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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신고자 보호 위해 불이익 추정 존중해야
1. 사건의 내용 피고보조참가인 갑은 하남시 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으로 근무하던 중 하남시장을 상대로 한 주민소환투표의 실시가 청구되자 이에 대한 관리총괄팀장으로 임명되었다. 주민소환의 대상인 하남시장은 하남시 선관위를 상대로 수원지법에 주민소환투표청구 수리처분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는데, 수원지법은 청구사유가 기재되지 않은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서명부에 한 서명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과 주민투표법에 따라 무효라는 이유로 주민소환투표청구 수리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경기도 선관위는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하남시 선관위의 갑을 포함한 주민소환투표 관련 직원에 대해 문책성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갑은 하남시 선관위가 주민투표법을 위반해 서명부를 제대로 심사하지 아니한 결과 주민소환투표의 관리경비를 부담한 하남시에 2억 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며, 피고 국민권익위원회에게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국민권익위원회법')에 따라 부패행위 신고('이 사건 신고')를 하는 한편, 전보명령의 취소와 신분보장 조치를 요구했다. 또 갑은 하남시 주민소환투표 관련 방송 인터뷰에 응했는데, 중앙선관위는 갑이 선관위의 입장에 반해 허위 진술하고 인터뷰 내용이 보도됐다는 이유로 갑에 대한 징계의견을 경기도 선관위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선관위가 중징계의결을 자체징계위원회에 요구하자 갑은 피고에게 징계요구 취소 및 신분보장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피고는 갑의 부패행위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법 제2조에 규정된 부패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후의 전보명령 및 징계요구가 이와 관련해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경기도 선관위원장인 원고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2조 제7항("국민권익위원회는 조사결과 요구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요구자의 소속기관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소속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에 기해 징계요구를 취소하고 향후 위 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처분 및 근무조건상 차별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이 사건 조치요구'). 그러나 경기도 선관위는 이에 불응하고 갑을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명령 위반, 직무상 의무위반, 체면 손상)에 따라 파면했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조치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항고소송의 원고가 되기 위해선 당사자능력이 구비되어야 하는데, 경기도 선관위원장은 국가의 산하기관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원심판결(2009누38963)에서 원고는 국가기관이지만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조치요구의 내용이 국가기관 상호간 권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통상의 행정처분과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취소를 구할 다른 법적 수단도 없으므로 당사자능력을 인정했다. 또 피고의 조치요구는 이 사건 신고의 내용이 국민권익위원회법의 부패행위에 해당됨을 전제로 하는데,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신고 내용이 부패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조치요구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국민권익위원회법이 원고에게 피고의 조치요구에 따라야 할 의무를 부담시키는 외에 별도로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과태료나 형사처벌의 제재까지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같이 국가기관 일방의 조치요구에 불응한 상대방 국가기관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규정한 다른 법령의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점, 그럼에도 원고가 피고의 조치요구를 다툴 별다른 방법이 없는 점을 중시했다. 그리고 피고의 이 사건 조치요구의 처분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불복하고자 하는 원고로선 이 사건 조치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적절한 수단이므로, 원고가 국가기관에 불과하더라도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보았다. 한편, 원고의 갑에 대한 이 사건 징계요구는 '갑이 하남시 주민소환투표와 관련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선관위의 입장에 반해 허위 진술하고 그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게 했다'는 행위를 대상으로 한 것일 뿐이므로 이 사건 징계요구가 이 사건 신고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나아가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3조(불이익추정)에 따라 이 사건 신고 후 이 사건 징계요구와 갑의 피고에 대한 신분보장조치 요구가 있어 갑이 이 사건 신고와 관련해 징계요구라는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더라도, 이 사건 징계요구가 이 사건 신고로 인한 불이익이 아님이 분명하고 달리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는 이상 그와 같은 추정은 번복되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이 사건 징계요구가 이 사건 신고로 인한 불이익임을 전제로 피고가 이 사건 조치요구 중 '징계요구를 취소할 것을 요구'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행정소송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당해 행정처분의 적법성은 행정청이 이를 주장, 입증해야 하나 이 사건 조치요구 당시 갑이 이 사건 신고를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당할 것으로 예상됐다는 것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조치요구 중 '향후 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처분 및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부분도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에 다소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않으나, 이 사건 조치요구가 위법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3. 평석 가. 국민권익위원회법상 불이익 추정 규정의 취지 국민권익위원회법은 부패의 발생을 예방하며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적 권익을 보호하고 행정의 적정성을 확보하며 청렴한 공직 및 사회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법은 부패행위신고자 보호제도(제62조 내지 제67조), 부패행위신고자 보상 및 포상제도(제68조 내지 제71조)를 두고 있고, 특히 제63조에서 "신고자가 이 법에 의하여 신고한 뒤 위원회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거나 법원에 원상회복 등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 해당 신고와 관련하여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불이익 추정 규정을 두고 있다. 부패의 발생을 예방하고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내부자의 신고가 필수적인데, 내부신고자는 소속기관으로부터 해고, 정직, 전보 등의 징계나 협박 및 폭행 등 온갖 개인적 위험과 불이익에 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부신고자를 철저하게 보호하는 것은 국민권익위원회법의 핵심적 사항에 해당한다. 다만, 공익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신고한 경우나, 신고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한 경우에는 내부신고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불이익 추정 규정에 의해 내부신고자가 진실한 사실 또는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고 공익목적을 위해 부패행위를 신고한 후 소속기관으로부터 징계 등 불이익처분을 당하여 국민권익위원회나 법원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한 경우엔 그러한 불이익처분은 신고와 관련해 불이익처분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불이익처분이 신고행위와 전혀 관련이 없고 신고행위로부터 유발되지 아니하였음을 소속기관이 입증해야 한다. 미국의 연방 공직신고자 보호법(Whistleblower Protection Act of 1989)도 신고가 없었더라도 그와 동일한 인사조치를 했을 것임을 신고자의 소속기관이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에 의해 입증토록 요구함으로써 신고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나.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대법원은 원고가 국가기관에 불과하더라도 당해 국가기관이 자신에 대한 조치요구를 다툴 수 있는 유효하고 적절한 다른 법적수단이 없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판단했는데, 일체의 법률상의 쟁송에 대한 심판을 할 권한과 책임을 법원에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서 볼 때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고가 갑을 징계한 것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선관위의 입장과 다른 허위사실을 진술했다는 이유일 뿐 피고에게 부패행위를 신고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하여, 갑에 대한 징계사유가 방송 인터뷰 때문이며 신고행위 때문이 아니라고 한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권익위원회법이 불이익 추정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신고자가 동법에 의하여 신고한 뒤 국민권익위원회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면 해당 신고와 관련하여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불이익처분이 신고행위와 전혀 관련이 없고 신고행위로부터 유발되지 아니했다는 것을 소속기관인 원고가 명백하고 설득력 있게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갑을 징계한 표면적인 이유가 갑의 방송 인터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갑의 방송 인터뷰 내용이 갑이 신고한 부패행위에 관련된 것인 이상 이는 이 사건 신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갑의 방송 인터뷰를 징계의 이유로 삼았다고 하는 것만으로는 불이익 추정이 번복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패행위의 내부신고자 보호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나, 위 판결이 내부신고자 보호 정책에 역행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아쉽다. 국제투명성기구에 의하면 2013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56점으로 176개국 중 45위에 불과하고, 점수나 순위가 2010년을 정점으로 계속 하향하고 있으며 칠레, 보츠와나, 대만에도 뒤지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내부신고자를 보호함으로써 행정기관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고, 투명하며 국민을 위한 행정이 자리잡을 수 있다. 부패행위 방지를 위한 내부신고자 보호의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이므로, 양심적 내부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추정 원칙을 쉽게 번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3-10-31
경원관계에 있어서의 제척제도
Ⅰ. 사실관계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개혁추진위원회는 직업윤리관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하여 2005. 5.16.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하였다. 이 법안은 관계부처와의 협의 및 대학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2005.10.경 국회에 제출되고 2007. 7.3. 의결되어 2007. 9.28.부터 시행되었다. 피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함)에 입각하여 2007. 10.5. 로스쿨의 설치인가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한 법학교육위원회를 구성하였다(법 제10조 및 제11조). 여기에는 '법학교수 또는 부교수 4인'이라는 법의 규정에 따라 이른바 교수위원들도 위촉되었는데 로스쿨설치인가를 신청한 이화여대, 서울대, 경북대, 전남대의 법과대학 소속교수들이 각 1인(이하 '교수위원')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는 이들 교수위원들이 소속한 대학들과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하여 서로 경쟁관계에 있던 자로서 예비인가를 받지 못하자 피고의 예비인가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 원고는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의가 법학교육위원회의 법학교수 위원을 추천하겠다는 제안을 피고가 거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설립인가를 신청한 대학 소속 교수들을 법학교육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한 것이 법 제13조의 제척사유 규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원고의 주장내용은 다기에 이르나 이곳에서는 그 가운데 법학교육위원회의 구성상의 위법성 문제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함). Ⅱ. 판결요지 1심은 법 제13조의 제척규정에서 규정하는 '당해 심의'란 교수위원의 '자기 소속 대학에 대한 심의'만을 의미하며 '자기 소속대학과 경원관계에 있는 대학에 대한 심의'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따라서 법 제13조에 대한 위반은 없다고 보았다. 2심의 해석도 이와 같다. 그런데 2심에서는 위 교수위원이 법학교육위원회 제15차 회의에서 자신의 소속대학의 로스쿨 예비인가대학의 선정과 정원결정에 관여한 사실이 인정되어 해당 교수위원 소속대학에 대한 예비인가처분은 법 제13조에 저촉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그 위법의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하지 아니하므로 취소사유에 불과한데, 이를 취소하는 것은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정판결에 의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Ⅲ. 평석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을 포함하여 로스쿨 인가사건과 관련하여 제기된 소송들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된 쟁점 중의 하나가 제척제도에 관한 것이다. 로스쿨제도는 정원 2,000명이라는 한정된 파이를 나누어 차지하는 것이므로 이른바 한쪽이 인가되면 다른 쪽이 인가되지 아니할 수 있고, 또 한 쪽이 많은 정원을 가져가면 다른 쪽이 입학정원에 손해를 보는 관계, 이른바 경쟁관계 내지는 경원관계에 있다. 따라서 이들 경쟁관계 내지 경원관계에 해당하는 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자가 법학교육위원회의 위원으로 심의에 관여하게 되면 (i) 필연적으로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대학에게 불리하게 심의하거나 또는 (ii)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대학에게 유리하게 심의할 수 있으므로 공정한 심의를 저해하게 되고 절차상의 하자를 띠어 위법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다. 입법자가 이러한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법 제13조를 두어 본인 또는 그 배우자가 심의대상인 대학 또는 대학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에 재직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규정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안을 다루어야 할 법학교육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이해관계 있는 자를 배제하여 철저히 공정한 심사가 가능하게 하기를 기도하며 제정되었을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법이 소위 '경원관계'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생각되는 점이다. 이 점은 이 사건 원심판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사건 판결도 로스쿨 인가신청대학들이 상호간에 경원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지만 경원관계에 있기 때문에 타 신청대학에 대해서만 내려진 예비인가결정에 대해서만도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는 관점, 즉 원고적격의 존부판단에 있어서만 경원관계를 고려하고 있을 뿐 법 제13조의 제척규정의 해석에 있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단은 법 제13조에서 규정하는 제척규정의 문리적 해석상 내려진 것이지 제척제도의 본질 내지 본래의 취지와 관련하여 내려진 판단은 아니다. 원심판결은 "일반적으로 제척제도의 기본적 취지는, 위원회의 심의사항에 대해서만 이해관계 있는 위원이 관여하면 회의 분위기를 선도하거나 오도하여 심의 및 의결에 부당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데다 외부적으로도 그 의결 결과에 대해서만 불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예 이해관계 있는 위원의 관여를 봉쇄함으로써 심의의 공정성,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함에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제척사유를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의사결정 대상의 중대성과 공공성, 의사결정 관여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나 자질, 의사결정이 가지는 법률적 효과 등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법률에 적용 대상이나 요건을 조금씩 달리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척조항이 존재하는 것인 바, 개개의 제척조항을 구체적으로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당해 법률의 입법취지, 제척조항의 문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 제13조는 경원관계는 고려하지 아니한 완화된 형태의 제척제도를 규정하였을 뿐이고, 이를 그 입법취지와 문언대로 해석하는 이상 법원은 "(교수위원이) 자신이 소속되지 아니한 (자기 소속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로스쿨예비인가 신청대학의 심사에 관여하는 것"을 법 제13조에 위반한다고 판단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원관계인 점이 깊이 고려되지 않아 법 제13조의 '당해 심의'를 자기 소속대학뿐만 아니라 자기 소속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신청대학에 대한 심의까지 확대해석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면 법 제13조가 이른바 제척제도의 본질이나 자연적 정의, 적법절차원칙 등에 반하는 위법 내지 위헌적인 규정은 아닐까 하는 점이 검토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2. 제척제도의 본질 제척제도는 말할 것도 없이 판단의 공정을 기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는 영미법상의 자연적 정의의 사상이 배어있다. 제척제도가 가장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분야는 소송에서이다. 재판에서 소송당사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법관을 소송에서 배제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민사소송의 경우를 예로 보면, 법관은 제척원인의 하나에 해당하면 직무집행에서 제척된다(민사소송법 제40조). 제척원인이 있는 한 법률상 당연히 그 사건에 관한 직무수행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므로 법관이나 당사자가 제척원인을 알고 있지 못하더라도 제척된다. 따라서 제척의 효과는 제척재판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발생하고, 제척재판이 내려진다고 해도 그것은 확인적 의미만을 갖는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법관이 제척사유가 있든 기피사유가 있든 그 여부에 관계없이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할 것이 예정된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에 있어서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보장하는 것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법관도 사회인이자 자연인이므로 사건당사자가 될 수 있고 사건당사자와의 특수한 신분관계로 인하여 공정한 재판을 기하기가 곤란한 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은 분쟁을 공평무사한 재판으로 정직하게 해결하여 주리라는 추상적인 신뢰감과 아울러 개개의 소송사건에 있어서 당사자로 하여금 편파적인 취급을 받지 않도록 구체적인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여기에 법관이 조금이라도 공정을 의심받을 만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사건의 심리와 판결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구체적인 보장방법으로서 법관의 제척·기피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재판 등에서 제척의 원인이 확정되면 그 법관이 한 소송행위는 당연히 무효로 된다. 3. 경원관계에 있어서의 제척 행정관련법규에 행정위원회의 심의나 그 구성과 관련하여 마련되어 있는 제척제도와 위의 민사소송법 등 재판제도상의 제척제도는 상이한 제도인지가 의문이다. 왜냐하면 주로 정책결정 등과 관련된 행정위원회 등에서의 심의 등이 이해관계 있는 당사자들의 첨예한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법원에서의 재판 등과 견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는 행정작용 분야에서의 제척제도는 사법(司法)분야에서의 제척제도와는 다소 상이하며, 따라서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법관이나 당사자들이 제척원인을 알고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법률상 당연히 당해 사건에 관한 직무수행에서 배제되고, 제척원인 있는 자가 한 재판은 원칙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으로까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개개인의 이해관계의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공익 일반을 추구하는 행정작용 분야에서 제척제도를 그와 같이 엄격하게 구축하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원심판결이 "제척사유를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의사결정 대상의 중대성과 공공성, 의사결정 관여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나 자질, 의사결정이 가지는 법률적 효과 등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법률에 적용 대상이나 요건을 조금씩 달리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척조항이 존재하는 것인 바, 개개의 제척조항을 구체적으로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당해 법률의 입법취지, 제척조항의 문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취지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실정법에서 마련한 제척제도를 충족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로스쿨관련 소송들을 다룬 각급 법원들이 법 제13조와의 관계에서 제척원인 있는 교수위원이 관여할 수 없는 '당해 심의'를 로스쿨선정에 관한 모든 심의가 아닌 자신이 소속된 대학에 대한 심의로 한정하여 해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며, 해당 조항의 입법취지(입법자의 의도)나 법문에 비추어 보아도 틀림이 없다. 그러나 법원은 동 조항에 따른 심의대상이 상호 경쟁관계 내지 경원관계에 있는 첨예한 이해관계 당사자들 간의 심의라고 하는 점을 최소한 경시한 상태에서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행정작용 분야에서의 제척제도의 경우라도 그 심의 내지 판단대상이 첨예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당사자들 간의 경쟁에 관한 문제라고 한다면, 이를 행정작용분야 일반에 있어서의 제척제도의 경우에서처럼 관대하게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하는 점이다. 다소 논리의 비약이 될 수도 있으나 로스쿨인가 관련 법학교육위원회와 로스쿨 인가신청 대학들 간의 관계는 마치 민사소송 등에서의 법관과 소송당사자 간의 관계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법관이 소송에 있어서 일방 당사자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타방 당사자는 필연적으로 패하게 되는 것이 소송의 구조이다. 한쪽이 이기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지는 관계로 되어 있다. 이는 이 사건 로스쿨인가와 관련해서 법학교육위원회가 한쪽 대학을 인가(선정)하면 다른 쪽 대학이 인가(선정)를 받을 수 없는 경원관계에 있는 것과 그 구조가 다르지 않다. 법학교육위원회는 법관에 해당하고, 인가신청대학들은 소송에서의 당사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본다면 이 사건 로스쿨인가에 있어서는 제척제도가 행정작용분야 일반에 있어서의 제척제도와는 달리 재판에서의 제척제도에 상응하는 정도로 엄격하게 구축되고 운영될 것이 필요했다고 생각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단순히 경원관계 있는 대학 소속의 법학교수위원을 위촉은 하되 자신의 소속대학에 대한 심의(즉 '당해 심의')에만 관여하지 않으면 충분하다고 하는 법 제13조의 규정은 경원관계를 고려하지 아니한 매우 안일하게 제정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제척제도가 재판에서의 그것에서처럼 엄격하게 적용된다면(또는 되어야 한다면) 당사자가 그 제척원인의 존재여부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제척원인 있는 자가 관여한 인가결정은 그 효력까지도 무효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법 제13조의 규정 자체에, 즉 법이 입각한 제척제도 자체가 문제가 있는 입법결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만일 이와 같이 결함 있는 입법임에도 불구하고 제척제도의 본질과 경원관계에 있어서의 제척제도에 대한 보다 면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이 사건에서 법 제13조의 '당해 심의'를 단순히 '자신이 소속된 대학의 심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여기에 더하여 '자신이 소속된 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대학의 심의'로까지 확대해서 보아야 하는 것이 보다 올바른 해석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이 확대해석한다면 법학교수위원들은 실제에 있어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이 되므로, 해촉규정은 없어 해촉되지는 않는다고 하여도 심의에는 모두 관여할 수 없어 유명무실하게 되지만 이러한 난점에 대해서만는 달리 도리가 없다. 아울러 위와 같은 확대해석이 불가능하다면, 법 제13조는 예비인가신청대학들이 상호 경원관계에 있다고 하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지 못한 불완전한 제척규정이 아닐 수 없고, 이는 헌법 제37조의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그와 같은 불완전한 제척규정으로 인하여 예비인가심사과정에 있어서 경쟁대학과의 관계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원고 대학과 그 밖의 로스쿨인가신청대학들은 로스쿨교육에 참여할 기회를 부당하게 차별 당하게 되는 점에서 직업선택의 자유나 평등권의 침해마저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4. 결론 로스쿨 예비인가처분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지금까지 수 건이 제기되었고 그 중 일부는 아직도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이 사건에서 법은 공정한 심사를 목적으로 제척조항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였으나, 사안이 상호 경원관계에 있는 자간의 선정문제라는 점을 입법자는 깊이 고려함이 없었다. 여기에 주어진 입법을 있는 그대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법원으로서는 입법자가 고려하지 아니한 경원관계까지 감안하여 법조문을 해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결과 법 제13조가 규정하는 '당해 심의'는 교수위원이 자기가 소속된 대학의 심의에만 배제되면 충분한 것으로 보았다. 법원은 이러한 자신의 해석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척제도에 대한 추가적인 논리도 제시하였다. 원심이 말한 "제척사유를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의사결정 대상의 중대성과 공공성, 의사결정 관여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나 자질, 의사결정이 가지는 법률적 효과 등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법률에 적용 대상이나 요건을 조금씩 달리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척조항이 존재하는 것인 바, 개개의 제척조항을 구체적으로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당해 법률의 입법취지, 제척조항의 문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대목이 그러하다. 원심법원의 제척조항에 관한 탄력적인 이해는 나름대로 평가할 만하다.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경우에 강도 높은 제척규정이 요구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심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의 사안이 과연 완화된 형태의 제척제도만으로 충분한 중대하지 아니한 사안일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을 제공할 기회를 서로 다투는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이 있는 사안이고, 한쪽이 기회를 얻으면 필연적으로 다른 쪽이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관계에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한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아니한 제척조항은 그 규정 자체에 입법상의 결함을 지니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원관계에 있어서는 자신의 사항만을 심의하는 것이 정의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경원관계에 있는 타인의 사항에 대한 심의도 곧 '자신의 사항'에 대해서만 심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설령 덕망 있고 신뢰받는 학자가 교수위원에 위촉되었기 때문에 실제에 있어 그가 특정 신청인에게 의도적으로 불리한 또는 유리한 심의를 할 리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역시 제척되어야 한다. 제척제도는 제척사유 있는 자, 즉 공정한 심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자를 사전에 형식적으로 해당 심의에서 배제하는 것에 본질이 있으며 실제에 있어 그 자가 공정한 심의를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제척제도는 합리적인 한도에서 일정한 '우려'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지 '실제로 발생할 불공정'을 제거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이 사안에서 법 제13조에 대해서만 입법취지 등을 이유로 확장해석 내지 제척조항의 강화된 해석이 불가능하다면, 그 한도에서 법 제13조는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이나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2010-06-07
미국의 J.D.는 법학박사인가
1. 사실관계 원고는 미국 로스쿨에서 J.D. 학위를 받은 후, 피고 인천광역시에서 ‘박사’학위를 자격요건으로하는 지방 ‘가’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하였다. 시험결과는 갑이 최고 득점자로 채용되었고 원고는 차점자로 탈락되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갑이 채용시험에서 요구하는 ‘박사’의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또한 인사청탁에 의하여 면접점수를 높게 받아 합격된 자이므로 합격이 무효이며 나아가 갑이 불합격되는 경우 원고 본인이 당연히 합격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자신의 주장에 근거하여 피고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불합격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에서는 원고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원고 승소하였다. 그러나 제2심에서는 갑이 합격자로서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나아가 원고가 미국에서 받은 J.D. 학위는 박사학위가 아니므로 합격자로서의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므로 제1심 판결을 뒤엎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상기 판결에 대하여 본 판례평석은 미국의 J.D. 학위가 박사에 해당하는 지의 여부에 대하여 검토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여타의 논점에 대하여는 부수적으로 간단한 의견만을 덧붙이기로 한다. 2. 불합격자인 원고의 자격요건 가. 미국 J.D. 학위의 박사 해당여부 (1) 개요 및 법원의 판단 지방계약직 ‘가’급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박사학위의 취득이 필요하다. 따라서 원고가 응시자격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는 미국 로스쿨에서 받은 J.D.학위가 박사인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대하여 제1심에서는 구체적 언급없이 당연히 이를 박사학위로 보았으나, 제2심에서는 이를 부정하여 원고의 응시자격 요건을 부정하고 있다. 우선 지방계약직 ‘가’급 응시의 자격요건 중 경력요건은 아래와 같다. 1. 채용예정직무분야와 관련된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 2~6. 중 략 7. 그 밖에 위 각 호의 1에 상당하는 자격 또는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 제2심 판결은 상기 경력요건 1호는 ‘채용예정직무분야와 관련된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i) 여기서 ‘박사’학위라 함은 국내에서의 학사 및 석사학위 취득을 전제로 한 개념으로 보이고, (ii) 원고가 취득한 ‘Juris Doctor’가 일부 법률영어사전에 법학‘박사’라고 번역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편의상 그렇게 번역한 것에 불과하고, (iii) 우리나라와는 다른 독특한 학제를 가진 미국의 ‘Juris Doctor’가 위와 같은 의미로서의 ‘박사’학위와 실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며, (iv) ‘박사’라 함은 기초학문분야에서의 최고 수준의 학위임에 반하여, ‘Juris Doctor’는 전문기술분야에서의 학위로서 국내에서 ‘박사’학위 취득의 필수조건인 박사학위논문(dissertation) 작성 없이도 취득이 가능하며, Juris Doctor과정을 이수한 후에 LL.M.(Master of Law)과정에의 입학이 허용되고 다시 LL.M.(Master of Law)과정을 이수한 후에 J.S.D.(Doctor of Judicial Science 또는 Scientiae Juridicae Doctor)과정에의 입학이 허용된다는 점에서 ‘Juris Doctor’는 형식상으로도 최고 수준의 학위라고 보기 어려우며, 따라서 위 경력요건 1호에서 규정한 ‘박사’학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2) 판례평석 제2심의 판결을 분석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제2심의 판결과 같이 지방계약직 ‘가’급 응시 자격요건 제1호에 규정된 「박사학위」가 국내에서의 학사 및 석사학위 취득을 전제로 한 것인가? 관련 법률규정 어느 곳에서도 국내 학사 및 석사를 전제로 한다는 규정을 찾아 볼 수 없으며, 이는 법령의 자의적 해석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외국의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를 채용하는 경우 국내 학사 및 석사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실제 사례도 거의 존재하지 아니한다. 둘째, 제2심 판결은 J.D.를 취득한 후에 LL.M. 및 S.J.D.를 취득할 수 있으므로 J.D.는 최고 수준의 학위가 아니라고 판결하고 있는 바, 과연 그러한가? 이러한 견해는 미국의 고유한 법학제도를 우리나라식 잣대로 임의로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에서 J.D.를 이수한 후 LL.M. 및 S.J.D.과정을 순차적으로 이수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J.D.를 LL.M. 및 S.J.D.의 하위과정으로 파악하는 것은 미국 로스쿨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여 J.D.과정은 미국 법학교육과정에서 최고의 학위과정이며, 더 이상의 학위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의 학위를 갖는 학자로서의 미국 법과대학 교수는 J.D.학위로서 충분하며 더 이상의 LL.M.학위 또는 S.J.D.학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부분 상위 랭킹 법과대학 교수의 대부분이 J.D.학위 밖에 없으며, 오히려 하위 랭킹의 법과대학으로 가면 일부 교수들이 LL.M. 정도를 J.D.에 추가로 갖고 있을 뿐이다. 미국 J.D.학위를 갖고 있는 자가 LL.M.학위를 추가로 갖고 있는 경우는 J.D.과정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추가로 보완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보다 높은 차원의 학업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J.D.학위 없이 LL.M. 또는 S.J.D.학위만을 갖고 있는 학자가 미국 로스쿨 교수로 채용되는 경우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미국 로스쿨에서 LL.M. 및 S.J.D.학위 과정은 사실상 외국인을 위한 과정이며 입학생의 99%는 외국인이다. 대부분의 J.D.학위 졸업자는 LL.M.에 진학하지 않는다. LL.M. 및 S.J.D. 학과과정도 J.D. 과정보다 상위의(우리나라의 대학원처럼) 교과과목이 별도로 개설되는 것이 아니라, J.D.과정의 교과과목 중 일부를 선택해서 수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J.D. 교과과목 중 일부 전문과목 및 필수과목은 LL.M.과정 학생들의 경쟁력을 배려하여 수강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LL.M.과정에서는 일부 학위논문 제출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으나, 대부분의 법과대학에서는 세미나 수업에서의 레포트 제출을 논문제출로 대체하여 주고 있다. 이에 반하여 LL.M.과정을 이수하고 진학하는 S.J.D.과정에서는 대륙법제의 엄격한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LL.M. 및 S.J.D.학위 과정은 미국인에게는 소위 Post Doc과정 정도에 불과하고, 외국인에게는 미국법을 소개하고 대륙법 계통의 박사학위(S.J.D.)를 주는 과정으로 파악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판단된다.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으나, 필자가 미국 유학생활을 하던(1980~1990년대) 시절만 해도, 미국에서 LL.M. 및 S.J.D.과정을 개설하던 학교는 소수에 불과하였으며, 법과대학생은 물론 교수조차도 LL.M.과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교수들이 대부분이었다. LL.M.학위를 운영하는 로스쿨 중에서도 J.D.를 마친 자가 진학하는 LL.M.과 외국인이 진학하는 LL.M.을 분리하여 별도로 운영하는 로스쿨도 상당수 있다. J.D.를 졸업하면 미국의 50개주 모두에서 변호사 시험을 응시할 자격이 부여되나, LL.M. 또는 S.J.D.학위를 받은 경우 뉴욕주 등 1~2개 주에서만 변호사 시험자격 요건이 부여된다. J.D.학위는 미국에서도 공인된 박사이다. 박사여부는 졸업식장에서의 예우를 보면 쉽게 파악이 된다. J.D.학위 수여시 모든 졸업생은 박사학위 수여 예우에 따라 박사 가운을 입는다. 이에 따라 LL.M. 및 S.J.D. 졸업생도 모두 박사학위 가운을 입는다. 셋째, 제2심 판결에서와 같이 J.D.과정은 전문기술 분야의 학위인가? 이러한 견해는 영미법계인 미국의 법학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견해이다. 불문법국가인 미국의 법학은 판례 자체가 법이므로 판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즉, 판례를 다루는 것이 실무 법조인만의 몫이 아니라 법학자도 당연히 판례를 연구하여야 한다. 일부 국내학자는 J.D.를 「법률」박사, S.J.D.를 「법학」박사로 구분하고 있으나 이러한 견해는 타당하지 아니하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법률이 곧 법학이고 법학이 곧 법률이기 때문이다. 제2심 판결에서와 같이 미국의 J.D.과정이 「전문기술분야」라면 미국의 로스쿨 또는 법학계에서「일반학문분야」가 별도로 존재하는가? 한마디로 존재하지 아니한다. J.D.과정의 전문기술 분야가 곧 일반학문 분야이며 J.D.과정에서 모두 전담한다. 미국 법학에서의 일반학문은 J.D.출신의 교수가 중심이 되고, J.D.학생이 보조하는 각 법과대학의 「Law Review」에 게재되는 논문이 중심이 된다. 한국의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듯이 미국 법학에서 J.D.과정을 실무과정, LL.M. 및 S.J.D.과정은 학문과정으로 분류하는 견해는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다. J.D.과정이 박사과정으로서의 최대 약점은 학위논문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J.D.과정은 3년간 90학점을 이수하는 무척 힘든 과정으로서 다른 석사과정의 3배 정도의 학점을 이수하고 있고, J.D.과정 이외의 별도의 상위학위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J.D.학위를 단순히 학위논문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박사학위가 아니라고 단정짓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J.D. 학위과정은 영미법계의 박사학위로, S.J.D. 학위과정은 대륙법계의 박사학위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이미 다수의 법과대학 및 국가·지방자치단체에서 J.D.학위를 박사학위로 보고, 이들을 채용하고 있는 바 제2심 판결에 의하면 이들은 무자격자로서 무효인 채용계약에 근거하여 업무방해를 하고 있단 말인가? 나. 합격자가 무효인 경우 차점자가 합격자가 되는지의 여부 원고가 주장하듯이 갑이 무자격자로서 합격이 무효로 되는 경우 성적이 차점자인 원고가 제2순위로서 합격자가 되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 될 수 있다. 사견으로는 제1순위인 갑이 불합격된 경우 제2순위인 원고가 합격되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는 제1심 판결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 전형시험 통과자 중에서도 2인을 최종 인사권자에게 복수추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안 사례에서도 마찬가지 경우라면 갑과 원고가 복수추천되었을 것이고 제3순위 이하의 지원자는 합격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을 것이므로 갑이 불합격되었다면 원고가 합격되었을 개연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3. 최종합격자 갑의 자격요건 갑이 지방계약직 ‘가’급 채용요건을 갖추기 위하여는 (i) 채용예정직무분야와 관련된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에 해당되어야 하고, 만일 동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ii) 그 밖에 위 각호의 1에 상당하는 자격 또는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해당되어야 한다. 사견으로는 갑은 지방계약직 ‘가’급의 채용요건을 갖추고 있지 아니하다는 제1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본다. 갑은 시험당시 박사학위 취득예정자로서 설사 최종합격 후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할지라도 자격요건 제(i)의「박사」에는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 따라서 갑은 제(ii)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 바 이를 위하여는 박사취득예정자인「박사에 상당하는 자격 또는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해당되어야 한다. 제2심 판결은「박사취득예정자를 박사에 상당하는 자격 또는 능력이 있는 자로 보는 것」이 단순한 형식적 절차 위반으로 갑의 합격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타당하지 아니하다. 즉, 동조는 대통령령상의 강행조항으로서 절차규정이라 할지라도 이를 위반하는 것은 위법·무효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입법적으로 규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박사취득예정자가 박사에 상당하는 자격 또는 능력이 있는 자로 보는 것」은 단순한 절차적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법적 내용의 창설로서 법해석이 아니라 법의 제·개정행위에 해당되어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할 것이다. 박사취득예정자는 박사에 「상당」하는 자격 또는 능력이 있는 자가 아니라 박사에 「미달」하는 자로 보는 것이 해석상 타당할 것이다. 또한 갑의 높은 점수는 인사개입에 의한 것으로 무효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제2심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면접시험위원의 자율적 판단 및 자유재량이 존중되어야 하는 바, B는 면접시험위원으로서 상사 A의 전화지시를 받고 면접에 참여하였으므로 이러한 자율 및 자유재량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의 주요 임무는 사회정의의 실현이다. 어느 쪽으로도 판결할 수 있다면 보다 밝고, 정직하며 합리적인 사회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판결하는 것이 헌법상「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법원의 참모습이라고 판단한다. 시험 채점행위가 자유재량 행위이므로 인사청탁을 받은 면접위원의 시험 채점행위도 자유재량 행위로서 그 효력이 인정된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힘들다 할 것이다.
2009-07-27
현역복무부적합조사위원회의 법적 성격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 A는 제○보병사단 행정보급관 등으로 근무하면서 병사들에 대한 상습적인 언어폭력과 가혹행위 그리고 후임 부사관에게 폭언, 욕설, 인격비하 발언을 함으로써 후임 부사관에게 군무이탈의 원인을 제공한 사실로 정직 3개월(1/3 감액)의 중징계처분을 받았다. 피고(제○보병사단장)는 원고가 군인사법 제37조 제1항 제2호(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 같은 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성격상의 결함으로 현역에 복무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 제4호(기타 군 발전에 저해가 되는 능력 또는 도덕상의 결함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현역복무부적합자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라 한다) 및 전역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원회’라 한다)의 의결을 거쳐 2005. 10.31.자로 전역을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육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하였으나, 2006. 5.15.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1) 1심 및 항소심 조사위원회의 조사는 심사위원회의 심사의 예비절차 또는 전심절차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어서, 조사위원회의 조사와 심사위원회의 심사는 전체로서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에 따라 전역 여부를 결정하는 하나의 처분의 절차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정당성도 처분과정 전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조사위원회는 군인사법 시행규칙상 인정되는 기구로서 심사위원회와는 달리 전역처분을 함에 있어 반드시 그 의결을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기구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처분과정을 전체적으로 볼 때 심사위원과 조사위원의 일부 중복이 있다거나 조사위원회에 어떠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하여 심사위원회마저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2) 대법원 군인사법 제37조 제1항 제2호, 동법 시행령 제49조, 동법 시행규칙 제57조 등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볼 때, 현역복무부적합자조사위원회에 회부·조사 등의 절차는 참모총장이 군본부전역심사위원회에 바로 회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현역복무부적합 대상자를 반드시 조사위원회에 회부하여 현역복무에 부적합한지 여부를 조사하고 과반수의 찬성으로 그 의결을 거쳐야 하는 필요적 절차이다. 한편, 조사위원회에서의 조사·의결 등 절차의 성격에 비추어 비록 조사위원의 제척에 관한 육군규정 121(부사관분리규정) 제35조가 조사위원회의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자는 동일인을 심사하기 위한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으로서 제척사유에 해당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그 본래 취지는 현역복무부적합자조사위원회의 조사위원이 다시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전역심사위원회 심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조사위원회의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자는 동일인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다고 하여야 한다. Ⅱ.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 1. 의의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란 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와 같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하는 자를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키는 제도를 말한다(임천영,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7. 571면). 이 제도는 군인의 직무를 수행할 적격을 갖추지 못한 자를 직무수행에서 배제함으로써 군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인사상의 제도로서 일반 사회질서를 해친 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나 군 내부에서 군율을 어긴 자에 대한 제재의 성격을 가지는 징계제도와는 그 제도적 취지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2. 사유 및 절차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과 동법 시행규칙 제56조에서 그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는 아래 논문 참조(임천영,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 해당여부’, 법률신문(3259호)). 원에 의하지 아니하는 전역은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법 제37조 제1항) 임용권자가 행하며, 전역심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법 제38조 제3항).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에 대한 심사 기타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으며(시행령 제49조 제2항), 시행규칙에서는 부적합의 심사절차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 이전 단계인 부적합자조사위원회의 설치와 구성 및 조사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시행규칙 제59조 제1항).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절차는 원칙적으로는 2단계 절차(조사위원회와 전역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하나 예외적으로 1단계 절차(전역심사위원회)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즉 원칙적으로 ① 소속 지휘관의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 → ② 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의결 및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 → ③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의 전역심사위원회의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 → ④ 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 ⑤ 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되나, 예외적으로 제57조 제1호 내지 제5호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① 소속 지휘관의 참모총장에 대한 보고(또는 참모총장의 직권탐지) → ② 참모총장의 군본부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 ③ 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된다. Ⅲ. 판결의 쟁점 원고는 육군규정상 조사위원회와 심사위원회는 엄격히 분리되어 있고, 참여 위원의 중복이 허용되지 않는데 원고에 대한 조사위원회 및 심사위원회에 참여한 위원 3명이 중복되었으므로 그 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조사위원회 위원과 전역심사위원회 위원이 중복되는 경우 그 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사위원회의 법적성격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또한 위원이 중복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효과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1. 조사위원회의 법적 성격 조사위원회란 장교, 준사관, 부사관에 대한 현역복무 부적합자 기준에의 해당 여부를 조사하기 위하여 설치된 위원회를 말하며, 조사위원회는 심사위원회의 심의에 앞서 우선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심사위원회의 심의에 보다 신중을 기함과 아울러 심의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조사위원회는 ‘원에 의하지 아니한 전역’ 절차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적 기관이다. 즉 군인사법 제37조 제1항 제2호, 동법 시행령 제49조에 의하여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 및 심사 기타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위임을 받은 동법 시행규칙 제57조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조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제56조에 규정된 부적합자 기준에의 해당 여부를 조사하게 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제2호에서 ‘중징계처분을 받은 자’ 등을, 제5호에서 ‘전역심사위원회 설치권자가 부적합자로 인정하는 자’ 등을 규정하는 등 7가지 사유를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모든 부적합 대상자를 조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를 거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동법 시행규칙 제58조 제1항은 “모든 지휘관은 그 부대의 장교·준사관 및 하사관 중에서 제56조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제57조 제1호 내지 제6호에 해당하는 자가 있을 때에는 제59조에 규정된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다만 참모총장의 경우 일정한 자에 대하여 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 등의 절차를 거칠 필요없이 바로 군본부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를 두고 있다(시행규칙 제59조 제2항). 조사위원회는 전역심사위원회의 전 단계에서 현역복무 부적합 여부를 판단하여 전역심사위원회의 전역 여부에 대한 결정을 도와주는 기관으로서, 전역심사위원회는 조사위원회에서 현역복무 부적합자로 의결한 자에 대하여만 전역 여부를 판단한다. 조사위원회의 권한이 ‘제56조에 규정된 현역복무 부적합자 기준에의 해당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사위원회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현역복무 부적합자 기준에의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며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할 자 또는 회부할 자가 아닌 자’를 의결하는 것은 아니다. 2. 중복된 경우의 법적 효과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자가 전역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경우에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동법 시행규칙 제66조 제1항에 “조사대상자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조사위원의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라는 규정과, 육군규정 제35조 제6호의 “동일인을 심사하기 위하여 전역심사위원으로 임명된 자는 조사위원 중에서 제척된다”라는 규정만이 있을 뿐이며,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해석으로는 “심사위원과 조사위원의 일부 중복이 있다거나 조사위원회에 어떠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하여 심사위원회마저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와 “조사위원회와 심사위원회의 위원들은 대부분이 중복되어 있어 그 위원회의 의결에 의한 전역처분은 위법하다”라는 견해가 있다. 육군 인사소청심사위원회(01-2 전역처분취소)에서는 “위 규정은 비록 조사위원회를 대상으로 심사대상자와 일정한 이해관계 있는 자의 제척을 정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 본래 취지는 조사위원회 위원이 다시 전역심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전역심사위원회 심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견으로는 조사위원회와 심사위원회는 구성 및 임무가 다른 별개의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점, 조사위원으로 참여하여 현역복무 부적합자로 결정한 위원이 심사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예단을 가지고 처리할 수 있다는 점, 육군규정의 심사위원으로 임명된 자에 대하여는 조사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이 규정의 취지는 조사위원과 심사위원의 중복을 금지한다는 것이므로,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다) 등을 종합하면 이는 절차상 중대한 위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임천영, 전게서, 597면). Ⅳ. 평석 대법원 판결은 “조사위원회는 임의적인 기관이 아닌 원칙적 필요적 기관이라는 점과 전역심사위원회 심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현역복무부적합자조사위원회의 조사위원이 다시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금지한 것으로 해석하여 조사위원회의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자는 동일인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 현역복무부적합자 전역은 원에 의하지 아니하는 전역의 일종이다. 따라서 현역복무부적합자 판정은 그 내용과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 있어서 위 대법원 판결이 그 절차를 강조하여 조사위원과 심사위원으로 중복된 경우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그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2008-11-03
근로자에 대한 배치전환명령과 그 한계
1. 서설 가. 최근에 근로자의 전보명령과 관련하여 또다시 주목할 만한 하급심 판례가 나왔다. 필자는 마침 이 부분에 대한 대학원 과제물을 준비하고 있었던 까닭에 매우 흥미롭게 위 판결문을 읽게 되었다. 사실 일반 사기업체의 근로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근로관계에서 조차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곤 하는 전보(배치전환)명령은 노동법분야와 행정법분야를 아우르는 쟁점을 포함하고 있어 이에 관한 학계나 실무의 논의가 보다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나. 서울행정법원 제23부는 최근 2005구합760 사건에서 “이 사건 전보 당시 원고회사에게 배치전환을 실시할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는 반면, 전보 조치된 장모씨는 전보로 인해 작업내용에 질적 변화가 생기는 등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보다 전보로 인해 장씨가 입게 될 생활상의 불이익이 훨씬 크므로 원고는 전보를 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장씨와 협의를 하는 등의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라고 밝혔다. 다. 위 최근의 하급심 판례는 과거 대법원 1991. 9. 23. 선고, 90다12366 판결을 그 모태로 삼되 그보다 한 걸음 발전한 판례라고 생각되는바, 이 기회에 위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이 사건 변경 전 제27조)의 내용인 근로자의 배치전환명령(전보명령 내지 전근명령과 유사 의미)의 근거와 그 한계 및 나아가 바람직한 심사판단 기준까지를 간략히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2. 대법원 90다12366판결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피고 쌍용양회공업 주식회사가 경영하는 동해시 소재 동양공장에서 환경안전관리 실사원(직급상 4급)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피고회사는 피고회사의 창립자 동상을 건립하여 회사 창립 기념일인 1988. 5. 14. 제장식을 갖기로 하고 사원 중 원고를 포함한 18명을 안내요원으로 선발하였다. 나. 한편, 원고는 1988. 5. 14 강릉에서 실시하는 고압안전관리자 정기교육에 참석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원고의 직속상관인 소외 김용남이 같은 달 12일 원고에게 동상제장식 요원으로 선발되었으니 고압 안정관리자 정기교육을 연기하고, 그 다음 날의 동상제장식 예행연습에 참석하도록 지시하였으나 원고는 위 정기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환경안전관리실 차장으로부터 허락을 받은 후 위 정기교육에 참석하고, 예행연습 및 동상제장식에 불참하였다. 원고는 같은 달 16일 원고의 불참을 나무라는 위 김용남에게 정기교육 참석여부를 결정한 결재권이 있느냐고 따지면서 폭언을 하였다. 다. 피고회사가 원고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인사위원회는 원고가 ① 직속상관인 위 김용남의 동상제장식 및 예행연습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차상급자인 안전 관리실 차장을 상대로 하여 조직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무시하였고, ② 직속상사의 정당한 명령에 불복종하고 폭언, 협박 등의 불손한 언동으로 위계질서를 문란케 함은 물론 근무분위기를 해쳤다는 점 등을 비위사실로 들어 원고에 대하여 견책조치로 다른 공장으로의 전출을 결의한 다음 원고에 대하여 견책처분을 함과 동시에 군산 분공장으로의 전출을 명령하였다가 노동조합에서 위 전출명령이 너무 가혹하다고 반발하자 이를 취소하고 같은 달 29일자로 북평 공장으로의 전출명령을 하였다. 원고가 위 전출명령에 불응하자 피고회사는 원고를 다시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인사위원회에서는 원고를 면직하도록 징계의결하고 동해공장장은 위 인사위원회의 품의에 따라 같은 달 26일 원고를 징계면직하고 같은 달 29일 해고 하였다. 3. 각 심급별 판결 가. 1심 ; 서울 민사지방법원 1989. 12. 28. 선고, 88가합 54331 판결 1심법원은 전출명령은 근로계약의 내용의 변경하는 행위이므로 근로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할 것이고, 근로계약에 의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전출의 권한을 위임하기로 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사용자는 그 전출 명령권을 무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령 및 근로계약의 내용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전출명령이 당해 근로자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행사되어야 하고, 그 범위를 넘은 전출명령은 그 권능의 남용에 해당되어 무효라고 전제하고, 설사 원고에게 비위사실이 있어 징계의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회사로서는 조업규칙에 정한 절차에 따라 조업규칙에 정한 내용의 징계만을 할 수 있을 뿐이며, 사원의 이동은 사원이 능력과 사업상의 필요성 및 그 이동이 근로자의 생활상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어 징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원을 전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징계의 일환으로 한 피고회사의 원고에 대한 전출명령은 그 징계사유가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필요도 없이 전출명령권의 한계를 벗어난 전출명령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라고 하여 무효인 전출명령에 대한 불응을 사유로 한 이 사건 면직처분은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나. 2심 : 서울고등법원 1990. 9. 28 선고 90나 70456 판결 2심법원은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이 사건 당시는 개정전 제27조 1항)에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전직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고, 근로자에 대한 전직은 피용자가 제공하여야할 근로의 동료와 내용 또는 장소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이는 원칙적으로 고용자, 즉 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고,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 사건의 경우 ① 원고에게 피고회사 동해공장에 근무하지 아니하면 아니될 만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원고가 피고회사에 조업함에 있어서 근무지를 동해공장으로 한정하기로 한 약정이 있었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하고, ② 피고회사는 원고가 그의 직속상사인 위 김용남의 지시를 무시한 채 동상제장식과 그 예행연습에 참석하지 아니 하고, 나아가 이를 추궁하는 위 김용남에 대하여 상사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고 폭언까지 하여 피고회사 내의 인화와 근무 분위기를 크게 훼손하였고 동해공장의 다른 부서에서도 원고를 받아들이려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회사 내의 질서 유지와 근무분위기 쇄신을 위하여 부득이 군산분공장으로의 전출명령을 하였다가 이것이 가혹하다는 노동조합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거리상으로 보아 불편함이 없는 부평공장으로의 전보명령을 하게 된 것이므로 부정기이동의 요건인 인사관리상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아니할 수 없으며, ③ 원고가 북평공장에 전출을 가더라도 이사를 하여야 한다거나 출근함에 있어서 불편이 있는 등 생활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며, ⑤ 원고에 대한 인사권자인 동해공장장 등은 위 전출명령을 함에 있어서 관계 공장장과 협의를 하는 등 피고회사의 인사규정에 정한 절차를 모두 거쳤으므로 결국 동해공장장들이 원고를 북평공장으로 전출시킨 명령은 재량권의 범위내 행위로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 규정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원고가 피고회사의 정당한 전출명령에 불응하였음을 사유로 한 이사건 면직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결요지 (1) 근로자에 대한 면직이나 전보는 피용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 또는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피용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이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인사권자) 의 권한에 속하여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것이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재량이 없는 한 당연 무효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2) 원고에 대한 해고에 이르기까지의 경위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전출명령이 무효라거나 원고가 이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근로자에 대한 전출명령이 무효가 아니라면 원고는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 이며 원고가 전출명령에 따른 부임을 거부하는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고, 이를 이유로 피고 회사의 조업규칙이나 이사규정에 따라 원고를 해고한 것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 4. 평석 가. 들어가는 말 (1) 최근의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대처하거나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등 다양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노동력의 배치상태를 변경하기 위한 인사이동을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행하고 있는 것이 관례로 되고 있다. 인사이동은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근로자 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감안한 효율적인 인사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2) 이와 같이 배치전환은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유용한 것이나 반면 근로자의 입장에 서보면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고에 못지않은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직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수단이 되는 것인데 직장에서 직무내용이 변경됨에 따라 그러한 노력이 좌절될 수도 있다. (3) 또한 작금에는 부당한 해고가 금지되고 해고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확립됨에 따라 이와 같이 배치전환을 통한 탈법적 형태가 보다 심해지는 것으로 보이는바, 우리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서 해고 및 징계에 대한 실체적 제한규정과 함께 정당한 이유가 없는 ‘전직’을 금지함으로써 사용자의 자의에 의한 부당한 배치전환을 금지하는 예외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 시간 배치전환령의 자의적 발동을 제한하기 위한 법리문제는 근로계약의 성립, 변동, 소멸을 주된 대상로 하는 노동사법 및 행정공법의 분야에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보다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나. 위 판결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위 평석대상 판결은 배치전환명령의 성질에 관하여 이른바 포괄적합의설을 천명한 것으로 현재 주류적인 대법원판결과 그 취지를 같이 하고 있다. (1) 이 사건 사안에서는 직장의 상사가 함께 근무하기를 기피한다는 것이 다른 공장으로 배치 전환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나 이곳 에서는 배치전환의 근거, 배치전환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의 해석, 배치전환의 한계, 그리고 일반론으로서의 배치전환문제에 대한 시각과 사실인정의 문제를 다루어 보기로 한다. (2) 배치전환(전보)명령의 의의 배치전환(전보)이라고 함은 동일 기업 내에 있어서 근로자의 직종, 직무내용, 직급, 근무장소 중 어느 하나를 장기간에 걸쳐 변경하는 전업내의 인사이동의 하나이다. 근무장소의 변경없이 직무내용만이 변경되는 협의의 배치전환과 근무 장소가 변경되는 전근(또는 전직, 전출)을 합쳐 광의의 배치전환이라고 한다. (3) 배치전환(전보)명령권의 근거 (가) 포괄적 합의설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개개의 구체적 노동의 일부를 약정하는 것이 아니고 노동력의 사용을 포괄적으로 사용자에게 위임하는 것이므로 노동의 종류, 방법, 태도 또는 장소에 관하여 특히 합의가 없는 한 그 개별적 결정의 권한이 사용자에게 위임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로 근로계약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아니한 노동의 종류, 방법, 태양 또는 장소 등 노동의 종류를 상세하게 결정 또는 변경하는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지시명령권)을 근로계약의 본질적 내용을 구성하는 사용자의 기본적 권리라고 하고, 다만 인사권이 형식적이라고 하여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당해 인사권의 행사는 전업 운영상의 합리성, 필요성에 근거하여야 할 뿐 아니라, 대상이 된 관여자의 생활상의 이익에 관하여도 적절한 배려를 하여야 하며, 인사권의 행사과정에서도 성실한 절차를 가질 것을 필요조건으로 하고, 그 중 하나라도 결하는 경우에는 권리남용으로 된다고 하기도 한다. (나) 계약설(개별적합의설) 사용자의 배치전환명령은 근로계약에 의하여 약정된 노동의 종류 내지 범위 내에서만 효력을 가지고 사용자가 근로자를 배치전환하여 종전과 다른 근로의 제공을 가지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로 하고, 미리 특약으로 직부내용, 근무 장소 등의 결정, 변경권이 근로자로부터 사용자에 대하여 부여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용자는 매번 근로자의 동의 얻지 않으면 배치전환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견해를 따로 개별적합의설이라고 하기도 한다. (다) 검토 1) 포괄적합의설의 입장에서도 예외적으로 노동의 종류 또는 장소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특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이러한 견해는 원칙과 판례가 뒤바뀌어 결과적으로 입증책임을 뒤집어버린 잘못이 있다고 생각된다. 2) 근로계약설의 입장에서는 근로계약의 내용을 해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 된다. 예컨대 전국에 지점을 갖고 있는 은행에 적용된 대학졸업자의 경우 근로계약상의 근무 장소는 본점 및 전국의 모든 지점 또는 영업소이고 처음 배속된 근무 장소만이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하고, 이렇게 해석하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배치 전환하는 것은 계약의 사안의 변경이 아니라 단순히 계약의 이행과정에 불과하고 배치전환명령은 단순한 노무지정권 행사로서 사실행위가 된다. 3) 배치전환은 경영포기 또는 공장이전 등의 경우에 해고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행해지는 경우도 많아 정리해고와 관련하여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는바, 정리해고의 요건의 충당하기 위하여 정리 해고를 하기 전에 다른 사업장으로 배치 전환할 수 있을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근로자의 구제 부분에 상당한 배려를 한 절충적 견해) (5) 근로기준법 제30조와 배치전환명령의 한계 (가) 근로기준법 제30조 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유직, 정직, 전직, 면봉 기타 처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직’은 근무 장소의 변경을 수반하는 배치전환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 위 규정은 해고에 대한 일반적, 실체적 제한규정으로서 위 규정에서의 “정당한 이유”는 독일의 해고제한법이 해고의 실체적 제한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일신상의 사유, 근로자의 행태상의 사유, 명백한 경영상의 필요성이라는 세 가지 사유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통설이다. (다) 배치전환은 경영상황의 변화에 따라 노동력의 배치를 효율적으로 변경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이나 성질이 해고 또는 징계와 전혀 다르고, 실체적 제한 개념인 “정당한 이유”를 통일적으로 해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함께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 그 입법 취지는 현실적으로 전근이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 또는 징계에 못지않은 불이행처분이 될 수 있고, 전근을 가장한 징계 또는 전근을 통한 해직의 강요의 예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해고 및 징계의 제한규정이 실효성을 갖게 할 의도에서 전근의 제한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 따라서 배치전환의 근거와 위 규정의 입법취지를 감안하면 배치전환문제에 관하여 다수 견해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1) 먼저 당해 배치전환명령이 근로계약의 범위 내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 범위를 면탈한 것인지의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 2) 다음으로 당해 배치전환명령에 대한 정당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는지 아니면 경영상의 필요성을 포장한 부당한 목적이 있는지의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3) 결과적으로 당해 배치전환명령에 대하여 정당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당해 배치 전환명령으로 인하여 근로자 개인이 입게 되는 생활상의 불이익을 형량 하여 후자가 부당히 크다면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이다. 5. 맺는말 법은 자유롭고 대등한 당사자가 계약을 통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제에 서있다. 그러나 경제적 강자인 사용자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 사이의 고용계약의 현실은 대등한 당사자라고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근로관계 법률을 통하여 많은 강제규정을 두어 근로자의 이익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 근로기준법 제3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최근의 위 하급심 판결을 기화로 앞으로의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3조의 입법목적에 좀 더 접근하여 근로자를 사용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판결을 선고하는 전향적인 자세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2005-06-20
기소휴직자가 공소기각된 경우 봉급 차액 지급 여부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1) 원고 A는 의무부사관으로 임관된 이후 여러 군부대, 병원 등에서 근무하다가 원사로서 1996. 6년경부터 1998. 12.경까지 국군창동병원에서 외래과 담당관으로 일하였고 2000. 11. 21. 뇌물공여혐의(이른바 병역비리)로 구속되어 같은 해 12. 8. 피고산하 국방부보통군사법원 2000고45호 뇌물공여사건(후에 2001고13호 뇌물공여사건이 병합됨, 이하 형사사건이라 한다)으로 기소되었다. 2) 그러나 위 각 기소당시 각 공소장 기재 범죄사실에 부합되는 진술을 하였던 군의관 이○○과 성△△은 2001. 3. 28. 13:00경 열린 위 군사법원 제2차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진술함에 있어, 위 원고로부터 뇌물을 받은 바 없고 이와 다른 내용의 종전 진술은 모두 허위였다는 취지로 각 진술하였다. 당시 공소유지검찰관 소외 이□□는 그 자리에서 원고 A에 대한 위 각 공소를 취소하였고, 위 법원은 같은 날 위 원고에 대하여 검사의 공소취소를 이유로 한 위 형사사건의 공소기각결정을 고지하였으며 이에 따라 위 원고는 당일 석방되고 자동복직되었다가 2001. 6. 30. 군인사법 제41조 제1호에 따라 전역하였다. 3) 원고 A는 구속이후 군인사법 제48조 제2항에 따라 기소휴직되면서 봉급의 1/2를 수령하게 되었고 형사사건 종료 후에 전역이전인 2001. 5.경까지 지급이 유보된 임금 및 수당의 합계 금 6,880,270원을 청구하자 국방부는 원고 A가 무죄선고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 A는 급여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2. 1심, 항소심, 대법원 판결요지 1) 대법원은 “군인사법 제48조 제2항은, ‘장교 · 준사관 및 하사관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를 제외한다)에는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할 수 있다.’, 제4항은 ‘…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휴직기간에는 봉급의 반액을 지급…한다. 다만, 제2항의 규정에 해당되어 휴직된 자가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휴직명령을 받아 봉급의 반액을 지급받은 자는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 그 차액을 소급하여 수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헌법 제28조는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는데, 이에 따른 형사보상법은 단순히 무죄선고 뿐만 아니라 면소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받은 경우에도 그와 같은 재판을 할 만한 이유가 없었더라면 무죄의 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을 때에는 국가에 대하여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형사보상법 제25조 참조)하여 그 보상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점, 헌법상 인정되는 인간의 존엄권 및 기본적 인권 보장, 평등권, 무죄 추정의 법리 등 헌법이념에 비추어 보면, 위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라 함은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판단은 법률의 문의적(文義的) 한계내의 합헌적 법률해석에 따른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라고 판시하였다. 2) 제1심(서울지방법원 2003. 8. 28. 선고 2002가단256464판결)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4. 4. 14. 선고 2003나61452판결)도 대법원과 같이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라 함은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기소휴직제 1. 의의 기소휴직이란 임용권자가 장교·준사관·부사관에 대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일정한 기간 동안 휴직을 명하는 것을 말한다(군인사법 제48조). 공법상 휴직제도는 일정기간 동안 직무에 종사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공무원관계는 계속 유지하되 본인의 신청 또는 행정기관이 직권으로 직무수행의무만을 해제하는 것을 말한다. 직업공무원제도를 표방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신분보장제도의 일종이다(졸저,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710면) 휴직은 공무원의 신분을 계속 갖고 있으면서 직무에는 종사하지 않는 점에서 직위해제 · 정직처분과 같으나 본인의 원에 의하여 휴직할 수도 있고 제재적인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직위해제와 구별되고 징계처분과 휴직은 그 목적 및 성격이 다를 뿐만아니라 징계사유가 휴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에 비추어 휴직과 징계와는 구별된다. 특히 정직처분은 징계처분의 일종으로 징계절차에 따라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하거나 필요한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절차적 권리가 보장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2. 제도의 취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를 휴직사유로 규정한 취지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군인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공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무나 행정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방지하고, 한편 피고인인 군인에게도 공무담당의 의무를 일시적으로 해제하여 소송당사자로서 공판과정에서 변론준비 등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해당 군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2조의2, 지방공무원법 제65조의2에서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를 직위해제 사유로, 일본 국가공무원법 제79조에서는 휴직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판례도「기소휴직제도의 취지·목적은 일반적으로 기소된 직원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는 것에 의해 직무의 수행, 직장규율내지 질서유지에 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그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나아가서 관직 전체의 신용을 추락시킬 우려가 있고, 또한 기소된 직원은 원칙적으로 공판기일에 출두할 의무를 지는 등으로 공무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소되어 장차 실직할지도 모를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자를 계속 직무에 종사시키는 것으로 공무의 능률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해당직원을 그 신분을 보유시키면서 일시적으로 직무에 종사시키지 않는 것으로 하여, 이로 인해 직장규율내지 질서를 유지하고 직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나아가서는 관직 전체의 신용을 보지(保持)하고, 더욱이 공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확보하는 것을 의도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東京高 昭45.4.27.判, 行裁集 21권4호 741면), 3. 요건 및 효과 1) 휴직권자는 임용권자가 되며, 휴직기준은 “장교·준사관·부사관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휴직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기소휴직의 요건으로는「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만으로 족하고, 범죄의 성부나 신체의 구속 유무를 묻지 않는다(東京地 昭32.10.4.判, 行裁集 8권10호 1858면). 다만 약식명령의 경우에는 제외된다. 휴직기간은「당해 사건의 계속기간」동안이다. 2) 휴직중인 군인은 직무에 종사하지는 않으나 군인신분은 계속 유지된다. 따라서 군인의 의무 중 그 신분상 당연히 지게 되는 의무(비밀엄수 · 품위유지등)는 부담하게 되나 직무에는 종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무상 의무(직장이탈금지 등)는 원칙적으로 부담하지 않는다. 휴직기간에는 봉급의 반액을 지급하고, 다만, 휴직된 자가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한다(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Ⅲ. 판결의 쟁점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를 형식상 무죄뿐만아니라 내용상의 무죄까지 확대할 수 있을까? 그 동안 국방부 실무는 공소기각과 면소판결의 경우에는 무죄와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하지 않았다(국법무810-98(1972. 2. 5)). 일반직공무원의 경우 공소기각 판결은 인사관계법령에서 정한 유 · 무죄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보수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하고 있었다. 본 사안에 있어서 원고는 처음부터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었고, 군의관들의 허위 진술, 또한 원고와 군의관들 사이의 금품수수내역을 입증할 만한 다른 정황증거는 없었던 사실 등의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면, 당시 검찰관의 공소취소가 없었더라면 원고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어 무죄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었다. 군인사법은 휴직된 자가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휴직으로 인한 각종 불이익을 회복시켜주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공소기각이나 면소판결을 받은 경우에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호방안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었다(졸고, 군인사법상의 기소휴직제, 저스티스(통권 제79호), 2004/6. 146면). Ⅳ. 대상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를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으로써 군인의 권익보호에 크게 기여한 판결로 보여진다. 이 판결은 개인의 권익에 관계된 조문에 있어서 법률의 문의적(文義的) 합헌적 법률해석 선례를 제시한 판결이다. 행정실무자 입장에서는 명확한 법문의 규정이 없이 내용상 무죄재판까지 확대 해석하여 봉급의 차액을 지급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이해가 가나, 위 판결은 앞으로 행정해석에 있어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2004-11-11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로 특허를 받은 자에 대한 제재
특허법 제228조 (사위행위의 죄)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특허, 특허이의신청에 대한 결정, 특허권의 존속기간의 연장등록 또는 심결을 받은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7.4.10, 2001.2.3>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특허심사과정에서의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이다. 대법원 2004. 2. 27. 선고2003도6283판결[공2004.4.1.(199),574]은 특허법제228조에 정한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특허를 받은 자'라고 함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여서는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로써 그 특허를 받은 자를 가리킨다고 할 것인데, 우선 '특허출원 전에 국내에서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된 발명'이거나 '특허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반포된 간행물에 게재된 발명' 등으로서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임에도 불구하고 특허출원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특허출원인에게 특허출원시 관계 법령상 그러한 사정을 특허관청에 미리 알리도록 강제하는 규정 등도 없는 이상, 특허출원시 이를 특허관청에 알리거나 나아가 그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채 특허출원을 하였다고 하여 이를 가리켜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 고 판시하고 있다. 1. 서론 특허출원인은 특허를 출원하고 이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정직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어긴 경우에는 신의칙 위반행위(Inequitable Conduct)가 되거나 그 사유가 중대한 경우에는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Fraud)가 된다. 이 신의칙 위반행위는 특허심사과정에서 진실에 어긋나는 허위진술을 하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종래의 통설에 의하면 사위 기타의 부정한 행위가 특허출원과정에서 발견되면 특허의 발급이 거절되거나, 특허가 발급된 이후에는 특허가 무효로 선언 될 수도 있다고 보았고 우리 특허법은 이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2. 특허출원인에게 선행기술을 공개할 의무가 있는가하는 문제 특허출원인이 특허출원인이 선행기술을 조사하여 심사관에게 제시할 법적인 의무가 있는가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특허출원인에게 특허출원시 관계 법령상 선행기술을 조사하여 이를 특허심사관에게 이를 알리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고 보는 소극설을 취하고 있다. 가. 소극설 우리 대법원이 취하고 있는 소극설에 의하면 특허출원인이 선행기술을 조사하여 심사관에게 제시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고 보는 것이고 이 견해가 종래의 통설이었다. 그러나 이 통설에 의하여도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는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 예컨대 만약 특허출원인이 선행기술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한 경우나, 중요한 선행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허위진술을 하거나 특허심사관의 특허거절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요한 선행기술을 은닉한 경우에는 소극설에 의하더라도 이는 사위행위가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특허출원인이 전혀 모르는 선행기술이나 선의로 덜 적절한 선행기술을 공개한 경우에는 사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나. 적극설 그러나 최근에는 특허출원인에게 신의칙을 확장하여 적용하는 적극설이 대두되고 있다. 이 적극설에 의하면 특허출원인은 중요한 선행기술은 이를 반드시 공개하여야 하고 심사관을 기망하기 위하여 이를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아니하면 신의칙 위반책임을 진다. 그러나 이 견해도 사위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특허출원인이 실제로 중요한 선행기술의 존재를 알고도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였다는 증거가 필요하거나, 특허의 신규성을 완전하게 부정할 수 있는 선행기술이 존재한다면 특허출원인은 신의칙상 심사관에게 이 선행기술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극설에 의한다고 하더라도 특허출원인의 대리인의 주관적인 선의로서 특허의 발급 가능성과 관련하여 본질적으로 중대성이 없다고 믿고 선행기술을 공개하지 않았더라도 이것은 신의칙 위반행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선의에서 중대성이 없다고 믿은 것에는 반드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만 위 신의칙위반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사위행위의 성립은 제한된다. 만약 특허출원인이나 선의에서 행동했고 이러한 선의가 심사관을 기망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비록 선행기술을 공개하지 않았더라도 신의칙 위반행위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신의칙 위반행위냐를 결정하는 기준은 심사관을 기망할 의도가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3. 특허의 발급가능성과의 관련성 대법원은 사위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모든 부정행위가 이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망행위에 의하여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여서는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여야만 한다. 특허출원인의 진술내용이 비록 진실에 어긋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특허의 발급가능성과 관련한 것이 아니라면 이는 특허법 제 228조의 사위행위라 볼 수 없다고 한다. 특허의 발급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결국 발명이 법정 특허대상이 되고 산업상 이용가능하며 새로운 발명으로서 통상의 지식인에게 용이하지 않아야 하며 특허법이 요구하는 공개요건을 구비하여야 한다. 4. 중대한 기망행위의 존재 우리 대법원은 모든 신의칙 위반행위가 모두 사위행위라고 보지는 않는다. 우리 특허법상 사위행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여서는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로써 그 특허를 받은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신규성을 상실 시킬 수 있는 증거를 인멸하거나 발명의 진보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허위로 조작한 경우에는 특허의 발급가능성에 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친 기망행위로서 이는 위 특허법 제228조의 사위행위에 해당한다. 예컨대, 특허권자가 특허침해소송이 계속되는 도중에 특허출원전에 특허발명이 공연히 사용되었다는 증거를 인멸하기 위하여 증인을 매수한 경우에 비록 전 소송에서는 이 특허가 유효라는 판결이 있었더라도 이는 특허의 발급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허위진술을 한 것이며, 특허를 발급 받기 위하여 발명을 칭찬하는 기사를 허위로 조작하여 이를 심사관에게 제시 함으로써 특허를 발급 받은 경우도 역시 특허의 발급가능성에 대하여 중요한 허위진술을 한 것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이 밝힌 바와 같이 '특허출원 전에 국내에서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된 발명'이거나 '특허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반포된 간행물에 게재된 발명' 등으로서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임에도 불구하고 특허출원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중대한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소극적인 행위만으로는 성립될 수는 없고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중대한 기망행위가 존재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허심사관이 언제라도 얻을 수 있어서 그 진실성을 확인 할 수 있는 정보에 관한 것이라면 예컨대, 이미 잘 알려진 선행기술이나 동시에 심사가 계속되고 있는 타 특허출원서에 관한 것이라면 이를 특허발급가능성에 관한 중대한 허위진술로 볼 수는 없다고 본다. 가. 객관설 특허출원인이 비록 허위진술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모든 허위진술이 사위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위행위로서 위 특허법제 228조의 제재를 받기 위하여는 그 허위진술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반드시 특허의 발급가능성과 관련된 중대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중대성을 결정하는 데 3가지 견해가 있다. 객관설에 의하면 특허출원인의 허위진술이 없었더라면 특허가 발급되지 않았을 것인데도 특허출원인이 기망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특허가 발급된 경우에만 이 허위진술은 중대한 것이다. 그러나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도 특허발명이 선행기술에 비추어서 당연히 특허를 받을 수 있다고 선언되면 어떠한 기망행위가 있었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견해이다. 나. 주관설 이 견해에 의하면 법원이 기망행위의 효과를 검토하여 이 기망행위가 심사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려하여 이러한 기망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심사관이 특허를 발급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중요한 기망행위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도 어차피 특허가 발급되었을 것이라면 이러한 기망행위는 중대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주관설에 의하면 기망행위의 중대성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청구항의 특허가능성을 객관적으로만 고려하지 않고 심사관과 특허출원인의 주관적인 면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다. 절충설 이 견해는 중대한 기망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그 사유가 특허의 발급 가능성과 관련이 있고, 또한 심사관의 특허발급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중대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는 중대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특허심사관이 허위진술로 인하여 특허출원된 발명의 법정 특허요건을 공정하게 심사하지 못하였다면 이는 중대한 기망행위가 된다고 본다. 이 견해가 다수설이다. 그러나 견해는 특허출원인이 적극적으로 심사관을 기망하더라도 특허심사관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면 이 행위가 중대한 사유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신의칙에 위반한 행위를 한 자를 응징하지 못하고 특허법의 목적인 완전한 공개주의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라. 주관적 객관설 마지막으로 주관적 객관설에 의하면 허위진술은 특허출원인의 입장에서 보지 않고 통상의 심사관이 볼 때 특허출원인이 제공한 정보가 특허의 발급가능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으면 이 정보는 중대한 것이고 이러한 정보를 허위로 제공한 행위는 사위행위가 된다고 본다. 마. 결론 우리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는 아무런 의견을 피력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견해를 밝힌 것은 형사적 제재와 관련된 사해행위에 관한 것으로서 향후 특허무효와 관련된 사건에 있어서는 견해를 피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견에 의하면 객관적 기준과 함께 특허심사관에 대한 영향력을 함께 고려한 절충적 입장이 합당한 기준으로 보인다. - 판 결 요 지 - '특허출원 전에 국내에서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된 발명' 등으로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임에도 불구하고 특허출원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특허출원시 그 사실을 특허관청에 알리거나 그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채 특허출원을 하였다고 이를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 - 연 구 요 지 - 대법원은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소극적인 행위만으로 성립될 수 없고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중대한 기망행위가 존재하여야만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형사적 제재와 관련된 사위행위에 관한 것으로 향후 특허무효와 관련된 사건에 있어서의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객관적 기준과 함께 특허심사관에 대한 영향력을 함께 고려한 절충적입장이 합당한 기준으로 보인다
2004-05-17
자유위임과 국회의원의 당적변경
法律新聞 第2397號 法律新聞社 自由委任과 國會議員의 黨籍變更 姜京根 〈崇實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5면 ============ 憲法裁判所94年4月28日宣告,92헌마153결정 Ⅰ, 事件槪要와 憲裁判斷 1, 하나의 헌법원리에 불과한 「自由委任」(무기속委任)이란 말 한마디면 주권자인 국민에 의한 대표자지위의 임기중 박탈등이 絶對不可하다든지, 「命令的 委任」(기속委任)을 내세우기만 하면 그 지위박탈등의 法的 責任을 무조건 부과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가 하나의 「말씀」(dogma)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하여 「자유위임이기 때문에」의원임기중 행위가 어떠하든 국민에 대한 정치적 책임만 질 뿐 그 地位에는 전혀 영향받지 않는다는 神話가 당당히 들어와 있다. 거꾸로 「기속위임이기 때문에」 당연히 직접으로 의원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權威主義的 演釋原理를 전제로 하는 헌법이론이 퍼져있다. 2, 「전국구국회의원의석승계 미결정위헌확인」이라 이름불여진 소위「강부자사건」은 바로 자유위임 내지 무기속위임을 신화로부터 끌어내려 그것이 한국의 공동체에서 타당한 憲法的內包와 外延을 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 重要決定에 속한다. 즉 이 결정은 전국구의원의 소속정당탈당시 당연 자격을 상실하느냐, 당연상실한다면 전국구의원의 정당탈당을 원인으로 하는 전국구의원 의석승계결정을 하지 않는 공권력의 불행사가 헌법에 위반되느냐, 그리고 그 공권력의 불행사가 위헌으로 심판되는 경우 동 불행사의 근거가 된 구 국회의원선거법 또는 동법의 해당규정들의 헌법위반여부(자세한 내용은 헌재공보6, 329&shy;330쪽 참조)을 그 판단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論旨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作爲義務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義務를 懈怠하는 경우에 허용되는 것이므로,단순한 일반적인 주장만으로서는 부적법한 헌법소원(헌결1991년9월16일, 89헌마163)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국구의원이 정당을 탈당함으로써 전국구의원에 缺員이 생겨 피청구인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청구인(강부자)에 대하여 의원직승계결정을 하여야 할 「義務가 있는가」의 與否가 쟁점으로 된다. 이 점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多數意見으로서, 자유위임하 국회의원의 지위는 전국구, 지역구에 차이없으며, 정당탈당시 별도 법률규정이 있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당연히 의원직을 상실하지는 않으므로 자연 전국구의원의 궐원이 생기는 것는 아니며, 따라서 중앙선관위에는 청구인에 대하여 전국구의원 승계결정을 할「작위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 공권력불행사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부적법, 각하하였다. 이에 대하여 反對意見은 지역구의원의 경우는 헌법의 자유위임 원칙상 법률규정으로도 의원직을 상실시킬 수 없으나, 전국구의원의 任意的 탈당시에는 「상실되어야」하고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국회는「헌법해석상」이러한 내용의 입법을 할 작위의무 즉 憲法上의 立法義務를 위배하므로, 그 입법부작위는 헌법에 위반하거나 합치되지 않는다고 한다. 3, 기본적으로 多數意見에 찬성한다. 의원지위는 전국구나 지역구나 같다는 점, 자유위임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규정에 의하여 그 지위득상을 정할 수 있는 立法形成權의 범위문제라는 지적등에 대해서이다. 따라서 지역구 전국구의원의 구별, 자유위임상 지역구의원은 법률규정으로도 의원직 상실은 안되나 전국구의원은 임의적 탈당시 당연 상실된다는 反對意見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다수의견의 논리전개는 一部 不明僚한 점이 있어서 이를 批判的으로 補完한다. 이점은 반대의견에도 타당하다 Ⅱ, 自由委任의 憲法上意味 1, 憲法規定과 自由委任 자유위임이란 개념이 지니는 내용이 先驗的으로 정해지는 말씀(dogma)으로 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전제는 개별헌법국가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 당연한 일이다. 1791년 프랑스헌법에서 「의원은 전국민의 대표자이고, 특정지역의 대표자가 아니며 의원에 대해서 위임을 부여할 수 없다」라는 규정이 품은 含意와 독일기본법(38조1항2문)의 「연방의회의원은 국민전체의 대표자이며 명령과 지시에 구속되지 않으며 자신의 양심에만 따른다」라는 조항의 外延등은, 우리의 제3공화국헌법(38조)에서 「의원이 임기중 당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한 때 또는 소속정당이 해산된 때에는 그 자격을 상실한다」라든지, 현행헌법상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헌45조),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헌46조2항) 그리고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헌7조1항)라는 규정이 품는 內包과는 당연히 「各 憲法國家의 個別的 特性」에 따른 法制的 差異가 있는 것이다. 자유위임의 의미 역시 우리의 헌법과 법제에 기존하는 내용을 지니는 것이며 ,그렇다면 자유위임이란 직접적으로 대표자의 지위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직무에 관련한 「遂行態度와 責務程度」에 대한 판단기준일 뿐이다. 2, 「自由委任」에 대한 憲裁 多數意見의 認識 그렇다면 대체「自由委任」의 實體는 무엇인가. 多數意見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즉 「헌법에서 국회의원을 전국민의 대표자라고 규정하면 자유위임제도를 채택하는 것」이며, 그 의미는 「의원은 선거모체인 선거구의 선거인이나 정당의 지령에 법적으로 구속되지 아니하며, 정당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한 양심에 따라 그직무를 집행하여야 하며, 국회의원의 정통성은 정당과 독립된 정통성」(헌재공보6, 331)이라고 정의내리는 것이다. 이 결정문을 보건대, 헌재는 自由委任을「선거인이나 정당지령에의 법적 불구속, 국가이익에 우선한 직무집행 그리고 정당과 독립된 국회의원의 정통성」으로 인식하는 듯 하다. 즉 국회의원등의 代表者가 그를 뽑아준 「선거인」이라든지 그를 공천하거나 전국구후보자명부에 기재토록 해준「정당」의 「지령」에 「法的으로」구속되지 않고 그 스스로의 「職務執行」을 오로지 「國家利益」을 우선하여 행할 수 있도록 하게끔 하는 것이 자유위임의 실체적 의미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헌재가 말한바 국회의원의 정통성은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정당과 독립된 정통성을 말하는 것이지 그 국회의원으로서의 資格 즉 「身分上 地位」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헌재다수의견은 국회의원의 「법적인 지위」는 「그 나라의 헌법과 국회의원선거법등의 법규정 즉 法制에 의하여 결정」되는 문제(헌재공보6, 331)라고 한 것이다. 따라서 自由委任하 국회의원의 地位는 정당탈당의 경우라도 「별도의 법률규정이 있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당연히 국회의원직을 상실하지는 않는다는 것(331)이다. 헌재 다수의견은 결국, 자유위임의 참 뜻을 국회의원이 그 직무집행을 행함에 있어서 오로지 국가이익을 생각하면서 할 것이지 자기를 뽑아준 선거인이나 추천해준 정당의 이익을 위해 일해서는 아니된다는 점에 두고 있다. 따라서 헌재가 말하는 국회의원의 정통성이란 직무집행에 있어서 全國民을 代表한다는 의미에서의 그것이지 그「議員職의 正統性」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해야 하리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헌재는 「헌법 제7조1항, 제45조, 제46조제2항등이 자유위임을 정한규정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또한 제8조제3항, 제41조제3항의 규정이 있더라도 그것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하는 내용은 아니다」고 본 것이다. 3, 多數意見의 妥當性 위 憲裁 多數意見은 옳다고 본다. 그 論據는 다음과 같다. 黨籍과 議員地位를 따지는 일은 의회정에 대한 규범적 검토를 전제로 하는 바, 그것은 바로 지금의 국회의 진정한 국민대표자성 여부와 그 권능수행 정도의 검토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때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헌41조1항, 7조1항)을 지는 국회의원의 헌법상 지위는 국회구성기관으로서 자유위임에 기한 정치적 대표라는 國民代表者(또한 정당원이나 원내교섭단체 구성원이기도 하다)인 바, 여기서 그「자유」라든지 「정치적」이란 말의 含意는 선거권자인 국민대중의 주권적 기속으로부터의 단절이 아니라 의원의 정통성 성실성 정직성에 대한 제도적 보장(이점 92헌마153의 반대의견도 인정하고 있다)에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주권자인 국민의 의원선출 이후의 의회정성패는 의원들의 정치윤리에의 방임이 아니라 지속적인 主權的統制를 중심으로, 국민과 그 대표자의 하나인 국회의원에 대한 대표관계 실질의 확보를 위한 자유위임의 이론구성에 있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여기서 당적과 의원지위간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민대표자로서의 의원지위와 정당원으로 서의 의원지위 충돌이론이 아니라 국민대표자라는 의원지위가 지속적으로 국민주권에 조화되느냐의 여부를 검토하는 논리에 두어야 한다. 의원에 대한 정당기속성여부는 정당자체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르고 그 활동범위도 민주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에 국한되는 제도적 권력체이기에 결국 의원이 국민대표자로서 국민주권과 민주법치국가성에 어느 정도로 기속되느냐의 여부에 환원되는 것이다. 당적변경 의원의 자격상실 여부와 헌법적 책무, 실질적 국민주권과 자유위임등에 대하여는 후에 논문형식을 빌어 밝히고자 한다.
1995-04-10
소위「위장취업」과 업무방해죄
法律新聞 第2268號 法律新聞社 소위「爲裝就業」과 業務妨害罪 朴相基 ============ 15면 ============ 大法院1992年6月9日宣告,91도2221判決 Ⅰ,사건개요 피고인은 노동운동을 할 생각으로 노동현장에 취업하기 위하여 고려상사 주식회사가 공원모집을 하자 자신이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학력과 국가보안법 위반죄의 처벌전력 때문에 쉽사리 입사할 수 없음을 알고 ,공소외 장기환 명의로 허위의 학력과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를 작성하고,위 장기환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등을 작성 제출한 다음 ,중학교2, 3학년 수준의 객관식 문제와「노사분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주관식문제를 출제한 시험에 합격하여 입사한 사실임.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원심판결과 같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인정하고 피고인의 상고를 아래와 같은 이유로 기각하였다. 2,판결이유 회사가 공원모집을 함에 있어 학력,경력을 기재한 이력서와 주민등록등본,생활기록부 및 각서 등 서류를 교부받고 ,응모자를 상대로 문제를 출제하여 시험을 보게 한 것은 단순히 응모자의 노동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노사간의 신뢰형성 및 기업질서유지를 위한 응모자의 지능과 경험,교육정도,정직성 및 직장에 대한 적응도 등을 감안하여 위 회사의 근로자로서 고용할만한 적격자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료를 얻기 위함인 것으로 인정되는 데 피고인이 노동운동을 하기 위하여 노동 현장에 취업하고자 하나,자신이 대학교에 입학한 학력과 국가보안법 위반죄의 처벌전력 때문에 쉽사리 입사할 수 없음을 알고 ,타인명의로 허위의 학력과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를 작성하고 ,동인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등 서류를 작성 제출하여 시험에 합격하였다면 ,피고인은 위계에 의하여 위 회사의 근로자로서의 적격자를 채용하는 업무를 방해하였다. 【평 석】 1,業務妨害罪의 성격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입법적 목표가 무엇 인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견해의 대립이있다. ①財産罪說 이는 업무방해죄의 성격을 사람의 경제적 생활관계를 보호하는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劉基天,각론 上,1백68면).그 이유로서는 업무방해죄가 信用 및 競賣에 관한 죄와 함께 규정되어 있다는 입법체계적 이유와 業務의 보호는 재산을 보호하려는 목적달성의 한 수단으로서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②自由 保護說 업무방해죄의 본질을 사람의 자유로운 행위의 적정행사를 저해 하는 데에 있다고 보아 자유와사회의 안전에 대한 죄의 일종으로 파악하는 견해이다(徐壹敎 각론,1백11면이하. ③財産 및 自由 保護說 이 학설은 재산죄적 성격을 업무방해죄의 속성으로 보면서도 이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생활의 복잡화에 따라 업무의 영역이 확대되는 현실에서 업무방해죄는 사람의 사회적활동의 자유를 경제적 측면에서 보호하려는 것으로 파악하게 하며 ,통설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李在祥, 형법각론,2백2면; 姜求眞, 각론Ⅰ, 2백31면; 金鍾源, 각론(上), 1백64면; 鄭盛根,각론,2백33면). 그러나 이 견해는 결국 재산죄로서의 성격은 사람의 활동의 자유라는 전체의 한 부분요소라고 봄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유보호설의 입장과 대동소이한 시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④대법원 판례의 입장 대법원 판례에 나타난 업무방해죄는 대부분 경제적활동의 자유침해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大判 1992년3월31일,92도58참조).그러나 한편으로는 업무방해죄를 자유로운 행위의 적성 행사를 보호하는데에 있다고 보는 관례를 남기고 있다.그 결과 업무방해죄의 인정범위가 확대되는 경향을 나타내는데 예를 들면 유림총회 회의개최를 방해한 경우 (大判 1991년 2월12일90도 2501).대학원 입학시험문제를 유출한 사실에 대하여 입시감독업무방해를 인정한 예(大判 1991년 11월22일, 91도2211), 회사경비원들의 출입통제업무를 방해한 경우 (大判 1991년 9월10일,91도 1666)등에 각각 업무방해죄를 인정하였다. 2,「業務」의 형식적 개념과 保護法益 형법상 業務라 함은 사람이 그 社會生活上의 地位에 기하여 직업 또는 繼續的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며 ,주된 업무뿐만 아니라 이와 밀접 불가분한 관계에 있는 부수적인 업무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판례와 통설의 입장이다(大判 1989년 9월12일,88도 1752; 李在祥, 형법각론 2백3면; 鄭盛根, 각론,2백33면 참조, 이에 대하여 姜求眞, 각론Ⅰ, 83면 이하 는「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성」을 추가 한다.그러나 이러한 개념 규정은 부분적으로는 타당하다고 볼 수 있으나 형법상의 모든「業務」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본다.그 예가 業務妨害罪나 業務上 背任罪등이다). 즉「社會的地位」와「繼續性」이 중요한 개념 요소이다.그리고 학설에서는 이러한 업무를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형법 제314조(업무방해죄)가 정하는 業務는 保護法益이라기보다는 保護의 業象이라고 보아야 한다.왜냐하면 업무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아니라 업무보호를 통하여 업무의 실질적 내용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이는 마치「競賣·入札放害罪」의 보호법익이 경매나 입찰 그 자체가 아니라 경매와 입찰의 公正性인 것과 같다. 그러므로 「사회적 지위」와「계속성」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방해죄에서의 「業務」개념은 형법상「業務」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들에 내포된 공통요소에 불과한 형식적 의미를 지닐뿐이며 본죄의 보호법익 그 자체라고는 할 수 없다. 3,「業務妨害」의 의미 업무방해죄는 抽象的 危險犯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姜求眞, 각론Ⅰ, 2백36면; 李在祥, 각론, 2백6면; 鄭盛根, 각론 2백33면)판례의 입장 또한 이와 같다.학설에서는 업무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상태의 조성만으로도 업무방해죄는 성립한다고 본다.즉「業務妨害」는 업무집행자체에 대해 위험을 초래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며 ,현실적인 업무방해를 통한 결과 발생의 위험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姜求眞, 각론Ⅰ,2백36면참조)그러나 危險犯에서의 위험이란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에 대한 위험을 의미하는 것이며 (李在祥, 총론, 71면; 李炯國, 총론연구Ⅰ,1백3면; 裵鍾大, 총론, 2백12면 등.이에 대해 行爲 客體에 대한 침해의 위험이 있으면 위험범이라고 하는 견해가 있다. 金日秀, 한국형법Ⅰ, 3백51면; Roxin AT,§11´Rn 122 참조,그러나 침해범과 위험범의 구별은「법익」보호에 대한 程度의 차이를 기준으로 하므로 대상은 보호법익이어야 한다고 본다.즉 위험범은 구성요건의 형식적 침해행위와 그로 인한 보호법익의 침해위험성을 내용으로 한다).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실현자체의 위험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그러므로 업무방해라는 형식적(현실적)침해행위는 있어야 하는 것이다.이렇게 본다면 업무방해의 위험성은 업무집행 자체에 대한 위험성이 아니라 업무집행 자체를 현실적으로 방해함으로써 업무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위험성으로 파악하여야 한다.이는 전형적인 위험범인 放火罪에서의 위험이 목적물에 대한 燒몰 의 위험성이 아니라 燒■을 통하여 공공의 안전과 평온을 해칠 위험성을 위미하는 것과 같다. 4, 判例의 검토 (1)소위「僞裝就業」의 문제점 「위장취업」은 노사관계의 합리적 정립이 확립되지 못하고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 나타난 현상 이다.이러한「위장취업」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함으로써 노동운동가의 사업체 침투를 초기 단계에서 봉쇄하고 궁극적으로는 산업현장의 노사분규를 막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여기에서 우선 검토되어야 할 것은 노동 운동의 목적이 갖는 형법적 의미이다.다음으로는 회사의 취업업무가 방해되었는가의 문제이다.본 판례는 학력·경력사칭행위를 함으로써 회사의 채용업무를 방해하였다고 판시하고 있다.그렇다면 본 판례의 사안에서 피고인이 취업시 자신의 경력과 학력사칭을 통하여 지원자가 노사간의 적임자인가의 여부에 대한 회사측의 판단을 방해하였는가의 점이다.다음으로는 회사의 채용업무의 성격에 비추어볼 때 이 업무가 형법적 보호의 대상인가 하는 점이다. (2)勞動運動의 目的과 불법성 노동운동을 목적으로 하면서 이를 감추고 취업한다면 언제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인가?본 판례는 판시하기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誤認,錯覺또는 不知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며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였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이러한 논지에서 노동운동의 목적을 가진 사실은 곧 노동자로서의 정권한 업무수행의사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결론으로 연결시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勞動條件의 개선 기타 근로자의 정당한 이익의 주장을 목적으로 자주적으로 단체를 조직하고 ,단체의 이름으로 사용자와 교섭을 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집단적으로 시위행동을 할 수 있는 소위 勞動3權을 내용으로 하는 노동운동은 헌법 (제33조제1항)과 노동조합법,노동쟁의 조정법등 관계법령에 의하여 인정되어 있는 바이다.그리고 회사취업시 노동운동의 목적을 회사측에 대하여 알릴 의무를 사실상 강요하는 僞計判斷은 헌법상 보장된 良心의 자유(제19조)까지도 침해한다고 본다.良心의 자유는 인간 內面世界에서 형성·결정된 양심의 표명을 직접·간접으로 강요당하지 않는 良心을 지키는 자유를 포함하기 때문이다(許營, 한국헌법론, 3백78면 이하참조). (3)학력·경력사칭자체가 업무방해 행위인가? 工員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데에 대졸학력이 불필요한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고학력이 업무수행에 불필요할지 모르나 부적격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저학력 사칭자체가 업무방해행위는 아니다.그리고 단일경력이나 학력을 사칭하여 취업하였으나 노동운동을 목적으로 취업하지는 않는 경우 ― 또는 취업후 사내에서 노동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에도 업무방해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한다. 만일 행위자가 일정수준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하여 이에 상응하는 고학력을 사칭하였다면 회사의 업무처리 능력미달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고용계약 체결시 계약위반의 문제는 제기될 수 있으나 이러한 행위만을 이유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은「…허위의 사실로써 출원하여 이를 오신한 행정관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더라도 그 인·허가는 행정관청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이고 출원자의 위계로 인하여 공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大判 1988년9월27일, 87도 2174)고 판시하고 있다.이의연장선상에서 회사의 취업업무를 볼 때 취업희망자는 지원서류의 접수만으로 당연히 취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측이 갖고 있는 銓衡權에 의해 실질적으로 심사되는 것이다. 나아가서 검토되어야 할 문제는 회사측이 피고 ============ 13면 ============ 인 (지원자)의 경력이나 학력사칭으로 인하여 취업의 動機(內心의 意思)를 밝힐 수 있는 단서를 간과하였는데 이것도 업무방해행위는 아니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전과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또한 마찬가지이다.만일 취업을 원하는 사람에게 전과사실을 포함하여 자기의 과거행적을 회사측에 낱낱이 알리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된다면 특히 전과자의 취업은 사실상 원천봉쇄되어야 한다는 것과 같다. 이상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취업을 위하여 경력을 사칭한 사실이나 노동운동의 목적자체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행위로 볼 수 없으며 ,취업 후 근로자의 노동운동이 정당성을 유지 하였는가의 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위 판례의 경우에도 피고인 일단 채용한 이상 채용당시의 근로자의 내심의 목적이나 학력·경력사칭이 아니라 노동운동의 適法性이나 正當性이라는 측면에서 판단할 문제이다. (4)형법적 보호대상으로서의 業務와 採用業務 형법상 보호되는 업무는 형법상 보호할 가치있는 업무여야 할 것이다.이러한 제한은 특히 업무가 갖는 廣義性과 이로 인한 업무방해죄의 처벌범위의 확대 위험성 때문에도 필요하다.그러면 회사의 채용업무는 이에 해당하는 업무인가? 만일 회사의 채용업무자체가 위력에 의한 출입구 봉쇄나 위계등에 의한 방해행위(僞計에 의한 업무방해의 예를 들면 노동쟁의 조정위원회가 회사의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휴무를 결정한 후 유인물을 배포하여 유급휴일로 오인한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아니하여 공장의 가동을 불가능하게 한 경우가 있다.大判 1992년 3월31일, 92도58)로 인하여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고 단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적격자인가의 여부를 판단하는 內部的 審査行爲를 방해받았다면 이는 형법상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위 판례의 경우가 그러하다. 5,맺는말 소위「僞裝就業」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결국 행위자의 의사―여기에서는 노동운동의 목적―를 이유로 처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이를 위하여 판례는 노동운동의 결과를 토대로 하여 취업당시의 행위와 내심의 의사를 소급적으로 단죄하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태도는 각양각색의 취업목적―이러한 목적은 회사가 원하는 종업원의 태도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도 많다―을 결과적인 근무태도와 연결시켜 업무방해죄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전체적으로는 노동운동목적의 취업행위자체를 범죄시 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운동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모순을 내재한 판결이라고 본다.그러므로 노동쟁의와 관련하여 사후적으로 제기되는「위장취업」의 문제는 취업당시의 목적의 不純性을 추적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로서의 정당한 노동3권의 행사인가 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또한「僞裝就業」을 추적 처벌하여「산업평화」를 달성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이는 불합리하고 과도한 형사처벌확대의 위험성을 안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재가 꼭 필요하다면 입법적 해결을 통한 새로운 법적도구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1993-11-29
「발행지」의 기재가 흠결된 어음
法律新聞 2070호 법률신문사 「發行地」의 記載가 欠缺된 어음 일자:1991.4.23 번호:90다카7958 鄭燦亨 高麗大 法大 副敎授, 法學博士 ============ 15면 ============ 【事實關係】 Y는 1987년10월5일 A에게 額面 金6백만원, 支給期日(滿期) 1987년11월28일, 支給地 서울특별시, 支給場所 주식회사 한일은행 무교지점, 發行日 및 發行地는 모두 白地로 된 약속어음 1장을 발행하였다. A는 1987년10월경 X에게 위 약속어음을 被背書人을 백지로 하여(背書)讓渡하고, X는 (被背書人을 보충한 후) 다시 1987년10월경 위 약속어음을 B에게 배서양도하였다. B는 支給期日(1987년11월28일)에 위 약속어음상의 발행일만을 1987년8월29일로 보충기재하고 發行地는 보충하지 아니한 채 지급장소에서 이를 支給提示하였으나 被詐取로 지급거절되었다. 그후 X는 1988년12월경 B에게 위 어음金을 지급하고 위 약속어음을 환수하여, Y에게 어음金支給請求를 하게 된 것이다. 위 事案에 대하여 원심인 서울民事地方法院 합의부(1990년1월17일선고, 89나21776판결)는, 약속어음의 背書人은 적법하게 자신의 遡求義務를 이행하고 所持人으로부터 약속어음을 환수한 때에만 어음所持人으로서 發行人에 대하여 어음상의 權利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遡求義務를 부담하지 않는데도 所持人의 상환요구에 응하여 어음金을 지급하고 약속어음을 취득한 경우에는 어음소지인으로서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X는 Y에게 어음상의 權利를 행사할 수 없다고 判示하였다. 【大法院判決要旨】 약속어음의 發行人은 어음金의 主債務者로서 그 어음상의 權利者에 대하여 절대적 최종적으로 支給責任을 진다고 할 것이고 또 어음의 소지인이 어음상의 遡求權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그 어음상의 權利者임이 證明된 때에는 어음의 발행인에 대하여 어음금을 請求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B가 發行地가 보충되지 아니한 어음을 支給提示한 이상 이는 적법한 지급제시라고 할 수 없으므로 X는 B에 대하여 遡求義務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X가 B에게 위와같이 어음金을 지급하고 어음을 취득하였다 하여도 그 어음상의 遡求權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X가 B에 대하여 어음金을 지급하고 어음을 환수한 것이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意思의 합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X는 어음상의 정당한 權利者라 할 것이며 따라서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Y에 대하여 그 어음金의 支給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評 釋】 1. 序 言 이 사건에서 X가 發行地를 보충한 후 Y에게 어음金을 지급청구하였는지 또는 發行地를 보충하지 않고 Y에게 어음金을 지급청구하였는지 여부가 判決文上 명백하게 나타나 있지 않으므로 편의상 두가지로 나누어서 고찰하겠다. (1) 만일 X가 發行地를 보충한 후 Y에게 어음金을 지급청구하였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Y는 위 약속어음의 發行人으로서 主債務者이므로 滿期(1987년11월28일)로부처 3년(時效期間)까지 어음債務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X가 발행지를 보충하지 않고 Y에게 支給提示하여 Y가 要件欠缺을 이유로 지급거절을 하면 X는 時效期間內에 발행지를 보충한후 다시 지급제시하여 지급받을 수 있다(同旨: 大判 1971년7월20일, 71다1070). 다만 Y는 지급제시일의 익일부터 遲滯責任을 부담하며(大判 1960년6월9일, 4292民上778外), X가 어음금의 지급을 裁判上 請求하는 경우에는 「訴狀이 Y에게 送達된 때」에 지급제시와 동일한 效力이 있다(大判 1959년2월19일, 4290民上588). (2) 만일 X가 發行地를 보충하지 않고 Y에게 어음금을 支給請求하였다면 Y는 어음債務를 부담하는가? 만일 大法院이 이 경우에 Y의 어음債務를 인정하였다면 主債務者에 대한 권리행사에 있어서 발행지를 어음요건으로 보지 않은 判決을 한 것으로 매우 획기적인 판결이며 또한 遡求權에 관해서는 發行地를 어음요건으로 보면서 主債務者에 대한 權利行使에는 發行地를 어음요건으로 보지 않은 것으로 그 자체 모순된 판결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구체적 사실관계가 어떠하든 이러한 판결을 통하여 어음(手票) 要件으로서의 發行地의 의미를 재음미하여 보고자 한다. 이 문제는 또한 이 사건에서 B가 지급기일에 단지 발행지만을 보충하지 않고 Y에게 지급제시한 것을 적법한 지급제시가 없었다고 하여 X가 B에게 어음金을 支給한 것이 無權利者(遡求權이 없는 者)에게 지급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와도 관련된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발행지의 기재가 欠缺된 어음의 소지인의 地位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겠다. 필자는 이미 어음(手票) 要件으로서 「發行地」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그 이유를 상세하게 피력한 바 있었는데(拙稿, 『어음·手票要件으로서의 「發行地」의 再檢討』, 「民事判例硏究(VII)」, 民事判例硏究會編(經文社刊), 1985, 118∼148면: 同, 「事例硏究 어음·手票法」, 法文社, 1987, 213∼222면), 이번에 서울南部支院의 朴鍾衍판사가 필자와 同旨의 내용으로 法律新聞(제2061호(91년9월16일) 및 제2062호(91년9월19일))에 『發行地·受取人 등의 기재가 누락된 경우 약속어음·手票所持者의 救濟方案』에 대하여 쓴 글을 읽고 매우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이 문제가 論議되기를 바란다. 2. 「發行地」의 機能 (1) 發行地(發行人의 명칭에 附記한 地를 포함)의 기능은 한마디로 어음상의 權利와는 거의 관련이 없고 다만 準據法을 정하는데 있어서 일응 推定力을 가지는데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어음法과 手票法상에 몇군데에서 發行地의 기능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대체로 발행지와 지급지의 국가가 다른 경우에 의미가 있는 규정이다(어음法 제37조, 제41조4항, 手票法 제29조, 제30조, 제36조4항, 제48조, 제65조등). (2) 따라서 우리나라의 通說은 발행지의 표시방법에 대하여 「準據法의 단일성을 害하지 않는한 발행지의 單一·確定性은 요구되지 않고 어떠한 기재도 무방한 것으로, 넓게는 韓國이라는 기재도 적법하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어음(手票)의 전체로 보아 國內어음(手票)이 틀림없는 경우에는 발행지의 기능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된다. 우리 大法院도 이와 同旨로 「手票法 제1조에 규정된 手票要件중 발행지는 국내수표의 경우에 실제적 의의가 없는 요건으로서 그 기재의 有無는 手票의 流通證券으로서의 실제적 기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大判 1983년5월10일, 83도340). 3. 「發行地」에 관한 立法例 (1) 제네바 統一法系에 속하는 국가의 어음(手票)法에서는 발행지를 어음(手票) 要件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英美法系에 속하는 국가의 어음(手票)法에서는 이를 어음(手票) 要件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즉 영국의 換어음法은 발행지를 어음(수표)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發行地의 기재가 없음을 이유로 換어음이 無效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明文規定을 두고 있다(B.E.A. §4(a)(c)). 美國의 統一商法典 제3장도 발행지를 어음(수표)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수표)의 경우에도 그 證券의 流通性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明文規定을 두고 있다(U.C.C. §3-112(1)(a), §3-114(1)). (2) 英美法系 국가의 立法 이외에도 1988년에 제정된 國際換어음 및 國際約束어음에 관한 유엔協約에서도 「發行地」를 어음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同協約 제3조 1항 및 2항 참조). (3) 日本의 舊商法(어음編)에서도 換어음 및 手票의 「發行地」를 어음(수표)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았으나, 統一法을 채택한 후에는 어음(수표)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네바統一法의 제정시에도 「發行地」를 어음(수표) 요건으로 규정함에 반대하는 견해가 있었다. 4. 어음(수표) 요건으로서의 「發行地」의 해석 (1) 發行地에 관한 기능 및 立法例가 위와같을진대, 본의아니게 발행지만이 누락된 어음을 어음法 및 手票法의 條文에만 구속되어 기계적으로 無效로 보거나 또는 同어음에 의한 權利行使를 無效로 보는 것은 아무래도 당사자의 본래의 의사에도 反하고 또한 구체적 타당성에도 反한다고 본다. 실제 거래실무에서도 발행지가 欠缺된 어음(수표)이 無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전무하고 대개는 訴訟을 제기하였다가 敗訴를 당하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심지어는 은행이 발행하는 자기앞수표조차도 發行地가 欠缺된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朴鍾衍, 前揭法律新聞, 제2061호, 14면). 더욱이 발행지를 보충하지 않고 支給提示를 하는 어음소지인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경제적 능력이 없는 者이거나 또는 어음의 기재사항에 손을 대면 안된다는 것으로 아는 아주 정직한 者들이라는 것이다(朴鍾衍, 前揭法律新聞, 제2062호, 10면). 어음法이 이러한 者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이러한 선량한 시민을 희생하고 어음債務를 면탈하고자 어음의 要式性을 악용하여 고의로 發行地를 기재누락시켜 어음을 발행한 者를 보호하는 근거법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무래도 구체적 타당성을 심히 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解釋論으로는 국내어음의 경우 어음上의 權利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發行地만의 기재가 없는 어음을(白地어음으로 推定할 필요없이) 과감히 有效어음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그 근거에 대하여는 ① 어음面上 發行地의 기재의 해석을 아주 완화하여 해석할 수도 있고 ② 어음法 제76조 3항(手票法 제2조 3항)을 類推適用하여 支給地(또는 支給場所)가 발행지를 보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大判 1968년9월24일, 68다1516은 이에 대하여 반대하는 취지로 명백하게 判示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으면 안되는지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다) ③ 위 ① 또는 ②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라도 發行地가 어음行爲의 準據法을 정하는 표준으로서 당사자에게 명백한 경우에는 이러한 發行地의 기재의 立法目的에서 보거나 어음行爲有效解釋의 原則에서 보거나 구체적인 발행지의 기재가 없어도 有效한 어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大法院에서도 發行地가 記載欠缺된 手票에 대하여 종래의 判例를 변경하여 「發行地 기재요건이 欠缺된 수표라도 유통되고 있는 이상, 手票法上 有效한 手票는 아니나, 不正手票團束法 제2조 제2항의 적용대상의 부정수표에 해당한다」고 判示한바 있는데(大判 1983년5월10일, 83도340), 이는 부정수표의 의미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수표요건의 하나인 발행지의 의미에 대하여 종래와는 달리 평가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2) 立法論上은 어음(수표) 要件에서 「發行地」가 마땅히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어음(수표)법의 관계조문은 조속히 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내용의 개정은 경제현실과도 일치시키는 것이며 또한(적어도 국내 어음·수표의 경우) 法理論的인 면에서나 不作用의 우려의 면에서나 문제가 없기 때문에 조속히 개정하여 하루빨리 부당한 被害者의 양산을 방지해야 한다고 한다(朴鍾衍, 前揭法律新聞, 제2062호, 10면). 5. 結 語 (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發行地를 어음요건으로 보지않으면 B가 支給期日에 발행지만을 보충하지 않고 Y에게 지급제시한 것은 지급제시기간내의 적법한 지급제시가 된다. 따라서 이때 X가 B에 대하여 遡求義務를 이행한 것은 적법한 것이 되며, X는 (발행지를 보충하지 않고도) 자기의 前背書人에 대하여 再遡求權을 행사할 수 있음은 물론 主債務者인 Y에게 당연히 어음상의 權利를 행사할 수 있다. (2) 發行地를 어음要件으로 보더라도 이 사건에서 X는 滿期로부터 3년까지 발행지를 보충하여 主債務者인 Y에게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만일 이 사건에서 발행지를 어음요건으로 본 것을 전제로 X는 再遡求權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하면서, 발행지를 보충하지 않고 Y에게 同어음을 지급제시한 것은 적법하다고 하였다면 이는 다시 發行地를 어음要件으로 보지 않은 것으로서 論理에 있어서 그 자체 모순이 있다 할 것이다. 
199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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