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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자기증여의 취급과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
대상판결은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동시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 해당하는 경우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 따른 증여의제이익을 자기증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최초의 판결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증여의제이익은 자기증여의 산물로서 애당초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에서 정한 과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해석으로써 이를 증여세의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새겨야 옳다 I. 사실관계 원고는 내국법인 A 및 B의 대표이사로서 2012년과 2013년 기준으로 또 다른 2개의 내국법인을 통해 A의 주식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고, B의 주식을 50% 이상 직접 보유하고 있다. A는 2012, 2013 사업연도에 B에게 의약품을 공급했고(이하 ‘이 사건 거래’라 한다) A의 매출액 중 B에 대한 매출액 비율은 2012 사업연도에 94.56%, 2013 사업연도에 98.65%였다. 원고는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45조의3에 따라 자신이 A의 지배주주 지위에서 B로부터 일정한 이익(이하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라 한다)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된다는 이유로 2013. 7. 31.과 2014. 6. 27. 피고에게 이 사건 거래와 관련한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였다. 이후 원고는 2014. 10. 14. 피고에게 2012년 및 2013년 귀속 증여세를 환급해 달라는 내용의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4. 12. 9. 원고의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Ⅱ. 관련규정 및 쟁점 1. 관련규정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① 법인의 사업연도 매출액 중에서 그 법인의 지배주주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에 대한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 법인의 업종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지배주주의 친족이 다음 계산식에 따라 계산한 이익을 각각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2.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인 경우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되는 이익이 자기증여에 해당하여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서 정한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Ⅲ.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 자기증여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에 따른 증여세의 경우 증여자는 특수관계법인이고, 수증자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다. 증여자인 특수관계법인은 그 주주와 구별되는 별개의 법적 주체이므로, 수증자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가 같다고 할 수 없다. ㉯ 특수관계법인은 수혜법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손실을 입는 것이 아니므로,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그 거래로 인한 이익과 손실이 함께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게 귀속되어 그 재산가치가 실질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 2014. 2. 21. 상증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제34조의2 제12항 제3호에서 ‘수혜법인이 특수관계법인과 거래한 매출액에 지배주주 등의 그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주식보유비율을 곱한 금액’을 과세제외 매출액에 포함하도록 정하는 등 증여의제이익 계산방법을 종전과 달리 정하였더라도 이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Ⅳ. 해설 1. 구 상증세법상 자기증여의 취급 ‘자기증여’는 말 그대로 자기가 자신에게 증여한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성립하기 어렵지만 자본거래 등 복잡한 법률관계가 개재된 경우에는 자기가 자신에게 증여하게 된 꼴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기증여는 구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에서 정한 증여의 개념요소를 충족하지 못한다. ‘증여’는 ‘타인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경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 상증세법이 자기증여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은 것도, 자기증여가 애당초 과세대상인 증여에 해당될 수 없음을 염두에 둔 결과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 증여의제규정을 해석할 경우에는 이러한 논리를 들이댈 수 없다. 증여의제규정은 처음부터 증여의 개념요소를 흠결하는 경우를 규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 상증세법이 증여의제규정에서도 자기증여의 취급에 관하여 침묵하고 있는 이상 자기증여에 대하여 어떠한 증여의제규정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는 해석론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① 증여자와 수증자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 여부, ② 그 동일성이 해당 규정에 따라 증여세의 부과대상이 될 만한 행위나 사실(과세대상)을 배제시키는지 여부, ③ 그러한 행위나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해당 규정의 입법취지, 목적 등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 자기증여 해당 여부와 그 비과세 범위를 획정하여야 한다. 2.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 규정의 의미와 취지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서 정한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 즉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는 특수관계법인이 ‘정상적이라고 취급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수혜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게 이익을 증여한 것으로 의제하는 구조이다. 즉, 정상가액에 따른 거래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일정한 범위를 넘는 경우 변칙적인 증여가 있었다고 보겠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상가액에 따른 거래로서 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이 아니고, 사업의 기회를 주었다고 해서 경제적 이익을 이전한 것은 아니므로 애당초 증여의 개념을 충족하지 않는다. 따라서 완전포괄주의에 따르더라도 이를 증여의 범주에 넣고서 증여세를 부과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증여의제’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3. 대상판결의 논리구조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 자기증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논거로 크게 3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은 특수관계법인과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 간의 관계에서 성립하는데, 특수관계법인은 그 주주와는 별개의 법적 주체라는 것이다. 즉, ‘특수관계법인 ≠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므로,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동시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라고 하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가 일치하지 않아서 자기증여의 개념요소를 애당초 충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둘째, 일감 몰아주기가 정상가액에 따른 거래에 해당되는 이상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이익과 손실이 함께 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수관계법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이익을 볼 수 있으므로, 동일한 법적 주체에게 이익과 손실이 함께 귀속된다는 자기증여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셋째, 대상판결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수혜법인이 특수관계법인과 거래한 매출액에 지배주주 등의 그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주식보유비율을 곱한 금액’을 과세제외 매출액에 포함시켜 이를 자기증여로 보는 듯하게 구 상증세법 시행령 규정이 개정되었더라도 이를 확인적 의미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이 규정의 개정을 창설적 의미로 본다면 이로써 그 규정의 시행 전에 일어난 사건에 적용될 법령의 해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동시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 해당하는 경우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 따른 증여의제이익을 자기증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최초의 판결이다. 증여의제규정에서 자기증여의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를 설시한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 5.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은 자기증여의 산물로서 애당초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에서 정한 과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해석으로써 이를 증여세의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이 규정의 취지나 목적 등에 부합한다고 새겨야 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하고, 대상판결의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①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이 법인격 투과를 본질로 삼고 있는데 수혜법인과 그 지배주주 등 간에는 법인격을 투과시키면서 특수관계법인과 그 주주 간에는 엄격하게 별개의 법인격을 관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②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인 경우 그 특수관계법인 지분비율에 상응해서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자신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한 것일 뿐이다.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스스로에게 부를 증식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므로 부가 이전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 ‘증여세의 영역에서’ 과세대상으로 취급될 만한 행위나 사실이 없다. ③ 대상판결이 ㉰의 논거에서 밝힌 상증세법 시행령 규정의 신설이 창설적 의미를 갖는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고, 오히려 그 개정 경위나 배경 등을 고려하면 이 규정은 그 신설 이전부터 받아들여졌던 사항을 확인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여지가 많다(지면의 제약으로 이 규정의 개정 경위나 배경 등을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자세한 내용은 정기상,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자기증여의 취급에 관한 고찰”, 조세법연구 제29권 제2호, 2023, 264면 이하 참조). 정기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증여세
셀트리온
특수관계법인
정기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4-03-31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혼인생활 중 부정행위와 재산분할비율의 산정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재산분할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 청산적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다만,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는 없고, 배우자가 제3자와 부정행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였거나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하는 등 부부공동재산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청산적 요소로 고려하여 재산분할비율에 반영시킬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대상판결1, 2의 개요 (1) 대상판결 1 가. 사실관계 A는 혼인 이후 가사와 2명의 자녀 양육을 담당했고, B는 자영업을 하다가 공무원으로 근무한 후 정년퇴직했다. A는 2019.경 B의 휴대전화에서 B와 C가 부적절한 관계로 보이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과 B가 C에게 500만 원, 100만 원을 각각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B의 외도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A는 B에게 자신이 외도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나. 1심(서울가정법원 2022. 8. 25. 선고 2021드합34193, 2022드합32866 판결)의 요지 1심은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A와 B의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분할대상 재산의 취득 경위, 형성 및 유지에 대한 A와 B의 기여도, 혼인 생활의 과정 및 기간, A와 B의 나이, 직업, 소득, 경제력 등 여러 사정, 특히 A와 B의 혼인 기간이 약 40년 이상으로 장기간이고, 혼인 기간에 B가 주된 경제활동을 하였으나, A가 혼인 동안 주로 가사와 자녀 2명의 양육을 담당하며 가정경제에 기여한 점, A와 B가 분할대상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함께 거주한 점 등을 참작하여 50:50으로 정하였다. 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2르23237, 23244 판결, 대법원 심리불속행기각)의 요지 항소심은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1심에서 설시한 판단 근거 이외에 특히 B가 C와 2년 이상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B가 C에게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증여하고, 상당한 금전을 함께 소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부공동재산을 유출시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두루 참작해 A와 B의 재산분할의 비율을 55:45로 정하였다. (2) 대상판결 2 가. 사실관계 A는 주로 전업주부로서 가사와 4명의 자녀 양육을 담당하였고, B는 원고와 혼인한 후 꾸준히 부동산임대업 등을 영위하였다. A는 B와 C의 부정행위를 CCTV를 통해 확인하였고, B는 A와의 다툼 중 A에게 상해를 가하여 접근금지를 명하는 임시조치결정을 받았다. A는 B를 상대로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구하는 동시에 C에 대해서 위자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1심(서울가정법원 2022. 2. 16. 선고 2020드합37898 판결)의 요지 1심은 A의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재산분할비율에 관하여 분할대상 적극재산의 취득 경위, 분할대상 적극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대한 A와 B의 각 기여 정도, 소득재산의 발생 경위, A와 B의 각 나이, 직업, 혼인 생활의 과정과 기간, 부양적 요소, 특히 현재 부부공동재산의 대부분은 B가 혼인 동안 꾸준히 부동산임대업 등 경제활동을 하면서 형성한 재산인 점, 다만 A와 B의 혼인 기간이 30년을 넘고, A도 장기간의 혼인 기간 동안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하면서 부부공동재산의 유지 및 증식에 일부 기여를 하였다고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A와 B의 재산분할비율을 20:80으로 정하였다. 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3. 2. 9. 선고 2022르21002 판결,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의 요지 항소심은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1심에서 설시한 판단 근거에 추가하여 B는 늦어도 2014년부터 현재까지 C와 부정한 관계를 유지하여 온 점, A가 2014년경 B에게 부정행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B는 자녀 앞에서 A에게 부적절한 교제를 인정하고 혹 적발시 자신의 전 재산을 A의 뜻대로 해도 이의가 없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한 점, B는 그 이후에도 A 모르게 2회에 걸쳐 C와 해외여행을 하고, 국내 각지를 여행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금원을 소비한 점, B는 2016.부터 2018.까지 C로 하여금 B가 임차한 사택에서 거주하도록 하였고, C가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그 중도금 및 잔금 등으로 약 2억 원을 대신 지급한 다음, 그 중 일부만 회수하고 나머지 채권을 포기하였으며, 2020.경 C에게 차량을 사실상 증여하는 등 C에게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점 등을 비롯한 여러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B는 장기간에 걸쳐서 A의 의사에 반하여 상당한 규모의 부부공동재산 감소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A에게 귀속되는 유체동산을 별도로 분할대상으로 삼지 않은 점, 이 사건 소제기 이후 A와 B가 각자 부부공동재산의 유지·관리를 위하여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보이는 점, B는 이 사건 소제기 이후 A에게 생활비 등 부양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파탄 이후 형성된 생활 관계 및 민법이 정하는 부부의 부양의무와 생활비용 부담에 관한 내용, A와 B의 사회적·경제적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A와 B의 재산분할비율을 35:65로 정하였다. 2. 평석 가. 재산분할제도의 연혁 재산분할은 협의상 이혼, 재판상 이혼 또는 혼인 취소에 의하여 혼인 관계가 해소되는 경우에 인정된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부부별산제는 민법 제정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민법 제830조 제2항은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민법 제정시에는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夫)의 소유로 추정한다고 규정하던 것을 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위와 같이 개정한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부부별산제 하에서 부부의 재산은 각자의 특유재산과 공유로 추정되는 재산이 있을 뿐이고, 특유재산은 각자의 것이기 때문에 이혼 시에 각자 가져가면 되는 것이고, 공유로 추정되는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만 고민하면 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석하게 되면 누구의 명의로 등기나 등록을 하는지에 따라 이혼시 그 재산이 귀속되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법은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면서 재산분할청구권을 도입하였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판결에서 재산분할제도는 민법이 혼인 중 부부 어느 일방이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특유재산으로 하는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완하여 이혼을 할 때 그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라고 설시하였다. 나. 재산분할제도의 본질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이 왜 인정되는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청산적 요소이다. 즉 재산분할청구권은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재산을 각자의 기여에 따라 분할함으로써 청산한다는 것이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도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재산분할제도가 청산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음은 명백하고 다툼이 없다. 둘째, 부양적 요소이다. 부부간에는 부양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부양의무는 이혼에 의하여 혼인이 해소된 경우에도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혼에 의하여 부부관계가 해소되었는데 왜 부양의무만이 존속하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는 일반적으로 이를 혼인의 사후효, 즉 이혼 후의 부양은 혼인 중 부양의무의 사후효과로 인정된다는 것으로 설명한다. 외국에서는 이혼 후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인정하는 입법례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관한 법규정은 없지만 재산분할제도에서 이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례는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판결에서 “재산분할 청구 사건에 있어서는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뿐 아니라 이혼 이후 당사자들의 생활보장에 대한 배려 등 부양적 요소 등도 함께 고려할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셋째, 위자료적 요소이다. 우리 민법은 혼인관계의 파탄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별도의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그 근거 및 성질을 달리하는 별개의 것이고, 재산분할에 있어서 위자료적 요소는 고려될 수 없다는 것이 다수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할 때에는 혼인 중 형성한 재산의 청산적 요소와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외에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까지 포함하여 분할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0. 10. 10. 선고 2000다27084 판결 등 참조). 다. 재산분할의 비율 산정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가정법원이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라고 하고 있을 뿐이어서 전적으로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판례는 재산분할비율은 개별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로서의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일컫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구별하여 분담비율을 달리 정한다거나, 분할 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비율을 달리 정함으로써 분할할 적극재산의 가액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므718 판결 등 참조). 하급심 실무에서는 보통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도, 경제적 약자에 해당하는 배우자에 대한 배려, 미성년 자녀를 누가 양육하는지, 양육비가 제대로 지급될 수 있을지 여부,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할 수 없는 유·무형의 재산 등이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라. 대상판결 1, 2에 대한 평가 기존의 하급심 실무에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재산분할의 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판단근거로 고려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위자료 청구에서 위자료 인정 여부 및 위자료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대상이었다. 하지만 대상판결 1, 2의 경우처럼 혼인기간 중 외도를 했고,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한 경우 그러한 사정을 재산분할을 함에 있어 참작하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부부공동재산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재산분할비율의 산정은 부정행위로 인한 일방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와는 그 성질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재산분할비율의 고려가 청산적 요소인지, 부양적 요소인지, 위자료적 요소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청산적 요소를 살펴본다. 기존에도 배우자의 일방적인 투자로 가정경제에 큰 손실을 입히는 등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에 대한 기여도가 낮거나 부부공동재산을 감소시키는 경우에는 이러한 요소를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고려함이 일반적이었다.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의 동의 없이 부정행위를 하였고, 거기서 더 나아가 부정행위 상대방인 제3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제공되거나 배우자 일방과 부정행위 상대방이 부부공동재산을 함께 소비하는 등으로 부부 공동재산에 손실을 입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요소를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고려함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부부공동재산에 대한 기여나 감소 문제로 보아 청산적 요소에서 고려될 수 있다. 다음으로 부양적 요소를 살피기로 한다.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은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재산분할의 비율·액수를 정할 때에도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 뿐만 아니라 부양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여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 후에도 혼인 중에 못지 않은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혼청구 배우자의 귀책사유와 상대방 배우자를 위한 보호 및 배려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을 허용하는 경우에 관한 판례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고려할 수 있는지의 문제와는 다르다고 할 것이다. 지금의 논의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에 따르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양적 요소는 단순히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고려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자료적 요소를 살피기로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할 때에는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까지 포함하여 분할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으므로, 판례에 따를 때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였는지 또는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하였는지 등과 무관하게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위자료적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민법은 혼인관계의 파탄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별도의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위자료 청구와 재산분할청구는 그 근거 및 성질을 달리하는 별개의 것으로 보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지 않으면 혼인관계 파탄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위자료와 재산분할에서 이중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재산분할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 청산적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는 없고, 배우자가 제3자와 부정행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였거나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하는 등 부부공동재산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청산적 요소로 고려하여 재산분할비율에 반영시킬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윤지상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존재)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윤지상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존재)
2023-08-23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매수인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과 매도인에 대한 원소유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사실관계]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사실관계 등을 요약·정리한다. 1. 이 사건 임야는 1917년 10월 갑 앞으로 사정(査定)되었다. 그 후 지적공부가 멸실되었다가 1977년 3월 소유자 기재가 비어 있는 채로 임야대장이 복구되었다. 2. 피고(대한민국)는 1986년 12월에 위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그리고 1997년 12월 을에게 이를 5천여만 원에 매도하고 1998년 1월 을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3. 그 사이에 갑은 사망하고 그의 재산을 상속한 원고(여럿이나 편의상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가 2017년 4월에 이르러 피고와 을을 위 보존등기와 이전등기의 각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사건의 제1심법원은 동년 12월에 피고에 대한 청구를 인용하고, 을에 대한 청구는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른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이유로 이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을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으로 원고는 소유권을 상실하였다면, 피고에 대한 등기말소청구에 그 권원이 과연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어쨌거나 위 판결은 항소가 제기되지 않아 2018년 1월 그대로 확정되었다. 4. 원고는 동월 다시금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국가배상청구를 하였으나 2019년 1월 제1심에서 패소하였다. 원고는 항소한 후에, 피고가 을로부터 수령한 위 매매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청구를 추가하였다. 시효취득자는 무권리자의 양도행위로 목적물을 인도받고 또 등기를 얻어서 10년간 이를 ‘보유’함으로써 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그때까지 종전 소유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따라서 그에게 무슨 ‘손실’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물론 양도인에 대해서도 그가 수령하였던 매매대금에 대하여 이를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10년이 흐르고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해서, 돌연 같은 내용의 권리가 부당이득의 이름으로 종전 소유자에게 부여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위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였다. 즉,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 및 을의 소유권등기는 모두 무효인데, 선행소송에서 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를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기각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로써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을로부터 받은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원고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침해부당이득으로 5천여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적법한 원인 없이 타인 소유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무권리자가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고 하더라도, 그 각 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다. 따라서 이 경우 원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또 무권리자가 제3자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이 원소유자에게 미치지도 아니하므로, 무권리자가 받은 매매대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여 이를 원소유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무권리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제3자나 그 후행등기 명의인이 과실 없이 점유를 개시한 후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선의로 점유를 계속하여 10년이 경과한 때에는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라 바로 그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고(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다25785 판결 등 참조), 이때 원소유자는 소급하여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손해를 입게 된다. 그러나 이는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과일 뿐 무권리자와 제3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과는 직접 관계가 없으므로, 무권리자가 제3자와의 매매계약에 따라 대금을 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원소유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받은 매매대금 5천여만 원은 이 사건 토지를 을에게 매도한 것에 대한 대가일 뿐 이후 피고가 원고 또는 그 선대에게 이 사건 토지 소유권의 상실이라는 손해를 가하고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부당이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심판결에는 부당이득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평석] I. 들어가기 전에 1. 이 평석의 대상이 된 대법원판결(이하 ‘대상판결’)은, 민법 제245조 제2항에서 정하는 이른바 등기부취득시효에서 제기될 수 있는 부당이득문제 중 어느 하나에 대하여 태도를 밝히고 있다. 그것은 소유자가 아님에도 등기부에 소유자로 등기된 사람과의 사이에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여 그로부터 등기를 이전받은 사람(이하 ‘양수인’)에 있어서 나중에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한 경우에, 원래의 소유자, 즉 그 시효취득으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이 위 매도인(이하 ‘양도인’)에 대하여 그가 받은 매매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2. 대상판결은 그러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긍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위와 같은 권리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태도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나는 그 태도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Ⅱ. 등기부취득시효에서 양수인의 부당이득 문제 - 독일의 경우 1. 우리 민법상 부당이득제도의 해석 운용에서 많은 참고가 되는 독일민법(부당이득제도를 계약·불법행위 등과 나란히 채권의 독립적 발생원인으로 정면에서 규정한 것은 비교법적으로는 스위스가 처음이고,독일이 그에 이어진다)을 살펴보면, 취득시효와 관련하여서 논의되는 것은 오히려 취득시효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이 시효취득자에 대하여 부당이득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아가 주장할 수 있다고 한다면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2. 나에게는 놀랍게도, 제2차 세계대전까지 독일의 최고법원인 ‘제국법원(Reichsgericht)’은 1930년 10월 6일의 판결(RGZ 130, 69)에서 동산의 취득시효 사안에서 이를 긍정하여, 시효취득자가 종전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 없이’ 인도를 받았다면 그 후에 독민 제937조 제1항(10년의 자주점유를 요건으로 정한다)에 의하여 취득시효가 완성하였더라도 부당이득을 이유로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였다. 이 판결은 관련 학설을 광범위하게 인용하고 있는데, 그에 의하면 위 판결과 같은 태도를 취하는 긍정설이 부정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위 판결도 지적하는 대로(위 판결집, 73면), 소유권 취득의 물권행위에 하자가 없어서 소유권 이전을 인정하더라도 원인행위가 효력이 없으면 부당이득으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물권변동에 관한 독일 특유의 입장(부당이득에 관한 이른바 공평설의 밑바탕!)에 입각하여, 취득시효로써 소유권은 물론 인정되지만 그 요건의 일부인 소유권등기가 ‘법률상 원인 없는’ 행위에 기하여 이루어졌다면 마찬가지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무겁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보다 구체적으로는, 동산의 시효취득은 앞서 본 대로 10년의 자주점유를 요건으로 하는데, 위와 같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인정되면 그것은 30년의 소멸시효에 걸려서(2002년 개정 전의 독민 제195조) 원래의 소유자가 권리를 회복할 법적 가능성을 훨씬 오래 가지게 되는 실익이 있다. 비록 부동산의 취득시효는 앞서 본 대로 30년의 자주점유를 요하여 그 점에서는 동산의 경우와 차이가 있지만, 부당이득과 관련하여서도 동산취득시효와 부동산취득시효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원고가 행위무능력(독민 제105조 제1항에 의하면 행위무능력자의 법률행위는 무효이다)의 상태에서 1908년 피고에게 증여한 그림들의 반환이 청구된 사건에서 원심법원이 취득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한 것을 파기환송하였다. 3. 그러나 현재의 연방통상대법원(Bundesgerichtshof)는 2016년 1월 22일의 판결(BGHZ 208, 316; NJW 2016, 3162)에 이르러 지상권의 취득시효(부동산에 대한 제한물권의 취득시효에 대하여는 독민 제900조 제2항 참조)가 인정된 사건을 판단하면서 소유자의 지료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부인하는 반대의 입장을 취하였다. 앞서의 제국법원 판결이 나오고 무려 85년도 더 지난 후이었다. 그 이유 중 중요한 것은 취득시효제도의 목적이 법적 안정성에 있다는 점이다. 즉 소유권을 원시적으로 시효취득하는 사람은 그의 취득행위상의 하자로부터 발생하는 대항사유도 역시 물리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첫째, 민법전에서 부합·혼화·가공에 대하여는 제951조(우리 민법 제261조 해당)에서, 유실물 습득에서는 -우리 민법과는 달리- 제977조에서 권리상실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명문으로 규정함에 반하여 취득시효에 대하여는 그러한 규정이 없다는 것, 둘째, 소멸시효 규정에 대한 2002년의 민법 개정으로 이제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3년 또는 10년의 소멸시효에 걸쳐서(민법 제195조, 제199조 제3항) 종전의 판례가 들었던 권리 회복 가능성의 점에서의 차이가 더 이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위 판결에서 보이는 학설 상황의 그 사이의 변화로서 이제는 부정설이 긍정설보다 큰 차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Ⅲ. 등기부취득시효에서 양도인의 부당이득 문제 1. 이상에서 다룬 독일 판례의 굴절에 대하여는 보다 상세한 다른 글을 기약하거니와,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취득시효 자체가 그 안에 종전 소유자에 대하여 그 소유권 취득에 관한 ‘법률상 원인’을 담고 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이에 대하여는 곽윤직 편집대표, 민법주해[XVII], 2005, 253면 말미 이하(양창수 집필) 참조). 그렇다면 이제 종전 소유자는 시효취득한 양수인이 아니라 양도인에 대하여는 그가 수령한 매매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 아닌가? 양도인은 타인 소유의 물건을 권한 없이 매도하여 인도 및 등기 이전함으로써 양수인이 시효취득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여 결국 종전 소유자로 하여금 그 소유권을 상실하게 하였고 그러한 손실에 기하여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은 것이 아닌가? 2. 나는 위와 같은 부당이득 문제에 대하여 앞서 본 『민법주해』에서 다음과 같이 적으면서 그것이 부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병이 을에게 갑의 소유권을 매도하고 대금을 수령한 것으로는, 갑이 여전히 소유권을 가지는 이상 갑에게 무슨 「손실」이 있다고 할 수 없어서 갑에 대하여 그 매매대금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책임을 지게 된다고 할 수 없는데, 나아가 나중에 갑이 소유권을 상실한 것이 을의 시효취득으로 인한 것인 이상 그를 이유로 돌연 병의 매매대금 취득이 부당이득이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254면) 즉 취득시효의 효과로서 문제되는 소유권의 귀속은 종국적이며, 종전 소유자의 소유권 상실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포함하여 다른 법적 형식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 소유의 물건이 소유자 아닌 사람에 의하여 권한 없이 제3자에게 양도되었는데 양수인의 선의취득으로 종전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한 경우에 그가 양도인에 대하여 ‘양도로 취득한 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처리될 수는 없다. 이 경우에는 무권리자의 처분행위가 애초 유효하였던 것으로서, 선의취득제도의 취지에 좇아 그로 인한 권리 상실의 말하자면 ‘대가’ 또는 ‘보상’으로서 주어지는 것이다. 이는 법적 성질로 보면 이른바 침해부당이득에 해당한다. 이는 선의취득의 경우가 아니라 무권리자의 처분행위가 권리자에 의하여 추인됨으로써 소급적으로 유효하게 되는 경우에도 크게 다를 바 없다(이상은 무권리자의 유효한 처분에서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정하는 독민 제816조에 대한 통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취득시효의 경우는 그렇게 볼 수 없다. 시효취득자는 무권리자의 양도행위로 목적물을 인도받고 또 등기를 얻어서 10년간 이를 ‘보유’함으로써 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그때까지 종전 소유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따라서 그에게 무슨 ‘손실’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물론 양도인에 대해서도 그가 수령하였던 매매대금에 대하여 이를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10년이 흐르고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해서, 돌연 같은 내용의 권리가 부당이득의 이름으로 종전 소유자에게 부여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한편 양도인은 대체로 위 취득시효기간이 진행되는 10년 정도 어느 누구로부터도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받지 아니하여서, 만일 누구에게 그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소멸시효가 완성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양수인이 목적물을 시효취득하였다는 사정에 기하여 이를 종전 소유자에게 반환하여야 할 것인가? 대상판결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부정되는 이유와 관련하여 “종전 소유자의 소유권 상실은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과일 뿐 무권리자와 제3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과는 직접 관계가 없으므로, 무권리자가 제3자와의 매매계약에 따라 대금을 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원소유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라고 설시하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문제상황과 관련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3. 취득시효에서 제기되는 위와 같은 부당이득 문제, 그리고 그에 대하여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견해를 밝힌 경우는 위 문헌이 발간되던 당시에 국내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아는 한, 유감스럽게도 사태는 그 후에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별로 달라진 바 없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부당이득 문제가 실제로 발생함을 보여준다. 다른 모든 학문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법학에서도 상상력은 필요하고 문제의 발견 내지 인식은 그 해결의 출발점인 것이다.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전 대법관)
토지
등기부취득시효
시효취득
부당이득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전 대법관)
2023-05-10
부동산·건축
행정사건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한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인한 피수용자의 당사자적격 상실 여부
1. 사실관계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2012년 4월 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하 ‘피고’)가 시행하는 본건 보금자리주택사업에 관하여 주식회사 씨○○○○○(이하 ‘원고’)가 운영하는 공장 영업시설을 이전하게 하고 원고의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금을 68억2575만 원으로 정하는 내용의 수용재결을 하였다. 원고는 위 보상금을 이의를 유보하고 수령한 뒤 2012년 5월 22일 보상금의 증액을 구하는 본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의 채권자들은 본건 소 제기일 이후부터 원심판결 선고일 이전까지 사이에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추심명령(이하 '본건 추심명령'이라 한다)을 받았다. 2. 소송의 경과 1심과 2심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는 2심 선고시까지 본건 추심명령에 관하여 어떠한 주장도 하지 아니하였으나, 2심 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하면서 추가적으로 본건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원고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였다. 3. 본 사안의 쟁점 본 사건의 주요 쟁점은 본건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원고가 본건 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는지 여부이다. 4. 대상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i)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 제85조 제2항은 토지소유자 등이 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를 제기할 때 사업시행자를 피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는 당사자소송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재결을 다투는 항고소송의 성질을 가진다는 점, (ⅱ) 행정소송법 제12조 전문은 (항고소송인)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는 제3자는 재결에 대하여 간접적이거나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질 뿐 법률상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 (ⅲ) 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은 토지보상법 제34조, 제50조 등에 규정한 재결절차를 거친 뒤 그 재결에 대하여 불복이 있을 때만 제기할 수 있다는 점, (ⅳ) 손실보상금 채권은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 또는 행정소송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존부 및 범위가 확정된다는 점, (v) 채권자가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채권자가 손실보상금 채권의 확정을 위한 절차에 참여할 자격까지 취득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본건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원고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어서 대상판결은 종전에 손실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을 경우 원고인 채무자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는 취지로 판단한‘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두9526 판결’(이하 ‘종전 대법원 판결’)의 견해를 변경하였다. 소제목 5.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가. 추심명령에 의한 채무자의 이행의 소 당사자적격 상실 여부 금전채권에 대하여 (가)압류만 이루어진 경우 채무자는 제3채무자로부터 현실적으로 급부를 받는 것이 금지될 뿐이고 제3채무자를 상대로 이행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23888 판결). 한편 민사집행법 제229조 제2항은 “추심명령이 있을 때에는 압류채권자는 대위절차 없이 압류채권을 추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금전채권에 대하여 추심명령이 이루어진 경우, 압류채권자가 피압류채권에 관한 추심권한을 취득한다는 점에서는 다툼이 없을 것이나 채무자가 이행의 소에 관한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채무자의 이행의 소에 관한 당사자적격이 인정되면서 별도로 추심채권자도 추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23888 판결’은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라고 판시하였다. 하지만 위 대법원 판례는 추심명령이 있으면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만 판시하였을 뿐, 이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하고 있어 의문이 남는다. 안상철 대법관도 대상판결에서 보충의견으로, “민사소송에 관한 판례의 법리는 그 자체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판시하며 위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 수 있음을 암시하였다. 나. 종전 대법원 판결 요지 종전 대법원 판결은 위 민사소송에 관한 대법원 판례 법리를 그대로 인용하며, ‘원심판결 선고 당시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원고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되었으나 원심 판결 선고 이후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원고의 당사자적격이 회복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 종전 대법원 판결의 판단이유 손실보상금 증감 청구의 소는 실질적으로는 재결의 효력을 다투는 형식적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수용자가 손실보상금 증액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를 하는 경우, 법원은 민사소송상 금전지급을 명하는 이행판결의 주문과 같이 “피고는 원고에게 손실보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라고 선고한다. 추측건대 종전 대법원 판결은, 공법관계와 사법관계라는 차이는 있지만 손실보상금 증액청구의 소의 승소판결과 민사소송상 금전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보아, 손실보상금 증액청구 소송에서도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을 시 채무자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는 민사소송 판결의 법리를 적용한 것으로 사료된다. 라. 종전 대법원 판결에 의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1) 피수용자의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 불가능 토지수용으로 인한 피수용자의 손실보상금 채권은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로 인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나, 사업인정의 고시가 있으면 수용대상 토지에 대한 손실보상금의 지급이 확실시된다 할 것이므로 사업인정 고시 후 수용재결 이전 단계에 있는 피수용자의 손실보상금 채권은 피압류채권의 적격이 있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47514 판결 등).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수용재결 이전에 손실보상금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을 경우, 피수용자는 변제 등의 방법으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취소 또는 해제하지 않는 이상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여 손실보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피수용자가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상태에서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하거나 피수용자가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하여 진행 중인 과정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이루어진다면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소 각하 판결이 이루어질 것이다. 소 각하 판결 이후 피수용자가 압류 및 추심명령을 취소 또는 해제한 뒤 다시 소를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토지보상법 제85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도과하여 재차 소 각하 판결을 할 것이다. 결국 채권자의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피수용자는 손실보상금 증액의 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2) 채권자의 손실보상금 증액의 소 제기 가능 여부 피수용자가 손실보상금 증액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추심명령 이후 추심채권자가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의 당사자적격을 취득하거나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추심채권자가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토지보상법 제85조 제2항은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 소송의 당사자를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 사업시행자로 정하고 있다. 관계인이란 “사업시행자가 취득하거나 사용할 토지에 관하여 지상권·지역권·전세권·저당권·사용대차 또는 임대차에 따른 권리 또는 그 밖에 토지에 관한 소유권 외의 권리를 가진 자나 그 토지에 있는 물건에 관하여 소유권이나 그 밖의 권리를 가진 자”를 말한다(토지보상법 제2조 제5호). 추심채권자는 금전채권자에 불과하고 토지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가 아니므로 관계인에게 해당하지 아니한다. 또한 채권자대위권은 사법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상 권리라는 점에서, 공법관계인 행정소송을 채권자대위권에 근거하여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래된 대법원 판결이기는 하지만, 대법원 1956. 7. 6. 선고 4289행상33 판결은 ‘행정소송은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으로부터 위법한 처분을 받은 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그 이외의 자가 대위하여 제기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상판결도 ‘토지소유자 등에 대하여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는 제3자는 … 토지소유자 등을 대위하여 보상금 증액 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한편‘서울고등법원 2015. 4. 21. 선고 2014누7291 판결’(피고가 상고를 하지 아니하여 항소심에서 판결이 확정되었다)은 ‘수용으로 인하여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토지의 매수인이 손실보상금의 반환청구권(대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채권자대위권에 근거하여 손실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타당한지 의문이다. 6. 결어 토지보상법 제85조 제2항은 손실보상금 증액의 소 당사자를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으로 정하고 있고,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토지소유자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고 볼 근거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토지소유자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된다고 보면, 토지소유자나 추심채권자는 손실보상금 증액을 청구할 수 없어서 위법·부당한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을 다툴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에 대상판결의 논리가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배상현 변호사(OCI 주식회사)
압류
손실보상금
토지보상
추심
배상현 변호사(OCI 주식회사)
2023-03-23
헌법사건
개성공단 사업 중단조치와 공용제한 문제
1. 서론 개성공단에서 사업하려는 사업자에게 정부가 중단조치를 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사업자의 손실은 보상해야 할까 혹은 개성공단은 북한 지역에 위치한 특수성이 있으므로 언제든지 사업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보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이 문제를 검토함에 있어 중단조치를 한 주체별로 그리고 피해 유형별로 구분하여 보상 문제를 검토해 보면서 최근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평석한다. 2. 사안의 개요와 결정 요지 청구인은 북한 내 개성공업지구에서 상업시설 신축 및 분양, 임대 등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기 위하여 2007년 6월 25일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상업업무용지의 토지이용권을 분양받고, 통일부장관으로부터 협력사업자 승인 및 영업소 설치 승인을 각 얻었으며,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로부터 근린생활시설 신축에 관한 건축허가를 받았다. 청구인은 이 사건 사업부지 지상 시설에 관한 설계비로 1억 원을 지급하였다. 2010년 3월 26일 해군 소속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부장관은 2010년 5월 24일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및 진행 중인 사업의 투자확대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북조치(5.24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로 인해 청구인은 토지이용권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자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패소판결을 받은 후 보상입법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6년 2월 3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청구를 아래와 같은 이유로 각하하였다. "이 사건 대북조치는 개성공단 내에 존재하는 토지나 건물, 설비, 생산물품 등에 직접 공용부담을 가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이용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개성공단이라는 특수한 지역에 위치한 사업용 재산이 받는 사회적 제약이 구체화된 것일 뿐이므로, 공익목적을 위해 이미 형성된 구체적 재산권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공용 제한과는 구별된다. 또한 이 사건 대북조치로 인한 재산권 제한에 대하여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입법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는 아니하다…북한에 대한 투자는 그 본질상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변화하는 남북관계에 따라 불측의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당초부터 있었고, 경제협력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들은 이러한 사정을 모두 감안하여 자기 책임하에 스스로의 판단으로 사업 여부를 결정하였다고 볼 것이다." 3. 공용제한 해당 여부 공용제한이란 공공필요를 위하여 재산권에 가해지는 공법상의 제한을 말한다. 재산권자가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 점에서 공용수용과 구별되며, 행정주체가 타인의 재산권을 사용하는 공용사용과도 구별된다. 또한 공용제한은 공공필요를 적극 실현하기 위해 가해지는 제한이라는 점에서 소극적인 질서유지를 위하여 가해지는 경찰상의 제한(위험건축물의 사용금지 등)이나 재정목적을 위한 재정상의 제한(강제징수를 위한 재산압류로 인한 처분제한 등)과 구별된다. 서울고등법원(2013. 5. 3. 선고 2012나34247 손실보상등 사건)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일정한 공익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공용침해'라 하는데, 이러한 공용침해는 공용수용, 공용사용, 공용제한으로 분류된다. '공용제한'이란 특정한 공익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개인의 재산권에 과하여지는 공법상의 제한을 말하는 것이다"고 했다. 위 판례는 해상시험사격이라는 특정한 조건하에서는 어업이 제한되는 것을 공용제한으로 본 것인바, 이 사건에서 국가안보위기상황에서 신규투자자의 현장출입을 제한한 것과 유사한 점이 있다. 이 사건에서 통일부가 취한 조치는 '이미 개성공업지구 내에 토지이용권을 취득하고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에도 건축공사의 착공과 이를 위한 자재의 반입을 사실상 억제하는 것'이었고, 그 결과 청구인은 토지이용권을 전혀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었다.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 조치는 국가안보라는 공공필요를 위하여 청구인의 토지이용권이라는 재산권에 가하는 공법상의 제한이다. 이 사건 조치는 북한의 위협 조치에 대응하는 정책수단이란 점에서 '공공필요를 위하여' 행해진 것이라 할 수 있고, 이미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사업에 대해 토지이용권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재산권에 가해지는 공용제한이다. 4. 개성공단 사업 중단의 유형별 검토 주체별로 그리고 사업단계별로 유형을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북한에 의한 제한인 경우이다. 개성공단은 북한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바, 재산권 제한이 북한의 조치로 생길 수 있다. 2013년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경우 북한에 의한 출입제한 조치로 수개월간 조업이 중단된 경험이 있었는데, 이런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헌법상 공용제한이 문제되는 경우에 제한의 주체는 국가 등인바, 남한 헌법의 적용영역에서 북한을 공용제한행위의 주체로 볼 여지는 없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남한 정부에 손실보상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런 경우는, 지역의 특수성으로 인한 사회적 제약이라고 볼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언급한 '개성공단이라는 특수한 지역에 위치한 사업용 재산이 받는 사회적 제약이 구체화된 것일 뿐이므로'라는 표현은 이런 경우에 적합하다. 다음으로, 남한에 의한 제한인 경우이다. 개성공단 사업을 계획하고 기반시설을 구축한 것은 남한 정부이며, 현지기업은 남한의 기업이나 개인이 출자하여 설립한 북한법인이다. 개성공단의 지리적 특성상 그리고 국가안보적 특성상 정치적 이유로 공단운영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공단운영을 제한할 경우에 손실보상이 필요한지 여부를 단계별로 검토한다. 첫째, 기왕에 현지기업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사업자 유형이다. 만일 정부가 현지기업의 사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공익목적을 위해 이미 형성된 구체적 재산권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공용제한'에 해당할 것이다. 둘째, 신규 투자를 위해 토지이용권을 매수하고 건축허가 등 행정절차를 거친 사업자 유형으로 이 사건 청구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도 상당한 자금이 투입되었고, 행정절차도 거친 상황이므로 구체적 재산권이 형성되었다 할 것이다. 만일 남한 내의 산업단지에 토지를 구입하고 건축허가를 받았는데 감염병 등의 사유로 출입자체를 제한하여 재산권 행사가 장기간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면 손실보상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셋째, 신규 투자를 모색하고 준비하는 사업자 유형이다. 이 경우는 통일부장관의 사업승인 등 구체적인 권리가 형성되지 않은 단계인바, 이 단계에서 개성공단 사업이 중단되었다면 이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할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재산권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실보상이 문제될 여지도 없다. 5. 평석 가. 이 사건 조치는 청구인에게 공용제한임 이 사건 조치는 이미 발생한 청구인의 구체적인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고, 그 제한의 이유는 국가안보라는 공공필요다. 또한 행위의 주체는 남한 정부이므로 공용제한의 구성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는 공용제한이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 조치는 법률에 의한 것이 아님 이 사건 조치의 근본 문제는 법률의 근거도 없이 행해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공용제한을 하기 위해서는 근거법률이 있어야 함에도 법률의 근거 없이 이 사건 조치가 행해졌다. 따라서 다음 단계인 보상 법률에 대한 규정도 없다. 이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 헌법재판소는 법률적 근거 없는 공권력행사로 피해를 입은 청구인의 권리보호에 소홀하였다. 향후 남북경협이 재개될 경우에는 남한 정부의 사업중단조치 및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업자에 대한 보상절차를 규정하는 입법적인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성공단 사업뿐만 아니라 북한지역에서 행해지는 남북경협 사업 전반에서 예상되는 공용침해를 유형별로 구분하고 각 경우별로 공용침해의 요건과 절차, 손실보상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다. 보상에 대한 입법적인 조치가 없는 입법부작위는 위헌임 헌법재판소의 선례(1998. 12. 24. 선고 89헌마214)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조치로 인해 청구인이 입은 피해는 보상이 필요하다. 선례의 기준인 '실질적으로 사용·수익을 전혀 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없이 이를 감수하도록 하고 있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당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은 이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5.24 조치 이후 대북경협을 하던 다수의 사업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하였다. 법원은 손해배상의 요건인 위법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자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한편 손실보상 청구에 대하여는 손실보상에 관한 법률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결국 사업자들은 경협중단의 위험을 자신들이 전부 부담하게 되었다. 현재까지의 법적 판단이다. 사법부에 의한 권리구제가 어렵게 되자, 사업자들은 입법부에 손실보상을 포함하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아직까지 입법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다. 개성공단지원법에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을 추가하는 정도의 소폭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필자는 헌법이 정한 공용제한의 법리를 남북경협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대북사업과 관련하여 헌법이 정한 공용침해의 유형을 구분하고, 각 유형별로 보상의 기준과 절차를 정한 입법을 해야 한다. 당초 개성공단이 만들어질 때 논의했어야 할 문제지만 지금이라도 제정해야 한다.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 남북경협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한 입법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북한
개성공단
손실보상
남북경제협력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2022-08-02
공정거래
행정사건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약탈적 가격인하와 이윤압착 문제
[사건경위] 1. 사실관계 2000년대 초 인포뱅크가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처음 출시하였고, 이후 수요가 폭증하자, 다른 중소기업들 뿐 아니라 삼성에스디에스,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원고 엘지유플러스(LGU+), 원고 케이티(KT) 등 대기업들도 기업메시징서비스 생산공급자 또는 재판매업자로서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 신규 진입하였다. 다음카카오는 자사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2014년부터 출시하였다. 기업메시징서비스 대량 수요처는 입찰 방식 등을 통하여 가격인하 경쟁을 유도하였고, 원고 엘지유플러스와 원고 케이티는 각자 대형 고객 유치를 위해 개별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부가통신사업자들보다 낮게 설정하였고(이하 '이 사건 가격설정'), 이로 인해 원고들과 경쟁관계에 있었던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영업 부진을 겪었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2015년 2월 공정위는 이 사건 관련상품시장을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로만 정하고, 원고들 각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된다는 전제에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 사건 가격설정은 이동통신 3사의 전송서비스 가중평균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의한 부당한 경쟁자 배제(즉, 부가통신사업자 배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에게 과징금납부명령과 시정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3. 원심판결 2018년 1월 서울고등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효율적인 경쟁자가 당해 거래 당시의 경제 및 경영상황과 해당 시장의 구조, 장래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선택하였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현실적인 가격'이라고 하고, 공정위가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주장한 가격이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고, 예비적으로 보더라도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4. 대상판결 2021년 6월 대법원은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판결요지 ] 대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 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평석요지 ]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평석] 1. 문제의 소재 이 사건에는 시장지배력 존부 및 경쟁제한성 존부를 판단하기 위한 관련시장 획정 단계에서부터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되었다는 문제가 있다. 설령 관련시장에서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엘지유플러스에게는 케이티가 유력 경쟁자이고, 케이티에게는 엘지유플러스가 유력 경쟁자이고, 원고들 모두에게 카카오가 유력 경쟁자이고 에스케이텔레콤이 잠재적 경쟁자인 상황에서, 원고들이 각자 단독으로 어떻게 시장지배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인지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하나의 관련시장에서 복수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 각자 단독으로 시장지배력을 형성하여 각자 남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 유럽연합,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비교법적 사례는 물론이고 경제학 이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독창적인 내용이다. 한편 경쟁법상 약탈적 가격인하(predatory pricing) 문제와 가격·이윤압착(price/margin squeeze) 문제는 서로 구별된다.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가격압착은 1940년대 미국에서 처음 문제되었고, 유럽에서는 2000년대부터 이윤압착이라는 용어로 문제되었다. 약탈적 가격인하는 미국에서 1911년 Standard Oil 판결, 이윤압착은 1945년 Aloca 판결에서 최초로 인정된 이래 오늘날까지 양자의 경쟁법상 쟁점이 다르기 때문에 판례와 학설 모두 양자를 구별해왔다. 원래 의미의 이윤압착은 상방시장의 높은 가격설정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고, 하방시장의 낮은 가격만 문제되는 경우는 이윤압착이 아니라 약탈적 가격인하가 문제된다. 이 사건 가격설정은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설정이 아니므로(엘지유플러스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상시킨 적이 없고, 케이티는 오히려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하시켰다), 이윤압착으로 볼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을 이윤압착으로 잘못 전제하였고, 대상판결이 제시한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경쟁법 기본 원리에 비추어볼 때 극히 이해하기 어렵다. 2.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해석론 시장지배력 남용의 하위 유형인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은 약탈적 가격인하로서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는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 없으므로 이윤압착으로 해석될 수 없다. 첫째, 가격(이윤)압착이란 '상방시장에서 독점력을 가진 수직통합사업자가 (i) 상방시장에서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거나 또는 (ⅱ) 상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고 하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낮게 설정함으로써 경쟁자가 하방시장에서 존속하는데 필요한 이윤을 없애거나 감소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격(이윤)압착 문제에서 '너무 높은 가격 또는 너무 낮은 가격'이란 관념은 미국과 유럽에서 소송 목적에서 주장된 것일 뿐, 높은 또는 낮은 가격의 기준에 관한 엄밀한 경제이론이나 객관적 판단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윤압착 문제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처럼 상방시장에서 거래의무 존부와 하방시장에서 약탈적 가격인하 문제로 나누어 접근해야 가격경쟁이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오판되는 위험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연방법무부도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link Line 사건 정부 의견서에서 종전 Aloca 판결이 이윤압착의 근거로 제시했던 공정가격과 생존이윤 개념은 너무 모호하고 측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장경쟁과 소비자후생과 관련성이 없다고 비판하였다. EU법원은 미국과 달리 이윤압착을 독자적인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경쟁제한 오판 위험성을 지적하는 유럽 학자들도 있다. 둘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가격으로 계속 판매하고 있다면, 외견상 가격인하 경쟁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경쟁자를 퇴출시키고 신규진입을 봉쇄하여 관련시장을 독점한 뒤 경쟁이 제한된 상태에서 추후에 가격을 대폭 인상시켜 독점이익을 얻기 위한 약탈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를 약탈적 가격인하 시나리오라고 하는데, '손실을 초래하는 가격'을 일반적으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하므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독점규제법에는 배타조건부거래처럼 동일한 행위 유형이 제23조의 불공정거래행위와 제3조의2 제1항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모두 규정된 경우도 있으므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 불공정거래행위의 하위 유형인 부당염매 조항(독점규제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관련 [별표 1의2] 제3호 (가) 목에 규정되어 있다고 해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3. 부당성(경쟁제한성) 판단기준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인한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경쟁제한성 증명 책임을 부담하는 공정위는 애당초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증명한 바 없다. 이 사건 처분 의결서에서 공정위는 "단기적으로는 피심인의 저가 판매행위로 인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가격인상, 서비스 품질 저하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거나 "피심인은 이 사건 행위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사업자가 배제된 이후에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이 사건 행위 과정에서 직면했던 손실을 보전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제한성을 막연히 주장했을 뿐이다.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중장기적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먼저 원고들이 약탈적 가격인하 담합으로 부가통신사업자를 모두를 퇴출시키고, 카카오는 물론이고 에스케이텔레콤 등과 같은 잠재적 경쟁자의 신규진입을 완전히 봉쇄한 다음에, 가격인상 담합까지 성공해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성공 가능성은 공동행위에서도 극히 희박하고 단독행위에서는 아예 불가능하다. 4. 결론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여하튼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공정거래
시장지배
독점
기업메시징서비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2022-06-20
부동산·건축
행정사건
도시계획시설사업에 따른 협의취득의 당연무효와 환매권의 행사 가능 여부
1. 대상판결 개관 가. 사실관계 ○○시장은 1997년 11월 5일 도시계획시설인 '유원지'를 신설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시설결정이 내려진 ○○시 일대에서 주거시설, 골프장, 의료시설, 상업시설, 스포츠센터 등을 갖춘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시장은 2005년 11월 14일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7. 1. 19. 법률 제82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6조 및 제88조에 따라 피고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 실시계획을 인가·고시하였다(이하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를 합하여 '이 사건 인가처분'이라 한다). 피고는 사업시행지 내의 토지소유자들과 사업부지의 협의매수를 진행하였고, 2006년 5월 18일 원고와 사이에 원고 소유의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 및 지장물을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토지에 관하여 2006년 5월 19일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고, 피고는 그 무렵 원고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였다. 그 후 이 사건 사업을 위하여 토지를 수용당한 토지소유자들이 이 사건 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인가처분 등 총 15개의 처분에 대하여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그 소송의 제1심 법원은 2017년 9월 13일 이 사건 인가처분 등 위 15개의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심 법원이 2018년 9월 5일 항소기각 판결을, 대법원이 2019년 1월 31일 상고기각 판결을 함으로써 제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관련사건'이라 한다). 원고는 2016년 4월 20일 관련사건에서 이 사건 인가처분이 당연무효로 확인되었음을 들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환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소송의 경과 이 사건의 쟁점은 협의취득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인가처분이 당연무효인 경우 그 협의취득도 효력이 없다고 볼 것인지 여부와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 당초의 토지소유자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91조 제1항에서 정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제1심 법원과 원심 법원은 이 사건 사업이 원시적인 불능인 경우에도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서 정한 환매권의 요건인 '해당 사업의 폐지', '필요 없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환매권 행사를 받아들였다(제1심 판결 : 원고 청구 인용, 원심 판결 : 항소기각).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이 사건 인가처분이 당연무효에 해당하는 이상 그 협의취득도 무효로 보아야 하고, 협의취득이 무효인 경우 협의취득일 당시의 토지소유자가 소유권에 근거하여 등기 명의를 회복하는 방식 등으로 권리를 구제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서 정한 환매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가 당연무효인 경우 협의취득의 효력 토지보상법에 따른 수용은 재산권의 공권력적·강제적 박탈임에 반하여 협의취득은 사업시행자와 토지 등 소유자 간의 사법상 매매계약이라고 일반적으로 설명되고 있고, 대법원도 이와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대표적으로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두51719 판결). 대법원은 그 논리적 귀결로 협의취득으로 인한 사업시행자의 소유권 취득은 승계취득이고(위 2016두51719 판결), 당사자 간의 합의로 토지보상법에서 정한 손실보상의 기준에 의하지 않는 매매대금을 정할 수도 있으며(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다2242, 2259 판결), 일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65389 판결). 그런데 협의취득의 실질을 들여다보면, 협의취득을 사법상 매매계약으로만 취급할 수는 없게 하는 속성을 찾게 된다. 첫째, 토지 등 소유자가 사업시행자와 협의를 하게 되는 배경에는 꽤나 강력한 심리적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시행자가 토지 등 소유자와 협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사업시행자는 사업인정을 받아 곧바로 수용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토지보상법 제20조, 제30조, 제45조). 토지 등 소유자로서는 토지 등을 스스로 내어 놓지 않으면 강제로 빼앗기게 되는 셈이다. 'Take it or Leave it' 상황에서 한 선택을 온전히 자발적 또는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둘째, 토지보상법 시행령 제8조에서는 협의의 절차 및 방법 등을 규율하고 있고, 토지보상법 제29조에서는 협의가 성립된 경우 사업시행자가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의 협의성립 확인을 받아 재결과 같은 법적 효과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협의취득의 경우에도 그 사업이 폐지·변경되어 토지 등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경우 환매권을 인정한다(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 이처럼 협의취득에도 여러 공법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이를 사법적 규율의 영역에 머물게 하는 것은 자칫 관련 문제의 해결에 있어 구체적 타당성을 흠결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정책적인 측면에서 사법상 매매계약의 형식을 빌려 필요 이상의 과다한 토지 등을 취득하는 등 재산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협의취득을 사적 자치의 영역에 온전히 맡겨둘 수는 없다고 새기는 것이 헌법상 재산권 보장의 이념에 부합한다(헌법재판소 1994. 2. 24. 선고 92헌가15 내지 17, 20 내지 24 결정). 결국 토지보상법에 따른 협의취득은 공법적 규율을 받아야 하고, 협의취득의 근거가 된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가 당연무효가 되더라도 그 협의취득은 어디까지나 사법상 매매계약일 뿐이므로 그 처분의 당연무효가 매매계약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를 구성할 수는 없다. 대상판결에서는 협의취득의 경우에도 공익적 필요성이 있고, 법률에 의거하여야 하며,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위 요건을 결한 경우 그 협의취득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협의취득이 사업시행자가 아닌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은 법률에 의거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실시계획인가가 당연무효라는 것은 공익적 필요성 요건을 각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협의취득의 근거가 된 처분이 당연무효이므로 협의취득도 무효라는 법리가 아니라 헌법상 공용수용의 정당화 기제에 준하여 협의취득의 요건을 구성하고서 그 요건을 흠결하였기 때문에 협의취득이 무효로 된다는 법리를 구축한 것은 협의취득의 공법적 성격을 잘 살려낸 것으로서 주목할 만하다. 나.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 환매권의 행사 가능 여부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서는 공익사업의 폐지·변경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취득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경우에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에는 환매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 대상판결의 결론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타당하다. 첫째, 문리해석의 관점에서 '폐지'나 '필요 없게 된'은 처음에는 필요하던 것이 후발적인 사유로 필요하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이들 어휘는 그 자체로 '사정변경'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협의취득 당시와 환매권 행사 당시에 사정의 변경이 없이 애당초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에는 이들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새기는 것이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다. 나아가 '그 밖의 사유'는 같은 항 제2호에 따라 사업의 완료를 전제로 하므로,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될 여지도 없다. 둘째, 권리구제의 관점에서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 토지소유자는 계속 보유하고 있는 소유권에 기하여 등기명의를 회복하거나 점유를 이전받을 수 있어 환매권의 이론상 근거인 공평의 원칙을 거론할 필요가 없고, 환매권의 불인정이 토지소유자의 권리구제에 공백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 셋째, 법관념의 측면에서도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는 소유권이전등기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거나 그 효력이 없는 경우와 같다고 볼 것인데, 이러한 경우에 소유권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자가 소유권을 돌려받는 환매계약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어색하고 지나치게 의제적이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토지보상법에 따른 협의취득은 실질적으로 수용의 전단계로서의 공법적 의미를 갖는다. 대상판결에서 이 점을 확인하고 협의취득의 요건을 공용수용의 헌법상 정당화 기제에 기반하여 구성한 것은 자칫 '당사자의 자유의사'라는 도그마에 갇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우려가 있는 '협의취득의 남용'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이론적 기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정기상 고법판사(수원고법)
토지
토지보상
환매권
도시계획시설
정기상 고법판사(수원고법)
2022-05-02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청구
<사실관계 및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는 이른바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받은 명의수탁자인 피고가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명의신탁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었다. 원심은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이 판결에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즉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 또는 강제수용이나 공공용지 협의취득 등을 원인으로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고 그 결과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어 명의신탁자로서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게 되는 한편, 명의수탁자는 부동산의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을 취득하게 된다. 판례는 명의수탁자가 그러한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의 이익을 명의신탁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판례는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도 부동산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반면 반대의견은 이러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명의수탁자가 처분행위 등으로 얻은 이익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매도인에게 귀속된다고 주장하였다. <평석> 1. 종래의 판례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제3자인 매도인으로부터 수탁자 명의로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므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고, 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무효인 그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도 있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 등). 이 경우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그 등기 명의를 보유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어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할 수 없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다55290,55306 판결 등). 그런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다른 곳에 처분하는 등의 사유로 매도인에게 부동산을 반환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취득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그로 인하여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으로 되고 그 결과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권리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는 반면, 명의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이나 보상금을 취득하는 이익을 얻게 되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2. 대상판결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부당이득을 긍정한 종래의 판례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다수의견은 이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유를 들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점은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하여 매도인에게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매도인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지 않고,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더라도, 매도인으로부터 권리를 박탈하거나 의무를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명의신탁자에게 부당한 이익이나 권리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반대의견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는 부당이득반환 관계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만한 법률상 원인 없는 급부나 비용지출, 배타적인 권리침해 등의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매도인에게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모두 명의수탁자에게 침해부당이득으로 인한 반환의무가 있다고 보지만, 다수의견은 그 청구권자가 명의신탁자라고 한 반면, 반대의견은 그 청구권자가 매도인이라고 본 것이다. 3. 검토 이 문제는 어려운 쟁점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을 지지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매도인 입장에서는 명의신탁자와의 계약에 따라 소유권을 이전하여 준 것일 뿐이고, 일단 매매대금을 지급받았다면 나중에 명의수탁자가 목적물을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특별한 유인이 없다. 그러므로 매도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명의신탁자에게 이를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매도인에게 불리할 것은 없다. 그런데 이를 법률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단서는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판례(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다24081 판결 등)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타에 매도한 것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이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였으나, 이에 의하여 명의수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불법행위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바뀐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양자간 명의신탁에 관한 대법원 2021. 6. 3. 선고 2016다34007 판결 참조. 이는 이론적으로는 이른바 제3자의 채권침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었던 이상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에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뿐만 아니라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는가? 이는 침해부당이득이 성립하는 근거에 관한 이른바 할당이론(Zuweisungstheorie)에 의하여 설명할 수 있다. 할당이론이란, 수익자에게 흘러간 이익이 원래 법질서가 채권자에게 할당한 것이었고, 따라서 결과적으로 채권자의 손실이 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집합건물 공용부분의 무단점유로 인한 부당이득을 인정한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7다220744 전원합의체 판결도 이러한 할당이론을 채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윤진수, 집합건물 공용부분의 무단점유로 인한 부당이득, 양창수 고희기념 자율과 정의의 민법학, 2021 참조). 그런데 할당이론에서 부당이득이 어느 경우에 성립하는가에 관하여는 물권적 청구권과 같은 금지청구권(Unterlassungsanspruch)을 기준으로 하는 설, 사용기능과 대가성을 기준으로 하는 설 및 불법행위법을 기준으로 하는 설 등이 주장되고 있다. 그런데 불법행위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카나리스(Canaris)는, 할당의 내용은 불법행위법에 의한 보호에 의하여 결정되고, 불법행위법은 어떤 법익이 특정인에게 할당되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독립된 법적 규율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절대권의 침해에 관한 독일 민법 제823조 제1항뿐만 아니라 보호법규 위반에 관한 제823조 제2항 및 양속위반으로 인한 제826조에도 모두 해당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미 다른 자에게 매도된 물건을 다시 사서 양도받는 것이 양속위반으로 제826조에 어긋나는 경우와 같이 계약 위반의 유인(Verleitung zum Vertragsbruch)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에, 이 자는 사용의 대가와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하는데, 이는 정당할 뿐만 아니라 체계적으로도 올바르다고 한다. 왜냐하면 제826조에 의한 불법행위의 요건이 존재하면, 첫 번째 매수인의 채권은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만 상대적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고, 제3자에 대하여도 보호되므로, 이미 할당내용을 가진 법률적 지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Larenz/Canaris, Lehrbuch des SchuldRechts, Band II: Besonderer Teil, 2. Halbband, 13. Aufl., 1994, S. 170 ff.)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그 처분으로 인한 이득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청구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경우에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직접 불법행위법에서 찾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양자를 같이 취급하려는 태도는 보여주고 있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부동산
명의수탁
부당이득
근저당권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2-02-21
기업법무
상사일반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 침해와 금지청구
1. 사안의 개요 피고 회사는 원고 회사와 소외인(피고 회사의 종전 대표이사) 사이 자산양도계약에 따라 원고 회사의 종전 상호(○○○ 주식회사)와 같은 명칭으로 설립되어 원고 회사로부터 도메인이름(*********.co.kr 등) 등 그 영업 자산 일체를 양도받았으나, 원고 회사가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자산을 양도하였다는 이유로 자산양도계약이 무효가 되었다. 피고 회사는 원고로부터 도메인이름의 반환을 요구받자 이를 반환하지 않을 생각으로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아들인 피고 2에게 이를 이전하고는 영업에 사용하였다. 이에 원고 회사가 피고 회사와 피고 2에 대하여 도메인이름 등록이전과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등을 구하는 것이 이 사건 사안이다. 원고 회사는 ⅰ) 피고2에 대한 도메인이름 등록이전 청구는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이하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근거하여, ⅱ) 피고들에 대한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청구는 ①원상회복청구권 또는 방해배제청구권 또는 ②상법 제23조 또는 ③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 근거하여 청구하였다.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청구의 청구취지는 "피고들은 '○○○' 등의 문자를 피고 회사의 인터넷 도메인이름 및 전자우편(e-mail) 주소의 이름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고, 피고 회사의 광고 또는 홍보 일체 수단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이다. 참고로 위 자산양도계약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이유로 피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일부 도메인이름에 관하여 원고 회사에게 등록이전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다5810 판결, 대구지법 2013. 2. 8. 선고 2012나11189 판결). 2. 판결의 검토 가. 이 사건에서의 어려운 선결 쟁점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권리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등록기관에 대한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에 관한 권리)이고, 다른 하나는 상호에 관한 권리이다.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는 채권적 권리라는데 별다른 이설은 보이지 않는데, 도메인이름에 관한 양도계약이 무효이므로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는 양도인인 원고 회사에게 당연 복귀한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상호에 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하여는 견해가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원고 회사의 상호를 변경하고 이를 피고 회사가 사용한다는 계약도 무효이므로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와 마찬가지로 원고 회사가 상호권자라는 견해이다. 다른 하나는 원고 회사는 원고 회사와 소외인 사이의 계약에 따라 2007년 8월 30일경 상호를 변경하였고, 피고 회사는 위 시점부터 위 계약이 무효로 확정된 2013년 6월 27일경까지 약 6년간을 포함하여 현재까지 상호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상호에 화체된 신용 등은 피고 회사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보는 견해이다. 무효로 된 계약의 당사자는 피고 회사가 아니므로 원고가 피고 회사에 상호권을 이전하도록 청구할 권원이 존재하지 않고, 나아가 피고 회사의 상호사용에 의해 장기간 형성되어 온 신용을 하루아침에 원고에게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관점에서 보면 후자의 견해도 일리가 있다. 게다가 피고 회사나 소외인이 원고 회사의 주총 특별결의가 없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고, 피고 회사나 소외인이 원고 회사에게 위 계약의 대가로 지급한 돈의 반환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정도 있다. 하지만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는 원고 회사에게, 상호에 관한 권리는 피고 회사에게 귀속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고, 이에 대법원은 2016년에 접수된 사건을 5년간이나 심리한 끝에 결국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원고 회사의 손을 들어 주는 선택을 하였는데,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 본다. 나. 피고 2에 대한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기한 등록이전청구 가부 인터넷주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도메인이름 등의 등록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제1항을 위반하여 도메인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한 자가 있으면 그 도메인이름 등의 등록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계약이 무효가 되어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가 원고에게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사례에서 인터넷주소법을 적용하여 그 등록이전을 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선례나 이를 명시적으로 논하는 견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상호에 관한 권리가 피고 측에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①사이버스쿼팅행위(도메인이름의 무단점유)를 막고자 제정된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주소법의 적용범위를 이 사건과 같이 계약법의 법리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에까지 굳이 확장하여 적용할 필요가 없다(인터넷주소법을 적용하면 도메인이름 반환의무를 지는 자의 동시이행항변은 가능한지 등의 많은 의문이 발생할 수 있음). ②이 사건 도메인이름이 원고에게 귀속되는 것은 계약법의 법리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실체적으로 보면 피고들이 상당기간 사용하여 그 신용이 화체된 도메인이름을 원고에게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산양도계약이 무효이므로 원고가 상호에 대한 권리자이고, 피고 회사에 대하여 도메인이름을 처분해서는 안 된다는 가처분결정과 원고에게 도메인이름을 반환하라는 법원 판결 이후에도 피고 2에게 도메인이름 등록이전이 계속된 점 등을 들어, 피고 2가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을 자신의 명의로 등록이전을 하였다"고 보았다. 다. 피고 회사에 대한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청구에 대하여 1) 원상회복청구권 또는 방해배제청구권에 기한 청구 대법원은 "도메인이름에 관하여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는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거나 이후 도메인이름을 직접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하여 침해의 우려가 있는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위와 같은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 청구를 할 수 있는지는 침해행위의 양태, 피침해이익의 성질과 그 정도에 비추어 그 위법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함께 그 침해가 이루어진 후에는 손해배상만으로 피해 회복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지 여부와 침해의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 또는 예방함으로써 보호되는 권리자의 이익이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침해자의 손실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원고 회사가 피고 회사를 상대로 도메인이름을 인터넷 웹사이트 주소로 사용하는 행위의 금지청구를 긍정하였으나, 그 밖에 '○○○' 등의 문자를 피고 회사의 전자우편 주소나 광고 또는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근거로는 위 행위에 대한 금지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결이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위 법리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하여 이익형량을 통해 손해배상청구 외에 금지청구를 인정한 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위 종전 대법원 판결이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금지청구권을 이끌어 냈다. 위 판결은 불법행위에 대한 일반적인 금지청구권을 인정할 필요성은 있지만 이에 관한 근거가 부족하여 금지청구권 규정이 있는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를 근거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 판결이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위 판결이 나온 지도 이미 10년이 넘어 실무적으로 정착이 된 이상,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의 침해의 경우로 한정하기 보다는 위법행위 일반으로 확대하였어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2) 상법 제23조의 상호사용금지청구권에 기한 청구와 부정경쟁방지법에 기한 청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판결은 상호에 관한 권리가 원고 회사에 있다고 보고 있으므로 상법 제23조 제1항(누구든지 부정한 목적으로 타인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하지 못한다)의 상호사용금지청구권에 기한 금지 청구를 인정하였고, 주지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 기한 금지 청구는 부정하였다. 3) 피고 2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 한편, 대법원은 피고 2는 도메인이름이나 상호를 사용하는 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 2에 대한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3. 이 판결의 의의 이 사안에서 상호에 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이 판결은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기한 이전등록청구가 불법행위의 영역인 사이버스쿼팅이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이 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밝힌 최초의 사례이다. 또한 비록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의 침해의 경우로 제한되기는 하였지만 위법행위에 대하여 이익형량에 따라 금지청구가 긍정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구민승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도메인이름
등록이전
상호
구민승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2021-09-09
공정거래
행정사건
이윤압착(Margin Squeeze)에 대한 공정거래법의 규율
Ⅰ. 사실관계와 원심판결 1. 원고는 자체 무선통신망을 보유하고 기업메세징서비스의 필수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업자와 기업메세징 사업자 간 기업메세지 전송서비스(이하 '전송서비스')를 다른 기업메세징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동시에, 자신도 고객에게 직접 기업메세징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직적으로 통합된 이동통신사업자이다. 원고는 기업메세징서비스의 가격을 전송서비스 건당 평균 최저 이용요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판매하였다(이하 '이 사건 행위'). 기업메세징서비스란 은행 등이 이동통신사업자의 무선통신망을 이용하여 이용자의 휴대폰으로 입출금 내역 등을 문자메세지로 전송해주는 것이다. 2.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경쟁사업자 배제)가 규정하는 '통상거래가격 미만의 공급'으로서 '이윤압착'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명령 등을 부과하였다. 3. 원심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통상거래가격 산정방식이 정당하지 않으므로 통상거래가격 미만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와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나 목적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의 요지 1.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는 약탈적 가격설정뿐만 아니라 이윤압착도 규율할 수 있다고 하면서, 원고의 이 사건 행위는 '상품 또는 용역을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 즉 부당성도 인정된다고 판결하였다. 2. 대상판결은 우선 이윤압착의 규제 필요성과 개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공급망의 연쇄에 따라 두 개의 다른 생산단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수직 통합된 사업자로서 상류시장에서 하류시장 사업자의 생산 활동에 필수적인 원재료 등을 공급함과 동시에 하류시장에서 원재료 등을 기초로 완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이윤압착이 문제될 수 있다. 이윤압착이란 위와 같이 수직 통합된 상류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류시장 원재료 등의 도매가격과 하류시장의 완제품 소매가격의 차이를 줄임으로써 하류시장의 경쟁사업자가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어려워 경쟁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3. 그리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과 관련된 배제남용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 개념이라고 하면서, "통상거래가격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의 경우 일반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가격, 좀 더 구체적으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함으로써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되었을 가격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4. 나아가 대상판결은 부당성에 관하여 대법원 2007. 11. 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소위 '포스코 판결')을 따르면서도 개별 남용행위의 유형과 특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① 원고의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무선통신망을 보유하지 않은 경쟁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 점, ② 원고는 전송서비스 시장과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 모두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점, ③ 이 사건 행위 자체에 경쟁을 제한하려는 의도나 목적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점, ④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에서 원고의 경쟁사업들이 직면하게 되는 비용상의 열위는 무선통신망을 보유한 원고와 같이 수직 통합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관련시장의 구조와 특징에 기인한 것일 뿐이며, 무선통신망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메세징 사업자가 '비효율적 경쟁자'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행위를 규율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경쟁자에 대한 가격보호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는 점, ⑤ 중·장기적으로 경쟁사업자가 배제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가격인상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 다양성이 감소되어 혁신이 저해될 우려와 이로 인하여 거래상대방의 선택의 기회가 제한될 우려를 비교하면, 이 사건 행위로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후생 증대효과가 이 사건 행위의 경쟁제한적 효과를 상쇄할 정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Ⅲ. 평석 1. 이윤압착의 유형적 독자성과 적용 법조 가. 종래 이윤압착의 개념과 위법성 판단기준에 관하여는 미국과 EU 등에서 논의가 이루어져왔고, 우리의 경우에는 위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계기로 하여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각 호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유형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명시적으로 이윤압착을 염두에 둔 남용행위의 유형은 규정되어 있지 않아 현행 공정거래법 해석상 다른 남용행위 유형과의 관계와 적용 법조가 무엇인지가 주로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이윤압착의 유형적 독자성을 인정하면서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으로 규율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EU와 미국은 이윤압착 인정 여부에 관하여 대체로 입장이 다르다. 유럽 법원은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kom) 사건에서 일반전화가입자에게 부과하는 소매요금보다 신규로 진입한 경쟁사업자의 가입자회선에 대한 접속요금(도매요금)을 높게 부과한 행위가 이윤압착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 사건에서 유럽 법원은 하류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보유와 손실회복 가능성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링크라인(LinkLine) 사건에서 상류시장에서 경쟁사업자와 거래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하류시장에서 약탈적 가격책정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하였다. 다. 이윤압착은 다른 남용행위 유형들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어서 그 차이점이 문제된다. 우선 거래거절은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뿐만 아니라 상류시장에서만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도 행해질 수 있는 데 반하여 이윤압착은 반드시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의 경우에만 문제로 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약탈적 가격책정은 낮은 가격책정으로 인한 이윤의 희생단계와 경쟁자를 배제한 이후 이윤의 회수 단계가 존재하지만, 이윤압착은 반드시 하류시장에서 비용 이하의 낮은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하류시장에서 낮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손실을 보더라도 그와 동시에 상류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이를 회수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2. '통상거래가격'의 의미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가 규정하는 '통상거래가격'의 구체적인 의미가 문제된다. 원심은 "통상거래가격을 '효율적인 경쟁자가 거래 당시의 경제·경영상황, 해당 시장의 구조, 장래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선택하였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통상거래가격의 의미는 법률 조항의 의미와 내용, 그리고 입법목적에 합치되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되었을 가격'을 뜻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부당지원 위법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정상가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원심은 '통상거래가격'을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으로 파악한 반면, 대상판결은 사실적 관점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외국에서 논의되어온 이윤압착을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에 따라 규율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통상거래가격의 의미를 합목적적으로 유연하게 해석하여 규범적 관점에서 유효경쟁이 있는 시장의 가격으로 파악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지며 실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행위가 전형적인 이윤압착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윤압착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는 상류시장에 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원고가 하류시장인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원고가 하류시장에서 책정한 가격 수준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보다 중요한 것은 원고가 상류시장에서 책정한 도매가격과 하류시장에서 책정한 소매가격 간 격차에 비추어 볼 때 하류시장의 동등하게 효율적인 경쟁사업자가 생존하는 데 충분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손계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공정거래
시장지배
독점
기업메시징서비스
손계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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