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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소송에서 법해석에 관한 행정존중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5490 판결 1. 대상판결의 판시 ‘환경오염 발생 우려’와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 경우 행정청의 당초 예측이나 평가와 일부 다른 내용의 감정의견이 제시되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쉽게 행정청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2. 대상판결의 평석 가. 행정존중의 필요성 법치주의 하에서 행정에 대한 사법통제가 이루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행정청도 법률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법해석을 하게 되고, 법률을 해석, 적용한다는 점에서는 행정이나 사법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행정청의 법해석, 적용에 대하여 법원이 사법심사를 하는 것은 행정의 적법성을 담보한다는 취지에서 행정청에 의한 법적용 과정을 신중한 절차를 통하여 한 번 더 검토, 심사하는 데 있는 것이지 오로지 법원만이 법해석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행정소송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박정훈, 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 박영사, 2010, 103, 104면 참조). 뿐만 아니라 오늘날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행정의 활동 범위는 종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지고 그 영향력도 증대됨에 따라 행정이 행정수단을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공익을 실현하는 것을 존중하면서 사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였다. 이에 법원으로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행정청의 법적용 작용을 존중함으로써 행정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도 적법성에 대한 심사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법원은 사법심사의 적절한 수준을 결정하여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사법심사에서 심사강도가 논의되고 있다. 나. 행정존중의 2가지 입장 법원에 의한 행정존중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다음과 같이 2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먼저 행정청의 법해석이 전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 내려진 것이어서, 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 적절히 고려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법원이 행정청의 법해석을 심사할 때 일정한 조건하에서 행정청의 판단이 최종적인 것으로 취급한다는 입장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행정청의 법해석 권한이 당해 사건에서 법원에 우선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행정부와 사법부의 법해석 권한의 분배의 문제에까지 이르게 된다(김은주, 미국 행정법에 있어서 Chevron 판결의 현대적 의의, 공법연구 37집 3호,2009, 315,316,325면 참조). 미국법에서는 법원이 행정청의 법해석을 심사할 때 두 단계의 분석 즉, 법률의 의미가 명확한지 여부를 심사하여 명확한 경우에는 규정의 명확한 의미를 적용하여야 하고, 그 의미가 모호한 경우에는 법원이 행정청의 해석이 불합리한 경우, 임의적 또는 자의적이거나 법규정에 명백히 배치되는 경우에 한하여 법원의 견해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이른바 ‘Chevron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Paul Daly,A Theory of Deference in Administrative Law,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p.18 참조). 다. 행정존중의 근거 행정존중의 근거로는 법률에서 행정기관에 법해석의 권한을 위임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Chevron 판결에서 “의회가 창설한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행정청의 권한은 필수적으로 정책과 공백으로 남겨진 것을 채우는 규칙제정을 암묵적으로 또는 명백하게 의회가 부여하는 것이다. 만일 의회가 명백하게 행정청이 채워야 할 공백을 남겨두었다면 그것은 행정청에게 규정을 통해서 구체적인 법률조항을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분명하게 위임한 것이다. 때때로 구체적인 사안에 관한 행정청에 대한 입법부의 위임은 명백하기보다는 암묵적이다” 라고 판시하여 의회의 명시적, 묵시적 권한위임을 들고 있다(황의관, 미국사법부의 행정청 법률해석에 대한 사법적 존중에 관한 연구, 미국헌법연구 24권 1호, 2013, 409면 참조). 라. 행정존중의 구체적 적용 행정존중은 법률에 따라 재판을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법원이 구체적인 사안에 관련된 법해석에 부여하는 것이므로, 행정존중의 근거는 당해 사안에 적용되는 법률 규정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법률에 의하여 행정청에 최종 법해석 권한이 부여되었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1) 불확정개념 법률에 의한 (법해석) 권한위임의 대표적인 경우로서 법률에서 행정처분의 요건에 관하여 불확정개념으로 규정하고 하위 법규정에서 행정기관에 그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대상판결의 사안도 이 경우에 속한다. (2) 행정청의 전문성 명시적으로 처분요건 보충에 관한 권한위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행정존중의 이유가 있는 경우에도 행정청에 법해석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로서 행정청의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를 들 수 있고,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두21120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4두274 판결, 대법원 2000. 10. 27. 선고 99두264 판결 등에서 행정존중의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3) 결과예측의 불확실성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7두46783 판결은 ‘자연환경ㆍ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도 동일한 판시를 하고 있다. (4) 기타 그밖에 영미법에서는 처분과정에 복잡한 이해관계인의 의견제출을 거친 경우 등이 제시되고 있다. 마. 행정존중에 의한 사법 심사기준 (1)불합리성 행정존중이 인정되는 경우에 사법 심사기준으로 ‘불합리성(unreasonableness)’이 사용되고, 불합리성을 구성하는 내용으로 비논리성, 불비례성, 법위반, 차별취급, 설명할 수 없는 정책변경 등을 들고 있다(Paul Daly,전게서 p.143 참조). (2) 현저한 불합리성 대상판결에서는 ‘현저한 불합리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저한 불합리성’이라는 개념은 불합리성이 중대하다는 의미인지 명백하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중대·명백하다는 의미인지 불분명한 점이 있고,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현저하다고 볼 것인지도 알 수 없어 ‘현저한 불합리성’은 객관적 심사기준으로서 곤란한 점이 있다( Paul Daly,전게서 p.175,176 참조). (3) 비례의 원칙 비례의 원칙이란 어떤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그 목적달성에 유효ㆍ적절하고 또한 가능한 한 최소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며 아울러 그 수단의 도입으로 인한 침해가 의도하는 공익을 능가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헌법상의 원칙으로서(대법원 1997. 9. 26 선고 96누10096 판결 참조), 전자를 필요성의 원칙, 후자를 균형성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는 불합리성 심사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불합리성 심사에서는 필요성을 요하지 아니한다. 즉 행정청은 합리적인 해결책의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재량이 허용되는 것이지 최소한의 선택이 요구되지 않는다. 또 균형성에 관한 평가는 법원과 행정청 사이에서 다르게 이루어질 수 있어 법원의 판단으로 행정청의 판단을 갈음하게 될 여지도 있다. 이와 같이 비례의 원칙은 불합리성 심사보다는 훨씬 강화된 심사기준이므로 행정존중이 인정되는 경우에 이를 적용함에는 적절한 고려가 필요하다. 바. 행정존중에 의한 심리방식 대상판결의 원심은 환경오염 발생 우려 여부에 관하여 감정까지 거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반하여 대법원은 신청지의 위치, 환기구, 마을, 저수지의 존재 등 경험칙의 수준에서 피고의 판단이 합리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다른 감정의견만으로 행정청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는 불합리성을 심사기준으로 사용함에 따른 적절한 심리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3. 결론 법원이 수권법률에 의하여 행정청에 의사결정의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 경우에까지 법해석에서 행정청의 의사를 대체하는 것은 재판규범인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심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감정에까지 이른 것은 법원이 유일한 법해석 기관으로서 법해석에 관한 한 얼마든지 행정청의 의사를 번복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상판결은 행정존중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시하고, 나아가 사법 심사기준과 그에 따른 심리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손태호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환경오염
행정존중
감정
손태호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8-05-29
금지금을 이용한 사기사건의 올바른 처리
1. 변칙적인 금지금 거래의 일반적 형태 서울행정법원 2008.8.19. 선고 2006구합39864의 판결문을 인용한다. 가) 부가가치세법 제11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수출하는 재화의 공급에 대하여는 영세율이 적용된다. 그리고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2002. 12. 30. 대통령령 제17827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사업자가 구매확인서에 의하여 공급하는 재화도 '수출하는 재화'에 포함되고, 금지금도 그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에, 금세공업자 등이 수출관련서류를 근거로 외국환은행장으로부터 구매확인서를 발급받아 금지금 도매업자로부터 금지금을 공급받는 경우에도 부가가치세 영세율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으며, 구 조세특례제한법(2002. 12. 11. 법률 제6762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된 것) 제106조의3과 같은 법 시행령(2002. 12. 30. 대통령령 제17829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된 것) 제106조의3에 의하면, 금지금 도매업자 및 금지금 제련업자가 면세금지금 거래추천자의 면세추천을 받은 금세공업자 등에게 공급하는 금지금과 금세공업자 등이 면세금지금 수입추천자로부터 면세수입추천을 받아 수입하는 금지금에 대하여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나) 위와 같은 부가가치세 영세율 또는 면세 제도를 악용하여, 금지금을 수입한 후 이를 여러 단계의 도매상을 거쳐 영세율 또는 면세로 유통시키다가 이른바 '폭탄업체'(경제적 능력이 없고 단지 탈세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로서, 조세부담을 안고 폐업한다고 하여 '폭탄업체'라고 불린다)에 이르러 과세금으로 전환시키고, 다시 여러 단계의 도매상을 거쳐 과세로 유통시키다가 수출하면서, '폭탄업체'는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를 포탈하고, 수출업체는 납부되지도 않은 부가가치세를 환급받는 형태의 이른바 '폭탄영업'이 2002.경부터 특히 서울 종로구 소재 귀금속업체들 사이에서 만연하였는바, 부가가치세 면세제도하에서 이루어진 '폭탄영업'의 형태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다. ⑴ 외관상으로는 금지금이 '외국업체 → 수입업체 → 면세 도매업체 → … → 면세 도매업체 → 폭탄업체 → 과세 도매업체 → … → 과세 도매업체 → 수출업체 → 외국업체'의 단계를 거쳐 유통되고, 그 거래대금은 수출업체에서부터 수입업체에 이르기까지 역방향으로 순차 지급되나, 특히 과세 도매업체들은 특정인 또는 특정업체의 지시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만 할 뿐, 실제로 금지금의 거래나 운송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⑵ '폭탄업체'는 금지금을 면세금으로 매입하여 과세금으로 판매한 다음, 단기간 내에 이익금을 전액 인출·은닉하고 폐업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를 포탈한다. '폭탄업체'는 매입가액보다 낮은 공급가액으로 금지금을 판매하지만,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액을 더한 공급대가는 매입가액보다 높고,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대가와 매입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한 이익을 얻게 된다. 한편, '폭탄업체'가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는 그 이후 각 단계의 업체가 직전 단계 업체로부터 교부받은 세금계산서를 이용하여 매입세액을 공제받는 방법으로 순차적으로 전가되다가, 결국 수출업체가 금지금을 수출한 후 영세율의 적용에 따라 국가로부터 환급받는바, 그 환급액 중 '폭탄업체'가 납부하지 않은 부가가치세액에 상당한 부분이 '폭탄영업'에 의한 이익의 궁극적인 원천이 된다. 그 이익은 '폭탄영업'에 관여한 국내업체들에게는 각 거래단계에서의 마진(margin)의 형태로 분배되거나, '폭탄업체'의 이익금 중 일정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관여업체에게 별도로 지급하는 이른바 백 마진(back margin)의 형태로 분배되고, '폭탄영업'에 관여한 외국업체에게도 수입가격과 수출가격의 차액(국내업체를 기준으로 하면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낮게 된다) 형태로 분배된다. ⑶ '폭탄영업'에 있어서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통상 단기간 내에 최대한 많은 물량의 금지금을 유통시키는바,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관여업체들 사이의 분쟁이나 대금유실 등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① 대부분 동일한 전주(전주 : 폭탄영업망의 외부에서 최초에 금지금의 수입자금을 준비하는 자를 일컫는다)가 수출업체와 수입업체를 동시에 운영하고, ② 전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신뢰하는 업체를 '폭탄업체'와 직접 거래하도록 배치하며, ③ 전주가 각 거래단계마다 거래물량, 단가 및 마진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④ 수입업체부터 수출업체까지의 일련의 거래가 대부분 하루 또는 수일 이내의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며, ⑤ 금지금 실물이 거래단계를 건너뛰어 수출업체로 곧바로 운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설령 각 거래단계마다 운송되더라도 이는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하기 위한 형식적인 운송에 불과하다). 다)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조세포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2004. 12. 31. 법률 제7322호로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서 관할세무서장이 부가가치세 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금지금 도매업자 등 및 금세공업자 등에 대하여 담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납세담보제도가 신설되어(제106조의3 제11항) 2005. 4. 1.부터 시행되었는데, 2004년도에는 금지금 수입량 268톤, 수출량 233톤이었던 것이, 위 납세담보제도가 시행된 2005년도에는 수입량 56톤, 수출량 19톤으로 급감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폭탄업체는 조세포탈범이지만(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5도9546 전원합의체 판결) 수출업체의 환급행위는 조세포탈행위가 아니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5577 판결 등). 폭탄업체와 과세도매업체가 발행한 세금계산서는 정당한 세금계산서이고(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8두13466 판결 등) 과세도매업체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대법원 2011. 2. 24. 선고 2009두22317 판결 등) 수출업체의 환급신청은 신의성실원칙에 반하여 인정될 수 없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9두13474 전원합의체 판결). 3. 금지금 순환이 사업상의 거래인가?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을 사업상 공급하는 경우에 과세된다. 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사업상 독립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라고 함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를 갖추고 계속, 반복적인 의사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라고 풀이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4.12.26. 선고 84누629 판결). 금지금 순환은 조직적으로 수행되었다. 한 조직이 수행하거나, 실질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여러 조직이 조직 간 금이 거래되는 외형을 만들어 협력하는 경우도 있었다. 금지금을 순환시킨 조직의 유일한 목표는 부정환급이다. 금지금 순환을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없다. 오히려 운반 수출입 등의 비용이 발생할 뿐이다.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가 전혀 없었다. 타인과의 거래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범죄조직 혼자 여러 명의상 사업자들을 만들고 그 사이에서 거래가 있는 것처럼 세금계산서와 금지금만 오고간 것이다. 단지 국가에 사기 치기 위해 사업의 외형을 조작했을 뿐이다. 4. 올바른 처리 사업활동이 없었다. 사업활동이 없었으므로 부가가치세와는 무관하다. 금지금 순환 조직은 조세범이 아니다. 금지금 순환은 사업활동을 가장하여 조세 환급 명목으로 국가에 사기 친 사기행위일 뿐이다. 사기행위의 주된 실행행위는 수출업체가 부가가치세 환급을 신청하여 환급을 받아가는 행위이다. 폭탄업체 수입업체 기타 중간 거래업체들의 행위는 수출업체가 부정환급을 받아가도록 보조하는 행위이다. 이들 모든 행위가 조직적으로 행해졌으므로 조직 가담자 모두를 사기죄의 정범으로 처벌해야 했다. 사업활동으로 보지 않는 경우 범죄조직이 납부할 조세는 없지만, 범죄조직이 납부한 부가가치세나 법인세는 사기 치는 수단이었으므로 추징대상으로서 범죄조직에 환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5. 결 위 인용된 판결문에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은 범죄조직의 조직적 사기행위라는 실체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조직이 외형으로만 만든 거래행위의 사업성을 검토하지도 않고 기정사실로 인정하여 수많은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물론 국세청과 검찰청이 조직적 사기행위로 고발·기소하지 않은 잘못도 크다. 그렇다고 법원의 오류가 용서될 수는 없다. 법원은 우리사회 최고이며 최후의 현자이기 때문이다. 법원이라도 공소장 변경 요구를 통해 악질적 범죄조직에 응분의 처벌을 가했어야 했다. 범죄조직의 가장 하부에 있는 폭탄업체만 조세범으로 처벌하고 나머지 모두를 범죄혐의에서 해방시킨 국세청 검찰청 법원의 처리는 무능 자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국세청과 검찰청은 익숙한 자료상 처벌논리 즉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적용하려 하였다. 자료상은 탈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자료상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탈세 수요자들에게 가공거래사실을 만들어 준다. 자료상은 가공거래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즉 국세청 전산분석에서 (세금)계산서 불부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허위 (세금)계산서에 부합하는 자료상 자신의 세무신고를 한다. 자료상이 발행한 (세금)계산서는 허위임이 분명하다. 자료상이 제공하는 탈세 서비스와 (세금)계산서에 표시된 거래내용은 명백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지금 사기조직 내에서의 가장거래는 대금과 금지금이 실제로 이전된다. 가장거래의 사업성을 인정하는 경우 조직 내부에서 수수된 세금계산서가 허위라고 단언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법원은 이를 정당한 세금계산서라 판단하였다. 이들 조직의 세금계산서를 정당한 세금계산서로 본다면 포탈범도 없고 환급도 정당하다. 결과의 부당함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은 포탈범죄자로 판정되는 자를 찾다찾다, 대법원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체납범에 불과한 폭탄업체를 포탈범으로 만들었고, 수출업체로의 환급을 방지하기 위해선 비상수단인 신의성실원칙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범죄 유형이 나타나면 차분하게 검토하여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차분하게 부가가치세법 적용의 기본전제인 사업성 여부를 먼저 검토했다면 범죄조직원 모두를 적절히 처벌할 수 있었고, 옹색한 환급거부논리를 만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국세청, 검찰청, 법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대한다.
2012-01-09
이른바 선택적 중재조항의 효력
1. 대상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이른바 선택적 중재조항에 관하여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 318 판결에 이은 두 번째의 대법원 판결인데 종전 판결이유를 그대로 되풀이하면서 결론에서도 상대방의 이의가 없을 때에 한하여 중재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종전 대법원판결은 대상판결과는 그 중재조항의 유형이 서로 다른데도 그 차이를 간과하고 단순하게 같은 이유와 결론을 되풀이 한 잘못이 있다. 즉 앞서 2003다 318 판결은 그 선택적 중재조항의 내용이 계약일반조건에 편입된 계약특수조건에 규정된 ‘판결 또는 중재(adjudication/arbitration)’이고, 이에 반하여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은 조정 또는 중재, 조정불복시 소송으로 위 유형과는 그 규정형식이 다르고, 이에 따라 그 해석도 달라져야 하는데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참고로 종래 대부분의 하급심판결이 유효로 판단한 경우는 바로 이 사건과 같은 유형의 선택적 중재조항이다. 2.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의 해석 가. 규정의 형식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은 기본적으로는 법원의 소송절차를 배제하고 조정 또는 중재라는 비송적 해결수단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분쟁을 해결하도록 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특색이 있다. 이는 아예 처음부터 법원의 판결을 배제하지 아니하고 그것도 분쟁해결의 한 수단으로 열거하면서 중재와 병렬적으로 분쟁해결수단으로 정한 ‘판결 또는 중재’라는 형식의 선택적 중재조항과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 ‘법원의 판결 또는 중재법에 의한 중재에 의하여 해결한다’라는 조항은 문언상 일응 분쟁해결절차로서 중재와 판결을 병렬적으로 예시하여 그 의사에는 법원의 판결절차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최소한의 여지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건 중재조항처럼 1차적으로 조정 또는 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기로 한 경우에는 조정이 아닌 중재를 선택하였으면 이에 따라 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기로 하는 당사자의 의사에 명백히 합치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중재조항은 앞서 2003다 318 판결의 중재조항과 동일하게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나. 종전의 공사계약일반조건과의 비교 이 사건 중재조항과 같은 내용으로 개정되기 전의 공사계약일반조건에서는 분쟁해결의 수단으로 조정 또는 중재를 열거하면서 그 중 하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임의적인 것이어서 조정 혹은 중재에 의한 분쟁해결이 활성화되지 아니하자 이를 조정 혹은 중재에 「의한다」고 변경하여 강제·의무화 한 것이다. 즉 당사자들은 그 전과는 달리 조정 또는 중재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둘 중 하나를 반드시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을 무효로 해석하는 것은 위와 같은 이 사건 중재조항이 도입되게 된 경위나 전후 사정,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불합리하고 이 사건 중재조항의 문언적·논리적 해석에도 반하는 것이다. 다. 사적자치의 원칙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은 최소한 법원의 판결절차는 일단 배제하고 조정 또는 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한다는 데 있어서는 당사자간에 의사의 합치가 이미 이루어진 것이고, 사적자치의 원칙상 제 1차적 분쟁해결수단으로 판결보다 간편한 조정 또는 중재를 우선하여 선택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의도가 명백히 표현된 조항이므로 이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3. 중재합의의 조건부 또는 제한적 해석의 부당성 대상판결은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은 일방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조정이 아닌 중재절차를 선택하여 그 절차에 따라 분쟁을 요구하고 이에 대하여 상대방이 별다른 이의없이 중재절차에 임하였을 때 비로소 중재계약으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일방당사자가 분쟁해결수단으로 일단 중재를 선택한 이상 특별히 부당한 결과가 되는 경우이외에는(예를 들어 관할에 관한 일반거래약관의 효력을 부정한 대법원판례와 같은 경우) 상대방은 당초의 중재합의에 따라 이에 응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다른 분쟁해결수단을 내세워 새삼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이유로 이에 반대할 수 없으며, 그러한 주장은 법률상 아무런 이유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반대로 일방 당사자가 중재가 아닌 소송을 선택하여 법원에 제소한 경우에 상대방이 (선택적) 중재합의를 이유로 이에 반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와 달리 해석할 수 없는 논리인 것이다. 이른바 선택적 중재합의가 제대로 성립되어 유효하다면 그 다음은 선택에 따른 문제만 남을 뿐이고, 새삼 그 후의 다른 사정에 의해 유·무효가 번복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민사실체법상 선택채권의 특정이나 소송상 소의 청구에 있어서 선택적 청구와 같이 당사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다만 선택권이 일방적 선택권이냐 쌍방적 선택권이냐의 차이에 따른 선택권자의 구분이 있을 뿐이다. 요컨대 선택적 중재합의에 있어서 선택의 문제와 중재합의의 존부자체와는 엄격히 구별하여야 할 것이다. 일부 부정론자들이 지적하는 쌍방적 선택권에 있어서 소송이냐 중재냐 하는 쌍방간 선후에 따른 부당한 결과나 혼란은 이러한 중재합의의 존재자체를 소급하여 그 효력을 부정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하겠다. 이 점에 관하여는 중재합의를 민사소송법상 관할합의와 법적 성격을 같이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선택적 중재합의는 부가적 관할합의와, 전속적 중재합의는 배타적 관할합의와 각각 유사한 것으로 주장하는 논지도 있는 바, 평석자의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4. 중재와 법원사이의 상호관계(엄격해석주의의 완화) 현행 중재법 제 6조는 “법원은 이 법 (중재법)이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 (중재법)에 관한 사항에 관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단순한 선언적 규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수세기 간의 중재법의 발전 역사에서 보여준 중재와 법원의 관계를 설정해주는 중요한 규정이다. 또한 중재법 제 7조는 법원이 중재에 관해 어떤 사안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규정들은 법원이 중재에 대해 감독자 내지 통제자의 입장이 아니라 중재 역시 분쟁해결을 통해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동반자의 관계로 인정한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유엔무역법위원회(UNCITRAL)의 모델중재법 (1985)이 법원과 중재간의 관계에 대한 현대 중재법의 중요한 요소를 포함한 국제적 기준의 중재법체계를 제시하였고, 우리나라 현행 중재법은 이 모델중재법의 규정을 수용하였으므로 중재법 제 7조와 제 8조는 이러한 연혁적 배경을 염두해 두고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중재합의의 유효성 여부 판단에 당사자가 장래 또는 현재의 분쟁을 중재를 통하여 해결할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면 충분하지 당사자가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포기하였는지 여부를 포함시켜 판단하는 것은 해당 법 조문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법원은 당사자간에 중재합의가 있었는지 또는 유효한 중재합의를 하였는지 여부를 단지 제 3조 제 2호의 정의에 따라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간에 발생하였거나 장래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려는” 의도를 분석하는 것에 그쳐야 할 것이다. 중재라는 심판절차는 법원이 해결하기 어려운 사인간의 사법적 분쟁을 당사자가 선정한 중재인에 의한 중재절차에 의하여 해결한다는 점, 소송절차가 가지고 있지 아니한 비공개성, 전문성, 탄력성, 중립성에서 국가의 소송절차를 보완하는 동반자관계에 있다는 점을 법원은 인식하고 판단의 잣대로 병행하여야 한다. 아울러 중재절차는 판단주체 선정의 자치성(autonomy), 국제분쟁에 있어서 중립성(neutrality), 국제분쟁의 승인과 집행의 용이성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내에 발생하는 많은 분쟁을 국가의 재판제도 만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법원은 중재절차와의 관계에 있어서 단순히 과거의 연혁적 이유에 얽매어 상호 배타적 관계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법원은 국가적 차원에서 사법상의 법률관계와 관련된 분쟁해결을 중재절차에서 아웃소싱(outsourcing) 받아 기술적, 전문적 분야의 분쟁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과 중재는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의존하고 상호 보완적인 동반적 관계로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행법 하에서 법원은 중재합의의 유효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경우에는 위와 같은 중재절차의 동반자적 관계의 정신을 염두에 두고 중재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국제적 경향에도 관심을 갖고 중재합의에 대해 보다 관대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5. 외국법원의 판례 외국법원의 판례는 대체로 소송과 중재를 동시에 규정한 선택적 중재합의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UNCITRAL 모범법을 채택한 캐나다, 홍콩은 물론 독일, 미국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연방법원은 당사자가 중재합의의 범위에 대하여 명백히 범위를 축소하지 않는 한 당사자의 의도를 넓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이를 모세스 콘 추정의 법칙(Moses Cone Presumption)이라고도 부른다. 즉, 중재합의조항에서의 중재대상의 범위에 관하여 의문이 발생하면 중재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며 이 원칙은 수많은 연방사건 판결문에서 광범위하게 인용되고 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외국판례 및 선택적 중재합의의 해석의 기본원칙 등을 토대로 중재합의의 해석 및 범위 확정에 있어 중재조항 문구에 매달려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중재의 대상 및 범위에 관하여 의심이 나면 중재합의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모세스 콘 추정의 법칙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6. 기타 가. 그밖에 상고이유에서 주장된 바와 같이 거꾸로 국가가 국가 발주 공사를 낙찰한 기업들에게 전속적 중재합의만을 규정할 경우, 이는 국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분쟁해결수단으로 중재만을 강요한 것으로 인정되어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 박탈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 14조(소제기 금지 등)의 위반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피하기 위하여 국가 발주의 공사도급계약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공사계약 일반조건에 이러한 선택적 중재조항을 넣게 된 것인 바, 이러한 선택적 중재조항은 국가와 사인간의 분쟁해결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특별조항이고, 더우기 위와 같은 사정에 따라 국가에 의하여 공사계약일반조건 제 50조로 들어가게 된 것인데, 이제 스스로 그 선택적 중재합의가 무효라고 주장함은 금반언의 원칙,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나.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이 편입되어 있는 공사계약일반조건은 국가가 피고등 건설업체와 정부관급건설공사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정형화된 양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으로서, 이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 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약관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 바, 동 법률 제 5조 약관의 해석규정에 따라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되어야 하고,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중재조항에서 조정 또는 중재의 선택권은 고객인 피고들에게 부여된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하며, 일단 고객인 피고들이 중재를 선택한 이상 그 선택적 중재조항이 무효라는 국가의 주장은 위 법률 제 5조에도 위반하여 타당성이 없다 하겠다. 약관의 작성자인 국가는 중재절차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하여 이제와서 그 약관이 무효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한 약관의 해석에 있어서 불명확한 부분에 따른 불이익도 감수하여야 할 것이다. 7. 결어 대상판결은 이 사건 선택적 중재조항의 규정형식에 따른 차이를 간과하고 이와는 경우가 다른 종전 대법원 판결의 논지를 맹목적으로 되풀이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중재조항이 임의규정에서 강제의무규정으로 변경되었고, 국가가 이를 공사계약일반조건에 두게 된 경위, 이에 따른 신의칙위반이나 약관해석상 무효주장에 따른 판단을 그르쳤고, 나아가 종전 대법원 판결과 같이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른 중재합의의 존부자체를 선택의 문제와 혼동하였으며, 재판에 대비하여 중재제도 자체의 자치성, 비공개성, 전문성, 국제적 중립성등 기능에 관하여 그 연혁적 배경에 따른 동반자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크게 못미친다 하겠다.
2005-06-13
안마사자격의 '비맹제외기준'
I. 사건의 개요 및 결정요지 시각장애인이 아닌 무자격자의 영리목적 안마시술과 관련된 약식명령청구 사건의 항소심(서울지방법원 2002노5047의료법위반)법원은 근거 법률인 구 의료법(2000.1.12. 법률 제 6157로 개정된 후 2002.3.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제 67조 중 “제6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안마사의 자격인정을 받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안마행위를 한 자”부분과 안마사에 대한 시·도지사의 자격인정을 규정한 제61조 제1항 및 ‘안마사의 자격인정 그 업무한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동조 제 4항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동 제청사건에 대하여 헌재는 동 법 67조 중 심판 제청된 부분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61조 1항 및 4항에 대하여는 재판관 5인은 위헌, 4인은 합헌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61조 1항과 4항에 대한 합헌의견의 핵심은 안마사자격인정제도는 일반적으로 금지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일정한 경우에 한해 회복시켜 주는 강학상의 허가인 바, 제도의 내용이 명백히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정책적인 판단이 존중되어야 하는 전문자격제도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 허가기준이 반드시 법률로 상세히 정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법률에서는 안마사업에 대한 자격인정제도의 근거만을 규정하고, 자격인정의 대상자를 특정할 권한, 즉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원천적으로 안마사자격을 받을 수 없도록 정하는 이른바 ‘非盲除外基準’(안마사에 관한 규칙 제3조)까지 포함하여 자격인정요건을 정하는 것을 포괄적으로 행정부에 위임하는 것도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합헌의견은 ‘적정의료를 통한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이라는 의료법의 목적(제1조)과 체계 및 안마사자격인정제도의 일반적인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맹제외기준’은 동 위임법률조항에서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본다. 합헌의견은 이에 대한 부수적인 논거로 ①시각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책의 일환으로 시행되어 온 구체적인 제도운용의 현실과 연혁 및 그에 따른 국민의 법의식 ② 정부정책에 대한 시각장애인들의 신뢰보호의 필요성 ③사회국가원리에 따른 국가의 장애인보호의무(헌법 제34조)에 비추어 볼 때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보호보다는 ‘안마사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가지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보장이 우선되어야 하나는 점등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합헌의견은 의료법상 간호조무사(58조 3항), 전염병예방법상 방역관(44조 2항), 유해화학물관리법상의 유독물관리자(25조 1항), 소음·진동규제법상의 환경관리인(21조 5항) 등 법률에 자격인정의 요건을 정하지 아니하고 행정입법에 위임하고 있는 예들을 제시하면서 현대 복지행정국가에서 위임입법의 존립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면 이들을 모두 위헌인 것으로 볼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반문을 덧붙인다. 결국 안마사의 자격인정요건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정신에 비추어 바람직한 것’이기는 하되, 다만 입법형식의 선택은 입법재량의 문제로 본다. - 판결요지 - 시각장애인 아닌 자에 대해 안마사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비 맹제외라는 기준이 비록 의료법 제61조 제4항의 문언에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가 비맹제외기준을 설정한 것은 위 법조항에 내포된 의미를 확인하는 것으로 위헌이라 할 수 없다 II. 평석 1. 문제의 제기 기술한 바와 같이 동 결정의 판단대상은 ‘안마사에 관한 규칙’ 제3조에 자격인정요건으로 규정되어 있는 ‘비맹제외기준’의 위헌여부가 아니라, 이 자격인정기준의 근거인 의료법상의 해당 위임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합헌의견이 굳이 재론·적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임에 근거한 행정입법의 규정 내용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여도 그 자체로 인해 ‘정당하고 적법한’ 상위 위임법률규정의 위헌여부가 문제되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설령 법률에 직접 규정되었을 경우에도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비맹제외기준’의 위헌성에 대한 의문은 본 평석의 입론에 적어도 간접적인 단서인 동시에 그 자체가 기본권이론상 흥미로운 논제이기는 하지만, 별론의 대상일 뿐이다. 요컨대 본 평석의 주된 관심도 ‘비맹제외기준’에 따라 안마사자격인정의 대상을 특정하는 사항, 말하자면 ‘객관적 사유를 기준으로 한 직업선택의 자유의 제한’과 관련된 본질적인 사항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이 의회유보원칙 내지는 포괄적 위임금지원칙에 어긋나는지 또한 합헌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의료법의 체계나 안마사자격인정제도의 취지 기타 사회관습이나 법의식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맹제외기준’이 이미 법률 차원에서 선결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모아진다. 2. 의회유보원칙-본질성이론의 본질 의회유보의 원칙은 국가의 본질적인 사항은 형식적 법률을 통해서 결정되어야만 한다는 원칙이다. 말하자면 중요한 사항에 대한 결정은 의회입법자 스스로 내려야 하며, 행정부에 위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요청이다. 민주주의원리와 법치국가원리에 터잡은 의회유보의 원칙은 우선 의회와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보면 결정권한배분 내지는 수권(授權)의 근거이지만, 또 한편 동 원칙은 의회에 대하여 결정권한의 전유(專有), 즉 결정권한의 행사를 의무화하는 동시에 결정의 절차와 형식, 특히 특정한 입법형식을 강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구체적인 유보사항 및 결정권위임금지의 범위, 말하자면 의회유보의 입체적 크기는 이른바 ‘본질성이론’의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입헌군주체제와 달리 오늘날의 국가체제에서는 행정부도 인적, 제도·기능적 측면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 바, 형식적인 민주적 정당성과 법치국가원리만으로는 의회유보의 범위를 설정하는 설득력 있는 준거를 찾기 어렵다. 결정권한의 합리적인 배분에 초점을 맞추는 오늘날의 권력분립론에서 이른바 ‘기능적 정당성’의 관점이 주목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본질성이론’은 이른바 ‘옳은 결정’ 또는 ‘기능적합적 기관구조와 결정절차’의 관점을 바탕으로 하는 철저한 기능중심의 논리형식인 바, 구체적인 의회유보의 범위와 정도, 즉 위임금지 또는 허용의 범위는 ‘옳은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가능성의 크기에 따라 정해진다. 그 핵심은 모든 국가의 결정은 조직과 구성 및 의사결정의 형식과 절차상 최선의 조건을 갖춘 기관에 의해서 내려져야 한다는 관점이다. 물론 여기에서 ‘옳은 결정’은 그 실질적인 내용뿐만이 아니라, 결정의 과정과 절차 및 형식까지도 포함된 개념이다. - 판결요지 - 시각장애인 아닌 자에 대해 안마사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비 맹제외라는 기준이 비록 의료법 제61조 제4항의 문언에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가 비맹제외기준을 설정한 것은 위 법조항에 내포된 의미를 확인하는 것으로 위헌이라 할 수 없다 여기에서 상론할 수는 없지만, 결정의 주체 및 마당으로서 의회의 기능적 장점은 집합적 대의기관으로서 선거방식 및 여야당간의 대립·견제의 구도에 터잡은 민주적인 구성과 조직, 엄격한 의사결정의 절차 및 형식상의 조건 등에서 찾아진다. 특히 헌법에 의해 담보되는 의사의 형성 및 결정절차의 신중성과 공개성 또한 법률형식의 확정성은 적어도 집단과 계층 간에 또는 특정집단과 공공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한 조정과 설득이나, 그밖에 헌법적 원칙과 가치들간의 조화점을 찾아내는 정치적·정책적 결단을 내용으로 하는 결정들의 경우에는 그 내용의 옳음과 함께 이해당사자의 의견과 여론의 수렴이나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조건들이다. 오늘날 많은 기본권제한입법은 양극적인 대립구도보다는 오히려 다극적이고 복합적인 이해관계의 대립구도 속에서 상충되는 기본권적 법익간에 타협점을 찾아내는 조정작업인 바, ‘옳은 결정’에 대한 믿음과 수긍이 그 관건이고, 이는 오로지 절차와 공감대를 통한 정당성확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특히 복합적인 의미와 기능을 가지는 직업의 자유의 제한, 특히 면허제도를 통한 직업선택의 자유의 제한은 그 전형적인 예에 해당된다. 합헌의견이 주장하는 바대로, 자격면허제도의 경우에 구체적인 제도내용의 구성은 입법형성의 자유에 맡겨져 있고, 따라서 강학상 허가에 해당하는 안마사자격인정제도의 경우에도 그 허가기준을 반드시 법률로 ‘상세히’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입법형성의 자유는 의회유보원칙에 따른 입법재량, 즉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하는 독자적인 정책적 판단의 이행을 전제로 한다. 이른바 ‘객관적인 사유’를 기준으로 원천적으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안마사자격인정상의 ‘비맹제외기준’의 경우는, 기술한 대로 그 자체의 위헌성 여부는 별론의 대상이되, 다만 동 기준의 설정여부는 입법자가 직접 재량하고, 정책적 판단의 이유와 기준을 제시하면서 그 결론을 명시적으로 법률에 담아야만 할 사항이다. 합헌의견이 제시하는 극히 포괄적인 의료법의 목적조항이나 일반적인 자격인정제도의 취지, 기타 입법, 제도운용의 연혁이나 사회적 관습 및 일반 국민의 법의식 등과 같은 불분명하고 가변적인 단서들은 입론의 출발점은 될 수 있겠지만 입법형성의무의 포기를 정당화하거나 입법재량을 통한 선결사항을 추단하는 근거가 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합헌의견이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우대조치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제시한 사회국가원리도 그 과제실현을 위한 사회복지정책의 기조와 윤곽은 일차적으로 의회의 입법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특히 장애인에 대한 이른바 ‘유보고용제도’ 등과 같이 그 구체적인 시책의 내용이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나 차별취급에 해당되는 경우에 그 핵심사항의 결정은 의회에 유보되어 있다. 3. 자격(면허)제도의 다양성 - 차별접근의 필수성 합헌의견은 판례와 입법례를 원용하면서 안마사자격인정제도와 같이 강학상 허가에 해당하는 면허제도에서 허가의 기준이 법령에 정하여지지 아니한 경우에 그 허가여부는 재량행위이고, 따라서 그것은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기 때문에 허가의 기준을 정하는 자격제도내용의 구성과 입법형식의 선택은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 즉 입법재량에 맡겨져 있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면허제도의 기본권제한수단으로서의 본질과 또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법률상 명확한 요건과 연계되는 기속행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는 원론적인 이해 등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약하되, 다만 예방과 억제의 폭넓은 간격 속에서 운용되는 오늘날 면허제도의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한 정책목적과 기능을 반영하는 ‘특허와 허가 구별의 상대화’의 경향에 비추어 볼 때 자격제도에 대한 합헌의견의 획일적인 이해는 문제가 없지 아니하다. 개별 면허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른 기본권제한의 목적과 양태, 기타 차별취급의 정도 등을 주목하여 차별화된 접근을 하였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예컨대 합헌의견이 원용한 판례 중 의료기사법상의 물리치료사와 임상병리사의 경우(헌재결 1996. 4. 25. 94헌마129, 95헌마121 병합)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호와 직결된 의료업무와 관련된 자격제도란 점에서 안마사자격제도에 비해서 비교적 그 입법목적이 분명하고, 따라서 자격인정요건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 또한 자격인정요건을 하위법규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입법례로 원용된 다양한 자격제도들, 즉 의료법상 ‘간호조무사’(58조 3항), 전염병예방법상 ‘방역관’(44조 2항),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관리자’(25조 1항), 소음·진동규제법상의 ‘환경관리인’(21조 5항) 등은 비교적 특정한 정책목적과 자격제도의 취지 및 그에 따른 업무범위의 특정성, 요구되는 능력과 지식의 고도의 전문성, 기타 행정기관이나 일정한 사업장에 임명·고용이 법적 의무로 강제된다는 점등에서 전통적인 ‘경찰허가’의 면허제도와는 구별되는 바, 안마사자격인정제도와 같이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다. 고용안정법상 유료직업소개사업(고용안정법 19조 1항)은 이미 1999년에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되었다. 물론 이들 입법례들도 자격인정요건의 백지위임이 불가피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되는지는 의문이 없지 아니하다. III. 결론 의회유보원칙에 비추어 볼 때 ‘비맹제외기준’과 같은 자격인정요건은 입법위임이 허용될 수 없는 사항이고 또한 합헌의견이 제시하는 단서들만으로는 동 기준의 설정이 ‘구체적으로’ 법률상의 수권(授權)범위 안에 포함되는 것, 말하자면 입법자의 재량판단을 통해 이미 선결된 지침을 단순히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우리 헌법 제75조의 포괄적 위임금지규정의 이론적 준거인 의회유보의 원칙과 본질성이론에는 의회의 결정권한의 포기와 책임회피 및 그에 따른 입법형식의 오용을 정당화시키는, 바로 이러한 합헌의견과 같은 방만한 법리구성을 배제하는 분명한 뜻이 담겨져 있다.
2003-09-08
주식회사 전무이사의 표현대표이사성
I. 事案의 槪要 원고 산업횡하렌탈주식회사는 제1심 공동피고 주식회사 동방산업과 사이에 동방산업이 구입하는 컴퓨터 테스트기 등의 구입자금 2,525,342,600원을 렌탈형식으로 대여하는 내용의 렌탈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다. 이 즈음 동방산업이 원고에게 부담하게 될 렌탈계약상의 채무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소외 서린기획이 액면금, 발행일 및 지급일을 백지로 하여 발행한 백지어음에 동방산업이 배서한 다음에 피고 서광건설산업 주식회사(舊商號: 서광산업주식회사)의 ‘전무이사/주택사업본부장’인 박신흠(동방산업의 대표이사 김동환의 장인)이 ‘서광산업주식회사 대표이사 박상근’ 명의의 배서를 하여 이를 원고에게 교부하였다(현재 동 어음은 박신흠에 의하여 파기되어 實存하지 아니한다). 동방산업이 렌탈료를 지급하지 아니하므로 원고는 렌탈계약을 해지하였고, 피고에 대하여는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의 법리에 따른 연대보증인으로서의 책임을 묻는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전무이사 박신흠에게 피고회사를 대표권한이 있는 것으로 원고가 믿은 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회사는 면책된다고 주장한다. II. 大法院 判決要旨 제1심과 원심(서울고등법원 1999. 3. 2. 선고, 97 나 47523 판결)은 원고의 주장을 옳게 여겨, 이 사건에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의 법리에 따른 피고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는데, 그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i)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가 자기 명의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이사가 다른 대표이사(진정한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여 행위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의 법리가 적용된다. (ii)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의 명칭이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은 사회 일반의 거래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인데, 상법은 모든 이사에게 회사의 대표권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에서 선정한 대표이사에게만 회사 대표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와 같은 제도는 상법이 시행된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변함없이 계속하여 시행되어 왔고, 그 동안 국민일반의 교육수준도 향상되고 일반인들이 회사 제도와 대표이사 제도를 접하는 기회도 현저하게 많아졌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그와 같은 상법의 대표이사 제도를 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었으며,…위와 같은 각 명칭에 대하여 제3자가 그 명칭을 사용한 이사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는지 여부, 그와 같이 믿음에 있어서 중과실이 있는지 여부 등은 거래통념에 비추어 개별적·구체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iii) 금융기관 임직원이 상장회사의 ‘전무이사/주택사업본부장’에게 회사를 대표하여 백지어음에 배서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중과실이 있으므로 회사의 금융기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 III. 論 點 위 사안에는 여러 가지의 논점들(예컨대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지는 사용인의 권한을 넘은 행위의 효력, 회사의 사용자책임, 회사의 목적범위외의 행위의 효력, 이사의 자기거래, 이사회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대표행위의 효력 등)이 있으나, 본고에서는 편의상 다음 두 가지의 논점만을 다루기로 한다. (i)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가 자기 명의가 아닌 다른 대표이사(진정한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여 행위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의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 (ii)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전무이사/주택사업본부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자에게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오인한 것이 중과실인지 여부. IV. 硏 究 1. 진정한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한 경우 상법 395조는 표현대표이사가 자신의 명칭(박신흠)이 아닌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박상근)을 사용하여 거래한 경우에도 적용되는가 의문이다. 이에 관하여는 부정설과 긍정설이 있고, 대법원 판례는 긍정설을 취하였다. 긍정설은 상법 제395조의 적용범위를 타인명의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까지로 넓히는 견해이고, 부정설은 상법 제395조의 적용범위를 자기명의로 행위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견해이다. 생각건대 표현대표이사가 자기명의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상대방의 신뢰는 대표권에 대한 것인 데 반하여, 타인의 명의로 행위한 경우 상대방의 신뢰는 대행권에 대한 것이므로 후자의 경우에는 민법 제126조를 적용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옳다. 그러나 민법 제125조·제126조에 의할 경우 거래상대방의 선의·무과실을 요하는데 비하여 상법 제395조가 적용될 경우에는 선의·무중과실만 요한다고 보므로 상법에 의하는 것이 제3자보호에 더욱 유리하다. 긍정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2. 商法 제395조의 適用要件 (1) 表見的 名稱 상법 제395조(표현대표이사의 행위와 회사의 책임)는,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는 그 이사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경우에도 회사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그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상법 제395조가 명기한 명칭들은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으로 오인될 수 있는 직함을 예시한 것으로서, “그와 같은 명칭이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은 사회 일반의 거래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고 판시한 것은 정당하다. 전무나 상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하여 무조건 표현대표이사로 인정하여야 할 것은 아니며, 또 반대로 총재, 총무, 회장 등의 명칭을 사용한 경우에 오히려 표현대표이사를 인정할 수도 있다. (2) 善意의 제3자 상법 제395조에서 말하는 ‘선의’라 함은 표현대표이사가 실제로는 대표이사가 아니라는 것, 즉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제3자의 선의에 과실이 있는 경우에 관하여는 악의면책설(소수설)과 중과실면책설(다수설)이 있다. 대법원의 판례는 1994. 12. 2. 선고, 94 다 7591 판결에 이어, 이번 사건에서 ‘전무이사/주택사업본부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자에게 대표권이 있다고 믿은 거래상대방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어서 회사는 면책된다는 내용의 판결을 함으로써 중과실면책설을 취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중과실면책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에서는 특히 상법 제395조에 표현대표이사로 인정될 만한 명칭으로서 명문으로 예시하고 있는 ‘전무이사’라는 명칭을 사용한 경우에 대하여까지 거래상대방의 중과실을 이유로 회사의 면책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① 그동안 국민 일반의 교육수준도 향상되고 일반인들이 회사제도와 대표이사제도를 접하는 기회도 현저하게 많아졌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그와 같은 상법의 대표이사제도를 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된 점, ② 거래상대방인 원고는 대표이사제도를 잘 이해하는 금융기관인 점, ③ 원고가 백지어음발행(연대보증)에 관한 이사회 결의서를 요구하지 아니한 점, ④ 피보증인(동방산업)과 보증인 건설업체인 피고 간에 사업상 아무런 거래관계가 없는 점, ⑤ 보증금액이 매우 거액인 점, ⑥ 등기부 등본의 열람을 게을리한 점, ⑦ 회사의 경리담당부서 등에 필요한 확인을 하지 아니한 점 등의 사실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근자에 와서 일반인들도 대표이사제도를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전제는 그 타당성에 의문이 있다. 오히려 일반인들은 大會社의 전무이사라면 실제로 그 권한도 막강할 것으로 믿는 것이 보통이며, 中小會社의 전무이사는 사실상의 권한은 없는 대외적인 목적상 또는 명목상의 직함이라고 믿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거꾸로 대회사의 전무이사라는 직함에 표현대표이사성을 인정함에 있어 신중함을 필요로 한다는 취지의 설시를 하였다. 이는 자칫 상법이 명문으로 규정한 ‘전무이사’라는 직함을 가진 자도 특히 상장회사(또는 대규모의 주식회사)의 경우 표현대표이사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을, 검증되지 않은 ‘일반인들의 교육수준 향상’을 근거로 일반화한 판결이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 이와 같은 견해는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제도는 상법상의 주식회사제도 내지 대표이사제도를 일반대중이 잘 이해하지 못하였던 시대에 선의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대적 산물로서, 그 적용에 있어 현대적 변용이 불가피하다는 일부 학자의 견해와 一脈相通하는 것이다. 이는 일반인들의 교육수준이 향상되었음을 전제로 표현대표이사제도 자체 또는 상법 제395조의 존재가치를 의심하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일반인의 교육수준이 아니라 거래상대방의 전문성 내지 교육수준을 기준으로 상대방의 중과실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표현대표이사와 관련하여 거래상대방의 중과실이 인정된 예가 거의 없었다(서울고등법원 1993. 12. 10. 선고, 93 나 13201 판결에서는 중과실이 인정되었으나 대법원에서 파기된 바 있다). 대법원의 판결내용은 긍정적으로 보면 매우 진보적이고 획기적인 판단이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너무 앞서 가는 판결이다. 표현대표이사제도의 존재의의는 인정하되,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상대방의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여 회사를 면책시키면 충분하지 않을까. 상법 제395조는 의용상법 제212조를 그대로 존치시킨 것인데, 의용상법상 이사는 모두 대표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본조의 취지는 소극적으로 제3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졌을 뿐이나, 대표권 없는 이사의 존재를 인정하는 현행상법하에서는 제3자의 적극적 신뢰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므로 의미 있는 규정이다. V. 結 語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실을 모두 검토하여 거래상대방인 원고의 중과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언제나 구체적 타당성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여 왔으므로, 이 점 높이 평가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 거래상대방이 금융기관(렌탈회사)의 과장과 상무이사 정도의 금융관계법 전문가인 점에 비추어 그들의 중과실을 인정한 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또한 박신흠의 ‘주택사업본부장’이라는 직함만 보면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으로 볼 수도 있고, 그와 같이 볼 경우에는 그 권한을 넘은 행위에 대하여는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결론은 같다. 판결은 결론적으로는 타당하다고 생각되나, 다만 그 설시부분에는 의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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