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9일(월)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응소
검색한 결과
5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외국국가에 대한 민사재판권의 면제
I. 사실 및 쟁점 피고는 몽골 공화국이다. 피고는 1998년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토지 1필지와 지상 건물을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그 무렵부터 줄곧 주한몽골대사관으로 사용해 왔다. 원고는 2015년경 이후 피고 건물이 원고 소유 토지 중 약 11㎡를 침범한 상태로 건축되어 있고 원고 소유 토지 중 약 19.9㎡가 피고 건물의 창고 부지 등 부속토지로 사용되어 왔다는 사실을 이유로 피고에 대해 피고 건물 중 원고 소유 토지 침범 부분의 철거 및 해당 토지부분의 인도 및 해당 토지 부분에 관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다. 법원은 원고의 외국공관에 대한 이 사건 청구에 대해 민사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II.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해진 외국의 사법적(私法的)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외교공관은 한 국가가 자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며 영사 사무 등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설치한 기관이므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은 그 성질과 목적에 비추어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과 관련해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제기된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되고, 이때 그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 권원과 내용, 그에 근거한 승소판결의 효력, 그 청구나 판결과 외교공관 또는 공관직무의 관련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3] 피고가 토지의 경계를 침범해 인접한 원고 소유 토지 일부를 피고의 주한대사관 건물의 부지 또는 그 부속토지로 사용하고 있는 피고 건물의 일부 철거 및 이 사건 계쟁토지의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한 원심의 주권면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나,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로 부동산에 관한 사적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해당 국가를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자체로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그 청구나 그에 근거한 판결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금전지급을 청구하는 판결절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주권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 III. 논점의 제기 1. 재판권과 주권면제의 개념 (1) 재판권은 재판에 의해 법적 쟁송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권력 또는 법질서 실현을 위한 국가의 권능으로서 사법권이라고도 한다. 재판권은 그 대상에 따라 민사, 형사 및 헌법재판권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바 여기에서는 민사재판권을 대상으로 하므로 이를 판결절차상의 것과 민사집행절차상의 것으로 구별한다. (2) 대전판 1998.12.17. 97다39216은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할 것이나, ...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당해 국가를 피고로 해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해 주권(적 행위) 면제는 재판권 면제라고 선언함으로써 재판권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 즉 주권면제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로서 법정지국인 우리나라에 당해 사건에서 국제재판관할권을 요구하지 않는다. 2. 주권면제론의 범위 (1) 절대적 주권면제론과 제한적 주권면제론 국가는 일반적으로 자국의 영토에 관한 한 배타적 재판권을 가지므로 다른 국가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인정된다. 이를 절대적 주권면제론( absolute theory of sovereign immunity)라고 한다. 그 근거는 주권평등 및 독립의 원칙에 있다. 그러나 19세기 이래 국가도 국제적 상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부터 절대적 주권면제론을 고수하다보면 외국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정지(法定地)국의 법원에 제소해 이를 해결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행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주권적 행위와 비주권적 행위로 구분하고 뒤의 행위에 대해서는 주권면제를 부인함으로써 제소와 응소의 길을 터놓았다. 이를 제한적 주권면제론(restrictive theory of sovereign immunity)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위 대전판 97다39216호에 의해 종전의 절대적 주권면제론을 취했던 대결 1975.5.23. 74마281을 변경함으로써 이제는 주권면제에 관해서는 제한적 주권면제의 입장에 있다. (2) 제한적 주권면제의 범위(절대적 주권면제와의 구별) (가) 의의 제한적 주권면제론에서는 주권면제가 인정되는 행위를 ‘acta jure imperti’라고 해 ‘주권적 행위’ ‘고권적 행위’ 또는 ‘권력행위’라고 번역하고, 주권면제가 인정되지 않는 상업적 활동 기타 행위를 ‘acta jure gestonis’라고 해 ‘비주권적 행위’ ‘비고권적 행위’‘사법적 행위’라고 번역한다. (나) 주권적 행위와 사법적 행위의 구별에 관한 학설 (a) 행위 성질 기준설(객관적 기준설) 외국의 활동이나 목적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외국이 행한 행위 또는 그로부터 발생하는 법률관계의 성질을 기준으로 해 국가가 개인처럼 사법적 행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주권을 행사한 것인지에 따라 구별한다는 견해이다 정동윤외2 122면. 김홍엽, 37면. 이 견해는 주관적 목적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객관적 기준설이라고도 한다. (b) 목적기준설(주관적 기준설) 외국이 주권자로서 국방, 재해구제, 외교 등과 관련된 행위 등 공적인 목적을 가지고 활동이나 거래를 한 경우에 주권적 행위로 보고, 해운업의 경영과 같이 개인으로 행동한 경우 이를 사법적 행위로 본다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목적이나 동기의 주관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주관적 기준설이라고도 한다. 3. 판결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 (a) 절대적 주권면제론에서는 국가의 주권면제 대상이 되는 행위를 따로 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제한적 주권면제론에서는 주권면제의 대상을 정할 필요가 있다. 행위의 성질기준설에 의한다면 국가가 상업적 활동 기타 일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주권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데 이를 비주권적 행위 또는 사법적 행위로 보고, 주권면제가 인정되는 행위를 주권적 행위라고 한다. (b) 그런데 대전판 97다39216은, 외국국가의 행위가 성질상 사법적 행위라고 하더라도 바로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그 행위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주권면제가 된다고 해 앞의 학설들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c) 이러한 판례의 기준에 따라 대상판결은, 외교공관은 한 국가가 자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며, 영사 사무 등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설치한 기관이므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은 그 성질과 목적에 비추어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과 관련해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제기된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되고, 이때 그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 권원과 내용, 그에 근거한 승소판결의 효력, 그 청구나 판결과 외교공관 또는 공관직무의 관련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피고가 토지의 경계를 침범해 인접한 원고 소유 토지 일부를 피고의 주한대사관 건물의 부지 또는 그 부속토지로 사용하고 있는 피고 건물의 일부 철거 및 이 사건 계쟁토지의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한 원심의 주권면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나,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로 부동산에 관한 사적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해당 국가를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자체로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그 청구나 그에 근거한 판결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금전지급을 청구하는 판결절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주권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d) 따라서 우리 판례의 입장은 주권면제여부에 관해서는 행위성질설에 의하기 보다는 그 행위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주권면제가 된다고 하는 입장이라고 할 것이다. 4. 강제집행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 관련해 강제집행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를 검토한다. (a) 대판 2011.12.13. 2009다16766에 의하면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민집 제223조 및 제232조)은 제3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이 아니라 집행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만으로 발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3채무자를 외국국가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의 재판권 행사는 외국을 피고로 하는 판결절차의 재판권행사보다 더 신중하게 행사할 것이 요구되므로, 제3채무자가 되는 외국이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명시적인 동의를 했거나 재판권면제주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만일 채무자가 해당 외국국가에 대해서 소를 제기한 경우 이것이 주권면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채무자의 소제기는 적법했을 것인데도 여기서는 주권면제여부를 따지지 않고 강제집행을 불허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석광현, 국제민사소송법(2012, 박영사) 56면.. 또한 압류 · 추심명령은 외국국가에 대한 집행이 아니라 채무자를 집행채무자로 삼은 집행이고, 압류추심명령은 제3채무자에게 물리적인 강제조치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권면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전원렬, 102면참조. (b) 생각건대 원고가 외국국가를 피고로 해 소송을 제기한 결과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외국국가에 대한 재판권이 면제되지 않는 범위에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강제집행은 외국국가의 주권과 권위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예상되므로 당연히 외교적 측면에서 신중한 배려가 요청된다. 그래서 외국국가가 재판권 면제를 포기한 경우에도 강제집행을 하는 데는 재판권면제와 별개의 명시적인 포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국제관습법이다. 따라서 판례의 입장은 외국국가에 대한 강제집행에 관한 한 판결절차와 달리 재판권면제와 별개의 명시적인 포기가 없는 한 물리적인 강제조치의 유무나 민사판결절차에서 요구되는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따지지 말고 주권면제를 인정하라는 입장일 것이다. 강현중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외교공관
민사재판권
주권면제
강현중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2023-10-15
민사일반
시효중단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 대하여
Ⅰ. 서론 대법원은 2018년 10월 18일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함)에서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그 확정된 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와 청구권 확인의 소 이외에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확인의 소도 허용하였다(이 판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미 여러 평석에서 소개되고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이러한 대상판결에 대하여 실무적으로 기존 이행의 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이론상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면서 이를 인정하는 입장도 보이지만(강현중, 2019년 2월 18일자 법률신문; 이충상, 2019년 12월 16일자 법률신문), 확인의 대상이 단지 지금 소를 제기한 사실 자체가 되므로 위와 같은 확인의 소는 권리보호자격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등 소송법적 측면에서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호문혁, 2019년 3월 21일자 법률신문). 본고에서는 주로 논의되고 있는 소송법적 문제 외에 실체법적 측면에서 소위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 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에 관한 재판상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정책적 측면에서 기존의 이행소송이 실제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고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만 그 해결이 가능한지 등을 중심으로 대상판결의 정당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Ⅱ.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의 실질 존재 여부 재판상 청구에 시효중단의 효과를 인정하는 이론적 근거에 대하여는 권리관계의 존부가 공권적으로 확정되어 사실상태의 계속이 법적으로 부정되어야 한다는 권리확정설도 있으나 채무자의 소멸시효 이익을 채권자의 권리보다 더 넓게 보호할 필요성은 없으므로 사실 상태가 계속된다고 볼 수 없는 다른 사정이 발생하거나 권리자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님을 표명한 경우 등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하는 권리행사설이 타당하고, 이는 판례의 입장이기도 하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19737 판결 참조). 이에 따라 대법원은 시효중단의 효과를 가지는 재판상 청구는 원고로서 소를 제기하는 것 외에도 응소행위(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78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근저당권설정등기청구와 같은 후속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2다7213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다25140 판결, 대법원 1961. 11. 9. 선고 4293민상748 판결,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다16378 판결 등), 보수금채권의 행사에 선행하는 파면처분무효확인청구 등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1978. 4. 11. 선고 77다2509 판결 참조) 등의 경우까지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어떠한 실체적 권리의 존부와 관련된 다툼을 해결하기 위하여 법원에 법적 판단을 요청하는 행위가 존재하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으로 그 실체적 권리의 존부 또는 실현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은 공통된다. 이렇게 '재판상 청구'는 최소한 법원에 대하여 실체적 권리와 관련된 법적 판단을 요청하는 것을 본질적 요소로 하는 것이고 현행 민법도 재판상 청구는 소송이 기각되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하여(민법 제170조 제1항) '재판상 청구'가 법원의 실질적인 판단을 구하는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경우는 소를 제기하는 것 자체로 후소 제기 사실이 명백하여 법원에 대하여 어떠한 채권의 존부와 관련된 판단을 구하는 행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권리행사설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그 해석의 한계를 초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행 민법은 법원의 판단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순히 채무자에게 채무이행을 구하는 의사의 통지에 불과한 '최고'와 법원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재판상 청구'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채무자가 다툴 수도 없는 사실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아무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법원의 실질적 판단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사실상 법원을 통한 '최고'에 불과하다. 비록 판결로 확정된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최고'에 불과한 행위를 '재판상 청구'로 인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현행 민법의 입법 취지를 잠탈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시효중단을 위하여 인정된 소송형태라고 하더라도 '재판상 청구'로서의 실질이 없으므로 이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과를 인정할 수는 없다. Ⅲ.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필요 여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 따르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는 심리범위가 전소 판결이 확정된 사실과 그 시효중단을 위하여 후소가 제기된 사실에 국한되고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청구이의사유)은 제외되어 심리부담이 줄어든다. 또 동일한 청구권에 대해 집행권원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중집행의 위험도 없고 소제기 시기가 제한되지 않으며 소송비용 부담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의 이행소송에서도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 이외에 그 확정된 권리의 요건이 구비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시 심리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61557 판결 등 참조). 다만 채무자에게는 청구이의사유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향후 입증곤란의 문제를 피할 수 있어 채무자에게 무조건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채무자가 일찍이 변제 등으로 채무를 소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통하여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시효기간을 연장한다면 채무자에게는 청구이의사유를 주장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증거 보전의 부담만 무한정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중집행의 위험 또한 대상판결의 소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가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채무자가 무자력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므로 그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함으로써 그러한 위험을 방지할 수도 있으므로 크게 문제된다고 보기 힘들다. 소제기 시점과 관련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도 기존의 이행소송과 마찬가지로 10년의 경과가 최대한 임박시점에 소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면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소제기 시기의 제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채권자 입장에서는 굳이 소를 일찍 제기할 실익도 거의 없다. 다만 대상판결이 선고된 이후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이 개정되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소가는 전소판결에서 인정된 권리가액의 10분의 1로 하고 그 권리의 가액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이를 3억원으로 보게 되었으므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소송비용의 부담의 측면에서는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도 피고가 원고의 주장을 다투지만 않는다면 일반 민사소송의 10분의 1의 인지액으로 지급명령(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7조 제2항)이나 조정(민사조정규칙 제3조) 등을 이용하여 소송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관련 법령의 개정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소송형태를 굳이 도입할 필요까지 있는지는 의문이다. Ⅳ. 결론 우리 민법상 소멸시효 제도는 일정 기간의 경과로 무조건 채권이 소멸된다고 보지 않고 시효중단도 인정하여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이 서로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러므로 시효중단 사유 중 하나인 재판상 청구를 인정하는데 있어서도 이러한 이익형량의 정신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우리나라 소멸시효 제도가 권리자의 권리 보호와 의무자의 계속되는 사실 상태에 따른 법적 안정성이라는 서로 대립되는 이익이 적절하게 균형을 갖추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임을 간과하고 채권자와 법원의 부담만을 중시하였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이라고 하여 다른 채권들의 경우와 달리 채권자의 시효중단을 통한 권리 보호의 이익이 채무자의 소멸시효 이익보다 훨씬 더 중시된다고 보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되면 채권자는 간이한 방법으로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고 사실상 소멸시효기간이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혜택을 입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기간과 동일하게 10년으로 정한 입법자의 의도와도 맞지 않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을 더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소멸시효기간을 훨씬 더 장기로 규정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한 것은 채무자의 소멸시효 이익과 채권자의 시효중단의 이익의 균형을 상실시키고, 법원의 심리 편의를 도모한 것으로서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가 2019년 4월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발행 '법학논고'에 게재한 논문의 내용을 요약하고 일부 보완한 것이다. 원종배 교수 (영남대 로스쿨)
전원합의체
대여금
지연손해금
소멸시효
원종배 교수 (영남대 로스쿨)
2020-01-13
부동산·건축
(15) 이행소송과 추심소송은 중복소송인가
-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3다202120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 및 쟁점 가) 1) 소외 A는 2010년 11월 10일 피고 보증보험회사에 대하여, 자신은갑회사로부터 아파트를 분양받고 갑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2억여원을 납부하였는데 위 아파트 신축공사가 중단되는 보증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갑과 체결한 주택분양보증계약에 따른 계약금 및 중도금 반환채권에 기초한 환급이행보증금으로 위 금액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여 환급이행금 청구의 소(전소)를 제기하여 법원의 심리결과, A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고,현재 상고심에 계속 중이다. 2) 한편 원고는 A에 대하여 별개의 이행청구를 제기하여 승소하였고, 그 승소의 확정판결에 기초하여A를 채무자, 피고를 제3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여 2011년 7월 6일A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환급이행금청구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고 그 추심명령은 피고에게 송달되었는데, 원고는 이 추심명령을 근거로 2011년 11월 25일 제3채무자인 피고를 상대로 제1심법원에 추심의 소(후소)를 제기하였다. 나) A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위 환급이행금 청구의 소(전소)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데 압류채권자인 원고가 제기한 추심의 소(후소)는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에 위배되는가. 2. 대법원 판결이유의 요지 [다수의견] (가)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가 이미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상태에서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의 소의 본안에 관하여 심리·판단한다고 하여, 제3채무자에게 불합리하게 과도한 이중 응소의 부담을 지우고 본안 심리가 중복되어 당사자와 법원의 소송경제에 반한다거나 판결의 모순·저촉의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없다. (나) 압류채권자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에 제81조, 제79조에 따라 승계참가할 수도 있으나, 채무자의 이행의 소가 상고심에 계속 중인 경우에는 승계인의 소송참가가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압류채권자의 소송참가가 언제나 가능하지는 않으며, 또 압류채권자는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에 참가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의 소는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에 대한 관계에서 중복된 소제기 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반대의견] (가)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는 소송의 계속으로 인하여 당연히 발생하는 소제기의 효과이다. 그러므로 설령 이미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전소가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적법한 소라고 하더라도 취하·각하 등에 의하여 소송 계속이 소멸하지 않는 한 그 소송 계속 중에 다시 제기된 후소는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에 저촉된다. (나)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먼저 제기한 이행의 소와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나중에 제기한 추심의 소는 비록 당사자는 다를지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건으로서 후소는 중복된 소에 해당한다. (다) 압류채권자에게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에 소송 참가할 수 있으므로 압류채권자에게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와 별도로 추심의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할 것은 아니다. 다만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가 상고심에 계속 중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압류채권자가 상고심에서 승계인으로서 소송참가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나, 이때에도 상고심은 전소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 사정을 직권으로 조사하여 전소에 관한 판결을파기하여야 하므로, 압류채권자는 파기환송심에서 승계인으로서 소송참가를 하면 된다. 3. 논점의 전개 가) 문제의 소재 이 사건은 A가 피고를 상대로 환급이행금 청구의 소(전소)를 제기하여 소송계속 중에 A의 피고에 대한 위 환급이행금 청구권의 추심권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추심권을 행사하여 환급이행금의 이행을 구하는 추심의 소를 제기한 것이 중복된 소제기 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느냐의 문제이다. 그런데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추심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므로 전소는 원칙적으로 부적법 각하되어야 할 것인데 법률심인 상고심에 계속 중이어서 문제되었다. 나) 추심명령, 추심의 소 집행법원이 압류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을 추심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명령을 추심명령이라 한다(민집 제232조). 추심명령은 국가가 압류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의 추심권을 수권한 것이므로 추심권의 재판상 행사방법인 추심의 소(민집 제238조, 제249조)는 본질적으로 재판상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과 달리 먼저 추심의 소가 제기되었다면 그 이후의 이행의 소는 당사자적격의 흠 또는 중복제소를 이유로 부적법 각하되어야할 것이다. 다) 채권자대위권행사의 경우 가.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후에 채무자가 같은 내용으로 별개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기판력의 모순, 저촉을 방지하기 위하여 중복된 소제기에 해당된다는 것이 판례(대판 1995. 4. 14. 94다29256)이다. 판례는 일관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의 계속 중에 채무자가 제기한 같은 내용의 소송은 물론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소송 중에 제기된 채권자의 대위소송(대판 1981. 7. 7. 80다2751) 등도 중복된 소제기에 해당된다고 판시한다. 나.추심의 소와 채권자대위소송의 차이점은, 추심의 소는 국가가 채권자에게 부여한 추심권에 기초한 이행의 소인데 대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은 채권자가 민법제404조의 채권자대위권에 기초하여 제기된 이행의 소라는 데 있다. 그 결과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므로 제3채무자에 대한 추심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는데(대판 2004. 4. 11. 99다23888 등 참조)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소송은 채권자의 채권자대위소송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추심권이나 채권자대위권은 추심의 소나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적격에 불과하고, 추심의 소의 목적이나 채권자대위소송의 피대위채권은 소송목적을 같이 하는 이행소송이다. 따라서 당사자 적격의 차이로 인하여 소송목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소송 중에 압류채권자의 추심소송은 중복제소에 해당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시윤, 288면 : 한충수, 236면 참조). 4.결론 가. 채권자대위소송의 경우에는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이행소송(전소)이 선행하면 채권자대위소송(후소)은허용할 수 없지만 전소는 아무런 영향이 없이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추심소송의 경우에는 선행하는 채무자의 소송(전소)은 후행하는 압류채권자의 추심소송(후소)에 의하여 채무자의 소송수행권 상실로 당사사 적격에 흠이 생긴다는 재판운영상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추심명령이 있으면 채무자는 소송수행권을 잃게 되어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전소)를 부적법 각하하여야 하는데, 다시 추심의 소(후소)도 중복제소금지의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부적법 각하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제 27조1항의 재판청구권 보장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바꾸어 말하면 추심명령의 효력이 존속하는 한 소송수행권을 상실하여 부적법 각하될 운명에 있는 채무자의 선행소송이 아직 부적법 각하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에 제기된 추심의 소를 중복제소라고 하여 각하하여 버리면 법원이 전소와 후소를 모두 부적법 각하함으로써 ‘환급이행금 청구권’이라는 소송목적에 대하여 실체 판단을 거부하는 결과로 된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이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의 소를 중복된 소제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각하하는 이유로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때에 민사집행법 제238조, 제249조 제1항과 대법원판례에 의하여 압류채권자에게 보장되는 추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의 행사와 그에 관한 실체 판단을, 바로 그 압류 및 추심명령에 의하여 금지되는 채무자의 이행의 소를 이유로 거부하는 셈이어서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판시한 것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라 하겠다. 나. 다수의견은, 소수의견을 따르면 전소는 소송수행권 상실로 각하, 후소는 중복제소라는 이유로 역시 각하되어서 추심채권자는 다시 추심의 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고 제3채무자인 피고도 3번 응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게 되는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판청구권(헌 제27조 1항) 행사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는 중복제소금지의 원칙을 적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 하겠다. 다수의견의 취지가 이와 같이 헌법 제27조 1항과 관련된 것이라면 중복제소금지에 관한 법 이론을 떠나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추심명령
채권압류
환급이행금청구의소
중도금
계약금
보증보험회사
2017-02-27
종중재산 보존행위에 대한 구성원의 원고당사자 적격
Ⅰ. 머리말 1. 대상판결의 요지(파기환송)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 같은 조 제2항은 ‘각 사원은 정관 기타의 규약에 좇아 총유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공유나 합유의 경우처럼 보존행위는 그 구성원 각자가 할 수 있다는 민법 제265조 단서 또는 제272조 단서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바, 이는 법인 아닌 사단의 소유형태인 총유가 공유나 합유에 비하여 단체성이 강하고 구성원 개인들의 총유재산에 대한 지분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데에서 나온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것이므로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은 법인 아닌 사단이 그 명의로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 하거나 또는 그 구성원 전원이 당사자가 되어 필수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할 수 있을 뿐 그 사단의 구성원은 설령 그가 사단의 대표자라거나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쳤다 하더라도 그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총유재산의 보존행위로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였다. 2. 문제의 제기 민사소송의 목적에 관하여 어느 견해(권리보호, 사법질서유지, 분쟁해결, 절차보장 또는 다원설)를 따르더라도 집행에 의한 실현을 전제로 한다. 그리하여 결국 민사소송은 법적불안 또는 불확실과 권리·의무자와 그 객체의 불일치를 제거할 수 있을 때에만 그것이 제도로서의 필요성을 갖게 된다. 더 나아가 민사소송제도는 그 특성상 그 절차가 공정·신속·경제적·적정을 요건으로 구비하여야 그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민사소송은 그 입법이나 해석에 있어서 이러한 목적과 그 요건으로서의 이상을 실현하는 쪽으로 발전되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민법상의 총유관련 규정에 그 보존행위를 각자가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당연히 그러한 규정이 있는 공유 및 합유와 다르게 보아 그 구성원에게 당사자 적격 없다는 논리는 민사법의 구체적 타당성(타당한 해결)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다. 더불어 대상 판결은 총유가 공유나 합유에 비하여 그 주체의 단체성이 강하고 구성원의 지분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가하였으나 이는 구차하다. Ⅱ. 종중재산의 보존행위 1. 총유물 보존행위의 의의 우리민법은 공유나 합유와 달리 총유의 보존행위에 관한 언급없이 관리·처분과 사용·수익에 관하여만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 보존행위개념은 이용행위, 개량행위와 함께 관리행위의 일부로 본다. 그러나 이용행위와 사용행위의 개념이 명백하게 구분된다고 보기 어려운 것처럼 보존행위가 반드시 위 법조문상의 관리행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우리민법은 공동소유 목적물에 대한 처분·관리·변경·보존을 각각 규정한 것으로 보아 별개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처분 또는 관리(변경포함)행위와 같이 현상이 변경되어 다른 구성원의 권리를 침탈하거나 구성원에게 손해를 입게 할 염려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오히려 이를 수호하여주는 행위는 보존행위로서 위 민법상의 처분·관리·변경행위의 개념과 다른 별개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2. 총유재산 보존행위에 대한 판례 총유물에 관한 보존행위에 관하여 판례는 혼란스러웠다. 총회에서 결의로 수권을 받은 대표자 또는 구성원 일부가 총유재산의 보존을 위한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판결도 있고(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다51591 판결, 1992. 2. 28. 선고 91다41507 판결), 종중원은 보존행위의 소송을 할 수 없다는 판결도 있었으며(대법원 1972. 8. 22. 선고 72다882 판결), 권리능력 없는 사단 명의나 구성원 전원이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판결도 있었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다50232 판결). 또한 총회 결의에 의한 특별수권 없이도 제반규정에 의한 대표자가 소송을 수행 할 수 있다는 판결도 있고(대법원 1985. 11. 26. 선고 85다카659 판결), 각자가 단독으로 행할 수 있다는 판결도 있었다(대법원 1960. 5. 5. 선고 4292민상191 판결). Ⅲ. 총유재산의 특징 1. 공동소유형태별 관리·처분요건의 비교 공유나 합유의 처분은 공동소유자들의 ‘전원동의’가 필요하지만(민법 제264, 제272조) 총유는 ‘전원동의’는 필요 없고, ‘결의’(총구성원 3분의 2 정도의 동의: 대법원 2006.4.20. 선고 2004다 37775 전원합의체판결)만 필요할 뿐으로 그 처분 요건을 완화하는 규정을 두었을 뿐이다. 2. 구성원의 지분권과 사용수익권 법인 아닌 사단에 관하여 민법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다만 법인 아닌 사단의 재산소유형태로서의 총유에 관한 규정을 민법 제275조 내지 제277조에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사단의 실체·성립·대표· 운영·자격의 득실·해산사유와 같은 그 밖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민법의 법인에 대한 규정을 유추적용 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법인격 없는 사단 명의로 등기 할 수 없는 경우나 총회 결의에 의하여 구성원들의 공동소유로 등기하려면 각 구성원에게 지분 이전의 등기를 하게 된다(1982. 7. 30. 등기 제310호, 등기선례요지집 제1권, 123면). 총유는 그 구성원에게 양적으로 분할할 수 있는 지분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개별적으로 사용수익권이 있다. 3. 총유물 관련 소송의 합일확정 합일확정이 필요한 소송은 판결 효력의 충돌(저촉)을 피할 것이 요구되거나,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판결에 의하여 불이익을 당하게 되고, 피고에게 여러 차례 응소를 강요하는 결과가 발생하여 법원의 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요구되는 소송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구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지만 총유물의 공동소유자나 그 법인 아닌 사단을 피고로 한 소송에서의 피고 당사자적격과 비법인 사단이 사실상 권리능력의 주체로서 보존행위가 아닌 새로운 권리취득에 대한 소송으로 공시(등기나 등록)집행의 필요성이 있는 소송물에 대한 소송은 고유필요적소송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구성원 개별로 사용수익권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을 침탈당하였을 때에 보존행위의 개별적 당사자 적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논리적으로 모순된 구조를 인정하는 것이거나 당사자의 재판 받을 권리를 축소내지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Ⅳ. 맺음말 1. 대상판결의 검토 우선 대상판결과 같은 사안의 경우 합일확정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둘째, 일반적으로 (대)종중은 그 구성원이 수백에서 수십만명에 이르는데 그 주소지를 파악한 다음 대표권자로 하여금 소집 통지를 하여 총회를 개최하고 결의를 하는 일련의 절차를 거치게 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극단적으로 이제 여성도 종중구성원으로 인정되고 있고, 호주제도마저 폐기한 마당에 이미 출가하여 수십년 동안 살아왔거나 행방불명되고 또는 사망함으로써 구성원이 존재하고 있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리하여 대법원은 문제해결의 차원에서 종중의 경우 그 특성상 극히 일부분의 종원이 매년시제일에 모여 대소사를 논하여 온 경우 이를 적법한 총회로 인정하고 있기도 하다(대법원 1994. 9. 30. 선고 93다27703 판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용수익권을 보호하기 위한 보존행위 마저 총회 구성원의 결의를 요구하거나 필요적 공동소송의 대상으로 본다면 법률적인 분쟁해결이 불가능하게 되거나 해결이 가능하다 한들 긴시간과 많은 절차 및 비용을 필요로 하게 되어 사실상 법원은 심판을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셋째, 종중에서 특별히 어느 지파가 또는 어느 지파를 배제 하고 서류 위조 등의 방법으로 무효의 등기를 마치더라도 배제된 지파나 구성원은 위 무효의 등기말소절차 이행을 구할 수 없어 실체 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등기의 존재를 용인 할 수밖에 없다. 넷째, 같은 이론으로 특정 구성원이나 지파 종중원이 종중재산을 독점적으로 점유사용·수익 하여 다른 구성원이나 다른 지파의 사용 수익권을 침탈하여도 이를 방치할 수밖에 없어 종국에는 다수지파 또는 소수 집행부의 부당점유나 처분이 사실상 정당한 것처럼 유지되는 결과에 이르고 만다. 2. 입법과 또 다른 제안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총유재산에 대한 보존행위 조차도 고유필요적공동소송을 고집하게 되면 민사소송의 목적달성은 물론 그 이상실현에 멀어져 나아간다. 그리하여 이를 유사필요적공동소송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고유필요적소송 해당여부를 명확히 하고 고유필요적공동소송에서 공동원고로 되어야할 자가 소송을 거부하면 강제로 그 참여를 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 대상판결 사건은 파기 환송 후 각하로서 종결되었다. 그러나 법원은 소송의 당사자를 소장의 표시만에 의할 것이 아니고 청구의 내용과 원인사실을 종합하여 확정하여야 하는 것이며, 그 확정당사자가 소장의 표시와 다를 때에는 당사자의 표시를 정정 보충시키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바, 대상판결 사건에서 원고가 소장에 개인을 원고로 표시하였으나 그 변론의 내용에 의하여 원고는 원고보조참가인종중 또는 그 구성원 전원을 대표하여 말소를 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만큼 소장의 기재에 불구하고 진정한 원고가 위 종중이고 원고는 그 대표자였음을 알아차리지 못할 바가 아니다 그러하다면 법원으로서는 먼저 원고보조참가인 종중이 위 비법인 으로서의 당사자 능력을 갖춘 사단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한 후 그러한 단체로 인정된다면 원고의 표시를 정정케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위와 같은 판단이나 조치를 취한 흔적도 없이 막연히 원고 개인을 당사자로 확정하여 동인에게는 필요적 공동소송의 관계에 있는 전원의 합유 또는 총유에 속하는 부동산 이전등기말소 청구의 원고가 될 자격이 없다하여 그 소를 각하하였음은 위법하다(대법원 1965. 12. 21. 선고 65누104 판결, 1997. 6. 27. 선고 97누5725 판결).더 나아가 소송기술상 원고보조참가인이 독립당사자로 참여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7-05-14
국제 저작권 분쟁의 국제재판관할
I. 지적재산권에 있어서의 속지주의 원칙 속지주의는 특허권 등 산업재산권 뿐만 아니라 저작권 등 창작행위 만으로 권리가 발생하는 지적재산에도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저작권보호에 관한 베른협약 제5조 제1항이 내국민대우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속지주의원칙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특허권과는 달리 사권인 저작권에 있어서는 준거법이 문제될 수 있고 그 물권적 성격 때문에 소재지법을 적용한다는 의미에서 속지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속지주의 원칙이 바로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최근 저작권침해분쟁의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 속지주의를 배제하여 국내에서의 저작권침해행위 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행위에 대하여도 국내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한 획기적인 판결이 내려져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II. 사안의 개요 원고는 한국인 시나리오 작가인데 자신이 창작한 ‘기호를 읽어라’라는 시나리오를 스필버그 감독과 그 감독이 속해 있는 드림웍스(Dreamworks L.L.C.)에 송부하였다. 스필버그 감독은 일본 공포 영화 ‘더링’을 리메이크 하여 제작한 영화 ‘The Ring"을 전세계적으로 배포ㆍ상영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한국에서도 씨제이(CJ Entertainment)가 수입, 상영하였다. 원고는 이 영화가 자신이 스필버그 감독에게 보낸 시나리오와 그 구성 및 모티브 등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드림웍스 및 씨제이를 상대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각국에서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금지하고 각국에서의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III. 지적재산권침해의 재판관할에 관한 외국판례의 태도 1. 미국 미연방법원에 저작권침해소송의 재판관할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사물관할과 인적관할의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외국특허침해에 관하여는 국가행위불간섭의 원칙에 따라 미국에서의 재판관할권 행사를 자제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Timberlane Lumber Co. v. Bank of America, 549 F. 2d 597(9th Cir.1987); Mars v. Conlux 24 F. 3d 13(Fed. Cir 1994); Glaverbel Societe Anonyme v. Northlake Marketing & Supply Inc. 48 USPQ 2d 1344(N.D.Ill 1998) 등.)이나 저작권 침해에 관하여는 국가행위불간섭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례와 이에 반대하는 판례가 병존하고 있고 전자가 힘을 얻고 있다.(Frink Am, Inc. v. Champion Road Mach. Ltd. 961F. Supp. 398(NDNY 1997) 등.) 한편, 인적관할에 관하여는 법정지 주 내에서의 ‘계속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의도적 향유(purposeful availment)’와 ‘피소 예견가능성(foreseeability)’이 재판관할 인정근거로서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2. 유럽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지적재산권침해사건에는 전속관할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불법행위에 관한 특별관할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브랏셀 규정은 특허, 상표, 디자인 기타 등록이나 기탁을 요하는 지적재산권의 유효성 또는 등록에 관한 사건은 그 등록지의 전속관할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러한 권리의 침해사건과 저작권 등 등록이나 기탁을 요하지 아니하는 지적재산권의 유효성이나 침해에 관한 사건에 관하여는 규정을 두지 않고 판례에 맡겨두고 있다. 유럽이사회규칙 제44호 2001. 12. 22. 제22조 제4항 참조.) 이점에 관련하여 지적재산권침해사건은 아니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사건에 관한 1995년 Fiona Shevill판결(Case 68/93, Fiona Shevill v. Press Alliance SA. 1995. E.C.R. 415)에서 유럽사법법원(ECJ)은 지적재산침해에 있어서도 자국 내에서의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만 인정하고 외국에서의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침해자의 소재지국 법원을 제외하고는 그 관할을 부인하는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다. 3. 일본 일본 최고재판소는 미국특허권을 가진 일본인 원고가 일본인 피고의 일본에서의 미국특허침해제품 제조ㆍ수출행위에 대하여 미국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에 일본법원의 재판관할을 긍정하면서 다만 특허침해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하였다. (일본최고재판소 평성 14. 9. 26., 평성 12, 580 판결.) 국제소송에 있어서의 객관적 병합과 주관적 병합에 관하여는 대체로 이를 긍정하고 있다. IV. 국제사법상 국제재판관할원칙 1. 실질적 관련의 원칙 개정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대한민국 법원이 국제재판관할을 가지며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국제재판관할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국내법 관할규정 참작의 원칙 나아가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실질적 관련’이라는 제2조 제1항의 기준이 추상적이므로 그 구체적 판단기준을 일응 국내법의 관할규정에서 발견하되 그에 얽매이지 말고 국제적 관점에서 국제재판관할결정원칙을 정립해 나갈 것을 규정한다. 3. 지적재산분쟁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특칙의 부존재 개정 국제사법은 제27조에 소비자계약에 관한, 제28조에 근로자계약에 관한 각 국제재판관할의 특칙을 규정하고 한편 제24조에서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그 침해지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지적재산권의 준거법에 관한 특칙을 두었으나 지적재산분쟁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는 아무런 특칙을 두고 있지 않다. 4. 국제소송에 있어서 객관적 병합과 주관적 병합 현행 민사소송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객관적 병합에 관한 규정을, 제2항에서는 주관적 병합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민사소송법에서는 객관적 병합과 주관적 병합을 일정한 요건 하에 모두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헤이그협약 및 WIPO협약안에서도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법원은 계속 중인 관련소송을 병합하고 그 소송에 관련된 모든 지적재산청구를 단일한 법정지에서 주장하도록 당사자에게 촉구함으로써 당사자간의 분쟁을 전세계적으로 해결하는 이점에 관하여 검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제1항). 한편, 청구들이 동일한 거래나 일련의 거래 또는 발생으로부터 비롯될 때에는 권리나 요청하고 있는 구제의 속지적 기원에 관계없이 이들을 관련된 청구로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동조 제2항).) V. 외국인 피고에 대한 국제재판관할 인정여부 1. 본 사건의 쟁점 본 사건으로 돌아와 피고 드림웍스는 외국회사로서 외국인 피고에 대한 대한민국의 재판관할권이 있는지 문제된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위 쟁점에 관하여 (1)피고 씨제이, 소외 씨제이, 피고 드림웍스간의 지분관계 (2)피고 씨제이가 피고 드림웍스의 아시아시장 배급처인 점 (3)한국영화시장의 규모 (4)피고 드림웍스와 피고 씨제이의 수익배분관계 (5)피고 드림웍스가 전세계적 기업인 점등을 종합하여 피고 드림웍스가 한국법원에 제소될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 드림웍스와 대한민국 간에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실질적 관련성과 예견가능성간의 관계 그런데 법원은 피고 드림웍스에 관한 위와 같은 제반사실로부터 바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하고 그와 같은 제반사실로부터 피고 드림웍스의 피소 예견가능성을 끌어내고 나아가 그 예견가능성을 실질적 관련여부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특이한 논리전개를 보이고 있다. 이 사건에서 동법원이 예견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판시한 것은 위 두가지 요건을 합리적으로 연결지우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나 피고의 예견가능성 유무를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실질적 관련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 국제사법 제2조의 명문규정에 배치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중첩적 판단과정에서 국제사법이 제시한 ‘실질적 관련’의 요건이 왜곡될 위험까지 있으므로 재고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오히려 예견가능성의 부존재를 소극적 요건으로 보아 당사자와 법정지국간에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일응 보일지라도 만약 예견가능성이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 실질적 관련성은 부인하도록 이론 구성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4. 주관적 병합의 인정여부 본건에서 법원은 피고 드림웍스와 대한민국 간의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하면서도 주관적 병합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건의 경우 한국과 피고 드림웍스 사이에 설사 실질적 관련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 씨제이는 한국에 상거소를 두고 있는 법인이고 피고 씨제이와 피고 드림웍스에 대하여 원고의 저작권 내지 아이디어침해라는 동일한 원인에 기인하여 발생한 권리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를 구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피고 씨제이 뿐만 아니라 피고 드림웍스에 대하여도 국제소송에 있어서의 주관적 병합의 법리에 따라 한국법원에 그 재판관할이 인정된다 할 것이다. VI.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금지등 청구의 국제재판관할 인정여부 1. 본 사건의 쟁점 피고 드림웍스가 원고의 시나리오에 의거하여 제작한 영화를 대한민국 외 외국에서 배급ㆍ상영한 행위, 즉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에 관련한 침해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부분도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는지 문제되었다. 2. 법원의 판단 동법원은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은 피고 드림웍스의 피소 예견가능성, 한국영화시장의 규모, 피고가 대한민국에서 응소하더라도 베른협약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므로 불리한 것이 없는 점, 국내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과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은 기초가 된 사실관계 및 쟁점이 동일하여 대한민국에서 위 두 청구부분 모두에 대하여 재판을 함이 바람직하다는 점등을 종합하여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부분에 대하여도 대한민국에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3. 판결의 문제점 그러나 동 법원이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와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여부의 고려요소로서 들고 있는 사실(예를 들어 한국의 영화시장규모, 한국의 TRIPs협정 및 베른협약 가입사실)들은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부당하다. 또한 피고 드림웍스가 한국법원에의 피소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드림웍스 자신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지 여부의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지라도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와 한국법원과의 실질적 관련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는 될 수 없고 또 국내에서의 저작권침해에 관한 청구 부분과 기초가 된 사실관계 및 쟁점이 동일하다는 점도 소의 객관적 병합의 요건은 충족시킬지언정 그 점이 바로 외국에서의 침해와 대한민국간의 실질적 관련을 인정하는 근거로는 될 수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4. 객관적 병합 인정여부 본건 판시에서 법원은‘두 청구부분이 모두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고 쟁점 또한 동일하므로 대한민국에서 재판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객관적 병합 청구를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으나 사실상 피고 드림웍스에 대한 원고의 청구들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이를 병합하여 한국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다는 논리로서 결과적으로 청구들 간의 객관적 병합을 인정하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VII. 저작권 침해의 준거법 1. 법원의 판단 법원은 본건 판시에서 저작권 침해의 요건인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는 준거법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다. 그러나 외국법 적용에 대한 검토가 없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외국에서의 침해행위 청구부분에 관하여도 한국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침해행위에 대하여는 한국법이 적용되고 외국에서의 침해행위에 대하여는 침해지의 외국법이 적용되나 한국법 또는 미국법에 의거ㆍ판단함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였어야 할 것이다. 2. 주장의 부담이론 준거법 결정에 있어서 속지주의 원칙과 보호국법주의를 관철하면 침해행위가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준거법으로서 침해행위가 일어난 전세계 각국의 법을 모두 적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하더라도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면 침해자의 상거소지법에 의거하여 판단하게 되겠으나 특정 국가의 법을 적용하였을 때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그 다른 결과가 어느 일방 당사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그 당사자가 그 특정국가의 법의 존재와 내용을 주장하여 그 적용을 요구할 수 있도록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지적재산권 침해의 성립여부와 그 정도를 주장하는 자가 당해 침해지법의 존재와 그 내용을 주장ㆍ제시하여야 하는 ‘주장의 부담’을 진다고 해석함으로써 침해가 문제된 각국의 법을 조사, 적용하여야 하는 법원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VIII. 결론 이 사건에서 법원이 외국에서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뿐만 아니라 침해금지청구에 대하여도 한국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는 판단은 획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었던 외국인 피고 및 외국에서의 저작권침해 청구부분과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인정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동법원이 국제재판관할결정에 관한 일반이론에 의거하여 판단하였을 뿐 저작권을 비롯한 지적재산권 침해에 있어서의 국제재판관할결정의 특수성 특히 지적재산권에 있어서의 속지주의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점은 문제로 지적되어야 한다. 지적재산침해에 있어서도 국제재판관할결정에 관한 일반론이 그대로 타당할 수 있다는 이 사건에서의 판시취지는 저작권침해사건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특허 등 산업재산권 침해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므로 이 점에 관한 향후 판례의 발전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2005-10-06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