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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접속경로 변경 관련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 판결
작년 12월 대법원은 메타와 방통위 간 분쟁에서 메타의 국내 트래픽 접속 변경이‘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용에 다소간의 지연이나 불편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는 이용 제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분쟁 이후 CP에게도 망 품질 관리책임을 부여하는 법이 시행되어 CP에게 인터넷 생태계에서의 의무와 책임이 부여되었다. I. 사안의 개요 메타,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은 지능정보사회의 핵심 플랫폼의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생태계 구축을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콘텐츠제공자(Contents Provider: CP)들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nternet Service Provider: ISP)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데, 이 과정에서 망 이용대가 부담 주체, 적정규모 등에 관한 분쟁이 빈번하다. 이와 관련 메타(구 페이스북)가 SKT와 LGU+ 가입자가 자사에 접속하는 인터넷 트래픽의 일부의 접속경로를 국내 서버에서 홍콩 등 해외 서버 등으로 변경하여 국내 이용자들의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동영상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등의 장애, 불편, 지연 등이 발생하자, 방송통신위원회 이러한 임의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 제한에 해당하고 이용자 이익의 저해 정도가 현저하다는 이유로 시정조치와 과징금(3억 9,600만 원) 납부 등을 명하였다. 이에 불복한 메타는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처분 등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은 방통위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0두50348 판결). 메타는 방통위의 예정 처분에 대해서 1) 콘텐츠 제공사업자로서 인터넷 접속 품질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없으며, 2) 응답속도가 느려졌더라도 이용자가 체감할 수준은 아니며, 3) 이용약관에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으므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방통위는 1) 메타가 콘텐츠 제공사업자라 하더라도 직접 접속경로를 변경한 행위 주체로서 책임이 있으며, 2) 응답속도는 전반적인 네트워크 관리지표로서 2.4배 또는 4.5배 응답속도가 저하된 것은 접속 품질이 과거 수준에서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3) 이용약관에서 정한 무조건적인 면책조항은 부당한 점 등을 고려하여 페이스북의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이 사건 쟁점 조항의 ‘이용 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다. 이 사건 쟁점 조항이 정한 금지행위를 이유로 하는 과징금 부과 등은 침익적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쟁점조항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적용하여서는 안 된다. ‘제한’의 사전적 의미와 ‘제한’이 ‘중단’과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용의 제한’은 이용의 시기나 방법, 범위 등에 한도나 한계를 정하여 이용을 못 하게 막거나 실질적으로 그에 준하는 정도로 이용을 못 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이용자 편의 도모나 이용자의 보호를 이유로 이용의 ‘제한’을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용에 다소간의 지연이나 불편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므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 CP가 자신이 제공하는 콘텐츠로의 과다 접속에 따른 다량의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전송, 처리하기 위하여 접속경로 변경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고 결코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CP의 접속경로 변경행위는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영업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 있을 여지도 다분하다. 전기통신사업법은 2020. 6. 9. 법률 제17352호로 개정되면서 제22조의7이 신설되었는데, 위 조항은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서비스 안정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0조의8 제2항은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를 위한 구체적 조치사항으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 기술적 오류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와 트래픽 양 변동 추이를 고려한 서버 용량, 인터넷 연결의 원활성 확보 및 트래픽 경로의 최적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법이 개정된 이유는 이용자의 보호를 위한 것인데,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7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CP의 일방적인 접속경로 변경행위에 대한 규제 또는 규율의 법적 공백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Ⅲ. 평석 1. 이용 제한 해당 여부 2018. 3. 21. 방통위 처분으로 시작된 접속경로 변경 분쟁은 5년 7개월 만에 마무리되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메타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령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 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 중 ‘이용의 제한’에 해당하는지와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1심은 메타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 제한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행위에 해당할 뿐,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 이용은 가능하나, 인터넷 이용이 지연되거나 불편할 수는 있으나 이용은 가능했기 때문에 ‘제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접속경로를 ‘우회’하도록 한 것은 이용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용 제한이란 ‘이용은 가능하지만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를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다만, 다른 요건인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상고심은 ‘이용의 ‘제한’을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용에 다소간의 지연이나 불편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1심은 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2심은 이용 제한에 해당하나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이 아니라고 보았으며, 상고심은 1심의 결론을 지지했다. 이처럼 ‘이용 제한’의 개념에 대한 심급별 판단이 달랐다. 그러나 2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제한은 금지에 이르지 않지만 곤란, 불편, 장애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본건 인터넷 응답속도 저하는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음 현저성에 관한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명백히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저성의 요건은 정도나 수준의 문제라기보다 방식, 수단, 형태에 관한 판단이 필요한데, 1심과 2심 모두 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에서 판단한 것처럼 ‘CP인 원고로서는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하여 서비스 품질이 어느 정도까지 저하될 것인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거대 CP인 메타는 접속경로를 스스로 설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특정 접속경로를 통해 흐르는 트래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따라서 접속경로를 일시에 다량 변경하는 경우, 병목현상 등으로 인해 접속장애가 발생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방식이나 형태의 현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현저성을 수준이나 정도로 본다고 하여도 이용자 이익 저해 현저성은 상대적 개념으로 특정 국제기준이 아니라,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해외의 낮은 기준으로 국내 이용자가 겪은 접속지연이 현저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기대를 고려하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2. 시사점 위 판결에서 법원은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 접속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ISP가 관리,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지, 원고와 같은 CP가 관리,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보았다. 다만, 법원도 CP의 접속경로 변경 등으로 접속속도가 저하되어 전기통신서비스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명문의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입법 필요성을 강조한 점을 보면, CP의 망 품질 제어 가능성은 인정하였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2019년 말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망 이용자의 지위에 불과했던 CP들에게 트래픽 관리를 포함한 이용자 보호책임을 인정하였다. 이후 정부는 상고심이 지적한 바와 같이 CP에게도 망 품질 관리책임을 인정하는 입법을 하게 된다. 이 법 적용 대상은 직전년도 3개월간 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 명 이상이면서 국내 발생 트래픽 총량의 1% 이상을 차지한 사업자인데, 구글,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카카오가 대상이 되었다. 결국 이 사건 판결로 인해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품질은 ISP가 관리,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지, CP가 관리,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보았던 관점이 변경되었다. 또한 부가통신사업자에 불과하였던 CP에게도 인터넷 생태계에서 책임과 의무를 인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이 판결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이성엽 교수(고려대)·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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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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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통신
이성엽 교수(고려대)·법학박사
2024-02-24
공정거래
행정사건
납품업자와의 특약으로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
1. 사실관계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사이에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 조항과 다르게 정한 특약이 존재하는 경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볼 수 없는지에 대한 쟁점을 살펴보기 위하여 최근 선고된 홈쇼핑사업자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0. 6. 26. 선고 2016두55896 판결)의 내용을 소개하겠다.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홈쇼핑사업자인 A사는 납품업자로부터 생활용품 등을 납품받아 판매한 후 상품판매대금을 월 판매마감일부터 40일(법정지급기일)이 지난 후에 지급하면서 그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A사는 납품업자들과 표준거래계약을 체결하면서 "법원, 세무당국 또는 연금관리공단 등으로부터 지급정지요청, (가)압류, (가)처분, 추심 등의 결정이나 명령이 있는 경우(제1호) 등에는 A사의 납품대금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고 약정을 하였는데, A사에게 납품업자들에 대한 채권가압류 결정 등이 송달되었기 때문이다. 즉, A사는 위 약정에 따라 지급을 보류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A사의 행위가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대규모유통업자는 해당 상품의 판매대금을 월 판매마감일부터 40일 이내에 납품업자 등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위반이라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A사의 행위가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는데, 대법원은 해당 부분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규모유통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특정 조항을 계약에 편입시킬 우려가 항시 존재하는 거래현실을 아울러 고려하면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사이에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 제1항, 제2항에서 정한 법정지급기한과 지연손해금률과 다른 내용의 약정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위 규정의 적용을 곧바로 배제할 수 없고, 그 약정이 납품업자의 자발적 동의하에 체결되었다는 사정까지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 제1항, 제2항보다 불리한 내용의 계약 조항이나 약관 조항에 관하여 납품업자로부터 자발적 동의를 얻지 못하였음에도 이를 근거로 납품업자를 상대로 위 규정 위반행위를 하는 것은 그 계약 조항이나 약관 조항이 사법상 유효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 납품업자는 대규모유통업자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대규모유통업자의 위반행위가 없었더라면 지급받을 수 있었던 지연손해금 상당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대법원은 당사자 간의 사적자치를 존중하여 사법적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되, 거래상 열위에 있는 납품업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납품업자가 자발적으로 동의한 경우에만 사법적 약정의 효력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대한 정당화사유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으로, 납품업자의 구제를 위하여 일정한 요건 하에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여 시정명령으로서 지급명령을 부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3. 쟁점별 검토 가. 납품업자와의 특약으로 대규모유통업법 적용배제가 가능한지 본 사건에서 대법원은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를 단속규정으로 판단하였는데, 법 조문의 규정방식이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무효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는 점, 거래를 무효로 할 경우 거래의 안정성이 침해된다는 우려 등을 고려한 하도급 공정화에 관한 법률 규정에 관한 선례가 다수 존재하는 점,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 등을 하면 사법상 효력을 무효로 하지 않더라도 납품업자에 대한 보호가 충분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추측된다.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대상이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라는 상인간의 거래인 점, 대규모유통업법에서 정한 내용과 다르다고 하여 당사자 간의 합의가 존재함에도 그러한 합의의 효력을 일괄적으로 무효로 하는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납품업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유통업법의 모든 규정을 효력규정으로 보거나 대규모유통업법과 내용이 다른 모든 약정의 효력을 무효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법원의 판단에 일반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대규모유통업법 조문 중 제8조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효력규정으로 볼 여지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규모유통업자의 횡포로부터 열세적인 지위에 있는 납품업자 등을 보호함으로써 그들 사이에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적으로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입법취지로 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는 납품업자에 비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는 대규모유통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대금지급기일을 늦추어 납품업자에게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으로 법문상 특별한 예외사유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해당 위반행위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입법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와 합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대금지급기일을 늦추는 행위는 납품업자의 현금흐름을 원활하지 못하게 하여 납품업자의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법에서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 않음에도 법정지급기한을 회피하기 위한 사업자간 약정을 유효하다고 본다면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를 의무규정화한 취지 자체가 몰각될 여지도 있다. 실제적으로 해당 법률행위의 사법상 효력을 유효로 할 경우 피해자인 납품업자는 법 위반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민사규제를 받기 어려워진다. 행정법상으로는 납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존재하나 민사상으로는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시정명령으로서 지급명령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납품업자의 권리구제가 복잡해 질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 민사상 권리구제의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고 보는 듯하다. 또한, 가압류 결정이 송달되더라도 이행지체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데 이러한 지체책임을 면제하여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표준계약서상 이 사건 지급보류조항은 A사에게는 이득인 반면 납품업자에게는 불리한 조건이고, A사는 공탁을 통하여 이중변제 등의 위험을 쉽게 회피할 수 있으므로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간 이익을 형량하더라도 해당 약정을 반드시 유효로 해야 할 필요성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나.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 위반에 해당되는지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정 내용과 다른 약정이 존재하는 경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대법원은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사이의 지위를 고려하여 대규모유통업자가 자발적인 동의여부를 입증하도록 절충안을 두면서 자발적인 사법상 약정이 존재하면 정당화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는 듯하다.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의 거래는 상인간의 거래이고, 상인간의 거래에는 경쟁당국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당사자 간 사법상 효력을 인정하면서도 납품업자를 보호하려는 대규모유통업법의 취지를 반영한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고, 다른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의 위법성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 문언의 형식은 정해진 유형의 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위법성을 인정하거나 혹은 부당성을 위법성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대규모유통업법의 다른 규정과 다르다. 즉, 법 문언에서 위법성 판단기준으로 부당성 및 정당화사유를 규정하지 않고 그 지급기일을 명확히 특정한 제8조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할 때 당사자 간 사법상 약정의 존재만으로 정당화사유를 인정하여 법 위반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또한, 본 사안에서 문제가 된 당사자 간 합의는 대규모유통업자의 입장에서는 제8조와 달리 정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게 될 손해가 명확하지 않은 반면, 납품업자의 입장에서는 가압류 결정 등이 송달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납품대금지급이 보류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는 점에서 해당 약정의 존재가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여야 할 불가피한 사정(특단의 사정)에 해당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론적으로 당사자간 사법상 약정을 근거로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은 대규모유통업법의 위법성 판단방식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불공정거래행위와 달리 정한 취지, 제8조의 문언에서 법 위반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확히 규정한 취지와는 맞지 않아 보인다. 다만, 대법원의 입장과 같이 납품업자의 자발성을 판단함에 있어 엄격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다면 실제 법 적용에 있어서는 조화로운 해석이 가능하나 실제 거래관계에서 형식적인 자발성을 이유로 대규모유통업법 규정의 취지를 몰각할 여지도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와 같은 형식으로 규정된 법 위반행위의 예외를 일반적으로 인정함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현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대규모유통업법
납품
하도급
특약
주현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1-06-21
공정거래위원회 '경고'의 법적 근거와 처분성 여부
1. 서론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8다46587 판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행위를 이유로 내린 경고조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것으로서 이를 제24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이래, 서울고등법원 등 다수의 하급심 또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 또는 독점규제법 등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 '경고'의 처분성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표시광고법상의 '경고'가 표시광고법 제7조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아래에서는 대상 판결이 대법원의 과거 판결과 다소 모순되는 듯한 판결을 한 이유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참고로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는 독점규제법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으로 규제되다가, 1999년 표시광고법이 제정되면서(시행 1999. 7. 1.) 독점규제법상의 불공정거래행위로부터 분리·독립되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표시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결은 당해 표시·광고의 위법을 확인하되 구체적인 조치까지는 명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사업자가 장래 다시 표시광고법 위반행위를 할 경우 과징금 부과 여부나 그 정도에 영향을 주는 고려사항이 되어 사업자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표시광고법 제7조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란 '당해 위반행위의 중지 명령' 등 제1호에서 제3호까지 규정한 시정조치 외에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제반조치를 말하는 것이고,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 여부나 그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고처분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3. 평석 가. 사실 관계 원고들은 고양시 식사동에 분양하는 아파트 주변에 경전철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는 내용의 허위·과장광고를 하였음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의결'을 통지받았다. 원고들은 이 사건 '경고의결'이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정처분임에도 법률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 등을 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공정거래위원회 '경고'의 법적 근거 및 처분성 여부에 관한 여러 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 법적 근거 및 처분성에 관하여는, 여러 견해가 종래 법원 판결 및 당사자의 주장을 통하여 다양하게 제시되었는데, 이를 이해의 편의를 위해 단순화 하여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표시광고법 제7조 등에 다른 '시정조치'로 보지 않고, 처분성도 부정하는 견해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8다46587 판결은 "경고조치는 독점규제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것으로서 이를 독점규제법 제24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1999년 표시광고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하급심 법원에서 계속 확인되었는데, 서울고등법원 2002. 12. 3. 선고 2002누433 판결은 "이 사건 경고는 표시광고법 및 위 법이 준용하고 있는 독점규제법에 정하여진 피고의 처분의 종류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표시광고법 제16조 제1항이 준용하고 있는 독점규제법 제55조의 2를 근거로 법 규정에 위반하는 사건의 처리절차 등에 대하여 피고가 정하여 고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이하 '사건절차규칙') 제50조에 의한 의결의 일종에 불과하며, 그로 인하여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며, 서울고등법원 2001. 8. 23. 선고 2001누3732 판결과 서울고등법원 2006. 10. 12. 선고 2005누27668 판결도 같은 취지의 입장이었다. (2) 시정조치로 보지 않으면서도, 처분성을 긍정하는 견해 대상 판결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11. 1. 12. 선고 2010누17344 판결은, 이 사건 경고를 표시광고법 제16조 제1항이 준용하고 있는 독점규제법 제55조의 2를 근거로 법 규정에 위반하는 사건의 처리절차 등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사건절차규칙 제50조에 의한 의결이라고 보면서도, 경고를 받은 전력이 과징금 부과에 있어서 참작사유가 되는 법률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았다. (3) 시정조치로 보지 않고, 처분성을 긍정하면서, 법률유보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는 견해 원고들이 상고이유서 등에서 주장한 내용으로, 이 사건 경고는 사업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인데, 경고의결의 근거가 되는 사건절차규칙 제50조는 위임의 법률상 근거가 없으므로 법률유보 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4) 시정조치로 보면서, 처분성을 긍정하는 견해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두4930 판결, 즉 대상 판결의 입장이다. 다. 대상 판결의 타당성 검토 (1) '경고의결'의 행정처분성 여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이하 '과징금 고시') Ⅱ. 13.은 과징금 부과여부 및 과징금 가중기준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벌점' 산정에서 사건절차규칙 제50조에 의한 '경고'를 0.5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징금 고시는 2008. 11. 10. 이전까지는 경고의 경우 벌점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았으나, 2008. 11. 10.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8-18호로 개정된 과징금 고시에서 현재와 같이 벌점 규정이 신설되었다. 대법원은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 판결 등 다수). 따라서 2008. 11. 10. 과징금 고시가 개정되어 현재와 같이 경고에 벌점 규정이 신설된 이상, 경고를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대상 판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결'을 행정처분으로 본 것은 합당하다. 참고로 표시광고법 시행령 제15조 제3항은 "이 영에 규정된 사항 외에 과징금의 부과에 관하여 필요한 세부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한다"고 하여 과징금 고시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고,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61조 제3항도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2) '경고의결'의 법적 근거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결'을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으로 보는 이상, 당해 표시·광고의 위법성을 확인하되 구체적인 조치까지는 명하지 아니하는 '경고의결'을 표시광고법 제7조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 또는 독점규제법 제24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 해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이유는 없다고 판단된다. 원고는 상고이유서에서 표시광고법 제7조 제2항은 제1항 제2호 및 제3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음에도, 제4호에 대하여는 이러한 위임 규정이 없고,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에 '경고'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예측가능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개별사건의 특수성에 따라 위반행위의 시정 또는 그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이고 적절한 시정조치의 내용을 결정할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란 '당해 위반행위의 중지 명령' 등 제1호에서 제3호까지 규정한 시정조치 외에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제반조치를 말하는 것이고,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 여부나 그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고처분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상 판결 내용은 타당하다. 참고로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두1983 판결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남용행위에 관한 구체적 판단기준을 정한 시행령 등이 제정되지 않은 사안에서, 위 규정이 헌법상 법치주의원리에서 파생되는 명확성 원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4. 결론 대상 판결은 논란이 되어 왔던 공정거래위원회가 행하는 '경고'의 법적 근거와 행정처분성 여부에 관한 판단을 명백히 한 것으로, '경고'를 받은 경우 과징금 부과여부 및 과징금 가중기준 등의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벌점이 부여되도록 개정된 과징금 고시 내용을 반영한 타당한 판단으로 보인다.
2014-05-19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
[사 안] 피고 제삼특장 주식회사(이하 제삼특장이라 한다)의 피용인인 소외 박현○는 1993. 1. 13. 19:30경 미금시 도농동 소재 주차장에서 제삼특장 소유의 유류수송용 12톤 카고트럭을 주차시키기 위하여 후진을 하던 중 위 주차장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순차로 설치되어 있던 피고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이라 한다) 소유의 전봇대 1개를 충격하여 넘어뜨리는 바람에 위 전봇대와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던 전봇대 2개를 연쇄적으로 넘어뜨려 파손케 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일반수용가로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다. 원고는 미금시 지금동 소재 답 2,000㎡에서 비닐하우스 2동을 설치하여 서양란, 벤자민 등을 재배하고 있었고, 위 화초들은 모두 최저온도 영상 7도 내지 8도, 최고온도 영상 30도의 기온을 유지하여야 하는 바, 원고는 한전으로부터 공급받는 전기를 이용하여 겨울철이던 이 사건 사고 당시 전기온풍기를 가동하여 위 비닐하우스 내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로 위와 같이 정전됨으로써 원고가 약 12시간 30분 가량 전기온풍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복구가 완료되어 다시 전기가 공급될 무렵에는 위 비닐하우스 내의 온도가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외부 온도인 영하 1.4도 내지 4.4도와 비슷하게 되어 위 화초의 적정 최하온도 이하로 떨어짐으로써 위 화초들이 동해를 입게 되었다. 이에 원고는 제삼특장 및 한전을 상대로 위 동해로 인한 손해배상(약 3천만원)을 청구하였다(이 평석에서는 제삼특장에 대한 부분은 생략하고 한전에 대한 부분 중 약관법 관련 사항만을 다루기로 한다). [판례요지] (1) 원고는 한전과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을 준수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위 전기공급규정 제51조 제3호, 제49조 제3호에는 한전의 전기 공작물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 한전은 부득이 전기의 공급을 중지하거나 그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한전은 수용가가 받은 손해에 대하여 그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은 면책약관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한전의 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7조 제1호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나, 그 외의 경우에 한하여 한전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한도내에서는 유효하다. (2) 위 면책규정을 한전의 고의·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한 객관적으로 보아 원고가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를 알았더라면 위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위 면책규정의 이러한 사항은 약관법 제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평석]1. 약관의 설명의무 약관이라 함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을 말하며(약관법 제2조 제1항),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동법 제3조 제2항). 사업자에게 이러한 약관의 설명의무를 부여한 것은 상대방인 고객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고객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대판 1998. 11. 27. 98다32564, 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대판 1999. 9. 7. 98다19240 등 참조). 2. 중요한 내용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만 설명의무가 있고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설명의무가 없기 때문에 어떤 사항이 중요한 내용인지가 고객의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데, 대법원판례는 고객이 당해 약관내용에 관하여 설명을 들어 알았더라면 당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인정되는 사실을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 있다(대판 1994. 10. 25. 93다39942, 본건 대법원판결도 이 내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은영 교수도 당해 고객의 이해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계약체결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으로서 사회통념상 당해 사항의 知·不知가 계약체결의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설명의무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있다(이은영, 약관규제법, 박영사, 1994, 118면). 3.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는 사항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을 판례를 중심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보험상품의 내용·보험료율의 체계·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보험계약자 또는 그 대리인의 고지의무(대판 1995. 8. 11. 94다52492). (2) 보험자의 면책사유(대판 1999. 3. 9. 98다43342·43359) (3) 보험계약의 승계절차(대판 1994. 10. 14. 94다17970) (4) 안전설계보험약관 소정의 자동차 소유자에 자동차의 등록명의자만이 포함된다는 사실((대판 1996. 6. 25. 96다12009). 4.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사항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지 않아 설명의무가 없다고 본 것을 대법원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대인배상보험)상 면책조항의 배우자에 사실혼관계의 배우자가 포함된다는 사실(대판 1994. 10. 25. 93다39942). (2)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수출어음보험계약 약관에 규정된 수출계약의 의미(대판 1999. 9. 7. 98다19240). 5. 설명의 방법 설명은 현실적으로 하여야 하며, 보험약관의 내용이 추상적·개괄적으로 소개되어 있는, 보험계약의 청약을 유인하는 안내문의 송부만으로는 약관에 대한 사업자의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이와 같은 보험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는 보험료율이 낮다거나(납입보험료가 소액) 보험계약의 체결방식이 통상의 경우와 다르다(통신판매 방식)고 하여 달라지지 아니한다(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권오승 교수는 「대법원은, 납입보험료가 소액이라거나 보험계약 체결의 방법이 통신판매의 방식을 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자에게 요구되는 설명의무를 다른 통상의 경우와 달리 볼 수 없다고 하였다」고 하면서 98다43342·43359 판례를 인용하지 않고 다른 판례(대판 1999. 2. 23. 97다53588)를 인용하고 있는데(권오승, 경제법, 법문사, 1999, 482면), 의문이다. 왜냐하면 97다53588 판결의 내용은 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것이 아니고 아파트분양계약에 있어서 지체상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6. 설명의무의 예외 약관의 중요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는 설명의무가 없다(동법 제3조 제2항 단서). 즉, 이 경우에는 설명하지 아니하여도 된다. 어떤 경우가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 해당되는지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계약관계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설명의무의 예외는 명시·교부의무와는 달리 계약체결당시는 물론 그 후의 설명의무도 면제된다는 점에서(동법시행령 제2조 제2항 참조) 예외인정에는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 7.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가 아니라도 사업자에게 약관의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1)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대판 1999. 3. 9. 98다43352, 43359) (2)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사항(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3) 약관내용이 당해 보험계약에 있어서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조항(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4)보험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대판 1998. 11. 27. 98다32564) (5)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조항(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대판 1998. 11. 27. 98다32564) (6)당해 거래계약에 당연히 적용되는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사항은 그것이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자가 이를 따로 명시·설명할 의무는 없다(대판 1999. 9. 7. 98다19240). (7) 어느 약관 조항이 당사자 사이의 약정의 취지를 명백히 하기 위한 확인적 규정에 불과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별도로 설명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약관법 제3조 제2항에 위반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대판 1998. 2. 27. 96다8277). 8. 설명의무위반의 효과 사업자가 설명의무에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당해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동법 제3조 제3항). 따라서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에 관하여 설명하지 않았으면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약관에 규정된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대판 1995. 8. 11. 94다52492). 또한, 약관의 설명의무에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는 500만원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동법 제34조 제2항). 9. 결 론 본건 대법원판례는 전기수용가가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를 알았더라면 그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므로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상의 면책규정은 약관법 제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 판시내용은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 판례의 경우 전기수용가가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알았다 하더라도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은 면책규정의 내용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전이 전기의 독점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만일 전기공급자가 한전 외에 또 있었다면 전기수용가는 위와 같은 면책조항에 관하여 설명을 듣고도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법원은 약관의 불공정성 또는 설명의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약관을 작성·사용하는 사업자가 독점 공급자인지 여부를 가려서 사업자가 독점공급자인 경우에는 그 점을 판단에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 즉, 본건에서 전기수용가는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상 면책조항의 내용이 부당하다 하더라도 전기공급에 관한 한 한전 외에 다른 공급자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며, 법원은 위 면책조항의 내용을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 한국전력공사가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위 면책조항이 전기공급계약의 내용이 되지 않았다고 판시하는 것이 타당했다고 본다. 만일 전기공급자가 한전 외에 또 있고(예컨대, A, B, C) 이들의 전기공급계약서 또는 전기공급규정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면책조항과 같은 조항이 있다면 이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상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며(동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한 시정조치(동법 제21조)와 과징금납부명령(동법 제22조)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사법상으로도 무효가 된다(동법 제19조 제4항).
200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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