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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이유 없는 증언거부와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
I. 사실관계 피고인 A는 2017년 3월 27일 오후 7시10분경 고양시 소재 노상에서 甲으로부터 64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甲에게 필로폰 약 41.5g을 교부하여 필로폰을 매매하였다. 甲은 검찰 수사에서 "피고인으로부터 필로폰을 입수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이 사건 참고인진술조서가 작성되었다. 甲은 2017년 4월 24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제1심은 2017년 10월 13일 징역 4년을 선고하였고, 제2심은 2018년 1월 31일 검사의 공소장변경을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하였다. 甲이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2018년 5월 15일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한편 피고인 A에 대한 2017년 11월 24일 제1심 제5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甲은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하였다. 현재 자신의 관련 사건이 항소심 계속 중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제1심은 2018년 2월 7일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사가 항소하였다. 검사는 원심에서 다시 甲을 증인으로 신청하였고, 甲은 2018년 6월 19일 원심 제2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하였기 때문에 선서를 거부한다"라고 진술하면서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하였다. 이때는 이미 甲 사건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어 甲의 증언거부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Ⅱ. 소송의 경과와 쟁점 1. 원심의 판단 甲의 원심에서의 증언거부는 자신의 관련 사건이 확정된 후이므로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른 증언거부권은 인정되지 않고, 형사소송법 제150조에 의하면 증언을 거부하는 자는 거부사유를 소명하여야 하는데 甲은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하였다"라고만 하였다. 따라서 甲의 증언거부는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검사가 작성한 甲에 대한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에 따라 甲의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2. 대법원의 판단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참고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여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도,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 3. 쟁점 '피고인 유죄' 취지의 진술을 담은 참고인진술조서에 관하여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여야 할 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그 참고인진술조서를 법 제314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Ⅲ. 평석 1. 증언거부를 다르게 보아야 하는 이유 수사기관에서 참고인진술조서를 작성한 후에 참고인이었던 증인의 법정증언을 확보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증인이 법정에 나올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면? 이것이 바로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규정하고 있는 바다. 제314조는 성립의 진정을 인정해야 할 자가 "사망, 외국거주, 소재불명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할 수 없는 경우의 예외인정 요건을 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망이나 외국거주, 소재불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우리 판례가 이미 자세하게 설시한 바 있다.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는 그와 같은 판례의 해석론에 기초할 때, 물리적으로 출석이 불가능한 경우나 출석하더라도 진술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가령, 기억능력 자체가 없어진 경우라면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것 외에 증인이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도 제314에서 말하는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중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인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첫째, 사망, 외국거주, 소재불명이라는 사유와 증언거부는 불능의 정도와 의미가 다르다. 앞의 것을 사실적 불능이라고 하면 뒤의 것은 법률적 불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은 수사기관이 부담해야 할 위험에 속한다. 수사기관 앞에서 진술할 때처럼 증인이 법정에서 같은 진술을 해 줄 것인가는 수사기관의 부담이고, 책임이다. 진술증거만이 존재하는 사건의 경우에는 특히, 증인의 진술 변경, 은닉 또는 도피뿐만 아니라 증언거부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수사기관의 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이는 법이 예정하는 당연한 귀결이다. 셋째, 참고인이 나중에 진술 태도를 바꿀지 안 바꿀지는 수사기관이 그를 직접 증인으로 부를 때도 마찬가지로 부담해야 할 위험이다. 증인으로 나와서 진술하겠다고 했다가 정작 증언대에서는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도 우리는 수사기관에게 불리하게 평가한다. 증언을 못 들은 것으로 간주한다. 증언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참고인진술조서라고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그 위험은 고스란히 수사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조건을 못 맞추면 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다. 넷째, 제312조 제4항과 제314조에는 한편으로는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신문 결과도 증거로 쓰일 길을 열어두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요건을 정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입법자의 결단이 들어 있다. 두 조항을 해석할 때는 따라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제312조 제4항 자체가 벌써 예외규정이다. 직접심리주의의 예외이다. 그런데 거기 덧붙여 또 하나 '진술 불능의 예외'를 둔 것이 제314조이다. '예외에 대한 또 하나의 중대한 예외'라고 본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입법자의 의사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다. 요컨대, 증인이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이 정당한 증언거부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제314조의 필요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봐서, 그 증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을 적은 참고인진술조서를 제314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2. 판결의 취지 대상판결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증거는 참고인진술조서에서 수사 당시 참고인이었던 증인이 피고인으로부터 마약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법상으로 그 진술을 증거로 쓰기 위해서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그 진술자가 법정에 나와서 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성립의 진정을 인정해 주어야 할 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는 때이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진술을 해 놓고도 그 진술의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지 않기로 변심한 참고인이 피고인만큼이나 괘씸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일단 조서를 증거로 제출해 놓고 제314조에 따라 증거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사기관의 주장은 우리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 우리 법은 증인의 진술이 법정에 현출되고 이에 관해서 피고인이 반대신문할 기회를 주는 것을 원칙적인 증인신문의 모습이라고 본다. 참고인을 수사기관 앞에 소환해서 진술을 들은 다음 조서를 작성해 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외다. 그래서 조건이 까다롭다.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어야 하고, 반대신문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참고인의 진술을 듣는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따라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참고인을 증인으로 불러서 법정증언을 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상판결처럼 조서를 작성해서 증거자료로 제출하는 것이다. 둘 다 똑같이 위험부담이 있다. 증인이 나중에 진술을 거부할 위험이다. 이 위험은 피할 방법이 없다. 재판장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감치에 처하는 것은 별론이다. 어떻게 하든 실제로 그 증인의 증언을 들을 방법은 없는 것이다. "당신은 말을 안 할 이유가 없어. 말을 해야 돼"라고 증언을 강제할 수 없다. 마찬가지다. 증언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해서 미리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받아달라고 할 수는 없다. 검사가 참고인의 결정적인 진술을 들었다고 해서 유무죄 판단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건 재판준비에 지나지 않고, 법정에서 잘해야 한다. 참고인진술조서의 준비가 다가 아니다. 제312조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마저 못 갖추면 제314조라는 더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제314조를 좁게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314조를 직접주의의 예외에 대한 또 하나의 중대한 예외라고 대상판결이 설시한 것은 이런 취지를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김희균 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증언거부
형사소송법제314조
형사소송법
마약류관리법
김희균 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2021-10-07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1. 사실관계 피고인의 모친이 피고인의 부친을 살해하는 행위를 피고인이 방조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공소제기된 사건에서 검사는 수사기관이 수사단계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영상녹화물을 법원에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였으며 그 영상녹화물에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 참고인의 진술이 녹화되어 있다. 수사기관이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하면서 진술조서는 작성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은 검사가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영상녹화물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하였다. 제1심법원은 참고인의 진술이 영상녹화 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달리 피고인의 살인방조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하자 검사는 무죄판결에 대해서 항소를 제기한 후 항소이유서에서 참고인의 진술이 수록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령의 해석·적용을 잘못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검사가 항소기각판결에 대해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2. 판결요지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경우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의 진술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요지이다. 대법원 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할 필요를 느낀다.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형사소송법에는 없던 수사기관에 의한 참고인 진술의 영상녹화를 새로 정하면서 그 용도를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거나 참고인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규정내용을 영상물에 수록된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서 독립적인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의 규정과 대비하여 보면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에 따라 작성한 영상녹화물은 다른 법률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는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즉, 대법원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 진술을 영상녹화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이유로서 ①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영상녹화물의 용도를 참고인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實質的 成立의 眞正)을 증명하거나 참고인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하여 재생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과 ②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은 "……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 또는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술과 녹음이 일치한 사실이 인정되면 영상녹화물의 성립의 진정이 인정된 경우에 해당한다. 3. 판례평석 (1) 대법원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영상녹화물의 용도를 수사기관이 작성한 참고인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영상녹화물을 수사기관이 작성한 참고인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진술과 녹음의 일치)을 증명하는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그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해석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해석이다. 참고인의 진술이 녹화된 영상녹화물을 참고인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증명하는 증거(자료)로 사용한다는 것과 그 영상녹화물이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면서 진술조서를 작성하지 아니하고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 한 경우에 그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한다는 것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명백한 유죄의 증거를 배척하고 무죄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것은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한다. (2)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제2항을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실정법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즉,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경우 기억의 환기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그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할 수 있으므로 그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경우 필요한 때에는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할 수 있다고 하여 그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기억 환기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하게 한다는 것과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의 진술이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기억 환기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과 무관한 문제이다. (3) 대법원 판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제6항은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영상녹화물(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에서는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의 진술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에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규정이 있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본문이 그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본문은 "전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자필이거나 그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4. 결 론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 한 경우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본문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참고인의 진술이 수록된 영상녹화물에 대해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 한 경우에는 원진술자인 참고인이나 영상녹화한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영상녹화물의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어야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의 진술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에 있어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진술과 녹음의 일치를 의미한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본문은 진술서 등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요건으로 자필 또는 서명·날인을 요구하고 있는데, 참고인의 진술이 수록(녹음)된 영상녹화물에는 진술자인 참고인의 서명·날인이 없고 참고인의 자필도 아니므로 증거능력의 인정 여부가 문제된다. 참고인의 진술이 영상녹화된 영상녹화물의 경우 그 진술과 녹음이 일치한 사실이 증명되면 그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참고인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야 하므로 참고인의 진술이 수록(녹음)된 영상녹화물의 경우에는 자필 또는 서명·날인은 증거능력의 요건이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는 범행현장을 촬영한 사진(현장사진)의 경우에는 서명·날인이 증거능력의 요건이 아닌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6항과의 관계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2014-10-23
MBC 이상호 기자의 '삼성 X파일'의 보도 사건
I. 들어가는 말 2005년 보도된 '삼성 X파일'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 그룹 회장 비서실장, 중앙일보 회장이 특정 후보에게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검찰 고위간부에게 '떡값'을 제공하자고 공모하는 대화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의 비밀조직이 불법적으로 도청한 파일이다. 이러한 불법을 범한 관련자들은 공소시효가 경료하여 처벌될 수 없었다. 그러나 '삼성 X파일'을 입수하여 보도한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제1심 무죄판결 및 제2심 징역 1년과 형 선고유예 판결 이후 대법원은 유죄판결을 확정하였다. 2010년 12월 16일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 피고인측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진술한 바 있다. 이 사건의 헌법적 쟁점은 '통신비밀의 보호와 언론의 자유라는 두 가지 헌법적 기본권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며, 형법적 쟁점은 '불법 감청·녹음에 관여하지 않은 언론이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가'이다. 대법원의 8 대 5 다수의견은 위법성조각을 인정하지 않았다. 필자는 소수의견에 동의하고 있는 바, 이하에서는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평석을 전개한다. II. 통신의 비밀보호와 언론의 자유의 균형? 다수의견은 불법도청에 관여하지 않은 언론의 도청결과물 보도의 위법성조각의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설정하였다. 다수의견이 설정한 첫 번째 요건이 특히 문제이다. 이 요건은 (i)그 보도의 목적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 자체를 고발하기 위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경우, (ii)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면 공중의 생명겱택펯재산 기타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등과 같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 등 두 가지로 구성된다. 도청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점을 보도할 경우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부수적으로 공개될 수밖에 없는 바, (i)의 경우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ii)의 경우이다. 다수의견이 상정하고 있는 허용상황은 임박한 범죄모의 통신 또는 대화로 사실상 한정된다. "기타 공익"이라는 포괄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문언해석상 이 경우도 그 앞에서 예시적으로 제시된 "공중의 생명·신체·재산"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한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와 같은 수준의 긴급한 상황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다수의견의 기준에 따르면 특정 대권후보에게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검찰 고위간부에게 '떡값'을 제공하자고 공모하는 '삼성 X파일'의 대화내용은 공개가 허용되는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삼성 X파일'의 내용처럼―소수의견이 제시한 요건인―"통신비밀의 내용이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과 여론의 형성을 요구할 만한 중요성"을 갖고 있더라도 그 내용의 보도는 위법성조각을 검토할 여지가 애초부터 봉쇄되는 바, 언론의 자유의 범위는 대폭 축소된다. III. 중대범죄를 모의한 공적 인물의 인격권에 대한 과잉보호 1. 인색한 사회상규성 판단 대법원이 여러 판결을 통하여 정립한 사회상규성 인정요건은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 다섯 가지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긴급성 인정의 요건을 매우 좁게 설정하고 있다. 필자는 정당행위의 긴급성은 정당방위가 요구하는 엄격한 '현재성'이 아니라 긴급피난이 요구하는 느슨한 '현재성'과 유사하게 이해되어야 하고 주장한 바 있다. 긴급피난에서는 '지속적 위험'(Dauergefahr), 즉 과거부터 계속된 침해가 앞으로도 반복된 우려가 있는 상황이 인정되면 위난의 현재성이 충족된다. '삼성 X파일' 사건의 경우를 보면, 1997년 대선 이후 8년이 지났지만 권·언·검의 유착문제는 보도시점까지 계속 문제가 되고 있었고, '삼성 X파일' 속의 등장인물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해지면서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될 가능성이 존재하였던 반면, 권·언·검의 유착을 해결할 법적·제도적 장치는 취약 또는 부재하였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볼 때 긴급성 요건을 충족된다. 한편, 다수의견은 이상호 기자가 '삼성 X파일' 소지인에게 사례비를 지급했다는 점을 주목하는 데, 이는 이 기자가 '삼성 X파일' 관련 범죄를 고발하는 공익이 아니라 특종이라는 사익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러나 취재사례비는 언론계의 관행이며 불법도 아니다. 이 기자는 1,000달러를 문화방송의 자금으로 지급하고 영수증까지 발부하였던 바, 사례비 지급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보도행위의 동기와 목적이 완전히 공익을 위한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종을 내겠다는 사적 동기와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보도행위 전체를 파악하여 공익적 동기와 목적이 지배적이라면 그 정당성은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이상호 기자의 보도가 녹음테이프 원음의 직접 방송, 녹음테이프에 나타난 대화 내용의 인용 및 실명의 거론을 금지하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가처분결정을 위배하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 가처분결정은 도청자료의 존재나 그 내용에 대한 보도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문화방송은 녹음테이프의 원음을 공개하는 대신 안기부 작성의 녹취보고서를 중심으로 도청자료의 존재 및 그 내용을 보도하였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실명공개의 상당성과 보충성이다. 이번 사건에서 이상호 기자의 보도로 통신의 비밀이 침해된 사람들은 모두 공적 인물이었고, 그들이 나눈 대화내용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모의였으며, 그들의 실명은 다른 언론의 보도 및 법원의 가처분결정 과정에서 이미 공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기자의 실명공개가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했고 보충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파악하는 것은 중대범죄를 모의한 공적 인물의 인격권에 대한 과잉보호이다. 물론 이상호 기자의 보도가 실명을 공개하지 말라는 가처분결정의 일부를 위배한 것은 사실이나, 언론의 자유의 의미를 고려할 때 가처분이라는 잠정적 사법판단 위배를 형사불법으로 바로 연결시키는 논리는 동의할 수 없다. 게다가 '삼성 X파일' 보도 당시 시점에는 가처분결정이 확정된 것도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더욱 그러하다. 2. 형법 제310조의 유추적용 형법 제310조에 따라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경우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 처벌되지 않는다. 특히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공적 인물이고 언론·표현 행위가 공적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완화된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김일성 조문편지' 결정에서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1999. 6. 24. 97헌마265 결정). 그리고 대법원도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히면서, 명예훼손죄를 사용한 언론의 자유 제약을 경계한 바 있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4889 판결). 물론 통비법 위반죄와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보호법익과 구조가 다르다. 전자는 통신의 비밀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후자는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전자는 불법하게 획득한 통신비밀을 공개·보도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적시된 사실을 어떻게 획득했는지를 묻지 않는다. 그러나 양 죄의 보호법익은 모두 인격권에 속하며, 이 법익침해의 주체가 언론일 경우 침해되는 법익과 언론의 자유 사이의 형량이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볼 때 불법 감청·녹음에 관여하지 않은 언론이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형법 제310조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위법성조각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Ⅳ. 다수의견의 우려에 대한 답변 다수의견은 통신의 비밀 보호 쪽으로 강하게 치우친 정당화요건을 설정하고 '삼성 X파일'의 보도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이러한 보도행위가 허용될 경우 발생할 가상 상황을 염려하고 있다. 즉,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공적 인물의 통신과 대화를 불법도청한 후 그 내용을 도청과 관계없는 언론 등 제3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하여 공개하는 것도 정당화되어 결국은 통신의 비밀 침해가 예방·방지될 수 없다는 우려이다. 먼저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는 불법도청을 행한 국가기관 종사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다. '삼성 X파일'과 같이 공소시효가 경료할 때까지 범죄인을 방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다수의견이 우려하는 가상 상황은 '삼성 X파일' 보도사건과 달리 국가기관이 통신 또는 대화의 공개를 위하여 의도적으로 언론을 이용한 경우이다. 이 때 언론의 보도행위는 국가기관의 불법도청의 연장으로 보아야 하며, 보도행위의 상당성 평가는 '삼성 X파일' 보도의 경우와 달라져야 한다. 요컨대, 다수의견이 상정하는 가상 상황의 경우는 사회상규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이는 소수의견의 상당성 판단요건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다.
2012-02-23
스탠딩 법리의 부정
Ⅰ. 사안 D(S유흥주점의 영업실장), D2(S유흥주점의 업주)는 식품위생법(제44조, 제97조)위반혐의로 기소되었다. D는 2008. 1. 30. 22:25경 위 S유흥주점 4호실에서 위 업소 종업원인 O2로 하여금 손님으로 온 O와 함께 일명 티켓영업을 나가도록 한 후 그 대가(20만 원으로 추정)를 받은 혐의로, D2는 종업원인 D가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지 않도록 주의·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한 혐의였다. 괴산경찰서 생활안전계는'S유흥주점'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소속 경사 2명이 2008. 1. 30. 21:30경부터 같은 날 22:25경까지 위 유흥주점 앞에서 잠복근무를 하던 중, 같은 날 22:24경 위 유흥주점 입구에서 O(남, 손님)와 O2(여, S유흥주점의 종업원)가 같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미행하여 위 남녀(O, O2)가 위 주점에서 100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M여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였다. 경사로부터 위와 같은 연락을 받고 출동한 경위 P등 4명의 경찰관은 여관 카운터에 있던 업주를 상대로 위 남녀가 몇 호실로 들어갔는지를 문의하며 협조를 요청하였고, 여관 업주는 예비열쇠를 이용하여 O, O2가 들어간 여관방의 문을 열어 주었다. 당시 O와 O2는 침대에 옷을 벗은 채로 약간 떨어져서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경찰관들은'성매매의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점과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고(다만, P는 제1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본인이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였는데, 진술거부권은 고지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위 둘을 서로 분리하여 상호간의 관계 및 여관에의 입실 경위 등을 구두로 조사하였다. O와 O2는 경찰관들의 위 질문에 '성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고 답하였다. 당시 O와 O2가 실제 성행위를 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고, 방 내부 및 화장실 등에서 성관계를 가졌음을 증명할 수 있는 화장지나 콘돔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위 둘을 성매매의 현행범으로 체포 하지 못하고(성매매 미수는 그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성교행위에 나가지 않은 이상 성매매로는 처벌할 수 없다), 괴산경찰서 증평지구대로 임의동행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동행을 거부할 수도 있으나,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연행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이에 대하여 경위 P는, O와 O2를 분리하여 조사할 당시 O와 O2는'성행위는 아직 안하였으나 2차를 나온 사실'은 인정하였기 때문에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여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연행할 수 있다'고 고지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O와 O2는 증평지구대로 가서 각 자술서를 작성한 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자술서에서 O는'양주 1병을 같이 먹고 여관에 들어가 누워서 서로 이야기 하던 중이었고, 대금은 45만 원을 결제하였으며, 그 내역 확인은 안 했으나 2차비가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기재하였다가,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는'성행위는 안하였고, 양주 2병을 마시고, 대금 45만 원을 결제하였으며, 아가씨를 데리고 나가는 비용이 얼마인지는 모르나 45만 원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O2는 일관하여 '양주 2병을 마시고 서로 맘에 들어 여관에 온 것일 뿐, 대가를 받고 여관에 온 것은 아니고, 성행위는 안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경찰은 술값과 테이블 봉사료 이외에 대가를 수수하였는지에 관하여 보완수사를 하였으나, 추가 증거를 더 이상 발견하지 못하였다. 검사는'양주를 1병만 시켰다'는 O 작성의 자술서와 경찰이 O를 상대로 작성한 참고인진술조서를 주된 증거로 삼아 공소를 제기하였다(공소사실에는'시간적 소요의 대가가 약 20만 원으로 추정된다'고 되어 있다. 이는 O가 계산한 45만 원 중 양주 1병 값 20만 원과 테이블 봉사료 5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그 대가로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O 작성의 자술서와 경찰이 O를 상대로 작성한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여부'가 주요쟁점이 되었다. 제1심과 항소심은 "이 사건 당시 경찰관들이 O와 O2를 임의동행 함에 앞서 '동행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고지한 사실은 있으나, 그에 부가하여 '동행을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연행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O2가 화장실에 가자 여자 경찰관이 O2를 따라가 감시하기도 하였으므로, 사법경찰관이 O, O2를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사법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에 해당"하여 "위 각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Ⅱ. 쟁점 절차적 기본권을 침해(O)당하지 아니한 자(D, D2)에게도 위법수집증거는 배제되는가?(긍정) Ⅲ. 재판요지(상고기각)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수사에 관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임의수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바,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됨에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밖에 강제성을 띤 동행을 억제할 방법도 없어서 제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의 체포·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 참조). 또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O)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피고인(D, D2)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도682 판결,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 참조). (중략) 비록 사법경찰관이 O와 O2를 동행할 당시에 물리력을 행사한 바가 없고, 이들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법경찰관이 이들을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 위에서 본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사법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불법 체포에 의한 유치 중에 O와 O2가 작성한 위 각 자술서와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O, O2에 대한 각 제1회 진술조서는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과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201조 등이 규정한 체포·구속에 관한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하여 수집된 증거로서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도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Ⅳ. 평석 1. 이 판결은 미국에서 인정되고 있는 스탠딩(standing) 법리를 명시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주목되는 판결이다. 사안에서 문제되고 있는 사건은 D, D2의 식품위생법위반피고사건(이하 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D'만 문제삼겠다)이다. O, O2(이하 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O'만 문제삼겠다)는 피고인이 아니다. 피고인 D의 입장에서 볼 때 O는'피고인 아닌 자'이다. 스탠딩(standing) 법리란 '위법수집증거배제규칙은 절차적 기본권이 침해된 자에 대하여만 적용된다' 는 취지의 발상이다. 이 법리를 위 사안에 적용하여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이 된다. 사안에서 경찰의 O에 대한 임의동행이 실질적으로 강제연행이라면 이 강제연행으로 기본권침해를 받은 사람은 O이지 D가 아니다. 따라서 경찰이 O를 조사하여 채집한 진술증거는 O의 형사피고사건에서는 위법수집증거가 될 수 있지만, 스탠딩 법리를 인정하면 O의 형사피고사건과 무관한 D의 형사피고사건에서 O를 조사하여 채집한 진술증거는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여 D는 자신의 절차적 기본권을 침해당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경찰의 O에 대한 강제연행과 그 이후의 채증활동을 탄핵할 지위(standing)에 있지 아니하고 따라서 경찰이 O를 조사하여 채집한 증거는 D의 형사피고사건에서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라는 것이 스탠딩 법리의 요점이다. 대법원 1992.6.23. 선고 92도682 판결(이른바 한국형 미란다 판결)은 대법원의 '스탠딩 법리의 불채용' 입장이 간접적으로 표출된 판결인데 본 판결에서 그 취지가 다시 한 번 선명하게 재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2. 위법수집증거배제규칙을 창안해 낸 것은 미국연방대법원인데 1990년대 이후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대법원의 그것은 미국의 그것보다도 훨씬 그 포섭범위가 넓다. 피고인측의 동의가 있어도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사인의 불법수집증거도 경우에 따라 증거능력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게 한 것이 그 예이다. 이제 그 목록에 스탠딩 법리의 불채용이라는 지침이 명시적으로 덧붙여진 것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대법원이 주도하는 형사사법혁명이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이 이 형사사법혁명을 지속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1-11-14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수 있는지 여부
1. 머리말 헌법재판소는 2005헌라8 권한쟁의 사건에 대해서 2007년 7월 26일 재판관 7 : 1의 의견으로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 ‘제3자 소송담당’이 허용되지 아니하고 대통령 등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수 없다는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각하한다는(1인의 별개의견은 심판의 대상도 부존재하여 각하) 결정(이하 ‘위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2007년 8월13일자 법률신문의 기고에서 이덕연 교수는 ‘논증상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정에 대한 학문적 비판은 헌법재판의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하다. 그런데 위 기고에는 헌법소송 실무에 대한 오해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되어 그 점은 밝혀두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에서 펜을 들게 되었다. 2. 위 결정의 내용 (1) 대한민국 정부가 2004년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기 위하여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과 사이에 쌀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국인 미국, 인도, 이집트와 사이에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대가로 위 나라들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문을 작성하고도 국회의 비준동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자,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인 대통령이 동 합의문을 국회의 동의 없이 체결·비준한 행위는 국회의 조약 체결·비준 동의권과 청구인들의 조약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이 제3자 소송담당자의 지위에서 국회의 조약 체결·비준동의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권한쟁의심판에 있어 ‘제3자 소송담당’을 허용할 수 없다는 다수의견과 이를 긍정해야 한다는 1인의 반대의견을 냈고,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에 의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를 부정하였는바,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의 침해 부분에 대한 결정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국회의 대내적인 관계에서 행사되고 침해될 수 있을 뿐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침해될 수 없는 것이므로, 국회의원들 상호간 또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사이와 같이 국회 내부적으로만 직접적인 법적 연관성을 발생시킬 수 있을 뿐이고 대통령 등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과 사이에서는 권한침해의 직접적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청구인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없이 조약을 체결·비준하였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다. 3. 검 토 이덕연 교수는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에 있어 국회의원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해 온 일관된 선례를 변경하는 절차 없이 당해 사건 청구인들의 청구인적격을 부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기고하였다. 위 결정은 국회의원의 ‘당사자능력’(이는 통상 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소송법상의 능력으로서 구체적 사건과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정하여지는 점에서, 특정한 청구와 그 본안결정을 구할 수 있는 자격인 ‘당사자적격’ 내지 ‘청구인적격’과 구별된다)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간 여러 선례, 예를 들어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혹은 대통령간의 권한쟁의 사건(헌재 1997. 7. 16. 96헌라2 결정, 헌재 2000. 2. 24. 99헌라1 결정; 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결정)에서 계속 인정되었으므로 국회의원의 권한쟁의심판 당사자능력을 위 결정에서 재확인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위 결정의 쟁점은 국회의장과 같은 국회 내부기관이 아니라 국회 외부의 다른 국가기관에 의하여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과연 침해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위 결정은 국회의원의 당사자능력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당사자 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국회 내부관계에서 국회의원에게 인정되는 심의·표결권의 주로서의 당사자 적격이 국회 외부기관과의 쟁송에서조차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과 같은 대외 기관과의 쟁송에서의 그러한 당사자 적격 문제에 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아직 선례가 존재하지 아니하였고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비로소 그에 대한 판단을 하였던 것이다. 이 문제, 즉 국회 외부의 국가기관에 의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학계의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다만 당해사건의 참고인들(이덕연 교수, 정태호 교수)이 서로 다른 견해를 취하였다. 국회의 조약에 대한 동의권은 비록 국회 내에서 개별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행사를 거쳐 이루어지지만, 양 권한은 그 권한의 귀속주체가 다르고, 심의·표결권의 행사는 국회의 의사를 형성하기 위한 국회 내부의 행위로서 구체적인 의안 처리와 관련하여 각 국회의원에게 부여되는데 비해, 국회의 동의권 행사는 국회가 그 의결을 통하여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의사표시로서 행해지며 대외적인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회의 동의권이 침해되었다고 해서 동시에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 결국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국회의 내부 관계에서 행사되고 침해될 수 있을 뿐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 관계에서는 침해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는 심의·표결권 침해를 이유로 대통령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권한침해의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 교수께서는 자유위임의 법리와 국회의원이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한다는 헌법규정에 근거하여 조약에 대한 국회의원의 통제권을 권한쟁의의 방법으로 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한 헌법적 열정과 사법적극주의적 관점은 경청할만한 것이나, 소송법적으로 어떤 경우에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지 않은 ‘소권(訴權)’을 판례로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답은 그러한 헌법규범의 해석만으로 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법률이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야 하며, 나름대로의 사법적극주의만으로 청구인적격 판단을 함부로 행할 수 없다. 국회의 다수의사와 배치될 수 있고, 헌법재판소와 또 다른 권력분립의 한 축에 있는 국회의 의사를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국회의원의 ‘제3자의 소송담당’ 역시 헌법과 법률의 명문 규정이 없이는 헌법재판소로서는 적극적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이 위 결정의 취지라고 생각한다.
2007-08-27
조약비준에 대한 국회동의 관련 개별 국회의원의 권한쟁의심판 청구인적격
I. 머리말 지난 7월26일 헌법재판소는 조약비준에 대한 국회동의권과 관련된 권한쟁의에 대하여 각하결정(7:1)을 내렸다. 동 사건 공개변론(2007년 6월14일)에서 청구인측(강기갑 등 민노당 소속 국회의원 8명)의 참고인으로 의견을 제출한 바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헌재의 각하결론에 대하여 아쉬움이 적지 아니하다. 그 아쉬움이 비슷한 정도의 설득력을 갖는 해석론 중에서 필자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고 다른 의견이 채택된 것에 따른 것이라면 개인적인 소회로 넘기고 말겠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하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논증상의 중대한 흠결이 눈에 띄기 때문에 적어도 향후 무용한 법리논쟁의 반복을 피하기 위하여 기록을 남기는 차원에서라도 헌재에 제출했던 의견서 일부를 발췌겫맙逑臼?의문점을 정리한다. II. 사건개요 및 결정요지 1. 사건개요 본 사건은 조약의 비준에 대한 국회동의절차와 관련하여, 피청구인인 대통령에 의해서 헌법 제60조 제1항의 국회동의권 및 헌법 제40조, 46조 제2항, 국회법 제114조의2 등의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청구된 권한쟁의심판사건이다. 관련 조약의 내용과 체결비준과의 추이는 다음과 같다. 정부는 WTO 설립을 위한 마라케쉬 협정 부속서 1가 중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1994)에 대한 마라케쉬 의정서에 부속된 대한민국 양허표 일부 개정안과 같은 내용의 조약을 WTO 회원국과 체결하는 과정에서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던 미국 등과는 동 개정안과는 별도로 당사국간에 개별조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는데, 대통령은 그 가운데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기간의 연장 및 그 대가에 관해 미국, 이집트, 인도와 체결한 3건의 별지목록의 조약을 포함시키지 아니한 채 동 개정안에 대한 조약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국회동의를 얻어 비준하였고, 당해 별지목록을 포함한 동 조약은 이미 발효 중에 있다. 2. 결정요지 헌재는 각하결정의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하였다. 전체 국회의 의사가 다수결에 의하여 결정된 경우 그에 반대하는 소수의 국회의원에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수결의 원리와 의회주의의 본질에 어긋나고 또 사법수단 남용의 우려 때문에 별도의 명시적인 법규정이 없는 한 ‘제3자소송담당’은 허용될 수 없고 또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국회의 대내적인 관계에서 행사되고 침해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에 대통령 등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 관계에서는 권한침해의 직접적인 법적 효과가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입장이다. III. 평 석 1. 논점정리 이 사건은 대통령이 피청구인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국가기관간 권한쟁의사건들과는 구별되지만, 그것이 사태와 헌법규범 어떤 측면에서든 국회의원 또는 교섭단체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해 온 헌재의 확립된 의견에 대하여 재론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단서가 되지는 아니한다. 헌재는 우선 ‘제3자소송담당’이 허용될 수 없음을 확인하면서, 국회의원 자신의 청구인적격을 부인하는 이유로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 관계에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의 침해가 직접 연관될 수 없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본안판단의 대상이기는 하되 만일 청구인측의 주장대로 본 사건 별지목록의 조약이 국회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대통령이 동의안을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일부 내용을 누락한 채 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대의과정의 핵심인 심의권과 표결권 행사의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박탈한 것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권한침해의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는 견해는 수긍하기 어렵다. 적어도 요건심사단계에서의 판단으로는 지나치게 성급한 예단이라는 점에서 찬성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별지목록의 조약을 국회동의가 필요한 조약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판단한 별개의견(이동흡 재판관)이 법리상 무리가 덜하다. 또 한편 동 사건은 규범통제의 가능성의 관점에서 국내법과 같이 취급하기 어려운 조약과 관련된 권한쟁의라는 점에서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다만, 억측인지 모르겠으되 헌재의 각하결론과 그 논증상의 중대한 결함이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부담이 적지 않은 조약의 유·무효 확인과 연계되는 본안판단을 원천적으로 회피하려는 의도에 기인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없지 아니하지만, 여기에서 조약과 관련된 논의는 약한다. 요컨대 본 평석의 주된 관심은 세 가지 전제, 즉 ‘제3자소송담당’의 허용성에 대한 판단유보 및 본 사건 별지목록 조약의 국회동의 필요 여부가 적법성 판단의 단계에서 간단하게 부정될 만큼 명백하지는 않다는 유보적 예단과 함께 대통령과의 대외적 관계에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한 판단에 대한 분명한 반대입장을 전제로 국회대의과정의 본질과 구조, 특히 자유위임원칙의 헌법규범적 의미와 효용에 대한 헌재의 이해부족을 지적하는데 모아진다. 2. 자유위임원칙의 헌법규범적 의미 선거를 비롯한 제반 정치과정과 국가의 정책결정과정이 정당 및 국회교섭단체에 의해서 주도되는 정당국가적 헌법현실 속에서 자유위임원칙의 헌법규범적 의미와 기능이 그대로 유지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유위임관계’가 완전히 ‘명령적 위임관계’로 변환된 것으로 보거나 또는 정당국가의 관점의 일방적인 우선성을 전제로 이른바 ‘원칙-예외의 형식’에 따라 자유위임원칙을 사실상 부인하는 것은 성급한 예단이다. 적어도 아무런 유보조건없이 정당국가의 헌법현실에 복속시키기에는 자유위임원칙에 의해서만 확보되는 순기능에 대한 헌법적 기대, 반대로는 전면적인 정당기속에 의해 초래될 수 있는 역기능의 위험의 크기가 작지 아니하다. 관건은 상충되는 헌법해석의 관점들 간의 적정한 절충과 타협을 통한 헌법규범과 헌법현실의 조화인데, 그 구체적인 제도설계와 운용에 대한 헌법적 지침은 사태의 구조와 성격에 따라 적정하게 차별화하여 탐색될 수밖에 없다. 헌법 제46조 제2항은 국회의원이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여기에서 ‘공공복리지향의무’와 관계되는 ‘양심’은 의회민주주의에서 일종의 ‘규율적 이념’(regulative Idee)인 ‘이성적 대화’와 ‘공동책임의 양심’의 요청과 연계되는 점에서 자연인 개인의 ‘양심’과는 구별된다. 특히 과중한 입법부담을 비롯하여 양적·질적으로 직무부담이 크게 증대된 환경 속에서 개별 국회의원이 다양한 생활영역의 모든 사안에 대하여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독자적인 판단을 할 수는 없다. 정당국가의 ‘집단적 대의’는 이러한 대의환경에 적응하여 변화된 대의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식론적 언어인 ‘이성’과 ‘공동책임의 양심’에 윤리철학적 언어인 ‘양심’에 내포되어 있는 헌법철학 및 헌법정책론적 의미가 다 포섭될 수는 없다. ‘양심’은 그것이 국회의원의 공직의무와 연관된 것이라도 본질적으로 개인, 즉 사람만이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과 전체는 품격은 가질 수 있지만, ‘양심’의 토대이고 원천인 인격의 주체가 될 수 는 없다. 또한 전체가 단순한 ‘부분의 합’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고 또 집단과 조직이 ‘이성적 대화’의 동인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부분)과 사람의 독자성이 존중돼야 한다. 의원내각제정부형태는 차치하더라도 사실상 정당득표에 의해 의석수가 정해지고 정부가 구성되는 등 정당국가적 체제가 정착된 독일에서도 자유위임원칙의 규범적 효력을 경시하지 않는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아니한 바, 특히 -대부분은 야당교섭단체가 청구하는 경우이지만- 개별 국회의원이 자신의 심의표결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권한쟁의의 청구인적격을 부인하는 의견을 찾아보기 어렵고, 연방헌법재판소가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요컨대, 자유위임원칙의 헌법규범과 정당국가의 헌법현실은 획일적인 선후 또는 배제의 관계에서 선택의 대안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개인의 ‘양심’과 집단 전체와 조직에 대한 신뢰 및 ‘공동책임의 양심’과 연계된 관점들 상호간의 타협과 조화의 과제로 주어져 있다. 다만 ‘자유위임원칙’에 내포된 헌법철학적, 헌법정책적 함의와, 또 한편 정당기속과 교섭단체기속이 자연스럽게 유도되고 사실상 강제되는 정당국가의 구조를 고려하면 ‘자유위임관계’의 핵심, 즉 직무상 ‘양심’ 이외의 어떤 선입견과 지시에 의해서도 강제되지 않을 자유, 특히 ‘공동책임의 양심’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책임을 감수하면서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 자체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지침은 공유되어야 한다. 3. ‘제3자소송담당’과 국회의원의 독자적인 권한쟁의심판 여기에서 상론은 생략하지만, 국회의 부분기관 또는 개별 국회의원의 전체기관인 국회를 위한 ‘제3자소송담당’의 심판청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이론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다만, 이 문제와 독자적인 헌법기관으로서 개별 국회의원의 청구인적격은 별개의 문제이다. 말하자면 ‘제3자소송담당’을 부인하는 관점과 그에 따른 논거는 개별 국회의원의 청구인적격에 대한 부정론의 근거로 원용될 수 없다. 이론적으로 두 가지 소송형식은 병렬의 관계에서 선택적 청구의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설령 제3자소송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단계적으로 선행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요컨대,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정당 소속의 개별 국회의원들이 동의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심판을 청구한 본 사건은 ‘소수보호’와 연계된 ‘자유위임원칙’의 관점에서 ‘이견표출기회 최대보장’의 헌법적 요청이 특히 부각되는 전형적인 사례인 바, 일차 의견을 변경하여 국회의원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해 온 헌재의 일관된 입장이 수정되거나 재검토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정부측 의견에 찬성하여 국회동의가 필요없다고 보는 것인지 또는 단지 정략적인 목적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압도적으로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유력 정당의 교섭단체들과 그 소속 국회의원들이 적어도 묵시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국회의원들이 청구한 권한쟁의사건이기 때문이다. Ⅳ. 맺는말 전술한 바와 같이 부정의 의견도 수긍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제3자소송담당’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개별 국회의원의 청구인적격문제에 관해서는 이전의 국가기관간 권한쟁의심판과 달리 소극적으로 판단해야 할 설득력 있는 이유가 없다. 다만 이전의 권한쟁의사건에 대한 결정례에서는 ‘정당국가’의 관점이 청구인적격을 인정하는 해석론의 준거였다고 한다면, 동 사건에서는 ‘소수보호’의 관점과 연계된 국회의원직의 자유위임원칙이 핵심논거가 된다는 점이 다른데, 개별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피청구인으로 한 동 사건의 대항구조에 따른 이 차이는 오히려 국회의원의 청구인적격에 대한 인정론을 보강하는 방향의 논거가 될 뿐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헌재는 ‘제3자소송담당’의 문제만을 검토하고, 대외적 관계에서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만을 제시하면서 거의 통설로서 인정되고 있는 독자적인 헌법기관으로서 개별 국회의원의 직접당사자로서의 지위와 청구인적격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는가?
2007-08-13
반대신문을 경유하지 아니한 참고인진술조서의 증명력 제한
Ⅰ. 사안 유흥주점 업주인 D, D2는 ‘2002년 7월 하순부터 8월 초순까지 사이에 그들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을 방문한 Y 보도방 소속 접객원인 B, C로 하여금 부근 숙박업소에서 각 윤락행위를 하도록 직접 알선’한 혐의(윤락행위방지법위반)로 기소되었다. D, D2는 수사 초기부터 일관하여 ‘평소 Y 보도방 소속 접객원들을 불러 접객행위를 하도록 한 사실은 있지만 윤락행위를 알선한 사실은 없다. 특히 공소사실 일시경 B, C를 D, D2가 운영하는 유흥주점에 접객원으로 부른 사실이 있는지 조차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중 B, C가 공소사실 일시경 D, D2 운영 유흥주점에 접객원으로 불려 간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B, C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이다. D, D2는 재판 과정에서 줄곧 B, C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B, C의 법정출석과 D, D2에 의한 반대신문 기회 보장을 강력히 요구하였지만 소재불명 등의 이유로 B, C의 법정출석과 D, D2에 의한 반대신문은 성사되지 못하였다. D, D2는 재판의 장기화에 따라 9회, 10회 공판기일에 부득이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 제1심은 B, C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여 D, D2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지만 항소심은 B, C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D, D2가 상고하였다. Ⅱ. 쟁점 본 사안에서 공소사실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유일한 증거는 참고인(B,C)의 수사기관 면전에서의 진술(수사기관 작성의 참고인 진술조서의 내용)이다. 피고인(D, D2)은 공판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수사기관 면전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그 참고인들(B, C)의 법정출석과 그들에 대한 반대신문기회 부여를 주장하였으나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그 참고인들의 법정출석은 성사되지 못하였다. 이런 상태에서 사실인정자(법원)는 참고인들의 수사기관 면전에서의 진술내용(수사기관 작성의 참고인 진술조서의 내용)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가? 제1심은 부정하였지만 항소심은 긍정하였다. Ⅲ. 관련법원리와 법규정 형사소송법은 제161조의2에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포함한 교호신문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제310조의2에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 의한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아니한 진술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여하지 아니하였다. 공판중심주의론은 이 두 규정을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근거규정으로 원용하고 있다. ‘반대신문을 경유하지 아니한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구체적 내용을 어떻게 설정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문제이다. Ⅳ. 재판요지(파기환송)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공판중심주의는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죄·무죄의 심증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으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주요원리로 삼고 있다. 수사기관이 원진술자(참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원본증거인 원진술자의 진술을 대체하는 증거방법으로, 원진술자의 진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기재한 것이 아니라 그 중 공소사실과 관련된 주요부분의 취지를 요약하여 정리한 것이어서 본질적으로 원진술자의 진술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고, 경우에 따라 조서 작성자의 선입관이나 오해로 인하여 원진술자의 진술 취지와 다른 내용으로 작성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조서에 기재된 원진술자의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판단하는데 불가결한 요소가 되는 진술 당시 원진술자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법관이 직접 관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조서에 기재된 원진술자의 진술 내용은 그 신빙성 평가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략) 따라서 D가 공소사실 및 이를 뒷받침하는, 수사기관이 원진술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 내용을 부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진술자의 법정출석 및 D에 의한 반대신문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면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구체적인 경위와 정황의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고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구태여 반대신문을 거치지 않더라도 진술의 정확한 취지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경험칙에 부합하는 등 신빙성에 의문이 없어 조서의 형식과 내용에 비추어 강한 증명력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그 조서에 기대된 진술의 신빙성과 증명력을 뒷받침할 만한 다른 유력한 증거가 따로 존재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그 조서는 진정한 증거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어서 이를 주된 증거로 하여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는 원진술자의 사망이나 질병 등으로 인하여 원진술자의 법정출석 및 반대신문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는 물론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함에 피고인이 동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본 법리에 위 인정사실을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이 B, C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법관의 올바른 심증 형성의 기초가 될 만한 증거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어서 이를 사실상 유일한 증거로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Ⅴ. 평석 1. 유니크한 ‘한국형 실질적 직접주의’의 선언 이 판결은 종래 다소 그 내용이 애매한(elusive) 상태에 머물러 있던 공판중심주의의 중심내용을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로 명시한 점에서 한국형 공판중심주의론의 실체를 한층 구체화시킨 의미가 있다. 본 판결은 한국형 공판중심주의론의 실체를 ‘사실인정자가 증인의 태도증거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반대당사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증인에게 반대신문권을 행사 하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1도1550 판결(공2001, 2296)]도 본 판결과 비슷한 내용을 판시한 바 있지만 거기서는 공판중심주의의 중심내용을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로 명시하지는 못하였다. 본 판결이 선언한 내용의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는 외관상 ‘독일식의 실질적 직접주의’와 유사(신동운, 형사소송법(제3판, 법문사, 789면), 이재상, 형사소송법(제6판, 박영사, 504면))하나 ‘독일식의 실질적 직접주의’에는 ‘반대당사자의 반대신문권 보장’이 약하므로 내용적으로는 ‘독일식의 실질적 직접주의’와도 차별되는 매우 유니크한 ‘한국형 실질적 직접주의’이다. 2. 공판중심주의 혁명의 토대를 구축한 또 하나의 판결 이 판결은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성립의 진정’(형식적 성립의 진정 외에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포함)은 원진술자의 공판정 진술에 의하여서만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4. 12. 16. 선고 2002도537 판결(공2005, 173)]에 이어 수사기관(사법경찰관과 검사) 작성 참고인진술조서의 증명력 제한을 선언한 것이어서 설사 형소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판례에 의한 공판중심주의 혁명’의 토대를 구축한 또 하나의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 3. 종전의 [대법원 2001.9.14. 선고 2001도1550 판결]과의 연속성 이 판결은 반대신문에 답변하지 아니한 증인의 수사상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한 판결[대법원 2001.9.14. 선고 2001도1550 판결(공2001, 2296)]에 이어 반대신문을 경유하지 아니한 참고인진술조서의 증명력을 제한하여 반대신문권을 강화시킨 의미가 있다. 4.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법적 약점의 명시 현대한국의 형사재판에서는 소송관계인의 ‘공판정에서의 진술’ 이외에 ‘각종의 조서’(written records, 주로 수사절차상 수사기관에 의하여 작성된 수사서류이거나 수사기관의 감정위촉·사실조회에 응하여 수사기관에 송부된 서류)가 피고인의 유죄인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실인정자(법원 혹은 배심원)가 ‘소송관계인의 공판정에서의 진술’ 이외에 ‘각종의 조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재판현실’을 개탄하는 취지의 용어가 ‘조서재판’(調書裁判)이다. 조서재판의 극복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 개혁’ 논의의 핵심화두이다. 이 판결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법적 약점을 명시한 점에 있다. 그런데 ‘조서재판이 왜 나쁜가’ 하는 강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본 판결은 이런 반론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을 판시한 셈이다. 한국의 피의자나 일반국민이 ‘수사기관의 조서작성’을 가리켜 ‘조서를 꾸민다’고 표현하는 것은 부지불식간에 조서의 원천적 불공정성의 핵심을 절묘하게 표현한 것이다. 다음에 제기되는 반론은 ‘조서재판을 시정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반론이다. 이 반론은 매우 솔직한 반론이다. 조서재판의 현실을 생성시킨 물적 조건은 인건비가 많이 드는 판사와 검사 등 司法官의 정원을 줄여 예산을 절감하려는 사법현실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예산절감의 對價로 ‘사법경찰관의 고문자행과 부패현상의 漫然’이 방치되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한국의 현실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실체적 진실발견 및 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이유로 종래의 조서재판의 정당성을 변호하려는 논증은 일제강점기의 조선형사령이 ‘검사와 사법경찰관에게 예심판사에 버금가는 강제처분권을 부여한 논리’를 연상시킨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의 국민’을 ‘윽박지름에 혼이 나가 조서를 읽어 보지도 않고 서명날인·간인하는 소극적 신민(臣民)’이 아니라 ‘책임 있는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려면 그 정도의 비용은 부담하여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준수에는 감당하기에 부담스런 비용이 요구된다. 그러면서도 본 판결은 법조문과의 충돌을 회피하기 위하여 전문법칙의 예외조건 충족(법 제314조) 혹은 피고인의 동의(법 제318조 제1항)가 있으면 조서의 증거능력을 긍정하지만 공판중심주의를 근거로 증명력을 제한하는 절묘한 해석론을 전개하고 있다.
2007-01-04
자진출석한 참고인에 대한 불법한 긴급체포
I. 사실관계 및 쟁점 위증교사, 위조증거사용죄로 기소된 피고인 변호사 甲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자 당시 공판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한 후 위 무죄가 선고된 공소사실에 대한 보완수사를 한다며 甲의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이던 피고인 乙에게 검사실로 출석하라고 요구하였다. 乙이 자진출석하자 검사는 참고인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기 시작하였고, 이에 乙은 인적사항만을 진술한 후 검사의 승낙 하에 甲에게 전화를 하여 자신을 데리고 나가달라고 요청하였다. 더 이상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사이 甲이 찾아와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乙에게 여기서 나가라고 지시하고 이에 乙이 검사실을 나가려 하자 검사는 乙에게 “지금부터 긴급체포하겠다”고 말하면서 乙의 퇴거를 제지하려 하였고, 甲은 乙에게 계속 나가라고 지시하면서 乙을 검사와 검찰계장을 몸으로 밀어 이를 제지하여 수사업무를 방해함과 동시에 검사에게 좌측팔꿈치 좌상 등을 가하였다. 요컨대 이 사건은 자진출석한 참고인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을 행하려는 수사기관의 기도를 참고인이 거부하고 바로 퇴거하려고 시도하자 수사기관이 이를 실력으로 제지하고, 이에 참고인이 저항한 사건이다. 대상판결은 자진출석한 참고인에 대한 검사의 긴급체포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 불법한 긴급체포이며, 따라서 피고인의 상해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참고인에 대한 긴급체포의 남용을 통제하려는 법원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 선도적 판결인 바, 학계와 실무계 모두에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II. 참고인조사의 의미 및 긴급체포의 요건과 판단기준 형사소송법상 참고인조사는 수사기관이 수사에 필요한 때 가능하다(제221조). 그런데 참고인조사는 피의자가 아니며, 참고인조사를 거부하더라도 과태료 부과나 구인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참고인조사가 ‘임의수사’임은 명백하다. 한편 긴급체포는 ①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② 통상체포보다 엄격한 사유,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구속사유가 있어야 하며, ③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것 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제200조의 3 제1항).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밝혀진 사정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으나,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한 체포이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III. 사안분석 1. 범죄혐의의 상당성 먼저 긴급체포를 하려면 피의자에 대한 범죄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학계 일부에는 체포는 구속과 구별된다는 이유로 긴급체포의 ‘상당한 이유’ 요건을 완화하려는 입장을 제기하기도 하지만[임동규, 형사소송법(제3판, 2004), 172면; 정웅석, 형사소송법 (제2판, 2005), 192면], 형사소송법상 체포와 구속의 요건 모두 ‘상당한 이유’라는 동일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특히 긴급체포의 경우 그 요건에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구속사유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긴급체포에서 요구되는 범죄혐의의 ‘상당성’은 구속의 경우와 같은 수준의 상당성, 즉 무죄의 추정을 깨뜨릴 정도의 충분한 객관적·합리적 혐의, 죄를 범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의미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사무장 乙은 참고인 조사를 받는 줄 알고 검찰청에 자진출석하였는데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피의자로 조사한다고 하므로 임의수사에 의한 협조를 거부하였고, 자신에 대한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에 대하여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귀가를 요구하였다. 이 경우 검사가 변호사 甲이 위증교사를 범하였고 乙은 甲의 사무장으로서 위증교사의 공범일 것이라는 ‘주관적 혐의’를 가지고 있었음은 사실이겠으나, 위증교사로 기소된 甲에 대하여 이미 무죄가 선고되었고, 긴급체포 당시 乙에 대한 조사 자체가 이루어지지도 아니하였으므로 乙의 범죄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2. 체포의 필요성 다음으로 乙은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여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하였고,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라는 안정적 직장에 근무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甲에게 이미 무죄가 선고되었으므로 乙이 자신의 행위가 유죄판결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乙이 조사를 거부하면서 퇴거를 요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乙은 이미 甲의 위증교사 사건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을 당시 위증교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甲은 위증교사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점, 또한 검사가 乙을 긴급체포한 이후에 별다른 조사 없이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의 피의자신문조서만을 받은 채 기소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乙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었다고도 보기 힘들다. 3. 체포의 긴급성 마지막으로 설사 검사가 乙을 소환하기 이전에 위 범죄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에는 애초에 통상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하거나, 乙을 피의자신분으로 소환하고 소환에 불응하면 통상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했어야 하므로 참고인조사의 형식을 빌려 영장주의의 요청을 회피하고 피의자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긴급체포에서 긴급을 요한다고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형소법 200조의3 제1항 후단)를 말하는 바, 당해 사안은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4. 소결 따라서 검사가 피고인 乙의 긴급체포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며 오히려 불법체포·감금죄(형법 제124조)에 해당하며, 임의출석한 乙과 그의 사용인인 甲이 검사에 대하여 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써 폭행을 하였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136조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실력으로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한 자를 체포하는 것에 대하여 자진출석한 자가 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검사나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폭행을 하였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도2283 판결, 2000. 7. 4. 선고 99도4341 판결 등 참조). IV. 유사사례와의 비교―임의출석한 고소인에 대한 임의조사 후 행한 긴급체포 이상과 같은 대상판결의 사정(射程)범위와 관련하여 유사한 판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1998. 7. 6. 선고 98도785 판결이 그 예인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고소한 피의사건에 대하여 고소인 자격으로 피고소인과 대질조사를 받고 나서 조서에 무인하기를 거부하자 수사검사가 무고혐의가 인정된다면서 무고죄로 인지하여 조사를 하겠다고 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가방을 들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검사는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변명할 기회를 준 후에 피고인을 긴급체포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검사의 행위는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춘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참고인이 조사를 받기 전에 퇴거를 요구한 평석대상판결의 사실관계와 달리, 98도785 판결에서 피의자는 임의출석의 형식에 의하여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한 후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피의자가 장기 3년 이상의 범죄를 범하였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드러나고,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할 경우에는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생긴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자진출석한 피의자에 대해서도 긴급체포가 가능함을 밝힌 것이다. 임의출석한 참고인이나 고소인에 대한 긴급체포의 적법성 판단이 긴급체포가 조사 이전에 행해졌는지 또는 이후에 행해졌는지의 차이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루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전자의 경우 긴급체포가 불법하다는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V. 맺음말―임의조사·수사를 긴급체포의 전(前)단계로 활용하려는 수사실무에 대한 통제 강화 현행법상 검사가 행한 긴급체포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후 승인절차가 없고, 사법경찰관이 행한 긴급체포의 경우는 사후 즉시 검사의 승인만 받게 되어 있는바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48시간 동안은 법원의 어떠한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무영장체포가 수사기관에게 보장되어 있다. 즉, 긴급체포가 피의자의 구속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긴급체포 후 ‘48시간+판사의 구속영장발부의 결정기간’ 동안에는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는 수사기관에게 완전히 맡겨져 버리고 만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긴급체포는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사실무에서는 피의자가 출석요구 등 수사절차에 응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긴급체포를 행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행법상 긴급체포에 대해서는 ‘사후체포영장’을 통하여 그 정당성이 추인될 필요가 없는 바, 현재로는 긴급체포의 범죄의 중대성, 신병확보의 필요성 및 긴급성 등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긴급체포의 남용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긴급체포에서 범죄혐의의 상당성, 체포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엄격하고 세밀하게 해석하고 있는 평석대상판결의 입장은 임의수사를 긴급체포의 전(前)단계로 활용하는 수사실무에 제동을 건 중요한 판결로서 향후 수사실무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판결을 계기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는 참고인이나 고소인에게 임의출석을 요청한 후 출석하면 피의자신문을 개시하고 이를 거부하면 바로 긴급체포하는 관행은 사라져갈 것으로 예상한다.
2006-12-04
‘사회심리학적 분석의 법논증에의 응용’과 ‘피의자·피해자 認知的 법해석’
1. 문제의 제기 ‘육교의 계단 사이를 바람이 통하도록 하기 위하여 빈 공간으로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짧은 치마 입은 여성들이 육교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알려지자 당국에서 육교의 계단 사이를 막는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런 조치를 ‘性認知的(gender-sensitive) 조치’라고 한다. 육교를 건설하는 사람이 남성이면 남성의 입장에서 문제를 인식하기 때문에 여성이 이용자일 경우를 염두에 두지 아니하여 위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소비자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생산자가 ‘소비자 인지적’ 태도를 유지하여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종래의 사법제도, 특히 ‘형사사법제도’를 바라보면 ‘피의자·피해자 인지적 태도’(suspect and victim-sensitive)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법집행기관·재판기관 중심적 태도’(law enforcement and court-centered)에 기울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긴급체포와 임의동행, 임의출석을 예로 들어 ‘수사기관 중심적 태도’와 ‘피의자 인지적 태도’를 비교 분석하여 보자. 수사기관(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요건이 구비된 피의자를 긴급체포하여 최장 48시간 동안 영장 없이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4). 이 48시간을 수사기관은 ‘매우 짧다’고 호소하며 그 기간을 늘리는 입법을 추진하거나 편법을 사용하여서라도 그 기간을 늘리려고 애를 쓴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조사의 상대방이 자진하여 조사실에 출석하는 임의동행이나 임의출석을 활용하면 ‘체포’라는 물리력을 사용하지 아니하여 좋고 조사시간도 더 길게 확장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피의자는 그 기간이 너무 길어 기간을 줄이거나 영장주의적 통제를 강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임의동행이나 임의출석 요구에 응하는 피의자나 참고인은 그것이 ‘임의적’인 것이므로 자신이 그런 아량(수사기관의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으므로 요구에 응하는 것은 아량이다)을 베풀면 수사기관도 그에 상응하는 아량을 베풀 것으로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결과적으로 ‘아량을 베푸는 시민에게 오히려 푸대접’이 돌아오는 경우, 예를 들어 수사기관의 임의동행이나 임의출석 요구에 응한 시민에게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것만 못한 대우가 돌아오는 받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아량을 베푸는 시민에게 푸대접’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판례를 내 놓아 주목된다. 하나는 외관상 임의동행처럼 보이지만 사회심리적 관점(실질적 기준)에서 불법체포로 간주한 판례이고 또 하나는 참고인으로 불러 놓고 출석하자마자 피의자로 긴급체포하는 수사기관의 ‘禁反言’적 행태를 불법체포로 간주한 판례이다. 2. 임의동행에 응한 피의자의 긴급체포의 적법성[대법원 2006.7.6. 선고 2005도6810 판결(공2006, 1572)] D는 2004년 9월 현금·수표 절도사건을 수사하던 사법경찰관(이하 ‘P1’으로 약칭함) 등과 함께 임의동행 형식으로 화천경찰서에 출석하였다. 6시간이 지난 후 P1은 D에게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았다. D는 그 후 경찰이 입감서류를 작성하느라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D가 ‘긴급체포된 뒤 경찰의 허락 없이 경찰서를 빠져나간 행위’가 도주죄 혐의로 기소되었다. 제1심과 항소심이 D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하였다. D가 경찰서에 임의동행된 사정은 다음과 같다. P1 등이 D를 동행한 시각은 동틀 무렵인 새벽 06:00경이었고, 그 장소는 D의 집 앞이었으며, 그 동행방법은 4명의 경찰관들이 D의 집 부근에서 약 10시간 동안 잠복근무를 한 끝에 새벽에 집으로 귀가하는 D를 발견하고 4명이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D에게 다가가 피의사실을 부인하는 D가 동행된 것이다. 이 때 P1은 D에게 ‘동행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 D가 경찰서에서 화장실에 갈 때 경찰관 1명이 따라와 감시한 점에 비추어 D가 경찰서에 도착한 이후의 상황은 D가 임의로 퇴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6시간이 지난 후 P1이 D에게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은 것을 적법한 긴급체포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다. 대법원은 임의동행을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으로 정의한 후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 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P1이 D에게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은 것을 불법체포로 간주하였다. 대법원은 그렇게 보아야 하는 논거를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됨에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밖에 강제성을 띤 동행을 억제할 방법도 없어서 제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의 체포ㆍ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찾는다. 3. 임의출석 참고인의 긴급체포의 적법성[대법원 2006. 9.8. 선고 2006도148 판결(법률신문 3490호, 11면)] 변호사 D3은 위증교사, 위조증거사용죄 혐의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공판관여검사 P는 항소한 후 ‘보완수사를 한다’며 D3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던 D4에게 ‘참고인 조사차 검사실로 출석하라’고 요구하여 D4가 검사실에 출석하였다. P는 D3의 위증교사사건과 관련하여 “D4가 W에 대한 증인신문사항을 작성할 때 W가 허위증언 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 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W2(제1심 판결에서 그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되었다)와 D4를 대질조사하려고 W2를 소환한 상태에서 D4를 상대로 참고인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위증 및 위증 교사 혐의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기 시작하였다. D4가 일어서서 검사실을 나가려 하자 P는 D4에게 “지금부터 긴급체포 하겠다”고 말하면서 D4의 퇴거를 제지하려 하였다. D3은 D4에게 ‘나가라’고 지시하면서 D4를 붙잡으려는 P를 몸으로 밀어 이를 제지하였다. 이 과정에서 P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D3과 D4는 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상해)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사안에서도 D4가 일어서서 검사실을 나가려 하자 P가 D4를 긴급체포한 것이 적법한가 하는 점이 중요한 쟁점 중의 하나로 떠오른다. 제1심과 항소심은 D3의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였고 D4에게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D3이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D4는 참고인 조사를 받는 줄 알고 검찰청에 자진출석하였는데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피의자로 조사한다’고 하므로 임의수사에 의한 협조를 거부하면서 그에 대한 위증 및 위증교사의 혐의에 대하여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귀가를 요구한 것이므로 P가 D4를 긴급체포하려고 할 당시 D4가 위증 및 위증교사의 범행을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위 W2의 진술은 이미 하급심의 판결에서 그 신빙성이 배척되었으므로 위 W2의 진술만으로 D4가 위증 및 위증교사의 범행을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D4의 소환경위, 직업 및 혐의사실의 정도, D3의 위증교사죄에 대한 무죄선고, D3의 위증교사사건과 관련한 D4의 종전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D4가 임의수사에 대한 협조를 거부하고 자신의 혐의사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에 퇴거를 요청하면서 검사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였다고 하여 도망할 우려가 있다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검찰청에 자진출석한 D4를 체포하려고 한 행위를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4. 결 어 피의자(D)가 아량을 베풀어 임의동행 요구에 응하였더니 수사기관이 오히려 조사시간을 확장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임의동행을 중단하고 경찰서를 빠져 나오려고 하니 비로소 ‘긴급체포’한다고 통고하며 체포하는 수사기관은 매우 비신사적일 뿐만 아니라 자기중심적이다. 참고인 자격의 출석요구에 응하여 출석(D4)하였더니 출석하자마자 피의자로 조사하는 수사기관의 행위는 ‘禁反言’일 뿐만 아니라 자기중심적이다. 그렇다고 임의출석과 임의동행을 전적으로 불법화시킬 수도 없는 일이다. 종래 대법원은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밝혀진 사정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판시[대법원 2002.6.11. 선고 2000도5701 판결; 대법원 2005.12.9. 선고 2005도7569 판결]하여 다소간 수사기관의 재량적 판단을 존중하는 쪽에 기울어졌었다. 그러나 긴급체포의 오·남용 위험성도 있어 대법원은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 그 체포는 위법한 체포”(대법원 2002.6.11. 선고 2000도5701 판결)라는 단서를 남겨 두었었다. [대법원 2006. 9.8. 선고 2006도148 판결]사안은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위법한 체포’ 사안의 또 하나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대법원 2006.7.6. 선고 2005도6810 판결]과 [대법원 2006. 9.8. 선고 2006도148 판결]에서 주목되는 점은 ‘사회심리학적 분석’을 법논증에 응용한 점이다.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됨”에도 불구하고 임의동행·임의출석이라고 강변하는 수사기관의 태도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다.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이 ‘사회심리학적 분석’이나 ‘피의자 認知的 법해석’을 외면하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견지하면 시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1992년의 ‘한국형 미란다 판결’(대법원 1992.6.23. 선고 92도682 판결)에서도 ‘사회심리학적 분석’(체포된 피의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어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도록 하여야 공정하다)이 잠재되어 있었다. 향후에도 ‘사회심리학적 분석’, ‘피의자·피해자 認知的 법해석’이 법논증에 활발히 응용되기를 기대한다. 그런 논증이 활발히 전개되어야 민중이 사법을 신뢰하게 된다.
2006-10-16
탄핵 증거의 자격 등
1. 사실관계 (1) 피고인은 교통사고(업무상과실치상)를 낸 후 도주했다는 범죄사실로 특가법위반의 죄명으로 공소 제기됐다. (2)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기재돼 있으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개재돼 있으며 1심 공판정에서도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교통사고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3) 제1심 공판기일에 검사가 유죄의 증거로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와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를 제출하자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고 피해자진술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 했으며, 피해자가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공소사실에 부합되는 내용의 증언을 했다. (4) 제1심 법원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사법경찰리 작성 진술조서에 기재된 진술 및 1심법정에서의 피해자의 증언)의 신빙성(증명력)을 배척하고 달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5) 검사는 위 무죄판결에 대해서 항소를 제기한 후 항소이유서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법정진술은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에 의해서 그 증명력이 탄핵되며 피고인의 공소사실은 피해자의 진술(경찰진술과 법정증언)에 의해서 입증되므로 제1심의 무죄판결은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이라고 주장했다. (6) 항소법원이 제1심의 무죄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으며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은 피고인의 법정진술(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증거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자 검사는 항소기각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한 후 상고이유서에서 항소심판결(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7) 상고법원은 검사의 상고이유를 배척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탄핵증거의 자격, 탄핵증거에 대한 증거조사의 방식, 탄핵증거에 대한 증거조사신청의 방식 등에 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2. 대법원판례의 요지 (1) 검사가 유죄의 자료로 제출한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이 없으나 그것이 임의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한 반대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2) 위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의 법정진술에 대한 탄핵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법정진술의 증명력이 감쇄됐다고 볼 수 없다. (3) 탄핵증거는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가 아니므로 엄격한 증거조사를 거쳐야 할 필요가 없으나… 법정에서 이에 대한 탄핵증거로서의 증거조사는 필요하다. (4) 탄핵증거의 제출에 있어서도 상대방에게 이에 대한 공격방어의 수단을 강구할 기회를 사전에 부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증거와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과의 관계 및 입증취지 등은 미리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할 것이므로 증명력을 다투고자 하는 증거의 어느 부분에 의해 진술의 어느 부분을 다투려고 한다는 것을 사전에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 (5) 이는 종전의 대법원판례(대법원판결 1996. 1.26, 95도1333:대법원판결 1998. 2.27, 97도1770: 대법원판결 1998. 9. 8, 98도1271)와 동일한 견해다. 3. 일반적 고찰 (1) 탄핵증거의 의의 전문법칙에 의해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가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에 그 증거를 탄핵증거라고 한다. 탄핵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가 증거로 사용된다는 점과 그 증거가 범죄사실(공소사실)의 존부(存否)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된다는 점에 특색이 있다. 공소사실에 관해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는 탄핵증거가 아니다. 탄핵증거제도는 증명력 판단의 합리성을 도모하려는데 그 존재이유가 있다. (2) 탄핵증거의 허용범위 탄핵증거로 허용되는 증거의 범위에 관해서는 한정설, 비한정설, 절충설, 이원설이 대립되고 있다. 한정설은 자기모순의 진술임을 이유로 그 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경우에 한해서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의 제출이 허용된다는 견해이며 비한정설은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로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가 제한없이 허용된다는 견해이고 절충설은 자기모순의 진술 외에 증인의 신빙성에 관한 보조사실(예컨대 증인의 능력·성격, 증인의 피고인에 대한 편견, 증인과 피고인과의 이해관계에 관한 사항)을 입증하는 증거로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가 허용된다는 견해고 이원설은 검사 측에 대해서는 자기모순의 진술에 한정시키고 피고인을 위해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를 제한없이 탄핵증거로 허용하자는 견해다. 증명력 판단의 합리성을 도모한다는 탄핵증거제도의 목적과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에 의한 부당한 심증형성의 방지라는 전문법칙의 취지를 아울러 고려할 때 한정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한정설이 우리나라에서 다수설이다. (3) 탄핵증거의 자격 자기모순의 진술이라 할지라도 다음과 같은 전문증거는 탄핵증거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 임의성이 없는 피의자의 자백, 임의성이 없는 참고인의 진술, 진술자의 서명·날인이 없는 진술기재서류(예컨대 참고인진술조서, 참고인진술서)는 탄핵증거로 허용되지 않는다(통설). 공판기일에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진술기재조서(예컨대 참고인진술조서)도 탄핵증거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 진술과 조서의 기재가 불일치한 진술기재조서를 탄핵증거로 허용한다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에 기재된 자백은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증거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백형구 형사소송법연습신정판 1995년 136면).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에 의해서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한다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의 임의성이 없다거나 그 조서의 기재와 진술이 불일치하다는 이유로 그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 탄핵증거에 대한 증거조사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가 탄핵증거로 제출된 경우 법원은 공판정에서 증거조사를 해야 하나 정식의 증거조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 이는 통설·판례의 견해이다. (5) 탄핵증거의 제출과 입증취지의 명시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를 탄핵증거로 제출하는 경우에는 입증취지, 즉 어떤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로 제출된다는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 예컨대 증인이 공판정에서의 진술(증언)과 모순되는 진술을 공판정 외에서 했다는 이유로 공판정 외에서의 진술을 들은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 4. 판례평석 (1) 탄핵증거의 자격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해 증거능력이 없으며(형소법 312조 2항)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과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부인진술은 자기모순의 진술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례는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에 의해 증거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증거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증명력 판단의 합리성을 도모한다는 탄핵증거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탄핵증거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 (2) 탄핵증거와 증명력의 감쇄 대법원 판례는 「위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의 법정진술에 대한 탄핵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법정진술의 증명력이 감쇄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가 피고인의 법정진술에 대한 탄핵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이 피고인의 법정진술(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감쇄)하는 증거로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탄핵증거는 진술의 증명력을 감쇄(탄핵)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핵증거로는 허용되나 그 탄핵증거에 의해서 진술의 증명력이 감쇄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의 이론 구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3) 탄핵증거에 대한 증거조사방식 탄핵증거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탄핵증거로서의 증거조사는 필요하나 엄격한 증거조사를 거쳐야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관계는 타당하다. 이는 통설의 견해이다. (4) 탄핵증거의 제출과 입증취지의 명시 탄핵증거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어느 증거에 의해서 어느 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려고 한다는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는 타당하다. 공소사실의 存否를 입증하는 증거와 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증거는 그 입증취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200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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