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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④ 경고의 처분성과 법률유보의 원칙
경고이든 불문경고이든 상대방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처분은 작용규범에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이 사건 경고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부분은 타당하다. 그러나 「검찰청법」의 일반적인 지휘·감독에 관한 규정은 이 사건 경고의 작용규범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규정을 이 사건 경고의 법적 근거로 인정한 부분은 문제가 있다. Ⅰ. 사실관계 1.원고는 2005. 2.경 검사로 임용되어 2015. 8.경부터 2018. 2.경까지 OO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였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017. 10.경부터 2017. 11.경까지 위 지방검찰청에 대하여 ‘2016. 10.경부터 2017. 10.경까지’를 감사대상기간으로 하는 2017년도 통합사무감사를 실시하였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017. 11.경 원고에게 이의신청 기회를 부여한 다음, 2017. 12.경 원고에게 21건의 지적사항 및 이에 대한 평정 결과(벌점 합계 10.5점)를 통보하였다. 이를 기초로 검찰총장은 원고가 21건의 수사사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하여 검사로서 직무를 태만히 한 과오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2018. 1. 18. 원고에게 경고장을 송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경고’라 한다). 2. 원고는 2018. 1. 29.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다시 지적사항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018. 2.경 21건의 지적사항 중 2건의 지적사항에 대하여는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이 부분에 대한 지적사항을 취소하고, 나머지 19건의 지적사항에 대한 이의신청은 기각하였으며, 지적사항 19건에 대한 벌점을 합계 11점으로 정정하였다. 3. 원고는 검찰총장을 피고로 하여 이 사건 경고에 대하여 항고소송(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경고는 그 자체로 어떠한 법률상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고 단지 사실상 또는 간접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본안 전 항변을 하는 한편, 이 사건 경고는 그 사유가 존재하고 피고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해진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 요지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일반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지만,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검찰총장이 사무검사 및 사건평정을 기초로 「대검찰청 자체감사규정 (대검찰청훈령)」 제23조 제3항,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 (대검찰청예규)」 제4조 제2항 제2호 등에 근거하여 검사에 대하여 하는 경고는 일정한 서식에 따라 검사에게 개별 통지를 하고,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검사가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으면 1년 이상 감찰관리 대상자로 선정되어 특별관리를 받을 수 있고, 경고를 받은 사실이 인사자료로 활용되어 복무평정, 직무성과급 지급, 승진·전보인사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향후 다른 징계사유로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경우에 징계양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검사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3. 검찰총장의 경고는 「검사징계법」에 따른 징계처분이 아니라 「검찰청법」 제7조 제1항, 제12조 제2항에 근거하여 검사에 대한 직무감독권을 행사하는 작용에 해당하므로, 검사의 직무상 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하지 않아 「검사징계법」에 따른 징계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징계처분보다 낮은 수준의 감독조치로서 경고를 할 수 있고, 법원은 그것이 직무감독권자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Ⅲ. 대법원 판결의 쟁점 1. 항고소송의 대상적격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은 본안전 판단사항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즉, 처분성 유무에 관한 문제인바, 행정소송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대하여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참조).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행정청의 어떤 행위를 처분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는 추상적,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취지와 그 행위가 주체·내용·형식·절차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로 행정처분으로서의 성립 내지 효력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4397 판결 등 참조),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았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법원은 이 사건 경고와 유사한 행정청의 행위와 관련하여, 군수의 불문경고(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 판결 참조)나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 판결 참조)에 대하여는 표창공적의 사용가능성을 소멸시키고 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되어 표창 대상자에서 제외되거나 임원이나 대표자 선임에서 제외되는 효과 등이 있다는 이유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상당)(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0312 판결 참조), 교육장의 경고(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3두13687 판결 참조), 장관의 경고(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누2700 판결 참조) 등에 대하여는 경고사실이 인사기록부에 기록·유지됨으로 인하여 다른 기관에 취업함에 있어 지장을 받는 불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상의 불이익에 불과하다거나 경고를 받은 자에게 상위권 평점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상 또는 간접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는 이유 등으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 사건 경고를 받으면 감찰관리 대상자로 선정되어 특별관리를 받을 수 있고, 인사자료로 활용되어 승진·전보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향후 다른 징계양정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 사건 경고를 받은 자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생각건대, 경고, 불문경고, 문책경고 등은 그 명칭에 불구하고 모두 행정처분으로 인식될 정도의 외형을 갖추고 있고, 징계에는 해당되나 다른 사유를 감안하거나, 징계를 표창 등을 이유로 감경하거나, 과오는 인정되나 징계를 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는 경우 등에 하는 행정청의 행위이다. 그러므로 그 영향에 있어서 향후 인사 상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판시는 타당하다. 2. 처분의 근거 가. 처분의 근거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은 본안 심리에 들어가기 전에 행정청의 어떠한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문제이고, 처분의 근거 등 처분의 적법성은 해당 처분에 대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이 인정된 후에 본안에 들어가서 판단할 문제이다. 그래서 어떠한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 처분 근거의 적법 여부는 별개의 문제로서 관계가 없다(김용섭, “2021년 행정법(Ⅰ) 중요판례평석”, 인권과 정의 통권 제504호, 2022, 83면; 김중권, “불문경고조치의 법적 성질과 관련한 문제점에 관한 소고”, 인권과 정의 통권 제336호, 2004, 133면 참조).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본안 전 판단 사항인 항고소송의 대상적격과 본안 판단 사항인 처분의 근거는 별개의 문제로 관계가 없는데도 이들을 결부시킨 것은 문제가 있고, 처분의 근거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시한 것은 법률유보의 원칙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다. 나. 처분의 근거와 법률유보의 원칙 법률유보의 원칙이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와 그 밖에 국민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행정작용은 법률에 근거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행정기본법 제8조 참조). 여기서 행정작용의 권한을 수권하는 법률로는 조직규범만으로는 부족하고 작용규범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 판결 참조). 이러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된 처분은 위법하다.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 경고를 「검찰청법」 제7조 제1항 및 제12조 제2항에 근거하여 검사에 대한 직무감독권을 행사하는 작용에 해당한다고 봄으로써 위 「검찰청법」의 규정을 이 사건 경고의 법적 근거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위 규정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행하는 일반적인 지휘·감독에 관한 규정으로, 이 사건 경고에 대한 작용법적 근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규정을 이 사건 경고의 법적 근거로 인정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판시 부분은 문제가 있다. Ⅳ. 맺음말 경고이든 불문경고이든 그것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이 사건 경고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부분은 타당하다. 그러나 「검찰청법」의 일반적인 지휘·감독에 관한 규정은 이 사건 경고에 대한 작용규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위 규정을 이 사건 경고에 대한 작용법적 근거로 인정한 부분은 특별권력관계론에 따른 법률유보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염두에 둔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위 원칙에 대한 심리가 미진했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다. 입법론적으로 본다면 이 사건 경고와 같이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작용에 대하여는 그에 대한 명확한 작용법적 근거를 법률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철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경고처분
검사징계
대검찰청
직무상위반
이철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2023-05-28
행정사건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③ 이의신청에 대한 거부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
대상판결은 ‘이의신청’이라는 제목과 관계없이 당사자의 신청을 새로운 신청으로 선해하여 그에 대한 기각결정의 독자적 처분성을 인정하는 판례의 연장선에서 위 판례의 적용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특히 당사자가 법률에서 정한 이의신청을 한 경우에도 사안에 따라서는 그에 대한 기각결정을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도 있음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Ⅰ. 사실관계 1. 원고는 당진시에 토지를 소유한 사람이다. 피고(당진시장)는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적재조사법’)에 따라 지적재조사사업을 실시하고 토지의 경계를 확정하며 면적 증감에 따른 조정금을 산정하여 토지 소유자에게 징수하거나 지급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지적소관청이다. 2. 피고는 지적재조사사업에 따라 원고 소유 토지의 지적공부상 면적이 감소되었음을 이유로, 당진시 지적재조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원고에게 조정금 62,865,000원의 수령을 통지하였다(‘1차 통지’). 3. 원고가 지적재조사법에 따른 이의신청 기간 내에 조정금에 대하여 이의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에게 당진시 지적재조사위원회가 재감정을 거쳐 심의·의결한 내용을 첨부하여 기존과 동일한 액수의 조정금을 수령할 것을 통지하였다(‘2차 통지’). 4. 원고는 충청남도행정심판위원회에 2차 통지의 취소재결을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가 기각되자, 2차 통지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 요지 1. 수익적 행정처분을 구하는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있은 후 당사자가 다시 신청을 한 경우에는 신청의 제목 여하에 불구하고 그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라면 관할 행정청이 이를 다시 거절하는 것은 새로운 거부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어떠한 처분이 수익적 행정처분을 구하는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해당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의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의 통보를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 있다. 2. ① 조정금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는 지적재조사법에 따른 법률상 절차이므로 그에 관한 절차적 권리는 법률상 권리로 볼 수 있는 점, ② 원고가 이의신청을 하기 전에는 조정금 산정결과 및 수령을 통지한 1차 통지만 존재하였고 원고는 신청 자체를 한 적이 없으므로 원고의 이의신청은 새로운 신청으로 볼 수 있는 점, ③ 2차 통지서의 문언상 종전 통지와 별도로 심의·의결하였다는 내용이 명백하고, 단순히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내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정금에 대하여 다시 재산정, 심의·의결절차를 거친 결과, 그 조정금이 종전 금액과 동일하게 산정되었다는 내용을 알리는 것이므로, 2차 통지를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 있는 점, ④ 피고가 1차 통지 시에 이의신청 절차만을 안내하고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 대하여는 안내하지 않았으며 행정심판절차에서 심판청구의 대상적격에 대하여 전혀 다투지 아니한 이상 원고도 2차 통지를 행정소송의 대상인 처분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2차 통지는 1차 통지와 별도로 행정쟁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이의신청의 의미 이의신청이란 넓게는 행정작용에 대하여 행정부 내부에 제기하는 불복절차를 통칭하는 것이지만, 이의신청을 일반행정심판 및 특별행정심판에 해당하지 않는 간이한 불복절차로 좁게 이해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 24일 시행된 행정기본법 제36조는 행정처분을 대상으로 하여 처분청에 불복하는 이의신청 절차의 원칙적 구조를 정한 일반법이다. 그러나, 제36조의 시행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법률에서 다양한 모습의 이의신청 절차를 두고 있다. 지적재조사법에 따른 이의신청도 그중 하나다. 2. 이의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판례의 변천 (1) 이의신청 기각결정의 처분성 부인 대상판결의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2012년 대법원판결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구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거부처분에 대하여 제기하는 이의신청이 문제 된 사건에서 이의신청 기각결정이 “종전의 거부처분을 유지함을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여 “이의신청인의 권리·의무에 새로운 변동을 초래하는 공권력의 행사나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두8676 판결). 그런데, 위 판결에 따르면, 이의신청은 행정심판과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행정심판청구를 거친 경우 행정심판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단서는 이의신청을 거쳐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의신청의 결과를 기다리다 종전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이 지나버리면 이의신청인은 어떠한 불복도 불가능하게 된다. 종전 처분에 대한 취소의 소는 제소기간을 도과하였고, 이의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취소의 소는 대상적격이 부인되어 부적법하기 때문이다. 판례의 이러한 태도는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단서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여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를 방해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2) 이의신청 기각결정의 처분성을 인정한 판례의 등장 대법원은 이후 위와 같은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대법원은 2016년, 피고(LH공사)가 생활대책대상자 부적격통보에 대한 이의신청을 재심사하여 재심사 결과로도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재심사통보’를 한 사건에서, 위 재심사통보가 단순히 종전 처분을 유지하는 의사를 표시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신청에 대한 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이 인정된다고 보았다(비교판례 1,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5두58645 판결). 위 사건에서는 ① 피고가 원고들의 신청 없이 직권으로 원고들에게 최초의 처분을 하였고, 원고들이 이의신청을 통하여 비로소 생활대책대상자 지정 신청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② 피고가 원고들이 새로이 제출한 자료를 고려하여 선정기준 충족 여부를 다시 심사하였다는 점, 그리고 ③ 피고가 재심사통보에 대하여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불복방법을 고지하였기에 위 고지에 따른 원고들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었다. 대법원은 2019년 및 2021년, “거부처분이 있은 후 당사자가 다시 신청을 한 경우에는 신청의 제목 여하에 불구하고 그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라면 행정청이 이를 다시 거절하는 것은 새로운 거부처분”으로 본다는 일반적인 법리를 근거로 ‘이의신청’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거부를 새로운 거부처분으로 보는 두 건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첫 번째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기각결정을 받은 원고가 피고(질병관리본부장)의 내부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였다가 기각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 등에 이의신청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고 권리 행사기간의 제한에 관한 규정도 없으므로 원고가 언제든지 재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 ② 원고의 이의신청이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상 이의신청기간이 도과된 후에야 제기되어 위 법률에 따른 이의신청으로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들어 원고의 이의신청을 새로운 피해보상신청으로 보았다(비교판례 2,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7두52764 판결). 두 번째는 이주자택지공급대상자 선정 신청이 거부된 원고가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이의신청 또한 기각된 사안이다. 대법원은 ① 공급대상자 선정 신청기간을 제한하는 특별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규정이 있더라도 재신청이 신청기간을 도과하였는지 여부는 본안에서 재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적법한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 고려할 요소이지 소송요건 심사단계에서 고려할 요소가 아닌 점, ② 피고 스스로도 이의신청을 수용하지 아니하는 결정이 별도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에 따른 불복절차를 안내한 점을 들어 이의신청 불수용처분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비교판례 3,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두50324 판결). 3. 대상판결이 주는 함의 대상판결은 ‘이의신청’이라는 제목과 관계없이 당사자의 신청을 새로운 신청으로 선해하여 그에 대한 기각결정의 독자적 처분성을 인정하는 판례의 연장선에서 위 판례의 적용범위를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이의를 찾을 수 있다. 비교판례 1, 2, 3은 모두 수익적 처분의 발급을 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인정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원고들의 신청은 ‘이의신청’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종전 처분에 대해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적 처분의 발급을 구하는 새로운 신청을 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원고들이 이전에 신청권을 행사한 적이 없거나(비교판례 1), 이미 이의신청기간이 도과하였기 때문에 이를 새로운 신청으로 볼 수밖에 없거나(비교판례 2), 원고가 신청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피고에게 새로운 심사를 촉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피고도 그에 따른 결정을 새로운 처분으로 보고 불복방법을 안내하였다는 점(비교판례 3)이 근거가 되었다. 이와 달리 대상판결에서는 원고에게 조정금의 지급을 신청할 법률상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지적재조사법은 지적소관청이 직권으로 지적재조사지구를 지정하고, 경계를 결정하고, 조정금을 산정하여 지급 또는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고는 단지 지적소관청의 조정금산정 결과에 대해 이의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의신청을 그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의신청이 아닌 별개의 신청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피고가 최초의 조정금산정 시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조정금을 재산정하고 필요한 절차를 거쳤다는 점이 비교판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대상판결은 법률에서 정한 이의신청을 한 경우에도 종전 처분과 동일한 심사절차를 거쳤다면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을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 있다고 선언한 셈이다. 대상판결은 2012년 판결이 가져온 불합리한 결과를 완화하고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판결로 보인다. 대법원이 2012년 판결에서 제시한,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은 종전의 거부처분을 유지함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별도의 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법리가 폐기된 것은 아니지만, 비교판례에서 대상판결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위 법리의 적용범위를 상당부분 축소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4. 보론: 행정기본법상 이의신청 제도와 대상판결의 관계 행정기본법 제36조가 시행됨에 따라 이의신청절차를 거쳐 불복하는 경우의 제소기간 문제는 해결되었다. 제4항에서 이의신청인이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를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기 때문이다. 이의신청이 기각된 이후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다툼의 대상을 특정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굳이 이의신청 기각결정의 처분성을 인정할 필요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행정심판위원회나 법원으로서는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거나 종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원고의 의사를 선해하는 등으로 청구취지의 특정에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처분청으로서도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를 통지할 때에 불복의 대상을 명확히 특정함으로써 이에 관한 논란을 방지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박현정 교수(한양대 로스쿨)
이의신청기각결정
이의신청
지적재조사
박현정 교수(한양대 로스쿨)
2023-04-26
행정사건
이의신청기각결정의 법적 성질 문제
Ⅰ. 사안 1.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두8676 판결 甲은 A 시장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였으나, A 시장은 2008년 7월 31일 이를 불허가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1처분'이라고 한다.). 甲은 2008년 10월 27일 A에게 민원법에 따라 이 사건 제1처분의 취소와 함께 위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을 구하는 내용의 이의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A는 2008년 11월 25일 甲에게 이 사건 이의신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2처분'이라고 한다). 이 사건 제2처분은 독립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2.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두50324 판결 B 공사가 2017년 7월 28일에 乙에 대하여 이주대책 대상자 제외결정(1차결정)을 통보하면서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또한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안내하였고, 이에 乙이 이의신청을 하자 2017년 12월 6일에 乙에게 다시 이주대책 대상자 제외결정(2차결정)을 통보하면서 '다시 이의가 있는 경우 본 처분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안내하였다. 2차결정이 1차결정과 별도로 행정쟁송의 대상이 되는가? 3.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두53894 판결 C 시장이 丙 소유 토지의 경계확정으로 지적공부상 면적이 감소되었다는 이유로 지적재조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丙에게 조정금 수령을 2018년 1월 9일에 통지하자(1차 통지), 丙이 구체적인 이의신청 사유와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이의를 신청하였으나, C 시장이 지적재조사위원회의 재산정심의·의결을 거쳐 종전과 동일한 액수의 조정금 수령을 2018년 6월 12일에 통지한(2차 통지) 사안에서, 새로운 처분으로서 2차 통지는 1차 통지와 별도로 행정쟁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Ⅱ. 제 판결의 주요요지 1.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두8676 판결 구 민원사무처리법 제18조 제1항에서 정한 거부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이하 '민원 이의신청'이라 한다)은 행정청의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이나 부작위로 침해된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을 구제함을 목적으로 하여 행정청과 별도의 행정심판기관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도록 한 절차인 행정심판과는 달리 민원사무처리법에 의하여 민원사무처리를 거부한 처분청이 민원인의 신청 사항을 다시 심사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 스스로 시정하도록 한 절차이다. 이에 따라 민원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는 경우에는 이의신청 대상인 거부처분을 취소하지 않고 바로 최초의 신청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처분을 하여야 하지만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에는 다시 거부처분을 하지 않고 그 결과를 통지함에 그칠 뿐이다. 따라서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취지의 기각 결정 내지는 그 취지의 통지는 종전의 거부처분을 유지함을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고 또한 거부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의 제기에도 영향을 주지 못하므로 결국 민원 이의신청인의 권리·의무에 새로운 변동을 가져오는 공권력의 행사나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라고 할 수 없어 독자적인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2.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두50324 판결 수익적 행정처분을 구하는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은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관할 행정청이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명백히 표시함으로써 성립된다. 거부처분이 있은 후 당사자가 다시 신청을 한 경우에는 신청의 제목 여하에 불구하고 그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라면 관할 행정청이 이를 다시 거절하는 것은 새로운 거부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관계 법령이나 행정청이 사전에 공표한 처분기준에 신청기간을 제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재신청을 불허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설령 신청기간을 제한하는 특별한 규정이 있더라도 재신청이 신청기간을 도과하였는지는 본안에서 재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적법한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 고려할 요소이지, 소송요건 심사단계에서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 3.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두53894 판결 구 지적재조사법 제21조의2가 신설되면서 조정금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가 법률상 절차로 변경되었으므로 그에 관한 절차적 권리는 법률상 권리로 볼 수 있는 점, 丙이 이의신청을 하기 전에는 조정금 산정결과 및 수령을 통지한 1차 통지만 존재하였고 丙은 신청 자체를 한 적이 없으므로 丙의 이의신청은 새로운 신청으로 볼 수 있는 점, 2차 통지서의 문언상 종전 통지와 별도로 심의·의결하였다는 내용이 명백하고 단순히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내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정금에 대하여 다시 재산정, 심의·의결절차를 거친 결과, 그 조정금이 종전 금액과 동일하게 산정되었다는 내용을 알리는 것이므로 2차 통지를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2차 통지는 1차 통지와 별도로 행정쟁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함에도 2차통지의 처분성을 부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이의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의 독립된 처분성과 관련해 판례가 적잖이 혼란을 자아내고 있다. 행정기본법이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 통지받을 날’을 권리구제의 기산점으로 규정한 이상, 권리구제의 공백은 앞으로 생길 수가 없다. 대법원 판결이 조화될 수 없게 병존하는 것에 대한 문제 인식이 시급하다. Ⅲ. 문제의 제기 - 혼재된 판례 상황 이의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의 독립된 처분성 문제와 관련하여 판례가 적잖이 혼란을 자아내고 있다. 일찍이 대법원 2010두8676 판결은 부인하였는데, 최근의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과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은 대법원 2010두8676 판결과 다른 논거를 내세우면서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다. 판례상으로 긍정설과 부정설이 혼재하고 있는 셈이다. 정반대의 상황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사안과 법제의 차원에서 양자 사이에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기왕의 판례를 변경하는 절차를 밟아 새로운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은 대법원 2010두8676 판결과 다른 접근을 나름의 근거로 정당화시켰고 이것이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에 이어졌다(긍정하는 문헌으로 임재남, 한국행정판례연구회 제380차 월례발표회 발표문, 2022. 10. 21.) Ⅳ.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의 논증의 타당성 여부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은 원심(서울고법 2020누30162판결)이 원용한 대법원 2010두8676 판결이 구 민원사무처리법 제18조에 근거한 '이의신청'에서 접근한 것을 문제 삼아, 대법원 2010두8676 판결의 사안에서는 행정청이 기각결정에 대하여 행정쟁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불복방법 안내를 하지 않았던 것과 대비시켜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의 사안에서는 불복방법 안내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이런 차이에 의거하여 대법원 2010두8676 판결을 원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의 사안에서의 이의신청은 일종의 임의적이다. 그것에 대한 기각결정에서의 불복방법의 안내가 기각결정의 법적 성질을 결정적으로 가늠한다는 것은 사리에 어긋난다. 행정청의 친절이 기각결정을 새로운 독립된 처분으로 접근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인데, 불복방법의 안내의 존재가 처분성을 인정하는 착안점이 될 수 있으나, 그것은 대상행위의 처분성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수범자에게 유리하게'라는 권리구제에 친화적 해석의 방법에 따른 것이다. 이미 당초결정의 처분성이 확고한 이상, 불복방법의 안내의 존재로 기각결정을 새로운 2차결정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한편 "우리 공사의 이의신청 불수용처분에 대하여 다시 이의가 있으신 경우 행정소송법에 따라 본 처분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알려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구와 관련해서,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의 논증과는 달리 이 불복안내의 문구는 '본처분'인 1차결정에 관한 것이지, 결코 이의신청기각결정인 2차결정에 관한 것이 아니다. Ⅴ.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의 논증의 타당성 여부 원심(대전고등법원 2021. 9. 30. 선고 2021누10048 판결)이 2차 통지가 1차 통지의 조정금 수령통지를 재차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1심(대전지방법원 2020. 12. 17. 선고 2019구합101143 판결)과는 달리 독립된 처분성을 부인한 데 대해서,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은 2차 통지를 독립된 새로운 거부처분으로 접근하였다.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의 논증 가운데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구 지적재조사법 제21조의2가 신설되면서 조정금에 대한 이의신청절차가 법률상 절차로 변경되었으므로 그에 관한 절차적 권리는 법률상 권리로 볼 수 있는 점"이다. 이의신청절차의 법정화가 이의신청절차를 새로운 신청절차로 보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매우 회의적이다. 한편 지적재조사법상으로 조정금의 수령통지 또는 납부고지는 지적소관청에 의해 일방적으로 행해지고 결코 신청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따라서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이 이의신청을 -기왕의 신청과 구분된 의미에서의- 새로운 신청절차로 접근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Ⅵ. 맺으면서 - 조화될 수 없는 병존에 대한 문제 인식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과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이 기왕의 대법원 2010두8676 판결과 다른 접근을 강구하기 위해 전개한 논증은 이상에서 본 대로 수긍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접근이 가져다줄 정(+)의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의신청의 기각결정이 내려진 시점에 이미 1차결정에 대해 불가쟁력이 발생하여 권리구제의 공백이 빚어진 상황이 타개될 수 있다.그런데 행정기본법 제36조 제4항이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 통지받을 날을 권리구제의 기산점으로 규정한 이상,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과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이 염려한 듯한권리구제의 공백은 앞으로 생길 수가 없다. 변화된 법상황에서 대법원 2010두8676 판결, 대법원 2020두50324 판결과 대법원 2021두53894 판결이 조화될 수 없게 병존하는 것에 대한 문제 인식이 시급하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이의신청기각결정
이의신청
지적재조사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2-11-17
노동·근로
행정사건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과 문제
Ⅰ. 사실관계 2013년 9월 23일 당시 노동부장관(현재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라 한다)에 대하여 "두 차례에 걸쳐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시정하도록 명하였으나 이행하지 않았고 실제로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이 사건 부칙 조항을 2013년 10월 23일까지 교원노조법 제2조에 맞게 시정하고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해직자가 가입·활동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전교조는 시정요구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았고 이에 피고는 2013년 10월 24일 교원노조법 제14조 제1항, 노동조합법 제12조 제3항 제1호, 제2조 제4호 라.목 및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의하여 원고를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였다('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라 한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법외노조통보는 이미 법률에 의하여 법외노조가 된 것을 사후적으로 고지하거나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통보로써 비로소 법외노조가 되도록 하는 형성적 행정처분이다. 이러한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히 노동조합에 대한 법률상 보호만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은 법상 설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침익적인 설립 후 활동 중인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통보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더욱이 법외노조통보제도는 입법자가 반성적 고려에서 폐지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결국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 2. 피고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에 근거하여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를 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 Ⅲ. 문제의 제기 하급심(서울고법 2016. 1. 21 선고 2014누54228판결; 서울행정법원 2014. 6. 19 선고 2013구합26309 판결)에서의 판단과는 달리 대상판결은 법외노조통보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12인의 대법관이 참여하여 10인의 대법관은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가 위법한 것으로 본 반면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그것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통보를 취소하였고 전교조가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의 지위를 회복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근 7년의 소송 끝에 국가 전체를 달구었던 오랜 숙제가 해소되었다. 대상판결의 판시와 관련해서 특기할 만한 점은 다수의견 및 별개의견, 반대의견이 각기 법학방법론, 해석론 및 입법론에 바탕을 두고서 매우 상반된 입장을 개진하였는데 특히 상호 간에 매우 비판적이고 직설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 가령 반대의견이 "다수의견의 입장은 이 사건 법률 규정이 그 자체로 완결적인 규정임을 간과한 것이거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무효라는 결론을 위하여 법규정의 의미를 임의로 축소하는 편의적 해석일 뿐"이라고 지적하였는데 종래 대법원 판례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개개의 행정법, 공법적 쟁점에 관한 상론은 다른 곳에서 하고 여기선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 및 그 법적 성질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고자 한다. Ⅳ.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 다수의견 8인의 대법관은 법외노조통보의 직접적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및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위헌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여 법률유보의 차원에서 법외노조통보의 위법성을 접근하였는데 반면 김재형·안철상 대법관은 별개의견으로 법외노조통보 그 자체의 위법성을 논증하였다. 다만 기본적 시간에서 헌법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입장(김재형 대법관 별개의견)과 수익적 행정처분의 취소철회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입장(안철상 대법관 별개의견)으로 나뉜다.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는 하급심에서 피고측이 본안전 항변으로 "교원노조법 제1조, 제2조, 제14조 제1항,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에 의하여 원고를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하는 효과가 곧바로 발생한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는 원고에 대하여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하는 효과가 발생하였음을 단순히 확인해 주는 사실 또는 관념의 통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주효하지 않았다. Ⅴ.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과 관련해서 다수의견은 그것을 형성적 행정처분으로 보는 반면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은 확인적 행정처분으로 보는데 이는 사안을 법률유보의 원칙 및 위임입법의 법리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낳는다. 반대의견 역시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과 마찬가지로 확인적 성질을 인정하기에 다수의견의 입장에 대해 매우 강한 비판을 하였다. 결국 이 문제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성격의 문제이다. 여기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그것의 타당성은 차치하고서-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조합이 될 수 없다는 입법자의 의사를 표방한 것이다. 즉 노동조합의 적격성(허용성)의 물음이다. 이 점에서 논증의 출발점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둔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과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바람직하다. 확인적 행정행위의 기능은 개별사건과 관련하여 법적으로 중요한 특성을 구속적으로 확인하거나 부인하는 데 있는데 그것은 행정청과 수범자를 위해 법효과를 증명하는 의사(意思)로써 행해진다(김중권, 행정법, 235면).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한다는 자체는 이미 법효과가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법외노조통보에 의해 비로소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된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의 지적처럼 현재의 법외노조 통보제도가 설령 사실상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그 주체, 대상, 절차 및 효과 등이 모두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률상의 노동조합의 적격성 규정에서 비롯된 이상 법률 자체의 문제이지 결코 시행령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법외노조통보를 하기 전에 시정명령을 통해 노동조합의 부적격 상황을 해소할 기회를 제공하는 점과 설령 마치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취급되나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의 설립이 신고제에 해당하는 점에서 법외노조 통보를 창설적인 설권적 처분으로 보는 것은 체계에 반한다. 이처럼 법외노조통보를 확인적 처분으로 접근하는 이상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을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처분의 철회로 보고서 이익형량과 비례원칙의 차원에서 검토하는 안철상 대법관의 별개의견 역시 수긍하기 힘들다. 특히 법외노조통보가 기속행위인 점에 더욱 그러하다. Ⅵ. 관견(管見): 어떻게 접근하여야 하는가? 법원은 과거사를 다루지만 과거분석과 과거평가로부터 현재는 물론 미래를 결정하는 권력이다. 판례(Rechtsprechung)는 법(Recht)을 말하는 것(Sprechen)이다. 실현되고 있는 법의 타당근거(妥當根據)는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있다(김형배, 법학방법론, 1981, 41면). 따라서 법을 말한다는 것은 민주적 법치국가에서는 개별사례를 위해 법률의 언명을 현재에 맞게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판례는 사전에 규정된 것(입법)을 사후에 말하는 것 이상(以上)이며 항상 불완전한 규정을 숙고하여야 한다. 결국 법원은 법률에 의한 미래선취의 범주에서 법치국가의 미래개방성을 보장한다. 다만 법률흠결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인 법형성을 통해 '창조적 법발견'이 강구되더라도 그것이 입법이 되어선 곤란하다. 일찍이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두6998 판결을 평석하면서 필자는 "사안에서 쟁점대상은 신고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문제가 아니라 법규정{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중심으로 해직자가 완전히 배제된 현재의 근로자만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본 해석의 문제이다. 처음부터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는 그 비근로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조합의 설립을 불허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지만 해직자의 경우에는 그리고 사안처럼 기왕의 조합을 합병하여 조합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나름의 (판례의) 법형성적 접근도 강구할 만하다. 나아가 사안에 대한 노동조합법 차원의 문제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김중권, 안암법학 제47호, 2015.5., 9면). 시대와 호흡하지 못하고 현실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현재의 법상황이 문제인데 이런 문제인식을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관건이다. 비록 서울고법 2016. 1. 21 선고 2014누54228 판결의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단이 내려졌지만(헌법재판소 2015. 5. 28. 선고 2013헌마671 결정 등) "만일 법에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본다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거나 국회에 법개정을 청원하여야 할 것"이라고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정도이다. 일찍이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6294 판결은 별다른 추가적 요건을 설정하지 않고서 집회미신고를 집회해산명령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상황에 즈음하여 추가적 요건을 더해서 집회해산명령을 정당화시켰다. 이처럼 현행법의 해석의 차원(de lege lata)에서 기본권과 노동조합의 본질 등에 의거하여 새로운 해석의 방법으로 현안의 문제점을 타개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전교조
법외노조
해직교사
노동조합법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0-09-21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인지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2010 내지 2014 사업연도의 각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하면서 위 각 사업연도에 모두 결손금이 발생하였다고 신고하였다. 나. 피고는 2015년 5월 28일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매출채권을 정당한 사유 없이 지연회수한 것으로 보아 그 지연회수한 매출채권의 인정이자 상당 금액을 부당행위계산으로 부인하고 그 부인된 금액을 원고의 2010 내지 2014 사업연도의 익금으로 각 산입하여 2010 내지 2014 사업연도 각 법인세 과세표준의 결손금을 감액경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결손금 감액경정'이라고 한다). 다. 그 이후 피고는 2015년 7월 1일 원고에게 일용직 인건비 지급 관련 적격증빙 미수취를 이유로 가산세 부과처분을 하면서 위와 같이 경정된 과세표준을 함께 통지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 규정 신설 이후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항고소송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구 법인세법(2009년 12월 31일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는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세의 과세표준은 각 사업연도의 소득의 범위 안에서 다음 각 호의 규정에 의한 금액과 소득을 순차로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각 사업연도의 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개시한 사업연도에서 발생한 결손금으로서 그 후 각 사업연도의 과세표준계산에 있어서 공제되지 아니한 금액'을 이월결손금으로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어 2010년 1월 1일 시행된 구 법인세법은 제13조 제1호 후문으로 '이 경우 결손금은 제14조 제2항의 결손금으로서 제60조에 따라 신고하거나 제66조에 따라 결정·경정되거나 국세기본법 제45조에 따라 수정신고한 과세표준에 포함된 결손금에 한정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위 제1호 후문 규정은 원칙적으로 공제가 가능한 이월결손금의 범위를 신고·경정 등으로 확정된 결손금으로 축소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개정 경위와 구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의 문언 및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구 법인세법이 시행된 2010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과세표준을 신고한 사업연도에 발생한 결손금 등에 대하여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의무자로서는 결손금 감액경정 통지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그 적법성을 다투지 않는 이상 이후 사업연도 법인세의 이월결손금 공제와 관련하여 종전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과세관청이 경정한 결손금 외에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은 이후 사업연도의 이월결손금 공제와 관련하여 법인세 납세의무자인 법인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과세관청의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4. 평석 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1) 처분 여부의 판단기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을 말한다.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아래 (2)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납세의무(과세표준과 세액)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 납세의무자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가져오는 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고 있다. (2) 관련 사례 대법원은 신고시인결정(대법원 2016. 8. 18. 선고 2015두41562 판결), 원천징수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대법원 2006. 4. 20. 선고 2002두1878 전원합의체 판결), 증액경정처분(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6두17390 판결), 세무조사결정(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9두23617 판결), 납세고지서를 발급하지 않고 결정결의서만 교부한 경우(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4두3044, 3051 판결), 결손금액증액경정청구 거부처분(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두21297 판결) 등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한 반면,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두4118 판결), 감액경정처분(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0두4599 판결), 사업자등록 직권말소와 직권 명의정정(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두6903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8두2200 판결), 국세기본법 제51조 제1항, 제52조 등에 의한 국세환급결정이나 그 결정을 구하는 신청에 대한 환급거부결정, 환급충당(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7두18284 판결, 대법원 2005. 6. 10. 2005다15482 판결) 등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아니한다. 나. 결손금 감액경정의 항고소송 대상 여부 (1) 종전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은 2009년 12월 31일자 개정 전의 구 법인세법 적용에 있어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법인세 과세표준 결정이나 손금불산입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1996. 9. 24. 선고 95누12842 판결). 법인의 과세표준 등 확정신고나 정부의 조사·결정에 따른 과세표준 등 확정시에 결손금으로 조사된 금액만이 결손금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므로 납세의무자인 법인은 그 뒤 사업연도의 법인세 부과처분의 효력을 다툼에 있어서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법인세법의 관계 규정에 따라 소득에서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두2652 판결 등). (2) 2009년 12월 31일자 구 법인세법 개정 이후 결손금 감액경정의 처분성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전에는 과세관청이 어느 사업연도의 과세표준을 경정 또는 결정함에 있어서 결손금을 감액결정·경정하더라도 납세의무자는 그 이후 사업연도에 대한 법인세 과세처분을 다투면서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하여 과세처분을 취소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시 제13조 제1호 후단이 신설됨으로써 공제 대상이 되는 이월결손금은 모든 결손금이 아니라 위 제1호 후단의 요건을 갖춘 결손금으로 축소되었다. 따라서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후 사업연도에 있어서는 과세관청이 어느 사업연도의 결손금을 감액경정하는 경우 이를 바로 다투지 아니하면 그 이후 사업연도에 대한 과세처분 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과 다른 결손금은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후에는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확정되면 그 이후의 사업연도에 있어서 공제 대상인 이월결손금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과세관청의 경정으로 감액된 결손금만큼 납세의무자의 과세표준이 증가하게 된다.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납세의무자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가져오거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기준에 따르면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후에 있어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은 납세의무자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가져오고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된다. 다. 대상 판결의 의의 구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의 신설 이후에도 그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결정·경정에 대하여는 다툴 수 없고 그 이후 사업연도에 대한 과세처분을 다투면서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공제 대상인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하는 방법으로 다투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실무상 많은 논란이 있었다. 대상 판결은 위 제1호 후문이 신설된 이후에는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을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으로 보아 바로 다투어야 하고 이에 대하여 다투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이후의 사업연도에 대한 과세처분 시 종전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대상 판결은 2009년 12월 31일 법률 제9898호로 개정 때 신설된 구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실무상 논란이 있던 쟁점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법인세
결손금
과세표준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8-10
행정사건
사법상 계약에 의거한 행정처분의 성립가능성 문제
Ⅰ. 사안의 개요 자사제품에 대해 조달청장으로부터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다음, 갑은 조달청과 사이에 갑이 각 수요기관으로부터 해당 제품에 대한 납품요구를 받으면 계약금액의 범위 안에서 해당 제품을 실제로 그 수요기관에 납품한 후 조달청장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기로 하는?물품구매계약(제3자를 위한 단가계약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였다. 이?물품구매계약에는 ‘갑은?물품구매계약 추가특수조건(이하 ‘추가특수조건’이라 한다)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취지와 ‘이 사건 제품의 규격은 우수조달물품(모자이크스톤블록) 규격서와 같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조달청장이 "甲이 이 사건 수요기관에 공급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계약이행내역 점검 결과 계약 규격과 상이한 점이 있다"는 이유로 추가특수조건 제22조 제1항 제16호에 따라 갑에 대하여 6개월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거래정지 조치를 취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라 한다). 이에 갑은 거래정지조치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서울행정법원 2014.11.6. 선고 2014구합60924판결)은 인용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서울고등법원?2015.9.4.?선고?2014누71469?판결)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계약상 의사표시에 불과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였는데, 상고심은 항소심과 정반대의 입장에서 파기환송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조달청이 계약상대자에 대하여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의 거래를 일정기간 정지하는 조치는 전자조달의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보호되는 계약상대자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인 나라장터를 통하여 수요기관의 전자입찰에 참가하거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등록된 물품을 수요기관에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지위를 직접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거래정지 조치는 비록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이지만 행정청인 조달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로서 그 상대방인 갑 회사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다만 추가특수조건에서 정한 제재조치의 발동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위 거래정지 조치가 위법하므로 갑 회사의 행위가 추가특수조건에서 정한 거래정지 조치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추가특수조건의 내용이나 그에 기한 거래정지 조치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령 등을 위반하였거나 평등원칙, 비례원칙, 신뢰보호 원칙 등을 위반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나아가 살폈어야 하는데도, 위 거래정지 조치가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의사표시에 불과하고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Ⅲ. 문제의 제기 행정처분의 개념적 징표 가운데 하나가 ‘공권력의 행사’인데, 이는 공법영역에서의 일방적 조치이어야 비로소 행정처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상판결도 인정하듯이,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이다. 사법계약에 따른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본다는 것은 사법상 계약에 의거한 행정처분의 성립가능성을 시인한 셈이 된다. 대상판결 및 그와 동지인 대법원 2018.11.15. 선고 2016두45158판결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Ⅳ. 항소심의 논거 항소심(서울고등법원?2015.9.4.?선고?2014누71469?판결)은 다음의 논거로 소를 각하하였다: ① 추가특수조건 제22조 제1항 제16호 등은 계약의 일부로서 원고가 그 적용에 동의한 경우에만 당사자 사이에서 구속력이 있을 뿐 법규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법령이 아니라 계약에 근거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②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민간의 일반 종합쇼핑몰에서 계약상 의무위반에 대하여 계약에 부가된 조건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보낸 문서에도 계약위반에 따라 거래정지를 한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달리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 외형이 보이지 않는 점. 판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업이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를 함에 있어서 법령이나 계약에 근거하여 선택적으로 취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2018.10.25. 선고 2016두33537판결). 아울러 판례는 정부투자기관이 공공계약을 체결하면서 부가한 입찰참가제한 특약을 사법상 계약으로 보며, 아울러 그에 의한 입찰참가제한조치 역시 사법상의 조치로 본다(대법원 2014.12.24. 선고 2010다83182판결 등). 이런 맥락에서 원심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전적으로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가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등과 같이 법률에서 직접 규정한 것이어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와는 구별되게 접근하였다. Ⅴ. 대상판결의 논증상의 문제점 사법상 계약인 추가특수조건에 의거한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가 공법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민사논리를 수정하는 논거가 필요하다. 사법관계를 수정시키는 명문의 규정을 통해 그 사법관계는 공법관계가 된다. 대표적으로 국유일반(잡종)재산의 대부료 징수는 국세징수법상의 체납처분규정의 준용으로 인해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관철할 수 없다(대법원 2014다203588판결 등). 명문의 규정이 없다면, 강한 공익상의 요청이 있거나 공권력주체로서의 우월적 지위가 확인되어야 한다. 대상판결은 전자조달법 및 구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종합쇼핑몰운영규정(조달청 고시), 구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조달청훈령)에 의거해서 처분성을 논증하였다. 전자조달법은 처분성 논증에 아무런 착안점을 제공하지 않는다. 구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종합쇼핑몰운영규정(조달청 고시)과 구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조달청훈령)은 국가계약법과 조달사업법의 단가계약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이들 규정은 -판례가 행정처분으로 보는 국가계약법상의 행정청의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경우를 제외하고- 사법상의 계약인 단가계약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이들 규정에서 공법적 착안점을 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Ⅵ. 처분성인정에 따른 후속 물음: 법률유보의 물음 단가계약이 사법계약인 이상, 그것을 집행하는데 특별한 공법적 메커니즘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가계약법의 차원에서 그런 점이 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를 처분으로 볼 때, 제기될 수 있는 물음이 법률유보의 원칙이다. 일찍이 필자는 근거규정의 성질과 처분성인정여부는 연관되지 않음을 강조하였는데 판례가 이를 채용하였다(이런 사정은 김중권, 행정법 제3판, 2019, 210면 이하). 그리하여 대법원 2005.2.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은 처분성 여부를 논증한 다음, 법률유보의 원칙을 적용하여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대법원 2016두45158판결의 원심((대전고등법원 2017.1.26. 선고 2016누11801판결)은 처분으로서의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가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추가특수조건이나 쇼핑몰운영고시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공히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의 처분성을 인정한 대상판결과 대법원 2005.2.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이 본안판단에서 법률유보의 물음을 제외하다시피 하는 식의 논증을 한 것은 처분성 및 위법성의 논증에서의 앞선 판례의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 이런 논증상의 모순은 실은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를 처분으로 본 데서 비롯되었다. Ⅶ. 맺으면서-처분성인정이 능사가 아니다. 처분성의 확대는 행정상의 권리구제가 여의치 않을 때 강구할 수 있다. 민사적 권리구제가 주효한 경우에는 처분성의 확대가 동원될 상황이 아니다. 처분성의 인정의 裏面에는 행정의 우월적 지위가 합리화되고 제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불가쟁력의 존재나 공익과 사익의 형량과정 등의 차원에서 보면, 국민의 권리구제의 측면에서 행정소송이 민사소송보다 항상 더 유리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자칫 공법과 사법의 구별 시스템을 무색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생각건대 대상판결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제한 및 행정계약의 해지와 관련해서 부당하게 처분성을 인정한 판례가 빚은 결과로 여겨진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나라장터
조달청
거래정지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19-05-27
전문직직무
행정사건
교장승진임용제외의 처분성 문제
- 대법원 2018.3.27. 선고 2015두47492판결 - Ⅰ. 사실관계와 하급심의 태도 갑은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된 후 2011.9.1. 교감으로 승진임용되어 A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한다. B광역시교육감은 매년 1월 31일을 기준으로 경력, 근무성적, 연수성적을 평정하여 그 평정을 합산한 점수가 높은 승진후보자의 순서대로 승진후보자 명부를 작성하는데, 2014.1.31.자 ‘교육공무원(초등학교교장) 승진후보자 명부’에 갑이 순위 10번으로 등재되어 있다. 2014년 3월 1일 B광역시교육청 관내 초등교장 18명을 대통령이 신규 승진임용하였는데, 갑은 포함되지 않았다. 갑이 제기한 교장임용거부처분무효확인의소에서, 피고 교육부장관이 “원고에게는 자신을 교장으로 임용 또는 임용제청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법규상, 조리상 신청권이 없으므로 위와 같은 신청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는데, 하급심은 이를 수긍하였고(서울행정법원 2015.1.22. 선고2014구합63909판결, 서울고법 2015.7.9. 선고 2015누33839판결),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역시 동일하였다. Ⅱ. 판결요지 [1] 항고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고(행정소송법 제12조, 제35조), 불이익처분의 상대방은 직접 개인적 이익의 침해를 받은 자로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2]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2 제1항 등에 따르면 임용권자는 3배수의 범위 안에 들어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승진임용 여부를 심사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는 임용권자로부터 정당한 심사를 받게 될 것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임용권자 등이 자의적인 이유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를 승진임용에서 제외하는 처분을 한 경우에, 이러한 승진임용제외처분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달리 이에 대하여는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교육공무원법상 승진후보자 명부에 의한 승진심사 방식으로 행해지는 승진임용에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되어 있던 후보자를 승진임용인사발령에서 제외하는 행위는 불이익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교육부장관은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들에 대하여 일정한 심사를 진행하여 임용제청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특정 후보자를 반드시 임용제청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교육부장관이 임용제청을 한 후보자라고 하더라도 임용권자인 대통령이 반드시 승진임용을 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해서는 임용권자에게 일반 국민에 대한 행정처분이나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를 승진임용에서 제외하는 결정이 공무원의 자격을 정한 관련 법령 규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춘 사유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증명이 있다면 쉽사리 위법하다고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Ⅲ. 쟁점과 문제점 자유권이 국가에 대한 방어권적 성격을 갖기에 불이익한 처분에 대해 당사자는 별다른 논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것이 수범자(상대방)이론인데(김중권, 행정법, 2019, 731면). 대상판결은 일찍부터 필자가 주장한 수범자이론(상대방이론)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수범자이론은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이나 제3자효 행정행위를 다투는 경우는 그대로 통용되지 않는다(독일의 통설과 판례). 따라서 사안이 거부처분의 상황이라면 수범자이론에 의하더라도 당연히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하급심과 상고심의 접근태도가 다르다. 하급심은 사건명칭처럼 사안을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논의를 전개한 데 대해서, 상고심은 사건명칭을 동일하게 사용하면서도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논증하지 않았다. 기왕의 거부처분인정의 공식에 입각하지 않고,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는 임용권자로부터 정당한 심사를 받게 될 것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하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교장승진임용제외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달리 이에 대하여는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논거로 교장승진임용제외를 행정처분으로 보았다. 교원소청심사는 물론 하급심의 태도가 기왕의 판례에 의거한 의당 자연스러운 점에서 권리구제의 보충성을 내세워 논증한 대상판결의 접근이 사안의 본질에 비추어 타당한지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Ⅳ. 사안이 승진임용거부의 상황인가? 교장임용절차는 교육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교장임용절차는 2원화되어, 하나는 승진후보자명부에 의한 승진심사방식으로 행해지고, 다른 하나는 공모절차의 방식으로 행해진다. 공모절차는 지원(응모)에 의해 개시되기에, 일종의 신청에 의한 절차진행인 데 대해서 승진임용절차는 행정청의 직권적인 절차진행이다. 승진임용절차인 사안에서 대상판결이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타당하다. 승진임용제외로부터 직접적인 법적 불이익의 발생이 논증되는 한, 이상의 수범자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반면 공모절차를 밟는 총장임용절차에서의 임용제청제외 및 임용제외는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신청권의 존부를 검토하지 않고, 처분성을 논증한 대법원 2018.6.15. 선고 2016두57564판결은 이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상론 김중권, 법조 제733호, 2019년 2월 28일). Ⅴ. 승진임용제외의 처분성 논증의 문제점 1. 절차적 기대를 출발점으로 하는 것의 문제점 처분성을 논증하는 데 대상판결은 절차적 기대(권)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거부처분의 인정에서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에서 연유한 신청권의 의미에 대해 판례는 그동안 순전히 절차적 의미로 접근한다. 신청권을 순전히 절차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남소의 우려와 함께 법률관계의 왜곡을 가져다준다(김중권, 행정법, 734면). 대법원 1991.2.12. 선고 90누5825판결의 응답신청권을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으로 이해하여 그것을 실체적 법효과와 유리되게 이해한 것이 그 예이다. 승인임용에서 제외(탈락)된 상황은, 공직취임의 저지라는 차원에서 보면 단순한 배제라는 사실적 효과가 아니라 불임용의 법효과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당한 심사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권리구제의 보충성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의 문제점 자신을 상대방으로 하지 않는 법적 행위로 인해 빚어진 결과적 상황에 즈음하여, 그 법적 행위(다른 사람에 대한 승진임용)를 직접 다투지 않고, 자신에게 빚어진 결과적 상황을 문제삼기 위해서는 그런 상황을 자신의 법률상 이익(권리)의 침해에 설득력 있게 연관지울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런 연결고리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추단적(묵시적) 행정행위의 존재이다. 행정의 추단적 용태로부터 행정행위의 개념적 징표를 충족하는 법적으로 의미있는 공법적 의사표시가 도출될 수 있을 때, 추단적 행정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김중권, 행정법, 214면). 가령 보조금반환요구(결정)는 보조금지급결정의 묵시적 폐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여러 명이 한정된 허가를 신청하여 일부에 대해 허가가 발해진 경우 다른 이에 대한 거부처분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리고 종종 (후속) 행정사실행위를 위한 법적 근거가 되는 추단적 행정행위가 사실행위로부터 생겨나기도 한다(예: 경찰관이 행한 수신호). 물론 표시행위에 대해 법률상 일정한 형식(서면, 공증증서, 고시 등)이 규정된 때는 추단적 행정행위는 배제된다(판례는 공공용물의 성립과 폐지에서 묵시적 공용지정(개시)행위나 공용폐지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대법원 2016.5.12. 선고 2015다25524판결 등). 추단적 행정행위의 존재는 후속 행정행위를 발하기 위한 중간단계로서 특별한 의의를 지녀서, 경우에 따라서는 명시적 처분에 담겨질 수 있다. 대상판결처럼 굳이 권리구제의 보충성의 차원에서 처분성을 논증할 필요가 없다. Ⅵ. 맺으면서-배타적 경쟁자소송에 관한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다 사안의 소송은 잠재적 경쟁관계에 있는 대상자 가운데 탈락한 자가 제기하는 배타적 경쟁자소송이다. 법정요건이나 자격을 구비한 이상, 원고적격은 문제되지 않는데, 소송대상, 소송형식, 취소판결의 효력 등에서 검토할 사항이 많다(김중권, 행정법, 742면). 특히 공무원법상의 경쟁자소송에서는 임용처분이 내려지면 공직의 안정성의 원칙에서 권리보호의 필요성이 문제될 수 있다. 독일은 공직의 안정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판례변경(BVerwGE 138, 102) 을 통해 잠정적인 권리구제가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탈락된 지원자가 타인에 대한 임용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교육공무원법
승진
승진심사
임용권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19-03-04
행정사건
직권감차 통보의 처분성 여부에 관한 소고
- 대법원 2016.11.24. 선고 2016두45028판결 - Ⅰ. 사안의 개요 甲시의 택시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甲시장이 2012년 9월 19일 관내 11개 택시회사들과 사이에서 ‘법인택시 총 272대(보유대수의 약 40%)를 3년간 순차적으로 감차하고 감차대수에 따라 감차보상금을 지급하며, 만일 택시회사들이 합의한 바대로 자발적인 감차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甲시장이 직권감차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는데, 일부 택시회사들이 3년차인 2014년에 사정변경을 이유로 합의 이행을 거부하였다. 이에 甲시장은 2014년 10월 29일 4개 택시회사(원고)와 甲시 차량등록사업소장에게 ‘법인택시 감차합의서에 따른 직권감차 통보’의 제목 하에, 원고들의 감차계획분에 대하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이라 한다) 제10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31조의 규정에 의하여 변경인가(직권감차)를 통보하니, 원고들은 감차를 완료한 후 감차보상금을 신청하고 해당 차량의 운행을 2014년 11월 29일부터 중단하기 바라며, 차량등록사업소는 감차대상 자동차 직권말소등록을 의뢰하니 조치를 바란다는 내용의 통보(이하 ‘이 사건 직권감차 통보’라고 한다)를 하였다. 원고들은 직권감차 통보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 甲시장은 “이 사건 합의는 원고들과 피고의 의사표시의 합치에 의하여 성립한 ‘공법상 계약’이고,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직권감차통보의 실질은 공법상 계약에 따른 이행의 촉구일 뿐 공권력의 행사 내지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을 하였다. 제1심(전주지방법원 2014구합3171판결)과 원심(광주고법 (전주)2016누1047판결)은 피고의 주장을 수긍하여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에 의하면, 운송사업자에 대한 면허에 조건을 붙인다. 조건을 위반한 경우 감차 등이 따르는 사업계획변경명령(이하 ‘감차명령’이라 한다)을 할 수 있는데, 감차명령의 사유가 되는 ‘면허에 붙인 조건을 위반한 경우’에서 ‘조건’에는 운송사업자가 준수할 일정한 의무를 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감차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부관’도 포함된다. 그리고 부관은 면허 발급 당시에 붙이는 것뿐만 아니라 면허 발급 이후에 붙이는 것도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거나 변경이 미리 유보되어 있는 경우 또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는 경우 등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된다. 따라서 관할 행정청은 면허 발급 이후에도 운송사업자의 동의하에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질서 확립을 위하여 운송사업자가 준수할 의무를 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감차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면허 조건을 붙일 수 있고, 운송사업자가 조건을 위반하였다면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에 따라 감차명령을 할 수 있으며, 감차명령은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 Ⅲ. 검토 1. 양자의 상반된 논증방법 ‘직권감차통보(명령)’의 처분성 여부가 ‘이 사건 합의’의 법적 성질에 연관되어 논해졌다. 하급심은 ‘이 사건 합의’를 공법상 계약으로 보고서 그것에 바탕을 두고서 직권감차통보를 ‘이 사건 합의’에 따른 공법적 의사표시로 접근한 반면, 대상판결은 ‘이 사건 합의’를 부관 특히 사후부관(면허조건)의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에 따른 감차명령의 성립요건에 해당하는 위반된 조건은 분명 강학상의 부관이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합의’에서의 순차적 감차의무 부분을 연관시켜 마치 그것이 부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고서 조건위반으로논증을 하였다. 대상판결처럼 ‘이 사건 합의’를 사후의 면허조건으로 보는 이상, 직권감차통보의 처분성 인정은 당연한 귀결이다. 2. 대상판결의 의의 부관을 오로지 보조수단인 양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거니와, 행정청이 일방적으로 붙이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지양하여야 한다. 협력적 행정법에서 부관은 규율상대방과의 협력에서 세심한 조종(제어)을 위해 동원될 수 있다. 실제로는 규모가 큰 사업(지하도의 건설, 아파트의 건축 등)에 있어서는 더욱이 행정청과 상대방(허가의 신청자 등)과의 협의·협상(비공식 행정작용)을 통해, 혹은 정식의 계약을 통해 정해지는 예가 많이 있다. 그리하여 교섭이나 합의에 의한 부관의 부가 역시 긍정된다{효시적 문헌으로 김남진, 법률신문 제2453호(1995.11.); 법률신문 제2800호 (1999.6.)}. 판례는 과거 기속행위에 대한 부관 불허용성의 원칙의 견지에서 건축허가를 하면서 일정 토지를 기부채납하도록 한 허가조건에 대해서 무효로 판시하였지만(대법원 94다56883 판결), 판례는 송유관이설협약과 관련하여, “부담을 부가하기 이전에 상대방과 협의하여 부담의 내용을 협약의 형식으로 미리 정한 다음 행정처분을 하면서 이를 부가할 수도 있다”고 판시하여 부관부 ‘교섭적 행정행위’의 존재를 바탕으로 그 협약을 부담으로 접근하였다(대법원 2005다65500판결). (하지만 사안을 행정계약차원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김중권, 법률신문 제3613호, 2007.12.24.). 대상판결은 특히, 합의형식의 부관의 사후부가를 인정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문제점 1) 부관론적 접근의 문제점 행정행위의 발급에 배치될 수 있는 의문점과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시민에게 추가적 의무를 과할 수 있는데, 그 방법에서 일방적으로(부관의 형식으로) 과하거나 합의에(공법상 계약) 의할 수 있다(김중권, 행정법, 2016, 397면). 목표설정에서 양자는 매우 근사하지만, 본질에서 구별된다. 부관은 종종 수범자의 양해를 전제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방적 성격을 지닌다. 반면 공법상 계약은 일단 대등한 당사자의 의사의 합치를 바탕으로 한다. 대법원 94다56883 판결과 대법원 2005다65500 판결의 경우 그 부관의 내용은 시민의 일방적인 의무이어서 부담적 접근이 가능하나. 사안의 경우 급부와 반대급부가 서로 조응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대상판결처럼 행정청과 행정파트너간의 공법적 합의의 내용인 일정한 의무이행을 부관(부담)으로 설정한다면, 당사자 간의 공법적 합의의 존재가 사후에 부인되는 셈이고, 결국 공법적 합의 자체가 치명적으로 무색해질 수 있다. 합의의 내용이 행정청과 사인의 상호간의 급부의무로 형성되어 있는 이상, 그 자체를 부관으로 접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런데 ‘이 사건 합의’를 사후 면허조건으로 본다면, 구체적으로 부관 가운데 어떤 부관에 해당하는지 궁금하다. 2) 직권감차통보의 처분성 여부 직권감차통보의 처분성을 논증함에 있어서, 조건위반의 경우(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에 바탕을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직권감차통보의 내용에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한다는 의미의 법효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여객자동차법의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감차처분의 본질은 사업계획변경인가이며, 그것은 기왕의 사업계획인가에 대한 일종의 일부 폐지(철회)에 해당한다. 직권감차를 하여야 한다는 통보는 사업계획변경인가에 따른 후속적인 - 감차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미의 - 하명처분이다. ‘원고들이 감차를 완료한 후 감차보상금을 신청하고 해당 차량의 운행을 2014년 11월 29일부터 중단하기 바라며, 차량등록사업소는 감차대상 자동차 직권말소등록을 의뢰하니 조치를 바란다’는 내용의 통보 부분은 사업계획변경인가에 따른 후속 절차에 불과하다. 굳이 ‘이 사건 합의’에서 조건(부담)의 존재를 탐문하지 않더라도, 직권감차통보 그 자체를 행정처분으로 보는 데 어려움이 없다. 하급심이 직권감차통보를 전적으로 ‘이 사건 합의’에 연계된 행위로 접근한 것은 문제가 있다. 3) 직권감차통보의 법적 근거 직권감차통보의 법적 근거가 문제될 수 있다. 직권감차통보의 근거로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상의 조건위반의 경우를 삼는 것(부관론적 접근)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합의’는 공법상 계약의 일종으로 보되, 직권감차통보는 ‘이 사건 합의’에 연계시키지 않고 여객자동차법의 차원에서 접근할 때,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상의 사유 가운데 제2호(사업경영의 불확실, 자산상태의 현저한 불량, 그 밖의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하여 국민의 교통편의를 해치는 경우)를 법률적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사실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는 판례에 의하면 법률적 근거가 없더라도 일정한 철회사유만으로도 가능하여서, 특히 우월한 공익상의 필요를 위한 직권감차통보 역시 가능하다. 다만 ‘이 사건 합의’는 직권감차통보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사를 다루지만, 법원은 과거분석과 과거평가로부터 현재는 물론, 미래를 결정하는 권력이다. 대상판결의 처분성 논증방식이 공법상의 합의(계약)의 존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협력적 행정법의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택시회사
감차명령
직권감차
2017-05-16
공정거래위원회 '경고'의 법적 근거와 처분성 여부
1. 서론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8다46587 판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행위를 이유로 내린 경고조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것으로서 이를 제24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이래, 서울고등법원 등 다수의 하급심 또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 또는 독점규제법 등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 '경고'의 처분성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표시광고법상의 '경고'가 표시광고법 제7조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아래에서는 대상 판결이 대법원의 과거 판결과 다소 모순되는 듯한 판결을 한 이유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참고로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는 독점규제법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으로 규제되다가, 1999년 표시광고법이 제정되면서(시행 1999. 7. 1.) 독점규제법상의 불공정거래행위로부터 분리·독립되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표시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결은 당해 표시·광고의 위법을 확인하되 구체적인 조치까지는 명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사업자가 장래 다시 표시광고법 위반행위를 할 경우 과징금 부과 여부나 그 정도에 영향을 주는 고려사항이 되어 사업자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표시광고법 제7조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란 '당해 위반행위의 중지 명령' 등 제1호에서 제3호까지 규정한 시정조치 외에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제반조치를 말하는 것이고,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 여부나 그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고처분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3. 평석 가. 사실 관계 원고들은 고양시 식사동에 분양하는 아파트 주변에 경전철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는 내용의 허위·과장광고를 하였음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의결'을 통지받았다. 원고들은 이 사건 '경고의결'이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정처분임에도 법률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 등을 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공정거래위원회 '경고'의 법적 근거 및 처분성 여부에 관한 여러 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 법적 근거 및 처분성에 관하여는, 여러 견해가 종래 법원 판결 및 당사자의 주장을 통하여 다양하게 제시되었는데, 이를 이해의 편의를 위해 단순화 하여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표시광고법 제7조 등에 다른 '시정조치'로 보지 않고, 처분성도 부정하는 견해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8다46587 판결은 "경고조치는 독점규제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것으로서 이를 독점규제법 제24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1999년 표시광고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하급심 법원에서 계속 확인되었는데, 서울고등법원 2002. 12. 3. 선고 2002누433 판결은 "이 사건 경고는 표시광고법 및 위 법이 준용하고 있는 독점규제법에 정하여진 피고의 처분의 종류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표시광고법 제16조 제1항이 준용하고 있는 독점규제법 제55조의 2를 근거로 법 규정에 위반하는 사건의 처리절차 등에 대하여 피고가 정하여 고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이하 '사건절차규칙') 제50조에 의한 의결의 일종에 불과하며, 그로 인하여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며, 서울고등법원 2001. 8. 23. 선고 2001누3732 판결과 서울고등법원 2006. 10. 12. 선고 2005누27668 판결도 같은 취지의 입장이었다. (2) 시정조치로 보지 않으면서도, 처분성을 긍정하는 견해 대상 판결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11. 1. 12. 선고 2010누17344 판결은, 이 사건 경고를 표시광고법 제16조 제1항이 준용하고 있는 독점규제법 제55조의 2를 근거로 법 규정에 위반하는 사건의 처리절차 등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사건절차규칙 제50조에 의한 의결이라고 보면서도, 경고를 받은 전력이 과징금 부과에 있어서 참작사유가 되는 법률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았다. (3) 시정조치로 보지 않고, 처분성을 긍정하면서, 법률유보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는 견해 원고들이 상고이유서 등에서 주장한 내용으로, 이 사건 경고는 사업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인데, 경고의결의 근거가 되는 사건절차규칙 제50조는 위임의 법률상 근거가 없으므로 법률유보 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4) 시정조치로 보면서, 처분성을 긍정하는 견해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두4930 판결, 즉 대상 판결의 입장이다. 다. 대상 판결의 타당성 검토 (1) '경고의결'의 행정처분성 여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이하 '과징금 고시') Ⅱ. 13.은 과징금 부과여부 및 과징금 가중기준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벌점' 산정에서 사건절차규칙 제50조에 의한 '경고'를 0.5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징금 고시는 2008. 11. 10. 이전까지는 경고의 경우 벌점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았으나, 2008. 11. 10.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8-18호로 개정된 과징금 고시에서 현재와 같이 벌점 규정이 신설되었다. 대법원은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 판결 등 다수). 따라서 2008. 11. 10. 과징금 고시가 개정되어 현재와 같이 경고에 벌점 규정이 신설된 이상, 경고를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대상 판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결'을 행정처분으로 본 것은 합당하다. 참고로 표시광고법 시행령 제15조 제3항은 "이 영에 규정된 사항 외에 과징금의 부과에 관하여 필요한 세부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한다"고 하여 과징금 고시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고,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61조 제3항도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2) '경고의결'의 법적 근거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의결'을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으로 보는 이상, 당해 표시·광고의 위법성을 확인하되 구체적인 조치까지는 명하지 아니하는 '경고의결'을 표시광고법 제7조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 또는 독점규제법 제24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 해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이유는 없다고 판단된다. 원고는 상고이유서에서 표시광고법 제7조 제2항은 제1항 제2호 및 제3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음에도, 제4호에 대하여는 이러한 위임 규정이 없고, 제4호의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에 '경고'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예측가능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개별사건의 특수성에 따라 위반행위의 시정 또는 그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이고 적절한 시정조치의 내용을 결정할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기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란 '당해 위반행위의 중지 명령' 등 제1호에서 제3호까지 규정한 시정조치 외에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제반조치를 말하는 것이고,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 여부나 그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고처분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상 판결 내용은 타당하다. 참고로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두1983 판결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남용행위에 관한 구체적 판단기준을 정한 시행령 등이 제정되지 않은 사안에서, 위 규정이 헌법상 법치주의원리에서 파생되는 명확성 원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4. 결론 대상 판결은 논란이 되어 왔던 공정거래위원회가 행하는 '경고'의 법적 근거와 행정처분성 여부에 관한 판단을 명백히 한 것으로, '경고'를 받은 경우 과징금 부과여부 및 과징금 가중기준 등의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벌점이 부여되도록 개정된 과징금 고시 내용을 반영한 타당한 판단으로 보인다.
2014-05-19
국가기관도 항고소송의 당사자 될 수 있나
1. 사실관계 및 쟁점 대상판결은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원고가 되어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동 위원회가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의 사안이다. 원고가 취소를 구하는 처분은 피고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2조 제7항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한 이른바 '신분보장조치요구 처분'이다. 대상판결의 이해를 위하여 국민권익위원회법이 정한 절차에 대해 간략히 보면 다음과 같다. 동법은 부패의 예방 및 부패행위의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제1조), 부패행위의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누구든지 동법에 따른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당해 조직에서 징계조치 등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고(제62조 제1항),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분보장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2항),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 내용에 대한 조사 결과 그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소속기관의 장 등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7항), 그와 같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의 제재까지 규정하고 있다(제90조, 제91조). 위 사건의 경우 하남시 선관위 직원 A는 하남시 선관위가 K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절차의 처리과정에서 부패행위가 있었다는 취지로 피고 위원회에 신고하였다. 경기도 선관위는 동 사건과 관련하여 A가 TV 인터뷰 등에서 선관위의 입장과 다른 발언을 하였다는 사실 등을 이유로 A에 대한 징계요구 조치를 하였고, 피고 위원회는 A의 신분보장조치 요청에 따라 원고(경기도 선관위원장)에 대해 징계요구 조치의 철회를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그와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위 조치의 처분성 여부 및 국민권익위원회법의 해석 등과 관련하여서도 많은 쟁점들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인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2. 소송의 경과 위 청구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원고는 국가의 산하기관에 불과할 뿐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위 청구를 각하하였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하여 한 조치라도 그것이 일반국민에 대한 행정처분 등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권리의무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조치의 위법성을 제거할 다른 법적 수단이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국가기관의 지위에서 그 조치를 한 국가기관을 상대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는 당사자능력과 당사자적격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도 그와 같은 결론을 긍정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법인격이 인정되지 않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기존의 판결 가운데 국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경우는 없었다). 다만 대상 판결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① 우선 위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법원은 위 사건의 특수한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여 예외를 인정한 것이지, 국가기관의 항고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을 일반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민권익위원회법에 의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신고와 관련하여 신고자의 소속기관의 장에 대해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그 불이행시 과태료 및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도 가능함에도, 그와 같은 조치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현행법상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일정한 의무부담을 명하고, 그 불이행시 형사처벌까지 규정하면서도 이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지 않은 경우는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그와 같은 점이 위와 같은 판결을 불가피하게 한 주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런 점에서 법원이 향후 다른 사례에서도 위 판결과 같이 국가기관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의문이라고 생각된다. ② 다만 법원이 위와 같은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판결이 1회성의 판결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국가 내지 국가기관 상호간의 항고소송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그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이다. 실제로 기존 판결 가운데 국가기관이 아닌 국가에 대해서는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이미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09구합6391 판결,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또한 학설상으로는 행정소송법 제3조 제4호가 정한 기관소송 가운데 동일한 공법인 내의 기관간의 분쟁은 순수한 기관소송이나 법인격을 달리하는 기관간의 소송(가령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2항의 소송, 지자체의 장이 주무부장관의 시정명령에 불복하여 대법원 제기하는 소송)의 실질은 항고소송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나아가 학설 가운데에는 행정소송법이 기관소송에 대해 법률이 정한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하여 이른바 '기관소송 법정주의'를 취한 것을 비판하고(행정소송법 제45조), 이를 개괄주의로 변경하여 기관소송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입법론상의 비판이 많은데, 위 판결은 그와 같은 비판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학설 및 판례는 이미 사인이 아닌 국가의 경우 항고소송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하고 있는 점, 현행법이 기관소송을 지나치게 좁게 인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앞으로도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 오늘날 사회현상 내지 사회구조는 날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으며, 사회의 발전을 반영하는 법현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와 같은 복잡성의 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사법의 준별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 국가는 단일한 공권력 주체라는 근대국가 형성초기의 신념은 깨져가고 있으며, 주권국가 내부의 권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화/배분되는 과정에서 국가권력 내부의 다양한 층위에서의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기관소송이나 권한쟁의심판도 그런 맥락에서 인정된 제도인데, 가령 독일의 경우에도 국가기관간의 권한쟁의심판제도가 인정된 것은 1949년 독일기본법이 처음이며, 1919년 바이마르 헌법도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분쟁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었을 뿐 국가기관 내부의 이해충돌은 오로지 정치적 힘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미 우리 대법원 판례 역시 다양한 영역에서 기본권의 대사인효를 인정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본권은 더 이상 국가와 국민 사이의 관계만을 규율하는 규범이 아니고 기본권이 사법의 영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증대하고 있는 것처럼, 공법적 분쟁 역시 국가와 사인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혹은 공공단체 내부에서도 다양한 법률적 분쟁의 가능성 및 그에 대한 사법적 개입의 필요성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좀 더 거시적인 시야에서 본다면, 본건과 같은 판결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④ 다만 대상판결과 같은 예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대상판결의 항소심 판결이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지만 여전히 다소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 혹은 이를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발전시킬지 아니면 기관소송 개괄주의의 도입과 같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지는 향후의 과제로 남는다. 대상판결은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그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201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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