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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제3자의 채무변제
I. 사건의 소개 대상결정은 공탁관의 불수리처분에 대하여 재단법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신청한 이의를 기각한 결정이다. 신청인의 청구취지는 ‘민법(법률이름을 생략한다) 469 I 단서의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관하여 민법의 다른 규정과의 통일적 해석, 제2항과의 체계적 해석과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로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사실 등을 비추어, 채권자와 채무자가 합의로 금지한 경우에만 제3자변제가 제한된다’로 요약된다. 1. 대상결정의 판단: 대상결정은 ‘① 법정채권의 경우 반대의사의 표시에 의한 제3자변제의 금지에 관하여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 ② 469 I 단서의 ‘의사표시’라는 법문을 이유로 이 조항이 법률행위만을 전제한다고 해석할 법적 근거가 없다. ③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과 같은 법정채권의 경우 채권자가 반대의사를 표시하면 제3자변제가 금지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469의 취지와 부합한다. ④ 이 사건 판결금은 제3자변제가 가능한 금전채권이나 채권자의 반대의사가 명백하면 이를 금지하는 것이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와 위자료의 제재적, 만족적 기능을 충족한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제3자변제에 관한 이후의 결정례들도 대상결정을 거의 그대로 모사·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2. 대상결정의 쟁점: 469 I 단서의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핵심쟁점이다. 대상결정은 ① 채권자의 우선보호가 민법 채권편의 원칙이고, ② 제3자변제는 채권의 상대효의 예외로서 그것이 대체로 채권자에게 이익이 되고 채권자의 의사에 합치하는 것을 전제로 채무자와 제3자 사이의 이해관계와 경제적 필요 등을 고려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법률이 승인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이로써 순진하고 소박하게(?) 법문을 있는 그대로 읽어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가 제469조 제1항 단서에 포함된다는 결론을 연역한다. 하지만 ①은 생경하다: 민법은 채무자를 약자로 설정하고 그의 보호를 우선한다(특히 607와 608, 652). 그리고 ②는 469의 해석·적용이 아니라 있는 법을 왜곡하고 ‘없는 법’을 만든 것이다. 법관은 법을 제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법률을 준수하여야 하는 전문직업인이다(독일기본법 97 I 참조). II. 채권의 존재와 469의 해석 1. 채권의 존재=변제요건: 대상결정은 이 사건 채권이 채무자를 제재하면서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현저한 불법행위채권임을 들어 피해자(채권자)에게 결정권(처분권)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채권자에게 지배권을 수여하는 대상결정은 법적 판단이 아니라 국민정서법(?)과 부화뇌동하는 것이다. 469가 위치하는 민법 제3편 제1장 제6절 <채권의 소멸>은 ‘유효한 채권의 존재’만을 전제하고, 약정·법정채권관계와 채무자의 고의·과실을 묻지 않는다. 채권은 가치중립적(wertneutral) 재산권이고 변제는 급부실현이므로 변제자는 중요하지 않다. 469 I 본문도 제3자변제를 당연시한다: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 다만 채무가 성질상 또는 제3자변제를 금지하는 의사표시로 당사자의 인격과 결합된 때에는 그렇지 않다(I 단서). 제3자변제가 채권의 상대효의 예외이고 법률적인 평가에서 ‘제3자변제’를 채무자변제와 ‘등가물’로 볼 수 없다는 대상결정은 469 I 본문에 실린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한 것이다. 2. 469의 해석 (1) 469 I 단서의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의미·내용: 당사자의 의사는 채권발생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제3자의 변제를 금지하는 의사이다. 교과서와 주석서는 곽윤직, 채권총론, 1999 [97] (330)을 본받아 “계약으로 발생하는 채권은 계약에 의하여, 그리고 단독행위로 발생하는 채권은 단독행위로 각각 제3자의 변제를 금지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기술한다. 계약과 단독행위가 흔히 채권·채무의 발생원인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유언외에 단독행위로 고유한 의미의 채권관계가 성립하는 경우가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스스로 채무를 지는 단독행위는 가능하지 않다: 어느 누구에게도 그의 의사에 반하여 이익이 강제될 수 없다. 더욱이 표의자가 그의 의사만으로 권리를 취득하고 타인에게 의무를 지우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법학과 실무가 단독행위를 형식상 논함에 그치는 이유이다. 채권·채무는 취소, 해제 또는 해지 등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한 형성권의 행사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것의 창설이 아니라 이전의 법률관계의 청산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형성권자는 단독으로 제3자의 변제금지효를 만들지 못한다. 형성권은 원칙적으로 조건과 친하지 않고 제3자변제금지는 조건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무권대리행위의 추인은 사후에 대리권을 수여하여 유권대리행위로 전환하는 단독행위이다. 그러나 제3자변제금지를 덧씌운 추인은 변경을 가한 승낙(534)으로 해석된다. (2) 469 II=469 I의 연장 : 「이해관계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는 469 II는 I 본문의 이념을 그대로 계승한 조항이다. 이는 심지어 채무자조차 의사표시만으로는 제3자변제를 막을 수 없음을 천명한다. II는 제3자가 변제를 빌미로 약한 지위의 채무자를 압박하는 불행한 사태의 방지를 규범목적으로 한다. 대상결정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은혜를 거부하는 봉건적 관념이 II의 배경이라고 하지만, 이해관계있는 제3자의 변제도 역시 채무자에게 이익을 준다. 제3자는 제한없이 보증채무를 부담할 수 있고 채권양도와 채무인수로 사실상 변제효를 얻을 수 있는 등 민법상 II의 규정취지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다(이진기, 민법에서 채무자 아닌 제3자의 행위에 의한 채무변제제도의 연구, 민사법학 66 [2014] 575-618). 교과서와 주석서도 II의 입법태도에 대한 비판일색이다. III. 대상판결의 분석과 평가 1. 사적자치의 왜곡: 의사표시는 표의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법의 대원칙이다(111 I). 이를 애써 외면하고 함부로 채권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제3자변제금지효를 긍정한 대상결정은 그가 힘차게 외친 사적자치의 실현과 정반대결과를 부른다. 이는 법원이 주도하여 힘과 복수가 판치는 반문명사회로 돌리고 무법천지를 조장하는 반법률적 조치이다. 2. 제3자변제금지의 이익: 금전채권을 비롯한 대체물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에서 제3자변제금지의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 제3자변제금지를 약정하더라도 채무자는 얼마든지 이를 우회할 수 있다. 채무자가 그의 금전으로 직접 변제하는 것과 제3자가 증여한 금전 또는 제3자가 대여한 금전으로 변제하고 제3자가 사후에 금전채무를 면제하여도 외관의 차이가 없고 채권자의 이익상황도 같다. 채권자의 이익은 채권의 실현에 집중되며, 불법행위채권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채권자[피해자]의 감정을 엮어 제3자변제를 금지하는 것은 보복이다. 실무도 ‘할아버지’의 지팡이 또는 ‘할머니’의 은비녀 등 감정적 애착이익(Affektionsinteresse) 배상을 배제한다. 3. 제재와 보복: 민사불법행위는 예방, 손해전보와 제재[처벌]를 목적으로 하며, 법원이 그 담당자이다(MunchKomm/Wagner, Vor §823 Rn.38-44). 제재는 가해자에게 위법한 손해의 결과를 귀속하는 것, 즉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이며, 손해전보는 피해자가 손해배상채권의 만족을 얻어 채권이 소멸하는 때에 완결된다. 제재와 감정이 실린 보복은 다른 것이다. 피해자가 직접 행사하는 제재는 법이 금지하는 복수이다. 법은 적법한 권리행사만을 보호한다. 제재기능은 정신적 손해의 배상책임에서 뚜렷하다. 하지만 차액설이 민법의 기본이므로 재산적 손해배상만을 명하여도 제재효가 없다고 할 것이 아니다. 한편 대상결정은 고의의 불법행위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금지를 담은 496을 인용하지만, 이는 오히려 채권자의 보복행위를 막고 피해자가 현실의 손해배상을 얻도록 배려하는 규정이다. 4. 힘든 일반화: 대상결정은 애당초 일반화와 거리가 멀다. 악의로 이행하지 않는 나쁜 채무자도 곳곳에 차고 넘친다. 게다가 대상결정을 동기화하면, 모든 채권자가 일방적 의사표시로 제3자변제를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는 보험금수령을 거부하고 가해자를, 그리고 손해배상책임을 개별화한 대판 2023.06.15., 2017다46274 등[노란봉투판결]이 선고된 지금, 사용자는 불법파업에 주된 책임이 있는 근로자를 끝까지 괴롭힐 수 있게 된다. 이는 채권자의 전횡을 방조하는 무책임한 처사이다. 법원은 대상결정이 구체적 사건에서 예외를 인정한 것이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런데 예외를 만들려면 이를 합리화·정당화하는 사정이 있어야 하나 그러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예외를 위하여 법률과 법리를 비틀어서도 곤란하다. 법원은 법을 어기는 주체가 아니라 법을 지키는 기관이다. IV. 대상결정의 평가: 창의적 재판 또는 함부로 재판? 469 I 단서의 「당사자의 의사표시」를 ‘채권자와 채무자의 합의’로 읽어야 한다(이진기, 읽기 쉬운 민법, 2022, 16 이하). 법률은 채권관계의 구속(vinculum iuris)에서 당사자의 조속한 해방과 자유의 회복을 추구한다. 그리고 채권자의 만족은 채무이행으로 실현된다. 그럼에도 대상결정은 469 I 단서의 적용범위를 넓히기 위하여 짜맞춘 궁색한 변명으로 가득하다. 법관은 법을 말하고 법으로 설득하는 사람이다. 법률을 떠난 법관은 법관이 아니다. 이것이 재판을 정치라고 한 판사가 지탄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좋은 판결은 개인의 사상과 신념이 아니라 법률과 굳건한 법이론을 바탕으로 합리적 상상력을 전개하여야 하는 법관의 숙제이다. 끝으로 대상결정과 같은 식이라면 등기관, 가족관계등록관, 공탁관 등 형식적 심사권을 가진 공무원은 이제 법관이다. 그 선택은 법원의 몫이다. 이진기 교수(성균관대 로스쿨·법학박사)
채무
제3자변제
이진기 교수(성균관대 로스쿨·법학박사)
2023-09-10
금융·보험
기업법무
민사일반
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 및 위반 시 위약벌 및 조기상환 청구의 유효성
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회사(공동피고)는 투자자(원고)로부터 신주인수계약(이 사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투자를 받으며, 투자자에게 회사가 투자자의 주당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납입 자본금의 증가 또는 감소 등 주요 경영사항이 진행하게 되면 투자자에게 사전동의를 받고 이를 위반할 경우 투자자가 조기상환 및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회사의 대표이사(이해관계인, 공동피고)는 회사의 의무를 연대하여 이행하기로 했다. 그 후 회사는 2차례 걸쳐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여 유상증자를 하였는데 투자자에게 이를 사전에 통지하지 않았고 사전동의를 받지 않았다. 투자자는 회사가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회사와 이해관계인을 상대로 약정 위반에 따른 조기상환청구 및 위약벌의 지급을 구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 내용 대법원은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자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① 주주가 납입하는 주식인수대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었고 투자유치를 위해 해당 주주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였으며 ② 그와 같은 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직접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입지 않고 오히려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하여 다른 주주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등으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동의권 부여 약정에 따른 차등적 취급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 약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는 약정을 함께 체결하였고 그 약정이 사전 동의를 받을 의무 위반으로 주주가 입은 손해를 배상 또는 전보하고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이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약정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일부 주주에 대하여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판단하였다. II. 평석 1. 대법원 판례의 기본입장 대법원은 상법상 기본원칙인 '주주평등의 원칙'. 즉 주주가 회사와의 관계에서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기본적인 판단 기준으로 하여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로 보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우리 대법원은 하급심인 서울고등법원과 동일하게 주주평등의 원칙을 적용하여 “피투자회사의 사전동의권 위반 시 투자자가 위약벌 및 조기상환청구를 할 수 있도록 약정한 것”에 대한 유효성을 판단하였는데,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칙과 예외를 보다 명확히 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2. 주주 간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판단 근거 대법원은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는 근거로서, ①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 내용, ② 회사가 차등적 취급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 ③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였는지 여부와 정도, ④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 상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를 두었는지 아니면 상법 등의 강행법규와 저촉되거나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있는 주주로서의 본질적인 지위를 부정하는지 여부, ⑤ 회사의 경영참여 및 감독과 관련하여 권한을 부여하는 경우 그 권한 부여로 회사의 기관이 가지는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하여 종국적으로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⑥ 차등적 취급에 따라 다른 주주가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⑦ 개별 주주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차등적 취급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주주의 동의 여부와 전반적인 동의율. ⑧ 회사의 상장 여부, 사업목적, 지배구조, 사업현황, 재무상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일부 주주에게 우월적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주주를 차등 취급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 8가지를 주요 판단 근거로 제시하였다. 3. 본 사건에서의 특별한 사정 판단 근거 대법원은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는 근거를 제시한 후 아래와 같은 내용을 근거로 하여 본 사안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① 대주주가 투자자의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 등을 부여함에 동의하면서 투자자에게 우월적 권리를 부여하는 차등적 취급을 승인하였고, 다른 주주들도 이의를 제기한 정황이 없으며, 오히려 투자자의 신주인수대금이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 ② 투자자에게 회사의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경영사항에 대한 감시·감독 등 목적에서 권한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실질적인 손해나 불이익 등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등 약정의 대상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투자자의 사전통지 내지 사전동의권 등은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제3자가 투자자의 주식을 양수 받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그와 같은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다. ⑤ 투자자의 회사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이나 이해관계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과 위약벌 등 손해배상에 관한 청구권은 회사측에서 약정을 위반할 경우 발생되는 권리여서 투하자본 회수를 목적으로 투자원금 반환 등을 약정한 사안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⑥ 투자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도한 권한행사로 인하여 회사나 주주들에게 손해를 주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할 수 있다. 4. 대법원 판결의 판단 근거 등에 대한 의견 및 제언 회사와 이해관계인, 그리고 투자자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할 때 거의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회사 및 이해관계인이 유상증자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고 거의 동일한 내용과 형태의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본 대법원 판결은 무엇보다도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실무적으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조항이 너무나 일반적인 조항이었기 때문에 이를 무효로 판단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조항과 같이 신주인수계약상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은 일정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주주평등의 원칙은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우 무효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계속하여 있어 왔다. 이에 본 대법원 판례에서 신주인수계약상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주주평등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대법원이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라고 판단한 근거 중 몇 가지는 다른 신주인수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향후 모든 신주인수 계약상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가 당연히 유효하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전동의권 등의 대상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서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근거의 경우, 실무적으로 사전동의권 등의 대상에 주주총회 결의사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이 사안과 같은 유상증자의 경우에는 자본금이 10억원 미만이면서 등기이사의 수가 3인 미만이어서 이사회가 구성되지 않은 경우 이사회 결의사항이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은 투자자의 사전통지 내지 사전동의권 등은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제3자가 투자자의 주식을 양수 받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그와 같은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들었는데, 신주인수계약의 내용에 투자자의 주식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양도받는 제3자는 해당 신주인수계약상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도록 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일반화시켜서 모든 신주인수계약에 적용시킬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대법원은 투자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도한 권한행사로 인하여 회사나 주주들에게 손해를 주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들었는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하는 것은 사후적인 사법적 판단에 따른 통제에 불구하고 실무상 회사 및 이해관계인 또는 다른 주주들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투자자의 권한행사를 사전에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너무 강학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투자자와 회사 간에 상호 합의에 따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내용과 방법이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않았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가 아닌 한 당사자 간의 의사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차등 취급이 예외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여서 신주인수계약상 의무 위반에 대한 불이익(위약벌, 조기상환의무, 손해배상의무 등) 역시 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하고 의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대로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위약벌 등이 과도할 경우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직권으로 감액하여 회사 및 이해관계인이 적절한 수준의 책임만을 부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법적, 정책적 방향이 건강한 스타트업 투자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5. 결론 투자업계에서 체결되는 대부분의 신주인수계약의 내용이 이번 사안의 신주인수계약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투자업계에서의 실무상 혼란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술한 바와 같이 대법원 판결은 주주평등 원칙의 예외, 즉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일 뿐이고, 구체적인 사안과 계약의 내용에 따라서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으니 앞으로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할 때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투자계약
사전동의
위약벌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2023-08-16
노동·근로
행정사건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④ 경고의 처분성과 법률유보의 원칙
경고이든 불문경고이든 상대방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처분은 작용규범에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이 사건 경고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부분은 타당하다. 그러나 「검찰청법」의 일반적인 지휘·감독에 관한 규정은 이 사건 경고의 작용규범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규정을 이 사건 경고의 법적 근거로 인정한 부분은 문제가 있다. Ⅰ. 사실관계 1.원고는 2005. 2.경 검사로 임용되어 2015. 8.경부터 2018. 2.경까지 OO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였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017. 10.경부터 2017. 11.경까지 위 지방검찰청에 대하여 ‘2016. 10.경부터 2017. 10.경까지’를 감사대상기간으로 하는 2017년도 통합사무감사를 실시하였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017. 11.경 원고에게 이의신청 기회를 부여한 다음, 2017. 12.경 원고에게 21건의 지적사항 및 이에 대한 평정 결과(벌점 합계 10.5점)를 통보하였다. 이를 기초로 검찰총장은 원고가 21건의 수사사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하여 검사로서 직무를 태만히 한 과오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2018. 1. 18. 원고에게 경고장을 송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경고’라 한다). 2. 원고는 2018. 1. 29.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다시 지적사항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018. 2.경 21건의 지적사항 중 2건의 지적사항에 대하여는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이 부분에 대한 지적사항을 취소하고, 나머지 19건의 지적사항에 대한 이의신청은 기각하였으며, 지적사항 19건에 대한 벌점을 합계 11점으로 정정하였다. 3. 원고는 검찰총장을 피고로 하여 이 사건 경고에 대하여 항고소송(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경고는 그 자체로 어떠한 법률상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고 단지 사실상 또는 간접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본안 전 항변을 하는 한편, 이 사건 경고는 그 사유가 존재하고 피고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해진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 요지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일반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지만,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검찰총장이 사무검사 및 사건평정을 기초로 「대검찰청 자체감사규정 (대검찰청훈령)」 제23조 제3항,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 (대검찰청예규)」 제4조 제2항 제2호 등에 근거하여 검사에 대하여 하는 경고는 일정한 서식에 따라 검사에게 개별 통지를 하고,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검사가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으면 1년 이상 감찰관리 대상자로 선정되어 특별관리를 받을 수 있고, 경고를 받은 사실이 인사자료로 활용되어 복무평정, 직무성과급 지급, 승진·전보인사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향후 다른 징계사유로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경우에 징계양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검사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3. 검찰총장의 경고는 「검사징계법」에 따른 징계처분이 아니라 「검찰청법」 제7조 제1항, 제12조 제2항에 근거하여 검사에 대한 직무감독권을 행사하는 작용에 해당하므로, 검사의 직무상 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하지 않아 「검사징계법」에 따른 징계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징계처분보다 낮은 수준의 감독조치로서 경고를 할 수 있고, 법원은 그것이 직무감독권자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Ⅲ. 대법원 판결의 쟁점 1. 항고소송의 대상적격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은 본안전 판단사항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즉, 처분성 유무에 관한 문제인바, 행정소송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대하여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참조).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행정청의 어떤 행위를 처분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는 추상적,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취지와 그 행위가 주체·내용·형식·절차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로 행정처분으로서의 성립 내지 효력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4397 판결 등 참조),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았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법원은 이 사건 경고와 유사한 행정청의 행위와 관련하여, 군수의 불문경고(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 판결 참조)나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 판결 참조)에 대하여는 표창공적의 사용가능성을 소멸시키고 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되어 표창 대상자에서 제외되거나 임원이나 대표자 선임에서 제외되는 효과 등이 있다는 이유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상당)(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0312 판결 참조), 교육장의 경고(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3두13687 판결 참조), 장관의 경고(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누2700 판결 참조) 등에 대하여는 경고사실이 인사기록부에 기록·유지됨으로 인하여 다른 기관에 취업함에 있어 지장을 받는 불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상의 불이익에 불과하다거나 경고를 받은 자에게 상위권 평점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상 또는 간접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는 이유 등으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 사건 경고를 받으면 감찰관리 대상자로 선정되어 특별관리를 받을 수 있고, 인사자료로 활용되어 승진·전보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향후 다른 징계양정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 사건 경고를 받은 자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생각건대, 경고, 불문경고, 문책경고 등은 그 명칭에 불구하고 모두 행정처분으로 인식될 정도의 외형을 갖추고 있고, 징계에는 해당되나 다른 사유를 감안하거나, 징계를 표창 등을 이유로 감경하거나, 과오는 인정되나 징계를 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는 경우 등에 하는 행정청의 행위이다. 그러므로 그 영향에 있어서 향후 인사 상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판시는 타당하다. 2. 처분의 근거 가. 처분의 근거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은 본안 심리에 들어가기 전에 행정청의 어떠한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문제이고, 처분의 근거 등 처분의 적법성은 해당 처분에 대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이 인정된 후에 본안에 들어가서 판단할 문제이다. 그래서 어떠한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 처분 근거의 적법 여부는 별개의 문제로서 관계가 없다(김용섭, “2021년 행정법(Ⅰ) 중요판례평석”, 인권과 정의 통권 제504호, 2022, 83면; 김중권, “불문경고조치의 법적 성질과 관련한 문제점에 관한 소고”, 인권과 정의 통권 제336호, 2004, 133면 참조).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본안 전 판단 사항인 항고소송의 대상적격과 본안 판단 사항인 처분의 근거는 별개의 문제로 관계가 없는데도 이들을 결부시킨 것은 문제가 있고, 처분의 근거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시한 것은 법률유보의 원칙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다. 나. 처분의 근거와 법률유보의 원칙 법률유보의 원칙이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와 그 밖에 국민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행정작용은 법률에 근거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행정기본법 제8조 참조). 여기서 행정작용의 권한을 수권하는 법률로는 조직규범만으로는 부족하고 작용규범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 판결 참조). 이러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된 처분은 위법하다.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 경고를 「검찰청법」 제7조 제1항 및 제12조 제2항에 근거하여 검사에 대한 직무감독권을 행사하는 작용에 해당한다고 봄으로써 위 「검찰청법」의 규정을 이 사건 경고의 법적 근거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위 규정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행하는 일반적인 지휘·감독에 관한 규정으로, 이 사건 경고에 대한 작용법적 근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규정을 이 사건 경고의 법적 근거로 인정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판시 부분은 문제가 있다. Ⅳ. 맺음말 경고이든 불문경고이든 그것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이 사건 경고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부분은 타당하다. 그러나 「검찰청법」의 일반적인 지휘·감독에 관한 규정은 이 사건 경고에 대한 작용규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위 규정을 이 사건 경고에 대한 작용법적 근거로 인정한 부분은 특별권력관계론에 따른 법률유보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염두에 둔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위 원칙에 대한 심리가 미진했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다. 입법론적으로 본다면 이 사건 경고와 같이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작용에 대하여는 그에 대한 명확한 작용법적 근거를 법률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철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경고처분
검사징계
대검찰청
직무상위반
이철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2023-05-28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계약의 해약으로 지급받은 선박선수금이자가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
I.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와 처분의 경위 국내조선사들은 2007년 5월경부터 2011년 1월경까지 외국선주사들로부터 총 12척의 선박건조를 도급받는 계약(이하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에는 외국선주사들은 선박건조 완료 전에 국내조선사들에게 선박대금 일부를 선수금으로 지급하고, 국내조선사들은 자신들의 사유로 계약이 종료되면 외국선주사들에게 선수금 및 그에 대한 연 6~7%의 이자를 환급하여야 하며, 그 경우 쌍방의 상대방에 대한 모든 의무 및 책임이 면제되고 준거법은 영국법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원고는 국내금융기관으로서 2007년 7월경부터 2011년 3월경까지 위 국내조선사들의 외국선주사들에 대한 선수금 및 그 이자의 지급채무를 보증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증계약'이라고 한다). 그 후 외국선주사들은 국내조선사들의 선박인도 등이 지연되자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을 해제하였고, 원고는 2009년 6월경부터 2011년 7월경까지 외국선주사들에게 국내조선사들이 수령한 선수금과 그 이자(이하 '쟁점 선수금' 및 '쟁점 선수금이자'라고 한다)를 지급하였다. 피고는 쟁점 선수금이자가 구 법인세법(2011년 12월 31일 법률 제111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3조 제10호 (나)목 및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0년 12월 30일 대통령령 제22577호로 개정된 것) 제132조 제10항 등(이하 '쟁점 조항'이라고 한다)이 규정하는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데도 원고가 그에 대한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2009 내지 2011 사업연도 원천징수법인세 및 이에 대한 가산세를 징수·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쟁점 조항이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규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손해배상으로서 그 명목 여하에 불구하고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 또는 기타 물품의 가액'에 관하여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위약금과 배상금이 계약상대방의 채무불이행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의 실제 감소액에 대한 배상으로서 순자산의 증가가 없는 경우에는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에 해당하여 이를 기타소득으로 볼 수 없지만, 이를 초과하여 위약금과 배상금을 지급받았다면 이는 손해의 전보를 넘어 새로운 수입이나 소득을 발생시키므로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서 과세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다음,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선수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통상 부담하게 되는 금융비용과 계약체결 과정에서 지출하게 된 비용 등에 대한 전보로서 지급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선박대금 선지급에 따라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으므로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실제로 입은 손해를 회복시키는 손해배상금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문제의 소재와 이 사건 쟁점 전세계소득에 대해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내국법인과 달리 외국법인은 법인세법에서 규정하는 국내원천소득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납세의무를 부담한다. 구 법인세법 제93조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의 종류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 중 쟁점 조항은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손해배상으로서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을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 쟁점 선수금이자는 선박건조계약에 따라 수령한 선수금을 반환하는 경우에 가산하여 지급되는 금액으로서 쟁점 선수금이자가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소득의 지급자인 원고가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쟁점 선수금이자가 쟁점 조항의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된다. 2. 선박건조계약과 선수금이자의 성격 선박건조에는 장기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통상 선주사는 선박의 자산가치 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여 조선사에게 선수금을 지급하는데, 선박건조 과정에서 일정한 문제가 생기면 조선사는 선수금을 반환하여야 한다. 선수금반환의무는 조선사의 요청을 받은 금융기관이 외국선주사와 선박선수금환급보증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담보된다. 조선사와 금융기관은 선수금 반환시에 선수금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한다. 선수금이자는 선주사가 선수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선박금융비용 등과 연계되어 변동이율 등에 따라 산정된다. 선수금과 선수금이자가 반환되면 선박건조계약상 당사자들은 모두 면책된다. 3.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의 의미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지급받는 손해배상금이어야 한다는 '해약배상 요건' 및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이어야 한다는 '초과배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은 외국법인이 고등훈련기 양산참여권의 포기대가로 금전을 받은 사안에서, 위 금전은 해약배상 요건을 충족하고 외국법인 장차 양산사업에 참여하였을 경우 얻은 기대이익에 대한 배상금이므로 초과배상 요건도 해당하여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두19447 판결).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은 소득세법에서 기타소득으로 규정하는 위약금, 배상금과 거의 동일하게 정의되어 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41조 제8항). 헌법재판소는 위 초과배상에 관하여 계약상대방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의 실제 감소액(적극적 손해)을 넘는 것, 즉 채무가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재산의 증가액(소극적 손해)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헌법재판소 2010. 2. 25. 선고 2008헌바79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은 이행지체로 인한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은 기타소득에 해당하지만(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누7406 판결) 법정해제나 약정해제권의 행사에 따른 민법 제548조 제2항의 법정이자는 기타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고(대법원 2014. 12. 11.자 2014두41145 판결), 매매계약의 합의해제에 따라 기지급 금액을 넘는 금원을 지급받는 사안에서는 구체적 내용에 따라 현실적 손해 보전의 경우인지를 따져 기타소득 해당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두11979 판결,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두33470 판결). 대법원은 초과배상 요건에 관하여 일의적 잣대를 택하지 않고 사안에 따라 순자산 증가 여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4. 쟁점 선수금이자가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의 준거법인 영국법에 따르면 쟁점 선수금이자는 영국법상 손해배상예정을 의미하는 Liquidated Damages로서 쟁점 선수금과 그 이자를 환급하는 경우 국내조선사들은 외국선주사들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이 면제되므로 '해약배상'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다툼이 없는 반면 '초과배상' 해당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하고 있다. 긍정설은 외국선주사들은 선박건조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국내조선사들에 지급하였다가 돌려 받지 못한 쟁점 선수금 자체의 적극적 손해는 원고로부터 쟁점 선수금 상당액을 지급받으면서 배상받은 것이지만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쟁점 선수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지 못하여 입게 되는 이자 상당액의 소극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하여 지급된 것이므로 쟁점 선수금이자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서는 금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부정설은 일반적인 선박금융구조에 비추어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쟁점 선수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는 금융비용 등을 전보하기 위한 금원으로 실제로 입은 손해는 넘어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발생한 순자산감소를 회복시키는 것이고 가사 쟁점 선수금이자 중 재산상 감소액을 초과하여 손해를 배상하는 금액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기타소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이 있으므로 피고가 이를 특정하여 입증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처분 전부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입장이기도 하다. 5.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은 선박건조계약의 해제에 따라 원고가 외국선주사들에게 지급한 쟁점 선수금이자가 외국선주사들의 순자산 감소를 회복시키는 손해배상금으로서 초과배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최초의 선례이다. 쟁점 선수금이자의 기타소득 해당 여부를 외국선주사들과 국내조선사들 사이의 거래를 포함하여 선박금융 과정에서 체결되는 모든 거래를 고려하여 원천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 외국법인의 순자산 증가의 관점에서 쟁점 선수금이자의 성격을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소득과세원칙에 입각하여 국내원천 기타소득의 법리를 발전시켰다고 평가된다. 또한, 절차적 측면에서 쟁점 선수금이자가 외국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켰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다고 판단한 부분도 입증책임원칙에 충실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선박금융의 구조에 비추어 쟁점 선수금이자는 일응 순자산감소에 대한 전보로 파악할 수 있지만 유사사건에서는 순자산감소에 대한 회복여부와 입증의 문제는 구체적 사정을 들여다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논거와 결론에 동의한다. 백제흠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인세
원천징수
기타소득
외국법인
백제흠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21-06-28
국가배상
군사·병역
국가배상법상의 이중배상금지 규정과 다른 법령에 의한 보상금청구
[사실관계] 1. 처분의 경위 : ① 갑은 해군에 입대하여 근무 중 상관이 과도한 업무를 부과하고 욕설과 폭언을 일삼자 부대 인근 공원에서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하였다. ② 갑의 아버지(원고)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법원이 2010년 10월 13일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하여 그 무렵 확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원고는 국가로부터 약 1억 원을 수령하였다. ③ 원고는 2012년 7월 2일 강원동부보훈지청장(피고)에게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망인이 보훈보상대상자의 요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를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보훈보상자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재해사망군경의 유족으로 결정하고 원고에게 보훈급여금을 지급하여 왔다. ④ 그런데 피고는 2014년 8월 4일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의하면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금과 국가보훈처에서 지급하는 보훈급여금은 중복하여 수령할 수 없음에도 원고에게 이를 중복하여 지급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에 대한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정지하는 결정을 하였다. 2. 재판의 경과 : 제1심 법원은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원심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국가배상과 보상급여금의 청구가 모두 가능한 경우에 시간적 선후관계를 달리한 우연한 사정에 따라 지급받는 금액이 달라진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서 이중배상을 금지한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는 점이 주요한 판결이유이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공상을 입은 군인 등이 먼저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은 다음 '보훈보상자법'이 정한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 국가보훈처장은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았다는 사정을 들어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 [평석] Ⅰ. 쟁점의 정리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군인 등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공상을 입은 경우에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 등의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소위 '이중배상금지 규정'이라고 하는바 위험성이 높은 직무에 종사하는 군인 등에게 사회보장적 위험부담으로서의 국가보상제도를 별도로 마련함으로써 그것과 경합되는 국가배상청구를 배제하는 취지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먼저 국가배상법상의 손해배상을 받은 다음 다른 법령에 따른 보상금 등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같은 조항에 의해 보상금 등의 지급이 금지되는지 문제가 된다. Ⅱ.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이중배상금지 규정인지 여부 원래 '이중배상금지'라는 용어는 동일한 성격인 복수의 배상청구권의 경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재해보상금 등은 군인군속 등의 복무중의 희생에 대하여 이를 보상하고 퇴직 후의 생활 또는 유족의 생활을 부조함에 그 사회보장적 목적이 있고 손해배상제도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양자는 그 제도의 목적이 다르다. 따라서 통상 사용되는 이중배상금지는 '보상이 있는 경우에는 이와 중복되는 의미의 배상은 금지된다'는 의미라고 할 것이다. Ⅲ. 국가배상을 받은 후 보상급여 청구 가능성 1. 학설 : 부정설은 국가배상을 먼저 청구하면 국가배상과 보상급여금을 모두 받을 수 있는 반면 먼저 보상급여금을 청구하면 국가배상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데 이처럼 시간적 선후관계를 달리한 우연한 사정에 따라 지급받는 금액이 달라진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서 이중배상을 금지한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는 점을 근거로 한다(이 사건의 원심판결). 긍정설의 근거는① 보훈급여금은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질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한 공헌이나 희생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베푸는 것으로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는데 목적이 있는 손해배상제도와는 근본적인 취지나 목적을 달리하고 있다. ② 위 규정은 군인 등이 공상을 입은 경우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이나 상이연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그와 별도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반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이미 지급받은 경우 다른 법령에 따른 재해보상금이나 상이연금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며 해석상으로도 다른 법령에 따른 청구가 무조건 금지되는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이 사건제1심 판결). 2. 대법원판결 :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①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명시적으로 '다른 법령에 따라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국가배상법 등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보훈보상자법은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은 자를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② 위 법령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보훈보상자법 등에 의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넘어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금을 받은 경우 보훈보상자법상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③ 먼저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을 지급받은 자에 대한 보훈보상자법상 보상금과 중첩되는 영역에 관하여 보상금 지급액을 제한하기 위하여는 이미 지급된 손해배상금을 공제하여 보상금을 정하기 위한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보훈보상자법에 이와 같이 선지급된 손해배상액을 장래 지급할 보상금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3. 평가 : 부정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시간적 선후관계를 달리한 우연한 사정에 따라 지급받는 금액이 달라진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서 이중배상을 금지한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보상금을 먼저 받은 피해군인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으니 국가배상을 먼저 받은 피해군인도 마찬가지로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이는 불합리한 평등 즉 하향평준화를 강요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는 주장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점에서 긍정설이 타당하며 군인 등에게 불리하게 규정에도 없는 이중배상금지 규정을 원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본다. ① 보훈급여금은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질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한 공헌이나 희생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베푸는 것으로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는데 목적이 있는 손해배상제도와는 근본적인 취지나 목적을 달리하고 있다(⇒이중배상이 아님). ② 위 규정은 재해보상금의 지급이 가능한 경우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일 뿐 국가배상을 수령 후에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규정이 아니다(⇒문언상 취지). ③ 이중배상의 금지규정을 확대 적용한다면 피해자는 '군인 등'의 신분 때문에 일반인보다 불리한 취급을 당하게 된다(⇒평등원칙 위반). Ⅳ. 결론 1. 이 판결의 의의 : 대법원은 피해군인 등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먼저 지급받았다고 하여도 나중에 보훈보상자법이 정한 보훈급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요지의 판결을 하였다. 하급심 판례에서 보듯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은 후에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또는 '없다' 등으로 견해가 대립되는 있는 실무현실에서 판례를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이 사건 대법원 판례이론에 따르면 보훈급여금을 지급받은 후에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지만 국가배상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보훈급여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하여는 청구의 선후에 따라 청구의 가부가 달라지는 불평등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법적 안정성에 반한다는 부정설의 지적은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정설의 결과인 불합리한 형평성을 강요할 수 없기에 국가배상을 지급받은 후에 보훈급여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 판결의 결론에 우선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 불평등의 발생이나 법적 안정성에 반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훈급여금 등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에도 중복되는 의미의 배상이 아니라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적인 보완이 근본적 해결책이라 할 것이다. 헌법 제29조 제2항은 1972년 군사독재에서 개정된 유신헌법의 잔재로 궁극적으로 민주정부 하에서 이들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다. 2. 해결방안 : 헌법개정이 되기 전 현행법 하에서 해결방안으로 소극적이나마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① 군인 등을 일반국민과 차별할 수 있는 근거는 헌법 제29조 제2항의 '법률이 정하는 보상'인데 그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보훈보상자법이나 국가유공자법 등 재해보상금의 보상수준을 국가배상법의 배상수준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시키는 것이다. ②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의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 범위에 관하여는 그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그 적용대상을 축소해야 할 것이다. 반면 국가배상법상의 배상청구권의 인정범위를 가급적 확대하려는 합리적 해석이 필요하다. 이철환 변호사(법무법인 광주로펌·법학박사)
재해사망군경
보훈급여
자살
국가배상
이중배상
이철환 변호사(법무법인 광주로펌·법학박사)
2020-06-22
민사소송·집행
부동산·건축
배당이의소송후 수령한 배당금에 관한 변제효력 발생시점
- 대법원 2018. 3. 27. 선고 2015다70822 판결 - 1. 사안의 개요 채무자 소유 부동산의 경매절차에서 근저당권자 A(채권최고액 2억원)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원금 1억원 및 2016년1월 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이자(지연이자)채권이라는 내용의 채권계산서를 제출하였다. 집행법원은 배당기일(2016. 12. 31.) 위 채권계산서를 기초로 A에게 1억1200만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고, 후순위 근저당권자 B가 A를 상대로 배당이의를 하였다. 배당이의소송에서 법원은 B의 청구를 기각하여2017년 12월 31일 A에게 1억1200만 원을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가 확정되었고, A는 그날 공탁된 배당금 1억1200만 원을 수령하였다(사안의 개요는 본 평석에서 다루는 쟁점과 관련되는 부분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법리적으로 동일한 평가를 받을 수있는 범위 내에서 실제 사안을 최대한 간략하게 수정하여 정리한 것이다). 2. 이 사건의 쟁점 및 대법원의 판단 근저당권자 A의 채권은 배당기일(2016. 12. 31.)을 기준으로 하면 1억1200만 원이고, 배당표 확정 후 공탁된 배당금을 수령한 날(2017. 12. 31.)을 기준으로하면 1억2400만 원이 된다. A가 수령한배당금은 1억1200만 원인데 위 수령에 따른 변제 효과 발생일을 배당기일로 보면A의 채권은 전부 소멸한 것이 되고, 배당금을 실제로 수령한 날로 보면 A의 채권은 원금 1200만 원이 남게 된다. A의 배당금 수령에 따른 변제 효과 발생일을 언제로 볼 것인지가 이 사건의 쟁점인데, 이에대해 대법원은 배당표 확정에 따라 A가배당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 날 변제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결하였고, 그 근거로A가 배당금을 현실적으로 수령할 수 없는상태에서 변제의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인정할 수는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3. 평석 본 사안에서 A가 수령한 1억1200만 원에 관한 변제 효과 발생시점은 A가 배당금을 현실적으로 수령한 날이 아니라 배당기일(배당금 공탁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대법원의 판단과 같이 해석하면 채무자가 부당한 손해를 입게 된다.본 사안에서 B의 배당이의가 없었으면채무자의 A에 대한 채무는 전부 소멸한다. 그런데 채무자와는 무관한 B의 배당이의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 채무자의 채무가 소멸하지 않고 남게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 지연이자율이 높고 배당이의소송기간이 길수록 채무자의 손해규모가 커지게 될 것인데 이러한 손해를채무자에게 부담시켜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채무자가 배당이의소송 도중에A에 대한 채무를 변제함으로써 고율의 지연이자 부담을 면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있으나, 현재의 민사집행제도에서 효과적으로 그런 조치를 취할 수단이 있는지 의문이며,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채무자에게그러한 부담을 안기는 것이 타당한지는의문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채무자의 손해에 대하여 채무자가 B를 상대로 부당제소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여구제받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불법행위 성립요건 등과 관련하여 현실적인방안이 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덧붙여, 근저당권자의 채권에 고율의지연이자율이 적용되고, 채무자의 변제자력이 있는 경우라면, 근저당권자는 일부러 배당이의를 유도하여 배당표 확정시까지 시간을 끄는 방법으로 고금리의 이익을 얻으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로, 대법원의 판단과 같이 해석하면 제3자의 권리관계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채권자 E가 채무자에 대해 다음과 같은2개의 대여금채권이 있고, 그에 대한 담보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채권최고액3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고 가정한다. [채권1] 대여일: 2015. 12. 31., 금액:100만 원, 이자율: 월 1%, 변제기일:2016. 12. 30., 보증인: 갑 [채권2] 대여일: 2015. 12. 31., 금액:100만 원, 이자율: 월 2%, 변제기일:2017. 12. 30., 보증인: 을 근저당 부동산에 관하여 다른 근저당권자가 경매신청을 하여 진행된 경매절차의배당기일(2016. 12. 31.)에 E에게 100만 원을 배당하는 내용으로 배당표가 작성되었고, 후순위 근저당권자인 F가 E를 상대로배당이의를 한 후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였으나 2017년 12월 31일 F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확정되어 그날 E가 공탁된 배당금 100만원을 수령하였다고 가정한다. 위 경우에 F의 배당이의가 없었다면 E가 2016년 12월 31일 배당금 100만원을수령하고, 그 배당금은 전부 변제기가 도래한 채권1의 변제에 충당되었을 것이다(채권2의 이자에 일부 변제충당되는 부분은 편의상 무시함). 그런데 F의 배당이의에 따라 2017년 12월 31일 배당표가 확정되고 그날 E가 배당금을 수령함으로써 배당금은 전부 변제이익이 큰 채권2의 변제에 충당된다. 제3자인 F의 배당이의 유무에 따라 보증인‘갑’과‘을’의 이해관계에 큰 차이가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는데,이러한 결과가 타당한가? 이상에서 설명한 문제점은 배당이의 여부와 관계없이 당초의 배당기일에 변제의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간단히해결된다(배당이의소송 결과 추가배당을해야 될 경우에는 추가배당의 배당기일에배당 내용에 따라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배당이의에 따라 배당표가 확정되지도 않았고 채권자가 배당금을 수령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는 근거는 무엇으로 볼 것인가가 문제된다. 채권자 A에게 배당이 되었는데 채권자 B가 배당이의를 한 경우 집행법원은 A에 대한 배당금을 공탁하며, 이 공탁금은배당이의소송의 판결 결과에 따라 A 또는B가 수령하게 된다. 이 때 집행법원의 공탁은 채권자를 A 또는 B로 한 채권자불확지 공탁과 다를 바가 없다. 채권자불확지공탁의 경우 공탁요건이 갖추어진 공탁이라면 공탁금출급청구권확인판결을 받기전까지 진정한 채권자가 공탁금을 수령할수 없어도 공탁시점에 변제의 효과가 생긴다. 배당금 공탁의 경우에도 채무자를 대신하여 집행법원이 변제자금인 배당금을변제공탁하면서 진정한 채권자가 A인지B인지를 과실 없이 알 수 없다는 사유로채권자불확지공탁을 한 것으로 보지 못할이유가 없다. 그렇게 해석하면 배당이의소송 결과 채권자 A가 배당을 받게 되든,채권자 B가 배당을 받게 되든, 또는 나누어 배당을 받게 되든, 공탁 시점에 A 또는B에게 채무를 변제한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아무 문제도 없다. 정당한 배당권자가배당이의판결 확정시까지 배당금을 수령할 수 없으면서도 배당기일에 자신의 채권은 이미 소멸한 것으로 취급되는 불이익을받게 되지만, 이는 채권자불확지공탁에서의 정당한 채권자가 입는 손해와 동일한것으로서 감수할 수밖에 없는 손해로 보거나, 뒤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부당제소로인한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면 된다. 문제는 채무자가 배당이의를 하였으나채무자의 청구가 기각된 경우인데, 이 경우도 배당이의에 따른 배당금의 공탁을지급금지사유(채권가압류나 변제금지가처분 등) 발생에 따른 제3채무자의 공탁과 유사한 것으로 보아 공탁 시점에 채무변제의 효과를 발생시키고 채권자의 배당금 수령 지연에 따른 손해는 부당제소에따른 손해배상 문제로 해결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배당표 확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배당이의소송의 판결에 의해 원래의배당표가 그대로 확정되거나 경정된 배당표가 확정되었을 때 그 확정의 효력은 당초의 배당기일로 소급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배당기일에 변제의 효과가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함에 따른 채권자의손해는 배당이의를 제기한 자가 채무자이든 다른 채권자이든 관계없이 그를 상대로 불법행위(부당제소)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해결하면 될 것이다. 이 경우불법행위의 성립요건(특히 고의 과실) 충족이 문제되어 현실적으로는 손해배상을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나, 이는 배당이의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닌, 소송에까지 이르는 법적 분쟁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배당이의를 통해 비로소 배당을 받게 된채권자의 경우 부당제소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문제가 있으나, 국가기관의 잘못된 업무 처리에 따른 손해 일반과 같이 취급하면 될 것이다. 또한, 부당제소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 그 손해액은배당기일부터 배당금 수령일까지의 배당금에 대한 법정이자에서 공탁금이자를 공제한 금액이 될 것인데, 채권자의 채권이고율의 지연이자가 있는 채권인 경우 실제로 배당금을 수령한 날까지의 지연이자를 배상받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으나, 배당이의에 따른 채권자의 손해는‘배당기일에 배당금을 받지 못한 손해’이지‘배당금을 받을 때까지 고율의 이자를보장받지 못한 손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므로, 법정이자 상당액의 손해배상으로채권자의 손해는 전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본 판결의 결론에반대한다. 최영노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배당이의
배당금
경매
최영노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2018-07-17
기업법무
선석대기로 인한 체박손해금의 법적성질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2. 9. 선고 2016가단13431 판결을 중심으로- 1. 사안의 개요 원 선주와 원고는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면서 아래와 같은 계약조항을 두었다. 원고는 선적할 화물을 모두 선적하여도 선박에 남는 부분이 있을 것이 예상되어, 피고와 재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재용선계약에도 같은 조항을 두었다. 양륙항에서 선석대기는 5일간 지속되었다. 그래서 선주는 원고에게 선석대기 5일에 대한 체박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였고, 원고는 선주에게 체박손해금을 지급하였다. 원고가 체박손해금을 선주에게 지급한 후, 피고에게 같은 금액의 체박손해금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위 j항 제2문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고, 피고는 선석대기와 관련하여 과실이 없으므로, 원고에게 금전의 지급의무가 없다’라고 하며, 체박손해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논의의 실익 선석대기로 인한 체박손해금의 법적성질이 손해배상이라면, 용선자에게 선석대기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청구권이 발생하고, 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396조 과실상계 규정이 적용된다. 또한 체박손해금액도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민법 제398조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되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이 감액할 수도 있다. 반대로 선석대기로 인한 체박손해금이 선주의 보수라면, 선석대기는 항구의 사정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므로 용선자가 항구의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바, 용선자의 고의 내지 과실을 불문하고, 선석대기가 발생하기만 하면 선주에게 체박손해금 청구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체박손해금액도 정해져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민법 제398조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과실상계나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원인으로 한 감액이 이루어지지 아니한다. 3. 울산지방법원 2014. 9. 4. 선고 2012가합1883 판결 울산지방법원 2014. 9. 4. 선고 2012가합1883 판결(이 판결의 상소심인 부산고등법원 2014나7179 판결, 대법원 2016다12151 판결에서는 체박손해금에 대해 판단이 변경되지 아니하였다. 이하 ‘울산지법 판결’이라고 한다)에서는 용선계약에 ‘체박손해금(Detention): 선적지나 양하지에 선박이 도착하기 이전에 화물이나 서류가 완비되지 않은 경우에 또는 용선자나 수하인이 화물의 하역이나 선적을 위한 야역장, 충분한 트럭, 부선을 제공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정박, 선적, 하역 대기를 하느라 지연된 시간에 대한 체박손해금은 일당 미화 3000달러의 비율로 발생함. 선적항에서 발생한 체박손해금은 모두 운임과 함께 정산이 되어야 하고, 양하항에서 발생한 체박손해금은 선박의 양하작업이 완료되기 이전에 정산이 되어야 함’이라는 조항이 있었다. 울산지방법원은 위와 같은 조항에 따른 체박손해금에 대하여 ‘체박손해금은 양하지에 선박이 도착하기 이전에 서류가 완비되지 않은 경우 또는 용선자나 수하인이 화물의 하역을 위한 야적장 등을 제공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정박이나 하역대기를 하느라 지연된 기간에 대하여 발생하는 보수이고, 상법 제807조에서 체박손해금을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으로 열거하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그 성격상 선박소유자가 체선기간 중 입게 되는 선원료, 식비, 선박이용을 방해받음으로 인하여 상실한 이익 등의 손실을 전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체선료와 다를 바 없어’라고 판시하였다. 위 울산지법 판결에서 문제된 체박손해금 조항은 위 사안의 개요에 소개한 j항 제1문과 유사한 조항이다. 그래서 선석대기와 관련된 체박손해금의 경우에 직접 원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판결이기는 하다. 그러나 일단 체박손해금 중 일정 부분은 손해배상이 아닌 선주의 보수라고 판시한 점에 의미가 있다. 4.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2. 9. 선고 2016가단13431 판결 실무상 WIBON(whether in berth or not)조항 없이 부두조건 용선계약(항구조건 용건계약과 WIBON 조항이 있는 부두조건 용선계약의 경우에는 발항지연에 따라 용선자가 선주에게 지급하는 금원은 체선료에 해당하게 되기 때문이다)을 체결하면서 위 j항처럼 ‘① 하역항에 선하증권의 원본이 도착하지 않거나, 화물 하역 준비/화물인수가 지연되어 선박의 발항이 지연될 경우, 용선자는 선주에게 모든 실제적인 시간 손실에 대해 체박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② 선석대기, 놀 또는 용선자의 편의에 의한 야간 작업 중단에 의한 시간 손실은 발항지연에 의한 시간 손실로 간주한다. ③ 체박손해금은 하루당 xx달러 또는 시간 비율에 따른 금액으로 청구한다’라는 계약조항(이하 ‘예시조항’이라고 한다)을 두는 경우가 있다. 체박손해금을 영문으로는 Detention charge라고 한다. 이러한 체박손해금은 발항지연에 따른 손실부담에 관련된 것인데, 예시조항에 따른 체박손해금의 성격이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아니하다. 특히 체박손해금 조항에 예시조항 ③까지 있는 경우, 체박손해금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아니면 선주의 보수인지 불분명하다. 다만 예시조항 ①과 같은 조항에 대해서는 울산지법 판결에서 체박손해금을 선주의 보수라고 판단하였다. 이 글에서 살펴볼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2. 9. 선고 2016가단13431 판결(1심판결이 확정되었다. 이하 ‘본건 판결’이라고 한다)에서는 위 사안의 개요의 j항 제2문 및 예시조항 ② 중 선석대기가 발생하여 발항이 지연되었고, j항 제3문 및 예시조항 ③처럼 체박손해금액이 정해져 있었던 사건이다. 즉, 이 글에서 논하고자 하는 ‘선석대기로 인한 체박손해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아니면 선주의 보수인지’가 논쟁이 되었다. 위와 같은 논쟁에 대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화물을 하역할 부두 혼잡으로 하역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이 사건 용선계약에서 이러한 선석대기(waiting for berth)로 인한 정박기간 초과를 체박손해로 간주한 점, 이 사건 용선계약에서 정한 Berth to Berth조항은 양륙준비완료통지를 유효하게 발송할 수 있는 조건이라기보다는 양륙이 선주의 책임과 비용으로 이루어지는 조건으로 해석하는 것이 이 사건 용선계약의 문언과 GENCON 서식에 보다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선박이 양하항에 도착한 후 양륙준비완료통지가 있었던 이후 선석대기 기간은, 용선자가 하역 대기를 하느라 지연된 시간으로서 체박손해금이 발생하는 기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5. 판결의 타당성 선석대기로 인한 체박손해금은 본건 판결처럼 선주의 보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울산지법 판결에 판시된 것처럼 체박손해금의 성격상 선주가 선석대기로 인해 체선기간 중 입게 되는 선원료, 식비, 선박이용을 방해받음으로 인하여 상실한 이익 등의 손실을 전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선주의 보수인 체선료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체박손해금은 Detention charge라는 영문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인데, charge라는 단어 자체가 ‘요금, 대금’이라는 의미인 점, 위 j항 및 예시조항의 구조상 j항 제2문과 예시조항 ②의 선석대기로 인한 시간 손실을 j항 제1문 예시조항 ①의 체박손해금이 발생하는 시간손실로 계산 내지 간주하는 점을 볼 때에도 선석대기로 인한 체박손해금 역시 Detention charge로서 선주의 보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울러 항해용선 용선계약에서 특약으로 따로 정하는 내용 외에 GENCON의 내용이 준용되는 경우에는 GENCON PART2 선박소유자의 책임 조항에 의해, 선주는 물건의 멸실이나 훼손이나 인도지연에 대하여 그 멸실, 훼손 또는 인도지연이 모든 면에서 선박에 감항력을 확보하고 적절한 인원을 배치하며 장비를 보급할 것을 담보할 선주나 그 관리인의 개인적 주의의무의 결여에 기인하거나 또는 선박소유자나 관리인의 개인적 작위나 부주의에 기인하는 경우에만 그 책임을 지고, 그 이외의 어떠한 원인으로 인한 멸실, 훼손, 지연에 대하여서도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즉 GENCON의 내용이 준용되는 항해용선 계약의 경우, 일반적으로 선석대기로 인한 비용은 용선자가 부담하게 되고 선주는 책임이 없다. 따라서 선석대기로 인한 비용은 용선자에게 선석대기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용선자가 모두 부담하게 된다. 결국 선석대기로 인한 비용은 용선자의 고의 또는 과실과 관계없이 용선자가 부담하는 것이므로, 이를 귀책사유를 요건으로 하는 손해배상이라고 볼 수 없고, 선석대기로 인한 체박손해금 역시 선석대기로 인한 비용이므로, 선석대기로 인한 체박손해금은 손해배상금이라기보다는 선주의 보수에 해당된다. 6. 결어 그렇다면 본건 판결이 판시는 타당한 판시이고, 선석대기로 인한 체박손해금의 법적성질은 선주의 보수에 해당한다. 본건 판결은 하급심 판결이긴 하지만, 선석대기로 인한 체박손해금이 선주의 보수임을 처음으로 확인한 선례로서 그 의의가 있는 판결로 사료된다.
선석대기
체박손해금
선박
용선계약
2017-05-19
상사일반
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에서 가산금의 법적 성격
-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3다82944(본소) 2013다82951(반소) 판결 - 1. 사건개요 및 논점 원고가 2005~2009년 동안 피고와 케이블조립체 등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허위원가자료를 제출하여 약 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확인되어, 피고는 방위사업법 제58조, 계약특수조건을 근거로 부당이득 및 가산금 합계 약 36억원을 청구하였고, 원고는 이에 대해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는 반소로 부당이득 및 가산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때 당사자 사이에 위 가산금의 법적 성격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것인지 위약벌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주요 논점 중 하나가 되었다. 2. 가산금의 법적 성격에 대한 대상 판결의 요지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지만 당사자 사이의 위약금 약정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이나 전보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위약금은 위약벌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의 가산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이유는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의 근거가 되는 방위사업법 제58조의 내용은 1998. 12. 31. 신설된 구「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2조의2 제1항에서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인데, 1998. 12. 31. 위 규정을 신설한 입법취지가 "부당이득금과 이자 이외에 범칙금적 성격의 가산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두려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방산물자를 적정한 가격에 계약함으로써 국방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방위산업체의 허위 자료 제출을 예방하기 위하여 허위의 원가계산자료를 제출한 방위산업체를 상대로 부당이득금과 이에 대한 이자뿐만 아니라 제재적 성격을 지닌 가산금까지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입법 취지는 방위사업청 지침의 형태로 규정된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가산금을 손해배상예정액으로 보게 되면 순수 손해액인 부당이득금에다 가산금까지 이중의 배상을 하는 결과가 된다.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에 규정된 가산금은 부당이득금의 환수로도 전보되지 않는 어떤 다른 손해의 발생을 염두에 두고 그 배상관계를 간편하게 처리하려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방위산업체가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에 규정된 귀책사유가 있는 행위를 한 경우 대한민국이 제재적 성격을 지닌 가산금까지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방위산업체로 하여금 정당한 원가계산자료를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위약벌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3. 검토 가. 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 무기체계 구매계약에 있어서 공급의 독과점이 특징으로서 방산물자는 품목별로 지정된 방위산업체에서 독점 공급함으로 인해 조달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적정한 실제 거래 가격이 없고, 계약의 목적물이 신규개발품이나 특수 규격품 등의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금액 등을 결정하기 위하여 생산업체에 원가산정자료의 제출을 요구하여 이를 제출받은 후 이러한 자료들을 검토하거나, 자료 검토만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생산업체에서 제시한 원가 산정자료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사를 거쳐 이를 토대로 방위사업청은 원가계산서를 작성하여 계약금액 등을 결정한다. 한편 방위사업법 제58조, 계약특수조건에 따르면 정부조달계약에 있어서 방위사업청과 계약한 계약상대자가 허위 그 밖에 부정한 내용의 원가자료를 제출하여 계약금액 등이 부당하게 결정되고 그 결과 계약상대자가 부당이득을 얻은 경우에 계약상대자는 부당이득금과 부당이득금에 상당하는 가산금을 방위사업청에게 환수하여야 한다(이하 '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라 한다). 이는 무기체계 구매계약과 같이 계약상대자가 제시하는 원가 산정자료를 기초로 계약금액 등을 정하여야 하는 계약에서 방위사업청이 계약상대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제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원가자료의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하겠다. 나. 가산금의 법적성격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어, 위약금 약정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판례의 입장이고,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여부는 당해 계약서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할 당사자들의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해당 위약금 약정이 채무불이행에 대한 사적인 제재로서 계약당사자들의 채무이행을 강제하는 것이라는 사정이 주장 및 입증된다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닌 위약벌로 볼 것이다. 방위사업법령 및 계약특수조건에서 정하고 있는 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에 관해서는 ① 원가부정이 발생된 경우 통상손해인 원가 차액만이 아닌 원가 차액 상당의 가산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② 무기체계 구매계약에 있어서 방산물자는 품목별로 지정된 방위산업체에서 독점 공급함으로 인해 조달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적정한 실제 거래 가격이 없고 계약의 목적물이 신규개발품이나 특수 규격품 등의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금액 등을 결정하기 위하여 생산업체에 원가산정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므로, 원가부정의 적발도 쉽지 않고, 원가부정은 계약상대자의 지배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계약당사자들은 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를 통하여 무기체계 구매계약에 있어서 계약상대자의 부정 원가자료 제출금지의무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한편 계약상대자의 귀책사유로 원가 부정이 발생할 경우에 계약상대자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이 주된 의도로 보이는 점, ③ 계약상대자의 귀책사유로 원가부정 시 원가 차액 상당만을 확인하면 비교적 용이하게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에 있어서 가산금은 원가부정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의 입증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하려는 의도로 마련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계약상대자의 진정한 원가자료 제출이라는 의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계약상대자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한 수단 및 계약상대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재로 약정되는 '위약벌'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관해서 필자는 '민사법적 관점에서 본 정부조달계약 상 무기체계 구매계약에 관한 연구·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를 중심으로-, 한국방위산업학회지(제22권 제4호), 2015. 12.'를 통해 대상 판결과 동일한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한편 대상 판결 이전에는 가산금의 법적 성격에 관해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고 있었는데, 이는 위약벌에는 감액에 관한 규정이 없고 손해배상의 예정액 감액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모호한 경우 또는 위약벌에 가까운 경우에 조차도 가능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감액을 인정함으로써 형평에 맞는 결론을 도출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들의 의사나 거래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법관의 형평감각에 따라 감액을 인정하려고 위약벌의 성격을 많이 가진 위약금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인정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도 있다. 만일 실무가 위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이는 위약금 약정의 실체와 맞지 않는 작위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위약벌의 감액에 관한 민법 규정이 없어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다수설과 판례이고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판례는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들고 있으므로, 위약벌이 과도하게 무거운 것으로 인정되면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있어서 감액의 경우와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법무부 민법개정안에서 제398조를 위약금 약정에 관한 규정으로 바꾸고 위약금의 감액을 인정하였다. 4. 결론 대상 판결 이전에는 가산금의 법적 성격에 관해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고 있었는데 그 성격을 위약벌로 본 것은 환영할 만하다. 이에 관해서는 앞으로 그 판결이 하나씩 누적되면서 그 법리가 확고히 정립되리라 믿는다. 이러한 논의의 시작이 앞으로 무기체계 구매계약 등 방위사업계약 전반에 있어서, 그 법적 성격에 부합하고 계약당사자 간의 합리적이고 공평한 계약제도 정립을 위한 법학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고, 이 분야에 있어서 실무와 연계된 활발한 법학적 논의를 거쳐 보다 민사법 및 그 일반원칙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계약제도를 만들었으면 한다.
부당이득
위약벌
가산금
방위사업계약
권용태 기자
2016-10-13
선수금환급보증의 독립성과 권리남용의 관계
(대법원 2015.7.9.선고 2014다 6442 판결) I. 사실관계 갑은 을 조선소와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하였다(준거법은 한국법). 선박건조를 위한 선수금을 갑은 을에게 여러 차례 제공하고, 선박건조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그 선수금을 환급받아야 한다. 갑(수익자)은 2007년 9월 취소가 불가하고 무조건적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선수금환급보증서를 은행 병으로부터 수령하였다(준거법은 한국법). 선수금지급의 조건으로, (i) 매수인(갑)이 건조자(을)에게 계약에 따른 환급청구를 하였다는 점 및 건조자가 환급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내용으로 하는 매수인의 단순한 서면진술서에 기하여 지급하고 (ii) 다만, 건조자와 매수인 사이의 계약의 해제 혹은 선수금 반환 청구의 분쟁이 중재절차에 회부된 경우는 예외로 하였다. 을은 갑이 약정된 선수금을 제때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9년 10월 계약을 해제하였다. 갑(원고)은 2011년 8월 을의 채무불이행을 근거로 계약을 해제하고 선수금반환을 구하였으나 을이 반환을 거부하자, 병(피고)에게 2011년 11월 선수금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병은 갑이 선수금을 제때에 주지 않은 이유로 계약이 이미 해제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원고들이 병에 대하여 선수금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없음이 명백함에도 이 사건 보증서에 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갑은 을이 건조할 의사나 능력도 없이 선수금을 유용할 목적으로 선수금청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선수금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이유로 한 을의 계약해제는 부적법하고, 자신들이 정당한 계약해제를 한 것이고 이는 보증서에 기재된 선수금반환 사유라고 주장하였다. II. 서울고등법원의 판단 1. 병이 갑을 위하여 발급한 본 보증서는 독립적 은행보증에 해당하고, 갑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병이 갑에게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 할 수 있다. 2. 을이 건조선박에 관한 용골거치를 시행하였음에도, 갑은 3차 선수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에 따라 을이 건조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고 기왕에 지급받은 1, 2차 선수금을 손해의 전보에 충당한 이상 갑은 을에 대하여 선수금 환급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 3. 을의 선수금지급청구의 요건, 갑이 어떠한 분쟁이나 불일치를 이유로도 선수금지급을 지체할 수 없음은 을과의 사이의 계약서에 명문으로 기재되어있는 점, (중략) 갑은 을이 먼저 해제통지를 한 사실을 알면서도 계약상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서 그 해제통지의 효력을 부인하고 선박건조대금의 감액만을 요구해 온 점, (중략) 분쟁해결을 위해 중재를 신청하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갑이 을에 대하여 선수금환급을 청구할 아무런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갑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 사건 보증서의 추상성 및 무인성을 악용하여 이 사건 청구를 한 것이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III. 대법원 1. 은행이 보증을 하면서 보증금 지급조건과 일치하는 청구서 및 요된 서류가 제시되는 경우에는 그 보증이 기초하고 있는 계약이나 이행제공의 조건과 상관없이 그에 의하여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고 즉시 수익자가 청구하는 보증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였다면, 이는 주 채무자인 보증의뢰인과 채권자인 수익자 사이의 원인관계와는 독립되어 원인관계에 기한 사유로는 수익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은행의 무조건적인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독립적 은행보증이다. 독립적 은행보증의 보증인으로서는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보증의뢰인이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를 불문하고 보증서에 기재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이 점에서 독립적 은행보증에서는 수익자와 보증의뢰인 사이의 원인관계는 단절되는 추상성 및 무인성이 있다. 2. 다만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도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원칙의 적용까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수익자가 실제로는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은행보증의 추상성과 무인성을 악용하여 보증인에게 청구를 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보증인으로서도 수익자의 청구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나, 원인관계와 단절된 추상성 및 무인성이라는 독립적 은행보증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면, 수익자가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수익자의 형식적인 법적 지위의 남용이 별다른 의심 없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권리남용을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중략) 독립적 은행보증인 이 사건 보증서에 기한 원고들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이 사건 소제기를 통하여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을에 대하여 아무런 선수금환급 청구권이 없음에도 독립적 은행보증의 수익자라는 법적 지위를 남용하여 청구하는 것임이 독립적 은행보증인인 피고에게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인정되어야 하는데, (중략) 이 사건 보증금 청구당시의 사정, 즉 이 사건 소제기 전에 이루어진 원고와 을 사이의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에서도 을의 계약해제가 적법한지 여부가 1년에 걸친 심문절차에도 결론 없이 회생절차폐지로 종결된 점 등을 고려하면, 소제기 당시 원고들이 을에 대하여 선수금 환급청구권이 없음에도 보증금을 청구하는 것임이 피고에게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을의 위 계약해제가 적법하여 갑의 선수금환급청구권이 존재하지 않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밝혀졌다는 심리 결과에 기초하여 갑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 IV. 의견 선박건조대금은 거액이므로 몇 개의 공정단계를 정하고 그 사유가 발생하면 발주자가 건조자에게 선수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선박건조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발주자는 기 지급한 선수금을 반환받아야 한다.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건조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선수금을 반환하겠다는 보증서를 발급받아 발주자에게 건네주게 된다. 대부분의 보증서는 '보증금 지급조건과 일치하는 청구서 및 보증서에서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서류가 제시되는 경우에는 무조건적으로 선수금을 반환함을 보증한다'는 문구를 가지고 있다. 대법원은 이런 문구가 있는 보증은 주 채무자인 보증의뢰인과 채권자인 수익자 사이의 원인관계와는 독립되어 원인관계에 기한 사유로는 수익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은행의 무조건적인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이른바 독립적 은행보증이라는 것이다. 선수금환급보증이 비록 독립적 은행보증이라고 하더라도, 수익자인 발주자의 청구자체가 권리남용에까지 이른다면 그 청구를 인정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 민법은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2항). 권리남용에 해당하게 되면 그 법률효과를 주장하지 못한다. 갑은 을의 재정상태와 건조능력을 의심하게 되어 선수금을 더 이상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을은 건조계약을 해제하였다. 이어 갑도 건조계약을 해제하였고 갑은 을에게 그 환급을 구하였지만 거절당하자, 갑은 병 보증인에게 선수금환급을 요구하였다. 병은 갑의 이유로 을이 건조계약을 해제한 상태이므로 갑이 선수금반환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갑은 을이 선수금을 유용할 목적으로 형식적으로 건조가 진행 중인 흉내를 낸 것이므로 자신의 선수금지급의무는 발생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러한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을이 계약을 해제한 것은 부적법하므로 무효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본 보증을 독립적 은행보증으로 인정하면서도, 을의 계약해제시의 사유 등 제반 사항을 살펴본 다음 갑의 선수금보증금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원심은 건조계약에 따르면 발주자는 어떠한 분쟁에도 불구하고 지체 없이 선수금지급사유가 발생하여 청구가 되면 선수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갑이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아서 계약이 해제되었음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본 보증은 독립적 은행보증이므로, 권리남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수익자의 청구가 권리남용이라는 판단을 쉽게 내려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을의 기업회생절차에서도 갑과의 계약해제의 정당성이 다투어지고 있었다면 권리남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수익자가 소를 제기할 당시를 기준으로 수익자의 권리남용의 존재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다. 원심은 을이 계약을 해제할 때인 2009년 10월은 물론 그 후의 여러 사정을 살핀 결과 권리남용이 있었다고 판단하였지만, 대법원은 그 판단의 기준시점은 소를 제기할 당시인 2011년 11월이라고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본 판결은 선박건조계약에서 선수금환급보증의 법적 성질이 독립적 은행보증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권리남용의 적용을 제한적으로 해석한 첫 대법원판결로서 의미를 갖는다.
2015-09-17
계획변경신청거부의 허용에 관한 문제점
Ⅰ. 사실관계 (1) 甲조합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X시 ○○구 임야 3만8728㎡ 외 3필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乙시장은 甲조합에게 도시계획시설의 해제신청권이 없음을 이유로 거부회신을 하였다. (2) 이에 甲조합은 乙시장의 거부회신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은 제1심 판결을 인용하여 乙시장의 회신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 요지 도시계획구역 내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과 같이 당해 도시계획시설결정에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으로서는 도시시설계획의 입안권자 내지 결정권자에게 도시시설계획의 입안 내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 또한 이러한 신청에 대한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Ⅲ. 평석 1. 문제의 소재 사회적 리스크(risk)를 줄이기 위한 행정계획의 특성상 계획의 '보장'이라는 측면과 계획의 '변경'이라는 측면이 늘 긴장·대립하고 있다. 전자의 문제는 계획보장청구권의 문제이고, 후자는 계획변경청구권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종래 국민에게는 원칙적으로 행정계획의 변경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바 있다. 즉 "도시계획과 같이 장기성·종합성이 요구되는 행정계획에 있어서 그 계획이 일단 확정된 후에 어떤 사정의 변동이 있다고 하여 지역주민에게 일일이 그 계획의 변경 또는 폐지를 청구할 권리를 인정해 줄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두1192판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을 비롯한 일련의 판결에서 이러한 원칙에 대한 예외적 판결이 확대되고 있어, 다소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에 대한 법리적 문제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2. 계획변경신청(청구)권의 허용 여부 계획변경신청(청구)권의 허용 여부에 대하여 학설은 대립하고 있다. 위 판례와 같이 도시계획입안의 '제안'권이나 재판청구권의 보장 등을 이유로 계획변경신청권을 인정하는 견해가 있으나, 이에 대한 반론도 유력하다. 즉 이러한 도시계획변경청구권을 허용하는 것은 계획행정청에 계획의 형성적 자유(소위 계획재량)를 보장한 계획의 법리에 모순되며, 이를 확대하는 경우에는 계획재량을 부당하게 제약하여 난개발을 허용할 우려도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이에 대한 상세는 졸고, '계획변경청구권의 법적 쟁점', 토지공법연구 제48집, 2010. 2, 49-68면 참조). 한편, 대법원은 계획변경청구권을 부인하면서도, 대상판결 이전에도 주민들의 도시계획입안제안권에 근거하여 예외를 허용한 바 있다. 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른 주민의 도시관리계획변경에 대한 입안의 거부행위가 관계 규정에 따라 법규상 신청권이 인정되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3두1806 판결). 나아가 대법원은 도시관리계획 구역 내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의 납골시설에 대한 도시관리계획의 입안제안을 반려한 군수의 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두5745 판결). 판례는 위에서 언급한 사례 외에도 몇 가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첫째, 변경신청거부가 사실상 수익처분의 거부에 해당하는 경우에 처분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1두10936 판결). 즉 도시이용계획변경신청을 거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당해 행정처분 자체를 거부하는 결과가 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신청인에게 국토이용계획변경을 신청할 권리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둘째, 도시계획결정의 지정해제 신청에 대한 거부회신의 경우에도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다. 즉 문화재보호구역 내에 있는 토지소유자 등으로서는 위 보호구역의 지정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고 판시하였다(위 2003두1806 판결). 이러한 입장은 완충녹지지정의 해제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0두5806 판결). 그 밖에 위 2010두5806 판결에서는 재판의 전제도 되지 아니한 장기미집행의 도시계획시설의 경우에 대해서도 이러한 예외의 법리를 적용하여 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다. 계획변경신청권의 예외적 법리를 공식화하여 이를 확대하는 판례의 입장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계획변경신청권을 인정하는 견해는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전제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으나, 이러한 법리를 인정하는 외국의 입법례는 거의 없다. 참고로 독일에서는 이러한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Stuer, Bau- und Fachplanungsrecht, 4. Aufl., 2009, Rn. 1173), 사업시행자가 사업계획안을 제출하는 경우에 그 계획의 확정을 신청할 수 있을 뿐이다. 우선 대상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해관계인을 포함한 주민은 도시·군관리계획의 입안권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단지 '제안권'만 가지고 있다(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6조 참조). 이러한 도시·군관리계획의 입안을 제안 받은 자는 그 처리 결과를 제안자에게 알려야 하지만(동조 제2항), 이러한 제안권 자체가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관리계획의 입안권을 제약하는 해석은 지방자치단체의 계획고권(計劃高權·Planungshoheit)을 중대하게 제약할 수도 있다. 도시계획의 '입안권'과 '결정권'은 계획행정청의 형성적 자유(Gestaltungsfreiheit)에 관한 것이다. 계획변경청구권에 상응하는 계획보장청구권도 일반적으로 허용될 수 없고, 이에 대한 손해전보만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 견해이다. 둘째, 계획의 '신청권'은 계획의 '청구권'과 구별되어야 한다. 특히 판례는 거부처분의 신청권, 즉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의 논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청권의 개념은 학계에서 '원고적격' 내지 '본안문제'와 혼동의 우려가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따라서 이러한 신청권을 근거로 계획변경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계획변경'신청'권의 용어도 엄밀한 의미에서 적절하지 않고, 이러한 용어에서 개인의 주관적 공권을 인정하기 어렵다. 요컨대 위에서 설시된 예외에 관한 판례들의 입장은 구체적 타당성을 앞세운 다소 무리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예외의 법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위 완충녹지지정의 해제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는 거부회신의 위법성을 판단하면서 '형량명령'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위 대법원 2010두5806 판결). 이러한 해석은 형량명령의 법리에 관한 오해이며, 법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3. 결론 계획변경신청권의 예외를 확대하여 인정하는 판례이론은 무리한 법리의 적용이며 모순이다.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판례의 논증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익적 논거나 행정계획의 법리,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계획고권 등에 비추어 설득력이 약하다. 또한 계획변경청구권을 허용하는 것은 계획행정청의 형성적 자유나 지방자치단체의 계획고권을 중대하게 제약할 수 있다. 생각건대 쟁송제기기간이 도과하지 않는 한, 도시계획결정 그 자체를 다툴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계획변경의 문제는 실제 '불가쟁력'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다른 방식으로 권리구제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확정된 도시계획결정을 실행하지 않는 경우에 실효의 법리나 손실보상 등의 논거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점은 대상 판결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는 도시·군계획시설부지의 매수청구권(제47조), 도시·군계획시설결정의 실효(제48조)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장기미집행의 도시계획시설에 대해서는 이러한 조항을 충분히 적용하여 당사자의 권리구제에 기여할 수 있다. 독일의 Schmidt-Aßmann 교수는 "행정법의 개혁은 처음부터 행정법의 도그마틱(Dogmatik)"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Ders., Verwaltungsrechtliche Dogmatik, Tubingen 2013, S. 3). 이러한 행정법의 도그마틱은 대부분 '행정작용론' 내지 '행위형식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행정계획은 특수한 행정작용의 하나이다. 대법원은 동아시아의 국가 중에서 가장 진취적으로 행정계획의 법리를 수용하여 발전시켰고, 지금까지 상당한 이론적 발전을 거둔 바 있다. 향후 행정계획에 관한 보다 정치(精緻)하고 발전된 법리를 담은 대법원 판례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20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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