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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정치
군(郡)의 체육회장후보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과정수료'를 '경영대학원 수료'로 학력 기재한 것이 후보등록 무효사유인가
1. 사건 개요 피고는 사적 자치단체인 강원도 정선군 체육회이다. 피고 선거관리위원회는 2020년 1월경 초대 민선회장을 선출하기 위해서 선거절차를 개시하였는데 후보자 D는 후보자 등록신청서의 학력 란에 'E중학교 졸업/F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로 기재하고, 이력서에는 'E중학교 졸업'이라고 쓰고 바로 아래 칸에 'F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로 기재하였다. 그런데 D는 F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지 않았고, 정규학력과정으로 인정되지 않는 'F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을 뿐이다. 이 사건 선거관리규정에는 회장 후보자의 학력에 관한 자격 제한은 없고, 다만 선거관리규정 제16조 5항 2호는 '후보자 등록서류를 고의로 조작하거나 중대한 사항을 거짓으로 작성한 것이 발견된 때'에는 그 후보자의 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D는 회장에 당선되었는데, 다른 후보자이었던 A와 B가 D의 허위학력기재를 후보등록 무효사유로 하여 피고를 상대로 선거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 사건 선거관리규정이 규정하고 있는 목적에 반하여 후보자가 등록신청서에 최종학력을 거짓으로 기재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선거권자가 후보자의 자질과 적격성을 과대평가함으로써 투표에 관한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 E중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인 D가 후보자등록신청서의 학력 및 경력에 'F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가 아닌 'F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로 기재한 것은 선거권자로 하여금 D의 자질과 적격성을 과대평가함으로써 D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다는 점, 결국 D의 행위는 '선거권자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기재하는 행위'로서 이 사건 선거관리규정에서 정한 중대한 사항을 거짓으로 작성한 것으로 되어 후보자등록 무효사유에 해당한다. 3. 쟁점 (1) 대법원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등이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등 선거의 절차에서 법령에 위반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그 사정만으로 당해 선거에 의한 당선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이와 같은 법령위배의 선거운동으로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하여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하여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때에만 당선인 결정은 무효이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다11837 판결)"라고 판시하였고,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라 함은 "선거에 관한 규정의 위반이 없었더라면 선거의 결과, 즉 후보자의 등록에 관하여 현실로 있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하는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8수5025 판결)"라고 판시하였다. 앞의 대법원판결들의 판시내용은 이 사건 대상 판결에서도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쟁점은, 당선자 D의 학력 허위기재 자체가 후보자의 자질과 적격성을 과대평가하게 하여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한 결과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하여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였고, 나아가 허위기재가 없었더라면 후보자의 등록에 관하여 현실로 있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된다. (2) 이 사건 대상 판결이 '선거관리 규정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라고 판시한 바가 과연 앞의 대법원 판례들의 기준에 비추어 합당한 판시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1) 먼저 피고가 선거관리규정에서 후보자등록신청을 할 때 체육회장 후보자격으로 일정한 학력, 예컨대 대학 학력 졸업 이상자로 명시해 놓았다거나 또는 정규학력을 기재하도록 명시한 경우라면 이는 선거권자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규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D가 마치 대학 학력 이상의 정규학력자인 것처럼 허위로 학력을 기재한 것은 대상 판결이 지적하는 대로 선거관리규정에 바로 위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체육회장의 후보자격과 관련하여 특별히 학력에 관한 제한 규정을 둔 바 없으므로 D의 행위를 바로 대상 판결의 판시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2) 다음으로, 후보자격으로서 학력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제한 규정이 없는 경우, 이 사건에서와 같이 후보자가 허위의 학력을 기재함으로써 후보자 등록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선거권자들이 그 학력이 허위 기재임을 안 경우와 이를 알지 못한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① 선거권자가 허위기재임을 알고 투표한 경우라면 허위기재와 선거결과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무효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학력을 속이는 것을 알고도 그래도 좋다고 혼인한 배우자는 혼인 후에 학력을 속였다는 것을 이유로 그 혼인을 취소할 수 없는 예와 같다. ② 문제는 선거권자가 허위기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투표하여 그 결과 당선된 경우이다. 이 경우는 '중대한 사유'로서 당선무효가 될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을 보면 투표권을 가진 총 55명의 선거인단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D가 29표(52.7%), 원고 A가 11표(20%), 원고 B가 15표(27.3%)를 각 득표하여 D가 회장으로 당선되었는데, 선거인단 55명 중 49명이 법원에 D의 학력기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하였다. D의 학력기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 확인서를 제출한 49명이라는 선거인단의 수는 낙선자 A와 B의 득표수를 합친 수 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웁고, 당선자 D에게 표를 준 29명보다 20명이나 넘는 숫자이다. 또 총 선거인단이 55명인 것에 비추어 절대 다수인 49명이다. 이들 선거권자 49명의 학력기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의 확인서는 후보 학력요건을 정한 바가 없는 이 사건 체육회장 선거에서, 선거권자들이 D의 허위학력 기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것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일 것이다. 왜냐하면 확인서를 제출한 선거권자들 가운데에는 이 사건 선거에서 A나 B에게 투표하고 D에게 반대한 선거권자들도 다수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D의 학력 허위기재 그 자체가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유가 되어 선거 무효사유가 된다는 대상 판결의 판시 내용은 수긍하기 어렵다. ③ 공직선거법에는 정규학력을 벽보에 게재할 것을 규정(동법 제64조)하고 있는데 후보자 등이 단순한 경력이나 정규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만으로는 처벌하지 아니하고, 그 허위사실을 일정 형식으로 공표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처벌(동법 제250조)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 당선의 무효는 당선인이 당해 선거에서 공직선거법에 위반된 죄를 범하여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 국한한다(동법 제264조). 2019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정선군 체육회를 비롯한 전국 240여개의 지방체육회는 사적 자치단체로 되었으며 그 회장은 공직자가 아니다. 그런데 공직자 아닌 지역체육회장 후보가 단순히 학력을 허위기재한 사실만을 가지고 이를 바로 '중대한 사유의 기준'으로 보아 그 선거를 무효로 판시한 대상 판결은 사적자치단체장의 선거에 공직선거의 경우 보다 더 무거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결국 D의 허위 학력기재를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하는 것과 같은 평가를 하였다고 보여진다. 4. 평석을 마치며 필자는 대학에서 교수, 그리고 총장직 등에 재직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배움에 대한 열망을 절실히 체감하였다. 경제적 어려움과 어떤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정 정규학력에 이르는 교육을 받지 못한 분들이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후 대학의 이른바 특별교육과정을 통해서 그들의 배움의 한을 푸는 경우를 수 없이 보아왔다. 이러한 사정으로 학력 또는 경력사항에 대학원의 정규교육과정이 아닌 특별교육과정을 정규교육과정을 수료한 듯이 표시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 것도 보았다. 이 사건을 보면서 학력 허위기재는 허위사문서 작성행위로서 형법상 처벌의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 많은 대학이 운영하는 특별교육과정도 고등교육기관의 엄연한 교육과정이며 다만 정규교육과정이 아닐 뿐이고, 따라서 학력 란에 정규교육과정을 쓰도록 명시하지 않은 이력서나 경력서 등에는 예를 들어 대학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를 기재하여도 된다는 점도 여론(餘論)으로 적는다. 그들의 뼈저린 열망을 무시하고 차단하는 것 역시 정규학력을 거친 배운 자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한편, 대학마다 특별교육과정 수료생에게 총장, 또는 특수대학원장 명의로 수여하는 교육과정 수료증을 주고 동문회를 구성하고, 대학의 간행물도 보내주며 도서관, 전산실, 각 연구소 및 연구센터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우를 한다. 이런 점에서 특별교육과정 수강생들이 정규학력과정과 특별교육과정을 거의 동일시하는 오해와 혼동이 생길 수 있다면 특별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으로서도 그 책임의 일부를 부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건 대상 판결이 오랜 동안 대학원의 특별교육과정을 지켜본 필자의 눈에 우연히 띄어 판례평석을 쓰게 되었지만, 필자는 냉철하게 이 사건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종래의 대법원 판결들과 기타 법리들을 보다 세심하게 살피며평석에 이르렀음을 밝힌다. 김숙자 명예교수(명지대 법대·전 배화여대 총장)
대학원
학력
최종학력
이력서
선거
김숙자 명예교수(명지대 법대·전 배화여대 총장)
2022-05-05
선거·정치
형사일반
위탁선거법상 금품제공 ‘지시’죄에서 지시의 개념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 제58조는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선거인명부를 작성하기 전에는 그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자를 포함한다)이나 그 가족 또는 선거인이나 그 가족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향응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제1호), 위와 같은 행위에 관하여 지시·권유·알선하거나 요구한 자(제4호) 등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사건은, 축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피고인이 조합원 A에게 다른 특정의 조합원 11명에게 각 10만원씩 합계 110만원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현금 110만원을 교부한 사안에서,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금전 제공을 ‘지시’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이다. 중간전달자 A가 실제로 조합원 11명에게 전달·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수하여 선거인들에게 금전이 제공되지는 않았다. 검사는 위탁선거법 제58조 제1호의 금전 제공죄로 기소하였다가, 공직선거법 제257조 제1항의 기부행위제한위반죄의 공모자 사이의 금전 교부가 기부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2002. 2. 21. 선고 2001도2819 전원합의체판결의 취지에 따라 항소심에서 금전제공지시죄로 공소장을 변경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은 선거인 매수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예비 내지 미수행위에 그친 사건으로서,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금전제공지시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하관계가 분명한 단체나 조직·직장 내에서의 지휘·감독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쟁점은,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 소정의 금품제공‘지시’죄에서 지시란 상하관계나 지휘감독관계를 전제로 하는지 여부이다. 2. 판시사항 금전 등을 ‘제공’하는 행위는 통상적으로 금전 등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비하여 금전 등의 제공을 ‘지시’하는 행위는 상대방에 대하여 금전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하도록 일방적으로 일러서 시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지시를 하는 사람과 그 상대방 사이에 단체나 직장 등에서의 상하관계나 엄격한 지휘·감독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3. 평석 대상판결은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금전제공지시죄에서 ‘지시’의 개념에 대한 법리를 최초로 선언한 판결로서, 공직선거법 제230조 제3항의 해석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판시사항을 담고 있다. 조합장 후보자가 ‘상하관계에 있지 않은 조합원에게 다른 조합원들에게 금전을 제공하라고 금전을 교부한 경우에 해당 후보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위탁선거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는 일종의 정의관념이나 처벌의 필요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입법정책적인 필요에 따라 ‘선거인 매수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예비 내지 미수행위’도 처벌하는 등으로 법률을 개정·보완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것이다. 피고인이 조합원 A에게 무슨 ‘지시’를 할 만한, 상하관계가 분명한 단체나 조직·직장 내에서의 지휘·감독관계에 있지도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처벌의 필요성 등에 경도되어 형사재판에게 금기시해야 할 유추 내지 확장 해석을 통해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금전제공지시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지시’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을 하라고 특정행위를 시키는 것’이다. 지시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시를 하는 사람과 지시를 받는 사람 사이에 상하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4. 3. 27. 선고 2011헌바126 결정도 공직선거법 제230조 제3항이 규정하고 있는 ‘지시’란 매수행위를 하도록 일방적으로 시키는 것이며 이는 지휘·감독관계를 전제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공직선거법벌칙해설'도, "지시하는 자와 지시 받는 자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관계에 있어야 하지만, 그것이 지시받는 자의 의사를 완전히 억압할 정도까지 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 소정의 ‘지시’란 상하관계가 분명한 단체나 직장 내에서의 지휘·감독관계에 터잡아 선거인에게 금전의 제공을 하도록 시키는 것을 말하고, 그와 같은 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선거인에게 금전의 제공을 하도록 부탁·의뢰·위탁하는 것은 여기서 말하는 지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판시에 반대한다.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
위탁선거
금전제공지시
선거인매수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
2019-10-07
형사일반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사전수뢰죄의 주체성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5. 선고 2018고합340 판결 -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07. 5. 10.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을 하며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6. 11. 소속 정당의 당내 경선에 출마하고, 경선을 거쳐 8. 20. 소속 정당의 대선 후보자로 선출되고, 11. 25. 후보등록을 마친 후 12. 19.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되어 2008. 2. 25.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공범)이 2007. 1. 24.경부터 취임 전까지 수차에 걸쳐서 취임 후 금융사 회장 임명과 관련한 돈을 수수하였다고 하여, 검찰이 피고인을 특가법위반(사전수뢰죄)으로 기소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형법 제129조 제2항의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주체를 최소한 ‘공무원 자격 취득을 위한 단계는 거친 자’로 한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 이전 시기에 대하여는 피고인을 사전수뢰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대상 판결은 "①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6. 10.경부터 계속하여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2007. 4.경부터 다소 지지율이 하락하여 2007. 8.경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으나, 결국 2007. 8. 20. 실시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대선까지는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2007. 12. 20.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② 피고인은 2007. 5. 10.경 경선 및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그 무렵부터 시작된 한나라당 경선 내내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지지율 1위를 달렸고, 2007. 8. 20.경 박근혜 후보에 승리하였다. 김백준은 이를 ‘경선만 통과하면 대통령이 되는 노마크 찬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라는 점을 들어, "비록 당시 거론되던 후보군 중에 피고인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하더라도 대통령선거일로부터 11개월가량 떨어진 2007. 1. 24.경에는 대통령 취임의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나, 적어도 2007. 7. 29.경에는 피고인이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 확정적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피고인의 대통령 당선을 상당한 정도로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부분 사전수뢰 범행이 이루어진 2007. 7. 29.부터 2008. 1. 23.까지의 기간에는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3. 평석 가. 판례의 법리 대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주체성과 관련하여 일반론으로, "형법 제129조 제2항에 정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대기하고 있는 자 또는 선거에 의하여 당선이 확정된 자 등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뿐만 아니라 공직 취임의 가능성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자를 포함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도472 판결 등)고 하여, 이른바 ‘개연성론’에 따라 검토해 왔다. 즉, 공모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의 공사 사장, 선거(선출) 이전의 도시개발조합 조합장 등도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이른바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있으면 ‘공무원의 될 자’로 판단해 온 것이다. 선거직 공무원과 관련된 대상 판례에서 법원은,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공직 취임의 개연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과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라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는지 여부, 당선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상태가 아니었던 피고인도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나. 학설의 태도 공직선거 입후보자의 경우 본죄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 학설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선거의 입후보자는 이른바 보험성 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고,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하는 견해(긍정설)와 입후보자 중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만으로 주체를 한정해야 한다는 견해(제한적 긍정설), 공직선거의 입후보자는 공무원이 될 자로 볼 수 없어 주체성이 없다는 견해(부정설)가 대립한다. 다. 검토 및 본 사안의 경우 (1) 사전수뢰죄의 ‘공무원이 될 자’라는 문언의 의미는, 보편적 언어감각으로는 공무원이 되기로 예정(확정)된 자 정도로 이해되며, 그렇게 파악하는 것이 보다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본죄는 비교법적으로 드문 입법례이며, 구성요건적으로도 예비죄적 성격이 있어 가벌성을 확장하는 해석은 보다 주의해야 한다. 특히 특가법이 뇌물죄의 행위태양을 따지지 않고 수뢰액에 따라 일률적으로 형을 가중하고 있는 현실 역시 고려해야 한다. 사실 판결 실무의 핵심은 사실 ‘개연성’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에 있다. 확실성, 개연성, 가능성 정도로 구획한다면 ‘고도의 개연성’은 ‘확실성’ 쪽에, ‘어느 정도의 개연성’은 ‘가능성’ 쪽에 방점이 찍히는 표현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될 자를 ‘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공모에 응하지도 않은 자, 공직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은 자까지 포함하는 것은 부당하다. 구성요건은 엄격히 해석해야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처벌의 흠결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보완하는 것이 옳다. 선거직 공무원, 특히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책에 ‘출마’한 자라면 ‘공무원이 될 자’로 보아야 한다. 당선가능성이 아무리 낮은 자라 하더라도, 선거일정 개시 후 유력 후보의 유고나 기타 정세의 격변 등으로 예상치 못하게 당선되는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입후보자’를 당선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본죄의 주체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당선 확정이 아닌 출마의 시점부터는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2) 피고인 당선 직전 선거에서 두 유력 후보가 있었다. 선거 5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약 13퍼센트였다(낙선자의 지지율이 높았다). 선거 2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그 격차는 거의 2배에 달했다. 당시에도 이처럼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는 짧았고, 결과적으로 낙선한 유력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파악한 사람들도 많았다. 심지어, 당선된 후보는 선거 출마를 앞두고 후보단일화 제안을 하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정치적 경험은, 선거운동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당선가능성을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일의 무의미함 내지 부적당함을 잘 드러내며, 제한적 긍정설과 판례의 태도는 여기서 한계를 보인다. (3) 대상 판례 사안과 같은 공직선거의 경우 이른바 잠룡, 예비후보자, 당내경선 참가자, 출마자 등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후보자에게도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한다면, ‘어느 시점부터 입후보자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유력 주자로 언급되는 시점은 시간적 거리가 너무 멀고, 당내 경선 절차는 보편적 절차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기에 제외해야 한다. 예비후보자 제도는 ‘정치 신인에게 공평한 정치참여의 기회를 주기 위해 고안된 제도’라는 점에서, 본죄의 주체성을 따지기 위한 적절한 시점은 아니다. 형식적 측면에서도 출마의사의 확실성이 드러나는 시점인, ‘해당 선거에 후보 등록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입후보자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 이렇게 볼 때, 수뢰 시점에서는 예비후보이자 당내 경선 참가자였을 뿐인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전수뢰죄 주체성이 인정되는 것은 2007년 11월 25일경 이후부터라고 보아야 한다. 4. 결론 공무원 자격을 얻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나, 공개채용 시험, 공개모집 그리고 선거 등으로 충분히 유형화가 가능하다. 학설은 이를 시도하고 있으나 대법원은 ‘어느 정도의 개연성’ 만으로 주체성을 판단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 법원은 명확성의 원칙과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고 하나, 진정신분범에서 보호법익의 문제는 ‘주체성’이 긍정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다. 대상 판결은 처벌의 필요성에 방점을 두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훼손했다.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다스
뇌물
이명박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2019-03-11
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법리
Ⅰ. 들어가며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사전수뢰죄로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1999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기각하였다. 필자가 검토한 결과 사전수뢰죄에 대한 판례는 그 사례가 매우 적을 뿐더러, 현실에서 주로 나타나는 '묵시적 청탁'과 관련된 사례는 더더욱 찾기 어려웠던 바, 그러한 이유로 시일이 많이 경과하였음에도 위 판결이 법원 결정의 근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판결을 확인한 결과 법이론의 측면 뿐만 아니라 실무상 형평의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있어 이하에서는 이를 검토해 보도록 한다. Ⅱ. 사안 피고인은 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국회의원직을 사임하였고, 자치단체장 선거일 며칠 전 B회사의 A사장으로 부터 민원과 관련한 현안에 대하여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조로 2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받았다. 그 후 당선이 되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취임하였다. 이와 같은 사안을 형법 제129조 제2항에 규정된 사전수뢰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었다. 당시 B그룹의 A가 조성한 비자금은 수십억원에 이르렀는데, 검찰은 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여 비자금이 사용된 내역 중 정치인들 30여명의 명단을 확보한 다음 그 중 일부 정치인들을 수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하였고, 8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 나머지 25명에 대해서는 그들이 받은 돈이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 선거자금 내지 후원금인 것으로 보아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검찰은 피고인을 자치단체장에 취임하기 직전 2억원을 받은 사실로 인한 사전수뢰죄 혐의로 불구속기소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1심 재판부인 서울지방법원 제30형사부는 1997. 12. 29. 사전수뢰죄는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청탁과 승낙이 있어야만 성립한다'고 하면서, 피고인이 받은 2억원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의 대가로 전달된 청탁금 또는 정치자금에 불과'하다고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찰은 항소, 상고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에서 모두 항소기각, 상고기각되었다. Ⅲ. 판결요지 및 쟁점 사전수뢰죄에서 구성요건으로 규정하는 '청탁'의 구체성과 특정성의 요부 및 그 정도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그 법리에 대하여 명확한 구체적 설시를 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원심이 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구체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하여 원심(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98노193호 판결도 구체적인 사전수뢰죄의 청탁의 구체성에 대한 법리 설시 없이 1심인 서울지방법원 97고합436호 판결의 취지를 인용하였다)과 1심의 사전수뢰죄에 대한 법리를 그대로 수긍하였는바, 아래에서는 사전수뢰죄에서의 '청탁'의 해석론을 구체적으로 밝힌 1심 판결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Ⅳ. 평석 1. 1심 판결의 요지 이 사안에서 1심 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청탁을 받고'라는 구성요건을 강조하면서 범죄성립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부탁과 그에 대한 승낙"이 있을 것을 요하고, 청탁과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나,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사전수뢰죄의 '청탁'에 대한 해석 일반 1) 학설의 일반적인 설명 이에 대하여 학설은 『청탁이라 함은 공무원에 대하여 일정한 직무행위를 할 것을 의뢰하는 것을 말하며, 「청탁을 받고」란 그러한 의뢰에 응할 것을 수락하는 일체의 행위사정을 말한다. 부정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정당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묻지 않으며, 청탁과 약속이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또 이 경우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김일수, 서보학, 박상기, 정성근, 박광민). 원래 형법전에 「청탁을 받고」라는 용어가 나타난 것은 구 형법이 「전항의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라 하여 그 죄책을 무겁게 규정한 데서 비롯되었으나 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의 유무는 죄책의 경중에 대한 표준이 되지 못하고 오직 그 직무와 그에 대한 대가관계의 유무를 결정하는 하나의 표준이 되는데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하여 왔는데, 현행법이 일본 형법 가안의 영향을 받아 단순수뢰죄의 경우는 이를 삭제하고 본죄에 있어서는 행위의 주체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이므로 뇌물과 직무와의 관계가 명확하지 아니하다고 보아 청탁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한 것이다』고 하여 직무행위가 특정될 필요는 없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으로 족하다고 설명한다. 2) 일본 학설 및 판례의 태도 일본 형법은 제197조 제1항 전단에서 '단순수뢰죄'를, 같은 항 후단에서 "이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하여 '단순수뢰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인 이른바 '수탁수뢰죄'를, 같은 조 제2항에서 "공무원 또는 중재인으로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 공무원이 된 경우"라고 하여 '사전수뢰죄'를 각각 규정하고, 그 '청탁'의 의미를 '수탁수뢰죄'와 '사전수뢰죄'에서 동일하게 해석하고 있는바, 우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위 규정에 대하여 일본의 학설 및 판례는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뇌물의 공여 자체에 따라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가 보여지면 족하다"고 하고, "청탁은 반드시 뇌물공여 사전에 명시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뇌물공여하는 것 자체에 의하여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를 표시하는 것도 청탁에 다름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다만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행위가 어느 정도 구체성을 갖는 것을 필요로 한다고 하면서, 이는 '수탁수뢰' 가중처벌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결국 일본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이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다는 것 그리고 직무행위는 어느 정도만 구체성을 띠면 충분하다는 것은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논리라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판결에 대한 검토 그러나 위 1심 판결은 "청탁과 승낙은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공무원의 직에 취임한 후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은 여기에서의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서 일반적인 학설, 일본의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는 해석을 근거 없이 배척하고, '청탁'의 해석을 위하여 '부정한 청탁'에 대한 배임수재죄의 해석을 끌어들였는데, 국가적 법익죄의 해석에 개인적 법익죄의 해석론을 차용하는 것은 전체 형사법체계에 비추어 맞지 않고,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뇌물죄의 청탁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마땅한 기준이 없다면 같은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해석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 뇌물죄에서의 다른 대법원 판례와의 비교 오히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요하는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의 '부정한 청탁'에 대하여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도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묵시적인 의사표시라도 무방하며, 실제로 부정한 처사를 하였을 것을 요하지도 않는다"(대판 2004도1632호)고 판시하고 있다. 위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인 서울지방법원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면서 ① 공여자와 C가 처음 만나게 된 것이 관광지구 신청이 이루어질 무렵인 점(1995. 6.경 선거 무렵), ② C는 도지사로서 관광지구 지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③ 불과 1년전에 관광지구에서 제외된 부동산이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④ 인근 부동산에 관광지구로 신청된 것 중 공여자의 토지만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등을 비추어 C에게 대가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함이 합리적이라고 하여 "관광지구 지정"이라는 직무행위에 대한 '명시적'이고, '구체적' 청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유죄로 인정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이 부분에 상고하였지만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었다. 위와 같이 국가적 법익죄인 제3자뇌물수수죄에서의 '부정한 청탁'에 대해서도 '묵시적'이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을 갖는 직무행위라면 그 청탁을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인데, 사전수뢰죄에서만 이를 달리 볼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인 1심 판결의 사전수뢰죄의 법리해석은 이렇듯 그 이후에 다수 축적된 '청탁'의 법리와 모순을 보이고 있다. 2) 지방자치단체 長인 시장의 직무행위의 포괄성 :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의 필요성 또한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경우에는 그 직무권한이 포괄적이어서 달리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 '직무'와 '뇌물' 사이의 대가관계는 반드시 개개 직무행위에 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성립할 필요는 없으며, 관련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것인 한 일반적·포괄적인 것이라도 상관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김일수, 정성근, 진계호 등)이다. 이러한 해석에 입각하여 대법원은 소위 '포괄적 직무관련성'(내지 포괄적 대가관계)에 대한 법리를 확립하였는데, 이는 대법원이 소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대법원 96도3376호 판결)에서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가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판시한 사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이는 대통령의 업무가 국정 전반에 걸쳐 포괄적이고 막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통령의 지위를 정확하게 반영한 취지라고 할 것이고 대법원은 국회의원에게도 위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대법원 97도2609호 판결)하고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포괄적, 광범위한 직무권한에 기초한 '포괄적 직무관련성'의 법리는 행정권에 대한 견제기능이 주권한이 되는 국회의원보다는 관할구역 내에서 대통령 못지 아니한 포괄적이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이 학설의 태도이고, 위 견해 역시 평석 대상 사건의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 취지는 ① 사전수뢰죄와 일반수뢰죄가 다를 것이 없는 점, ② 관할구역에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직무권한을 가진 단체장에게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을 포기하고, '갑자기' 구체적 직무관련성을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점, ③ 부산제강소의 현안문제를 잘 처리해달라는 것이 어찌 구체적 청탁이 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는 점 등인데, 마지막에서 제시한 것은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특히 두 번째 지적사항은 관할구역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및 그동안의 대법원이 일관되게 판시한 포괄적 뇌물죄 법리에 비추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3) 형평성의 문제 또한 이 사건과 같이 당선개연성이 매우 높은 차기 시장에게 직무행위에 대한 엄밀한 구체성, 특정성을 요구하면, 퇴임을 앞두고 있어 실질적 권한 없는 현직 시장이 금원을 수수한 경우보다 처벌가치가 훨씬 큼에도, 현직 시장은 직무관련성만 인정되어도 처벌가능한 반면 차기 시장은 처벌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Ⅴ. 결론 : 사전수뢰죄에 대한 최초의 판단인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선례로서의 가치가 극히 낮아 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대상 판결은 앞서 인용한 것처럼 서보학 교수가 지적하듯 사실관계 인정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법리적인 '청탁'의 해석에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학설의 견해, 같은 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 형법과의 비교,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직무권한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뇌물죄에서 다른 대법원 판례가 견지하는 '청탁'에 대한 해석 등 어떤 것과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법원공보에 실리지 않았을 뿐더러, 법원의 내부전산망에서조차 키워드 검색이 불가능한 관계로 그 동안 학계나 실무계에서 충분히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사전수뢰죄 법리의 정립을 위해서도 위 판례는 조만간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2-02-16
보안처분과 형벌불소급의 원칙
I. 事件槪要 피고인은 1995년6월27일 실시된 성남시장선거에서 후보자로 출마한 공소외 김병량의 선거를 위한 기초조사등을 하여 주는 과정에서 정식 용역대금 이외의 금품을 교부받고 또한 위 김병량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공소외 한숙자로부터 식자를 제공받아, 위 김병량이 후보자로 출마한 성남시장 선거에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위반했다. 또한 피고인은 평소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여,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이 담긴 서적 등 표현물이 이적성을 담고 있는 것임을 인식하고 위 서적등 표현물의 취득 및 소지행위가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선전·동조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하에 취득·소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제1항, 제5항을 위반했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995년6월부터 1995년11월15일까지 사이에 범한 이 사건 국가보안법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위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1997년2월18일 피고인에게 징역1년6월을 선고하면서, 1995년12월29일 법률 제5057호로 개정·신설되어 1997년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형법 제62조의2제1항, 제2항을 적용하여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국가보안법위반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및 형법불소급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II. 判決要旨 1997년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형법 제62조의2에서 말하는 보호관찰은 형벌이 아니라 보안처분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과거의 불법에 대한 책임에 기초하고 있는 제재가 아니라 장래의 위험성으로부터 행위자를 보호하고 사회를 방위하기 위한 합목적적인 조치이므로, 그에 관하여 반드시 행위 이전에 규정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재판시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해석이 형벌불소급의 원칙 내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다. III. 평 석1. 問題의 提起 1997년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형법 제62조의2 제1항은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명령 또는 수강명령을 부담부로 과할 수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보호관찰의 기간을 집행유예기간으로 함이 원칙이나 법원은 유예기간의 범위 내에서 별도로 보호관찰기간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을 그 시행이전에 발생한 범죄사실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원심과 대법원은 다같이 소급적용을 긍정한다. 그 이유는 신설된 집행유예의 부담부조건인 보호관찰이 형벌이 아니라 보안처분이므로 죄와 형벌의 소급적용을 금지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안처분도 죄형법정주의의 적용대상인가를 결론지으려면 죄형법정주의의 정신과 법치주의의 뿌리부터 살펴보아야 함은 물론 형벌과 보안처분의 차이가 과연 본질적인 것인지에 관한 검토도 필요하다. 2. 遡及效禁止原則의 趣旨·適用範圍 죄형법정주의의 네가지 원칙중 첫번째로 꼽는 것이 소급효금지의 원칙이다. 이 원칙은 구체적으로 立法者의 遡及立法禁止와 法官의 遡及適用禁止 두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소급효금지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을 행위자에 불리하도록 사후에 소급적으로 입법하거나 적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유법치국가의 이념은 국가의 형벌권행사 앞에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려는데 있다. 遡及適用禁止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보안처분의 가중에 대한 법률규정은 다만 그 법률시행 이후 장래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그 법률시행 이전에 저질러진 행위에 대해서까지 소급적용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우리헌법 제13조1항전단의 형벌불소급, 형법제1조1항의 행위시법원칙이 이에 관한 근거규정이다. 이 원칙은 소급효금지의 원칙 중 특히 형법적용자에게 지향된 것으로서, 범죄와 형벌및 보안처분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해 해석·적용되어야 하고 행위자에게 불리한 재판시의 법률을 사후적으로 소급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원칙도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처럼 자유법치국가의 인권보장적 의미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특히 法官의 恣意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다(大判 1992년10월13일, 92도1428. 소급적용금지의 원칙은 형사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인 한, 형법각칙의 모든 범죄구성요건, 형벌총칙의 모든 가벌성에 관한 법률규정, 각종 형벌 및 그 부수 효과, 집행유예및 선고유예 등 형벌유예제도의 조건, 보안처분에 관한 규정, 심지어 법창조적인 판례의 변경까지도 그 적용대상이 된다. 범죄로 인한 모든 가벌성 및 제재의 조건과 정도는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소급적용되어서는 안되고 행위자에게 유리할 때에만 소급적용될 수 있다. 3. 刑罰과 保安處分의 性格 형벌이 책임에 기초를 둔 형사제재인 반면 보안처분은 행위자의 장래 위험성에 기초를 둔 형사제재라는 지적은 당연하다. 그리하여 형벌과 보안처분을 형사제재의 두 축으로 삼는 형법체계를 刑法의 二元主義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책임개념의 윤리적 비난성이 약화되고 평화로운 공동사회의 질서유지라는 기능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책임개념과 붙어 다니던 책임응보사상도 형벌론에서 그 기세가 쇠하여가고 있다. 형벌론에서 책임응보사상에 기초를 둔 응보형론을 시대에 뒤진 것으로 벗어던지기로 한다면 형사제재에서 실제 형벌과 보안처분의 차이는 본질적인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우선 형벌과 보안처분은 목적에서 동일하다(목적일환주의). 다같이 일반예방및 특별예방의 목적을 가지고 일반인의 법익을 보호하고 행위자의 재사회화를 돕는다는 점에서 같다. 다만 본질에서 양자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난다. 형벌은 비난작용과 위해작용을 본질적 요소로 함에 반해 보안처분은 비난작용없이 단지 위해작용만을 갖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형벌의 기초인 책임에서 비롯된 비난작용은 보안처분과 비교할 때 형벌의 본질적 요소이지만 형벌제도 자체내에서는 위해작용에 비해 그 비중이 약하다. 결국 형사피고인이 국가의 형사제재앞에 불이익을 입게 되는 관점으로부터 보면 형벌과 보안처분이 개인의 자유에 위해를 가하는 위해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벌과 보안처분 이원주의를 취해야 할 이유는 형벌은 책임원칙에 의한 제한이 가능한 제도인 반면, 보안처분은 비례성의 원칙에 의한 제한이 고려되는 제도라는 제한상의 차이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형벌이나 보안처분이나 다같이 개인의 자유와 안전에 위해와 불이익을 가하는 형사제재라는 점이다. 형벌은 죄값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의 적용을 받지만 보안처분은 죄값 때문이 아니라 장래의 위험성때문에 이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아도 된다면 자유법치주의국가형법의 임무포기나 마찬가지이다. 주지하는 바대로 죄형법정주의는 합리적 계몽주의사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유주의적 정치사상의 발달과 더불어 구체화되어 왔다. 거기에는 홉즈류의 법을 통한 지배자의 자기구속, 로크·몽테스키외 이래의 권력분립론, 포이에르바하의 일반예방사상 그리고 법치국가의 책임원칙사상이 흐르고 있다. 자유주의의 요청은 형벌이든 보안처분이든 개인의 자유와 안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죄형법정주의를 통해 억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4. 執行猶豫와 負擔附條件의 性格 집행유예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종래부터 형벌과 보안처분이 함께 공존하는 고유한 종류의 法效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집행유예의 부담부조건으로 보호관찰·사회봉사명령·수강명령의 제도가 도입된 개정 형법상 집행유예는 종전보다 보안처분의 성격이 더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 부담부조건은 집행유예의 재사회와 목적을 위한 실효성있는 방법일 뿐 집행유예제도 자체의 본질적 요소는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성격규명에 아직 미진한 점이 없지 않다. 본래 집행유예제도는 일반예방적 관점에서 형집행의 필요가 없고 특별예방적 관점에서 형벌완화가 필요한 때에 형집행의 變容을 위해 투입되는 독자적인 제재수단이다. 따라서 형벌과 보안처분에 이은 형법의 第3元에 해당하는 독립된 형사제재제도로 파악하는 것이 옳겠다. 개정형법은 집행유예의 조건으로 보호관찰·사회봉사·수강을 부담으로 부가할 수 있게했다(제62조의2제1항). 이 부가처분은 집행유예의 재사회화목적의 실효를 거두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재사회화목적은 제일차적으로 수형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사회방위의 목적에도 기여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회 자체의 재사회화없이 유죄판결을 확정받은 소수의 수형자들에게만 일방적인 재사회화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보장과 법치국가적 제한범위안에서 최소한의 형법실현이라는 원칙에서 볼 때 지나친 국가작용이 될 위험도 있다. 재사회화목적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무조건 善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이 형사제재의 내용이나 조건에 관련된 것인 한 법치국가 헌법과 형법의 테두리안에 있어야 하고 그 원칙에 의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집행유예의 부담부조건인 보호관찰이 보안처분의 일종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보호감호·치료감호와 같은 자유박탈적 처분은 아니지만 자유제한적 처분이라는 점에서 그 부담적 성격은 분명하다. 집행유예의 성격을 형벌과 보안처분이 공존하는 독특한 법효과라고 하든 형집행의 변용을 위한 독자적인 제재수단으로 보든, 기존의 집행유예제도에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부가한 것은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법률변경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법관은 신설된 개정형법상의 이 조치를 이 법률시행이후의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적용해야지 그 이전의 행위에 대해 소급적용해서는 안된다. 보안처분에 대해서는 재판시의 법률에 따르도록 한 독일형법(StGB §2⑥)하에서도 「형벌과 그 부수효과는 행위시의 법률에 따른다」(StGB §1)는 규정의 해석에서 집행유예의 조건 및 그 밖의 법효과에 대해서는 行爲時法에 따른다는데 해석론이 일치하고 있다. 모름지기 行爲時法原則에 입각한 우리형법(제1조1항)의 해석에서도 「처벌」개념의 범위속에 집행유예의 조건이 포함되어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 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은 틀림없이 독일형법 제2조6항에 대한 정보를 고려했음직하다. 이 제도 자체가 이론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집행유예하는 마당에 한구석 허전함을 메꾸어줄 꺼리를 찾는 법관의 갈증앞에서는 고려의 가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호관찰이라는 조건부 부담이 가해진 개정형법 제62조의2는 국가보안법위반사건을 너무 가볍게 처리해서 올지도 모를 모종의 불안을 상쇄해 줄 충분한 꺼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부담부조건인 보호관찰이 보안처분이라고 해서 집행유예제도 자체를 통재로 보안처분으로 몰고가 재판시법을 적용한 법원의 처사는 형벌적 성격을 지닌 집행유예가 갖는 형사제재의 성격을 왜곡한 것임은 물론 行爲時法原則 및 遡及適用禁止의 原則을 위반한 것이다. IV. 結 論 보안처분에 대해 재판시법을 적용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우리형법에서는 行爲時法原則을 극대화 되도록 적용하는 것이 헌법합치적이다. 백보를 양보하여 보안처분에 재판시법이 적용될 수 있다손 치더라도 보호관찰을 부담부조건으로 하는 집행유예의 개정조항(제62조의2)은 처벌에 관한 형사제재규정으로서 행위시법원칙의 예외가 결코 될 수 없다.
1997-09-01
지방의회의원선거법 36조1항에 대한 헌법소원 -결정유형과 효력을 중심으로-
法律新聞 2026호 법률신문사 地方議會議員選擧法 36條1項에 대한 憲法訴願 -決定유형과 효력을 중심으로- 일자:1991.3.11 번호:91헌마21 全光錫 翰林大法學科助敎授, 法學博士 ============ 15면 ============ 1. 머리말 이사건은 헌법재판소의 오래되지 않은 역사에서 난제의 하나로 남아있는 헌법재판결정의 주문유형과 효력의 문제를 되새겨 볼수있게 하는 좋은 예이다. 이사건은 실체법적 측면에서도 여러가지 관점에서 접근가능하고 또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글에서는 결정의 유형을 중심으로 접근해본다. 이사건이 과연 불합치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유형인가를 밝히는 것이 이글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2.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지방의회의원선거법제36조 1항은 시도의회의원선거 후보자에게는 7백만원 그리고 구시군의회의원선거 후보자에게는 2백만원을 기탁금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사건 청구인은 1991년 상반기 시행예정인 서울특별시의회의원선거에 민중당추천으로 출마를 준비중인 자와 민중당이다. 청구인의 주장에 따르면 위 기탁금조항은 경제적 기반이 충분치 못한 젊은 계층, 또는 서민에게 사실상 입후보를 포기하도록 하는 효과를 갖기 때문에 헌법 제11조 평등권, 참정권, 구체적으로는 헌법 제25조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위헌규정이라는 것이다. 3. 헌법재판소의 결정요지 우선 헌법재판소는 이사건 본안전 판단에서 이사건이 법률의 규정 자체로서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전형적인 경우로 헌법소원심판대상으로서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하여, 이전의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였다. 청구인 적격의 문제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제한적인 인용을 하였다. 소제기인은 시도의회의원선거 출마예정자이고, 또 정당인 민중당은 시도의회의원선거와는 달리 구시군의회의원선거에서는 후보자추천권을 갖지 않기 때문에 이사건 시도의회의원선거에 적용되는 7백만원 기탁의무규정에 대해서는 청구인적격이 인정되지만 구시군의회의원선거에 관한 기탁금 2백만원 규정에는 직접관련성이 인정될수 없어 심리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이에 대해서는 변정수 재판관의 반대의견이 있다. 이 논점도 헌법재판의 객관적 성격과 관련하여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필자는 다수의견과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자세히는 이글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기탁금제도 자체가 헌법에 합치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이전의 유사한 사안인 국회의원선거법 제33조 및 34조에 대한 위헌심판사건(이하 88헌가6)에서 보다 명확히 긍정적인 대답을 하였다. 즉 기탁금제도는 선거비용의 후보자 부담가능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16조 2항에 직접적인 헌법적 근거에 의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탁금은 헌법 제25조 공무담임권을 사실상 공동화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즉 기본권제한에 관한 헌법 제37조2항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위헌적인 제도라고 할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입장에서 헌법재판소는 88헌가6결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7백만원의 기탁금은 그것이 너무 고액이어서 국민의 공무담임권,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는 판단을 하였다. 다만 역시 88헌가6결정에서와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규정을 단순위헌결정하지 않고, 변형결정의 한 형태인 불합치결정의 주문유형을 택하였다. 즉 이규정은 헌법에 반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즉시 위헌폐지되는 것은 아니고,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시행후 최초로 실시되는 시도의회의원선거 공고일까지 입법자에 의해서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자신이 제시한 불합치결정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7백만원의 기탁금이 과다한 것은 분명하지만 기탁금제도전체에 대한 위헌선언을 할 수는 없다. 둘째, 구체적으로 어떠한 한도까지의 금액이 합헌적인가 하는 기준액을 헌법재판소가 확정하여 제시할 수는 없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스스로 위헌적인 상태를 바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입법권을 존중하기 위한 주문유형이라는 것이다. 4. 평 석 (1) 쟁 점 헌법재판소의 불합치결정이유중 첫번째 논거, 즉 전체위헌결정을 할 경우 우리 헌법제116조2항, 제25조, 제37조2항에 헌법적근거를 가지고 있는 기탁금제도 자체가 위헌이 되는 결과가 되기때문에 불합치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거는 이전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찾아볼수 없던 전혀 새로운 논거이다. 왜냐하면 바로 이러한 경우 헌법재판소는 불합치결정이 아니라, 일부 위헌결정의 주문을 택했기 때문이다(예컨대 89헌마38, 89헌가113, 89헌가118). 다른 실천적 의미가 없이, 헌법재판소가 이전의 견해를 바꾸는 이유가 적시되어 있지도 않으며, 또 실제 불합치결정의 적용사안은 일부 위헌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 헌법재판소의 오해가 아니었나 한다. 따라서 이사건과 관련하여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사건이 과연 불합치결정의 적용사안에 해당하는가하는 질문이다. 체계적인 논리의 전개를 위해 첫째 불합치결정은 허용되는가, 둘째 불합치결정의 적용사안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셋째 이사안은 불합치결정의 적용사안에 속할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차례로 대답해본다. (2) 불합치결정의 허용여부 변정수재판관이 계속해서 제시하고있는 반대의견은 헌법재판소법은 불합치결정을 비롯해서 변형결정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논거로 헌법재판소법 제45조및47조를 들고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찬성할수 없다. 첫째, 헌법재판소법제45조「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만을 결정한다」는 규정은 헌법심판의 범위를 한정한 것으로 헌법재판소가 법률에 대한 헌법적 판단만을 하지, 당해사건을 직접 심판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러한 입장에서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1항의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는 규정도 다음과 같이 해석할수 있다. 즉 이규정은 결정의 종류로서 위헌결정에만 국가기관에 대한 기속력을 인정한 것이 아니고, 어떠한 종류의 결정이든 그 결정에 포함된 위헌성의 확인은 기속력을 갖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 불합치결정의 적용사안 이미 헌법재판소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불합치결정은 위헌심판에서 입법권을 존중하기 위한 주문유형이라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한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단순화해서 말하면 헌법재판은 입법적 재량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헌법재판의 본질은 역시 입법권에 대한 통제에 있다. 불합치결정을 함에 있어서 입법권의 존중은 자기 목적적인 명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입법부에서 제정된 법률을 위헌결정하여 즉시 효력을 상실시켰을 때 나타나는 법적상태」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할수없다는데에 보다 본질적인 불합치결정의 제도적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합치결정의 적용사안도 그것이 입법권의 존중을 필요로 하는 사안에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외국법의 연구를 통해 얻어진 불합치결정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사안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이다. (이에 대해서 자세히는 전광석「헌법재판에 있어서의 결정주문의 유형과 효력」, 「헌법재판연구」제2권 1990, 특히 148면이하 참조). 첫째는, 이른바 「상대적 헌법위반의 법상태(relative verfassungswidrigkeit)」가 존재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하나의 법률이 일정한 집단에 대해서는 조세감면의 혜택을 부여하면서, 본질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지않은 다른 집단을 이 혜택의 대상에서 제외한 경우,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합치하는 법상태를 창출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방법이 선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기존의 혜택을 철폐하여 두 집단을 모두 조세감면의 혜택에서 제외하거나, 아니면 두 집단 모두를 조세감면의 혜택에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이 사안에서 문제되는 것은 하나의 집단이 다른 집단과 「비교해서」조세감면의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사실이지,하나의 집단이 조세감면의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상태, 혹은 그 반대의 상태자체는 아니다. 바로 여기에 입법자의 형성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으며, 이 경우 헌법재판소는 우선 불합치결정을 하고, 궁극적인 선택적인 평등실현방법은 입법권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불합치결정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사안은 공무원봉급지급규정과 같이, 대체법안없이 해당법률을 위헌결정하면 전혀 봉급을 지급할수 없기 때문에 위헌법률이라도 잠정적으로 적용되는 상태가 전혀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보다 헌법에 충실한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이다. (3) 이사건의 불합치결정 적합성 이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불합치 결정을 행한 첫번째 논거, 즉 전체위헌결정을 할 경우 기탁금제도 자체가 위헌이 된다는 우려는 불합치결정을 행하기 위한 논거가 아니며 오히려 일부위헌의 주문유형을 택하는 논거이고, 또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헌법재판소의 이전의 입장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불합치결정이 헌법재판소가 생각하듯 입법권을 특히 존중하기 위한 적합한 주문유형인가하는 질문이다. 동시에 이번 사건에서는 불합치결정의 이유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1항을 위헌결정했을 때 헌법에 반하는 법상태가 나타나는가하는 문제도 밝힐 필요가 있다.(88헌가6 사건에서는 위헌결정을 할 경우, 기존의 국회의원과 보궐선거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 간의 동질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러한 논지는 곧 위헌결정으로 나타나는 법상태가 헌법에보다 반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므로 이 두번째 질문에 관한한 이글은 88헌가6사건에 대한 평석이기도 하다)생각컨대 불합치결정이 위헌결정에 비해서 일반적으로 입법권을 보다 존중하는 주문유형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해당법률을 개정할 의무가 입법자에게 부과된다는 것, 즉 입법자에 대한 헌법적 비난이 가해진다는 점에서는 위헌결정과 불합치결정은 같은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방의회의원선거에서 기탁금의 금액을 스스로 일정액으로 하향조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권한에 속하기 때문에 불합치결정을 한다고 하지만, 설혹 위헌결정을 하더라도 고액의 기탁금이 위헌이라는 것일 뿐, 헌법재판소 스스로가 기탁금의 구체적인 액을 결정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불합치결정은 입법권을 존중한다는 막연한 논거로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고, 위헌결정을 했을 때 그 결과적인 법상태가 곧 입법적 재량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되는 특별한 법적구조를 가지고있는 법률의 위헌심판에 적용되는 주문유형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1항을 위헌결정했을 때 그 결과인 법적공백상태가 헌법에 보다 반한다고 할수도 없다. 시도의회의원선거에 관한 한 아직 법률을 개정할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고, 또 설혹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유는 선거를 연기하는 효과를 가질지언정 약간의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원칙적인 주문형태를 벗어나서는 않될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헌법재판소 스스로가 시도의회의원선거 전까지 법률의 계속적용시한을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합치결정과 위헌결정은 사실상 같은 효과를 갖는데, 왜 일부위헌의 결정이 아닌, 불합치결정을 하였는지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불합치결정의 부적합성은 88헌가6 사건에서는 보다 뚜렷히 나타난다. 왜냐하면 위헌법률에 따른 국회의원의 동질성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함으로써 다른 헌법적 반대논거없이 불법의 평등을 헌법재판소 스스로가 야기한 결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5. 맺는말 이 사건은 심판대상인 법률의 구조를 기준으로 해서도, 또 위헌결정을 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기준으로 해서도 불합치결정이 이루어 질 수있는 사안이 아니다. 일부위헌결정의 주문유형이 보다 헌법에 충실한 것이다. 불합치결정주문이 허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헌법에 반하는 법률에는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것이 원칙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199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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