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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의 유효요건
[事案의 槪要] 동해펄프는 홍콩의 한화로부터 카수아리나 우드칩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원고(한국외환은행)에게 신용장 발행을 의뢰했다. 원고는 1997. 8. 25. 수익자 한화, 상환은행 CMB 뉴욕지점의 일람후 60일 결제조건의 기한부 신용장을 발행했다. 한화는 피고(가와사키기센(川崎汽船))와 중국 해구항에서 울산항까지 운송하는 운송계약을 체결한 뒤, 화물을 피고의 선박에 선적하였고, 피고로부터 지시식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CMB 홍콩지점에 양도했다. CMB 홍콩지점은 1998. 2. 18. 선적서류를 매입하여 원고에게 송부했고, 상환은행을 통해 원고에게 신용장대금의 지급청구를 하여 원고는 만기일에 상환은행에 신용장대금을 지급했다. 원고는 신용장대지급금을 상환받지 못한 채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화물은 1997. 9. 17. 울산항에 도착했는데, 피고는 선장에게 동해펄프의 보증서를 받고 선하증권 없이 화물을 인도할 것을 지시했고, 동해펄프는 이를 인도받았다. 선하증권의 이면약관 제27조는, “본 선하증권에 의하여 입증되거나 규정된 계약은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일본법에 의하여 규율되며, 운송인에 대한 어떠한 소송도 일본국 동경지방재판소에 제기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원고는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운송인인 피고에 대해 화물의 불법인도라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訴訟의 經過] 1. 1심판결: 서울지방법원 2000. 1. 14. 선고 98가합74877 판결은, 한국에 관할권이 없다는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대해 한국법에 의하여 동 법원에 관할권이 있다고 판시했으나 대상판결의 선례인 대법원 1997. 9. 9. 선고 96다20093 판결(“1997년 판결”)은 언급하지 않았다. 2.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01. 7. 3. 선고 2000나10002 판결은, 1997년 판결을 따라 관할합의가 무효라고 보았다. 또한 원심판결은, 문제된 관할합의는 운송인인 피고에 대한 소송은 반드시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동경지방재판소에 제기하도록 규정된 반면, 해석상 운송인은 편리한 장소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어 있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에 해당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았다. 3. 대법원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한국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합의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당해 사건이 한국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져야 하는 외에, 당해 사건이 그 외국법원에 대하여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되고, 한편 전속적인 관할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점에서도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는 1997년 판결을 따른 것이다. 즉, 피고는 전속관할합의조항의 결과 한국에는 관할권이 없고 손해배상채권의 準據法은 일본법이라고 주장했지만, 대상판결은 한국의 관할권을 긍정하고 涉外私法상 불법행위의 準據法은 한국법이라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準據法合意는 불법행위에는 미치지 않지만, 관할합의는 불법행위에도 미치는 것을 전제로 하되 관할합의조항이 무효라고 보았다. - 판 결 요 지 - 한국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 합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당해사건이 한국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해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되고 전속적인 관할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점에서도 무효이다 - 평 석 요 지 - 당초 관할합의는 홍콩기업과 일본기업간에 체결되었는데 관할합의가 불법행위에도 미치고 관련성이 있어서 유효하다면 수하인이자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가 그에 구속되는 이상 불법행위지가 한국이라는 이유로 관할합의가 처음부터 무효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준거법과 병행하는 관할합의는 다른 관련성이 없더라도 유효한지도 의문이다 [硏 究] Ⅰ. 문제의 제기 필자는 과거 평석(“船荷證券에 의한 國際裁判管轄合意의 문제점”,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 제16집(下)(2003), 174면 이하)에서, 1997년 판결이 당해 사건이 지정된 외국법원에 대해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을 것을 요구한 것을 비판하고, 다만 그 사건의 경우 당사자들이 한국법인이고 訴價가 소액인 점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한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를 일반화할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1997년 판결의 논리를 전형적인 국제사건에, 그것도 일본선사가 자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합의한 사건에까지 적용한 점에서 충격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관할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경우, 법원은 私的自治를 존중함으로써 예측가능성을 보장해야 하는지, 아니면 관할합의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지이고, 후자를 취하면 법원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근거와 요건이 문제된다. 이하 ‘관할합의’는 국제재판관할합의를, ‘관련성’은 ‘합리적인 관련성’을 말한다. Ⅱ. 국제재판관할합의를 하는 이유 국제재판관할은 재판임무를 (개별법원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어느 국가의 법원에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이므로, 어느 국가내의 동종의 1심법원들 중 어느 법원이 법적쟁송을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인 토지관할과는 다르다. 관할합의시 통상 토지관할에 관한 합의도 함께 하지만 논리적으로는 전자만도 가능하다. 당사자들은 관할합의를 통해 첫째 국제재판관할과 분쟁의 실체에 적용될 準據法에 관한 불확실성을 배제(완화)할 수 있고, 둘째 개별사안에서 一般的?抽象的 規範에 따른 경직된 관할규칙을 수정할 수 있으며, 셋째 관할규칙상의 利益狀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경할 수 있다. 셋째 기능을 보면 관할합의의 남용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특히 소비자의 경우 그러한데 國際私法(제27조)은 이를 위한 것이다. Ⅲ. 관련성을 요구하는 근거 첫째 관할합의와 지정된 외국법원간에 관련성(즉 외국관련성)을 요구하는 견해는, 불연이면 지정된 법원에게 외국법의 적용, 외국에서의 증거조사 등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심리의 적정이나 소송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당사자들에게도 부당한 부담을 지워 사실상 정당한 재판을 받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 불법행위지인 한국에 관할이 있어야 하는데, 전속관할합의에 따라 동경지방재판소가 재판하면 그러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대상판결은 지정된 외국법원이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해 관할권을 가질 것을 별도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원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관할권을 행사하는데도 관할합의를 무효라고 할 이유는 없다. 사견으로는, 관련성의 요건은 한국법원에 전속관할을 부여하는 관할합의도 관련성이 없으면 무효임을 전제로, 외국법원에 전속관할을 부여하는 관할합의에도 같은 요건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종래 이는 많은 비판을 받았고, 유럽연합의 「민사 및 상사사건의 국제재판관할과 외국판결의 승인?집행에 관한 협약」(브뤼셀협약)과 브뤼셀규정, 현재 헤이그국제사법회에서 진행중인 「민사 및 상사사건의 전속관할합의협약」의 초안(“헤이그초안”), 1972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The Bremen et al. v. Zapata Off-shore Co., 407 U.S. 1 사건판결(김문환, 미국법연구 (Ⅰ)(1988), 442면 이하 참조)과 일본 최고재판소의 1975. 11. 28. 판결(치사다네호 사건)(이성웅, “日本法上 船荷證券에 의한 國際裁判管轄合意의 要件”, 해사법연구 제15권 제2호(2003, 121면이하 참조)도 관련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둘째 대상판결이 명시하지 않지만, 외국기업과 전속관할합의를 할 경우 협상력이 약한 한국기업이 한국법원의 관할을 배제당할 수 있으므로, 우리 법원이 내국민보호의 필요성에 이끌려 관할합의의 효력을 부정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속관할합의에는 관할을 부여하는(prorogation) 측면과 관할을 배제하는(derogation) 측면이 있는데, 위에서 본 근거는 전자의 문제인데, 내국민보호는 후자의 문제로서 관할합의의 남용통제의 문제이지 관련성의 문제는 아니다. 만일 이런 취지라면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의 소수의견처럼 그 취지를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칼이다. 그런 논리라면 한국선사들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전속관할법원으로 합의하기는 어렵게 된다. Ⅳ. 지정된 법원과 당사자간의 관련성은 무시되나 1997년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모두 한국기업이었고 뉴욕시 민사법원이 지정되었으므로 관련성은 문제되지 않았지만, 대상판결에서는 피고가 일본기업이므로 피고와 일본간에 어떤 관련성이 있음은 명백하다. 대상판결은 당사자는 도외시하고 당해 사건과 지정된 외국법원의 관련성만을 요구한 듯하지만, 관할근거는 人的裁判籍에서 보듯이 사건만이 아니라 당사자와의 관련성에 근거한 것일 수도 있다. 일본선사로서는 분쟁을 자신의 본점소재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으므로 법정지와 당사자간의 관련성을 긍정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부당하며, 이 사건에 적용되지는 않지만 당사자와의 관련성을 명시한 國際私法(제2조)에도 반한다. 또한 헤이그초안(제14조)도 지정된 법원이 속하는 국가는 그 국가와 ‘당사자들’ 또는 분쟁간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경우 관할권을 부인할 수 있음을 선언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Ⅴ. 당해 사건과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지정된 법원인가 아니면 그것이 속한 국가인가 원심판결은 사건이 동경지방재판소와 관련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면서, 중요한 증거방법이 모두 한국내 한국인 증인들이거나 문서들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이를 부정했다. 사견으로는 사건이 ‘동경지방재판소’가 아니라 ‘일본’과 관련성이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그렇다면 관련성을 긍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토지관할이 아니라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합의의 유효성이 문제되기 때문이다. 국제재판관할은 국가(즉 법원 전체)를 단위로 하는 개념이지 개별법원의 문제가 아니다. 헤이그초안(제14조)도 ‘지정된 법원’이 아니라 ‘당해 국가’와 당사자들 또는 분쟁간의 관련의 유무를 문제삼는다. Ⅵ. 대상판결에 대한 그 밖의 비판 첫째, 대상판결은 ‘합리적인 관련성’이라는 애매한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당사자들이 관할합의를 통해 달성하려는 예측가능성을 해하고 결국 법적안정성을 해한다. 그 결과 많은 국제거래의 전속관할합의의 유효 여부는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외국인들은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한 한국이 私的自治에 대해 적대적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둘째, 당사자는 중립적인 법을 準據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순수한 국내거래가 아니라면 中立的인 法廷地(neutral forum)를 합의할 정당한 이익을 가진다. 셋째,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선사이므로 문제가 없지만 한국내 재산이 없는 피고에 대한 우리 판결은 관할권이 없는 법원의 판결이라는 이유로 외국에서 집행이 거부될 수 있다. 넷째, 정책적인 문제로, 한국법원이 일본기업과 중국기업간의 분쟁을 재판하기 위하여는 한국법원을 위한 전속관할합의를 허용해야 한다. 이는 동북아법률허브구상과도 관련된다. 다섯째, 한국법원이 이렇게 개입하면 당사자들은 중재지를 외국으로 하는 중재합의를 할 것이다. 관할합의와 중재합의는 많은 점에서 유사한데, 당사자들이 모든 법원의 관할권을 배제하고 중립지를 중재지로 하는 중재합의는 유효라고 보면서 특정국가의 법원에 관할권을 부여하는 관할합의는 무효라고 볼 이유는 없다. 일부 한국선사들의 선하증권 약관도 문제된 관할합의조항과 유사한데, 이들은 관할합의조항을 중재조항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Ⅶ. 대상판결을 따를 경우 남는 문제 당초 관할합의는 홍콩기업과 일본기업간에 체결되었는데 관할합의가 불법행위에도 미치고 관련성이 있어 유효하다면, 수하인(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가 그에 구속되는 이상, 불법행위지가 한국이라는 이유로 관할합의가 처음부터 무효가 될 수는 없다. 또한 準據法과 병행하는 관할합의는 다른 관련성이 없으면 무효인지도 의문이다. 선하증권상의 계약에 관하여는 관할합의가 유효하지만 불법행위에 관하여는 무효인가, 아니면 모두 무효인가(무효는 혹시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전자라면 청구병합시 처리가 문제되고, 후자라면 실무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대상판결처럼 관할의 결정시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영미의 不適切한 法廷地(forum non conveniens)의 법리와 유사하나, 후자는 법원이 諸要素를 고려하여 관할권의 행사를 거부하는 것이지 관할합의가 무효라는 것은 아니다. 외국법원, 그것도 피고에 대해 一般管轄을 가지는 일본법원에 대해 동 법리를 적용하라고 할 수는 없다. 사견처럼 관할합의가 유효하고 불법행위에도 미친다면 문제가 없지만, 관련성을 요구하는 견해는 위의 의문에 답하여야 한다. Ⅷ. 맺음말 대상판결은 관련성을 긍정해야 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간 국제거래의 경우, 그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법원은 관련성을 요구하지 말고 관할합의를 존중해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처럼 우리 법원도 국제분쟁을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편협한 사고(parochial concept)를 버려야 한다. 법원의 역할은 私的自治를 존중하고 그것이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지, 당사자들의 합리적인 기대를 좌절시키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기를 희망한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정부의 短見으로 인하여 법과대학에서는 잊혀진 國際私法과 國際民事節次法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를 기대해 본다.
2004-05-27
(판례연구) 국제재판관할합의 유효요건으로서의 합리적인 관련성
▼판결요지▼ 외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 국제관할합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당해사건이 한국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않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외국법상 당해사건에 대해 관할권을 가져야 하는 외에 당해사건과 외국법원간의 ‘합리적인 관련성’이 요구된다 ▼연구요지▼ 대상판결은 한국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배제하고 외국법원에 전속관할을 부여하는 합의의 유효요건의 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대법원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다만 유효요건의 하나로 당해사건과 지정된 외국법원간의 ‘합리적 관련성’의 존재를 요구한 것은 유감이다 [事案의 槪要] 원고로부터 운송을 의뢰받은 피고는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복합운송증권을 발행하였다. 운송물은 소외 H상선에 의해 부산에서 미국 L.A.까지 해상운송되고 피고의 미국대리점에 의해 L.A.로부터 텍사스주까지 육상운송된 뒤, 그에 의해 A의 보세창고에 보관되었으나 A가 제3자에게 운송물을 인도함으로써 멸실되었다. 원고는 화환어음을 소외 C은행에 네고하였다가 운송물 멸실 후 C은행에 네고대금 등을 지급하고 복합운송증권을 반환받았다. 원고는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訴를 제기하였다. 복합운송증권 이면약관(제24조)은 미국법을 準據法으로 지정하고, “이 증권에 기한 소는 모두 뉴욕시 민사법원에 제기해야 한다. 다만, 운송인은 다른 관할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판결의 요지] 대법원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 원심판결은 서울고등법원 1996. 4. 18. 선고 95나37447 판결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한국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 국제관할합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당해 사건이 한국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않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해 관할권을 가져야 하는 외에, 당해 사건이 외국법원에 대해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고, 한편 전속적 관할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점에서도 무효이다. 이 사건이 뉴욕주법원과 관련성을 갖는다고 볼 만한 점은, 피고가 뉴욕주에 영업소를 가진 점과 보세창고업자가 미국인이고 운송물의 멸실지가 텍사스주라는 것 정도인데, 한편 원·피고는 모두 한국법인이고, 운송물의 목적지는 뉴욕주와 관련이 없고, 중요한 증거방법은 모두 한국내에 있으며, 운송인의 책임범위나 면책요건에 관한 미국법이 한국법보다 피고에게 더 유리하다고 볼 자료도 없고, 소송물가액이 극히 소액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뉴욕주에서의 소송수행이 피고에게도 불편할 뿐이므로, 이 사건 전속적 관할합의는 사건이 지정된 외국법원에 대해 합리적인 관련성을 결여함으로써 유효요건을 구비하지 못해 무효이다. [硏 究] Ⅰ. 문제의 제기 民事訴訟法(제29조. 舊民事訴訟法 제26조)은 서면에 의한 管轄合意의 유효성을 명시하는데 國際裁判管轄에 관한 合意도 허용됨은 명백하다. 국제거래 당사자들은 管轄合意를 통해 國際裁判管轄과 분쟁의 실체에 적용될 準據法의 예측에 관한 불확실성을 감면할 수 있고, 一般的·抽象的 規範에 근거한 경직된 管轄原則을 수정할 수 있으며, 管轄規則상의 利益狀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경할 수도 있다. 대상판결은 이미 몇 편의 평석들{강희철, ‘專屬的인 國際裁判管轄合意의 유효요건’, 국제사법연구 제2호(1997), 337면 이하; 한충수, 國際裁判管轄合意에 있어 內國關聯性問題(上)(下), 법률신문 1997.11.20, 15면; 1997.11.27., 14면; 손경한, ‘전속적인 국제관할합의의 유효요건’, 중재 제29호(1998.12. 겨울호), 42면 이하; 정해덕, ‘船荷證券상의 國際裁判管轄合意’, 한국국제사법학회 (2002.7.26.) 정기연구회 발표자료 참조. 한충수, 손경한과 정해덕은 셋째의 요건에 대해 비판적이고, 강희철은 요건 자체는 지지하면서 다만 이를 넓게 해석할 것이라고 한다. 필자는 전자의 입장이다}이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법원의 國際裁判管轄을 배제하고 외국법원에 專屬管轄을 부여하는 합의의 유효요건의 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대법원판결이다. 필자는 기존평석과의 중복을 피하면서 管轄合意의 유효요건을 논의한다. 대상판결은 그러한 專屬管轄合意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① 당해 사건이 한국법원의 專屬管轄에 속하지 아니할 것, ② 지정된 외국법원이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해 管轄權을 가질 것과, ③ 당해 사건이 외국법원에 대해 合理的 關聯性을 가질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대상판결은 일본 最高裁判所의 1975. 11. 28. 판결처럼 專屬管轄合意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이유로 公序良俗에 반하는 법률행위가 되는 경우에는 무효라고 하였다. Ⅱ. 國際裁判管轄合意의 유형과 유효요건의 準據法 管轄合意에는 專屬的 管轄合意와 附加的 管轄合意가 있다. 또한 管轄合意에는 ‘管轄을 부여하는 합의’(prorogation)와 ‘管轄을 배제하는 합의’(derogation)의 두 가지가 있다. 이 사건은 한국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법원에 관할을 부여하는 專屬的 管轄合意이므로 관할배제합의와 관할부여합의가 결합된 유형이다. 管轄合意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보는가에 관계없이, 管轄合意의 고유한 유효요건(허용요건), 方式과 效力은 法廷地法에 의해 판단할 사항이다. 여기의 ‘法廷地’에는 訴가 계속한 法廷地와, ‘관할이 배제된 法廷地(forum dorogatum)’도 포함된다. 대상판결은 專屬管轄合意의 유효요건을 한국법에 따라 판단한 것인데 이는 한국이 法廷地임과 동시에 관할이 배제된 법원이기 때문이다. Ⅲ. 한국의 國際裁判管轄을 배제하는 專屬管轄合意의 유효요건 1. 한국법원이 專屬管轄을 가지지 않을 것 한국의 專屬管轄에 속하는 사건에 관한 한 당사자들이 합의로써 관할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의 ‘專屬管轄’은 專屬的 土地管轄이 아니라 專屬的 國際裁判管轄을 말한다. 한국법이 專屬管轄을 규정하더라도 당연히 專屬的 國際裁判管轄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의 브뤼셀규정(제22조)과 헤이그국제사법회의의 주도하에 작성된 「民事 및 商事의 國際裁判管轄과 外國裁判에 관한 협약」의 1999년 예비초안(제12조)에서 보면 ① 부동산에 대한 物權 또는 임대차를 목적으로 하는 訴에 대해서는 부동산 소재지, ② 법인의 존부, 기관의 결정의 유·무효 등에 관한 訴에 대해서는 設立準據法 소속국과 ③ 공적 장부상의 기재의 유·무효를 목적으로 하는 訴에 대해서는 공부를 관리하는 국가 등의 專屬的 國際裁判管轄이 인정된다. 2. 지정된 외국법원이 國際裁判管轄을 가질 것 專屬管轄合意의 경우 지정된 외국법원이 國際裁判管轄을 가지지 않으면 당사자는 재판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지정된 외국이 ‘不適切한 法廷地’(forum non conveniens)의 法理를 적용하는 영미국가인 경우, ‘國際裁判管轄을 가질 것’이라는 요건이 國際裁判管轄을 가지면 족한지 아니면 그에 추가하여 실제로 國際裁判管轄을 행사할 것인지이다. 지정된 외국법원이 당사자들의 專屬管轄合意에도 불구하고 재량으로 國際裁判管轄權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을 한국법원이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므로 前者가 타당하다. 3. 당해 사건과 외국법원간에 合理的 關聯性이 있을 것 셋째 요건에 대하여는 비판적인 견해가 유력하다. 당사자들은 仲裁合意에 의해 전세계 법원의 管轄權을 배제할 수 있으므로 合理的 關聯性은 불필요하다. 특히 둘째 요건에 따라 지정된 외국법원이 合理的 關聯性의 결여에도 불구하고 國際裁判管轄을 가지고 행사한다면, 한국법원이 그를 이유로 管轄合意의 효력을 부인할 것은 아니다. 또한 국제해상운송분야에서처럼 당사자들이 정평있는 영국법원을 專屬管轄法院으로 합의한다면 合理的 關聯性의 존재를 긍정할 것이다. 한편 개별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管轄合意가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한 경우 管轄合意는 무효라는 견해가 있고, 원심판결이 한국법원의 관할을 배제하는 專屬管轄合意는 재판절차의 편의와 집행의 실효성 또는 당사자간의 공평의 견지에서 보아 합리성이 있을 때만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 것은 그런 의미이다. 사견으로는 당해 사건과 외국법원간의 合理的 關聯性 또는 管轄合意의 合理性을 요구한다면 상당한 법적 불안정성을 도입하게 되어 당사자들이 管轄合意를 한 취지에 반한다. 合理的 關聯性은 아예 요구하지 말거나 상당히 완화해야 하며, 合理性의 통제도 불필요하고 다만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 넷째의 요건으로 해결할 것이다. 4. 專屬管轄合意가 公序良俗에 반하지 않을 것 이 요건은 추상적이지만 管轄合意의 남용에 대한 통제수단으로서 중요하다. 그의 근거로는 ① 民法의 公序條項(제103조)을 적용하거나, ② 國際私法의 公序條項(제10조)을 유추적용할 수 있지만, ③ 管轄合意의 허용요건의 문제로서 法廷地法인 한국법으로서 國際裁判管轄을 규율하는 법인 國際私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Ⅳ. 대상판결의 법리가 개정 國際私法하에서도 타당한가 國際私法(제2조 제1항)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사안이 대한민국과 實質的 關聯이 있는 경우에 國際裁判管轄權을 가진다고 하므로 國際私法에 의해 대상판결의 입장이 강화되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법원은 實質的 關聯의 유무 판단시 國際裁判管轄配分의 理念에 부합하는 合理的인 原則에 따라야 하므로 중립적(또는 전문적) 法廷地의 선택이 합리적이라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둘째, 國際裁判管轄이 있기 위해서는 당사자 또는 사안과 法廷地간에 實質的 關聯이 있어야 하나 이는 당사자의 주소, 국적만이 아니라 당사자의 합의도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그렇지 않더라도 國際私法(제2조 제1항)은 통상의 경우를 규정한 것이지 合意管轄과 辯論管轄(應訴管轄)의 경우까지를 망라한 것은 아니다. Ⅴ. 맺음말 대상판결은 한국법원의 國際裁判管轄을 배제하고 외국법원에 專屬管轄을 부여하는 합의의 유효요건에 관해 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대법원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특히 대상판결이 그러한 專屬管轄合意는 합리성이 있을 때만 유효하다는 견해를 배척함으로써 종래의 논란을 불식한 점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유효요건의 하나로서 당해 사건과 지정된 외국법원간의 合理的 關聯性의 존재를 요구한 것은 유감이다. 또한 여기에서 논의하지 않았지만 대상판결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논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다. <상세한 판례평석은 2003. 1. 배포될 서울지방변호사회, 判例硏究 제16집(下)에 게재될 예정>
2002-12-09
해고협의조항의 효력<하>
法律新聞 第2159號 法律新聞社 解雇協議條項의 效力<下> 金裕盛 <서울法大敎授> ============ 14면 ============ 따라서 해고동의(협의)조항의 법적성질이 문제로 되는 것은, 해고동의(협의)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의·협의를 거치지 않고 행해진 해고의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바꿔 말하자면, 해고동의(협의)조항이 노동조합법 제36조가 규정하는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해당되는가 여부가 문제의 핵심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점에 관하여, 학설은, 『기준』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아 해고동의(협의)조항은 단체협약에 있어서 규범적 부분에 속하고 이에 위반한 해고는 무효가 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와,『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여 해고동의(협의)조항은 채무적 부분에 속하므로 설령 이에 위반하여 해고가 행해진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해고 자체의 효력은 유효하고 사용자가 단지 노동조합에 대해서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보는 견해로 나뉜다. 이렇게 『기준』과 관련시켜 해석하는 견해와 달리 단체협약상의 해고동의·협의를 근로자의 경영참가의 일환으로서 사용자의 인사권에 대한 참여를 규정한 제도적 부분으로 보아 제도적 효력을 인정하여 이에 위반한 해고를 무효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해고동의(협의)조항의 법적 성질에 대한 규명은 단체협약의 효력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와도 무관한 것은 아니므로, 간단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해고동의(협의)조항을 전적으로 단체협약의 효력과 관련하에서만 논의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면서 학설대립을 개관·검토하고자 한다. ②채무적 효력설 이 견해는 해고동의(협의)조항은 해고의 절차에 관한 약정으로서 해고사유의 실체적 기준을 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채무적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하고, 사용자가 해고처분전에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는 해고「동의」조항을 위반한 경우에도 해고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한다. 「인사문제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전권적 사항으로서 단체협약에 근로자의 인사에 관하여 노동조합의 동의나 합의 또는 협의나 사전통고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였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인사관계협정은 단순한 절차에 관한 협정으로서 인사조치의 실체적 기준을 정한 것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채무적 효력만을 가질 뿐이어서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비춰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위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 인사조치의 효력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한 판결(서울민지법 1991년4월4일 90가합52208 제41부 판결)은 이러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③규범적 효력설 이 견해는 해고동의(협의)조항의 효과라는 측면에 착안하여, 실질적으로 보면 노동조합은 단지 협약의 체결주체에 불과하고 그 효과를 받는 권리의무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개개의 조합원이기 때문에 해고되는 것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개개의 조합원이고 그 효과는 직접 조합원에 미치는 것이므로 그것은 문자 그대로 『근로자에 대우에 관한 기준』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에 위반한 해고는 무효라고 본다. 부연하면, 그 동의 내지 협의는 해고기준의 설정에 관한 동의·협의라는 創設的 作用뿐 아니라, 그 결과 얻어진 기준의 적용에 있어서의 당부에 관한 동의·협의라는 制定的作用의 두가지 작용을 통해서 개개의 인사를 규율하는 것이므로 개별적 기준성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다. ④제도적 효력설 이 견해에서는, 경영참가적 조항은 경영 내부의 조직 내지 제도에 관한 규범으로서 사업을 구성하는 근로자 및 사용자 쌍방을 강행법적으로 구속하는 것이라고 해석한 뒤 해고동의(협의)조항을 경영참가조항의 일종으로 본다. 즉, 해고동의(협의)조항을 노사의 대항관계에서 사용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의무를 정한 것으로 파악하여, 그 조항은 조직적 부분에 속하고 조직적 부분은 제도적 효력을 가지며, 그 효력은 원칙적으로 조직적 부분의 법적 성질에 따라 결정해야 하나 이 경우는 규범적 효력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따라서 규범적 효력설과 마찬가지로 이 견해에서도 「협의하여 결정한다」 또는 「동의를 얻어 결정한다」는 경우에 협의를 하지 않았다든가 동의를 얻지 않았다면 당해 해고는 무효로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입장에 서는 판례는 없으나, 일본 판례 중에는 「해고협의조항은 경영참가라는 하나의 객관적 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이에 이해관계를 가진 자는 누구라도 그 존재와 효과를 주장할 수 있으며 특히 해고협의조항은 근로자에게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위 조항에 위반한 해고는 특단의 사유가 없는한 무효」라고 하여 협의를 다하지 아니하고 행해진 징계해고를 무효라고 한 것이 있다.(東北日産電子 懲械解雇事件, 福島地會津若松支判 昭和 52년9월14일/小川工業事件, 德島地いわき支決 昭和51년3월30일등) ⑤結 語-절차적 정의의 확보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와 경영참가적 의미를 가진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기준』의 범위를 넓게 파악하는 규범적 효력설과 이를 좁게 파악하는 채무적 효력설이 전자에 포함되고, 제도적 효력설은 후자에 포함된다. 그러나 이를 단체협약의 효력과 관련하여 설명할 것이 아니라 바로 헌법이 요구하는 적법절차(due process)와 자연적 정의(natural justice)의 정신 및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요구하는 『정당한 이유』와 관련시켜 논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리라고 본다. 즉, 해고동의(협의)조항과 같은 절차는 그 자체가 절차적 정의를 확보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아야 하고, 그 의미에서 사용자의 해고권행사는 적법절차와 자연적 정의의 요청에 따른 제약을 받게 되며 또한 이러한 조항을 포함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바로 그 사용자가 개별 근로자에 대하여 그 정신·취지에 반하는 해고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칙에도 반하게 된다. 따라서 근로자가 스스로 이를 포기하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해고는 해고동의(협의)조항의 법적 성질을 논할 필요도 없이 적법절차 내지는 자연적 정의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없는 해고로서 무효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대법원도 前揭 1979년1월30일 사건이후 일관하여, 취업규칙등에 피해고자의 진술·변명의 기회부여 등을 규정하고 있으면, 그것은 「정의가 요구하는 유효요건」(前揭 1979년1월30일 판결),「절차에 있어서의 정의」(대법원1991년7월9일선고 90다8077판결)라고 판시하고 있다. 하급심(서울지법동부지원1990년11월 14일 90가합842판결)역시「징계처분을 행사함에 있어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노동조합과의 협의등의 특별절차가 정하여져 있는 경우에 이러한 절차는 그 자체가 징계처분의 적정행사를 위한 것이므로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징계처분은 그것을 규정한 규칙이나 협정의 법적 성질을 물을 필요도 없이 절차상의 신의칙에 반하고 징계권행사의 남용이 되어 무효」라고 한 것이 있다. 해고협의조항을 이렇게 파악한다면 취업규칙등에 해고절차에 관한 정함이 없는 경우에도 절차적 정의, 즉 변명기회의 부여 내지 해고이유의 통지가 확보되어야 함이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동의·협의의 의의 근로자의 해고에 대하여 노동조합이 관여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동의·협의·협의결정·의견참작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용어의 차이를 보이는데 머무르지 않고, 근로자측 의사의 개입정도·사용자가 행하여야 하는 협의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그러한 용어의 차이는 노사간의 교섭력에 따라 구체적으로 규정된다고 할 수 있다. 노동조합측의 관여가 강한 순서대로 배열하면 동의·협의결정·협의·의견참작의 순서가 될 것이다. 동의란 노동조합의 동의에 의해 당사자간에 합의가 성립할 것을 요한다는 의미이고, 협의결정은 협약등에서 정해진 정식절차에 따라 쌍방이 협의를 다하여 의견의 일치를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즉, 해고에 관하여 노동조합의 동의 혹은 승인을 요건으로 하거나 또는 노동조합과 협의결정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정해져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공동결정권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노동조합과 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최종적으로는 사용자에게 해고를 일방적으로 행할 수 있는 권한이 유보되어 있는 점에서 합의와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들은 확고부동한 의미를 갖고 있는 법률용어라기 보다는, 각각의 개별적인 규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노동조합의 관여를 인정할 것인가 하는 점에 관한 의사해석의 문제이다. 따라서 협약체결을 둘러싼 단체교섭의 경과나 그 이후의 협약조항의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관례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당사자가 어떠한 사정에서 어떠한 목적을 갖고 그러한 표현을 사용하여 규정하였는가 하는 관점에서 당사자의 의사를 규명하는 작업이 불가결하다. 먼저 동의의 경우를 살펴보면, 동의는 인사에 관하여 노동조합측의 동의에 의해 노사간의 합의가 성립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인사권의 행사를 승인하는 것이므로 노동조합측의 관여가 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고동의는, 노동조합측이 해고가 조합원 내지 노동조합에게 가장 중요한 사항의 하나라는 점을 주목하여 노동조합의 동의를 조건으로 사용자가 인사권 행사를 할 것을 요구하여 이를 사용자측이 승인한 것이므로, 사용자는 그 스스로의 의사에서 인사권의 자기규제를 시인한 것이고 따라서 그러한 결과 소위 경영권의 일환이라고 주장되는 인사권에 제약이 수반되더라도 이를 감수하여야 하며 동의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 경우에도 노동조합측에 중대한 배신행위가 있고 이로 인하여 사용자측의 절차흠결이 초래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사용자측의 동의절차 위반의 해고를 정당화시킬 여지를 인정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협의의 경우를 살펴보면, 협의가 합의보다 노동조합의 관여정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하여 사용자의 일방적인 설명이나 형식적으로 양해를 얻는 정도로는 협의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학설은 대체적으로 일치하고 있다. 그런데 협의의 정도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경우는, 사용자가 협의를 하려고 하나 노동조합의 당해 해고에 관하여 계속 완강하게 반대하는 경우, 사용자가 어느 정도 협의를 행하면 협의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이다. 이 경우에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영리성에대한 요청과 근로자의 생존권적 요청을 비교 ·형량하여 객관적으로 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나, 해고에 대하여 노동조합과 협의하고 그 의견을 충분히 반영함과 동시에 회사가 의도하는바를 노동조합측에 이해시키고 납득시킬 수 있을 정도가 최소한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회수·시간·내용에 있어서 충분한 협의가 잇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해고에 관하여 형식적으로 단지 한차례 협의의 신청을 한것만으로는 노동조합이 사전에 또는 그 자리에서 의제에 관하여 절대 반대의 태도를 보였다고 하여도 협의를 다하였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5)結 論 이상 살펴 본 바에 따라 본건 대상판결은 단체협약상 협의조항의 성격 내지는 효력의 파악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사전협의가 「회사와 노동조합의 합치된 의사에 따르게 함으로써 회사의 인사권이나 징계권을 전반적으로 제한하려는 취지에서 회사로 하여금 노동조합의 승인 또는 동의를 얻거나 노사 쌍방이 협의하여 공동으로 결정하여 규정하는 경우와 달리」라고 판단한 부분은 협의와 동의의 일반적인 구별이라는 견지에서는 어느 정도의 타당성이 인정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바로 사전협의가 「인사나 징계의 내용을 노동조합에 미리 통지하도록 하여 노동조합에게 인사나 징계의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필요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고 제시된 노동조합의 의견을 참고자료로 고려하게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다른 판결(1992년4월14일선고 91다4775판결)에서, 『회사는 조합원을 신규로 채용, 해고, 휴직, 상벌에 관하여 노동조합의 의견을 참작하여 인사결정은 7일이내에 노동조합에 통보하여야 한다』는 단체협약상의 「의 ============ 12면 ============ 견참작」의 의미에 관하여, 「위 의견참작은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결정하는 경우와는 달리 단지 노동조합의 의견을 인사결정에 있어서 참고자료로 삼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어, 결국 「의견참작」의 의미를 본건 대상판결에서의 「사전협의」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표현들이 전문적인 법률용어가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로, 결국 협약의 체결을 둘러싼 교섭의 경과등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당사자가 어떠한 사정하에서 어떠한 목적으로 그 표현을 사용하였는가 하는 당사자의 의사규명의 문제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노사 양당사자들이 「사전협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경우와, 「의견참작」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경우를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즉, 「의견참작」은 「노동조합의 의견을 참고자료로 고려하는 정도」의 것이지만, 「사전협의」는 해고에 대하여 노동조합과 협의하고 그 의견을 충분히 반영함과 동시에 회사가 의도하는바를 노동조합측에 이해시키고 납득시킬 수 있을 정도가 요구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사전협의의 정도와 관련한 리딩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池具鐵工 解雇事件에 대한 最高裁判所判決<昭和29년1월21일 判決, 民集8권1호123면>참조)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본건 대상판결은, 1심판결선고시까지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약정한 사실만으로 원고 조합간부들이 「단체협약 제31조 소정의 퇴직사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이사건 퇴직처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하는지는 의문이며, 나아가 피고회사로 하여금 「다시 위와 같은 사전협의절차를 밟도록 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할 수 없으므로…퇴직처분의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하는 점도, 해고협의 조항의 법적성질을 절차적 정의라는 관점에서 근로기준법 제27조 소정의 정당한 이유를 구체화한 것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 과연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유만으로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 중대한 하자가 될 수 없는지는 의문이다. 대법원은 다른 판결(1992년5월22일선고 91다22100판결)에서 「노동조합의 위원장인 소외 차○○등이 1989년10월23일에 개최된 원고를 징계하기 위한 징계위원회에 잠시 들려 징계위원장을 면담한 것은, 위 징계위원회의 개최는 노사간에 원고에 대한 전보처분을 안건으로 하여 동년10월30일에 단체교섭을 갖기로 한 합의를 무산시키는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항의한 것에 불과하므로 위 면담으로써 피고가 노동조합과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사전합의하였다거나 노동조합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에 관하여 사전합의하기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원심의 판시가 모두 정당하다고 수긍이 된다고 판단하여, 노동조합측이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여 항의한 정도로 협의가 충분히 진행된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본건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정도로 노동조합과 피고회사가 원고인 조합간부들의 신분보장에 대해 노사합의한 사실만으로 협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편 단체협약 중에는 아직도 절차적인 제한을 조합원 일반에 대해서가 아니라, 조합간부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는 예가 많다(이러한 실정은 기본적으로는 사용자의 자의적인 인사권의 행사에 대한 제한원리로서의 노동조합의 참여에 의한 절차적 정의를 확보하려는 노동조합측의 단결력의 강도가 아직까지 일반조합의 전체에까지는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약한 경우에 나타난다고 생각되지만, 앞으로 노사관계의 발전에 따라서 절차적 정의의 요청은 일반조합원에 대해서까지도 확대되어야 하리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경우에는, 조합간부에 대한 인사조치에 대해서 노동조합의 참여를 인정하는 단체협약상의 인사조항은 그 개인의 지위의 안정 외에도 노동조합의 단결력의 유지도 도모하려는 성격도 갖고 있다.(二チモウキダナス勞組役員配轉事件, 山口地下關支判 昭和52년2월28일 참조)따라서 본건 피고회사와 노동조합 간의 단체협약처럼 조합간부에 대해서 특별히 절차적인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경우에 있어서의 「사전협의」의 의미는 일반조합원에 대해서도 「사전협의」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와는 달리, 더더욱 사용자측의 진지한 설득과 노동조합 측의 의견반영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본고에서는 해고협의조항의 법적 성질과 협의의 정도에 대해서 고찰하는데 그치고, 이와 관련하여, 쟁의행위와 관련된 민·형사상의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아니하기로 한 합의의 효력의 문제와, 만일 퇴직처분이 무효라고 할 경우에 근로자들이 구속되어 있어서 명백히 근로를 제공할 수 없을 경우에 소급임금의 지급문제 등의 쟁점에 대한 고찰은 부득이 다음기회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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