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7일(토)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존엄성
검색한 결과
3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군사·병역
국제인권법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근거
- 광주지방법원 2015노1181, 1535, 1668 판결 -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판결 - 1. 사실관계 및 항소의 요지 피고인들은 원심에서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수령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아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이라고만 함) 위반으로 유죄선고를 받았는바,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규약’이라고만 함) 제18조 및 헌법 제19조에 의한 양심의 자유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이 사건 법률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함에도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본 원심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로 항소를 하였다. 2. 관련 대법원 판결들의 요지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관한 사건에 관하여 2004년 “헌법 제19조(양심의 자유), 제20조(종교의 자유)가 보호하는 자유는 헌법 제29조 제1항(국방의 의무) 및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어서 이 사건 법률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피고들이 주장하는 양심의 자유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규약 제18조 규정도 헌법 제19조(양심의 자유), 제20조(종교의 자유)의 해석상 보장되는 기본권의 보호 범위와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규약의 위 조항으로부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2007년 “규약 제18조는 물론 규약의 다른 조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고 규약의 제정 과정에서 규약 제18조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포함시키자는 논의에 대하여 관여 국가들의 의사가 부정적인 점 등을 근거로 규약 제18조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될 수 없다”고(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 각각 판시하였다. 3. 국제인권법의 국내법 적용에 관한 항소심(대상판결)의 판단의 요지 및 근거 대상판결은 우리 헌법 제6조 제1항의 국제법 존중주의원칙에 따라 국가가 체결 공포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가입한 자유권규약 및 그 선택의 정서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하고 자유권규약 제18조는 특별한 입법 조치 없이 우리 국민에 대하여 직접 적용되는 법률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의견인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법률상의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에 있어서 규약 제18조가 일종의 특별법으로서 그 법원(法源), 즉 재판규범이 된다고 할 것이라고 전제하였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자유권규약위원회가 2006. 11. 3. 이후 5차례 채택한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제기한 4건의 사건에서 연속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규약 제18조에 의하여 보호된다는 의견을 밝혀 왔는바, 국제인권규약에 대하여는 제정 당시 문헌에 구속되지 않고 시대정신에 맞게 이를 해석하여야 한다는 소위 ‘살아 있는 문서이론’을 고려하여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여 기본권을 도출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자유권규약위원회 자체의 규약에 관한 해석은 ‘상당한 설득적 권위’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동 위원회의 제18조에 관한 해석이나 유럽인권재판소의 2011년 바야탄 사건의 판단에서 관련 인권규약에 명문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규정하지 않았어도 해석상 이를 권리로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상 신의성실원칙에 따라 국내 사법부도 국제조약에 대한 이행의무가 있으므로, 결국 규약 제18조 규정과 동 위원회의 위 규정에 관한 해석이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법률의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에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의 정당한 사유에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4. 평석 (1) 전통국제법의 한계 및 이에 따른 사법부 소극주의 국제인권법은 전통 국제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특히 1945년 2차 세계대전 후 도입되었다. 즉 전통 국제법은 전적으로 주권국가들의 행위만을 규율하고 다른 국가와 사이의 “양자적” 성격의 법률관계를 토대로 조약을 통하여 상호 권리, 의무를 주고받는 “상호적” 성격, 그 조약위반에 대한 집행도 해당 조약위반으로 피해를 본 상대 국가에게만 인정되는 “주관적” 성격이 특징이었다. 전통 국제법은 그 단점으로 국제법상 의무위반 집행을 각국 스스로 해결하여야 하기 때문에 약소국가는 강대국의 국제법상 위반에 제대로 집행을 할 수 없게 되고 다른 국가들에 의한 침략, 인권침해로 인하여 자국 내지 타국내의 인간이 수백만 명 단위로 전쟁으로 죽는 등 인간의 존엄성이 엄청난 규모와 심각한 정도로 훼손된 경우에도 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들은 이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적 차원에서 전통 국제법은 가치몰각적(價値沒却的) 국제법이 되고 말았다. 나아가 전통 국제법은 국가의 국제법상 권리, 의무를 해석하고 집행함에 있어서 조약 또는 국내법상 규정의 해석을 자구 그대로 존중하는 소위 실증법적 태도, 자구중심의 해석에 충실할 수밖에 없어 결국 사법부의 국제법의 국내적용 시 소극주의로 귀착되었다. (2) 국제인권법 제정 목적에 따른 국내법 적용· 해석원칙 - 사법부 적극주의 국제인권법은 전통 국제법에서 단지 객체 또는 대상에 불과했던 개인, 인간의 존엄성 그 자체 혹은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인정되고 보호되어야 하는 가치를 국제법 차원에서 보호하기 위하여 고안되었기 때문에 국제인권법상 인권은 본질적으로 국가의 동의나 국가의 조약체결에 의하여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개념을 전제로 하였다. 나아가 국제인권법(조약)에 따른 국가의 인권보장의무는 전통 국제법상 체약국가의 다른 조약 가입국에 대한 양자적, 상호적, 주관적 성격이 아니고 국제공동체(국제연합 등)의 평화, 인권 등 공공질서 내지 기본가치를 공동체를 대신하여 수호하는 ‘객관적’, ‘통합적’ 성격을 지닌다고 본다. 위와 같은 국제인권법의 도입목적, 성격에 따라 국제인권법은 사법부가 국제인권법 또는 조약 조문상 인권내용이 불분명한 경우에도 그 인정을 위하여 관련 조약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입장, 달리 말하면 탈실증법적 태도, 자구 중심의 해석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인권친화적 해석을 요청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법부가 국제인권법을 국내법에 적용·해석하는 경우 적극적, 발전적 태도를 취할 것을 요청한다. 다만 현재 국제공동체의 발전단계 내지 모습이 국내공동체(국가) 또는 발전된 공동체(유럽연합)에 비해 미약하고, 특히 우리나라가 가입하고 있는 국제연합(유엔)차원의 국제공동체는 국제인권법을 창설할 당시부터 국제인권법에 따른 국가의 인권보장의무의 국내적 효력인정 여부에 관하여 즉시 국가에 대해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하지 않고 해당 권리의 보편적 인정 여부, 그 피해자의 숫자, 피해의 심각성 정도, 각 회원국의 국내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국가가 이를 점진적, 발전적으로 이행, 집행하는 재량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 대법원의 국제인권조약의 해석에 관한 문제점 대법원은 위와 같은 2004년, 2007년 판결에서 규약 제18조 조문에 명문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권리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국내법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계속 판시함으로써 자유권규약 등 국제인권규범의 국내적용·해석에 관하여 기본적으로 전통 국제법에 따른 실증법적 태도, 자구해석에 충실한 태도, 나아가 사법부 소극주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국제인권법의 국내법 적용에 관한 해석원리, 즉 국내법상 권리처럼 명문 규정의 구체적 근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관련 인권이 국제공동체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적극적, 발전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원칙, 헌법 제6조의 국제법 존중주의 원칙을 간과 내지 위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5. 결론 대상판결은 유럽인권재판소에서 널리 인용되고 있는 ‘살아있는 문서이론’을 원용하여 규약 제18조 조문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위 규정에서 양심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국제인권법의 제정목적에 따라 요청되는 적극적, 발전적인 태도를 충실히 반영하였을 뿐만 아니라 인권규약이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상 신의성실의 원칙 등을 근거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이 사건 법률을 적용ㆍ해석함에 있어 일종의 특별법으로서 그 법원(法源), 재판규범이 된다고 판시함으로써 헌법 제6조 제1항의 국제법 존중주의 원칙을 제대로 존중하는 판결을 하였다. 특히 대상판결은 국제인권규약이 국내 사건에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논거를 국내 법원 차원에서 최초로 설득력 있게 밝힌 획기적 판결로서 앞으로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가 국제인권법을 국내법에 적용·해석하는 경우 선례로 자리 잡기를 소망해 본다.
양심적병역거부
국제인권법
병역
2016-12-05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대법원판결의 분석과 향후 논의과제
Ⅰ. 서론 2009년 5월21일 대법원은 타인의 ‘자연스런 사망’에 지나치게 개입하여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의 판결(2009다17417)을 선고했다. 우린 오랫동안 다투어 온 존엄사 내지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논의에 큰 획을 긋는 판결을 맞이했고, 2009년 6월23일 10시21분 그 판결의 실행을 생명경외의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런데 연명장치가 제거된 환자가 자기호흡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연명하자, 다시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논쟁하려는 모습, 즉 논의의 역류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이유는 위 판결에 ‘옥의 티’가 있었고 그 티가 너무 부각되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하에서는 지면관계상 위 판결의 다수의견과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제1 반대의견)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간략하게 평석하고, 상세한 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Ⅱ.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요건에 대한 각 의견의 요지 1. 다수의견 다수의견은 연명치료의 중단을 허용하는 요건을 제시하였고, 연명치료의 중단을 허용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다. 다수의견의 설시 내용은 (1) 연명치료 중단의 법적 성질, (2) 중단의 허용요건, (3) 허용요건의 구비 여부 등 세부분으로 구분된다. (1) 연명치료의 중단을 의료계약의 해지로 보았고 환자에게 원칙적으로 계약 임의해지권과 그 연장선에서 계약내용 변경권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중단 내지 변경이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경우에는 엄격한 요건이 구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그래서 다수의견이 제시한 허용요건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즉 객관적 요건으로서 ‘환자의 상태(狀態)’와 주관적 요건으로서 ‘환자의 의사(意思)’에 관한 것이다. 1) 첫째 요건인 객관적 요건을 정리하면 이렇다. ‘환자의 상태(狀態)’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이 단계에 진입한 것인지 여부를 세 가지 요소로 판단한다. 즉 다음 세 요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인데 ① 의식 회복의 불가능, ② 생명관련 생체 기능 회복의 불가능, ③ 짧은 시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하 ‘사망임박’은 이를 의미함)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판단은 전문의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 등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이러한 단계에 진입한 환자에게 시행하는 연명치료는 치료목적이 없는 신체침해행위이고 이는 죽음의 시작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죽음의 종기를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2) 이어서 다수의견은 인간의 생명권이 존엄성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하는데 인격체로서의 활동이 기대되지 않는 위의 단계에 이른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강요하는 것은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고, 이러한 단계에서 환자가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의사를 존중하는 것은 사회상규에 부합하고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부분 설시는 아래 ‘환자의 의사’를 허용요건으로 하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이유 내지 논거로도 이해할 수 있다. 3) 둘째 요건인 주관적 요건을 정리하면 이렇다. ‘환자의 의사(意思)’가 연명치료의 중단이어야 중단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이 요건은 환자의 사전의료지시 또는 추정의사로 충족된다고 한다. 다수의견은 사전의료지시(“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힌” 표시)를 진료중단 시점에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으로 의제(擬制)한다. 이러한 의제의 요건으로 ① 의사결정능력, ② 의사의 설명, ③ 결정의 진지성, ④ 중단시점상 증명가능성(증명수단은 ⓐ 의료인을 상대방으로 환자가 직접 작성한 서면, 혹은 ⓑ 진료과정에서 의료인이 환자의 의사결정을 담은 진료기록 등)이다. 이 ④ 요건에서 다수의견은 위 ⓐ·ⓑ 요소를 통하여 의료인의 관여를 중시하며, 이 점이 결여되면 설사 환자가 직접 작성한 것이라도 사전의료지시는 아니지만, 위 ① ② ③ 등 다른 세 요건이 구비되면 환자 의사를 추정하는 자료가 될 뿐이라고 한다. 한편 사전의료지시가 없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소로 환자의 중단 의사를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사회상규에 부합한다고 한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추정의 방법’은 객관적이어야 하고, ‘추정의 기준’은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객관적으로 부합하는지 여부이며 그 ‘부합의 판단기준’은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이다. 환자의 가치관이나 신념 등을 파악하는 자료는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3) 이 사건이 위 허용요건을 구비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이를 긍정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2. 제1 반대의견(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제1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제시한 연명치료 허용요건의 기본골격에 대하여 찬성하지만 이 사건이 그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고 보아 원심파기 의견을 냈다. (1) 환자의 상태(狀態)에 대한 이견: 제1 반대의견은 우선 ‘환자의 상태(狀態)’에 대하여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본다. 환자 담당의사의 판단을 중시하여 그가 환자의 의식회복가능성이 5% 미만이라고 하였지만 아무튼 그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 담당의사를 포함한 전문가의 의견 가운데 최단기인 기대여명이 4개월 이상이라는 점을 든다. (2) 환자의 의사(意思)에 대한 이견: 제1 반대의견은 연명치료의 중단을 구하는 추정적 의사가 환자에게 없다고 한다. 그 논거는 이렇다. 우선 추정적 의사를 가정적 의사 또는 의제된 의사와 구별한다. 추정적 의사는 정황에서 추단된 현실적 의사이며 이 의사표시를 묵시적 의사표시라는 것이다. 가정적 의사를 기초로 한 자기결정은 인정될 수는 없으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제시한 사정들로는 다수의견이 말하는 위 1.(2). 3)의 ① ② ③ 요건이 구비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가정적 의사에 의한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한다면 자기결정의 왜곡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환자 주변사람들이 가지는 중단의사를 관철하기 위하여 그들만이 제시 증명하는 정황만에 기하여 환자의 현실의사가 아닌 “이른바 ‘추정적 의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는 것이다. 한편 원고 대리인이 추정적 의사를 묵시적 의사라고 강조하였으므로, 처분권주의 및 변론주의에 따라 법원은 묵시적 의사 존부에 의해서만 판단해야 하는데 그러한 묵시적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3) ‘환자의 의사(意思)’라는 요건의 선택적 대안(代案)으로 “객관적 법질서의 관점”을 제시: 제1 반대의견은 위와 같은 의사추정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즉 다수의견의 둘째 요건인 ‘환자의 의사(意思)’가 없어도 예외적인 엄격요건으로 중단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즉 환자의 자기결정에 의하여서만이 아니라, 법질서 일반의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요건의 핵심은 치료중지의무이며 이를 위임 규정인 민법 제681조의 “위임의 본지(本旨)”에서 찾는다. 이를 제1반대의견은 연명치료 강요가 환자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경우라고 하는 다수의견에 상응하는 것으로 본다. 이 존엄성 침해 여부는 환자 및 의사 양측 제반 사정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가족의 동의는 독자적 요건일 정도로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따라서 설사 환자의 가정적 의사가 중단에 반대하는 것이라도, 존엄성 침해라는 요건이 구비되면 법질서 일반의 관점에서 이익형량 내지 가치평가의 문제로서 연명치료 중단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3. 제2 반대의견, 보충의견, 별개의견 이 의견들도 검토의 가치가 매우 높지만 분량의 제한상 요지를 지극히 간략하게 본다. 제2 반대의견(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연명치료의 착수 이전에 그 거부에 대해서만 인정되어야지 이미 착수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하여는 행사될 수 없다는 점 등을 설시하여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연명치료 허용기준에 대한 보충의견(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차한성)은 제2 반대의견의 각 논거를 반박한다. 끝으로 중단절차에 대한 별개의견(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은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요건 구비 여부에 대한 판단을 신중하면서도 적절한 시기에 내릴 수 있는 법적 절차에 금치산자의 요양감호에 관한 민법 제947조 제2항의 유추적용을 제시한다. Ⅲ. 평석 1.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대체로 필자를 포함한 기존의 의료법학자들이 주장한 내용을 대체로 수용하였다. 하지만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라는 객관적 요건에 ‘사망임박’(“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란 티가 붙어있다.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의료법학자들이 존엄사를 허용하는 요건에 ‘사망임박’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존엄사를 허용하는 것은 ‘곧 사망할 사람’을 ‘바로 사망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존엄사의 허용은 이미 사망의 길로 들어서서 못 고칠 사람에게 치료 효과도 없는 호흡기 같은 인공장치를 그 사람의 뜻과 달리 무의미하게 달아 놓지 말자는 판단이다. 이러한 판단에서 장치가 제거된 이후 그 생명은 자연사의 길을 걷는 것이며 남은 기간은 생명 자체의 몫이다. 제거를 신청한 자, 이를 허용한 자, 이를 실행한 자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며 생명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존엄사를 허용하는 것은 자연사(自然死)의 방해를 금지하는 것이지 결코 사망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명현상이 신비함을 감안한다면 ‘사망임박’이란 요건이 충족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이 요건에 집착한다면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판결은 이제 거의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하급심판결에서 이 사망임박이란 요건은 무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무시한 하급심판결이 대법원까지 올라가면 대법원은 판례변경의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의 대법원 판결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 환자가 인공호흡기 제거에도 불구하고 바로 사망하지 않고 자기호흡으로 연명하고 있으니 ‘사망임박’ 요건의 충족을 오판했다고 하여, 대법원이 환자에게 호흡기의 제거를 금지하여 장착한 채로 두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매우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2. 제1 반대의견에 대하여 추정적 의사에서 그 추단의 대상인 의사를 현실적 의사로 보고, 이를 묵시적 의사표시의 그것으로 보면서, 이렇게 본 원고 대리인의 주장을 변론주의의 틀로 묶어 원심을 파기해야 한다는 논증은, 유력한 학설의 하나로 인정될 수는 있지만, 사견으로는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묵시적 의사표시와 명시적 의사표시는 의사표시의 방법상 차이이며, 언어에 의한 명시적 의사표시와 달리 묵시적 의사표시는 언어 외의 수단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묵시적’ 의사‘표시’라는 용어에서 ‘묵시적’이 수식하는 대상은 ‘의사’가 아니라 ‘표시’라고 할 것이다. 현실적 의사란 명시 혹은 묵시로 표시된 것이어야 한다. 이와 같이 제1 반대의견과 다른 시각에서, 추정적 의사는 현실적 의사와 대립하는 용어로서, 일정한 요건 하에 인정된 추정적 의사가 현실적 의사를 대체하는 것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을 뿐이고, 다수의견은 필자 등 다수 의료법학자들의 견해와 같이 이를 인정한 것이라 하겠다. 이렇다면 ‘환자의 의사(意思)’라는 주관적 허용요건의 대안으로 제시된 법질서 일반의 관점이란 논리는 불필요하게 된다. 더구나 위임인이 환자 자신이라면 “위임의 본지(本旨)”를 탐색하는 것과 환자의 ‘가정적 의사’를 탐구하는 것이 과연 다른 것인지도 의문이다. 결론에 이르는 논리의 차이일 뿐이기는 하지만, 객관적 법질서상 이익형량 등의 이름으로 연명치료의 중단을 환자 아닌 다른 사람의 의사 내지 결정에 맡긴다는 것은 오히려 중단을 쉽게 허용할 우려가 있으며 아울러 생명의 처분에 대한 기본적 시각의 문제라고 하겠다. 그 밖에 현실적 의사와 추정적 의사 및 가정적 의사의 관계, 의료계약에 대한 위임규정의 적용, 허용요건으로서 환자 자신이 아닌 가족의 동의 등 논쟁점들이 많지만 지면관계상 이만 줄인다. Ⅳ. 결론 다수의견에 따라 ‘사망임박’이란 요소가 포함된 요건인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있다고 인정되어 인공호흡기가 제거된 환자가 자기호흡으로 연명하고 있음을 놓고, 일견 당황해 하는 주변의 모습은 모두 위 ‘사망임박’이란 티 때문이다.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곧 사망할 줄 알았던 환자가 자기호흡을 통해 연명하고 있는 모습에 대하여 우리가 느낄 것은, 생명현상에 대한 경외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판단의 잘못이 이야기되고 있다. 호흡기를 단 의료진의 판단, 제거를 신청한 자녀들의 판단, 연명치료 중단요건의 충족에 대한 법원의 판단 등. 이들을 둘러싼 문제제기, 즉 안달아도 될 호흡기를 달았다고 책임을 주장하는 모습, 곧 돌아가실 줄 알고 제거를 신청한 자녀들과 판결에 따라 제거를 실시한 의료진의 어색한 느낌, ‘사망임박’이란 티로 인하여 판결에 가해지는 설왕설래 등 모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는 방향을 제대로 잡아서 남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환자의 상태가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하고 무의미하며, 환자의 의사가 기계에 의존한 연명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 의사를 존중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내지 합의는 각종 조사 등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문제의 ‘사망임박’이란 티를 제외하면 이 대원칙에 따른 것이 이번 대법원 판결의 태도이다. 남은 논제 두 가지는 우선 전문가의 영역이라 하겠다. 먼저 연명치료 중단의 객관적 요건인 ‘환자의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하는 방법 내지 절차의 문제, 이는 의학 전문가의 몫이다. 다음으로 존엄사의 주관적 요건인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객관적 요건을 구비한 상태에 있는 환자에게 현실적 의사를 기대할 수는 없다. 환자의 의사를 어떻게 추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우선 사전의사(living will) 제도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가 이제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할 과제이다. 사망으로 효력이 비로소 나타나는 유언의 법리를 사전의사에 적용할 수는 없으므로, 관련 제도 없는 사전의사는 역시 추정의 근거일 뿐이다. 위 제1 반대의견도 우려한 추정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논의가 필요한 단계이다. 그리고 법원 판단의 ‘신중’과 ‘신속’을 모두 도모하고자 제시된 법적 절차에 관한 위 별개의견의 제도화도 마찬가지이다.
2009-07-06
혼인·가족정책이념에 따른 동성동본혈족금혼규정의 헌법불합치결정
〈事實關係와 憲裁決定要旨〉 1) 事實關係: 동성동본혈족인 관계로 혼인신고가 수리되지 않아 사실상 부부생활을 하면서도 고통을 겪고 있는 X등 (최○○외 13인)은 관할호적공무원의 「혼인신고불수리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1995년4월10일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하였다(95파2070내지2077호). 이에 서울가정법원은 同姓同本인 자와 혼인하려 하는 제청신청인들의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아니한 처분에 대하여, 「민법 제809조제1항의 위헌여부」가 위 사건들의 재판의 전제가 된다하여 1995년5월17일 각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2) 헌법불합치결정의 요지: 〈주문〉=「1. 민법 제809조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2. 위 법률조항은 입법자가 1998년12월31일까지 개정하지 아니하면 1999년1월1일 그 효력을 상실한다.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 〈이 유〉 3. 판 단 가. 재판관 5인의 단순위헌의견 (1), (2), (3)은 생략 (4) 헌법이념 및 규정에서 본 동성동본혼제―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가) 헌법 제10조는 모든 기본권의 종국적 목적(기본이념)이라 할 수 있고 인간의 본질이며 고유한 가치인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그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적(性的) 자기결정권 특히 혼인의 자유와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헌법재판소, 1990년9월10일 선고, 89헌바82결정 참조). 또 헌법 제36조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혼인제도와 가족제도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규정되어야 함을 천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혼인에 있어서도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의 바탕위에서 모든 국민은 스스로 혼인을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고, 혼인을 함에 있어서도 그 시기는 물론 상대방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며, 이러한 결정에 따라 혼인과 가족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나)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의 혼인을 그 촌수의 원근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모두 금지하고, 민법은 이를 위하여 혼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예 그 혼인신고 자체를 수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동성동본인 혈족은 서로가 아무리 진지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또 촌수를 계산할 수 없을 만큼 먼 혈족이라 하더라도 혼인을 할 수 없고 따라서, 혼인에 있어서의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동시에 그 제한의 범위를 동성동본인 혈족, 즉 남계혈족에만 한정함으로써 성별에 의한 차별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금혼규정으로서의 사회적 타당성 내지 합리성을 상실하고 있음과 아울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이념 및 「개인의 존엄 및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유지라는 헌법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할 것이고, 또 금혼의 범위를 동성동본인 혈족, 즉, 남계혈족에만 한정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을 하고 있는데 이를 시인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0조, 제11조제1항, 제36조제1항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그 입법목적이 이제는 혼인에 관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사회질서」나 「공공복리」에 해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헌법 제37조제2항에도 위반된다 할 것이다. 4. 결 론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에서는 재판관 2인을 제외한 그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나 2인의 재판관은 헌법 불합치결정을 선고함이 상당하다는 의견으로서, 이에 헌법불합치의 결정을 선고하기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憲裁決定에 대한 評釋: 이 決定趣旨에 찬성한다〉I. 이 결정에서 논의할 점 이 決定에서 논의되어야 할 점은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적자기결정권」특히 혼인의 자유·배우자 선택의 자유가 포함되느냐, 이러한 배우자 선택의 자유는 제한할 수 있는 것이냐, 제한할 수 있다면 이를 제한하는 민법 제809조제1항(동성동본인 혈족사이에는 혼인하지 못한다)의 규정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헌법 제37조제2항)에 위배되는 규정이냐 하는 점이다. 배우자선택의 자유와 권리 및 그 제한의 한계는 憲法上의 「婚姻·家族政策理念」에 입각하여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本稿는 憲法상의 婚姻·家族政策理念의 定立과 立法形成權의 積極的 課題와 消極的 課題를 모색하고 이와 관련한 「심판대상들」의 違憲與否의 決定例를 검토하기로 한다. II. 婚姻·家族政策理念과 立法權의 課題1. 婚姻·家族政策의 채택 家族政策이란 가족의 형성·유지면에서 國家가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제조치의 총체인 것이다. 이러한 家族政策의 최종목적은 훌륭하게 기능을 수행할 능력있는 家族을 창조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수립에 즈음하여, 家族政策理念으로 「定義와 人道, 사회적 폐습과 不義의 타파, 각인의 기회균등, 능력의 최고도의 발휘」라는 헌법이념을 설정하였다(전문). 1980년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을 추가신설하고(구헌법 제9조), 특히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구헌법 제34조)는 혼인·가족정책이념을 구체화하였으며, 1987년에는 이에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1987년 헌법 제36조제1항)고 보완입법을 하였다. 1980년과 1987년에 이와 같은 새롭고 구체적인 「혼인·가족정책이념」을 선언한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의 보장(헌법 제10조), 평등권의 보장(헌법 제11조)에 포함하여 다루었던 것을 혼인과 가족생활 영역에 관한 政策理念指標로서 따로 설정한 것이다. 2. 婚姻·家族政策理念과 國家의 保章 1) 家族政策理念설정의 역사적 의의: 혼인·가족정책의 기본이념을 설정한 역사적 의의는 전통적 가부장제 가족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호주제도와 父系血統중심의 혼인·가족생활로부터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근대 산업사회에 적합한 혼인·가족생활로 전환하기 위한 기본원리를 憲法에 규정함으로써 家父長制度의 개혁을 의도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2) 個人의 尊嚴·兩性平等의 의의: 현행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제36조제1항)」는 가치결정을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憲法秩序 안에서 최고의 가치지표라고 보아야 하는 「個人의 尊嚴·兩性의 平等」은 어떠한 민족문화·전통내지 인륜도덕질서에 의하여 양보될 수 없는 가치적 컨센스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民法이 헌법 제36조제1항의 규정내용을 받아서 日本民法 제1조의 2처럼 「本法은 개인의 존엄과 兩性平等의 취지에 따라 이를 해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헌법상의 婚姻·家族政策理念은 家制度등 家父長的要素를 부정함과 아울러 새로운 家族政策의 기본이념을 천명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3) 個人의 尊嚴·兩性平等의 理念: 가) 개인의 존엄·양성평등의 「第1의 理念」은 평등하고 자유로운 인격자로서의 개인의 의사를 최대한으로 존중하고, 그것에서 「개인의사존중원칙」에 기인한 婚姻의 自由·배우자선택의 자유가 비롯되는 것이다. 「第2의 理念」은 어떠한 약자도 개인으로서 존중되고 보호되는 場으로서의 家族을 확립하려는 것이다. 4) 婚姻·家族政策理念의 國家保障: 1980년에 혼인·가족정책이념을 새로이 구체적으로 규정한 헌법의 정신은 30여년전에 제정·시행된 家族法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인의 존엄·양성평등의 이념을 지표로 하여 개정하라는 「立法의 명령」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더욱이 1987년 憲法改正에서 「…國家는 이를 保障한다」고 추가로 立法하고 있는 것은 바로 國家權力(예컨대 입법권·사법권·행정권)은 이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취지라고 이해된다. 3. 制度保障과 立法權의 課題 1) 憲法상 婚姻·家族政策理念규정(제36조제1항)은 개인의 尊嚴·兩性平等을 기초로, 靜的으로는 婚姻制度와 家族制度의 制度保障으로 보고, 이를 기초로 動的으로는 婚姻의 自由·家庭創設의 自由와 가족생활의 권리를 보호하는 生存權이라고 이해한다. 2) 헌법 제36조제1항의 規定을 제도보장이란 관점에서 볼 때, 그 制度保障이란 憲法秩序내에서 국가권력은 혼인과 가족생활을 규율하는 法律秩序 즉, 「일부일처의 혼인·부부중심의 家族」을 창출하는 國家法秩序(민법 중 친족·상속편)를 제정하여 法律秩序의 구성부분으로 유지해 나갈 「憲法的 授權」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4. 立法權의 積極的 課題와 消極的 課題 1) 立法權의 積極的 課題: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國法秩序의 특별한 보호를 위한 「積極的 課題」(positive Aufgabe)란, 이른바 ① 防禦型 적극적 과제와 ② 志向型 積極的 課題로 구분할 수 있다. 가) 防禦型의 積極的 課題: 국가권력이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침해를 막을 수 있는 家族法秩序(家族法)를 창출하는 과제이다. 예컨대 2중혼인을 금지하는 것(민법 제810조), 夫妾계약을 무효로 하는 것(민법 제815조제1항·동 제103조), 제3자의 婚姻請求를 허용하지 않는것(민법 제834조·동 제840조), 姦通을 처벌하는 것(형법 제241조), 非配偶者間의 人工的 姙娠을 불허하는 입법 등의 과제를 들 수 있다. 나) 指向型 積極的 課題: 국가권력이 혼인과 가족생활을 적극적으로 조장해 주고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내용의 家族法秩序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과제이다. 2) 立法權의 消極的 課題: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國法秩序의 특별한 보호를 위한 「消極的 課題」(negative Aufgabe)란 이른바 ③ 불간섭의 課題와 ④ 합리적·최소한의 간섭의 課題를 구분할 수 있다. 가) 不干涉의 課題: 消極的 課題중 첫째는 국가권력 스스로가 혼인과 가족생활을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家族法秩序를 창출하여야 하는 不干涉의 課題이다. 예컨대 혼인의 자유·배우자선택의 자유, 分家와 가정창설의 자유, 혼인 중의 출산의 자유, 호주권 으로부터 가족원의 자유, 남성의 지배로부터 여성의 자유 등은 원칙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立法을 하여야 할 과제이다. 나) 合理的·最小限의 干涉의 課題: 消極的 課題중 둘째, 국가권력이 혼인과 가족생활에 부득이한 간섭을 할 경우에는 적어도 국가 자체의 방해적 조치에 의해 혼인부부와 친자 등의 가족생활에 침해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 이유에 근거한 최소한의 간섭을 하는 세심한 주의를 하여야 하는 이른바 「합리적·최소한의 간섭의 과제」이다. 예컨대 立法權의 「합리적·최소한의 간섭의 과제」를 일탈한 ① 현행 同姓同本婚姻禁止의 法制(민법 제809조제1항), ②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을 「그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내」로 제한한 것(민법 제847조제1항), ③ 숙려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에 法定單純承認으로 의제한 것(민법 제1026조제2호)등은 立法形成權이 합리적·최소한의 간섭의 課題를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예시할 수 있다. III. 憲裁決定의 評釋1. 民法 제809조제1항에 관한 論議 본 심판대상인 「민법 제809조제1항」의 규정은 혼인성립에 있어서의 평등이념에 위배되고, 혼인·가족정책이념(헌법 제36조제1항)에 위배되며,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에 촌수 제한없이 혼인을 금지하는 것은 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를 일탈한 혼인 및 배우자 선택의 자유라고 하는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과잉금지의 원칙(헌법 제37조제2항)에도 위배된다고 비판되어 왔다(李凞培, 「家族政策理念에 따른 現代 家族法에의 接近」, 仁川大 論文集 제11집, 1987년, pp.280∼284). 2. 憲法不合致決定의 評釋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에는 촌수에 제한없이 혼인을 금지하는 「심판의 대상」규정(민법 제809조제1항)은 혼인하려는 개개인의 배우자 선택의 자유와 혼인 및 가정창설의 자유·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이로 인하여 혼인하려는 당사자의 개인의 존엄성에 기초한 혼인성립과 이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헌법 제36조제1항)와, 행복한 가정을 창설할 권리(행복추구권)와 이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헌법 제10조)를 저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성동본인 父系血族사이의 혼인만을 금지함으로써 母系血族간의 혼인을 금지하지 않고 있는 규정은, 양성평등에 기초하여 혼인은 성립하고 국가는 이를 보장하여야만 한다는 평등이념(헌법 제36조제1항)에도 위배된다. 또한 심판대상(민법 제809조제1항)인 혼인금지규정은 1부1처의 혼인질서나 출생자의 유전학적인 공공의 복리상 필요한 제한범위인 근친혼의 금지가 아니고, 父系血族사이에는 무한히 금지한 것으로서 입법형성권의 消極的 課題인 합리적·최소한의 간섭의 과제 내지 과잉금지원칙(헌법 제37조제2항)에도 위배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0조, 제11조제1항, 제36조제1항에 위배될 뿐만아니라, 그 입법목적이 이제는 혼인에 관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사회질서」나 「공공복리」에 해당될 수 없다는 점에서 헌법 제37조제2항에도 위반된다 할 것이다』라는 이 決定은 타당하다고 이해된다. 헌법재판소가 민법 제809조제1항 규정의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는 합리적 근거로서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36조제1항, 제37조제2항의 「혼인·가족정책이념」에 입각하여 판시함으로써, 이 결정을 통하여 「혼인·가족정책이념」을 한층 체계화하는데 일조하였다고 이해된다. 3. 社會的 影響 9촌이상의 동성동본인 혈족관계에 있는 사람은 1997년7월16일부터 혼인이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고, 이 결정 당시의 사실상 부부생활을 하고 있던 사람과 새로이 혼인신고를 하려는 경우에는 대법원의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의 혼인신고에 관한 예규」에 의하여 1997년7월30일부터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IV. 맺는말―要約과 展望 1. 이 결정은 「立法形成權의 消極的 課題」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는 결정으로서 혼인에서의 「배우자 선택의 자유와 권리」는 인격권·성적자기결정권이란 기본권으로서 국가에 의하여 존중·보장되어야 하되(헌법 제10조, 제36조제1항), 그 행사는 혼인질서의 유지와 공공의 복리를 위하여 立法形成權에 의하여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이 결정은 모두 「혼인·가족생활」과 관련된 성적자기결정권의 존중과 한계, 그리고 배우자 선택권의 존중과 그 제한의 한계등을 조정함에 있어서 한결같이 헌법 제10조, 제11조제1항, 제36조제1항, 제37조제2항의 각 규정의 체계화된 이념과 취지를 기초로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憲法상의 婚姻·家族政策理念의 체계를 처음으로 판시하고 있다는 점에 그 意義를 발견할 수 있다. 3. 금후 우리 家族法은 「婚姻·家族政策理念」에 입각하여, 立法形成權이 「積極的 課題와 消極的 課題」를 분별하여 그 改正作業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1997-10-06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수사 받는 피의자가 증인 출석시 변호인 조력 필요"…헌법소원 각하
판결기사
2024-04-07 16:04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