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8일(일)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저작권
검색한 결과
13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형사일반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의 방조인지 여부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자신이 개설하여 운영하는 이른바 '다시보기 링크사이트'인 이 사건 사이트 게시판에, 성명불상의 정범들이 저작재산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해외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업로드한 영상저작물(드라마·영화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2015년 7월 25일부터 2015년 11월 24일까지 총 450회에 걸쳐 게시하였다. 이에 검사가 피고인을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정범들의 공중송신권 침해행위를 방조)로 기소한 사안이다. 원심은, 링크를 하는 행위만으로는 공중송신권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 것이 아니고 단지 공중송신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태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제1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대법원은,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침해 게시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이, 링크 행위자가 정범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그러한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인터넷 사이트에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하는 등으로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링크 행위를 한 경우에는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범죄를 용이하게 하므로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한다는 이유로, 이와 다른 취지의 종전 판례(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를 변경하고, 저작권법 위반 방조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2.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의 방조인지 가. 링크행위의 정범 여부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다77405 판결,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0637 판결 등은 인터넷 링크는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링크를 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이에 대하여는 별다른 이설은 보이지 않는다. 나.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가 될 수 있는지 여부 1) 종전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인데, 링크를 하는 행위 자체는 위와 같이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 등의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지 아니한 저작물을 게시하거나 인터넷 이용자에게 그러한 저작물을 송신하는 등의 방법으로 저작권자의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웹페이지 등에 직접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그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링크 행위만으로는 위와 같은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업로드행위(복제)에 대한 방조 여부 이미 끝나버린 업로드(복제)행위를 그보다 나중 시점에 링크를 거는 행위에 대하여는 방조가 성립할 수 없을 것이고, 이에 대하여도 이견이 보이지 않는다. 3) 공중송신권의 의미와 종전 판결에 대한 비판론 저작권법 제2조 제7호는 '공중송신'을 '저작물, 실연·음반·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공중송신행위는 '송신행위'와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 두 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이용 제공 행위'와 관련하여, ①업로드가 완료되더라도 업로드된 콘텐츠가 인터넷 상에 존속하는 동안은 여전히 '이용 제공'이 계속되고 있고, 이러한 계속적 행위를 조력하는 것은 방조라는 견해, ②업로드에 의한 '이용제공' 행위에 대하여도 링크행위가 그 이용제공 실행행위 자체를 용이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하였다(다만, 이 견해도 링크 이후 이용자가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송신과 복제행위에 대하여 방조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 이 전원합의체 판결의 태도 및 이에 대한 평가 '공중송신(전송)'이란 용어 자체로 '송신'행위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지만, 저작권법은 '송신'의 예비행위라고 볼 수 있는 '이용제공'까지 행위태양에 포함시켰다. 침해물에의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행위인지는 결국 위 ①이용 제공 행위, ②송신행위로 구별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먼저 '이용 제공 행위'를 방조한다고 보면 가벌의 필요가 있는 행위를 보다 쉽게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미 업로드 행위가 끝난 상태에서 링크행위자가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를 설명하기가 애매한 면이 있다. 링크행위로 인하여 더 많은 사람이 침해게시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되지만, 링크행위의 유무와 관계 없이 이용 제공 행위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링크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방조가 성립한다고 하면서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한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경우 이러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은 링크 행위의 유형은 공중의 구성원이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로 정범의 범죄 실현에 대한 구체적·인과적 기회증대를 인정할 수 있거나 방조범의 확정적인 고의를 추단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과적 '기회증대'를 인과관계라고 보는데 의문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기회증대'를 인과관계로 본다면 '계속적' 제공은 이에 해당할 수 있지만 '영리적' 제공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판결의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의 태도가 일반적인 방조범의 성립과 종속성, 죄수 등의 법리에 반하고, 법원으로 하여금 방조범의 성립이 문제될 때마다 그 성립요건을 일일이 정해야만 하는 부담을 지우며,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였다. 다음으로 '송신행위'를 방조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이 판결의 반대의견은 송신은 업로드를 기초로 파일 전송 프로그램을 통해 '기계적'으로 구현되는 결과에 지나지 않고, 링크행위가 이러한 송신행위 자체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송신행위가 아무리 기계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라고 해도 링크행위로 인하여 사용자가 클릭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이러한 기계적 송신행위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링크행위는 송신행위를 용이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송신행위를 방조한다고 구성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정범의 이러한 송신행위를 일일이 특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번거로움이 생기게 된다. 다운로드받는 사용자를 정범으로 하여 복제의 방조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이고 송신행위의 방조로는 볼 수 있다면 송신행위를 일일이 특정하는 것보다는 전단계의 이용제공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볼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용제공행위에 대한 방조범의 성립을 긍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으나, '영리적·계속적' 제공과 같은 요건을 둘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남는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위와 같은 요건을 두지 않더라도 '영리적·계속적'인 링크 사이트가 단속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큰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도10903 판결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이트를 운영하던 도중에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이 선고되었지만, 이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다. 법률 위반 행위 중간에 일시적으로 판례에 따라 그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었던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자신의 행위가 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링크사이트 운영 중 링크행위가 방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적이 있더라도, 형법 제16조(자기가 한 행위가 법령에 따라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의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구민승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영화
불법유통
저작권법
구민승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22-01-24
엔터테인먼트
형사일반
미술품거래에서 사기죄의 성립범위
Ⅰ. 공소사실의 요지 검사는 '유명가수인 피고인 甲은 화투를 응용한 그림을 직접 그리다가 2009년부터 2015년 4월경까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직업화가 A에게 그리고 2015년 4월부터 2016년 3월경까지는 대학원 회화과 석사과정생 B에게 자신의 이전 작품과 같이 그려오게 하거나 작품아이디어를 얘기하여 그에 따른 그림을 그려오게 한 뒤 일부 그림의 경우 자신이 배경 덧칠작업 등을 하였고 모든 그림에 자신의 서명을 하여 자신이 직접 그린 작품인 것처럼 전시한 후 2011년 9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지 않은 채 총 20명의 구매자(피해자)에게 작품을 판매하여 총합계 1억8000만원 상당을 편취하였다'고 하면서 甲을 일반사기죄로 기소하였다. Ⅱ. 소송경과 및 판결요지 1. 1심법원과 2심법원 1심법원은 "회화에 있어서는 창작적 표현작업을 주로 한 자를 작가로 보아야 하기에 A와 B를 단순히 '조수'에 불과하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그들을 '작가'로 보아야 하고 미술품거래에서 '친작인지 여부'는 구매 여부의 판단이나 가격의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설명가치 있는 정보에 해당되기에 이를 고지하지 않고 판매한 것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구매자들을 부작위에 의하여 기망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사기죄 유죄판결을 하고 경합범 가중을 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10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7. 10. 18. 선고 2016고단5112 판결). 이에 반해 2심법원은 "미술작품의 컨셉트와 소재를 피고인이 정했다는 것을 이유로 피고인을 작가(저작자)로 보아야 하고 A와 B는 보조자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거나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많은 구매자들의 진술이 증거로 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팬이라서 甲의 그림을 갖고 싶었고 미술계에서 보조 조수가 있다는 것을 몇 십년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는 구매자 X1의 진술 그리고 '작품경향이 독특하고 甲의 작품의 경우 수집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구매한 것이다. 당해 사안과 같은 경우 누구를 작가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미술계에서 확립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구매자 X2(미술관 큐레이터)의 진술을 근거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미술작품에 관한 피해자들의 착오를 제거해 주어야 할 보증인적 지위에 있다거나 보조자 사용 사실에 관하여 피해자들이 착오에 빠져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재물을 편취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모든 구매자들과의 관계에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8. 8. 17. 선고 2017노3965 판결). 2. 대법원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는 ①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권은 대작화가인 공소외 1 등에게 귀속되고 피고인 1은 저작자로 볼 수 없으므로 항소심판결에는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② 항소심이 피고인 1에게 자신이 직접 그린 친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에는 고지의무 위반 외에도 이른바 묵시적 기망행위에 관한 부분도 있는데 이에 대하여 판단을 유탈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을 이유로 상고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저작권법에 의하면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미술저작물의 저작자 아닌 자가 마치 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그 미술품을 판매하였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일반원칙을 설시하면서도 ① 검사는 이 사건을 사기죄로 기소하였을 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기에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정면으로 문제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제 와서 검사가 항소심에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의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②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미술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 ③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에서의 법률상 고지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8도13696 판결). Ⅲ. 평석 1. 사안의 쟁점 당해 사건에서 검사는 甲을 상습사기죄로 기소하지 않고 일반사기죄로 기소하였기에 일관된 판례태도에 의하면 당해 사안의 경우 각 구매자에 대한 범행 간에 시간적 근접성이 인정되고 범행방법의 동일성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구매자)가 다르기에 연속범(행) 또는 접속범(행)으로(학계에서는 연속범이라고 지칭하고 있고 판례는 접속범이라고 지칭하고 있음) 인한 사기죄의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없고 수개 사기죄의 실체적 경합이 문제된다. 따라서 당해 사안의 경우 검사는 원칙적으로 개개 구매자에 대한 거래행위별로 사기죄의 성립여부를 입증해야 하고 법원 또한 개개 거래행위별로 사기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당해 사안을 '설명가치를 가지는 묵시적 기망행위를 통한 작위에 의한 사기죄'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검토해야 할지 아니면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검토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차치하고 1심법원과 2심법원의 태도에 따라 당해 사안을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검토하면 핵심쟁점은 '미술품거래에서 누가 작가(저작자)인지가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인지', '중요한 사항이라면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은 甲을 미술품의 저작자로 볼 수 있는가'이다. 왜냐하면 甲이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았을지라도 미술품의 (단독)저작자로 인정된다면 甲이 직접 그리지 않았음을 구매자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 단독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한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판단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불고불리의 원칙과 사법자제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대법원 이 사건에서는 사기죄의 실체적 경합이 문제되기에 개개 거래행위별로 사기죄 성립여부가 입증·판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1심법원은 대부분의 구매자들이 '甲이 직접 그리지 않았다면 구매하지 않았거나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을 근거로 일괄적으로 검토하여 전부유죄판결을 하였고 반대로 2심법원은 다른 일부 구매자(X1과 X2)의 진술을 근거로 그 구매자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만 무죄판결을 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모든 구매자(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사기죄의 성립요건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전부무죄판결을 하였다. 대법원은 A와 B를 저작자(또는 공동저작자)로 보아야 한다는 뉘앙스로 설시하고 '누가 저작자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법적 평가의 문제'라고 하면서도 '검사는 이 사건을 사기죄로 기소하였을 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기에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정면으로 문제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제 와서 검사가 원심에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의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누가 저작자인지에 관한 논란은 미학적인 평가 또는 작가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관한 문제로 보아 예술 영역에서의 비평과 담론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이에 대한 사법판단은 그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여 저작권 문제가 정면으로 쟁점이 된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누가 저작자인지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항소심판결에서 나타나는 일괄적 검토의 오류에 대해서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하면서 상고기각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 '누구를 저작자로 보아야 하는가'는 사기죄 성립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쟁점이었다. 불고불리의 원칙은 심판대상에 관한 것이고 심판대상이 된 행위 및 범죄에서 그 범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어느 쟁점과 관련하여 법질서의 통일성을 위해 다른 법률상의 법리를 참조하여 판단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 아니다.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법적 평가의 문제라고 밝힌 '누가 저작자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당해 사안에서는 저작권법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당해 사안에서 대법원은 '누가 저작자인가'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적절하게 불고불리의 원칙과 사법자제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당해 사건에서 대법원이 최상급 법원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박경규 부연구위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사기
조영남
대작
박경규 부연구위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21-02-08
형사일반
친작 여부에 관한 기망과 사법자제 원칙
1. 서론 필자는 일전의 기고(본지 2020.10.19.자 판례평석)에서 이 사건의 두 가지 큰 주제 - (a) 이 사건 그림들이 피고인의 창작인지, (b) 친작이 아닌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기망행위인지 - 중 첫째에 대해 논하였다. 본고에서는 두 번째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친작’이다. 법률적 평가인 ‘창작’과 달리 ‘친작’은 순수히 사실의 문제다. 이와 관련하여 ‘작품제작에서 조수의 사용은 관행’이라는 주장이 있다. 평론가 반이정 등이 펼친 이 주장에 의하면 다빈치, 렘브란트 등을 비롯해 우리가 흔히 아는 거장들도 조수를 사용해 작품을 제작했으며 미술계에 그러한 관행이 존재해 온 이상 작품이 친작인지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미술론’과 함께 ‘조수 사용 관행론’은 이 사건 기소를 공격하는 주요 논리이다. 그러나, 조수 사용이 관행이라 하더라도 이로부터 친작의 중요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이 글은 먼저 고지의무를 논하기 위해 작품이 친작인지가 거래상 의미있는 사실인가부터 시작한다. 궁극적으로 이 글은 대법원의 사법자제 원칙이 추구하는 결론의 과도함을 지적한다. 2. 친작 여부의 중요성 몇백년간 사라졌다가 최근에 발견된 다빈치의 <구세주(Salvator Mundi)>라는 그림이 2017년 경매에서 미술사상 최고가로 판매된 경위는 미술작품의 제작관행과 시장의 상관관계라는 점에서 연구자들이 주목하였다. 르네상스 시대 거장의 스튜디오는 공동작업을 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거장이 중심이 되어 조수, 도제 등 보조자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비싼 가격을 제시하는 일부 고객은 거장의 손길이 더 들어갈 것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싼 그림을 찾는 고객들은 누가 실제로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따질 입장은 아니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구세주>를 감정한 전문가들은 이 그림의 얼마만큼이 다빈치의 손으로 그려진 것인가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없었다. 이 작품을 경매한 크리스티가 말할 수 있는 최대한은 이 작품이 다빈치의 것이라는 “넓은 공감대”가 있다는 정도였다. 이 작품의 제작을 둘러싼 의문은 매수자의 구매의사와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정이었지만, <구세주>는 중동의 한 부호에게 미술사상 최고가에 낙찰되었다. 이 매수자의 구매동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종합하자면, (ㄱ) 작품 제작에 조수를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 (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친작인지 여부는 거래상 유의미하다는 것, 그리고 (ㄷ) 모든 매수자들이 친작 여부를 동일한 비중으로 고려하는 것은 아니며 구매동기는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은 모두 참인 명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 전제 사실들로부터 친작 여부의 고지의무에 관하여 어떤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까. 3. 고지의무의 인정 여부 고지의무는 미술품을 구매하는 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문제이다. 잘 알려진 문예비평가인 메이어 아브람스에 따르면 예술을 감상하는 태도에는 네 가지가 있다. (1) 형식주의: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 감상해야 하고 다른 외부적 요소를 고려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2) 표현주의: 작품은 작가의 특별하고 심오한 감정의 표현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3) 모방주의: 작품은 실제의 모방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가진다는 입장이다. (4) 실리주의: 작품의 가치는 감상자가 얻는 교훈과 정서를 통해 평가된다는 입장이다. (1) 내지 (4)의 어느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친작의 중요성은 달라진다. 20세기 미국의 가장 영향력있던 미술비평가인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형식주의였다. 이 논리를 관철하면 대작이란 사실은 작품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술가의 고뇌와 승화를 생각지 않고 그림을 감상할 수 없다는 입장(2)에서는 그림이 대작이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다. 예술이 실제의 모방(3)이라고 보면 작가보다는 작품의 사실성에 더 큰 관심을 둘 것이다. 실리주의(4)에서 보면 친작의 중요성에 대해 작품의 내용과 의도에 따라 다양한 관점이 있을 것이다. 고지의무의 인정근거에 관하여는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는 원칙이 있다. 앞에서 살펴 본 사정을 종합하면, 친작 여부는 “경험칙상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대법원은 ‘미술품을 구매하는 동기나 목적, 용도 등이 다양하고 이 요소들이 제각기 다른 중요도를 가질 수 있으므로, 친작 여부는 일반적으로 작품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는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즉, 친작 여부에 대해 침묵한 것만으로는 기망이 되지 않는다. 4. 사법자제 원칙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 결국,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있어서 친작 여부는 고지의무로 격상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사법자제 원칙이다. 대법원은 고지의무에 대하여 판단하는 도입부에서 “위작 여부나 저작권 다툼 등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라고 하였다(법관이 법률의 기준이 아닌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필자는 그 사법관에 심각한 의문을 가지고 있으나, 지면상 이 점은 다음 기회에 논한다). 친작 여부에 관한 고지의무의 문제에 한정해서 보면 사법자제 원칙은 훈시적인 언급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고지의무의 유무는 굳이 사법자제 원칙을 동원하지 않아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법자제 원칙은 그보다 훨씬 심각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법자제 원칙의 내용은 실제로는 원심의 다음의 언급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원심은 “구매 당시 피해자들이 내심으로 작품이 피고인의 친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더라도, 작품이 위작 시비 또는 저작권 시비에 휘말린 것이 아닌 이상, 그 제작과정이 피해자들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이 착오에 빠져 있었다거나 피고인에 의하여 기망당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던 것이다. 여기서 원심은 단순히 고지의무를 부정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착오 자체를 부정하였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피고인이 그림의 전부를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가격에 매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런데 원심은 그 진술만으로는 친작임을 전제로 매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이어서 위 인용된 설시를 하였다. 그 핵심은 ‘위작 또는 저작권 문제가 아닌 이상’ 실제 사실과 피해자의 인식 간의 괴리가 있었다 해도 착오나 기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위작이나 저작권 문제가 아닌 이상 작품의 가치에 대한 착오나 기망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인데, 일회성에 불과한 이 설시를 굳이 하나의 도그마로 완성한 것이 사법자제 원칙이다. 대법원은 ‘위작 여부나 저작권 다툼 등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에 대해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라고 했던 것이다. 5. 적극적 기망 이 사건에는 소극적 기망 외에 적극적 기망의 요소가 있다. 피고인은 각종 언론, 전시, 판매과정에서 자신이 친작하는 것처럼 행세했다. 공소사실은 소극적 기망과 적극적 기망의 요소들이 섞여 있었는데, 1심과 원심은 공소사실의 요체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라고 보았다. 그것은 공소사실의 많은 부분이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는 형식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고심에 이르러 검찰은 피고인이 작품의 저자인 것처럼 행세했다는 ‘묵시적 기망’의 부분에 대해 원심이 판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묵시적 기망은 작위에 의한 기망의 일종이다. 그것은, 피고인이 그 행위를 통해 친작이라는 외관을 창출했고 피해자들은 그 때문에 원래는 사지 않았을 가격에 작품을 샀다는 것이다. 검찰 주장은, 원심은 공소사실을 부작위에 의한 기망의 측면에서만 바라보았을 뿐, 기망행위에 의해 적극적으로 착오가 야기된 측면은 고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대답은 그 점은 원심이 이미 판단했다는 것이다.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어떻게 작위에 의한 기망을 이미 판단했다는 것인가? 관건은 착오의 부정에 있다. 원심은 위작이나 저작권 문제가 아닌 친작 여부만 가지고는 착오가 될 수 없다고 했고, 대법원은 사법자제 원칙으로 이를 ‘원칙’의 수준으로 격상했다. 그 결과, 피고인이 친작 행세를 했다 해도 피해자는 착오상태에 있지 않고 기망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위작 문제도 아니고 저작권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친작 여부의 소극적 기망에 있어 고지의무를 부정한 대법원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적극적 기망에 대한 일률적 면책까지 시사하는 사법자제 원칙은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관계에 따라서는 친작 여부가 기망·착오·처분과정의 중요한 고리였고 가해자는 의도적으로 이를 이용하였을 수 있다. 사법자제라 하여 이를 모두 불문에 붙인다는 것은 사법의 기능을 지나친 것이다. 안태용 변호사 (서울회)
조영남
대작
사기
안태용 변호사 (서울회)
2020-10-27
형사일반
그림 대작 사건 - 현대미술론의 수용인가?
1. 서론 가수 조영남이 화가를 써서 그린 그림을 자신이 그린 것처럼 판매했다고 해서 사기로 기소된 사건은 세간을 들끓게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미술계에서도 양분되었고 평론가들은 나름대로 예술관을 내세워 사건을 논하였는데, 특히 일부는 현대미술이라는 현상 자체가 개념-실행의 분리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어서 예술의 핵심은 개념에 있고 실행은 누가 하던 상관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평론가 진중권은 1심이 기망행위를 인정한 것은 법원이 '현대미술'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면서 대법원에서 피고인의 무죄가 확정된 것은 '한국의 법원과 미술계가 비로소 현대미술의 개념에 눈을 뜬 사건'이라고 환영하였다. 마찬가지로 피고인은 이번 판결을 통해 자신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실제 제작은 전업화가 등을 사용하는 창작방식이 인정받았다고 하면서 문제된 작품들에 대해 당당히 자신을 작가로 표방한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언론도 이러한 시각을 여과없이 전달하였으며 법률가들 중에도 비슷한 시각을 공유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이 사건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그러한 이해와는 정반대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 설시되어 있다. 이것은 판결에서 비상하게 공을 들여 말하고 있는 저작권 법리 부분이다. 여기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 작품들의 작가라는 원심의 판단에 대해 사실상 긍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은 이 사건 판결의 의미를 분명히 해서 이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가 양산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원심 판결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인을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한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채 판매한 것이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으로서 기망행위라는 것이다. 1심은 (1) 피고인은 자신이 창작하지 않은 작품을 (2)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판매한 것이 기망행위라고 판단하였다. 피고인을 무죄라고 본 원심의 판결이유는 크게 두 부분 (a) 이 그림들은 피고인이 창작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b) 이 사건 거래에서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각각 1심의 판단 (1)과 (2)에 대응하는 것이다. 즉, 원심은 1심의 (1)과 (2)를 모두 배척하였고, 원심 판결이유 (a)와 (b)는 병렬적으로 무죄 결론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a)와 (b) 중 어느 하나가 배척되더라도 두 가지 모두가 배척되지 않은 이상 원심의 무죄결론은 유지될 수 있는 구조였다. 원심은 판결이유 (a), 즉 이 작품들은 피고인이 창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 상당한 정성을 쏟았다. 여기서 원심은 일부 평론가의 논리와 흡사하게 현대미술에서 개념-실행이 분리되는 점을 언급하고 미술사상 저명 화가들의 이름을 들면서 이들의 창작에서 조수의 사용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점을 지적하였다. 미술이론적 설명을 넘어 원심은 공소외인이 한 작업은 '밑그림의 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피고인의 창작적 기여에 대해 세세하게 설시하였다. 그 다음 판결이유 (b), 즉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는가의 점에 대해서는 위 (a)의 논의와는 별개로, 피해자들의 구매동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친작인지 여부가 거래의 주된 요소라고 말하기 어렵고 '친작이 아니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진심이 아니었을 가능성, 그리고 고지의무의 구체적 범위와 이행방식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그 의무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원심이 확정됨에 따라 대부분은 원심판결의 (a)와 (b)가 모두 받아들여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이 사건을 두고 세간에서 떠들썩하게 전개된 입론들은 모두 (a)에 관련된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을 보면 대법원은 (a)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긍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이 원심을 인용한 것은 (b), 즉 신의칙상 고지의무의 존부에 관해 사법자제의 원칙을 선언하면서 원심의 결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원심판결은 (a)와 (b)가 모두 배척되지 않은 이상 인용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대법원이 (a)에 대한 원심판단을 긍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의 무죄 결론은 유지될 수 있었다. 3. 검찰 상고이유 제1점 상고심에 이르기 전까지 저작권은 전혀 논점이 아니었다. 관건은 어디까지나 친작이 아님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기망행위인가였고 저작권은 논외라는 점에 대해서 아무도 이론이 없었다. 원심은 분명하게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저작권을 보유하였는지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저작권에 대한 판단 자체를 거부하였다. 그런데 원심에서 패한 검찰의 상고이유 제1점은 '원심판결에 나타난 저작자, 저작물에 관한 법리오해'였다. 저작자와 저작물에 대한 주장은 검찰 스스로도 한 적이 없고 원심도 판단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해서 상고이유 제1점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저작권법에 존재하는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경우 그중에서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고,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법리 때문이다. 원심은 판결이유에서 피고인이 아이디어 내지 컨셉트를 기여하였음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원심의 판단은 '공소외인들은 보수를 받고 피고인의 창작물에 대한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작품제작에 도움을 준 기술적인 보조자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원심이 스스로 인정한 이 사실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하였더라도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위 공식에 대입하면 피고인은 저작자가 아니며 오히려 공소외인이 저작자가 된다. 그 때문에 검찰의 상고이유 제1점은 친작 여부의 고지의무가 아니라 저작자 결정에 관한 법리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4. 대법원의 판단 검찰 상고이유 제1점은 불고불리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었다. 검찰이 이를 모른 것은 물론 아니었다. 저작권 법리와 원심의 판결이유를 대조하면 적어도 문언상으로 선명하게 원심의 자가당착이 나타났고 검찰은 이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상고이유 제1점은 그대로 배척해 버려도 무방한 것이었지만 대법원은 그러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배척하기 전에 이 사건의 저작권적 함의에 대해 비중있게 설시를 하였다. 대법원은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하였더라도 저작자가 아니다'라는 바로 그 법리를 언급한 다음, '저작자 아닌 자가 마치 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그 미술품을 판매하였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저작자의 결정이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지만 "원심이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피고인이라고 본 것이나 그와 같은 창작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한다고 기술한 데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 원심은 작품의 저작자가 피고인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왜 대법원은 원심이 그런 판단을 했다고 본 것인가? 원심은 그 판결이유에서 이 작품들은 피고인의 창작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이유 중 고지의무의 불인정은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저작권 법리에 판결이유의 절반을 할애하면서도 이 그림들이 피고인의 창작이라는 원심의 판단은 끝내 긍정하지 않았다. 5. 이 사건의 저작권적 함의 일부에서는 '이 사건이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면'하는 가설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단정하기에는 어려운 사정이 존재한다. 출발은 물론 저작인격권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저작재산권과 달리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적이며 양도, 포기할 수 없다. 피고인이 대가를 주고 작품을 인도받았다 해도 여기에 수정·서명을 하여 자기 작품으로 공표한 행위는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넘기 어려운 장애가 있다. 첫째, 업무상 저작물의 경우는 저작인격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1심은 피고인과 공소외인 간의 법률관계는 고용이 아닌 대등관계로 보았다. 그러나 원심은 고용은 아니더라도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제작을 지시하고 공소외인은 이의없이 따르는 관계였다고 시사하고 있다. 둘째는 저작인격권이 아무리 일신전속적이라 해도 이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동의하는 것까지 막지는 못한다. 이 사건에서 묵시적 동의의 존재는 검찰이 저작권법 위반을 기소하지 않은 배경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의 저작권 설시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저작권법 위반은 별론, 저작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합의로도 변경 못하는 강행규정이기 때문이다. 저작권 제도가 개념예술을 중핵으로 하는 현대미술론에 호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미술이 개념이 예술이라고 주장한다면 저작권은 표현에 예술의 영혼이 있다고 본다. 개념이 아닌 표현형식을 보호한다는 것은 저작권 제도의 철학적 기초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사건에서 현대미술론이 수용되었다는 어떠한 근거도 찾아보기 어렵다. 안태용 변호사 (서울회)
사기
대작
조영남
안태용 변호사(서울회)
2020-10-19
인터넷
지식재산권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방조책임 성립요건
[사실관계] 피고는 대형 포털사이트 운영자이다. 원고는, 피고의 회원이 원고의 저작물인 동영상을 피고 사이트 카페에 무단으로 업로드하여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조치해 달라는 요구서를 보내면서, 해당 카페 주소들을 기재하고, 키워드 검색결과 화면 및 해당 동영상 중 1개의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첨부하였다. 피고는 원고 제공 자료로 특정 가능한 동영상은 삭제하였으나, 카페 주소만으로는 침해 게시물 특정이 불가능하므로 URL 등 게시물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요청과 답변이 수차례 오간 후 원고는 부작위 방조로 인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주장하며 피고에게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법원의 판단] 1심은 피고의 책임을 부정하였으나, 항소심은 부작위에 의한 방조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방조책임을 부정하며 파기환송하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 게시되었고 그 검색 기능을 통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이 위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중략) 갑이 을 회사에 회원들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알리고 이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보냈으나 그 요청서에 동영상을 찾기 위한 검색어와 동영상이 업로드된 위 사이트 내 카페의 대표주소만을 기재하였을 뿐 동영상이 게시된 인터넷 주소(URL)나 게시물의 제목 등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은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갑이 을 회사에 동영상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에 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삭제와 차단 요구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을 회사가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으며, 을 회사는 갑이 제공한 검색어 등으로 검색되는 게시물이 갑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웠고, 그와 같은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하여 기술적·경제적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을 회사가 위 동영상에 관한 갑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을 회사의 사이트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후략)." [평석] 1. 문제의 제기 인터넷을 통한 권리 침해 사안에서 직접 침해자 외에 매개자인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 책임 근거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방조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으로 이론구성된다. 즉, 서비스의 내용, 구체적인 행위 태양 등에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직접 침해자로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작위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를 근거로 책임이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일반적 사전적 감시의무는 인정되지 않으며, 피해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 침해 사실 통보가 있고 기술적 경제적으로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 능력이 인정되는 경우, 다시 말해 '인식가능성'과 '통제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새로운 게시물이 등록되고 대량의 정보가 수시로 오고가기 때문에, 어느 범위에서 인식가능성과 통제가능성을 인정할지에 따라 실제 책임 범위나 의무 부담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책임 요건에 관하여 대법원에서 여러 차례 판단되었지만, 구체적 요건에 대해서는 불명확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책임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 종래부터 대법원은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책임이 인정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4343 판결 등).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떠한 경우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특히 '피해자가 URL로 적시한 당해 특정 게시물'에 한하여 책임이 인정되는지 아니면 'URL로 특정하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제공한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 사실상 발견할 수 있는 게시물'에까지 책임 범위가 확장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판례 중에서도, 예를 들어 명예훼손에 관한 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에서는 이를 긍정한 반면, 상표권에 관한 대법원 2012. 12. 4.자 2010마817 결정에서는 이를 부정하여 결과적으로 상반되는 판단을 내리기도 하였다. 2010년 중반 이후로 저작권법 등에 규정된 통지 및 차단조치(notice and takedown) 절차가 실무상 빈번히 이용되고 있다. 위 규정에 근거해 권리주장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URL 등으로 특정된 게시물의 복제·전송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당해 게시물에 대하여 즉시 차단조치를 취한다. 피해자가 URL 등으로 특정한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키워드 검색 등으로 도출되는 수많은 침해물을 직접 찾아내서 걸러내도록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가 해결 방안으로 사실상 정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상판결 사안에서 피해자인 원고는 URL 등으로 게시물을 특정하지 않고, 피고에게 직접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 침해물을 찾아내도록 요구하였다. 항소심 판시에 의하면 키워드 검색시 100건 이하 비교적 소량의 게시물이 검색되었던 것으로 파악되며, 항소심은 URL 제공 없이도 피고 스스로 침해 게시물을 발견·조치할 수 있다고 하며 그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가 URL 등으로 구체적 개별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게시물에 대해서는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서 도출되는 게시물 중 어느 게시물이 명백히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게시물인지 곧바로 알 수 없고, 일반적인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규모, 권리침해 신고 건수, 업로드되는 동영상의 수, 동영상의 재생시간 등에 비추어 볼 때 일일이 검색을 통해 게시물을 찾아내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은 경제적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이다. 즉, 대상판결은, 'URL 등으로 직접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피해자가 제공한 키워드 검색을 통해 사실상 발견할 수 있는 게시물'에 대하여 인식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을 모두 부정하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범위에서 제외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종래 판례에서 모호하게 언급하였던 기준을 명확히 정리하였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엄격히 제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3. 시사점 및 향후 전망 대상판결은 URL 등으로 침해물을 특정할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고, 피해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어떠한 가치판단이나 확인절차 없이 침해물을 확정·차단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여야만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만약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키워드 검색을 통해 불법 게시물을 확인·판단한다면, 이는 일종의 검열이 될 위험이 있다. 또한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이상 불법성을 정확히 판별하기 어려우므로, 가능한 판단의 여지를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많은 정보가 오가는 인터넷 특성상 키워드 검색 및 검색 결과에 대한 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가하는 것으로, 극단적으로는 서비스 존속 자체에까지 위협이 될 수 있다. 대량의 침해물 유통이 전제되는 웹하드나 P2P 등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닌, 포털 사이트 등 일반적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나 정보유통의 자율성을 넓게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피해자 입장에서도 URL 주소 등만을 특정한다면 언제든지 게시물 삭제 등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대상판결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인격모독 게시물이나 불법촬영 음란물 등으로 그 불법성이 심각·명백하고, 게시물 확산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적극적 조력 없이는 피해자 보호가 사실상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는 등 극단적인 경우에는, URL 등 특정 없이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책임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일반적인 경우를 상정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성립요건을 엄격히 보았으나, 위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에까지도 대상판결의 책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지 의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기준을 다소 완화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할 것이다. 한편 대상판결은 저작권에 관한 사안으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이 주로 문제되는 상표권이나 인격권 등 다른 법익 영역 분쟁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지혜 교수 (전북대 로스쿨)
저작권침해
인터넷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신지혜 교수 (전북대 로스쿨)
2019-11-18
저작권법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의 신설에 따른 제28조 적용범위의 재조정
I. 사건개요 공소외 법인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식약청으로부터 '리프니놀―초록입홍합 추출 오일복합물'을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의학저널에 실린 피해자들의 논문 전체를 허락 없이 그대로 복제·첨부하였다. 이에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였고 원심에서 피고인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의 법리와 제28조의 소정의 권리제한 등을 주장하면서 다투었지만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이 상고하였지만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도5835 판결(이하, '대상판결'로 줄임)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1] 저작물의 공정이용은 저작권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라고 하는 대립되는 이해의 조정 위에서 성립하므로 공정이용의 법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 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을 것이 필요한데, 구 저작권법(2009. 3. 25. 법률 제95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이에 관하여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으면서('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관한 규정은 2011. 12. 2. 법률 제11110호로 개정된 저작권법 제35조의3으로 비로소 신설되었다) 제23조 이하에서 저작재산권의 제한사유를 개별적으로 나열하고 있을 뿐이므로, 구 저작권법하에서는 널리 공정이용의 법리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2] 구 저작권법(2009. 3. 25. 법률 제95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인용의 목적이 보도·비평·교육·연구에 한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지만, 인용의 '정당한 범위'는 인용저작물의 표현 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즉,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III. 평석 1.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저작권법 제28조의 인용의 '정당한 범위'와 관련하여 피인용저작물이 인용저작물과의 관계에서 '부종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른바 '주종관계설')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제28조의 요건인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인용의 목적이나 저작물의 성질 등 6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이른바 '종합고려설'의 관점을 재확인하였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비록 2011년 저작권법(12월 2일 개정법)에서 신설된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의 적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은 아니었지만, 제35조의3 신설조항과 제28조 기존규정 간에 그 적용범위를 둘러싸고 앞으로 전개될 해석 방향과 관련하여 일정한 적용 기준을 암시하고 있다. 2. 이른바 '주종관계설'의 기원과 그 의미 우리나라 판결들 중 인용의 '정당한 범위'와 관련하여 인용저작물과의 관계에서 피인용저작물이 '부종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는 '주종관계'를 최초로 밝힌 것은 '사진저작물의 인용'에 관한 대법원 1990. 10. 23. 선고 90다카8845 판결(이하, '① 판결'로 줄임)이다. 위 ① 판결에서의 '주종관계' 법리는 '패러디 몽타주 사진' 사건에 관한 일본 최고재판소 1980(昭和55)년 3월 28일 판결에서 유래한다. 위 사건은 일본의 구 저작권법 제30조 제1항 제2호의 "자기의 저작물 중에 정당한 범위 내에서 절록(節錄) 인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한 해석론을 전개한 판결이었다. 우리의 구 저작권법인 1957년 저작권법 제64조 제1항 제2호도 "자기의 저작물 중에 정당한 범위 내에 있어서 절록 인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 조항에 관해 대법원 1991. 8. 27. 선고 89도702 판결(이하, '② 판결'로 줄임)은 '노가바 패러디' 사건에서 "자기의 저작물 중에… 절록 인용하는 것"이란 타인의 저작물을 종된 자료로 인용하거나 설명하는 자료로 삽입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그런데 우리의 현행 저작권법 제28조나 일본의 현행 저작권법 제32조 그 어디에도 구법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은 "자기의 저작물 중에"라는 전제조건이 요구되고 있지 않아서 과연 현행법 하에서도 '주종관계'가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현행 저작권법에서도 '주종관계'라는 조건이 요구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이론(異論)없이 수긍되어 왔다. 문제는 자기의 저작물 중에 타인의 저작물을 종적 관계로 끌어들이는 '삽입(Insert)형' 인용이 아니라, 대상판결의 사안처럼 자기의 저작물이 존재하지 않거나 설령 존재하더라도 사소한 상태에서 오로지 타인의 저작물을 전부 인용하는 '전유(Appropriation)형' 인용의 경우에 발생한다. 3. 이른바 '종합고려설'의 등장과 그 전개 '전유형(專有型)' 인용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규정에 의해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최초로 판시한 것은 후술하는 '썸네일 이미지'에 관한 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7793 판결이다. 특히 위 판결에서 '종합고려설'이 크게 주목 받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종합고려설'이 맨 처음 제시된 것은 '대입 본고사 입시문제' 사건에 관한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이하, '③ 판결'로 줄임)이다. 위 ③ 판결에서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의 여부 등 6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주종관계'에 관해서는 '인용된 내용과 분량'을 판단하면서 "개개 문제의 질문을 만들기 위해 그 질문의 '일부분으로' 대학입시문제를 인용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간접적이지만 여전히 피인용저작물이 '부종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는 관점을 유지하였다. 그런데 '썸네일 이미지' 사건에서 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7793 판결(이하, '④ 판결'로 줄임)은 위 6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피인용저작물의 '부종적 성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요건의 해석에 관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단초가 마련되었다. 즉, 위 ④ 판결로 인해 자기의 저작물(인용저작물) 중에 타인의 저작물(피인용저작물)을 종적 관계로 끌어들이는 '삽입(Insert)형' 인용 뿐 아니라 자기의 저작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오로지 타인의 저작물을 전부 인용하는 '전유(Appropriation)형' 인용도 제28조의 적용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4. 저작권법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의 신설에 따른 제28조 적용범위의 재조정 문제는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이 신설됨으로써 제28조의 적용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하는 논의가 재론(再論)되었다는 점이다. '썸네일 이미지' 사건에 관한 위 ④ 판결처럼 '삽입형' 뿐 아니라 '전유형' 인용까지 모두 제28조에 의해 해결 가능하다는 취지라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관한 한 신설된 제35조의3 조항은 별다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종합고려설'의 관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대입 본고사 입시문제' 사건에 관한 위 ③ 판결처럼 피인용저작물의 '부종적 성질'을 간접적으로 설시한 것이 아니라 위 ① 판결에서처럼 명시적으로 강조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인용의 정당한 범위와 관련하여 인용저작물과의 관계에서 피인용저작물이 '부종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는 '주종관계'를 명시한 위 ① 판결의 판시취지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6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의해 판시해야 한다는 위 ③ 판결의 판시취지를, 모두 강조하면서 결합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로써 대상판결은 제28조의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는 인용저작물과 피인용저작물 간의 '주종관계'를 전제로 한 '삽입형' 인용만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고, 이와 달리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에는 제28조가 적용될 수 없는 이용(利用) 양태가 적용 가능하다는 것, 예컨대 '전유형' 인용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함으로써, 제35조의3 조항에 관한 향후 해석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썸네일 이미지' 사건에 관한 위 ④ 판결은 이제 그 역사적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5. 소결 지금까지 제28조의 인용 규정은 공표된 저작물을 전제로 할 뿐 아니라 인용(引用)이 아닌 저작물 이용(利用) 일반에 대해서까지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으나 제35조의3 신설조항은 그 공표 여부에 관계없이 저작물의 이용(利用) 일반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대상판결은 '삽입형' 인용에 대해서는 제28조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설시함으로써, '전유형' 인용(引用) 내지 이용(利用) 일반에 대해서는 제35조의3 조항이 적용 가능하다는 쪽으로 그 해석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013-12-09
케이블방송의 지상파 재송신행위에 대한 적법성 검토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방송법상 지상파방송 사업자이며, 피고들은 케이블방송사업자(이하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로서 다채널 유선방송사업을 영위하는 자인바, 피고들은 위 사업을 통해 원고들이 지상의 송신탑 등을 통해 공중에 송출하는 일부 디지털 지상파방송(KBS1, EBS 제외, 이하 '지상파방송')의 방송신호를 수신한 후 실시간으로 위 방송신호를 피고들의 가입자가 보유한 텔레비전에 재송신하고 있다. 이에 원고들은 원고들이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자 또는 저작인접권자로서 이를 공중에 송신하거나, 그 방송을 동시중계방송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가진다는 전제 하에 피고들을 상대로 피고들의 재송신행위 금지를 구하는 청구와 동시에 위반 1일마다 1억원의 지급하라는 간접강제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2. 소송의 경과 가. 지상파방송사업자들의 가처분신청 기각 2009.12.31. 원고(신청인, 이하 '원고')들이 피고들 중에서 어느 특정 사업자(피신청인, 이하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카합3358 저작권등침해중지가처분신청사건에서 재판부는 원고들의 피보전권리는 인정되나,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위 가처분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의 재송신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없으며, 피고의 재송신행위가 원고들의 동시중계방송권를 침해한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피고를 비롯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이미 2002년도부터 이를 재송신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약 6년 동안 이에 대하여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종합유선방송 가입자 중 상당수의 가입 목적이 지상파방송을 깨끗한 화질로 시청하기 위한 데 있는 점,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이 지상파방송 채널 사이에 배치되는 홈쇼핑 채널로부터 얻어지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일단 가처분이 허용되면 피고는 가입자 이탈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피고와 같은 특정의 한 업체를 시범사례로 선정하여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가처분을 발령하는 것은 분쟁 해결에 적절한 방법이라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던 것이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재판부는 피고들이 원고들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이 사건 방송을 재송신하는 행위는 방송사업자인 원고들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아울러 양 당사자들 사이에 조만간 원만하게 협의될 가능성이 보이고, 장차 피고가 재송신금지의무를 위반한 개연성 및 원고의 피해 및 피고의 이익에 대한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간접강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3. 당사자 주장의 요지 우선, 원고들은 지상파방송의 저작권자 또는 저작인접권자로서 가지는 공중수신권 및 동시중계방송권을 피고들의 재송신행위로 인하여 침해받았다고 주장함한다. 이에 반하여, 피고들은 피고들의 지상파재송신행위는 피고들가입자의 방송 수신을 단순히 도와주거나 보조하는 i) 수신보조행위에 불과하므로, 원고들의 저작권 등의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과 함께, 피고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난시청 해소 및 방송품질의 보장을 원하는 원고들과의 묵시적 합의에 따라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므로, 이 사건과 같은 재송신 중단 요구는 ii) 묵시적 합의에 대한 위반으로 허용되지 아니하며, 더 나아가, 원고들이 수십 년 동안 피고들에게 단 한 차례도 방송신호 사용료의 지급을 요구하는 등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적이 없었고, 피고들이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기존의 광고 수익을 그대로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이제 와서 갑자기 재송신의 금지를 요구하는 것은 iii)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논리를 펼친다. 4.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지상파 방송사들의 저작권법상 권리 침해 여부 지상파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공중송신권, 그리고 그에 기초한 재송신 중단 청구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원고가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는 방송프로그램도 본건 청구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구대상이 특정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고들의 동시중계방송권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자신이 특정 지역에서 송출한 방송신호를 다른 지역에 설치한 안테나 등을 통해 수신하여 이를 해당 지역에 재송신할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 위와 같은 방식의 재송신을 허용하거나 무단 재송신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판시한 후, 이러한 동시중계방송권에 대한 피고들의 침해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다. 방송의 수신행위 및 그 허용 한계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수신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고품질의 방송화면을 시청할 수 있도록 유상 또는 무상으로 방송신호 수신을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시청자의 방송수신을 도와주는 것으로, 시청자의 행위로 평가되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지만, 방송신호를 수신하는 동시에 이를 다시 외부에 송신하는 것은 당해 행위의 성질과 태양, 당해 행위 과정에서 행위자 및 시청자의 각 역할 내지 당해 행위에 대한 지배의 정도, 당해 행위의 구체적 내용, 당해 행위의 결과로 행위자가 얻을 이익 등을 고려하여 이러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사실상 독자적인 방송사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이는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i) 수신설비 등의 관리 형태, ii) 영업행위(대가), iii) 방송신호의 변경, iv) 방송법 제78조의 해석에 따라 지상파재송신행위가 수신보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우선, 아파트의 공동수신설비와 달리, 피고들은 수신료 징수 등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에서 독자적으로 안테나 등 관련 설비를 갖추고 독자적으로 관리하면서 지상파 방송을 수신한 후 이를 가입자에게 재송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가입자는 피고들이 제공하는 채널과 서비스에 대한 이용 여부만을 소극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뿐 적극적으로 수신설비의 설치 및 관리 방법 등을 결정할 수 없다. 또한, 피고들은 가입자에게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각종 방송채널을 제공하는 대가로 유선방송 상품 종류에 따라 월 4,000원부터 33,000원 사이에서 책정된 이용료를 지급받고 있으며, 이러한 이용료는 수신설비의 관리 및 유지 비용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있으며, 피고들이 수신설비 관리 및 유지에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을 초과하는 이용료를 가입자로부터 지급받고 있다. 이에 덧붙여 피고들은 지상파 방송을 송신된 상태 그대로 가입자에게 재송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파수를 변경하거나 지상파 방송에 가상 채널을 부여하여 다수의 유선방송 전용 채널과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제공하기 위한 목적에서 그 방송신호를 가공하고 있으며, 특히 피고들 중 어느 회사는 원고들이 8VSB(8-level Vestigial Sideband) 방식으로 송출하는 이 사건 방송 신호를 수신한 후 피고들의 디지털방송 표준방식인 QAM(Quadrature Amplitude Modulation) 방식으로 변조한 후 이를 송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고들은 실질적으로 위 시설을 이용한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을 통해 가입자로부터 시청료를 받는 영업을 하면서, 방송신호의 기본 특성을 유지한 채 수신자에게 전송하는 행위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송신호의 변경이 현재의 마을 공시청 설비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허용되는 수신보조행위가 무엇인가 하는 점까지 판단의 전제로 진지하게 고려되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여지를 남긴다. 무엇보다도, 방송법 제78조 규정의 조화롭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피고들의 지상파 재송신행위를 수신보조행위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 방송법 제78조는 피고들과 같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지상파방송 중 특정 공영방송(KBS1, EBS)을 동시재송신하도록 하면서(제1항), 이 경우 저작권법 제85조의 동시중계방송권에 관한 규정은 적용하지 아니하도록 하고 있는바(제3항), 이는 의무적인 동시재송신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지상파 방송에 대하여는 원고들이 여전히 저작권법상 동시중계방송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당초 동시중계방송권에 대한 제한규정을 두지 않았던 유선방송수신관리법 등 각종 관련법령의 연혁상 위 제78조 제3항의 규정이 방송권역 외 동시재송신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방송법 제78조 제3항은 의무재송신 규정이 마련됨과 동시에 등장한 것이며, 방송법 제78조 제1항 단서에서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구역안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등의 방송구역이 포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나. 지상파 재송신 행위에 대한 묵시적 합의 여부 난시청 해소 및 지상파방송의 품질 확보 등의 목적의 1961. 8. 24. 유선방송수신관리법 및 1991. 12. 31.종합유선방송법에 의한 각 사업자들이 가입자에게 지상파방송을 동시재송신해 온 사실, 디지털방송 전환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하여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총 4기에 걸쳐 구성된 디지털추진위원회의 협의 과정에서 정부 및 지상파방송사업자측이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요구하여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지상파방송사업자측의 요구 방식인 8VSB 방식에 따른 전송망 설비 투자를 한 사실 등의 사실을 두고 양 당사자들 사이에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묵시적인 합의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자문기관인 디지털추진위원회의 협의 내용을 원고들과 피고들 간의 법적 구속력 있는 논의라고 할 수 없고, 원고가 장래의 권리까지 포기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위와 같이 원고들이 2008. 7.경부터 명시적으로 피고들에게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 중단을 요구하였다는 이유로 양 당사자들 사이의 묵시적인 합의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들이 재송신 중단을 요구하기 전까지 재송신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기본 전제로 채널번호의 요청 및 현황 조사를 했다는 정황을 종합한다면 묵시적 합의를 인정할 여지도 다분하다. 특히, 원고들이 주축이 된 한국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회는 2010. 4. 28. 아날로그 방송의 종료로 인한 디지털 전환과 관련하여 "유료방송(케이블·위성·IPTV) 가입자는 지상파 TV 디지털 전환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존 상품을 유지하더라도 TV를 시청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라는 광고를 한 사실 등은 묵시적인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 대상판결은 피고들의 민법상 실효의 원칙 및 권리남용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① 원고들이 상당 기간 동안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재송신 행위를 문제 삼지 않은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이 장래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일체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수 없다. ② 피고의 행위는 저작권법 및 민법상 위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③ 피고들의 재송신행위로 인하여 그 사용료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된다. ④ 원고들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아닌 위성방송사업자, IPTV사업자로부터 일정한 사용료를 받고 지상파방송의 동시재송신을 허가해왔는데,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부터는 동시재송신에 대한 아무런 대가를 징수하지 않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계약조건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거나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라는 근거를 바탕으로 원고들의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시는 피고들의 재송신 행위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지상파 방송을 용이하게 시청할 수 있게 되는 긍정적 효과 및 피고의 재송신행위로 인하여 지상파방송사업자에게 사용료 상당의 손해가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재송신을 통하여 유선방송 전용 채널의 매출이나 광고시장 점유율이 상승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지상파방송의 매출 등이 하락하는 부정적 효과보다는 재송신행위를 통하여 지상파방송의 수신 범위가 더욱 확대됨에 따라 사실상 지상파방송사업자의 광고효과가 더 배가되는 측면이 중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원고들이 그 동안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을 상대로 지상파 방송에 특정 채널번호를 부여해달라거나, 지상파방송 수신 장애 및 품질을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동시재송신 현황을 조사하였다는 정황을 고려할 때, 원고들에게는 금반언의 원칙의 적용 여부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필요가 있던 것이다. 5. 결론 본건 지상파 재송신에 있어, 피고들의 독자적인 수신설비 관리, 그로 인한 대가의 취득 등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지상파재송신행위는 사실상 독자적인 방송사업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현행 방송법 제78조 등 관련 조항들의 조화로운 해석까지 고려한다면, 피고들의 지상파재송신행위가 수신보조행위가 아니라는 취지의 대상판결의 저작권법 관련 판시 부분은 수신보조행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동시중계방송권은 저작권법에서 그 권리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방송법에서 의무적인 동시재전송하여야 할 지상파 방송을 규정하고 있다 하여, 입법자가 방송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는 지상파 방송에 대하여 동시중계방송권을 다시 인정한다는 해석론은 의문이 간다. 특히 현행 방송법 규정은 연혁적으로 1991. 12. 31. 법률 제4494호로 유선방송관리법을 개정하고 종합유선방송법을 제정할 당시 처음으로 입법이 된 것인데, 당시 유선방송관리법상 독자적인 수신설비 관리, 그로 인한 대가의 취득이 인정되는 중계유선방송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도 없었으므로, 이러한 입법연혁에 대한 고찰이 무시된 측면이 있다. 나아가, 무료재송신에 대한 합의 여부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디지털방송전환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정황 및 지상파방송에게 방송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오늘날의 방송 환경에 감안해 볼 때, 대상 판결은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실질적인 공평성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보수적, 소극적이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지상파 재송신의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지상파방송사업자들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 사이의 본건 분쟁은 저작권법 또는 민법상의 법리에 의하여 일도양단식으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 통신이 우리에게 미치는 사회적 파급효과 및 시청자들의 권익, 복지를 고려하면, 법률적인 시시비비보다는 정책적, 입법적인 접근 방식이 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상 판결의 선고 이후에 아직도 해소되지 아니한 양 당사자 사이의 대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적인 결단이나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의 적절한 조정을 통하여 보다 건설적인 차원에서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0-10-25
인라인 링크(Inline Link)와 전시권 침해
I. 들어가기 인터넷에서 하이퍼링크(hyperlink) 또는 링크(link)란 연결시키고자 하는 문서의 웹 위치 정보 내지 경로를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링크가 설정된 문구를 하이퍼텍스트(hypertext)라고 하는데, 하이퍼텍스트를 클릭(click)함으로써 사용자는 자동적으로 링크된 문서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링크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인라인 링크' 방식은 현재의 웹사이트에서 링크를 열면 다른 웹사이트의 정보(주로 이미지)가 현재의 웹사이트의 부분인 것처럼 나타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라인 링크 방식에 의하여 유입되는 정보들이 현재의 웹사이트의 화면 내의 독립된 프레임에 나타나도록 하는 것을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한다. 인라인 링크를 포함하여 인터넷에서의 링크가 계속하여 문제된 이유는 저작권자가 아닌 제3자가 타인으로 하여금 저작물을 보고, 듣고, 읽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링크는 웹사이트의 서버에 저장된 저작물의 인터넷 주소(URL)를 복사하여 사용자가 이를 자신의 블로그 게시물 등에 붙여두고 여기를 클릭하면 위 웹사이트 서버에 저장된 저작물을 직접 보거나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써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저작물의 웹 위치 정보 내지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링크에서는 유형물에 고정되는 '복제'가 일어나지 않으며 전송의 의뢰가 있을 뿐이지 '전송'에 해당하는 행위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상의 저작물에 링크를 하더라도 저작권자의 복제권과 전송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대법원 2009. 11.26. 선고 2008다77405 판결). 그런데 인라인 링크와 관련하여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었다. 인라인 링크를 이용하면 현재의 웹사이트에 링크된 웹사이트가 구현되고,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링크로 구현된 웹사이트가 마치 현재의 웹사이트의 일부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에서 인라인 링크가 '전시'에 해당하지 않는가 논란이 있다. II. 인라인 링크에 관련한 국내외 판례들 1. 국내 판례(대법원 2010. 3.11. 선고 2009다4343) 가. 사건의 개요 피고는 온라인서비스제공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인터넷포털사이트를 운용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피고의 웹사이트가 아닌 다른 일반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미지를 검색로봇과 같은 이미지 수집프로그램을 통해 수집하여 이를 가로 약 3cm, 세로 약 2.5cm 크기의 이미지(썸네일)로 변환한 후 그 썸네일 이미지와 원본 이미지가 저장된 인터넷 주소를 서버에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피고 웹사이트의 화면 창(window)을 상·하단으로 나눈 다음, 상단에는 검색결과에 해당하는 썸네일 이미지목록과 원래의 이미지가 게시된 웹사이트에 대한 인터넷 주소 등의 정보를, 하단에는 사용자가 선택(click)한 썸네일 이미지의 원래 이미지가 저장된 인터넷 주소에 연결(link)하여 원래의 웹페이지의 모습을 각 보여주며 위 화면의 상단과 하단 사이에 "본 이미지 원본은 하단의 사이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하였다. 원고는 사진작가로서 자연풍경을 위주로 작품활동을 하여 오던 중 자신이 창작적으로 촬영한 사진작품을 게시하고 임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자신의 사진작품들을 게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고의 사진들이 피고의 위 검색서비스를 통해 검색될 수 있는 상태에 놓여져 검색결과의 하단에 원고의 원본사진이 나타났고 이에 원고는 자신의 복제권, 전송권, 전시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여러 가지 논점에 대하여 판시하였지만 본 주제와 관련한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른바 인터넷 링크에 의하여 이미지를 보여 주는 방법에는 웹브라우저에서 인터넷 사용자를 특정 웹페이지로 이동시켜 주는 방식 외에, 동일 서버 또는 다른 서버에 있는 이미지를 링크를 제공하는 웹페이지의 특정한 위치에 특정한 크기로 나타나도록 하는 방식으로도 구현할 수 있으며, 후자의 방식에 의할 경우에는 웹브라우저의 주소창에 표시된 웹사이트의 주소가 변하지 않은 채 링크된 다른 웹사이트의 이미지 등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바… (중략) 외부이미지 221점의 원래의 이미지 또는 이를 축소, 변환한 상세보기 이미지를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서버 등의 유형물에 저장하였음을 전제로 그 복제권, 전송권 및 전시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미국판례 가. Kelly v. Arriba Soft Corp., 336 F.3d 811 (9th Cir. 2003)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저작물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있었다. 피고의 크롤러(crawler; 인터넷상의 웹문서를 추적하는 수집기)는 위와 같이 게시된 원고의 사진을 수집하여 피고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후 저해상도의 썸네일(thumbnail) 이미지로 변환한 뒤에 전체크기의 사진을 삭제하였다. 이러한 썸네일에는 인라인 링크가 설정되어서 이를 클릭하면 원고의 웹사이트에 저장된 전체크기의 사진이 피고의 웹사이트의 프레임 안에서 구현되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자신의 저작물을 복제, 전송, 전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썸네일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원고의 저작물이 복제되기는 하였지만 이러한 복제는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의 정당한 사용(fair use)에 해당하므로 복제권이 침해된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참고로 대법원 2006. 2.9. 선고 2005도7793 판결에서도 검색사이트에서 썸네일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은 검색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미지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는 것이므로 정당한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 사건의 재판부는 전시(display)의 개념에는 전자적 방법으로 이미지를 전송하는 것도 포함되므로 피고의 인라인 링크는 원고의 전시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덧붙여 재판부는 통상 웹사이트의 게시판에서 발생하는 저작권침해에 대하여 웹사이트의 운영자가 적극적인 관여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지만 이 사건에서의 피고는 적극적으로 이미지를 전시하는 데 참여하였으므로 원고의 전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전체크기의 사진을 전시하게 되면 사용자는 굳이 원고의 웹사이트를 방문할 필요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익이 침해되고 결국 피고의 행위는 정당한 사용(fair use)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보았다. 나. Perfect 10, Inc. v. Amazon. com, Inc., 487 F.3d 701 (9th Cir. 2007) 구글의 이미지 검색서비스를 이용하여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결과가 이미지로 나타나는데, 화면의 상단에는 썸네일 이미지가 나타나고 화면의 하단에는 전체크기의 이미지가 나타났다. 화면의 하단에 전체크기의 이미지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구글의 서버에 전체크기의 이미지가 저장된 것은 아니며 인라인 링크를 통하여 작동된 것이다. Pefect 10은 웹사이트를 통하여 누드사진을 서비스하는 회사로서 사진의 일부가 불법으로 복제되어 다른 웹사이트에 게시되었고, 구글의 이미지 검색서비스가 위와 같이 불법복제된 사진을 인라인 링크하여 검색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에 Perfect 10은 구글 그리고 구글과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아마존을 상대로 하여 자신의 전송권과 배포권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면서 침해정지가처분신청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서버기준(server test)'의 접근방식을 취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는데, 이 사건의 원심은 전자적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하여 이를 직접 사용자에게 서비스(즉, 물리적으로 0과 1로 된 정보를 사용자의 브라우저에 전송하는 것)하는 것이 전시에 해당하므로 반대로 전자적 정보를 저장하여 사용자에게 서비스하지 않는다면 전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하여 이 사건의 원심은 구글이 사진의 이미지를 컴퓨터에 저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송할 '유형물에 고정된 사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따라서 전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는데 이러한 결론은 항소심에서 지지되었다. 덧붙여 인라인 링크는 사용자의 브라우저가 전체크기의 사진이 저장된 웹사이트로 이동하도록 하는 지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복제물을 보여주는 행위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 사건 재판부는 인라인 링크와 프레이밍이 사용자로 하여금 구글의 웹사이트를 보고 있다고 믿게 만들 수 있지만 상표법과 달리 저작권법은 소비자를 혼동시키는 행위를 금지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행위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Ⅲ. 우리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웹사이트에 링크를 설정하는 행위가 복제 또는 전송이 아니란 점에 대하여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인라인 링크 이외의 링크가 전시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왜 유독 인라인 링크에 대하여만 전시권이 문제가 되고 있을까? 그것은 링크된 웹페이지가 현재의 웹사이트의 프레임 안에 나타나기 때문에 현재의 웹사이트가 링크된 웹사이트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에서는 전시를 '저작물의 복제물을 직접 보여주거나 필름, 슬라이드, 텔레비전 이미지 기타 다른 기계 또는 절차에 의하여 저작물의 복제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조에서는 '저작물을 공중에게 실연 또는 전시한다'는 의미에 '저작물의 실연 또는 전시를 공중에게 송신(transmit)하는 행위'를 포함시키고, 송신을 '이미지 또는 음향이 발송되는 장소 이외의 장소에서 수신되도록 하는 장치 또는 절차에 의하여 저작물의 실연 또는 전시를 전달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디지털 송신'을 '디지털 기타 아날로그 이외의 형태로 전부 또는 일부의 송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하는 것도 전시에 해당하므로 인라인 링크가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하는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전시권침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Perfect 10, Inc. v. Amazon.com, Inc., 사건에서는 인라인 링크는 지시에 불과하지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전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우리 저작권법 제19조에서는 저작권자의 전시권을 보호하고 있지만 '전시'의 정의를 두고 있지 않다. 저작권법의 전체적인 해석상 전시는 '미술저작물, 건축저작물, 사진저작물의 원작품이나 복제물 등의 유형물을 일반인이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도록 진열하거나 게시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대법원 2010. 3.11. 선고 2009다4343). 그런데 저작권법 제2조 제10호에서는 '전송'을 '공중송신 중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여 미국 저작권법상 송신과 달리 전송의 개념에 전시를 포함시키고 있지 않다. 따라서 미국 저작권법과 달리 우리 저작권법에 따라서 인라인 링크가 전시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인라인 링크가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왜냐면 설령 인라인 링크가 전자적 방식으로 이미지를 송신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저작권법상 전송권의 침해가 될 뿐이지 전시권의 침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대법원이 미국 판례가 인정한 '서버기준'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인라인 링크에 의해서는 서버 등에 유형물이 저장되지 아니하므로 전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는 바, 이러한 판단은 전송권과 전시권을 혼동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견으로는 우리 저작권법에서는 전시를 유형물의 '진열'과 '게시'로 보고 있는데 이는 적극적으로 유형물을 보여주는 행위와 이렇게 보여주는 행위가 어느 정도 시간적으로 지속되는 것을 요소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라인 링크를 위 두 가지 요소에 적용하여 보면, 인라인 링크도 다른 링크와 마찬가지로 특정 웹사이트의 위치 정보 내지 경로란 점에서는 원본이나 복제물을 '진열'하거나 '게시'하는 적극적인 행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시간적 지속성도 없으므로 전시라고 볼 수 없다. 만일 인라인 링크를 통하여 나타난 결과 화면을 공중이 볼 수 있도록 '진열' 또는 '게시'한다면 전시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러한 결론은 인라인 링크만이 아니라 다른 링크에서도 동일하다. 그렇다면 대법원으로서는 인라인 링크에 의하여 유형물이 서버 등에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전시권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판시할 것이 아니라 Perfect 10, Inc. v. Amazon.com, Inc., 사건에서 부차적으로 지적한 바와 같이 인라인 링크는 사용자의 브라우저가 전체크기의 사진이 저장된 웹사이트로 이동하도록 하는 지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복제물을 보여주는 행위, 즉 '진열' 또는 '게시'가 없으므로 전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야 한다고 본다. 참고로 전시권은 저작권 귀속의 오인 또는 혼동을 방지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므로 인라인 링크가 일으키는 저작권 귀속의 혼동에 관한 문제는 성명표시권 또는 기타 관련 법이 해결할 문제라고 본다.
2010-07-08
등록무효심결 확정된 선등록상표도 비교대상 상표로 될 수 있다는 상표법 조항의 위헌성
1. 사안의 개요 청구인은 전기침대 등을 제작하는 회사로서, 1987.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는데, 청구외 박○○이 1998.경 '장수'와 유사한 상표를 출원·등록하였으며, 그 후 청구인은 다시 2001.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다. 청구인은 위 박○○의 상표에 대하여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2004. 7.23. 무효심결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한편 이해관계인 이○○은 2006.경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가 소멸등록된 박○○의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여 역시 무효심결이 내려졌다. 이에 청구인은 특허법원에 위 무효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상표법 제7조 제3항 본문 중 괄호부분{"제1항 제7호 및 제8호의 규정은 상표등록출원시에 이에 해당하는 것(타인의 등록상표가 제7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에 대하여 이를 적용한다"에서 괄호부분 중 제7호에 관한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헌재는 2009. 4.30. 위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하였다. 2. 결정의 요지 우선, 상표등록출원의 경우 특허청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과 관계없이 후출원상표의 출원시에 이와 동일 또는 유사한 타인의 선등록상표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되어 소멸한 뒤 곧바로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허용한다면 소비자에게 상표에 대한 오인·혼동을 줄 우려가 있으나, 이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8호 등에 의하여 해소되고 있으므로 상표등록출원시에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하여 상표등록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다음, 등록무효심판의 경우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 확정시 이미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가 공존하고 있었으므로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한다는 입법목적에 기여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무효의 소급효'에 배치되어 전체 상표법 체계에 혼란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후출원자는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된 이후에도 이미 상표등록을 마친 후등록상표가 무효로 됨으로써, 정당한 이유 없이 재산권인 상표권과 당해 상표를 이용하여 직업을 수행할 자유를 침해받게 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는 반면, 정당한 후출원상표권자의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이에 대해서는 재판관 이공현의 합헌취지의 반대의견이 있다). 3. 평석 가. 문제의 제기 어느 상표의 출원시에는 동일·유사한 선등록상표(비교대상상표, 인용상표)가 존재하고 있었으나 출원 후에 그 비교대상상표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었을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할 것인가 여부는 거의 20여년 전부터 대법원과 특허청의 입장이 대립되던 문제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 대법원은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시(대법원 1991. 3.22. 선고 90후281 판결)한 이래 판례로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으나, 특허청은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경우 심사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 불합리하다는 이유 등으로 계속 등록거절심결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특허청은 1997. 8.22.자 상표법개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괄호부분을 추가함으로써 입법적으로 그 입장을 관철하였고, 대법원은 개정된 법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다만, 그 제한적 해석은 특허법원 2005. 8.18. 선고 2004허8787 판결 참조). 그런데 대상결정에 따라 위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었고, 대상결정에서 헌재는 결과적으로는 대법원의 기존입장을 지지한 셈이 되었지만, 표면적인 초점은 다소 상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 이 사건의 쟁점 (1) 제한되는 기본권 우선 이 사건 결정에서는 상표권이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 보고 이를 제한되는 기본권으로 제시하고 있는 바 이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상표권의 헌법적 보호근거에 대하여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만 할 뿐 헌법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은 일견 헌재가 특허권 등에 관해서는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명시하고 있는 점(헌재 2002. 4.25. 2001헌마200 결정 등)과 비교할 때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타당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헌법 특유의 제22조 제2항의 체계적 지위에서 볼 때, 제22조 제2항은 저작권 등 창작법에 속하는 권리보호에 관하여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상표권 등 표지법의 영역에 속하는 권리들은 제23조에 의하여만 보장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러하다. 다음 제한되는 기본권으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선택된 직업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현실적인 활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본다면 제품조달 그리고 영업라인 조직, 마케팅 등이 이러한 범위에 속한다 할 것이고 여기에 상표법상 상표의 정의를 대조하여 보면, 청구인과 같은 상품의 생산·판매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원하는 상표로 등록하여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 역시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위헌심사기준 우선 재산권으로서의 상표권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면, 어떤 요건을 갖춘 경우에 어떤 절차를 거쳐야 상표권으로 보호하여 줄 것인지에 관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여지가 인정되므로 상표권의 발생에 관하여 등록주의와 사용주의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부등록 사유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록요건 구비 여부의 판단시점에 관하여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입법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건대, 헌재는 직업의 자유의 제한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경우 인격발현에 대한 침해의 효과가 일반적으로 직업선택 그 자체에 대한 제한에 비하여 작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한은 보다 폭넓게 허용된다고 보아 다소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왔다(헌재 2009. 9.24. 2006헌마1264 결정). 그러므로 대상결정에서는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모두에 대해서는 일단 완화된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상결정 이유를 보면 그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후술하는 바와 같이 재산권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직업수행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거나 과도하게 무거운 제재를 하는 등의 제한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는 점에서 위헌성의 구체적 논증이 필요하다고 보임에도 이를 생략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3) 재산권 침해 여부 (가) 우선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의 입법목적에 관해서는 비교법적으로 선등록상표권자의 권리를 보호(사익보호) 규정이라는 입장(영미, 독일, 프랑스)이 강하지만, 우리나라 및 일본의 경우 종래의 출처혼동으로 인한 부정경쟁 방지(공익보호) 규정으로 취급하여 왔다. 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입법목적을 보면 사익보호라는 측면은 아예 제외될 것이고, 그 목적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은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입법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소급효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면서까지 후출원상표를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한 합헌설의 근본적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고 보인다. (나) 상표등록출원의 경우에는 대상결정 이유에서 밝힌 바와 같이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등록무효심판의 경우는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즉,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이 확정되면 그 상표등록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므로, 무효심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등록상표가 존재하고 있었던 객관적인 사실과 그로 인하여 일반소비자들의 상품출처의 오인·혼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함에 이론이 없을 것이나,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역할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법정의견은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이미 발생한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할 수는 없다는 점을,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소급효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선등록상표의 무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또다시 출원하는 일이 빈발할 것이므로 장래 소비자의 오인·혼동이 유발될 상황이 보다 많이 예측된다는 점을 각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정의견은 선등록상표권자의 보호라는 목적은 물론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목적에조차 전혀 기여가 없으면서 후출원자의 상표권만 제한한다는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강조하고 있는 바,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 도입 전의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서는 상표등록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소급효에만 집착한 나머지, 상표등록무효의 소급효가 타인의 상표사용가능성에만 적용되지 상표등록가능성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님에도 이러한 차이점을 간과한, 상표법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달로, '상표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상표의 사용가능성과 등록가능성', 판례월보 329, 330호)이 있었음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 견해는 상표등록무효는 일반 법률행위의 무효와는 다른 특징을 갖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제7호를 굳이 예외적으로 '출원시'로 규정한 취지(참고로 일본은 '등록시'이다)는 어떤 상표의 출원시 인용상표가 존재하면, 사후적으로 인용상표가 소멸되는 등 권리변동이 생겨도 이와 무관하게 최종적으로 심결함으로써 심사의 법적안정성과 심사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바 그런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포함한 제7조 제3항 자체의 입법목적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견해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관한 과거 대법원 판례도 결국은 소급효 자체만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소급효를 통하여 후출원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뒤집을 상표법의 기본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논증이 없으며, 종국적으로 등록무효심판의 기준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는 상표법에 관한 입법정책일 뿐인 점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대상결정은 그 입법목적에 관련하여 후출원상표보호를 재산권적 측면에서 검토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제한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한 점에서 논의의 시각이 보다 근본적이라고 할 것이다. (다) 또한, 법정의견은 '상표등록 심사업무의 효율성과 편의성이 제고'만으로는 상표권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소비자의 오인·혼동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달성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문이고, 나아가 특허청의 입장 뿐 아니라 후출원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표등록관계의 안정성이 제고되는 점 역시 가볍게 배척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인정하다고 하더라도, 향후 남게 될 상표심사업무 내지 상표등록관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상표법 제85조 등이 정한 재심관련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선등록상표를 무효화시킨 후 1년이 경과하면 다시 당해상표를 등록할 수 있다는 조항과의 관련성은 어떤지 등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4. 대상결정의 의의 헌재가 설립된 이래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결정례는 매우 소수인데, 특히 위헌으로 결정된 것은 본건이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대상결정은 과거부터 이론적·실무적으로 논란이 컸던 부분을 입법적으로 해결한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으로써 과거 대법원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의미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결정은 향후 지적재산권법 관련 입법시에 고려하여야 할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단순히 상표법의 세부적인 특징이나 상표심사실무상의 편의성(반대의견을 통하여 특허청 실무의 입장도 상당부분 현출된바 있다) 등에만 촛점을 둘 것이 아니라 헌법상의 적정한 정보질서, 재산권보장 등의 시각에 서 사전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자, 그러한 논의의 필요성이 실무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례라고 볼 것이다.
2010-01-25
게임저작물의 저작권침해판단방법과 판단기준
1. 사건의 개요(사실관계) 위 사건은, 원고인 일본굴지의 게임개발사인 코나미사가 1994년도에 플레이스테이션2 용 게임으로 실황파워풀프로야구(이하 ‘실황야구’라 함)를 개발을 하였고, 코나미사가 위 야구게임소프트웨어의 저작권자인데, 위 실황야구게임은 야구를 소재로 하여 사람의 모습을 귀엽고 친근감있게 단순화하여 개발을 한 게임이다. 한편 피고인 네오플은 2005년 5월경 신야구라는 게임을 개발하여 이를 게임개발 및 퍼블리싱회사인 한빛소프트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게임을 제공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회사의 위 신야구게임이 원고회사의 게임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원고게임의 저작권 및 원고게임의 게임캐릭터의 저작권 및 2차적 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게임의 이용중지 및 게임배포중지 및 관련 프로그램의 삭제를 주장하며 피고에게 저작권침해금지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위 사건의 제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가합76758 사건에서 원고는 패소를 하였고 원고가 항소를 하여 원심판결에 불복하고 다투었으나 위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6나72392판결)에서도 역시 원고 코나미사는 패소를 하였다. 위 판결은 다소 생소한 온라인게임이나 게임관련 저작권침해판단에 대한 일응의 선례 및 기준을 제시하여 주는 판결이므로 그 판결의 의미와 내용을 설명하고 분석해 보았다. 2. 연구대상판결의 요지 가. 캐릭터 및 게임캐릭터의 개념 캐릭터란 만화, 텔레비전, 영화, 신문, 잡지, 소설, 연극 등 대중이 접하는 매체를 통하여 등장하는 인물, 동물, 물건의 특징, 성격, 생김새, 명칭, 도안, 특이한 동작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작가나 배우가 부여한 특수한 성격을 묘사한 인물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상품이나 서비스, 영업에 수반하여 고객흡인력 또는 광고효과라는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을 말하고, 캐릭터가 상품 등에 이용되는 목적은 대중매체를 통하여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진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광고 선전력, 주의환기력, 고객흡인력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여부와 인정요건 이 사건 원고의 실황야구 캐릭터는 이 사건 실황야구라는 저작물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이와 별도로 실황야구 캐릭터의 상품화과정을 거쳐 독자적인 저작물성을 인정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독자적인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캐릭터로 볼 수 없다. 또한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규정을 하고 있는데, 이 창작물이란 표현 그 자체를 가리킨다는 것이 일반적인데, 캐릭터라는 것은 일정한 이름, 용모, 역할 등의 특징을 가진 등장인물이 반복적으로 묘사됨으로써, 각각의 표현을 떠나서 일반의 머릿속에 형성된 일종의 이미지로서 표현과는 대비된다. 즉 캐릭터란 그 개개장면의 구체적 표현으로부터 승화된 등장인물의 특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지 구체적인 표현은 아니며, 결국 그 자체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실황야구자체가 등장하는 실황야구 자체를 영상저작물로 보호하는 것으로 족하고, 별도로 실황야구 캐릭터자체를 독립적인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다. 2차적 저작물 인정원칙 제3자가 이 사건 실황야구 캐릭터를 표절을 하였다면 그것이 사회통념상 실질적인 개변을 가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개변을 한 것에 불과하면 복제권의 침해에 해당할 것이고, 사소한 개변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개변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유사성의 범위내에 있다면, 이는 허락없이 원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을 만들어 낸 것으로 원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규율을 할 수 있으나, 만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다면 2차적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라. 게임 및 게임캐릭터의 유사성판단의 원칙(게임저작물에서의 실질적유사성판단) 저작물의 무단 복제에 의한 저작권침해를 인정을 할 수 있으려면 침해자가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을 하였을 것과 실질적 유사성을 요하는 바,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의 여부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실질적인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저작권은 아이디어 등을 말, 문자, 음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보호대상으로 할 뿐, 표현의 내용이 된 아이디어나 그 기초 이론등은 그것이 아무리 독창적이라 하더라도 보호대상으로 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도 창작성이 인정이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 역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인 바,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그 저작자 나름대로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 특성이 부여되어 있으며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를 의미한다 할 것이다. 게임 및 캐릭터의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정은 창작성이나 캐릭터의 개발정도 및 다양한 표현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가 달라진다. 즉 캐릭터의 창작성이나 개발정도가 클수록, 다양한 표현가능성이 클수록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는 넓어지게 된다. 이러한 일반적인 판단기준하에 전체적인 대비를 통하여 전체적인 관념과 느낌이 유사한 지, 그렇다면 어떠한 요소로 인하여 유사성이 발생하였는지를 확정하고, 다음단계로 그 유사성 요소중 표현요소가 무엇인지를 확정하여 대비하는 작업이 필요한 바, 이는 사건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3. 연구대상판결의 의미와 검토 가. 캐릭터 및 게임캐릭터의 개념 이 사건 판결에서는 캐릭터를 일종의 관념적 이미지 및 추상적 개념이라고만 표현하고 규정을 하였지만 게임 및 만화의 캐릭터는 추상적이미지로의 기능도 있지만 구체적인 표현으로서의 기능 및 역할도 있는 부분을 간과한 것이 아닌지 사료된다. 또한 캐릭터의 개념에 대하여 “만화, 텔레비전, 영화, 신문, 잡지 등 대중이 접하는 매체를 통하여 등장하는 가공적인 또는 실재하는 인물, 동물 등의 형상과 명칭을 뜻하는 이른바 캐릭터(character)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고객흡인력(顧客吸引力) 때문에 이를 상품에 이용하는 상품화(이른바 캐릭터 머천다이징, character merchandising)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라는 이전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6. 9. 6. 선고 96도139 판결)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위 대법원 판례와 같은 맥락에서 캐릭터의 특징과 개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쉬운 것은 캐릭터라는 개념도 만화, 티비, 영화, 오락프로, 연극, 애니메이션, 게임등에서 사용되는 매체나 저작물에 따라서 그 특징 및 개념에 달라질 수 있고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이번 사건에서는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수성이나 게임캐릭터의 특징이나 특수성에 대하여는 심도깊게 다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나.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 여부와 인정요건 이 사건 판례는 캐릭터는 그 캐릭터가 상품화라는 과정을 거쳐서 독자적인 저작물성을 인정받지 아니한 이상 독자적인 저작물성을 인정을 하여 줄 수는 없다고 판시를 하였다. 위 판시 부분 역시 “캐릭터가 상품화되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에 규정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가 되기 위하여는 캐릭터 자체가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캐릭터에 대한 상품화 사업이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선전, 광고 및 품질관리 등으로 그 캐릭터가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의 상품표지이거나 위 상품화권자와 그로부터 상품화 계약에 따라 캐릭터사용허락을 받은 사용권자 및 재사용권자 등 그 캐릭터에 관한 상품화 사업을 영위하는 집단(group)의 상품표지로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을 것을 요한다” 다는 이전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6. 9. 6. 선고 96도139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드시 상품화가 되지는 않았더라도 게임캐릭터가 게임저작물과 독립하여 그 캐릭터만으로도 고객이나 일반인들 또는 해당 게임을 하지 아니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대중적으로 인식이 되었다면 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을 인정을 하여 줄 필요성도 있지 않을까. 다. 게임 및 게임캐릭터의 유사성판단의 원칙(게임저작물에서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 이번 판결에서는 게임저작물의 유사성판단 및 저작권침해시에도 실질적 유사성이라는 일반 저작물의 침해여부 판단기준을 그대로 사용을 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게임의 경우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기준에 대하여 “게임 및 캐릭터의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정은 창작성이나 캐릭터의 개발정도 및 다양한 표현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가 달라진다. 즉 캐릭터의 창작성이나 개발정도가 클수록, 다양한 표현가능성이 클수록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범위는 넓어지게 된다”고 판시를 하였는 바, 이는 게임저작물의 특성을 합리적으로 잘 판단하고 일응 합당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즉 이번 사건과 같이 야구나 축구, 골프, 농구 등 스포츠를 표현한 게임들은 그 표현가능성의 다양성이 적은 바, 아무래도 저작권침해를 인정받고 입증하기가 곤란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스포츠나 특정한 현실의 생활상을 그대로 표현한 게임이 아닌 경우에는 아무래도 표현의 창의성이나 기타 표현가능성이 다양하고 많으므로 게임의 유사성을 인정받기가 용이할 것이다. 마. 게임저작물의 침해판단시 고려요소 현재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게임간의 저작권침해를 판단한 판결이나 경우가 적다. 이전에 건바운드와 포트리스라는 게임의 유사성여부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처분사건에 있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게임저작물에 대한 사건이나 분쟁은 매우 적어서 게임저작물의 저작권침해에 대한 판단기준을 판시한 판례는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게임저작물은 크게 게임프로그램적인 부분과 게임화면으로 구성이 되는데 이는 각각 원칙적으로 분리하여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한편 게임화면(진행화면)부분도 게임영상, 게임캐릭터, 게임배경, 게임조작법, 게임의 전체구성, 진행방식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저작권침해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며 이에 더하여 게임의 종류 및 표현의 다양성여부, 게임플랫폼(아케이드, 온라인, 모바일, 콘솔, 휴대용게임)의 특성도 고려하여 종합적, 구체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4. 결 론 이번 판례는 게임저작물 및 게임캐릭터의 저작권침해여부와 관련하여 단초를 열어주고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게임저작물관련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이 되는 바 게임저작물의 특성을 인식하고 그 저작권 침해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좀 더 구체적, 합리적이고 게임저작물의 특성을 반영한 세부적인 판단기준을 제시, 연구하고 확립하여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2007-10-11
1
2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