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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위탁자와 수탁자가 합의한 목적신탁 해지의 위법성
[ 요 약 ] 원고는 B 법인을 2020년에 흡수합병한 법인으로서, B의 주주였던 C는 2017년 3월 B 명의의 계좌로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100억 원을 기부했다. 이 자금은 B에 의해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21개 중소기업에 총 38억 원이 지급되었고, 나머지 62억 원은 2019년 12월 C에게 반환됐다. 과세관청은 이 100억 원을 B의 익금으로 간주하여 2017년도에 26억 원의 법인세를 부과하였고, 반환된 62억 원을 B가 C에게 배당한 것으로 간주하여 2020년에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원고는 불복하여, 기부된 자금이 B의 실질적인 자산으로 귀속된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익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기부금 100억 원이 B의 자산으로 회계 처리되지 않고, 외부에 공시된 바도 없으며, B가 자체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 기부금이 B의 익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기부금은 목적에 따라 집행되었으며, 남은 정산금도 C와 B의 합의해지에 따라 반환되었으므로, 신탁재산의 귀속을 재단하는 기준에 따라 원고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원고에 대한 2017년도 법인세 26억 원의 부과처분과 2020년도 62억 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을 모두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기부금이 특정 목적을 위해 신탁된 것으로 보아, 신탁법과 신탁법리를 적용하여 법률관계를 판단한 중요한 사례다. Ⅰ. 사건의 개요 1. 원고는 2020년 5월 B를 흡수합병한 법인이다. C는 B의 주주이었던 자이다. 피고는 과세관청이다. C와 B는 중소업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C는 2017년 3월 B 명의의 H라는 계좌로 100억 원을 기부하였다. B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총 6회에 걸쳐 21개의 중소업체에 38억 원을 지급하였다. C와 B는 2019년 12월 양해각서를 합의해지하고, B는 같은 날 C에게 100억 원 중 중소업체에 지급된 38억 원을 공제한 나머지 정산금인 62억 원을 반환하였다. 2. 피고는 위 100억 원은 B의 익금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에게 2017년도 법인세 26억 원을 경정·고지하였고, 정산금으로 반환한 62억 원도 B의 익금에 산입할 금액으로서 B가 C에게 배당한 것으로 보아 원고에게 2020년도 62억 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이에 원고는 위 100억 원은 B에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어 익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26억 원의 부과처분은 위법하고, 반환금 62억 원이 익금에 산입할 금액임을 전제로 한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도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3. 제1심은 피고에게 법인세 26억 원의 부과처분과 62억 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였다. 제2심도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Ⅱ. 법원의 판단 1. 양해각서의 성격 양해각서에 ‘신탁’, ‘수탁’, ‘수익자’라는 형식적 표현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양해각서에 따른 법률관계가 신탁의 성질을 가졌음을 부인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양해각서는 수익자가 없는 이른바 ‘목적신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유형의 신탁은 신탁법 제3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허용되고 있으므로, 양해각서와 같이 수익자가 구체적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신탁의 본질에 반하지는 않는다. 결국 양해각서의 형식과 실질이 모두 신탁 또는 그와 유사한 법률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기부금 100억 원이 익금에 해당하는지 여부 기부금 100억 원은 B가 대내외적으로 이를 소유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B의 자산수증이익이나 그 밖의 수익 등 익금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B는 양해각서에서 정한 목적에 따라 100억 원을 관리·집행할 수 있었을 뿐이고, 자기를 위한 용도로는 이를 사용할 수 없었다. 또한 100억 원은 B의 고유재산과 분리되어 별도로 집행·관리되었고, B의 자산으로 회계 처리되지도 않았으며, 그와 같은 사실이 외부로 공시되어 표시되었다. ② 구법인세법 제5조(2020. 12. 22. 법률 제176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는 신탁재산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서는 그 신탁의 이익을 받을 수익자(수익자가 특정되지 아니하거나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신탁의 위탁자 또는 그 상속인)가 그 신탁재산을 가진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③ 100억 원은 양해각서에 따라 중소PP를 위하여 지출되었고, 남은 정산금도 B와 C의 합의해지에 따라 C에게 반환되었다. 당사자의 합의로 양해각서를 해지하는 행위가 신탁의 성질에 반한다거나, 단지 일방의 임의해지를 제한하는 취지의 양해각서 제4조(발효)의 문언을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Ⅲ.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1. 묵시적인 법률관계를 신탁 법률관계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 대상 판결은 ‘신탁’, ‘수탁’, ‘수익자’ 등과 같은 신탁을 나타내는 형식적 표현이 양해각서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양해각서의 내용이 신탁 법률관계가 가지는 성격인 ‘소유권의 이전’, ‘수탁자의 배타적 관리·처분권’, ‘신탁재산의 분별관리의무’라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보아, 양해각서에 따른 법률관계를 신탁법 제3조 제1항 단서의 ‘수익자가 없는 특정의 목적을 위한 신탁’ 이른바 ‘목적신탁’으로 보았다. 즉 C가 B에게 기부한 100억 원은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C가 B에게 신탁한 것으로 보았고, 기부금 100억 원에 관한 법률관계에 신탁법과 신탁법리를 적용 또는 유추적용하여 판단하고 있다. 2. 신탁법상 목적신탁의 설정 신탁법은 신탁의 설정방식으로 계약, 유언, 신탁선언 3가지 유형을 정하고 있다(제3조 제1항). 이 3가지 방식 모두 위탁자의 신탁설정 의사표시를 필수요건으로 하고 이러한 신탁설정행위(당사자 간에 신탁이라는 법률관계를 성립시키는 행위)를 신탁행위라고 한다. 법률행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신탁행위에 있어서도 의사표시는 명시적으로도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 또한 의사표시가 명시적인지 묵시적인지에 따라 신탁행위의 종류를 구분하지는 않으며, 그 효과에서도 차이가 없다. 당사자들의 언어를 통해서 신탁설정의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전체 정황을 통해서 당사자들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고, 이때 신탁설정의사는 특정 용어의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행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목적신탁은 공익신탁이 아닌 한 신탁선언에 의해서는 설정할 수 없다(제3조 제1항 단서). 신탁선언에 의해 목적신탁을 설정할 수 있게 한다면, 채무자인 위탁자가 종래 자신의 채권자의 책임재산에 속하던 재산을 이제부터는 독립한 재산으로서 직접 관리하게 된다. 그래서 채무자가 집행면탈 등의 목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탁선언의 방식으로는 목적신탁을 설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3. 목적신탁에서 법인세 납세의무자 구법인세법 제5조 제3항에 의하면, 신탁재산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서는 수익자가 특정되지 아니하거나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신탁의 위탁자가 법인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즉 수익자가 없는 목적신탁의 경우 법인세 납세의무자는 위탁자이다. 따라서 위 100억 원의 거래가 B의 익금이 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은 정당하다. 4. 신탁법상 목적신탁의 종료 신탁이 종료되기 위해서는 우선 종료의 원인이 있어야 한다. 신탁법은 여러 유형의 종료사유를 정하고 있는데, 위탁자가 신탁이익의 전부를 누리는 경우 위탁자는 언제든지 신탁을 종료할 수 있다(제99조 제2항). 신탁의 설정자이면서 신탁재산의 이익을 모두 향수하는 위탁자 겸 수익자가 신탁의 종료를 의욕하는 이상 이를 금지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밖의 경우에 위탁자가 별도로 해지권을 유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위탁자에게 신탁의 해지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신탁계약을 통해 독립된 신탁재산이 구성되고 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법률관계가 형성되므로, 신탁을 설정한 위탁자라고 하더라도 이를 자의적으로 종료시킬 수는 없다. 또한 신탁행위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위탁자와 수익자는 합의에 의하여 언제든지 신탁을 종료할 수 있다(제99조 제1항, 제4항). 그러나 이들 규정은 수익자신탁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수익자가 없는 목적신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목적신탁의 경우 위탁자의 임의해지와 위탁자와 수익자의 합의에 의한 종료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신탁관리인이 선임된 목적신탁의 경우 위탁자와 신탁관리인의 합의에 의한 종료는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당사자의 의사에 기한 신탁의 종료에서 어느 경우에 의하건 수탁자는 종료의 합의권자의 범위에서 제외된다. 신탁은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신탁재산을 관리하는 제도이므로 수탁자는 합의에 의한 신탁종료시 관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신탁 법률관계를 해석함에 있어 위탁자가 별도로 해지권을 유보하거나 신탁법상 종료사유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위탁자와 수탁자가 임의로 합의하여 목적신탁을 해지할 수는 없다. 대상판결은 C와 B의 합의로 양해각서를 해지하는 행위가 신탁의 성질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으나, 사안에서 해지 당사자는 위탁자와 수익자가 아닌 위탁자 C와 수탁자 B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양해각서는 C와 B 사이의 합의해지로 종료될 수 없으므로, B가 C에게 지급한 62억 원은 신탁재산의 반환이나 잔여재산의 귀속이 아니라 B의 자산을 C에게 지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20년도 귀속 62억 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은 정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Ⅳ. 대상 판결의 의미 대상 판결은 법인이 아닌 재단을 갈음할 수 있는 목적신탁의 실제 활용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현행 우리법체계에서는 사익 또는 영리를 도모할 목적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사익을 위하여 재단법인에 버금가는 독립재산체를 신탁의 이름으로 창설할 수 있다.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본질로 하는 신탁은 재단법인과 기능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대상 판결을 계기로 목적신탁의 스킴이 제공하는 장점과 매력을 활용하여 그 이용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성포 교수(전남대 로스쿨)
익금
목적신탁
법인세
기부금
신탁
양해각서
안성포 교수(전남대 로스쿨)
2024-04-14
공정거래
행정사건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약탈적 가격인하와 이윤압착 문제
[사건경위] 1. 사실관계 2000년대 초 인포뱅크가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처음 출시하였고, 이후 수요가 폭증하자, 다른 중소기업들 뿐 아니라 삼성에스디에스,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원고 엘지유플러스(LGU+), 원고 케이티(KT) 등 대기업들도 기업메시징서비스 생산공급자 또는 재판매업자로서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 신규 진입하였다. 다음카카오는 자사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2014년부터 출시하였다. 기업메시징서비스 대량 수요처는 입찰 방식 등을 통하여 가격인하 경쟁을 유도하였고, 원고 엘지유플러스와 원고 케이티는 각자 대형 고객 유치를 위해 개별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부가통신사업자들보다 낮게 설정하였고(이하 '이 사건 가격설정'), 이로 인해 원고들과 경쟁관계에 있었던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영업 부진을 겪었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2015년 2월 공정위는 이 사건 관련상품시장을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로만 정하고, 원고들 각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된다는 전제에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 사건 가격설정은 이동통신 3사의 전송서비스 가중평균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의한 부당한 경쟁자 배제(즉, 부가통신사업자 배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에게 과징금납부명령과 시정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3. 원심판결 2018년 1월 서울고등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효율적인 경쟁자가 당해 거래 당시의 경제 및 경영상황과 해당 시장의 구조, 장래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선택하였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현실적인 가격'이라고 하고, 공정위가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주장한 가격이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고, 예비적으로 보더라도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4. 대상판결 2021년 6월 대법원은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판결요지 ] 대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 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평석요지 ]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평석] 1. 문제의 소재 이 사건에는 시장지배력 존부 및 경쟁제한성 존부를 판단하기 위한 관련시장 획정 단계에서부터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되었다는 문제가 있다. 설령 관련시장에서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엘지유플러스에게는 케이티가 유력 경쟁자이고, 케이티에게는 엘지유플러스가 유력 경쟁자이고, 원고들 모두에게 카카오가 유력 경쟁자이고 에스케이텔레콤이 잠재적 경쟁자인 상황에서, 원고들이 각자 단독으로 어떻게 시장지배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인지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하나의 관련시장에서 복수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 각자 단독으로 시장지배력을 형성하여 각자 남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 유럽연합,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비교법적 사례는 물론이고 경제학 이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독창적인 내용이다. 한편 경쟁법상 약탈적 가격인하(predatory pricing) 문제와 가격·이윤압착(price/margin squeeze) 문제는 서로 구별된다.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가격압착은 1940년대 미국에서 처음 문제되었고, 유럽에서는 2000년대부터 이윤압착이라는 용어로 문제되었다. 약탈적 가격인하는 미국에서 1911년 Standard Oil 판결, 이윤압착은 1945년 Aloca 판결에서 최초로 인정된 이래 오늘날까지 양자의 경쟁법상 쟁점이 다르기 때문에 판례와 학설 모두 양자를 구별해왔다. 원래 의미의 이윤압착은 상방시장의 높은 가격설정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고, 하방시장의 낮은 가격만 문제되는 경우는 이윤압착이 아니라 약탈적 가격인하가 문제된다. 이 사건 가격설정은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설정이 아니므로(엘지유플러스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상시킨 적이 없고, 케이티는 오히려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하시켰다), 이윤압착으로 볼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을 이윤압착으로 잘못 전제하였고, 대상판결이 제시한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경쟁법 기본 원리에 비추어볼 때 극히 이해하기 어렵다. 2.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해석론 시장지배력 남용의 하위 유형인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은 약탈적 가격인하로서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는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 없으므로 이윤압착으로 해석될 수 없다. 첫째, 가격(이윤)압착이란 '상방시장에서 독점력을 가진 수직통합사업자가 (i) 상방시장에서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거나 또는 (ⅱ) 상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고 하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낮게 설정함으로써 경쟁자가 하방시장에서 존속하는데 필요한 이윤을 없애거나 감소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격(이윤)압착 문제에서 '너무 높은 가격 또는 너무 낮은 가격'이란 관념은 미국과 유럽에서 소송 목적에서 주장된 것일 뿐, 높은 또는 낮은 가격의 기준에 관한 엄밀한 경제이론이나 객관적 판단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윤압착 문제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처럼 상방시장에서 거래의무 존부와 하방시장에서 약탈적 가격인하 문제로 나누어 접근해야 가격경쟁이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오판되는 위험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연방법무부도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link Line 사건 정부 의견서에서 종전 Aloca 판결이 이윤압착의 근거로 제시했던 공정가격과 생존이윤 개념은 너무 모호하고 측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장경쟁과 소비자후생과 관련성이 없다고 비판하였다. EU법원은 미국과 달리 이윤압착을 독자적인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경쟁제한 오판 위험성을 지적하는 유럽 학자들도 있다. 둘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가격으로 계속 판매하고 있다면, 외견상 가격인하 경쟁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경쟁자를 퇴출시키고 신규진입을 봉쇄하여 관련시장을 독점한 뒤 경쟁이 제한된 상태에서 추후에 가격을 대폭 인상시켜 독점이익을 얻기 위한 약탈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를 약탈적 가격인하 시나리오라고 하는데, '손실을 초래하는 가격'을 일반적으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하므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독점규제법에는 배타조건부거래처럼 동일한 행위 유형이 제23조의 불공정거래행위와 제3조의2 제1항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모두 규정된 경우도 있으므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 불공정거래행위의 하위 유형인 부당염매 조항(독점규제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관련 [별표 1의2] 제3호 (가) 목에 규정되어 있다고 해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3. 부당성(경쟁제한성) 판단기준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인한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경쟁제한성 증명 책임을 부담하는 공정위는 애당초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증명한 바 없다. 이 사건 처분 의결서에서 공정위는 "단기적으로는 피심인의 저가 판매행위로 인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가격인상, 서비스 품질 저하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거나 "피심인은 이 사건 행위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사업자가 배제된 이후에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이 사건 행위 과정에서 직면했던 손실을 보전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제한성을 막연히 주장했을 뿐이다.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중장기적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먼저 원고들이 약탈적 가격인하 담합으로 부가통신사업자를 모두를 퇴출시키고, 카카오는 물론이고 에스케이텔레콤 등과 같은 잠재적 경쟁자의 신규진입을 완전히 봉쇄한 다음에, 가격인상 담합까지 성공해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성공 가능성은 공동행위에서도 극히 희박하고 단독행위에서는 아예 불가능하다. 4. 결론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여하튼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공정거래
시장지배
독점
기업메시징서비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2022-06-20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가업의 승계와 상속세 공제
Ⅰ. 사실관계 A 주식회사 대표이사로서 이 회사를 20년 이상 경영한 B와 B의 모(母)인 C가 A회사의 발행 주식총수의 약 70%, 30%의 주식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B가 C로부터 주식 일부를 증여받았는데, 증여 이후 10년이 경과하기 전에 B가 사망하자, B의 배우자인 원고가 B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전부(B 보유주식 + C로부터 증여받은 주식)를 상속받았다. 원고는 A회사의 대표이사에 취임하여 상속세 신고를 하면서 상속 주식 중 B가 10년 이상 보유하던 기존 주식에 대하여만 가업상속 공제를 적용하였다가, 증여받은 주식 부분도 가업상속 공제의 대상임을 주장하며 상속세 감액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관할 세무서장은 이를 거부하였다. 원고는 거부처분에 불복하여 2019년 4월 24일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하였으나 2019년 7월 11일 기각되어 이 사건 소를 제기하게 되었다. Ⅱ. 쟁점과 판결의 내용 1. 사건의 쟁점 이 사안의 경우 B가 스스로 10년 이상 보유한 주식은 당연히 가업상속공제를 위한 대상이 되지만, 모(母)인 C로부터 증여를 받아 10년이 경과하지 않은 주식도 함께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본인이 증여받은 주식 전부를 직접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아도 증여세 과세특례 대상에 속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2020. 5. 28. 선고 2019두44095 판결)는 있었으나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지 않았다. 2. 법원의 판단(서울행정법원 2020. 7. 7. 선고 2019구합83052 상속세경정거부처분취소) 가. 가업승계와 상속세 공제 구 상증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이하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18조 제2항 제1호는 '가업'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소기업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견기업(이하 '중소기업 등'이라 한다)으로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하여 경영한 기업'으로 정의하면서 가업상속에 해당하는 경우 가업상속 재산가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 상증세법 제18조 제4항의 위임에 따른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15조 제3항 제1호 (가)목은 구 상증세법 제18조 제2항 제1호에 따른 가업상속의 적용을 위한 피상속인의 요건 중 하나로 '중소기업 등의 최대주주 또는 최대출자자(이하 '최대주주 등'이라 한다)인 경우로서 피상속인과 그의 특수 관계인의 주식을 합하여 해당 기업의 발행 주식총수 등의 100분의 50(상장법인인 경우 100분의 30)이상을 10년 이상 계속하여 보유할 것'을 정하고 있다. 위 시행령 조항의 '최대주주 등'은 주주 또는 출자자 1인과 그의 특수 관계인의 보유주식 등을 합하여 그 보유주식 등의 합계가 가장 많은 경우의 해당 주주 등 1인과 그의 특수 관계인 모두를 말한다(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참조). 나. 피상속인 10년 보유 요건 여부 위 규정을 두고, 원·피고는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인 해당 주식을 10년 이상 계속하여 보유할 것'이 가업상속 공제를 적용하기 위한 요건인지 여부에 관하여 다투었다. 1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며,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인 해당 주식을 10년 이상 계속하여 보유할 것'이 가업상속 공제를 위한 요건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① 가업상속 공제요건 중 피상속인의 주식보유에 관한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15조 제3항 제1호 (가)목은 '피상속인이 중소기업 등의 최대주주 등인 경우로서 그의 특수 관계인의 주식 등을 합하여 발행 주식총수 등의 100분의 50 이상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할 것'을 정하고 있으므로 위 요건만 충족되면 될 뿐, 피상속인이 해당 주식을 10년 이상 보유할 것을 요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② 위 시행령은 2017년 2월 7일 대통령령 제27835호로 개정되면서 계속 보유 기간에 대해 '10년 이상'을 명시하게 되었는데, 이 취지는 '가업'에 관한 정의에 맞추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 보유기간이 10년 이상일 것을 명확히 하는 데 있는 것일 뿐이라고 보았다. 나아가 ③ 구 상증세법이 가업의 상속에 관하여 상속세 과세특례를 규정한 취지는 중소기업 등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경제 활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일정한 가업 상속에 대하여 세제지원을 하고자 함인데, 특수 관계인의 보유 주식이 피상속인에게 이전 된 후 가업상속을 위해 상속되는 경우에도 중소기업 등의 영속성 유지에 기여하므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보유한 주식의 상속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결국 중소기업 등의 최대주주 등인 피상속인과 그의 특수 관계인이 10년 이상 계속하여 보유한 주식에 대해 가업상속 공제를 적용하더라도 가업상속에 관한 과세특례 규정의 입법취지가 몰각된다거나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 결론 1심은 B가 그 특수 관계인인 C로부터 10년 이상 보유하던 이 사건 주식을 증여받았고, 소외 B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개시로 위 증여 전에 보유하던 B와 C의 주식이 함께 원고에게 상속되었으므로, 이 사건 주식은 가업상속 공제대상인 주식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2심(서울고등법원 2021. 3. 26. 선고 2020누52889판결, 원고 승) 및 대법원(2021. 8. 26. 선고 2021두38741 판결,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원고 승)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Ⅲ. 검토 이 사건에서 피고는 조세심판 및 재판과정에서 '가업을 경영하는 자가 가업을 경영하지 아니한 자로부터 증여받아 10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주식에 대하여는 가업상속 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예규(기획재정부 재산세과-385, 2014. 5. 14.)를 근거로 가업상속 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예규상의 내용은 관련 법률 및 시행령에 규정되지 않는 요건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결국 법원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법률에 규정되지 않는 요건을 확장해석 또는 유추 해석할 수 없다고 보았다. 탈법적인 가업상속 공제 제도의 이용은 봉쇄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인 '해당 주식'을 10년 이상 보유할 것"이라는 요건의 해석은 전혀 새로운 법률상의 근거를 만드는 것으로 법률해석을 통하여 창설해 내는 일종의 입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 권력분립원칙에 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이번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① 가업의 승계는 경영승계와 함께 소유승계가 수반될 필요가 있으므로 상속인이 가업에 계속하여 종사하여할 뿐만 아니라 주식 등의 지분도 일정 정도 유지되어야 하는 점을 확인하였다. ② 피고의 주장과 같이 법령 문언을 넘어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할 수 없다고 하였다. 즉, 가업승계 상속세 공제에 있어, 피상속인 스스로 상속재산인 해당 주식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할 것이 요건이 될 수 없다. ③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44095 판결에서 가업승계를 위해 주식양도가 이뤄진 경우, 증여자와 특수 관계인이 해당 회사 주식의 50%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면, 직접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아도 증여세 과세 특례를 적용할 수 있다고 최초로 판시한 바 있다. 이 사건은 법원이 상속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장을 취한 것이다. ④ 법원이 납세의무자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조세법률주의에 입각함과 동시에 가업 승계를 위한 상속세 공제제도를 조화롭게 해석 및 적용한 사례이다. 박성태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상속세
가업상속
승계
박성태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2022-05-23
조세·부담금
세법상 증여의 개념과 증여에 관한 완전포괄주의
Ⅰ. 판례의 소개 1. 사실관계의 요지 본 건은 주식회사의 최대주주가 주식회사가 3차례에 걸쳐 발행한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였다가 주식으로 전환 내지 취득한 부분에 대하여 증여세가 부과된 사안으로서 총 3회의 증여세 부과 처분이 있었으나, 지면 관계상 그 중 하나만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갑 주식회사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회사이고, 원고 을은 갑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임. 갑은 2005년 12월 6일 A 주식회사와 전환사채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2005년 12월 9일 A에게 전환사채를 발행(사채이율, 전환가격 등 인수계약의 내용은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이고, 갑·을 모두 A에게 조기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임). 을은 2006년 12월 29일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여 A로부터 위 전환사채 중 권면총액 3억5000만원 상당을 3억5000만원에 양수하였고, 2008년 11월 18일 3억5000만원 전부에 관한 전환권을 행사하여 11만2903주의 우선주를 수령하였으며, 2008년 11월 20일에는 이를 보통주 29만1289주로 전환·취득함. 피고는 ‘을이 2008년 11월 20일 취득한 위 보통주 중 을의 소유주식비율을 초과하여 인수·취득한 부분에 대하여 당시 주가 1675원과 전환가액 1201원의 차액 상당을 증여받았다’는 이유로 을에게 증여세 3459만8920원을 결정·고지하는 처분을 함. 2. 관련 법조항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항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2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에 의하여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인 실질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제3항의 규정을 적용한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갑은 제품생산과 회사 운영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거래 은행 등 금융기관과 투자업체들에 대출을 요청하였으나 그때까지 매출액 규모가 미미한 중소기업이고 사업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거절당하였고, 결국 그 전에 갑에게 투자하였던 A만이 전환사채 인수계약의 조건과 계약서 초안 작성을 모두 자신이 한다는 조건으로 대출의사를 밝혀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은 그 자체로 사업상 목적이 있는 거래이다. 이 사건 전환사채 인수계약의 조기상환권은 다른 계약 내용과 마찬가지로 A의 주도로 정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투자 상황 등 제반 여건과 당사자 간 협의에 따라 부여될 수 있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A로서는 조기상환권 부여를 통하여 연 복리 10%의 이자수익을 확보하면서 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갑, 을로서도 시설 투자를 위한 단기자금을 확보하고 전환사채 인수계약에 따른 경영상의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으며, 실제로 갑은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 시점부터 조기상환권 행사 시점까지 1년 남짓 동안 A의 자금을 회사 운영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에 비추어 보아도 조세회피목적 외에 별다른 사업상 목적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부터 원고의 조기상환권 및 전환권 행사에 따른 갑 신주취득까지 약 2년 11개월의 시간적 간격이 있는 일련의 행위들이 별다른 사업상 목적이 없이 증여세를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하여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진 행위로서 그 실질이 갑의 대주주인 원고에게 그 소유주식비율을 초과하여 신주를 저가로 인수하도록 하여 시가와 전환가액의 차액 상당을 증여한 것과 동일한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이에 대하여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Ⅱ. 문제의 제기 증여세에 관한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한 상속세및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원고의 주관적 의도(조세회피목적외의 사업상 목적) 존재 여부에 불구하고, 원고에게 실현된 이익에 관한 증여세가 부과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원심 역시 이와 유사한 취지의 판시를 한바 있는데, 대상 판결은 상증세법과 민법의 상이한 증여 개념을 간과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한편 대상판결의 적용 법조인 구 상증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항은 후술한 바와 같이 제4조의 2로 조항의 위치가 변경된 후 2015년 12월 15일의 개정으로 삭제되었으나,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한다”고 하여 위 구 상증세법 제4조의 2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는바, 대상판결의 검토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 하겠다. Ⅲ. 세법상 증여의 개념 및 증여에 관한 완전포괄주의의 도입 1. 민법상 증여와 상증세법상 증여의 개념의 차이 민법상의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민법 제554조 참조), 무상·편무·낙성·불요식의 계약’이나, 상증세법상의 증여란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형·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移轉)(현저히 낮은 대가를 받고 이전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거나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서 ‘유증과 사인증여는 제외한다’(상증세법 제2조 제6호 참조). 사법(私法)에서 증여에 해당하는지 즉, 일정한 급부가 무상인지 여부는 당사자의 주관적 의사를 기준으로 무상성에 관한 당사자간의 의사합치가 있어야 하나, 상증세법상의 증여 개념은 당사자의 주관이 아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였는지 여부 즉 거래의 경제적 실질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양 개념은 차이가 있다. 2. 관련 상증세법 조항의 주요 개정 경위 2013년 12월 30일의 상증세법 개정 이전엔 증여세는 이른바 유형별 포괄주의를 따랐고, 상증세법상 ‘증여’에 관한 개념 정의가 없어 민법상 증여 개념을 차용하였다. 동 개정으로 증여세에 관한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가 도입되고, 그 취지에 부합하는 상증세법의 ‘증여’에 관한 정의 조항이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종전에는 증여세 과세대상은 일반적인 증여와 증여로 의제하는 14개 증여의제유형이 있었으나 증여의제규정으로 열거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과세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으므로, 앞으로는 종전의 증여의제규정의 내용을 보완하여 증여재산가액의 계산에 관한 예시규정으로 전환하고 예시되지 아니한 재산의 무상이전이나 가치증가분 등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포괄규정을 마련되었다(법 제32조 내지 제42조). Ⅳ. 완전포괄주의와 상증세법상의 증여 개념에 입각한 원심 판결의 소개 위 규정은 ‘최대주주 등이 전환사채 등을 자기소유주식비율을 초과하여 인수·취득하는 목적이나 원인’을 묻지 않고 과세하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 당시 갑이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에 있었고, 원고에게 갑의 주가변동을 예상하고 전환차익을 얻을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의 적용 여부에 관한 판단에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여 A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취득한 2006년 12월 29일 당시, 갑이 현금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하여 차용한 금원이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될 것을 고려해 보더라도,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 전환사채 중 70%를 취득하는 비용이 액면금 3억5000만원과 이에 대한 조기상환 이자 상당액인 반면에 2006년 12월 31일 기준 갑의 현금 보유액이 약 55억원이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갑이 조기상환권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갑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의 지위에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갑은 2006년 12월 29일 당시 조기상환권의 행사를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단독으로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 전환사채 중 70%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Ⅴ. 결론 원심의 판단이 상당하다 생각한다. 상증세법이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고 증여의 개념에서 당사자의 주관적 요소를 배제한 이상, 경제적 실질에서 수증자의 직·간접적인 이익이 있다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고, 조세회피목적 유·무는 문제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조세회피목적이 없는 사업상 목적' 이 있는 경우에 대한 배려는 상증세법상 비과세규정 신설 등을 통하여 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 조장곤 변호사(포에스 법률사무소)
세법
전환사채
조기상환권
조장곤 변호사(포에스 법률사무소)
2018-10-15
민간기업에 의한 公用收用의 위헌성 판단과 '公共必要'의 개념해석
Ⅰ.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1) N군수는 2009. 10. 26. 골프장 및 리조트 건설을 목적으로 한 '남해 ○○클럽' 조성사업을 위하여 주식회사 A를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지역균형개발법'이라 한다)의 개발촉진지구에서 시행되는 지역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지정?고시하였고, 2010. 6. 1. 및 2010. 10. 20. 실시계획을 승인?고시하였다. 주식회사 A는 위 개발사업에 편입된 경상남도 N군 ○○면 △△리 소재 4필지의 토지와 그 지상건물을 취득하기 위하여 그 소유자인 청구인(甲)과 보상협의를 하였으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자, 구 지역균형개발법 제19조 제1항에 의하여 경상남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위 토지에 대한 수용재결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해 경상남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는 2010. 12. 21. 수용재결을 하였다. (2) 주식회사 A는 이 사건 수용재결의 취지에 따라 보상금을 공탁한 뒤, 청구인을 상대로 부동산인도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 소송 계속 중 甲은 구 지역균형개발법 제18조 제1항, 제19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2011. 7. 4.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11헌바129). 한편, 甲은 경상남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이 사건 수용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이 소송 계속 중에 구 지역균형개발법 제16조 제1항 제4호, 제18조 제1항, 제19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각하되자, 2011. 8. 5.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11헌바172). (3)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지역균형개발법(2005. 11. 8. 법률 제7695호로 개정되고, 2011. 5. 30. 법률 제107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의 '시행자' 부분 중 '제16조 제1항 제4호'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이다. Ⅱ.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1) 헌법 제23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필요'는 국민의 재산권을 그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라도 취득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으로서, '공공필요'의 개념은 '공익성'과 '필요성'이라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공익성'의 정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용수용을 허용하고 있는 개별법의 입법목적, 사업내용, 사업이 입법목적에 이바지 하는 정도는 물론, 특히 그 사업이 대중을 상대로 하는 영업인 경우에는 그 사업 시설에 대한 대중의 이용·접근가능성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필요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공용수용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 인하여 재산권을 침해당하는 사인의 이익 사이의 형량에서 사인의 재산권침해를 정당화할 정도로 공익의 우월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사업시행자가 사인인 경우에는 그 사업 시행으로 획득할 수 있는 공익이 현저히 해태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제도적 규율도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된 지구개발사업의 하나인 '관광휴양지 조성사업' 중에는 고급골프장, 고급리조트 등(이하 '고급골프장 등'이라 한다)의 사업과 같이 입법목적에 대한 기여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이용·접근가능성이 작아 공익성이 낮은 사업도 있다. 또한 고급골프장 등 사업은 그 특성상 사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방세수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는 부수적인 공익일 뿐이고, 이 정도의 공익이 그 사업으로 인하여 강제수용 당하는 주민들의 기본권침해를 정당화할 정도로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민간개발자의 지구개발사업을 위해서까지 공공수용이 허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헌법 제23조 제3항에 위반된다. (2)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하면, 공공필요성이 있는 지구개발사업 시행을 위한 민간개발자의 공공수용까지 허용되지 않는 결과가 되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과 혼란이 예상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한다. Ⅲ. 평석 1. 사건의 쟁점 이 사건에서는 민간기업에 의한 공용수용의 위헌성 판단과 관련하여, 공공필요성의 개념해석이 쟁점이 되고 있다. 즉 골프장 건설을 위해 시행자인 민간개발자에게 수용권을 부여하고 있는 법률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종전과 달리 '공공필요성'의 개념을 엄격히 판단하고 있고, 심판대상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반대의견은 종전과 대체로 동일하게 합헌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사건에서 민간기업이 지역경제의 발전을 위해 수용을 하는 것이 공공필요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아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재 2009. 9. 24. 2007헌바114). 또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 등 위헌소원 등 사건에서 회원제 골프장의 건설을 위한 토지계획시설사업이 공공필요성의 요건을 결하거나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산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으나, 같은 법 제2조 제6호 라목 중 "체육시설" 부분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헌재 2011. 6. 30. 2008헌바166 등). 대상판례는 이러한 종전의 입장과 달리 '공공필요'의 개념을 좁게 해석하고, 민간기업에 의한 공용수용의 위헌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우리 수용법의 발전에 희망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며, 공용수용권의 남용에 경종을 울리는 진취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 '공공필요'의 개념을 공익성과 필요성이 포함된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러한 개념해석은 공용수용의 요건과 한계(허용성)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것에서 연유하고 있다. 2. 공용수용의 요건으로서 '공공필요'의 개념해석 헌법 제23조 제3항의 '공공필요'는 추상적이며, 전형적인 불확정개념에 속한다. 이러한 개념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공공복리'와 동일하게 보거나 넓게 이해하는 견해도 있으나, 헌법상 재산권 보장의 본질에 비추어 일반적인 공익이나 공공복리의 개념보다는 엄격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도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대상판결에서 존속보장을 위해 기본권의 일반적인 제한 사유인 '공공복리'보다는 좁게 보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매우 전향적이고, 또한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은 개별사안에서 침해되는 사익과의 형량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을 뿐, 구체적으로 개념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후술하는 공용수용의 한계에서 판단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개별 법률에서 공용수용의 요건을 구체화하거나, 또는 이를 엄격히 규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독일의 건설법전(BauGB) 제87조 제1항에서는 공용수용의 허용을 위한 요건을 규정하면서,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고 수용목적이 다른 수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우리의 입법에 좋은 참고 사례가 된다. 앞으로 토지의 수용 및 제한에 관한 법률의 입안이나 개정을 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공용수용의 요건이 보다 엄격히 규정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3. 공용수용의 한계로서 '공익성'과 '비례성(比例性)' 헌법 제23조 제3항의 '공공필요'는 가분적(加分的) 개념이 아니며, 그 자체 독자적 의미를 고유한 개념이다. 예컨대 독일 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공공복리(Wohle der Allgemeinheit), 미연방헌법 수정 제5조의 공적 사용(public use)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러한 개념은 각국의 입법례에 따라 규정된 고유한 개념이다. 공용수용의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도 수용권의 행사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여기에는 적법성(법률상 수권), 공익성 및 비례성이 고려되고 있다(이에 대해서는 졸저, 행정구제의 기본원리, 제1전정판, 106면 이하 참조). 특히 수용행위는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공용수용의 남용이 된다. 수용행위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적합하고 필요한 수단이어야 한다. 또한 공익성 여부는 침해되는 토지소유권자의 재산적 이익과의 형량을 통해 구체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공익성과 비례성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양자가 중첩되거나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공공필요의 개념을 '공익적 필요성'으로 보고 엄격히 해석한 것은 매우 타당하나, 이를 '공익성'과 '필요성'을 포함한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특히 '필요성' 개념은 비례원칙과 혼동될 우려도 있고, 공익성 없이 그 자체만으로 독자적 의미를 가질 수 없다.
2015-04-20
퇴직급여 충당금의 조세특례제한법상 ‘인건비’ 포함여부
Ⅰ. 판결요지 및 관련 법령 1. 판결요지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의 연구개발전담부서에서 소요되는 일정 범위의 인건비 등이 있는 경우에는 기업의 기술인력개발을 장려하려는 목적에서 일정 범위의 금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만을 세액공제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퇴직금과 같이 장기간의 근속기간을 고려하여 일시에 지급하는 성격의 비용으로서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때에야 비로소 그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후불적 임금은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퇴직급여충당금은 법인세법상 당해 사업연도의 소득금액계산에 있어서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정한 기간손익의 계산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그 비용액을 추산한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를 반드시 정책적 목적의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퇴직급여충당금이나 이를 재원으로 하여 지급되는 중간정산퇴직금은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제1항의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대상이 되는 인건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관련 법령 구 조세특례제한법(2010. 1. 1. 법률 제99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조특법') 제10조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① 내국인[생략]이 각 과세연도에 연구·인력개발비가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따른 금액을 해당과세연도의 소득세(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에 한한다)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한다. 2. 제1호 외의 내국인 : 가목과 나목에 해당하는 금액을 합한 금액. (단서 생략) 가. 해당과세연도에 발생한 대학 또는 중소기업 등에게 위탁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인력개발비(이하 "중소기업 등에의 위탁 연구·인력개발비"라 한다)가 해당과세연도의 개시일부터 소급하여 4년간 발생한 중소기업 등에의 위탁 연구·인력개발비의 연평균발생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금액 나~다. (생략) 조특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③ 법 제10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대학 또는 중소기업 등에게 위탁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인력개발비"라 함은 별표6 제1호 나목 및 제2호 가목에 따른 연구개발비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학 등에 기술개발·교육훈련 및 연구개발지원을 위탁함에 따른 비용을 말한다. 1~7. 생략 Ⅱ. 평석 대상판결은 퇴직급여충당금이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으로, 과세관청은 그동안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이 없음에도 기본통칙으로 위 규정상 인건비에서 퇴직급여충당금을 제외해 왔다(조특법 기본통칙 9-8…1 제1항 제1호). 본 판결은 인건비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으나,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정책적 측면을 고려하느라 조세법규해석의 원칙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첫째, 조세법은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확장하거나 축소해석해서는 안 된다. 본 사안에 관하여 보면, 조특법은 인건비의 정의에 관하여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정의는 법인세법에 의하여야 하는데, 법인세법상 인건비는 퇴직급여충당금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1) 우선, 법인세법 제19조의 위임을 받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19조는 인건비(제3호) 외에 퇴직급여를 별도의 손금항목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퇴직급여가 개념상 당연히 인건비에 포함되므로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없음을 전제한 것이다. 한편, 소득세법은 '종업원의 급여'를 필요경비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고(제27조, 같은 법 시행령 제55조 제1항 제6호), '인건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위 규정 외에 퇴직급여를 별도의 필요경비 항목으로 두고 있지 않다. 2) 법인세법 제26조 각 호는 손금불산입되는 과다경비의 항목을 규정하고 있고, 법인세법 시행령 제43조부터 제48조는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법인세법 제26조 각 호가 열거한 항목의 순서대로 각각의 비용 항목에 관해서 상술하고 있는데, 그 규정체계를 보더라도 법인세법상 인건비에는 퇴직급여가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한편, 퇴직급여충당금은 향후 발생할 퇴직급여에 충당하기 위하여 계상하는 부채성 충당금으로, 법인세법은 이를 임원 또는 사용인이 퇴직할 때 지급하는 퇴직금과 상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3조 제1, 2항). 퇴직급여충당금은 각 사업연도마다 불균등하게 발생하는 퇴직급여를 여러 해의 사업연도에 배분하여 비용으로 계상하는 것이므로 그 성격은 퇴직급여와 같다. 따라서 퇴직급여가 인건비에 해당한다면 퇴직급여충당금 역시 인건비로 보아야 하고,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을 적립할 경우와 적립하지 않을 경우 퇴직급여의 손금 산입 여부가 달라지는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결국 퇴직급여와 퇴직급여충당금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퇴직급여가 인건비에 포함된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을 인건비에서 제외할 이유가 전혀 없는 바, 그렇다면 퇴직급여충당금 역시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법규정의 문언해석상 인건비에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문언해석을 우선하지 않고 위 규정의 정책적 목적만으로 퇴직급여충당금을 인건비에서 제외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이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이고, 그 성격은 본질적으로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닌 것이므로(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 상여금, 보수 등과 구별하여 인건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 또한,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제4조 제1항 본문) 연구인력 역시 당연히 퇴직금을 지급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처럼 강행법규에 의해 당연히 지급되어야 하는 퇴직금을 단지 매월 지급하는 임금과 지급시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건비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 마지막으로, 2012. 2. 2.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은 '인건비에서 퇴직소득 및 퇴직급여충당금을 제외'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연구개발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서이다(대통령령 제23590호 제·개정이유). 그렇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은 위 개정규정에 의해 비로소 인건비에서 제외되었다 할 것이므로, 대통령령 개정 전에는 퇴직급여충당금도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위 대통령령의 개정취지에 부합한다. 결론적으로,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는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된다고 판단했어야 할 것이나, 대상판결은 이와 다른 해석으로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미흡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2014-09-15
키코(KIKO) 파생상품 계약 관련 가처분 결정에 관한 검토
I. 서론 2008년 11월경부터 수출 중소기업들이 소위 ‘키코(KIKO)’ 파생상품 계약의 무효, 취소 등을 주장하며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본안 소송 및 가처분을 제기하면서, KIKO 계약이 사회적 관심을 끌게 되었다. 특히 가처분 결정은 해당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은행 등 금융 실무계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데, 본 평석은 KIKO 계약과 관련된 쟁점 중 서울중앙지법 2009. 4.24. 2009카합393 결정에서 제기된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쟁점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검토를 하고자 한다. II. 사안의 개요 KIKO 계약은 통상 넉인·넉아웃(knock-in·knock-out) 조건 및 레버리지(leverage) 조건이 결부된 통화옵션계약(풋옵션(put option) 매수와 콜옵션(call option) 매도의 결합)을 칭하는데, 대개는 일반 선물환 계약과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장래 환율 변동과 상관 없이 행사 환율을 고정하여 외화를 매매하기 위하여 은행과 체결하며, 만기의 시장 환율에 따라 구간별로 수익 구조가 달라진다. 즉, KIKO계약에서는 ① 단위 기간(관찰 기간)동안 만기 환율이 행사 환율보다 낮은 경우에는 기업이 행사 환율에 외화를 은행에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하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방지할 수 있지만 환율이 행사 환율보다 하단에 정해진 넉아웃(knok-out) 환율보다도 더 하락하면 당해 계약은 소멸하게 되어 기업은 환율 하락 위험에 노출되게 되고(넉아웃 조건), ② 관찰 기간 동안 환율이 행사 환율보다 높지만 행사 환율보다 상단에 정해진 넉인(knock-in) 환율보다는 낮은 경우에는 당해 계약은 효력을 발하지 않고 기업은 시장에서 외화를 매도하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보게 되며, ③ 관찰 기간 동안 환율이 넉인 환율보다 상승하는 경우에는 은행은 기업으로부터 행사 환율에 외화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는데, 이 때의 외화 결제 금액은 풋옵션 금액보다 통상 2배로 정해진다(넉인 및 레버리지 조건). 결과적으로 만기 환율이 넉인 환율과 넉아웃 환율 사이에서 형성되는 경우 기업이 이익을 보게 되고, 만기 환율이 넉아웃 환율 이하 혹은 넉인 환율 이상에서 형성되는 경우 손해를 보게 된다. 다만, 만기 환율이 넉인 환율 이상에서 형성되는 경우이더라도 수출로 유입되는 외화의 가치 상승분 만큼은 KIKO 계약에서 입게 되는 손해가 전보되므로, 외화 유입액이 KIKO 계약 금액을 넘는 이상 기업의 실제 손해는 없게 된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KIKO 계약 체결 무렵 환율이 지속적으로 안정적 하락 추세를 보이자 장래 환율도 제한된 범위에서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KIKO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예상과 달리 2008년 하반기부터 환율이 급등하고 경기 침체까지 심화되어 상당한 환차손을 입게 되자 집단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2008. 12.30. 서울중앙지법가처분 재판부는 신청인 기업들의 주장 중 KIKO 계약의 불공정성에 기한 무효 주장, 사기(詐欺) 내지 착오에 기한 취소 주장은 배척하였으나, 환율 및 환율 내재 변동성의 급등으로 인한 사정 변경에 의한 해지권 주장을 인정하여 가처분의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2009. 4.24. 새로운 가처분 재판부가 여러 건의 가처분 결정을 내렸는데(2009카합393 결정, 2009카합207 결정 및 2009카합504호 결정 등), 본 평석의 대상인 2009카합393결정(이하 ‘본 건 결정’)에서 법원은 원고의 계약 무효·취소 주장 및 사정 변경에 의한 해지권 주장은 모두 배척하였으나, 은행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가처분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III. 적합성 원칙 및 설명 의무 관련 판시 사항 1. 적합성 원칙 관련 사항 법원은 “은행은 기업에게 은행이 갖는 콜옵션의 최대 계약 금액이 기업의 평균적인 외화 순유입액(외화수입액-외화지출액) 또는 기업이 감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지 않도록 제안해야 하고, 기업이 자신의 외화 수급 현황을 예측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계약 기간을 제안해야 하며 계약의 구조 자체(특히 A/B파트 구조1)에서 환투기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환위험 회피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제안해야 한다”라고 하며, 이 사건 계약에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의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 상기 기준에 따라 법원은 “이 사건 각 계약의 계약 금액은 계약 당시 신청인의 월 수출액이 100만 달러를 상회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특별히 과다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계약 기간이 모두 2년으로서 장기간인데 그 기간 동안의 수출시장 전망이나 외화수급 현황이 안정적 기조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없다. 또한 위 각 계약은 모두 A/B파트 구조로 되어 있는 바, 신청인은 주로 A파트에서만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을 뿐 B파트에서는 행사 환율과 넉아웃 환율 사이의 간격이 10원 또는 2원에 불과하여 환위험 회피의 효과는 거의 달성할 수 없는 반면, B파트에서의 피신청인들의 콜옵션 계약 금액은 A파트에서의 신청인의 풋옵션 계약 금액의 각 2배이고 제2계약의 경우 계약 기간이 A파트는 8개월인데 B파트는 16개월이나 되어 환율 상승시 신청인의 손실이 크게 확대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위와 같이 이 사건 각 계약은 신청인과 같이 환위험 관리 능력이 부족한 중소 수출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거래 손실의 위험성을 안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위험을 간과할 개연성이 높은 구조적 특징으로 인하여 신청인의 거래 목적에 적합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음에도 피신청인들은 그 위험성을 명확히 고지하였다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인 판촉 활동 등을 통하여 신청인의 계약 체결을 조장하였다는 점에서 적합성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적합성 원칙 위반을 인정하였다. 2. 설명 의무 관련 사항 또한 법원은 이 사건 계약에서의 설명 대상에 대하여 “은행은 이 사건 각 계약과 같은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려면 계약 체결 이전에 기업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충실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의무가 있다. ① 통화옵션계약의 기본 구조… ② 통화옵션계약에 의하여 회피되는 환위험의 범위… ③ 기업이 계약 체결로 인하여 새롭게 부담하게 되는 위험의 발생 가능성 및 정도… ④ 계약 관계에서 탈퇴하는 방법… 및 ⑤ 옵션에 대한 가격 정보…”라고 설시하였으며 특히 위 ③과 관련해서는 “기업이 환위험 회피의 대가로 새로운 위험을 부담하게 되고 그 위험의 정도가 회사 재정에 결정적인 부담을 지울 수도 있다는 사정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향후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기업에게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계약금액이 기업의 평균적 외화 순유입액을 초과할 경우(소위 ‘오버헤지’의 경우)에는 그 손실 범위가 무제한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인식시켜야 한다”고 설시하고 위 ⑤와 관련해서는 “이 사건 각 계약과 같은 통화옵션계약은 본질적으로 옵션의 상호 매매의 성질을 가지므로 그 거래 목적물의 가격 구조, 즉 기업과 은행이 취득하는 개별 옵션의 평가 가격에 관한 구조와 은행이 취득하는 마진이 그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 및 마진의 기본적인 산정 방식(은행이 취득하는 옵션의 계약 금액 총액에 일정 범위의 마진율을 곱하여 산출된다는 점 등)을 알려 주어야 한다”라고 설시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설명 방식에 관해서도 “전화 통화로 계약을 체결한 후 거래 확인서나 위험 고지서를 팩스로 보내는 정도로는 부적절… 관계자를 대면하거나 서면, 전자우편 등 정식의 문서 형태에 의해야 하고, …전화 상담 형식으로 기업측에서 궁금해 하는 사항에 답변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또한 외국어로 되어 있거나 알기 어려운 투자 관련 전문 용어로 되어 있는 문서를 교부하는 것만으로는 설명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시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법원은 “피신청인들은 이 사건 각 계약의 구조와 특성, 신청인이 부담할 위험의 내용과 정도 등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사전에 상대방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신청인은 이 사건 각 계약 체결 이전에 통화옵션 거래의 경험이 많지 않았고…, 이 사건 각 계약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 신청인 대표이사… 도 본 건과 같은 장외 파생상품에 관한 전문성이나 사전 지식이 많지는 않았던 점이 인정되므로,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각 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피신청인들은 전문 금융기관으로서 해야 할 설명 의무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은행의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하였다. IV. 평석 1. 적합성 원칙 2009년 2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상품의 투자권유 시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에 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자본시장법 제46조). 동법 시행 전에는 사법상 책임의 근거로서 명문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금융기관의 고객 보호 의무의 일환으로서 “고객의 투자 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에 한하여 적합성 위반을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08. 9.11. 선고 2006다53856 판결; 대법원 1994. 1.11. 선고 93다26205 판결 등). 즉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투자자는 자기 책임의 원칙에 따라 자신의 투자로 인해 발생할지 모르는 손실을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예외적으로 금융기관이 고객의 투자 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에 한하여 적합성 원칙 위반에 따른 위법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적합성 원칙에 의하여 금융기관이 투자자에게 지도 조언을 해야 할 적극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적합성 원칙(소위 Suitability Principle)은 미국에서 유래하여 일본에서도 도입된 원칙으로서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적합성 원칙은 명백히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서는 아니 될 소극적 의무로 이해되고 있으며 그 위반으로 인한 손해 배상 책임도 투자 권유 행위가 사기(詐欺)에 준하는 정도이거나 투자자의 판단 능력 등에 비추어 당해 상품의 투자를 권유하는 것 자체가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어 적합성 원칙의 일탈이 현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있다(일본 최고재판소 2005. 7.14. 판결; 센다이 고등재판소 1997. 2.28. 판결 등 참조). 본 건 결정은 “이 사건 각 계약의 전체 구조로 볼 때 환헤지 상품으로서는 전혀 부적합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단지 상품 구성에 있어서 본래의 계약 목적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는 거래 조건에 대한 고려를 소홀히 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하면서도, 당해 기업의 외화 순유입액 등에 비추어 볼 때 은행이 수출 중소기업에게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한 것이라고 하여 적합성 원칙의 위반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 내용은 적합성 원칙의 내용으로서 최적의 상품을 지도 조언할 의무까지 금융기관에게 부과하는 것이 되어 기존의 대법원 판례의 태도나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한 결론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즉 KIKO 계약을 포함하여 통화옵션 상품들은 그 구조 및 이용 방법에 따라 다양한 환헤지의 기능을 할 수가 있으므로 환변동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통화옵션 상품을 권유하는 것 자체가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어 적합성 원칙의 일탈이 현저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2. 설명 의무 한편,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상품의 투자 권유 시 설명 의무에 관한 일반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자본시장법 제47조).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에는 금융기관 업종에 따라 각 관련 법령에서 설명 의무에 대한 규정을 달리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명문 규정이 없어도 신의칙(信義則)에 기하여 금융기관의 고객 보호 의무의 일환으로서 설명 의무를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06. 6.29. 선고 2005다49799 판결; 대법원 2003. 7.11. 선고 2001다11802 판결 등). 즉 적합성 원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는 원칙적으로 자기 책임의 원칙에 따라 투자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나, 그 전제로서 투자자가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정보가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금융기관의 설명 의무가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기 책임 원칙과 설명 의무의 관계를 고려하여, 대법원 판례는 설명 의무의 내용으로서 당해 계약의 모든 사항이 아니라 “투자에 따른 위험을 포함하여 특성과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 족하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그 이행 수준에 있어서도 실질을 중시하여 거래 경위와 거래 방법, 고객의 투자 상황(재산 상태, 연령, 사회적 경험 정도 등), 거래의 위험도 및 이에 관한 설명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계약의 중요 사항에 관해 설명이 되었다면 설명 의무의 위반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대법원 2006. 5.11. 선고 2003다51057 판결 등). 본 건 결정에서 법원은 위에서 본 다섯 가지 사항을 설명하였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그 다섯 가지 중 ‘① 통화옵션계약의 기본 구조 ② 통화옵션계약에 의하여 회피되는 환위험의 범위’는 당연히 설명되어야 할 사항이나 나아가 ‘③ 기업이 계약 체결로 인하여 새롭게 부담하게 되는 위험의 발생 가능성 및 정도’를 위 ①, ②와 구별되는 별도의 설명 의무 대상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즉, 법원의 입장은 넉인 환율 이상으로 환율이 상승할 경우 기업이 외화 매도 의무를 부담하므로 외화 현물이 없으면 그 만큼 환차손을 입게 되고 또한 환율 상승은 이론적으로 무제한이므로 기업이 입을 손실도 무제한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설명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내용은 KIKO 계약의 구조상 자명한 내용인 것이다. 환율이 예측 불가능하고 그 변동폭에 제한이 없다는 것은 경제 활동을 하는 자, 특히 수출기업에게는 주지의 사실이라고 할 것이므로 은행이 기업에게 KIKO 계약 구조를 설명하였다면 기업으로서는 환율 상승 시 손실 가능성(환율의 무제한 상승 시 무제한의 손실 가능성)을 당연히 인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의 무제한 상승 가능성’ 및 그로 인한 기업의 ‘무제한 손실 가능성’을 별도의 항목으로 명시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설명 의무의 범위를 넘어서서 투자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다시 한번 ‘경고할 의무’까지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본다. ④의 경우에도 결국은 탈퇴 당시의 손해를 배상하고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계약을 종료할 수 있음을 설명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KIKO 계약의 특징적인 내용이라기 보다 계약 종료의 일반적인 원칙에 불과하여 별도의 설명 의무의 대상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⑤와 관련해서도 상거래에서 고객이 지불해야 하는 ‘가격’과 상인이 취득하는 ‘마진’은 전혀 다른 내용이며 마진에 대한 설명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법적 근거도 없고 상거래 관행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 건 결정에서 ‘옵션에 관한 가격 정보’를 설명 의무의 대상으로 하면서 나아가 ‘마진 정보’에 대하여서 까지 설명 의무를 부과한 것은 가격과 마진을 혼동하여 설명 의무 대상을 너무 확대한 것이라고 본다. 또한 본 건 결정에서는 전화 상담이나 외국어 서류 교부만으로 부족하다고 하며 설명 방식도 제한하고 있으나, 이와 같이 설명 방식을 일괄적으로 제한할 근거는 없다고 보며 각 계약마다 실질적으로 설명 의무가 이행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본 건과 같은 장외 파생상품 거래에서는 실시간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 위하여 전화 상담이 오히려 적절할 수도 있으며 영어로 작성되는 수출계약을 업무상 다수 체결하는 수출기업에게 영어 서류가 부적절하다고 단정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V. 결론 본 건 결정에서 법원이 인정한 수준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 의무는 투자자의 자기 책임의 원칙과의 균형을 깨뜨리고 금융기관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기존의 대법원 판례 및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과도한 의무를 금융기관에 부과하면서 그 위반을 이유로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당장 문제되는 사건에서 수출 중소기업들의 구제 수단은 될 수 있겠으나, 은행 등 금융기관이 향후 법원에서 인정한 수준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거래 비용의 과다한 증가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하여 금융기관들이 해당 거래를 회피하게 됨으로써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 거래를 할 수가 없게 되고, 거시적으로는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보는데, 향후 이에 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2009-06-11
신용보증기금의 상업어음할인대출 신용보증
Ⅰ. 사실 원고 신용보증기금(X)은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 의하여 소외 A주식회사가 금융기관인 원고보조참가인(X’)에게 부담하는 채무에 대하여 신용보증을 하였고, 피고 Y1, Y2는 원고가 원고보조참가인에게 신용보증채무를 이행할 경우 소외 A주식회사가 원고에게 지게 되는 구상금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하였는 바, 원고가 발급한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는 신용보증 대상이 되는 ‘대출과목’이 ‘할인어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한편, ‘본 보증서는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은 업체간에 당해 업체의 사업목적에 부합되고 경상적 영업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재화 및 용역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상업어음(세금계산서가 첨부된)의 할인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내용의 특약사항이 기재되어 있었다. A의 채무불이행으로 X가 X’에게 보증채무를 이행하고 Y1과 Y2에게 구상하자, Y1과 Y2는 A가 X’로부터 할인받은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니었으므로 X는 X’에게 보증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없었고 따라서 Y1과 Y2에게 구상할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Ⅱ. 판지 1.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거나 당사자의 일치하는 의사가 없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1993. 8.24. 선고 92다47236 판결, 대법원 2007. 7.12. 선고 2007다1364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 의한 신용보증은… 상업어음할인대출을 그 보증 대상으로 하는 것임은 명백하다. 어음의 발행 경위 자체를 따짐이 없이 금융기관이 소정의 조사·확인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으로 판단하여 실시하는 이른바 ‘상업어음할인대출’이라는 과목의 대출을 가리키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고, 이는 종국적으로 진정한 상업어음이 아닌 어음을 상업어음할인의 절차에 의해 할인받아 대출이 이루어진 경우의 위험을 금융기관 또는 원고 중 어느 쪽에 귀속시킬 것인가의 중대한 문제로서 신용보증서의 위 기재 내용이 이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하여 앞서 설시한 법리에 따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이 사건 신용보증서를 합리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이를 가려야 할 것이다. 2. 원래 원고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채무를 보증함으로써 기업의 자금융통을 원활히 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신용보증기금법 제1조) 그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대해 일정한 심사를 거쳐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여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이 대출을 신청한 경우에도 별도의 담보를 요구함이 없이 신용보증서에만 의존하여 그 기업에게 대출을 시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의 원활한 자금융통을 지원하는 신용보증을 그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같은 법 제23조). 금융기관이 상당한 주의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님을 가려내지 못하는 때가 있을 것이고, 만일 금융기관이 필요한 조사·확인조치를 모두 취하였는데도 나중에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신용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면, 결국 금융기관은 그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신용보증제도를 기피하거나 신용보증서에 부가하여 별도의 담보제공을 요구하게 되어 신용보증제도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자금융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게 될 것이니 이러한 결과는 원고의 설립 취지나 신용보증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그 스스로 신용보증을 하고자 하는 기업의 경영상태·사업전망·신용상태 등을 공정·성실하게 조사할 의무가 있고(같은 법 제27조), 기업의 신용도와 보증종류 등을 감안하여 보증금액에 따라 소정의 보증료를 징수하고 있으므로(같은 법 제33조, 같은 법 시행령 제24조의2), 원고가 이러한 절차를 거쳐 신용보증을 한 이상 당해 기업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에 의해 보증금액의 범위 안에서 위험을 인수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당사자의 의사는 금융기관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정상적인 업무처리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상업어음할인의 방식으로 실시한 대출에 대하여 신용보증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합리적이다. 대법원은 최근, 이 사건 상업어음대출에 대한 신용보증과 취지, 내용 및 형식이 거의 동일한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의 해석에 관한 일련의 사안에서 금융기관이 기업구매자금대출을 한 후 그 대출한 자금이 기업구매자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그 대출과정에서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원고가 보증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판시를 계속함으로써(대법원 2006. 3.9. 선고 2004다67899 판결, 2006. 3.10. 선고 2005다24349 판결, 2006. 4.27. 선고 2006다8597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판단과 궤를 같이 하는 견해를 이미 표명한 바도 있다. Ⅲ. 해설 본 판결 이유에는 논리상의 문제점과 신용보증의 취지에 관한 실질적인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1. 논리상의 문제점 본 판결은 신용보증서의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거나 당사자의 일치하는 의사가 없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 의한 신용보증은… 상업어음할인대출을 그 보증 대상으로 하는 것임은 명백하다”고 하면서도 “어음의 발행 경위 자체를 따짐이 없이 금융기관이 소정의 조사·확인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으로 판단하여 실시하는 이른바 ‘상업어음할인대출’이라는 과목의 대출을 가리키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고,… 신용보증서의 위 기재 내용이 이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해석이 필요하다고 전제하였다. 보증 대상이 “명백”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거나 당사자의 일치하는 의사가 없다고 모순된 전제하에 명백한 보증서 문언과 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출금융기관이 내부적으로 과실 없이 보증서의 명백한 문언과 다른 업무취급을 하였다는 이유로 보증서를 이 업무취급에 따라 해석한다면, 본 사안의 원고나 피고들처럼 다른 관계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김능환·전수안 대법관의 반대의견, 나). 다만, 김능환·전수안 대법관이 위와 같은 법률행위 해석론은 처분문서에는 적용되지 않는 듯이 표현한 것(위의 반대의견, 가)은 의문이다. 이기택 부장판사(서울고법)도 신용보증기금의 특약에 관한 대부분의 판례(대법원 2001. 6.12. 선고 2001다16678 판결 ; 대법원 2001. 5.15. 선고 2000다30035 판결 ; 대법원 2001. 1.19. 선고 99다55489 판결 ; 대법원 1998. 8.21. 선고 97다37821 판결 등)처럼 보증채무 성립 후에 발생하는 대출금융기관의 담보확보의무 위반에서는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본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변경된 그의 해설 대상판결(대법원 2001. 11.9. 선고 2000다23952 판결)처럼 “신용보증기금이 어음할인대출에 관한 신용보증을 함에 있어서 상업어음의 할인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한다는 특약”은 주채무의 성립 시에 보증의 대상이 되는지 논하여지고 “따라서 그 범위 밖의 대출채무는 금융기관이 대출 시에 그 범위 안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는가에 관계없이 보증계약에서 약정한 주채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금의 보증책임이 부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대법원판례해설 제38호 (2002년), 법원도서관, 193~195면). 2. 실질적인 문제점 본 판결이 “금융기관이 상당한 주의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님을 가려내지 못하는 때가 있을 것이고, 만일 금융기관이 필요한 조사·확인조치를 모두 취하였는데도 나중에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신용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면, 결국 금융기관은 그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신용보증제도를 기피하거나 신용보증서에 부가하여 별도의 담보제공을 요구하게 되어 신용보증제도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자금융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게 될 것이니, 이러한 결과는 원고의 설립 취지나 신용보증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 것은 경청할 만하다. 유중원 교수는 본 판결에 대한 찬성평석에서 위 특약은 신용보증기금이 공공기관으로서 우월한 지위에서 대출금융기관에게 합리적 근거 없이 무과실책임을 부담시키는 부당한 특약이라고 한다(법률신문 제3710호, 2009. 1.1.). 그러나 금융기관이 대출에 있어서 부담하는 위험 중에서 상업어음할인에 대해서만 보증을 하는 것도 전혀 무익하지 않다. 원고가 보증하는 주채무자의 영업상 위험에 비하여 상업어음인지 아닌지 판별의 위험은 적으며, 판결이유도 설시한 바와 같이 “이는 종국적으로 진정한 상업어음이 아닌 어음을 상업어음할인의 절차에 의해 할인받아 대출이 이루어진 경우의 위험을 금융기관 또는 원고 중 어느 쪽에 귀속시킬 것인가의 중대한 문제”인데, 이 판별은 신용보증기금보다는 당해 어음을 할인하는 주채무자의 거래은행에게 더 수월할 것이다. 본 판결은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에 관한 판례를 원용하는데 이 경우에도 법이론상은 용도가 기업구매자금인지 아닌지 판별은 주채무자인 구매자의 거래은행이 담당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제도일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이 이러한 판별의 위험에 대해서까지 보증을 한다면 보증사고발생의 증가에 대비하여 기본재산 충실화를 위해서 보증료를 높여야 할 것이다. 이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연쇄도산이 상업어음할인제도에 한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여 중소기업의 금융부담도 완화하기 위하여 한국은행이 2000.4.20.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도입하기로 하고 2000.5.22.부터 시행한 제도이다(한국은행 보도자료 공보2000-4-13호 참조). 정부의 기업구매자금대출 활성화 조치로서 ① 신용보증 지원 이외에도 ② 세제 및 세정상 지원 ③ 정부물품 구매입찰 시 우대 ④ 불공정 하도급행위에 대한 제재 완화 등이 예정된 반면 상업어음할인은 점차 억제하게 되었다(위 보도자료의 참고2). 그러므로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에 있어서는 순수한 법이론에 대하여 정책적 예외를 인정하는 판례는 이해하더라도, 억제의 대상인 상업어음할인에 대한 신용보증에 관하여 전원합의체 판결로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려는 본 판결은 정부정책에도 어긋난다.
2009-02-19
전자상거래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법적보호
1. 부산지방법원 2007카합1046 결정례(2007. 12. 신청인이 항고하여 심리 중임) 가. 기초사실관계 본 사건의 신청인(채권자)은 2003년경부터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이고,피신청인(채무자)도 2006년경부터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해서 신청인과 동일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이다.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인터넷 홈페이지 상의 각종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하고 자신의 웹페이지의 메뉴와 구조, 배열 등을 복제했다고 주장하면서 피신청인의 웹사이트에 대해 ‘인터넷사이트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다. 나. 결정요지 1) 신청인의 웹사이트의 각종 서비스 등이 저작권법 상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신청인이 주장하는 필로그 서비스 등 대부분의 서비스는 그 사이트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기능들로서 그 내용이 체계적·조직적 방법으로 수집된 자료라고 보기도 어렵고 개별적으로 각 소재에 접근하거나 검색하기 위해 배열된 자료로 보이지 않는다. 2)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하 ‘온디콘법’이라 한다) 보호대상 및 웹페이지의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정한 메뉴, 기능, 서비스, 아이디어 등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온디콘법의 보호대상인 콘텐츠는 그 보호범위가 다소 불명확하기는 하나, 온디콘법의 정의 조항에서 전자적 형태로 제작된 자료 또는 정보임을 규정하고 있고, (중략) 온디콘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콘텐츠는 적어도 문자, 영상, 부호 등에 의하여 제작된 것으로서 대상 자체만으로 그가 표상하고자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해당 콘텐츠 스스로 정보 및 자료로서의 완결성이 상당한 정도로 갖추어져 있는 자료 및 정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개념상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메뉴, 기능, 서비스 또는 그 서비스를 고안해 낸 아이디어 자체와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경우에도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정한 메뉴, 기능, 서비스, 아이디어 등을 콘텐츠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2. 적용법조 사용자환경에 해당하는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각종 기능, 서비스, 특히 소재를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웹사이트 자체가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의 ‘데이터베이스’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온디콘법상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는지 문제되고 부가적인 쟁점으로 최근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에 대해 검토해보기로 한다. 3.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각종 서비스 및 기능 등 사용자환경(user interface)에 대한 법률적 분석 (대상 결정례에 대한 검토) 가. 웹사이트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개념 웹사이트의 사용자와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인터랙션(interaction)이라고 하는데, 사용자와 시스템의 인터랙션을 위해 그 형태가 어떻든 사용자가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과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합쳐서 웹사이트의 사용자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대상 결정례의 경우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 웹페이지의 메뉴구조 및 배열 등은 모두 신청인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사용자와 전자상거래업자가 마련해 놓은 판매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 즉 상품을 검색하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구매의사결정을 하고, 결제하는 과정을 위해 사용자와 판매자의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가상적인 매개체의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인이 주장하는 웹페이지의 각종 서비스, 기능, 메뉴의 구조 및 배열 등은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데이터베이스인가 1) 개 념 현행 저작권법은 ‘데이터베이스’는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정의한다(동법 제2조 제19호). 2) 대상 결정례에 대한 검토 생각건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개념에서 알 수 있는바와 같이 다양한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해서 이용자가 쉽게 접근 또는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신청인과 같은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의 거래를 중개하는 웹사이트의 경우, 거래 대상인 디지털콘텐츠라는 소재, 예를 들면 영화, TV드라마, 사진, 유틸리티, 문서, 교육, 지식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체계적인 방법으로 분류하여, 구매자들이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있다면 그러한 웹사이트 자체는 ‘데이터베이스’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상 결정례에서는 검색기능을 가진 웹사이트 자체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는지를 따로 구분해서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신청인 주장하는 대부분의 각종 서비스’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 편집저작물인가 이에 대하여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보호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기 전의 사안인 서울중앙지법 2003. 8. 19. 선고 2003카합1713호에서 ‘인터넷홈페이지도 그 구성형식, 소재의 선택이나 배열에 있어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편집저작물에 해당하여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 대상 결정례에서는 신청인의 웹사이트가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창조성있는 데이터베이스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인 ‘편집저작물’에 대한 규정은 따로 판단하지 않은 듯하다(지면 관계상 이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기로 한다). 라.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인가 1) 개념 온디콘법 제2조 제1호에서는 디지털콘텐츠란 ‘부호, 문자, 음성, 음향, 이미지,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전 및 이용에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전자적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된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나, 동 규정의 ‘자료 또는 정보’의 범위가 다소 불명확했으나 대상 결정례에서 동법의 보호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판시하고 있다. 2) 사안의 경우 신청인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와 그 메뉴구조 등의 사용자환경은 디지털콘텐츠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온디콘법 제2조 제1호에서 디지털콘텐츠의 개념요소로 ‘자료 또는 정보’임을 요하고 있고, 콘텐츠의 기본적 의미도 문자, 소리, 화상 등으로 이루어진 ‘정보의 내용물’이라는 개념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이 사건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종 서비스 및 그 메뉴구조 등은 모두 이용자가 신청인의 사이트를 좀 더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 또는 방법이고 이를 ‘자료 또는 정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4. 미국의 사례{Lotus Development Corporation v. Borland International Inc. 1995 WL. 946699(1st Cir.) 1995} 미국의 유사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Lotus사가 Borland사를 상대로, 자사가 개발한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인 ‘Lotus 1-2-3’과 Borland사가 개발한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 ‘Quattro Pro’의 명령어 선택 및 메뉴의 구조가 거의 동일하여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소한 소송에서 1996. 1. 16. 미연방대법원은 ‘Lotus의 메뉴구조는 일종의 작동방식이나 수단 같은 것이며, 이러한 작동방식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Lotus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는 컴퓨터프로그램의 사용자환경은 작동방식 또는 기능에 불과하므로 저작물로 볼 수 없고 또 그 방법이 제한적이므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5. Trade Dress (이대희, 인터넷과 지적재산권법 2002 참조함) 트레이드 드레스는 주로 ‘상품의 전체적인 이미지로서, 크기, 모양, 색채, 색채의 결합, 구성(texture), 도해(graphics), 심지어 특정한 판매기법(sales techniques) 등과 같은 특징(feature)’ 또는 ‘상품 전체의 이미지와 종합적인 외관’이라고 정의된다.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는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자에게 영향을 주는 색채, 그래픽, 디자인, 레이아웃, 텍스트 및 이들을 결합한 것 등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라고 할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도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법과는 달리 한국의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상 트레이드드레스라고 할만 한 것은 입체상표 및 색채상표 그리고 상품의 모양이나 포장·용기에 한정되고 있어서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상표권의 일종으로 보호하는 것은 현행법상 한계가 있고, 전자상거래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준격차가 크고 아직도 발전단계에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웹사이트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인정하여 사실상 영구적인 배타적 권리를 인정한다면 소수의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여 전자상거래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6. 맺음말 대상 결정례는 신청인의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이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 온디콘법상 ‘온라인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지 않음을 이유로 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법적보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활발한 논의가 없고 대법원판례도 없는 상황이어서 대상 결정례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생각건대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영구적인 배타적 권리를 인정할 경우 반경쟁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으나,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웹페이지의 사용자환경을 개발한 기성사업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도 역시 있다고 할 것이다. 대상 결정례를 계기로 이 점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함께 신규사업자와 기성사업자의 이익의 균형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길 바란다.
2008-02-04
리스물건의 소유권 귀속
1. 사실관계 가. 시설대여(리스)회사인 A리스 주식회사(이하 ‘A리스’라고 한다, 1999. 11. 6. 원고 회사에 합병됨)는 소외 B자동차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자동차를 구매하여 1995. 8. 25. 소외 주식회사 해당(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과 사이에 이 사건 자동차를 소외 회사에 대여하는 내용의 리스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A리스와 소외 회사는 위 1995. 8. 25.자 계약체결시 대여시설이용자인 소외 회사는 자기의 책임과 비용으로 관련 법령에 의거 자동차를 등록하고, 관할관청의 검사 등 행정지시를 철저히 이행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자동차가 항상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ㆍ관리하여야 하고, 위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은 그 등록명의가 소외 회사일 경우에도 A리스에게 있다고 약정하였다. 다. A리스는 1995. 8. 31. 소유자 명의를 소외 회사로 하여 이 사건자동차에 관한 등록을 하였다. 라. 한편, 피고는 소외 회사에 대한 부산지방법원 98카합4878호로 자동차가압류결정을 받아 그결정정본에 기하여 1998. 5. 19. 이 사건 자동차에 관하여 가압류집행을 하였다. 2. 대법원 판례의 요지 특정 물건의 소유권은 시설대여회사에게 남겨두고 시설이용자에게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식을 통하여 담보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시설대여(리스)의 특성과 시설대여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구 시설대여업법(1997. 8. 28. 법률 제5374호 여신전문금융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의 입법취지를 염두에 두고 같은 법 제13조의2 제1항, 제13조의3 제1항, 제13조의4, 자동차관리법 제6조, 제8조 제1항, 자동차등록령 제18조의 각 조항들을 종합해 보면, 차량의 시설대여의 경우에도 대여 차량의 소유권은 시설대여회사에 유보돼 있음을 전제로 하고, 다만 현실적경제적 필요에 따라 차량의 유지관리에 관한 각종 행정상의 의무와 사고발생시의 손해배상책임은 시설대여이용자로 하여금 부담하도록 하면서 그 편의를 위해 차량등록을 소유자인 시설대여회사 아닌 시설대여이용자 명의로 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에 대한 특례규정을 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구 시설대여업법(1997. 8. 28. 법률 제5374호 여신전문금융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3조의2에 의하여 시설대여이용자의 명의로 등록된 차량에 대한 소유권은 대내적으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시설대여회사에게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3. 종전의 판례 가. 이 사건 원심판결 원심은,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1998. 1. 1. 위 법률이 폐지되고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 제1항에 위조항과 같은 내용이 규정됨)은 시설대여회사가 차량의 시설대여 등을 하는 경우에는 자동차관리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대여시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를 같은 법 제13조의3 제1항, 자동차관리법 제8조 제1항, 제11조 제1항, 제12조 제1항과 종합하여 볼 때,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의 규정형식상 자동차관리법의 특정조항(원고 주장대로 한다면 적용이 배제돼야 할 자동차관리법 제6조)이 명시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은 점, 또한 위 규정은 위와 같은 등록방식을 허용하는 허용규정일 뿐 강제규정이 아닌 점, 앞서 본 약정 등 이 사건 자동차를 소외 회사 명의로 등록하게 된 경위, 등록명의를 신뢰한 자에 대한 거래의 안전보호 등을 고려하면, 자동차관리법상 차량의 등록은 그 관리의 목적과 사고발생시 손해배상책임문제 등을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서 원칙적으로 그 소유자의 명의로 하도록 돼 있으나, 시설대여 등의 경우 비록 차량의 법적 소유권자는 시설대여회사이지만 실제 차량의 점유사용자는 대여시설 이용자이고, 또한 대여시설 이용자가 시설대여기간 동안 당사자가 돼 차량의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검사 등 그 물건의 유지관리에 관한 각종 의무를 이행하거나 공과금 통지서의 수령 등에 있어 그 편의상 대여시설 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과 같이 차량의 이용자의 명의로 신탁하여 등록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6조에 따라 차량에 대한 소유권은 등록명의자에게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며, 따라서 이 사건 자동차는 비록 원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원고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소외 회사의 소유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집행채권자로서 대외관계에 있는 피고에 대해 내부적인 소유권으로써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00. 6. 28. 선고2000나4159 판결). 나. 세무서가 체납처분후 수령한 배당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판결 리스계약체결후 리스이용자를 소유자로 등록하고 리스회사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였고, 세무서가 동 리스물건을 경매해 경락대금에서 체납액을 우선 배당금으로 수령하자, 리스회사는 세무서를 상대로 소유권확인청구소송과 리스물건가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첫번째 소송(소유권확인소송)의 담당재판부는 등록원부상의 등록명의에도 불구하고 리스물건은 리스회사의 소유라 판시하고 소유권확인청구를 인용하였으나(광주지방법원 1988. 5. 25. 선고 88가합1177 판결), 두번째 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의 담당재판부는 중기관리법제3조 제1항, 제2항과 자동차관리법 제4조 및 제5조 등록규정에 의거하여 중기 및 자동차의 적법한 소유권을 취득하려면 상기 법규에 따라 등록을 마쳐야 할 것인바, 리스회사가 비록 리스물건에 대한 소유권확인 승소판결을 받았더라도 소정의 절차에 따른 등록을 마치지 아니한 이상 소유권자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적법한 소유자임을 전제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기각한다고 판시하였다(광주지방법원 1989. 11. 2. 선고 89가합3603 판결). 4. 판례 평석 가. 대상판결의 검토 대법원 판결은 금융리스의 물적 금융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한 판결로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 제1항의 입법취지, 리스물건의 경우 등록명의와 관계없이 리스회사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거래의 관념인 점, 소유명의가 리스이용자에게 있음을 기화로 무단양도하는 경우에 있어서 리스회사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리스이용자가 리스물건을 제3자에게 임의로 매각하더라도 등기 및 등록에 대한 공신력은 인정되지 않고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되는 동산은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보아 선의취득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므로, 제3자가 리스물건이 리스이용자 명의로 등록돼 있음을 신뢰하여 소유권이전등록을 하더라도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는 없다고 본다. 또한 건설기계등록원부 및 건설기계등록증에 소유자가 리스이용자로 등록돼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리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된 사실 없이 제3자 명의로 최초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등록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마찬가지의 결론에 도달한다. 임의매각된 리스차량에 대한 회수방법으로는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 인도단행가처분, 근저당권 실행을 통한 강제경매개시결정 및 인도명령, 원인무효인 제3자 명의 등록말소청구 등이 있다. 나. 운용리스의 소유권 귀속 금융리스의 경우 등록명의와 관계없이 대내외적 소유권은 리스회사에 귀속하나, 운용리스의 경우 소유권을 리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한 경우에 대한 판례가 없어 이 또한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시설대여에 포함되어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등록상의 특례가 적용된다는 견해와 민법상 임대차 규정이 적용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검토하건대, 운용리스와 실질이 유사한 임대차(렌트카)의 경우 이용자 명의로 소유권 등록이 불가능하고 ‘허’자 번호판을 사용하므로 무단양도의 가능성이 없고 렌트회사의 물건에 대한 소유권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 실질이 유사한 운용리스와 임대차(렌트카) 사이의 소유권 귀속 측면에서의 형평성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여전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규정이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를 구별하고 있지 아니한 점, 운용리스의 경우 이용자 명의로 소유권 등록이 가능하여 무단양도의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리스회사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아니할 경우 리스회사는 소유권을 회복할 수 없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운용리스의 경우에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특례를 적용하여 리스회사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 미등록 리스물건의 소유권 귀속 판례는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에 대한 선의취득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여, 고가의 기계로서 중소기업에서는 리스 내지 소유권유보부 할부매매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상례인 점, 취득자가 중고기계전문취급상으로 이러한 실태를 잘 알고 있는 점, 시가의 1/5 정도의 가격으로 수차례 전매된 점, 원고는 매도인의 소유권에 대하여 동 물건의 설치경위 및 제작회사와 매도인간의 매매계약서, 영수증, 매매대금의 완납 여부 등을 제작회사에 조회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할 의무가 있음에도 단순히 매매계약서만 확인하였으므로 매수인에게 과실이 있는 점을 이유로 선의취득을 부정하였다(서울고등법원 1990. 4. 13. 선고 89나44536 판결). 검토하건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특례규정은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을 대상으로 한다고 할 것이므로,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의 경우 선의취득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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