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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과 2018스18 결정의 문제점
1. 사실관계 및 하급심의 판단 가. 사실관계 재항고인은 피재항고인을 상대로 이혼 등 청구소송(전소-前訴)을 제기하였는데, 이혼 청구는 인용되었고, 재산분할 청구는 재항고인 명의의 순재산이 재항고인에게 귀속될 재산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제1심 판결이 2018. 7. 5. 확정되었다. 피재항고인(청구인)은 2020. 6. 17. 전소에서 재항고인(상대방)의 초과보유재산으로 인정된 액수 상당의 재산분할을 구하는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하급심의 판단 원심은 피재항고인의 재산분할청구를 인용한 제1심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항고를 기각하였다. 한편 원심은 전소에서 분할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피재항고인의 퇴직수당이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재항고인의 주장은 이혼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제척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2. 대법원 결정의 요지 가.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제843조는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 시의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위 기간은 제척기간이고, 그 기간 내에 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하여야 하는 출소기간이다. 나.재산분할청구 후 제척기간이 지나면 그때까지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8스18 결정). 다.청구인 지위에서 대상 재산에 대해 적극적으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기된 재산분할청구 사건의 상대방 지위에서 분할대상 재산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데, 민법 규정의 문언상 명백히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되어 있고, 방어방법을 행사하는 상대방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가사비송사건은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므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되지 않고 재산분할 대상을 직권으로 사실조사에 포함시키거나 제외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분할대상 재산 주장에 대하여 제척기간을 적용하면, 제척기간 도과가 임박한 시점에 청구인이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분할대상 재산을 선별하여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한 경우 상대방으로서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봉쇄되어 공평에 반하여 부당하다. 라.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의 퇴직수당이 분할대상 재산에 추가되어야 한다’는 상대방의 주장에 민법 제843조, 제839조의2 제3항이 정한 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제척기간 도과를 이유로 상대방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 준수 여부는 원칙적으로 심판청구서 제출을 기준으로 해야 하고, 재판 확정 후 추가 은닉 재산 발견 등 예외적인 경우만 분할대상 재산을 특정할 것을 요구해야 하며, 이는 청구인과 상대방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3. 평석 가. 제척기간 및 소제기(심판청구)의 의미 (1) 이혼 시의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하는 제척기간의 제약이 있는데, 제척기간은 그 기간 내에 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하여야 하는 출소기간이다. (2) 소장(당사자, 청구취지와 청구원인, 작성한 날짜 및 법원을 기재)이라는 서면을 제1심 법원에 제출하는 것을 소를 제기한다고 하고(민사소송법 제249조, 제274조), 청구취지는 원고가 어떤 내용과 종류의 판결을 구하는 결론 부분을 간단명료하게 적고, 청구원인은 청구취지를 보충하여 소송물(청구)을 특정함에 필요한 사실관계를 적으면 된다. 원고가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을 바꿀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62조). 한편, 심판청구서(당사자, 청구 취지와 청구 원인, 청구 연월일, 가정법원을 기재)라는 서면을 제1심 법원에 제출하는 것을 심판청구를 한다고 한다(가사소송법 제36조). (3)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면 제척기간은 준수한 것이 되고, 청구원인의 구체적인 내용은 재판절차가 진행 중에 청구를 변경할 수 있다. 나. 대법원 2018. 6. 22.자 2018스18 결정의 문제점 (1) 대법원 2018스18 결정의 요지 :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하고, 2년 제척기간 내에 재산의 일부에 대해서만 재산분할을 청구한 경우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재산분할청구 후 제척기간이 지나면 그때까지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는 청구권이 소멸한다. 재산분할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00므582 판결). 다만 추가 재산분할청구 역시 이혼한 날부터 2년 이내라는 제척기간을 준수하여야 한다. (2) 문제점 또는 적용의 한계 : 대법원 2018스18 결정에서 “2년 제척기간 내에 재산의 일부에 대해서만 재산분할을 청구한 경우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시한 것은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앞선 재산분할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되어 이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 즉, 이혼한 날부터 2년의 제척기간 내에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만 청구 목적물을 특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3) 재산분할 청구 방법 : 제척기간 내에 명시적 일부 청구를 한 채권에 터 잡아 잔부를 확장하였다고 하여도, 제척기간 내에 청구한 수액을 초과한 부분의 청구는 제척기간의 도과로 소멸된다(대법원 70다737 판결, 대법원 97누8106 판결).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후에 발생하지만, 재판상 이혼을 전제로 재판상 이혼과 병합하여 청구할 수 있는데, 이때는 이혼 확정과 동시에 재산분할도 확정되기 때문에 제척기간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혼 후 재산분할만 별도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혼의 효력 발생 후 2년 내에 심판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4) 재산분할 청구의 대상 : 대법원 2018스18 결정(대상 결정도 동일)의 이유에 의하면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 제척기간 경과 전에 분할대상 재산도 확정해야 하는 것처럼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재산분할 대상은 개별 재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부 공동 재산이라면 포괄적으로 분할 대상이 되고, 부부 일방이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 중 일상가사에 관한 것과 공동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수반하여 부담한 것이 분할대상이 되는 등 전체로서의 부부 공동 재산이다. (5) 재산분할 청구 대상의 특정 필요성 여부 : 재산분할비율은 개별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로서의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 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일컫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분할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비율을 달리 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1므718 판결 등). 다만,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 등 연금수급이 유일한 예외다(대법원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재산분할 비율은 연금을 제외하고는 개별 재산이 아니라 부부 공동재산 전체를 대상으로 정하게 된다. 제척기간이 도과하기 전에 재산분할 청구를 했더라도 제척기간 도과 전까지 확장한 청구취지를 초과한 부분은 제척기간 도과로 소멸하는 것은 제척기간의 본질상 당연하다. 그러나 재산분할 심판청구서를 이혼 후 2년 내에 제출한 이상 제척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청구취지를 확장한 금액의 범위 내라면 비록 제척기간 경과 후에 분할대상을 추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배척할 이유는 없다. (6)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해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 : 재산분할재판은 비송사건이므로 재판의 형식이 판결(이혼 또는 위자료 등 소송사건과 병합된 경우)이든 심판(재산분할만 청구하는 경우)이든 관계없이 비록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재산분할재판이 확정된 후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 예외적으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예외적으로 다시 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제척기간 내에 청구금액뿐만 아니라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4. 대상 결정의 의의와 한계 가. 재산분할 청구의 제척기간은 “청구”에만 적용되고, “방어방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에 대상 결정의 의의가 있다. 나. 그런데 청구에 대응하는 것은 방어방법뿐만 아니라 “공격방법”도 포함된다. 재산분할청구의 제척기간은 청구에만 적용되고, 공격방법과 방어방법 등 주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재산분할 재판 확정 후 새로 발견된 재산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산분할의 제척기간 내에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할 필요는 없고 제척기간 이후에도 자유로이 주장할 수 있다. 다. 대상 결정은 재산분할 청구의 상대방이 방어방법으로 주장하는 것에는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권리를 구제한 결론은 타당하나, 마치 제척기간 내에 재산분할대상까지 특정해야 하는 것처럼 설시하여 대법원 2018스18 결정의 적용범위를 부적절하게 확대 또는 강화하는 데 일조한 것은 안타깝다. 향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하여 바로잡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엄경천 대표변호사(법무법인 가족)
재산분할
이혼
퇴직수당
엄경천 대표변호사(법무법인 가족)
2023-03-16
민사일반
친손입양, 어제까지는 엄마 오늘부터 언니?
Ⅰ.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1996년생인 친생모는 2014년 혼인신고를 하고 같은 달 사건 본인(이하 본인)을 낳았다. 외조부모(재항고인)는게 친생모가 생후 7개월이 된 본인을 두고 떠난 때부터 본인을 양육하고 있다. 외조부모는 그들이 친생부모와 교류가 없고 본인이 그들을 부모로 여기며 가족, 친척과 주변사람들도 부모로 대한다고 주장하여 일반입양의 허가를 청구하였다. 2015년 협의이혼한 친생부모는 입양에 동의하였다. 원심(울산지법 2017. 12. 18.자 2017브10 결정)은 1. 친손입양으로 가족 내부질서와 친족관계의 혼란이 분명하고 2. 후견으로 본인의 양육에 관한 법률상·사실상 장애를 제거할 수 있으며, 3. 후일 진실을 안 본인이 받을 충격 등을 고려하면 신분관계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 그에게 이롭고, 4. 입양으로 친생부모가 본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게 하는 것이 본인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입양허가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하였다. 외조부모는 친생부모의 입양동의를 내세워 재항고하였다. 대법원은 친생부모의 생존이 입양장애사유가 아니고 입양이 본인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되면 이를 허가하여야 함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이로써 외손입양을 불허한 대법원 2010. 12. 24.자 2010스151 결정(친양자입양)과 대법원 2017. 03. 27.자 2016스138 결정(일반입양)은 폐기되었다. Ⅱ. 친손입양의 근거와 판단기준 대상결정은 외관과 달리 만장일치의 결정례이다. 반대의견도 친손입양이 법정친자관계의 의미와 자연스럽게 부합하지 않으며 친생부모의 열악한 사회적·경제적 지위로 인한 양육부족을 이유로 그 지위를 대체하는 입양이 옳지 않고 비밀입양이 장래 본인의 정체성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므로 그것이 해소될 수 있음이 밝혀진 때에만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의 채용을 역설할 뿐이다. 대법원 1991. 05. 28. 선고 90므347 결정은 대를 잇기 위한 재종손의 사후입양이 소목지서에 기초한 관습에 어긋나지만 민법이 입양요건을 완화하고 조손입양이 공서양속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친손입양이 전통과 관습에 반하지 않고 민법도 이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대상결정은 그 발전형이다. 그러나 친손입양의 관습에 대한 증거가 없다. 입양이 가족관계의 주춧돌이었던 조선사회도 항렬(行列)을 지키면서 백골입양 등 방계손의 입양사례를 전함에 그친다. 친손입양을 금지하는 법률규정의 존부와 강행법규 위반은 별개의 문제이다. 법률의 금지가 없으므로 친손입양이 허용된다는 주장은 법실증주의적이다. 대상결정은 신분법규정이 강행규정이고 민법에 근거 없는 양손입양은 그 위반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1988. 03. 02. 선고 87므105 판결을 살피지 않는다. 대상결정이 언급한 미국과 독일의 혈족입양도 친손입양과 관계없다. 혈족입양이 입양의 본래 모습이기 때문이다. 외국법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인식이 있어야 한다. 1. 입양아동의 복리(the best interest of the child): 친손입양의 무게는 본인의 복리에 집중된다. 공익적·후견적 견지에서 이를 강조한 대법원도 정작 이를 개념정의하지 않는다. 친생부모가 양육·부양하지 않는 이유, 입양의 정보제공과 자발적·확정적 입양동의의사, 양육의사의 부존재, 그리고 입양하는 조부모와 친생부모의 관계 등 대상결정이 서술한 입양요건은 일반입양에서와 같다. 본인의 복리는 객관화하여 검증할 수 없다. 이는 입양으로 자녀의 삶의 조건이 현격히 변경되어 그 인격의 향상이 기대될 때에 긍정된다. 입양은 본인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본인의 윤리적·정서적 복리가 입양의 물질적·기능적 효용에 앞서므로 원가정양육이 친손입양에 우선한다(2018. 03. 12. 오스트리아최고법원[OGH] 3 Ob 198/17i 판결). 멀쩡히 친생부모가 있음에도 나은 양육환경을 강조하는 것은 본인의 심리적·정신적 정체성보호에 소홀한 유물론적 태도이다. 그리고 양부모가 제대로 부모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겨질 때에만 입양을 허가하여야 한다. 입양전 친족관계가 존속하고 본인의 성과 본이 바뀌지 않는 일반입양에서 본인의 정서적 불안은 불 보듯 뻔하다. 부모라 하기에 나이가 많고 게다가 성도 다른 조부모가 버젓이 학부모회에 참석하는 광경은 본인의 행복과 거리가 멀다. 입양전 친족관계의 완전단절을 가져오는 완전입양만을 가진 국가도 한결같이 본인-친생부모관계의 완전절연을 친손입양의 승인조건으로 하고 생부모가 생존한 직계손의 입양을 주저한다. 2010. 08. 23. 스위스연방법원(Bundesgericht) 5A_198/2010판결, 성년의 친손입양을 다룬 2001. 05. 17. 독일 Celle고등법원(OLG) 17 30/01결정과 2016. 02. 23. Koblenz고등법원 7 UF 758/15결정은 조부모가 본인이 출생한 때부터 양육하는 등 부모-자녀관계가 장기간 고착화되고 갈등발생의 염려가 더 이상 없어 친손입양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되고 친생부모가 인근에 거주하거나 본인을 방문하는 등 관계를 계속하거나 그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중대한 갈등위험을 들어 이를 단호히 불허한다. 미국도 친생부모의 부재, 조부모-본인의 특별관계와 법원에 의한 친권박탈명령을 거쳐 친손입양에 문을 열지만 가족갈등의 위험 때문에 특별후견명령(Social Guardianship Order)이 훨씬 선호된다. 2. 친손입양의 이익: 입양은 침해된 과거의 복리를 제거하고 장래의 복리를 위한 제도이고 가정법원의 허가는 그에 개입하는 국가의 후견이다. 미성년후견의 존재는 입양의 장애사유가 아니다. 영속적 부모·자녀관계를 맺는 입양과 친권자 없는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고 대리하는 후견은 다르다. 친손입양으로 후견을 넘는 개선된 환경이 주어져야 하지만 손자녀를 자녀로 바꾸는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 친손입양으로 조부모는 친권자로서 본인의 신원을 확보하여 양육하고 의료결정을 한다. 그뿐이다. 부모·자녀관계의 형성 외에 친손입양의 효과는 미성년후견과 동일하며, 조부모의 양육비부담은 오히려 가중된다. 미국과 유럽의 친손입양은 의료와 자녀수당과 주거수당 등 복지를 위한 사회보장의 혜택과 상속법적 이익을 동반한다. 친손입양은 국가가 최종후견인의 지위에서 아동의 복리를 수호할 의무를 조부모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Ⅲ. 대상결정(2018스5)의 검토와 평가 대상결정은 일반관념과 동떨어지고 이론의 완성도가 낮다. 가르치겠다는 의욕과 사명감에 사로잡힌 공자님 말씀으로 채워진 이유(4. 나, 다, 마, 반대의견 나-마, 바)는 계몽주의적이며 심지어 주석서의 느낌마저 준다. 재판활동은 법률가의 교육을 목적하지 않으며 하여서도 아니된다. 길게 설명한 '아동권리협약'과 '입양특례법'도 친손입양과 직접 관계없는 뻔한 사설이다. 1. 시간의 실패: 본인의 복리는 입양으로 드디어 본격화된다. 친손의 일반입양으로 초래될 수 있는 가족의 내부질서와 친족관계의 혼란을 가볍게 보고 입양후의 복리를 소홀히 한 대상결정은 부주의하고 무책임하다. 친족관계의 존속과 본인의 복리는 조화되기 어렵다. 친손입양으로 어제의 부모가 오늘의 형제자매가 되고 어제의 형제자매가 오늘의 숙질이 되는 잡탕친족관계가 불가피하다. 이는 조부모-본인간에 진정한 부모·자녀관계의 자연스러운 형성을 막는 걸림돌이다. 2. 법이론의 실패: 대상결정은 주로 친양자입양(제908조의2, 완전입양)이 문제된 종전 결정례와 달리 일반입양(제867조)을 관심사로 한다. 이들은 거의 어김없이 '어린 외손' 입양을 청구원인으로 한다. 친손입양된 본인은 친생부모에 대하여 자녀와 형제자매의 이중신분을 가지므로 친족관계의 혼란과 불협화음을 막을 길이 없다. 이를 직면한 대법원은 가족의 내부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음을 들어 친손입양을 불허한 대법원 2017. 03. 17.자 2016스138 결정을 구시대의 관념으로 몰고 불분명한 본인의 복리를 최우선가치로 내세운다. 이어서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의 존중을 판시한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판결을 제시하여 그러한 혼란과 본인정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추단하여 입양을 불허하는 것은 입양관계인의 판단과 선택권을 무시하는 결과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입양관계인이 본인은 아니다. 대상결정에서 친손입양의 요건이 되는 부모관계의 완전한 단절에 관한 논거가 부족하다. 또한 입양의 무효, 취소와 파양을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다. 끝으로 대상결정을 관철하려면 입양하는 조부모측의 종전 친족관계가 종료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Ⅳ. 마치며 대상결정은 본인의 복리의 이름으로 일반입양에 의한 친손입양을 일반화한다. 그러나 친손의 일반입양을 배척하고 친양자 입양으로 유도함이 옳았다는 아쉬움이 든다. 의욕을 앞세워 신분세탁을 용인한 대상결정은 법실증주의적이며 계몽주의적·유물적이다. 재판은 미래를 선도하는 정책이 아니다. 법관은 조리(Natur der Dinge)와 자연법적 질서에 터잡은 일반상식을 가져야 한다. 이진기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친부모
손주
조부모
복리
입양
이진기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2022-04-18
민사일반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과 회생절차
1. 사안의 개요 피신청인 주식회사의 주주인 신청인(선정당사자)은 피신청인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의사록 등과 그 밖의 회계장부·서류에 대해 열람·등사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1심 법원은 주주총회 의사록 등에 대한 열람·등사를 인용하고(상법 제396조, 제448조) 나머지 회계장부 등 서류에 대해서는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한 소수주주의 열람·등사를 구하는 이유에 대한 소명부족 등의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 항고심 계속 중 피신청인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졌고 항고심은 피신청인 회사의 회생절차에서 선임된 조사위원인 회계법인이 회사의 자세한 재산상태,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된 경위 등을 포함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신청인이 이 조사보고서를 열람함으로써 신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를 추가하면서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신청인이 재항고하였다. 2. 결정요지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한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은 회사에 대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배제되지 않는다. 3. 검토 가.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식회사 주주의 회사에 대한 자료 확보 수단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식회사에 대해 재무상태표 등 회계장부 및 서류를 확보하고자 하는 주주는 어떠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1) 먼저 주주는 회생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 법원에 회생회사에 대한 사건기록의 열람·복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주주는 상법상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식 보유비율 요건이 따로 없다. 다만 열람 대상이 법원에 제출된 문서 등에 한정되고 법원이 채무자의 사업유지 또는 회생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거나 채무자의 재산에 현저한 손해를 줄 우려가 있는 때에는 열람·복사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제한을 받는다. 2) 다음으로 회생절차에서 구성되는 채권자협의회로부터 주주가 자료를 제공받는 것은 가능할까? 이 방안이 가능한지에 관해서는 법 규정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채권자협의회는 법원·관리인으로부터 주요 서류 등을 제공받고 채권자협의회에 속하지 않는 채권자도 자신의 비용으로 채권자협의회에 사본의 제공을 청구함으로써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 제41조). 하지만 주주의 경우 채권자협의회가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법률, 규칙 규정으로는 주주의 채권자협의회에 대한 자료 제공 요청권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연방파산법[11 U.S.C. §1102(a)(2)]은 채권자위원회뿐만 아니라 법원의 명령에 의해 별도의 주주위원회 등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입법론적으로 참고할 만하다. 3) 마지막으로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대상결정에서 쟁점이 된 것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소수주주가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해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은 법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배제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원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결정은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상법상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이 회생절차개시로 배제되거나 회생절차에 의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가처분에 있어서 피보전권리에 관한 판단인데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은 이른바 공익권인 소수주주권 중의 하나로서 회생절차에 의해서 그 행사가 제한되는 회생채권이 아니므로 타당한 결론이다. 대법원은 더 나아가 소수주주권 행사로 열람할 수 있는 서류가 법에 따라 이해관계인이 열람할 수 있는 서류보다 그 범위가 넓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채무자회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자료에 소수주주가 열람할 수 있는 회계장부·서류 등이 다 포함되어 있지 않을 수 있고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에도 회계장부 등이 반드시 첨부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상결정에 따르면 소수주주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해서 자료 확보 면에서 더 불리해지지 않고 오히려 회생채권자가 확보할 수 있는 자료보다 더 많은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될 여지도 있다. 다만 회생절차의 특성상 채권자가 제공받는 정보가 주주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정보제공의 편차가 크지 않도록 실무에서 운용의 묘가 필요해 보인다. 둘째,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기 전에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권리변경 등의 효력 없이 채무자의 업무수행권이 회복되므로 소수주주권에 따른 열람·등사청구권 행사의 필요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가처분에서의 보전의 필요성과 관련된 판단인데 대상결정은 인가 전 폐지의 경우를 이유로 들고 있으나 회생절차 실무상 기존 주식이 100% 감자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분을 약간이라도 남기는 형태로 회생계획이 인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 경우 회생절차가 인가 전에 폐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주주의 권리를 인정할 필요가 남는다. 다만 소수주주가 회계장부의 열람·등사를 재판상 청구하는 경우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주식 보유요건을 구비해야 하므로(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다252037 판결 참조) 감자로 인해 발행주식 총수 100분 3 이상 보유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 주주의 신청은 각하될 것이다(대법원 2020. 9. 25.자 2020마5509 결정 참조). 셋째, 주주가 회사의 회생을 방해할 목적으로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정당한 목적이 없어 부당한 것이라고 보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있지 않는 경우에 적용되는 일반 법리가 회생회사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회생절차에서도 소수주주권 행사에 제한이 있음을 적절히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나. 회생절차개시와 소송절차의 중단 및 수계의 관점에 바라 본 대상결정의 의미 한편 대상결정에서 쟁점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회생절차개시와 소송절차의 중단이라는 관점에서 음미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사건 피신청인 회사는 항고심에서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그렇다면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피신청인은 채무자 그대로인가 아니면 채무자의 관리인으로 수계시켜야 하는가? 이 사건 항고심에서는 피신청인 회사 관리인으로 수계가 이뤄졌고 그 후 적법한 수계를 전제로 판단이 이뤄졌다. 필자는 관리인으로의 수계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소송절차는 중단되고(법 제49조 제1항) 중단한 소송절차 중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과 관계없는 것은 관리인 또는 상대방이 이를 수계할 수 있다(동조 제2항). 그런데 중단되는 소송의 범위와 관련하여서는 채무자의 인격적 활동에 관한 권한은 회생절차개시 후에도 여전히 채무자에 귀속되므로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의 무효 또는 취소의 소 등의 경우 소송절차가 중단되지 않고 주주가 제기한 주주지위의 확인의 소 등 역시 채무자 내부의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에 관한 것으로 중단되는 재산관계의 소송으로 보지 않는 것이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견해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는 어떠한가? 일견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재산관계의 소송으로 보지 않는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법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 및 재산 관리처분권이 관리인에게 전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제56조 제1항) 회계장부 등의 관리는 전형적인 채무자의 업무수행이라고 볼 수 있는 점,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은 궁극적으로 채무자의 재산관계와 관련성이 작지 않은 점, 현실적으로도 회생절차개시 후에는 관리인이 채무자의 회계장부 등을 관리하고 있는 점, 관리인은 공적수탁자로서 열람·등사의 허용 여부를 적절히 판단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주주의 권리행사이기는 해도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이라는 범주에 넣어 채무자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하기 보다는 관리인이 수계하여 소송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더 타당해 보인다. 기존경영자 관리인(DIP)이 아닌 제3자 관리인이 선임되는 경우 이 쟁점은 실무상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4. 결론 회생절차에서 주주는 의결권이 없는 등으로 영향력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상결정은 이렇게 미약한 지위의 회생회사 소수주주에게도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의 행사를 허용하였는바 주주위원회와 같은 회생절차 내 기관이 없는 우리 회생절차를 감안하면 의미가 있는 결정이다. 다만 부당한 열람·등사청구권 행사로 인해 채무자의 회생이 저해되지 않도록 실무에서는 열람·등사청구 허용 여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은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 행사 가처분에서 관리인으로의 수계를 전제로 진행된 사안으로 향후 회생절차로 중단되는 소송의 범위와 관련한 논의를 발전시키는 데 하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주주
회생정차
회계장부
상법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2021-02-22
행정사건
공무원의 직무범죄에 근거한 재심개시결정
1. 사안의 내용 피고인은 천안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의하여 긴급조치 제9호 제8항에 따라 1979년 7월 4일부터 1979년 7월 13일까지 영장 없이 체포·구금되어 수사를 받고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진행 도중인 1979년 12월 8일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었다. 이에 항소심은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부분에 대하여는 면소를 선고하고 나머지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 부분에 대하여만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은 피고인의 상고취하로 확정되었다. 그 후 피고인이 사망하자 피고인의 아들이 재심대상판결(서울고법 1981. 9. 10. 선고 79노1637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한 것은 당시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허용하던 긴급조치 제9호에 따른 것이다. 즉 경찰관들은 직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 단지 당시의 법령을 따랐을 뿐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거나 적어도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등으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인정되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에도 불법체포·감금의 직무범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근거에서 검사 재항고를 기각(원심의 결론 수긍, 재심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영장 없는 체포·구금과 관련한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하여 그 영장 없는 체포·구금의 근거가 위헌적 법령이라면 당시 수사기관에게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따질 필요가 없으며,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당한 국민에게 사법적 구제수단 중의 하나인 재심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제시하였다. 2. 재심제도의 의의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해석론 재심심판절차는 원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종전 소송절차의 후속절차가 아니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는 완전히 새로운 소송절차로서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판결은 당연히 효력을 잃는다. 이는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그 판결의 확정력으로 유지되는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사건 자체를 다시 심판하는 재심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정의와 법적 안전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의 원리에서 동일한 정도로 파생되기 때문에 재심절차는 단지 극히 좁은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즉 실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재심을 허용하지만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심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5도15782 판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별도의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원판결이 위 공무원의 범죄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별도의 확정판결이나 같은 법 제422조 소정의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6도12400 판결). 즉 제420조 제7호는 1) 직무범죄가 성립하고 2) 그 직무범죄로 공소가 제기되고 3) 그 직무범죄에 대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이 존재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다. 1)은 실체법적 요건이라면, 2)와 3)은 절차법적 요건에 해당한다. 3. 동 결정의 근거에 대한 비판론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직무범죄를 범하여'라고 규정하고 있지, '직무범죄 준하는 사유'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범죄가 존재하지도 않고, 직무범죄에 저항하는 범죄이거나 직접적인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직무범죄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허용되는 유추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법률의 해석은 법문에 반하여 할 수는 없으므로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 역시 법문에 대한 가능한 어의에서 시작되고 또 거기에서 한계를 발견해야 한다. 따라서 법문의 어의가 명백하여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 비록 법문에 부합하는 해석이 위헌적이라고 하더라도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미명 아래 법률의 규율내용을 왜곡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규범변경을 통한 적극적 입법은 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에게도 금지되어 있기 떄문이다. 결국 사안에서도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의 문언이 범죄성립과 확정판결을 명백히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방법을 통해 법적 논증의 과정을 서둘러 종결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재심은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법적 안정성을 깨뜨리는 비상구제절차이다. 즉 사실인정의 오류를 바로잡아서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는 사안에서 볼 때 반공법위반, 사기죄, 횡령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재심대상자)에게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범죄를 범한 자에게도 인정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다. 즉 경찰관들이 직무범죄를 범하였다는 것이 재판을 통해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재심개시결정은 재심사유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해 재심을 청구하는 자가 주장하는 모든 사실관계를 검토한 후에 내려지는 법적 논증의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재심개시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는 재심절차의 전체적인 단계에서 볼 때 선행절차(Aditionsverfahren)에 해당한다. 이 절차에서는 재심청구의 방식과 재심청구의 논리적 일관성(Schlussigkeit)의 심사가 주된 과제이다. 재심개시결정절차에서 재심법원은 새롭게 주장된 사실이 진실하다는 점을 가정하고서 이를 원판결에서 법원이 확정한 사실과 비교한다. 이 단계에서 재심법원은 먼저 사실심법관이 확인한 사실에 구속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의 재심요건과 관련해서 본다면 재심법원은 공무원의 직무범죄가 성립한다는 사실심법관의 확인사실을 기초로 재심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칸트는 '도덕과 형이상학을 위한 정초'에서 "목적을 원하는 자는 (이성이 그의 행위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가지는 한) 자신의 힘 안에 놓여 있는, 그 목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불가결한 수단을 또한 원한다"라고 하였다. 당해 사안에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목적은 직무범죄의 존재라는 수단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러나 동 결정은 '직무범죄가 성립하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재심개시결정을 하고 있다. '직무범죄'와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은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전혀 다르다.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도 재심개시결정에 원인이 될 수는 있다. 즉 인과성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심개시결정이라는 결과를 그 원인된 행위에 귀속하기 위해서는 직무범죄에 준하는 사실이 아니라 직무범죄의 성립과 확정판결을 필요로 한다. 또한 재판은 '당사자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관련 법령의 의미를 해석한 후 이를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를 판단하는 사법작용'이다(대법원 2013.3.28. 선고 2012재두 299 판결). 법령에 대한 해석의 기준이 확정된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법적 논증의 과정이다. 이때 법령의 해석은 미리 그 의미가 확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사실관계에 따라서 변동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동 결정은 재심을 위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재심개시결정을 미리 염두에 두고 그 근거를 소급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의문이 강력히 제기된다. 권오걸 교수(경북대 로스쿨)
항고
체포
구금
재심
수사기관
권오걸 교수(경북대 로스쿨)
2020-01-09
가사·상속
대리모 출생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사실관계] 불임부부인 甲(男)과 乙(女)은, 국내 대학병원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갖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2016년 7월 이 병원에서 한국인 대리모 丙에게 위 부부의 수정란을 착상시켰다. 丙은 2017년 3월 미국 LA 소재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하였고 캘리포니아 주로부터 모(母)란에 丙, 부(父)란에 甲이 기재된 아이의 출생증명서가 발급되었다(한편 유전자검사 결과 아이와 甲 및 乙의 친자관계가 확인되었다). 甲은 귀국하여 종로구청에 출생신고를 하면서 모(母)란에 의뢰모 乙의 이름을 기재하였다. 2017년 12월 26일 구청의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은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의 이름과 출생증명서상의 모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출생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에 甲은 불복하여 소를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각하하였고, 항고심에서 서울가정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甲은 재항고하였으나 2019년 8월 8일 재항고를 취하하여 위 결정은 확정되었다. [판결의 이유]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고, 인공수정 등 과학기술의 발전에 맞추어, 법률상 부모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 아니라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와 출산모의 의사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은 다른 기준에 비해 그 판단이 분명하고 쉽다. 또한 모자관계는 단순히 법률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정, 약 40주의 임신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고, 그러한 정서적인 유대관계 역시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유전적 공통성 또는 관계인들의 의사를 기준으로 부모를 결정할 경우 이러한 모성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출생자의 복리에도 반할 수 있는 점,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를 부모로 볼 경우 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게 되거나 형성된 모성을 억제하여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그러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가치와 정서에도 맞지 않는 점, 정자나 난자를 제공한 사람은 민법상 '입양', 특히 친양자 입양을 통하여 출생자의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우리 민법상 모자관계의 결정 기준이 '모의 출산사실'인 점,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출생신고서에 첨부하는 출생증명서 등에 의하여 모의 출산사실을 증명하여야 하는 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생명윤리와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생명윤리법의 입법목적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고전적인 대리모의 경우뿐만 아니라, 본건과 같이 '자궁 대리모'도 우리 법령의 해석상 허용되지 아니하고, 이러한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써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다." [평석] 1. 문제의 제기 대리모를 통한 출산은 전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불임부부의 증가와 의학기술의 발달이 배경이다. 현재는 보조적 생식기술을 이용하여 수정란을 대리모에게 착상시켜 대리모가 임신 및 출산하는 자궁대리모가 대세이고, 대리모가 난자를 제공하는 전통적 대리모는 거의 이용되지 않는다. 대상판결은 하급심 판단이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그리고 정면으로 대리모계약의 효력과 대리모 출생아의 모의 결정기준에 대해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인우보증(隣友保證)에 의한 출생신고가 2016년 폐지됨에 따라, 비로소 출생신고단계에서 대리모 출생아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2. 대리모계약의 효력 대리모계약의 궁극적 목적은 대리모가 출산한 아이를 인도하면서 아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의뢰인은 아이와 법적 친자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대리모계약의 효력에 대해서는 무효설·유효설의 견해가 대립한다. 비교법적으로도 법률상 대리모출산을 금지하는 나라(프랑스·독일 등),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나라(일본·우리나라 등), 이타적 대리모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나라(영국·그리스 등), 상업적 대리모까지 허용하는 나라(인도·우크라이나·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제각각이다. 그러나 대리모의 신체에 대한 착취라는 점,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법은 자녀의 복리, 신분관계의 명확성과 안정성 등과 같은 독자적 목적을 가진 영역으로 친권의 포기와 법적 친자관계의 성립을 사적자치에 맡길 수 없다는 점에서 대리모계약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는 대상판결의 결론에 동의한다. 3. 대리모출산과 모자관계 1) 모의 결정 기준 모자관계의 성립에 대해 우리 민법은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아이를 출산한 여자가 모(母)라는 원칙(mater semper certa est, pater is est quem nuptias demonstrant, 엄마는 항상 확실하지만 아빠는 혼인이 가리키는 자)이 로마법 이래 확립되어 왔다. 한편 대리모 출생아의 엄마가 누구인가에 관하여 출산모설·난자제공자설·의뢰모설의 견해가 대립한다. 그러나 모자관계는 수정 후 약 40주의 임신기간 동안 한 몸이 되어 육체적 일체성을 갖게 되고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 유대관계는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의뢰모가 대리모 출생아에게 제공할 총체적 환경이 대리모의 환경보다 나을 수 있어 대리모 출생아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사정은 의뢰모가 입양을 신청할 때 법원이 고려하여야 할 사항으로 모의 결정기준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출산모인 대리모를 엄마로 하여 출생신고를 함으로써 아이가 성년이 된 후 자신의 뿌리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대상판결의 결론과 같이 '모의 출산사실'이라는 일반적인 모자관계의 정립 기준은 대리모 출산에도 유지되어야 한다. 2) 출생신고에서 모의 인적사항의 의미 출생증명서에는 출산모의 인적사항 등이 기재될 뿐 출생신고를 할 때 비로소 아이의 이름이 기재되므로, 모의 인적사항의 동일성은 출생증명서와 출생신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이 설시하는 바와 같이 출생신고시 출생증명서에 모의 인적사항을 요구함은 우리 민법상 모자관계를 결정하는 기준인 '모의 출산사실'을 출생신고에 의하여 확인하고 출산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자관계를 법률상 일치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사항으로 모의 인적사항이 동일하지 않은 출생신고서를 수리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3) 의뢰모의 친양자입양 그렇다면 의뢰모와 아이의 모자관계는 어떻게 형성되어야 할까? 영국의 친권명령제도와 유사한 독립된 '모를 정하는 소'를 도입하자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제한적이나마 대리모계약의 효력 즉, 이행강제를 인정하자는 전제에서 출발하는데 공서양속에 반하는 대리모계약을 인정할 수 없고, 가사소송법의 개정 없이도 현행법의 해석론으로 합리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면 그에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친양자입양을 통해 법적 모자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에 동의한다. 4. 대리모출산과 부자관계 1) 부의 결정기준 민법상 부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해 먼저 모가 확정된 후 법률상 혼인 여부를 기준으로 그 아이가 혼인 내의 자라면 출산한 자의 배우자가 법률상 부로 추정되고 혼인 내의 자가 아니라면 부의 인지를 통해 비로소 부자관계가 형성된다. 그런데 대리모 출산의 경우 법률상 혼인한 부인이 아이를 '출산'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부자관계는 부의 추정문제가 아닌 부의 인지를 통해서만이 성립될 수 있다. 2) 부의 출생신고와 인지 대상판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모가 출생신고를 한 뒤 의뢰부 역시 의뢰모와 마찬가지로 친양자입양을 통해 대리모 출생아와 법적 친자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는 점에서 동의할 수 없다. 즉 출생신고 전부에 대해 불수리처분을 할 것이 아니라 의뢰부와의 관계에서는 인지의 효력을 부여하여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리처분을 하고 의뢰모와의 관계에서만 불수리처분을 하는 것이 아동의 복리를 위해 바람직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5. 결론 대리모계약이 공서양속에 반하여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출생한 아이는 보호되어야 한다. 출생신고를 막아 우리 사회의 유령으로 취급하여서는 안 된다. 대리모계약이 바람직한가와 이미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는 문제의 국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리모 출산사실이 아이의 출생신고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일단 의뢰부의 출생신고에 부분적 효력을 부여하여 인지신고로 인정한 뒤 의뢰모가 배우자의 아이에 대해 친양자입양을 하도록 함이 실체관계에도 부합하고 절차적으로도 효율적인 가장 합리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김현진 교수 (인하대 로스쿨)
대리모
모자관계
출생신고
김현진 교수 (인하대 로스쿨)
2019-11-25
형사일반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서 예외적 소추 허용사유인 '다른 중요한 증거'의 의미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1) A는 B로부터 아파트 매매계약의 잔금 등을 편취한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였으나, 2007년 10월 31일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받았고, B가 재정신청하였으나 2008년 4월 4일 고등법원에서 역시 신청이 이유 없다는 이유로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B는 A 등을 상대로 해당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0년 3월 25일 일부승소판결이 확정되자, 2012년 3월 15일 이 민사사건의 판결 등을 새로운 증거로 제출하면서 위 피의사실을 다시 고소하였다. 검사는 결국 2013년 4월 8일 A의 위 피의사실에 대해 특정경제범죄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공소제기하였다. (2)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4항 후문은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는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추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사건에서는 결국,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서 예외적 소추허용사유인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의 의미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 제1심은 '재정신청 기각결정 이후 새로이 발견된 증거를 재정신청 기각결정 당시의 증거에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증거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전제한 다음(이를테면 엄격설), 그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형소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반면, 제2심은 '다른 중요한 증거'란 '피의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명백한 증거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재정신청 기각결정의 정당성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피의자의 법적 안정성을 다소 희생하는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범죄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위하여 형사재판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충분히 인정될 정도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이를테면 완화설), 피고인의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긍정하는 재정신청 기각결정의 정당성에 대하여 중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1심을 파기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인이 상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파기자판) 대법원은 이른바 엄격설의 입장을 선언하면서, 파기자판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여기에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란 재정신청 기각결정 당시에 제출된 증거에 새로 발견된 증거를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증거가 있는 경우를 말하고, 단순히 재정신청 기각결정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거나 범죄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형사재판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는 정도의 증거가 있는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관련 민사판결에서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그러한 사실인정 및 판단의 근거가 된 증거자료가 새로 발견된 증거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 자체가 새로 발견된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 3. 평석 (1) 형사소송법상 '다른 중요한 증거'의 의미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다른' 증거란 재정신청 기각결정 단계에서 이미 발견 또는 수집했던 기존의 증거 이외의 증거, 즉 재정신청 결정시점에서 재정법원에 알려지지 않았던 증거를 말하며, 이는 곧 기각결정 이후에 새로 발견된 증거라는 의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결국 '중요한' 증거의 의미인데, 그 사전적 의미는 '귀중하고 요긴하다'라고 풀이되므로, 적어도 가중적 의미의 용어임은 알 수 있다. (2) 형사소송법상 '다른 중요한 증거의 발견'이 예외사유로 규정된 경우가 2개 더 있다. 재기소의 제한을 규정한 제329조(공소취소와 재기소)와 재구속의 제한을 규정한 제208조(재구속의 제한) 제1항이다. 전자와 관련하여 대법원 1977. 12. 27. 선고 77도1308 판결은 '새로 발견된 증거를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증거를 말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엄격설). (3) 대상판결은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서 예외적 소추허용 사유인 '다른 중요한 증거'의 의미에 대해 이른바 엄격설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매우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상대적 소추제한을 규정한 제262조 제4항 후문의 입법취지에 대해, 헌법재판소 2011. 10. 25. 선고 2010헌마243 결정 및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도14755 판결은, '한편으로 법원의 판단에 의하여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공소제기를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피의자를 지나치게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두게 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낮은 사건에 사법인력과 예산을 낭비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감안하여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한 검사의 공소제기를 제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재정신청사건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만큼 피의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에도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검사의 공소제기를 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사법정의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의 '중요한 증거'는 곧 '유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와 동일한 의미로 파악하고 있다. 둘째, 입법연혁상 예외적 소추허용사유는 피의자의 법적 안정성 보장 관점에서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재정신청 기각결정은 연혁적으로 제정형사소송법에서는 재정법원의 심리기간이 단기간(20일)이고 피의자 심신(審訊) 이외의 다른 증거조사를 불허하면서도 절대적 소추금지로 규정하였다. 반면 현행법에서는 상대적 소추금지를 규정하면서도 재정법원의 심리기간이 2개월로 장기간이고 필요한 때에는 증거조사가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공소취소 후의 재기소제한(제329조)과 재정신청 기각결정 후의 소추제한(제262조 제4항 후문)의 경우 서로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양자 모두 실체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고, 확정된 법원의 결정에 의한 법적 안정성 및 피의자·피고인 보호라는 점에서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넷째, 완화설의 해석은 공소제기의 본질에 반하는 해석이 된다. 재정신청 기각결정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공소제기는 결코 이미 확정된 기각결정에 대한 불복절차 내지 재심사절차가 아닌 점이 분명하며, 또한 범죄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형사재판절차를 진행할 필요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권리보호는 현행 형사소송법상 재정법원의 증거조사 및 재정신청권자의 즉시항고 내지 재항고(제262조 제4항 전문)를 통하여 달성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범죄혐의의 수준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공소제기에 필요한 범죄혐의 수준인 '충분한 범죄혐의'가 있더라도 '충분한 유죄의 확신이 없는 경우'까지 예외적으로 소추를 허용하는 것은 오히려 사법정의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이다. 이 부분 영역은 공소제기가 되더라도 어차피 유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재정신청제도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통제장치라는 점에 본질이 있고, 기각결정에 대한 소추제한은 피의자의 법적 안정성 보호라는 관점에서 기소에 대한 통제장치라는 점에 그 취지가 있다. (4)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서 예외적 소추허용사유인 '다른 중요한 증거'는 일종의 소송장애사유의 예외로 기능하므로, 피의자 보호라는 관점에서는 물론, 입법연혁과 입법취지를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 및 체계적 해석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고강도의 증거에 한정되어야 한다. 이는 공소취소에 의한 공소기각의 결정이 확정된 사건에서 재기소 제한의 예외사유(제329조)인 '다른 중요한 증거'의 해석과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5) 한편, 재구속의 제한(제208조)에서 '다른 중요한 증거'의 해석 또한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증거'를 의미한다고 제한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구속에 필요한 범죄혐의 수준인 '유력한 범죄혐의'가 있더라도 '충분한 유죄의 확신이 없는 경우'일 것인데, 그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재구속절차의 반복에 따른 '누층적 개념'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구속, 재재구속이 수차 반복될 경우 재구속에 필요한 범죄혐의 수준을 유죄의 확신에 이르게 할 정도에 수렴하기까지의 어느 지점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불구속수사의 원칙, 구속일회성의 원칙, 피의자 보호의 원칙 등의 측면에서도 재구속의 제한의 예외는 엄격하게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주원 교수 (고려대 로스쿨)
기각
재정신청
증거
형사소송법제262조
이주원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9-11-11
가사·상속
민사일반
한정후견과 임의후견
-대법원 2017. 6. 1.자 2017스515 결정- I. 대법원 결정 1. 사실관계 사건본인이 고령으로 인지능력에 제약이 있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청구되었고 1심 법원은 2016년 8월 29일 사건본인에 대하여 한정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하였다. 그러자 사건본인이 이에 항고하면서 항고심 계속 중인 2016년 11월 24일 후견계약을 체결하고, 2016년 12월 26일 후견계약 등기가 마쳐지자 2016년 12월 28일 가정법원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심판을 청구하고, 이를 이유로 한정후견개시심판 절차의 중단을 요청하였다. 항고심 법원은 2017년 1월 13일 사건본인의 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고, 사건본인이 위 결정에 대해 재항고하였다. 2. 결정의 요지 가. 민법 제959조의20 규정은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는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후견계약을 우선하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 한하여 법정후견에 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민법 제959조의20 제1항에서 후견계약의 등기 시점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같은 조 제2항 본문이 본인에 대해 이미 한정후견이 개시된 경우에는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면서 종전 한정후견의 종료 심판을 하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제1항은 본인에 대해 한정후견개시심판 청구가 제기된 후 그 심판이 확정되기 전에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도 그 적용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와 같은 경우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만 한정후견개시심판을 할 수 있다. 나. 민법 제959조의20 제1항에서 정한‘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란 후견계약의 내용, 후견계약에서 정한 임의후견인이 그 임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는지, 본인의 정신적 제약의 정도, 기타 후견계약과 본인을 둘러싼 제반 사정 등을 종합하여, 후견계약에 따른 후견이 본인의 보호에 충분하지 아니하여 법정후견에 의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II.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의 관계 1. 법률의 규정 민법(이하 조문으로만 표시한다) 제959조의20 제1항은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임의후견인 또는 임의후견감독인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 한정후견 또는 특정후견의 심판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후견계약은 본인이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은 때 종료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본인이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또는 피특정후견인인 경우에 가정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함에 있어서 종전의 성년후견, 한정후견 또는 특정후견의 종료 심판을 하여야 한다. 다만,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조치의 계속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가정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후견계약과 효력발생시기 민법이 도입한 성년후견제도에는 법정후견을 대체할 수 있는 후견계약이 있다. 후견계약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여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자에게 위탁하고 그 위탁사무에 관하여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이다(제959조의14 제1항). 민법은 후견계약을 공정증서로 작성하도록 하고 있고(제959조의14 제2항), 등기하도록 정하였다(제959조15 제1항 참조). 나아가 등기를 하거나 계약에서 후견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이 정한 계약효력발생시점에 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 때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제959조의14 제3항). 강학상 후견계약을‘즉효형 후견계약’과‘장래형 후견계약’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전자는 이미 보호가 필요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임의후견계약의 체결과 동시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을 청구하여 곧바로 임의후견에 의한 보호를 시작하는 유형이다. 후자는 향후 자신의 판단능력이 악화되었을 경우에 대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후견계약을 미리 체결하되 계약의 효력은 장래에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함으로써 발생하도록 하는 유형이다. 그런데 민법은 어떠한 유형의 후견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즉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는 시기를 당사자들이 후견계약의 내용에 정한다고 하더라도 임의후견의 효력은 가정법원이 임의후견인을 선임함으로써 비로소 발생하도록 설계되었다. 3. 법정후견의 보충성 가. 의의 자신의 사무는 자신이 가장 잘 배려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후견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임의후견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특히 본인의 의사와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성년후견의 이념에 부합하려면 임의후견을 법정후견으로 변경하는 것은 본인의 의사에 반할 수 있기 때문에 제959조의20은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 가정법원은 원칙적으로 법정후견을 개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나.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후견계약의 존재를 알 수 없다.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다면 임의후견감독인이 선임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정후견의 보충성 원칙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 후견계약이 등기된 후 법정후견개시 심판이 청구된 경우에만 위 조문이 적용되는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대상결정은 제959조의20 규정에 비추어 보면 후견계약이 등기된 후 법정후견개시 심판절차가 진행된 경우뿐만 아니라 본인에 대해 법정후견 개시심판 청구가 제기된 후 그 심판이 확정되기 전에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도 그 적용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 가정법원은 본인의 의사와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여 원칙적으로 법정후견은 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의 복리를 고려할 때 임의후견에 의한 보호보다 법정후견에 의한 보호가 요청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법정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할 수 있고, 이미 개시한 법정후견을 유지하기 위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지 않는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견계약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여 종료될 것이다. 제959조의20 제1항은‘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임의후견만으로는 본인 보호에 불충분하거나 공백이 있거나 미흡하여 법정후견에 의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이다. 대상 결정은 그 의미를 구체화화였다. 라. 임의후견의 남용가능성 가정법원은 피후견인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밖에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정후견인을 선임하는데(제936조 제4항, 제959조의3 제2항), 법정후견 개시 사건의 심리진행 중에 비로소 후견계약을 체결하여 등기하고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청구를 하는 것은 가정법원의 적절한 법정후견인 선임을 방해하고 심리절차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남용 또는 악용될 수도 있다. 즉, 법정후견개시 심판 사건에서 이미 심리가 충분히 진행되었음에도 후견계약을 체결하여 등기하고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청구를 하는 경우에 무조건 법정후견심판절차가 중단된다고 하면 임의후견제도는 법정후견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보호가 필요한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의 존중을 중시하여 임의후견의 정당성을 높이 평가하더라도 임의후견이 법정후견절차를 방해하고 지연하는 수단으로 남용되도록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마. 효과 본인에게 법정후견이 진행 중인 경우에도 임의후견으로의 변경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본인에게 법정후견 심판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동일하다. 이 경우 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고 법정후견의 종료심판을 하여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본인의 의사에 근거한 임의후견이 법정후견보다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것은 본인이 법정후견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경우에 법정후견으로의 변경이나 법정후견개시가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은 법정후견이 계속되거나 법정후견의 개시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정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후견계약이 존재함에도 법원이 법정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하면 후견계약은 종료한다. 다만 강학상 장래형 후견계약을 체결하고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지만 아직 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임의후견감독인이 선임되지 않은 경우라면 그러하지 않다고 해석된다. III. 대상 결정의 의의 대상결정은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성년후견제도의 이념에 따라 후견계약이 법정후견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법정후견의 보충성원칙에 대해 최초로 판시하였고, 위 원칙은 법정후견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후견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나아가 후견계약의 등기에도 불구하고 한정후견을 개시하는 것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성년후견제도를 이해하는데 매우 의미가 크고 타당한 판시라고 생각한다.
한정후견
임의후견
성년후견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7-07-17
기촉법상 신규공여 결의 직접 이행청구권 인정여부
I. 사실관계의 요지 A기업에 관하여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의 워크아웃절차가 개시되고, 주채권은행 B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협의회')를 소집하여 A기업에 대한 합계 900억원 규모의 집단적 신규 신용공여 안건을 의결하였다. 위 안건에는 보증기관인 C가 A기업에게 100.9억원 상당의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바, 이에 대하여 C는 부동의 하였으나, 전체 채권액 중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가결되었다(제18조). 한편 C는 반대채권자의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협의회 의결사항에 찬성한 것으로 간주되었다(제20조). 이후 A기업은 B은행으로부터 100.9억원의 대출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던 신용보증서 발급을 하여줄 것을 C에 대하여 청구하였으나, C는 발급을 거부하였고, 이에 A기업과 B은행은 공동원고로서 피고 C를 상대로 의결사항에 기해 보증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II. 대법원 판결 요지(재항고 기각) 기촉법에 따른 신규 신용공여 계획의 수립에 관한 협의회의 의결은 협의회와 부실징후기업 사이의 이행약정에 포함될 경영정상화계획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금융기관 사이의 신용공여계획이행에 관한 청구권을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신용공여계획에 관한 협의회의 의결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채권금융기관이 다른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 기촉법 제21조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협의회의 의결 자체로 채권금융기관이 다른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 신용공여 계획의 이행을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III.검토 1. 기촉법상 신규 신용공여 규정 개관 기촉법은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절차')가 개시된 후 협의회 구성원 보유 채권액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집단적 신규 신용공여 의결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제18조). 신규 신용공여는 관행상 각 채권금융기관의 보유채권액에 비례하여 이루어진다. 다른 법정도산절차인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에서는 회생기업에 대하여 신규 자금차입(이른바 DIP Financing)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을 규정하는 등 유도적인 방법을 규정한 데에 비해, 기촉법은 채권금융기관 채권액 4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의결일로부터 7일 내에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반대채권자에 대하여도 신규 신용공여 의무를 강제하는 방법을 규정한 특징이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의 독특한 법률규정이며, 기촉법 위헌논란에서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반대채권자의 신규 신용공여 강제에 대한 위헌론은 개인의 재산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침해를 근거로, 합헌론은 기업구조조정에 있어 반대채권자들의 프리 라이딩(free-riding) 방지를 근거로 한다. 최근 1~2년 사이에 신규 신용공여와 관련한 법적분쟁이 상당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반대채권자의 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이 통상 해당채권의 청산가치로 낮게 정해지게 되는바, 반대채권자들이 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손실을 감수하지 않고 그냥 채권을 보유한 채(즉, 매수청구권을 불행사하여 의결찬성이 간주된 채) 곧바로 법적 분쟁으로 진입하게 된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2. 협의회 의결의 구속적 효력 여부 통상 협의회의 신규 신용공여 결의는 채무자인 부실징후기업의 금융기관 채권자들이 모여 각자 보유채권액에 비례한 신규 신용공여 액수를 정하고, 여신기능이 있는 시중은행권 금융기관은 신규대출의 방법으로, 보증기관은 신규 보증서 발급의 방법으로, 여신기능이 없는 증권사 및 각종 비은행 금융기관, NPL(Non Performing Loan,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취급하는 유동화전문회사 등 제2금융권 기관은 이른바 '손실분담확약'(후술)의 방법으로 각각 신규 신용공여를 할 것을 결의한다. 한편 부실징후기업은 신규 신용공여의 혜택을 받는 당사자이지만 결의당사자는 아니며,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수익자 지위와 유사하다. 그런데, 이 사건 1, 2심에서는 결의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A기업의 결의사항 이행청구권 원고적격을 부정하였지만, 대법원에서는 이에 대한 명시적 판단은 하지 않았다. 대상판결의 판시에 따르면, '대출계약이나 지급보증계약의 체결에 의한 신용공여와 같이 향후 별도의 계약체결을 예정한 의결사항'에 대하여는, 의결사항을 미이행한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결의의 효력에 기한 이행청구를 할 수는 없다. 즉, 대상판결은 협의회의 신규 신용공여 결의를 그 자체로 구속력을 가진 '계약'으로 보지 않고 일종의 '계획'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는바(즉, 대상판결은 이를 일종의 채권단 간의 양해각서나 신사협정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았다), 대출계약이나 지급보증계약의 당사자인 부실징후기업이 의결당사자가 아니고, 위 결의를 구속력을 갖는 계약이나 합동행위로 보게 될 경우 반대채권자의 재산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히 제약한다는 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결사항을 미이행한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는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이 사건 1, 2심에서는 기촉법 제21조에 규정된 위약금을 납부하고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점을 의결사항 직접청구권 이행부정의 한 논거로 설시하였는데, 대상판결에서는 이 점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판시를 하지 않았다. 3. 대상판결의 실무적용방안에 대한 소고 그런데 손해배상청구의 방법에 있어 대상판결과 같이 협의회 신규 신용공여 결의를 '계획'으로 볼 경우 과연 '계약'이 아닌 단순한 '계획'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실무적으로도 손실분담확약의 미이행에 대한 채권금융기관 간의 소송들에서 이미 현출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즉, 현행 워크아웃 실무에서는 손실분담확약(곧바로 신규 신용공여를 하지 않고, 추후 부실징후기업의 워크아웃절차가 중단되고 회생·파산절차가 개시된 시점에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에게 발생한 손실평가액을 보유채권액에 비례하여 전보해주는 것)을 한 채권금융기관에 대해 부실징후기업의 워크아웃 중단 시점을 기준으로 기투입 된 채권금융기관들의 신규 신용공여액을 손해액으로 보아 해당 채권금융기관들의 채권보유비율에 따라 분담시키고, 그 액수만큼의 채권금융기관 보유 회생파산채권을 해당 기관들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실무진행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실무에 대해 채권금융기관의 손해발생 여부 및 손해액의 입증, 의결사항 미이행과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치열한 법리다툼이 진행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서울중앙지법 2012가합75432판결 등 참조). 이러한 손실분담확약에서의 법리다툼은 의결사항 미이행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다. 대상판결의 취지를 반영하고 워크아웃 실무에서의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협의회 의결사항 내용에 미리 의결사항 미이행 기관에 대한 위약금관련내용을 상세히 정해놓는 것이(현재 워크아웃절차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결의사항 양식에서 위약금 관련 내용을 포함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간명한 해결책일 것이다. 협의회 의결사항에서 반대채권자의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민법 제398조)으로 정해놓을 경우, 대법원 판례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의 발생 및 그 액을 증명하지 아니하고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에(대법원 2000다50350판결), 추후 손해발생 부분에 대한 구구한 입증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상판결에서 명백히 설시하고 있지 않으나, 협의회의 경우 그 독자적 법인격 여부가 불분명하고, 신규 신용공여 의결 미이행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손해를 입는 자는 부실징후기업이며, 주채권은행 등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은 기본적으로 간접적 이해관계자에 불과한바, 소송법상 원고적격을 명백히 하기 위하여 협의회의 신규 신용공여 결의에 부실징후기업을 참가시키는 방법도 검토의 필요가 있다. IV. 결론 기촉법은 IMF당시의 '기업구조조정협약'을 모태로 하는 역사 및 법규범 자체의 성질에 비추어 일응 금융기관들 간의 가이드라인(모범규준)이 그 본질이라고 할 것이나, 한국의 현실상 법적 구속력을 가진 실정법으로 격상되어 한시법으로 존재하고 있다. 현행 기촉법은 2014년 1월 1일 부터 2년간을 유효기간으로 하는 한시법으로서, 2001년부터 4차례 그 유효기간이 연장되어 왔다. 국회에서는 2013년 말 기촉법을 통과시키면서 "금융위원회는 2014년 12월 31일까지 기촉법을 상시법화하기 위해 공청회 개최 등을 거쳐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여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고 정부입법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한다"는 취지의 부대의견을 조건으로 하였고, 현재 그에 따른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기촉법 상시화 방안이 최종 확정되게 될 경우, 확정안에는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라 신규 신용공여 결의위반시의 위약금의 산정기준, 법적근거 없이 실무상 이루어지고 있는 손실 분담확약의 세부적 내용, 부실징후기업의 소송당사자성 인정여부 등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2014-11-20
항소기각결정의 사유
1. 사실관계 피고인은 제1심 유죄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으며 항소법원(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은 피고인이 70세 이상의 자이고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아니하므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였는데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의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하므로 항소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에 의하여 항소기각의 결정을 하였다. 위 항소기각결정에 대하여 피고인이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하면서 재항고이유로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 것은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재항고이유를 받아들여 전원합의체결정에 의해서 원심결정(항소기각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이 대법원판례(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4인의 반대의견이 있다. 반대의견을 주장한 대법관은 전수안, 양창수, 이인복, 이상훈이다. 2. 대법원판례(다수의견)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규정하여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므로 일정한 경우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에는 형사소송절차에서 단순히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업무감독과 절차적 조치를 취할 책무까지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함으로써 새로운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그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의 기간 내에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여야 하며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항소를 기각한 결정을 한 것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에 관한 헌법 및 형사소송법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는 것이 대법원판례(다수의견)의 요지이다. 3. 반대의견(소수의견) (1) 반대의견(소수의견의 요지)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의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 직권조사사유가 없으면 항소법원은 항소이유서의 미제출을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에 의하여 항소기각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 반대의견(소수의견)의 요지이다. (2) 반대의견(소수의견)의 논거 소수의견(반대의견)의 주된 논거는 다수의견이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규정내용에 반한다는 것이다. 즉,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에 대해서 "다수의견은 피고인 등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법원에 부여된 책무의 한계를 도외시하고 그 권리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헌법적 당위에만 집착하여 항소법원에 형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규칙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국선변호인에 대한 후견적 감독의무를 창설하여 요구하고 이를 위해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적용을 제한하고 있으니 이는 법해석의 범위를 넘는 입법행위로서 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4.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해석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은 '항소인이나 변호인이 전조 제1항의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결정으로 항소를 기각하여야 한다. 단, 직권조사사유가 있거나 항소장에 항소이유의 기재가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 입법취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은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전조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항소이유서의 제출기간은 재정신청기간, 항소제기기간, 상고제기기간과 마찬가지로 실권기간(失權期間)인 동시에 효력기간(效力期間)이므로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하면 항소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에 의하여 항소기각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 (2) 변호인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변호인은 사선변호인에 한하지 않고 국선변호인을 포함한다(백형구 조해형사소송법 2002년 909면). 즉, 그 변호인은 사선변호인이냐, 국선변호인이냐를 불문한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학자들이 펴낸 형사소송법문헌(교과서ㆍ주석서 등)에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변호인은 사선변호인이냐 국선변호인이냐를 불문한다고 언급한 구절이 발견되지 아니한다. 이는 동조 제1항의 변호인에 국선변호인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동조 제1항의 변호인에 국선변호인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학자는 없다. (3) 직권조사사유가 있는 경우 직권조사사유라 함은 당사자가 항소이유서에서 항소이유를 주장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법원이 직권(職權)으로 조사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할 사유를 말한다. 예컨대 소송조건의 존부, 제척사유의 유무, 증거능력의 유무, 보강증거의 존부 등은 직권조사사유에 해당한다. 사실오인, 양형부당은 직권조사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백형구 앞 책 910면). 5. 판례평석 (가)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 (1) 다수의견은 헌법 제12조 제4항을 실정법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즉, 다수의견은 헌법이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 헌법이 피고인에게 보장하고 있는 국선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에는 국선변호인의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한다는 것은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는 점 등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12조 제4항이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하여 항소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국선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그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명백히 해석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2조 제4항에는 항소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피고인이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그 국선변호인에게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다시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2)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규정내용에 반한다.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변호인은 사선변호인이냐, 국선변호인이냐를 불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반대설 없는 통설인데 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사선변호인의 경우에는 항소를 기각하고 국선변호인의 경우에는 그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그 국선변호인에게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본문의 내용에 반하는 해석이다. (3) 다수의견에 의하면 소송지연의 결과를 가져온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그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다시 하여야 하며 새로 선정된 국선변호인도 항소이유서를 법정기간 내에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항소법원은 그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그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다시 하여야 하므로 소송지연의 결과를 가져온다. (나) 소수의견의 지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변호인은 사선변호인이냐, 국선변호인이냐를 불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 다수의견은 위 조항의 내용에 반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소수의견(반대의견)이 타당하다고 본다.
2012-11-22
부적법한 정식재판청구와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
1. 사실관계 (1) 약식명령에 대하여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는데 그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인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되었다. (2)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한 법원공무원은 청구인(피고인)에게 기명날인의 보정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그 정식재판청구서를 그대로 접수했다. (3) 그 정식재판청구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서부지방법원 단독판사는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된 경우는 정식재판의 청구가 법령상의 방식에 위반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455조 제1항에 의하여 결정으로 정식재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4) 그 기각결정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고(즉시항고)를 제기하자 항고법원은 제1심과 동일한 이유로 피고인의 항고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하였으며, 위 항고기각결정에 대하여 피고인이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하자 대법원은 제1심법원과 동일한 이유로 피고인의 재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면서, 방론(傍論)으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는 부적법하나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는 허용된다는 견해를 표시하고 있다. 2. 대법원결정의 요지 독자들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대법원의 기각결정을 원문 그대로 인용하고자 한다.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의 청구는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453조 제2항), 공무원 아닌 자가 작성하는 서류에는 연월일을 기재하고 기명날인(인장이 없으면 지장을 사용)하여야 하는 것이므로(형사소송법 제59조),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의 기명날인이 없는 경우에는 정식재판의 청구가 법령상의 방식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 청구를 결정으로 기각하여야 하고, 이는 정식재판의 청구를 접수하는 법원공무원이 청구인의 기명날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보정을 구하지 아니하고 적법한 청구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여 청구서를 접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법원공무원의 위와 같은 잘못으로 인하여 적법한 정식재판청구가 제기된 것으로 신뢰한 채 정식재판청구기간을 넘긴 피고인은 자기의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의하여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때에 해당하여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을 구할 수 있을 뿐이다.」 즉, 약식명령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인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된 경우는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의 청구가 법령상의 방식에 위반된 경우(형사소송법 제455조 제1항)에 해당되므로 그 정식재판청구를 결정으로 기각하여야 하나, 한편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하는 법원공무원이 청구인인 피고인에게 기명날인의 보정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그 정식재판청구서를 그대로 접수한 경우는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정식재판의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은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결정의 내용이다. 이 대법원의 견해에 의하면 약식명령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를 기각한 결정이 확정된 후에도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가 허용된다. 3. 판례평석 (1) 재항고기각결정의 이유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가 법령상의 방식에 위반하거나 청구권의 소멸 후인 것이 명백한 때에는 결정으로 그 청구를 기각하여야 하며(형사소송법 제455조 제1항), 약식명령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인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된 경우는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가 법령상의 방식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고, 항고법원의 항고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이유는 그 항고기각결정이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에 위반되고 그 위법이 재판에 영향을 끼친 때로 제한되고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415조), 피고인의 재항고를 기각하는 대법원의 결정이유는 타당하다. (2)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 대법원은 약식명령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인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하는 법원공무원(이른바 창구직원)이 청구인에게 기명날인의 보정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그 정식재판청구서를 그대로 접수한 경우는,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피고인이 정식재판의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이 견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가능하다. ①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는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을 하지 못하여 정식재판청구권이 소멸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므로, 피고인이 정식재판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한 경우는 그 정식재판청구가 부적법한 경우에도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은 문제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경우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으나 그 청구가 부적법한 경우를 혼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②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에 관한 대법원결정에 의하면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에 대한 법원의 기각결정이 확정된 후에도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가 허용되는데,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는 법원의 결정(기각결정)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을 인정한다는 것은 심히 불합리하다. 이는 상소제기의 부적법을 이유로 한 상소기각결정이 확정된 후에 상소권의 회복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과 동일한 논리이다. ③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기간 내에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것이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때에 한하여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가 허용되는데(형사소송법 제458조, 제345조), 피고인이 약식명령에 대해서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정식재판청구서에 기명날인을 하지 아니한 것은 피고인이 책임져야 할 사유에 해당하므로 정식재판청구서에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된 경우를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해당시키는 대법원의 결정은 이론적 합리성이 없다고 본다. ④ 대법원결정은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하는 법원공무원이 청구인에게 정식재판청구서에 대한 기명날인의 보정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정식재판청구서를 그대로 접수한 잘못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정식재판청구기간을 넘겼으며, 이는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정식재판의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때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하는 법원공무원에게는 기명날인의 보정을 요구할 법률상 의무가 없으며, 정식재판청구서에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된 책임은 법원공무원에게 있지 아니하고 정식재판청구서의 작성자인 피고인에게 있으므로, 법원공무원의 잘못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정식재판청구기간을 넘겼다는 대법원결정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⑤ 따라서 약식명령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서에 청구인인 피고인의 기명날인이 누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하는 법원공무원이 청구인(피고인)에게 기명날인의 보정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그 정식재판청구서를 그대로 접수한 경우는,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피고인이 정식재판의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따라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이 확정된 후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약식명령에 대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는 부적법한데 부적법한 정식재판청구에 대한 기각결정이 확정된 후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청구는 허용된다는 대법원결정에 대해서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서류접수사무를 담당하는 법원공무원의 권한·책임·의무에 관해서는 다른 각도에서 깊이 있는 고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200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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