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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와 위법성조각 법리를 구체화
대상판결은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해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기존 판례에서는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이 이익형량 중 침해행위의 영역으로 고려되었으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고려 없이 위법성 조각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는 구분되는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 들어가며 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이루어진다. 그만큼 초상권에 관한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초상권 침해 문제도 늘고 있다. 동의 없이 얼굴이 촬영되거나 공개되지 않을 권리의 반대편에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놓인다. 특히 언론보도에서는 정확한 내용 전달과 근거 제시, 제3자 피해 방지 등 여러 이유로 보도 대상자의 얼굴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필요한 때가 있다. 하지만 아직 언론소송에서는 초상권 침해보다는 명예훼손이 문제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보도 대상자와 언론사 간의 법익 균형을 찾는 위법성 조각사유 관련 판례도 명예훼손에 관해서는 많이 축적되어 있으나 초상권 침해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 이 사건 1, 2심 법원은 기존 판례의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인용하며, 방송사 기자인 피고들이 원고의 얼굴을 공개한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며 위법성도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본 법무법인은 상고심에서 원고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이 사건 보도가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므로, 언론의 자유 보호가 원고의 초상권 보호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보도의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서의 위법성조각 법리를 기존 판례에 비해 보다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언론의 초상 보도 적법성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언론이 초상을 적법하게 보도할 수 있는 경계를 보다 뚜렷이 한 만큼 그 경계 범위 안에서의 언론의 자유도 그만큼 더 확보되었다. 2. 사실관계 원고는 어린이 다문화합창단인 레인보우합창단(이하 ‘이 사건 합창단’)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의 대표로 있었다. 이 사건 합창단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행사의 애국가 제창을 위해 초대받았다. 원고는 합창 단원의 학부모들에게 참가비 30만 원 납부를 통보했다. 학부모들은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급하기로 한 점을 들어 항의했다. 그 과정에서 한 학부모가 휴대폰을 이용해 위 상황을 약 4분 48초간 동영상(이하 '이 사건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MBC 기자인 피고들은 관련 기사를 작성해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하도록 하였다. 위 방송 중 약 32초간 이 사건 동영상 일부가 사용되었고,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이하 원고의 얼굴이 공개된 위 약 32초간의 방송을 '이 사건 방송').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방송을 한 것이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3. 소송경과 1심은 피고들의 행위가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보았다. 원고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지 않고, 공적 인물에 해당하더라도 얼굴까지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은 아니며,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고, 원고의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다. 2심은 1심과 달리 원고를 공인으로 볼 여지가 높다고 하였다. 그러나, 공인인 경우에도 이 사건 동영상이 원고의 의사에 반해 촬영되었고, 학부모에게 고압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 사람들이 원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이 사건 동영상을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조치 없이 그대로 방송할 필요성, 보충성, 긴급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원고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가 공익보다 크거나 우선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4.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가. 초상권 침해와 위법성조각 법리 대상판결은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 법리에 관해,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러나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더라도,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 · 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초상권 침해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 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로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등이 있다.”라고 설시했다. 대상판결은 특히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이익형량의 중요한 고려요소로, “그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그 보도된 내용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관여한 바 있는지 등”을 제시했다. 나. 이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이 사건 방송으로 원고의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피고들의 행위가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였다. ① 원고가 다문화전문가, 정치인 지지모임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언론매체에 이름과 얼굴을 알려온 것을 보면 공적 인물로 볼 수 있고, 이 경우 원고의 공적 활동에 대한 의문·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② 합창단의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부담함에도, 이 사건 센터가 학부모들에게 참가비를 부담하게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 사건 방송 전날에는 관련 보도도 방송되었다. 그 보도에서 원고는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 내용은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 ③ 이 사건 방송은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합창단의 회계 등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그 보도 내용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공론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④ 이 사건 방송에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기는 했지만, 원고가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한데다가, 이 사건 방송이 포함된 뉴스의 다른 부분에 원고의 사진과 영상이 사용되었고 자막에도 이름이 표시되었으므로, 설사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였더라도 시청자들은 그 등장인물이 원고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에 원고의 얼굴이 공개됨으로써 원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추가로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는 크지 않다. 피고들이 이 사건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거나 왜곡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그 표현 내용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 ⑤ 이 사건 방송을 통한 피고들의 표현의 자유가 초상권 침해로 원고가 입을 피해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기존의 판례는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 판단 기준으로, 침해행위와 피해이익 간의 이익형량에 다소 추상적인 고려요소만을 제시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이른바 “보험회사” 사건)}. 이익형량을 통해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추상적인 고려요소만으로는 과연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로 초상을 촬영·공표하는 것이 적법한지 예측하는 데에는 큰 도움을 주기 어려웠다. 대상판결은 초상권 침해의 경우 이익형량에 나아가기 전에 그에 앞선 위법성판단기준으로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즉,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자 공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방법이 부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하여, 상위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기존에 이러한 기준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를 초상권 침해의 독자적 위법성 조각사유로 제시하지는 않았고, 초상권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결부하면서 위 기준을 사생활 침해의 위법성 조각사유로 판시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등). 이와 달리, 대상판결은 사생활의 보호와 초상권을 분리하고 초상권에 관한 독자적인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위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특히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 사건에서 이익형량에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를 제시했다. 즉, 대법원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 공적 인물인지, 공직자나 정치인 등인지,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지 등이 이익형량에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하여,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 관한 위법성조각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법리는 기존에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사유 중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다33489 판결). 대상판결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에도 위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상판결이 기존 판례에서 이익형량 중 침해행위의 영역에서 고려요소로 언급되었던 침해의 보충성, 긴급성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보도는 관련자들의 초상을 같이 내보냄으로써 시사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함을 보여주어 신빙성을 확보할 수 있음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언론보도가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인 경우에는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을 이익형량의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문건영,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 판단 기준의 구체화에 관한 연구”, 법조(제69권 제5호), 법조협회(2020. 10.) 229, 230면}. 1심은 이 사건에서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면, 대상판결은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을 고려요소로 제시하지 않았다. 즉, 이익형량에서 ‘반드시 원고의 초상을 공개했어야 했는지’, ‘이 사건 방송 외에 다른 방법으로 보도내용을 전달할 수는 없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대법원이 대상판결을 통해 보충성과 긴급성을 이익형량의 고려요소에서 배제하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대상판결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는 구분되는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 언론보도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구체적인 위법성 조각사유 판단기준,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고려 없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김광중·황예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공익
언론의자유
초상권
뉴스
김광중·황예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2023-06-04
금융·보험
소비자·제조물
티머니카드의 분실신고접수 및 잔액환불 거부에 대한 소비자단체소송
1. 서론 원고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은, 소비자가 피고 (주)한국스마트카드의 홈페이지에 등록한 티머니카드(선불식 충전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경우에 피고가 분실신고접수 및 잔액의 환불을 거부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재산에 대한 권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그 침해가 계속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행위의 금지 및 중지를 구하는 ‘소비자단체소송’을 제기하였다(소비자기본법 제70조). 소비자단체소송제도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소비자단체 등에게 사업자의 위법한 행위의 금지 및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소권을 부여한 '소비자기본법' 상의 제도이다(소비자단체소송제도의 의의 및 소송의 현황에 관하여는, 서희석, '소비자단체소송제도의 발전적 확대방안-집단적 소비자피해의 구제를 위한 소송제도의 정비-', 사법 제53호(2020. 9.), 53면 이하를 참조).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1심 및 2심 판결도 같음). 이 판결은 소비자단체소송에 관한 대법원으로서의 최초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카드를 피고의 중앙서버에 등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분실신고접수 및 잔액환불을 거부당하고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단히 실망스런 결과가 되고 말았다. 본고에서는 본건 소비자단체소송이 어떠한 이유로 제기되었고, 대법원은 어떠한 논리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는지를 살펴본 후, 그 문제점 및 향후 과제에 대해 사견을 언급하기로 한다. 2.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및 피고의 주장 피고는 티머니카드의 이용약관 제7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약관조항'이라 한다)에서 '고객의 T-money 분실 또는 도난 시 기 저장된 금액과 카드 값은 지급 받으실 수 없습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10조(접근매체의 분실과 도난 책임) 제1항은,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이용자로부터 접근매체의 분실이나 도난 등의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때부터 제3자가 그 접근매체를 사용함으로 인하여 이용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의 분실 또는 도난 등으로 발생하는 손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대통령령은 "법 제10조제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라 함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의 분실 또는 도난의 통지를 하기 전에 저장된 금액에 대한 손해에 대하여 그 책임을 이용자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이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와 이용자 간에 미리 체결된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시행령 제9조). 티머니카드는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서 접근매체의 일종이다. 피고는, 이 사건 약관조항은 법 제10조 제1항 단서 및 시행령 제9조에 따라 티머니카드의 분실 등의 경우에 사업자가 면책된다는 취지를 합법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2) 원고의 주장 법 제10조는 접근매체의 분실 등의 통지시점을 기준으로 분실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무권한거래에 따른 손해에 대한 책임분담의 룰을 정한 것이다. 즉 통지시점 이전에 제3자의 무권한거래로 발생한 이용자의 손해는 이용자가 부담하고 통지를 하면 그 시점부터 금융회사 등이 그 손해를 부담한다. 통지가 이루어지면 금융회사 등은 당해 접근매체의 사용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여 무권한거래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른바 무기명 카드의 경우에는 분실 등 통지를 하여도 이용자의 본인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정지 등의 조치도 불가능하다. 법 제10조 제1항 단서 및 시행령 제9조에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에 대해 면책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카드가 무기명식으로 발행되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티머니카드도 대부분의 경우 무기명식으로 발행된다. 그러나 어린이·청소년 카드의 경우에는 요금할인을 받기 위해서 피고의 중앙서버에 개인정보 및 카드번호 등의 등록이 필수적이다. 또한 일반카드라 하더라도 중앙서버에 등록을 하면 마일리지 적립 및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등록에 의하여 카드가 특정되고 이용자의 본인확인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등록카드를 분실 등 하였을 경우 사업자는 카드 사용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등록 티머니카드의 경우 무기명식 카드와는 사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등록 티머니카드의 잔액환불은 물론 분실 등 통지(신고)의 접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원고는 등록 티머니카드의 분실신고의 접수 및 잔액의 환불을 거부하는 피고 행위의 금지 및 중지를 청구하면서, 그 논거로서 (1) 중앙서버에 등록된 카드의 경우 법 제10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본문이 적용되어야 하고, (2) 설사 단서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분실 등에 따른 신고접수 및 잔액환불을 거부하는 피고의 이 사건 약관조항은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그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으로서 약관규제법 제9조 제1호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 두 가지 주장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에도 그대로 설시되었다. 3. 대법원의 판단 및 검토 (1) 등록 티머니카드에 전자금융거래법 제10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되는지 여부 대법원은 “법 제10조 제1항 단서는 문언상 기명식과 무기명식을 구분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불전자지급수단은 그 특성에 비추어 기명식이든 무기명식이든 금융회사 등을 면책시키는 약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법 제10조 제1항 단서의 ‘선불전자지급수단’에는 기명식과 무기명식이 모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하선은 필자)고 판시하여 원고의 상고이유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것은 (대법원도 그 판결문에서 설시하고 있는) '법과 그 시행령이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를 기명식과 무기명식으로 구분하여 발행권면 최고한도와 양도방법 등을 달리 정하고 있는 점'(따라서 법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규율에 관하여 기명식과 무기명식의 구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 및 중앙서버에의 등록을 통해 실지명의가 확인되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기술적 특성’을 전혀 무시한 해석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단에 의하면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기명식으로 발행했다 하더라도 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의한 면책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접근매체의 분실 등의 경우에 무권한거래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그 본문의 사정범위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은 (기명식, 무기명식을 불문하고) 처음부터 배제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법 제10조 제1항의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것이다. 다만 법 제10조 제1항은 면책의 범위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령의 운용 여하에 따라서는 위와 같은 불합리함이 상쇄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 이 사건 약관조항의 유효성 여부 시행령은 면책의 범위를 사업자와 이용자 간의 약정에 의하도록 계약자유에 다시 위임하고 있다(제9조). 이 사건 약관조항은 그 결과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조항이 무효가 아니라고 하면서, 나아가 “이 사건 약관조항은 티머니카드 소유자가 카드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한 경우를 대비하여 그 위험부담에 관하여 정하고 있을 뿐 카드 소유자의 해제권이나 해지권을 제한하고 있지 않는데도 원심이 이 사건 약관조항이 결과적으로 카드 소유자의 해제권이나 해지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다”(하선은 필자)고 판시하여 원고의 상고이유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에는 찬성할 수 없다. 이용자에 의한 분실 등의 통지는 법 제10조 제1항에 따른 책임분담의 기준시점을 정한 것이지만, 나아가 더 이상 카드이용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이용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것은 카드 이용계약에 대한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법 제10조 제1항은 이를 보장한 조항으로 해석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약관조항은 등록을 통해 실지명의가 확인되는 등의 기명식 카드라 하더라도 분실 등의 경우에 잔액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것인바, 이것은 기명식 카드의 경우에도 이용자의 해지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다. 이것은 법과 시행령에 의해 위임된 계약자유의 한계, 즉 '법 제10조 제1항의 입법취지 내에서의 자유'라는 내재적 한계를 넘는 것이다. 이 사건 약관조항은 등록 티머니카드의 경우에는 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따른 면책의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하였어야 한다. 등록을 통해 실지명의가 확인되는 경우에도 분실 등 통지 및 잔액환불이 불가능하다면 해당 약관조항은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그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으로서 무효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약관규제법 제9조). 4. 결론 및 향후 과제 (1) 대법원의 결론은 법 제10조 제1항 소정의 분실 등 책임의 예외를 인정하는 동 단서가 문언상 기명식과 무기명식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중시하여 동 단서에 따른 면책약관이 유효하다는 논리에 입각해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등록카드의 경우 무기명식 카드와는 달리 중앙서버에의 등록을 통해 본인확인 내지 카드의 특정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특성을 갖고 있다. 잔금확인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이용내역(교통수단 및 가맹점 이용내역)을 1초 단위로 발급받을 수도 있다. 이것은 중앙서버에 의한 카드이용에 대한 통제도 기본적으로 가능하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카드의 분실 등 통지가 있을 경우 사용정지 조치를 취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게 가능할 것이다(원심은 신용카드와 같이 실시간 통신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을 청구기각 사유로 들고 있으나, 사용정지 조치를 위하여 반드시 그와 같은 실시간 시스템이 전제될 필요는 없다). 법이 선불전자지급수단을 기명식과 무기명식으로 구분하면서 그 규율내용에 차등을 두고 있는 것(법 제18조 제2항, 제23조 제1항 등)에서 법 제10조 제1항의 규율이 제외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분실 등 책임에 관하여 규정하는 법 제10조 제1항에 있어서도 기명식과 무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취급은 달라져야 한다. 동 본문은 실지명의 확인이 가능한 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동 단서는 무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하여야 분실 등 책임에 관한 그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다. (2)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조항에 의한 면책의 범위가 계약자유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위 조항을 무효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건 대법원판결로 인해 법 제10조 제1항은 이제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에 관한 한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면책약관을 삭제하지 않는 한 무의미한 규정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향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론에 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입법론으로서 상정 가능한 방법은 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면책의 범위를 한정하는 수정을 가하는 것이다. (가령 전자금융거래법 제10조 제1항 단서를 다음과 같이 수정한다. “다만, 실지명의가 확인되지 아니하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또는 제16조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른 전자화폐의 분실 또는 도난 등으로 발생하는 손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러나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오랜 논의를 통해 창설된 소비자단체소송제도를 통하여 해석론(=司法積極主義)에 따른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하고 합리적인 이유의 제시없이 그것이 좌절된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희석 교수(부산대 로스쿨·전 한국소비자법학회장)
티머니카드
소비자단체소송
약관
서희석 교수(부산대 로스쿨·전 한국소비자법학회장)
2022-09-20
교통사고
형사일반
특수폭행치상죄의 처벌례
Ⅰ. 사실관계 피고인 A는 2016년 12월 4일 오후 4시 56분 경 쏘나타 승용차를 운전하여 서울 광진구의 편도 1차로의 도로를 진행하던 중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피해자 B(15세)가 경적을 울려도 길을 비켜주지 않고 욕을 하였다는 이유로 시비하여 중앙선을 좌측으로 넘어 B의 자전거를 추월한 후 다시 중앙선을 우측으로 넘어 자전거 앞으로 승용차의 진로를 변경한 후 급하게 정차하여 충돌을 피하려는 B의 자전거를 땅바닥에 넘어지게 함으로써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족관절부 염좌 등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 Ⅱ. 소송의 경과와 쟁점 1. 제1심과 제2심 제1심(서울동부지법 2017. 10. 16. 선고 2017고단1891 판결)에서는 "형법 제258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하여 반드시 징역형을 선고하여야 하나 형법규정의 문언과 체계, 연혁(형법 제258조의2 규정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및 형법의 개정으로 인하여 2016. 1. 6. 신설된 점 등) 등에 비추어 보면 제258조의2 제1항이 아닌 제257조 제1항을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바 피해자와 합의한 정상 등을 참작하여 벌금형을 선택하여 처벌하기로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항소하면서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특수폭행치상죄에 대하여는 제262조에 의하여 제258조의2 제1항의 특수상해죄의 예에 따라 형을 정하여야 하고 제258조의2 제1항에서는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고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 사건 특수폭행치상의 점에 대하여 제258조의2 제1항의 특수상해죄의 예에 의하지 않고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의 예에 따라 벌금형을 선택하여 선고함으로써 특수폭행치상죄의 적용법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이유를 제시하였다. 항소심인 제2심(서울동부지법 2018. 1. 26. 선고 2017노1618 판결)은 "이 사건 특수폭행치상죄는 제258조의2가 신설된 이후 저지른 범행인 점, 제262조에서 특별히 제258조의2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 점, 특수폭행치상죄에 대하여 제258조의2의 예에 따라 처벌하더라도 형벌체계상의 부당함이나 불균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2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를 근거로 A에게 제258조의2 제1항을 적용하여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채택하면서 "제258조의2 특수상해죄의 신설로 특수폭행치상죄에 대하여 그 문언상 특수상해죄의 예에 의하여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제258조의2 제1항의 예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법정형의 차이로 인하여 종래에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경미한 사안에 대하여도 일률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해야 하므로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갖추기 위함이라는 위 법 개정의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는다. 또한 형의 경중과 행위자의 책임, 즉 형벌 사이에 비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형사법상의 책임원칙에 반할 우려도 있으며 법원이 해석으로 특수폭행치상에 대한 가중규정을 신설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 죄형법정주의원칙에도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로 제2심 판결을 파기하여 환송했다. 이는 제1심의 판결과 결론을 같이하는 판단이다. 3. 쟁점 본건에서는 A에게 인정되는 폭행치상죄(제262조), 그 중 특수폭행치상죄(제262조, 제261조)의 처벌을 제257조 제1항(상해)과 제258조의2 제1항(특수상해) 중 어느 예에 의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되고 있다. 제2심 판결에서 소송법상 문제인 공소장변경의 쟁점이 등장하였고 이 점에 관한 제2심의 무리한 판단이 대법원의 판결 결과에 미친 현실적·간접적 영향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본건의 본래 논점인 실체법적 문제에 관해서만 검토하도록 한다. Ⅲ. 평석 1. 목적론적 해석의 한계 대법원 판결이유의 맨 앞에서 인용되고 있듯이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본 사안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목적론적 해석에 토대한 것인 바 설사 그것이 A에게 유리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해석이 과연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이라는 목적론적 해석의 한계 내지 전제요건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여기서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는 명문의 규정에 관한 문리해석을 통해 밝혀지게 된다. 제262조의 "…의 예에 의한다"는 문구는 제258조의2의 신설(2016년 1월 6일) 전까지는 행위의 결과인 '상해', '중상해', '사망'을 기준으로 하여 적용규정을 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제258조의2가 신설됨으로써 이제는 행위의 결과뿐만 아니라 행위의 방법·수단도 처벌례 판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한다. 각칙상 다른 규정들에서 "…의 예에 의한다"는 문구가 행위의 결과 외에 주체·객체·방법도 처벌례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보면(제154조, 제253조, 제263조, 제299조, 제305조, 제335조 참조), 이는 당연한 문리해석의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상해죄와 특수상해죄의 법정형이 같은 것을 보면 입법자는 행위의 방법의 불법을 중하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위험한 물건의 휴대'가 '폭행'의 방법이 되었을 뿐인 경우와 '상해'의 방법이 된 경우는 동일한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폭행'에 그친 게 아니고 '상해'까지 야기된 특수폭행치상에 있어서 '위험한 물건의 휴대'는 '(고의)상해'의 방법인 '위험한 물건의 휴대'와 불법에 있어서 대등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즉 제262조의 '제257조 내지 제259조의 예'에는 제258조의2의 예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판결의 결론은 기본적인 문리해석을 도외시한 채 목적론에 지나치게 치우친 주관적 해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제258조의2 신설 전 규정에 따르면 폭행을 범하여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와 특수폭행을 범하여 상해에 이른 경우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었고 또 폭행을 범하여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와 특수폭행을 범하여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도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었다. 이제 제258조의2 신설로 폭행 방법의 불법을 고려하여 특수폭행으로 상해나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동조 제1항과 제2항에 의하여 새로운 법정형에 따라 처벌함으로써 죄형균형의 원칙을 구현하고 있다. 2. 행위시법주의의 원칙 대법원 판결의 결론은 행위시 전에 있었던 법률이 행위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현행법으로의 개정취지를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을 통하여 행위시 전의 법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대법원에서는 특수폭행치상에 대하여 개정전 형법에서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도 있었지만 개정후의 문언에 따르면 징역형만 선고할 수 있게 되어 가중규정을 신설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형법의 신설규정은 종전에 당해 죄의 처벌규정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있었을 때보다 법정형을 가볍게 하여 '형벌체계의 정당성과 균형'을 구현하고 있으며 설사 특수폭행치상에 관해서는 종전 형법규정의 해석에서보다 형을 가중하는 결과가 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더라도 입법자의 선택에는 무리가 없다. 본건에서 A의 행위는 제258조의2 규정 신설입법의 시행일(2016년 1월 6일)로부터 10개월 이상이 지난 후에 있었으므로 형벌불소급의 원칙과 무관하며 대법원판결은 오히려 형법 제1조 제1항과 헌법의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다.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서 특수폭행치상의 처벌례가 다시 문제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대법원 판결과 명문의 형법규정 사이의 괴리는 차츰 더 커질 것으로 본다. 형법제정 당시에 비하여 자동차나 각종 과학이기의 사용이 크게 보편화된 오늘날 사회현실의 변화를 고려하면 형의 가중개정은 가능하다. 본건의 선고형 여하는 2차적인 문제이다. 대법원에서는 입법자의 불찰이 있었던 것으로 추단하고 무리한 법적용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감이 있다. 특수폭행치상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은 '법원이 해석으로' 신설한 것이 아니고 입법자의 판단에 기하여 선택된 입법이다. 관련규정의 신설 내지 개정으로 인하여 기존의 특정 규정의 의미에 변화가 야기되었다면 설사 기존 규정의 문언에 아무런 변화가 없더라도 기존 규정도 함께 개정된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따라서 제258조의2가 신설되면서 제262조도 함께 개정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정영일 명예교수(경희대 로스쿨)
특수폭행치상죄
징역형
행위시법주의
정영일 명예교수(경희대 로스쿨)
2020-12-14
조세·부담금
형사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될 수 있는가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처인 소외인과 영국 런던에 소외인의 명의로 인터넷 온라인 쇼핑몰(이하 '이 사건 쇼핑몰'이라 한다)을 개설하였다. ○ 국내 소비자들이 이 사건 쇼핑몰에 접속하여 그곳에 게시된 영국산 물품을 주문하면 원고가 영국 현지에서 이를 구입하여 국내 소비자들에게 배송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쇼핑몰을 운영하였다. ○ 원고는 배송한 물품(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 한다)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을 납세의무자로 하여 소액물품 감면대상에 해당한다고 수입신고를 하였다. ○ 피고는 원고가 영국에서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하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관세 등을 부과·고지하였다. ○ 한편 검사는 '원고가 관세 부과 대상인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하여 국내 거주자에게 판매하였으면서도 세관에는 국내 거주자가 자가사용물품으로 수입하는 것처럼 신고하여 해당 물품에 부과될 관세를 부정한 방법으로 감면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따라 원고를 관세법 위반죄로 기소하였다. ○ 제1심은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항소심은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는 피고인이 아닌 국내 소비자들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원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위 무죄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 원고는 피고에게 관련 형사판결을 근거로 당초 부과처분에 대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어 납부한 세액이 과다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 주장 사유는 경정청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 형사사건의 재판절차에서 납세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및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에서 말하는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및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는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를 규정하면서 소송의 유형을 특정하지 않은 채 '판결'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은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적정한 처벌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해 발생한 분쟁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이라고 보기 어렵고 형사사건의 확정판결만으로는 사법상 거래 또는 행위가 무효로 되거나 취소되지도 아니한다. 따라서 형사사건의 판결은 그에 의하여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그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 과세절차는 실질과세의 원칙 등에 따라 적정하고 공정한 과세를 위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을 확정하는 것인데 반하여 형사소송절차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기소된 공소사실을 심판대상으로 하여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설사 조세포탈죄의 성립 여부 및 범칙소득금액을 확정하기 위한 형사소송절차라고 하더라도 과세절차와는 그 목적이 다르고 그 확정을 위한 절차도 별도로 규정되어 서로 상이하다.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대립 당사자 사이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의 취소 또는 무효 여부에 관하여 항변, 재항변 등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을 통하여 이를 확정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 더욱이 형사소송절차에는 엄격한 증거법칙하에서 증거능력이 제한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만 유죄의 인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에서의 무죄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참고로 일본 최고재판소도 '형사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最高裁 昭和 60. 5. 17. 昭59(行ツ)321]. 3. 평석 가. 관련 규정 세법에서 규정하는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 중 가장 먼저 나오는 규정은 '판결'에 관한 것이다.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 지방세기본법 제50조 제2항 제1호,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는 각각 "납세의무자는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는 등 사유가 발생하여 납부한 세액이 과다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일정 기간 내에 세액의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소송에 대한 판결'에 '형사판결'도 포함되는지 여부(대상판결의 쟁점) (1) 논의의 출발점 법문은 '소송에 대한 판결'로만 규정할 뿐 더 이상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모든 판결이 '소송에 대한 판결'에 포함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가령 법인 내 임직원의 업무상 배임이나 횡령이 문제되어 형사재판에서 해당 법인의 회계장부와 거래상대방 등과의 거래내역이 드러나고 그 판결에서 범죄의 사실관계에 따라 임직원에게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 형사판결이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될 수 있는지 문제될 것이다. (2) 아래와 같은 이유로 대상판결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될 때'는 거래 또는 행위 등에 대하여 분쟁이 생겨 그에 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6두10023판결 참조). 여기서 '거래 또는 행위 등'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과세요건이 되는 사실관계나 권리관계'는 물론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에 관련이 있는 사실'도 포함된다. 따라서 '판결'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에 관련이 있는 사실관계나 권리관계 등을 당해 계산의 근거가 된 것과 다르게 확정 또는 확인하는 판결'을 의미한다. ○ 형사판결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는 '판결'이 '민사판결'이라는 전제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반드시 '민사판결'과 '형사판결'이라는 외형에 따라 판단하기 보다는 과세표준과 세액 등 과세계산의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면 경정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납세자의 권리구제라는 본래의 취지에도 부합된다. 조세포탈이 문제된 사건에서 후발적 경정청구 자체를 일률적으로 막기 보다는 판결의 내용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상판결에서도 제1심, 원심은 "이 사건에서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실이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① 최초의 신고 등이 이루어진 후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였고 ② 그에 관한 소송에서 판결에 의하여 그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재여부나 그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③ 최초의 신고 등이 정당하게 유지될 수 없게 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라는 일반론을 설시한 후 구체적으로 판단하였다. ○ 특히 조세포탈범과 관련된 형사사건의 쟁점은 범죄사실의 존재여부와 범칙소득금액이다. 이 중 범칙소득금액의 존부 및 범위는 '계산의 기초가 된 사실'에 관한 다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 대상판결처럼 '형사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접근하기 보다는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의 규정에 부합하는지를 하나씩 검토하는 것이 법률해석의 방법에도 맞다고 생각한다. 김철 변호사 (법무법인 이강)
관세법
경정청구
과세
납세
김철 변호사 (법무법인 이강)
2020-07-13
형사일반
대출의 기회를 대가로 볼 수 있는가?
Ⅰ. 사실관계 피고인은 수입이 없어 생활비가 필요하여 인터넷으로 여러 군데 대출상담을 받았지만 대부분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대출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전화를 받았다. 팀장은 "대출을 받으려면 심사를 받아야 하고, 대출심사를 통해 대출을 받으려면 가공으로라도 입출금내역 거래실적을 만들어서 신용한도를 높여야 하며, 대출이자를 자동이체할 수 있는 계좌도 필요하므로 주민등록 등본, 통장 사본, 신분증 사본,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를 통해 보내라"고 요구하였고, 피고인은 바로 그날 피고인 명의의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등을 송부하였다. 피고인은 다음날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자신 명의 은행 계좌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입출금 거래내역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금원으로, 범죄조직이 입금 즉시 출금한 것이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팀장에게서 거래실적을 늘리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자 별다른 이의 없이 대출이 되기를 기다렸다. 이후 팀장에게서 더 이상 연락을 받지 못한 채 피해자의 신고로 해당 계좌가 거래 정지되었고, 피고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① 피고인이 대출과정에서 체크카드가 필요하다는 팀장이라는 사람의 거짓말에 속아 체크카드를 교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이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피고인의 계좌 거래실적을 늘리기 위해 가공의 입출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대출받을 기회를 얻을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피고인의 계좌에 대한 자유로운 사용권한을 넘겨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제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판결이유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제1조)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제6조 제3항 제2호), 이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대여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제49조 제4항 제2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란 대가를 수수·요구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말하고(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6도8957 판결 참조), ‘대가’란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피고인은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로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었고,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은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Ⅲ. 평석 1.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 보이스피싱범죄는 철저히 고도화된 분업으로 완성되는 범죄다. 국내총책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할 대포통장의 계좌와 체크카드를 모집하여, 계좌가 준비되면 중국 등에 본거지를 둔 해외총책이 피해자들을 전화로 기망, 협박하여 대포통장 계좌로 금원을 이체하도록 한다. 이들은 계좌의 돈을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 인출 수단을 이용해 ATM기에서 인출하여 현금으로 만든 후 허공으로 사라진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줄도 모른 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여 처벌받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범죄 조직들은 보이스피싱으로 편취, 탈취한 금원을 수중에 넣기 위한 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구직자나 대출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마치 정상적인 대출회수 업무나 대출과정의 일부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망하면서 계좌와 인출수단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고 흔적을 남기지 않아 총책의 검거에 실패하면, 체크카드와 계좌를 넘긴 사람들만 검거되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중하게 처벌된다. 대상판결 역시 범죄조직에 기망 당해 대출을 받기 위해 체크카드를 교부한 피고인에 대해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이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반박 전자거래금융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는 대가를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전자거래금융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구성요건의 일부를 이루는 ‘대가관계의 존재’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대상판결은 ‘대가’를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출의 기회’를 재산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을 어떻게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는다. 여기서 대상판결의 사안에 난점이 있다. 어떤 행위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든지, 아니면 그 반대급부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판례 상으로는 부녀가 금품 등을 받을 것을 전제로 성행위를 하였는데 상대방이 그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사건에서 사기죄를 인정하면서, 일반적으로 부녀와의 성행위 자체는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없으나 그 행위의 대가가 사기죄의 객체인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도2991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의 사안의 경우, 반대급부로 주장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사안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출의 기회’의 가치 자체를 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대출의 기회에 대한 가치 평가와 관련하여, 현행 법률은 직접적인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법인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에게 법인이 무상 또는 낮은 이율 등으로 금전을 대여하여 손해를 부담한 경우 시가와 대가와의 차이를 법인세법상 인정되는 익금에 산입하는데, 적정 시가를 법인부담차입금의 가중평균차입이자율로 하고 있다.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기업의 시장이자율의 대체적 평가방법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자율로 대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경제학적 해결방법을 법률에서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대출의 가치는 얼마인가? 경제학은 대출의 가치를 0으로 정의한다. 경제학에서는 금전소비대차 역시 재화,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본다. 대출은 미래 현금 유출을 대가로 현재의 소비를 하려는 자(자금 수요)와, 미래 현금 유입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는 자(자금 공급) 간의 거래이다. 수없이 많은 자금의 수요자, 공급자들의 수요와 공급이 모여 시장이자율이 결정된다. 이들이 공정한 거래를 한다면, 자금 공급자는 미래 유입될 현금을 공정하게 결정된 시장이자율로 할인한 값만큼만 대출하여 주므로 미래 유입될 현금의 가치와 현재 유출되는 현금의 가치가 동일하다. 즉, 대출을 받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므로, 대출의 가치는 0이며, 이러한 대출의 기회를 얻기 위해 자금의 수요자가 지불할 가치도 0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감사함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체크카드를 교부하고 대출의 기회를 얻었다면, 이를 재산적 가치 있는 어떠한 대가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대상 판결 역시 이러한 견지 하에 위와 같은 결론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아담 스미스의 통찰로 반박을 갈음하고자 한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업자, 빵 굽는 사람들의 호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설사 자금의 수요자가 급전이 필요하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이는 더 높은 이자율에 합의하는 대출 조건에 고려될 것이므로 여전히 대출의 가치와, 그러한 대출을 얻기 위한 기회의 가치는 0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대출자는 공정한 계약에 수반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를 절차로서 인식하게 된다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할 때에도 신분증과 관련 서류를 교부하지만, 대출자는 이를 대가가 아닌 절차로서 인식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출의 기회를 얻은 것을 ‘대가’로 보는 판례의 결론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점에 대한 합리적 의심 없는 정도의 엄격한 증명은 검사들의 난제로 남을 것이다. 전두영 변호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대포통장
전자금융거래법
접근매체
대여
대가
수수료
전두영 변호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2019-08-19
가사·상속
유언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의 의미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231511 판결 Ⅰ. 사실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1937년 12월 3일생으로 2011년 12월 12일 삼성창원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후로 병원생활을 계속하던 중 2012년 11월 9일 사망하였다. 망인의 상속인으로 그의 처인 원고 B, 자녀인 원고 C, D, E 및 피고 F가 있다. 망인이 사망하기 전인 2011년 12월 20일 공증인가 S법무법인에서 ‘망인은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을 장남인 F에게 유증한다. 단, F는 상속등기 후 10년 이내에 차남인 C 및 삼남인 D에게 각 3000만원, 딸인 E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한다. 처인 B에게는 B의 사망시까지 매월 말일에 60만 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고 한다)가 작성되었다. 위 공정증서에 의하면, 망인은 자필서명이 어려워 공증인 K와 증인들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공증인이 대신 서명, 날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원고들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없었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 규정된 방식에 위반하였고, 또한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유언이라고 볼 수도 없어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Ⅱ. 판결요지 1심에서는 “이 사건 공정증서의 유언자란에 망인이 직접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하지 않고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는데, 당시 망인은 팔에 링거주사를 맞고 있었을 뿐 침대에 양손이 결박된 상태로 있지 않아 의식이 명료하였다면 굳이 공증인에게 서명과 날인을 대신하도록 할 필요가 없었던 점 등 위 공정증서 작성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취지가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서 요구하는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대법원의 판시요지는 다음과 같다.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 망인은 이 사건 유언 당시 오른 팔에 주사바늘을 꼽고 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관계로 일어나 이 사건 공정증서에 서명을 할 수 없어, 망인의 의사에 따라 공증인이 그 사유를 적고 망인을 대신하여 이름을 쓰고, 망인의 도장을 날인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공정증서는 민법 제1068조에 규정한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Ⅳ. 해설 1.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68조). 그런데 공증인법은, 공증인과 참석자는 각자 증서에 서명날인하여야 하고, 참석자로서 서명할 수 없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유를 증서에 적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이 사건의 1심 법원은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명(署名)이란 자기 고유의 필체로 자기의 이름을 제3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쓰는 것을 말하고, 기명(記名)이란 단순히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적어야 하지만, 기명은 다른 사람이 대리해서 적거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기명의 경우에는 본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날인이 함께 요구된다. 이 사건의 경우 공증인 K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자를 대신하여 유언자의 이름을 기재했더라도 유언자의 날인이 있으므로 비록 ‘서명’에는 해당되지 않을지라도 ‘기명날인’의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법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공증인법은 서명날인을 요구하면서 유언자가 서명을 못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기명날인의 방식을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기명날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민법과 공증인법에 따라 당연히 유효하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공정증서는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위암이 악화된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는 경우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대신 서명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최고재판소 1962. 6. 8, 집 16-7, 1293면). 학설 역시 기명날인은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고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을 때에는 공증인이 부기하고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대신’하는 것은 서명이 아니라 기명날인이다.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이며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는 성명의 자서와 날인을 요구한다(제1066조). 성명의 자서란 스스로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로서 서명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 유언자가 날인은 하지 않고 서명만 한 경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작성하면서 만약 유언자가 서명만 하고 날인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공증인 앞에서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유언자가 도장을 가지고 오지 않았고 공증인도 민법에 따르면 유언자의 서명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해서 이를 간과하는 일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민법에 따라 유효한 유언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증인법에 따라 무효라고 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는 민법과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의 모태가 되었던 일본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에도 유언자가 ‘서명날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서명날인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에 갈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969조 제5호). 그리고 일본 공증인법은 일본 민법과 같이 공증인과 열석자의 서명날인을 요구하고 열석자 중에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이 날인하도록 하고 있다(제39조 제3항 및 제4항). 즉 일본에서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이 민법이나 공증인법이나 모두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문제가 없다.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부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구했다(제1068조). 그런데 그 후에 제정된 공증인법에서는 서명날인을 요구했고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도록 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 관한 민법의 규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의 공증인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 발생한 입법상의 오류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민법처럼 우리 민법을 공증인법과 일치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러한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해석론으로는 공증인법이 민법보다 나중에 제정되었다는 점(신법 우선의 원칙), 민법이 일반법이라면 공증인법은 공증에 한정된 법이라는 점(특별법 우선의 원칙)에서 공증인법상의 보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3. 비교 판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 요건과 관련하여 이 사건과 비교해볼만할 판례가 있다. “다른 사람이 사지가 마비된 유언자의 손을 잡고 공정증서 말미용지에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한 행위만으로는 유언자의 서명날인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21802 판결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 유언자의 이름을 적고 날인한 것은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하는 것은 무효라고 보는 것은 다소 모순된 느낌이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유언자를 대신해서 이름을 적는 것은 분명히 기명에 해당하지만,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을 하게 하는 것은 기명이나 서명 어느 것으로 보기에도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명’과 ‘기명’에 관한 개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그러한 행위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유언자의 의사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설사 다른 사람이 기명날인을 하던, 유언자가 서명, 날인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도와주던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 비교 판례에서 대법원이 유언장을 무효라고 본 것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여 그러한 유언이 유언자의 진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공정증서
유언
서명날인
2017-05-30
선거·정치
헌법사건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각하결정에 대하여
-헌재 2016. 5. 26. 선고 2015헌라1 결정- 1. '국회선진화법'의 입법취지 및 내용 국회법(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개정된 것) 제85조 제1항은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및 직권상정 권한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 및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엄격히 한정하였다. 개정 직전의 제85조는 "① 의장은 위원회에 회부하는 안건 또는 회부된 안건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의장은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경우 위원회가 이유 없이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의장은 중간보고를 들은 후 다른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하여, 의장의 직권상정 여지가 매우 넓었다. 따라서 국회법 개정의 취지는 과거 국회의장이 위원회에서 법안의 심사기간을 정한 뒤, 그 기간이 경과하면 중간보고만 듣고 본회의에 직권상정을 행하여, 이로 인해 여야 간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교착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을 예방하고자 한 것이다. 한편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축소에 대한 대안으로서 국회의원들이 직접 직권상정을 도모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마련되었다. 국회법 제85조의2는 국회의원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하면 위원회 회부 안건을 의장에게(위원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한 경우에는 위원장에게)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을 요구하고, 의장(또는 위원장)은 이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입법(소위 '국회선진화법')은 결국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의원의 가중다수결로서 직권상정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2. 권한쟁의심판의 청구 및 결정요지 2015년 1월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장과 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권한쟁의를 청구하였다. 그 주된 논지는 위원회에서 야당의원들의 반대로 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회의원의 과반수가 찬성의견을 지니고 있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 의하여 60% 이상 찬성이 없으면 본회의 직권상정이 불가능한 것은 의회주의의 다수결원칙에 위배되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① 국회법 제85조 제1항 및 제85조의2 제1항을 개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국회'를 상대로 하지 않고 '국회의장 및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하였으므로, 피청구인 적격 흠결로 각하, ② 국회의장이 북한인권법안 등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요청을 거부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없어 각하, ③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에 대한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요청에 대하여 표결실시를 거부한 행위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서명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표결권이 침해될 위험성이 없어 각하, ④ 국회의장이 2012년 5월 2일 국회법 제85조의2를 가결 선포한 행위는 180일 청구기간이 도과하여 각하하였다. 3. 평가 위 ①③④ 부분은 결정의 타당성이 인정되고 이견이 있기 어렵다. 위 ② 부분은 자세한 다수의견과 재판관 이진성, 김창종의 기각의견, 재판관 서기석, 조용호의 인용의견이 있으며, 국회선진화법도 부분적으로 다루어졌으므로 이를 검토해본다. 가.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의 침해가능성 다수의견은 국회의장이나 위원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의원의 심의·표결권이 행사될 여지가 없고, 심지어 제85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더라도 심사기간의 지정 여부는 국회의장의 권한이므로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주관적 권리뿐만 아니라 제도적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이 권한은 대의민주주의의 기능에 필수적이고, 국회는 합의체로서 국회의 의사는 결국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로 나타나는 의사가 결집된 것이므로, 주어진 상황이 심의·표결권의 행사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닌지 헌법재판소는 고려하여야 한다. 이공현 재판관이 말했듯이 국회의원 개개인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는 일이 없이 최대한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심의·표결권한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며,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 요소이다(헌재 2007. 10. 25. 2006헌라5,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의견). 헌법재판소는 국회 외부관계에서 심의·표결권 주장을 배척하였는데(헌재 2015. 11. 26. 2013헌라3), 국회 내부관계에서도 그 침해가능성을 좁게 보았다. 심의·표결권의 제도적 기능과 국회의원의 입장에서 대의민주주의에 반하는 상황을 시정하는 권한쟁의에서 심의·표결권 외에 침해될 권한을 상정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권한쟁의의 제도적 기능과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연관시켜서 판단해야 한다. 그 점에서 소수의견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제도적 측면에서 보고, 직권상정 제한으로 인해서도 침해될 위험성이 있다고 본 것이 타당하다. 나. 국회선진화법의 위헌 여부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판단하지 않았는데, 심의·표결권의 침해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다수의견은 청구인들이 '재적의원 과반수가 의안에 대하여 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하는 경우 국회의장에게 이를 의무화하지 않은 것'(이하 '과반수 직권상정'이라 함)을 다툰 것을 '진정 입법부작위'로 보고 그 위헌 여부를 작위의무의 관점에서 판단하였다. 그런데 과반수 직권상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진정 입법부작위'로 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법 제85조 및 제85조의2에서 입법자의 의도는 명백하다. 다수의견은 과반수 직권상정이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제도와는 전혀 별개의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라 하나, 제85조 제1항은 명백히 과반수 직권상정과 같은 입법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국회가 과반수 직권상정 입법을 못한다면, 그 이유는 바로 제85조 제1항 및 제85조의2가 직권상정을 명시적으로 (과거와 달리)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주장은 위 조항들을 다투는 '부진정 입법부작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그렇게 보는 순간, 다수의견은 심의·표결권 자체를 좁게 보아 설사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위헌이라 해도 국회의장의 거부행위는 심의·표결권 침해가능성과 무관하다고 단정하였으므로, 이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다수의견이 청구인들의 주장을 '진정 입법부작위'로 보아 판시를 해 준 것은 고무적인 측면이 있지만, 판례가 그동안 '진정 입법부작위'와 '부진정 입법부작위'를 구분해 온 일관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더구나 위헌의견이 아닌데도(어차피 이 사건에서 헌법규정이나 해석상 직권상정에 대한 과반정족수 입법의무가 도출되기는 불가능함)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러한 판단은 마치 국회선진화법이 전혀 헌법적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오해를 줄 수 있다. 오히려 다수의견은 이를 부진정 입법부작위로 보아 제85조 제1항의 위헌성에 흡수시키고, 그 위헌성 여부가 심의·표결권의 침해가능성에 '연관된다'고 적극적으로 보아, 국회선진화법의 위헌성 여부를 본격적으로 따졌어야 했다. 필자의 소견으로 국회선진화법은 '직권상정'에 관한 것이고, 통상적인 입법안의 의결문제가 아니므로, 직권상정에 가중다수결을 요하도록 한 것은 국회의 자율적 영역이고, 특별히 그 재량이 남용되어 헌법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 만일 가중다수결이 통상 입법안이나 의안에 대한 의결정족수였다면, 이는 다수결원칙 위반으로서 헌법위반이 될 것이다. 특히 이는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선거권 행사의 결과를 왜곡시키는 제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직권상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보다 비중이 떨어지며, 이에 대해서까지 헌법재판소가 개입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할 헌법적 근거가 약하다. 한편 소수의견(인용의견)은 '본회의 결정주의'를 강조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이 위헌이라고 보았다. 현실적으로 '본회의 결정주의'가 '위원회 중심주의'와 대치될 때 전자가 후자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 직권상정이 어렵지만 열려 있으므로 '본회의 결정주의'가 무력화된 것은 아니다. 결국 '본회의 결정주의'를 (위원회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직권상정의 요건 문제에까지 직접 대입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 또 과반수로 위원회 교착상태를 타개하지 못하는데, 과반수로 비상조치(직권상정)를 허용하여야 한다는 논지는 정합성이 약하다. 3. 결론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이 심의·표결권 침해가능성을 좁게 본 것은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지니는 제도적, 법적 위상과 권한쟁의의 제도적 기능에 부합되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청구인들의 주장을 '진정 입법부작위'로 선해하여 판단하기 보다는, 사안이 심의·표결권의 침해가능성을 넓게 보기에 적합한 것이었으므로, 국회선진화법 자체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헌법재판을 통하여 중요한 정치적 쟁점에 대한 사법적 논의가 정리되고, 본래의 '정치성'이 타협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국회
권한쟁의
2016-06-13
私人의 방제보조작업에 대한 사무관리적 접근의 문제점
Ⅰ. 사안의 개요 2007.12.7.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갑 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하여 1만2000㎘로 추정되는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였다. 유출 원유는 충청도 해안 전역, 심지어 전남과 제주도까지 흘러들어가 생태계와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해양오염사고이어서, 국가는 피해예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고처리를 위해 조직적으로 사고처리에 나섰는데, 유조선 선박 주식회사의 조치만으로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할 정도로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여겨 해상방제업체인 을 회사에 대해 방제작업을 보조하도록 요청하였다. 이에 을 회사는 해양경찰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아 방제작업을 보조하였다. Ⅱ. 판결요지 [1] 사무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무가 타인의 사무이고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 즉 관리의 사실상 이익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며, 나아가 사무의 처리가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하지 아니할 것을 요한다. 다만 타인의 사무가 국가의 사무인 경우, 원칙적으로 사인이 법령상 근거 없이 국가의 사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인이 처리한 국가의 사무가 사인이 국가를 대신하여 처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서, 사무 처리의 긴급성 등 국가의 사무에 대한 사인의 개입이 정당화되는 경우에 한하여 사무관리가 성립하고, 사인은 그 범위 내에서 국가에 대하여 국가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지출된 필요비 내지 유익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2] 갑 주식회사 소유의 유조선에서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해상 방제업 등을 영위하는 을 주식회사가 피해 방지를 위해 해양경찰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아 방제작업을 보조한 사안에서, 갑 회사의 조치만으로는 원유 유출사고에 따른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할 정도로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위 방제작업은 을 회사가 국가를 위해 처리할 수 있는 국가의 의무 영역과 이익 영역에 속하는 사무이며, 을 회사가 방제작업을 하면서 해양경찰의 지시·통제를 받았던 점 등에 비추어 을 회사는 국가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의사로 방제작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을 회사는 사무관리에 근거하여 국가에 방제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Ⅲ.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을 회사)의 주장: 피고가 이 사건 유출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원고에게 방제보조작업을 지시하거나 요청하고 원고가 이에 응해 방제보조작업을 함으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 도급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도급계약에 따른 작업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설사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유출사고의 긴급방제조치 의무자로서 원고의 방제보조작업으로 인해 법률상 원인 없이 그 비용 상당의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원고에게 손해를 가했으므로 비용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거나, 원고가 의무 없이 피고를 위해 피고의 긴급방제조치 사무를 관리한 것이므로 그 비용을 상환해야 한다. 피고(국가)의 주장: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원고의 방제보조작업 비용 상당의 부당이득을 한 자는 긴급방제조치 비용 부담자인 허베이호 선주이며, 이 사건 해양오염의 방제사무는 오염야기자인 선주 측의 사무이지 보충적 지위에 있는 피고의 사무라 할 수 없고, 원고 또한 선주 측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의사로 방제작업을 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도급계약, 부당이득, 사무관리를 근거로 원고에게 방제보조작업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Ⅳ. 문제의 제기 구 해양오염방지법(2007.1.19. 법률 제8260호 해양환경관리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48조 제2항, 제50조 제1항 등에 의하면, 해양에 기름 등 폐기물이 배출되는 경우 배출된 기름 등 폐기물이 적재되어 있거나 적재되어 있던 선박의 소유자는 배출되는 기름 등 폐기물을 신속히 수거·처리하는 등 필요한 방제조치를 즉시 취하여야 하고, 선박의 소유자가 위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아니하거나 그 조치만으로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또는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해양경찰청장은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상판결은 이 사건 유출사고 처리를 위한 방제작업이 긴급방제 등 필요한 조치로서 국가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사무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전통적으로 상호부조설(Theorie der Menschenhilfe)에 바탕을 둔 사무관리에 관한 판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은 나름의 의의를 갖지만, 전적으로 민사상의 사무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한 데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Ⅴ. 대상판결의 문제점 1. 민사상의 사무관리로 접근한 것의 문제점 민사상의 사무관리의 징표를 갖는 공법상의 법관계가 공법상의 사무관리이다. 협조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임의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데에 따른 법제도인 민법상의 사무관리는 사적 자치와 행동의 자유에서 비롯되었다. 반면 공법상의 사무관리의 경우, 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공임무를 수행한 것을 법치국가원리의 차원에서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지의 문제가 관건이다. 대상판결이 정당히 판시한 대로 긴급사태나 비상사태와 같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서만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따라서 민사상의 사무관리와 공법상의 그것은 구별되어야 하고, 구별의 결과로 후자의 경우에는 민법의 사무관리 규정이 '준용'되어야 하고, 쟁송방식 역시 행정소송인 당사자소송이 강구되어야 한다. 사안에 대한 사무관리적 접근을 근거지우기 위해, 판례는 국가가 최종적으로 방제조치를 취할 법률상의 의무와 국민의 생명, 건강, 재산을 보호하고 영토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에 의거하여 사안에서의 방제작업이 국가의 임무에 속한다고 논증하였다. 사안에서의 방제작업이 국가의 긴급방제조치의 일환이어서 분명히 공법적 성격을 지닌다. 공법상의 사무관리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당사자소송의 대상을 확대해 온 최근의 경향에 어울리지 않게 사안을 전적으로 '민사상'의 사무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2. 사무관리의 성립요건상의 문제점 사무관리의 핵심은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사무처리 하는 사람이 원래 사무처리 해야 할 사람과의 관계에서 아무런 활동권한을 가지지 않아야만 한다. 타인이 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타인의 사무를 처리했다는 점이 관건이다. 구 해양오염방지법 제48조 제2항, 제50조 제1항 등에 의한 긴급방제조치는 발생한 경찰상의 장애를 제거하는 일종의 경찰권발동이다. 따라서 해양경찰이 긴급방제조치의 차원에서 을 회사에 대해 방제보조작업을 지시하거나 요청한 것은, 일종의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을 회사는 긴급방제조치에 따른 일종의 행정보조인적 지위를 갖는다. 을 회사가 방제작업의 보조에 나선 것이 해양경찰청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고, 방제작업을 하면서 해양경찰의 지시·통제를 받았다면, 과연 을 회사가 의무 없이 즉, 위임 없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Ⅵ. 맺으면서-민관협력의 수단으로서의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 사무관리 제도에는 상호부조의 고귀한 동기가 배어 있다. 하지만 행정이 당사자가 되는 공법상의 그것의 경우 완전히 다르다. 공법상의 사무관리는 법률유보의 원칙 및 관할법정주의 등 공법질서의 차원에서 그 허용성이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독일의 경우 많은 행정법문헌이 공법상의 사무관리에 관한 판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대표적으로 Schoch, DV 38(2005), 91ff.]. 아쉽게도 대상판결에서 대상사무의 공임무에 따른 공법상의 사무관리 및 행정보조로서의 그것의 수행이 충분히 논구되지 않았다.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자연스럽게 손실보상규정의 결여가 문제되어, 비용 상환에 관한 민법 제739조의 준용여부와는 별도로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손실보상의 문제가 정면으로 부각되었을 것이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차후 세월호와 관련한 비슷한 상황에서 민사상의 사무관리가 별 의문 없이 그대로 수용될 우려가 있다. 세월호사태가 보여주듯이, 사고와 재난은 발생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가 문제이다.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은 재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민관협력의 수단이기도 하다.
2015-05-04
사전수뢰죄의 주체
1. 사실관계 피고인은 한국도로공사가 2011년 4월13일부터 2011년 4월25일경까지 실시한 한국도로공사 사장직 공모에 지원하여 2011년 6월16일 사장에 취임하였는데, 취임하기 전인 2011년 4월19일경 피고인이 사실상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사실을 알고 있는 갑 회사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후인 2011년 4월25일 사장 지원서를 제출한 사안이다. 2. 원심(제1심 포함)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은 ① 한국도로공사법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행된 2011년 한국도로공사의 사장 임명 절차에 비추어 보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임명에 의하여 비로소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되는 것이므로, 그 전의 일련의 절차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될 개연성'이라는 관점에서는 각 단계에 따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돈을 받을 당시 공모에 지원하였는지 여부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될 개연성'을 판단하는 데에 있어 결정인 관건이 될 수 없는 점, ② 피고인이 사장 공모 당시 자신이 사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한국도로공사 사장 임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사장 공모에 지원할 의사가 있고 피고인이 지원하기만 하면 사장이 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었던 점 등을 들며 사전수뢰죄의 주체인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도, 원심의 사실인정을 수긍하면서 설령 피고인이 당시 다른 직책을 희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국도로공사 사장 지원 마감일까지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돈을 교부받을 당시는 피고인이 사장에 지원서를 내기 며칠 전이었지만 증뢰자 측 관계자들을 포함하여 한국도로공사 사장 임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고 지원하면 임명될 수도 있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돈을 교부받을 당시 피고인은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될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사전수뢰죄의 주체 (1) 학설 형법 제129조 제2항에서는 사전수뢰죄의 주체로 장래에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학설은 대체적으로, 단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되기로 확정된 자이거나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거나 일반적으로 기대될 수 있는 자 또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최소한의 개연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 대기 중인 자 또는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는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있으나, 공무원이 되기 위하여 단지 채용원서를 제출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응시 중에 있는 자는 그 채용가능성이 현저한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편 대통령, 국회의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거직 공무원의 입후보자와 관련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는데, 당선 확정 전에는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견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는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 이러한 입후보자는 이익집단에 의한 보험성 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특히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본죄의 주체가 된다는 견해가 있다. (2) 판례 판례는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임원인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된 자가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되기 전에 시공사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안에서, 형법 제129조 제2항에 정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공무원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대기하고 있는 자 또는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 등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뿐만 아니라 공직취임의 가능성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자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라고 판시함으로써 공무원이 될 '개연성'을 요구하고 있다(대판 2010. 5. 13. 2009도7040). (3) 검토 사전수뢰죄의 입법취지가 취임 전의 비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취임 후의 직무와 관련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하는 경우에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인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전수뢰죄는 공무원이 되기 전에 수뢰하더라도 공무원이 된 때에 처벌할 수 있게 되는데, '공무원이 된 때'는 객관적 처벌조건이다. 따라서 판례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공무원이 되기 전에 뇌물을 받더라도 후에 실제로 공무원이 된 때에 처벌하게 되므로 처벌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나. 본 사안의 경우 한국도로공사 사장 임명절차는 사장 공모,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및 면접심사 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추천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는데, 피고인이 돈을 수수할 당시에는 사장 공모절차에 지원서를 제출하기도 전이었고, 돈을 받은 후에 지원서를 제출하여 사장에 임명된 사안이다. 따라서 적어도 돈을 받을 당시에는 형식상으로는 피고인이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무원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피고인은 재판과정에서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투었는데, 추측건대 그 이유가 돈을 받을 당시 지원서를 제출하기도 전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사건은 돈을 받는 시점에서 공모절차에 지원하지도 않은 경우에도 '공무원이 될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임명 절차에서 대통령이 임명하기 전의 일련의 절차는 '개연성'이라는 관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보고 공모에 지원하기 전후 여부, 후보자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되었는지 여부 등의 각 단계만을 놓고 '개연성'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은 원심의 판시를 수긍하며 피고인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고, 돈을 준 증뢰자 측에서도 피고인이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고 지원하면 임명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었던 점을 적시하고 있다. 즉 원심 및 대법원의 판시에 의하면, '공무원이 될 개연성' 여부의 판단은, 임용절차에서 객관적으로 공모에 지원하는 등으로 절차에 편입되었는지 여부에 따른 형식적인 면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지원이나 응모 등을 하였는지 여부는 상관없이 실제로 공무원이 될 개연성이 있었느냐 하는 점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의 판시에 의하면, 돈을 수수할 당시에는 지원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피고인이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던 점과 증뢰자 측도 피고인이 지원할 의사가 있고 지원하면 임명될 수 있었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이 사건에서 돈을 받은 시점이 지원서를 제출한 후라고 한다면, 이 경우 사전수뢰죄의 주체성을 더 쉽게 인정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공무원이 될 개연성'의 판단방법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할 것이다. 다. 채용시험을 거치거나 선거직의 경우 본 사안은 공모 절차를 거쳐 임명되는 경우인데, 만약 채용시험을 거쳐 임용되는 경우라고 가정하면, 피고인이 설사 채용원서를 제출한 후에 수뢰하였다 하더라도 학설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채용가능성이 현저한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채용원서를 제출하기 전에 수뢰한 경우는 더더욱 주체로 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선거직의 경우를 보면(위 대판 2010. 5. 13. 2009도7040), 이 사안은 피고인들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임원인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되기 전인 2004년 4월29일경 시공사측으로부터 수뢰한 후 2004년 5월2일 개최되는 창립총회에서 임원으로 선출된 사안이다. 즉 위 사건은 선거의 방법으로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로 된 경우인데, 위 사건에서 임원으로 선출된 자가 수뢰 당시 후보자 등록을 한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원심 판결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판례는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될 상당한 개연성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판시하고서 사전수뢰죄를 인정하였던 것이다. 라. 결 어 요컨대, 사전수뢰죄의 주체인 '공무원이 될 자'는 임용절차상 지원 또는 응모로 임용절차에 편입되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사실상 공무원이 될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취지로 보이고, 이와 같은 입장은 사전수뢰죄의 보호법익과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2015-02-26
건물간판의 공사대금채권으로 건물에 유치권 행사할 수 있나
Ⅰ. 사 실 1. A은행은 甲이 신축할 호텔의 공사대금을 대출하고, 신축된 호텔 및 그 부지에 대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그 후 위 호텔에 대해 甲 채권자의 신청으로 2007. 1. 31. 강제경매 개시결정이 있었고, 한편 A는 甲의 대출금 채무연체를 이유로 2008. 2. 18. 임의경매 개시결정을 받아, 두 경매사건은 병합되었다. 2. 위의 경매절차가 진행되던 중에 다음의 B, C, D가 각각 유치권신고를 하였는데, 이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었다. (1) 甲은 호텔의 신축공사를 B건설회사에 도급을 주었고, B는 그에 따른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B는 甲이 A로부터 공사자금을 차용할 당시 연대보증을 하면서 설사 공사대금을 변제받지 못하더라도 유치권을 포기하기로 약정한 바 있다. (2) B회사는 위 공사 중 호텔내부공사를 C에게 하도급주어, C는 공사를 마치고 B에 대해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甲이 A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해 하수급인들에게 공사대금을 주지 못하게 되자, C와 D를 비롯하여 B의 하도급채권자들은 乙을 대표로 하여 채권단을 구성한 후 B로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고, 또한 甲으로부터 호텔에 관한 일체의 처분권 및 영업권을 위임받았다. 乙은 2006. 11. 28.경부터 여러 사람에게 각각 호텔영업을 맡겨 오다가 2010. 10.경부터는 호텔영업을 중단하고 외부의 출입을 통제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호텔영업을 맡아오던 사람 중에는 甲과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甲에 대한 임대차보증금채권자로 배당요구를 한 사람도 있다. (3) B회사는 호텔의 옥탑, 외벽 등에 간판을 설치하는 공사를 D에게 하도급주어, D는 그에 따라 B에 대해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게 되었다. 3. A는 B, C, D를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Ⅱ. 법원의 판단 1. 제1심 법원 제1심 법원은, 피고 B는 유치권을 포기하기로 원고와 약정하였다는 이유로, 피고 C와 D에 대해서는,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압류 전에 점유를 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압류의 효력이 있는)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있은 2007. 1. 31. 이전부터 피고 C와 D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 내지 간접 점유하여 온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전부 인용하였다(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0. 4. 1. 선고 2009가합849 판결). 2. 제2심 법원 제1심 법원의 판결에 대해 C와 D만이 불복, 항소를 하였는데, 제2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들의 주장을 인용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1. 5. 11. 선고 (춘천)2010나847 판결). (1) 피고들은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이루어지기 이전인 2006. 11. 17.경부터 乙 등을 통해 이 사건 부동산을 간접 점유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2) 피고들의 각 공사대금채권은 이 사건 호텔에 대한 공사와 관련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될 수 있다. 3. 대법원 제2심 법원의 판결에 대해 원고가 불복, 상고를 하였는데, 대법원은 피고 D에 대한 부분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1다44788 판결). (1) 피고 C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해 : 「민법 제320조에서 규정한 유치권의 성립요건이자 존속요건인 점유에는 직접점유뿐만 아니라 간접점유도 포함된다.」이 사건에서 피고 C는 이 사건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 이전인 2006. 11. 17.부터 乙 등을 통해 호텔을 간접 점유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2) 피고 D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해 : 「민법 제320조 1항에 따라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어야 한다. 그런데 건물의 옥탑, 외벽 등에 설치된 간판의 경우 일반적으로 건물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물건으로 남아 있으면서 과다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 건물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간판 설치공사 대금채권을 그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할 수 없다.」 Ⅲ. 평 석 1. 쟁 점 본 사안은 유치권의 성립요건에 관한 것이다. 민법 제320조는 유치권의 내용으로서,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으나, 그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본 사안에서는 다음 몇 가지가 쟁점을 이루고 있다. 첫째 점유에 관한 부분이다. 먼저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있은 후에 점유를 이전하여 유치권을 취득하게 하는 것은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위반하여 무효가 된다는 것을 토대로, 최소한 그 기입등기 이전에 점유를 하였어야 하고, 여기서 그 점유를 하였는지가 문제되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1심 법원과 2심 법원(및 대법원)의 견해가 나뉘었다. 둘째 호텔 건물의 간판을 설치하면서 갖게 된 간판 공사대금채권으로 호텔 건물에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는 제2심 법원과 대법원의 견해가 달랐다. 셋째 상고심에서 다툼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하급심에서 판단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 있다. 하나는 유치권포기 약정의 효력 여하이고, 다른 하나는 물건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과 도급계약을 맺고 그에 따라 갖게 된 공사대금채권으로 그 물건에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 유치권의 성립요건 (1) 물건과 채권간의 견련성 a) 민법 제320조 소정의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의 의미에 관해서는, ① 채권이 목적물 자체로부터 발생한 경우를 드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② 채권이 목적물의 반환청구권과 동일한 법률관계나 사실관계로부터 발생한 경우도 포함하는 것에는 견해가 나뉘어 있다. 그러나 ②의 경우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채권적 급부거절권으로 되어 있는 독일민법(273조)에서는 몰라도 물권으로 구성하고 있는 우리 민법에는 맞지 않는 점, 담보물권으로서 유치권이 갖는 여러 문제점, 그 기준이 매우 모호하고 일관된 통용성을 갖지 못하는 점에서 그러하다. 따라서 물건의 가치를 유지하거나 증대하는 데 관련된 채권, 즉 비용상환청구권과 보수청구권, 그리고 물건으로부터 손해가 생긴 경우의 손해배상채권 정도로 국한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b) 민법상 유치권은 상사유치권과는 달리 채무자 소유의 물건일 것을 요하지 않는다. 본 사안에서 호텔은 甲의 소유이고, 피고 C와 D는 B와의 하도급계약에 따라 B에 대해 공사대금채권을 갖게 되었지만, 그 채권을 발생시킨 자재 및 노무의 제공 등이 호텔 건물에 반영된 이상 유치권이 인정된다. c) 한편, 채권의 발생이 물건에 관련된 경우에 그 물건을 유치할 수 있다. 채권과 무관한 물건에까지 유치권이 인정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본 사안에서 호텔 건물의 옥탑이나 외벽에 간판을 설치하고 간판공사대금채권을 갖게 된 경우, 이 채권으로 호텔 건물을 유치하려면 그 간판이 독립된 물건이 아니라 호텔 건물의 일부나 구성부분으로 되었을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법원은 그 간판이 호텔 건물에 부합되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판단하였어야 했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한 것인데, 이는 타당한 결론인 것으로 생각된다. (2) 물건의 점유 a)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채권자가 목적물을 점유하여야 하고, 여기서의 점유에는 직접점유뿐만 아니라 간접점유를 포함한다. 다만, 그 점유가 타인의 압류가 있은 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견해이다(대판 2005. 8. 19, 2005다22688; 대판 2006. 8. 25, 2006다22050; 대판 2011. 11. 24, 2009다19246). 압류의 본질적 효력은 목적 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이고, 이에 저촉되는 채무자의 처분은 압류채권자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민사집행법 92조 1항). 한편 압류에 저촉되는 채무자의 처분에는 '점유의 이전'과 같은 사실행위는 포함되지 않지만, 채무자가 제3자에게 목적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유치권을 취득하게 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점유의 이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담보물권으로서의 유치권을 완성시키는 것이어서, 그러한 점유의 이전은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그 취지이다. b) 본 사안에서는 2007. 1. 31. 호텔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 개시결정이 있었으므로, 피고들이 유치권을 주장하려면 그 전에 호텔 건물을 점유(간접점유 포함)하고 있었어야 한다. 본 사안에서 제1심 법원은 피고들이 여러 사람에게 호텔의 영업을 맡겨 왔지만 그 중에는 甲과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임대차보증금채권으로 배당요구를 한 점을 중시하여 피고들의 간접점유를 부정하였지만, 제2심 법원과 대법원은 그러한 점을 중시하지 않고 피고들은 위 압류의 효력이 있기 전인 2006. 11. 17. 경부터 乙 등을 통해 호텔 건물을 간접 점유해 온 것으로 본 것이다. 피고들을 포함한 하수급인들이 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채권단을 구성하고 대표자 등이 호텔 건물을 점유해 온 점을 보면, 피고들에게 민법 제194조 소정의 간접점유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3) 유치권 포기약정의 효력 유치권은 법정담보물권이지만, 그것은 채권자의 채권의 담보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으므로,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채권자가 그러한 이익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유효하다. 본 사안에서 B회사는 사전에 유치권을 포기하였으므로 유치권을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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