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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⑧ 조례에서 정한 수도시설 분담금의 근거 법률과 법적 성질 및 납부의무자인 주민의 의미
대상판결은 수도급수 조례에서 정한 시설분담금의 법률상 근거와 법적 성질을 밝히고, 분담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과 합리적 기준의 적용을 통해 분담금의 납부의무자인 주민의 의미를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Ⅰ. 사실관계 1. 원고(주식회사 ○○건설)는 울산광역시 중구 일원 2,797,067㎡에 혁신도시를 건설하는 택지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이라 한다)의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그 사업지구의 일부인 24,271㎡(이하, ‘이 사건 사업지구’라 한다)를 매수하여 아파트 및 상가를 신축·분양하는 주택건설사업을 하였다. 2.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을 위해 설치된 상수도시설만으로는 이 사건 사업지구에 수도공급이 불가능하게 되자, 원고는 이 사건 사업지구에 아파트 및 상가(이하, ‘이 사건 아파트 및 상가’라고 한다)를 신축한 후 2014. 6. 13. 피고(울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중부사업소장)에게 신규 급수시설공사를 신청하였다. 3. 피고는 위 급수시설공사 신청을 승인하면서 구 울산광역시 수도급수 조례(2014. 11. 6. 울산광역시 조례 제14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5조 제1항에 따라 2014. 6. 16.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 및 상가에 관한 시설분담금을 부과하였다. 4. 구 울산광역시 수도급수 조례는 ‘시설분담금’에 관하여 정수장·가압장·배수지·송수관 등 수도시설에 소요된 건설비를 전용급수설비의 신설 또는 급수관의 구경확대 공사를 신청하는 자로부터 징수하는 분담금으로 정의하였고(제2조 제5호), 그 산정기준은 급수관의 구경 크기에 따라 특정한 금액이 정해져 있었다(제15조 제1항).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수도법 제71조 및 수도법 시행령 제65조에서 정한 ‘원인자부담금’은 주택단지 등의 시설이 설치됨에 따라 상수도시설의 신설·증설 등이 필요한 경우에 그 원인을 제공한 자를 상대로 새로운 급수지역 내에서 설치하는 상수도시설의 공사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고, 구 지방자치법(2021. 1. 12.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38조, 제139조 및 이에 근거한 조례에서 정한 ‘시설분담금’은 이미 상수도시설이 설치된 급수지역 내에서 전용급수설비의 신설 등 새롭게 급수를 신청하는 자를 상대로 기존 상수도시설의 잔존가치를 기준으로 그 공사에 소요된 건설비를 징수하는 것이어서, 각각 근거 법령, 부과 목적·대상, 산정기준 등을 달리한다. 2. 구 지방자치법 제138조에 따른 분담금 납부의무자인 ‘주민’은 구 지방세법(2020. 12. 29. 법률 제177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 정한 균등분 주민세의 납부의무자인 ‘주민’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의미이므로, 법인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안에 주된 사무소 또는 본점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사업소’를 두고 있다면 구 지방자치법 제138조에 따른 분담금 납부의무자인 ‘주민’에 해당한다. 따라서 어떤 법인이 특정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적·물적 설비를 갖추고 계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재산 또는 공공시설의 설치로 특히 이익을 받는 경우에는 구 지방자치법 제138조에 따른 분담금 납부의무자가 될 수 있고, 구 지방자치법 제138조에 따라 분담금 제도를 구체화한 조례에서 정한 부과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이중 부과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조례에 따라 분담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수도급수 조례에서 정한 시설분담금의 근거 법률과 법적 성질 대상판결의 원심(부산고등법원 2020. 11. 25. 선고 2020누21159 판결)은 구 울산광역시 수도급수 조례에서 정한 시설분담금의 법적 성질을 수도법 제71조에 근거한 상수도원인자부담금으로 보았으나, 대상판결은 시설분담금의 법률상 근거를 구 지방자치법 제138조 및 제139조라고 밝혀 수도급수 조례에 따른 시설분담금의 근거 법률에 관한 앞선 판례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6두45240 판결 등)과 일치되는 입장을 취하였다. 구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는 그 재산 또는 공공시설의 설치로 주민의 일부가 특히 이익을 받으면 이익을 받는 자로부터 그 이익의 범위에서 분담금을 징수할 수 있으며, 분담금의 징수에 관한 사항은 조례로 정하도록 하였다(제138조 및 제139조 제1항). 이에 근거하여 구 울산광역시 수도급수 조례는 수도가 없는 지역에 새로 급수시설을 설치하는 신설공사를 신청하는 자는 시설분담금을 납부하여야 함을 규정하였다(제15조 제1항). 한편 부담금관리 기본법은 이 법에서의 부담금을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행정권한을 위탁받은 공공단체 또는 법인의 장 등 법률에 따라 금전적 부담의 부과 권한을 부여받은 자가 분담금, 부과금, 기여금, 그 밖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없이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는 조세 외의 금전지급의무’로 정의하고, 구 지방자치법 제138조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공공시설의 수익자 분담금을 이 법의부담금으로 규정하고 있다(제3조, [별표] 72.). 따라서, 현행법의 규정 내용과 대상판결의 입장에 따를 때, 수도급수 조례에서 정한 이 사건 시설분담금은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분담금이자 부담금관리 기본법에 따른 부담금에 해당하며, 부담금관리 기본법은 구 지방자치법 제138조에 근거한 분담금을 수익자 분담금으로 규정하고 있다(제3조, [별표] 72.). 따라서 시설분담금의 부과·징수는 지방자치법과 부담금관리 기본법 및 근거 조례의 부과원칙과 요건 및 절차를 준수해서 행해져야 한다. 이에 따라 대상판결의 중요한 쟁점이 된 원고가 지방자치법상 분담금 납부의무자인 주민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부과요건이 검토되어야 한다. 그 밖에도 부담금관리 기본법에 따라 부과요건 및 권리구제 절차가 부담금 부과의 근거 법률에 규정되어야 하며, 이중부과가 행해져서는 안 된다. 특히, 분담금 부과요건에 관한 법률유보원칙 및 위임입법의 한계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지방자치법 제138조 및 제139조를 일반법적 위임의 근거로 보아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완화를 인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법에 근거하여 분담금을 정하는 조례는 위임의 근거인 구 지방자치법 제138조 및 제139조가 규정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분담금 부과·징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조례로써 규율할 수 있는 포괄적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하겠다. 또한 대상판결은 오랫동안 법적 성질과 중복성 문제가 제기되었던 수도법 제71조에 따른 원인자부담금과 구 지방자치법 제138조와 제139조 및 관련 조례에 근거한 시설분담금은 각각 근거 법령, 부과 목적·대상, 산정기준 등을 달리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수도급수 조례에서 정한 시설분담금의 법률상 근거를 관련 사건의 판결에서와 같이 구 지방자치법 제138조 및 제139조라고 하여 수도시설분담금 근거법령의 체계를 명확히 하고, 수도법에 따른 원인자부담금과 근거 법령, 부과 목적·대상, 산정기준 등을 달리한다고 봄으로써 오랫동안 중복성 문제가 논의된 바 있는 양자의 관계를 밝혔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분담금의 납부의무자인 주민의 의미 구 지방자치법 제138조는 분담금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자를 주민에 한정하였으며, 제12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안에 주소를 가진 자’가 그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 된다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원고에게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분담금을 부과·징수하기 위해서는 ① 자연인이 아닌 법인이 분담금 납부의무자로서 주민에 포함되는지, ② 법인도 주민에 포함될 수 있다면 원고가 울산광역시의 구역 안에 주소를 가진 자에 해당하는지가 검토되어야 한다. 대상판결은 이에 대해 수도급수 조례에 따른 분담금 납부의무자에 대해 판단한 앞선 판결(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6두45240 판결)을 원용하였다. 2016두45240 판결은 지방자치법이 단일한 주민 개념을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자연인이든 법인이든 지방자치법상 주민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제도별로 제도의 목적과 특성, 지방자치법뿐만 아니라 관계 법령에 산재해 있는 관련 규정들의 문언, 내용과 체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보았다. 또한 민법 제36조가 ‘법인의 주소’를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로, 상법 제171조는 ‘회사의 주소’를 ‘본점 소재지’로 정하고 있으나, 구 지방자치법 제138조에 따른 분담금 납부의무와 관련하여 법인의 주소가 주된 사무소나 본점의 소재지로 한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지방자치법에 따른 분담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납부의무자인 주민은 지방세법상 균등분 주민세의 납부의무자인 주민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며, 따라서 법인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안에 주된 사무소 또는 본점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사업소’를 두고 있다면 납부의무자인 주민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구 지방세법은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소를 둔 법인을 균등분 주민세의 납부의무자로 규정하였으며(제75조 제1항 제2호), 사업소를 인적 및 물적 설비를 갖추고 계속하여 사업 또는 사무가 이루어지는 장소로 정의하였다(제74조 제4호). 대상판결과 관련 사건의 판결에서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분담금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주민에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이 포함되고, 법인과 회사의 주소에 관한 민법과 상법의 규정 내용을 넘어 지방세법상 균등분 주민세의 납부의무자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사업소를 둔 경우까지 해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은 분담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의 결과이자, 현행법 체계 내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한 타당한 해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3. 보론 입법론적으로는 분담금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자를 주민으로 제한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규정의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분담금 납부의무자를 주민에 한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산 또는 공공시설의 설치로 특히 이익을 받는 자로 하는 것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의 범위 내에서 위임의 근거인 지방자치법과 개별 조례 간 체계적 해석을 위해 보다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방자치법에 근거하여 분담금을 정한 개별 조례에서는 해당 분담금의 취지에 적합하게 법인을 포함하여 납부의무자를 보다 탄력적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산 또는 공공시설의 설치로 특히 이익을 받는 주민과 비주민 간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방자치법상 다른 지방공과금인 지방세, 사용료 및 수수료에 대해서는 납부의무자를 주민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은 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법 제155조 및 제156조 제1항에 근거한 조례에서 정한 분담금을 포함하여 지방자치단체 부담금의 관리에 대한 법제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 부담금관리 기본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부과하는 부담금도 이 법의 부담금에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제2조), 부담금의 신설, 변경 및 운용의 주체를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 하고 있다(제6조 제1항, 제6조의2 제1항, 제7조 제1항). 따라서 현행 부담금관리 기본법에 의하면 개별법령의 위임이 없는 경우 분담금 조례에 관한 포괄적 위임근거가 되는 지방자치법의 소관부처장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부담금의 관리주체가 되는데, 다양한 행정 분야의 지방자치단체 분담금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실질적인 관리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었던 수도법상 원인자부담금과 지방자치법에 따른 시설분담금의 중복성 문제도 환경부에 의해 주로 검토되었던 점은 이러한 사정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든 지방자치단체 분담금에 대해 개별법의 위임을 요구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보장을 위해서는 대상판결과 같이 지방자치법 규정을 포괄적인 위임의 근거로 하여 조례로 분담금을 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며,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 부담금의 실질적인 운용·관리체계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정비하여 중복부과 등의 문제를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현 교수(고려대 행정학과)
택지개발
시설분담금
수도급수조례
주민
임현 교수(고려대 행정학과)
2023-10-26
노동·근로
민사일반
적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공연 취소에 관해 업무방해 및 조업방해를 불인정한 판결
비록 파업으로 공연을 취소하였더라도 적법한 쟁의행위로 보아 업무방해 및 조업 방해를 불인정한 판결쟁의행위 과정에서 취소된 공연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최초 판결 1. 사실관계의 요지 원고 재단법인 강동문화재단은 지방출자출연법 및 강동구 조례에 의거 강동구가 출연·설립한 재단으로서 강동아트센터와 강동구 관내 공공도서관의 운영을 주 사업으로 하고, 피고들은 원고 재단의 근로자로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강동문화재단분회(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의 분회장 및 강동아트센터에 근무하는 무대·조명·음향·기계감독들이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0. 1. 강동문화재단 출범 이전의 호봉제 임금체계 복구 등을 주장하며 2021년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을 진행했으나 교섭이 결렬되자, 당시 상급단체인 서울일반노동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해 2021. 6. 21.자로 조정 종료 결정을 내렸고, 그 직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행위가 가결되어 있었다. 이후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1. 11. 11. 오후경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11. 12. 18:30시에 파업전야제 소집 공고를 올린 후, 2021. 11. 12. 오전경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소식지로 11. 13. (토)부터 11. 14. (일)까지 양일간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을 공고했다. 한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및 소극장에는 2021. 11. 12. (금) 저녁부터 같은 달 14. (일) 오후까지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고, 파업전야제가 예고된 2021. 11. 12. (금) 저녁 19:30시에는 각각 발레 <돈키호테>, 뮤지컬 <두근두근 움스프렌드> 공연이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피고들은 위 11. 12. (금) 저녁 파업전야제 참석에 관해 확답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18시경 대극장 및 소극장의 음향·조명·기계 등 장비 전원을 끄고 모두 퇴근했고, 원고 재단은 같은 날 15시경 ‘공연이 불완전한 상태로 진행되고 110% 환불을 하겠다’고 문자메시지로 공지했다가 17:58시경 발레 <돈키호테>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공지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이후 피고들은 2021. 11. 13. (토) 오전 11:30시경 노동조합의 양해 하에 파업을 중단하고 사업장에 복귀했으나 원고 재단은 이날 공연도 모두 취소한 상태를 유지했고(소극장 공연 1회차는 비공식 초청 공연으로 진행했다), 11. 14. (일) 예정된 공연도 모두 취소되었다. 해를 넘겨 2022. 1. 3. 원고 재단은 피고들에게 이 사건 소 제기를 하는 한편, 거의 동시에 업무방해죄 혐의로 피고들을 고소했다. 2. 원·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변론 전 과정에서 피고 1. 분회장이 파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나머지 피고들(공연감독들)과 순차 공모해 예정된 공연을 불가능하게 하도록 대극장과 소극장의 무대 메인 구동장치를 잠그고 철수함으로써 업무방해죄를 저지르고 원고 재단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가, 이후 이유없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퇴근함으로써 이를 다시 켜기 어렵도록 하는 방식으로 극장 장비의 사용을 불능케 했다고 주장했고, 이로 인해 공연 제작비용·티켓 환불 비용·재공연비용·지원금 반납금·장소변경에 따른 손해 등 합계 345,760,020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피고들은 파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극장 장비를 조작하는 등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조업방해’를 저지른 바가 전혀 없고, 공연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들이 연장근로를 할 의무 없이 퇴근하는 것은 위법하지 아니하며, 퇴근 시 각자 담당하는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는 것은 극장 장비의 전문적인 유지·관리의 일환으로 적법하고, 이는 ‘점유를 배제’하거나 ‘폭행·협박’ 등 노동조합법이 정하는 ‘조업방해’의 요건을 충족하지도 못하며, 원고 재단은 피고들이 18시경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하기 전에 이미 공연 취소 결정을 내렸으므로 손해를 야기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주장하였다. 변론과정에서 특별한 어려움 없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다시 켤 수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피고들이 각자 담당한 장비 전원을 켜서 시연하는 동영상도 제출했다. 담당 재판부는 변론 막바지에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양측 주장을 정리해보라’는 취지로 지휘했고, 이에 원고 재단은 다수의 근로자가 상호 의사연락 하에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해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저해하는 것 자체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며, 피고들은 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판결에 의거 이 사건 쟁의행위가 예측불가능하게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지 아니했으므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불성립한다고 주장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가. 피고들이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정시퇴근한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돌입 경과에 비추어 원고 재단이 당시 파업전야제 개최 및 전면파업 돌입이나 피고들의 파업 참여를 전혀 예측할 수 없지 않았고, 파업전야제 참가시에는 극장 장비 전원을 끄는 조치도 예상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각 공연이 취소되었고 원고 재단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단체행동권의 핵심인 쟁의행위에 의한 것이고 실제 재공연이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는 등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피고들의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나. 피고들이 집단적으로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을 한 것 자체가 위법한 조업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피고들이 공연을 앞두고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행위는 쟁의행위의 일환에 해당하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며 피고 또한 이것이 적법한 쟁의행위임을 다투고 있지 아니하는 점, 피고들이 극장 장비 전원을 끄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무력행사나 원고의 소유권 침해 등이 수반되지는 않았던 점, 극장 장비의 전원을 다시 켜는 데는 특별한 용법이나 장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원고 측이 이를 다시 켜서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쟁의행위의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들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공연 직전에 퇴근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쟁의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지 아니했다. 다. 선고 이후의 경과 대상판결은 증인신문 등을 거쳐 소 제기일로부터 약 1년 6개월만에 판결이 선고되었고, 선고 직후 원고 재단이 항소했다가 이를 취하해 확정되었다. 위 민사소송이 계속될 동안 동일한 사실관계로 고소된 업무방해죄 형사사건은 2022년 말 불송치결정이 내려졌지만 원고 재단의 이의신청으로 재수사를 거친 후 2023년 8월 현재 아직도 기소여부가 결정되지 아니했다. 이는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및 업무방해죄 기소가 제도적이고 현실적인 위력 행사의 수단으로서 여전히 유효한 실태를 확인해 주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가. ‘공연 취소’로 인해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에 대한 선례 이 사건 변론과정 및 관련 형사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원고 재단은 쟁의행위로 인해 발레·뮤지컬 등 공연이 취소된 경우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고, 이 사건과 같이 공연 직전인 약 1시간 30분 이전에 공연이 취소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파업중이라도 적어도 공연 진행만큼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공연을 장기간 준비한 공연단체 구성원들의 노력 등을 고려하면 그러한 주장에 일견 공감할 부분도 있고, 공연을 주요한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공연 자체가 취소된다면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도 보는 시각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주장이 타당하다면 공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 쟁의행위가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사용자의 업무 지장의 일환으로서 공연의 취소 내지 불완전한 진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마치 공연만큼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으로부터 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부당성을 피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비록 노무제공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면서 설시한 부분이기는 하나, ‘쟁의행위는 사용자의 업무에 어느 정도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기본권 행사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는 업무의 지장 초래가 당연히 불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점’을 분명히 확인했고, 이에 기초해 비록 예정된 공연들이 취소되었더라도 원고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었다고 인정하지 아니했다. 이와 같은 대상판결의 설시는, 업무방해죄의 위력 판단에 있어 헌법상 기본권 행사인 쟁의행위로 초래된 결과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도 보인다. 또한 적어도 앞으로 공연노동자의 노무제공 거부로 인해 공연 진행에 지장이 발생해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또는 불법한 쟁의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선례로서 의의가 있다. 나. 근로자가 관리하는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한 행위가 ‘조업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원고 재단의 주장으로 인해 특이하게도 민사소송에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면서도, 결국 피고들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정시에 퇴근한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금지되는 쟁의행위의 방법으로서 ‘조업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의의가 있다. 변론과정에서 피고들 또한 이 사건 쟁의행위의 정당성·적법성에 기초해 이로 인한 공연 취소에 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어야 하고(노동조합법 제3조), 피고들의 구체적인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금지되는 ‘조업방해’의 요건 즉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거나(제37조 제3항),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의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제38조 제1항)에 해당될 수 없음을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노동조합법 제38조 제1항의 조업방해는 그 대상이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해당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해야 성립할 것인데(대체근로자는 대상의 예외로 보아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 사건 피고들의 행위는 본래 자신이 관리하는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퇴근한 것일 뿐 노동조합법이 규정하는 조업방해의 방법 또는 이에 준하는 방식의 방해에 이를 수 없음을 강조했다. 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 인정 범위의 제한 비록 대상판결은 원고 재단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면서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해 구체적으로 판단하는데 나아가지는 않았으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판단하면서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일부 제한하는 듯한 판시를 남겼다. 원고는 이 사건 공연 취소로 인해 ① 기 투입된 제작비용, ② 취소된 공연의 판매액 및 추가 환불금, ③ 재공연 비용, ④ 반환해야 할 공연 지원금 상당을 손해로 주장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재공연이 이루어졌거나 예정되어 있는 이상 이 사건 각 공연의 순수 제작비용이 원고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공연으로 인한 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바 위 금액 전부를 원고가 입은 손해로 보기 어려워 보이는 점’이라고 판시하면서 제작비용을 손해로 불인정하는 한편 재공연 수익까지 손해 산정에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는 향후 유사한 공연 취소의 경우 뿐만 아니라 일정한 인적 용역의 결과물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의 손해 범위 판단에 관해 시사점을 제공하면서도, 만약 사용자가 임의로 재공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그로 인해 손해의 범위가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잔존가치가 측정될 수 있는 일정한 ‘재화’가 아닌 점에서 제작비용 전액이 손해로 계상되는 특성은 불가피할 수 있으나, 재공연을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소극적 손해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전부 손해로 인정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있다. 라. 원고 재단이 공연 취소를 스스로 결정한 점에 관한 판단의 한계 한편 피고들은 변론과정에서, 2021. 11. 12. (금) 오후경 원고 재단이 피고들의 파업 전야제 참여 ‘가능성’만을 인지한 상태에서 이미 당일 19:30시에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고 17:58경 관객들에게 공지했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결정과 피고들이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한 행위는 선후관계로나 인과관계상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러한 사실관계 판단에는 구체적으로 나아가지 않은 채, 다만 피고들의 적법한 쟁의행위의 일환인 파업전야제 참석으로 인해 원고 재단이 공연을 취소하게 되었다는 인과관계를 전제하고 손해배상책임을 판단했다. 원고 재단이 스스로 내린 공연 취소 결정은 피고들의 일부 내지 전부 근로제공 거부 가능성을 예상해 공연의 정상적인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고, 이는 사용자로서 내린 일종의 경영판단으로서 그에 대한 손해를 노동자들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당연히 부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에 관해 구체적으로 판단되지 아니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5. 결어 대상판결은 소극적 근로제공의 거부 및 이에 수반되는 관리행위로써 사용자가 예정된 공연을 취소해야 하는 등 업무상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또는 노동조합법상 조업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단체행동권의 행사에 의한 적법한 쟁의행위의 보장 차원에서 업무방해 및 조업방해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설시한 의의가 있다. 향후 공공영역·문화계 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영역에서도 적법한 행의행위와 조업방해를 구분하는 하나의 선례가 마련되었다고 보인다.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노동쟁의
파업
업무방해
조업방해
공연취소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2023-10-22
행정사건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⑥ 독서실 남녀좌석 구분을 강제하는 조례의 위헌성
대상판례는 학교 밖의 교육영역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여 우선적으로 결정할 것이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개입할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가 등의 후견적 간섭에 대한 한계(기준)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Ⅰ. 사실관계 원고는 전주시에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에 따른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학원인 시설’에 해당하는 독서실을 등록하여 운영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독서실 등록 당시 이 사건 조례 제3조의3 제2호에 따라 남녀 좌석이 구분 배열된 열람실 배치도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이 독서실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여 열람실의 남녀좌석 구분 배열이 준수되지 않고, 남녀 이용자가 뒤섞여 있는 것을 적발하였다. 피고는 2017. 12. 6. 원고에 대하여 학원법 제17조, 이 사건 조례 조항에 따라 10일간 교습정지를 명하는 처분(‘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교습정지처분이 근거한 조례가 위헌,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며 이 사건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전라북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제3조의3】 법 제8조에 따른 학원의 단위시설별 시설기준은 다음과 같다. 2. 열람실 : 열람실은 60제곱미터 이상으로 하되, 1제곱미터당 수용인원이 0.8명 이하가 되도록 하고, 남녀별로 좌석이 구분되도록 배열할 것. Ⅱ.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 조례 조항은 학원법상 학원으로 등록된 독서실의 운영자로 하여금 열람실의 남녀 좌석을 구분하여 배열하도록 하고 위반 시 교습정지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독서실 운영자는 자신의 영업장소인 독서실 열람실 내의 좌석 배열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되므로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받는다. 한편 독서실 이용자는 독서실 열람실 내에서 성별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좌석을 선택하는 등 학습방법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되므로 자기결정권을 제한받는다. 먼저 목적의 정당성이 있는지 보면, 이 사건 조례조항은 독서실 내에서 이성과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하여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고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하지만 열람실의 남녀좌석을 구분하여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습효과를 높인다는 것은 독서실 운영자와 이용자의 자율이 보장되어야 하는 사적 영역에 지방자치단체가 지나치게 후견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수단의 적합성 역시 같은 열람실 내에서 남녀좌석을 구별하는 것이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인지는 의문이다. 열람실 자체를 분리하지 않으면서 동일한 열람실에서 남녀의 좌석 배열만 구별하는 경우, 남녀가 바로 옆자리에 앉을 수 없을 뿐 앞뒤의 다른 열 책상에는 앉을 수 있고, 동일한 출입문을 사용하므로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다.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이 사건 조례 조항은 독서실 운영자에게 남녀좌석을 구분 배열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별도의 경고 조치 없이 바로 10일 이상의 교습정지 처분을 하면서도, 독서실의 운영 시간이나 열람실의 구조, 주된 이용자의 성별과 연령, 관리감독 상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여 독서실 운영자의 직업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독서실의 남녀좌석을 구분 배열함으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면학분위기 조성이나 성범죄 예방이라는 효과는 불확실하거나 미미하다. Ⅲ. 평석 1. 법원의 명령, 규칙, 조례에 대한 부수적 규범통제 명령·규칙이나 조례가 개별 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문제된 명령·규칙이나 조례가 모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에 대한 위법 심사, 평등원칙이나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 위헌 심사를 행한다. 처분은 법령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데, 처분의 취소 등을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법원은 근거법률에 위헌의 합리적 의심이 있으면 헌재에 심판제청을 하여야 하지만(헌법 제107조 제1항), 명령, 규칙, 조례 등의 위헌, 위법 여부는 직접 심사를 하게 되고(헌법 제107조 제2항), 심사결과 대통령령 등이 위헌, 위법이라고 판단되면 그러한 행정입법과 조례 등은 효력이 없고, 일반적인 효력을 부정하는 설도 있으나 통상 당해 사안의 적용 배제에 그친다는 설이 다수설이다. 대통령령 등은 대법원 판결로 위헌·위법이 확정되어야 관보에 게재된다(행정소송법 제6조) 그에 근거한 처분 또한 위헌, 위법한 처분이 된다. 2. 자기결정권과 자기책임의 원리 자기결정권은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의 자기의 운명에 관한 결정·선택권을 존중하되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부담함을 전제로 하는 자기책임의 원리에서 비롯된다. 개인이 자유의사에 따라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때만 원칙적으로 자기결정에 따른 책임과 위험부담이 부과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0조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은 사람의 자기의 운명에 대한 결정·선택을 존중하되 그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부담함을 전제로 한다. 자기책임의 원리는 이와 같이 자기결정권의 한계논리로서 책임부담의 근거로 기능하는 동시에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부담의 범위도 스스로 결정한 결과 내지 그와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에 국한됨을 의미하는 책임의 한정원리로 기능한다. 이러한 자기책임의 원리는 법치주의에 당연히 내재하는 원리로서,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제재는 그 자체로서 위헌이다(헌재 2001헌가25).”라고 판시하여 자기책임의 원리는 자기결정권의 한계 논리 내지 책임부담의 근거일 뿐만 아니라 책임의 한정 원리로 기능한다고 보고 있다. 3. 국가 후견주의의 한계 국가 후견주의의 구체적인 유형 구분은 학자마다 상이하나, 결국에는 자기 결정권의 제약원리로서 개인의 자율영역에서 자신의 이익이나 보호를 위하여 자기 결정권에 대해 국가권력이 개입·간섭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일치한다. 드워킨은 후견주의와 관련하여 “강제를 받는 사람의 복지, 행복, 필요, 이익 또는 가치와 관계하는 이유에 의해 정당화되는 것과 같은 어떤 사람의 행동의 자유에 대한 간섭”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파인버그는 강한 후견주의와 약한 후견주의로 구분하고 있는데 강한 후견주의는 개입·간섭을 받는 자의 선택이나 행동이 완전히 임의적이라 하더라도 개입·간섭을 하는 데 반해, 약한 후견주의는 개입·간섭을 받는 자가 어떤 이유에 의해 적절한 판단 능력을 결여하여 실질적으로 비자발적이거나 그렇다고 추정될 경우에만 간섭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데블린은 신체적·물질적 후견주의와 정신적·도덕적 후견주의로 구분하기도 한다. 결국, 자기결정권에도 내재적 한계가 있으므로 인격적 자율 그 자체를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영속적으로 해치는 경우 국가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견주의라는 명목하에 개인의 자유에 대한 간섭이 지나치게 확대됨은 경계하여야 한다. 4. 평등원칙 위반 대상판결에서 검토된 것은 아니나, 이 사건 조례조항은 평등원칙위반 소지도 있다. 1970년 10월부터 시행된 사설강습소에 관한 법률 시행령부터 “남녀공용인 독서실에 있어서는 열람실을 남녀별로 구분하고, 출입문도 따로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다가 1985.5. 해당 조항은 없어졌으며 1996.1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부터 “남녀별로 좌석이 구분되도록 배열할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후 2007.3. 시행된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규정이 삭제되었고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열람실 남녀 구분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사설 열람실의 경우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인인 경우라도 남녀좌석을 의무적으로 구분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 할 경우 교습정지 등 행정처분의 대상이 된다. 반면 스터디카페, 공공도서관, 공동주택 독서실 등은 남녀좌석을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사설 열람실의 경우와 차이가 있다. 여기서 평등원칙 위반의 소지가 발생하는데, 스터디카페, 공공도서관, 공동주택 독서실 등도 면학분위기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학원법에 따라 등록된 열람실과 실질적으로 차이는 없다. 그런데 위 공간들은 남녀좌석을 구분하여 운영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는 반면 이 사건 조례조항에 따르면 남녀좌석을 구분하여 운영할 의무를 부과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회 적발시 10일간 교습정지, 2회 적발시 폐쇄명령을 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백히 차별 대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평등원칙이 의미하는 상대적 평등, 즉 실질적으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을 위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5. 결론 급변하는 사회상을 반영하여 법령을 적시에 변경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조례조항은 1970.10.27. 사설강습소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규정된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여 유지해 왔다. 대상판결은 사적 공간에서 학습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타인의 법익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므로 이용자 각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미성년 학생이라도 학교 밖의 교육영역에 속하는 경우에는 부모가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여 우선적으로 결정할 것이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개입할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힘으로써 국가 등의 후견적 간섭에 한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가 후견주의가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헌법상 보장된 자기결정권의 본질을 침해해서는 아니되며, 필요 최소한도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조례조항은 학원법에서 규율하는 장소를 스터디카페 등 학원법에서 규율하지 않는 장소와 비교하여 볼 때 실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다. 이 사건 판결로 유사 조항을 두고 있는 다른 지자체의 지방자치단체의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역시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추후 관련 소송이나 조례 개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판례는 학교 밖의 교육영역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여 우선적으로 결정할 것이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개입할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가 등의 후견적 간섭에 대한 한계(기준)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성중탁 교수(경북대 로스쿨)
남녀구분
과잉금지원칙
독서실
열람실
성중탁 교수(경북대 로스쿨)
2023-08-30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형평에 반하는 과세처분의 취소가능성
Ⅰ. 들어가며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은 '세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과세의 형평과 해당 조항의 합목적성에 비추어 납세자의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국세기본법이 1974년 12년 21일 제정될 당시부터 있어 왔는데, 그 구체적 의미와 세법상 기능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 단지 조세법 해석에 관한 훈시적 규정 내지 일반적인 법해석방법을 선언한 규정 정도로 이해되어 왔다. 그런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0두3138 판결(이하 '대상판결')은 과세처분을 취소하면서 그 처분의 위법성 판단 근거로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을 제시했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의미를 살펴보고, 향후 그 적용의 확대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해 본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곽태훈,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재판규범성', 조세법연구 25-1권, 한국세법학회, 2019. 참조). Ⅱ. 대상판결의 요지 및 의의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부산시 강서구 소재 문화재로 지정된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다. 이 사건 토지는 2005·2006년 현재 상업용 부동산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행정자치부장관은 2003년경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문화재로 지정된 상업용 부동산도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감면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세 감면조례표준안'을 시달했다. 이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위 표준안에 따라 조례를 개정했으나, 부산시 강서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원고는 이 사건 토지에 대한 2005·2006년분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신고·납부했다가, 위 신고·납부가 조세평등주의에 반한다는 이유로 피고(서부산세무서장)에게 경정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이에 대하여 거부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참고로, 2005년 1월 5일 지방세법이 개정되면서 기존의 종합토지세가 폐지되었고, 동시에 종부세법이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부동산 보유세제는 1단계로 지방세인 재산세, 2단계로 국세인 종부세라는 이원적 과세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구 국세기본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국세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 및 공통적인 사항과 위법 또는 부당한 국세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를 규정함으로써 국세에 관한 법률관계를 확실하게 하고, 과세의 공정을 도모하며, 국민의 납세의무의 원활한 이행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하고, 제3조 제1항에서 '이 법은 세법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정하며, 제18조 제1항에서 '세법의 해석·적용에 있어서는 과세의 형평과 당해 조항의 합목적성에 비추어 납세자의 재산권이 부당히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의 내용과 체계 및 ① 종부세는 과세기준일을 지방세법에 규정된 재산세의 과세기준일로, 납세의무자를 과세기준일 현재 주택분 재산세 및 토지분 재산세의 납세의무자로 각기 정하고 있는 등 그 과세요건에서 지방세인 재산세와 공통되는 측면이 있으나, 국세로서 국세기본법이 우선하여 적용되는 이상 종부세의 과세표준과 세율 및 감면 여부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그 납세의무자들 사이에 과세의 형평이 이루어져야 하는 점, …(중략)…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 등에 위반하여 종부세의 과세대상인 부동산의 소재지에 따라 그 감면 여부를 달리한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한 처분이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원고는 문화재 지정 토지의 소유자인데, 결과적으로 오로지 그 토지가 부산시 강서구에 소재한다는 이유 때문에 종부세를 부담하게 되었다. 종부세가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 형평성 제고를 위해 전국에 소재한 부동산을 합산하여 부과하는 국세임을 고려하면, 원고는 다른 지역에 소재한 문화재 지정 토지 소유자와 차별적으로 취급될 이유가 없음에도 차별적으로 종부세를 부담한 셈이 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조세평등주의 침해임에는 큰 의문이 없어 보이고 대상판결의 결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종부세를 면제해 줄 수 있는 종부세법상의 명시적 근거는 없다. 즉, 종부세법 제6조 제2항에 따르면, 원고에게 종부세를 감면해 주기 위해서는 지방세법에 근거한 지방자치단체의 감면조례가 있어야 하는데 부산시 강서구는 관련 감면조례를 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입법 불비 내지 부진정입법부작위). 따라서 피고의 거부처분은 종부세법만 놓고 보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일견 '법대로' 과세처분이 조세평등주의 침해 결과를 발생시킨 상황이 된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답답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형평에 반하는 과세처분의 취소가능성을 제시했다. 국세기본법은 실질과세원칙(제14조), 신의성실원칙(제15조), 조세법령 불소급의 원칙(제18조 제2항), 비과세관행에 반하는 소급과세 금지의 원칙(같은 조 제3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들 원칙에 대하여 실질적인 재판규범성을 인정하여 개별 세법규정에 따른 과세요건이 충족된 처분, 즉 일응 '법대로' 과세처분으로 보이는 처분이라도 위 각 규정에 위반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해 왔다. 그러나 조세평등주의 등을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에 위반했다는 이유로 곧바로 과세처분을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 다시 말해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직접적인 재판규범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했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처분이 과세의 형평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그 위법성 판단의 근거로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을 정면으로 언급했다.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직접적인 재판규범성을 최초로 인정한 것이다. 특히 전통적 견해에 따르면, 대법원은 종부세법 제6조 제2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개선입법이 이루어진 후에야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대상판결은 굳이 이러한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이 사건 처분의 결과가 과세의 형평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큰 의미를 갖는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향후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이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적극 활용되어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Ⅲ. 남은 과제 1.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확대 적용 가능성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은 조세평등주의를 세법적으로 확인하는 규정이다(헌법재판소 1991. 11. 25. 선고 91헌가6 결정). 한편, 조세평등주의는 수평적 공평과 수직적 공평을 포함하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수평적 공평이란 국가가 과세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같은 상황에 있는 것은 같게, 다른 상황에 있는 것은 그 상황에 맞추어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요구를 의미하고, 수직적 공평이란 세금 부담이 담세력에 맞게 적정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의미한다. 대상판결은 조세평등주의 중 수평적 공평이 문제된 사안에 관한 것이다. 법원이 향후 수직적 공평이 문제된 경우에도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할지 지켜볼 일이다. 논리적으로는 이러한 확대적용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 만약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적용범위가 수직적 공평 사안까지 넓혀진다면, 담세력에 맞지 않는 과세처분 내지 비례원칙에 반하는 과세처분도 그 적용 대상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독일법상 형평면제판결 제도가 도입된 것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이 이른바 '한국형 형평면제판결'의 근거 규범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형평면제판결이란 합헌적 법률을 적법하게 적용하였으나 결과적으로 불형평한 과세 결과가 초래된 경우 조세형평을 이유로 과세처분을 면제하는 판결을 말한다. 2.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 적용의 한계 과세처분의 위법성 판단 근거로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이 남용되면 자칫 헌법재판소의 세법규정에 대한 위헌법률 심사 권한이 형해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과세처분을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 위반으로 취소하는 경우는 과세근거 규정의 개선입법이 필수적이지 않은 경우에 한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적용 영역은, 입법자가 예정한 통상적 상황에서는 과세근거 법률의 위헌성이 문제되지 않아 그 위헌성 여부 자체가 불분명하고 개선입법의 필요성도 크지 않지만, 해당 사안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과세처분이 형평에 심히 반하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대상판결 사안을 예로 들면, 만약 부산시 강서구 이외에 감면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1군데 더 있어서 원고와 마찬가지로 종부세를 부담하게 된 납세자가 더 있었다고 가정하면 대상판결의 결론은 여전히 타당할까? 2군데, 3군데, 그 이상이라면 또 어떨까? 형평에 심히 반하는지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판례가 집적되면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적용요건이 보다 구체적이고 정치하게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곽태훈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종합부동산세
문화재
조세평등주의
곽태훈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2020-02-24
부동산·건축
행정사건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한 경우 사업시행계획 실효여부
1. 대법원 판결 요지 및 문제의 소재 가. 대법원 판결 요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설립된 정비사업조합에 의해 수립된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한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했더라도, 유효하게 수립된 사업시행계획 및 그에 기초해 사업시행기간 내에 이뤄진 토지의 매수·수용을 비롯한 사업시행의 법적 효과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해 무효로 된다고 할 수 없다. 나. 문제의 소재 위 판결 사안에 기초해서 사업시행계획의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 사업시행인가의 실효 여부 및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이후 사업시행기간을 연장하는 사업시행변경인가 신청서가 접수된 경우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처리해야 하는지 여부 등이 실무적으로 문제되는데, 이에 대해서 다소 상반되는 판례의 경향을 확인해보고, 이에 대한 법리적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2. 사업시행계획의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 사업시행인가가 실효된 것인지 여부 가. 정비사업 시행기간의 제규정 도시정비법은 제52조 제1항 각 호에서 사업시행계획서 작성 시 기재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고, 본 항 제5호는 ‘사업시행기간 동안 정비구역 내 가로등 설치,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 등 범죄예방대책’을, 제13호는 ‘그 밖에 사업시행을 위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조례로 정하는 사항’을 각 규정하고 있는데,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7조 제2항 제1호는 ‘사업시행기간’을 다시 시·도 조례로 정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관련 시·도 조례인 충청남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는 제8조에서는 '사업시행기간'이 아닌 '사업시행 예정시기'를 규정하고 있다. 나. 사업시행기간에 대한 판례의 동향 1)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 사업시행인가가 실효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2014년 7월 3일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인가는 사업시행기간 경과로 실효되며, 그 후에 실효된 사업시행인가를 변경 인가해 그 시행기간을 연장했다고 하여 실효된 사업시행계획의 인가가 효력을 회복해 소급적으로 유효하게 될 수는 없고, 다만 사업시행변경인가도 시행자에게 정비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설정해 주는 처분인 점에서는 당초의 인가와 다를 바 없으므로 사업시행인가고시에 정해진 사업시행기간 경과 후에 이뤄진 변경인가고시도 그것이 새로운 인가로서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그에 따른 효과가 있다 할 것"이라고 했다(2013구합18018). 이 판결에 대한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도 "사업시행기간은 제1차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한 사업시행기간(2007년 9월 3일부터 48개월)의 경과로 종전 사업시행계획(제1차 내지 제5차 사업시행계획)의 인가처분은 실효됐다고 판단된다"고 해 사업시행계획은 사업시행기간의 경과로 실효된다는 제1심과 동일한 입장을 취했다(2014누58558). 이 사건에 대한 상고심인 대법원은 2015년 8월 27일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을 했다(2015두41920). 2) 반면, 2015년 8월 21일 선고된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사업시행계획은 추후 수립될 관리처분계획과는 달리 조합원의 재산권과 관련된 사항을 직접 규정하는 것이 아니고, 추후 장기간에 걸친 정비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변경될 것이 어느 정도 예정돼 있다. (중략) 도시정비법 제30조에서 '사업시행기간'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직접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점, 또한 '사업시행기간'은 시·도 조례가 정하는 사항이므로 지역에 따라서는 사업시행계획서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도 있는 점,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1조 제2항 제1호에서 '사업시행기간'을 '정비사업의 종류·명칭'과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정비사업의 종류·명칭'은 사업시행계획에서 중요한 요소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볼 때, 도시정비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은 '사업시행기간'을 사업시행계획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요소로 예정하고 있지 않다. (중략)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한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하는 경우 당해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고 그 이후에는 사업시행기간을 연장하는 사업시행변경계획을 수립할 수도 없다고 한다면 사업시행계획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뤄진 후속행위들까지 모두 무효가 됨으로써 정비사업의 계속 추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수 이해관계인들의 권리관계에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 명백하다. 그리고 사업의 시행을 원하는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할 뿐만 아니라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 관할관청의 인가가 있어야 비로소 사업을 폐지할 수 있도록 한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9호의2, 제6항 본문, 제28조 제1항, 제5항의 규정에도 반한다. 따라서 사업시행계획에 있어서 사업시행기간은 사업시행자가 당해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장차 정비사업을 시행할 예정기간을 의미할 뿐이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업시행계획 자체의 유효기간까지 의미한다고 볼 법령상·해석상 근거는 없다"고 판시했다(2015구합52845).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심의 사유에 더해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해진 사업시행기간은 향후 시행될 사업에 관한 일응의 예정기간을 의미하고, 사업시행계획 자체의 유효기간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2015누57118). 또한 상고심인 대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설립된 정비사업조합에 의해 수립된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한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했다 하더라도, 유효하게 수립된 사업시행계획 및 그에 기초해 사업시행기간 내에 이뤄진 토지의 매수·수용을 비롯한 사업시행의 법적 효과가 소급해 그 효력을 상실해 무효로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해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했다 하더라도 사업시행기간의 만료로 인해 사업시행계획 자체가 실효된다고 볼 수 없고, 유효하게 수립된 사업시행기간 내에 이뤄진 토지의 매수·수용을 비롯한 사업시행의 법적 효과가 소급해 그 효력을 상실해 무효로 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2016두34905 판결). 이후 대법원은 2017. 6. 19. 선고 2015다70679 판결에서도 "사업시행기간이 사업시행계획의 효력기간을 정한 것이 아니므로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됐다는 것만으로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됐다고 볼 수 없고, 2차 분양신청과 제2차 관리처분계획이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고 해 이를 다시 확인했다. 다. 소결 1) 위 나. 1)항의 판례와 2)항의 판례는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2)항의 판례의 입장에 아래와 같은 추가적인 이유로서 사업시행계획의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라도 사업시행인가가 실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2)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기간'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을 두지 않고, 동법 시행령에서 사업시행기간을 대해 시·도 조례에 위임하는 규정을 뒀는데, 관련 시·도 조례인 충청남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보더라도 제8조에서 '사업시행 예정시기'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사업시행기간'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즉,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기간’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직접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 및 시·도 조례에 위임하고 있는 바, 지역에 따라서는 사업시행계획서에 사업시행기간을 포함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업시행기간은 정비사업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또한, 정비사업 표준정관은 제6조에서 '사업기간'을 규정하면서 사업기간을 '조합설립인가일부터 법 제57조에서 규정한 청산업무가 종료되는 날까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도시정비사업은 조합설립인가부터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존재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도 모두 사업시행과정이라고 볼 수 있음에도,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사업시행계획 작성 시 사업시행자가 명시해 둔 사업시행기간만을 유독 유효기간이 있는 독자적 사업시행기간이라고 보고 이 기간이 지나면 기존의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비사업의 성질과도 맞지 않다 할 것이다. 4) 위 나.항에서는 판례가 대립하고 있으나, 나. 1)항의 대법원 2015두41920 결정은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아니했는 바,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되는 경우라도 기존의 사업시행계획은 실효되지 않는다는 나. 2)항의 '대법원 2016두34905 판결' 및 '대법원 2016두34905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3.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지 않고 법적 효력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처리해야 하는지 여부 위 다.항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지 않고 법적 효력을 유지한다면 유효한 직전 사업시행변경계획에 기초해 수립된 차후의 사업시행변경계획에는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사업시행기간 연장만을 위한 사업시행계획 변경신청’이라고 하더라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 마무리 사견으로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 사업시행계획 자체의 효력이 소멸한다고 가정할 때 정비사업조합이 사업을 진행하던 중 임직원의 실수로 사업시행기간을 연장하지 않아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지금까지의 사업시행계획을 폐지해야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이러한 결과는 정비사업시행의 구성원인 정비사업 구역의 조합원들조차 원치 않는 결과라고 할 것이며, 오히려 도시정비법상 필수적·의무적으로 요구되지 않는 사업시행기간을 정해 사업시행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을 다시 작성해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기존의 사업시행 계획의 재작성 및 사업시행기간 연장 등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만을 가중시킬 뿐, 시의성이 중요한 정비사업에 있어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김래현 변호사 (법무법인 현)
사업시행기간
도시정비사업
김래현 변호사 (법무법인 현)
2020-01-30
행정사건
하천수 사용료의 부과기준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두33142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자신의 공장을 운영하기 위하여 낙동강홍수통제소로부터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고 그 사용료를 실제 사용량에 따라서 납부하여 왔는데, 피고는 하천법 제50조 제5항에 의한 하천수 사용료는 실제 사용량이 아니라 허가량을 기준으로 부과하여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그 차액을 추가로 부과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하천법과 동법 시행령, 하천점용료 및 사용료 징수조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댐용수공급규정 등 관련 규정에서는 하천수 사용료의 부과기준을 실제 하천수의 사용량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으므로, 허가량을 기준으로 하천수 사용료를 추가로 부과한 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과 원심은 하천수 사용허가와 하천수 사용료의 성격, 관련 조례의 규정 등에 공업용수로 사용되는 하천수 사용료는 한국수자원공사법 제16조 제2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승인한 댐용수 요금단가에 ‘취수허가 사용량’(허가량)을 곱하여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승인한 댐용수공급규정의 내용은 요금단가에 ‘실제 사용량’을 곱하여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는 또한 하천수 사용료 산정의 기준이라 할 수 있으므로 공업용수로 사용되는 하천수 사용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가량이 아닌 ‘실제 사용량’에 요금단가를 곱하여 산정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3. 평석 하천법에 따라서 생활·공업·농업·환경개선·발전·주운(舟運) 등의 용도로 하천수를 사용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제50조 제1항), 시·도지사는 제1항에 따라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은 자에게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5항). 하천수는 국가가 자원으로 관리하는 일종의 자연공물이며, 그에 대한 환경부장관의 허가처분은 공물에 대한 특별사용의 일종인 특허처분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하천수 사용료는 자연공물에 대한 사용대가로서 부과하는 것이므로 일종의 사용료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취지에서 볼 때 대법원이 실제 하천수의 사용량에 따라서 사용료를 부과하도록 판시한 것은 법리상 무리 없는 판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이 이러한 판단에 이르게 된 것은 하천법과 동법 시행령, 관련 조례 및 국토교통부장관(현행법상 환경부장관)이 승인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댐용수공급규정이라는 일련의 실정법의 충실한 해석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천수 사용료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승인한 댐용수공급규정에 따라서 실제사용량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대법원이 이와 같은 일련의 실정법에 해석에 치중한 나머지 상호 법적 성격이 상이한 댐용수와 하천수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견해를 제시한 점이다. 대법원은 “‘댐’이란 하천의 흐름을 막아 그 저수를 이용하기 위하여 쌓은 공작물을 말하고 ‘하구둑’은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하천의 하류에 쌓은 공작물을 말하므로, 댐 및 하구둑에서 공급하는 댐용수는 그 본질상 하천수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댐용수와 하천수의 성격과 이들의 이용관계에 대한 이해는 댐용수를 규율하는 법규와의 체계적인 해석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댐이 하천법상 하천시설이기는 하지만 인공의 구조물을 축조하고 여기에 물을 저수하여 관리한다는 점에서 자연공물인 하천 및 하천수와 구별된다. 그렇기 때문에 댐과 댐용수에 대해서는 하천수와는 별도의 특별한 법적 규율을 가하고 있다. 댐과 댐용수에 대해서는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댐건설법이라 한다)이 별도로 제정되어 이 법에 의하면 댐이란 하천의 흐름을 막아 그 저수(貯水)를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환경개선용수, 발전, 홍수 조절, 주운(舟運), 그 밖의 용도로 이용하기 위한 높이 15미터 이상의 공작물을 말하며, 여수로(餘水路)·보조댐과 그 밖에 해당 댐과 일체가 되어 그 효용을 다하게 하는 시설이나 공작물을 포함한다(제2조 제1호). 보다 중요한 것은 하천수와 댐용수라는 수리권의 법적 성격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댐건설법은 하천수 사용허가로 인한 수리권과는 달리 댐사용권이라는 별도의 수리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댐사용권이란 다목적댐에 의한 일정량의 저수를 일정한 지역에 확보하고 특정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제2조 제3호). 댐사용권은 이를 사용하려는 자의 신청을 받아 환경부장관이 설정하며(제24조 제1항), 댐사용권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산출한 금액의 납부금을 국고에 납부하여야 한다(제33조). 또한 댐사용권은 등록하여야 하며(제32조 제1항), 물권으로 취급한다(제29조). 이와 같은 댐건설법상의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댐용수를 사용할 수 있는 수리권으로서 댐사용권은 이를 설정받은 자가 납부금 또는 부담금을 납부함으로서 댐건설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에 대하여 자기기여분을 가지게 되며, 댐용수권자는 댐용수를 필요로 하는 자가 있는 경우 그 자와 용수계약을 체결하여 댐용수를 수익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댐용수에 대한 사적 유용성과 처분권능을 갖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댐용수에 대한 수리권은 헌법상 재산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며, 물권으로서 일정한 범위에서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된다. 반면에 하천수 사용허가는 특허처분이기는 하지만 하천수의 사용에 대한 단순한 수익적 행정처분에 불과하며, 현재 행정 실무상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은 상대방은 사용허가에 대하여 행정수수료도 납부하지 않고 다만, 그 사용량에 따라서 하천수 사용료만을 내는 것이 전부이다. 더 나아가 하천수 사용허가를 등록하는 제도도 없으며, 하천법이 이를 물권이나 유사한 권리로 인정하는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은 자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상대방으로서 법적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서, 그 취소나 철회 시에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는데 그칠 뿐 물권에 준하는 권리를 가지거나 더 나아가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으로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댐용수는 그 본질상 하천수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자연공물인 하천과는 달리 인공구조물인 댐과 댐에 저수된 물의 이용관계가 서로 상이한 법적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대법원은 필자가 뭔가 오해하고 있다고 재반박할 여지도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용량 부과원칙은 하천수 사용료의 부과에 적용되는 하천법 등 일련의 규범 해석상 필연적인 결과일 뿐 대법원이 하천수와 댐용수의 사용에 대한 수리권이 법적으로 동일하다는 견해를 표명한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댐용수는 그 본질상 하천수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그 근거로서 하천법이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아 하천의 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댐용수 사용료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고, 한국수자원공사법은 하천수 사용자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사용료를 내는 경우에는 하천수 사용료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규정들이 하천수 사용료라는 비용부담에 대해서만 댐용수 사용과 하천수 사용이 그 본질에 있어 다르지 않다는 전제 하에 둘 사이의 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천수와 댐용수를 동일시하는 대법원의 견해가 비용측면에서만 타당한 것인지 혹은 양자의 수리권이 법적으로 동일하다는 의미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필자가 평석 대상 대법원 판결을 주목하는 이유는 利水, 治水, 水生態界로 구성되는 水法의 3각 체계(Trias des Wasserrechts)는 물의 사용에 대한 체계적인 법리구성이 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처럼 댐용수와 하천수 사용을 동일한 법률관계로 파악하는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산권 내지 권리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하천수 사용허가의 상대방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댐건설법상의 댐사용권 변경처분 취소소송(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두73761)에서 댐사용권을 재산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한 바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반면에 하급심에는 하천수 사용허가의 권리성 여부에 대하여는 상이한 판결이 내려지고 있는데(대전고등법원 2017. 7. 17. 선고 2013누1773 보상금증액, 대전지방법원 2013. 10. 16. 선고 2010구합4805 보상금증액), 대법원은 하천수와 댐용수 사용이라는 수리권의 성격이 상이함을 인정하여 우리나라 수리권법의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물의 사용에 대한 체계적인 법리구성은 왜 중요한가? 물은 인간과 동식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공유재이므로 “수리권 중 보호할 것은 보호하되, 과도한 보호는 지양한다”는 원칙이 공존과 상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하천수
사용료
댐용수
수리권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2018-10-05
행정사건
대형마트 영업제한
대법원 2015. 11. 19. 선고 2015두295 Ⅰ. 대상 판결 1. 사실관계 피고 동대문구청장은 2012. 11. 14. 원고 롯데쇼핑, 이마트 등에 대하여 그들이 운영하는 동대문구 내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의 영업제한 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로 정하고,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 처분은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 2 유통산업발전법(2013. 1. 23. 법률 제116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2조의 2 ①시장· 군수·구청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하여 영업시간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여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 ②영업시간 제한은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의 범위에서 할 수 있으며, ③의무휴업일 지정은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의 범위에서 할 수 있고, ④위와 같은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에 필요한 사항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에 기한 것이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위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하여 원고들이 항소하였고, 2심 서울고등법원은 위 영업제한이 위법한 처분이라며 1심을 취소하여 피고 측이 다시 상고한 사건이다. 2.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4. 12.12. 선고 2013누29294 사건 판결 요지 원심은, 원고들 운영 대규모점포는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점원이 제품의 양을 덜거나 계량하여 포장해주고 있고, 제품을 즉석에서 가공?손질하여 제공하고 있는 등의 영업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 대규모점포 내에 임대매장이 입점 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병원, 미용실, 식당 등 서비스 용역을 제공하는 매장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토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의 대상이 되는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점포'에 해당하려면 대규모점포가 형식상 대형마트로 등록되어 있음은 물론, 점포의 실질이 법에서 정한 요건에 부합하여야 함을 전제로, 원고 대규모점포는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으로 보기 어렵고, 나아가 용역제공 장소 부분은 그 성격상 용역의 제공 장소일 뿐 상품을 소매하는 대규모점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대규모점포 내에 입점 된 임대매장들에 대해 피고가 처분사전통지, 청문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행정처분 절차상 하자가 있다. 마지막으로, 피고가 처분을 함에 있어서, 공?사익의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아니하거나 이익형량의 고려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함으로써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았거나 해태하였고, 원고들의 영업의 자유 침해 등 불이익이 처분에 의해 달성되는 공익보다 중대하여 비례원칙을 위반하였으며,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S) 및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시장접근 제한금지 조항을 위반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3. 대법원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요지 대규모 점포가 그 형식상 대형마트로 등록되어 운영되고 있는 이상, 대규모점포에 속한 임대매장 등 개별 점포의 실질을 따로 살필 것 없이 대규모점포는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의 대상인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점포'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원고들이 직영하는 준대규모점포도 그 처분요건에 해당하게 된다. 또한, 대규모점포 중 임대매장이 존재하더라도 대규모점포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의 상대방은 오로지 대규모점포 개설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절차도 원고들을 상대로 거치면 충분하고, 임차인을 상대로 별도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나아가, 비례원칙 위반 등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이 사건 조항은,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의 규제가 일반적?통상적 시장상황 아래에서는 위와 같은 공익 목적 달성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규제입법에 해당하고, 행정청에게는 매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규제 수단의 선택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청은 대체로 유사한 내용의 규제에 이를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들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해태한 위법, 이익 형량에 관한 비례원칙 위반 등의 위법,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및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등을 위반한 위법이 없다. (2) 소수의견 요지 대형마트 개설 등록의 범위와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의 범위를 반드시 일치시킬 필요는 없고,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는 대규모점포 개설자 등의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침익적 처분이므로 그 근거 규정을 엄격히 해석·적용하여야 한다. 대형마트 내 용역제공 장소는 대형마트 개설자가 아닌 중소상인들에 의해 임대매장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형마트 개설자와는 달리 이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의 대상은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점포'의 매장 중 상품판매 장소라고 봄이 타당하고, 용역제공 장소에 대하여는 그 실질이 상품판매 장소에 해당하는 경우 등과 같이 이를 상품판매 장소와 마찬가지로 규제하여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그 규제의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행정청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상품판매 장소와 함께 용역제공 장소까지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의 대상으로 모두 삼았다면, 이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처분은 규제의 대상 내지 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Ⅱ.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1. 쟁점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법률적 쟁점은 처분대상의 오인 여부, 절차상 하자, 재량권의 일탈, 남용 여부 등 3가지이다. 그 중 처분대상의 오인여부와 절차상 하자 문제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와 관련하여 내부에 입점한 임대점포도 대형마트와 동일하게 영업규제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즉, 대형마트의 개설자가 아닌 임대점포는 영업규제를 통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중소유통업자로서 그 규제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임대점포 측과 그 배후의 대형마트의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서는 임대점포 역시 대형마트에 입점하여 있는 이상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소상공 사이에서 고민하던 지자체가 결국 이들을 포함하여 규제하기에 이르렀고, 원심은 이를 위법하다고 보았다가 대법원에서 파기당한 것이다. 2. 검토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논거에서 영업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먼저, 임대점포 제외 여부와 관련하여, 법상 지자체장에게 부여된 재량의 범위는 영업시간 범위와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것일 뿐, 대형마트는 그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그 제한대상을 임의로 구분할 할 수 없다고 보아 법규에 '대형마트의 전부나 그 일부에 대하여'라고 규정하지 아니한 이상,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 영업제한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리 해석의 범위를 벗어난다. 만약 임대점포를 제외하면 대기업으로서는 임대점포 형식을 취하여 실질적으로 영업규제를 회피할 수 있으며, 임대점포주가 중소유통업자라고 하더라도 대형마트에 입점하여 있는 이상 그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여부와 관련하여, 대형마트에 대해 밤 12시 이후에는 영업하지 말고, 한 달에 이틀을 쉬라는 정도의 제한만으로는 비례원칙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외국과 다른 우리나라의 특이한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서, 자영업자 비율이 미국은 6.8%, 독일과 일본도 각 11%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8%나 되고, 생활밀착형 업종의 인구 천 명 당 업체수도 미국의 10배 이상으로 이미 과도한 경쟁 중인 상황에서 몇몇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SSM은 이들 자영업자에게 생존의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대형마트가 창출하는 고용이나 창업효과는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통시장과 주변 상권 파괴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감안하면 고용 측면에서 대형마트 진출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자영업자들의 몰락은 곧 빈곤층의 증가를 의미하여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의 근원이 되는 세금은 줄고, 의료·실업 등 복지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결국, 다수의견이 설시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으로서 이익형량이란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다. Ⅲ. 결론 이상의 엇갈린 판결은 대형마트의 임대점포를 둘러싼 법해석에 관한 것으로서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등 중소유통업의 보호라는 정책을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 방식으로 실현함으로써, 보호받는 업자와 보호받지 못하는 업자가 나뉘게 되고, 이는 곧 영업규제의 범위로 이어져 그에 관해 원심과 대법원 상호간에 서로 다른 법해석을 한 것에 기인한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법해석을 한 이유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 체계적이지 못한 업태 분류와 그 기초가 되는 매장의 정의 등 기본적으로 고민하여야 할 부분이 여전히 정리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은바, 다시 한 번 체계적인 매장의 정의를 비롯하여 소매업태의 분류 등의 정비작업이 조속히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동지; 김천수, '대형마트의 임대점포가 영업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여부', 유통법연구, 2014. 8, 70면 이하 참조)
대규모점포
대형마트
의무휴업
영업시간제한
2016-02-01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찬반양론을 지켜보며
1. 서설 지난 연말 서울고등법원은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일 지정과 영업시간 제한 처분 등을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려 큰 파장을 낳았다.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지자체와 대형마트 간에 영업시간 제한을 둘러싼 소송이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법원이 2012년 6월 유통산업발전법이 지자체장에게 영업시간 제한 등 재량권을 부여했는데도 의무적으로 제한을 명하도록 강제한 것은 위법하다며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등의 조례는 위법하다는 첫 판결(서울행정법원 2012. 6. 22. 선고 2012구합11966 판결)을 내린 이후 지자체들은 법원 판결에서 문제된 조례 부분을 개정하여 다시 영업제한에 나섰으나 이번에는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이다.(1심에서는 원고가 패소했으나 항소심에서 취소되었다.) 2. 판결요지 법원은 처분 대상이 된 점포들이 대형마트로 등록은 돼 있지만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즉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는 처분대상인 대형마트는 점원의 도움 없이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인데 롯데쇼핑 등 대규모 점포에서 점원이 구매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행위들에 비춰 법령상 대형마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요건으로 매장면적의 합계 3000제곱미터 이상인 점포의 집단으로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영업제한 처분 등으로 달성되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뚜렷하지 않고 아직도 논란 중인 반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실제로 야간이나 주말이 아니면 장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의 경우 주차공간·편의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며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비례의 원칙에 반하고, 경쟁제한을 위한 수단으로 볼 여지도 크다"고 판결 이유를 밝히고 있다. 3. 평석 가.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의한 영업규제에 대한 찬반양론 (1) 규제 찬성론은 먼저, 건전한 유통질서의 보호를 주장한다. 대형마트(SSM)의 출점으로 2011년도 기준 인근 지역 상인들의 평균 매출액이 47.6% 감소하고, 고객 수는 50.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평균 매출액은 9.2조원 증가한 반면, 재래시장 매출액은 같은 기간 9.3조원 줄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직원들의 건강권 보호다. 대형유통업체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통산업 근로자는 물건을 끊임없이 판매하는 서비스업의 특성상 실질적으로 휴게시간이 따로 없어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4시간마다 30분 동안 휴식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주부사원의 경우 늦은 시간까지의 근로로 건전한 가정생활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다음으로, 대형유통업체 주변주민의 생활환경권 침해문제다. 심야시간과 공휴일에도 대형유통업체에 승용차들이 출입하여 교통 혼잡과 소음 등을 유발함으로써 대형유통업체 주변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 (2) 규제 반대론은 먼저, 대형마트업자들의 헌법상 영업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주장이다. 이러한 영업제한으로 인해 고용감소 초래 및 지역상권 침체 유발 등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자유롭게 영업이 가능한 편의점, 오픈마켓, 인터넷쇼핑 등 온라인 쇼핑과 대형전통시장, 백화점, 전문점, 개인 중대형 슈퍼마켓, 소형 슈퍼마켓은 제외되어 합리적이지 못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물가상승 초래 및 농어민과 중소협력업체 등 피해를 꼽는다. 강제휴무 및 영업시간 제한은 대형마트의 운영효율성을 저해함으로써 대형유통업체를 운영하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이는 제품의 판매가에 반영되어 결국은 소비자 물가를 상승하게 한다. 특히 농수축산물의 유통의 경우 신선함을 유지해야하는 제품의 특성상 대형유통업체가 농수축산물에 대한 취급 자체를 꺼려, 결국 농어민, 축산인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유통업체에 입점하고 있는 안경점, 식당, 약국, 김밥코너, 꽃집 등 중소협력업체도 피해를 입는다. 다음으로 소비자주권 침해를 꼽는다. 맞벌이 부부나 자영업자들의 경우 대개 주말에 쇼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격주이긴 하지만 일요일 휴무로 인하여 이들에게 불편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고용사정 악화를 든다. 판촉사원, 단기 아르바이트, 주말 파트타이머, 주부사원 등 수많은 공급협력회사, 건설사 등 유관산업의 고용유발 효과가 큰데 영업규제로 인하여 직간접적으로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나. 해결방안 먼저,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사이의 법을 새로 제정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라파랭법'처럼 재래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가 도시 외곽에 위치하게 하는 것과 같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법을 우리나라에 맞게 제정해야 한다. 그 일례로 대형마트 입점절차의 엄격화이다. 법률 개정 가능성의 저조, 유통업체의 강력한 저항 등으로 인하여 허가제로의 법 개정이 사실상 어렵다면, 일본에서 시행했던 '사전심사부 신고제'의 도입도 고려할 만하며, 대점포입지법에서 채택한 '신고제로 하되 엄격한 절차제를 보완한 제도'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예와 같이, 대형유통업을 신설하고자 하는 자는 지역주민설명회를 반드시 개최하고, 주민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입점으로 인하여 야기될 수 있는 지역민들과의 문제점들을 사전에 엄격하게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지방자치단체의 조정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조정의무를 제도화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둘째로, 재래시장의 가격은 대형마트와는 달리 하나로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점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시장 전체 공통 상품의 가격을 통일하여 통일성을 갖게 하고, 대형마트와는 다른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며, 전국 시장의 조직화로 대기업 대형마트에 맞설 경쟁력을 갖추게 하여야 한다. 따라서 재래시장이나 중소상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서비스 강화, 점포 구성원에 대한 유통 관련 교육을 함과 동시에 쾌적한 점포분위기 조성, 부대시설 개편 등 나름의 치밀한 해결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로 범정부 차원의 유통통계 DB의 구축 및 활용이 요청된다. 소매업 전반 및 소매업태 별 점포수, 매출액 추이, 종업원 수, 시장점유율, 영업이익 등의 기본 항목에 대한 자료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며 특히 소매업태 별 매입 유통구조에 대한 자료는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유통구조의 파악이 안 되고 있어 정확한 통계에 따른 대책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소매업 자료 수집에 대한 총괄적 관리기관을 설정하여, 이 기관을 중심으로 자료 수집 항목의 선정, 조사 내용 및 방법의 일관성과 보완성을 유지하는 한편, 유통통계 DB의 구축 및 활용방안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 법무능력의 향상도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자치권의 향상에 따라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적인 행정이 행해지는 현실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일선 공무원 특히 법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자치법무역량 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은 시급한 과제다. 최근 연간 2000명 가까운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일선 지자체에서 법무담당관으로 변호사 출신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고 하겠다. 요컨대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은 경제적 약자인 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로서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경제행정법의 규율대상 및 보호대상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서로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어느 일방적인 규제만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즉, 정부 당국은 기존 유통산업발전법의 미비점을 보완하되, 그 과정에서 어느 일방에 대한 규제의 방식이 적절한 것인지 및 그 규제로 인한 피해가 과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함께 해야 한다.
2014-01-19
재산권 제한에 관한 심사기준
Ⅰ.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A건설 주식회사는 1978. 4. 26. 서울 종로구 계동, 원서동, 운니동의 토지 30,176㎡(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매수하고, 그 지상에 지하 3층, 지상 12층의 본관 건물 및 지상 5층의 별관 건물을 신축하여 1986. 7. 31. 사용승인을 받고, 다시 본관 건물을 15층으로, 별관 건물을 8층으로 증축하여 1996. 1. 13. 및 1997. 8. 22. 사용승인을 받았다(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 그 후 나머지 청구인들은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의 일부 지분을 취득하여 청구인 A건설 주식회사와 공유하고 있다. (2) 서울특별시장은 1983. 7. 22. 서울 종로구 사간동, 소격동, 안국동, 가회동, 원서동, 삼청동, 계동, 재동 일대 645,000㎡를 제4종 미관지구로 지정, 고시하였는데(서울특별시 고시 375호, 그 후 2000. 7. 1. 명칭이 역사문화미관지구로 변경됨), 당시 이 사건 토지를 비롯한 국군기무사령부, 주한미국대사관 숙소 부지 및 원서동 97 일대는 이로부터 제외되어 중심지미관지구로 지정되었다. (3) 그 후 서울특별시장은 2005. 5.경 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큰 북촌과 경복궁, 창덕궁의 미관을 유지·관리하기 위하여 역사문화미관지구에서 제외된 위 토지들을 역사문화미관지구로 포함시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북촌장기발전 추진계획'을 수립하여, 2006. 9. 6. 그와 같은 내용의 도시관리계획 용도지구 변경결정을 열람, 공고하고, 2006. 9. 및 10.에 걸쳐 이에 대한 청구인들의 이의신청 및 의견을 청취한 후, 2007. 1. 17.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07. 1. 23. "위 토지들은 양 궁(경복궁,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역사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관계법령에 의거하여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일대 135,735㎡를 역사문화미관지구(지구명: 북촌마을지구)로 추가·지정하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 변경결정을 하고(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007. 2. 1. 이를 고시하였다(서울특별시 고시 제2007-22호). (4) 청구인들은 2007. 11. 15. 이 사건 처분 중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부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08. 11. 11. 기각되자 항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 계속 중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되는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 제1항 제2호 및 이 사건 처분에 따른 건축제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같은 법 제76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재산권제한조항'이라 한다)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정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심판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아래의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1)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5. 3. 31. 법률 제7470호로 개정되고, 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용도지구의 지정) ① 건설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용도지구의 지정 또는 변경을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한다. 2. 미관지구: 미관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구 (2)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2. 2. 4. 법률 제6655호로 제정되고, 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용도지구의 지정) ② 건설교통부장관 또는시·도지사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1항 각 호의 용도지구를 도시관리계획 결정으로 다시 세분하여 지정하거나 이를 변경할 수 있다. (3)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2. 2. 4. 법률 제6655호로 제정되고, 2009. 2. 6. 법률 제94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용도지역 및 용도지구 안에서의 건축물의 건축제한 등) ② 제37조의 규정에 의하여 지정된 용도지구 안에서의 건축물 그 밖의 시설의 용도·종류 및 규모 등의 제한에 관한 사항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특별시·광역시·시 또는 군의 조례로 정할 수 있다. Ⅲ. 헌법재판소의 결정요지 (1) 국토해양부장관, 시도지사가 도시관리계획으로 '역사문화미관지구'를 지정하고 그 경우 해당 지구 내 토지소유자들에게 지정목적에 맞는 건축제한 등 재산권제한을 부과하면서도 아무런 보상조치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위 심판대상의 조항들(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역사문화미관지구' 내 토지소유자들의 재산권을 제한함에 있어 비례원칙을 위반하고 있지 않다. (2) '역사문화미관지구' 내 토지소유자들에 대한 재산권제한의 구체적 내용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위임하고 있는 이 사건 재산권제한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Ⅳ. 평석 1. 보상부 공용제한과 내용한계규정의 구별기준 헌법재판소는 당해 사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원칙적으로 재산권의 '내용한계규정'에 기초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즉 "문화재와 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큰 건축물 등의 미관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지구를 지정하여 그 지정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토지이용을 규제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입법자가 '토지재산권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일반·추상적으로 확정하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에 관한 규정이자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다(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토지재산권에 대한 제한입법에 있어서도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함을 인정하고 있다. 당해 사건에서는 조정적 보상을 요하는 내용한계규정(ausgleichsplichtige Inhalts- und Schrankenbestimmung)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 이론은 재산권의 제한이 보상을 요하지 않는 재산권의 내용한계규정에 해당할 지라도, 예외적으로 중대하고 감내할 수 없는 재산권의 제한에 대해 재정적 조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오늘날 시대적 화두가 되는 '공생(共生)'의 법리와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보상을 요하는 공용제한(헌법 제23조 제3항)과 보상을 요하지 않는 내용한계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의 구별이 선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분리이론을 도입한 후, 어떠한 경우가 보상부 공용수용 또는 공용제한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히 설시하지 못하고 있다. 분리이론에서는 이러한 영역을 확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이러한 영역을 확정하게 되면, 그렇지 못한 재산권의 제한은 재산권의 사회적 기속 또는 무보상부 내용한계규정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분리이론의 핵심으로서 '공용수용의 요건'을 확정하는 것이 요구된다. 분리이론이 유래된 독일의 학설 및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에서는 "형식적 수용개념"에 기초한 공용수용의 요건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보상부 공용수용과 무보상부 내용한계규정을 구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당해 사안의 경우에도 토지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법규정에 대한 위헌심사를 함에 있어 보상부 공용수용 또는 공용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곧바로 재산권의 '내용한계규정' 또는 '사회적 기속'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유사한 소위 '문화재보호'(Denkmalschutz) 사건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우리와 달리 접근하고 있다(BVerfGE 100, 226/240 참조). 이 사건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논증을 함에 있어서 공용수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검토하고 있다. 즉 청구인의 법적 지위가 독일기본법 제14조 제1항 제1문에서 보호되는 것인지, 공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전면적 또는 부분적 박탈행위인지, 그리고 직접 법률에 의한 수용(입법수용) 또는 법률에 근거한 수용(행정수용)인지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한 논증 후에 사안이 그러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내용한계규정을 전제로 비례의 원칙을 심사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이미 분리이론을 도입한 이상, 이러한 소위 형식적 수용개념에 입각한 공용수용의 요건을 심사기준으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조정적 보상부 내용한계규정의 판단과 비례원칙(과잉금지원칙)의 심사 '조정적 보상'(Ausgleich)과 관련된 헌법재판소 사건의 효시는 구 도시계획법 제21조에 대한 위헌소원사건이다(헌재 1998. 12. 24. 89헌마214등, 판례집 10-2, 927). 즉 헌법재판소는 "종래의 지목과 토지현황에 의한 이용방법에 따른 토지의 사용도 할 수 없거나 실질적으로 사용·수익을 전혀 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 없이 이를 감수하도록 하고 있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당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판단하여, 처음으로 '조정적 보상을 요하는 내용한계규정'을 인정하였다. 재산권도 다른 기본권의 제한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비례의 원칙에 관한 심사를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당해 사건의 결정요지 및 판단 부분에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비례원칙에 의한 심사에 치중함으로써, 재산권제한에 관한 심사의 특성이 퇴색되고 말았다. 특히 조정적 보상을 요하는 내용한계규정을 판단함에 있어서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은 '예외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재산권의 제한은 강한 공익성이 요청되는 상황이므로, 적어도 비례원칙의 심사에 있어서 적합성원칙(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은 대체로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정적 보상을 요하는 내용한계규정에서 말하는 '보상'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한 보상', 즉 완전보상과 구별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2012-10-29
상수도체납요금 승계부과처분의 위법성
Ⅰ. 서설 수도시설을 사용하던 자가 수도요금을 체납한 상태에서 수도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건축물 등의 소유권이 변경되는 경우 수도사업자인 지방자치단체는 일반적으로 해당 건축물의 소유권을 신규로 취득한 당사자에게 전 소유자가 체납한 수도요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단수처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수도체납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부인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음에도 수도사업의 실무에서는 바뀐 조례규정을 전제로 지속적으로 체납요금 납무의무의 승계를 인정하여 수도요금부과처분을 하여왔는데 지방자치법은 제22조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안의 경우 체납수도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라는 주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규정에 위법성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Ⅱ.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및 쟁점사항(본 판결은 피고인 부천시가 상고를 포기하여 확정되었다.) 가. 부천시장이 '타이거월드' 부천체육문화센터를 을 회사로부터 매수한 갑 회사에 부천시 수도급수 조례 제24조 제2항을 근거로 기존 수도사용자 을 회사가 체납한 상하수도요금을 부과한데 대해 갑회사가 상하수도요금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부천시 수도급수조례 제24조 제2항에서는 '급수설비에 관한 권리·의무가 변동되는 경우에는 신규 수도사용자와 기존 수도사용자는 요금을 정산하여야 한다. 다만, 경매 또는 공매처분에 따른 명의 변경 시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사안에서는 ①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은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와 수도요금을 정산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도 이것이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의 체납 수도요금 납무의무를 승계하는 근거 규정이 될 수 있는지 여부, ②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이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의 체납 수도요금을 승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은 법률에서 위임한 바가 없는 사항에 대해 신규 수도사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거나 법률에서 위임한 범위를 초과한 것으로서 무효의 규정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 판결 요지 가.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이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와 수도요금을 정산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은 급수설비에 관한 권리·의무가 변동되는 경우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의 체납 수도요금을 승계하고, 다만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정산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이를 수도요금 승계규정으로 볼 수 있다. 나. 수도법 제38조 제1항의 '그 밖의 수돗물의 공급조건에 관한 규정'이라 함은 신규 수도사용자가 일반수도사업자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장래 수도를 공급받기 위한 수도공급계약의 내용으로 되는 사항, 즉 일반수도사업자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수도사용자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방법, 이와 관련하여 신규 수도사용자가 수인하거나 부담하여야 할 요금 기타 사항을 말한다 할 것이고, 기존 수도사용자가 체납한 수도요금의 납부의무의 승계에 관한 사항은 기존 수도사용자의 일반수도사업자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채무를 신규 수도사용자가 인수하느냐 하는 문제로서 신규 수도사용자가 장래에 일반수도사업자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 데 관한 사항은 아니며, 따라서 이러한 사항은 '그 밖의 수돗물의 공급조건에 관한 규정'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수돗물의 공급을 받지 않았던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의 체납 수도요금의 납부의무를 승계하도록 한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은 수도법 제38조 제1항의 '그 밖의 수돗물의 공급조건에 관한 규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법률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이러한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Ⅲ. 평석 1. 수도요금의 납부의무자 수도법 제68조제1항에서는 "수돗물의 공급을 받은 자가 수돗물의 요금,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 또는 제71조에 따른 원인자부담금을 내지 아니하면 지방자치단체인 수도사업자는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수도요금의 납부의무자는 수익자인 수돗물의 공급을 받은 자라고 해석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도법 제38조제1항에서는 "일반수도사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돗물의 요금,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부담, 그 밖에 수돗물의 공급 조건에 관한 규정을 정하여 수돗물의 공급을 시작하기 전까지 인가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은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수도사업자가 지방자치단체이면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조례에 기한 변경 가능성을 인정하는 듯 한 규정을 두고 있다. 2. 과거 대법원의 판결 및 평석 대상 판결과의 조례 규정의 차이점 과거 대법원(대법원 1993. 5.11. 선고 92누17211)은 "수도법 제17조의 규정에 의하여 제정된 서울특별시급수조례 제5조는 '급수장치는 그 설치된 건물 또는 토지의 처분에 부수하며 취득자는 이 조례에 의하여 그 취득 전에 발생된 의무에 대하여도 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은 급수장치에 관한 권리의무의 승계에 관한 것으로서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것만으로 건물의 구소유자의 체납수도요금 납부의무까지 신소유자에게 승계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체납수도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런데 본 평석대상 판결 당시 부천시의 조례는 "급수설비에 관한 권리·의무가 변동되는 경우에는 신규 수도사용자와 기존 수도사용자는 요금을 정산하여야 한다. 다만, 경매 또는 공매처분에 따른 명의 변경 시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여 그 내용을 달리하고 있어 본 조례규정을 체납요금승계에 관한 근거규정으로 볼 수 있느냐 및 조례안의 위임입법한계일탈로 인한 무효사유의 존부가 문제된 것이다. 3. 본 판결의 의미 및 수도사업 실무 현재 환경부와 행정안전부에서 제정한 '표준급수조례' 제19조에 따라 부천시는 수도급수조례 제24조로 이와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고,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한 수도급수조례에는 동일한 내용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본 수도급수조례는 과거 명시적으로 체납수도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인정했던 규정과는 상이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사실상 납부 의무의 승계 규정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방재정의 충실을 위해 체납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인정해야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본 수도계약의 주체가 수도사업자와 기존 수도사업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불과함에도 법률상의 근거 없이 채무의 승계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입법체계상의 문제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본 판결은 본 조례규정의 위법성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도급수조례는 크게 3가지의 규정 형태를 취하고 있다. 첫째로 과거 대법원에서 판시한 서울특별시급수조례 제5조와 같은 '의무 승계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 둘째로 환경부와 행정안전부에서 제정한 '표준수도급수조례' 제19조를 따른 부천시 수도급수조례 제24조와 같은 '당사자 사이의 정산 의무'를 규정한 경우,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규정을 아예 삭제한 경우이다. 이에 따라 수도사업 실무는 '의무 승계 규정'과 '당사자 사이의 정산 의무'에 관한 규정을 둔 경우는 체납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인정하고 있고, 위와 같은 규정을 삭제한 경우에는 위 의무의 승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수도사업의 실무형태가 다양한데는 수도법 제38조제1항에서 수돗물의 요금,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부담, 그 밖에 수돗물의 공급 조건에 관한 규정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데 그 근본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매 및 공매에 기한 명의변경시에는 현재 실무상으로도 체납요금 납부의무 승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경매에 기해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전소유자가 연체한 관리비의 납부를 거부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 2001. 9. 20. 선고 2001다8677에서 '아파트의 관리규약에서 체납관리비 채권 전체에 대하여 입주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집합건물의 전 입주자가 체납한 관리비는 그 특별승계인에게 전유부분에 대한 체납관리비는 승계되지 아니하고 공용부분에 한하여만 승계된다'는 판결을 하고 있는데 이 취지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Ⅳ. 결론 본 판례는 지방자치법 제22조의 규정에 따라 부천시수도급수조례 제24조의 효력이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다. 사실 본 판례 이전에도 대법원 1992.12.24. 선고 92다16669 판결과 대법원 1993. 5.11. 선고 92누17211 판결로서 위와 같은 수도급수조례의 효력이 부인된 바 있으나 본 판결들의 취지가 수도사업의 실무에 반영되지 않아 계속해서 법률적인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환경부에서는 표준급수조례를 개정하여 제19조 '당사자 사이의 정산의무' 규정을 삭제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표준안에 불과해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력이 없어 사안의 같은 분쟁의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대법원에 의해 위법성이 확인된 서울특별시급수조례 제5조와 같은 '의무 승계 규정'을 그대로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아직도 상당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와 같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소관 중앙행정기관인 환경부 및 행정안전부의 이에 대한 엄격한 지침의 작성 및 각 지방자치단체로의 시달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201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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