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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⑩ 복수의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에 적용될 법리
대상판결은 관할 행정청이 인지한 복수의 위반행위 중 일부를 쪼개어 우선 과징금을 부과한 후 나머지 위반행위에 대해 차후에 별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는 없고, 다만 종전 과징금 부과처분 후에야 그 부과 이전에 이루어진 다른 위반행위를 비로소 인지한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과징금의 별도·추가 부과를 허용하되 그 양정상 한도액에는 사후적 경합범에 관한 형사법리와 유사한 법리를 적용할 것을 선언한 최초 판례이다. Ⅰ. 사실관계 1. 원고는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이고, 피고(안성시장)는 경기도지사로부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이라 한다)상 과징금 부과처분 권한을 위임받은 행정청이다. 2. 피고는, 원고가 2008. 1. 1.부터 2017. 5. 31.까지 구 여객자동차법에 따른 인가받지 않은 노선을 운행한 점, 2016. 9. 1.부터 2017. 5. 31.까지 인가받지 않은 정류소에 정차한 점을 이유로 2018. 2. 28. 원고에게 과징금 5,000만 원을 부과하였다. 3. 한편 경기도지사는 2017. 9. 12. 피고에게, 원고가 2016. 3. 1.부터 2017. 9. 11.까지 종점과 정차지 변경 신고 없이 연장 운행을 한 점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청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8. 4. 19. 원고에게 위 위반행위를 이유로 구 여객자동차법령을 적용하여 과징금 5,000만 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대법원판결 요지 1. 위반행위가 여러 가지인 경우에 행정처분의 방식과 한계를 정한 관련 규정들의 내용과 취지에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자가 범한 여러 가지 위반행위에 대하여 관할 행정청이 구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12호에 근거하여 사업정지처분을 하기로 선택한 이상 각 위반행위의 종류와 위반 정도를 불문하고 사업정지처분의 기간은 6개월을 초과할 수 없는 점을 종합하면, 관할 행정청이 사업정지처분을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하기로 선택하는 경우에도 사업정지처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위반행위에 대하여 1회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총액의 최고한도액은 5,000만 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관할 행정청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의 여러 가지 위반행위를 인지하였다면 전부에 대하여 일괄하여 5,000만 원의 최고한도 내에서 하나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인지한 여러 가지 위반행위 중 일부에 대해서만 우선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차후에 별도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행정청이 여러 가지 위반행위를 인지하여 그 전부에 대하여 일괄하여 하나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는 것이 가능하였음에도 임의로 몇 가지로 구분하여 각각 별도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수 있다고 보게 되면, 행정청이 여러 가지 위반행위에 대하여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의 최고한도액을 정한 구 여객자동차법 시행령 제46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관할 행정청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가 범한 여러 가지 위반행위 중 일부만 인지하여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였는데 그 후 과징금 부과처분 시점 이전에 이루어진 다른 위반행위를 인지하여 이에 대하여 별도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종전 과징금 부과처분의 대상이 된 위반행위와 추가 과징금 부과처분의 대상이 된 위반행위에 대하여 일괄하여 하나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는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추가 과징금 부과처분의 처분양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행정청이 전체 위반행위에 대하여 하나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경우에 산정되었을 정당한 과징금액에서 이미 부과된 과징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한도로 하여서만 추가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수 있다. 행정청이 여러 가지 위반행위를 언제 인지하였느냐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처분상대방에게 부과되는 과징금의 총액이 달라지는 것은 그 자체로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Ⅲ.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1. 복수의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의 일괄 부과 시 최고 한도액 먼저 1회 부과 가능한 과징금 총액의 최고한도액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위반행위가 여러 가지인 경우에 행정처분의 방식과 한계를 정한 구 여객자동차법령의 내용과 취지와 함께 여러 가지 위반행위에 대한 사업정지처분 기간의 상한은 6개월인 점 등을 종합하여, 여러 가지 위반행위에 대하여 1회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총액의 최고한도액은 5,000만 원이라고 판시하였다. 과징금 부과처분이 사업정지처분을 대체·갈음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사업정지처분의 상한과 마찬가지로 과징금에 관해서도 부과 가능한 총액의 최고한도가 정해져 있다고 볼 것인 점, 구 여객자동차법 제88조 제1항, 구 여객자동차법 시행령 제46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여러 위반행위를 전제로 한) 과징금 ‘총액’의 최고한도액을 5,000만 원으로 명시하여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1회 부과 가능한 과징금 총액의 최고한도액에 관한 대상판결의 판시 내용은 타당하다. 2. 복수의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별도 부과의 허용성과 양정 다음으로 관할 행정청이 인지한 여러 가지 위반행위 중 일부를 쪼개어 우선 과징금 부과처분을 한 후 나머지 위반행위에 대해 차후에 별도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관할 행정청이 이미 인지한 여러 위반행위 모두에 대해 과징금을 일괄하여 부과할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위반행위를 쪼개어 과징금을 별도·분리 부과처분을 하는 것은 최고한도액 규정을 잠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한꺼번에 제재처분(과징금 부과처분)을 받고 조기에 불이익 처분 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처분상대방의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어서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제시한 ‘이미 인지한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일괄 부과 원칙’은 타당하다.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에서는 종전 과징금 부과처분을 한 후에야 부과처분 시점 이전에 이루어진 다른 위반행위를 비로소 인지하여 별도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경우에는 그 추가 과징금 부과처분의 금액은 ‘전체 위반행위에 대하여 하나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경우에 산정되었을 정당한 과징금액 - 이미 부과된 과징금액’을 한도로 하여 부과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관할 행정청이 다른 위반행위를 인지한 시점상 과징금의 일괄 부과는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므로 일괄 부과 원칙의 예외는 인정하되, 일괄 부과되었을 경우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처분 상대방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추가 과징금 부과처분의 처분양정의 한계를 위와 같이 선언한 대상판결은 역시 타당하다. 예를 들어 A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 2,000만 원이 부과된 후 관할 행정청이 A위반행위 무렵의 다른 B위반행위를 비로소 인지하여 이에 대해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려면, A, B위반행위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과징금을 부과하였을 경우를 가정할 때의 정당한 과징금 3,000만 원을 산출한 후, 거기서 이미 A위반행위에 대하여 부과된 과징금 2,000만 원을 뺀 과징금 1,000만 원을 한도로 B위반행위에 대한 추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3. 대상 판결의 의미 구 여객자동차법령에 의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사업(영업)정지처분에 갈음하여 부과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결정재량과 과징금액을 결정할 수 있는 선택재량이 부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재량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재량적인 과징금 부과처분에 있어서 과징금을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부과할 것인지에 관한 재량에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대상판결은 선언하고 있다. 즉, 대상판결은 과징금 부과처분에 관한 재량권 일탈·남용의 세부 척도로서, ① 관할 행정청이 이미 여러 가지 위반행위를 인지한 이상 일부 위반행위별로 쪼개어 편의적으로 과징금을 별도로 분리하여 부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② 이미 이루어진 과징금 부과처분을 기준으로 관할 행정청이 그 부과처분 이전에 발생한 다른 위반행위를 그 부과처분 이후에 인지하여 불가피하게 과징금의 별도·분리 부과처분이 이루어지게 되더라도, 모든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의 일괄 부과처분이 이루어질 경우에 준수해야 할 (가정적인) 정당한 부과 금액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원칙을 선언한 것이다. 위 ①의 원칙은, 검사가 범죄사실의 전부를 알면서도 수사 기법상 사후에 누락된 사건을 기소하였다면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공소권 남용이론과 유사한 면이 있다. 또한 위 ②의 원칙은 형사재판에서 「형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사후적 경합범(「형법」 제37조 후단)에 대한 형의 양정을 하는 법리와 유사하다. 다만, 행정제재처분에 관하여 형사법리를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는 향후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대상판결은 수회 경합된 위반행위에 대하여 1회 부과 가능한 과징금 최고한도액에 관한 종전 판례(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누6888 판결)의 태도를 그대로 따르면서도, 관할 행정청이 인지한 복수의 위반행위 중 일부를 쪼개어 우선 과징금을 부과한 후 나머지 위반행위에 대해 차후에 별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는 없고, 다만 종전 과징금 부과처분 후에야 그 부과 이전에 이루어진 다른 위반행위를 비로소 인지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과징금의 별도·추가 부과를 허용하되, 그 양정상 한도액에는 사후적 경합범에 관한 형사법리와 유사한 법리를 적용할 것을 선언한 최초 판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은상 교수(서울대 로스쿨)
여객자동차법
복수의위반행위
과징금
사업정지처분
이은상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12-17
행정사건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① 행정쟁송에서 집행정지의 종기를 둘러싼 법적 쟁점
한국행정법학회가 법률신문 독자들을 위해 주요 행정사건 판례를 분석한 행정판례평석을 연재합니다. 김용섭 회장을 시작으로 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계·실무계 전문가들이 필자로 참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I. 사실관계 1. 원고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정한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다. 피고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인 군수이다. 피고는 2015. 6. 8. 원고에 대하여 각 화물자동차를 불법증차하였다는 이유로 구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2021. 7. 27. 법률 제183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60일(2015. 7. 13.부터 2015. 9. 10.까지)의 운행정지 처분을 하고, 각 화물자동차를 불법증차하고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유가보조금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같은 법률 제44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6개월(2015. 7. 13.부터 2016. 1. 13.까지)의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처분을 하였다. 2.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관할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행정심판위원회는 2015. 7. 13. 위 각 처분의 집행을 행정심판 청구 사건의 재결이 있을 때까지 정지하는 내용의 이 사건 집행정지결정을 하였다가 2015. 8. 31.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처분의 취소 청구는 기각하고, 위 운행정지 기간은 30일로 감경하는 이 사건 재결을 하였다(이하 위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처분과 위와 같이 감경되고 남은 운행정지 처분을 합하여 ‘선행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선행처분에 대하여 법원에 별도로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3. 피고는 2015. 9. 22. 선행처분의 집행을 피고와 A주식회사 사이의 이와 유사한 사건의 관할 행정법원 2015구합1245 판결 시까지 유예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유예 통지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발송하였다. 관할 행정법원은 2016. 1. 13. 위 사건에 관하여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는 2020. 3. 5. 원고에게 선행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각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30일(2020. 3. 6.부터 2020. 4. 4.까지)의 운행정지, 6개월의 유가보조금 지급정지를 하겠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Ⅱ. 대법원 판결 요지 1. 행정소송법 제23조에 따른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은 결정 주문에서 정한 종기까지 존속하고, 그 종기가 도래하면 당연히 소멸한다. 따라서 효력기간이 정해져 있는 제재적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본안소송의 판결 선고 시까지 집행정지결정을 하면, 처분에서 정해 둔 효력기간(집행정지결정 당시 이미 일부 집행되었다면 그 나머지 기간)은 판결 선고 시까지 진행하지 않다가 판결이 선고되면 그때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이 소멸함과 동시에 처분의 효력이 당연히 부활하여 처분에서 정한 효력기간이 다시 진행한다. 이는 처분에서 효력기간의 시기(始期)와 종기(終期)를 정해 두었는데, 그 시기와 종기가 집행정지기간 중에 모두 경과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법리는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심판법 제30조에 따라 집행정지결정을 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심판 청구 사건의 재결이 있을 때까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한다고 결정한 경우에는, 재결서 정본이 청구인에게 송달된 때 재결의 효력이 발생하므로(행정심판법 제48조 제2항, 제1항 참조) 그때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이 소멸함과 동시에 처분의 효력이 부활한다. 2. 효력기간이 정해져 있는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도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 대한 별도의 처분으로써 효력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다시 정할 수 있다. 이는 당초의 제재적 행정처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그 구체적인 집행시기만을 변경하는 후속 변경처분이다. 이러한 후속 변경처분도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의사표시에 관한 일반법리에 따라 상대방에게 고지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위와 같은 후속 변경처분서에 효력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다시 특정하는 대신 당초 제재적 행정처분의 집행을 특정 소송사건의 판결 시까지 유예한다고 기재되어 있다면, 처분의 효력기간은 원칙적으로 그 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진행이 정지되었다가 판결이 선고되면 다시 진행된다. 다만 이러한 후속 변경처분 권한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초의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력이 유지되는 동안에만 인정된다. 당초의 제재적 행정처분에서 정한 효력기간이 경과하면 그로써 처분의 집행은 종료되어 처분의 효력이 소멸하는 것이므로(행정소송법 제12조 후문 참조), 그 후 동일한 사유로 다시 제재적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한 이중처분에 해당한다. Ⅲ. 이 사건 판결에 대한 평석 1. 집행부정지 원칙과 집행정지제도 행정심판법 제30조와 행정소송법 제23조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집행이 정지되지 않는다는 집행부정지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나 프랑스처럼 집행부정지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집행정지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어느 제도를 채택할 것인지는 각국의 실정에 따른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행정소송에서의 집행부정지 원칙은 남소를 억제하여 행정의 원활한 집행과 행정목적 달성을 위한 현 상태(status quo)의 존속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행정쟁송을 통하여 제재적 행정처분을 다투려고 하는 당사자는 그 제재적 처분기간이 경과하면 일반적으로 본안에서 소각하 판결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당사자는 가구제의 일종인 집행정지제도를 활용하여 본안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2. 실무관행과 대상 판결의 문제점 현행 행정심판법이나 행정소송법에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행정법원의 일반적 실무 관행은 “본안판결 선고시까지”로 하고 있다. 법원은 개별적인 사건을 고려하여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또는 “본안판결 선고일부터 1월까지” 등으로 신축적으로 재량에 따라 집행정지결정을 내리고 있다. 한편, 행정심판위원회의 경우에는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재결이 있을 때까지로 하는 것이 실무관행이고, 재결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한 실무관행과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당사자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 본안에서 승소하였음에도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인 판결선고일에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이 소멸함과 동시에 처분의 효력이 당연히 부활하여 처분에서 정한 효력기간이 다시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법원에서 직권으로 집행정지 결정을 하지 않으면 판결선고일에 영업정지처분의 효력이 되살아나 그 다음 날부터 바로 영업을 중단하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본안에서 패소한 경우 당사자는 영업중단에 대비하는 조치를 곧바로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판결선고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 도래로 곧바로 종전 처분의 효력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선 처분청은 별도의 의사표시로 처분의 시기와 종기를 다시 정하고 심지어 집행정지의 효과를 지니는 처분까지 행하는 실정이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편법을 정당화해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상판결은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가 판결선고일인 경우 처분에서 정해 둔 효력기간은 판결 선고일까지 진행하지 않다가 선고일 다음 날부터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법리는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심판법 제30조에 따라 집행정지결정을 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재결시로 한 경우 그 시점은 재결을 한 날이 아니라 재결서 정본이 청구인에게 송달된 때로 보고 있다.(행정심판법 제48조 제2항, 제1항 참조) 그러나 이러한 행정심판법의 법문을 확장하는 대법원의 해석은 당사자의 권익을 고려하는 측면이 있지만, 재결서의 정본이 청구인에게 송달된 시점을 행정청이 정확히 알기 어려워 처분 효력의 재개 시점이 불명확하여 행정처분의 원활한 집행을 통한 공익실현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3.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한 입법방향 가. 입법론과 비판 : 학계 일각에서 법원의 실무관행인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선고시까지’로 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판결확정시까지’로 행정소송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목할 만한 입장이 개진된 바 있다. (류광해, “행정처분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대한 검토”, 인권과 정의 통권 제446호, 2014. 65-77면, 제20대 국회 오제세의원 대표발의 행정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참고). 그런데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확정시까지로 법제화할 경우에는 법원이 집행정지제도를 보다 신중하고 엄격하게 운영하게 되어 당사자인 국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확정시로 정하는 경우 승소한 원고를 보호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으나, 승패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에 있어서 1심법원이 항소심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권한을 선취하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정소송법에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확정시 까지로 명문화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나. 결론 및 대안 : 따라서 행정소송의 경우 판결선고 후 30일까지로, 행정심판의 경우 재결 후 30일까지로 각각 실무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적 검토사항이다.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하여 법제화하려면 국민의 권익구제와 원활한 행정목적 실현의 조화 측면에서 행정소송의 경우 판결선고 후 30일까지로, 행정심판의 경우 재결 후 30일까지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집행정지
행정소송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2023-02-16
민사일반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사실관계] 평석을 위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원고 회사는 A 자동차 회사와 사이에 배기가스 촉매제(‘촉매제’)를 제조·납품하는 계약을, 피고 회사도 A와 사이에 촉매제를 가공하여 촉매정화장치를 제조·납품하는 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2. 2012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원고는 A와의 합의 아래 촉매제를 피고에게 직접 인도하였고, 피고는 그것을 사용하여 정화장치를 제조해서 A에 납품하였다. A는 원고가 인도한 촉매제의 수량이 아니라 A가 피고로부터 납품받은 정화장치에 들어간 촉매제의 수량에 따라 원고에게 촉매제 대금을 지급하였다. 3. 원심이 인정하고 대법원이 그대로 수긍한 바에 의하면, 원고가 인도한 촉매제 중 피고가 사용하지 않고 여전히 보관하고 있는 촉매제 1만9천여 개에 대하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묵시적으로 임치계약이 성립하였다. [소송의 경과] 원고는 이 사건에서 위 남은 촉매제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중 일부에 대하여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항변하였다. 즉 “위 남은 촉매제에 대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촉매제 인도시점부터 진행”하므로, 이 사건 소 제기로부터 소급하여 상사소멸시효기간인 5년보다 전에 인도받은 촉매제에 대한 임치물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원심은 그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관계가 종료하여 수치인이 반환의무를 지게 되는 때, 즉 임치기한이 도래하거나 임치인이 해지권을 행사하여 그 반환청구권이 발생한 때부터 진행”하는데, “임치계약은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에 해지되었으므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판결 취지] “임치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의 반환청구는 임치계약 성립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임치계약에서 임치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임치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이 성립하여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된 때부터 진행하는 것이고, 임치인이 임치계약을 해지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잔여 촉매제에 대한 임치계약의 성립시점이 언제인지, 이 사건 잔여 촉매제가 피고에게 인도된 날이 언제인지, 그로부터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하였는지 등을 심리한 다음,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하여 판단했어야 했다. 원심판결에는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평석] 1. 대상판결의 취지에는 찬성할 수 없다. 임치계약 자체에 관한 법리를 보다 실제에 맞게 전개한다는 관점, 특히 유상 또는/및 기한부 임치계약의 보편화 등의 관점에서도 문제될 수 있을 것이지만, 여기서는 아래의 두 가지 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대상판결은 형성권의 제척기간과 그 권리의 행사로 발생하는 청구권의 소멸시효에 대한 종전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으로서 그 타당성을 쉽사리 발견하기 어렵다(아래 2. 및 3.). 나아가 대상판결은 그 문언으로 보면 임치계약 외에도 당사자가 처음부터 계약을 해지할 권리를 가지고 그 권리가 행사되면 해지자가 원상회복청구권, 즉 계약상 급부의 반환청구권을 가지는 다른 계약유형들에 관하여도 그대로 발언력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러한 귀결은 타당하지 아니하다(아래 4. 및 5.). 2. 해지권을 포함한 형성권 일반의 존속기간과 그 행사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1) 해지권을 포함하여 이른바 형성권 그 자체에 대하여는 ―뒤의 3.에서 보는 대로 유류분반환청구에서와 같이 명문의 규정이 있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제척기간의 법제도에 의하여 그 존속기간의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인정되어 왔다. 그 이유는, 최근의 문헌에 의하면, “형성권은 상대방의 채무 이행 등 협력 없이도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만으로 목적하는 법률관계가 형성되므로 형성권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행사기간이 중단된다는 것은 관념할 여지가 없다. 또한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상대방과 제3자의 지위가 극히 불안해지므로 일정 기간 내에 이를 행사할 것이 요청된다. 이러한 특성상 형성권을 규율하는 데에는 대체로 제척기간이 어울”린다는 것이다(양창수 편집대표, 민법주해[IV], 제2판(2022), 358면(오영준 집필부분)). 그리하여 그 권리의 행사 없이 제척기간이 도과하면, 그 권리는 당사자의 원용이 없어도 당연히 소멸한다. 즉 취소, 해제·해지, 상계 등의 형성권은 권리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 직접 권리 변동이 일어나므로, 중단 등을 문제로 삼을 것도 없이 행사만 있으면 목적을 달하여 소멸한다. 한편 그 권리의 행사로 인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보다 일반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장래를 향한 원상회복청구권, 즉 당해 계약관계의 ‘청산’을 청구할 권리(민법 제550조, 제549조 제1항 참조. 이하 민법의 조항은 법명을 제시함이 없이 인용한다)에 대하여는 소멸시효의 제도가 적용된다. 그리고 그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당해 청구권이 발생한 때, 즉 일반적으로는 형성권이 그 권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유효하게 행사된 때(이로써 형성권은 소멸하고 이제 당사자의 법률관계는 종국적으로 앞서 본 원상회복청구권으로 변화한다)로부터 기산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단지 “임치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반환청구는 임치계약 성립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 운운하는 것 외에 별다른 이유 제시 없이 종전의 법리를 기초에서부터 뒤엎고 있다. (2)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해지권을 포함하여 형성권의 특성은 그것을 행사하는 의사표시에 의하여 직접 법률관계(이하에서는 계약관계에 논의를 한정하고자 한다)의 변동이 일어나고 이로써 그 권리 자체는 소멸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권리자는 이를 행사하여 자신의 계약관계의 새로운 ‘형성’으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 것인지 여부를 정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는 것이 그 권리의 특징이다. 그러한 권리가 어떠한 기간만큼 존속하는가는 결국 어떠한 기간만큼 그러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그리하여 이는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결정하여 이를 실행한 후에 발생하는 법률관계, 특히 그 일부로서의 계약정산청구권을 어떠한 기간 내에 행사하여야 하는가의 문제와는 별개라는 것이 통설의 이해이다. 이는 임치계약의 해지에서도 다를 바 없다. 임치인이 ‘언제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제699조, 제698조 단서)은 임치관계의 유지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 가능성에 관한 문제이다. 이는 이를 해소하는 것으로 결정한 다음에 그로써 발생하는 임치물반환청구권을 어떠한 기간 내에 행사하여야 하는가와는 별개인 것이다. 대상판결은 양자를 구분하지 않고 해지권이 있다고 하여 바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기산된다고 한다. 우선 해지권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제척기간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그것은 돌연 소멸시효의 문제에 해소되어서 후자만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더욱 결정적인 난점은 위와 같은 의사결정 가능성과 그 권리를 행사하는 방향으로의 결정 후의 계약관계 처리문제를 그 존속기간의 점에서 뒤섞고 있다는 데 있다. 3. 종전의 판례도 형성권의 제척기간과 그 행사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태도를 취하여 온 것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면, 대법원 1991. 2. 22. 선고 90다13420(대법원판례집 39권 1집, 172면)은 '징발재산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0조 소정의 환매권(“이 법에 의하여 매수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되기 전 또는 그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당해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군사상 필요 없게 된 때에는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은 이를 우선매수할 수 있다”)에 대하여 “이는 형성권으로서 그 존속기간[위 법률상 일반적으로 10년]은 제척기간으로 보아야 한다”(다수의 대법원 판결을 인용한다. 꺾음괄호 안은 인용자가 가한 것이다)고 전제한 다음, “환매권의 행사로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위 기간 제한과는 별도로 환매권을 행사한 때로부터 일반 채권과 같이 민법 제162조 제1항 소정의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되는 것이지 위 제척기간 내에 이를 행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다. 또한 판례는 유류분반환청구권은 민법의 법문(제1117조 : “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에 좇아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으로 보는 듯한데, 그 행사의 효과로 발생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에 대하여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1다55092 판결(법고을)은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발생하는 목적물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은 전자의 청구권과는 다른 권리이므로, 그 이전등기청구권 등에 대하여는 민법 제1117조 소정의 유류분반환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적용될 여지가 없고, 그 권리의 성질과 내용 등에 따라 별도로 소멸시효의 적용 여부와 기간 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리고 위 이전등기청구권이 제1117조에 정하는 1년의 기간 내에 행사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그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4. 그런데 앞서 본 대상판결의 판시는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다. 그 판결의 문언은, 이 사건에서 문제된 임치계약뿐만 아니라 계약의 성립 당시부터 원칙적으로 일방 또는 쌍방의 당사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다른 계약유형에서도 그 해지로 인하여 발생하는 원상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1) 그러한 계약유형의 대표적인 예로서는 기간의 약정이 없는 임대차계약을 들 수 있다. “임대차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제635조 제1항) 결국 그 경우에도 임대인의 목적물반환청구권은 “임대차계약 해지에 따른 임대차목적물반환청구는 임대차계약이 성립한 때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임대인의 목적물반환청구권은 임대차계약이 성립하여 애초 목적물이 임차인에게 인도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인가? 임대차계약관계가 ―이 사건에서와 같이 그 계약이 상행위에 해당한다면― 5년, 아니라도 민법상의 원칙적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을 이미 넘긴 경우에 이는 명백히 부당하지 아니한가? 여기서 주의할 것은, 대상판결이 임치관계의 존속기간 유무 등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그 법리를 일반적인 형태로 설시하고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어떠한 경우가 그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말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의 통설은 동산뿐만 아니라 부동산도 임치의 목적물이 될 수 있다고 하므로, 그 점에서는 임대차계약과 다를 바 없다. (2) 나아가 조합계약에서는 어떤가? 조합계약은 “존속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조합원의 종신까지 존속할 것을 정한 때”에는 각 조합원은 원칙적으로 언제든지 탈퇴, 즉 자신과의 관계에서 계약의 효력을 장래를 향하여 소멸시킬 수 있다(제716조 제1항. 동항 단서는 그 경우의 예외를 “부득이한 사유 없이 조합에 불리한 시기에 탈퇴하지 못한다”라고 정한다). 그러므로 그러한 조합계약에서도 “계약의 해지에 따른 정산청구는 계약 성립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으로서, 각 조합원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정산, 즉 조합재산의 지분의 계산(제719조 참조)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조합원의 정산청구권도 조합계약이 성립하고 이제 탈퇴하는 조합원이 애초 출자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가? 이 역시 조합계약관계가 5년 또는 10년 이상 유지된 경우에는 명백히 부당하지 아니한가? (3) 이러한 문제는 역시 무상임이 원칙으로 민법상 정하여진 위임계약에서도 제기될 수 있다. 위임계약은 일반적으로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제689조 제1항) 그러므로 이 경우에도 해지에 의하여 계약상 급부의 반환청구권이 발생한다. 그리하여 만일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위임사무의 처리에 필요한 서류 기타 물품을 제공한 경우라면, 그것이 해지 당시 수임인에게 남아 있는 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인에게 반환되어야 할 것이다. 위임인의 그 반환청구권도 대상판결의 판시가 요구하는 대로 역시 위임계약이 체결되고 물품이 인도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할 것인가? 위임계약이 그때로부터 기산하여 5년 또는 10년 이상 존속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어서, 그 기간의 경과로 위 반환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는가? 이와 같은 의문은 고용계약에 관하여도 제기될 수 있는데, 거기에서는 다른 측면의 난점도 있다. 고용기간의 정함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으면 그 의사표시가 도달한 때로부터 1개월의 경과로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제659조 제1항, 제2항). 고용계약이 해지되고 1개월이 경과하여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노무자에 대하여 그가 제공 또는 인도받은 공간이나 도구 등의 반환을 계약상 급부의 원상회복으로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계약(아마도 보다 통상적이리라)에서 사용자가 가지는 그러한 계약상 급부의 원상회복청구권은 언제부터 기산된다고 할 것인가? 대상판결의 취지대로 계약이 체결되고 계약상 급부로서 공간이나 도구 등이 인도된 때로부터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기로 법이 정하는 그 1개월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그리하여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때로부터가 아니라 위 급부가 있고 1개월이 경과한 때로부터 소멸시효는 기산된다고 할 것인가? 5. 앞의 4.에서 본 계약유형들에서 계약 성립의 당초부터 그 일방 또는 쌍방에 해지권을 부여하는 규정은 일반적으로 임의규정의 성질을 가진다. 그러므로 그 외의 계약유형들에서도 당사자들은 그 일방 또는 쌍방에게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약정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민법 제543조 제1항은 법률의 규정 외에도 계약에 의하여 해제 또는 해지의 권리, 즉 약정해제권과 약정해지권이 발생할 수 있음을 정면에서 정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가장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 즉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에게 약정해제권이 부여된 경우를 전제로 하여 논의하여 보자.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도 ―대상판결의 문언을 그대로 빌리자면― “매매계약 해제에 따른 매매목적물의 반환청구는 매매계약 성립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매도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하고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임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도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은 매매계약이 성립하고 목적물이 매수인에게 인도된 때로부터 기산된다고 할 것인가? 만일 해제권의 발생이 일정한 요건에 걸려 있는 것으로 약정된 경우(아마도 이것이 보다 통상적이라고 하여야 할는지도 모른다)라고 하더라도, 그 요건이 충족되어 해제권이 발생한 때로부터는 매도인은 역시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하고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의 취지에 의하면 이번에는 ―계약상 급부가 전부 또는 일부 행하여진 것을 전제로 한다면― 해제권이 발생한 때로부터 해제로 인한 급부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기산된다고 하는 말이 된다. 과연 그렇게 보아야 할까? 6. 결론적으로 종합하면, 이상의 여러 계약유형의 경우에 역시 임대인, 조합원, 위임인 및 노무자 등은 계약 성립 후(또는 그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지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은 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발생한다. 또한 약정해제권 또는 약정해지권이 부여된 경우에는 그 권리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그 권리를 행사하여 해제 등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비로소 원상회복청구권이 발생한다. 이와 같이 새로 발생한 원상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으로 돌아가 응당 그 발생시부터 기산된다고 할 것이다. 임치의 경우라고 해서 달리 볼 이유는 쉽사리 찾을 수 없다. 양창수 석좌교수(한양대 로스쿨·전 대법관)
임치물반환청구권
소멸시효
임치계약
양창수 석좌교수(한양대 로스쿨·전 대법관)
2022-10-27
노동·근로
민사일반
단체협약상 특별채용 조항의 법적 효력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소외 망인은 자동차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산업재해로 사망하였다. 자동차회사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월 이내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망인의 자녀인 원고는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채용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은 단체협약 특별채용 조항은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며,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채용의 공정을 현저하게 침해하여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채용청구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1. 다수의견 11인의 대법관은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위배되지 않아 그 효력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다수의견을 개진하였다(파기환송). 첫째,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효력에 대한 사법심사는 신중하여야 한다. 둘째, 업무상 재해로 인한 보상책임을 보완하는 특별채용은 근로조건의 기준에 해당한다. 셋째, 사용자는 결격사유에 대한 심사를 통하여 최소한의 업무수행능력을 검증한다. 넷째,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하여 채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법질서에서 예정되어 있다. 다섯째, 별도의 특별채용 절차를 통하여 소수의 인원을 채용한 것으로 인하여 구직희망자들의 현실적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다. 2. 반대의견 2인의 대법관은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반대의견을 개진하였다(상고기각). 첫째, 사용자가 장차 새로운 근로관계를 창설할 상대방을 정하는 문제는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헌법상 특별한 보호가 인정되지 않는다. 둘째,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은 구직희망자들이나 다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어서 사회질서에 반한다. 셋째, 취업보호에 관한 특별법은 일정한 경쟁을 전제로 하는데, 특별채용조항은 그렇지 않다. 넷째,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은 국제기준이나 정책 방향과 거리가 있다. 다섯째,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혜택이 일부에게만 돌아간다. [평석] 1. 단체협약의 법적 성격 단체협약의 법적 성격에 대한 학설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계약설, 법규범설, 복합설). 우선 노동조합과 사용차측의 계약이라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협약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교섭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을 순수한 법규범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단체협약의 효력에 관하여 민법상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 사적 자치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비하여 열악한 지위를 가지는 노동자인 조합원을 대변하여 근로조건에 협상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본질에 해당한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인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협상하고 그 효력이 조합원에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단체협약의 효력은 조합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근로자보호를 위한 노동법의 정신에 비추어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비조합원에게도 확대된다. 비조합원에 대하여도 단체협약의 효력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법규범성을 지닌다. 결국 단체협약의 법적 성격은 협약당사자의 계약이라는 점에서 출발되어야 하고, 근로자보호를 위한 노동법의 정신에 비추어 예외적으로 범규범성이 가미된 것이다(소위 복합설). 사용자와의 대등한 협상력을 보유하기 위하여 법인된 노동조합의 위상에 비추어 노동조합이 현행 재해보상제도의 한계를 의식하고 협상력을 발휘하여 특별채용조항을 얻은 것이므로 특별채용의 혜택이 극소수에게 돌아간다고 하여 그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물론 노동조합의 기능과 위상만을 강조하여 다양한 형태의 특별채용 조항들의 효력이 곧바로 긍정되는 것은 아니다. 2.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와 단체협약의 대상 사용자가 다양한 채용방식(공개채용, 제한경쟁, 특별채용)을 선택하여 채용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용자는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하여 경영상 판단에 따라 채용의 자유의 일부를 포기할 수 있으며,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 전개되는 특별채용으로 인하여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는 채용에 관한 사항을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고(임의적 교섭사항), 이 부분에 대하여도 협약자치의 효력이 미친다. 따라서 채용에 관한 사항을 단체교섭의 대상에서 전면적으로 배제할 것은 아니다. 3. 특별채용조항의 법적 성격 단체협약상 특별채용조항은 재해보상의 내용을 보충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므로 규범적 부분이라고 할 것이고, 근로자와 유족은 사용자를 상대로 직접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재해보상의 내용을 보충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라는 단체교섭의 대상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규범적 부분이라고 보아야 하고, 비조합원의 확대 적용의 국면을 감안하더라도 규범적 부분으로 보는 것이 일관성 있는 해석이다. 4. 채용의 공정 고용정책기본법과 직업안정법은 차별금지와 균등한 기회보장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합리적 사유 있는 차별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마련된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이 위 법률들의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 채용에 관한 공정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회의 평등 원칙을 고수하면 차별적 효과가 영속화되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세밀하게 전개된 적극적 우대조치가 요망된다는 미국의 논의는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관점에서도 매우 시사적이다. 5.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에 대한 판단기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대한 유형론은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의 판단에 있어 유용하지 못하며, 다수의견이 제시한 구체적 사정 요소도 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지침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비례의 원칙을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법익균형성과 상당성으로 귀결된다. 보호법익과 피해법익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고(법익균형성), 피해법익의 정도가 목적, 동기, 방법에 의하여 최소화되어야 한다(상당성). 법익균형성이 충족되는 경우에 비로소 상당성의 판단에 들어가고, 법익균형성이 충족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상당성의 판단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채용의 공정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현실에 있어 보호법익의 중대성이 긍정되어야 비로소 법익균형성의 요건이 충족되고, 특별채용의 비율이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상당성 요건이 충족된다. 기회의 평등의 원칙에 대한 예외는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세밀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6. 특별채용조항에 대한 구체적 검토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은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첫째, 산재유족의 생계보호는 사회적 약자의 배려 차원에서 인정되는 압도적 이익이며, 채용의 공정이라는 공익도 압도적 이익이다. 따라서 양자의 법익균형성이 긍정된다. 둘째, 특별채용의 비율이 매우 적어 구직희망자가 감수하여야 할 희생이 그리 크지 않으므로 상당성 요건을 충족한다. 비교법적 이례성이 산재유족 특별조항의 효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며,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노동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노사가 마련한 부득이한 조치이다. 정년퇴직자·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은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왜냐하면 정년퇴직자·장기근속자의 보상이라는 이익은 압도적 이익이라고 볼 수 없으나, 채용의 공정이라는 공익은 압도적 이익이기 때문이다. 업무외 사고·질병·사망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은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왜냐하면 업무외 재해에 대한 보상은 사용자의 법적 책임의 영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압도적 이익이라고 볼 수 없으나, 채용의 공정이라는 공익은 압도적 이익이기 때문이다. 노조 추천인 우선채용 조항은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왜냐하면 노동조합의 조직 강화라는 이익은 압도적 이익이라 보기 어려우나, 채용의 공정은 압도적 이익이기 때문이다. 산재유족 이외의 자에 대한 특별채용 조항은 모두 법익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7.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일반적 구속력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의 근거인 비조합원의 보호필요성과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위한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노동조합법 제35조의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하더라도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이 비조합원에게도 인정되어야 한다. 8. 소결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을 긍정하는 다수의견의 태도는 타당하다. 사회적 약자인 산재유족을 배려하기 위하여 세밀하게 전개된 특별채용조항은 실질적 평등의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대상판결로 인하여 다수의 사업장에서 특별채용 조항의 체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져 단체교섭 차질 및 노사관계의 경색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으나, 이러한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은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에 대한 판단이며 그 밖의 경우에 대한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까지 인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창현 교수 (서강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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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 (서강대 로스쿨)
2022-06-07
자기관련성 요건 충족 여부 판단에서의 반사적 이익
Ⅰ. 들어가며 필자는 그동안 세계헌법대회(2018년 서울) 조직위원장 활동, 교과서('신헌법입문', '헌법학', '헌법재판요론'), 학술서적('기본권총론', '국가권력규범론', '헌법재판론') 출간 등으로 평석발표활동이 부득이 미루어지다가 법률신문을 통해 본격 재개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저술활동 등에 쏟은 지난 시간이 소중하고 값진 것이지만 판례평석작업이 법리발달에 기여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법학자로서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평석의 다양한 패러다임을 시도해 보는, 예를 들어 한 결정에서 많은 쟁점들 중 하나의 법리적 쟁점을 두고 집중하여 다루는 평석도 의미있다고 본다. 이는 실무에서 판단논증을 보다 더 정교히 하게 하는 발전을 도모하는 집약적 평석 효과를 거두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하 평석도 그러한 방향성을 띤 것이다. Ⅱ. 평석의 대상과 취지 분석대상의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2021년 6월 24일 선고한 2020헌마651결정인데, 여기서는 이 결정에 대해 본안판단에 대한 평가는 접어두고 청구요건인 자기관련성이 청구인 이용자들에게 없다고 본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살펴본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라고도 함)는 자기관련성 요건 충족 여부 판단에서 반사적 이익이라서 부정된다는 판시를 하곤 하여 의아스럽게 하였는데 바로 이 결정에서도 그러하였다. 그래서 판례가 혼란을 보여주는 반사적 이익의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살펴보고자 한다. Ⅲ. 사건개요와 심판대상 사건은 논란이 많았던 사안으로, 승합자동차의 모빌리티 서비스(운전자의 알선 포함 승합자동차 대여 서비스)사업을 제한(운전자 알선이, 관광목적으로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경우로 대여시간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 또는 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인 경우로 한정하여 인정되고 그 외 경우에는 금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020. 4. 7. 법률 제17234호로 개정된 것) 제34조 제2항 단서 제1호 '바'목 해당 규정에 대하여 그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 그 회사 직원들, 그 서비스 운전자들, 그 서비스 이용자들이 2020년 5월 1일 청구한 헌법소원사건이다. Ⅳ. 결정요지, 해당 각하결정 이유 헌재는 먼저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으로 위 이용자들(이하 '청구인 이용자들')의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부적법하다고 하여 각하하였다. 헌재는 그 이유로 그들이 이전에 위 제한 없이 운전자 알선 포함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 대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영업 방식을 규율하는 법적 여건에 따른 반사적 이익 내지 사실상 혜택에 따른 것이므로 법적 여건의 변화로 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반사적 이익의 축소 내지 사실적인 불편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청구인…이용자들의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라고 판시하였다. 바로 이 부분이 필자가 평석할 주대상이다. 이어 회사의 청구 부분에 대해 본안으로, 1.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2.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였는지 여부, 3.신뢰보호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였는데 모두 그 준수를 인정하여 합헌성인정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결정을 하였다. Ⅴ. 평석 - 청구인 이용자에 대한 판단 부분 1. 반사적 이익과 자기관련성 헌재는 청구인 이용자들의 위 불이익은 '반사적 이익의 축소 내지 사실적인 불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자기관련성을 부정하였다. 따라서 이에 관해서는 다음의 두 법리를 살피는 것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1) 첫째, 반사적 이익의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흔히 반사적 이익이란 개인적 공권이 아닌, 권리성을 가지지 않는 이익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반사적 이익이라고 한다면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이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헌법이 보호하는'이란 말없이 그냥 '기본권'이라고도 함)의 문제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2) 둘째, 자기관련성의 개념이다. 기본권침해(제한)의 자기관련성이란 어떤 특정의 기본권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본인 자신에게 침해되는 것을 말한다. 기본권의 제한을 가져오는 공권력행사나 불행사가 향해지고 영향을 미치는 대상, 객체가(기본권제한의 효과가 귀속되는 주체가) 청구인 본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 모순성 반사적 이익인지 여부는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이 존재하는지 여부의 문제이고 기본권침해(제한)의 자기관련성은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침해(제한)되면 그 침해가 청구인 자신에게 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인지 하는 문제이므로 양자는 별개의 것이다. 따라서 반사적 이익이라고 보면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이 아니라서 기본권침해가능성이 아예 없어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부정되는 이유로 반사적 이익임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결국 반사적 이익이라고 하면서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반사적 이익 문제는 기본권침해의 관련성요건과 별개로 요구되는 청구요건인 '기본권침해의 존재(가능성)' 문제이다. 반면 자기관련성이란 제한이 가해지는 바로 그 사람 자신에게 제한효과가 오고 귀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필자는 그리하여 자기성(자기귀속성)이 자기관련성의 핵심이라고 한다. 필자는 반사적 불이익이라고 헌재가 판단한다면 그것은 기본권의 침해가 아니어서 침해가능성 요건의 결여로 보아야 하고 자기관련성 요건의 결여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정재황, 헌법재판론, 제2판, 박영사, 2021, 925면, 951-952면; 정재황, 헌법재판요론, 박영사, 2021, 244면). 헌재가 반사적 이익이라고 보아 기본권침해가능성이 없다고 제대로 구분한 결정례들(예를 들어 헌재 1999. 11. 25. 99헌마163; 2000. 1. 27. 99헌마660; 2008. 2. 28. 2006헌마582)이 있으나 반사적 이익, 사실적 이해관계라고 본 뒤 자기관련성이 없다고 각하한 모순적인 결정들을 보여주었다(예를 들어, ① 헌재 2017. 12. 28. 2015헌마997. [판시] LPG 연료 사용가능 자동차 범위를 제한하는 시행규칙조항에 대하여 LPG자동차로 개조하는 사업체 직원, LPG충전소 사업자가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서 따라 간접적, 사실적, 경제적 이해관계만을 가질 뿐이므로 자기관련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② 헌재 2006. 10. 26. 2004헌마13. [판시] 국가의 유아에 대한 사립유치원 교육비지원은 사립유치원 경영자가 얻게 되는 반사적이고 간접적인 이익에 불과하므로, 그 상한 이상 지원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3. 검토사항 반사적 이익이라고 본 헌재의 판단을 일단 그대로 두고 논증의 정연성을 보기로 했지만 사실 반사적 이익인지 여부의 판단기준이 문제된다. 전통적 설명에 따르면 반사적 이익인지 여부의 구분기준이 법이 그 이익을 개인의 이익으로서 법적으로 보호해주려는 의도를 가진 것인지 여부에 두고 그런 의도가 없는 이익이 반사적 이익이라는 것이다. 본 사안에서 청구인 이용자들이 입은 불이익을 반사적인 것으로 보는 논증을 청구인 회사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위 서비스 사업을 제한하는 것이 청구인 회사에게도 반사적 이익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이제까지 그러한 규제가 없어서 그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그 이익은 규제가 없다는, 법적 여건에 따른, 반사적 이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경우에도 서비스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한다면 쉽사리 반사적 이익이라고만 할 것인지 의문이다. 앞으로 연구과제이다. 4. 논증의 치밀성의 필요성 사실 위 3.에서 지적한 문제는 별도로 따져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번 평석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어떠한 구분기준에 따를 것인지, 또 반사적 이익으로 볼 것인지 하는 판단 자체에 대한 평가는 일단 접어둔다(위 판시에서 이에 대한 설시도 그리 많지 않다). 그리하여 헌재가 반사적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침해되는 기본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아예 기본권의 제한이라는 문제가 나온다고 볼 수 없고 기본권 제한의 자기관련성이라는 별개의 문제에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논증상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Ⅵ. 결어 본고에서는 평석을 위와 같이 한정하긴 했지만 본 사안은 근본적으로 공권, 기본권이 무엇인가 하는 기초적인 질문을 하게 하고(기본권의 공권성에 대한 근본적 검토 등에 대해서는 정재황, 헌법학, 2021, 428면 이하 참조) 반사적 이익의 개념, 판단기준 등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헌법재판법리가 절차법적인 것이나 기본권보장의 보루이므로 그 법리의 적용에 있어서 논증이 보다 더 정확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짐으로써 국민의 기본권보장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법리의 정교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재황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정재황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2022-03-28
민사일반
조세·부담금
과세관청이 조세포탈 범행을 설계한 당사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요건
1. 사실관계 가. 피고회사의 부장인 피고 1은 소외인등과 사이에, 외관상 피고회사가 투자금을 조성해 경유를 수입·판매하여 수익을 내어 이를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것처럼 사업을 진행하되, 실제로는 자력이 없는 명목상의 수입회사를 내세워 수입 및 통관절차를 진행한 후 이를 소외인이 새로 설립한 주식회사 에스OO에 판매 형태로 이전하여, 에스OO이 해당 경유를 시중에, 수입가격에 통관비용, 자동차 주행에 대한 자동차세(이하 '주행세')등 관련 세금, 부대비용 등을 합친 가격(이하 '최소 공급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명목상의 수입회사에 부과될 주행세를 납부하지 않는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로 조세포탈 범행을 계획하였다. 나. 피고 1은 정상적인 경유수입 사업인 것처럼 제안서를 제출하여 2013년 12월경 피고회사로부터 사업시행을 승인받은 후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성하였고, 특수목적법인은 에스OO과 수익권거래계약을 체결하여 위 투자금을 에스OO에 지급하기로 하고 경유수입사업의 수익권을 부여받았으며, 피고회사에 자금 지급, 수익금 관리등의 업무를 위탁하였다. 다. 피고 1등은 2013년 12월경 명목상의 수입회사 역할을 할 주식회사 OO오일 명의로 경유수입 중개사와 수입가격 협상을 마친 후 2013년 12월경 OO오일을 설립하였으며, 같은 날 OO오일은 에스OO과 수입된 경유를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에스OO에 판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다. 라. 이 사건 경유는 2013년 12월경부터 2014년 3월경까지 OO오일 명의로 3항차에 걸쳐 수입되어, 수입 즉시 에스OO에 이전되었는데, 실제 통관, 품질검사, 이전 등의 업무는 모두 피고1과 에스OO이 수행하였다. 마. 에스OO은 이 사건 경유를 시중에 판매하였는데, 최소 공급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였다. 피고 1등은 에스OO이 위와 같이 하여 얻은 수익을 운영비등 명목으로 에스OO에 일부 지급하고 나머지를 투자자들에게 배분하였다. 바. OO오일과 에스OO은 이 사건 경유에 관한 주행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원고는 명목상의 수입회사인 OO오일을 납세의무자로 파악하여 2014년 2월경부터 2014년 4월경까지 OO오일에 대해 주행세를 부과하였으나, OO오일은 바지회사로서 무자력이었기 때문에 이를 납부할 수 없었고, 2014년 4월경 주행세 체납 등을 이유로 등록이 취소되었다. 사. 피고 1과 소외인은 공모하여, 경유를 수입한 주체는 에스OO임에도 명목상의 수입회사인 OO오일을 내세워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주행세를 납부할 자력이 없는 OO오일을 주행세 납부의무자로 오인하여 부과처분을 하게 하는 등 이 사건 조세포탈 범행을 설계·실행하였다는 범죄사실로 특가법 위반(조세)으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선고·확정되었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조세포탈 범행을 설계한 당사자를 상대로 과세관청이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에서 과세관청에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가. 주행세 납세의무자 (1) 지방세법 제135조,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제3조 제2호에 의하면, 주행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납세의무자에게 부과되는데,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납세의무자는 관세의 납세의무자와 동일하다. 구 관세법 제19조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자는 관세의 납세의무자가 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 본문에서 "수입신고를 한 물품에 대하여는 그 물품을 수입한 화주"를 들고 있는데, 위 규정에서 관세의 납세의무자인 '그 물품을 수입한 화주'라 함은 그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를 의미한다. 다만, 그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인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수출자와의 교섭, 신용장의 개설, 대금의 결제 등 수입절차의 관여 방법, 수입화물의 국내에서의 처분·판매 방법의 실태, 당해 수입으로 인한 이익의 귀속관계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4두2270 판결 등). (2) 위 사실관계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미 OO오일이 설립되기도 전에 피고 1등이 이 사건 경유의 수입협상을 마치고 유통구조, 판매경로까지 정해둔 사정, OO오일은 명목상의 수입회사로 별다른 자산 없이 급조하여 설립된 것에 불과한 사정, 실제 이 사건 경유는 피고 1과 에스OO의 통제 아래에 있었고, 그 수입, 통관 업무 역시 이들이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알 수 있는바, 이 사건 경유를 수입한 실제 소유자이자 주행세 납세의무자는 에스OO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피고 1의 불법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7다179, 2017다186(병합) 판결 등). 납세의무는 세법이 정한 과세요건사실이나 행위의 완성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성립하고 과세관청이나 납세의무자의 특별한 행위가 필요 없는 것이고, 과세요건 충족에 의하여 추상적 납세의무가 성립하면 그에 대응하는 국가의 추상적인 조세채권이 성립하는 것이므로, 과세요건사실이나 행위의 완성에 의해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과세관청의 납세의무자에 대한 조세채권이 성립한 이상 조세채권의 만족을 위한 당해 조세의 부과·징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면 과세관청에 그 조세 상당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에스OO이 OO오일 명의로 이 사건 경유를 수입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원고의 에스OO에 대한 조세채권은 성립하는 것인데, 피고 1 등이 처음부터 주행세를 포탈하여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진정한 납세의무자를 파악하기 곤란한 외관을 만들어 자력이 없는 OO오일을 납세의무자인 것처럼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원고가 진정한 납세의무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틈을 타 포탈한 주행세 상당의 이익을 바로 배분하여 실행한 이상 이로써 원고의 이 사건 경유에 관한 주행세의 부과·징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은 물론 피고 1 등의 조세포탈 범행 설계·실행이라는 불법행위와 원고의 손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조세채권과 손해배상채권의 관계 세법은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과세관청에 부과권이나 우선권 및 자력집행권 등 세액의 납부와 징수를 위한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여 공익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다. 따라서 조세채권자는 세법이 부여한 부과권 및 자력집행권 등에 기하여 조세채권을 실현할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20. 3. 2. 선고 2017두41771 판결). 한편, 대상 판결에 따르면 조세포탈 범행으로 인하여 조세의 부과·징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경우 조세채권자는 조세포탈 범행 설계자들을 대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조세채권자의 손해배상채권은 국세징수법등에 따른 조세채권의 징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나. 조세채권자의 채권 소멸시효 조세채권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조세채권은 5년의 소멸시효(5억 원 이상의 국세와 5,000만 원 이상의 지방세는 10년)가 적용되나(국세기본법 제57조, 지방세기본법 제39조),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고,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다(민법 제766조). 조세채권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조세포탈 범행 설계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조세채권이 아니라,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므로 그 소멸시효는 민법에 따르고, 소멸시효 기산일은 조세채권자가 조세포탈범행으로 인하여 당해 조세를 징수할 수 없게 된 사실과 조세포탈 범행의 설계자들을 알게 된 때가 될 것이다. 다.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에 따르면, 과세요건사실이나 행위의 완성에 의해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과세관청의 납세의무자에 대한 조세채권이 성립한 이상 조세포탈 범행으로 인하여 조세채권의 만족을 위한 당해 조세의 부과·징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면 과세관청에 그 조세 상당액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므로, 조세채권자는 조세포탈 범행을 설계한 당사자들을 상대로 하여 납세의무자로부터 징수하지 못한 조세채권 상당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상 판결은 과세관청이 조세포탈 범행을 설계한 당사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에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기준(상당인과관계)을 제시한 최초의 판결로서 의미가 크다. 향후 조세포탈 범행으로 인하여 과세관청이 조세를 징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조세채권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대상 판결의 법리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조세채권을 회수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철형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조세포탈
조세채권
손해배상
유철형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2022-02-07
민사일반
파산·회생
확정된 인도판결과 기판력
I. 판결요지와 쟁점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의무이행을 명하는 판결의 효력은 실체적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인도판결의 효력으로 점유자에게 물건을 인도해야 할 실체적 의무가 생기지 않으며, 확정된 인도판결의 효력은 인도청구권의 존부에만 미치고, 인도판결의 기판력이 불법점유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해설(제121호, 70면)에서는 "기판력의 본질론 중 실체법설은 옳지 않기 때문에 인도판결의 효력이 실체적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옳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생기는 의문은 그렇다면 인도판결 확정 후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인도의무부존재확인을 구할 수 있는가와 인도판결에서 피고의 인도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기판력의 본질론 중 실체법설에 의해서만 가능한가이다. 상세한 논증은 '확정된 인도판결과 기판력- 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4다46778 판결에 대한 비판적 고찰 -' 민사소송 제25권 제3호(2021.10.)를 참고하면 된다. Ⅱ. 기판력의 본질에 관한 실체법설과 확정된 인도판결의 실체적 의미 1. 기판력의 본질에 관한 실체법설 기판력 제도는 판결을 통해 당사자들 사이의 권리관계를 최종적으로 확정하여 후소 법원과 당사자를 구속함으로써 법적 평화를 달성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후소 법원과 당사자가 확정판결에 구속된다는 점은 어떻게 설득력있게 설명될 수 있는가. 이는 기판력의 본질에 관한 문제로서 실체법적 관점에서 구속력을 설명하려는 실체법설과 소송법적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소송법설이 있으며, 후자는 다시 모순금지설과 반복금지설로 나뉜다. 그 중 실체법설은 판덱텐법의 전통에 따라 판결과 실체적 권리상태가 항상 일치한다고 보는 입장인데, 정당한 판결은 지금까지의 권리상태를 확인해주며 법원의 판결은 당해 권리를 확인하는 데 추가적인 구성요건이 되고, 부당한 판결은 판결내용에 따라 새롭게 권리상태가 형성되어 판결이 부인한 권리는 소멸하고 잘못 인정한 권리는 새롭게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판결내용에 따라 실체법상의 권리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보면 확정판결이 후소 법원과 당사자를 구속하는 근거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예컨대, 인도판결에 의해 원고에게는 인도청구권이, 피고에게는 인도의무라는 실체법적인 권리의무가 '형성'된 것이라고 하면 법원과 당사자에 대한 기판력의 구속력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2. 확정된 인도판결의 실체적 의미 일반적으로 민사재판에서 법원의 판결은 당사자가 신청한 사안에 관하여 당사자가 수집 제출한 사실자료를 바탕으로 법규를 적용하여 구체적인 법률효과를 인정한 것이다. 예컨대, 물건의 인도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이는 실체적으로 원고에게는 적법하게 물건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점유자에게는 더 이상 그 물건을 점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임차물 명도를 구하는 임대인의 청구를 인용한 판결은 원고의 명도청구권의 존재와 이에 상응하여 피고의 명도의무의 존재라는 실체적 법률효과를 인정한 것이며, 청구이의의 소를 기각한 판결은 적법하게 집행이 행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실체적으로 확정한 것이어서 후소에서 집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청구는 이유 없는 것이 된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판시하고 있는 것처럼, 인도판결의 확정으로 '이 사건 시설물에 관한 실체적 법률관계에 어떠한 변동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인도판결에 의해 실체적 법률관계가 형성되어 점유자의 인도의무가 새롭게 근거지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고의 인도청구를 인용한 확정판결은 점유자에 대해 인도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 더 이상 적법하게 점유할 권리가 없다는 점을 실체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며, 피고의 인도의무가 인도판결에 의해 새롭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인도판결에는 원고의 인도청구권과 이에 상응하여 피고의 인도의무의 확정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인도판결이 단순히 원고의 인도청구권만 인정하고 피고의 인도의무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면 피고는 언제든지 자신의 인도의무를 부인할 수 있을 터인데, 이는 인도판결의 확정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확정판결이 인정하고 있는 실체적 법률효과는 기판력의 본질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기판력의 본질을 실체법적 관점이 아니라 소송법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입장에서도 당연히 인정된다. 인도판결 확정 후 피고가 원고의 인도청구권을 부인하거나 인도의무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 이는 전소판결에서 실체적으로 확정한 내용 즉 기판력에 반하기 때문에 후소 법원은 원고의 인도청구권이나 피고의 인도의무에 관하여 다시 재판하거나(반복금지설) 모순된 판단(모순금지설)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대상판결에서는 '인도판결의 효력으로 (중략) 정당한 점유권원이 소멸하여 그때부터 그 물건에 대한 점유가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타당하지 않다. 인도판결은 원고의 인도청구권에 상응하여 점유자의 인도의무를 확정하고 있으며, 이는 점유자가 더 이상 적법하게 점유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인도판결의 실체적 법률효과와 관련하여 독일 연방대법원은 '인도해야만 한다(Herausgaben-Mussen)'는 점만 확정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점유해서는 안 된다(Nicht-Behalten-Durfen)'는 점까지 확정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5년 판결에서 독일 연방대법원은 자동차 인도를 명하는 확정판결은 피고에게 점유할 수 있는 권리가 없음(kein Recht zum Besitz)을 확정한 것이라고 밝혔다(BGH, Urteil vom 26.7.2005 - X ZR 109/03). Ⅲ. 확정된 인도판결의 선결적 효력 확정판결의 선결적 효력이란 후소와 전소의 소송물이 동일하지 않더라도 전소 판결에서 확정된 법률관계가 후소 법원의 판단에 선결적 문제가 되는 경우, 후소 법원은 전소 확정판결에 기속되어 전소 법원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보관물품의 인도를 명하는 확정판결이 내려진 후에도 점유자가 물건을 인도하지 않아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인도의무는 확정판결에 의해 확정되었기 때문에 후소 법원은 인도의무의 존부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으며, 이에 관하여 심리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인도판결에 의해 피고의 인도의무가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후소 법원은 피고의 점유가 불법인지를 다시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기판력 제도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기판력 제도는 전소 판결과 모순되는 후소 판결의 발생 위험을 막고자 인정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위험은 두 번째 소송에 의해 생길 수 있어 기판력은 법원과 당사자를 구속하여 전소 판결에 의해 확정된 법률효과에 관하여 어떠한 새로운 변론과 재판도 배제한다. 이로써 법원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 두 번 재판하는 노고를 피할 수 있으며 모순된 판결이 나옴으로써 사법부의 권위가 실추되는 위험도 피할 수 있다. 물론 첫 번째 재판이 잘못된 재판일 수 있는 위험은 있지만, 위와 같은 이익을 위해 감수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2005년 판결에서 독일 연방대법원이 '전소 법원이 인도판결에서 확정한 것은 인도청구권의 존재뿐 아니라 피고의 인도의무, 즉 더 이상 점유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라고 판시한 것은 기판력 제도의 목적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인도판결에 의해 원고에게 인도청구권이 존재한다는 점만 인정되고 피고의 인도의무에 대해서는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아 후소를 통해 다시 다툴 수 있다면 인도의무를 부인하고 전소 판결과 모순되는 청구에 대한 재판이 가능해져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반한다는 것이다. 확정된 인도판결은 사실심 변론종결시에 피고에게는 당해 물건을 점유할 권리가 없음을 확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새로운 사실관계에 기초하지 않는 한 후소 법원은 피고가 적법하게 목적물의 반환을 거부하고 점유할 수 있는지를 다시 검토할 수 없다. Ⅳ. 마치며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의무이행을 명하는 판결의 효력이 실체적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의 인도의무를 부인한 것은 기판력의 본질에 관한 실체법설과 인도판결이 인정하는 실체적 법률효과를 혼동한 결과이다. 인도판결에 의해 원고의 인도청구권과 피고의 인도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기판력의 본질론과 무관하게 인정되는 실체적 법률효과이다. 점유자의 인도의무가 인도판결에 의해 인정되는 이상 인도판결 확정 후에도 점유자가 점유를 계속하고 있으면 이는 정당한 점유권원 없는 불법점유가 되며, 인도판결의 기판력은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후소 법원을 구속하므로 후소 법원은 원칙적으로 점유자의 불법점유에 관하여 다시 판단할 수 없다. 정선주 교수(서울대 로스쿨)
채무자회생법
불법점유
물건점유자
정선주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12-20
정보통신
형사일반
토플 모의고사 프로그램 가맹계약 중개 역할을 하는 피고인이 가맹학원의 관리자 ID로 접속한 것이 정보통신망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
Ⅰ. 실체적 사실관계 공소외 주식회사 X(이하 'X')가 제공하는 토플 온라인 모의고사 프로그램 가맹계약의 중개 역할을 하는 피고인 주식회사 B(이하 '피고인 회사 B')의 경영자인 피고인 A가 X와의 민사 분쟁으로 접속이 차단되자, X나 가맹학원의 승낙 없이 가맹학원의 관리자 ID로 위 토플 온라인 모의고사 관련 사이트에 접속하여 응시자가 시험을 볼 수 있게 한 사안에서, 이는 서비스제공자인 X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것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가 제기되었다. 이 사안의 실체적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① X는 미국의 비영리법인인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가 개발한 TOEFL iBT 시험을 위한 온라인 모의시험인 TPO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다. ② X는 2010년 4월 9일 피고인 회사 B와 사이에 X가 피고인 회사 B에게 TPO를 공급하는 내용의 'TPO 지사계약' 및 'TPO 시험센터 운영계약(이하 통틀어 '이 사건 TPO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③ 피고인 회사 B는 위 '시험센터 운영계약'에 따라 공소사실 기재 장소에 '강남토플센터'를 설치하고 그 곳에서 TPO를 보기 원하는 개인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TPO를 치르게 하였고, '지사계약'에 따라 학원 등을 상대로 일종의 가맹계약을 체결하여 피고인 회사 B를 통해 X의 TPO를 치를 수 있도록 제공하였다. ④ 위 '지사계약'에 따라 피고인 회사 B가 신규 학원을 유치한 경우, 피고인 회사 B는 X에 C어학원을 신규 학원으로 등록한 다음 C어학원으로 하여금 "http://www.toefltpo.com/c" 사이트를 통해 그 소속 학원생들에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제공하여 주었다. ⑤ 한편 X는 피고인 회사 B가 2013년 8월경부터 TPO 공급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2014년 2월경 X의 인터넷 사이트(http://www.toefltpo.com)상의 '강남토플센터(http://www.toefltpo.com/enr)' 링크아이콘을 삭제하였고, 2014년 4월 초순경 피고인 회사 B가 강남토플센터에서 TPO를 치를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던 사이트(http://www.toefltpo.com/enr)에 대한 피고인 회사 B의 접속권한을 차단하였다. ⑥ 피고인 회사 B의 TPO 담당 직원인 D 및 E는 2014년 4월 15일경 강남토플센터에 TPO를 신청한 개인 응시자들에 대한 시험을 진행하기 위하여 강남토플센터 사이트에 접속하려고 하였으나, 접속이 차단된 사실을 알고 X에 항의하였고, 이러한 사실을 피고인 A에 보고하였다. ⑦ 그 후 D와 E는 피고인 회사 B에서 지사계약을 통해 영업을 한 C어학원 명의로 등록된 TPO 사이트(http://www.toefltpo.com/c)에 피고인 회사 B가 알고 있던 관리자 아이디로 접속한 다음, 위 사이트에서 강남토플센터에서 TPO를 치르는 개인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승인을 하여 개인들로 하여금 시험을 치르게 하였다. ⑧ 한편 피고인 회사 B는 2014년 4월 9일 X에게 '2014년 4월 8일 현재 미지급금 9591만1600원을 2014년 4월 30일까지 전액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채무변제확인서를 작성해 주었으며, 피고인 A는 위 채무변제확인서에 보증인으로 서명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A는 수사기관에서 '위 채무변제확인서를 작성하면 차단된 TPO 공급을 재개하겠다고 하여 이를 작성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⑨ 당시 C어학원의 원장이었던 F는 법정에서 피고인 회사 B가 C어학원의 TPO 사이트를 이용하여 강남토플센터의 개인 이용자들에게 모의시험을 치르게 하였다는 사실을 X로부터 연락을 받아 처음 알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Ⅱ. 절차적 사실관계 1. 제1심법원의 판단(서울중앙지법 2018. 12. 3. 선고 2017고정2588 판결) X로부터 C어학원에게 부여된 TPO 사이트에 피고인 회사 B가 C어학원의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접속한 다음 강남토플센터에 모의시험을 신청한 학생들로 하여금 시험을 치르게 할 정당한 권한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관리자로서의 권한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권한을 초과하여 침입한 경우에 해당하며, 나아가 피고인 A도 위와 같은 내용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 원심법원의 판단(서울중앙지법 2020. 11. 27. 선고 2018노3978 판결) C어학원의 TPO 사이트에 대한 접근 권한은 그 학원에게만 부여된 것이고 위 TPO 사이트의 서비스제공자는 X라고 인정한 후, 피고인 A가 X나 C어학원의 승낙 없이 C어학원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TPO 사이트에 접속한 것은 서비스제공자인 X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것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21. 6. 24. 선고 2020도17860 판결)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Ⅲ. 평석 1.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의 의의 및 구성요건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문의 구성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의 위반행위 객체는 '정보통신망'이다. 둘째, 해당 행위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초과하여야 한다. '정당한 접근권한이 없는 경우'와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은 경우'를 보다 세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범죄정보데이터베이스에서 자동차등록번호를 조회할 수 있는 일반적 권한을 가진 피고인이 뇌물수수 내지 금전차용의 목적으로 제3자의 자동차등록번호를 조회한 사안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컴퓨터 내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 경우에는 부정한 목적으로 해당 정보에 접근하였다고 하더라도 접근권한을 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CFAA 제1030조 (a)(2)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Van Buren v. United States, 940 F.3d 1192 (11th Cir. 2019), cert. granted, 593 U.S.(June 3, 2021)]. 2. 결론 원심법원은 "피고인 A가 공소외 회사 X나 C어학원의 승낙 없이 C어학원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TPO 사이트에 접속한 것은 서비스제공자인 공소외 회사 X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것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고,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면서 상고를 기각하였다. 즉, 원심법원과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해당 행위는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고,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행위로는 보지 않았다. 반면에 제1심법원은 피고인 회사 B가 관리자로서의 권한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권한을 초과하여 침입한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회사 B가 해당 학원의 TPO 사이트 등록 과정에서 해당 학원의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생성하여 알게 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피고인 회사 B가 운영하는 강남토플센터의 학생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할 용도로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은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을 하나의 고려요인으로 설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정보통신망에 대한 접근권한의 유무 및 범위에 대해서 서비스제공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용자인 가맹학원 C어학원의 승인이 없는 경우에도 C어학원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TPO 사이트에 접속한 것이 서비스제공자인 공소외 회사 X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분은 방론(dictum)의 여지를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용자인 가맹학원 C어학원의 승인을 얻어 C어학원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TPO 사이트에 접속하였다면 서비스제공자인 공소외 회사 X의 의사에 부합하여 정당한 접근권한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 이용자의 접근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서비스제공자의 접근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전응준·신동환, '정보통신망 침입행위 관련 연구-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을 중심으로', 문화미디어엔터테인먼트법, 제14권 제1호, 2020년 6월 30일, 178면). 이규호 교수 (중앙대 로스쿨)
정보통신망
침입
접근권한
이규호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1-08-30
노동·근로
민사일반
사내하도급과 근로자파견의 구별
Ⅰ. 대상판결의 내용 1. 사실관계 피고는 자동차용 엔진을 생산하여 완성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는 회사이다. 원고들은 피고와 자동차용 엔진 조립 업무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피고의 평택 1공장 및 2공장에서 자동차용 엔진 조립 등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들이다. 원고들은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의 실질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상의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는데, 원고들이 행한 업무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이고, 피고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사내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이상 피고가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1심은 원고들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으며, 원심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피고는 상고를 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① 피고가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면서, ② 이들을 자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시켰다고 보이고, ③ 사내협력업체는 그 소속 근로자들의 전반적인 노무관리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④ 도급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었거나 그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⑤ 사내협력업체가 이 사건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심 판단을 수긍하였다. Ⅱ. 평석 1. 근로자파견의 의의와 그 판단기준의 모호성 파견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은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는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2년을 초과하여 계속해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등 다섯 가지 사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직접고용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이다(대법 2016. 7. 22. 선고 2014다222794 판결 등 참조).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의 법률효과(사실상 직접고용관계의 강제)를 고려하면 파견법 제2조 제1호의 근로자파견 개념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법률에 의한 근로관계 성립의 강제 또는 사용자의 일방적 교체는 당사자의 사적자치,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헌법상의 요청과 조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자유에 대한 침해는 파견근로자의 보호 필요성이 그 이상으로 인정되어야만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 대법원의 판결 내용에는 이 점에 대한 고려가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대법원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와 제3자인 원청 사이에 직접 고용관계를 성립시키기 위한 근로자파견의 성립요건과 그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그 판단기준으로 다섯 가지 요소를 병렬적으로 나열할 뿐, 각 요소가 실제로 근로자파견 판단구조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각 요소의 상호관계 및 개별 요소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무엇인지는 침묵하고 있다. 특히 구체적 검토가 필요한 쟁점은 다음과 같다. 수급인은 언제나 그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어야 하고,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 원청이 '부분적으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지휘·명령하는 경우에까지 파견법의 적용이 확대될 수 있는가? 원청의 지시가 계약의 목적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근로자를 상대로 노무제공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인지 나누어 검토하고 있는가? 2. 파견법의 취지와 도급계약의 목적 파견법은 '사용자'로서 신뢰도 낮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원청의 직접고용의무를 규정한 것이 아니다. 물론 전문성·기술성이 없거나 독립적인 사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지 않은 협력업체는 근로자의 고용안정이나 근로조건 보호에 미흡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같은 업무를 원청 소속 근로자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혼재되어 공동으로 수행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특정 업무를 분리시켜 협력업체에 발주하고 그 결과를 수취하는 도급계약이 다수라고 할 수 있다. 업무의 성격상 사업설비와 부품 등을 원청이 직접 제공하고 협력업체가 이를 완성하여 납품하는 방식도 얼마든지 도급계약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원청이 마련한 사업설비와 부품을 이용하여 원청의 사업장에서 도급업무를 수행한다고 해서 도급계약이 부인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협력업체가 전문성·기술성이 있거나 독자적인 사업조직을 갖추고 있다면 사실상 도급계약의 실질을 가진 것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전문성·기술성이 부족하거나 독립적인 사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도급계약관계가 쉽게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3. 사용사업주에 의한 지휘·명령권의 독점 원청과 협력업체가 도급계약 또는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가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근로자를 이행보조자로 투입하였다면, 그 근로자가 고용주인 협력업체의 통제를 받으며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원청의 지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도급업무의 개별적 특성이나 사내하도급의 성격을 감안하면 협력업체가 도급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청의 개입이나 지시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를 통해 불량률을 낮추고 작업속도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도급계약의 목적 달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원청이 협력업체의 노무수행과정에 개입할 수 있고, 또한 어느 단계의 개입부터 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사업주로서의 지위에 서게 되는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직접고용의무의 발생 등 법률효과를 고려하면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사용사업주의 사업조직에 전적으로 편입되어 오로지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하에서만 근로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분적으로 원청의 지시나 개입 또는 지휘·명령이 있다고 해서 근로자파견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파견사업주는 자신이 직접 이행보조자를 이끌고 사용사업주가 요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주체가 아니다. 이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의 개념을 벗어나는 것이다. 원심과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4. 사용자의 지휘·명령권 행사 원청의 지휘·명령 또는 지시는 그 성격상 두가지 유형으로 구별된다. 그 하나는 도급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계약의 목적을 좀더 구체화하는 것으로서 이를 계약목적을 구체화하는 도급인의 지시권(gegenstandsbezogene Anwesiungen)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노동법상의 지휘·명령권, 즉 직접 근로자에 대한 지시권(personenbezogene Weisungen)이다. 당연히 양자는 구별되어야 한다. 원청은 도급인의 지시권을 행사하여 도급계약의 목적인 급부의 내용을 세밀하게 정할 수 있다. 도급인의 지시가 원청과 협력업체가 합의한 계약목적의 구체화에 관련된 것이면 노동법적 관련성이 약화된다. 이 사건에서 원청이 작성한 작업표준서, 중점관리표, 작업공정 모니터 또는 부품조견표에 따라 조립공정에 투입할 부품 및 조립방법을 정하게 되는 바, 원심과 대법원은 이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지휘·명령이라고 보고 있으나, 오히려 원청과 협력업체 간에 도급계약의 목적을 구체화하는 도급인의 지시로 볼 여지도 있으므로 좀더 구체적이고 세밀한 판단이 필요했다. 5. 맺음말 파견법의 법률효과를 고려하면 근로자파견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상의 요청에 부합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애초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서 같은 업무를 원청 소속 근로자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공동으로 작업한 사례에 대하여 근로자파견을 인정한 후 이른바 간접공정업무나, 비제조 업무에 대해서도 근로자파견을 인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근로자파견과 그밖의 법률관계를 구별하기 위해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이 지나치게 넓게 형성되어 있는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다수의 협력업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파견법은 이와 같은 기업의 대응이 명백히 파견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인 때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한다. 한편, 반복되는 불법파견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파견대상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입법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박지순 교수 (고려대 로스쿨)
현대자동차
근로자
파견근로자
직접고용의무
박지순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8-23
교통사고
형사일반
특수폭행치상죄의 처벌례
Ⅰ. 사실관계 피고인 A는 2016년 12월 4일 오후 4시 56분 경 쏘나타 승용차를 운전하여 서울 광진구의 편도 1차로의 도로를 진행하던 중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피해자 B(15세)가 경적을 울려도 길을 비켜주지 않고 욕을 하였다는 이유로 시비하여 중앙선을 좌측으로 넘어 B의 자전거를 추월한 후 다시 중앙선을 우측으로 넘어 자전거 앞으로 승용차의 진로를 변경한 후 급하게 정차하여 충돌을 피하려는 B의 자전거를 땅바닥에 넘어지게 함으로써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족관절부 염좌 등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 Ⅱ. 소송의 경과와 쟁점 1. 제1심과 제2심 제1심(서울동부지법 2017. 10. 16. 선고 2017고단1891 판결)에서는 "형법 제258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하여 반드시 징역형을 선고하여야 하나 형법규정의 문언과 체계, 연혁(형법 제258조의2 규정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및 형법의 개정으로 인하여 2016. 1. 6. 신설된 점 등) 등에 비추어 보면 제258조의2 제1항이 아닌 제257조 제1항을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바 피해자와 합의한 정상 등을 참작하여 벌금형을 선택하여 처벌하기로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항소하면서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특수폭행치상죄에 대하여는 제262조에 의하여 제258조의2 제1항의 특수상해죄의 예에 따라 형을 정하여야 하고 제258조의2 제1항에서는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고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 사건 특수폭행치상의 점에 대하여 제258조의2 제1항의 특수상해죄의 예에 의하지 않고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의 예에 따라 벌금형을 선택하여 선고함으로써 특수폭행치상죄의 적용법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이유를 제시하였다. 항소심인 제2심(서울동부지법 2018. 1. 26. 선고 2017노1618 판결)은 "이 사건 특수폭행치상죄는 제258조의2가 신설된 이후 저지른 범행인 점, 제262조에서 특별히 제258조의2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 점, 특수폭행치상죄에 대하여 제258조의2의 예에 따라 처벌하더라도 형벌체계상의 부당함이나 불균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2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를 근거로 A에게 제258조의2 제1항을 적용하여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채택하면서 "제258조의2 특수상해죄의 신설로 특수폭행치상죄에 대하여 그 문언상 특수상해죄의 예에 의하여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제258조의2 제1항의 예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법정형의 차이로 인하여 종래에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경미한 사안에 대하여도 일률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해야 하므로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갖추기 위함이라는 위 법 개정의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는다. 또한 형의 경중과 행위자의 책임, 즉 형벌 사이에 비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형사법상의 책임원칙에 반할 우려도 있으며 법원이 해석으로 특수폭행치상에 대한 가중규정을 신설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 죄형법정주의원칙에도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로 제2심 판결을 파기하여 환송했다. 이는 제1심의 판결과 결론을 같이하는 판단이다. 3. 쟁점 본건에서는 A에게 인정되는 폭행치상죄(제262조), 그 중 특수폭행치상죄(제262조, 제261조)의 처벌을 제257조 제1항(상해)과 제258조의2 제1항(특수상해) 중 어느 예에 의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되고 있다. 제2심 판결에서 소송법상 문제인 공소장변경의 쟁점이 등장하였고 이 점에 관한 제2심의 무리한 판단이 대법원의 판결 결과에 미친 현실적·간접적 영향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본건의 본래 논점인 실체법적 문제에 관해서만 검토하도록 한다. Ⅲ. 평석 1. 목적론적 해석의 한계 대법원 판결이유의 맨 앞에서 인용되고 있듯이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본 사안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목적론적 해석에 토대한 것인 바 설사 그것이 A에게 유리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해석이 과연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이라는 목적론적 해석의 한계 내지 전제요건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여기서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는 명문의 규정에 관한 문리해석을 통해 밝혀지게 된다. 제262조의 "…의 예에 의한다"는 문구는 제258조의2의 신설(2016년 1월 6일) 전까지는 행위의 결과인 '상해', '중상해', '사망'을 기준으로 하여 적용규정을 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제258조의2가 신설됨으로써 이제는 행위의 결과뿐만 아니라 행위의 방법·수단도 처벌례 판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한다. 각칙상 다른 규정들에서 "…의 예에 의한다"는 문구가 행위의 결과 외에 주체·객체·방법도 처벌례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보면(제154조, 제253조, 제263조, 제299조, 제305조, 제335조 참조), 이는 당연한 문리해석의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상해죄와 특수상해죄의 법정형이 같은 것을 보면 입법자는 행위의 방법의 불법을 중하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위험한 물건의 휴대'가 '폭행'의 방법이 되었을 뿐인 경우와 '상해'의 방법이 된 경우는 동일한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폭행'에 그친 게 아니고 '상해'까지 야기된 특수폭행치상에 있어서 '위험한 물건의 휴대'는 '(고의)상해'의 방법인 '위험한 물건의 휴대'와 불법에 있어서 대등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즉 제262조의 '제257조 내지 제259조의 예'에는 제258조의2의 예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판결의 결론은 기본적인 문리해석을 도외시한 채 목적론에 지나치게 치우친 주관적 해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제258조의2 신설 전 규정에 따르면 폭행을 범하여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와 특수폭행을 범하여 상해에 이른 경우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었고 또 폭행을 범하여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와 특수폭행을 범하여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도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었다. 이제 제258조의2 신설로 폭행 방법의 불법을 고려하여 특수폭행으로 상해나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동조 제1항과 제2항에 의하여 새로운 법정형에 따라 처벌함으로써 죄형균형의 원칙을 구현하고 있다. 2. 행위시법주의의 원칙 대법원 판결의 결론은 행위시 전에 있었던 법률이 행위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현행법으로의 개정취지를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을 통하여 행위시 전의 법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대법원에서는 특수폭행치상에 대하여 개정전 형법에서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도 있었지만 개정후의 문언에 따르면 징역형만 선고할 수 있게 되어 가중규정을 신설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형법의 신설규정은 종전에 당해 죄의 처벌규정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있었을 때보다 법정형을 가볍게 하여 '형벌체계의 정당성과 균형'을 구현하고 있으며 설사 특수폭행치상에 관해서는 종전 형법규정의 해석에서보다 형을 가중하는 결과가 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더라도 입법자의 선택에는 무리가 없다. 본건에서 A의 행위는 제258조의2 규정 신설입법의 시행일(2016년 1월 6일)로부터 10개월 이상이 지난 후에 있었으므로 형벌불소급의 원칙과 무관하며 대법원판결은 오히려 형법 제1조 제1항과 헌법의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다.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서 특수폭행치상의 처벌례가 다시 문제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대법원 판결과 명문의 형법규정 사이의 괴리는 차츰 더 커질 것으로 본다. 형법제정 당시에 비하여 자동차나 각종 과학이기의 사용이 크게 보편화된 오늘날 사회현실의 변화를 고려하면 형의 가중개정은 가능하다. 본건의 선고형 여하는 2차적인 문제이다. 대법원에서는 입법자의 불찰이 있었던 것으로 추단하고 무리한 법적용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감이 있다. 특수폭행치상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은 '법원이 해석으로' 신설한 것이 아니고 입법자의 판단에 기하여 선택된 입법이다. 관련규정의 신설 내지 개정으로 인하여 기존의 특정 규정의 의미에 변화가 야기되었다면 설사 기존 규정의 문언에 아무런 변화가 없더라도 기존 규정도 함께 개정된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따라서 제258조의2가 신설되면서 제262조도 함께 개정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정영일 명예교수(경희대 로스쿨)
특수폭행치상죄
징역형
행위시법주의
정영일 명예교수(경희대 로스쿨)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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