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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에 의해 획득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공서위반
Ⅰ. 사안의 개요 동해펄프 주식회사("동해". 정리절차 개시 전의 피고이나 혼용한다)는 원고(MWI)에게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우드칩 독점공급권을 원고에게 주는 대가로 우드칩 공급가격을 할인받기로 하는 독점공급계약("이 사건 계약")을 1994년1월 체결했다. 당사자들은 시차를 두고 한글계약서와 영문계약서를 체결했는데 후자에는 동해의 책임제한조항이 삭제되었다. 원고는 1996년 영문계약서를 기초로 동해의 계약위반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ICC 중재법원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중재신청을 했다. 중재인은 중재지인 홍콩에서 중재절차를 진행했고 당사자들은 충분히 다투었다. 중재인은 1998년1월 영문계약서를 기초로 동해의 계약위반을 인정하고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중재판정("이 사건 중재판정")을 내렸다. 동해는 1998년8월 회사정리절차개시 결정을 받았고 원고는 정리채권 신고기간 내에 정리채권을 신고했으나 관리인이 이의하자 관리인을 상대로 정리채권확정의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하급심판결 제1심인 울산지방법원 2003.7.31. 선고 98가합8505 판결은 이 사건 중재판정을 승인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피고는 중재판정의 편취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원심(부산고등법원 2006.2.16. 선고 2003나12311 판결)은, 독자적으로 증거를 종합하여 전면적으로 사실인정을 하고 법률적 판단을 한 뒤, 원고는 허위의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여 중재판정을 편취했으므로 1958년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뉴욕협약")상 공서위반이라는 승인거부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했는데 그 요지는 아래와 같다. 이 사건은 승인의 문제이므로 승인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1] 외국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기판력이 있으므로, 정리채권확정소송의 관할 법원은 뉴욕협약(제5조)의 승인거부사유가 없는 한 외국중재판정에 따라 정리채권을 확정하는 판결을 해야 한다. [2] 뉴욕협약의 공서위반의 취지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이 승인국의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를 해하는 것을 방지하여 이를 보호하는 데 있으므로, 국내적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외국중재판정을 인정한 구체적 결과가 승인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할 경우에 한하여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3] 승인국 법원은 뉴욕협약의 승인거부사유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본안에서 판단된 사항에 관하여도 독자적으로 심리·판단할 수 있고, 공서위반에는 중재판정이 사기적 방법에 의해 편취된 경우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승인국 법원이 외국중재판정의 편취 여부를 심리한다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중재인의 사실인정과 법률적용 등 실체적 판단의 옳고 그름을 전면적으로 재심사한 후 외국중재판정이 편취되었다고 보아 승인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외국중재판정의 집행을 신청하는 당사자가 중재절차에서 처벌받을 만한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명백히 인정되고 반대당사자가 과실 없이 신청당사자의 사기적 행위를 알지 못하여 중재절차에서 그에 대해 공격방어를 할 수 없었으며, 사기적 행위가 중재판정의 쟁점과 중요한 관련이 있다는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경우에 한하여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이 사건의 쟁점은, 우리 법원이 정리채권을 확정하는 판결을 함에 있어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외국중재판정에 구속되는가이다. 구체적으로 ① 외국중재판정은 우리 법원의 승인판결 없이 한국에서 기판력을 가지는지, ②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공서위반의 의미 및 판단 방법과 ③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편취가 승인거부사유가 되기 위한 요건이다. 사기에 의하여 편취된("사기에 의한") 외국판결의 승인을 다룬 대법원 2004.10.28. 선고 2002다74213 판결("2004년 판결")이 있으므로 양자의 異同도 관심의 대상이다.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오영준 판사의 해설(판례해설 79호)과 정선주 교수의 평석(민사재판의 제문제 제18권)이 있다. 필자의 상세 평석은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에 게재될 예정이다. 2. 외국중재판정의 효력과 승인판결의 요부 외국판결은 민사소송법(제217조)의 승인요건이 구비되는 한 우리 법원의 재판 없이 자동적으로 승인되나(자동승인제), 외국도산절차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 법원의 승인결정에 의하여 승인된다(결정승인제). 그런데 중재법(제37조 제1항)이 중재판정의 승인은 법원의 승인판결에 따른다고 규정하므로 외국중재판정은 승인판결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그런 견해가 있다. 그러나 외국판결과, 뉴욕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중재판정의 승인에 관한 우리 법제를 보면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중재판정의 경우에만 승인판결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외국중재판정도 승인요건이 구비되면 자동승인된다고 본다. 대상판결은 이를 분명히 한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 승인의 결과 외국중재판정은 한국에서 효력(특히 기판력)을 가지는데 문제는 그 기준이다. 외국판결 승인의 경우처럼 외국중재판정 승인의 경우에도 효력확장설(즉 중재지국법설), 승인국법설과 절충설이 가능하다. 대상판결이 외국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할 뿐, 그것이 한국 법원의 확정판결인지와 그 근거를 밝히지 않는 점은 아쉽다. 3.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국제적 공서위반 뉴욕협약(제5조)은 승인거부사유를 규정하는데 여기에서 문제는 공서위반이다. 공서는 승인국의 본질적인 법원칙, 즉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 또는 근본적인 가치관념과 정의관념에 반하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을 거부함으로써 국내법질서를 보존하는 방어적 기능을 가지므로 이는 좁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뉴욕협약상의 공서는 민법(제103조)이 정한 국내적 공서와 구별되는 '국제적 공서'라고 본다. 대상판결이 그런 취지로 판시한 것은 판례를 따른 것으로 타당하다. 다만 승인만이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마치 집행이 문제되는 것처럼 설시한 것은 아쉽다. 4.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공서위반 가.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과 예외 뉴욕협약상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이 타당하므로 승인국 법원은 원칙적으로 실질재심사를 할 수 없지만, 승인거부사유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실질재심사를 할 수 있고, 그 범위 내에서는 중재인의 사실인정에 구속되지 않는다. 다만 그 경우에도 가능한 한 제한적으로 실질재심사가 허용된다. 여기에서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과 승인거부사유, 특히 공서위반의 심사 간에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대상판결은 종래의 판례를 따른 것으로서 타당하다. 나. 사기가 공서위반이 되기 위한 요건 외국판결 승인의 맥락에서 전통적으로 영미에서는 사기를 공서위반이 아닌 독립한 승인거부사유로 본다. 미국 통일외국금전판결승인법(UFMJRA)도 같다. 미국에서는 외재적 사기와 내재적 사기를 구분하는데, 전자는 외국 소송절차 외의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의 절차 참가가 박탈된 경우이고, 후자는 위조증거의 사용처럼 원고가 외국 소송절차 내에서 행위한 경우이다. 승인거부사유는 외재적 사기에 한정되고, 내재적 사기의 주장은 실질재심사를 요구하므로 허용되지 않으며 이는 판결국에 제출해야 한다. UFMJRA를 개정한 2005년 통일외국국가금전판결승인법(UFCMJRA)은 승인거부사유가 외재적 사기에 한정됨을 명시한다. 한편 2004년 판결은, "… 외국판결의 성립절차에서 공서에 어긋나는 경우도 승인·집행의 거부사유에 포함되나, 민사집행법이 실질재심사금지의 원칙을 규정할 뿐만 아니라, 사기적 방법으로 편취한 판결인지를 심리한다는 명목으로 실질재심사하는 것은 외국판결에 대하여 별도의 집행판결제도를 둔 취지에도 반하므로, 사기적 방법으로 외국판결을 얻었다는 사유는 원칙적으로 승인·집행의 거부사유가 될 수 없고, 다만 재심사유에 관한 민사소송법 …에 비추어 볼 때 ① 피고가 판결국 법정에서 사기적 사유를 주장할 수 없었고, ② 처벌받을 사기적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과 같은 고도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승인·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필자는 이에 대해 "유죄의 판결과 같은 고도의 증명" 이라는 생소하고 애매한 개념을 사용한 점과, 재심의 법리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을 비판했다. 필자는, 사기에 의한 외국판결의 승인거부에 관한 법리가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에도 원칙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영국의 태도는 특이하다). 흥미로운 것은 사기에 의한 중재판정의 취소에 관한 미국법이다. 연방중재법(제10조(a))에 따르면, 법원은 ① 취소 신청인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에 의해 사기를 입증하고(the movant must establish the fraud by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② 상대방이 정당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중재 이전에 그 사기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③ 사기가 중재의 쟁점과 중요한 관련이 있는 경우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대체로 타당하다. 다만 판결문 중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명백히 인정되고"라는 부분은 미국의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라는 개념을 차용한 것인데, 이는 미국에서 민사소송에서 통상 요구되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보다 높은 증명의 정도를 요구하는 개념이다. 우리 민사소송법상 증명은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을 요구하는 것으로 '증거의 우월'보다 훨씬 높은 증명도를 필요로 하므로, 차라리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객관적 증거에 의하여 증명될 것"을 요구하는 편이 낫다. 2004년 판결에서 "고도의 증명"을 요구한 대법원이 대상판결에서는 달리 설시하는데, 이것이 판결과 중재판정의 차이에 기인하는지, 좀더 정치하게 진화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5. 맺음말 대상판결은, 외국중재판정은 승인판결 없이 한국에서 기판력을 가진다고 본 점,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공서위반의 의미 및 판단 방법에 관한 종전 판례를 재확인한 점과, 사기에 의한 중재판정의 승인이 공서위반이 되기 위한 요건을 명확히 제시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처럼 외국중재판정에 대한 실질재심사를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법관들에게 확산될 때 국제상사중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2004년 판결과 달리 설시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점, 미국 판례의 영향을 받아 우리 민사증거법상 부적절한 설시를 한 점과, 미국 판례법리를 차용하면서도 전거를 밝히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필자는 2004년 판결에 대한 평석을 2006년 초 발표했고 뉴욕협약에 관해 2007년 책에서 상세한 글을 썼으나, 이는 개인적 추억으로 남았을 뿐이고 법학비전공자의 글보다 못하게도 대법원과 재판연구관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아 몹시 부끄럽다.
2010-10-14
정리절차와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재진행
Ⅰ. 사실관계 나라종금은 1992년 10월15일 피고의 연대보증하에 대한유화와 사이에 어음거래 한도액 199억 원, 변제기 1993년 10월14일로 된 어음거래약정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대한유화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1995년 3월20일 나라종금에 대한 어음채무에 관하여 변제기를 1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으로 연기하고 이율을 감경하는 내용의 정리계획인가결정이 확정되었고, 1998년 7월30일 정리절차의 종결결정이 확정되었다. 대한유화는 정리계획이 정한 바에 따라 2005년 7월10일까지 분할상환에 의하여 주채무의 원금 및 감액된 이자를 모두 상환하였다. 원고가 보증인인 피고를 상대로 감경 전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자, 피고가 보증채무는 정리계획 인가결정의 확정일인 1995년 3월20일 또는 정리절차 종결결정의 확정일인 1998년 7월30일부터 주채무와는 별도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어 그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함으로써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즉 정리계획에 의해 주채무의 변제기 유예 또는 이율 감경이 있더라도 보증채무는 그와는 관계없이 전액을 즉시 지급할 의무가 있고, 소멸시효는 채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부터 가산해야 하는 것이므로,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는 주채무와는 별도로 정리계획인가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기산해야 한다. Ⅱ. 원심판결의 요지 1. 회사정리절차 참가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정리절차 참가라는 권리행사가 계속되는 한 보증채무에 대해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내려진 때부터 중단되어 있던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을 개시한다. 2. 정리계획에서 주채무의 변제기가 연장된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가사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따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주채무자가 정기적으로 채무를 일부씩 변제함으로써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된 경우에는 그 중단의 효과가 보증채무에도 미친다. Ⅲ.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정리계획에 의하여 주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면제되거나 이율이 경감된 경우 그 면제 또는 경감된 부분의 주채무는 정리계획의 인가결정이 확정된 때에 소멸하게 됨에 따라 그 시점에서 채권자의 정리절차에서의 권리행사가 종료되어 그 부분에 대응하는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는 위 인가결정 확정시부터 다시 진행한다(대법원 1995년 5월26일 선고 94다13893 판결, 1995년 11월21일 선고 94다55941 판결 등 참조). 정리계획에 의해서도 주채무가 잔존하고 있는 경우에는 정리절차 참가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어 그 정리절차의 폐지결정 또는 종결결정이 확정되어 정리절차에 있어서의 권리행사가 종료되면 그 시점부터 중단되어 있던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된다(대법원 1988년 2월23일 선고 87다카2055 판결, 1994년 1월14일 선고 93다47431 판결, 1998년 11월10일 선고 98다4214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정리계획에서 주채무의 변제기가 연장된 이 사건의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바, 이러한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정리법 제240조 제2항에 의해 정리채권자는 정리계획과 관계없이 보증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본래의 채권을 청구하고 집행을 할 수 있으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리채권의 수액이나 변제기가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보증인의 보증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는 채권자의 정리절차 참가 및 정리절차 종결결정 이후의 주채무자의 변제 등으로 인하여 생긴 주채무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과는 모두 보증채무에 대해서도 효력이 있어, 분할상환에 의해 이 사건 주채무의 원본채무가 완제될 때까지 그에 상응하는 피고의 보증채무도 시효소멸함이 없이 존속하고 있었으므로 원심의 가정적 판단은 옳다(상고기각). Ⅳ. 평석 1. 주채무자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채권자가 채권신고를 통하여 정리절차에 참가하면 구 회사정리법(‘구법’) 제5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보증인에 대해서는 구법 제240조 제2항에 관계 없이 민법 제440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민법 제440조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에서 비롯된 당연한 규정이 아니라 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 보증채무만이 따로 시효소멸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규정이므로 구법 제240조 제2항이 있다 하여 민법 제440조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중단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언제 재진행하는 것인가에 있다. 이하에서는 정리계획에 주채무의 변제기가 정리절차 종결 후로 연장된 경우에 한하여 논의한다. 2. 대상판결은 유형을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① 주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면제된 경우 : 면제된 주채무에 대한 보증채무에 대해서는 정리계획의 인가결정의 확정에 의하여 주채무가 면제되어 더 이상 권리행사를 할 수 없게 되므로 그때부터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한다. 대법원은 주채무를 면제하거나(대법원 94다13893 판결) 지연손해금에 대한 연체이율을 감경하는(대법원 94다55941 판결) 내용의 정리계획안이 확정된 사안에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는 인가결정확정시부터 다시 진행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일본 최고재판소 1978년 11월20일 판결과 국내 학설도 일치한다. ② 주채무를 면제하지 아니하고 변제기를 연장한 후 분할하여 변제하기로 한 경우 : 정리절차 폐지 또는 종결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 선례인 대법원 87다카2055 판결의 사안은 정리계획안에서 원금은 1981년부터 1990년까지 분할변제하고, 이자는 1990년 이후부터 변제하기로 하였으나 1982년 8월16일 정리절차폐지결정을 하고 원고가 보증인에 대하여 1986년 5월22일 원리금의 청구를 한 것이다. 원심은 중단된 소멸시효는 정리절차폐지결정시가 아니라 인가된 정리계획에 따라 유예된 주채무의 변제기 도래시로 보아 원리금 전부에 대하여 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였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리절차 폐지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 판결은 사실관계가 ②의 유형, 즉 주채무의 변제기 분할 연장형에 해당하므로 역시 87다카2055 판결의 법리에 따라 정리절차 종결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원심이 정리계획에서 변제기가 연장된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한 점을 꼬집어 이 점이 잘못되었다고 설시하였다. 그 근거로 구법 제240조 제2항을 들고 있다. 대법원의 견해는 일본의 소수설을 따른 것이다. 3. 필자는 원심의 판결 이유에 찬동하고 대법원의 판결 이유에 반대한다. 첫째, 보증채무의 부종성 배제와 소멸시효의 중단은 무관하다. 구법 제240조 제2항은 정리채권자는 정리계획과 관계없이 보증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본래의 채권을 청구하고 집행을 할 수 있으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리채권의 수액이나 변제기가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보증인의 보증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법리를 선언한 것이다. “제240조 제2항이 회사정리계획의 효력범위에 관하여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배제하고 있다 하더라도 민법 제440조의 규정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한다”라는 점은 판례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8년 11월10일 선고 98다42141 판결; 1994년 1월14일 선고 93다47431 판결). 서울민사지방법원 1986년 11월12일 선고 86가합2589 판결은 정리절차개시결정의 효력은 보증인에게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채권자는 즉시 보증인에 대하여 개별적인 권리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보증인에 대하여 시효중단을 시키려면 민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증인에 대하여 청구 등의 권리행사를 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잘못되었다. 회사정리절차에의 참가는 구법 제5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는 것인 바, 정리절차참가로 인정되는 시효중단의 효력은 민법 제440조에 의하여 정리회사의 채무를 주채무로 하는 보증채무에도 미치는 것이고, 그 효력은 참가라는 권리행사가 계속되는 한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구법 제240조 제2항을 근거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를 논하는 것은 보증채무의 부종성 완화와 민법 제440조의 법리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대법원이 구법 제240조 제2항을 근거로 삼는다면 애초부터 민법 제440조를 거론할 필요 없이 하급심판결의 논리대로 보증인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소멸시효의 재진행을 논의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둘째, 대상 판결의 논리는 민법 제440조의 입법취지에 반한다. 민법 제440조는 소멸시효의 중단을 당사자 및 승계인에게만 규정한 민법 제169조의 예외규정으로서 그 정책적 취지는 주채무자에 대한 소멸시효의 중단효력이 보증인에도 미치고 그렇게 함으로써 주채무와 보증채무의 소멸시효 기산을 동일하게 함으로써 보증인을 세운 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채권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이 사건처럼 정리계획 소정의 변제기가 정리절차종결 후에 도래하는 경우에는 정리계획의 수행과 회사정리법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해진 변제기부터 주채무의 소멸시효가 진행함은 견해의 다툼이 없다. 따라서 민법 제440조가 회사정리절차에도 적용된다면 주채무와 보증채무 역시 정리계획에서 정하여진 변제기가 도래해야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고 해석함이 옳다. 만일 대상 판결을 따르면 주채무는 정리계획에 의하여 연기된 변제기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보증채무는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된다. 이는 보증채무만이 따로 시효소멸하는 결과를 방치하게 되는 것으로 대상판결이 적확하게 지적하는 민법 제440조의 입법취지에 명백히 어긋난다. 민법 제440조가 적용되는 한 정리절차참가로 인한 소멸시효의 중단이 재진행하는 시기도 주채무와 보증채무를 일치시키는 것이 일본의 통설이다. 4. 그 동안 학설이 주채무 면제형과 변제기 유예형을 구별하지 않고 논의하였으나 대법원이 유형을 나눈 점과 전자의 경우에는 정리계획 인가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데에는 필자도 찬동한다. 그러나 변제기 유예형에 관하여 주채무와 보증채무의 소멸시효 재진행시기를 달리 취급하여 주채무에 대해서는 정리계획에서 정한 정리절차 종결결정 후에 도래하는 변제기에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보증채무에 대해서는 정리절차 종결결정 확정시에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시한 것에 반대한다. 일본의 통설 역시 인가 후에 정리절차가 폐지된 때에는 정리계획에 정하여진 변제기와 폐지결정시 중 늦은 시점부터 보증인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의 회생갱생법이 임의적 파산선고를 규정한 것과 달리 구법 제23조는 계획인가 후 정리절차가 폐지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해야 하고 기한부채권이라도 파산선고시에 변제기에 이른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에(구 파산법 제16조) 주채무와 보증채무 모두 정리계획에서 정하여진 변제기가 아니라 파산 선고시부터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 대상판결의 논리는 민법 제440조와 구법 제240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오해한 것이다. 앞으로 대상판결과 선례들이 폐기되기를 바란다.
2009-04-06
회사정리계획과 어음소지인의 사고신고담보금청구권
[판결요지] 사고신고담보금예치계약은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서 그 계약상 요약자와 낙약자 사이에서 원인관계가 변경되더라도 낙약자의 제3자에 대한 급부의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회사정리계획으로 어음채권의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어음소지인의 지급은행에 대한 사고신고담보금청구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 1) H회사(발행인, 이하 甲이라 칭함)가 발행한 어음을 P(소지인, 이하 乙이라 칭함)가 취득하여 지급은행(이하 은행이라 칭함)에 제시하였다. 그런데 그 제시에 앞서 甲이 은행에 사고신고를 하여, 은행이 사고신고 접수를 이유로 乙에게 지급을 거절하였다. 甲은 신고 당시 은행에 사고신고담보금(이하 담보금이라 칭함)을 예치하였다. 그 뒤 甲이 회사정리절차(이하 정리절차라 칭함)에 들어가 乙이 어음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였고, 이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정리채권으로 확정되었다. 한편 정리계획으로 어음채권의 내용이 일부 변경되었다. 어음채권이 정리채권으로 확정된 것에 기하여 乙(원고)이 은행을 상대로 담보금 전액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은행(피고)은 정리계획으로 어음채권의 내용이 일부 변경되어 담보금청구권도 변경된 내용에 따라 행사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항변하였다. 2) 원판결은 乙의 지위를 정리회사의 보증인과 유사하다고 보아 회사정리법(이하 정리법이라 칭함, 이 법은 2005.3.31. 채무자 회생 등에 관한 법률에 흡수됨) 제240조 제2항을 내세워 은행의 항변을 배척하고 乙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즉 담보금 전액을 은행은 乙에게 지급하라고 명하였다. 이에 은행이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원판결이 내세운 이유는 적절하지 아니하지만 결론을 같이 한다면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위 판결요지가 대법원이 내세운 이유이다. 2. 사고신고의 성질 乙이 어음을 정당하게 취득할 경우도 있고(이하 正일 경우라 칭함), 부당하게 취득할 경우(이하 不일 경우라 칭함)도 있다. 사고신고제도는 乙이 不일 경우를 대비하여 은행들이 자치법규인 어음교환규약(이하 위 규약이라 칭함)을 통하여 마련하여 놓은 제도이다. 乙이 不일 경우 乙은 어음채권을 행사할 수 없다. 사고신고란 乙이 不일 경우 중 분실, 도난 등의 사유로 甲이 항변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 甲이 은행에 항변권을 신고하는 것이다(졸고. ㉮ “어음항변과 어음교환규약상의 사고신고” 저스티스 통권 제86호 5면이하). 사고신고는 지급사무위탁의 철회나 지급권한수여의 철회가 아니라 항변권의 신고이다. 은행은 사고신고를 접수하면 甲을 대신하여 乙에게 항변권을 행사하여 乙에게 어음금의 지급을 거절한다. 이 제도는 乙이 不일 경우를 대비한 제도인데, 실제로는 乙이 正일 경우에도 甲이 은행에 사고신고를 하는 예가 적지 않다. 이런 허위신고는 무효화하여 乙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乙을 보호하여야 한다. 허위신고가 없었다면 乙이 당시 어음금을 지급받았을 것이므로 당시 지급받는 것과 같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乙을 보호하는 길이다. 3. 담보금예치계약의 성질 1) 담보금예치제도는 正인 乙을 보호하기 위하여 은행들이 역시 위 규약을 통하여 마련한 제도이다. 은행은 甲과 체결한 당좌계약상 어음과 상환으로 甲의 당좌예금 중에서 어음금을 지급하여 주기로 한 어음금의 지급사무담당자이다. 이 예치계약(이하 이 계약이라 칭함)은 위 지급사무의 일환으로 지급사무의 내용에 세 가지 사항을 추가한 것이다. 첫째는 어음과의 상환에 더하여 乙로부터 正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받는 것이고, 둘째는 위 예금 대신에 이 담보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며, 셋째는 은행에 대하여 乙이 직접 어음금청구권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였는데, 직접 담보금청구권을 가지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이 계약은 지급사무의 일환이지 별개의 사무를 위임하는 계약이 아니다. 이제까지 살핀대로 이 계약의 성질은 은행으로 하여금 乙에게 직접 담보금을 지급하여 줄 것을 갑이 은행에 의뢰하는 변제공탁계약이다(졸고 ㉮, ㉯ “사고신고담보금과 회사정리개시결정”, 서울변회 판례연구 18집 ⑴ 82면이하). 2) 대법원은 일찍부터 이 계약의 성질을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해석하여 왔고, 대상판결도 그 해석을 따르고 있다. 논자들도 필자 이외에는 이런 대법원의 해석에 동조하고 있다(임채웅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경우 어음소지인의 지위…” 상사판례연구 [Ⅵ] 203면이하, 최상열 “정리채권신고를 하지 아니하여 실권된 약속어음소지인…” 법원행정처 판례해설 2001년 하반기 538면이하). 그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이 계약에는 甲과 은행 사이에 보상관계가 따로 없다. 그리고 제3자의 수익의사표시(이하 수익표시라 칭함)도 필요없다. 乙은 바로 담보금청구권을 취득한다. 乙은 어음의 제시로서 이미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따로 수익표시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위 규약상 乙에게 正임을 증명하는 소제기증명을 6개월 내에 은행에 제출할 것이 요구되고 있으나, 이는 수익표시가 아니라 은행업부상 담보금의 권리관계를 빨리 확정짓기 위한 조치로서 마련된 것일 뿐이다. 제3자를 위한 계약에 있어서는 수익표시 이전까지 요약자와 낙약자가 제3자의 권리를 변경 또는 소멸시킬 수 있으나(민법 제541조), 이 계약에 있어서는 乙의 위 증명 제출 이전에도 甲과 은행이 을의 권리를 변경 또는 소멸시킬 수 없다. 뿐만 아니라 乙에게 위 증명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 자체도 부당한 일이다(졸고, ㉮). 이 계약의 성질을 필자와 같이 변제공탁계약으로 해석하면 정리절차에서 어음채권의 내용에 어떤 변경이 생겨도 乙의 담보금청구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미치지 아니한다. 대법원이 이 계약의 성질을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잘못 해석하였으나, 乙의 담보금청구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4. 정당한 소지인의 담보금청구권 1) 담보금은 甲이 출재하여 은행에 예치하지만, 乙이 正일 경우 예치 즉시 확정적으로 乙에게 귀속된다. 乙의 담보금청구권은 조건부 권리가 아니라, 확정된 권리라는 말이다. 조건이란 어떤 법률관계의 발생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걸리게 하는 것인데, 乙이 正인 여부는 과거(乙이 어음을 취득할 때)의 확실한 사실이지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乙은 단지 그가 正이라는 증명(승소확정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을 갖추기만 하면 된다. 그 증명을 갖추는 일은 물론 조건이 아니다(졸고 ㉮, ㉯). 정리절차에서 乙의 어음채권이 정리채권으로 그대로 확정되거나(정리법 제145조), 정리채권확정의 소에서 판결로 확정된 것은 위의 증명에 해당된다. 乙이 正일 경우, 甲이 출재하였지만 담보금은 이미 甲의 재산이 아니라 을의 재산이다. 乙이 不일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甲은 그 증명을 갖추어 담보금을 은행으로부터 반환받을 수 있다. 그 경우에 한하여만 甲의 재산이다. 그런데 대법원(참고판결)과 위의 논자들은 乙이 正이면 乙이 지급청구권을 가지고, 乙이 不이면 甲이 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된다는 사정을 마치 조건의 성취 여부로 권리관계가 가려지는 것으로 착각하여 乙의 담보금청구권의 성질을 조건부 권리라고 오해하고 있다. 그런 오해는 乙이 正인 여부가 가려지기까지 甲에게도 절반의 권리가 남아있다는 오해로 이어졌다. 5. 어음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지 아니한 어음所持人의 지위 1) 甲이 정리절차에 들어간 때에 乙이 어음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는 것을 잊기 쉽다(참고판결의 사안). 그러면 乙의 담보권청구권에 어떤 영향이 미칠까? 법원이 정리절차개시결정(이하 개시결정이라 칭함)을 내리면 어음채권은 정리채권으로 된다(정리법 제102조). 乙은 어음채권으로 소구하거나 집행할 수 없고, 기간 내에 어음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그 변제를 받을 수 있다(동 125조). 신고를 안 하면 정리절차에서 변제받을 수 없고, 정리계획에서 제외된 권리에 대하여는 정리회사가 책임을 면하므로(동 제241조), 어음채권에 대하여 당연히 책임을 면한다. 乙이 정리절차에서 변제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정리회사를 상대로 어음채권으로 소구하거나 집행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2) 이를 두고 대법원은 참고판결에서 乙이 어음채권을 잃고(실권하고), 甲의 어음채무가 자연채무와 유사하게 변경되어 乙이 담보금청구권을 행사할 正인 지위도 잃는다고 판시하였다. 필자가 기왕에 이 판시에 반대하는 평석을 내놓은 바 있다(졸고 ㉯). 개시결정 이후에 신청인이 취하하거나 법원이 취소결정을 내릴 경우, 법원이 정리절차 폐지결정을 내릴 경우에 乙의 어음채권은 마치 동면에서 깨어나듯, 그동안 행사할 수 없던 상태에서 행사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아온다. 그렇다면 실제로 乙이 권리를 잃지도 아니하고 甲의 채무가 자연채무로 변경되지도 아니한 것이다. 그리고 실권하고 변경되더라도 乙이 正인 지위마저 잃는다는 판시는 잘못된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대상판결의 판결요지와 대비하면서 뒤에 설명한다. 3) 실권하고 변경된다는 법원의 해석에 의문을 제기한 논자가 필자 이외에도 있다(임채웅 전게). 그러면서도 그 논자는 乙이 담보금청구권을 잃는다는 참고판결의 결론에는 찬성하고 있다. 그가 찬성하면서 내세운 두 가지 논거를 들어 살펴본다. 정리절차는 제정법에 의한 것이고 乙의 담보금청구권은 위 규약에 의한 것인데, 규약에 의하여 乙로 하여금 100% 변제받도록 하는 것은 규약을 제정법에 우선하게 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는 것이다. 규약은 자치법규이다. 사적자치의 영역에서는 자치법규가 최우선의 법원이다. 그리고 자치법규에 의한 것이라도 개시결정 이전에 확정된 권리를 뒤에 개시결정으로 변경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부당하다. 둘째로 담보금을 甲의 재산이라고 전제하면서 정리회사의 모든 채권자를 위한 재산으로 삼아야지 乙을 특별히 대우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 견해는 담보금에 관하여 甲에게도 절반의 권리가 남아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위에서 필자가 이미 그 오해를 지적하였다. 6. 두 판결요지 사이의 충돌 대상판결의 판결요지(X)에 의하면 정리절차에서 乙의 어음채권이 그대로 확정되거나 정리채권확정의 소에서 판결로 확정된 이후에 정리계획으로 어음채권의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乙의 담보금청구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그리고 위 확정의 소 계속 중에 어음채권의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미치지 아니할 것이다. 그 까닭은 정리계획이 乙의 지위를 正에서 不로 변경하는 효력마저 지니고 있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참고판결의 판결요지(Y)에 의하면 乙이 신고를 안하면 乙의 지위가 正에서 不로 변경되어 담보금청구권도 잃는다. Y에 의하면 정리계획이 乙의 지위를 正에서 不로 변경하는 효력마저 지니고 있는 셈이 된다. X와 충돌된다. 乙이 설사 어음채권을 잃고 甲의 채무가 자연채무로 되더라도, 어떻게 그런 사정이 乙의 지위를 正에서 不로 변경되게 할 수 있는가? 과거의 확실한 사실인 乙이 正인 여부를 그런 사정이 변경되게 할 수 없다. Y는 논리의 비약이다. 그리고 乙이 어음채권 일부를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것과 전부를 행사지 못하게 된 것과의 차이는 양적 차이에 그친다. 그런데 일부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그에 불구하고 담보금을 전액 받는데, 전부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담보금을 전액 못 받게 된다. 양적 차이가 질적 차이로 둔갑한 셈이다. 이 점에서도 X와 Y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대법원은 X를 내놓을 때에 Y는 잘못된 것이라고 밝히고 Y를 변경하였어야 옳았다.
2007-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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