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견] 형법 제335조에서 절도가 재물의 탈환을 항거하거나 체포를 면탈하거나 죄적을 인멸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때에 준강도로서 강도죄의 예에 따라 처벌하는 취지는, 강도죄와 준강도죄의 구성요건인 재물탈취와 폭행·협박 사이에 시간적 순서상 전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위법성이 같다고 보기 때문인바, 이와 같은 준강도죄의 입법 취지, 강도죄와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는 절도행위의 기수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별개의견] 폭행·협박행위를 기준으로 하여 준강도죄의 미수범을 인정하는 외에 절취행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이를 준강도죄의 미수범이라고 보아 강도죄의 미수범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함이 상당하다.
[반대의견] 강도죄와 준강도죄는 그 취지와 본질을 달리한다고 보아야 하며, 준강도죄의 주체는 절도이고 여기에는 기수는 물론 형법상 처벌규정이 있는 미수도 포함되는 것이지만, 준강도죄의 기수·미수의 구별은 구성요건적 행위인 폭행 또는 협박이 종료되었는가 하는 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 및 미수론의 법리에 부합한다.
<사실관계>
피고인이 공소외인과 합동하여 양주를 절취할 목적으로 장소를 물색하던 중, 2003. 12. 9. 06:30경 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 522-24 소재 5층 건물 중 2층 피해자 1이 운영하는 주점에 이르러, 공소외인은 1층과 2층 계단 사이에서 피고인과 무전기로 연락을 취하면서 망을 보고, 피고인은 위 주점의 잠금장치를 뜯고 침입하여 위 주점 내 진열장에 있던 양주 45병 시가 1,622,000원 상당을 미리 준비한 바구니 3개에 담고 있던 중, 계단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공소외인을 수상히 여기고 위 주점 종업원 피해자 2, 이윤룡이 주점으로 돌아오려는 소리를 듣고서 양주를 그대로 둔 채 출입문을 열고 나오다가 피해자 2 등이 피고인을 붙잡자, 체포를 면탈할 목적으로 피고인의 목을 잡고 있던 피해자의 오른손을 깨무는 등 폭행하였다.
<평 석>
1. 문제의 소재
준강도죄(형법 제335조)에 관하여 최근 논란이 많다. 특히 준강도죄의 기수시기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종래의 ‘폭행협박시설’을 폐기하고, ‘절취행위시설’로 입장을 변경하였다. 이는 일부학설의 태도와 괘를 같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절취행위시설은 그 논리와 결론에 있어서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무엇보다 준강도죄의 본질과 관련하여 본죄를 신분범으로 볼 것인지, 결합범으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 학설과 판례는 논란이 있다. 주로 준강도죄를 신분범으로 보는 판례에 의할 때, 대상판결은 내재적으로 모순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본 판례평석에서는 준강도죄의 본질과 관련하여 다수의견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2. 준강도죄의 본질
준강도죄의 기수시기에 대하여 논하기 이전에 먼저 준강도죄의 본질 또는 성격이 무엇인지 정리하여야 한다. 판례와 학설의 일부는 준강도죄를 신분범으로 본다. 즉 절도범인이라는 행위주체가 탈환의 항거, 체포의 면탈 또는 죄적의 인멸이라는 목적으로 폭행, 협박을 가할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신분범설이라고 하자. 신분범설에 의하면, 준강도죄의 행위주체는 절도범인이고, 절취는 절도범인이라는 행위주체를 성립하는 선행행위에 불과하다. 준강도죄의 실행행위는 폭행·협박이 될 뿐이다.
이에 반하여, 준강도죄는 절도라는 제1의 실행행위와 폭행·협박이라는 제2의 실행행위가 결합하여 준강도죄를 구성한다는 견해는 결합범설이다. 결합범설에 의하면, 준강도죄는 두 개의 실행행위가 결합된 것이고 누구나 준강도죄를 범할 수 있으므로 신분범이 아니다. 필자를 포함한 일부 학설은 준강도죄를 결합범이라고 보고 있다(한상훈, 결합범의 구조와 신분범과의 관계, 법조, 2005.1, 96면; 한상훈, 형법상 결합범의 유형과 입법론적 검토, 형사법연구, 22호 특집호, 2005, 88면).
3. 신분범설과 결합범설의 구별실익
신분범설과 결합범설은 일견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분석하면 많은 차이점이 있다. 첫째, 사후적 가담자에 대한 법리가 달라진다. 갑이 절도를 범하고 체포를 면탈하기 위하여 폭행할 때에 을이 가담한 사례를 예로 들어 보자. 신분범설에 의하면, 갑의 절도사실을 인식하고 폭행에만 가담한 을에 대하여 절도범인이라는 신분자의 범행에 가담한 비신분자의 행위로 파악된다. 즉 공범과 신분에 관한 형법 제33조가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와 동일한 사후강도죄(일본형법 제238조)에서 일본판례와 학설은 공범과 신분의 문제로 해결한다. 이에 반하여 결합범설에 의하면, 사후에 가담한 을은 승계적 공동정범의 문제가 된다.
신분범설에 의하면, 준강도죄가 진정신분범인지 부진정신분범인지, 그리고 형법 제33조의 본문과 단서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준강도죄를 부진정신분범으로 보고 형법 제33조에 대한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사후가담자인 을은 준강도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되 그 처벌은 폭행죄에 의하게 된다. 준강도죄를 독립된 범죄로서 진정신분범으로 보면, 갑과 을은 모두 준강도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된다. 이와 달리 결합범설의 입장에 서면, 승계적 공동정범의 학설에 따라 을은 폭행죄로 처벌되거나 폭행죄와 준강도죄의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두 번째 차이점은 미수와 기수시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중 기수시점에 대하여 먼저 살펴본다.
4. 준강도죄의 기수시점
준강도죄를 신분범으로 보는 판례와 일부학설은 준강도죄의 기수시점을 인정함에 있어서 폭행·협박시설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논리적, 체계적으로 불가피한 귀결이다. 왜냐하면 어떠한 범죄의 기수라는 것은 당해 범죄의 구성요건요소가 모두 충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성요건요소는 행위주체, 객체, 실행행위, 결과, 인과관계 등을 말한다. 거동범이라면 행위객체에 대한 실행행위가 존재하여야 하며, 결과범이라면 행위객체에 대한 실행행위와 그로 인한 결과가 발생하여야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행위주체도 그러한 구성요건요소 중에 하나일 뿐이다. 행위주체가 결여되어 있으면 기수에 이를 수 없겠지만, 반대로 행위주체가 존재한다고 언제나 기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행위주체 이외의 다른 구성요건요소가 충족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즉 행위주체는 범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판례와 같이 신분범설에 의할 때, 준강도죄에서 절도는 행위주체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행위주체인 절도가 기수인지 여부가 준강도죄의 기수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정작 실행행위인 폭행·협박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점에서 대상판결은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여 버렸다. 대상판결의 논지를 일관되게 적용하면, 위증죄는 증인이 되는 때에 기수에 이르고 진술여부는 관계가 없다. 수뢰죄의 기수시기는 공무원이 되는 시점이고 뇌물을 수수, 약속했는지 여부는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결론의 오류는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5. 준강도죄와 강도죄의 관계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이러한 기수시점에 대한 체계적, 논리적 원칙보다는 준강도죄와 강도죄의 규범적 동일성에 주목한다. ‘강도죄와 준강도죄의 구성요건인 재물탈취와 폭행·협박 사이에 시간적 순서상 전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위법성이 같고’, 강도죄와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는 절도행위의 기수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 강도죄와 준강도죄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보고 양형의 균형성을 고려한다면, 다수의견과 같은 절취행위기준설이 아니라 별개의견과 같이 절도와 폭행·협박이 모두 기수에 이르러야 한다는 종합설을 취해야 한다. 강도죄는 폭행·협박에 의해 외포된 상태에서 강취하여야 기수에 이른다. 즉 폭행·협박과 절취가 모두 기수에 이르러야만 기수에 이른다.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미수인 상태에서 절취하였다면 강도미수나 공갈죄가 성립할 뿐이다. 강도죄는 폭행·협박이라는 실행행위와 절취라는 실행행위가 결합된 결합범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도죄의 본질을 시간순서상의 전후만을 바꾸어 생각한다면, 절취라는 실행행위와 폭행·협박이라는 실행행위가 모두 기수에 이르러야만 준강도죄도 기수에 이른다고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강도죄와 준강도죄의 동가치성을 역설하고 나서는 오히려 준강도죄는 폭행·협박에 관계 없이 절도만 기수에 이르면 성립된다고 결론짓는다. 이는 다수의견 자신의 전제에 의할 때에도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6. 준강도죄의 미수시점
준강도죄는 미수범을 처벌한다(형법 제342조). 준강도죄의 실행의 착수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는 학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신분범설에 의하면, 실행행위가 개시되거나 이에 밀접한 행위를 개시한 시점이라고 볼 것이다. 준강도죄의 실행행위는 폭행·협박이다. 즉 절도범인이 폭행·협박을 개시할 때에 준강도의 미수가 성립된다고 볼 것이다.
결합범설에 의하면, 전체 결합범의 고의로 제1의 실행행위를 개시할 때에도 결합범 전체에 대한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 야간주거침입절도의 의사로 주거에 침입할 때에 이미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미수가 성립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준강도의 의사로서 절취를 개시할 때에 준강도죄의 미수가 성립한다고 볼 것이다.
대상판결에 의하면, 준강도죄의 실행의 착수를 언제 인정할지 문제된다. 준강도죄를 신분범으로 보는 판례에 의하면, 실행행위는 폭행·협박인데, 기수시점은 이미 절도가 기수에 이르면 인정된다. 즉 절도기수에 이른 범인은 폭행·협박이라는 실행행위를 아직 하기 이전에도 준강도죄의 기수에 이르러 버린다. 준강도죄의 미수에도 이르지 않았는데 기수가 성립한다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7. 맺음말
준강도죄의 본질과 관계, 그리고 다수의견 자신의 논리로 보아도 다수의견의 결론은 부당하다.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준강도죄는 강도죄와의 관계에서 보아도 결합범이라고 파악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준강도죄는 단순히 강도죄의 시간적 변형 이외에 체포면탈, 죄적인멸이라는 국가적 법익에 대한 보호도 포함하고 있는 범죄라고 할 것이다(문제가 있다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절도와 폭행·협박 모두의 기수를 요구하는 별개의견보다는 절도는 미수이든 기수이든 폭행·협박을 기준으로 기수여부를 판단하는 종래의 판례나 반대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