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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지방세법 제273조의2 ‘개인간 유상거래’의 의미
1. 서 론 개인이 주택 등을 경매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에 따른 조세의 부담 또한 경매로 인한 취득·등기시 조세 감경이 가능한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특히 지방세법 제273조의2는 수차례 개정되면서 그 해석에 혼란을 겪었으며 대법원의 이번 판례는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구 지방세법 제273조의2 소정 ‘개인간 유상거래’의 의미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2. 지방세법 규정의 변화 과정 구 지방세법(2005. 12. 31 법률 제78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3조의2 (개인간 거래에 대한 등록세 감면) 사실상 취득가격이 입증되지 아니하는 개인간 유상거래로 부동산을 취득해 소유권이전등기(토지는 토지와 건물을 통합평가하는 주택의 부속토지를 등기하는 경우에 한 한다)를 하는 경우에는 등록세의 100분의 25를 경감한다. 구 지방세법(2006. 9. 1. 법률 제79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3조의2(개인간 주택거래에 대한 감면) 개인간에 유상거래를 원인으로 취득·등기하는 주택에 대한 취득세는 제11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세율을 적용해 산출한 세액의 100분의 25를 경감하고, 등록세는 제131조 제1항제3호 (2)목의 규정에 의한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한 세액의 100분의 50을 경감한다. 구 지방세법(2006. 9. 27. 법률 제79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3조의2(주택거래에 대한 감면〈개정 2006.9.1〉) 유상거래를 원인으로 취득·등기하는 주택에 대한 취득세는 제11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세율을 적용해 산출한 세액의 100분의 50을 경감하고, 등록세는 제131조 제1항 제3호 (2)목의 규정에 의한 세율을 적용해산출한 세액의 100분의 50을 경감한다. 이 사건에서 해석의 논란이 된 조항은 구 지방세법(2006. 9. 1. 법률 제79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3조의2 규정 중 ‘개인간에 유상거래’에 관한 것이다. 지방세법상 위 규정은 ‘사실상 취득가격이 입증되지 아니하는 개인간의 유상거래’에서 ‘개인간에 유상거래’로, 다시 ‘유상거래’로 계속적으로 법문이 변화됐다. 즉 ‘개인간 유상거래’에 경매를 포함하여 취득세 등을 감경할 수 있는지 문제됐다. 3. 견해의 대립 가. 취득세 등 감면 주장의 논리 서울고등법원(2007. 1. 25. 선고) 2006누21025 판결은 경매로 취득한 주택을 위 감경조항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조세법규의 엄격해석 원칙 및 공평과세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하면서, ① 경매의 법적 성격은 사법상 매매이고 소유자나 경락인이 모두 개인인 경우 소유권이 개인에서 개인으로 이전하는 것이므로, 법규의 문언상 경매를 위 감경조항에서 정한 ‘개인 간에 유상거래’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고, ② 임의경매를 통하여 부동산을 양도한 사업자에게도 부가가치세 납부의무가 부과되고(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49153 판결 등 참조), ③ 부동산임의경매는 담보권을 실현하는 환가행위로 경락인에게 목적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 유상으로 승계되고 소득세법에서 정한 자산의 양도에 해당되어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점(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14604 판결 참조) 등에 비춰볼 때 경매와 일반적인 매매와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나. 취득세 등 감면 불가 주장의 논리 이와 달리 이 사건 원심(서울고등법원 2007. 5. 16.선고 2006누25989 판결)과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을 비롯하여 취득세 등 감면 불가 주장의 논리는 ① 구 지방세법 제273조의2가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 이후에도 세부담의 증가가 없는 경매까지 감면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② 매매의 경우 당사자의 의사 합치가 존재하는 것에 반하여 경매의 경우 소유자의 의사는 반영되지 아니한다는 점, ③ 지방세법에서 경매에 의한 과세 표준은 개인간의 주택에 관한 취득과 달리 규정하고 있다는 점, ④ 법률조항의 입법 목적상 경매를 일반적인 개인간의 매매와 달리 취급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들어 취득세 등을 감면할 수 없다고 하였다. 4. 대법원 판례의 타당성 가. 조세법상 ‘경매’의 의미 조세법상 ‘경매’의 의미에 대하여 이를 ① 사법상의 매매와 동일선상에 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② 공적 처분이라 볼 수 있는 것인지 학설상의 대립이 존재하였으며 각 법원은 물론 같은 법원 각 부마다 판결 결과가 달리 나오는 상황이었다. 나. 취득세 감면 주장의 문제점: 사법상 매매설의 문제점 (1) 조세의 엄격 해석 원칙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과세요건이거나 비과세요건 또는 조세감면요건을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합리적 이유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며, 특히 감면요건 규정 가운데 명백히 특혜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조세공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두9537 판결 등). 우선 법문상 구 지방세법은 ‘개인간 유상거래’라는 해석이 불분명한 규정을 하고 있었고 위 내용이 2006년 9월1일 ‘유상거래’라고 변경되었다. 이에 실무상으로는 2006년 9월1일 개정 법률 효력 발생전 경매로 취득한 주택에 대하여는 취득세 등을 감경하지 않았고 2006년 9월1일 개정법률 효력 발생 후에는 취득세를 감경하였다. (2) 경매의 태양과 사법상 매매설의 문제점 경매는 소유권자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단지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결과가 발생하는 바, 사법상의 매매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합치’라는 사인간의 청약과 청약의 승낙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매는 응찰자들의 매수 의사 경합만 존재할 뿐 소유권자의 매도 의사는 고려되지 아니한다는 점에서 ‘매매’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3) 부가가치세법시행령의 개정 대법원(2004. 2. 13. 선고) 2003다49153 판결은 임의경매를 통하여 부동산을 양도한 사업자에게도 부가가치세 납부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으나, 부가가치세법시행령(2006. 2. 9. 대통령령 제19330호로 개정된 것)은 제14조 제3항에서 국세징수법 제61조의 규정에 따른 공매(동법 제62조의 규정에 따른 수의계약에 따라 매각하는 것을 포함한다) 및 ‘민사집행법’의 규정에 따른 강제경매에 따라 재화를 인도 또는 양도하는 것은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위 대법원 판결 이후 공매 또는 강제 경매는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문화하였다. 그렇다면 위 대법원 판결을 매매와 경매를 동일하게 보는 논거로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며 위 시행령의 개정 내용으로 보아도 국세에서는 이미 ‘매매’와 ‘경매’를 달리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소득세법상의 규정 소득세법시행령 제164조(토지 ·건물의 기준시가 산정) ⑨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가액이 법 제99조 제1항 제1호 가목 내지 라목에 의한 가액보다 낮은 경우에는 그 차액을 동호 가목 내지 라목의 가액에서 차감하여 양도 당시 기준시가를 계산한다. 1.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한 협의매수·수용 및 그 밖의 법률에 의하여 수용되는 경우의 그 보상금액 2. ‘국세징수법’에 의한 공매와 ‘민사집행법’에 의한 강제경매 또는 저당권실행을 위하여 경매되는 경우의 그 공매 또는 경락가 위 소득세법시행령에서 볼 수 있듯이 수용, 공매, 강제경매 등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매매와는 달리 시가 산정을 달리하고 있으며 이 사건 대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지방세법 또한 과세표준을 달리하고 있다. 다. 소결론 그렇다면 조세법상 경매를 사법상 매매로 보는 견해는 경매와 매매의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의 의사 합치 문제를 간과하고, 국세에 있어서 경매는 매매와 달리 취급한다는 점, 개정 지방세법과 같이 명문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한 경매와 매매를 조세법상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조세감면의 엄격해석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경매의 법적 성질 및 그에 따른 문언적 해석에 충실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고 하겠다. 5. 결 어 대법원의 이 판결로 2006년 이후부터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었던 구 지방세법 제273조의2의 해석론이 종결되었다. 소송 진행과 관련하여 아쉬웠던 점은 원고가 다양하고 처분청도 다양하다 보니 법원에서 출석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 장시간이 소요됐으며 법률 해석론이다 보니 동일한 유형의 사건이 수십차례 반복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동일 유형의 사건이 반복되는 경우 고등검찰청에서 신속하게 소송 지휘를 해 동일 소송의 반복적인 출석을 방지하는 것도 소송경제를 위하여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2008-02-11
인터넷상의 명예훼손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1. 사실관계 가. 피고는 자신의 군(郡)에 대한 홍보와 안내, 주민들의 의견청취를 목적으로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해 운영하여 왔다. 나. 2001. 4. 23. 12:14경 최원탁 명의로 위 홈페이지의 ‘방명록란’에 ‘원고씨에게 묻고 싶다’는 제목으로 원고의 공직생활 중 성추행사건, 의성군 부군수 재직시 금품수수, 감사명목의 금품수수에 관한 내용의 글이 게시되었다. 이에 원고는 2001. 4. 24. 03:24경 위 ‘방명록란’에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위 최원탁이 질문한 성추행의혹 및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해명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다. 다. 2001. 4. 24. 20:56 경 성동춘 명의로 위 홈페이지의 ‘칭찬합시다란’에 ‘원고씨의 성추행에 대한 진실을 말한다’는 제목으로 원고의 성추행 및 금품수수가 사실이라는 취지의 글이 게시되었고, 같은 날 21:25 경 이재용 명의로 위 ‘칭찬합시다란’에 ‘원고씨 성추행관련신문보도’라는 제목으로 원고의 성추행 및 금품수수사실과 관련한 1992. 10. 24.자 경북일보, 1992. 10. 25.자 매일신문, 한겨레신문의 보도내용이 게시되었다. 라. 이에 원고는 2001. 4. 27. 00:58경 위 ‘칭찬합시다란’에 ‘무책임한 명예훼손에 경악’이라는 제목으로 위 성동춘 명의의 글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일방적으로 게재한 이상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의 경고의 글을 올렸다. 마. 피고의 전산관리자는 2001. 4. 23. 오후경 위 홈페이지에 위 최원탁 명의의 글이 게시된 사실을 발견하고 그 날 이러한 사실을 총무과장에게 보고하였다. 바. 2001. 5. 7. 14:30경 답답해 명의로 위 ‘칭찬합시다란’에 ‘청도군의 자질문제’라는 제목으로 개인 사생활에 대한 명예훼손적인 글에 대한 삭제를 요구하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었고, 2001. 5. 8. 11:01 경 대박 명의로 위 ‘칭찬합시다’란에 ‘원고씨성추행관련신문보도’라는 제목으로 위 이재용 명의의 글을 비난하는 글이 게시되었으며, 그 무렵 청사인 명의로 위 ‘방명록란’에 ‘최원탁님 보세요’라는 제목으로 위 최원탁 명의의 글을 비난하는 글이 게시되었다. 사. 원고는 2001. 6. 9.경 피고 앞으로 위 최원탁, 성동춘 명의의 글들을 삭제해 줄 것을 내용증명으로 요구하였고, 피고는 같은 달 12. 이를 수령하고 피고의 전산관리자는 군수의 결재를 받아 같은 달 13. 09:40경 원고가 요구하는 위 최원탁, 성동춘 명의의 글을 비롯하여 그와 관련되어 있는 모든 게시물을 삭제하였다. - 판 결 요 지 -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자가 제공하는 게시판에 다른 사람에 의하여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되고 그 운영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운영자가 그 글을 즉시 삭제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소송의 경과 가. 제1심(대구지방법원 2002. 6. 25. 선고 2001가단62531 판결) - 원고 청구 일부 인용 전자게시판을 설치, 운영하는 자는 그 이용자에 의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전자게시판에 게시된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이를 삭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위 최원탁, 성동춘 명의의 글등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라 할 것이며, 위 최원탁 명의의 글이 게시된 당일 군의 전산관리자가 이러한 사실을 군의 총무과장에게 전달한 점, 위 최원탁, 성동춘 명의의 글들과 관련하여 이를 비난하거나 그 삭제를 요구하는 위 홈페이지 사용자의 글이 게시된 점 등에 비추어 볼때 피고로서는 원고의 내용증명에 의한 명시적인 삭제요구 이전에 이미 원고에 대한 이러한 명예훼손적인 글들이 게시판에 게시된 것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를 즉시 삭제하거나 원고와 위 글들의 처리에 대한 의논을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약 52일 가량 이를 그대로 방치하여 둔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는 이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위와 같은 전자게시판 관리의무 위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 나. 제2심(대구지방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나9163 판결) - 원고 항소 일부인용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에 관하여는 제1심의 판결을 그대로 원용하고, 손해배상의 범위에 있어서만 제1심 판결보다 원고의 청구를 더 많이 인용했다. - 연 구 요 지 -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대법원의 구체적 판단준칙을 최초로 설정해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삭제의무의 근거가 법령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조리에 의한 것인지 밝히지 않은 것은 논리구성에 문제가 있다 하겠다 3. 대상판결 - 원심 파기환송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인 인터넷상의 홈페이지 운영자가 자신이 관리하는 전자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게재된 것을 방치하였을 때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하기 위하여는 그 운영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여야 하고, 그의 삭제의무가 있는지는 게시의 목적, 내용, 게시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당해 사이트의 성격 및 규모·영리 목적의 유무, 개방정도, 운영자가 게시물의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 삭제의 기술적·경제적 난이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단지 홈페이지 운영자가 제공하는 게시판에 다른 사람에 의하여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되고 그 운영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운영자가 그 글을 즉시 삭제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비영리 군정(郡政) 홍보사이트의 게시판에 익명의 이용자가 임의로 게시한 게시물에 관하여 게시된 것을 알게될 때마다 원고가 반론까지 게시하였다가 그 후 원고가 그 게시물의 삭제를 공식 요청하자 즉시 피고측 담당자가 그를 삭제하기에 이르렀던 이 사건에서, 원심으로서는 앞서 본 관련 사항들을 모두 심리한 다음 거기서 밝혀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에게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의무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4. 평석 (1)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은 인터넷상의 전자게시판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명예훼손 사례에서 직접적인 명예훼손 행위자 이외에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에 대하여 정면으로 설시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사례는 폭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법원의 태도를 가늠할 수 있는 판결이 부족한 터에 참으로 반가운 판결이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미국 등 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상의 명예훼손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이론의 소개가 활발하였다. 그러나 외국의 판례이론은 비교적 정립되어 있고 부족한 부분은 입법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데, 우리 법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이론의 정립이나 입법이 아직 본격적이지 못한 상태이다. 이하에서는 인터넷상의 명예훼손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외국의 법제도를 검토하고 우리 법제에서의 수용가능성과 이 문제에 관한 대상판결의 법리의 합리성을 상론하기로 한다. (2) 인터넷의 발달과 명예훼손 법제의 변화 가. 명예훼손 환경의 변화 우리 사회가 점점 성숙해지고 고도화되면서 종래에는 재산권에 관한 분쟁이 우리 법제의 중심과제이었으나, 이제는 인격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격권을 둘러싼 분쟁도 주요한 과제의 하나로 등장하였다. 명예훼손은 언어에 의한 인격권 침해의 대표적인 유형인데, 종래 언론보도로 인한 인격권, 사생활 등의 침해가 분쟁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최근 10년간 이 분야에 관한 법이론이 발달되고 판례가 집적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의 등장은 우리 사회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인터넷 공간 내지 사이버 공간이라는 종전의 법체제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영역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인터넷이 제기한 새로운 문제 중 하나가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명예훼손이다. 예컨대 인터넷의 전자게시판을 통하여 정치인이나 연예인에 대한 악의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물론 결별한 애인과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는 등 공적인물이 아닌 일반 사인에 대한 명예훼손도 무분별하게 자행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은 정보의 접근과 표현이 신속하고 경제적이라는 기술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환은 통신의 수단으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담보하는 언론의 지위로 진화하였다. 인터넷은 정보의 유통과 표현의 자유를 고양시키는 획기적인 사회적 장치로서의 순기능을 수행하지만, 익명성이라는 또 다른 특성으로 인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표현의 자유의 남용에 대한 유혹에 빠지게 만드는 역기능도 파생시켰다. 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 명예훼손이 이루어지는 인터넷 및 PC통신의 컴퓨터 통신망에 대한 개인의 접근이나 이용은 통상 그 통신망으로의 접속을 매개하는 사업자를 통하여 이루어지며 접속을 매개하는 사업자를 통하여 이루어지며 접속 후에 발생하는 명예훼손은 주로 불특정 다수인이 읽고 쓸 수 있는 전자게시판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그런데 통신망상에서 명예훼손이 일어난 경우 직접 명예훼손행위를 행한 자 이외에 그 행위가 일어난 가상공간을 관리, 운영하거나 가상공간에 접속할 수 있도록 매개해준 통신사업자나 전자게시판 운영자에게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 익명성 때문에 가해자를 쉽게 확인할 수 없다. 더욱이 피해자가 가해자를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할 만한 자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인터넷상에서 명예훼손의 공간을 마련해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책임을 추궁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왜냐하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가장 용이하게 온라인 상의 명예훼손사실을 포착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지위에 있으며 다수인이 접속하는 전자게시판의 운용으로 인하여 간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요청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사업자에게 법적인 근거가 없는 무과실책임을 강요할 수는 없으므로 위와 같은 책임을 부담시킬만한 합리적인 법률상의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모든 자료를 모니터링(monitoring)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그 자체는 바로 전자게시판 게시물에 대한 검열, 삭제, 내용규제 등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나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이다. 즉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한 책임의 강화는 그들에 대한 주의의무강화를 의미하여 결국에는 인터넷상에서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과 의사의 자유로운 표현이라는 가치를 퇴색시키는 결과로 이어짐으로써 더 큰 가치를 잃을 위험성이 존재한다. 또한 온라인사업자에 대한 책임추궁을 막기 위한 사업자의 과다한 사전통제 작업은 통신망 이용비용의 증가로 어어져 결국 새롭게 발달하는 인터넷 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따라서 가치의 충돌이 다면적인 상황에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어느 정도의 공동책임을 부여할 것인가는 대단히 어렵고도 중요한 법적 문제로 부각되었다. 5. 대상판결의 의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종전 판결에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그 이용자에 의하여 타인의 명예가 훼손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으나, 대상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단지 홈페이지 운영자가 제공하는 게시판에 다른 사람에 의하여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걸이 게시되고 그 운영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운영자가 그 글을 즉시 삭제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 두 판결의 태도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종전 판결은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삭제의무존재 및 사업자에 대한 책임추궁의 가능성을 개방한 것에 불과하였으나, 대상판결은 그 책임추궁을 위한 구체적 기준을 설정해 준 것으로서 대상판결의 기준에 의하더라도 종전판결의 결론은 동일할 것이라고 추정된다. 대상판결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대법원의 구체적 판단준칙을 최초로 설정해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특히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은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저작권침해, 음란물유통의 규제 등에 있어서도 문제가 되는 것이므로 앞으로 다른 분야의 판결에서도 중요한 선례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또한 불법행위법은「價値의 對立」(conflict of value)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과실’과 ‘위법성’이라는 범주에 의하여 그 가치의 타당범위를 그때그때의 사안에 맞추어 획정할 중대한 임무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논쟁은 이미 언급하였듯이 여러 가지 가치들이 중첩되고 다면적으로 상충되어 해결이 어려웠던 영역이었다. 대상판결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삭제의무의 기준을 설정해 줌으로써 사업자의 위법행위와 적법행위 사이의 경계를 세우고 사업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손해를 분담시키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이것은 판례가 종래 고전적인 불법행위법의 영역을 극복하고 현대적인 분쟁영역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경향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이 대상판결은 그 판례적인 가치 및 결론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논리구성에 있어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대상판결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명예훼손적 투고에 대한 삭제의무의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삭제의무의 근거가 법령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일본 판결처럼 조리에 의한 것인지 명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또한 삭제의무의 존재여부 문제와 삭제의무의 범위 내지 삭제의무위반의 기준 문제를 준별하지 못하고 혼동함으로써 논리의 정교함을 잃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삭제의무의 범위 내지 삭제의무위반 기준의 내용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여 구체적 사례에서 수범자들에게 구체적 행위규범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생각건대 장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명예훼손적 투고에 대한 삭제의무의 근거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 적용되는 한 위 법령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하여 삭제의무는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삭제요구를 한 경우에 발생하고 그 위반여부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투고된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 객관적으로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03-11-24
교과용도서의 검정과 국민의 교육권
法律新聞 1840호 법률신문사 敎科用圖書의 檢定과 국민의 敎育權 梁 建 漢陽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1면 ============ 1. 事實의 槪要 원고(김기숙외 2인)은 1984학년도부터 사용할 중학교 1, 2, 3학년용 및 고등학교용 미술교과서를 공동저작하여 피고(문교부장관)에게 검정신청을 하였는데, 1차심사에서 모두 적격판정을 받았다. 그후 교사용 지도서의 심사본을 제출하였는데, 1983년7월11일자로 중학교용 및 고등학교용 지도서 모두에 대해 부적판정의 처분이 내려졌다. 먼저 고등학교용 지도서에 대한 부적판정의 이유를 보면, 『그 총론부분에 있어서 1.과거 미술교육의 실상이 사회적 압력이나 교육제도의 모순으로 그본질이 왜곡되어 왔다는데 강조점을 두고, 부정적인 견해를 크게 부각시켰고…… 각론부분에 있어서는…… 4.…전통문화의 탁월성을 긍정적으로 발전계승시켜 나아가고자하는 국시의 지표에 어긋나고 있다고 판단된다』는 등의 사유를 들었다. 한편, 중학교용 지도서에 대하여는, 『1.미술과 특성 서술이 개정 교육과정의 근본정신과 부합되지 않으며…』등의 사유를 제시하였다. 원고는 부적판정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검정심사가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것이었느냐의 여부에 있었으며 법령상의 검정심사제도 자체의 문제, 즉 검정제도 자체의 위헌 또는 위법 여부는 직접 다투어지지 않았다. 다만, 다음에 보는 것처럼, 고등법원판결은 부분적으로 헌법적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판시하기를(서울고등법원제6특별부, 83구910, 1986년8월12일), 『피고가 정당한 사유없이 원고들의 위 지도서들에 대하여 부적판정을 한 것은 재량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를 면할수 없다』라고 보았다. 판결문 가운데 검정심사제도 자체에 관한 일반론적 주요 판시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다. 『교과용도서를 저작·발행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할것이고, 교과용도서검정은 도서를 교과서 용도로서 발행하는데 대한 사권허가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많은 검정신청도서중 그 합·불합격의 결정에 대하여는 검정신청자의 이해도 크게 걸려있는 것이므로 국가도 대통령령(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으로써 그 시정절차, 검정기준, 심사방법, 검정합격의 유효기간등에 대하여 엄격한 규정을 두어 이에 따르도록 되어있음에 비추어 보면, 이는 기속재량행위에 해당한다 할것이고, 따라서 위 검정행위를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않는 자유재량행위라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를 받아들일수 없다. 나아가 본안에 관하여 보건대, 우리헌법이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는(…)한편, 학문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있으며(…)교육법은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있고(교육법 제5조, 제14조)따라서 학문의 연구자는 교육을 위하여 학문연구의 성과를 교과용도서의 집필, 출판하는 형태로 전달할수 있는 교과용도서 집필, 출판의 자유가 있다할것이고, 교과용도서검정에 있어서 심사는 원칙적으로 오기, 오식 기타 객관적으로 명백한 잘못, 제본 기타 기술적 사항에 그쳐야 하며 저자의 교육적 견해 등의 당부는 국민 및 교육을 담당한 교사들에 의하여 평가되어야 할것이며 행정당국의 판단에 맡겨져서는 안된다 할것이고, 더욱이 이사건 지도서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재 및 교육방법을 판단할수 있는 자격을 갖춘 교사들에게만 주어지는 교육자료인 점에서 학생용 교재인 교과서보다 폭넓은 집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할것이고 이에대한 검정심사는 공적교육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지도조언에 그쳐야할 것이다』 2. 判 決 위 고등법원 판결에 대하여 피고는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학문을 연구하는 자가 그 학문성과를 집필 출판하는 자유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의 검정에 있어서 피고의 심사는 원칙적으로 오기, 오식 기타 객관적으로 명백한 잘못, 제본 기타 기술적 사항에 그쳐야 한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피고가 시행하는 검정은 그 책을 교과용도서로 쓰게 할것인가 아닌가를 정하는 것일뿐, 그책을 출판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며, 현행 교육제도하에서는 피고가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를 검정함에 있어서 그저술한 내용이 교육에 적합한 여부를 심사할수 있다고 하여야 할것이며…, 법원이 그 검정에 관한 처분의 위법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피고와 동일한 입장에 서서 어떠한 처분을 하여야 할것인가를 판단하고 그것과 피고의 처분과를 비교하여 그 당부를 논하는 것은 불가하고 피고가 관계법령과 심사기준에 따라서 처분을 한것이면 그 처분은 유효한 것이고 그 처분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또는 재량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때가 아니면 피고의 처분을 취소할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評 釋 (1) 대법원판결의 요지는 다음의 세가지 점으로 정리될수 있다. 첫째, 교과용도서의 검정이 『그 책을 출판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점은 교과용도서 검정이 헌법상 출판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아님을 밝히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러한 견해는 일본의 이른바 제1차 교과서 소송의 제1심판결(東京地裁, 1974년7월16일)에서 제시된 것과 동일하다. 둘째, 검정심사의 범위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오기, 오식 기타 객관적으로 명백한 잘못, 제본 기타 기술적 사항에 그쳐야 한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저술한 내용이 교육에 적합한 여부를 심사할수 있다』라고 보고 있다. 이 부분은 고등법원 판결을 정면에서 거부한 것이며, 검정의 법적 성격을 자유재량행위로 파악하는 입장이 전제되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셋째, 위와같이 검정심사의 범위를 광범하게 보고, 그 성격을 자유재량행위로 파악하는 결과로, 법원의 심사범위도 재량권 남용여부에 국한된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위의 둘째 부분으로부터 논리적으로 자연스레 귀결되는 것이라 할수 있다. (2) 위와같은 대법원의 判旨에 대하여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할수 있다. 대법원판결의 핵심은 검정심사의 범위에 관한 부분인데, 이에관해 「저술내용의 교육적합성 여부」라는 광범한 심사범위를 인정하고 있다. 우선, 문제는 이러한 견해의 논거가 제시되지 않고있다는 점이다. 판결문을 보면 그 논거와 관련된다고 풀이되는 이유제시는 오직 한가지이다. 즉, 검정이 『책을 교과용도서로 쓰게할것인가 아닌가를 정하는 것일뿐 그 책을 출판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검정심사의 범위에 관한 논거가 될 수없다. 그 까닭은 이러하다. 검정심사의 결과, 부적판정이 내려졌다고 하여 일반도서로서 출판할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곧 교과용도서의 출판이 헌법상의 출판의 자유와 무관한 것이라고는 볼수 없다. 일본의 이른바 제2차 교과서 소송 제1심판결(東京地裁, 1970년7월17일)에서도 지적되어 있는것처럼, 출판의 자유는 일반도서의 출판의 자유뿐만아니라 교과용도서의 출판의 자유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다만 교과용도서의 출판은 일반도서의 출판에 비하여 더 큰 제한을 받는 점이 다를뿐이다. 여기에서 「더큰 제한」이 어느정도인가는 기본적으로 이른바 敎育權의 소재가 어디에 있다고 보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敎育權이라는 용어는 여러 뜻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교육내용과 방법을 결정, 실시하는 권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교육권에 관한 문제의 핵심은 누가 교육권을 가지느냐 하는 그 소재 또는 주체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종래의 國家敎育權論에 대립하여 이른바 國民敎育權論이 제시되고 있다. 후자에 따르면, 국가기관이 교육내용에 개입하는 권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이를 교사, 학부모와 같은 국민에게 인정하려고 한다. 검정심사의 성격과 범위도 敎育權의 주체를 누구라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대법원판결을 보면 이문제에 관한 논급은 전혀 찾아볼수 없다. 이것은 고등법원판결에서 부분적이고 간접적이나마 교육권의 문제가 논급되어 있는 점과 대비된다. 또한 대법원은 검정심사범위와 관련하여, 『현행교육제도하에서는…』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현행교육제도」에 관한 법령의 해석에 있어서 교육에 관한 헌법규정의 올바른 해석을 도입할 필요성은 엄두에도 두지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풀이하건대, 대법원은 아마도 교과서 내용의 결정권이 일방적으로 국가에 있다는 國家敎育權論的 사고를 당연한 것으로 밑에 깔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러나 세계의 이른바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교과서 自由發行制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교과서검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에 있어서도, 그 최고재판소는 일방적인 국가교육론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이른바 학력테스트 北海島사건에서의 最高裁判決「1976년5월21일」참조). (3) 검정심사의 범위에 관해 고등법원 판결이 『오기, 오식 기타 객관적으로 명백한 잘못, 제본 기타 기술적 사항』에 그쳐야 한다고 본것에 대해서는 견해에 따라 심사범위를 너무 좁게 한정시킨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 있을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을 용인한다고 하더라도 대법원판결처럼 아무 제한없이 「교육적합성 여부」를 심사할수 있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국가주의적 발상이라고 보지않을수 없다. 이점에 관해서는 일본의 제2차 교과서 소송 제1심판결에서 제시된 견해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르면, 우리의 고등법원판결에서 제시된 심사범위에 덧붙여, 『교과서내용이 교육과정의 大綱的 基準의 틀 내에 있는가』까지를 심사의 범위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서 「교육과정의 대강적기준에의 적합여부」라는 심사범위는 대법원판결에서 말하는 「교육적합성 여부」보다는 훨씬 축소된 것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일본의 이른바 교과서 소송에 관하여는 拙稿, 「敎科用圖書 檢定에 관한 韓國과 日本의 判例」 劉基天博士古稀記念「法律學의 諸問題」1988년 博英社 참조). 교육민주화의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시점에서 우리의 대법원이 敎育權에 관한 문제의식조차 가지고 있지 못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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