고, 분묘침해를 다투는 소위 정려문산송(旌閭門山訟), 4葬4掘山訟(네 번 암장 네 번 강제 官掘) 등 수많은 산송이 있었는바, 이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관습 부존재를 증명하는 반증이라 할 것이다. 2. 대상판결 공개변론(2016년) 당시의 관습의 부존재 대상판결 판시이유처럼 재산권 보장을 천명한 헌법 및 민법의 제원칙에 비춰 존속기간의 무한성, 지료의 무상성 등을 인정한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은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부당하다. 소수의견처럼 첫째, 화장취체규칙, 소위 매장법 및 장사법 모두 무단 사체 매장의 경우 형사처벌토록 하여 무단분묘의 설치가 위법행위임을 100년 이상 공지하여 왔고, 둘째, 도시화 및 핵가족화, 셋째, 임야의 경제적 가치 상승, 넷째, 다양하고 저렴한 장례문화 및 비용, 다섯째, 묘지의 이전 용이성 및 대체성 등에 비춰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국민들의 법적 확신은 소멸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현행 장사법에 비추어 장사법은 법 시행일 후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입법적 결단을 하였다. 그렇다면 헌법상 평등권에 비추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동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 중 관습상의 분묘기지권 판결을 받은 기판력 있는 분묘의 경우에는 시행일에 분묘가 설치된 것으로 의제하여 최단 15년 내지 최장 60년의 분묘 설치기간을 보장하는 것으로 기득권을 보장하고, 판결을 받은 바 없는 분묘의 경우에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Ⅳ. 결론 대상판결은 효사상 및 조상숭배사상에 근거하여 분묘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음을 밝히고 있으나, 분묘의 굴이 허용은 타인 토지 위에 존재하는 분묘의 이전을 요구하는 것일 뿐 새로운 토지에 분묘의 설치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분묘의 이전성과 대체성 및 장묘문화 변화 및 장묘비용의 저렴화 등에 비추어 관습상의 법정지상권(건물의 토지 고착성)과 달리 적은 비용으로 분묘굴이가 가능하므로 제반 사회 여건 변화에 비추어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더 이상 인정할 이유가 없다 할 것인바, 대상판결은 시대반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겠다.
분묘기지권
관습법
2017-02-09
파산·회생
공익채권에 대하여도 채권자보호절차 없이 연대책임을 면제할 수 있는지 여부
-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다31806 판결 - I.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원고를 포함한 공동설계단이 2010. 4. 23. A(A가 분할되어 B와 C를 설립하였다. 분할존속회사인 A에 대하여 분할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A라 한다)를 포함한 공동수급체와 빌딩건축공사에 관하여 설계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설계용역을 제공하던 중인 2011. 8. 10. A에 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설계용역에는 기본설계용역과 실시설계용역이 포함되었고, 용역 및 건축공사의 진행 단계에 따라 각 용역의 착수금, 중도금, 잔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는 A의 회생절차 개시 전에 기본설계도서와 실시설계도서의 납품을 완료하였으나 A로부터 이에 대한 용역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고, 회생절차 개시 당시 도서변경, 사용승인, 건축물관리대장용 도서 납품, 인증 등의 용역이 남아 있었다. A는 2011. 12. 9.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았다. A는 회생계획(이하 '이 사건 회생계획'이라 한다)에 따른 회사분할을 통하여 B와 C를 설립하였고, A의 건설업 중 일부를 B에게 이전시키고, 자동차판매사업을 C에게 이전시켰다. 이 사건 회생계획은 사업관련성에 따라 공익채권을 이전하면서, 각 회사에게 이전된 채무에 대해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19조의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인데, A의 관리인이 이 사건 계약에 대하여 이행을 선택하였으므로, (A의 회생절차개시 전에 발생한 용역대금을 포함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용역대금 전부가 공익채권이라고 주장하였다(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원고는 연대책임을 면제한 이 사건 회생계획은 공익채권자인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미지급 용역대금 전부를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용역이 각 중간 공정별로 가분적이지는 않지만, 기본설계용역부분과 실시설계용역부분은 가분적이라고 판단한 후, 회생채권이라고 판단한 기본설계용역대금 지급청구 부분(총계약금액의 40%)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다만, 실시설계용역대금 지급청구 부분(총계약금액의 60%)은 공익채권이라고 판단한 후, 회생절차 개시 전에 발생한 대금을 포함하여 실시설계용역대금 전부(착수금, 중도금, 잔금)에 대하여 청구를 인용하고, 회생계획의 연대책임 면제조항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연대하여 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원고와 피고들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16. 2. 18. 원고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채무자회생법 제272조 제1항, 제4항은 회생계획에 의하여 주식회사인 채무자가 분할되는 경우 상법상 채권자보호절차 없이도 분할되는 회사와 승계회사가 분할 전의 회사 채무에 관하여 연대책임을 지지 않도록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무자회생법에서 이러한 특례규정을 둔 것은 회생절차에서 채권자는 회사분할을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에 대한 관계인집회에서의 결의절차를 통하여 회사분할이 채권자에게 유리 또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고, 법원도 인가요건에 대한 심리를 통하여 채권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심사하게 되므로 별도의 상법상 채권자보호절차는 불필요하다는 사정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회생채권자와 달리 회생계획안에 관한 결의절차에 참여할 수 없는 공익채권자에 대하여는 위 특례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위 특례규정을 이유로 회생계획에 공익채권에 대한 연대책임 면제조항을 둘 수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III.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쌍방미이행 쌍무계약과 공익채권 관리인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하여 (i) 이행을 선택하였거나 (ii) 제2회 관계인집회(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 전까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않아서 이행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된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공익채권이 된다(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하여 이행이 선택된 경우(이행이 선택된 것으로 간주된 경우 포함, 이하 같다), 이행 선택된 계약에 따라 '개시결정 이후에 발생한 채권'이 공익채권에 해당한다는 점에는 큰 의문이 없다(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하지만 '개시결정 이전에 발생한 채권'도 공익채권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해당 계약 및 채무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채무자에 대하여 개시결정이 내려질 당시 진행 중이던 미완성 공사나 용역 등이 있고, 그 원인이 되는 도급계약이나 용역계약에 대하여 이행이 선택된 경우, 당해 공사나 용역이 전체적으로 보아 불가분적으로 이행되어야 하는 성격을 갖는다면, 개시결정 전의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이나 용역대금채권까지도 전부 공익채권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1다9304 판결,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4다3512 352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3. 27. 선고 2013나31696 판결). 반면에, 기본거래계약, 임대차계약 등과 같이 가분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 성격의 계약에 대하여 이행이 선택된 경우에는, 개시결정 이후에 발생한 채권만 공익채권이고, 개시결정 이전에 발생한 채권은 회생채권이 된다. 원심은 이 사건 계약이 용역진행 단계에 따라 각 용역의 착수금, 중도금, 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각 중간 공정별로 가분적이지는 않다고 보았지만, 하나의 계약서로 하나의 건축공사에 관하여 체결된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설계용역부분과 실시설계용역부분은 가분적이라고 판단한 후, 실시설계용역대금 지급청구 부분만 공익채권으로 인정한 것이다. 2. 회생절차에 의한 회사분할과 공익채권 회생채권, 회생담보권은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라 권리가 변경되므로(채무자회생법 제252조), 회생계획이 정하는 바에 따라 채무가 분할되어 귀속되고, 채권자보호절차 없이 회생계획으로 분할신설회사와 분할존속회사의 연대책임을 면제시킬 수 있다는데 의문이 없다(채무자회생법 제272조 제1항, 제4항, 상법 제530조의9 제4항). 그리고 분할신설회사의 설립등기에 의하여 분할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새로이 발생한 공익채무는, 분할로 인하여 법인격이 분리되고 의무부담주체가 명확하게 구분된 이후에 발생한 분할 후 채무이므로, 그 채무를 발생시킨 회사가 단독으로 변제책임을 진다는 것에 대하여도 큰 의문이 없을 것이다(상법 제530조의9 제1항). 결국 회생계획에 의한 연대책임의 제한의 효력이 문제되는 것은 분할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발생한 공익채무에 대해서이다. 공익채권자는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 받을 수 있고(채무자회생법 제180조 제1항), 회생계획안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에서 의결권이 없는데(채무자회생법 제188조), 인가된 회생계획에 의하여 공익채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회생채권자와 달리 회생계획안에 관한 결의절차에 참여할 수 없는 공익채권자에게는 채무자회생법 제272조 제1항, 제4항의 특례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그 특례규정을 이유로 회생계획에 공익채권에 대하여 연대책임 면제조항을 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3. 대상판결에 대한 의견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한다는 채무자회생법 제180조 제1항의 규정이나, 회생계획으로 공익채권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규정을 정할 수는 없고, 공익채권자도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해 다툴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1. 20.자 2005그60 결정, 대법원 2006. 3. 29.자 2005그57 결정,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40349판결 등)에 비추어 공익채권에 대하여 회생계획에 연대책임 면제조항을 둘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태도는 지극히 타당하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입장을 관철하게 되면, 공익채권자는 보호되겠지만, 회생절차를 통해 회사분할을 하고, 분할신설회사나 분할존속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 M&A를 진행하는 데에는 장애가 될 위험이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회생계획안 규정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사의 공익채권에 대하여 연대채무를 부담한다고 보게 되면, 인수자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고, 이를 이유로 인수를 단념하거나 인수금액을 낮추려고 들 수 있다. 이는 회생절차 M&A의 성패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 채무자와 회생채권자들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 공익채권자를 보호하면서도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입법적, 제도적 개선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공익채권
회생
용역대금
회생채권
2016-08-22
경찰의 CIMS를 통한 피의자 정보관리는 법률유보원칙에 합치
Ⅰ. 사실관계 1. 원고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피의사실로 수사를 받았으나, 모두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 경찰은 원고들에 관한 사건번호, 수사단서, 접수(송치)죄명, 종결일자 등과 피의자신문조서 등 정보를 '경찰 범죄정보관리시스템'(Crime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이하 'CIMS'라 한다)에 입력하여 보유하고 있었고, 2010년 5월 1일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CIMS에 입력되어 있던 각종 정보들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orea Information System of Criminal-justice Service, 이하 'KICS'라 한다)으로 이관되었다. 3. 원고들은 2010년 6월경 경찰청장에 대해 CIMS 또는 KICS에 들어 있는 사건관련 정보의 삭제를 청구하였고, 경찰청장은 원고들이 청구한 대로 정보를 삭제하였다고 원고들에게 통보하였다. 4. 원고들은 2010년 8월경 피고(대한민국) 소속 경찰관이 개인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해 수집·보관·이용한 행위,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정보를 삭제한 행위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위자료 각 1,100만원을 청구하는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8. 12. 선고 2010가단315870 판결)은 경찰관이 형사 입건된 원고들의 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해 수집·보관·이용한 행위와 그 정보를 삭제한 행위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정당한 직무범위에 포함되며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누설하였거나 목적 외에 사용하였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삭제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위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패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들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2. 30. 선고 2011나40198 판결)은 제1심을 인용하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상고하였다. Ⅲ. 대상 판결의 주문 및 이유 1.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2. 이유 (1)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원심은 경찰관이 형사 입건된 원고들의 정보를 CIMS와 KICS를 통하여 수집·보관·이용한 행위와 그 정보를 삭제한 행위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제5조, 범죄정보관리시스템 운영지침 제9조 등의 법률에 근거한 규율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규정 및 헌법재판소 결정 등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원심은 경찰의 개인정보 수집·보관·이용 행위와 그 삭제행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에 관한 개인정보를 보관하는 것은 재수사를 대비하여 기초자료를 보존하여 형사사법의 실체적 진실을 구현하는 한편, 형사사건 처리결과를 쉽게 그리고 명확히 확인하여 수사의 반복을 피함으로써 수사력의 낭비를 막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경찰관이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수집·보관·이용한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관련 규정 및 헌법재판소 결정 등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과잉금지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Ⅳ. 평석 1. 대상 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 판결은 CIMS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등 법률에 근거한 규율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하지 아니하였다고 설시함으로써 명시적으로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인정한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2. 구체적 검토 (1) CIMS의 개요 CIMS는 일선 경찰서의 담당자가 사건접수 단계부터 검찰송치 단계까지 시스템에 입력하여 사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단계별 처리과정에서 입력된 자료를 기초로 범죄수사와 다양한 통계 산출에 활용하기 위한 전자적 관리체계로서 CIMS에 입력되는 정보는 사건정보(발생일시, 장소 등)와 대상자정보(사건관련자 인적사항)이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라는 단행법을 근거로 운영되고 있는 KICS와 달리 CIMS는 경찰내부지침인 '범죄정보관리시스템 운영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는바, 2010. 5. 1.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이 시행되어 KICS가 운영됨에 따라 CIMS에 있던 정보는 KICS로 이관되었다. (2)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의 존부에 관한 학설 대립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가 경찰작용의 개별적 수권조항이 없는 경우 일반적(개괄적) 수권조항이 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긍정설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6호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인정하는 견해, 같은 법 제5조 제1항 '기타 위험한 사태'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보는 견해, 같은 법 제2조 제6호, 제5조 제1항 제3호를 유추해석하여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위험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 같은 법 제2조 제6호를 개괄수권조항으로 인정하되 제5조를 제2개괄수권조항, 제6조를 제3개괄수권조항으로 보는 견해 등이 있다. 부정설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관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직법상 일반규범이므로 경찰권 발동의 근거가 아니라고 보고, 입법필요설은 개괄조항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권한규정이 아니므로 입법을 통해 일반적 수권조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이다. (3)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6조)의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청원경찰법 제3조에서 규정하는 청원경찰의 직무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경찰관의 직무에 비추어 허가 없이 창고를 주택으로 개축하는 행위를 청원경찰이 단속하는 직무집행이 적법하고 이를 폭력으로 방해하는 소위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86. 1. 28. 선고 85도2448 판결). (4) 헌법재판소 결정례 경찰이 지문정보를 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지가 문제된 헌재 2005. 5. 26. 99헌마513 결정에서 다수의견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0조 제2항 제6호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밖에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 제17조의10 제1항, 경찰법 제3조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도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반면,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전효숙은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제2항 본문, 제17조의10 제1항,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청장이 지문원지를 송부받아 보관할 수 있는 근거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서울광장을 경찰차벽으로 막아 통행을 제지한 행위가 문제된 헌재 2011. 6. 30. 2009헌마406 결정에서 경찰권 발동의 일반적 수권조항이 문제되었다. 이 부분 견해를 표명한 헌법재판관의 의견은 2대2로 팽팽하다. 2009헌마406 결정의 보충의견(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송두환)은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의 임무, 경찰관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항들로서 이들 조항을 일반적 수권조항이라 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박탈하는 행위의 근거조항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2009헌마406 결정의 반대의견(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박한철)은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일반시민의 공물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행위를 제한한 것으로서 경찰법 제3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에서 그 법적인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이유로 복잡다기하고 변화 많은 현대사회에서 빠짐없이 개별적 수권조항으로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며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인 경찰권 행사가 가능하기 위해서 일반적 수권조항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점, 일반적 수권조항은 보충적으로 적용되고 경찰권 발동에 관한 조리상 원칙이 발달되어 있어 남용될 우려가 없는 점 등을 들었다. (5) 결론 긍정설이 타당하다. 대상 판결은 경찰법 제3조도 법적 근거로 보았으나, 경찰법이 국가경찰의 기본조직 및 직무 범위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인 점, 경찰의 직무와 권한을 구분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인 점(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49009 판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는 조직법인 경찰법이 제정된 1991년 이전인 1981년 신설된 조항인 점 등에 비추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독일의 경우 임무규범으로부터 권한규범을 도출하는 전통이 있었고 크로이쯔베르크 사건에서 그 입장이 확인되었다. 경찰작용의 일반적 수권조항이 도입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나, 현행법 해석상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일반적 수권조항으로 운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일반적 수권조항에 근거한 경찰권 발동은 보충적·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일반적 수권조항의 불확정 개념은 학설·판례로써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찰권 발동과 시민적 법치주의의 절충점을 모색해나갈 것이다.
2012-11-08
대모산 등산로 토지소유자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
Ⅰ. 사실관계 1. 소외 망 유○○은 1974. 6. 29. 이 사건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였는데, 유○○이 2003. 8. 22. 사망함에 따라 원고들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지분을 5분의 1 씩 상속했다. 2. 이 사건 토지는 1971. 8. 7.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지정된 대모산도시자연공원 내에 위치하고, 피고는 1993. 8. 16.경 위 공원에 대한 도시공원계획을 수립한 후 거기에 수도시설, 안내판, 관리소 등을 설치하고 관리인원을 채용하여 관리해 오고 있다. 3. 이 사건 토지 인접 토지에 피고가 설치한 '경작행위 금지구역'이라는 경고 표지판과 등산길 안내 표지판, 휴식을 위한 의자 등이 설치되어 있고, 이 사건 토지에도 공원 입구에서 대모산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가 존재하여 일반 등산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4. 피고의 대표자 △△구청장은 위 공원 설치 당시부터 법령상 관리청으로서 이를 관리해 오고 있다. 5. 원고들은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여 왔으므로 원고들에게 임료 상당액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Ⅱ.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 27. 2009가단432311 판결)은 피고가 위 도시공원조성사업을 실시하기 시작한 1993. 8. 16.경부터 유○○을 상속한 원고들 소유인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전체 공원구역 내 토지를 사실상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여 왔으므로 권원 없는 점유·사용으로 인한 임료 상당액을 원고들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피고가 항소하였으나,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0. 26. 2011나12445 판결)은 제1심 판결을 인용하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피고는 상고하였다. Ⅲ. 대상 판결의 주문 및 이유 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2. 판결 이유 (1) 도시계획이 결정·고시된 경우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점유 인정 여부 사인 소유 토지에 도로,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이 결정·고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그 도시계획에 따른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곧바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점유한다고 볼 수 없고, 다만 정식의 도시계획사업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토지에 도시계획시설을 구성하는 여러 시설을 설치·관리하여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등으로 이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 그 범위 내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점유가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2) 이 사건 토지를 피고가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없음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가 비록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지정된 대모산도시자연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기는 하나 그 토지 위에 비포장등산로가 있는 외에 안내표지판, 의자 등 피고가 공원의 구성요소로 설치하거나 관리하는 어떠한 시설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위 등산로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소로(小路)에 불과할 뿐 그 개설이나 정비에 피고가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흔적이 없으며, 이 사건 토지 중 위 등산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일반적인 임야의 모습과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사건 토지에 직접적으로 공원시설 설치를 위한 도시계획사업이 시행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정도의 등산로의 존재와 도시자연공원 구역 내에 위치함으로써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용상 제한 등 공법상 규제가 있다는 점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음에도 원심은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점유·사용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부당이득 발생의 원인이 되는 점유·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Ⅳ. 평석 1. 대상 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 판결의 결론에 찬성한다.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는지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요건사실인데, 대상 판결이 원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위 요건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서 점유·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법률심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려고 논리를 전개한 노력으로 보인다. 대상 판결은 피고의 상고이유 중 점유·사용 부분만 판단하였고,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이 정당한 이상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판 판단을 생략하였으나, 실제 그와 같은 결론을 내림에 있어서 나머지 상고이유가 참작되었다고 보인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용상 제한 등 '공법상 규제'가 있다고 판시한 것은 피고가 이 사건 법률관계를 공법관계라고 주장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2. 구체적 검토 (1)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피고의 점유 부정 이 사건 토지에는 피고가 설치한 구조물이 없다. 이 사건 토지의 인근에 경작금지 안내판, 표지판, 휴식을 위한 의자 등이 설치되어 있을 뿐임에도 인근 토지에 존재하는 시설물을 근거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다. '관악산 도시자연공원'의 관리청인 서울특별시관악구는 타인 소유 토지에 수도시설, 안내판, 관리소 등을 설치하여 공원을 유지·관리했는바, 판례는 관악구가 시설 부지가 되는 부분만 점유한다고 본다(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35903 판결). 타인 소유 토지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단체가 도로로써 점유·관리하는 경우 ① 공공단체가 사인 소유의 토지를 도로로 점유하고 있다고 하여 부당이득의 성립을 인정하는 사례(대법원 1987. 9. 22. 선고 86다카2151 판결 등), ② 자연발생적 도로라고 보아 공공단체의 점유를 부정하는 사례(대법원 1987. 10. 13. 선고 87다카1470 판결 등)가 있다. 도시계획에 따른 사업을 시행하지 않았고 여러 시설을 설치·관리하지도 않은 경우에는 점유가 부정된다(대법원 1995. 5. 26. 선고 94다54061, 54078 판결 등). 이 사건 등산로는 피고의 점유가 부정되는 자연발생적 샛길에 불과하다. (2)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피고의 사용·수익 부정 피고는 이 사건 토지로부터 어떠한 경제적 이득도 거두고 있지 못하다. 이 사건 공원은 유료공원이 아니다. 공원이 조성됨으로 인해 △△구에서 시민들 또는 등산객들이 산책하거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일반적·추상적 이익이 증대되었다고 가정할 수 있겠지만, 이는 개인의 개별적 이익이 아니라 다수인의 이익이다. 오히려 피고는 이 사건 공원의 효익을 증대시키고자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사회 구성권 전체에 공통되는 이익, '공공복리' 혹은 '공익'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으로 해결하는 것은 부당하다. (3) 원고 측에 손해가 없거나 소유권제한이 용인된 것으로 보임 지방자치단체의 무단점용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토지의 소유자가 그 토지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하거나 일반 공중에게 그 사용수익을 용인한 것이라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74. 5. 28. 선고 73다399 판결 등). 토지의 매수인이 매수 당시 토지상에 부담이 있었던 것을 알고 매수하였다면 토지에 관하여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92. 7. 24. 선고 92다15970 판결). 유○○는 이 사건 공원이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된 1971. 8. 7.의 이후인 1974. 6. 27.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유○○이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할 당시 대모산 등산을 위한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던 현황을 알고 취득하였을 것으로 추단된다. 유○○는 사실상 용도제한이 없는 상태의 토지보다 훨씬 낮은 가격 또는 거의 명목상 가격만을 지급하였을 것이다. 원고 측에 손해가 없거나 소유권제한이 용인되거나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포기되었다고 보인다. (4) 공익사업을 위한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제약 내에 있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는 공원시설에 관한 사업은 '공익사업'이라고 규정한다. 이 사건 공원은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공중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영역에 속한다. 피고는 일종의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사업자의 실질을 가진다. 이 사건은 '사익-사익'의 충돌 문제가 아니라, '공익-사익'의 충돌 문제이다. 이를 사익 간의 이해조정 문제로 보아 부당이득 법리로 해결하려 하면, 무리한 논리를 끼워 맞추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수용적 침해에 대한 보상'이란, 적법한 행정작용의 결과 부수적으로 개인이 입게 되는 침해에 대한 보상이다. 보통의 경우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제약으로 보아 보상대상이 될 수 없다. 피해의 정도가 심하여 특별희생이 발생한 경우 수용유사침해 법리에 준한 보상이 문제되는바, ① 독일의 수용적 침해의 법리를 도입하여 보상청구가 가능하다는 견해, ② 헌법 제23조 제3항이 직접 적용되어 보상청구가 가능하다는 견해, ③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사건 토지는 임야이고 원고들은 지목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 토지매수의 청구가 적용될 수 없다. 원고들이 입는 손해를 중대하다고 판단하여 권리구제 관점에서 보더라도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공법상 당사자소송을 제기하였어야 한다. 사인 상호간의 이익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상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 결론적으로 원고들의 경우 공익사업을 위한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제약 내에 있고 특별희생이 발생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수용적 침해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보상받을 수 없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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