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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이혼·남녀문제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과 2018스18 결정의 문제점
1. 사실관계 및 하급심의 판단 가. 사실관계 재항고인은 피재항고인을 상대로 이혼 등 청구소송(전소-前訴)을 제기하였는데, 이혼 청구는 인용되었고, 재산분할 청구는 재항고인 명의의 순재산이 재항고인에게 귀속될 재산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제1심 판결이 2018. 7. 5. 확정되었다. 피재항고인(청구인)은 2020. 6. 17. 전소에서 재항고인(상대방)의 초과보유재산으로 인정된 액수 상당의 재산분할을 구하는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하급심의 판단 원심은 피재항고인의 재산분할청구를 인용한 제1심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항고를 기각하였다. 한편 원심은 전소에서 분할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피재항고인의 퇴직수당이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재항고인의 주장은 이혼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제척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2. 대법원 결정의 요지 가.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제843조는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 시의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위 기간은 제척기간이고, 그 기간 내에 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하여야 하는 출소기간이다. 나.재산분할청구 후 제척기간이 지나면 그때까지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8스18 결정). 다.청구인 지위에서 대상 재산에 대해 적극적으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기된 재산분할청구 사건의 상대방 지위에서 분할대상 재산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데, 민법 규정의 문언상 명백히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되어 있고, 방어방법을 행사하는 상대방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가사비송사건은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므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되지 않고 재산분할 대상을 직권으로 사실조사에 포함시키거나 제외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분할대상 재산 주장에 대하여 제척기간을 적용하면, 제척기간 도과가 임박한 시점에 청구인이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분할대상 재산을 선별하여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한 경우 상대방으로서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봉쇄되어 공평에 반하여 부당하다. 라.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의 퇴직수당이 분할대상 재산에 추가되어야 한다’는 상대방의 주장에 민법 제843조, 제839조의2 제3항이 정한 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제척기간 도과를 이유로 상대방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 준수 여부는 원칙적으로 심판청구서 제출을 기준으로 해야 하고, 재판 확정 후 추가 은닉 재산 발견 등 예외적인 경우만 분할대상 재산을 특정할 것을 요구해야 하며, 이는 청구인과 상대방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3. 평석 가. 제척기간 및 소제기(심판청구)의 의미 (1) 이혼 시의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하는 제척기간의 제약이 있는데, 제척기간은 그 기간 내에 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하여야 하는 출소기간이다. (2) 소장(당사자, 청구취지와 청구원인, 작성한 날짜 및 법원을 기재)이라는 서면을 제1심 법원에 제출하는 것을 소를 제기한다고 하고(민사소송법 제249조, 제274조), 청구취지는 원고가 어떤 내용과 종류의 판결을 구하는 결론 부분을 간단명료하게 적고, 청구원인은 청구취지를 보충하여 소송물(청구)을 특정함에 필요한 사실관계를 적으면 된다. 원고가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을 바꿀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62조). 한편, 심판청구서(당사자, 청구 취지와 청구 원인, 청구 연월일, 가정법원을 기재)라는 서면을 제1심 법원에 제출하는 것을 심판청구를 한다고 한다(가사소송법 제36조). (3)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면 제척기간은 준수한 것이 되고, 청구원인의 구체적인 내용은 재판절차가 진행 중에 청구를 변경할 수 있다. 나. 대법원 2018. 6. 22.자 2018스18 결정의 문제점 (1) 대법원 2018스18 결정의 요지 :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하고, 2년 제척기간 내에 재산의 일부에 대해서만 재산분할을 청구한 경우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재산분할청구 후 제척기간이 지나면 그때까지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는 청구권이 소멸한다. 재산분할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00므582 판결). 다만 추가 재산분할청구 역시 이혼한 날부터 2년 이내라는 제척기간을 준수하여야 한다. (2) 문제점 또는 적용의 한계 : 대법원 2018스18 결정에서 “2년 제척기간 내에 재산의 일부에 대해서만 재산분할을 청구한 경우 청구 목적물로 하지 않은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시한 것은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앞선 재산분할재판에서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되어 이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 즉, 이혼한 날부터 2년의 제척기간 내에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만 청구 목적물을 특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3) 재산분할 청구 방법 : 제척기간 내에 명시적 일부 청구를 한 채권에 터 잡아 잔부를 확장하였다고 하여도, 제척기간 내에 청구한 수액을 초과한 부분의 청구는 제척기간의 도과로 소멸된다(대법원 70다737 판결, 대법원 97누8106 판결).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후에 발생하지만, 재판상 이혼을 전제로 재판상 이혼과 병합하여 청구할 수 있는데, 이때는 이혼 확정과 동시에 재산분할도 확정되기 때문에 제척기간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혼 후 재산분할만 별도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혼의 효력 발생 후 2년 내에 심판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4) 재산분할 청구의 대상 : 대법원 2018스18 결정(대상 결정도 동일)의 이유에 의하면 이혼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 제척기간 경과 전에 분할대상 재산도 확정해야 하는 것처럼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재산분할 대상은 개별 재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부 공동 재산이라면 포괄적으로 분할 대상이 되고, 부부 일방이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 중 일상가사에 관한 것과 공동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수반하여 부담한 것이 분할대상이 되는 등 전체로서의 부부 공동 재산이다. (5) 재산분할 청구 대상의 특정 필요성 여부 : 재산분할비율은 개별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로서의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 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일컫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분할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비율을 달리 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1므718 판결 등). 다만,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 등 연금수급이 유일한 예외다(대법원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재산분할 비율은 연금을 제외하고는 개별 재산이 아니라 부부 공동재산 전체를 대상으로 정하게 된다. 제척기간이 도과하기 전에 재산분할 청구를 했더라도 제척기간 도과 전까지 확장한 청구취지를 초과한 부분은 제척기간 도과로 소멸하는 것은 제척기간의 본질상 당연하다. 그러나 재산분할 심판청구서를 이혼 후 2년 내에 제출한 이상 제척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청구취지를 확장한 금액의 범위 내라면 비록 제척기간 경과 후에 분할대상을 추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배척할 이유는 없다. (6)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해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 : 재산분할재판은 비송사건이므로 재판의 형식이 판결(이혼 또는 위자료 등 소송사건과 병합된 경우)이든 심판(재산분할만 청구하는 경우)이든 관계없이 비록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재산분할재판이 확정된 후 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전혀 심리된 바 없는 재산이 재판확정 후 추가로 발견된 경우 예외적으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예외적으로 다시 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제척기간 내에 청구금액뿐만 아니라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4. 대상 결정의 의의와 한계 가. 재산분할 청구의 제척기간은 “청구”에만 적용되고, “방어방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에 대상 결정의 의의가 있다. 나. 그런데 청구에 대응하는 것은 방어방법뿐만 아니라 “공격방법”도 포함된다. 재산분할청구의 제척기간은 청구에만 적용되고, 공격방법과 방어방법 등 주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재산분할 재판 확정 후 새로 발견된 재산에 대하여 추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산분할의 제척기간 내에 재산분할 대상까지 특정할 필요는 없고 제척기간 이후에도 자유로이 주장할 수 있다. 다. 대상 결정은 재산분할 청구의 상대방이 방어방법으로 주장하는 것에는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권리를 구제한 결론은 타당하나, 마치 제척기간 내에 재산분할대상까지 특정해야 하는 것처럼 설시하여 대법원 2018스18 결정의 적용범위를 부적절하게 확대 또는 강화하는 데 일조한 것은 안타깝다. 향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하여 바로잡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엄경천 대표변호사(법무법인 가족)
재산분할
이혼
퇴직수당
엄경천 대표변호사(법무법인 가족)
2023-03-16
민사일반
파산·회생
확정된 인도판결과 기판력
I. 판결요지와 쟁점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의무이행을 명하는 판결의 효력은 실체적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인도판결의 효력으로 점유자에게 물건을 인도해야 할 실체적 의무가 생기지 않으며, 확정된 인도판결의 효력은 인도청구권의 존부에만 미치고, 인도판결의 기판력이 불법점유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해설(제121호, 70면)에서는 "기판력의 본질론 중 실체법설은 옳지 않기 때문에 인도판결의 효력이 실체적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옳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생기는 의문은 그렇다면 인도판결 확정 후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인도의무부존재확인을 구할 수 있는가와 인도판결에서 피고의 인도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기판력의 본질론 중 실체법설에 의해서만 가능한가이다. 상세한 논증은 '확정된 인도판결과 기판력- 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4다46778 판결에 대한 비판적 고찰 -' 민사소송 제25권 제3호(2021.10.)를 참고하면 된다. Ⅱ. 기판력의 본질에 관한 실체법설과 확정된 인도판결의 실체적 의미 1. 기판력의 본질에 관한 실체법설 기판력 제도는 판결을 통해 당사자들 사이의 권리관계를 최종적으로 확정하여 후소 법원과 당사자를 구속함으로써 법적 평화를 달성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후소 법원과 당사자가 확정판결에 구속된다는 점은 어떻게 설득력있게 설명될 수 있는가. 이는 기판력의 본질에 관한 문제로서 실체법적 관점에서 구속력을 설명하려는 실체법설과 소송법적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소송법설이 있으며, 후자는 다시 모순금지설과 반복금지설로 나뉜다. 그 중 실체법설은 판덱텐법의 전통에 따라 판결과 실체적 권리상태가 항상 일치한다고 보는 입장인데, 정당한 판결은 지금까지의 권리상태를 확인해주며 법원의 판결은 당해 권리를 확인하는 데 추가적인 구성요건이 되고, 부당한 판결은 판결내용에 따라 새롭게 권리상태가 형성되어 판결이 부인한 권리는 소멸하고 잘못 인정한 권리는 새롭게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판결내용에 따라 실체법상의 권리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보면 확정판결이 후소 법원과 당사자를 구속하는 근거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예컨대, 인도판결에 의해 원고에게는 인도청구권이, 피고에게는 인도의무라는 실체법적인 권리의무가 '형성'된 것이라고 하면 법원과 당사자에 대한 기판력의 구속력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2. 확정된 인도판결의 실체적 의미 일반적으로 민사재판에서 법원의 판결은 당사자가 신청한 사안에 관하여 당사자가 수집 제출한 사실자료를 바탕으로 법규를 적용하여 구체적인 법률효과를 인정한 것이다. 예컨대, 물건의 인도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이는 실체적으로 원고에게는 적법하게 물건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점유자에게는 더 이상 그 물건을 점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임차물 명도를 구하는 임대인의 청구를 인용한 판결은 원고의 명도청구권의 존재와 이에 상응하여 피고의 명도의무의 존재라는 실체적 법률효과를 인정한 것이며, 청구이의의 소를 기각한 판결은 적법하게 집행이 행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실체적으로 확정한 것이어서 후소에서 집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청구는 이유 없는 것이 된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판시하고 있는 것처럼, 인도판결의 확정으로 '이 사건 시설물에 관한 실체적 법률관계에 어떠한 변동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인도판결에 의해 실체적 법률관계가 형성되어 점유자의 인도의무가 새롭게 근거지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고의 인도청구를 인용한 확정판결은 점유자에 대해 인도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 더 이상 적법하게 점유할 권리가 없다는 점을 실체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며, 피고의 인도의무가 인도판결에 의해 새롭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인도판결에는 원고의 인도청구권과 이에 상응하여 피고의 인도의무의 확정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인도판결이 단순히 원고의 인도청구권만 인정하고 피고의 인도의무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면 피고는 언제든지 자신의 인도의무를 부인할 수 있을 터인데, 이는 인도판결의 확정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확정판결이 인정하고 있는 실체적 법률효과는 기판력의 본질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기판력의 본질을 실체법적 관점이 아니라 소송법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입장에서도 당연히 인정된다. 인도판결 확정 후 피고가 원고의 인도청구권을 부인하거나 인도의무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 이는 전소판결에서 실체적으로 확정한 내용 즉 기판력에 반하기 때문에 후소 법원은 원고의 인도청구권이나 피고의 인도의무에 관하여 다시 재판하거나(반복금지설) 모순된 판단(모순금지설)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대상판결에서는 '인도판결의 효력으로 (중략) 정당한 점유권원이 소멸하여 그때부터 그 물건에 대한 점유가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타당하지 않다. 인도판결은 원고의 인도청구권에 상응하여 점유자의 인도의무를 확정하고 있으며, 이는 점유자가 더 이상 적법하게 점유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인도판결의 실체적 법률효과와 관련하여 독일 연방대법원은 '인도해야만 한다(Herausgaben-Mussen)'는 점만 확정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점유해서는 안 된다(Nicht-Behalten-Durfen)'는 점까지 확정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5년 판결에서 독일 연방대법원은 자동차 인도를 명하는 확정판결은 피고에게 점유할 수 있는 권리가 없음(kein Recht zum Besitz)을 확정한 것이라고 밝혔다(BGH, Urteil vom 26.7.2005 - X ZR 109/03). Ⅲ. 확정된 인도판결의 선결적 효력 확정판결의 선결적 효력이란 후소와 전소의 소송물이 동일하지 않더라도 전소 판결에서 확정된 법률관계가 후소 법원의 판단에 선결적 문제가 되는 경우, 후소 법원은 전소 확정판결에 기속되어 전소 법원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보관물품의 인도를 명하는 확정판결이 내려진 후에도 점유자가 물건을 인도하지 않아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인도의무는 확정판결에 의해 확정되었기 때문에 후소 법원은 인도의무의 존부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으며, 이에 관하여 심리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인도판결에 의해 피고의 인도의무가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후소 법원은 피고의 점유가 불법인지를 다시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기판력 제도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기판력 제도는 전소 판결과 모순되는 후소 판결의 발생 위험을 막고자 인정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위험은 두 번째 소송에 의해 생길 수 있어 기판력은 법원과 당사자를 구속하여 전소 판결에 의해 확정된 법률효과에 관하여 어떠한 새로운 변론과 재판도 배제한다. 이로써 법원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 두 번 재판하는 노고를 피할 수 있으며 모순된 판결이 나옴으로써 사법부의 권위가 실추되는 위험도 피할 수 있다. 물론 첫 번째 재판이 잘못된 재판일 수 있는 위험은 있지만, 위와 같은 이익을 위해 감수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2005년 판결에서 독일 연방대법원이 '전소 법원이 인도판결에서 확정한 것은 인도청구권의 존재뿐 아니라 피고의 인도의무, 즉 더 이상 점유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라고 판시한 것은 기판력 제도의 목적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인도판결에 의해 원고에게 인도청구권이 존재한다는 점만 인정되고 피고의 인도의무에 대해서는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아 후소를 통해 다시 다툴 수 있다면 인도의무를 부인하고 전소 판결과 모순되는 청구에 대한 재판이 가능해져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반한다는 것이다. 확정된 인도판결은 사실심 변론종결시에 피고에게는 당해 물건을 점유할 권리가 없음을 확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새로운 사실관계에 기초하지 않는 한 후소 법원은 피고가 적법하게 목적물의 반환을 거부하고 점유할 수 있는지를 다시 검토할 수 없다. Ⅳ. 마치며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의무이행을 명하는 판결의 효력이 실체적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의 인도의무를 부인한 것은 기판력의 본질에 관한 실체법설과 인도판결이 인정하는 실체적 법률효과를 혼동한 결과이다. 인도판결에 의해 원고의 인도청구권과 피고의 인도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기판력의 본질론과 무관하게 인정되는 실체적 법률효과이다. 점유자의 인도의무가 인도판결에 의해 인정되는 이상 인도판결 확정 후에도 점유자가 점유를 계속하고 있으면 이는 정당한 점유권원 없는 불법점유가 되며, 인도판결의 기판력은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후소 법원을 구속하므로 후소 법원은 원칙적으로 점유자의 불법점유에 관하여 다시 판단할 수 없다. 정선주 교수(서울대 로스쿨)
채무자회생법
불법점유
물건점유자
정선주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12-20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채권자와 채무자간에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가 그 확정판결에 대하여 다시 다툴 수 있는가
Ⅰ. 대상 판결의 요지 가. 사실관계 원고는 소외 甲 등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제1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원고는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목적으로 소외 乙에게 요청하여 乙 명의로 다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고 乙 명의로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후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는 해제되었으며 피고는 소외 乙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외 乙에 대하여는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소외 甲 등에 대하여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각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2014년 11월 13일 '원고에게 甲 등은 각 그 소유지분에 관하여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고 원고는 위 甲 등에 대하여 위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계약 및 이 사건 제1매매계약의 이행불능, 집행불능 등으로 인한 매매대금 반환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 일체의 금전적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으로 조정(이하 '이 사건 화해'라고 한다)이 성립하였고 이후 소외 乙에 대하여는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화해에서 취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삼아 소외 甲 등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는 본안전항변을 하였으나 원심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제3채무자는 그 청구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의 본안전항변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화해는 토지거래허가제에 관한 강행법규 위반으로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목적에서 단지 재판상 화해의 형식을 취하여 위 매매계약의 이행을 약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고 판단하면서 그 이유를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를 대신하여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와 같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위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대위소송의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위 확정판결 또는 그와 같은 효력이 있는 재판상 화해조서 등이 재심이나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아니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그 판결이나 화해가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Ⅱ. 대상 판결의 평석 1. 종래 판례의 태도와 최근의 변화 종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하여 피보전채권에 관하여 승소확정을 받은 바 있으면 피보전채권의 존재가 입증되었으므로 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한 채권자대위소송에서 더 이상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판시를 계속하여 왔었다(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다카961 판결, 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18741 판결,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6다82700,8271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4다74919 판결에서 기존의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피보전채권이 존재한다는 확정판결이 있어도 그 채권의 취득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에 제3채무자가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판시하여 처음으로 예외를 인정하였다. 위 판례는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하여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제3채무자는 그 청구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어 무효인 경우 등에는 제3채무자는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상 판결은 위 2014다74919 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제3채무자가 피보전채권의 존재에 대하여 확정판결이 있어도 이를 다툴 수 있는 예외적 경우를 판시하고 있다. 위 2014다74919 판결은 피보전채권의 취득이 소송신탁을 금지하는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이고 대상 판결은 피보전채권의 취득이 토지거래허가제도에 관한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이다. 2. 종래 판례에 대한 해석론 가. 피보전채권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선결문제로 작용하게 되므로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에 확장되는 경우라고 설명하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에 선결문제로 작용하기 위하여는 전소와 후소 사이에 당사자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함은 민사소송법 제2018조 1항의 취지상 당연하다. 피보전채권에 관한 소의 당사자와 채권자대위소송의 당사자가 다르므로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의 선결문제로 작용할 수 없다. 나. 피보전채권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그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친다고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란 기판력이 미치는 소송당사자가 아닌 소송당사자의 일방과 실체법상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을 때 그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반사적으로 유리 또는 불리하게 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반사적 효력은 민사소송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고 판례도 반사적 효력에 대하여 부정적이라는 점에서(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228099 판결 참조), 종래 판례를 반사적 효력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 종래 판례를 확정 판결의 증명효 문제로 접근하는 견해(윤진수, 민법논고 7, 박영사, 2015, 434 이하 참조)가 있는데 이 견해가 타당하여 보인다. 확정판결의 증명효란 확정된 판결의 이유에서 확정한 사실관계는 후소송에서 동일한 사실관계가 문제될 경우에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이를 뒤집지 못하는 효력을 말한다(대법원 1990. 5. 22. 선고 89다카33944 판결, 대법원 2010. 8. 19. 2010다26745·26752 판결 등 참조). 이 견해에 의하면 피보전채권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인정되었다고 하더라고 채권자대위소송과정에서 제3채무자가 새로운 증거방법을 제출하여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있게 된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가. 종래 판례는 피보전채권의 존재에 관하여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이를 채권자대위소송에서 더 이상 다툴 수 없다는 판시를 하고 있어 그에 대한 근거로 기판력의 확장이론이나 판결의 반사적 효력론이 제기되어 왔었다. 그런데 위 2014다74919 판결과 이를 계승한 대상 판결에서는 예외적으로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에는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가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있다고 판시하였다. 위 2014다74919 판결 및 대상 판결에서 제3채무자는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였는데, 피보전채권의 부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을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취득한 사실'로 국한 시킬 이유는 없다. 즉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 외에도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는 모든 사유를 들어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3채무자가 채권자대위소송에서 피보전채권의 부존재를 어떻게 입증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게 된 셈이다. 다만 피보전채권의 존재는 전소의 확정판결이라는 유력한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었으므로 제3채무자는 전소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인정된 피보전채권의 발생원인사실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나. 대상 판결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확장되거나 반사효가 미치는 경우가 아니라 증명효가 미치는 경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신병동 교수(충북대 로스쿨)
토지거래허가
토지
채권자대위
신병동 교수(충북대 로스쿨)
2021-02-01
민사일반
조세·부담금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조세채권존재확인의 소의 이익
1. 사실관계 피고는 일본에 본점을 둔 외국법인으로 2006년 10월부터 2007년 4월까지 3회에 걸쳐 국내에서 골프장업을 하는 회사의 주식 3만2000주를 양도하였고 위 주식의 양수회사는 원천징수의무자로서 원천징수분 법인세 및 증권거래세 등을 신고·납부하였다. 원고(대한민국) 산하 지방국세청장은 피고가 법인세 신고·납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주식의 취득가액도 적정하지 않다고 보았고 관할 세무서장은 2010년 11월 직권으로 피고를 외국법인 국내지점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후 2011년 3월 납부기한을 2011년 3월 31일로 하여 2006년과 2007년의 법인세를 결정·고지하였다. 이에 불복한 피고가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조세심판원은 2012년 7월경 실제 취득가액의 확인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시가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결국 피고의 체납액은 가산금을 포함하여 2015년 5월 약 331억 원에 이르게 되었는데 피고는 국내재산이 없는 한편 일본에서 계속 골프장 사업을 하고 있다. 원고 산하 국세청장은 2015년 6월까지도 일본과의 2010년 이전 과세연도에 대하여 부과한 조세의 위탁징수에 관한 상호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반면, 피고에 대한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는 2011년 3월의 납세고지로 중단되었다가 납부기한인 2011년 3월 31일의 다음날부터 다시 진행하게 되었다. 원고는 고액체납자인 피고에 대한 국세징수권 확보를 위해 2014년 12월 일본 소재 피고의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여 납부최고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피고가 수령하지 않자 국제등기우편을 통해 송달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조세는 국가존립의 기초인 재정의 근간으로서 세법은 과세관청에 부과권이나 우선권 및 자력집행권 등 세액의 납부와 징수를 위한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여 그 공익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다. 따라서 조세채권자는 세법이 부여한 부과권 및 자력집행권 등에 기하여 조세채권을 실현할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납세의무자가 무자력이거나 소재불명이어서 체납처분 등의 자력집행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이 규정한 사유들에 의해서는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이 불가능하고 조세채권자가 조세채권의 징수를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충실히 취하여 왔음에도 조세채권이 실현되지 않은 채 소멸시효기간의 경과가 임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국가 등 과세주체가 당해 확정된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하여 납세의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조세채권존재확인의 소는 공법상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3. 평석 가. 확인의 소의 보충성 원칙 위반 여부 각종의 소에서 요구하는 제소의 이익(권리보호이익)은 다른데 민사소송법상 확인의 소의 이익에 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판례상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고(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14420 판결), 민사상 채권에 대해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그 확정된 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와 청구권 확인의 소 이외에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확인의 소도 허용하였다(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나 조세채권의 경우 민사상 채권과 달리 법률에 규정된 과세요건이 충족될 때에 법률상 당연히 성립하고 국세징수법 절차에 따라 자력집행력이 인정되고 있어(헌법재판소 2007. 5. 31. 선고 2005헌바60 결정), 국세징수법은 집행권원 획득을 위한 이행청구의 소 제기와 같은 집행절차는 예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소의 형식이 이행청구가 아니라 확인의 소라고 하더라도 이는 자력집행력을 가지고 있는 조세채권의 본래적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서 다른 특별한 사정에 의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면 소송요건을 갖추는 것이라 할 것이다. 나. 확인의 이익의 존재 여부 확정된 채권을 소멸시효 완성 직전까지 강제집행하지 못한 경우 판례는 강제집행실시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었다면 그 이전에 강제집행실시가 가능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시효중단을 위한 동일 내용의 재판상 청구가 불가피하므로 확정판결이 있었더라도 시효중단을 위한 동일 내용의 소는 소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다카1761 판결)고 하여 시효중단을 위한 소제기에 소의 이익을 비교적 넓게 인정하고 있다. 확정된 채권은 판결에 의해 집행권원이 부여된 채권인데 조세채권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청구 이의의 소, 제3자 이의의 소와 같이 징수처분에 대하여 불복절차를 마련하고 있고 자력집행권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판결에 집행문을 부여받은 확정된 채권과 법률상 효력이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세징수권의 시효중단을 위해 제기된 소에 대해서도 소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국세기본법 제28조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① 납세고지, ② 독촉 또는 납부최고, ③ 교부청구, ④ 압류를 규정하면서 소멸시효에 관하여 제17조 제2항은 이 법이나 세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법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는 납부기한까지 체납액을 완납하지 아니하여 원고가 납부최고서를 송달한 상황이나 이러한 최고 내지 재독촉은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독촉이 아니어서(대법원 1999. 7. 13. 선고 97누119 판결), ①과 ②의 방법에 따른 소멸시효 중단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또한 국내에 소재한 피고의 재산이 없고 한·일간 조세징수 위탁을 통한 징수방법 역시 상호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③과 ④의 방법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국세기본법 제28조에서 열거한 방법을 통한 소멸시효 중단은 불가능하여 소멸시효 완성에 따라 대한민국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는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다. 당사자소송의 해당 여부 당사자소송은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이나 그 밖에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으로 그 법률관계의 한쪽 당사자를 피고로 하는 소송이다. 과세처분의 무효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의 성격은 처분자체의 무효나 부존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로 생긴 조세채무(납세의무)의 부존재확인이고(대법원 1982. 3. 23. 선고 80누476 판결), 납세의무 부존재확인의 소는 공법상의 법률관계 그 자체를 다투는 소송으로서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대법원 2000. 9. 8. 선고 99두2765 판결). 조세채권(부과징수권) 존재확인의 소는 납세의무라는 공법상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이를 다투는 소 역시 당사자소송에 해당할 것이다. 이 사건 소는 국가의 부과처분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확정된 납세의무 또는 징수권한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으로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라. 당사자 적격의 인정 여부 당사자 적격이란 특정 소송에서 소송을 수행하고 본안판결을 받기에 적합한 자격인데 당사자소송에서 원고와 피고가 될 수 있는 자는 공법상 법률관계의 권리주체이다. 당사자소송의 원고 적격에 관하여 행정소송법에 규정된바 없어 항고소송과 같은 제한 없이 민사소송법이 준용되고 확인의 소에 있어서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불안·위험을 초래하고 있거나 초래할 염려가 있는 자가 피고 적격을 가진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4두7924 판결).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은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이 열거한 방법을 통한 소멸시효 중단은 불가능하여 대한민국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는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원고 적격이 있으며 납세의무자는 그 확인에 대한 반대이익을 가지고 있어 피고 적격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국가가 확보한 국세징수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세기본법상 소멸시효 중단이 불가능하고 조세채권 실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취하였으나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납세의무자를 상대로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조세채권존재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 최초로 판단하였다. 이로써 국가가 더 이상 조세집행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경우 재판상 청구를 통해 조세징수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민법
조세징수권
국세기본법
법인세법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20-05-25
민사일반
시효중단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 대하여
Ⅰ. 서론 대법원은 2018년 10월 18일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함)에서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그 확정된 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와 청구권 확인의 소 이외에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확인의 소도 허용하였다(이 판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미 여러 평석에서 소개되고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이러한 대상판결에 대하여 실무적으로 기존 이행의 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이론상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면서 이를 인정하는 입장도 보이지만(강현중, 2019년 2월 18일자 법률신문; 이충상, 2019년 12월 16일자 법률신문), 확인의 대상이 단지 지금 소를 제기한 사실 자체가 되므로 위와 같은 확인의 소는 권리보호자격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등 소송법적 측면에서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호문혁, 2019년 3월 21일자 법률신문). 본고에서는 주로 논의되고 있는 소송법적 문제 외에 실체법적 측면에서 소위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 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에 관한 재판상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정책적 측면에서 기존의 이행소송이 실제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고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만 그 해결이 가능한지 등을 중심으로 대상판결의 정당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Ⅱ.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의 실질 존재 여부 재판상 청구에 시효중단의 효과를 인정하는 이론적 근거에 대하여는 권리관계의 존부가 공권적으로 확정되어 사실상태의 계속이 법적으로 부정되어야 한다는 권리확정설도 있으나 채무자의 소멸시효 이익을 채권자의 권리보다 더 넓게 보호할 필요성은 없으므로 사실 상태가 계속된다고 볼 수 없는 다른 사정이 발생하거나 권리자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님을 표명한 경우 등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하는 권리행사설이 타당하고, 이는 판례의 입장이기도 하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19737 판결 참조). 이에 따라 대법원은 시효중단의 효과를 가지는 재판상 청구는 원고로서 소를 제기하는 것 외에도 응소행위(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78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근저당권설정등기청구와 같은 후속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2다7213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다25140 판결, 대법원 1961. 11. 9. 선고 4293민상748 판결,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다16378 판결 등), 보수금채권의 행사에 선행하는 파면처분무효확인청구 등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1978. 4. 11. 선고 77다2509 판결 참조) 등의 경우까지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어떠한 실체적 권리의 존부와 관련된 다툼을 해결하기 위하여 법원에 법적 판단을 요청하는 행위가 존재하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으로 그 실체적 권리의 존부 또는 실현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은 공통된다. 이렇게 '재판상 청구'는 최소한 법원에 대하여 실체적 권리와 관련된 법적 판단을 요청하는 것을 본질적 요소로 하는 것이고 현행 민법도 재판상 청구는 소송이 기각되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하여(민법 제170조 제1항) '재판상 청구'가 법원의 실질적인 판단을 구하는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경우는 소를 제기하는 것 자체로 후소 제기 사실이 명백하여 법원에 대하여 어떠한 채권의 존부와 관련된 판단을 구하는 행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권리행사설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그 해석의 한계를 초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행 민법은 법원의 판단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순히 채무자에게 채무이행을 구하는 의사의 통지에 불과한 '최고'와 법원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재판상 청구'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채무자가 다툴 수도 없는 사실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아무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법원의 실질적 판단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사실상 법원을 통한 '최고'에 불과하다. 비록 판결로 확정된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최고'에 불과한 행위를 '재판상 청구'로 인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현행 민법의 입법 취지를 잠탈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시효중단을 위하여 인정된 소송형태라고 하더라도 '재판상 청구'로서의 실질이 없으므로 이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과를 인정할 수는 없다. Ⅲ.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필요 여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 따르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는 심리범위가 전소 판결이 확정된 사실과 그 시효중단을 위하여 후소가 제기된 사실에 국한되고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청구이의사유)은 제외되어 심리부담이 줄어든다. 또 동일한 청구권에 대해 집행권원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중집행의 위험도 없고 소제기 시기가 제한되지 않으며 소송비용 부담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의 이행소송에서도 전소 변론종결 후의 사정 이외에 그 확정된 권리의 요건이 구비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시 심리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61557 판결 등 참조). 다만 채무자에게는 청구이의사유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향후 입증곤란의 문제를 피할 수 있어 채무자에게 무조건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채무자가 일찍이 변제 등으로 채무를 소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통하여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시효기간을 연장한다면 채무자에게는 청구이의사유를 주장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증거 보전의 부담만 무한정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중집행의 위험 또한 대상판결의 소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가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채무자가 무자력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므로 그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함으로써 그러한 위험을 방지할 수도 있으므로 크게 문제된다고 보기 힘들다. 소제기 시점과 관련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도 기존의 이행소송과 마찬가지로 10년의 경과가 최대한 임박시점에 소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면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소제기 시기의 제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채권자 입장에서는 굳이 소를 일찍 제기할 실익도 거의 없다. 다만 대상판결이 선고된 이후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이 개정되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소가는 전소판결에서 인정된 권리가액의 10분의 1로 하고 그 권리의 가액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이를 3억원으로 보게 되었으므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소송비용의 부담의 측면에서는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도 피고가 원고의 주장을 다투지만 않는다면 일반 민사소송의 10분의 1의 인지액으로 지급명령(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7조 제2항)이나 조정(민사조정규칙 제3조) 등을 이용하여 소송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관련 법령의 개정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소송형태를 굳이 도입할 필요까지 있는지는 의문이다. Ⅳ. 결론 우리 민법상 소멸시효 제도는 일정 기간의 경과로 무조건 채권이 소멸된다고 보지 않고 시효중단도 인정하여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이 서로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러므로 시효중단 사유 중 하나인 재판상 청구를 인정하는데 있어서도 이러한 이익형량의 정신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우리나라 소멸시효 제도가 권리자의 권리 보호와 의무자의 계속되는 사실 상태에 따른 법적 안정성이라는 서로 대립되는 이익이 적절하게 균형을 갖추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임을 간과하고 채권자와 법원의 부담만을 중시하였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이라고 하여 다른 채권들의 경우와 달리 채권자의 시효중단을 통한 권리 보호의 이익이 채무자의 소멸시효 이익보다 훨씬 더 중시된다고 보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되면 채권자는 간이한 방법으로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고 사실상 소멸시효기간이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혜택을 입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기간과 동일하게 10년으로 정한 입법자의 의도와도 맞지 않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을 더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소멸시효기간을 훨씬 더 장기로 규정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한 것은 채무자의 소멸시효 이익과 채권자의 시효중단의 이익의 균형을 상실시키고, 법원의 심리 편의를 도모한 것으로서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가 2019년 4월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발행 '법학논고'에 게재한 논문의 내용을 요약하고 일부 보완한 것이다. 원종배 교수 (영남대 로스쿨)
전원합의체
대여금
지연손해금
소멸시효
원종배 교수 (영남대 로스쿨)
2020-01-13
민사일반
시효중단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Ⅰ.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행소송의 승소 확정판결 후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하여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선택적으로 허용된다. Ⅱ. '권리관계'가 아닌 '사실'이 확인의 대상으로 될 수 있는지 원칙적으로 확인의 대상은 '권리관계(권리 또는 법률관계)'이어야 하고 '사실'은 확인의 대상이 아닌데,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있었음'은 '사실'이고 '사실'을 어떻게 수식하거나 포장하여도 '권리관계'로 변경되지 않는다. 대상판결은 위 확인소송의 소송물이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를 통한 시효중단의 법률관계"라고 강변하지만, 위 확인소송의 대상은 '무슨 소의 제기가 있었음'이라는 '사실'이고 '시효중단의 법률관계'는 위 '사실'이 있을 때에 발생하는 '법률효과'일 뿐이다{同旨 : 호문혁, 권영준. 대법원이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있었음'을 '법률관계'라고 강변한 것에서 필자는 '대로남불(대법원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느낀다}. 그러나 필자는, 사실의 확인 중에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예가 많지는 않을 것이지만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만큼은, 민사소송법 제250조 '확인의 소는 법률관계를 증명하는 서면이 진정한지 아닌지를 확정하기 위하여서도 제기할 수 있다'를 유추적용하여 사실을 확인의 대상으로 할 수 있고,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그런 경우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민사소송법 제250조는 '사실의 확인의 소는 증서진부 확인의 소이어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이 점에서 민사소송법 제251조가 '장래에 이행할 것을 청구하는 소는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어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위와 같은 유추적용이 가능하다.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특히 결의가 아예 없었는데 회의록만 작성되어 있는 경우에)의 확인은 사실의 확인인데도 상법 제380조가 1984년 4월 10일 개정되어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의 소를 규정하기 전에 대법원 1977. 5. 10. 선고 76다878 판결 등과 학설이 주주총회결의 부존재 확인소송을 인정한 것, 현재 법률의 근거 없이 종중결의부존재 확인의 소(대법원 1994. 11. 22. 선고 93다40089 판결 등)와 주식병합 부존재확인의 소(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다15520 판결)가 인정되고 있는 것도 필자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근본적으로, 확인소송의 소송물에 관한 ① 사실의 확인은 허용되지 않는다, ② 과거의 권리관계의 확인은 허용되지 않는다, ③ 무엇이 아니라는 소극적 확인이 아니라 무엇이라는 적극적 확인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3개의 도그마가 만고불변이 아니다(同旨 : 일본의 新堂幸司, 高橋宏志). '역전앞', '처갓집'은 중복표현이라서 문법위반이었으나, 그런 중복표현도 상당수의 국민이 사용하니까 허용하는 쪽으로 문법을 수정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장점은 많고 단점은 적으니까 위 도그마를 수정하여 허용함이 타당하다. 일본의 학설은 한정된 요건 아래에서 사실의 확인의 소가 증서진부 확인의 소 외에도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다수설로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옛 도그마 내지 고전문법에 언제까지고 매여 있을 것이 아니다. 확인소송의 적법 여부에 있어서 확인의 대상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확인의 이익의 유무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Ⅲ.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 확인의 이익은 확인소송이 당사자의 법적 불안의 제거에 '가장' 유효·적절한 때에만이 아니라 유효·적절하거나 상당히 유효·적절하기만 하면 있다고 보아 확인의 이익을 다소 확대해야 한다고 필자는 1990년대부터 피력해 왔고, 판례상 확인의 이익이 지난 수십 년간 조금씩은 확대되어 왔다. 확인의 이익과 관련하여, 일본 최고재판소는 위 '가장(最も)'이라는 단어를 1972년 11월 9일 선고의 판결에서는 부적절하게 일반론으로 넣었다가 2004년 12월 24일 선고의 판결과 2005년 11월 8일 선고의 판결에서는 넣지 않았고 그 후 일본의 하급심판결에서도 넣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주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할 때 '가장'을 넣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소멸시효 완성을 막기 위하여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는 이상에는,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처럼 굳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소멸시효 완성을 막기 위하여 종래의 이행소송보다 더 유효·적절한 수단인지는 따질 것 없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유효·적절한 수단' 내지 '상당히 유효·적절한 수단'의 의미가 너무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인과관계에 관한 상당인과관계설이 '상당'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하지 않는 것에 비추어 볼 때 판례의 축적으로 위 비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40338 판결이 주주권확인을 구하는 것은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하였으나 '가장'을 넣지 않고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는 이유로 주주권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Ⅳ.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의 부존재라는 요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의 존재를 위 확인소송의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하고 심리하였으면 한다. 재산명시절차를 참고하여, '채무자의 재산이 있음'을 채무자의 항변사유로 하는 것이다. 위 소극적 요건을 설정하고 심리하면, 채무자가 다툴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고 다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며, 단순한 '소 제기 사실의 확인'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없어서 소가 제기된 사실의 확인'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확인은 소송의 대상으로 볼 수 있고 단순한 '증명서' 신청 사항이 아니게 되어 대상판결의 제1소수의견과 호문혁 서울대 명예교수의 예리한 비판들을 상당히 피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 Ⅴ. 후소로 확인소송을 허용할 것인지의 직권 판시의 부적절성 대상사건에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확인소송이 허용될 것인지는 제1, 2, 3심을 통틀어 전혀 쟁점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직권으로 판시하였는바, 이는 쟁점이 아닌 것에 대한 판시이니까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방론(obiter dicta)에 불과한데, 방론에서 그런 판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방론에서 다수의견과 제1소수의견과 제2소수의견으로 나뉘어 상세하고 격렬하게 논쟁을 벌인 것이 적절하지 않다. 방론에서 그런 판시를 하기 전에 대법관회의의 의결로 민사소송규칙과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였다(헌법재판소 2016. 6. 30. 선고 2013헌바370 등 결정 등이 헌법 제108조 등을 한정적 열거로 보지 않고 예시적으로 보는 것을 참조). Ⅵ. 결론 필자는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① 이행소송, ②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③ 확정된 채권 자체의 확인소송(평석대상판결의 제2소수의견, 독일 BGH 2018. 2. 22. 판결, 일본 佐賀地方裁判所 1994. 8. 26. 판결이 인정함)의 셋 다 가능하며 채권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채권자가 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보고, 위 ②와 ③을 원고의 선택지로 추가한다고 하여 채무자에게 별 불이익이 없고 법원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다고 본다. 대상판결이 선고되고 그 직후에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의 개정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인지대가 최대 14만 원에 불과하게 되어 이행소송의 승소 확정판결 후의 시효중단을 주권자이며 사법수요자(司法需要者)인 국민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 간편하고 저렴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을 결과적으로 환영한다. 금년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일선 법관들이 말한다. 다만, 대법원이 '무슨 소의 제기가 있었음'을 권리관계라고 강변하지 말고 그것은 '사실'이지만 예외적으로 민사소송법 제250조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확인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는 입론을 하고, 확인의 이익은 확인소송이 당사자의 법적 불안의 제거에 '가장' 유효·적절한 때에만이 아니라 유효·적절하기만 하면 있다고 보아 확인의 이익을 다소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입장에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고,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의 존재를 위 확인소송의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하고 심리하였으면 한다. ※ 이 글은 필자가 2019년 11월 30일 한국민사소송법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토론결과를 추가한 후 압축한 것이다. 이충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소멸시효
지연손해금
대여금
전원합의체
이충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2019-12-16
민사일반
‘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1. 사실 및 논점 (1)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로 피고를 상대로 원고가 피고에게 1997년 2월 말경 6,000만 원, 1997년 4월 초경 1억 원을 각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며 대여금 1억 6,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를 하여, 2004년 11월 11일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받고 2004년 12월 7일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2014년 11월 4일 위 대여금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피고를 상대로 1억 6,0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이행의 소를 제기하여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직권으로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 소의 형태에 관하여 살펴보았는데 이것이 논점이다. 2.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다수의견의 요지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그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 소의 형태로서 항상 전소와 동일한 이행청구만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중단을 위해서 오로지 전소와 소송목적이 동일한 이행소송만 제기되어야 한다면 채권자가 실제로 의도하지도 않은 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실체 심리가 진행됨으로써 채무자는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조기에 제출하지 아니할 수 없어 법원은 이에 관하여 불필요한 심리를 하여야 하며, 채무자는 중복된 이행판결로 말미암은 이중집행의 위험에 노출되고, 실질적인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채권자 또한 자신이 제기한 후 소의 적법성이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는지 여부라는 불명확한 기준에 의해 좌우되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 즉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채권자는 위 두 가지 형태의 소송 중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보다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는 편익이 생긴다. (2) 소수의견의 요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로서 이행소송과 함께 해석을 통하여 다른 형태의 소송을 허용하고자 한다면, ‘청구권 확인소송’으로 충분하다. 입법을 통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를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받아들일 수는 없다. 청구권 확인소송은 전소 판결의 소송목적이자 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그 자체를 대상으로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청구권 확인소송과 비교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큰 이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리적 측면에서도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반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는 확인의 이익을 비롯하여 법리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다. 3. 논점의 전개 (1) 상고심의 심리범위 대법원이 판단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상고이유에 대한 것이 아니고 직권으로 판단한 것이므로 상고심의 심리범위에 속하는지 문제된다. 그러나 상고심에서도 직권심리사항에 관해서 사실심리가 가능한 이상(제434조)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가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원칙(제259조)의 적용범위 문제라고 한다면 직권심리가 가능하다할 것이다. 따라서 위 대전판은 상고기각의 결론을 달리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 민법 제170조 제1항은 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할 뿐 청구인용판결의 경우에는 그 종류를 물어서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정하지 아니하므로 이행소송 이외에도 확인소송이 청구인용판결로 되었다면 당연히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문제는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수 있느냐이다. (3)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 재판상청구가 있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점은 민법 제168조 제1호와 민법 제170조 제1항의 사유이므로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것은 위 민법규정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다름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판례는 민법 제211조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원고가 소유자인 피고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물건에 관하여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소극적 확인주장은, 법적 3단 논법의 대전제인 물권법정주의(민 제185조)의 적용을 받는 민법 제211조라는 법규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므로 그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대판 2012. 6. 28. 2010다81049 참조)고 하였다. (4) 청구권확인소송의 문제점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재차의 이행청구소송이나 확인소송이 허용되는 이유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해서이다. 따라서 시효중단 목적이 없는 중복된 이행청구소송이나 청구권확인소송은 2중 제소 금지원칙에 위반되어 부적법한 것이다. 따라서 청구권확인소송은 시효중단을 위한 범위에서만 확인의 이익이 있으므로 그렇지 않은 청구권확인소송은 허용되기 어렵다. (5)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 원고가 이미 확정력 있는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집행권원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새로운 소를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다. 또한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을 경우, 예컨대 임의경매신청 등으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경우(대판 1991.12.10. 선고 91다17092 참조) 등에는 동일한 소송목적에 대한 소의 반복 제기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소멸시효의 완성이 임박하고, 소제기보다 간편한 민사집행의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을 허용하여야 하며, 그 경우의 확인소송은 확인의 이익이 부존재하는 부적법한 확인소송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독일 연방통상대법원(BGH) 판례에 따르면, 부적법한 확인하는 소라고 하더라도 실질적 권리자에 의해서 제기되는 한(BGH NJW 2010, 2270 Rn. 3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중단된다(BGH NJW-RR 2013, 992 Rn. 28; NJW 2004, 3772;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고 하였다. 다만 채권이 단지 도산절차에서의 신청에 의해서만 회수될 수 있을 때에는, 확인하는 소로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없다고 한다( BGH NJW-RR 2013, 992 Rn. 2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4. 결론 (1) 결국 우리 대법원 판결의‘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독일 판례상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과 같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입법사항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확인소송의 기능은 분쟁의 예방에 있는데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이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소멸시효에 관한 분쟁해결 기능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법률관계의 분쟁에 관한 확인소송이 아니어서 부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시효중단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 (2) 다만 법률상 확인소송으로서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소멸시효완성의 임박성이나 소제기보다 간단한 민사집행 방법이 부존재하다는 보충성의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여 영구적으로 소멸하지 않는 채권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대전판 2018.7.1., 2018다22008의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각종 채권추심기관의 난립과 횡행을 부추겨 충분한 변제능력이 없는 경제적 약자가 견뎌야 할 채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는 사회적 문제가 따르게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시효완성의 임박성이 있는 시점에 시효중단을 위해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지만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는 지 등 민사집행 방법의 부존재 요건을 살피도록 설시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대여금
지연손해금
소멸시효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2019-02-18
부동산·건축
(15) 이행소송과 추심소송은 중복소송인가
-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3다202120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 및 쟁점 가) 1) 소외 A는 2010년 11월 10일 피고 보증보험회사에 대하여, 자신은갑회사로부터 아파트를 분양받고 갑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2억여원을 납부하였는데 위 아파트 신축공사가 중단되는 보증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갑과 체결한 주택분양보증계약에 따른 계약금 및 중도금 반환채권에 기초한 환급이행보증금으로 위 금액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여 환급이행금 청구의 소(전소)를 제기하여 법원의 심리결과, A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고,현재 상고심에 계속 중이다. 2) 한편 원고는 A에 대하여 별개의 이행청구를 제기하여 승소하였고, 그 승소의 확정판결에 기초하여A를 채무자, 피고를 제3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여 2011년 7월 6일A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환급이행금청구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고 그 추심명령은 피고에게 송달되었는데, 원고는 이 추심명령을 근거로 2011년 11월 25일 제3채무자인 피고를 상대로 제1심법원에 추심의 소(후소)를 제기하였다. 나) A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위 환급이행금 청구의 소(전소)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데 압류채권자인 원고가 제기한 추심의 소(후소)는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에 위배되는가. 2. 대법원 판결이유의 요지 [다수의견] (가)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가 이미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상태에서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의 소의 본안에 관하여 심리·판단한다고 하여, 제3채무자에게 불합리하게 과도한 이중 응소의 부담을 지우고 본안 심리가 중복되어 당사자와 법원의 소송경제에 반한다거나 판결의 모순·저촉의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없다. (나) 압류채권자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에 제81조, 제79조에 따라 승계참가할 수도 있으나, 채무자의 이행의 소가 상고심에 계속 중인 경우에는 승계인의 소송참가가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압류채권자의 소송참가가 언제나 가능하지는 않으며, 또 압류채권자는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에 참가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의 소는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에 대한 관계에서 중복된 소제기 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반대의견] (가)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는 소송의 계속으로 인하여 당연히 발생하는 소제기의 효과이다. 그러므로 설령 이미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전소가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적법한 소라고 하더라도 취하·각하 등에 의하여 소송 계속이 소멸하지 않는 한 그 소송 계속 중에 다시 제기된 후소는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에 저촉된다. (나)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먼저 제기한 이행의 소와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나중에 제기한 추심의 소는 비록 당사자는 다를지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건으로서 후소는 중복된 소에 해당한다. (다) 압류채권자에게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에 소송 참가할 수 있으므로 압류채권자에게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와 별도로 추심의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할 것은 아니다. 다만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가 상고심에 계속 중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압류채권자가 상고심에서 승계인으로서 소송참가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나, 이때에도 상고심은 전소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 사정을 직권으로 조사하여 전소에 관한 판결을파기하여야 하므로, 압류채권자는 파기환송심에서 승계인으로서 소송참가를 하면 된다. 3. 논점의 전개 가) 문제의 소재 이 사건은 A가 피고를 상대로 환급이행금 청구의 소(전소)를 제기하여 소송계속 중에 A의 피고에 대한 위 환급이행금 청구권의 추심권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추심권을 행사하여 환급이행금의 이행을 구하는 추심의 소를 제기한 것이 중복된 소제기 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느냐의 문제이다. 그런데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추심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므로 전소는 원칙적으로 부적법 각하되어야 할 것인데 법률심인 상고심에 계속 중이어서 문제되었다. 나) 추심명령, 추심의 소 집행법원이 압류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을 추심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명령을 추심명령이라 한다(민집 제232조). 추심명령은 국가가 압류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의 추심권을 수권한 것이므로 추심권의 재판상 행사방법인 추심의 소(민집 제238조, 제249조)는 본질적으로 재판상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과 달리 먼저 추심의 소가 제기되었다면 그 이후의 이행의 소는 당사자적격의 흠 또는 중복제소를 이유로 부적법 각하되어야할 것이다. 다) 채권자대위권행사의 경우 가.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후에 채무자가 같은 내용으로 별개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기판력의 모순, 저촉을 방지하기 위하여 중복된 소제기에 해당된다는 것이 판례(대판 1995. 4. 14. 94다29256)이다. 판례는 일관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의 계속 중에 채무자가 제기한 같은 내용의 소송은 물론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소송 중에 제기된 채권자의 대위소송(대판 1981. 7. 7. 80다2751) 등도 중복된 소제기에 해당된다고 판시한다. 나.추심의 소와 채권자대위소송의 차이점은, 추심의 소는 국가가 채권자에게 부여한 추심권에 기초한 이행의 소인데 대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은 채권자가 민법제404조의 채권자대위권에 기초하여 제기된 이행의 소라는 데 있다. 그 결과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므로 제3채무자에 대한 추심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는데(대판 2004. 4. 11. 99다23888 등 참조)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소송은 채권자의 채권자대위소송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추심권이나 채권자대위권은 추심의 소나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적격에 불과하고, 추심의 소의 목적이나 채권자대위소송의 피대위채권은 소송목적을 같이 하는 이행소송이다. 따라서 당사자 적격의 차이로 인하여 소송목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소송 중에 압류채권자의 추심소송은 중복제소에 해당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시윤, 288면 : 한충수, 236면 참조). 4.결론 가. 채권자대위소송의 경우에는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이행소송(전소)이 선행하면 채권자대위소송(후소)은허용할 수 없지만 전소는 아무런 영향이 없이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추심소송의 경우에는 선행하는 채무자의 소송(전소)은 후행하는 압류채권자의 추심소송(후소)에 의하여 채무자의 소송수행권 상실로 당사사 적격에 흠이 생긴다는 재판운영상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추심명령이 있으면 채무자는 소송수행권을 잃게 되어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전소)를 부적법 각하하여야 하는데, 다시 추심의 소(후소)도 중복제소금지의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부적법 각하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제 27조1항의 재판청구권 보장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바꾸어 말하면 추심명령의 효력이 존속하는 한 소송수행권을 상실하여 부적법 각하될 운명에 있는 채무자의 선행소송이 아직 부적법 각하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에 제기된 추심의 소를 중복제소라고 하여 각하하여 버리면 법원이 전소와 후소를 모두 부적법 각하함으로써 ‘환급이행금 청구권’이라는 소송목적에 대하여 실체 판단을 거부하는 결과로 된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이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의 소를 중복된 소제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각하하는 이유로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때에 민사집행법 제238조, 제249조 제1항과 대법원판례에 의하여 압류채권자에게 보장되는 추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의 행사와 그에 관한 실체 판단을, 바로 그 압류 및 추심명령에 의하여 금지되는 채무자의 이행의 소를 이유로 거부하는 셈이어서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판시한 것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라 하겠다. 나. 다수의견은, 소수의견을 따르면 전소는 소송수행권 상실로 각하, 후소는 중복제소라는 이유로 역시 각하되어서 추심채권자는 다시 추심의 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고 제3채무자인 피고도 3번 응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게 되는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판청구권(헌 제27조 1항) 행사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는 중복제소금지의 원칙을 적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 하겠다. 다수의견의 취지가 이와 같이 헌법 제27조 1항과 관련된 것이라면 중복제소금지에 관한 법 이론을 떠나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추심명령
채권압류
환급이행금청구의소
중도금
계약금
보증보험회사
2017-02-27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는 그 후의 저당부동산 제3취득자에 대하여도 효력이 미치는가?
[사실관계] 1. 갑은 1992년 5월에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하고 같은 해 8월에 피고에 대한 차용금채무(이하 '이 사건 차용금채무'라고 한다)의 담보로 피고에게 채권최고액 6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그 후 2004년 5월에 이르러 그 간의 미지급이자 등을 3000만원으로 정한 다음, 이를 원본으로 하는 채무의 담보로 다시 피고에게 채권최고액 4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2. 갑은 2011년에 피고를 상대로 위 각 채무의 시효 소멸 등을 이유로 하여 위 각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013년 11월에 이 소송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던 원심판결에 대한 갑의 상고를 기각하는 대법원판결로 종결되었다. 그 이유의 핵심은 이 사건 차용금채무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나 그 후 위 제2의 근저당권 설정으로 시효완성의 이익이 포기되었다는 것이다. 3. 위 전소(前訴)가 종결된 다음 달인 2013년 12월에 원고가 갑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양도받고, 2014년 초에 근저당권의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의 주요한 주장은, 갑이 한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인 효력이 있을 뿐이어서 이 사건 토지의 제3취득자인 원고에게는 효력이 없고, 원고는 소멸시효의 완성을 원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송의 경과와 대법원의 판단] 1. 제1심(부산지법 2014. 7. 3. 판결 2011가단124079 사건)은 뒤의 대법원 판단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제2심(부산지법 2014. 12. 5. 판결 2014나44352 사건)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을 뿐이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함이 원칙이나,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당시에는 그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가 나중에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는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이익의 포기에 대하여 상대적인 효과만을 부여하는 이유는 그 포기 당시에 시효이익을 원용할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존재하는 경우 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채무자 등 어느 일방의 포기 의사만으로 시효이익을 원용할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의 발생을 막으려는 데 있는 것이지,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에게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게 하여 시효완성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사후에 불안정하게 만들자는 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평석] 1.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서 원고가 전소에게 저당부동산의 피담보채무의 시효소멸을 주장하였으나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던 갑으로부터 그 패소 확정 직후에 부동산을 양수하여 여전히 그 시효소멸을 주장하는 소를 제기하였다는 점을 소송신탁 또는 신의칙 등의 관점에서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점은 음미의 여지가 있을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를 논의하지 않기로 한다. 2. 이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의 판시는 비단 저당부동산을 양수하는 등으로 그 소유권을 사후적으로 취득한 제3취득자뿐만 아니라, 그에 대하여 후순위저당권이나 담보가등기 등의 담보권을 설정 받은 사람, 또 지상권?전세권 또는 대항력 있는 임차권을 취득한 사람 등과 같이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시효소멸을 원용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 전부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필자는 '시효이익 포기의 상대효'를 그와 같이 제한하는 대상판결의 태도에 찬성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이 시효이익의 포기에 상대효가 인정되는 이유, 나아가 이를 제한하여야 하는 이유로서 설시하는 바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지 의문이 있다. 1990년대 후반 이래 재판례의 주류적 태도라고 하여도 크게 문제가 없을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한 상대적 소멸설을 전제로 한다면, 시효이익의 포기는 각자의 시효원용권을 포기하는 것이고, 따라서 시효의 원용이 그 권리자 각자에게 상대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 이익의 포기도 상대적인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가 그 부동산을 피담보채무의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한 후에 취득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피담보채무의 시효소멸을 원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는 이상, 자신이 가지는 그 권리의 포기도 일반적으로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좇아 할 수 있고, 그가 저당부동산을 다른 시효원용권자의 시효이익 포기 후에 그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취득하였다고 해서 이제는 그 포기에 구속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른바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더라도, 시효이익의 포기는 요컨대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 또는 채무의 시효소멸을 소송상 주장할 수 있는 지위를 포기한다는 의사표시로 파악하고 그 효력은 의사표시 일반에 관한 원칙대로 그 주체에만 미치는 것이어서 상대적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이익 또는 지위에 대한 처분이 각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좇아야 한다는 점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4. 다른 한편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을 그 소유자와의 사이의 계약에 기하여 취득하거나 그에 제한물권을 설정 받거나 기타 이해관계를 맺었다면 이는 물론 저당권의 부담을 인수한 것이다. 그리고 통상의 경우에 그러한 부담의 인수로 인한 '비용'(넓은 의미의)의 부담에 관하여 이미 소유자와의 계약관계에서 어떠한 약정, 쉽게 말하면 그 비용의 '전가'가 행하여지거나 그 부담에 대한 승인을 전제로 하여서 계약관계가 형성?체결될 것이다. 이 점을 중시하게 되면,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에게는 시효원용권 자체를 부정하는 결론에 이르기 쉽다. 실제로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처음부터 이른바 상대적 소멸설을 취하는 일본에서 판례는 어느 시기까지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는 시효원용권을 가지지 아니한다는 태도를 취하였다(日大判 1900. 1. 25, 同 1935. 5. 28. 및 同 1938. 11. 14. 등 다수의 재판례가 있다). 처음에는 학설도 이에 동조하였으나 어느 학자의 예리한 비판{我妻榮, "抵當不動産の第三取得者の時效援用權", 民商法雜誌 제3권 1호(1936), 1면 이하[그 후 民法硏究 II(1966), 199면 이하 소재]. 독일법 및 프랑스법에 대한 검토를 포함한다} 이후로 학설은 대체로 판례의 태도에 반대하기에 이르렀다{이에 대하여는 우선 注釋民法(5)(1967), 46면 이하(川井建 집필) 참조}. 그 후 최고재판소는 1973년 12월 14일의 판결(민집 27권 11호 1586면)로 저당부동산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을 긍정하는 태도를 취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기타의 관련 재판례를 포함하여 우선 山本敬三, 民法講義 I : 總則, 제3판(2011), 600면 참조). 우리의 경우 학설은 애초부터 저당부동산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을 긍정하여 왔다. 그리고 판례도 적어도 담보가등기가 이미 경료 되어있는 부동산을 양수한 자가 그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대법원ㅤ1995. 7. 11.ㅤ선고ㅤ95다12446ㅤ판결(공보 2761)에 의하여 이를 긍정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그 외에 대법원ㅤ2007. 1. 11.ㅤ선고ㅤ2006다33364ㅤ판결(미공간) 및 뒤의 5.에서 보는 대법원 2009다100098 판결도 참조}. 이와 같이 저당부동산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이 긍정되는 실질적인 이유는, 비록 그는 피담보채무의 채권자(즉 저당권자)와 직접의 법률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채무가 불이행되어 저당권이 실행되면 자신의 소유권을 잃게 되는 지위에 있으므로, 피담보채무(나아가 저당권)의 소멸사유로서의 시효 완성을 주장하여 자신의 법적 이익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의 맥락에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정은 그가 종전의 저당부동산 소유자로부터 소유권 등을 취득한 것이 그 소유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기 전인지 후인지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당부동산의 원래 소유자와 제3취득자 사이에 존재하는 그 취득원인의 계약관계에서 저당권의 부담이 고려되었는지 또는 어떠한 내용으로 고려되었는지 등을 불문하고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이 긍정된다면, 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하여도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온당하다. 다시 말하면 피담보채무의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기 전에 저당권의 부담을 고려하여 형성된 계약관계에 기하여 저당권의 부담 있는 부동산을 양수한 제3취득자가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시효소멸을 주장할 수 있다면, 제3취득자가 그 포기 후에 등장하였다고 해도 역시 저당권의 실행으로 소유권을 잃게 되므로 이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고, 시효이익 포기제도의 취지가 그것을 요청하는 것도 아니다. 5. 대상판결은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 후에 저당부동산을 취득한 제3취득자가 그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게 하면 "시효완성을 둘러 싼 법률관계를 사후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것이 어떠한 점에서 시효완성과 관련된 법률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만일 그 불안정함이라는 것이 앞에서 본 대로 제3취득자의 시효이익 주장이 저당부동산의 소유자와의 사이에 체결하였던 계약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고 하면, 그것은 ―대상판결에 의하면 독자적인 시효이익 주장이 허용된다고 하는―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 전의 제3취득자와의 관계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예를 들어 저당권의 부담을 고려하여 감액된 대금 등은 피담보채무의 시효소멸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저당권의 부담이 없게 됨으로써 부당이득 한 것이 된다는 등의 주장은, 채무가 시효소멸한 후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이번에는 부당이득을 내세워 원래의 급부 또는 계약상 반대급부에 상응하는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률상 원인'의 존재, 즉 법정(法定)의 소멸시효제도를 이유로 배척되어야 하는 것이다{우선 민법주해[XVII](2005), 253면 이하(양창수 집필) 참조}. 6. 앞에서 본 대법원 95다12446 판결은 나아가 "담보가등기 있는 부동산의 양수인과 같은 직접수익자의 소멸시효원용권은 채무자의 소멸시효원용권에 기초한 것이 아닌 독자적인 것으로서 가사 채무자가 이미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채무자 이외의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담보부동산의 양수인으로서는 여전히 독자적으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또한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100098 판결(미공간)도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구별 없이 설시한다}. 이들 판결은 대상판결이 말하는 대로 모두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 전에 제3취득자가 등장한 사안에 대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와 같이 보아 오면, 오히려 그 판결의 판시에서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의 독자성과 시효이익 포기의 독자성을 직결시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2015-07-27
건물소유권등기가 말소된 후 공매되어도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존속
대상판결의 요지 - 체납처분압류 등 처분제한 등기가 된 건물에 관하여 그에 저촉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람이 건물의 소유자로서 대지에 대하여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후 경매 또는 공매절차에서 건물이 매각되는 경우, 매수인은 위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 판례평석의 요지 - 관습상 법정지상권이 일단 성립되었다면 체납처분압류등기에 의하여 건물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더라도 그 체납처분압류는 상대적 효과가 있을 뿐이어서 토지소유자와는 관계가 없다. 따라서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소멸되지 않고 공매로 인하여 낙찰자에게 이전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Ⅰ. 사실관계 '갑' 소유의 토지와 건물이 있었는데, 토지에는 처분금지가처분이 설정되어 있었고, 건물에는 과세관청의 체납처분 압류등기가 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A'는 '갑'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모두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토지에 대하여 있었던 선행 처분금지가처분에 따른 본등기가 경료 되면서 2002. 1월경 'A'명의의 토지소유권이 말소되었고 'B'가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 하였다. 그 후 'A'는 건물에 대한 소유권만 가지고 있었는데 건물에 대하여 선행하여 존재하고 있었던 과세관청의 체납처분 압류등기가 실행되면서 공매가 개시되었고 'C'가 이를 2007년 11월경에 낙찰 받아 현재까지 소유(점유포함)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토지소유자 B는 새로운 건물 소유자 C에게 자신의 토지위에 있는 건물을 철거하고 대지를 인도하라며 소송을 냈고 300여만원의 임료 상당 부당이득금도 같이 구했다. 공매로 건물을 낙찰 받은 매수자 C는 건물에 대한 종전 소유자 A의 관습상 법정지상권을 공매절차에서 승계 받았으므로 토지소유자 B의 철거 등 청구는 이유 없다고 다툰 사안이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건물 소유를 위하여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자로부터 경매에 의하여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락인은 경락 후 건물을 철거한다는 등의 매각조건하에서 경매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의 경락취득과 함께 위 지상권도 당연히 취득한다. 이러한 법리는 압류, 가압류나 체납처분압류 등 처분제한의 등기가 된 건물에 관하여 그에 저촉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람이 건물의 소유자로서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후 경매 또는 공매절차에서 건물이 매각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Ⅲ 관습상 법정지상권의 법리 가. 의의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란 토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였다가 건물 또는 토지가 매매 기타의 원인으로 인하여 양자의 소유자가 다르게 될 때 특히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조건이나 특약이 없는 이상 건물소유자가 토지소유자에 대하여 그 건물의 존속을 위하여 취득하게 되는 지상권을 말한다. 나. 건물 '경매'에 의한 이전 건물소유를 위하여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자로부터 '경매'에 의하여 그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락인은 경락 후 건물을 철거한다는 등의 매각조건하에서 경매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의 경락취득과 함께 위 지상권도 당연히 취득한다(대법원 1985.02.26. 선고 84다카1578 판결). 다. 지상권등기 없이도 이전 그리고 건물이 경매에 의하여 소유권이 이전되었다면 경락인이 건물을 경락한 후 철거하거나 헐어버리거나 하는 등의 매각조건하에서 경매가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지상권도 건물의 이전과 불가분리관계에서 그에 따라서 이전되었다 할 것이고 이렇듯 경매에 의해서 이전된 지상권은 그에 대한 등기가 없어도 그 후의 그 토지 전득자에 대하여도 당연히 유효하다(대법원 1976.05.11. 선고 75다2338 판결). Ⅳ 대상판결에서의 새로운 판단부분 1. 건물'공매'로 인한 낙찰자에게도 지상권이 이전됨을 밝힘 A가 갑 소유의 토지 및 건물을 모두 양수하였다가 토지에 설정된 선행 처분금지가처분에 의한 본등기 실행으로 인하여 토지소유권을 잃게 되는데, 바로 이 때 A소유의 토지와 건물 중 어느 하나가 매매 기타 사유로 인하여 소유자가 달라지게 된 때에 해당하게 되어 A는 건물을 위하여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된 이후 건물이 '경매'로 이전되는 경우 법정지상권도 같이 이전한다는 것이 기존의 판례인데 대상판례에서는 건물이 '공매'로 이전되는 경우에도 그 낙찰자가 지상권을 승계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경매이든 공매이든 건물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차이는 없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을 확인한 판결이라 하겠다. 다만 대상판결이 말하는 '공매'는 건물의 소유자인 'A'로부터의 공매가 아니라 그 전소유자인 '갑'으로부터 이전된 공매라는 점에서 특색을 가진다. 그러나 이는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는 없으며 뒤에서 나오는 체납처분 압류등기의 상대적 효력과 연결된다. 2. 건물에 대한 과세관청의 선행 압류등기는 상대적 효력을 가질 뿐이고, 토지소유권과는 관계없다. 따라서 일단 성립한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은 토지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 토지에는 처분금지가처분이 경료 되어 있었고, 건물에는 과세관청의 체납처분 압류등기가 되어 있었다. 이 둘은 서로 그 존재목적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할 것이다. 특히 건물에 대하여 이루어진 과세관청의 체납처분 압류등기는 건물매각대금에서 변제를 받기 위한 것일 뿐이어서 그 압류등기의 실행으로 A에게 이전되었던 건물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더라도 이는 토지소유권자에게는 실로 우연한 사정일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A에게 일단 성립된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은 건물에 대한 압류등기의 실행으로 A명의의 소유권이 말소되더라도 토지소유자 B에 대한 관계에서는 소멸한 것이 아니다. 만일 A의 법정지상권이 소멸하다고 보게 되면 이는 건물에 대한 체납처분 압류등기의 효력이 토지소유자인 B에게도 미치는 절대적 효력을 가진다고 보게 되기 때문이다. 3.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이 없이 건물소유권만 이전된 경우를 상정해보면 대상판결의 타당성을 알 수 있다. 대상판결은 토지와 건물이 모두 소유권이전이 되는 경우이므로 다소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사안을 단순화시켜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 사안에서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이 없었다고 가정해보면 된다. 즉, 토지와 건물이 모두 갑의 소유였다가 건물만 A에게 이전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A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가지는 것은 분명하다. 대상판결도 이점을 설시하고 있다. 그러다가 A의 건물소유권이 말소되고 공매절차에서 C가 낙찰을 받는다면 C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가진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된다. 다만 이때는 C가 A의 법정지상권을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C가 독자적으로 취득하는 것으로 이론구성이 가능하다.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모두 갑이라는 동일인 소유였다가 건물만 C에게로 이전되는 전형적인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단순화된 사례에 토지의 소유권이 갑->A->B로 변경되는 과정을 덧붙여보면 이제는 C가 독자적으로 법정지상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곤란해진다. C가 건물소유권을 취득할 당시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자는 각각 B와 갑으로서 동일인 소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C의 법정지상권은 A가 취득한 것을 승계하는 것으로 이론구성 해야만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토지소유권을 새로 취득한 B의 입장에서는 A가 건물소유권을 보유하고 있을 때에는 자신의 토지가 법정지상권의 제한을 받고 있었다가, 건물에 대한 체납처분 압류등기가 실행되어 건물소유권이 달라지면 토지에 대한 법정지상권의 제한이 풀리게 된다는 망외의 소득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건물철거라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막고자 하는 법정지상권제도의 본래적 취지에도 맞지 않고, 체납처분 압류등기가 의도한 바도 아니다. 또한 법정지상권의 제한을 받고 있었던 B에게 지상권의 제한을 풀어줄만한 어떤 당위적 요소가 있었던 상황도 아니다. Ⅴ 사견 대상판결은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가 등기된 건물만 매수한 상황으로 단순화 시켜볼 수 있다(토지와 건물이 함께 매수되었지만 토지는 처분금지가처분에 따른 본등기에 의해 이전등기가 말소되었으므로 결국 건물만 매수한 것과 같다). 압류의 처분금지 효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채무자의 처분행위 또는 제3채무자의 변제로써 처분 또는 변제 전에 집행절차에 참가한 압류채권자나 배당요구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의 상대적 효력만을 가지는 것이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1다10748 판결). 체납처분 압류등기의 처분금지 효력에 따른 A의 건물소유권이전등기 말소는 과세관청과 최초의 건물소유자 갑과의 상대적인 관계에서 유효할 뿐이지, 추후에 토지를 취득한 B와 과세관청 사이에서는 그 효력이 없다. 따라서 B에 대하여는 체납처분 압류등기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그에 따라 A의 소유권 소멸 및 지상권 상실도 B에 대하여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또한 대법원은 법정지상권은 건물의 소유에 부속되는 종속적인 권리가 아니고, 건물의 소유권과 분리되어 양도되었다고 하여도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데(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0다1976판결), 그러한 점에 입각해볼 때에도 대상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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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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