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律新聞
2361호
법률신문사
名 譽毁損罪의 違法性阻却事由와 그 前提事實에 관한 錯誤
일자:1993.6.22
번호:92도3160
沈在宇
高麗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4면 ============
大法院1993年6月22日宣告92도3160判決
(1) 事件內容의 槪要
피고인은 모 운수회사의 노동조합장으로서 취임직후 전임노동조합장의 금전상의 비리를 적시하여 대자보를 붙임으로써 다른 조합원들로 하여금 열람케 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데, 大法院은 피고인에 의한 그 비리의 적시가 공익성과 진실성이 있다는 판단아래 형법 제310조에 따라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가 된다는 판결을 내린 사건이다 (大判 1993년 6월 22일 선고, 92도 3160)
(2) 判決要旨의 理由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임이 증명되고 또 그 행위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그 행위를 처벌하지 아니하는 바, 위와 같은 형법의 규정은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상충되는 두 법익사이의 조화를 꾀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들 두 법익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고려한다면,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사건에 대하여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한다.
(3)禁止錯誤인가 構成要件錯誤인가?
刑法 제310조에 의하면,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은「公益性」과 眞實性」이다. 判決理由에 의하면, 「노동조합장이 위 대자보를 부착하게 된 목적이 주로 전임조합장의 비위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으로서 公益性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므로 이 전제사실에 대해서는 착오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착오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眞實性」이라는 전제사실이다. 즉 행위자는 진실하지 아니한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은 것이다. 判決理由에 의하면『그렇게 믿은 데 대하여 일부 중요한 부분은 진실한 사실임이 증명될 수 있을 정도로 자료가 확보되어 있어서……그와 같이 믿은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에서는 그렇게 믿은 데 대한「相當한 理由」를 刑法 제16조(法律의 錯誤)에 있어서의 「正當한 理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眞實性」이라는 前提事實에 관한 착오를 禁止錯誤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서의 착오는 제16조에 해당하는 法律의 錯誤, 즉 禁止錯誤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제16조의 錯誤는「自己의 行爲가 法令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誤認한 行爲」즉 法令에 의하여 禁止되어 있는 것을 許容된 것으로 착각한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본 사건은 法令에 의하여 許容되어 있는 行爲의 客觀的 前提事實을 착오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眞實하지 아니한 사실을 眞實한 것으로 믿은 것이지, 法令에 의하여 죄가 되는 것을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믿는 경우가 아니다. 여기서는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에 대한 「事實判斷」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지, 위법성조각사유 자체에 대한 규범적 「價値判斷」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렇게 믿은 데 대하여 「相當한 理由가 있다는 것은 事實判斷을 하는 데 있어서 「過失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이 過失은 분명히 刑法 제14조의 「行爲過失」(Tatfahrlassigkeit)에 속하는 것이지 제16조에서 문제되는 이른바 「法過失」(Rechtsfahrlassigkeit)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착오를 일으킨 자는 故意犯으로 처벌될 것이 아니라 過失犯處罰規定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다만 過失犯으로 처벌될 수 있을 따름이다. 독일의 判例 가운데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양심적인 심사의무와 주의 깊은 조사검토의무를 부과하고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고 경솔하게 판단하여 착오를 일으킨 자를 禁止錯誤의 規定을 援用하여 故意犯으로 처벌한 것이 있는데(BGHSt 2 115; BGHSt 3, 1 )이 判例들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양심적인 심사」와, 「주의 깊은, 조사검토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행위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한(行爲事情을 착각한 모든 誤想行爲에서 볼 수 있듯이)순수한 行爲過失的 要素임에도 불구하고 禁止錯誤로써 故意犯으로 처벌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의 判例도 진실하지 아니한 사실을 진실하지 아니한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은 데 대하여 「相當한 理由가 있다」고 말하고 있을 때, 그것을 「行爲過失이 없다」고 본 것이 아니라 「法過失이 없다」는 것으로 이해하여 刑法 제16조에 해당하는 禁止錯誤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이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禁止錯誤로 본 이상, 만일 본 사건의 경우 그 착오에 「相當한 理由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되 故意犯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罪刑法定主義原則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責任原則에도 反한다. 왜냐하면 명예훼손죄에는 過失犯처벌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過失밖에 없는 사람에게 故意責任을 지우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의 착오는 사물의 본성상 그 行爲過失의 성질로 말미암아 마땅히 構成要件錯誤로서 故意가 阻却되는 것으로 판결했어야 할 것이다. 즉 刑法 제16조가 아니라 刑法 제13조(故意阻却糾正)을 원용하여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어야 할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 경우를 責任說에 따라 그 착오의「回避可能性이 없기 때문에」責任이 阻却된다는 것이 아니라, 故意說에 따라 그 착오는「故意가 阻却됨으로」故意犯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過失이 있으면 過失犯으로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명예훼손죄는 過失犯처벌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고 또 현실적으로 이 경우 過失도 없었으므로 無罪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大法院이 본 사건을 無罪로 판결한데 대하여 異議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無罪判決에 이르게된 判決理由의 理論的 根據와 條文援用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4) 本判決의 法的 意義
위법성조각사유의 前提事實에 관한 錯誤는 錯誤論에서 가장 논란이 심한 부분이다. 오늘날 學說의 支配的 立場은 이 착오를 構成要件錯誤(消極的 構成要件標識의 理論에 다른 故意說의 立場), 또는 構成要件錯誤와 같이 취급하여 故意를 조각하는 것으로 보지만(制限責任說의 立場), 判例의 입장은 반대로 그것을 禁止錯誤로 봄으로써 故意는 조각되지 않으며 따라서 故意犯으로 처벌한다(嚴格責任說의 立場). 따라서 本判決의 法的 意義도 위법성조각사유의 前提事實에 관한 착오가 構成要件錯誤로서 故意를 阻各하느냐, 아니면 禁止錯誤로서 故意가 阻却되지 않느냐에 있다. 이 착오를 禁止錯誤로 이해하여 故意가 조각되지 않는다는 嚴格責任說의 입장은 주로 目的的 行爲論者들에 의하여 주장되는 것인데, 그 근거는 「目的性」과 동일시하는「自然的과 故意」가 있다는데 있고, 또한 그러나 착오를 過失犯처멀규정이 없는 경우 전부 無罪로 처리하면 「可能性의 欠缺」(Strafbarkeitslucek)이 생겨 피해법의 (여기서는 명예)를 보호할 수 없다는데 있다. 전자는 이론적 근거이고 후자는 형사정책적 근거이다. 그러나 目的的 行爲論에서는 故意는 行爲要素이며 責任要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自然的 故意가 있다는 것을 근거로 故意責任을 지우는 것은 납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責任說에서 責任要素로 되어 있는 不法意識의 存在의 증명도 불가능하다. 이 착오의 경우 행위자는 不法意識에 바탕한 「不法故意」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는 자, 즉(自然的 故意가 아닌)不法故意가 없는 자를 故意犯으로 처벌하는 것은 엄연한 責任原則의 위반이다.
다음에 형사정책 적으로 「可能性의 흠결」을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관점에서 過失犯처벌규정이 없는 過失行爲를 전부 故意犯으로 처벌하겠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刑法은 모든 過失行爲를 처벌하지 않는다. 過失犯처벌규정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嚴格責任說에 따르면 위법성조각사유의 前提事實에 관한 착오가 있는 경우 과실범처벌규정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過失行爲들도 예컨대 과실명예훼손, 과실 기물 손괴, 과실낙태, 과실 절도 등도 전부 처벌할 수 있게 되면 심지어 故意犯으로 처벌하게 되는데 이것은 法治國家刑法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法治國家 刑法의 「必要性의 原則」(補充性의 原則)에 따르면, 刑法은 법익보호의 최후수단으로서 민법이나 行政法등에 의하여 법익보호가 불가능한 곳에서만 그의 설자리를 발견한다. 예컨대 과실명예훼손, 과실 기물 손괴, 과실 낙태 등은 民法上의 不法行爲로서 손해배상이나 위자료 등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으므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로 인하여 손해배상판결을 한 판례를 참조. 大判 1988년 10월 11일 선고, 85다카 29위자료 大判 1993년 11월 26일 선고, 93다 18389 손해배상) 立法者는 그것을 刑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한 것이다. 立法者가 民事上의 不法으로 남겨두고 있는 영역을 법해석자인 법관이 그것을 마음대로 刑法上의 不法으로 만들어 처벌할 권한은 없다. 따라서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일으켜 過失名譽毁損을 한 경우 그 행위자를 처벌할 수 없는 것은 결코 「必要한 刑罰」을 과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不必要한 형벌을 과하지 못한 것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 경우 이른 바 「可能性의 欠缺」의 생길 여지도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 사실에 관한 착오를 禁止錯誤로 조작하여 故意犯으로 처벌하는 것은, 禁止錯誤의 法的 性質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法治國家 刑法의 罪刑法定主義原則, 必要性의 原則, 責任原則에 反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