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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변제예약과 배임죄
<판결요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경우 채무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등기하는 사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이므로 대물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매각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다수의견). <평석요지> 부동산에 관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다는 다수의견은 타당하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대물변제예약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 채무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채권자는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판시가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1. 사실관계 채무자인 피고인은 채권자 A에 대한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함으로써 피고인은 그 부동산의 실제 재산상 가치인 1억 8500만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채권자 A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공소사실(죄명: 배임)로 공소제기 되었다. 제2심 법원은 제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배임죄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유죄판결(항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은 항소심판결에 대해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후 상고이유서에서 피고인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여 달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무죄의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 다만 대법관 4인은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반대의견(소수의견)을 내놓고 있다. 2. 대법원판례 (가) 다수의견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동산의 소유권을 장래에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물변제예약을 한 경우 채무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등기하는 사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이므로 대물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매각처분하였다 할지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즉, 다수의견은 판결이유로서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예약 당시에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가 차용금을 제때에 반환하지 못하여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한 후에야 비로소 문제가 되고 채무자는 예약완결권 행사 이후라도 얼마든지 금전채무를 변제하여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소멸시키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한편 채권자는 당해 부동산을 특정물 자체보다는 담보물로써 가치를 평가하고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등기를 이전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어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대물변제예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다는 점, 이러한 점에서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물반환채무의 이행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이어서 이를 가지고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 대법원판례(다수의견)에 의해서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한 종전의 대법원판례(대법원판결 2000. 12. 8. 선고 2000도4293)는 변경되었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1) 동산2중매매의 경우는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부동산 2중매매의 경우는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2)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다수의견은 부동산 2중매매, 부동산 2중저당의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3) 부동산 2중매매의 경우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매도인의 지위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시키는 것은 확대해석금지의 원칙, 즉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다) 반대의견(소수의견) 대법관 4인은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는 소유권이전등기의 측면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되므로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을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즉, "결론적으로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위반하여 당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그 부동산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대물변제예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써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근저당권설정, 이중전세권설정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이며 논리적으로 부합된다"는 것이 소수의견(반대의견)의 주장이다. 3. 판례평석 (1) 배임죄의 구성요건?기수시기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55조 제2항). 예컨대 부동산의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의 매도를 위임받은 자가 부동산의 매수인과 짜고 부동산의 시가보다 훨씬 싼 매매대금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준 경우 부동산의 매수인은 재산상 이익(시가와의 차액)을 취득하고 부동산의 소유자(본인)는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으므로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가 성립하며 회사의 물품구매업무담당사원이 납품업자와 짜고 시가보다 훨씬 비싸게 물품을 구입하고 납품업자에게 물품대금을 지불한 경우 납품업자는 재산상 이익(시가와의 차액)을 취득하고 회사(본인)는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으므로 업무상 배임죄(형법 제356조)가 성립한다. 배임죄의 기수시기는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보느냐, 위험범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대법원판례는 위험범설을 취하고 있으나 형법 제355조 제2항은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을 한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침해범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때가 배임죄의 기수시기이다. (2) 반대의견에 대한 비판 채무자와 채권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동산을 소유권이전등기하기 위한 사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이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사무이기 때문이다. 종전의 대법원판례는 부동산 2중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하여야 할 사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타인의 사무라는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으나 부동산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사무이므로 자기의 사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3) 보충의견에 대한 평석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대물변제예약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다수의견은 부동산2중매매의 경우에도 적용하여야 한다는 보충의견은 타당하다고 본다. 부동산2중매매의 경우 부동산매도인의 제1차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한 사무는 자기의 사무이지 타인의 사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4) 다수의견에 대한 평석 부동산에 관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판시부분은 타당하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대물변제예약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 채무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채권자가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판시가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대물변제하기로 예약한 부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매각처분한 경우에도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채권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채무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채권자가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채무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없고 채권자가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다수의견의 논거로 설시하여 한다. 이 점은 부동산2중매매의 경우에 더욱 명백하다. 부동산2중매매의 경우 부동산매도인이 제1차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후 그 부동산을 제2차 매수인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준 경우 부동산의 제1차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매매대금반환청구권이 있으며 부동산매도인은 부동산의 제2차 매수인으로부터 부동산매매대금을 수령하였을 뿐이므로 부동산2중매매로 인해서 부동산매도인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부동산의 제1차 매수인이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채무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하였고 채권자가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다수의견의 논거로 설시하여야 한다.
2015-01-22
형사재판의 구속력(기판력)
I. 사실관계 피고인은 여러 건의 운전자보험을 가입한 뒤,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교통사고를 야기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망 또는 심각한 교통사고 부상을 입게되었다. 피고인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들이 사망 또는 부상을 입게되었다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고, 이후 보험금을 청구하여 일부 수령하였다. 피고인은 살인미수, 사기 및 사기미수혐의로 기소되어 제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피고인은 공소사실 가운데 2건의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이미 확정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과 공소사실이 동일함을 이유로 고의로 유발된 사고를 전제로 기소된 사기 및 사기미수사건이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배됨을 이유로 상고하였다. II. 판결요지(상고기각)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헌법 제13조 제1항),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인바(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피고인에 대한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에 미치는 것인지의 여부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인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의 여부는 규범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순수하게 사회적, 전법률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고, 그 자연적, 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의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살피건대, 위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행위 태양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점인데 반하여,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청구하여 수령하거나 미수에 그쳤다는 것으로서 서로 행위 태양이 전혀 다르고,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피해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이나,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의 피해자는 피고인과 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들로서 역시 서로 다르다. 따라서 위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와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전자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후자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 III. 검토 1. 구속력과 일사부재리효 재판이 통상의 불복방식을 통해서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때를 형식적 확정이라 하고 이에 의하여 재판의 효력(확정력)이 발생한다. 확정력 가운데 판단내용에 근거한 내용적 효력(내용적 확정력)에는 집행력과 재판을 한 법원은 물론 여타 법원도 확정된 재판내용과 모순하는 판단을 할 수 없는 구속력(기판력)이 포함된다. 구속력은 형식, 실체재판을 불문하고 발생하는데, 그 본질(발생근거)에 대하여 실체법률관계를 형성하거나 변경하는 효력(실체법설), 추상적 규범인 실체법이 구체적 법률관계로 형성된 것(구체적 규범설)이라는 견해 등이 있었지만, 실체법률관계와 무관하게 법적 안정성에 기초한 확정재판의 후소에 대한 영향력에 불과하다는 소송법설이 현재의 주류적 견해다. 한편, 일사부재리효(non bis in idem, ne bis in idem)는 재판을 통해 일단 결론이 도출된 사안을 재차 반복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근거한 효력으로, 모순판단의 방지를 위한 구속력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일사부재리효의 발생근거를 실체재판의 구속력 즉, 기판력에서 찾는 견해(일치설, 실체적 확정력설)에 의하면, 실체재판에서 일사부재리효 외에 별도로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이 높지 않아, 구속력은 주로 형식재판에서 문제되어 왔다. 대상판례는 외형 상, 피고인이 유죄확정 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과실에 의한 교통사고)과 이후 기소된 살인미수 및 보험사기사실의 동일성을 근거로 일사부재리원칙 위반함을 주장하여 상고한 사안이지만, 일사부재리원칙 보다는 실체재판의 구속력이 더욱 문제되는 사안이다. 2. 구속력의 범위 일사부재리효의 (객관적) 범위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의하여 비교적 용이하게 결정될 수 있지만, 구속력은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다. 구속력에 의하여 재판내용에 오류가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후소 법원은 전소 법원이 판단한 내용에 구속되어 이에 모순된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형식재판의 경우, 피고인의 사망을 이유로 공소기각결정이 확정된 후, 피고인의 생존이 확인되어 재차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실제 생존한 점을 증명하는 신증거가 제출되더라도 이를 사정변경으로 볼 수 없어, 피고인을 허위진단서작성죄의 공범으로 기소하는 등과 별개로 공소기각 된 전소를 번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상판례와 같이 실체재판의 경우, 과실을 가장하여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보험금편취목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행위는 각기 시간, 장소적 배경이나 구체적 행위내용 등이 상이하여 기본적 사실관계를 다르기 때문에 일사부재리효는 문제되지 않지만, 후소의 사실관계는 고의로 야기된 교통사고를 전제하는 점에서 확정된 전소와 모순하고 전, 후소 간에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어서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이 있다. 그러나 보험금편취목적으로 고의의 교통사고에 의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음에도, 확정된 전소에 구속되어 피고인의 처벌이 배제되는 것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만일 전소가 오판인 경우, 그 효과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 사건에까지 미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에서, 실체재판의 구속력을 동일사건에 한정하는 견해도 있다(종래 일본의 통설, 田宮裕, 刑事訴訟法新版(東京: 有斐閣, 2001) 442頁). 반면, 피고인이 허위증거 제출하여 법원의 판단을 오도하는 등의 경우, 구속력을 주장할 자격을 상실하여 예외적으로 구속력이 배제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구속력의 근거를 재판의 법적 안정성 보다 당사자 특히 소추 측의 모순행위 금지원칙(禁反言) 원칙에서 찾는 시각으로, 확정재판의 확정력을 당해 소송을 넘어서 후행 별소까지 미치는 것이 적당한지, 일종의 정책적 고려 하에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가 결정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고려는 후소에서 실체적 진실주의와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 보장 간의 비교형량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 보장이 더욱 중요하다면 구속력이 인정되고, 검사에게 모순행위의 금지가 요구된다. 대상판례와 같이 피고인이 허위증거를 제출하는 등으로 법원의 판단을 오도하였다면, 피고인은 금반언의 원칙(구속력)을 주장할 자격을 상실되어 구속력이 배제되어 재기소가 가능하다(田口守一, 刑事訴訟法 第4版補正版(東京 : 弘文堂, 2006), 445-450頁; 光藤景皎, 口述刑事訴訟法 中 補正版(東京 : 成文堂, 2005), 293-296頁). 그러나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을 동일사건에 한정하는 견해는 그 논거가 불분명하고, 소위 구속력의 범위를 소추 측의 모순행위 금지원칙에서 이해하는 견해는 재판의 효력을 당사자주의적 시각에서 이해하여 일응 메리트가 있어 보이나, 오히려 실체적 진실주의에 치우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고, 마치 불이익 재심을 허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지지하기 어렵다(白取祐司, 刑事訴訟法 第5版(東京 : 日本評論社, 2008), 423-427頁). 3. 관련 비교판례 대법원은 상습절도의 유죄판결 확정 후, 보호감호사건에서 절도범행이나 그 상습성을 다툴 수 없는 것으로 판시하였지만(대법원 1986.9.23. 선고 86감도152 판결), 이는 동일사건으로 일사부재리효로도 설명할 수 있다. 한편, 일본판례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치상사건에서 진범으로 가장하여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이후 범인은닉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전소인 업무상과실치상사건의 유죄확정판결이 후행 범인은닉죄 기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의 범위를 동일사건에 한정한 바 있다(東京高判昭和40·7·8高刑集18卷5491頁). 4. 의의 대상판례를 통해 대법원은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의 범위를 동일사건에 한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동일사건이라면 일사부재리원칙이 적용되어 사실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은 없다. 사안에서 먼저 확정된 전소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을 재심을 통해 무죄로 하고 피고인을 살인미수 및 보험사기사실로 재기소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2014-10-02
즉결심판의 일사부재리의 효력
1. 사실관계 피고인은 1988년 5월 20일 오후 5시경부터 동일 오후 11시경까지 사이에 술에 취해 인천시 송림동 소재 포장주점에 찾아와 하등 이유 없이 동 주점 손님들에게 "이 새끼들 나를 몰라보느냐, 누구든지 싸움을 해보자"고 시비를 걸고 주먹과 드라이버로 술탁상을 마구 치는 등 약 6시간 동안 악의적으로 영업을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업무방해), 제24호(불안감조성), 제25호(음주소란 등) 위반으로 같은 달 21일 인천지방법원에서 구류 5일의 처분을 받았으며 위 즉결심판은 확정되었다. 위 즉결심판이 확정된 후 당시 그 주점에서 피고인과 시비를 벌인 피해자 박영춘이 사망하자 인천지방검찰청 검사는 「피고인은 1988년 5월 20일 오후 5시경 에 인천시 송림동 소재 박윤봉 경영의 포장주점에서 술주정을 하던 중 그곳의 손임인 피해자 박영춘(남, 29세)과 시비를 벌여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1회 때리고 멱살잡이를 하다가 위 포장주점 밖으로 끌고나와 주먹과 발로 피해자의 복부 등을 수회 때리고 차 피해자로 하여금 그 이튿날 오후 7시 30분경 외상성 장간막 파열로 인한 출혈로 사망케 한 것이다」라는 범죄사실(공소사실)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법원(인천지방법원)이 형이 확정된 경범죄처벌법 위반의 범죄사실과 상해치사의 범죄사실(공소사실)은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어 확정판결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하여 면소판결을 선고하자 검사가 위 면소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으며 항소법원(서울고등법원)이 1심판결과 같은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검사는 위 항소기각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였으며,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2. 대법원판례 피고인이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업무방해)·제24호(불안감조성)·제25호(음주소란 등)를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과 피해자 박영춘에 대한 상해치사의 범죄 사실은 「동일한 피고인이 동일한 일시, 장소에서 술에 취하여 그 주점의 손님들에게 시비를 걸고 행패를 부린 사실에 관한 것으로 양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이미 확정판결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견해이다. 즉 피고인이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를 위반한 범죄사실과 그 주점안에 있던 피해자 박영춘에 대한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입장에서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므로 동일사건에 대하여 확정판결이 있는 때의 면소판결의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견해이다. 3. 즉결심판의 일사부재리의 효력 즉결심판이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16조). 따라서 유죄의 즉결심판이 확정되면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발생한다. 확정된 즉결심판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즉결심판의 대상인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죄사실 전부에 미친다. 따라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 위반의 범죄사실과 상해치사의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여부가 문제해결의 열쇠에 해당한다. 4.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동일설, 죄질동일설, 구성요건공통설, 소인공통설, 사회적혐의동일설, 형벌관심동일설, 지도형상유사설, 종합평가설 등이 일본에서 대립되고 있으며 그 중 우리나라 학자들이 지지하고 있는 학설은 다음과 같다. 기본적 사실동일설은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지엽적인 점에서 동일하지 않더라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견해로서 일본 최고재판소 판례가 취하고 있는 견해이며 우리나라에서의 다수설이다(이재상, 신동운, 송광섭, 진계호, 신양균 등). 그러나 이 견해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공소사실)과 그 절도죄의 장물을 보관한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절도와 장물보관은 범죄의 일시·장소·방법·행위태양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견해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구성요건공통설은 비교되는 두 사실이 구성요건적으로 상당한 정도 부합되는 때에는 죄질이 동일하지 않더라도 두 사실은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견해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견해를 지지하는 학자들이 있다(김기두, 정영석, 권오병). 그러나 이 견해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장물보관죄의 범죄사실, 수뢰죄의 범죄사실과 공갈죄의 범죄사실,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점유이탈물횡령죄의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위 각 범죄사실 사이에는 구성요건적 공통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견해는 타당한 학설이라고 할 수 없다. 소인공통설은 소인의 주요부분이 공통된 경우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로서 우리나라에서 이 학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이 있다(강구진, 차용석).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형사소송법은 소인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고 해석하여야 하므로(소인부정설) 소인의 개념을 전제로 한 소인공통설을 지지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학설에 대해서는 문제를 가지고 문제에 답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백형구, 이재상, 임동규, 이은모). 소인이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즉 공소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범죄행위동일설은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의 동일 여부를 기준으로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백형구). 범죄행위동일설에서의 범죄는 헌법 제13조 제1항의 범죄와 동일한 의미이다. 헌법 제13조 제1항의 동일한 범죄에서의 범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유책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역사적·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의 이론구성이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이론적 약점이 해소된다.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장물보관죄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범죄의 일시·장소·방법·행위태양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상이하나 동일인이 동일인 소유의 재물을 절취하여 그 재물을 운반·보관하는 일련의 행위는 1개의 범죄행위이고 그 재물의 보관행위는 그 재물의 절취행위에 수반되는 범죄행위이므로(절도죄가 성립하는 경우 장물운반행위·장물보관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不可罰的 事後行爲)로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재물의 절취행위와 그 재물(장물)의 보관행위 사이에는 범죄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것은 두 범죄사실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두 범죄사실이 별개(別個)의 범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이론구성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1개의 범죄행위인 경우에 한해서 문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해서는 범죄행위동일설(犯罪行爲同一說)이 이론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5. 판례평석 (1) 공소사실의 동일성 대법원판례는 피고인의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업무방해)·제24호(불안감조성)·제25호(음주소란 등) 위반의 범죄사실과 피해가 박영춘에 대한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양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술집에서 술에 취하여 소란을 피우고 그 술집에 있는 손님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6시간 동안 그 술집의 업무를 방해한 범죄사실과 그 술집에 있던 손님 박영춘에 대한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범죄의 피해자, 행위태양, 범행방법, 범죄의 결과 등이 전혀 다르므로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기본적 사실동일설에 의하더라도 양 범죄사실은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위 양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양 범죄사실은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업무방해)·제24호(불안감조성)·제25호(음주소란 등) 위반의 범죄사실과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별개(別個)의 범죄사실이므로 양 범죄사실은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한 이론구성이다. (2) 법원의 판결 대법원판례는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 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한 즉결심판(구류 5일)이 확정되었으며 그 확정판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에 미치므로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해서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 위반의 범죄사실과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별개(別個)의 범죄사실로서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 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한 즉결심판(확정판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상해치사의 공소사실에 미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상해치사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유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본다. 상해치사죄 공소사실에 대한 면소판결과 유죄판결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2011-11-21
공소사실 동일성의 판단기준
1. 사실관계 검사는 피고인을 "피고인이 2004. 3.22. 22:00경 포천시 일동면(이하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발로 피해자의 배와 가슴 부위를 수회 차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흉부좌상을 가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원심(항소심)의 공판기일에 위 공소사실을 "피고인이 2004. 3.22. 22:00경 포천시 일동면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발로 피해자의 배와 가슴 부위를 수회 차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흉부좌상을 가하고, 계속하여 부엌 뒤에 있는 창고에서 위험한 물건인 전지가위를 가지고 와 거실바닥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에게 들이대며 '너 오늘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여 피해자를 협박하였다"는 것으로 범죄사실을 추가하고, 죄명 및 적용법조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집단·흉기 등 협박)"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283조 제1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원심법원(항소법원)은 공판기일에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다음 2004. 3.22.자 상해의 접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2004. 3.22.자 흉기 휴대 협박의 점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각 선고하였다. 검사와 피고인의 상고에 의하여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중 상고법원(대법원)은 직권으로 원심의 유죄판결(2004. 3.22.자 흉기 휴대 협박의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면서 판결이유에서 '&hellip;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된 당초의 범죄사실과 검사가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여 추가한 범죄사실은 범행장소와 피해자가 동일하고 시간적으로 밀접되어 있기는 하나 그 수단, 방법 등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태양이 다를 뿐만 아니라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그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다음 변경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심판한 것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공소장변경신청에 대하여 기각결정을 하거나 허가결정을 취소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원래 공소가 제기된 당초의 범죄사실을 대상으로 심리하여 판결을 했어야 함에도 당초의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은 추가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심리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 내지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설시하고 있다. 2. 판례요지 대법원판례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나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여 기본적사실동일설을 취하고 있다. 즉, 당초에 공소제기된 범죄사실(2004. 3.22.자 상해의 범죄사실)과 그 범죄사실과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2004. 3.22.자 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하여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공소장변경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이론구성이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한 기본적사실동일설은 대법원판례의 확립된 견해이며 일본 최고재판소판례도 기본적사실동일설을 취하고 있다. 3. 기본적사실동일설에 대한 비판 기본적사실동일설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공소사실)과 그 절도죄의 장물을 보관한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백형구). 절도죄와 장물보관죄는 범죄의 일시·장소·방법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사실동일설에 의하면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점에 대한 합리적 이론구성이 불가능하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적 사실동일설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기본적사실동일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이 있다(이재상, 신동운, 송광섭, 진계호, 임동규, 신양균, 정웅석). 4. 범죄행위동일설의 지지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범죄행위동일설을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백형구). 범죄행위동일설은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의 동일 여부를 기준으로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이다(백형구). 범죄행위동일설에서의 범죄는 헌법 제13조 제1항의 범죄와 동일한 의미이다. 헌법 제13조 제1항의 '동일한 범죄'에서의 범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유책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역사적·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를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의 이론구성이다. 예컨대 B가 A의 행위에 의해서 사망한 경우에 A의 행위에 대한 구성요건적 평가가 수사 또는 심리의 결과에 따라 살인·강도살인·강도치사·강간살인·강간치사·상해치사·폭행치사·업무상과실치사·중과실치사·과실치사 등과 같이 다른 경우에도 그 각 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것은 B가 A의 행위에 의해서 사망하였다는 역사적·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사실이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의 이론구성이다. 범죄행위동일설은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의 동일 여부를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사실동일설과 기본적 입장을 같이 하고 있으나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를 그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본적사실동일설과 다르다. 두 범죄사실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는 것과 두 범죄사실의 범죄행위가 동일하다는 것은 그 의미가 다르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기본적사실동일설의 이론적 약점이 해소된다.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장물보관죄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범죄의 일시·장소·방법·행위태양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지만 동일인이 동일인 소유의 재물을 절취하여 그 재물(장물)을 운반·보관하는 일련의 행위는 사회적 의미에서 1개의 범죄행위이고 그 재물의 절취행위와 그 재물의 보관행위는 1개 범죄행위의 부분적 행위이므로(절도죄가 성립하는 경우 장물보관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재물의 절취행위와 그 재물(장물)의 보관행위 사이에는 범죄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그 장물을 취득하였다는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점에 관한 합리적 이론구성이 가능하나 기본적사실동일설에 의하면 그 합리적 이론구성이 불가능하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것은 두 범죄사실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두 범죄사실이 별개의 범죄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는 이론구성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개의 범죄사실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해서는 범죄행위동일설이 이론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5. 판례평석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공소사실)과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을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이 있는 경우 수소법원은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는 대법원판례와 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을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후 흉기 휴대 협박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항소심판결)은 위법하다는 대법원판례는 타당하다. 그러나 상해의 범죄사실과 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판례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상해의 범죄사실)과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별개의 범죄사실이기 때문에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론구성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해서는 범죄행위동일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2009-12-21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의 자격
1. 사실관계 피고인 A는 2007년 6월 중순 일자불상 22:00경 대구 소재 고속버스터미널 부근 상호불상 모텔 5층 방실에서 1회용 주사기에 담긴 필로폰 약 0.03그램을 생수로 희석하여 자신의 팔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범죄사실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의 죄명으로 공소제기 되었으며, 피고인은 제1심 공판기일에 공소사실을 자백했다. 검사는 공소사실에 관한 유죄의 증거로 피의자 A의 자백이 기재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피의자 A가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이 기재된 검사작성 B에 대한 진술조서를 제출하였으며, 제1심법원은 피고인 A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1심법정에서의 피고인 A의 자백, 피의자 A의 자백이 기재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 피의자 A가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의 진술이 기재된 B에 대한 검사작성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제1심의 유죄판결에 대해 피고인 A가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항소법원인 인천지방법원은 피고인 A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피고인 A는 위 항소기각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한 후 상고이유서에서 피고인 A가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의 진술이 기재된 검사작성 B에 대한 진술조서는 피고인 A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서의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피고인 A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서의 자격을 인정하여 유죄판결(항소기각판결)을 하였음은 판결내용의 법률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피고인 A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원심의 유죄판결(항소기각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면서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의 자격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2. 판례요지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 될 수 없다. 대법원판결의 판결이유는 다음과 같다. 「또한 이러한 진술조서는 자백자 본인의 진술 자체를 기재한 것은 아니므로 같은 법 제310조의 자백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할 것이지만, 피고인의 자백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와 같은 진술기재내용을 피고인의 자백의 보강증거로 삼는다면, 결국 피고인의 자백을 피고인의 자백으로서 보강하는 결과가 되어 아무런 보강도 하는 바 없는 것이니 보강증거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보강증거를 필요로 하는 피고인의 자백과 동일하게 보아야 할 성질의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자백의 보강증거로 될 수 없다」.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실질적으로 피고인의 자백과 동일하므로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판결의 이유이다. 이 대법원판례는 종전 대법원판례(대판 1981. 7. 7., 81도1314)와 동일한 견해이다. 3. 학설의 대립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자인 또는 고백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이 그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의 자격이 있느냐에 관해서는 보강증거의 자격이 없다는 견해(이재상·신동운·이상돈·송광섭·차용석·진계호·임동규·신양균)와 보강증거의 자격이 있다는 견해(백형구)가 대립되고 있다. 전설(소극설)은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라는 점을 논거에 내세우고 있으며, 후설(적극설)은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과 별개의 독립된 증거라는 점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피고인이 수사단계와 공판단계에서 범죄사실(피의사실·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자백 이외의 증거로 그 피고인이 사석에서 범행을 자백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이 기재된 수사기관 작성 진술조서만이 있는 경우에 전설(소극설)에 의하면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하나, 후설에 의하면 유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적극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소극설의 비합리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극설에 의하면 유죄자불벌(有罪者不罰)의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온다. 피의자가 수사단계에서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공소제기 후 공판정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있으며, 그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피고인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것은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예컨대 범인이 범행 후 가족이나 친구에게 범행사실을 고백하고 그 가족이나 친구의 권유에 의하여 자수한 후 수사단계와 공판단계에서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피고인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히 불합리하다. 이 경우 피고인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것은 유죄자불벌(有罪者不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죄임이 명백한 자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것은 형사사법의 부정의(不正義)에 해당한다. 소극설은 자백에 보강증거를 요구하는 입법이유에 배치된다. 헌법 제12조 제7항과 형사소송법 제310조가 자백에 보강증거가 없으면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은 허위자백으로 인한 오판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피고인이 수사단계와 공판단계에서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사석에서 범죄사실을 자인하는 말을 들은 제3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백에 대해 다른 보강증거를 요구한다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7항과 형사소송법 제310조의 입법이유에 배치된다. 이 경우에는 오판의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소극설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내용에 위배된다.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은 제3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증언)이 피고인의 자백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에도 피고인의 제3자에 대한 진술(범행을 자인하는 내용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다고 인정되면 그 제3자의 진술(증언)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경우뿐 아니라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자백하는 경우에도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증언)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해석해야 하므로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의 자격(증거능력)이 없다는 소극설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내용에 위배된다. 소극설은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의 자격에 관한 대법원판례(전원합의체판결)에 배치된다. 대법원판례는 피고인이 인허가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출한 자금내역을 기록해 놓은 수첩의 기재내용은 피고인의 자백(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범죄사실의 자백)과는 별개의 독립된 증거자료이므로 뇌물공여의 공소사실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는데(대법원판결 1996. 10. 17., 94도2865, 전원합의체판결),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에 대해 보강증거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판례는 수첩의 기재내용은 보강증거의 자격이 있다는 대법원판례와 모순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에 대해 보강증거의 자격이 있다는 견해(적극설)가 타당하다고 본다. 4. 판례평석 (1) 판례요지에 대한 비판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에 대해 보강증거의 자격(증거능력)이 있다고 해석해야 하므로,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에 대해 보강증거의 자격이 없다는 대법원판례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유죄자불벌(有罪者不罰)의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2) 판결이유에 대한 비판 대법원판결은 피고인이 자백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10조의 피고인의 자백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을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 삼는다면 피고인의 자백을 피고인의 자백으로 보강하는 결과로 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앞뒤가 모순되는 이론구성에 해당된다. 「피고인의 자백을 피고인의 자백으로 보강하는 결과로 된다」는 것은 피고인이 범행을 자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3자의 진술이 피고인의 자백에 포함된다는 이론구성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판결은 판결이유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C로부터 필로폰을 매수하면서 그 대금을 C가 지정하는 은행계좌로 송금한 사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집행보고(수사기록 103면)은 필로폰매수행위에 대한 보강증거로는 될 수 있어도 그와 실체적 경합범관계에 있는 필로폰투약행위에 대한 보강증거는 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필로폰을 매수한 사실에 대한 증거는 필로폰을 매수했다는 자백에 대해서 뿐 아니라 그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자백에 대해서도 보강증거로 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자백에 대해 보강증거가 필요한 정도는 자백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며(진실성담보설), 필로폰을 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는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자백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도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2008-03-10
상소제기 후 원심법원의 구속에 관한 권한
1. 문제의 제기 상소 후에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지 않고 원심법원에 있는 경우에 원심법원의 구속에 관한 권한범위에 대해 형소법(이하, ‘법’이라 한다)은 “구속기간의 갱신, 구속의 취소, 보석, 구속의 집행정지와 그 정지의 취소에 대한 결정은 원심법원이 하여야 한다(105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형소규칙(이하‘규칙’이라 한다)은 “피고인의 구속, 구속기간의 갱신, 구속취소, 보석, 보석의 취소, 구속의 집행정지와 그 정지의 취소에 대한 결정은 원심법원이 이를 하여야 한다(57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규칙에는 법과 달리 ‘피고인의 구속’ 뿐 아니라 ‘보석의 취소’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의 차이로부터 현행법상 불구속상태로 공판심리를 진행해 온 피고인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후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기까지 원심법원이 그 피고인을 새로 구속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로 된다. 또한 판례비평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와 같은 경우에 규칙 57조에서 원심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의 범위를 넘어서 법률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소송계속과 피고인의 구속 (1) 법 105조는 판결선고 후 상소제기 이전이나 그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와 상소가 제기되었지만 상소심에 소송계속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는 시점에 피고인의 구속에 관한 처분을 할 법원을 분명하게 정한 규정이다. 이 규정에서 들고 있는 구속에 관한 처분은 피고사건이 계속되고 있는 법원에서 해야 하는데, 판결 후에도 그 사건은 당해 심급을 이탈하지 않고 판결이 확정되거나 상소에 의해 상소법원에 이심될 때까지는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판결 후에도 당해 법원의 소송계속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므로 당해 법원이 구속에 관해 처분을 함이 이론상 당연하다. 따라서 ‘판결선고 후 상소기간 중’에 원심법원이 그와 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2) 그런데 상소기간 중에 원심법원이 할 수 있는 처분은 법 제105조에 열거한 것으로 한정되어야 하는지, 특히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이를 부정하는 주장도 있지만 경우를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피고인을 구속하고 있던 중 법 331조에 따라 구속영장이 실효된 경우에는 원심법원이 피고인을 새로 구속할 수는 없다. 판결 후에 구속할 수 있는지는 이를 나누어 원심이 법 331조에 열거한 재판을 한 경우에는 그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전자와 마찬가지로 해석되나 그 이외의 판결의 경우에는 법 105조는 이미 구속되어 있는 피고인의 신병의 처리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고 원심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규정은 아니다. 왜냐하면 법 70조의 규정에 비추어 소송계속이 있는 수소법원은 피고인을 구속할 권한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고 또 판결 후에도 소송계속이 있는 한 그 권한에 변동이 없으므로 그와 같은 내용의 명문규정이 없는 한 반대로 해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법 105조가 구속 그 자체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이를 전제로 한 것이고, 다만 구속에 관한 사후적 내지 파생적인 결정을 할 법원에 관해 의문을 해소하는 의미에서 이를 정한 것에 불과하다. (3) 즉 원심법원은 상소기간 중(상소제기 전 또는 그 재판의 확정시까지)에 구속에 관한 원칙규정인 법 70조에 근거해서 피고인을 새로 구속할 수 있다. 따라서 규칙 57조에서 상소기간 중에 원심법원이 피고인을 새로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도 이는 당연한 확인규정에 불과한 법 105조에 위반되지 않는다. 판례비평은 법 70조를 고려하지 않고 법 105조와 규칙 57조의 문언만을 형식적으로 비교해 규칙 57조가 피고인의 구속에 관한 권한을 창설한 것이라고 오해한 것이다. (4) 또 상소 중에는 원심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할 수 없음을 전제로 하는 차정인 교수의 주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논거에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 원래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것은 수소법원인데(법 70조), 상소제기에 따라 소송이 원심을 이탈하여 상소심에 이심한다. 따라서 수소법원이 아닌 원심에 피고인에 대한 구속의 권한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필요하다. 법 105조에는 구속기간의 연장 등이 규정되어 있음에 불과하고 구속의 규정이 없음에도 규칙 57조에서 구속을 규정한 것은 법률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송은 상소제기로 곧바로 상소심에 이심하는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소송기록 등이 원심으로부터 상소심에 송부된 때에 비로소 소송계속이 이전한다는 견해도 유력하다. 따라서 원심은 상소 중에도 이심의 효력이 생기기 전인 소송기록이 상소심에 도달하기까지는 수소법원에 해당하고, 법 70조에 의해서 당연히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보면 규칙 57조에서 법 105조에서 들고 있지 않은 피고인의 구속을 규정했다고 해도 이는 법 70조와 105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소 중에 원심법원의 권한을 분명하게 규정한 확인규정에 불과하고 규칙 57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5) 이는 전적으로 이심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기에 관한 입장의 차이에 따른 결과이다. 이심의 효력발생시기에 관해 상소제기시라고 하는 입장과 상소에 따라 소송기록 등이 상소심에 송부된 때라고 하는 입장이 대립되어 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별도로 하더라도 전자에 따르면 차정인 교수와 같은 결론이 반대로 후자의 입장에 따르면 대법원결정과 같은 결론이 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심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기를 언급하지 않고,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의 사건에 관한 피고인의 구속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기까지는 원심법원이 하도록 규정한 규칙 57조 1항의 규정이 법 105조의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법 70조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등의 일정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그 시기에 아무런 제한도 없으므로 설령 상소 중에도 위와 같은 요건이 있고, 또 구속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이심의 효력발생시기와 관계없이 구속의 권한을 갖는 것이 상소법원인가, 아니면 원심법원인가 하는 관점과 아울러 구속에 관한 처분을 할 법원은 실무적인 편의라고 하는 관점에서 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기까지는 원심법원의 구속권한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그 결정이유에서 법 70조를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고 있는 점은 Leading Case의 판시로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소송계속이란 본안의 심판에 관한 관념으로 법원, 검사, 피고인이라는 3주체 사이에 생기는 사건의 심판에 관한 권리, 의무관계의 사실적 측면이고, 피고인의 구속에 관한 권한의 문제를 내포하는 것은 아니며, 또 양자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구속은 본안의 심판을 위한 하나의 수단임과 동시에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엄격한 사유와 필요성을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요구가 없는 한 소송이 계속하고 있는 수소법원으로 하여금 하도록 함이 적당하다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법 70조의 ‘법원’이란 문언은 반드시 수소법원이라고 해석해야 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구속의 권한이 있는 법원이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대법원결정은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도 비판을 극복할 수 있는 올바른 결론이다. 3. 원심법원이 구속할 수 있는 근거 위와 같이 법 105조와 규칙 57조는 모두 당연한 것을 규정한 주의적 확인규정 내지 예시규정에 해당한다. 다만 법 105조에서 구속이라는 가장 중요한 처분이 빠져있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 따라서 법 105조에 규정하고 있는 사항은 구속을 전제로 해서 계속적, 잔무정리적인 조치뿐이므로 구속은 배제되었다는 주장도 성립할 수 있고(다만 이를 입법자의 의사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독자적인 의견에 불과하고, 입법자의 의사는 분명하지 않다), 결국 위 조항은 예외적 특별규정에 해당하게 되며, 규칙 57조의 형소법위반의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외규정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상소기간 중에 관한 법 105조의 규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명백하게 확인규정에 불과하다. 다만 판결 후에 신병에 관한 조치가 가능한 범위를 분명하기 하기 위해 이를 두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입법이 적절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상소 중인 경우에도 규칙 57조는 법 105조의 입법에서 분명하지 않은 부분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한 것이고, 거기서 피고인의 구속을 규정하여도 이는 대법원규칙에서 정할 수 없는 실체적 법률관계에 관한 사항을 새로 정한 것은 아니다. 입법자가 법 105조에서 피고인의 구속을 규정하지 않은 것은 사례로서 매우 적다고 예상하여 굳이 확인규정을 둘 필요를 느끼지 않았고, 또한 당연한 것을 새롭게 명시하게 되면 적극적으로 이를 명하는 인상을 주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다음으로 상소법원만이 구속할 수 있다는 해석은 실질적으로 합리성이 없다. 첫째로 원심은 14일 이내에 소송기록을 송부해야 하지만, 그 동안에 도망의 염려나 증거인멸의 우려를 방지하는 등 정당한 구속의 필요를 충족시킬 방법이 없다. 또 구속은 형법의 가집행의 일종으로 유죄자를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위해 잡아두는 기능도 있다. 둘째로 구속사유가 있다면 심리 중에 구속할 수 있으므로 유죄판결 후에는 구속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심리 중에 유죄의 심증이 강하게 형성될 때마다 구속한다거나 판결단계에 근접해 굳이 구속하여 유죄를 예고하는 결과가 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또한 현행법과 같은 당사자주의 아래에서 당사자로부터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어 유죄의 심증이 꼭 뒤집히지 않는 것도 아니므로 공판 중에는 좀처럼 구속하지 어렵다. 또한 설령 그러한 사정을 도외시 하더라도 유죄판결에 의해 도망의 염려가 뚜렷하고 공판과 달리 구속사유가 명확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그런 사정이 있으면 상소 전에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현재의 법정구속의 실무도 대체로 실형판결 선고 후 곧바로 미리 준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있고, 피고인도 즉시에 상소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구속의 필요성이라는 실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상소의 유무에 따라 구별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4. 결 론 형식적인 법률의 문언으로부터도 또한 구속의 필요성이라는 실질적인 요구로부터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기까지는 원심법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함이 무방하다. 상소 중 원심법원의 구속은 법 70조의 수소법원에 의한 구속이라는 일반원칙의 하나의 적용에 불과하다. 법령의 위임이 없는 한 실체적 법률관계에 관한 사항을 새롭게 대법원규칙에서 정할 수 없다는 일반론에 집착한 나머지 법 105조를 예외규정으로 단정하고 이를 규칙 57조의 문언과 형식적으로 비교해서 규칙 57조에서 피고인의 구속을 규정한 것이 법률에 저촉된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관념론에 치우친 해석으로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으로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대법원결정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면 피고인이 불출석인 상태로 심리가 진행되어 실형판결이 선고된 사안이므로 원심은 심리 중에 피고인을 구속할 수도 없었던 사정을 고려한다면 실무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는 논리의 한권의 가치가 있다”는 Cardozo판사의 말처럼 대법원결정은 본건의 사실관계의 이치에 맞는 지극히 타당한 결론이다. 다만 입법론으로서는 의문을 없애기 위해 법 105조에서 ‘피고인의 구속’도 원심법원의 권한이라는 취지를 명문으로 규정함과 동시에 “소송기록이 원심법원에 있을 때까지”를 규칙과 같이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기까지”로 수정하고, 규칙 57조 1항은 삭제함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2007-10-15
기소를 이유로 한 휴직명령의 정당화 요건
1. 事案의 槪要 원고는 1987. 11. 3. 축협중앙회에 채용되어 근무하던 중 1998. 8. 6. 업무상 배임의 혐의로 구속되었고, 1998. 11. 6. 위 형사사건의 제1심인 수원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1999. 2. 23.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각 선고받았으나, 상고심인 대법원은 2001. 4. 27. 원고에 대한 위 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고, 이에 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01. 7. 20. 원고에 대하여 무죄판결를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2001. 7. 28. 확정되었다. 한편, 1999. 9. 7. 법률 제6018호로 제정되고 2000. 7. 1.부터 시행된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농협중앙회(이하 ‘피고’)는 위 법 부칙 제7조 제1항에 의하여 축협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면서 원고를 비롯한 축협 직원들에 대한 고용관계도 승계하였다. 피고는 원고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인 2001. 8. 20. 원고를 복직시켰으나, 같은 날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해 대기발령을 하였다가, 2002. 1. 3. 대기발령 사유가 해소되자 대기발령을 해제하고 원고를 피고의 목포 신안군 지부에서 근무하도록 명하였다. 한편, 2000. 7. 1.부터 원고에게 적용되는 피고의 인사규정 제15조 제2항 제1호, 제16조 제1항 제1호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을 때에는 판결확정 후 1월까지 명령휴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4조 제1항 제4호는 ‘징계사유에 해당되어 인사위원회에 부의될 때에는 대기발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 原告의 主張 원고는, 정당한 이유 없는 휴직을 제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의 취지에 비추어 피고의 인사규정에서 명령휴직사유로 규정되어 있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을 때’는 형사사건으로 구속기소되어 근로제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만을 의미하는데, 원고는 1998. 9. 1. 석방됨에 따라 그 이후에는 휴직사유가 소멸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석방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00. 1. 1.부터 2002. 1. 2.까지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3. 對象判決의 要旨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휴직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의 휴직근거규정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일정한 휴직사유의 발생에 따른 휴직명령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정해진 사유가 있는 경우 당해 휴직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해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불구속기소된 이상 사용자의 인사규정에서 정한 명령휴직의 사유 그 자체는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근로자가 석방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명령휴직처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구속취소로 석방된 후에는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명령휴직규정의 설정 목적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라고도 볼 수 없어 위 명령휴직처분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 4. 起訴休職의 意義 및 正當化 要件 사기업의 취업규칙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그 사건이 법원에 계속되는 기간 동안(혹은 형사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휴직시킨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흔한바, 사용자가 이러한 규정에 근거하여 근로자가 기소되었음을 이유로 그 근로자에 대하여 휴직을 명령하는 조치를 기소휴직이라 하는바, 이러한 기소휴직은 기업의 사회적 신용의 유지, 직장질서의 유지, 징계 또는 해고 등의 처분의 유보나 유예 등을 그 취지로 한다. 이처럼 기소휴직은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하여 휴직이라고 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타의 인사조치에 비하여 신중한 취급이 요구될 것이다. 특히, 기소된 근로자의 신병이 구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기소에도 불구하고 기소된 근로자는 여전히 노무제공이 가능하고, 또한 피고인이라 할지라도 유죄판결 확정 전에는 무죄의 추정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기소휴직 중에는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이 더욱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기소휴직의 정당성에 관하여, 국내의 학설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단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만을 가지고 그 자를 기소휴직 처분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는바, 학설의 주류적인 태도는 기소휴직이 정당성을 갖기 위한 요건으로서, (i)기소에 의하여 범죄혐의가 상당한 정도로 객관화되었다고 평가되고, 기소사실의 종류, 태양 및 당해 근로자의 지위, 직무에 비추어 그 형사기소로 말미암아 기업의 대외적 신용이 실추되고, 직장질서를 유지하는데 지장이 있는 경우(제1요건), 또는 (ii)구속된 채로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는 물론 불구속인 경우에도 공판기일에 출석할 의무 때문에 노무제공이 불가능 혹은 곤란하고 이로 인하여 기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사정이 있어서, 이를 피하기 위하여 기소된 근로자를 잠정적으로 기업으로부터 배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제2요건)에만 기소휴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한다. 그런데, 위 제1요건의 경우에 있어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는 경우의 대부분은 직무 이외의 사생활상의 비행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법원은 대개의 경우에 직무수행과 관련성이 없다고 하여 이 요건의 충족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제1의 요건과 관련하여 기소휴직은 기업외 비행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징계처분과 유사한 점이 있다는 점에서, 기소휴직과 징계처분과의 균형도 기소휴직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기소휴직이 남용되기 쉬운 제도라는 점에서 요건을 한층 엄격히 해석하는 견해도 있는바, 이에 의하면 기소휴직은 (i)기소사실의 내용에 관하여 징계처분의 대상이 되는 가능성을 지닐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懲戒可能性), 나아가 (ii) 당해 근로자의 배치전환 등에 의하여 기업의 영향을 회피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한다(補充性). 한편, 위 제2요건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구속을 당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2요건이 충족될 수 있으며, 근로자가 보석 등의 이유로 불구속기소되어 단순히 공판 출석 시에만 노무 제공에 지장이 초래되는 경우에는 제2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근로자가 불구속기소된 경우에 있어서의 공판기일 출석은 유급휴가의 사용으로 이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므로, 근로자가 불구속기소된 경우에 있어 공판기일의 출석으로 인하여 당해 근로자의 근로제공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소휴직 발령 당시에는 위 요건 중의 어느 하나를 충족하여 기소휴직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휴직기간 도중에 보석이나 1심에서의 무죄판결 등으로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때에는 휴직사유가 종료된 것으로 사용자는 복직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다. 일본의 판례 중에는 기소휴직기간 도중에 보석과 1심에서의 무죄판결 등에 의해 그 요건을 충족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휴직사유가 종료된 것으로서 사용자는 복직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있다(全日本空輪 事件 東京地判 平11. 2. 15. 勞判 760號 46項). 5. 休職事由 消滅의 效力 근로자의 휴직사유가 소멸되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즉시 복직시켜야 한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휴직사유는 일시적이며 휴직사유가 소멸한 경우에는 당연히 직무에 복귀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휴직사유가 소멸된 경우뿐 아니라 휴직기간 중 휴직사유가 소멸하지 않는 때에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휴직기간의 만료에 의해 복직한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휴직사유 소멸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기소휴직의 경우에는 휴직기간의 도중에 무죄판결이나 보석 등으로 인하여 휴직의 필요성이 없어진 경우, 즉 휴직사유가 소멸한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근로자가 복직을 신청한 때 사용자는 복직을 승인해야 한다. 복직의 절차에 관한 제도로서는 휴직사유가 소멸함으로써 당연히 복직하는 것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근로자의 복직신청과 이에 대한 사용자의 승인을 거쳐 복직하는 경우도 있으며, 휴직의 종류에 따라 절차를 달리하는 수도 있다. 여기서 ‘복직’은 원직복직을 원칙으로 하다고 할 것이나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 등을 고려하여 종전과 업무나 작업장소가 크게 다르지 않고 근로자에게 합당한 업무를 시키는 경우에는 원직복직이 아니더라도 근로계약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휴직사유가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복직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이는 사용자에 의한 휴업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사용자는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무수령의 거부가 사용자의 고의, 과실 등 민법상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의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6. 對象判決의 檢討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휴직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휴직근거규정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일정한 휴직사유의 발생에 따른 휴직명령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정해진 사유가 있는 경우, 당해 휴직규정의 설정목적과 그 실제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 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착하여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하여, 명령휴직의 정당화 요건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의 입장을 확인하고, 원고에 대한 휴직처분(이하 ‘본건 명령휴직’이라 한다)의 휴직기간을 원고의 신병이 구속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한 후, 원고가업무상 배임의 혐의로 구속됨을 이유로 한 명령휴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구속취소로 석방된 이후 원고가 복직을 신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명령휴직을 지속시킨 행위의 정당성은 부정하고 있는바, 기소휴직은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하여 휴직이라고 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타의 인사조치에 비하여 신중한 취급이 요구되고, 따라서그 정당한 이유의 존부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태도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즉, 본건 명령휴직은 그 휴직기간이 상당히 장기간이라는 점과 상당기간 무급으로 취급되었다는 점에서 원고에 대한 구속이 취소된 이후의 기간에 대하여 그 정당성을 부인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대상판결의 이유 중에서 '본건 명령휴직의 실질에 있어 해고와 다름없다'는 표현은 본건 명령휴직이 근로자에게 주는 불이익이 해고의 경우에 상응하는 정도로 크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으로 의미가 있을 뿐, 더 나아가 본건 명령휴직의 정당성을 판단하는데 있어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근로관계의 중단에 불과한 휴직은 그 기간이 아무리 장기간이라 하더라도 개념상으로는 근로관계의 종국적인 소멸인 해고와 명백히 구별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이 본건 명령휴직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본건 명령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와 다름없다”는 논리를 원용하기 보다는 ‘피고의 입장에서 본 본건 명령휴직의 필요성’과 ‘본건 명령휴직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비교·교량하여 기소휴직의 정당성에 대한 보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2006-08-10
포괄일죄와 일사부재리의 효력
Ⅰ.사안의 개요 (1)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1998년 3월 6일 피고인 甲에 대해서 동 피고인이 피해자 G로부터 신공항구조물공사 동업자금 등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였다는 단순사기죄의 공소사실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으며 그 유죄판결은 확정되었다. (2)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는 피고인 甲을 동 피고인이 1996.12.30부터 1998.1.17까지 사이에 피해자 A, B, C, D, E, F 등으로부터 신공항구조물공사 동업자금 또는 토지분양대금 등 명목으로 합계 1억원 남짓의 금원을 상습으로 편취하였다는 상습사기죄의 공소사실로 서울지방법원에 공소를 제기하였다. (3) 서울지방법원은 2001년 5월 25일 피고인 甲에 대하여 면소판결을 선고하면서 이미 확정된 유죄판결(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이 선고한 유죄판결)의 범죄사실(단순사기죄의 범죄사실)과 서울지방법원에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상습사기죄의 범죄사실)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으며 단순사기죄의 유죄판결(확정판결)에 의한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그 범죄사실과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상습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미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해서 면소판결을 선고하였다. (4) 위 면소판결에 대해서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서울지방법원 항소부는 제1심의 면소판결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검사는 위 항소기각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후 상고이유서에서 단순사기죄의 유죄판결(확정판결)에 의한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상습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미치지 아니하므로 제1심의 면소판결을 유지하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원심판결(항소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5)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의 다수의견은 검사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부)으로 환송하였다. 이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윤재식의 반대의견과 대법관 이용우의 별개의견이 있다. Ⅱ.대법원판례(다수의견) 포괄일죄인 상습사기죄의 범죄사실(공소사실)로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때에 한하여 그 확정판결에 의한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확정판결이 있는 범죄사실과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에 미치는 것이며 단순사기죄의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경우에는 그 확정판결에 의한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그 유죄판결이 선고되기 이전에 행하여진 범죄사실(상습사기죄의 범죄사실)에 미치지 아니한다. 따라서 상습사기죄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유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하며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서는 안된다. 대법원판례(다수의견)의 앞부분은 종전의 대법원판례와 동일한 견해이나 뒷부분은 처음 나온 대법원판례이다. Ⅲ. 반대의견과 별개의견 (1)반대의견 윤재식 대법관은 단순사기죄의 범죄사실(공소사실)로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후 그 유죄판결이 선고되기 전의 수개 사기범죄사실이 상습사기죄(포괄일죄)로 공소제기된 경우에는 단순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대한 확정판결(유죄판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상습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미친다고 해석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원은 상습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유죄판결을 선고하여서는 안되고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공소불가분의 원칙(형소법 247조 2항), 일사부재리의 원칙(헌법 13조 1항), 피고인의 이익 등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2)별개의견 이용우 대법관은 상습사기죄는 실체법상 수죄에 해당하므로 상습사기죄를 포괄일죄에 해당시키는 다수의견은 부당하며 또한 원심(항소심)의 면소판결의 시정을 구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있으므로 면소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내놓고 있다. Ⅳ.학설 (1) 수개의 범죄사실이 상습범, 연속범과 같은 포괄일죄로 공소제기되어 유죄판결이 선고되고 그 유죄판결이 확정된후에 유죄판결이 확정된 범죄사실과 포괄일죄(상습범, 연속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이 공소제기된 경우에는 포괄일죄의 범죄사실에 대한 확정판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에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미치므로 법원은 그 범죄사실(공소사실)에 대해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하여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며 타당하다. 이 통설에 대해서는 반대설이 없다. 이와같이 유죄판결이 선고되지 아니한 범죄사실에 대해서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이론적 근거는 ①포괄일죄의 일부에 대한 공소제기의 효력은 공소불가분의 원칙(형소법 247조 2항)에 의해서 포괄일죄의 전부에 미친다는 점 ②포괄일죄의 일부에 대해서만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도 포괄일죄의 전부가 심판의 잠재적 대상으로 된다는 점 ③포괄일죄의 일부에 대해서만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일죄의 전부로 공소장의 변경(공소사실의 추가)이 허용된다는 점(형소법 제298조제1항) 등이다. 통설에 의하면 포괄일죄(상습범?연속범)의 일부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에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이 포괄일죄의 주요부분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그 공소사실(포괄일죄의 나머지 범죄사실)에 대해서 면소판결을 하여야 하며 유죄판결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예컨대 사기죄의 전과자가 2개월 동안 피해자 20명을 상대로 사기죄를 범한 후 맨 나중에 범한 사기죄(상습사기죄)로 공소제기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그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엔, 나머지 범죄사실(19개의 사기범죄사실)로 처벌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며 만약 19개의 범죄사실이 상습사기죄로 공소제기된 경우에는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6조제1호에 의하여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 이 경우는 有罪者 不罰의 결과를 초래한다. (2)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 그 범죄사실과 경합범(형법 제37조)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이 공소제기되고 그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유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 이 경우 유죄의 확정판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그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에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에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이 유죄판결이 확정된 범죄사실보다 먼저 행하여진 범죄사실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3) 단순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그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 그 유죄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행하여진 수개의 사기범죄사실이 상습사기죄(포괄일죄)로 공소제기된 경우에는 단순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판결(확정판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상습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미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단순사기죄의 공소사실에 관한 유죄판결(확정판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단순사기죄의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미치는 데(통설) 상습사기죄의 범죄사실과 단순사기죄의 범죄사실은 동일한 범죄사실이 아니고 별개의 범죄사실이기 때문이다. ⅴ. 판례평석 1. 다수의견의 지지 단순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 그 유죄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행하여진 수개의 사기범죄사실을 상습사기죄(포괄일죄)로 공소제기한 경우에는 단순사기죄의 유죄판결(확정판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상습사기죄의 공소사실(범죄사실)에 미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판례(전원합의체판결의 다수의견)는 타당하다고 본다. 단순사기죄의 범죄사실과 상습사기죄의 범죄사실은 범죄의 일시·장소·방법, 범죄의 상대방(피해자), 피해액수(편취액수) 등이 다르므로 별개의 범죄사실이기 때문이다. 단순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확정판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단순사기죄의 공소사실과 단일성 및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내이다(통설). 2. 반대의견에 대한 비판 (1) 반대의견은 공소불가분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247조제2항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으나 단순사기죄로 고소제기한 경우에는 공소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일죄의 일부만을 공소제기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2) 반대의견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3조제1항 후단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으나 헌법 제13조제1항 후단은 동일한 범죄인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데 이 사건의 경우 단순사기죄의 범죄사실과 상습사기죄의 범죄사실은 동일한 범죄가 아니고 별개의 범죄이다. (3)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유죄판결이 확정된 범죄사실과 별개의 범죄사실(예컨대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로 처벌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4) 반대의견은 「검사의 부주의로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범행중 일부만을 단순범으로 공소제기하거나 검사가 상습범으로 공소제기 하였음에도 전소에서 법원이 단순범으로 잘못 인정한 경우를 상정해 보면 법원 및 검사의 부주의로 인한 위험을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것이 되어 도저히 찬성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검사가 포괄일죄의 일부만을 공소제기 하는 주된 원인은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은폐하기 때문이므로 반대의견의 이론구성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3. 별개의견에 대한 비판 상습범은 포괄일죄이며 포괄일죄는 단순일죄(單純一罪)에 해당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형법학계의 통설이다. 그러나 상습범은 수개의 범죄행위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므로 상습범은 단순일죄가 아니고 실질적으로 수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210면). 따라서 공소장에 상습범의 범죄사실을 기재함에 있어서는 상습범을 구성하는 개개의 범죄행위를 특정하여야 하며(백형구 강의 212면) 상습범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상습범을 구성하는 각개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보강증거가 있어야 하고(백형구 강의 213면)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도 상습범을 구성하는 개개의 범죄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백형구 강의 211면). 그러나 현행법상 상습범은 수죄가 아니고 1죄이다. 즉 상습범은 법률상 일죄이며 포괄적 1죄이다(통설). 따라서 상습범이 실체법상 수죄에 해당한다는 별개의견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상습범을 실체법상 수죄로 보게 되면 상습범의 일부에 대해서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후에도 그 상습범의 다른 부분에 대한 유죄판결이 허용된다는 불합리한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즉 상습범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후 그 공소사실(범죄사실)과 상습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이 공소제기된 경우에는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6조제1호에 의해서 그 공소사실에 대해서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통설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현행형법상 상습범은 포괄일죄이나 실질적으로 수죄에 해당한다는 이론구성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윤재식 대법관이 지적한 바와 같이 상습범에 관해서는 길고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므로 상습범과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 관해서 학계와 법조계의 깊이 있는 논의가 요청된다. 헌법 제13조제1항 후단이 규정하고 있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지니고 있는 인권보장적 기능을 경시하여서는 안된다.
2004-10-18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신상공개의 위헌성
1. 문제의 제기 한국에서의 ‘상업적 아동 성착취’(CSEC, commercial sexual exploitation of children, 이하 ‘CSEC’으로 약칭함)에 반대하는 본격적인 투쟁은 2000년 7월에 비로소 시작되었다. CSEC 終熄을 중요한 목적으로 삼은 성보호법이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 7월 이전에도 兒童買春(child prostitution), 포주업(pimping)과 아동 인신매매(trafficking of children for sexual purposes), 아동 포르노그라피(child pornography) 등의 CSEC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행정적 규제의 대상이었고 형사처벌도 가능하였으나 2000년 7월 이전의 행정기관과 법집행기관에게는 CSEC 종식 개념이 미약하여 행정기관과 법집행기관의 CSEC에 반대하는 규제의지와 처벌의지는 극히 미약했었다. 성보호법을 시행하면서부터 한국정부와 NGO는 2000년 7월 이전 시기의 CSEC에 대한 미온적이고 취약한 대응태세로부터 벗어나 모든 형태의 CSEC 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성보호법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性的 自由를 지나치게 저해한다는 논거를 들어 성보호법의 폐지 혹은 축소를 주장하는 ‘자유주의자’(liberalists)들이 많이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CSEC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CSEC의 종식을 형벌적 수단으로 달성함은 불가능하며 또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의도와는 달리 더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懷疑論과 虛無主義에 빠져 있다. 여기서 ‘CSEC의 종식을 원하는 사람들’과 자유주의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debate)이 지속되고 있다. - 판 결 요 지 - 신상공개제도는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청소년 성 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청소년 성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의 성보호법은 CSEC 예방의 주요수단으로 아동매춘범과 아동매춘을 알선·중개하는 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성보호법 제20조)하였다. 성보호법 제20조에 근거하여 2001. 8. 30. 처음 신상공개가 실시된 이래 총 4회에 걸쳐 신상공개가 실시되었으며 현재 제5차 신상공개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2003. 4. 9. 실시된 제4회 신상공개에서는 1,221명의 심사대상자 중에서 강간 208명, 강제추행 200명, 성매수 155명, 성매수알선 70명, 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 10명 등 643명의 신상이 공개되었다. 전체 대상자 중 강간·강제추행은 약 89%, 성매수알선과 음란물제작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공개되었고 성매수는 22.7%가 공개되었다. 신상공개 구상은 한국의 성보호법 입법자들이 미국의 미건 법(Megan’ Law)의 발상에서 借用해 온 발상이지만 미국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치유가 어려운 위험한 성폭행범(serious violent predator)에 한하여 상세한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성보호법 입법자와 CSEC 종식운동가들은 미건 법의 위험한 성폭행범에 대한 신상공개제도를 아동에 대한 성폭력범 뿐만 아니라 아동매춘범과 아동매춘을 알선·중개하는 자들에게까지 확대시켰다. 이것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한국에서는 성보호법 제20조의 합헌성을 둘러싸고 종식운동가와 자유주의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었으며 향후에도 그 논쟁은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특히 성매수자의 신상공개는 자유주의자들이 성보호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빌미가 되고 있다. 2003. 6. 26. 헌법재판소의 4명의 재판관은 현행 성보호법 제20조의 신상공개제도에 대하여 아무 유보 없이 합헌의견을 표명하였다. 이하에서 헌재의 합헌의견을 요약하고 나서 합헌결정의 의미를 분석하여 보기로 한다. - 평 석 요 지 - 헌재결정은 결과적으로 합헌이었지만 수적으로는 4대 5로 위헌의견이 우세하므로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남아 있어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고 위험범과 저 위험범으로 나누어 공개범위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이중처벌금지 위배 여부 자유주의자들은 신상공개는 형의 종류를 정하고 있는 형법 제41조에 해당되지 않으나, 해당 범죄자에게 확정된 유죄판결 외에 추가적으로 수치감과 불명예 등의 불이익을 주게 되므로 이러한 불이익이 실질적으로 수치형이나 명예형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하여 합헌의견은 “이 제도는 유사한 범죄예방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도입된 것이며, 이로써 당사자에게는 일종의 수치심과 불명예를 줄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신상공개제도가 추구하는 입법목적에 부수적인 것이지, 주된 것은 아니며 신상공개제도에서 공개되는 신상과 범죄사실은 헌법 제109조 본문에 의해 이미 공개된 재판에서 확정된 유죄판결의 내용의 일부이며 달리 개인의 신상 내지 사생활에 관한 새로운 내용이 아니고, 비록 범죄자의 수치심과 불명예를 수반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19세 미만의 청소년의 성매수 범죄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반사회적인 범죄에 대처하기 위하여 선택할 수 있는 입법형성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이므로 신상공개제도는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13조의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응답하고 있다. 3.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여부 자유주의자들은 신상공개가 순수히 일반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계도에 그 목적이 있다면 “굳이 성매수자의 신상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 비록 사례의 소개가 계도의 효과를 증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할지라도, 당사자의 실명이 아니라 가명을 사용하는 등 익명성을 보장해 주더라도 성매매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계도의 목적은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상공개는 불필요하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과도하다”고 주장(반대의견)한다. 이에 대하여 합헌의견은 “법 제정 당시 성인들이 청소년의 성을 매수하는 범죄의 규모나 증가추세가 매우 심각한 양상이었고,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가 청소년의 성장에 미치는 중대한 해악에 대한 인식부족과 때마침 인터넷과 같은 매체의 급속한 발달과 맞물려 도덕성의 심각한 해이 현상을 일으켰고, 더 이상 성인이나 청소년들의 도덕성에만 그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법적 제재장치를 통하여 예방될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청소년들의 성을 매수하는 등의 행위는 비록 그들의 형식상 동의에 의한 것이라 해도 정신적 판단력이 약하고 금전적 유혹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진정한 동의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들의 정신과 육체 등의 건전한 성장에 중대한 해악”을 주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방치하였을 때는 우리 사회가 타락한 사회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할 만한 것”이어서 성보호법의 입법목적은 그 정당성이 인정되며 “신상공개제도가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으나, 상식적으로 볼 때 해당 범죄인의 신상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제도는 일반 성인들에게 미성년자 성매수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위하적 내지 예방적 효과를 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신상공개제도는 과잉금지 원칙에서 요구되는 수단의 적합성을 갖춘 것”이며 “형벌이나 보안처분만으로는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고, 가령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치료나 효율적 감시체계 확립, 청소년에 대한 선도 등의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전문적인 교정 인력의 부족 등 물적·인적 시설이 미비하고,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지나친 개방적 사고와 배금주의적 행태, 성을 상품화하는 잘못된 소비풍조, 어른들의 왜곡된 성의식 등 사회문화적 부문에서의 보다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개선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리므로, 현재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상공개제도와 같은 입법적 수단이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가능한 여러 가지 수단 가운데 무엇이 보다 덜 침해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떠한 수단을 선택할 것인가는 입법자의 형성의 권한 내라 할 것이므로, 신상공개제도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나지 아니”하며 “ ‘청소년의 성보호’라는 목적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공익의 하나인데 비하여 청소년 성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는 이미 공개된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형사판결이라는 공적 기록의 내용 중 일부를 국가가 공익 목적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공개된 형사재판에서 밝혀진 범죄인들의 신상과 전과를 일반인이 알게 된다고 하여 그들의 인격권 내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청소년 성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청소년 성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4. 합헌결정의 의미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는 한결같이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제4차 신상공개(2002. 4.9) 이후 언론사별 여론조사 결과 80% 이상의 국민이 신상공개제도 강화에 찬성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80%(1,438/1,797명), 중앙일보에 의하면 79.79%(10,289/12,895명)가 찬성하고 있다] 지식인층과 법률전문가층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 2년 동안의 홍보와 계몽의 결과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식인층과 법률전문가층의 여론동향도 서서히 찬성의견이 늘어나는 추세로 보인다. 2003. 6. 26. 헌재의 합헌의견이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하여 아무 유보 없이 합헌결정(2002헌가14)을 선고한 것은 위와 같은 지식인층과 법률전문가층의 동향을 반영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합헌이었지만 수적으로는 4대 5로 위헌의견이 우세하였으며 위헌의견의 논조는 대단히 신랄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 시점은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종래의 비판과 헌법재판소의 위헌의견을 겸허히 수용하여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다. 제도개선의 기본방향은 고위험범과 저위험범을 적절히 구별하여 고위험범에 대하여는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를 현행보다 넓히고 저위험범에 대하여는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를 현행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이다.
2003-11-10
신용카드의 부정사용과 형법해석정책
Ⅰ. 대상판결 1. 사안 피고인은 S 카드회사로부터 신용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 받아 2년여 동안 사용하여 오다가 변제능력에 문제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화에 의한 무보증카드론 방식으로 7백만 원을 대출받고, 3천여만 원 가량 카드를 사용한 후 대출금과 카드대금을 제대로 납입하지 않았다. 제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사기죄로 유죄판결(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03.6.18. 선고 2003고단276판결)을 하였으나 항소법원은 무죄판결(대전지방법원 2003.8.29. 선고 2003노1492)을 하였다. - 판 결 요 지 - 신용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아 사용해 오다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대금결제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위 신용카드를 이용 하여 카드론 대출 또는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그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항소법원의 판결요지 카드회원이 신용공여의 범위 내에서 자기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기망행위가 아니며, 카드회사에게 카드사용 당시의 재산상태를 고지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불고지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전화자동응답시스템에 의한 카드론의 이용도 공여된 신용의 범위 내에서 대출이 기계적으로 처리될 따름이므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맹점도 그런 신용의 범위 내에서는 카드 소지인과 명의인이 동일한 이상, 지급능력의 유무에 대하여 아무런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망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카드 발급 당시의 약정에 고지의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여 ‘국가의 형벌권이 사경제영역에 속하는 금융질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개인의 자유영역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신용조사 등에 관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초래된다’는 점에서 사회상규에 기초한 고지의무는 인정될 수 없다. - 연 구 요 지 - 항소법원이 사기죄의 해석과 내적으로 연관시킨 형법정책은 해석 론 이상으로 타당성이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무죄판결은 바로 이 성적인 형법정책을 형법해석에 내재화시킴으로써 법원에 의해 형 성되는 구체적 형법규범의 정당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 준다 Ⅱ. 평석 위 사안에 대한 항소법원의 무죄판결은 대금결제의 능력과 의사가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해 온 대법원 판례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두고, 사기죄 해석과 신용카드체계의 기능보호에 대한 형법정책, 두 차원에서 각각 의미있는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1. 사기죄의 해석론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 착오, 재산처분행위, 재산상 손해발생, 재산상 이익취득의 다섯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판례에서 항소법원이 주로 문제 삼은 요건은 기망과 착오 부분이므로 평석도 이에 국한한다. ① 흔히 작위범 성립을 검토하고 부작위범 성립을 검토해야 한다는 이론에 의하면 결제능력의 상실을 고지하지 않고 자기신용카드를 계속 사용한 것이 作爲의 기망행위인지가 문제된다. 항소법원은 카드사용행위를 표시중립적 행위로 보았지만, 그 행위는 독일학계에서 말하는 이른바 ‘설명가치 있는 행동’(schluBiges Verhalten)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다수의 학자들과 (분명하지는 않지만) 대법원 판례는그런 행위를 작위범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항소법원의 판단처럼 일단 결제능력과 의사가 있는 상태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신용공여의 범위 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적어도 카드신청을 할 때처럼 회원이 자신의 재정상태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담은 서류를 제출하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작위의 기망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안에서 피고인의 계속된 카드사용행위는 일단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로 취급되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판결의 정당성에 의문이 강하게 제기될수록 법원은 자신의 결정을 더욱 자세히 근거지워야 하고, 따라서 작위범에 비해 논증부담이 더 무거운 부작위범의 형태로 논증해야 한다는 필자의 견해에서 보면 더욱 그러하다. ② 이 사안에서 카드사용행위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되려면 제18조의 결과방지의무(保證人義務)가 피고인에게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카드회원가입계약에 그런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거나, 보통거래약관으로 정해져 있다고는 하더라도 그런 특약이 불공정거래약관의 하나로 취급될 수 있는 이상, 계약상 유효한 고지의무는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제20조)와 다소 혼동될 여지를 무릅쓰고 항소법원이 사용한 표현인 사회상규, 그러니까 학계에서 말하는 條理나 신의칙에 의한 결과방지의무(保證人義務)로서 고지의무를 인정할 여지는 있다. 항소법원은 이 신의칙에 의한 고지의무를 형법정책과 내적으로 연결짓는 탁월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해석은 단지 인식이 아니라 정책과 착종되는 것임을 통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뒤에서 보듯이 적절한 방향의 형법정책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항소법원의 해석에 대해서는 정책과 해석은 별개라는 전통적인 법인식론이 비판을 가해올 수 있다. 그러나 한 걸음 양보하여 그런 전통적인 법인식론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카드회원에게 그런 고지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해석은 가능하며, 또한 더 타당하다. 즉, 결과방지의무에 대한 機能說의 해석론으로 제18조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에는 국가기관이나 사경제기구와 거래하는 개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론을 들 수 있다. 거대기구는 일반 개인에 비해 우월한 조직적 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과 거래하는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신뢰 속에서 스스로 위험을 방어하는 태세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이론이다. 이런 이론에 의하면 신용카드회사와 거래하는 개인에게도 그 회사에 대한 “위험발생을 방지”할 의무로서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의 변경을 적극적으로 알릴 의무(즉 국가나 사경제기구의 재산손해방지의무)가 신의성실원칙에 의해 인정될 수는 없게 된다. 그러므로 해석과 정책을 분리하더라도 항소법원의 판단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③ 만일 이 사안을 삼각사기로 본다면 회원의 고지의무는 피기망자인 가맹점에 대해서도 인정될 여지가 있다. 가맹점은 카드회사와 같이 거대한 조직력과 지배력을 갖지 못한 작은 상점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신의성실원칙에 의해 고지의무를 인정할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가맹점은 카드사용자의 지급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계약상 카드회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고 있으며, 더 나아가 카드소지인과 명의인의 동일성을 확인할 계약상 의무마저 무관심한 것이 거래현실이다. 이 현실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고지의무를-따라서 항소법원이 판시하듯 기망행위를-인정할 필요도 근거도 없게 된다. 하지만 다시 한 걸음 양보하여 카드회원에게 법적으로 고지의무를 인정하더라도 피기망자인 가맹점은 지급능력에 관해 무관심과 무의식으로 일관하기 때문에 가맹점에게 사기죄의 두번째 요건인 착오가 발생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이럴 경우 (삼각)사기의 미수가 성립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가맹점이 착오를 갖지 않는 현실이라면 고지의무위반이라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는 불능범(제27조)으로 처리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④ 카드회원이 결제능력 없이 전화자동응답시스템으로 대출을 받은 행위도 가맹점에서 물품과 용역을 제공받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고지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한, 기망행위로 파악될 수 없다. 설령 기망행위로 인정한다 해도, 피기망자가 사람이 아니라 정보처리장치이므로 착오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착오요건의 충족은 기계를 의인화하는 수사학적 차원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또한 기망행위 요건의 충족은 인정하더라도 가맹점을 피기망자로 하는 삼각사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카드론이용행위는 사기미수범이 아니라 사기불능범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2. 신용카드체계와 형법정책 이 사안에서 항소법원이 사기죄의 해석과 내적으로 연관시킨 형법정책은 해석론 이상으로 타당성이 있다. 특히 항소법원이 지적한 카드회사의 모럴헤저드는 자기신용카드의 부정사용과 타인신용카드의 부정사용이 불법유형에서 차별적임을 전제로 한다. 후자는 외부로부터 신용카드체계의 기능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서 그 불법유형이 절도나 사기 등과 매우 유사하다. 이에 비해 전자는 신용카드체계에 참여하는 내부자의 일탈행위이며, 그 불법유형은 계약위반의 성격이 더욱 강하다. 그런데 세 당사자 간에 이루어지는 3가지 종류의 신용카드계약에 내재된 도덕원칙(Moralprinzip)은 그런 계약과 거래를 통해 모두가 권리와 의무, 기회와 부담을 형평있게 누리게 된다는 점에 있다. 회원은 포괄적 신용을 얻되 회비와 결제대금이자를 부담하고, 가맹점은 수수료를 부담하되 대금지급을 안정적으로 제공받고 회원의 소비성향증대에 터 잡은 매출의 증가라는 이익도 얻는다. 이에 비해 카드회사는 가맹점에게는 대금지급을 보장하되 수수료를 얻으며, 회원에게는 포괄적으로 신용을 공여하되 회비를 얻는다. 그런데 이때 카드회사가 누리는 이익은 무엇보다도 포괄적인 신용공여를 경제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 기초한다. 바꿔 말해 카드회원자격의 부여는 카드회사가 스스로 자신의 거대조직을 활용하여 합리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위험은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카드회사는 신용공여실패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는 신용공여로부터 어떤 이익도 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항소법원이 펼친 해석정책은 바로 이런 도덕원칙에 지향되어 있다. 카드회사의 신용카드남발은 불량회원과 부실채권을 증가시키고, 결국에는 카드회사가 스스로를 재정위기에 빠뜨림으로써 신용카드체계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만든다. 그러므로 자기신용카드의 부정사용을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은 도덕원칙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체계의 기능보호라는 목적에서 보더라도 역기능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형법해석은 그와 같은 모럴헤저드를 촉진시키는 카드회사의 후견인 역할을 거두어들이고, ‘스스로 분쟁의 원인을 제공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귀속시키는’ 피해자학적 관점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또한 거시적으로 신용카드형법은 카드체계에 참여하는 내부자들이 스스로 일탈행동을 예방하고, 손실위험을 조정하는 자율적 조절메커니즘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구조정책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형법의 보충성원칙은 그런 방향의 형법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형법정책이 그런 요구에 응할 때 형법의 정당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한 항소법원의 무죄판결은 바로 그와 같은 이성적인 형법정책을 형법해석에 내재화시킴으로써 법원에 의해 형성되는 구체적 형법규범의 정당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다.
200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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