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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개성공단 사업 중단조치와 공용제한 문제
1. 서론 개성공단에서 사업하려는 사업자에게 정부가 중단조치를 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사업자의 손실은 보상해야 할까 혹은 개성공단은 북한 지역에 위치한 특수성이 있으므로 언제든지 사업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보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이 문제를 검토함에 있어 중단조치를 한 주체별로 그리고 피해 유형별로 구분하여 보상 문제를 검토해 보면서 최근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평석한다. 2. 사안의 개요와 결정 요지 청구인은 북한 내 개성공업지구에서 상업시설 신축 및 분양, 임대 등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기 위하여 2007년 6월 25일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상업업무용지의 토지이용권을 분양받고, 통일부장관으로부터 협력사업자 승인 및 영업소 설치 승인을 각 얻었으며,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로부터 근린생활시설 신축에 관한 건축허가를 받았다. 청구인은 이 사건 사업부지 지상 시설에 관한 설계비로 1억 원을 지급하였다. 2010년 3월 26일 해군 소속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부장관은 2010년 5월 24일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및 진행 중인 사업의 투자확대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북조치(5.24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로 인해 청구인은 토지이용권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자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패소판결을 받은 후 보상입법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6년 2월 3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청구를 아래와 같은 이유로 각하하였다. "이 사건 대북조치는 개성공단 내에 존재하는 토지나 건물, 설비, 생산물품 등에 직접 공용부담을 가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이용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개성공단이라는 특수한 지역에 위치한 사업용 재산이 받는 사회적 제약이 구체화된 것일 뿐이므로, 공익목적을 위해 이미 형성된 구체적 재산권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공용 제한과는 구별된다. 또한 이 사건 대북조치로 인한 재산권 제한에 대하여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입법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는 아니하다…북한에 대한 투자는 그 본질상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변화하는 남북관계에 따라 불측의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당초부터 있었고, 경제협력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들은 이러한 사정을 모두 감안하여 자기 책임하에 스스로의 판단으로 사업 여부를 결정하였다고 볼 것이다." 3. 공용제한 해당 여부 공용제한이란 공공필요를 위하여 재산권에 가해지는 공법상의 제한을 말한다. 재산권자가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 점에서 공용수용과 구별되며, 행정주체가 타인의 재산권을 사용하는 공용사용과도 구별된다. 또한 공용제한은 공공필요를 적극 실현하기 위해 가해지는 제한이라는 점에서 소극적인 질서유지를 위하여 가해지는 경찰상의 제한(위험건축물의 사용금지 등)이나 재정목적을 위한 재정상의 제한(강제징수를 위한 재산압류로 인한 처분제한 등)과 구별된다. 서울고등법원(2013. 5. 3. 선고 2012나34247 손실보상등 사건)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일정한 공익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공용침해'라 하는데, 이러한 공용침해는 공용수용, 공용사용, 공용제한으로 분류된다. '공용제한'이란 특정한 공익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개인의 재산권에 과하여지는 공법상의 제한을 말하는 것이다"고 했다. 위 판례는 해상시험사격이라는 특정한 조건하에서는 어업이 제한되는 것을 공용제한으로 본 것인바, 이 사건에서 국가안보위기상황에서 신규투자자의 현장출입을 제한한 것과 유사한 점이 있다. 이 사건에서 통일부가 취한 조치는 '이미 개성공업지구 내에 토지이용권을 취득하고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에도 건축공사의 착공과 이를 위한 자재의 반입을 사실상 억제하는 것'이었고, 그 결과 청구인은 토지이용권을 전혀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었다.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 조치는 국가안보라는 공공필요를 위하여 청구인의 토지이용권이라는 재산권에 가하는 공법상의 제한이다. 이 사건 조치는 북한의 위협 조치에 대응하는 정책수단이란 점에서 '공공필요를 위하여' 행해진 것이라 할 수 있고, 이미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사업에 대해 토지이용권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재산권에 가해지는 공용제한이다. 4. 개성공단 사업 중단의 유형별 검토 주체별로 그리고 사업단계별로 유형을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북한에 의한 제한인 경우이다. 개성공단은 북한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바, 재산권 제한이 북한의 조치로 생길 수 있다. 2013년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경우 북한에 의한 출입제한 조치로 수개월간 조업이 중단된 경험이 있었는데, 이런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헌법상 공용제한이 문제되는 경우에 제한의 주체는 국가 등인바, 남한 헌법의 적용영역에서 북한을 공용제한행위의 주체로 볼 여지는 없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남한 정부에 손실보상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런 경우는, 지역의 특수성으로 인한 사회적 제약이라고 볼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언급한 '개성공단이라는 특수한 지역에 위치한 사업용 재산이 받는 사회적 제약이 구체화된 것일 뿐이므로'라는 표현은 이런 경우에 적합하다. 다음으로, 남한에 의한 제한인 경우이다. 개성공단 사업을 계획하고 기반시설을 구축한 것은 남한 정부이며, 현지기업은 남한의 기업이나 개인이 출자하여 설립한 북한법인이다. 개성공단의 지리적 특성상 그리고 국가안보적 특성상 정치적 이유로 공단운영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공단운영을 제한할 경우에 손실보상이 필요한지 여부를 단계별로 검토한다. 첫째, 기왕에 현지기업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사업자 유형이다. 만일 정부가 현지기업의 사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공익목적을 위해 이미 형성된 구체적 재산권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공용제한'에 해당할 것이다. 둘째, 신규 투자를 위해 토지이용권을 매수하고 건축허가 등 행정절차를 거친 사업자 유형으로 이 사건 청구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도 상당한 자금이 투입되었고, 행정절차도 거친 상황이므로 구체적 재산권이 형성되었다 할 것이다. 만일 남한 내의 산업단지에 토지를 구입하고 건축허가를 받았는데 감염병 등의 사유로 출입자체를 제한하여 재산권 행사가 장기간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면 손실보상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셋째, 신규 투자를 모색하고 준비하는 사업자 유형이다. 이 경우는 통일부장관의 사업승인 등 구체적인 권리가 형성되지 않은 단계인바, 이 단계에서 개성공단 사업이 중단되었다면 이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할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재산권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실보상이 문제될 여지도 없다. 5. 평석 가. 이 사건 조치는 청구인에게 공용제한임 이 사건 조치는 이미 발생한 청구인의 구체적인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고, 그 제한의 이유는 국가안보라는 공공필요다. 또한 행위의 주체는 남한 정부이므로 공용제한의 구성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는 공용제한이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 조치는 법률에 의한 것이 아님 이 사건 조치의 근본 문제는 법률의 근거도 없이 행해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공용제한을 하기 위해서는 근거법률이 있어야 함에도 법률의 근거 없이 이 사건 조치가 행해졌다. 따라서 다음 단계인 보상 법률에 대한 규정도 없다. 이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 헌법재판소는 법률적 근거 없는 공권력행사로 피해를 입은 청구인의 권리보호에 소홀하였다. 향후 남북경협이 재개될 경우에는 남한 정부의 사업중단조치 및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업자에 대한 보상절차를 규정하는 입법적인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성공단 사업뿐만 아니라 북한지역에서 행해지는 남북경협 사업 전반에서 예상되는 공용침해를 유형별로 구분하고 각 경우별로 공용침해의 요건과 절차, 손실보상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다. 보상에 대한 입법적인 조치가 없는 입법부작위는 위헌임 헌법재판소의 선례(1998. 12. 24. 선고 89헌마214)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조치로 인해 청구인이 입은 피해는 보상이 필요하다. 선례의 기준인 '실질적으로 사용·수익을 전혀 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없이 이를 감수하도록 하고 있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당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은 이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5.24 조치 이후 대북경협을 하던 다수의 사업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하였다. 법원은 손해배상의 요건인 위법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자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한편 손실보상 청구에 대하여는 손실보상에 관한 법률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결국 사업자들은 경협중단의 위험을 자신들이 전부 부담하게 되었다. 현재까지의 법적 판단이다. 사법부에 의한 권리구제가 어렵게 되자, 사업자들은 입법부에 손실보상을 포함하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아직까지 입법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다. 개성공단지원법에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을 추가하는 정도의 소폭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필자는 헌법이 정한 공용제한의 법리를 남북경협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대북사업과 관련하여 헌법이 정한 공용침해의 유형을 구분하고, 각 유형별로 보상의 기준과 절차를 정한 입법을 해야 한다. 당초 개성공단이 만들어질 때 논의했어야 할 문제지만 지금이라도 제정해야 한다.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 남북경협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한 입법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북한
개성공단
손실보상
남북경제협력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2022-08-02
민사일반
강제징용 소송과 청구권협정 검토
Ⅰ. 대상 판결 원고들은 구 일본제철이 운영하는 제철소에서 강제노역에 종사하였다. 원고들은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01년 3월 27일 청구기각 판결을, 2003년 10월 9일 최고재판소에서 패소 판결을 각 받았다. 원고들은 2005년 2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과 2심에서 패소하였으나,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68620호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이 주장하는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하여 원고승소 판결하였다. Ⅱ. 역사적 검토 이 사건에서는 국제 재판관할권, 일본판결의 승인, 피고의 법적 동일성, 소멸시효 등 다양한 쟁점들이 있으나, 논의의 방향을 청구권협정으로 모으고, 청구권협정의 탄생 배경, 역사적 평가 등에 관하여 살펴본다. 조선의 멸망 과정, 일제의 억압과 수탈, 친일파 청산의 좌절, 박정희 정권과 친일파의 역사 등에 대해서는 먼저 역사책을 보기 바란다. 사실 매국노와 친일파를 빼놓고 우리 현대사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청구권협정도 마찬가지이다.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정확한 법적 판단이 가능하다. 1961년 5월 16일 새벽 박정희 소장이 이끄는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했다. 박정희 정부는 일본 자본을 도입하기 위하여 한일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박정희 정부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반대 시위를 진압한 후 1965년 6월 22일 한일 기본조약(청구권협정 포함)을 체결했고, 그해 12월 18일 발효되었다. 조약 내용은 “일본 정부가 박정희 정부에 무상 3억불, 유상 2억불을 제공하는데,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배상은 하지 않고, 한국과 한국민의 일본에 대한 청구권은 모두 포기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의 대부분을 포항제철, 소양강댐 등 국가 기반시설의 확충에 사용했다. 한일 기본조약은 공개되지 않았다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월 1월에서야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청구권협정 원문은 찾아보기 바란다. 살펴보면, 친일파들은 해방 후 대한민국의 권력기관뿐만 아니라 언론·교육 등 각 분야를 주도한 지배세력이 되었다. 청구권협정도 그들의 주도로 탄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은 다음과 같이 비판을 받는다. ① 박정희 정부는 ‘식민지배 청산’에 관한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하였는데, 한일회담은 청구권 교섭에 밀려 식민지배 청산이라는 본질을 추구하지 못하였다. ② 청구권 문제, 어업 및 문화재 문제 등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양보함으로써 매우 굴욕적이었다. ③ 국가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조약임에도, 그 내용 및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④ 일제의 식민지배로 수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았는데도, 박정희 정부는 그들을 보호하거나 피해를 배상하지 않았고, 그들의 고통과 권리를 억압하였다. Ⅲ. 법률적 검토 1.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 가. 불포함설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설, 대법원 판례이다.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인다. (2) 청구권협정 제1조에 따라 일본 정부가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이 제2조에 의한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인 대가관계에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3) 일본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고, 이에 한일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4) 대한민국이 요구한 12억 2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3억 달러만 받은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도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나. 포함설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하는 견해로서 소수설이다. 논거는 아래와 같다. (1) 청구권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Ⅰ)은 청구권협정상 청구권의 대상에 ‘피징용 청구권’도 포함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2) 위 피징용 청구권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까지도 포함한 것이고, 청구권협정 제1조에서 정한 경제협력자금은 제2조에서 정한 권리관계의 해결에 대한 대가 내지 보상으로서의 성질을 포함하고 있다. (3) 양국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배상’도 당연히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상호 인식하고 있었다. (4) 대한민국은 청구권협정에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되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후 장기간 그에 따른 보상 등 후속 조치를 취하였다. 다. 검토 조약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문언뿐만 아니라 체결 당사국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일본은 개인의 손해배상청구를 포함한 일체의 청구권을 더는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완전히 최종적으로 종결하고자 했다. 박정희 정부는 쿠데타로 잡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개발과 그 자금 마련이 절실히 필요했던 점, 박정희와 정일권 등 집권자들의 친일 성향과 청구권협정의 체결 과정 등을 고려하면, 일본의 의사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조약 문언, 당사자의 의사, 후속 조치 등을 종합해보면,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은 이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즉 청구권협정 체결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알려진 바 없었고, 전혀 논의대상이 되지도 않았던 점, 청구권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Ⅰ) 제2조 (g)항에서 말하는 대일청구요강(소위 8개 항목)에 위안부 문제가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에 관하여는 불포함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2.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보는 경우에도 가능설, 불가능설로 견해가 나뉜다. 가. 가능설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청구권협정에는 개인청구권의 포기나 소멸에 관하여 양국 정부의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볼 만큼 충분하고 명확한 근거가 없다. (2) 청구권협정에서 양국 정부의 의사는 개인청구권은 포기되지 아니함을 전제로 정부 간에만 청구권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하자는 것, 즉 ‘외교적 보호권에 한정하여 포기하자’는 것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청구권협정을 이탈리아와 서독 사이의 조약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 불가능설 소송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논거는 아래와 같다. (1) 양국의 진정한 의사가 외교적 보호권만 포기하기로 했다고 볼 수 없다. (2) 청구권협정은 당시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일괄처리협정에 해당한다. (3) 청구권협정 제2조에서 규정한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의 의미는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 검토 청구권협정의 문언과 해석, 양국 정부의 의사 등을 종합해보면,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2015. 12. 28. 박근혜 정부는 한일 외교부 장관 사이의 합의로써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였다. 위 합의 문언상 개인청구권의 포기나 소멸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없고, 양국 정부의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볼 명확한 근거도 없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Ⅳ. 결론 대상 판결은 역사적·법률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와 그에 대한 최고 법관들의 법적 판단이 두루 담겨 있는 귀중한 판결이다. 논거의 차이는 있지만,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 대상 판결의 결론도 지극히 타당하다. 다수의견이든 소수의견이든 그 논거는 모두 설득력이 있다. 다만 피해를 당한 국민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외면하기 어렵다. 나라가 망하여 피해를 보았고, 과거 정부가 잘못하여 피해를 배상받지도 못하였기에 더욱 그렇다. 이 비극과 치욕적인 역사를 부디 잊지 말고 교훈으로 삼기를 바란다. 허용구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
일제강제징용피해자
일본전범기업
손해배상청구소송
전원합의체
허용구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
2019-05-14
국제소송에서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과 준거법
Ⅰ. 사안의 개요 한국보험회사인 피고는 윤OO과 원양통발어업용인 한국선적의 선박에 대해 선체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영국 협회기간약관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위 약관은 영국법준거약관을 두고, "해상 …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의 위험"과, "선장 … 의 과실"을 부보위험 중 하나로 규정한다(제6조 제1항, 제2항 제3호). 당사자는 보험금 중 일정금액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특약을 체결했다. 위 선박은 파퓨아 뉴기니아에 정박하다가 부산항을 향해 항해하던 중 산호초 지대에서 표류한 결과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침몰했다. 원고는 보험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1999.4.2. 선고 97나13696 판결) 원심법원은 사고원인은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하고, 선장 등이 선박 출항에 앞서 선저부분에 대한 조사·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데, 이는 선박침몰의 근인 중 하나로서 위 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원심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을 전면 긍정하고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족하다고 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부보위험인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충분하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영국법준거약관의 유효성과, 객관적 입증책임(또는 증명책임)이 보험계약의 준거법에 따른다는 점은 대법원판례에 의해 확립되었다. 여기에서는 첫째,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둘째, 입증의 정도(또는 증명도)의 준거법을 다룬다. 미리 밝혀둘 것은, 국제민사소송에서 증거에 관한 다양한 문제는 절차의 문제로서 법정지법에 의한다는 점이다. 즉 증명의 대상(자백의 효력 등), 증거방법(허용되는 증거방법, 증거방법에 대한 제한, 증언거부권의 종류와 범위), 증거조사와 증거의 평가(자유심증주의 여부) 등은 법정지법에 따른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은 국제계약인가 국제사법상 당사자는 채권계약의 준거법을 자유로이 지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당사자자치'의 원칙이다. 문제는 순수한 국내계약에서 당사자자치의 허용 여부인데, 국제사법은 이를 허용하지만 그 경우 국내적 강행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제25조 제4항). 이는 당연히 적용되었을 강행규정을 당사자들이 합의로써 잠탈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준거법합의(또는 그것과 관할합의/중재합의)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다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합의해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석광현, 법률신문 제3920호 참조). 이 사건에서 보험의 목적은 한국선적의 원양어업용 선박이므로 보험계약의 국제성은 애매하다. 필자는 수입중인 적하에 대한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해외 재보험계약의 체결을 위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필요성을 긍정했지만, 한국선적 선박에 대한 보험계약에서 그 소재지를 고려하여 국제성을 판단할지는 불분명하다. 필자처럼 비교적 넓게 사안의 국제성을 인정하면 몰라도, "국제사법 제1조에 비추어 … 거래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명문 근거가 없는 '합리성의 기준'에 의해 국제사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대법원 2008.1.31. 선고 2004다26454 판결의 취지를 보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 소재지'는 국제물권법을 상정한 것이므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기준이라는 양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3.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가. 입증의 정도에 관한 법계의 차이 민사소송법상 어떤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려면 법관의 의심에 침묵을 명할 정도의 확신, 즉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이 필요하다(실제로 법관들이 그에 따르는지는 의문이지만). 반면에 영미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입증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 또는 '우월한 개연성'이므로 법원은 원·피고 주장의 개연성을 형량하여 어느 것이 50%를 초과하면 이를 증명된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차이의 유래는 Habscheid/호문혁(역), 서울대 법학 통권 85·86호(1991.8.), 122면 이하 참조). 나.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문제는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이다. 독일에는 이를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lex fori)을 적용하는 절차법설과 실체로 보아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lex causae)을 적용하는 실체법설이 있다. 절차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소송에서 법관의 지위 및 확신(또는 심증)의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둘째, 독일법에서 입증의 정도는 법관의 인적(또는 내부적) 확신의 형성인데, 실체 준거법인 외국법이 다른 기준을 요구하면 독일 법관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 더욱 그렇다. 세째, 입증의 정도는 법정지법에 따르는 증거의 평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네째,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외국법을 적용하면 외국인 원고에게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게 되어 내국인 피고에게 불이익을 주고 내국인차별을 초래한다. 실체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입증책임처럼 실체법과 상호의존적이고 실체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책임법에서 입증의 정도를 낮추면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이를 높이면 축소되므로 입증의 정도는 결국 책임을 결정한다. 둘째, 어느 당사자가 부담하나라는 경직된 구조를 취하는 입증책임과 달리 입증의 정도는 여러 단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증책임보다도 실체법에 더 밀접하다. 독일에서는 과거 절차법설이 우세했으나 근자에는 실체법설도 유력해지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법관의 확신의 형성과 그 정도를 다른 법에 종속시키는 것은 부적절하고, 법관에게 입증의 정도를 준거법에 따르게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실제적 이유로 절차법설이 설득력이 있다(우성만, 판례연구 제18집(2007), 459면 동지). 증명의 개념을 법관의 내부적 확신의 형성으로 파악하는 민사소송법 원칙을 법치국가적 관념에 근거한 소송법상 원칙으로 보아 절차법설 취하기도 한다. 소송법에서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너무 확대하면 국제사법이 매우 복잡하게 되어 실무로부터 외면당할 우려도 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준거법의 함의(含意)를 모르고 외국법을 지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외국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이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을 밝힌 것은 큰 의의가 있으나 타당성은 의문이고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우리 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이 인정되면 입증책임, 사실상의 추정과 입증의 정도가 모두 영국법에 의한다고 보는 듯하다. 대상판결도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에 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영국법을 적용했다. 더욱이 보험계약의 국제성이 부정되면 영국법이 준거법이더라도 입증의 정도는 한국법에 따라야 한다. 5. 관련문제: CISG와 손해 입증의 정도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CISG' 또는 '협약')상 계약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손해의 발생과 범위 및 손해와 계약위반간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함으로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협약은 손해의 확실성의 정도를 명시하지 않으므로 독일 등의 유력설은 이를 손해의 입증의 정도로서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협약의 기초를 이루는 일반원칙인 '합리성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Schwenzer도 동지). CISG AC 의견 No. 6과 UNIDROIT 국제상사계약원칙(제7.4.3조 제1항)도 같다. 아니면 협약의 목표인 규범통일이 위태롭다. 우리 판례는 민법상 기발생 손해와 장래 발생할 손해의 입증의 정도를 구별한다. 대법원 1992.4.28. 선고 91다29972 판결은 "장래의 얻을 수 있었을 이익에 관하여는 증명도를 과거사실에 대한 입증의 경우보다 경감하여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을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익의 증명이 아니라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이익의 증명으로 족하다"고 함으로써 채권자를 위해 일실이익의 입증의 정도를 완화했다(매매계약의 준거법은 한국법이었던 듯하다). 법원이 협약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도 같은 구별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협약 자체로부터 합리적 확실성의 기준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이는 성질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대상판결처럼 실체법설을 따르면 입증의 정도는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의하게 되어 법원에 부담스럽다(우리 법원이 다룬 사건에는 보충적 준거법이 중국법, 캘리포니아주법, 퀸즐랜드주법, 스페인법과 싱가포르법인 사건이 있다). 반면에 절차법설은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관계없이 대법원판결의 법리를 따를 수 있으므로 법원의 부담을 덜어 준다.
2011-07-25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손해발생여부 판단시점
Ⅰ. 사건개요 1. 사실관계 피고 노○○는 2005. 4.1. 김○○, 김○○으로부터 화성시 서신면 용두리 757 답7,090㎡(약2,144평, 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매매대금 3억4,000만원에 매수하고 김○○은 2005. 4.22. 피고 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4억5,000만원에 다시 매수하였고, 원고는 원고의 딸 강○○를 통하여 2005. 4.28.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중 500평을 매매대금 1억5,000만원에 매수하고 2005. 5. 4. 김○○에게 계약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하였는데, 김○○이 원고에게 위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함에 있어서, 피고 김○○은 6억원이면 주변시세보다 평당 7만원 이상 싼 것이며, 이 사건 부동산 옆으로 4차선의 직선도로가 확장될 것이어서 땅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거짓말하고, 원고 딸 강○○는 이에 속아서 위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김○○과 피고 김○○은 2005. 5. 20.경 원고의 딸 강○○에게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매수하면 그 매매대금을 5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싸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매수를 권유하였고, 피고 노○○ 역시 이에 동조하여 강○○에게 자신이 김○○와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매도를 의뢰받았는데 자신이 애써서 매매대금을 5억5,000만원에서 1,000만원 깎아서 5억4,000만원에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게 하였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강○○로 하여금 원고가 김○○,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전부를 매매대금 5억4,000만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부동산은 2006. 1.6. 원고 명의로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는데, 계약체결일인 2005. 5.20. 당시 시가는 2억9,788만원(7,090㎡×42,000원/㎡)이었다. 한편, 원고는 피고들 및 김○○의 위와 같은 사기행위와 관련하여 2007. 3.23. 김○○으로부터 3,500만원, 2007. 5.31. 피고 노○○으로부터 3,300만원, 피고 김○○으로부터 1,500만원 합계 8,300만원을 손해배상의 일부로 지급받았고, 감정평가결과 현재 공시지가는 2배 가까이 상승한 상태이다. 2. 하급심 법원 및 대법원 각 판단 가. 수원지법 1심 재판부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매수인을 기망하여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부동산을 매수하게 하였다면,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입은 손해는 매수가격과 매수 당시의 시가와의 차액 상당액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0. 2.26. 선고79다1746호 판결 참조),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그 시가 차액 상당액인 금 2억4,222만원(원고의 매수가격 5억4,000만원이 사건 부동산의 2005. 5.20. 당시 시가 2억9,778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하여 원고 청구인용. 나. 2심 서울고등법원은 "피고 등의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게 된 손해에 관하여, 원심 변론종결일 현재 원고는 피고 등의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매매대금 5억4,000만원 및 그에 대한 시중금이 및 도매물가상승률 상당 가액'을 보유하고 있었을 터인데,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부동산 중 4,570제곱미터 및 나머지 부분에 대한 보상금 4억2,000만원'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결국 후자의 가액이 전자의 가액을 상회하는 이상 원고에게 사실심 변론종결일 현재 재산상 어떠한 손해가 발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원심 취소, 원고 청구 기각. 다. 상고심 대법원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한다(대법원 1992. 6.23. 선고 91다33070판결, 대법원 2003. 1.10.선고 2000다34426 판결)"라고 판시하여 원고 상고 인용, 원심 판기환송. Ⅱ. 판례평석 1. 이 사건의 쟁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에서 손해 발생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언제인가가 쟁점이다. 이 사건에서 기망에 의한 매매계약(불법행위)이 이루어진 당시보다 사실심 변론종결에 즈음하여 대상 부동산의 시가가 2배 이상 상승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피고 측은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시세가 2배 가까이 상승하여, 변론종결 당시 기준으로 원고가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1심과 대법원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원고가 피고들의 사기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후 가격이 상승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어 피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수원지법 1심 및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가. 먼저, 원고 청구를 인용한 수원지법이 인용한 대법원 79다1746 판결의 경우 "피고가 자신이 매수한 임야가 개발제한 구역으로 지정되어 가격이 떨어지고 매수하려는 사람도 없어 상당한 가격으로 현금화하기 어려운데도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원고에게 바로 비싼 값에 전매할 수 있다고 기망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는 불법행위로 되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가격과 매수 당시의 시가와의 차액 상당액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는 바, 이 사건 사실관계는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당시까지도 위 사건 대상 임야는 여전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상태로서 가격변동이 없거나, 더 낮아진 경우"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사실관계(이 사건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 당시 이미 이 사건 대상 임야의 시가가 당초 매매대금 5억4,000여만원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한 10억여원으로 상승한 경우)와는 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수원지법 하급심 인용 대법원 79다1746호 판례 또한 판결 이유에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위 대법원 79다1746호 판례를 직접적으로 따르는 판례는 그 이후 전혀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 나아가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을 파기하면서 손해액 산정 기준에 관하여 불법행위시라고 판시하며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대법원 2003. 1.10. 선고 2000다34426 판례는 "특정물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하고 그 목적물이 현존하지 아니함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때의 교환가격에 의하여 손해액을 산정해야할 것인 바, 원심이 이 사건 장외거래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탁○○과 이○○가 원고 최○○로부터 부당하게 주권을 인출 받아 선용자에게 교부해 버린 1995. 10.23.의 주식 시가에 의하여 산정한 것은 정당하다"라고 판시하여 이 사건과 그 사실관계를 전혀 달리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8705【손해배상(공)】 청구 사건은 "인근 공동어장에 대한 보상금을 기준으로 관행어업권의 피해액을 산출함에 있어 어장면적과 어업종사자의 수가 다른 점과 당해 어장의 일부 관행어업권자가 비교대상이 되는 인근 공동어장에서도 관행어업을 하는 사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근 공동어장의 관행어업에 의한 단위면적당 평년수익액을 바로 당해 어장의 관행어업에 의한 평년수익액으로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로서 이 사건 쟁점인 불법행위 당시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 또한 1997. 10.28. 선고 97다26043 판결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불법행위시에 발생하고 그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이므로, 장래 발생할 소극적·적극적 손해의 경우에도 불법행위시가 현가 산정의 기준시기가 되고, 이때부터 장래의 손해 발생시점까지의 중간이자를 공제한 금액에 대하여 다시 불법 행위시부터 지연손해금을 부가하여 지급을 명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불법행위시 이후로 사실심의 변론종결일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후 발생할 손해를 그 시점으로부터 장래 각 손해 발생시점까지의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현가를 산정하여 지연손해금은 그 기준시점 이후로부터 구하는 것도 허용된다"라고 판시하여 본 사안과 사실관계를 전혀 달리하는 인적 손해배상청구에서의 중간이자 기산점에 관한 판시에 불과하다. 3.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판례의 타당성-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사실로서 손해 발생 여부 판단 시점 가. 손해배상청구의 요건 사실로서 손해액의 확정은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판례와 같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함이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이러한 원심 판시를 뒷받침하는 의미에서 손해의 범위 및 손해액의 산정의 기준과 관련하여, 기존 대법원 1999. 4.9. 선고 98다27623 판결은 "무효인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신뢰하여 그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고 금원을 대출하였다가 후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 당하게 됨으로써 근저당권자가 입은 통상의 손해는, 위 채무자 명의의 이전등기가 유효하여 담보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출연한 금액 즉, 근저당목적물인 위 부동산의 가액 범위 내에서 채권최고액을 한도로 하여 채무자에게 대출한 금원 상당이며, 위에서 말하는 부동산의 가액은 근저당권이 유효하였더라면 그 실행이 예상되는 시기 또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고, 비슷한 취지에서 대법원 1978. 7.11. 선고 78다626 판결【손해배상】사건에서 "피담보채무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초과할 경우 위 근저당권의 불성립으로 근저당권가 입은 손해액을 산정하려면 우선 그 저당채무의 변제기 후이며 그 저당권의 실행이 예상되는 시기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소송으로 행사할 경우에는 그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표준'으로 하여 저당목적물의 시가를 확정해야 하고 그 시가가 위 채권최고액 이상이 될 때에 한하여 채권최고액 상당액을 그 손해액으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나. 구체적 타당성의 확보 문제 대법원 판시와 같이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기망당하여 토지를 매수한 것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의 시가는 현재 수억원이 상승하여 원고는 오히려 막대한 이득을 취하였을 뿐 손해를 본 것이 없다는 점에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추가로 인정하는 것은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피고들은 사실심에서 원고에게 "기존에 피고들이 원고에게 형사합의금으로 지급한 8천300만원 외에 위 매매대금 5억 4,000만원을 반환받는 조건으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피고들에게 다시 이전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는 바, 이는 원고도 이 사건 토지 시가가 크게 상승하였다는 것을 알기에 이 사건 토지는 그대로 보유하면서 피고들에게는 단지 위자료로 기 수령한 8,300만원 이외에 추가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하여 원고에게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아무런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하여 원고 청구를 기각한 반면, 대법원은 구체적 타당성을 결여한 채 형식판단에만 치우쳐 원심을 파기하고 만 것이다. Ⅲ. 결론 손해배상청구의 요건 사실로서 손해발생 여부의 확정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서 원고 청구는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사실인 금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더욱이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형사 합의금으로 이미 8,300만원을 지급받았고 위 합의금에 더하여 원고 보유 사건 부동산의 시가가 상승하여 수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한 다른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형식 판단에만 치우쳐 원고에게 추가로 2억4,000만원의 금전을 지급하도록 하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한 것은 법적 형평성(구체적 타당성)은 물론 일반인의 법 감정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고 사료된다. 대법원 판시대로라면 매매계약 과정에서 일부 기망을 당하였다고는 하나, 기망(불법)행위 당시보다 변론종결 당시에 지가가 상승한 경우에 기망당한 원고가 대상 부동산 매매계약의 유효성은 주장하면서 단지 기망행위에 대한 위자료조로 너무나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2010-06-21
한일어업협정 위헌소원 심판청구 기각결정 비판
Ⅰ. 서론 1997년 10여명의 청구인들이 '한일어업협정'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사건(2001. 2.21, 헌마 199, 142, 156, 160(병합) 전원재판부, 이하 '2001 사건'이라 함)에서 헌법재판소는 청구의 일부는 각하하고 다른 일부는 기각하는 결정을 한 바 있다. 2007년에도 '2001사건'과 유사한 사건(2009. 2.26, 2007 헌바 35, 전원재판부, 이하 '2009사건'이라 함)에서 청구인 등이 동 협정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 글은 '2009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청구 기각결정 이유를 비판하여 독도의 영유권을 보전하려 시도된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는 '국제법 측면'에서의 접근이며 실정헌법을 기초로 하는 '법실증주의'에 입각한 것임을 여기 밝혀둔다. Ⅱ. 재판소의 결정요지 (ⅰ) 이 사건 협정조항은 어업에 관한 협정으로서 배타적 경제수역을 직접 규정한 것이 아니고, 이러한 점들은 이 사건 협정에서의 이른바 중간수역에 대해서도 동일하다고 할 것이어서 독도가 중간수역에 속해 있다 할지라도 독도의 영유권문제나 영해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지 아니하므로, 동 협정이 헌법상 영토조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공보, 제149호, p.411). (ⅱ) 청구인 등이 주장하고 있는 조업수역의 축소와 어획량의 감축에 따른 어민들의 손실은 이 사건 협정에 의하여 초래되었다기보다는 UN해양법협약의 성립·발효에 의한 세계 해양법질서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와 같은 변화에 의해 한일 양국이 각자 국내 실정법으로 배타적 경제수역체제를 규정함에 따라서 이 사건 협정의 성립 여부와는 관계없이 한일 양국의 연안 해역에서 배타적 경제수역이 시행되게 되었다. 다만 국제법 우위의 원칙에 의해 종전의 65년 협정이 유효하여 위의 국내법의 적용이 되지 않았을 뿐이나, 65년 협정이 일본의 일방적인 종료선언으로 인해 1999. 1.22. 종료되게 됨으로써 더 이상 상호간의 배타적경제수역 내에서는 어업이 불가능한 상황이 예상되었다(동, p.411). 또한 한일 양국의 마주보는 수역이 400해리에 미치지 못하여 서로 중첩되는 부분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양국 간의 어로활동에 있어서의 충돌은 명약관화한 것이었으므로 이러한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양국의 공통된 인식에 입각하여 협상이 이루어진 결과 성립된 것이 이 사건 협정이라 할 것이며, 이 사건 협정은 어업에 관한 한일 양국의 이해를 타협·절충함에 있어서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일을 평가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 등의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동, p.411). Ⅲ. 청구기각 결정의 이유 비판 1. 한일어업 협정은 독도의 영유권 문제와 무관하다는 이유 비판 청구기각 결정의 이유 중에 하나는 동 협정은 독도의 영유권문제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즉 '이 사건 협정조항은 어업에 관한 협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확정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지 아니하며 … 독도의 영유권 문제나 영해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지 아니한 것은 명백하다 할 것이다(동, p.413).' 그러나 이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을 가해 볼 수 있다. (ⅰ) 동 협정은 배타적 경제수역과 무관하다고 하나, 동 협정은 한일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적용되며(제1조), 양국 간의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를 규정하고 있다(제7조). 뿐만 아니라 중간 수역과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를 규정하고 있다(제9조). 따라서 동 협정을 잠정적이지만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를 규정하고 있다. 경제수역과 무관하지 아니하다. (ⅱ) 독도를 내포하는 동해중간수역을 설정한 것(제9조 제1항)은 독도의 영유권에 관해 한일 간에 분쟁이 존재함을 묵인(acquiescence) 또는 묵시적 승인(impliedrecognition)을 한 것으로, 이는 어업문제가 아닌 영토문제를 다룬 것이다. 독도의 영토주권이 한국에 있다는 한국의 주장과 다케시마의 영토주권이 일본에 있다는 일본의 주장의 불일치로 중간수역을 설정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ⅲ) 독도를 내포하는 동해중간수역을 설정하여 독도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배제할 것(부속서Ⅰ 제2항)은 독도에 대한 한국의 주권적 권리(sovereign right)를 배제한 것으로, 이는 어업문제가 아닌 영토문제를 다룬 것이다.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연안국의 권리는 '주권적 권리'로, 이는 영토주권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ⅳ) 동해중간수역에서 기국주의를 채택하는 규정을 두어(부속서Ⅰ 제2항 가목) 독도의 영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하여 한국의 어업에 관한 관계법령을 위반한 일본어선에 대한 추적권(right of hot pursuit)을 침해한 것은 영해에 관해서는 한국의 주권(sovereignty)을 침해한 것이며, 배타적 경제수역에 관해서는 한국의 주권적 권리(sovereign right)를 침해한 것으로 된다. 이는 동 협정이 어업문제가 아닌 영토문제를 다룬 것이다. (ⅴ) 동 협정은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15조). 동 규정 중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독도의 영유권문제가 포함됨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동 협정은 영유권문제를 다룬 것이다. (ⅵ) '페드라 브랑카 사건(Pedra Branca Case)'에서 국제사법재판소는 도위주변수역에 대한 실효적 지배는 도 자체에 대한 주권의 행사(have exercised sovereign authority over Pedra Branca)로 인정했다. 따라서 독도의 주변수역인 동해 중간수역에서 일본의 어업권의 행사를 인정한 것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주권의 행사로 인정된다. 그러므로 동 협정은 독도의 영유권문제에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영유권문제와 무관하지 아니하다. 2. 중간수역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 비판 청구기각 결정의 이유 중 또 하나는 동 협정에 의해 설치된 동해중간수역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중간수역의 설정에 있어서 어느 일국의 일방적인 양보로는 보이지 않고 또한 상호간에 현저한 균형을 잃는 설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동, p.411). 그러나 이 청구기각 이유는 다음과 같은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 (ⅰ) '현저히 균형을 잃은 설정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정치적 판단이며 법적 판단이 아니다. 기각결정의 판단은 법적 판단이며 야함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ⅱ) 동해 중간수역의 설정에 있어서 한국은 독도가 아닌 울릉도를 기점으로 일본은 오끼도를 기점으로 각기 35해리 이원(以遠)에 동해 중간수역을 설정한 것이다. 현저히 균형을 잃지 아니하면 합헌적이라는 논리를 수용한다할지라도 독도를 기점으로 하지 아니한 것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다. 현저히 균형을 잃은 여부를 떠나서 울릉도를 기점으로 하고 독도를 기점으로 하지 아니한 것은 명백히 독도의 영유권을 침해한 것이다. (ⅲ) 한국의 영토인 독도만을 동해중간수역에 내재시키고 일본의 영토인 오끼도는 동해 중간수역에 내재시키지 아니한 것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다. (ⅳ) 독도를 동해 중간수역 내에 넣은 것은 독도의 영유권이 한국에 뿐만 아니라 일본에게도 있다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하는 경우에만 현저히 균형을 잃지 아니한 것으로 인정 될 수 있다. 따라서 독도의 영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주장을 수용한 동해중간수역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다. (ⅴ) 한국의 영토인 독도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동해중간수역에 의해 배제된 것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다. (ⅵ) 한국의 영토인 독도의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의 일본어선의 범법행위에 대한 동해 중간수역에서의 추적권이 배제된 것(부속서Ⅰ 제2항 가목)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다. (ⅶ) 도의 주변수역에 대한 지배는 도 자체에 대한 주권의 행사로 인정되므로, 동해 중간수역에서 일본의 어업권의 행사를 독도 자체에 대한 일본의 주권의 행사로 인정되게 된다. 따라서 동해중간수역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다. 3. 어획량의 감소는 한일어업협정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 비판 청구기각 결정의 이유 중의 또 하나는 조업수역의 축소로 인한 어획량의 감소는 동 협정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조업수역의 축소와 어획량의 감축에 따른 어민들의 손실은 이 사건 협정 조항에 의하여 초래되었다기보다는 UN해양법협약의 성립겧常옜?의한 세계 해양법 질서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동, p.415). 그러나 동 기각이유에 대해는 다음과 같은 비판을 가해 볼 수 있다. (ⅰ) 'UN해양법협약'은 헌법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의거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이나, 그것은 국내'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이며 '헌법'과 동일한 또는 헌법상위의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UN해양법협약이 헌법에 위배되게 되면 그것은 당연히 국내적 효력이 부정되는 것이다. (ⅱ) 만일 위헌인 UN해양법협약을 동 협정이 수용한 것이라면 동 협정이 헌법 위반인 것이며 동 협약이 헌법위반인 것은 아니다. (ⅲ) UN해양법 협약이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 이는 동 협정에 의해 한일간에 동 협약의 효력을 배제할 수 있는 것이다. 동 협약은 일반법이고 동 협정은 특별법이므로 향자의 효력관계는 '특별법우선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ⅳ) 청구인 등의 주장은 독도의 주변수역인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한국 어선만이 배타적으로 어획할 수 있었으나 동 협정에 대해 동해중간수역이 설정되어 동 수역에서 한국어선의 배타적 어획이 배제되고 일본 어선이 동 수역에서 어획할 수 있게 되어 청구인 등의 어획량이 감축되게 되었다는 것이며 이는 UN해양법 협약과는 무관한 것이다. 4. 한일어업협정은 불가피한 사정하에 체결된 것이라는 이유 비판 청구기각 경정의 이유 중 하나는 동 협정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체결되었다는 것이다. 즉, '… 무협정 상태에 돌입하게 되면 … 양국의 실정법이 경합적으로 적용되게 되며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회피되어야 한다는 것이 양국모두의 인식하는 바이였고 그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체결된 것이 이 사건협정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동, p.415). 그러나 이 이유는 다음과 같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ⅰ) 무협정 상태에서 충돌이 불가피한 사정하에 동 협정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동 협정이 체결될 당시의 불가피한 사정을 표현할 뿐 그러한 불가피한 사정하에서는 헌법 위반이 허용된다는 법리의 설명은 되지 못한다. (ⅱ) 불가피한 사정하에서는 헌법을 위반한 조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헌법의 명문규정이 없음은 물론 그러한 헌법이론도 없다. (ⅲ)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헌법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현실논리는 규범외적인 주장이며, 그것이 규범 내재적 주장으로 합법성과 타당성을 승인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ⅳ) 헌법 자체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헌법의 변경, 즉 헌법의 위반에 의한 헌법의 변경은 혁명이나 쿠데타의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므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불가피성을 이유로 한 헌법위반의 수용은 혁명과 쿠데타의 논리로만 설명이 가능할 수 있다. (ⅴ) 헌법상위의 규범인 근본규범(Grund Norm, basic norm)은 헌법제정 이전의 것으로 그것은 헌법제정 이후의 인간의사의 행위로 창설되는 것이 아니므로(not crated by acts of will of human beings) 동 협정체결의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불가피성은 헌법 상위의 근본규범에 포섭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상황 하에서는 헌법위반 행위가 허용된다는 논리는 정치적 상황논리는 법규범의 세계에서는 성립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Ⅳ. 결론 우리 정부가 '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함에 있어서 어업 기타 경제적 외교적 이익을 제1차적 가치를 설정하고 독도의 영유권 보전에 제2차적 가치를 설정하여 독도의 영유권이 일본에 귀속된다는 일본의 주장을 묵인내지 묵시적 승인을 하거나 또는 그 결과로 '금반언의 원칙'에 따라 독도의 영유권이 한국에 귀속된다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수용하는 과오를 범했다.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과오를 합법화하는 결정의 반복으로 헌법 수호의 본연의 임무를 방기했다는 규탄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의 과오를 합법화하는 것이 국익에 합치된다 할지라도 그것은 헌법규범 외연의 존재의 세계에서만 정치적 합리성이 승인될 수 있어도 헌법규범 내연의 당위의 세계에서는 법적 타당성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2009-12-17
변호사의 성공사례금에 대한 과세시기와 관련된 법률관계
1. 쟁점과 사안 변호사가 다수의 당사자(어촌계 회원)들로부터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하는 관행어업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사건을 위임받으면서 그 소송사건을 ‘제1심판결 확정시까지’ 수임하여 대리하되 인지대, 감정비 등 제반 소송비용은 변호사가 부담하고, 변호사 보수에 관하여는 판결 승소금액의 10%를 착수금으로, 20%를 성공사례금으로 지급받기로 약정한 후, 위 소송사건의 전 심급(대법원 환송전 및 환송후 모두 포함)을 통하여 소송대리를 수행하면서 소송사무를 처리해 오고 있는 사안에서, 제1심판결의 가집행선고에 따라 위 공사가 지급한 금원 중 일부를 변호사가 수령하여 보관한 것을 현실적으로 수입된 변호사의 확정적인 사업소득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2. 판례요지 (1) 소득세법상 소득의 귀속시기를 정하는 원칙인 권리확정주의란 과세상 소득이 실현된 때가 아닌, 권리가 발생한 때에 소득이 있는 것으로 보고 당해 연도의 소득을 산정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불확실한 소득에 대하여 장래 실현될 것을 전제로 하여 미리 과세하는 것을 허용하는 원칙이기는 하나, 그와 같은 권리확정주의에서 ‘확정’의 개념은 소득의 귀속시기에 관한 예외 없는 일반원칙으로 단정하여서는 아니되고, 구체적인 사안에 관하여 소득에 대한 관리·지배와 발생소득의 객관화 정도, 납세자금의 확보시기 등까지도 함께 고려하여 그 소득의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확정되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귀속시기를 판단하여야 한다. (2) 변호사가 소송사무를 위임받으면서 수임사건이 승소로 확정되었을 때 승소금액의 일정비율 부분을 보수로 받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소송사무의 처리가 수임사건의 승소로 확정됨으로써 완결된 때에 그 보수금 소득이 실현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판례평석 가. 문제제기 일반적으로는 보수에 대한 권리가 확정된 후에 그 보수상당액이 지급되는 바 대법원은 권리가 확정된 시점을 과세시기로 삼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고 그 사건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성공보수를 미리 지급받은 경우에는 보수에 대한 권리가 확정되기 전에 이미 보수가 지급된 것으로, 이 경우 그 성공보수에 대한 소득세 과세시기를 언제로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권리확정주의를 일관하여 당해 사건의 판결확정시를 과세시기로 삼는 입장인 바, 이러한 판례가 타당한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리 지급받은 성공보수의 과세시기 결정에 관하여 현실적으로 적용가능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그 중에서 보다 타당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 성공보수의 과세시기를 정하는 각 방법들의 가능성 검토 (1) 판결확정시를 기준으로 하는 방법 대법원은 권리확정주의를 위 판례요지 (1)과 같이 정의하면서 이를 근거로 하여 판결확정시를 변호사의 성공보수에 대한 과세시기로 삼고 있다. (2) 성공보수 지급시를 과세시기로 하는 방법 (가) 근거 이 방법은 권리주장의 원칙이나 현금주의를 이론적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또한 실정법적 근거로, 소득세법 시행령 제48조 제8호는 인적용역의 제공에 있어서 “용역대가를 지급받기로 한 날 또는 용역의 제공을 완료한 날 중 빠른 날”을 사업소득에 대한 총수입금액의 수입할 시기로 하고 있는 바,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미리 지급받은 경우 그 성공보수를 실제로 지급받은 날은 용역제공을 완료한 날보다 빠를 것이므로, 위 조항을 유추하여 성공보수를 지급받은 시기를 과세시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 문제점과 해결책 이 방법에 의할 때에는 패소확정의 경우 이미 납부한 소득세의 처리가 문제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 필요경비산입 사업소득금액은 당해연도의 총수입금액에서 이에 소요된 필요경비를 공제한 금액으로 하고(소득세법 제19조 제2항) 사업소득금액의 계산에 있어서 필요경비에 산입할 금액은 1.‘당해연도의 총수입금액에 대응하는 비용’으로서 2.‘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의 합계액으로 하는 바(소득세법 제27조 제1항), 성공보수를 판결 확정 전에 미리 받았다가 패소가 확정되어 이를 반환하는 것은 변호사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반환하는 액수가 이미 지급받은 성공보수금액에 상응한다면 이는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범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모든 비용이 특정 수익에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것은 아닌 바, 특정수익에 직접 대응하지 않는 비용도 필요경비로 인정하여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간대응” 또는 “간접대응”-일본법은 직접대응과 간접대응의 구별을 명시하여 간접대응 비용은 발생시기에 바로 인식한다.) 그렇다면 반환한 성공보수도, 비록 그것이 반환한 해의 총수입금액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 해에 지출되는 금액인 이상 간접적으로 ‘당해년도의 총수입금액에 대응하는’것으로 보아 필요경비에 산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후발적 경정청구 성공보수를 미리 지급받고 이를 소득에 포함하여 세금을 낸 후, 패소판결이 확정되어 성공보수를 반환하였다면, 이는 최초의 신고에 있어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때에 해당할 것이다. 따라서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 (3) 성공보수지급시와 판결확정시에 각각 일부씩 과세하는 방법 이 방법은 소득세법 제8조 제5호 단서의 작업진행률 기준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으나, “작업진행률”이란 당해과세기간말까지 발생한 용역의 필요경비 총누적액을 용역의 필요경비 총예정액으로 나눈 값인 바(소득세법 시행규칙 제20조 제3항 본문), 성공보수의 경우에 당해 연도에 변호사에게 발생한 총필요경비 중에서 그 성공보수에 관련된 수임사건의 필요경비를 산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고 또한 그 수임사건의 필요경비 총예정액을 산출하기도 마찬가지로 어려울 것이므로 당해사건의 필요경비를 산출하기가 극히 곤란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적용가능한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 다. 각 방법들의 타당성 검토 적용가능한 두 방법-성공보수지급시 기준과 판결확정시 기준-중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1) 당해 사건이 승소로 확정되는 경우, 판결확정시를 과세시기로 한다면 소득에 대한 과세가 연기됨으로써 변호사는 이자와 관련한 이득을 얻게 된다.(소득세율이 20%로 일정하고 이자율은 10%, 변호사가 성공보수 1000원을 2007년에 받고 2008년에 판결이 승소로 확정된 경우를 생각해 본다. 성공보수 지급시를 과세시기로 할 경우, 이 변호사는 1000원을 받고 그 해에 200원을 소득세로 납부하여 800원의 세후수입을 얻을 것이다. 이 800원을 예금하여 다음해에는 80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하고 이에 대하여 16원의 소득세를 납부하면 결국 2008년말 이 변호사의 수중에는 864원이 남는다. 승소판결확정시를 과세시기로 할 경우, 이 변호사는 1000원을 성공보수로 받아 다음해에 100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하고 이에 대하여 20원의 소득세를 납부하므로 세후이자는 80원이고, 판결확정으로 1000원에 대하여 200원의 소득세를 납부하므로, 결국 2008년말 이 변호사의 수중에는 880원이 남는다.) 판결확정이 늦어질수록 변호사의 이득은 더 커진다. 이는 변호사 개인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일 수 있으나,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소득세법의 원칙에는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판결이 승소로 확정되는 이상, 이 변호사는 성공보수를 지급받아 이를 반환하는 일 없이 계속 보유하며 이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이 점은 판결이 (성공보수를 지급받은 해와) 같은 해에 확정되든 그 이후에 확정되든 마찬가지이다. 즉 (승소확정의 경우) 실질적으로 성공보수 수입은 판결확정시기와 무관하게 발생한 셈이 된다. 그렇다면 판결확정시가 아닌 성공보수지급시를 과세시기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당해사건이 패소로 확정될 경우에는 판결확정시 기준에 의하는 것이 별다른 조치를 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편리하다. 그러나 성공보수지급시 기준에 의할 때에도 이미 납부한 소득세에 관한 구제가 가능하므로, 결론적으로는 성공보수지급시를 기준으로 하는 방법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2007-12-03
배후지 상실로 인한 영업의 간접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요건
1. 사실관계 가. 피고는 공유수면매립법에 의하여 관할장관으로부터 공유수면매립면허를 받고 간척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사업시행자이고, 원고는 관계법령에 따라 관할관청으로부터 수산제조업 신고를 하여 김가공 공장을 운영하던 자였다. 나. 원고의 위 김가공 공장 여러군데의 김양식장에서 물김을 조달받아 이를 가공해 왔는데, 그 중 일부의 김양식장이 피고의 간척사업으로 피해를 입는 것으로 판명되어 피고는 김양식장의 면허어업권자인 매향1리 어촌계에게 소멸보상을 해주었다. 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의 이건 간척사업으로 물김을 조달받는 일부 김양식장이 소멸되어 김가공 공장의 김생산량이 줄어드는 손실을 입었다며 이의 보상을 요구하였다. 라. 한편, 이 사건 간척사업전에 김양식장들이 생산해내는 물김의 연평균 총생산량은 197,463속이었고, 간척사업으로 소멸보상대상이 된 김양식장의 연평균 총생산량은 69,750속이어서 결국 원고의 김가공공장은 피고의 간척사업으로 35.32%〔(69,750×100)÷197,463〕에 해당되는 물김을 조달받지 못하게 되었다(즉, 소위 영업배후지상실률이 35.32%에 이른 것임). 2. 보상의 근거규정 가. 원고의 위와 같은 영업손실 또는 손해는 이 사건 간척사업 시행으로 인하여 직접 피해를 받는 손실은 아니다. 즉, 원고의 이 사건 김가공 공장은 간척사업을 하는 사업지구 밖에 위치하고 있으나 물김을 조달 받는 김양식장 중 일부의 김양식장이 피고의 이건 간척사업으로 소멸보상을 받아 물김의 공급에 부족을 가져왔을 뿐인 것이다. 한편, 이 사건 간척사업의 근거법령인 공유수면매립법은 어업권자 또는 수산업법 제4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입어자에 대한 손실보상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동법 제17조, 제16조 제1항, 제6조 참조) 위와 같은 영업상의 간접손실을 보상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보상근거규정이 무엇인지 문제된다 할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공공사업으로 인한 영업의 간접손실에 대하여 관련법령에서 이를 보상하는 규정이 없다하더라도, 공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영업의 간접손실이 발생하리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고, 그 손실의 범위도 구체적으로 이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 손실의 보상에 관하여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시행규칙(1991. 10. 28. 건설부령 제493호로 개정된 것. 이하 공특법시행규칙이라 한다. 위 시행규칙의 모법인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은 2003. 1. 1.부터 시행된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에 따라 폐지되었다) 제23조의5 등의 간접보상에 관한 규정들을 유추적용하여 이를 보상할 수 있다고 수차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9. 6. 11. 선고 97다56150 판결,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38038 판결, 1998. 1. 20. 선고 95다29161 판결 등 참조). 다. 결론적으로 원고와 사업시행자인 피고사이에 그 보상에 관하여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 하더라고 공특법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영업의 간접손실보상에 관한 규정을 충족시킨다면 동규칙을 유추적용하여 보상청구권이 발생한다 할 것이다. 3. 공특법 시행규칙 제23조의 5 소정의 ‘영업배후지의 3분의 2 이상을 상실’한다는 것의 의미 가. 구공특법 시행규칙 제23조의5는 ‘공공사업시행지구 밖에서 관계법령에 의하여 면허 또는 허가등을 받거나 신고를 하고 영업을 하고 있는 자가 공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그 배후지의 3분의 2 이상이 상실되어 영업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24조 및 제25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손실액을 평가하여 보상한다’라고 규정하고(위 시행규칙을 대체한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시행규칙 제64조도‘…배후지의 3분의 2 이상이 상실되어 당해 장소에서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영업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해 영업을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되는 것으로 보아 보상하여야 한다’라고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음) 있는바, 여기서 그 배후지의 3분의 2 이상이 상실되어 영업을 할 수 없는 경우의 구체적 의미가 무엇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나.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피고의 간척사업으로 원고의 김가공 공장에 물김을 조달하는 일부 김양식장이 피해를 보았고, 이로 인한 영업배후지 상실률이 2/3에 미치지 못하고 35.32%에 그친다하더라도 이것만으로도 영업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으므로 영업폐지에 준하여 손실보상을 해야하고, 가사 그렇지않다하더라도 영업배후지 상실률에 상응하는 영업손실을 보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 즉, 헌법 제23조 제3항, 구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 제3조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구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시행규칙(2003. 1. 1. 건설교통부령 제344호로 폐지된 것, 이하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23조의 5를 해석함에 있어 영업 배후지의 3분의 2 이상을 상실한다는 것은 영업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어서 전체 영업의 폐지에 준하여 손실을 보상받는 경우의 예시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비록 영업 배후지의 3분의 2 이상을 상실한 경우가 아니라도 손익분기점을 하회하여 영업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전체 영업의 폐지에 준하여 손실보상을 받아야 하고,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배후지 상실률에 따른 손실보상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3) 더 나아가, 위 시행규칙이 영업배후지 상실률이 2/3이상이 되어야만 손실보상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규칙이라면 동 규칙은 손실보상에 관한 기본법리를 천명하고 있는 헌법 제23조 제3항, 구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 제3조,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등에 위반되는 무효인 규칙이라고 주장하였다. 다. 원심의 판단 (1) 원심은 공특법 시행규칙 제23조의 5는 그 문언상 공공사업시행지구 밖의 영업이라 하더라도 배후지의 3분의 2 이상 상실되고 그 결과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 비로소 공공사업시행지구 안의 영업으로 보아 그와 동일하게 손실보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즉, 원고의 주장처럼 배후지의 3분의 2 이상을 상실하는 것을 단순히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를 나타내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 법 규정의 문언이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의미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3) 더구나 손익분기점은 영업의 종류나 영업자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므로 원고의 주장과 같이 손익분기점만을 기준으로 하여 영업폐지에 따른 손실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거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라.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공특법시행규칙 제23조의5는 영업 배후지의 3분의 2 이상이 상실되어 영업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손실보상의 대상이 되도록 하고 있는바, 이 사건 간척사업으로 인한 영업 배후지 상실률은 원고들의 김가공 공장의 경우 35.32%에 불과하다는 것이므로, 그 영업손실은 위 시행규칙에 따른 손실보상의 대상이 되지 않고, 더 나아가 위 조항이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제1항, 손실보상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3조 제3항 및 구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2002. 2. 4. 법률 제6656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하여, 원심과 같이 규칙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하였고, 더 나아가 위 규칙이 위헌이나 위법인 규칙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4. 결어 가. 생각건대, 손실보상의 기본정신은 공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어떤 개인이 특별한 희생을 당하는 경우에 이를 보상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재산권보장원칙 및 공평부담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려고 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할 것이다. 이러한 손실보상에 관한 기본정신에 비추어 볼 때 영업배후지 상실률 2/3를 기준으로 그 이상은 특별한 희생이 되어 손실보상이 되고, 그 미만의 경우에는 특별한 희생이 되지 않아 손실보상이 되지 않는다는 규칙은 어느모로 보나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라 할 것이다. 즉, 공공사업의 시행으로 영업을 할 수 없거나 제한을 받는 것이 명확하고 그 손실의 범위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다면 영업배후지 상실률과 관계없이 이를 특별한 희생이라고 보아서 손실보상을 하여야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영업배후지 상실률이 2/3이상이고 영업손실이 발생했을때만 특별한 희생이 되어 그 손실을 보상할 수 있다는 법리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할 것이다. 나. 만약에, 위 공특법 시행규칙 제23조의 5에서 말하는 영업배후지 3분의 2 요건을 예시적인 것이 아니고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요건이라고 보아야 한다면, 위 규칙은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제1항, 손실보상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3조 제3항 및 구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2002. 2. 4. 법률 제6656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에 위반되는 무효인 규칙이라 할 것이다. 즉, 영업의 직접손실이건 간접손실이건 공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면 이러한 희생을 특별한 희생이라고 보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고, 공공사업의 시행으로 영업이 손해를 보는 것이 명백하다면(즉, 공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손실이 발생하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고, 그 손실의 범위도 구체적으로 이를 특정할 수 있다면) 직접손실이건 간접손실이건 이를 달리 취급할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물론, 이상과 같은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입법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할 것이다. 생각컨대, 공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손실이 발생하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고, 그 손실의 범위도 구체적으로 이를 특정할 수 있다면 영업배후지상실률에 관계없이 그 손실을 보상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손실보상에 관한 기본법리에 가장 부합되는 입법이라 할 것이다.
2006-10-12
공해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
I. 事案의 槪要 한국전력공사는 1983. 3.경부터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소재 서해안 부근에 서천화력발전소를 설치, 가동하여 오고 있다. 피해자들은 서천화력발전소로부터 2 내지 8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서면 앞바다인 비인만 해역에서 김양식어업에 종사하여 왔다. 서천발전소에서는 발전기를 냉각시키는 공정에서 온배수를 배출한다. 서천발전소는 1983. 3. 가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이 온배수를 배수구를 통하여 인근 바다로 배출하여 왔고, 그 배출량은 발전량의 증가와 함께 매년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왔다. 김은 저온성 생물로서 수온상승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피해자들 주장에 의하면, 위 온배수가 해류를 따라 밀물시에 하루 6시간씩 피해자들의 김양식어장에 유입되어 해수온도를 상승시켰고, 그로 인하여 수온상승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아 그곳의 김수확량이 현저히 감소되었다. 서천발전소의 온배수 배출로 인한 김수확량 감소가 처음 문제된 것은 1986년이었다. 당시의 피해자들(이하 ‘1987년 피해자들’이라 함)은 1983. 3. 서천화력발전소의 가동이 시작된 이후 김수확량이 감소되었다는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요구하였고, 가해자는 1987년 피해자들의 동의 하에 군산수산전문대학교 부설연구소에 용역조사를 맡겨, 1987년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피해액이 산정되었다. 그리고 이 용역조사결과에 따라 1987년 피해자들은 원고로부터 피해배상금 및 지원금으로 1,520,000,000원을 지급받으면서 비인만 해역 김양식 피해를 원인으로 한 나머지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권리포기조항을 포함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이하 ‘1987년 손해배상합의’라 함). 그런데, 1987년 피해자들을 포함하여, 피해자들은 그 후 온배수 배출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피해지역이 확대되어 왔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하여 왔다. 특히 1993년산 수확량의 급격한 감소를 문제삼았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러한 온배수 배출량 증가와 피해지역 확대는 1987. 11. 24.자 합의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추가손해에 해당하므로, 1987. 11. 24.자 합의에도 불구하고 배상청구할 수 있다고 다투었다. 판결요지 과거는 물론 앞으로 영구적으로 피해보상에 관하여 일체의 민형사상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 권리포기조항은 합의당시 실제로 예측이 되었던 손해만을 포기한 것으로 한정해석, 합의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손해에 해당하는 것은 그 실 손해액을 배상청구 할 수 있다. 연구요지 대상판결은 예견가능성까지 정면으로 부정하기 곤란하므로 실제 예견여부를 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기준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으며 또 연도에 따라 책임액 제한을 달리 인정한 것이 타당한 지도 역시 의문이다 . II. 各級法院의 判斷 대상사건의 심리에 있어서는 인과관계의 유무도 문제되었는데, 각급법원은 피해자의 과실 내지 자연력의 기여분에 대한 판단에 있어 다소 차이를 보였으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는 일치된 태도를 보였다. 그 근거는 원인물질의 배출, 원인물질의 유해성, 원인물질의 피해물건에의 도달, 그리고 손해의 발생이라는 간접사실이 각각 입증되었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사실상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1. 一審判決(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1995. 12. 22. 선고 93가합1753, 2428) 1심법원은 1987년 손해배상합의에 의하여 ‘……과거분은 물론이고 앞으로 영구적으로 원고를 상대로 하여 위 비인만 해역의 김양식장에 대한 피해보상에 관하여 일체의 민, 형사상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사실은 인정이 된다……’고 하면서도, 1987. 11. 24.자 합의서에 포함되어 있는 권리포기조항은 그 합의 당시에 실제로 예측하였던 손해만을 포기한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위 1987. 11. 24.자 합의는 당시의 온배수 배출량을 고정적으로 유지할 경우 나타날 김수확량감소율을 전제로 한 합의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1993년산 김양식 흉작은 1987. 11. 24.자 합의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하였던 추가손해에 해당하므로,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그 실손해액 전부를 배상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과, 1심법원은 원고의 채무부존재확인청구를 전부기각하고, 피고(반소원고)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과실상계 및 손익상계를 인정하여, 일반적으로는 총 10%의, 1987년 합의서에 의하여 배상받은 해당 어장에 관해서는 총 20%의 책임제한을 인정하였다. 즉, 그 근거의 하나로서 ‘……피고들은 위 1차 분쟁 당시 위 군산수산전문대학 수산과학연구소의 용역조사결과에 따라 위 발전소로부터 배출되는 온배수가 위 비인만 해역에 유입되어 김의 생육에 치명적인 요인이 되는 해수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미 알았기 때문에 그후 원고가 위 발전소의 발전량을 늘릴 경우에는 온배수 배출량이 증가하여 위 온배수의 영향권 즉 피해해역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사정을 들었다. 2. 原審判決(대전고등법원 2000. 10. 25. 선고 96나738, 745 판결) 항소심에서는 인과관계 및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의 범위에 관한 1심법원의 법률론 및 사실판단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만, 책임액을 제한함에 있어서는 손익상계에 대한 언급을 없애고, 과실상계만을 근거로 하였다. 그리고, 과실상계의 근거로서, 자연적 요인과 함께 피해자들이 손해발생가능성을 ‘이미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사항의 하나로 언급하였다. 그리고, 책임제한의 비율을 다소 높여, 대개 20%(1987년 손해배상합의에서 문제되었던 어장의 경우에는 30%)로 정하였다. 3. 對象判決 대법원에서도 인과관계 및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의 범위에 관하여 1심법원과 항소심 법원의 태도를 지지하였다. 원고의 상고는 기각되었다. 손해배상합의에 포함된 권리포기조항의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서는 항소심법원의 판시를 인용하면서 이를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책임액제한에 관해서도 항소심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지지하되, 근거설시에 있어서는 자연적 요인만을 근거로 하고, 피해자들의 예견 내지 예견가능성이라는 점은 고려대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과실상계’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III. 評釋 1. 損害賠償合意의 拘束力이 미치는 法律關係의 범위에 관한 일반론: 교통사고·의료사고에 관한 판례의 태도를 중심으로 (1) 문제제기 교통사고나 의료사고가 발생한 후 당해 교통사고나 의료사고 등으로 인한 일체의 손해에 관한 배타적 합의손해배상의 합의를 작성하는 예가 많다. 그런데, 그 합의 당시에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후유증에 대해서도 그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이 미치는가 라는 문제가 드물지 않게 등장한다. 교통사고나 의료사고에 관해서는, 손해배상합의 당시 피해자가 예견할 수 없었고 따라서 실제로도 예견하지 못한 후유증에 대해서는 손해배상합의의 구속력이 미치도록 한다는 의사 없이 손해배상합의에 이르는 것이 보통이라는 의사해석의 원칙이 판례에 의하여 확립됨으로써 이 문제가 해결되어 왔다. 公害不法行爲의 경우에도 이미 벌어진 공해물질 배출행위로 인한 후유증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의사해석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가해자의 영업행위에 수반되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유해물질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사안유형에서는 문제상황이 다르다. 손해배상합의의 당사자는 향후에 동일양상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손해배상합의를 한 것으로 의사해석할 것인가? 이와 같이 의사해석되는 경우에도, 손해배상합의 이후 유해물질의 배출량이 늘어나는 등의 이유로 인하여 손해발생의 정도가 확대되는 경우에 관해서는 손해배상합의를 어떻게 의사해석해야 할 것인가? 아래에서는 교통사고와 의료사고를 중심으로 발전되어 온 판례의 법률론을 먼저 개관한다. (2) 權利抛棄約定의 制限的 解釋: 不測의 後發損害論 교통사고와 의료사고 인한 후유증에 관해서는, 판례의 법률론이 매우 유효적절한 도구로서 이용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즉, 교통사고나 의료사고에 대하여 손해배상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측의 후유증에 대하여 추가로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배상액의 합의당시에 당사자 사이에 배상범위내에 들어갈 손해에 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의사일치가 있었어야 하며, 후발손해는 합의 당시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에게 예견불가능하였어야 하며, 그 후발손해는 객관적으로 볼 때 피해자가 그 사실을 당시에 알았더라면 그러한 금액으로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될 정도로 중대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70. 8. 31. 선고 70다1284 판결; 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다423 판결 등). (3) 權利抛棄約定의 解釋上 否定: 損害賠償金의 一部支給論 손해배상합의에 권리포기약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할 것인지 문제되는 경우 이를 해석에 의하여 부정하고, 당해 손해배상합의에 근거하여 지급된 손해배상금은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미리 지급한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론이 타당한 경우도 있다.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14108 판결은 이러한 해석론을 적용한 예이다. (4) 錯誤를 이유로 한 取消 손해배상합의도 화해의 일종이므로 민법 제733조 단서의 소정범위 내에서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상사건과 같이 가해자가 장래에 새로 행하는 가해행위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그런 후발손해의 발생 여하는 가해자의 의사라고 하는 주관적인 요소에 달린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가해자의 의사 여하에 대하여 일방당사자가 착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취소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추가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5) 不公正行爲 대상사건에서 1987년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대하여 공동보조를 취하고, 가해자로 하여금 가해자의 비용으로 조사용역을 의뢰하게 하였으며, 가해자, 피해자 쌍방이 모두 조사용역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여 손해배상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법 제103조의 불공정행위를 주장하기는 어려운 경우로 보인다. 2. 對象判決의 檢討 가. 實際 豫見與否를 기준으로 하는 不測의 後發損害論 대상판결은 不測의 後發損害論에 따라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1987년 손해배상합의에 의하여 전혀 영향받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요건에 대한 설시는 교통사고 및 의료사고에 대한 기존 판례의 설시와 지극히 흡사하다. 다만, 1987. 11. 24.자 합의서에 포함되어 있는 권리포기조항은 그 합의 당시에 실제로 예측하였던 손해만을 포기한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상판결의 태도이다(1심법원, 항소심법원도 동지). 따라서, 손해배상합의 당시 피해자의 예견가능성 여하는 문제되지 않는다. 1심법원에서는 피해자들의 예견가능성이 있었음을 지적하여 과실상계의 이유로 삼은 부분이 있기는 하나, 항소심법원 및 대법원은 과실상계가 아니라 자연적 요인을 고려한 책임액 제한이라고 성질규정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논리적 일관성을 기하고자 한 듯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기존의 손해배상합의시에 나타나고 있던 온배수배출량이 ‘고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만 예상하였고, 결코 그 이상 조금도 온배수배출량이 증가하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다는 의사해석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서천화력발전소의 온배수배출량은 차차 증가하여 왔으며 그 점을 1987년 피해자들이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상판결은 예견가능성까지 정면으로 부정하기 곤란하므로 실제 예견여부를 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것이 타당한 기준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나. 責任額制限論 대상판결은 책임액제한을 인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우회적으로 공해불법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형평을 기하고자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대법원의 판지를 선해한다면, 다음과 같은 법률론으로 볼 수도 있다. 첫째, 이 사건과 같이 장래 가해행위(특히 그 폭)가 가해자의 의사에 달려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예견 내지 예견가능성을 이유로 한 과실상계는 인정할 수 없다. 둘째, 이처럼 인과관계 여하가 다소 불분명한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일단 긍정하되, 자연적 요인을 비율적으로 배제하여 책임액을 제한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근거에 기한 책임액 제한은 1987년 피해자와 기타의 피해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인데, 이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한편, 대법원은 1987년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30%의 책임액 제한을, 기타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20%의 책임액 제한을 인정하였는데, 책임액제한이 자연적 요인에만 근거를 둔 것이라면, 이는 그 타당성은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온배수 배출지점으로부터 가까운 곳(1987년 피해자들 해당구역)일수록 자연적 요인이 작용할 여지가 적고, 먼 곳(기타 피해자들 해당구역)일수록 자연적 요인이 작용할 여지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3. 對象判決의 意思解釋論에 대한 代案 향후 가해자의 계속적 영업활동 등으로 인하여 지속될 것임이 예상되고, 따라서 향후의 배출량의 지속적 증가가 예상되는 공해불법행위에 대해서 손해배상합의를 하면서 향후의 손해배상청구를 영구적으로 포기한다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을 때 이러한 손해배상합의를 어떻게 의사해석할 것인가? 이러한 형태의 공해불법행위의 경우에는 손해배상합의에 표시된 당사자의 효과의사 자체를 보다 면밀히 해석하는 일이 더욱 절실히 요청되며, 또한 실제 사례의 해결에 있어서도 유효적절한 해결방법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의사해석이 유력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첫째, 손해배상합의 당시의 공해물질 배출량이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한(또는 그로 인한 손해의 범위가 손해배상합의 당시의 수준으로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한) 일체의 향후손해의 배상청구권은 포기한다. 둘째, 그 범위내인 한 향후손해가 그보다 적게 발생하거나 아예 방지된다 하더라도 가해자는 이 손해배상합의에 여전히 구속된다. 셋째, 반면에 그 범위를 넘는 손해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손해배상의 합의도, 권리포기의 약정도 아직 성립되어 있지 않다. 다만, 손해배상합의의 의사해석 여하는 구체적인 사례별로 상이할 수 있음은 재언을 요하지 않는다.
2003-06-26
영일군과 정부간의 권한쟁의
I. 事件의 槪要 (1) 청구외 甲과 乙은 1983. 10. 6. 경북도지사로부터 각자 포항시 항계 내에 유효기간 10년의 정치망어업면허를 받고 어업 중 그 기한이 임박하자, 영일군수(도지사의 어업면허 유효기간연장 허가권한은 도조례에 의하여 군수에게 위임됨)에게 구 수산업법 제14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어업면허의 유효기간연장 허가신청을 하였다. (2) 영일군수는 동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1993. 7. 21. 포항지방해운항만청장에게 그 유효기간에 관한 협의를 요청하자, 위 항만청장은 입출항선박의 항행과 교통방해 및 추진중인 포항항광역개발사업 시행에의 영향 등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유효기간 연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회신하였다. 영일군수는 바로 위 항만청장에게 재검토를 요청하였으나 다시 부동의 회신을 받았다. 이에 영일군수는 8. 30. 甲과 乙에게 이 사건 어업면허의 유효기간연장을 불허가하는 처분을 하였다. (3) 甲과 乙은 경북도지사에게 동법 제81조 제1항에 의하여 이 사건 어업면허 유효기간연장 불허가처분에 따른 손실보상을 청구하였고, 경북도지사는 1994. 3. 甲에게 19억원 乙에게 11억원의 보상금을 결정 통지하였다가, 1995. 9. 이를 각 8억원과 5억5천만원으로 재조정 통지하였다. (4) 경북도지사는 1994. 3. 위 항만청장에게 동법 제81조 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어업면허의 유효기간연장에 부동의한 피청구인이 수익자로서 위 보상금을 지급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위 항만청장은 보상금지급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통보서를 보냈다. (5) 이에 영일군(후에 포항시에 통합됨)은 1994. 5. 16. 위 보상금 지급업무는 피청구인(정부)의 직무범위에 속하고 피청구인이 그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으나 1998. 6. 25. 각하되었다. II. 決定理由의 要旨 (1) 지방자치단체인 청구인(포항시=구 영일군)이 국가기관인 피청구인(정부)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려면 「청구인과 피청구인 상호간에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한 다툼」이 있어야 하고,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 (2) 이 사건 분쟁의 본질은 어업면허 유효기간연장의 불허가 처분으로 인한 어업권자에 대한 손실보상금채무를 처분을 행한 청구인이 부담할 것인가 아니면 그 기간연장에 동의하지 아니한 피청구인이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와 같은 다툼은 유효기간연장의 불허가처분으로 인한 「손실보상금 지급권한의 존부 및 범위」 자체에 관한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의 직접적인 다툼」이 아니라, 그 손실보상금 채무를 둘러싸고 어업권자와 청구인, 어업권자와 피청구인 사이의 단순한 채권채무관계의 분쟁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인이 피청구인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3) 가사 피청구인이 이 사건 불허가처분으로 인한 손실보상금채무의 채무자로서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피청구인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과 청구인이 그 채무를 이행하는 것과는 법률상 전혀 별개의 문제로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피청구인의 부작위인 채무불이행이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III. 硏 究1. 意 義 지방자치제도의 실질적 정착을 위하여 무엇보다 지방재정의 안정적 확충이 요구된다. 안정적 지방재정은 일면 자치단체 스스로의 재정고권이 기한 법령의 범위안에서의 재원확보와 타면 균형적 국가발전을 위한 정부로부터의 지방교부금 등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별 사업의 시행을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국가와 지방간의 비용부담관계에 관한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도 불필요한 비용부담을 예방할 수 있어 지방자치의 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당해 사업의 성질과 그 이익 귀속의 주체 및 법조의 체계적 해석에 따라 근본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검토대상인 본 사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존립을 결정짓는 중요한 것임과 동시에 많은 쟁점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헌법재판소는 충분한 이유의 제시없이 단순히 각하결정에 이르고 있어 그 결정태도에 대한 분석 평가의 필요성이 요청되고 있다. 2. 爭點의 所在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이 사건 어업면허의 유효기간연장 불허가처분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청구외 甲과 乙에게 지급하지 아니하고 있는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본안판단에 앞서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적법요건으로 양 당사자간에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한 다툼일 것 및 청구인의 권한침해·현저한 침해위험성이 존재할 것등을 확정한 후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한다툼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청구인의 주장이 ① 권한다툼인지 아니면 단 ② 권한다툼이라면 청구인에 대한 권한침해·현저한 침해위험성의 존재 여부가 그 쟁점이 된다. 3. 權限에 관한 다툼인지 여부 (1) 청구인은 다음의 이유로 이사건 다툼의 성질이 「권한」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곧 ① 청구인은 「국가기관」인 포항지방해운항만청장의 요청에 따라 선박의 항행, 포항항광역개발사업 등에 필요하다는 사유로 이 사건 어업면허의 유효기간연장을 허가하지 아니하였다. ② 그런데 피청구인은 「수익자」로서 불허가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또한 불허가를 요청한 행정관청으로서도 그 손실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투면서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③ 만일 피청구인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청구인이 이를 부담하게 된다면 재정이 빈약한 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어업면허를 포함한 8건의 손실보상금으로 예상되는 수백억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재정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고, 이 사건이 손실보상금 지급채무의 주채무자가 누구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손실보상금의 지급사무가 청구인과 피청구인 중 누구에게 속하는가에 관한 문제, 즉 권한의 문제이므로 권한쟁의심판으로 다툴 사안이라는 것이다. 한편 피청구인은 다음의 이유로 「권한」다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곧 ① 피청구인이 어업권자에 대하여 손실보상금 채무를 지는가 여부는 피청구인과 어업권자 사이의 문제이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는 문제는 아니고, 어업권자에 대한 손실보상금 채무의 귀속은 민사소송절차 또는 행정소송의 기관소송절차에서 다툴 문제이다. ② 이 사건 어업면허의 유효기간연장 불허가처분은 청구인이 한 것이고, 구 수산업법 제61조 내지 제64조에 의하면 손실보상금의 지급사무는 처분청인 청구인의 직무범위에 속하며, 피청구인이 이 사건 어업면허의 유효기간연장에 부동의함으로써 청구인의 어떠한 권한이 침해되었는지도 불분명한 안에 대한 청구로서 부적법하다고 한다. (2) 먼저 기초단체장의 어업면허 유효기간연장 허가권한이 어느 사무에 속하는지가 문제된다. 구 수산업법 제8조에서 시·도지사에 속한 위 유효기간연장 허가권한은 동법 제92조의 위임에 따른 동령 제73조 제2항 제4호에서 기초단체장에게 위임되어 있다. 따라서 군수의 위 유효기간연장 허가권한은 법령에 의한 기관위임사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그러나 법령상 단체위임사무와 기관위임사무는 구분이 어렵고, 기관위임사무라 하더라도 비용부담은 당해 자치단체가 지게 된다는 점에서 구별의 실익은 적다). 도조례로써 군수에게 위임되었다고 보는 것은 위 법령 각 조항에 의한 위임을 철차적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하므로 옳지 못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유효기간연장 불허가처분에 기한 손실보상금 지급사무는 단체위임사무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지만 어느 경우든 지방자치법 제132조 단서가 인정한 견련성원칙(Konnexitatsprinzip)에 따라 당해 사무를 위임한 기관인 시·도지사가 그 경비를 부담하여야 한다. 여기서 견련성원칙이란 업무의 배분을 전제로 하여 그에 상응하는 재정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으로서 곧 경비지출을 결정한 자가 경비의 부담을 져야 한다는 유발책임원칙(Veranlassungsprinzip)을 배경으로 한다(독일기본법 제104a조 제1항). 견련성원칙은 결정책임과 재정부담이 동일주체에게 귀속되어야 하고 동시에 모든 공공주체로 하여금 자신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다른 공공주체에 부담시키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북도지사는 단체위임사무와 기관위임사무를 구분하지 않고 당연히 위임자치단체로서 위 사무에 대한 경비를 부담하여야 한다. (3) 한편 위 유효기간연장 허가권한이 법령상 기초단체장에게 위임되어 있다는 점에서 권한위임에 해당되고 이 경우에는 수임관청인 기초단체장이 그 행위에 대한 책임도 부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이유로 경비부담의무는 시·도지사가 아닌 기초단체장에게 귀속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권한위임의 법리에 의하면 위 주장이 타당하겠지만 본건의 경우는 동의하기 어렵다. 甲과 乙에 대한 어업면허는 법령상 어업면허권한 및 유효기간연장 허가권한이 전적으로 「시·도지사」에게 귀속되어 있었던 당시에 발생한 사실이고 甲과 乙이 유효기간연장 허가신청을 한 때를 즈음하여 위 면허권한 및 유효기간연장 허가권한이 기초단체장에게 위임하는 규정의 신설(동령 제73조 제2항 제1호, 제4호; 1993. 6. 19)로써 기초단체장에게 귀속되게 되었기 때문이다(갑과 을이 손실보상청구를 영일군수가 아닌 구법에 의한 경북도지사에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법에 의하면 영일군수에게 보상청구를 하고 영일군수가 그 보상금액의 확정을 경북도지사에게 요청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는 위 각 권한이 도지사로부터 기초단체장에게 위임되기 이전의 문제로서 구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사무이자 시·도지사가 부담해야 하는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다. 결국 법령상 지방사무로의 권한위임을 하면서 종래 시행한 시·도사무로 인한 비용부담이 고스란히 수임 기초자치단체에게 떠맡겨지는 것이 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4) 또한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의 다툼이 직접적인 권한다툼인가도 문제된다. 이를 부정하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형식논리에 입각한 것으로서, 외견상 비록 어업권자와 청구인, 어업권자와 피청구인 사이의 단순한 채권채무관계의 분쟁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실질적으로 보든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 이른바 「권한의 주관화법리」(헌법재판실무제요, 헌법재판소, 1998, 201면)에서 보든 직접관련성이 인정되는 권한의 문제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역시 「수산업법 제81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하여 보상을 청구하려는 자는 행정관청이 그 보상청구를 거부한 경우 … 어업면허에 대한 「처분을 한 행정청(또는 그 처분을 요청한 행정관청)」이 속한 권리주체인 지방자치단체 또는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손실보상금 지급청구를 하여야 한다」(대판 1996.7.26. 94누13848)고 하고 있으므로 어업권자는 처분청인 영일군수(이 사안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실질적 권한위임주체인 경북도지사) 또는 처분요청관청인 포항지방해운항만청장에게 선택적으로 손실보상금지급청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판례에 의하더라도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비용부담의무가 어업권자의 선택적 손실보상금지급청구에 따라 좌우되게 되어 결과적으로 청구인과 피청구인간의 직접적인 권한의 다툼으로 귀착된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청구인과 피청구인간에는 구 수산업법 제81조 제1항 제1호 및 제2항을 매개로 하여 견련성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즉 어업면허 유효기간연장 불허가처분에 의하여 손실을 입은 자는 그 처분을 행한 행정관청에 대하여 보상청구를 할 수 있으며(동조항 제1호), 위 처분으로 인한 수익자가 있을 때에는 당해 처분을 한 행정관청은 그 수익자로 하여금 그 받은 이익의 범위안에서 보상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동조 제2항). 그리고 피청구인이 유효기간연장 부동의사유로 든 선박의 항행과 교통방해 및 공익사업 시행상의 장해우려 등(동법 제34조 제1항 제4호 및 제5호)은 동조항 제1호에서 요보상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또한 동령 제64조 제1항에서도 위 보상금은 그 금액의 결정일부터 1년이내에 「당해처분을 행한 행정관청(다른 행정관청의 요청에 의하여 처분을 한 경우에는 이를 요청한 행정관청)이 이를 지급한다」고 하고 있어 경련성원칙이 적용됨을 분명히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영일군수의 불허가처분은 직접적으로 위 각 조항에 따른 연장불가회신에 기한 것이다. 따라서 수산업법 제81조 제1항 제1호와 제2항 및 동령 제64조 제1항에 의하여 청구인과 피청구인간에는 단순한 간접적 다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권한다툼으로서의 직접관련성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4. 權限侵害·현저한 侵害危險性의 존재 여부 이 사안은 청구인과 피청구인간의 직접적인 권한다툼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피청구인의 손실보상금지금의무불이행이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현저한 침해위험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현저히 부족한 재정형편과 청구인의 경우만 하더라도 유사분쟁이 도합 8건에 이르러 수백억원의 보상금지급으로 인한 재정피폐의 가능성과 어업면허만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의 유사규정으로 인하여 지방자치단체에 단순히 부담만 부과하면서 재정지원이 전혀 없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어 지방자치단체의 붕괴와 함께 헌법상의 지방자치제의 보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보상금지급의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적어도 현저한 침해위험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5. 結 論 본건은 많은 쟁점을 내포하고 있는 사안임에도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문을 너무 단순화하여 분쟁의 배경에 기한 문제의소지를 은폐한 듯한 감이 있어 우려의 시각을 지울 수 없다. 어업면허와 그 유효기간연장 허가권한 및 보상금지급사무 등이 지방자치단체의 어떠한 사무에 속하는지 그리고 그 권한 및 사무가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인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만연히 일정한 예단에 기초하여 결론을 도출한 듯 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는 본건 판단에서 문리적 형식논리에 의하여 관련규정을 해석함으로써 지방자치제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이 회의적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의 정착에 역행하는 판례로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것도 1인의 반대의견도 없이 이루어진 단순 전원일치 각하결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합의방식에까지 회의를 갖게 한다. 결론적으로 본건은 견련성원칙이 적용되어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인정되는 권한다툼의 문제로 보아 권한쟁의심판으로써 판단하였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1998-10-19
수산업협동조합공제료납입지체와 실효약관
法律新聞 2605호 법률신문사 水産業協同組合共濟料納入遲滯와 失效約款 일자:1996.12.20 번호:96다23818 鄭鎭世 홍익대법학교수 법학박사 ============ 14면 ============ 【사 실】 「原告는 1993년12월1일 被告(水産業協同組合中央會)와 사이에 原告 所有의 근해 채낚기 漁船인 제108 해성호(총톤수 89톤)에 관하여 被共濟者는 原告, 共濟對象은 위 船舶이 海上에서 海上 固有의 危險인 沈沒·坐礁·衝突·風波의 이상한 作用에 의한 損傷·救助등에 의한 事故로 인한 損害, 共濟加入金額은 금2억7천만원, 共濟期間은 1993년12월2일부터 1994년12월1일가지, 共濟料는 금5백7만8천7백원으로 하되, 契約당일 제1회 共濟料는 금2백3만1천4백80만원을, 1994년3월1일과 같은해 6월1일에 제2, 3회 共濟料로 각 금1백52만3천6백10원을 納入하기로 하는 내용의 漁船普通共濟契約을 체결」하였는데,「위 共濟契約 締結 당시 原告는 被告와 사이에 漁船普通共濟約款에 따라 제2회 이후의 分納 共濟料에 대하여는 約定 納入期日의 다음날부터 起算하여 14일간의 納入猶豫期間을 두고, 原告가 그 猶豫期間의 末日까지 分納 共濟料를 納入하지 아니하면 猶豫期間이 끝나는 날의 다음날부터 共濟契約은 效力을 喪失하되, 共濟契約이 失效된 후에도 納入期日이 經過한 未納入 共濟料를 納入한 때에는 共濟契約은 有效하게 繼續되고 다만 被告는 共濟契約의 效力이 상실된 때로부터 未納入 分納 共濟料 受納日까지 사이에 발생한 事故에 대하여는 補償責任을 부담하지 아니하기로 約定」(失效約款)하였다.「原告는 위 共濟契約체결 당일 被告에게 제1회 共濟料를 納入하였으나 제2회 分納 共濟料 금1백52만3천6백10원은 그 納入猶豫期間이 經過한 뒤에도 納入하지 않고 있었는데, 위 해성호는 1994년5월15일 09시55분경 海上에서 操業을 마치고 歸港하던 중 颱風으로 인한 氣象惡化로 顚覆되어 沈沒」하였다. 原告는 (1)「이 사건 失效約款이 商法 제650조 제2항의 契約解止要件을 緩和하여 保險契約者에게 不利益하게 變更하는 것으로 商法 제663조에 의하여」그리고 (2)「約款의規制에관한法律 제9조 제2호에 따라」無效라고 主張하면서, 被告에 대하여 保險金을 請求하였다. 이에 대하여「被告는 原告의 代理人인 소외 이상열에게 제2차 分納 共濟料 納入期日 後인 1993년4월21일 및 같은해 5월3일 共濟料 納入을 各 催告하고, 催告 당시 失效約款上 猶豫期間 經過時까지 分納 共濟料를 納入하지 않을 때에는 契約이 失效된다는 것을 설명하였으므로 被告로서는 契約解止 豫告附 催告를 한 것이고, 따라서 原告가 위 催告 後 相當한 期間이 지나도록 分納 共濟料를 納入하지 아니하였으니 이 사건 共濟契約은 適法히 解止되어 그 效力이 없으며」,「이 사건 實效約款이 無效라고 하더라도 數次에 걸친 被告의 分納 共濟料 納入 勸誘에도 불구하고 原告가 이를 納入하지 않을 意思를 明示함으로써 共濟契約을 스스로 解止하였으므로 原告에게 위 共濟金을 支給할 義務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原審은「海上保險의 경우 商法 제663조 但書에서 本文의 不利益變更禁止 規定의 적용을 排除한 理由는 海上保險이 企業保險으로 保險加入者가 保險者와 去來上 對等한 地位에 있어 保險契約上 不利益을 당할 憂慮가 적다는 點을 고려한 것인데, 海上保險이라고 하더라도 이 事件의 경우와 같이 保險加入者가 小型漁船 所有者에 불과하여 保險者가 그 去來上 優越한 地位에 있는 경우에는 商法 제663조 本文의 不利益 變更禁止條項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約款規制法의 適用을 排除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는 理由로 被告의 主張을 排斥하고 原告의 請求를 認容하였는데, 大法院은 當院 1995년11월16일 선고 94다56852 全員合議體 判決을 引用하면서 다음과 같이 原審의 判決理由를 訂正하고 商法 제663조 本文의 不利益變更禁止 규정을 적용하여 被告의 上告를 棄却하였다. 【판 지】 「살피건대 상법 제663조 단서가 해상보험에 같은 법조 본문 소정의 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해상보험이 보험계약자와 보험자가 서로 대등한 경제적 지위에서 계약조건을 정하는 이른바 기업보험의 일종으로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계약자의 이익보호를 위한 법의 후견적 배려는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어느 정도 당사자 사이의 사적 자치에 맡겨 특약에 의하여 개별적인 이익조정을 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고, 또한 해상보험에 있어서는 그 보험의 성격상 국제적인 유대가 강하고 보험실무상으로도 영국법 준거조항을 둔 영문 보험약관이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여 규제하는 것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도 없다(당원 1991년5월14일 선고 90다카24314 판결 참조)는 고려에서 나온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어선공제는 항해에 수반되는 행상위험으로 인하여 피공제자의 어선에 생긴 손해를 담보하는 것인 점에서 행상보험에 유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기록에 의하면 위 어선공제는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실시하는 비영리 공제사업의 하나로 소형 어선을 소유하며 연안어업 또는 근해어업에 종사하는 다수의 영세어민들을 주된 가입대상자로 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사건 어선공제는 공제계약 당사자들의 계약교섭력이 대등한 기업보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공제가입자들의 경제력이 미약하여 공제계약 체결에 있어서 공제가입자들의 이익보호를 위한 법적 배려가 여전히 요구된다 할 것이므로, 위에서 본 상법 제663조 단서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어선공제에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의 적용을 배제하지 아니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해 설】 商法 제650조 제2항은 繼續保險料가 約定한 時期에 支給되지 아니한 때에는 保險者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保險契約者에게 催告하고 그 期間 內에 支給되지 아니한 때에는 契約을 解止할 수 있도록 規定하고, 商法 제663조는 本文에「위의 規定은 保險當事者間의 特約으로 保險契約者 또는 被保險者나 保險受益者의 不利益으로 變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그 但書에「그러나 再保險, 海上保險등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大法院은 本件에서 繼續保險料의 納入遲滯로 인한 契約解止에 商法 제650조 제2항의 節次를 嚴格히 遵守할 것을 요구하여 1995년11월16일의 全員合議體 判決에 따르고 있는데, 나아가 이 事件 漁船共濟는 商法 제663조 但書의 立法趣旨에 비추어 그「海上保險」에서 除外하여 不利益變更禁止原則의 적용을 排除하지 아니함이 相當하다고 判示함으로써, 위의 全員合議體 判決前에 本件과 同一한 水産業協同組合이 運營하는 共濟事業에 관하여 종래의 判例를 飜覆한 1992년11월24일, 92다23629판결을 意識的으로 確認한데 意義가 있다. 다음에 水産業協同組合의 共濟事業은 商法 제663조 但書의 海上保險에서 除外하여 本件 失效約款에 그 本文의 不利益變更禁止原則을 적용해야 할 것인가를 檢討한 다음에, 失效約款이 이 原則에 違反하여 無效라고 認定되더라도 被告 共濟者는 保險金을 支給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一. 水産業協同組合의 共濟事業은 海上保險이 아닌가. 大法院은 水産業協同組合의 共濟事業을 商法 제663조 但書의「海上保險」에서 除外하는 理由로서「공제계약 당사자들의 계약 교섭력이 대등한 기업보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공제가입자들의 경제력이 미약하여 공제계약 체결에 있어서 공제가입자들의 이익보호를 위한 법적 배려가 여전히 요구된다」고 說示하였다. 原審은 法律上의 明文의 規定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判定을 하는데 躊躇하였다. 그러면서도 保險加入者가 小型漁船 所有者에 불과하여 保險者가 그 去來上 優越한 地位에 있음을 理由로 約款의規制에관한法律 제9조 제2호를 내세워 失效條項을 無效로 할 바에는, 大法院의 立場이 一貫性은 있는 態度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본 事案에 있어서 共濟對象인 船舶은 89톤이고 共濟加入金額은 2억7천만원이며 年間共濟料는 5백여만원이었다. 大法院은 어느 程度이면 共濟加入者를 그의 共濟約款에 대한 同意에도 불구하고 商法 제663조 但書의 明文規定上의「海上保險」에 관한 규정에서 除外하여 保護하는 것을 그칠 것인가, 本件의 共濟加入도 그의 職業活動의 一部로서 家計保險과 區別되는 企業保險에 속한다고 볼 것이 아닌지. 共濟事業은 構成員들이 거출한 基金으로 相互扶助·相互救濟하는 活動이므로 大規模營利企業이 分散된 大衆을 相對로 하는 營利保險에 있어서보다 私的自治가 尊重되는 分野라고 할 수 있다. 大法院은 水産業協同組合의 모든 共濟事業에 대하여 商法 제663조 但書의 적용을 排除하려는 意圖인가. 그러나 大法院은 前揭1992년11월24일 判決 後에도 同一한 水産業協同組合中央會의 漁船普通共濟約款의 堪航能力條件에 관한 1995년9월29일, 93다53028 判決에서 이 共濟事業이 海上保險이라는 理由로 商法 제706조 1호와는 달리 因果關係를 必要로 하지 않는 免責約款의 有效性을 認定하였다. 共濟者는 보험금을 받기 위하여는 공제료는 納入하지 않더라도 船舶의 堪航能力은 갖추어야 한다는 뜻인지. 二. 본건 失效約款은 不利益한가. 繼續保險料의 納入이 遲滯되는 것은 保險者가 保險契約者에게 保險料의 分割納入을 許容하였기 때문에 발생하는 問題이다. 分割納入을 許容할 것인지는 保險者의 判斷으로 決定할 事項이며 이를 許容하지 않더라도 商法 제663조 本文의 不利益變更禁止에 違背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分割納入을 許容하지 않는 경우에는 保險契約이 締結되었더라도 保險契約者가 最初의 保險料를 支給하기 前에는 保險事故가 發生해도 保險金을 支給받지 못하므로(商法 제656조) 保險料를 全額 納入할 것이다. 그래서 保險者가 이 分割納入을 許容하면서 保險契約者에게 分割된 繼續保險料를 約定된 期日까지 納入하도록 다짐하는 것은 不當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保險契約者가 이 다짐을 어겼을 경우에는 保險者가 商法 제650조 제2항의 規定보다 어는 程度까지는 簡單한 節次에 의하여 解止할 수 있음을 定하더라도 保險契約者j에게 特히 부당하게 不利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保險契約者가 이러한 다짐을 不利하다고 생각하면 처음부터 全額納入을 하면 될 것이고, 이 경우에는 保險者가 分割納入의 特約이 없는 狀態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것이 不利益變更禁止에 抵觸되는 狀況은 아니다. 본 事案외 被告組合 漁船普通共濟約款의 失效約款은 商法 제650조 제2항의 節次와 比較하여 問題가 될 뿐이지 그 自體가 程度를 지나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特히 本 判決이 引用한 1995년11월16일의 全員合議體 判決에 따를 대 야기되는 證據保全을 위한 催告의 登記郵便費用등 業務의 不便을 생각하면 이 다짐을 어긴 保險契約者側의 保護와 比較하여 이 失效契約에도 合理性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三. 解止의 意思表示 더욱이 이 事件 失效約款이 無效라고 하더라도,「被告는 原告의 代理人인 소외 이상열에게 제2차 分納 共濟麗 納入期日 後인 1993년4월21일 및 같은해 5월3일 共濟料 納入을 各 催告하고, 催告 당시 失效約款上 猶豫期間經過時까지 分納 共濟料를 納入하지 않을 때에는 契約이 失效된다는 것을 설명하였으므로 被告로서는 契約解止 豫告附 催告를 한 것」이다. 本件에 있어서 原審과 大法院은 이 解止豫告附催告가 原告의 主張처럼 催告 後 相當한 期間이 지나도록 分納共濟料를 分納하지 아니하면 共濟契約은 當然히 解止되어 그 效力이 없다거나,「數次에 걸친 被告의 分納 共濟料 納入 勸誘에도 불구하고 原告가 이를 納入하지 않을 意思를 明示함으로써 共濟契約을 스스로 解止하였으므로 原告에게 위 共濟金을 支給할 義務가 없다」고 하는 것은 商法 제650조 제2항의 解止節次를 충실히 존중하지 않은 것이라고 判斷한 듯하다. 法院은 解止豫告附催告만으로는 不足하고 解止의 意思表示가 別途로 必要하다는 立場인 듯하다. 그러나 商法은 제655조에서「保險事故가 發生한 後에도 保險者가 제650조, …의 規定에 의하여 契約을 解止한 때에는 保險金을 支給할 責任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保險者는 이 解止의 意思表示를 原告의 保險金請求後에 하더라도 保險金을 支給할 責任이 없다. 本件에서 保險者는 保險金 支給을 拒絶하면서 解止와 意思를 거듭 밝힌 셈이다. 그러므로 解止豫告附催告 以外에 相當한 期間이 經過한 後 다시 解止의 意思表示를 하지 않았다는 理由로 保險金의 支給을 命하는 것은 失效條項을 無效라고 하더라도 現行 商法의 解釋으로서도 不當하다. 
199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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