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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8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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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주택임대차계약갱신제도에 대한 단상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임차인이 언제든지 계약해지권을 행사하여 기간이라는 중요 계약사항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규정, 갱신거절 이후 당초 갱신되었을 기간 만료 전 단 하루라도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차액의 2년분 전액을 배상하여야 하는 규정 역시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 2023년 12월 7일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계약갱신요구 등) 제1항에 따른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인 동항 단서 제8호 ‘임대인이 해당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판시하는 판결(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건물인도])을 하였다. 대법원 공보연구관실은 “이번 판결은 실거주 의사 증명책임의 소재와 그 의사를 판단하는 방법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2023년 12월 27일 자 중앙일보 재인용). 2020년 7월 31일 주택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면서 임대인에게는 실제 거주 의사를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신설된 이래 주택임대차 현장에서는 이와 관련한 갈등,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유감스럽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이하 ‘대법원 판결’이라 한다)이 그러한 분란의 흐름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대법원 판결은 “원심의 판단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단서 제8호의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그런데, 원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6. 선고 2021나77014 판결; 그 원심 판결은 같은 법원 2021. 11. 26. 선고 2021가단5046939 판결)의 판결 이유를 대법원 판결 이유와 대조해 살펴보면, 과연 그러한 파기 사유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대법원 판결 이유에 나온 대법원 판단의 핵심 내용은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러한 의사를 표명하였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임대인의 내심에 있는 장래에 대한 계획이라는 위 거절 사유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임대인의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의사의 존재를 추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원심 판결(원심 판결이 인용한 위 제1심 판결)은 표현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에 관한 입증책임의 소재와 정도에 대해 대법원과 다르지 않은 판단을 하고 있다. 즉, 원심판결은 실거주 요건 조항 충족 여부에 관하여, “.... 실거주요건 조항은 .... 임대인의 주관적 의도에서 비롯되는 결과로서 아직 발생하지 않은 장래의 사정에 관한 것이어서 적극적인 입증이 쉽지 않다.... 실거주요건 조항이 .... 이를 주장하는 임대인의 입증영역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 다른 갱신 거절 사유와 동일한 정도의 증명이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다”, “임대인이 갱신 거절권을 행사할 당시 또는 그 무렵에 임대인이나 그 직계 존·비속이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할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드러난 경우가 아닌 한, 통상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실거주요건 조항 해당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임대인의 갱신거절은 적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설시하였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①임대인이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적법하게 거절하기 위해서는 실제 거주 계획의 주장(실제 거주 의사의 표명)만으로는 부족하고, ②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를 임대인이 입증하여야 하는데, ③실제 거주할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고 (실제 거주 의사의 존재를) 통상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사유를 증명하면 그 입증책임이 충족된다는 것이다. 원심 판결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단서 제8호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였고(입법과정에서 ‘실거주하여야 할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라는 내용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로 수정·반영된 점까지 지적하고 있다),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다만, 본 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관하여는 지면의 한계상 논의를 생략하기로 한다). 결국, 원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은 증거가치의 평가와 사실인정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바꿔 말하면, 원심 판결에 법령위반이라는 상고이유가 있는지,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은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것으로서(민사소송법 제432조) 이것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상고심에서 문제삼을 수 없음에도(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1다33048 판결, 2005. 7. 15. 선고 2003다61689 판결, 2006. 6. 29. 선고 2005다11602 판결) 대법원이 그 원칙을 벗어나 판결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주택 임차인의 갱신요구권(형성권)과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에 기한 거절권(형성반권)의 대립·충돌은 당사자 모두에게 극도의 스트레스, 불신, 법적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실제 거주한다는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의 주장·입증”의 공방 책임을 민사소송절차도 아닌 사적 계약 현장에서 거래 당사자들에게 부과하는 현행 제도는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갱신요구권(계약개시권)을 행사한 임차인이 언제든지 계약해지권을 행사하여 기간이라는 중요 계약사항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규정, 갱신거절 이후 당초 갱신되었을 기간 만료 전 단 하루라도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차액의 2년분 전액을 배상하여야 하는 규정 역시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 발문 : 갱신요구권(계약개시권)을 행사한 임차인이 언제든지 계약해지권을 행사하여 기간이라는 중요 계약사항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규정, 갱신거절 이후 당초 갱신되었을 기간 만료 전 단 하루라도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차액의 2년분 전액을 배상하여야 하는 규정 역시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 최재석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상임조정위원)
실거주
갱신요구권
주택임대차
최재석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상임조정위원)
2024-01-13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아파트상가 주차분쟁 해결의 법리
1. 문제제기 아파트와 상가는 하나의 필지에 각기 다른 동으로 건축되어 있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각기 다른 동으로 각각의 건물임에도 상가 구분소유자들 및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일반인인 상가 이용객들이 지속적으로 아파트 주차 공간을 사용함에 따라 아파트에서는 급기야 주차 공간을 제한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왔다. 이에 상가 구분소유자들은 주차장은 전체 공용부분이고 해당 부분에는 자신들의 지분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 청구권을 행사하며 쌍방간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그간 대법원은 상가이용객이 상가 건물과는 동떨어진 아파트 내부 주차공간에 주차를 하고 있는 점, 아파트에서는 일반인 출입시 신분확인을 하는데 상가 손님들에 대해서는 신분 확인이 제한 되는 극히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는 점을 이유로 이른바 수인한도론이라는 법리를 원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수인한도론은 그 자체로 해석에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고, 그 해석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여 하급심 법원에서는 법관에 따라 우후죽순의 서로 다른 판결들이 속출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분쟁은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건설사들은 위와 같은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아파트와 상가 간의 주차 공간을 구조적으로 분리하여 건축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아파트 주차장과 상가가 연결되지 않은 구조로 만들어지면서 하급심에서는 수인한도론이 아니라 일부 공용부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2. 기존 판례의 경향 1) 원칙적으로 공용부분은 소유한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따라 전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다89910 판결). 즉 대법원은 "1동의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그 건물의 대지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 각 구분소유자는 별도의 규약이 존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공유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그 건물의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을 가진다. 이러한 법리는 한 필지 또는 여러 필지의 토지 위에 축조된 수동의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그 토지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1995. 3. 14. 선고 93다60144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여 원칙적으로 아파트 주차장은 전체 공용부분을 전제로 상가 구분소유자 역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2)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가 이용객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하게 되자 그 때부터 다음과 같이 수인한도론을 적용하여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49971 판결).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는 단체가 ○○아파트 단지 내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건물 구분소유자들의 대지 사용권을 방해하는 침해행위가 되는지에 관하여, ○○아파트 단지 내 상가건물과 그 부속주차장의 위치 및 이용 관계, 아파트 단지 안으로의 출입 통제 방법, 아파트 및 상가건물 부근의 지리적 상황, 아파트 입주자들과 상가건물의 소유자 또는 이용자의 이해득실 기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3. 대상판결 사실관계 1) 이 사건 단지는 공동주택 용도의 아파트 10개동(1,036세대), 근린생활시설 용도의 상가 1개동, 그 밖에 관리사무소 등으로 구성된 집합건물 단지이다. 원고들은 상가의 구분소유자나 임차인이고, 피고는 집합건물법 제51조에 따라 아파트의 공용부분을 관리 하는 단지 관리단이다. 2) 중략 3)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지하주차장의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자료의 지급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4. 법원판단 1) 집합건물 중 여러 개의 전유부분으로 통하는 복도, 계단, 그 밖에 구조상 구분소유자의 전원 또는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 건물부분과 규약이나 공정증서로 공용부분으로 정한 건물부분 등은 공용부분이다.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은 원칙적으로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지만, 일부 구분소유자에게만 공용에 제공되는 일부공용부분은 그들 구분소유자의 공유에 속한다(집합건물법 제3조, 제10조 제1항). 건물의 어느 부분이 구분소유자 전원이나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지 여부는 일부공용부분이라는 취지가 등기되어 있거나 소유자의 합의가 있다면 그에 따르고, 그렇지 않다면 건물의 구조·용도·이용 상황, 설계도면, 분양계약서나 건축물대장의 공용부분 기재내용 등을 종합하여 구분소유가 성립될 당시 건물의 구조에 따른 객관적인 용도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여러 동의 집합건물로 이루어진 단지 내 특정 동의 건물부분으로서 구분소유의 대상이 아닌 부분이 해당 단지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는지, 해당 동 구분소유자 등 일부 구분소유자만이 공유하는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8다217875 판결,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9다294947 판결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지하주차장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의 공용에 제공되는 일부공용부분이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상가는 이 사건 단지의 대로변에 위치하고 단지의 부속상가로 건축되었으나, 아파트 10개동과 상가는 별개의 건물로 신축·분양되고 구조나 외관상 분리·독립되어 있으며 기능과 용도가 다르다. 지하주차장은 구조에 따른 객관적 용도에 비추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의 공용에 제공되고 있다. 지하주차장은 이 사건 단지 정문의 출입구로만 들어갈 수 있고 차단기가 설치되어 아파트 입주민과 방문자만 출입할 수 있으나, 지상주차장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지하주차장에는 아파트 10개동의 승강기로 직접 연결되는 출입문이 있고 출입문에는 해당 아파트 동의 입주민만 들어갈 수 있는 출입통제장치가 있으나, 지하주차장과 상가는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다. 아파트 구분소유자는 지하주차장 전체 면적 중 전유부분 면적에 비례하여 분할·산출한 면적을 공용부분으로 분양받았다. 아파트의 집합건축물대장에는 지하주차장에 대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이 공유하고 위와 같이 분양받은 면적이 공용부분 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공용부분 면적을 계산할 때 상가의 연면적은 고려되지 않았다. 반면 상가의 분양계약서와 건축물대장에는 지하주차장이 분양면적이나 공용부분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지하주차장은 대지사용권의 대상이 아니므로, 대지사용권이 있다고 하여 지하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집합건물법의 대지사용권이나 공용부분 이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사실 일부 공용부분에 관한 판단을 명시한 것으로서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9다294947 판결과 그 결을 같이 한다. 즉 최근 건물들은 대부분 각기 다른 용도의 공간이 혼합되어 있는 이른바 주상복합건물이나 아파트와 상가 건물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성질이 다른 각 단체들 사이의 법적 분쟁은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은 당연 설립된다는 법리나 한 필지의 대지라고 하더라도 이를 전체 공용부분으로 전제하는 법리에 따른 혼동으로 주택과 상가 사이의 분쟁이 비일비재하게 있어왔다. 더욱이 아파트와 상가 간 주차장에 관한 분쟁에 대한 하급심 판결은 지속적으로 엇갈려 왔는바, 어떤 법원에서는 아파트 입주민이, 또 다른 법원에서는 상가 구분소유자들이 승소하며, 판결들 사이의 불일치가 수 없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결국 수인한도론이라는 불분명한 법리를 적용한 탓이었다. 물론 건설사들 역시 이와 같은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최근에는 아파트 및 상가간의 전용주차장을 설치하고 구조적으로 이를 분리되게끔 건설한 것도 분쟁 종식의 하나의 이유 였으나, 명쾌한 법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2021. 1. 14. 선고 2019다294947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아파트와 상가의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대상판결을 판시하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주차장이 아파트와 상가 건물 간에 구조적으로 구분되어 있을 것을 전제로 하여 아파트와 상가 사이에 주차장이라는 공용부분에 대한 사용관계를 명확히 정리한 것으로 2000년대 이후 건축된 대부분의 아파트에 적용되어 이와 같은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아주 중요한 판결에 해당하는 것이다. 6. 마무리하며 결론적으로 현재도 수많은 하급심에 계류되어 있는 이와 같은 아파트 상가와 관련된 각 주차장에 관한 분쟁은 본 대상판결로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보이는 바 각 구분소유자로서는 이와 같은 판결을 숙지하게 되면 더 이상 동일한 분쟁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상가
주차장
아파트
공용부분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2022-06-13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있어서 이주지연 조합원의 손해배상 범위
1. 사실관계 A조합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고, B는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일부 토지와 건물(이하 '종전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A조합의 조합원이었다. A조합은 2012년 1월경 조합설립인가를, 2014년 3월경 사업시행인가를, 2015년 6월경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관할 행정청은 2015년 6월 18일 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을 고시하였다. 이후, B는 2015년 7월경 A조합을 상대로 위 관리처분계획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2016년 6월경 B의 위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이에 대해 B가 항소하였으나 2016년 12월경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조합원이었던 B의 이주기한은 2015년 10월경까지였으나, B는 2016월 7월경에야 A조합에게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였으며, A조합은 B의 종전 부동산 인도지연으로 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하여 사업비용이 증가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B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피고 B의 무변론으로 원고 A조합의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어 그 판결을 취소하고,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한 주된 이유는 주로 이 사건 사실관계의 특수성에 근거하였는데, 구체적으로 B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에 따라 종전 부동산 인도의무 부담 여부가 달라질 수 있었던 점, 통상인인 B가 위 행정소송의 결과를 쉽게 알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B의 인도지연에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또한 B의 종전 부동산은 사업지구 내 공원부지로 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고, B가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기 전에 철거공사가 진행되었으며, 이주기한이 도과하고 나서도 철거되지 않은 건물이 많았던 사실 등을 고려하여, A조합의 손해와 B의 인도지연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도 그 판결이유로 고려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환송판결에서는 B가 다툰 처분이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된 바가 없으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나 A조합 정관에 의거하여 B의 인도지연 행위 자체로 위법성이 인정되고, B의 인도지연과 A조합의 사업지연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보면서, B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며, 특히 '손해액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 이를 밝히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을 판단하였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에서는 환송판결의 취지대로, B의 인도지연으로 인하여 A조합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였는데, 특기할 만한 점은 B 외에 다른 부동산 소유자들이 인도를 거부하였던 사정이나 A조합이 예정된 사업기간 내에 정비사업을 마친 사정 등을 손해배상액에 대한 '책임제한 사유'로 고려하였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총계 5억 2000여만 원의 사업비용 증가분을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A조합의 손해액으로 보면서도, B의 책임을 10%로 제한하였으며, 이러한 파기환송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5. 10. 선고 2018나56334 판결, 이하 '대상판결')에 대하여 B는 재상고하였으나,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의 송달로 확정되었다. 3. 평석 가. 환송판결은 B의 인도지연에 의한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은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요지의 법리를 설시하였다. 하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A조합에게 법원이 손해액에 관하여 석명하도록 명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증명을 촉구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적어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의 최대한도인 액수가 드러날 정도의 증명은 이루어지도록 한 후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법원이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취지에 따라 대상판결은 제반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판단하였는데, 특별히 B의 인도지연 외에도 A조합 사업지연에의 공동 원인이 있었다고 보이는 여러 사정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의 제한 법리'로 B의 책임범위를 10%로 제한하였다. 그리고 이는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수긍할 만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의 결론은 구체적인 입증 없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판단을 법원의 재량 사항에 도맡겨 버리는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어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나. 특히, 사안에 따라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와 다른 요인에 의한 손해를 구분할 수 있는 경우도 가능할 것인데, 바로 이 사건의 경우가 위와 같이 손해의 구분이 능히 가능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에서는 B의 인도 이전에 이미 사업구역 내에서 공사가 진행된 사실이 확인되었고, 예정 사업시행기간 내에 준공, 사용허가, 조합원 입주까지 사업이 모두 완료되었으며, B의 인도지연 외에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4000여 명의 교통영향평가 재심의 요청이 있는 등 다양한 사정이 개입되기도 하여, A조합이 주장하는 사업비용 증가의 손해액이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는 사정들이 있었고, 여기에 더하여 시공사는 종전 부동산 철거지연 등에 따른 추가비용을 특정하여 A조합에 청구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으므로, 시공사가 언급한 위 추가비용에 대한 석명이 이루어졌다면 B의 인도지연에 따른 특정 손해액이 밝혀질 여지도 없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입증과정을 확인하는 것보다 손쉬운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결론을 내렸다. 다. 대상판결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여 결론을 내리고자 하였더라도, 위와 같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한 증명이 가능해 보이는 이 사건에서마저 구체적 손해액에 대한 석명 없이 판단한 결론이 확정되었는바, 이후 정비사업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언제나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있기만 하면 (인과관계에 대한 구체적 심리 없이) 조합이 주장하는 손해 및 그 손해액은 존재하는 것이 되고, 다만 법원의 재량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는 방식으로 후행 판결례들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결론이 반드시 불합리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하겠으나, 법원이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손해 발생 경위, 손해의 성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 때는,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하여 심리 노력을 다 하였음에도 손해액 입증이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하지 아니하고 그 때 그 때 법원의 재량으로 손해액을 적절히 제한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판단은 임의성을 떠나서 사회정의와 형평에 기초하는 자유심증주의에 위반될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고 재량에 기초하여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제한하고자 한다면, 손해배상을 구하는 조합의 입장에서는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액의 입증부담을 상당히 더는 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려는 피고에게 입증 부담이 전도되는 결과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을 수 있고, 조합측은 우선 손해를 과장하여 청구하고자 할 유인도 가지게 되므로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정비사업에서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대상판결이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사료되며, 법원이 손해배상책임 법리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에는 입증 노력을 다하여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임을 심리하고 이를 판결에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그러하지 아니한다면, 손해배상액 제한 법리의 재량성을 축소하기 위하여 손해배상 제한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겠으나, 정비사업에 개입되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방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정비사업이 시행될 때에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으로 인한 손해액을 판단함에 있어서, 사업 진행 과정의 제반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체 손해액을 산정하고,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인도지연한 소유자의 책임범위를 정하였다. 이러한 판결 내용은, 정비사업에서 사업의 지연을 가져오는 요소에는 수없이 다양한 것들이 있어 일부 소유자의 인도지연과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를 가려내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단을 도모하였다는 데에도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손해액에 대한 입증이 가능한 경우에까지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로 해결하고자 하는 결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이 경우 자유심증주의에 반하거나, 주장하는 자의 입증책임을 부당히 경감시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비사업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있어서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는 손해액 입증이 노력을 분명하게 다 하였음에도 이러한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고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KCL)
재건축정비사업
이주지연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KCL)
2019-10-24
민사일반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 검토
1. 이 사건 쟁점 책임보험계약이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중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질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말한다(상법 제719조). 그러므로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이란 변호사의 업무상 과실로 고객 또는 제3자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힌 경우 법률상 손해배상금액 및 사고처리에 드는 제반 비용을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대상 판결의 경우 두 개의 보험계약이 체결되었는데, 2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고지의무 위반과 이에 따른 보험계약의 취소가 직접청구권과 관련하여 유효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고, 1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피보험자인 변호사의 위임계약의 불이행과 관련해서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 만약 인정된다면 이 경우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른 보험자의 면책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당해 변호사에게 등기업무를 위탁한 아파트 입주자들이고(그들은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여 원고가 되었다), 피고는 보험자인 현대해상화재보험(주)이다. 2. 사실관계 등기 사무장이 변호사를 대리하여 2011년 3월 28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 당시 사무장은 종전의 횡령행위로 인하여 지급능력을 훨씬 초과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들로부터 등기비용이 변호사의 계좌에 입금되자 그 일부를 종전 횡령행위 보상에 사용함으로써 또 다른 횡령행위를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보험자인 피고가 알았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명백하므로 사무장은 신의칙상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고(2차 보험계약을 말한다), 그럼에도 사무장은 피고 보험회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위 기망사실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취소하였다. 피고는 변호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변호사가 제공하는 등기업무 등 법률서비스와 관련된 업무수행 불가, 실수, 태만, 과실 등에 기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변호사의 직원인 사무장은 변호사의 명의로 등기 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할 권한을 부여받고, 변호사를 대리하여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을 체결한 다음, 변호사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변호사 등록증 사본, 통장, 보안카드, 인증서 등을 소지하고 이 사건 아파트 등기비용이 입금된 변호사 명의의 계좌를 관리하던 중, 위 등기비용을 마음대로 인출하여 횡령하였고, 그로 인하여 변호사는 자신이 수임한 전문적인 법률서비스인 이 사건 아파트 등기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이 부분은 1차 보험계약과 관련한 쟁점이다). 3. 판결의 요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된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서 중대한 과실이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 보험회사가 변호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변호사가 제공하는 등기업무 등 법률서비스와 관련된 업무수행 불가, 실수, 태만, 과실 등 때문에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보상하기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등기사무장은 등기위임인인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받은 등기비용을 횡령하여 변호사가 위임받은 등기업무를 처리하지 못하자, 아파트 입주민들이 원고가 되어 피고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사무장이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에 있었고 그 상태가 원인이 되어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책임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된다. 4. 판례평석 2차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자인 피고가 종전 횡령행위등의 사실을 알았다면 그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명백함으로, 기망 사실을 이유로 또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험자가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민법 제110조 제3항의 선의의 제3자와 제3자의 직접청구권의 관계 여부가 쟁점이 되었으나 원심은 피고의 주장을 인정하였고, 1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원심은 당해 변호사에게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의 불이행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이나 직원인 사무장에 대한 선임 감독상 잘못이 인정되더라도, 변호사가 고의에 가까운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로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야기한 것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변호사는 등기사무장을 고용하면서 변호사 명의로 독자적으로 등기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할 권한을 부여하고 등기업무에 필요한 변호사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변호사등록증 사본, 통장, 보안카드, 인증서 등을 주고, 사무장으로부터 그 대가로 매월 500만원씩을 받기로 약정한 사실, 이에 따라 변호사는 사무장이 자신의 명의로 등기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하는 것과 관련하여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아니하였고, 등기비용이 입금되는 자신 명의의 은행계좌에 대하여도 전혀 통제하지 아니한 채 방치한 사실, 사무장은 등기 위임계약의 위임자들이 변호사의 계좌로 입금한 등기비용을 횡령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등기 위임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사실, 사무장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를 취급한 행위, 변호사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자에게 자기의 명의를 이용하게 한 행위로 인하여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변호사가 사무장으로부터 대가를 받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사무장에게 등기사무에 관하여 자신의 변호사 명의를 사용하게 하는 변호사법 위반의 범죄행위를 함으로써 무자격자인 사무장으로 하여금 등기사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그 등기비용에 대한 사무장의 횡령행위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변호사가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의 이행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그렇다면 변호사가 약간의 주의만을 기울였다면 손쉽게 사무장의 횡령행위를 예견하여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과정에서 사무장의 횡령행위를 간과한 것이므로, 변호사는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결국 이러한 상태를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책임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되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원심의 경우, 너무나도 넘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판사들에게 인정되는 ‘자유심증주의’는 너무 자유스러워서 문제이다. 입법기술상 적절한 한계를 법으로 규정해서 설정할 수 없는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판사들은 조자룡이 헌 칼 쓰듯이 이것을 남용하고 있어 문제이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부득불 민사소송법과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경험칙 위반과 이에 따른 심리미진, 이유불비를 들어 상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여 변호사가 사무장에게 인감도장 등 모든 관련 서류를 맡겨놓고 지휘 감독도 하지 않으면서 방치할 수 있는가. 그래서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까지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하여 보험금을 청구한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돈을 횡령한 사무장은 실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한 자이고 변호사는 실세 사무장에게 고용되어 월급을 받으면서 단지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실세 사무장들은 소위 말하는 새끼 사무장들을 다수 고용하여 사건을 무작정 싹쓸이 한다. 말할 것도 없이 법조비리의 적나라한 한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전관예우와 법조 브로커 문제는 법조계의 뿌리 깊은 최대의 비리로 지목되고 있다. 이 판결은 일부 변호사들의 비정상적인 업무수행 행태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의 경우, 보험회사는 추가로 보험료를 지급하면 직원 횡령도 추가 특약 가입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이런 특약에 가입되어있었더라면 원고들은 승소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유중원 변호사 (서울회)
등기업무
명의대여료
변호사책임보험
입주자대표회의
상법 제659조 1항
현대해상화재보험
보따리사무장
유중원 변호사 (서울회)
2019-07-01
수입한 호밀 종자가 관세감면 대상인지 여부
1. 서론 무역회사인 원고는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식물 종자를 수입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정부는 1998년부터 '푸른들가꾸기 운동'을 추진하였는데, 이 운동은 친환경농업육성정책 중의 하나로, 겨울철 벌판에 호밀, 귀리 등의 사료작물이나 자운영 등의 녹비작물을 재배하여 푸른들을 가꾸는 사업이다. 원고는 '푸른들가꾸기 운동'에 사용될 호밀종자를 수입하면서, 관세법에서 정한 관세면제물품인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해당한다는 확인을 농림부장관으로부터 권한을 받은 농협으로부터 받아 관세면제신청을 하였고, 세관은 이를 받아들였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호밀은 사료작물 재배용으로 수입적응성 시험을 받은 품종만 있고, 식용 등 다른 용도로 수입적응성 시험을 받은 품종은 없다. 호밀은 유기질 비료로서의 효과와 토양미생물의 서식처 및 토양 물리성 개선효과가 있고, 작물중에서 이른 봄에 저온생장성이 가장 빠르기 때문에 푸른들의 경관은 물론 분진, 대기오염, 산소공급, 탄산가스 제거 등의 환경정화기능을 가지고 있다. 2006년경부터 정부는 '푸른들가꾸기 사업'의 중점을 녹비작물 재배에 두면서, 기존에는 사료작물로만 분류했던 호밀을 녹비작물에도 추가하였다. 또한 사료작물 재배와 관련하여 '조사료생산기반 확충사업'을 별도로 추진하였다. 그런데 '푸른들가꾸기 사업'에 참여하는 농민들은 1998년이나 2006년 이후 모두 호밀 활용방식이 동일하였다. 가을에 호밀을 파종하여, 겨울철 들판을 푸르게 보이게 한 후, 봄에 호밀이 적당히 자라면 줄기를 잘라 윗 부분은 사료용으로 사용하고, 아랫 부분은 갈아 엎어서 녹비용으로 사용하였다. 세관은 2006년 이후 '푸른들가꾸기 사업'과 '조사료확충기반사업'의 담당부서와 자금조달원, 예산근거가 서로 다르며 '녹비용(綠肥用) 종자'는 관세법이 정한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가 아니므로 관세면제물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입가격의 108%의 관세율을 적용하여 이 사건 추가관세 및 가산세 부과 처분을 하였다. 2. 판결요지와 쟁점 대법원은, 이 사건 호밀종자가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사실심인 원심판단을 존중하여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라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호밀종자는 작물적 특성과 활용도를 고려할 때 사료용과 녹비용에 혼용되어 사용되었는데, 이를 '녹비용 종자'에만 해당하고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관세법상 관세면제신청기관의 확인은 면제신청의 절차적 요건일 뿐이고, 그로써 관세가 면제되는 물품인지를 확정하는 효과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3가지이다. 첫째, 관세면제확인의 효력인데, 법령에 의해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으로부터 관세면제대상물품이라는 확인을 받은 경우에는 관세면제대상이 되는지 여부이다. 둘째, 정부정책변경과 관세면제물품의 변경여부인데, 정부정책이 변경되는 경우에 동일한 물품의 관세면제여부가 달라지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셋째, 관세면제대상물품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데, 수입신고를 하는 때의 물품의 성질과 수량에 따르는 것인지 혹은 수입이후에 실제 사용된 것을 고려하는지 여부이다. 3. 평석 (1) 관세감면제도 관세법은 물품의 수입시에 관세를 부과하는데, 특정한 물품은 관세면제대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경우 당해 관세면제대상물품이 정부의 특정 정책 수행 목적으로 수입되다가 정부의 정책이 변경된 경우에 관세면제대상에서 제외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관세부과의 목적은 국가의 재정수입확보와 국내산업보호를 위하여 해당 물품의 수입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한편 국내사정상 고관세율 적용이 부당한 경우에는 관세율을 조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관세법상 감면제도이다. 호밀의 경우를 예를 들어 살펴보면, 식용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국내 타 농산물과 경쟁관계에 있으므로 고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 하지만 사료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국내 곡물산업을 보호하는 것과는 무관하고, 고관세부과가 가축사육비의 높은 원가부담이 되어 축산업이 위축되므로 관세를 감면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식물 종자는 호밀인데, 호밀이 식용으로 수입된 적이 없다는 점은 당사자간에 다툼이 없었으나, 당초에는 조사료(粗飼料) 생산확대 등을 목적으로 한 사료용으로 수입되다가 정부정책의 변화로 호밀이 녹비용 작물에 추가됨으로써 녹비용으로 수입되었다. 그런데 관세법에는 녹비용에 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즉 호밀이 식용으로 수입되지는 않았으나, 관세법이 정한 사료작물 재배용으로 수입된 것도 아니라는 것이 처분청의 주장이고, 원고는 호밀은 일관되게 사료와 녹비로 혼용되어 사용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2) 관련 법령 관세법 제93조는 특정물품의 면세라는 제목 아래 1호로 "동식물의 번식·양식 및 종자개량을 위한 물품중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물품"를 규정하고 있고, 시행규칙 제43조는 위 법에 따라 관세를 면제하는 물품은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호밀·귀리 및 수수에 한한다)로 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46조는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대한 관세감면대상물품의 확인업무를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에게 위탁한다. 한편 종자산업법 제141조는 수입적응성시험에 대한 규정인데, 국내에 처음으로 수임되는 품종의 종자를 판매하기 위하여 수입하고자 하는 자는 수입적응성시험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3) 쟁점별 검토 1) 관세면제확인의 효력 관세법 시행규칙 제44조에 따라, 주무부처의 장 또는 그 위임을 받은 기관장의 확인은 어떤 효력을 가지는가? 원심은 원고가 농림부장관의 위임을 받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으로부터 이 사건 호밀종자가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해당한다는 확인을 받은 이상 관세법이 정한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확인은 면제신청의 절차적 요건일 뿐이고, 그로써 관세가 면제되는 물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정하는 효과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권한있는 기관이 한 확인의 효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어려운 문제이나, 실무적으로 확인기관이 심사하는 방법이 형식적이라는 점, 확인에 의해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닌 점과 실질과세원칙을 고려하면 대법원 판례의 견해를 수긍할 수 있다. 2) 정부정책변경과 관세면제물품의 변경여부 정부정책이 변경되는 경우에 동일한 물품의 관세면제여부가 달라지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처분청은, 당초에는 푸른들가꾸기 사업으로 호밀이 수입되어 사료작물 재배용으로 주로 사용되었으나, 그 이후 담당부서가 변경되었고 '조사료확충기반사업'이 별도로 생겼고, 호밀은 녹비작물에도 추가되었으므로 호밀은 더 이상 '사료재배용 작물'이 아니라 '녹비용 작물'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관세법에서 관세면제물품을 정하고 있는 입법취지, 수입된 호밀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실태는 사료와 녹비에 혼용되고 있는 점, 정부 정책이 변화된 이후에도 실제 농민이 호밀종자를 사용하는 방식에는 변경이 없는 점, 정부가 추진하는 '푸른들가꾸기 사업'과 '조사료확충기반사업'은 서로 배제적인 성격이 아니라 보완적 관계에 있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정부의 정책변화가 바로 호밀종자에 대한 법적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하여는 대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 3) 셋째, 관세면제대상물품인지 판단시점 수입신고를 하는 때의 물품의 성질과 수량에 따르는 것인지 혹은 수입이후에 실제 사용된 것을 고려하는지 여부이다. 처분청은 관세법 제16조는 "관세는 수입신고를 하는 때의 물품의 성질과 수량에 의하여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93조도 특정물품이 수입되는 때에는 그 관세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정물품의 관세가 면제되는지 여부도 수입신고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인지 여부도 수입신고 당시의 수입목적, 경위, 실질적인 용도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호밀은 수입목적이 '푸른들가꾸기(녹비)용'이었으므로 감면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관세면제대상물품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시점이 수입신고시라는 처분청의 주장은 타당하다. 다만 특정물품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그 물품의 용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입법취지, 수입목적, 객관적인 용도, 품종, 형질, 특성, 수입후 실제 사용내역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이런 다양한 판단기준을 검토한 결과 이 사건 호밀의 경우에는 사료작물 재배용 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심 심리과정에서 당사자간에 서로 다른 주장이 있었으나, 법원은 증거에 의하여 사실인정을 한 것이고, 대법원도 원심의 사실인정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 4.결론 이 사건은 수입된 호밀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당초 하나에서 2개로 나뉜 이후 동일한 호밀 종자를 일부는 녹비용으로 무상으로 공급하고, 일부는 조사료용으로 유상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유상으로 공급받은 농민이 민원을 제기되자, 세관이 개입함으로써 발생한 사건이다. 수입신고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호밀종자가 사료재배용 종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타당하다. 취급하는 정부부서가 나뉘어지고 정책목적이 달라졌다고 하여 관세면제물품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달리 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은 관세면제대상 판단기준에 대한 판례로 선례적 가치가 있는바, 대법원의 견해에 찬동한다.
2011-12-22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새로운 증거로 봐야
1. 사실관계의 요약(서울고등법원 2011. 6. 30 자 2010재노75 결정) A와 B는 역전에서 노숙을 하던 지적장애인이다. 2007. 5. 14. 역전에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학교에서 노숙인으로 보이는 변사체가 발견되었고, A와 B는 역전에서 살인혐의로 긴급체포되었다. 이들은 체포당시 혐의를 부인하다가, 자백을 하였는데, 자백의 취지는 'A와 B는 꼬맹이들과 함께 변사자를 데리고 고등학교까지 갔는데, 그곳에서 B는 변사자의 뺨을 2대 때린 후 꼬맹이들과 함께 역전으로 돌아왔고, A는 이들이 돌아간 뒤 현장에 남아 변사자를 수십 분 동안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었다. A와 B는 1심법정에서 자백을 하였고, 1심은 A에게 징역 7년(상해치사혐의), B에게 벌금 200만 원(폭행혐의)을 선고하며, 'A와 B의 법정진술, 사체검안서 등'을 증거로 설시하였다. A는 허위자백을 하였던 것이라며 1심판결에 불복하며 항소를 하였고, B는 항소를 하지 않았다. A에 대한 항소심재판과정에서 B가 증인으로 출석하였고, B는 이전 자백내용과 동일한 증언을 하였다. 물적 증거가 전혀 없는 사안임에도 항소심은 B의 진술을 신뢰하였고, A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증거는 '1심판결의 기재'를 원용하였다. A는 상고를 포기하였고, 판결은 확정되었다. 그런데, 6개월 후 위 꼬맹이들이 잡혔고, 꼬맹이들은 'A, B와 공동으로 범행을 하였다'는 상해치사혐의로 기소되었다. 꼬맹이들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B가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과 A, 꼬맹이들 모두 사건현장에 간 적 없다. 무서워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재판부는 'B의 번복 진술의 태도나 내용에 정신지체나 장애로 인한 문제가 있다고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표현을 쓰며, 번복진술을 신뢰한 후 꼬맹이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 무죄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대법원이 'B의 번복진술을 신뢰한 원심의 증거취사선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최종판단을 하였는데도, 여전히 A는 4년 반가량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한 여타의 문제점은 차치하고,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과 재심사유'라는 쟁점만을 놓고 이 사건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의 재심사유는 주장하기 힘든 상황 위에서 B는 A에 대한 항소심법정에서 증인의 지위로 증언을 하였으므로, '원판결의 증거 된 증언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상의 '원판결의 증거 된 증언'이라 함은, 원판결의 증거로 채택되어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데 사용된 증언('증거의 요지'란에 설시된 증거)을 뜻하는 것이고, 단순히 증거조사의 대상이 되었을 뿐,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되지 않은 증언은 위 '증거 된 증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2003도1080 판결, 95모38 결정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재심대상판결인 항소심판결은, 'B의 항소심에서의 증언'을 증거로 설시한 것이 아니라, '1심판결의 해당란 기재'를 원용하였는데, 1심판결에서는, '피고인들(A, B)의 각 법정진술'이 증거로 채택·인용되었다. 그렇다면,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때, B를 위증혐의로 고소하고 유죄확정판결을 받아낸다 한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의 재심사유상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할 것이다. 3.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새로운 증거로 보아야 가. 대법원의 입장으로 원용되고 있는 판례(93모33결정)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자주 원용되고 있는 대법원의 결정은 18년 전의 결정인 93모33결정으로 그 요지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말하는 '무죄로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때'란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발견되었어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로서 증거가치에 있어 다른 증거에 비하여 객관적으로 우위성이 인정되는 증거를 말하는 것이므로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증거로 조사채택된 공동피고인이 확정판결 후 앞서의 진술내용을 번복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학계의 동향 학계는, 피고인이나 공동피고인은 좁은 의미의 증거방법이 아니므로 증인의 경우와는 달리 진술을 번복함으로써 증거자료의 내용이 달라진다면 새로운 증거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는 입장도 있으나, 재심대상판결에서 실질적 판단을 거친 증거와 동질의 증거는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진술번복은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재심사유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집중되어 있긴 하나, 세부적인 쟁점인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과 신규성'의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나 논의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다. 소결 진술번복의 신규성을 부인하는 견해는, 동일인의 상반된 진술에 대한 평가는,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의 문제라는 점, 실질적인 판단을 거친 증거와 동질의 증거는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점, 허위임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판명되지 아니한 번복·변경된 진술에 대하여 단지 법원에 새롭다고 하여 그 신규성을 인정하여 재심을 허용하는 것은 증거의 신규성 요건을 형식적으로만 파악하여 형해화함으로써 형사소송법의 취지와는 달리 재심사유를 부당하게 확대한다는 점 등을 논거로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위 논거들은, 확정판결 전후로 달라진 증인의 진술이나 이를 내용으로 하는 진술서 등을 새로이 증거로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형식적인 면에서 새로 발견된 증거라고 보아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이는 확정판결에 의하여 종전 증거들이 허위임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재심을 허용하려고 한 형사소송법 제420조 및 그 제1, 2호의 취지의 기본 정신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1(서류 또는 증거물), 2호(증인, 감정인, 통역인, 번역인)의 적용을 받을 수 없으므로, 진술번복의 신규성을 부인하는 견해에 따르면, 이 사건 사안에서 공동피고인 B의 번복진술을 재심사유로 주장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다. 공동피고인 B는 '자신도 A처럼 사람을 죽였다는 혐의를 뒤집어쓸까봐 무서워서 거짓진술을 하였다'고 실토하였다. B의 거짓진술의 경위와 관련하여, A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할 것이고, A가 자신의 재판 확정 후에 있었던 B의 번복진술을 근거로 재심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일본 형사소송법도 우리나라와 같은 재심사유를 두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공동피고인이 유죄판결확정 후 진술을 번복한 경우나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던 증인이 새롭게 진술한 경우, 이를 새로운 증거로 보는 견해'가 유력한 학설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신규성 인정을 제한하는 사례도 보임, 일본형사소송법 주석서 참고). 필자의 사견도 위와 같이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되 명백성 문제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재심사유를 제한하면 된다고 본다. 한편,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대법원 2009. 7. 16.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위 쟁점과 관련하여 대법관들의 의미 있는 입장표명을 확인할 수 있는바, 번복진술 또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하에 이루어진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는 판례변경을 기대하게끔 한다. 대법원은 위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하여,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종합평가설)면서, 이전의 '새로 발견된 증거의 증거가치만을 기준으로 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단독평가설)는 판례를 변경하였다. 위와 같이 '명백성의 판단 기준'과 관련한 판례를 변경하면서, 9인의 대법관이 '새로운 증거'의 판단 기준에 대한 의견도 아울러 밝혔는바, 당시 6인의 대법관(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은, '새로 발견된' 증거인지 여부는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법원이 유죄의 사실인정을 하면서 그 기초로 삼은 증거자료에 의하여 인식하였던 내용과 다른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의견은, 종전 소송절차에서 인식한 진술(번복 전 진술)과 다른 진술(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되, 명백성 인정 여부에 대한 심사도 별도로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리고 3인의 대법관(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안대희)은 '진술서 등이 이전과 비교하여 실질적인 차이 없이 단지 증거의 형식만을 달리하여 반대되는 내용이나 태도로 바뀐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확정판결 당시 이미 발견되어 실질적인 판단을 거친 기존의 진술 등과 동질의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새로운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는 의견을 밝혔으나, 위 3인의 대법관의 의견을 반대해석하면, '실질적인 차이 있는 진술변경의 경우'에는, 신규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할 것이다(위 3인의 대법관이 언급한 '실질적인 차이'가 개개 사안에서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 궁금한바, 필자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 하에 이루어진 진술'로 이해하고 싶다). 이 사건에서 B는 공범사건의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재심대상 소송절차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고, 번복진술을 신뢰한 판결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새로운 증거의 판단기준'과 관련하여 의견을 개진한 대법관 9인은 이 사건에서 B의 진술번복을 새로운 증거로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4. 맺음말 형사소송법상의 재심은 피고인에게 한줄기 빛을 제공하는 창의 역할을 하도록 운영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헤르만 헤쎄의 데미안에는 '껍질을 깨고 나오는 새'라는 구절이 있다. 껍질을 깨는 과정을 겪지 않고서는 새로운 탄생이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확정판결에 기초한 법적 안정성이라는 껍질을 깨트리는 고통 없이는 실체적 진실에 바탕을 둔 실질적 정의를 확보하는 것은 하나의 신기루에 불과하다(권오걸 교수의 논문 인용).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만으로는 재심사유로 볼 수 없다'는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논의를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18년 전의 93모33결정은 이 사건을 계기로 변경되어야 하고, 진술번복과 관련한 재심사유에 대한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되었으면 한다.
2011-10-24
국제소송에서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과 준거법
Ⅰ. 사안의 개요 한국보험회사인 피고는 윤OO과 원양통발어업용인 한국선적의 선박에 대해 선체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영국 협회기간약관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위 약관은 영국법준거약관을 두고, "해상 …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의 위험"과, "선장 … 의 과실"을 부보위험 중 하나로 규정한다(제6조 제1항, 제2항 제3호). 당사자는 보험금 중 일정금액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특약을 체결했다. 위 선박은 파퓨아 뉴기니아에 정박하다가 부산항을 향해 항해하던 중 산호초 지대에서 표류한 결과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침몰했다. 원고는 보험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1999.4.2. 선고 97나13696 판결) 원심법원은 사고원인은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하고, 선장 등이 선박 출항에 앞서 선저부분에 대한 조사·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데, 이는 선박침몰의 근인 중 하나로서 위 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원심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을 전면 긍정하고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족하다고 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부보위험인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충분하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영국법준거약관의 유효성과, 객관적 입증책임(또는 증명책임)이 보험계약의 준거법에 따른다는 점은 대법원판례에 의해 확립되었다. 여기에서는 첫째,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둘째, 입증의 정도(또는 증명도)의 준거법을 다룬다. 미리 밝혀둘 것은, 국제민사소송에서 증거에 관한 다양한 문제는 절차의 문제로서 법정지법에 의한다는 점이다. 즉 증명의 대상(자백의 효력 등), 증거방법(허용되는 증거방법, 증거방법에 대한 제한, 증언거부권의 종류와 범위), 증거조사와 증거의 평가(자유심증주의 여부) 등은 법정지법에 따른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은 국제계약인가 국제사법상 당사자는 채권계약의 준거법을 자유로이 지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당사자자치'의 원칙이다. 문제는 순수한 국내계약에서 당사자자치의 허용 여부인데, 국제사법은 이를 허용하지만 그 경우 국내적 강행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제25조 제4항). 이는 당연히 적용되었을 강행규정을 당사자들이 합의로써 잠탈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준거법합의(또는 그것과 관할합의/중재합의)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다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합의해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석광현, 법률신문 제3920호 참조). 이 사건에서 보험의 목적은 한국선적의 원양어업용 선박이므로 보험계약의 국제성은 애매하다. 필자는 수입중인 적하에 대한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해외 재보험계약의 체결을 위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필요성을 긍정했지만, 한국선적 선박에 대한 보험계약에서 그 소재지를 고려하여 국제성을 판단할지는 불분명하다. 필자처럼 비교적 넓게 사안의 국제성을 인정하면 몰라도, "국제사법 제1조에 비추어 … 거래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명문 근거가 없는 '합리성의 기준'에 의해 국제사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대법원 2008.1.31. 선고 2004다26454 판결의 취지를 보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 소재지'는 국제물권법을 상정한 것이므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기준이라는 양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3.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가. 입증의 정도에 관한 법계의 차이 민사소송법상 어떤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려면 법관의 의심에 침묵을 명할 정도의 확신, 즉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이 필요하다(실제로 법관들이 그에 따르는지는 의문이지만). 반면에 영미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입증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 또는 '우월한 개연성'이므로 법원은 원·피고 주장의 개연성을 형량하여 어느 것이 50%를 초과하면 이를 증명된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차이의 유래는 Habscheid/호문혁(역), 서울대 법학 통권 85·86호(1991.8.), 122면 이하 참조). 나.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문제는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이다. 독일에는 이를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lex fori)을 적용하는 절차법설과 실체로 보아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lex causae)을 적용하는 실체법설이 있다. 절차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소송에서 법관의 지위 및 확신(또는 심증)의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둘째, 독일법에서 입증의 정도는 법관의 인적(또는 내부적) 확신의 형성인데, 실체 준거법인 외국법이 다른 기준을 요구하면 독일 법관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 더욱 그렇다. 세째, 입증의 정도는 법정지법에 따르는 증거의 평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네째,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외국법을 적용하면 외국인 원고에게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게 되어 내국인 피고에게 불이익을 주고 내국인차별을 초래한다. 실체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입증책임처럼 실체법과 상호의존적이고 실체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책임법에서 입증의 정도를 낮추면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이를 높이면 축소되므로 입증의 정도는 결국 책임을 결정한다. 둘째, 어느 당사자가 부담하나라는 경직된 구조를 취하는 입증책임과 달리 입증의 정도는 여러 단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증책임보다도 실체법에 더 밀접하다. 독일에서는 과거 절차법설이 우세했으나 근자에는 실체법설도 유력해지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법관의 확신의 형성과 그 정도를 다른 법에 종속시키는 것은 부적절하고, 법관에게 입증의 정도를 준거법에 따르게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실제적 이유로 절차법설이 설득력이 있다(우성만, 판례연구 제18집(2007), 459면 동지). 증명의 개념을 법관의 내부적 확신의 형성으로 파악하는 민사소송법 원칙을 법치국가적 관념에 근거한 소송법상 원칙으로 보아 절차법설 취하기도 한다. 소송법에서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너무 확대하면 국제사법이 매우 복잡하게 되어 실무로부터 외면당할 우려도 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준거법의 함의(含意)를 모르고 외국법을 지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외국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이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을 밝힌 것은 큰 의의가 있으나 타당성은 의문이고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우리 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이 인정되면 입증책임, 사실상의 추정과 입증의 정도가 모두 영국법에 의한다고 보는 듯하다. 대상판결도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에 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영국법을 적용했다. 더욱이 보험계약의 국제성이 부정되면 영국법이 준거법이더라도 입증의 정도는 한국법에 따라야 한다. 5. 관련문제: CISG와 손해 입증의 정도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CISG' 또는 '협약')상 계약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손해의 발생과 범위 및 손해와 계약위반간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함으로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협약은 손해의 확실성의 정도를 명시하지 않으므로 독일 등의 유력설은 이를 손해의 입증의 정도로서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협약의 기초를 이루는 일반원칙인 '합리성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Schwenzer도 동지). CISG AC 의견 No. 6과 UNIDROIT 국제상사계약원칙(제7.4.3조 제1항)도 같다. 아니면 협약의 목표인 규범통일이 위태롭다. 우리 판례는 민법상 기발생 손해와 장래 발생할 손해의 입증의 정도를 구별한다. 대법원 1992.4.28. 선고 91다29972 판결은 "장래의 얻을 수 있었을 이익에 관하여는 증명도를 과거사실에 대한 입증의 경우보다 경감하여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을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익의 증명이 아니라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이익의 증명으로 족하다"고 함으로써 채권자를 위해 일실이익의 입증의 정도를 완화했다(매매계약의 준거법은 한국법이었던 듯하다). 법원이 협약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도 같은 구별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협약 자체로부터 합리적 확실성의 기준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이는 성질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대상판결처럼 실체법설을 따르면 입증의 정도는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의하게 되어 법원에 부담스럽다(우리 법원이 다룬 사건에는 보충적 준거법이 중국법, 캘리포니아주법, 퀸즐랜드주법, 스페인법과 싱가포르법인 사건이 있다). 반면에 절차법설은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관계없이 대법원판결의 법리를 따를 수 있으므로 법원의 부담을 덜어 준다.
2011-07-25
검면조서등의‘성립의 진정’의 의미와 인정방법
Ⅰ. 사안 D1은 D3(병원장)와 공모하여 ‘사기·허위진단서작성·동행사죄의 공범’을 범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 중 사기의 혐의사실은 “1999년 4월경 D1이 D3에게 ‘기존 질병인 허리디스크를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인 것처럼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 발급을 부탁하여 D3 로부터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보험회사를 기망하여 1700만원의 교통사고 보험금을 편취”한 보험사기죄 혐의가 중심이다. D1은 수사절차와 공판절차에서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D3에게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 발급을 부탁한 사실이 없다”)하였는데 검사가 D1의 유죄증거로 제출한 결정적인 증거는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자백)이 기재’되어 있는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보험회사 직원, 참고인=피의자 아닌 자)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였다. 무죄를 주장하는 D1은 전문증거인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를 증거로 함에 부동의 하였다. 이제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가 증거로 사용될 수 있으려면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법 제312조 제1항의 요건(‘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이 구비되어야 한다. D3와 W는 제1심 법정에서 각각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은 인정하였지만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D3와 W는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자신들에 대하여 작성한 조서들의 間印·署名은 인정하면서도 ‘D1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원진술자가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형식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를 근거로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징역 8월과 벌금 3백만원)를 선고하였다. D1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이란 “원진술자가 공판정에서 구술로 형식적 성립의 진정과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모두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의 의미와 인정방법이 쟁점이 되었다. Ⅱ. 재판요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본문의) ㉮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간인·서명·날인 등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과 그 조서의 내용이 원진술자가 진술한 대로 기재된 것이라는 실질적인 진정성립을 모두 의미하는 것이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도2112 판결, 1990. 10. 16. 선고 90도1474 판결 등 다수). ㉯ 그리고 위 법문의 문언상 성립의 진정은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실질적 진정성립도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서만 인정될 수 있[다]. 위 법문에 따르면, 검사가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하여 작성한 조서의 경우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어야 증거로 할 수 있고,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만일 원진술자가 그 진술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그 ‘기재내용이 진술내용과 다르다’고 하여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은 인정되지 아니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도4111 판결, 2003. 10. 24. 선고 2002도4572 판결 등). ㉰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Ⅲ. 평석 1. 본 판결의 내용분석 본 판결의 ㉮ 부분은 종래의 판결을 재확인한 것이고 ㉯ 부분이 새로운 것이다. 본 판결은 피고인의 상고를 認容하여 “원진술자가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형식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는 종래의 판례[특히 대법원 1984.6.26. 선고 84도748 판결(공1984, 1378)]를 폐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이란 “원진술자가 공판정에서 구술로 형식적 성립의 진정과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모두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본 판결의 내용 분석에서 주의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종래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의 의미해석 문제는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었다. 그런데 본 판결은 이 문제를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검사 면전에서 작성된 조서 일반(예를 들어 참고인 진술조서=검사가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진술조서)’과 ‘검찰조사단계에서 작성된 진술서’에 대하여 까지 확장시켜 이해하고 있다. 이것은 법 제312조 제1항의 문리에 합치되는 해석이므로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둘째, ‘성립의 진정’의 의미에 관한 본 판결의 새로운 해석은 ‘성립의 진정’이 문제되는 다른 문맥(예를 들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 제313조 제1항의 진술서등, 제313조 제2항의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기재한 서류)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긍정적으로 예측된다. 2. 직접심리주의·구두변론주의와 공판중심주의 본 판결은 ‘성립의 진정’의 의미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시(㉰ 부분)하고 있다. 이하에서 이 판시의 의미를 천착하여 보자. 현행법과 법실무상 직접심리주의와 구두변론주의는 대단히 취약하다. 그 이유는 조서의 증거능력이 넓게 인정되고 있고 법실무상 조서의 증명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인정자(법원)가 ‘자유심증주의’를 근거로 하여 ‘소송관계인의 공판정에서의 진술’ 이외에 ‘각종의 조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재판현실’을 개탄하는 취지의 용어가 ‘조서재판’(調書裁判)이다. ‘조서재판’이 활발히 작동하면 그만큼 직접심리주의·구두변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본 판결의 판례사안을 예로 들어보자. 제1심 공판정에서 D1은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D3, W의 공판정 진술·증언도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진술·증언이었다. ‘D1의 형사사건’에 초점을 맞출 때 제1심과 항소심이 D1의 유죄증거로 사용한 증거는 공범자로 기소된 공동피고인 D3의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보험회사 직원)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였다. ‘공판정 진술·증언’과 ‘수사절차상 작성된 조서의 기재내용’이 상치되고 있는 정황인데 제1심과 항소심은 ‘수사절차상 작성된 조서의 기재내용’을 신뢰하여 D1의 유죄를 선고하였다. 더구나 ‘D1의 형사사건’에 초점을 맞출 때 본 사안은 검사 앞에서 자백한 자(D1)가 공판정에서 번복한 사안이 아니라 검사 앞에서도 부인하고 공판정에서도 부인하였는데 오직 ‘공범피의자(D3)의 검사 면전 피신조서’에 불이익 진술(D3가 ‘D1과 함께 범행을 수행하였다’는 자백)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그나마도 공범피의자(D3)는 ‘조서의 기재내용이 자신의 원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사안이다. 검사 앞에서 자백한 자가 공판정에서 번복한 사안에서 법 제312조 제1항이 종래의 판례이론처럼 해석되어도 오판의 위험성이 있는데 하물며 본 판례사안과 같은 경우의 오판의 위험성은 대단히 높다. ‘조서재판의 극복’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 개혁’ 논의의 핵심화두이므로 본 판결은 ‘조서재판을 극복’하고 ‘공판중심주의를 강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3. 조서재판 해체의 결정적 계기 ‘조서재판의 극복’을 문제 삼을 때 ‘조서재판이 왜 문제인가’ 하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 반문은 ‘실체적 진실발견과 재판의 신속·효율적인 진행’을 이유로 조서재판의 정당성이나 불가피성을 변호하려는 논증이다. 그런 분들에게 필자는 다음과 같이 재반론하고 싶다. 그럴 바에야 ‘일제강점기의 조선형사령 체제‘로 돌아가서 검사와 사법경찰관에게 예심판사에 버금가는 강제처분권을 부여하고 전문법칙을 폐지하고 모든 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편이 더 편리하지 않겠는가? 독일법계의 직접심리주의와 구두변론주의, 영미법계의 전문법칙은 모두 조서재판을 극단적으로 회피하려는 발상에서 출현한 근대적 원리이다.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면 검면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법 제312조 본문은 일제강점기의 조서재판과의 단절을 의미하는가’가 문제된다.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는가 여부와 상관없이 무제한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었던 일제강점기의 상황과 비교하면 단절의 측면이 없지 않지만 ‘성립의 진정’의 의미를 협소하게 책정할수록 연속의 측면이 생기거나 증가하게 된다. 독일 형사소송법이 ‘자백이 포함되어 있는 피신조서’는 검면피신조서이든 사경피신조서이든 예외 없이 증거능력을 박탈하고 있는 점을 부가하여 검토하면 법 제312조 본문은 대단히 후진적인 조항임을 알 수 있다. 전문법칙의 핵심은 ‘조서에 관한 증거법’에 있지 않고 ‘전문진술에 관한 증거법’에 있다. 영미식 가치관에 입각하면 일제강점기의 조서재판은 재판으로서의 품격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이었고 현행법의 혁신성도 그다지 크게 평가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1954년 법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이 “직접주의의 바탕 위에 영미법계의 전문법칙을 받아 들여 공판중심주의의 철저를 기하였다”고 높게 평가[헌법재판소 1994.4.28. 선고 93헌바26 결정]하고 대법원[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1도1550 판결(공2001, 2296)]도 형사소송법 제161조의2와 제310조의2의 입법취지를 헌재와 거의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평가는 ‘매우 修辭的인 평가’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誇張된 평가’이다. 1954년 법이든 현행 형사소송법이든 일제강점기의 조서재판으로부터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본 판결로 말미암아 조서재판이 약화되고 공판중심주의는 강화될 수 있는 획기적인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본 판결은 ‘조서재판의 점진적 해체’와 ‘공판중심주의 강화’라는 최근의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하다.
2005-01-13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제5항의 위헌성
I. 사안의 개요 피의자 배병성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등 피의사건의 수사단계에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에 의하여 목격자 신춘균에 대한 證人訊問이 행하여지고 그 증인신문에 관한 證人訊問調書가 작성되었다. 다만 피의자 배병성과 그 변호인은 신춘균에 대한 증인신문에 참여할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피고인 배병성에 대한 피고사건의 公判期日에 검사가 위 證人訊問調書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자 피고인의 변호인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과 제5항은 憲法 제12조 제1항·제4항, 헌법 제27조 제1항·제3항·제4항 및 헌법 제37조를 違反하였다는 이유로 憲法訴願審判을 청구하였으며 그 請求에 대해서 憲法裁判所는 다음과 같은 決定을 하였다. II. 憲裁判例의 要旨 1. 多數意見 刑事訴訟法 제221조의2 제2항 및 同條 제5항(8차 改正前의 조항) 중 제2항에 관한 부분은 憲法에 違反된다는 것이 多數意見이다. 多數意見은 공판기일전 참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에 있어 피고인의 反對訊問權을 제한한다는 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適法節次의 原則에 위배되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違憲의 주된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즉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은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과다히 제한하는 것으로써…형사절차에서 피고인 등에게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상의 適法節次의 原則 및 피고인의 公正한 裁判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할 것이며…같은조 제2항은 범인필벌의 요구만을 앞세워 과잉된 입법수단으로 증거수집과 증거조사를 허용함으로써 법관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自由心證을 방해하여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獨立性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결과적으로 適法節次의 原則 및 公正한 裁判을 받을 권리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憲法에 違反된다 할 것이다」라는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다. 多數意見은 「憲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適法節次의 原則은 법률이 정한 형식적 절차와 실체적 내용이 모두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실질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서 특히 형사소송절차와 관련시켜 적용함에 있어서는 형사소송절차의 전반을 基本權保障의 측면에서 규율하여야 한다는 기본원리를 천명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하며…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公正한 裁判을 받을 권리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當事者主義와 口頭辯論主義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을 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2. 少數意見(反對意見) (1) 재판관 김진우의 反對意見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과 제5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며 같은법 제311조 後文이 憲法에 違反된다는 것이 김진우 재판관의 견해이다. 김진우 재판관은 조직범죄등 가공할 범죄의 피의자가 피해자 또는 목격자에 대해서 진술번복을 강요할 염려가 있으므로 목격자 또는 피해자의 진술은 미리 확보해 두는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은 獨自的 必要性이 인정된다는 점,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참여를 판사의 재량에 맡겨놓고 있으나 그 규정을 强行規定으로 운영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점, 피고인 등이 불가피하게 증인신문절차에서 배제되는 경우에도 법관이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입장에서 증언의 진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증인신문절차를 주재할 수 있다는 점,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에 의한 증인신문절차는 수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절차이므로 그 절차에서 공판절차에서와 같이 반드시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反對意見의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김진우 재판관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에 의한 증인신문절차에서 피고인 또는 그 변호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고 증인을 신문하여 작성된 증인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아무 제한없이 인정한 형사소송법 제311조 후문(후단)은 피고인의 공정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내용으로 하는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2) 재판관 신창언의 反對意見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과 제5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신창언 재판관의 견해이다. 신창언 재판관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에 의한 증인신문제도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서 필요한 제도라는 점, 수사절차에 있어서는 피의자 등의 반대신문권보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에 의한 증인신문절차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이 배제된 경우에도 공판절차에서 다시 증인으로 신청하여 반대신문을 할 수 있으므로 피의자측의 반대신문권이 박탈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그 증인신문조서의 증명력의 유무는 결국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하게 된다는점 등을 반대의견의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신창언 재판관은 반대의견의 결론부분에서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익의 대표자요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의 형사소송체계상의 실질적 지위를 감안하여 날로 지능화·조직화·흉포화되고 있는 범죄경향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여 범죄를 척결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안녕질서를 확보하고 사법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규정으로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3) 재판관 김용준의 反對意見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중 제2항에 관한 부분은 違憲이나 동조 제2항은 헌법위반이 아니라는 것이 김용준 재판관의 견해이다. 김용준 재판관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은 적극적 실체진실주의의 요구에 의한 규정으로서 합리적이고 정당한 이유와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므로 헌법상의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나 동조 제5항중 제2항에 관한 부분은 정당한 근거없이 형사소송절차를 부당하게 왜곡하여 피고인 등의 반대신문권이 박탈될 여지를 허용하는 것으로서 헌법의 기본원리인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다. III. 判例評釋 1. 同條 제2항의 違憲 여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임의의 진술을 한 자가 공판기일에 진술을 번복할 염려가 있고 수사단계에서의 진술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데 결정적 증거인 경우에는 검사는 공판기일전에 그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형사소송법의 3차 개정시에 신설된 조항으로서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필요한 증거를 공판기일전에 판사에 의해서 확보하려는데 입법취지가 있다. 즉 강력사건, 밀수사건, 마약사건등 조직범죄의 피의자측 또는 피고인측에서 피해자 또는 목격자에 대하여 수사단계에서의 진실에 부합되는 진술을 공판기일에 번복하도록 회유·권유·강요하는 경우를 고려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데 결정적인 증거를 수사단계에서 판사로 하여금 보전하도록 하려는데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을 신설한 이유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1항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 또는 진술요구에 불응한 참고인에 대하여 검사가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하는 제도를 규정하고 있음에 대해서 동조 제2항은 수사단계에서의 진술을 공판단계에서 번복할 염려가 있는 참고인에 대하여 검사가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하는 제도이다. 일본형사소송법에도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1항, 제2항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 있다(동법 제226조, 227조).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형사소송법의 중요한 목적이라는 점,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필요한 증거를 공판기일전에 수집·보전한다는 것은 형사절차의 본질적 내용·핵심적 과제에 해당한다는 점, 수사단계에서 진실을 진술한 목격자 또는 피해자가 피의자측의 회유·압력·강요에 의해서 공판기일에 수사단계에서의 진술을 번복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사법기관인 판사가 증인신문절차에 의하여 그 진술을 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이 適法節次의 原則(헌법 12조 1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고 公正한 裁判을 받을 권리(헌법 27조 1항)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1항이나 동법 제184조 제1항이 適法節次의 原則(헌법 12조 1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고 公正한 裁判을 받을 권리(헌법 27조 1항)를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것과 동일한 이론구성이다. 多數意見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이 「自由心證主義의 기본적 내용을 현저히 훼손함으로써 법관의 올바른 자유심증을 형상하는데에 公正性과 合理性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이라고」주장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에 의하여 작성된 증인신문조서의 증명력은 이를 법관이 自由로 판단하므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이 자유심증주의의 기본적 내용을 현저히 훼손한다고 할 수 없다. 多數意見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이 「헌법상 보장된 法官의 獨立性을 현저히 제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에 의한 증인신문은 이를 독립성이 보장된 법관에 의해서 행하여 지므로 多數意見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은 違憲規定이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2. 同條 제5항의 違憲 여부 8차 改正前의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은 「판사는 수사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피고인·피의자 또는 변호인을 제1항 또는 제2항의 청구에 의한 증인신문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311조 후단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작성된 증인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에 의한 증인신문시에 피고인·피의자·변호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주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증인신문조서는 무조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피의자·피고인·변호인에게 증인(참고인)에 대한 反對訊問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증인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인정한다는 것은 適正節次의 法理에 위배되므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은 이를 削除함이 立法論으로 타당하다고 본다(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412면, 1997년3訂版). 피해자 또는 참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절차에서 피의자·피고인·변호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주지 아니한 상태에서 작성된 증인신문조서의 證據能力을 무조건 인정한다는 것은 適法節次의 原則을 규정한 憲法 제12조 제1항에 違反된다는 이론구성이 가능하다. 증인신문에 있어 피의자·피고인·변호인의 증인에 대한 反對訊問權(法161조의2 제1항)은 극히 중요한 防禦權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피고인·변호인의 증인에 대한 反對訊問에 의해서 검찰측 증인의 證言의 證明力이 彈劾된다는 것은 소송법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이 憲法에 違反된다는 多數意見은 타당하다고 본다. 同條 제5항중 제2항에 관한 부분뿐 아니라 同條 제5항 중 제1항에 관한 부분도 憲法에 違反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이 삭제 또는 무효화된다면 동법 제311조 후단의 違憲여부는 문제로 되지 아니한다.
199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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