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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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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가치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I.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1999. 4.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외화획득용 원료구매승인서를 발급받고 이를 기화로 영세율로 금지금(순도가 1000분의 995이상 금괴)을 매입하고 이를 가공?수출하지 아니한 채 매입 즉시 전량 구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 업체에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라 함)를 부과, 판매하여 부가세 63억원을 징수하자마자 그 즉시 법인계좌에서 전액 인출하여 사용한 후 이중 15억원에 대하여는 부가세 신고조차 하지 않고, 나머지 48억원에 대하여는 신고만 한 채 제1기분 63억원 상당을 납부하지 아니하고, 이어 1999. 7. 동일한 수법으로 징수한 부가세 5억원 역시 임의 소비하고서도 신고는 하고 곧바로 폐업신고를 하는 등으로 제2기분 부가세 5억원을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2. 사건경과 가. 공소 제기(신고?미신고 불문 미납부 전액 조세포탈로 의율, 기소) 검찰은 2004. 9. 7.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미납부한 부가세 68억원 전액에 대하여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1항의 조세포탈행위로 의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나. 1심 판단(신고부분 무죄, 무죄이유는 조세포탈이 아닌 조세체납 문제라는 취지) 1심 법원은 2004. 11. 18. 미신고분인 제1기분 15억원에 대하여는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나머지 신고분 53억원에 대하여는 부가세의 조세채권 확정에 관하여 신고납부방식을 취하고 있는 현행 조세법체계하에서 부가세는 납세의무자의 신고로 일응 그 조세채권이 확정되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부가세액을 신고한 이상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신고한 이상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조세체납의 문제일 뿐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다. 원심 판단(원심파기, 신고부분도 조세포탈에 해당한다고 전부 유죄 선고) 검찰은 2004. 11. 20. 무죄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원심(서울고등법원)은 2005. 11. 23. 정상적으로 신고한 부분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영업활동을 통하여 이득을 얻을 목적이 없고 부가세를 납부할 의사 없이 사위적인 방법으로 영세율의 적용을 받아 금괴를 구입한 다음 이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여 부가세액이 포함된 판매대금에서 구입가격(부가세가 포함되지 않는 가격)을 제한 나머지 금액을 이득으로 취하려 한 것이므로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조세범처벌법규가 예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고, 비록 피고인들이 신고절차를 마쳤다 하더라도 조세포탈행위 성립에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1심 일부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신고한 53억원을 포함, 68억원 전액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II. 법적 쟁점 이건의 주요 쟁점은 위와 같이 수출계약서를 위조, 영세율인양 가장하여 영세율로 금지금을 매입하고, 부가세의 거래징수 제도를 악용, 구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업체에 부가세를 부과, 판매하여 마치 징수한 부가세액을 납부할 것처럼 가장,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 징수한 부가세액 전액을 그 즉시 임의사용한 다음 세무관서를 기망, 신고한 경우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임 즉 이건처럼 기망징수하여 기망신고한 경우 설령 신고는 하였더라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임 Ⅲ. 대법원 판결요지(전원합의체 판결) 1. 다수의견 (8인의 대법관, 원심판단 정당) 대법원은 2007. 2. 15. 전원합의체 판결로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의 확정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뿐만 아니라 비록 과세표준을 제대로 신고하는 등으로 조세의 확정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지만 조세범처벌법 제9조의3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의 기수시기에 그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고 그것이 조세의 징수를 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인하여 생긴 결과인 경우에도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시하면서, 다만,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조세의 징수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그 재산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은닉 또는 탈루시킨 채 과세표준만을 신고하여 조세의 정상적인 확정은 가능하게 하면서도 그 전부나 거의 대부분을 징수불가능하게 하는 등으로 과세표준의 신고가 조세를 납부할 의사는 전혀 없이 오로지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의도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실질에 있어서는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위와 같은 거래방식은 처음부터 정당한 세액의 납부를 전제로 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거래징수하는 한편 과세관청에 대하여는 책임재산의 의도적인 산일과 그에 이은 폐업신고에 의하여 그 지급을 면하는 부가세 상당액이 위 거래의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자 거래의 동기이었음을 알 수 있는바, 본 사안은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부가세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의도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징수한 부가세액 상당 전부를 유보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만 부가세를 신고한 것에 불과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 부가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것이어서 조세포탈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신고한 부분까지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2. 소수의견 (5인의 대법관) 이에 대하여 5인의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제시하였는데, 별개의견은 부가세와 같은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는 납세의무자의 신고에 의하여 조세채무가 확정되므로 과세표준 및 세액을 실제 그대로 신고하여 조세채권 확정에 어떤 방해나 지장도 초래하지 않았다면 설사 납세의무자가 조세체납의 의도로 과세표준 신고 이전에 재산을 은닉?처분하였다 하더라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하여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수의견과 같이 본다면 조세징수만을 불가능 또는 곤란하게 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조세포탈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이럴 경우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에 책임재산 은닉행위와 무납부 또는 과소납부행위를 포함시키고 징수권의 침해 여부에 따라 구성요건해당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되어 신고납세방식 조세의 본질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둘째, 대법원은 그동안 사전소득은닉행위를 과세표준 자체를 은닉하는 행위로 보아왔는데 다수의견에 의하면 책임재산 일반을 감소시키는 부정행위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게 되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 셋째, 다수의견과 같이 납세의무자의 책임재산을 은닉?탈루시키는 행위가 있으면 신고여부와 상관없이 조세포탈죄가 성립하는 것이라면 조세범처벌법 제9조의3에서 신고?납부기한이라는 기수시기를 따로 두고 있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넷째, 다수 의견에 따를 때 과연 어떠한 경우가 납세의무자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신고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여 실질적으로는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인지 알기 어렵다. 다섯째, 다수의견에 의하면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도 확정과는 상관없이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는 적극적인 부정행위와 징수불능이 있으면 조세포탈범이 성립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바, 종래에는 납세의무자가 기망행위를 하였으나 과세관청이 이에 속지 않고 정당한 상속세액을 부과한 경우 조세포탈범이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으나 앞으로는 납세의무자가 부과된 세액을 납부하지 아니한 경우 조세포탈범이 성립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종전보다 확장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여섯째, 우리 세법은 조세채무의 확정과 징수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일단 조세채권이 확정되면 그 조세채권에 대하여는 일반채권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바, 조세포탈죄는 정당한 조세채권의 확정을 방해하거나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이해하여야 하고, 다수의견과 같이 정당한 조세채권의 확정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더라도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Ⅳ. 판례 평석(이건은 기망징수에 기한 기망신고이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전형임에도 다수의견 이유란에 이에 대한 판시가 누락된 점) 1. 다수의견 의의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1항의 조세포탈범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함으로써 성립한다. 대법원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대하여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왔다. 또한 적극적 행위가 수반되지 아니한 단순한 미신고 또는 과소신고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왔다. 그리하여 이번 판례는 기한 내에 신고하되 납부만 하지 아니하면 포탈이 아니고 체납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고, 또한 단순 무신고나 허위 신고만으로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종전 판례(대법원 1998. 6. 23. 선고 98도869, 2000. 4. 21. 선고 99도5355 판결)가 있음에도 부가세 포탈에 관한 한 비록 확정 신고를 하였다 하더라도 거래 실질에 있어 징수불능 의도로 거래징수한 부가세를 유보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 신고하여 조세채권이 정당하게 확정되는 경우 이는 실질에 있어 부가세를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판시로 부가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 신고납세방식에서 신고는 조세채권을 확정시키는 준법률행위이고, 부과과세방식에서 신고는 단순한 세액결정자료 제출에 불과하므로 신고납세방식 세목(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등)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가 부과과세방식 세목(상속세, 증여세 등)보다 넓고, 일본 역시 우리의 부가세법에 해당하는 소비세법 제64조에서 조세포탈행위를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로 규정하고 판례도 부정행위를 “포탈의 의도로써 세금의 부과?징수를 불능 혹은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것 같은 어떤 위계 그 밖의 공작을 행한 것”(최고재판소 1968. 11. 8. 선고)이라고 우리 대법원과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는바, 이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례는 향후 자기부과조세제도의 확립 등과 괘를 같이하여 신고납세방식 세목의 경우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에 대해 종전보다 넓게 해석하겠다는 경향을 밝힌 획기적인 판례다. 여하튼 위 다수의견에 의해 2003. 7. 1. 이전에는 영세율제도, 그 이후에는 면세금제도를 악용하여 금지금 변칙거래를 통해 2조원 이상의 부가세를 포탈하여 국고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조직적, 지능적 조세포탈사범에 대한 법리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이들을 하나같이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구축되었다. 2. 다수의견 평석 다만 다수의견 유죄이유 판시내용과 관련, 아쉬운 점은 크게 네 가지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다수의견 판시 미흡에 기인하여 소수의견이 있었기에 이하 내용을 다수의견에 추가하여 판단하였으면 소수의견도 불식하고 세법엄격해석 원칙에 맞는 판시였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법해석 판시와 관련하여 일부 간과한 부분이 있다. 대법원 판례는 하나같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판시하는데 그치고 있는 바, 사기는 부정한 행위의 주요 태양으로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고, 여기서 기망이라 함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행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해석함에 있어 이건처럼 세무행정당국이나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하여 납세의 의무(헌법 제38조)를 감면받거나 공제받고, 징수한 부가세액마저 위 거래의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기에 징수불능케 하여 납세의무 이행을 면탈하여 세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단계에 이르는 행위 즉 기망신고, 기망징수 행위는 당연히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포함하여 판시해야 함에도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조차 이러한 기망신고, 기망징수 행위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대표사례로 포함시켜 판시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종전 판시에만 그친 아쉬움이 있다. 참고로 헌법상 납세의무를 침해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유사한 병역법 제86조에 정한 ’사해행위‘의 의미 및 그 실행의 착수시기와 관련되어 대법원 판례(2005. 9. 28. 선고 2005도3065판결)는 ’사위행위‘라 함은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조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러한 신체적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무행정당국을 기망하여 병역의무를 감면받으려고 시도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다른 행위 태양과 상응할 정도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면탈하고 병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에 비로소 사위행위의 실행을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점에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과 관련하여 기망신고, 기망징수 부분까지 포함하여 판시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둘은 이건에서 피고인들은 조세부과측면에서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인양 기망신고하여 조세부과를 불가능하게 하였기에 전형적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사전소득은닉행위)임에도 이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는 점이다. 기망신고인 이유는 첫째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로 지금을 양수한 사실이다. 둘째 영세율제도를 악용하여 영세율로 양수받은 지금을 하나같이 국내에 과세판매하여 거래를 위장한 사실이다. 셋째 그럼에도 마치 적법하게 영세율로 지금을 양수받은 양 매입세액을 영세율로 기망신고하여 공제받은 사실이다. 넷째 일부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고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다. 그리하여 위 네 가지 측면에서 피고인들은 영세율 적용대상이 아님에도 영세율로 매입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 영세율인양 기망신고하여 매입세액을 부당하게 공제받아 조세 부과를 불가능하게 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건 신고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태양인 기망신고에 해당함에도 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판시가 누락되었다. 사단법인 한국세무학회의 원심법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수출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출할 것처럼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로 부가세 신고를 함으로써 납부세액을 축소시키거나 환급받았다면 그와 같은 행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조세포탈범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참고로 일본의 통설이나 판례(최고재판소 1973. 3. 20. 선고)에 의하면 기망신고 일종인 허위신고 자체만으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셋은 피고인들은 조세징수측면에서 마치 부가세를 지급할 것처럼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 징수하고 이를 전액 임의사용하여 조세징수를 불가능하게 하였기에 전형적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징수불능)임에도 이에 대한 판시내용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기망징수하여 징수불능인 이유는 첫째 현금과 같고, 당일 매입하여 바로 매출하므로 시세변동이 없는 영세율 지금을 하나같이 매입가보다 저가로 과세매출하여 마치 징수한 부가세를 납부할 듯한 태도로 기망징수하는 등 구조적으로 부가세를 납부할 수 없는 거래를 한 사실이다. 둘째 징수한 부가세 전액을 사적으로 임의로 사용, 횡령하여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사실이다. 셋째 궁극적으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수출업체의 부정한 환급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 위해 수입가격보다 저가수출을 하여야 하고 저가수출을 위해 반드시 저가 과세매출할 수밖에 없는 거래를 통해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사실이다. 넷째 납부능력이 없는 자를 대표이사로 내세우고, 주범은 해외로 도주하고 사무실을 폐업하여 영업을 중단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설령 견해를 달리하여 신고를 하였기에 조세부과측면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없다 하더라도 종전 대법원 판례 즉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는 판시에 의하더라도 이건에서 피고인들은 거래징수제도를 악용하여 처음부터 조세징수가 불가능한 거래를 하였기에 그 행위 자체만으로 신고여부와 무관하게 조세징수 측면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즉 기망징수에 해당함에도 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이유 설시가 분명하지 않은 점이다. 넷은 기망신고, 기망징수인 경우 부가세 신고가 본건 조세포탈범 성립을 배제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누락된 점이다. ‘사기 기타 부정행위’는 단순한 하나의 행위일 수도 있지만 일련의 행위가 복합적으로 해당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행위만으로는 적극적인 침해의사를 인정할 수 없더라도 여러 개의 행위를 종합하여 조세포탈의사에 의한 적극적인 행위인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1심 판결과 같이 부가세 신고를 한 부분과 신고를 하지 않은 부분을 나누어 피고인들이 부가세 신고를 한 부분은 조세채무가 확정되었으므로 단지 조세 확정 이후의 체납의 문제라고 보는 것은 범행의 전체적 기망과정을 도외시한 것이다. 본건에서 피고인들의 신고는 조세의 확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당국의 즉각적인 세무조사를 피하여 제1기분 부가세 포탈에 그치지 아니하고 제2기분까지 이어가기 위해 시간을 확보하거나 조세포탈 의도를 은폐하기 위한 기망신고로 대표적인 위계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살핀대로 기망신고, 기망징수 의도하에서 행해진 신고는 본건 부가세 포탈 성립을 방해하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음에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 그리하여 이건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세체납 문제로 판단한 1심은 어떠한 적극적 부정행위, 즉 기망신고, 기망징수가 없는 단순 체납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3. 소수의견 비판 소수의견은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 다수의견을 비판하고 있는데, 결국 그 핵심은 다수의견과 같이 볼 경우에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에 책임재산은닉 후 무납부 또는 과소납부한 행위까지 포함시키게 되는데 이는 구성요건이 확장되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고, 신고납세방식 조세의 본질에도 어긋나며, 조세가 확정된 이상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고 조세채권 징수의 문제만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의견은 정상적인 영업활동 후 체납을 위해 책임재산을 은닉하고 무납부한 경우를 상정하여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정상적으로 신고까지 마친 후 단지 세금을 면하기 위하여 책임재산을 은닉하고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까지 조세포탈범으로 보겠다는 것은 아니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있었던 경우와는 다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영업활동이 아닌 조세포탈 일련의 과정이었을 뿐이다. 다수의견은 애초부터 세금을 낼 의도없는 형식적인 부가세 신고는 비록 금액에 있어서 허위, 과소신고가 아니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보아 허위, 과소신고와 마찬가지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책임재산은닉행위를 구성요건의 하나로 추가한 것이 아니라 이 역시 형식적 신고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단서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일 뿐이다. 부가세 신고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실상 신고가 없는 경우나 다를 바 없는 경우에 신고가 있었음을 이유로 조세포탈범의 성립을 부정한다면 무신고를 통해 1회성 거래를 통하여 단기간에 걸쳐 조세를 포탈하려고 기도하는 자보다 이건처럼 계획적?지능적 범의 하에 신고를 하면서 마치 징수한 부가세를 납부할 듯한 태도로 세무관서를 기망, 현실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지 아니한 채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여 더 많은 조세를 포탈하려고 하는 자가 더 유리하게 되는 결과가 되는바 이를 막기 위하여 실질적으로 신고가 없는 경우와 같이 보겠다는 것이고 소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조세포탈범의 행위 정형성이 무너질 만큼 구성요건을 확장한 것은 아니다. 이는 추상적인 법률을 해석하여 구체화된 기준을 제시하는 법관의 법률 해석의 권한 내에 있는 것이지 명문의 규정을 넘어서 가벌성을 확장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다수의견 평석에서 밝힌 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기망신고, 기망징수를 포함하여 해석, 판시하였다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소수의견 없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여 신고납세방식 세목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을 보다 넓고 명확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이에 대한 해석의 엄격성을 유지하는 등 헌법상 원칙인 조세법률주의도 한 차원 더 구현하는 기념비적인 판례가 되었으리라고 확신한다. Ⅴ. 결 론 대상판결은 피고인들과 같이 부가세의 영세율제도, 거래징수제도를 악용하여 징수한 부가세를 횡령하고 저가매출로 구조적으로 조세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고 기망신고한 경우에는 과세표준 신고여부와 무관하게 조세포탈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검찰측 주장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서 부가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를 확대한 획기적인 판례라 할 것이다. 다만 오랜만에 조세포탈행위 해석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인 만큼 이번 다수의견에서 종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기망신고, 기망징수까지 추가하여 포함됨을 명확하게 판시하였다면 세법 엄격해석에도 부합되면서 부가세 포탈에 관한 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와 관련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시금석과 같은 판례가 되었을 것이 확실함에도 이를 포함하여 판시하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건은 검찰에서 종로일대 금시장 부가세포탈 수법을 포착, 서울고검 주재로 특별대책본부를 편성하고 국세청과 공조수사를 착수하고, 공판까지 직관하여 사단법인 한국세무학회 의견조회, 국세청 유권해석(각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취지), 의견서를 통한 적극적인 의견개진 등을 통해, ① 포탈규모 2조원 이상의 사상최대 탈세범죄를 적발하고, 연간 5천억원대 부가세 부정환급, 금지금 수출입 과정에서 수입가보다 저가 수출을 통해 590억원 상당에 이르는 국부해외유출을 차단하게 되었고, ② 이건 수사 이전 금 수입물량이 정상보다 6배나 상회하는 등 금시장이 조세포탈의 온상이었으나 수사착수이후 금 수입물량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등 금시장내 조세포탈사범을 발본색원하여 금 수출입질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③ 단순한 수사에만 그치지 아니하고 공판에 이르기까지 검찰, 국세청 등 유관기관간에 실질적인 공조체제가 이루어낸 대표적인 수사, 공판성공사례로 새로운 판례를 개척하여 탈세사범에 대한 수사를 보다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조세포탈범은 국가의 조세행정을 부정하게 저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건의 경우 국고의 해외유출을 야기하는 등 반사회적인 범죄로 지탄을 받고 있으며 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 국제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더욱이 경제의 발전, 정책 및 세제변화 등에 따라 불확정개념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대한 판례 축적 등을 통해 이러한 범죄의 추세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법률이 제 역할을 못하도록 방치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향후 조세사범 수사실무에 있어서 갖는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2007-08-06
불법한 긴급체포 중 작성된 피의자신문 조서 및 약속에 의한 자백의 증거능력
I. 사실의 개요 검사는 현직 군수인 피고인 A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B 및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한 후 A를 소환·조사하기 위하여 군수실로 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A가 자택 근처 다른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수사관이 오면 그곳으로 오라고 했다는 도시행정계장의 말을 듣고 행정계장과 함께 A가 기다리고 있던 장소로 가서 A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 위반의 혐의로 긴급체포하였다. 이후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때까지 A를 유치하면서, 검사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한편 별건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수사받고 있던 B는 A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검찰진술을 한 후 사안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문서위조 부분에 대해서만 분리기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검사로부터 보석허가의견까지 받았다. B는 검찰에서는 뇌물공여를 인정하였으나, 법정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검찰에서의 자백은 허위진술이라고 증언하였다. 대법원은 A의 검찰피의자신문조서는 불법한 긴급체포상태에서 작성된 것이기에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배제된다라고 파악하고, B의 진술의 경우는 그 임의성은 인정되지만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A의 뇌물수수와 B의 뇌물공여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II. 불법한 긴급체포 중에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배제 1. 불법한 긴급체포와 자백배제 긴급체포란 중대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받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에 대하여 법관의 사전 체포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경우 허용되는 무영장 체포를 뜻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 위반의 혐의를 받고 있었던 바, ‘범죄의 중대성’ 요건은 충족된다. 그러나 체포의 ‘필요성’과 ‘긴급성’ 요건은 충족되지 못한다. 이 사건에서 검찰수사관이 피고인을 체포할 당시 피고인은 우연히 발견한 것도 아니고, 피고인은 스스로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할 태세를 갖추고 자신의 거처를 일러주도록 미리 지시해두었다. 그리고 수사관이 체포장소에 도착하였을 때도 도망하려거나 소환에 불응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직시하자면 긴급체포를 실행한 검사 등의 판단은 현저히 합리성을 잃었다고 보이며, 따라서 긴급체포의 요건이 흠결되었음에도 수사기관이 체포영장 없이 긴급체포형식으로 피의자를 체포·구금한 것은 영장주의에 위반한 위법한 구금에 해당한다. 불법한 신체구속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영장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다. 이러한 불법한 신체구속 상태에서 피의자로부터 획득한 자백이나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면 영장주의는 형태화되고 만다. 불법한 긴급체포는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중대한 위법으로 그 체포에 의한 유치 중에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대해서는 우리는 완전히 법원과 의견을 같이 한다. 근래까지 대법원이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동원하여 임의성이 있는 자백을 배제한 것은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접견권이 침해된 경우에 제한되어 있었던 바, 대상판결은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불법한 체포 상태에서 획득한 자백에 대해서도 적용한 획기적 판결이다. 이는 불법한 체포상태에서 획득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일련의 판결, 예컨대 1975년의 ‘Brown v. Illinois 판결’[422 U.S. 590 (1975)], 1979년의 ‘Dunaway v. New York 판결’[442 U.S. 200 (1979)] 및 1982년 ‘Taylor v. Alabama 판결’[457 U.S. 687 (1982)] 등에 비유될 만하다. 2. 배제의 근거 그런데 법원이 취하는 배제의 근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09조를 ‘자백의 임의성 법칙’으로 파악하고, 이를 자백의 위법배제법칙과 구별하여 이해하고 있다. 즉, 고문에 의한 자백같이 자백의 임의성이 없는 경우와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할 수 없으나 그 획득의 절차와 방법이 위법한 경우 사이의 질적 차이에 주목하고, 전자는 자백배제법칙으로, 후자의 경우 자백의 임의성 문제가 아니라 별도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배제의 근거는 초실정법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실정법화된 자백배제법칙이어야 한다. 연혁적으로 볼 때 자백배제법칙이 ‘임의성’ 기준과 불가분의 관련을 맺고 있음은 사실이며,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문언에 ‘임의성’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절차의 위법은 있으나 임의성이 인정되는 자백을 예상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해석과 일치하지 않는다. 임의성에 의심 있는 불공정하게 획득된 자백은 이미 임의성 있는 자백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경우는 위법수집자백배제에 대한 하위 실정법규가 없기에 헌법에서 바로 위법수집자백의 증거능력배제를 도출하였다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09조가 증거배제의 근거로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자백배제의 일차적 근거로 해석하는 것이 해석방법론으로 옳을 것이다. 요컨대 피고인 A에 대한 불법체포에 따른 불법구금상태에서의 진술획득은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로 인한 자백’ 획득에 해당하므로, 자백의 임의성과 상관없이 구속의 위법 때문에 자백의 증거능력이 배제되어야 한다. III. ‘약속’에 의한 자백의 증거능력 배제―임의성 결여인가, 신빙성 결여인가? 대법원은 B의 검찰진술의 임의성은 인정하지만 신빙성을 부정하여 증거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피고인 B의 검찰자백은 그 신빙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임의성에 의심이 있기에 배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상판례의 사실관계를 검토해보면, 검사는 별건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수사받고 있던 B가 A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진술을 하면 사기의 점에 대해서는 무혐의처분을 하고, 사안이 가벼운 사문서위조 부분에 대해서만 분리기소하기로 약속하고 B의 자백을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 따르면, 검사가 B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내린 이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가 사실오인, 수사미진, 이유불비 등을 이유로 재기수사명령을 하였는데도 불기소처분을 내린 검사는 항소법원에 불기소처분의 정당성을 극렬 주장하였고, 제1심 법원에서 B의 보석에 관한 의견조회에 대하여 이례적으로 보석허가의견까지 제출하였으며, B가 석방된 뒤에도 계속 불러 진술번복을 하지 않도록 관리하였고, 검찰주사보가 B를 수 차례 유흥주점에 데려가 음주·유흥케 하였고, B가 진술을 번복하여 보석취소결정으로 재수감된 후에도 제1심 선고판결 선고 전까지 무려 12회에 걸쳐 진술을 재번복하라고 회유하였다. 이상의 점에서 볼 때 검사와 피고인 B 사이에는 B의 자백을 하는 대가로 하는 일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보이며, 이 경우 B의 자백은 그 신빙성은 물론이고 임의성도 의심스럽다고 할 것이다. B가 당시 거액의 사기범행으로 중벌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고, 건강악화, 아들의 수술 등으로 고통받고 있었다는 점등을 고려하자면 검사의 사기의 점에 대한 불기소처분 약속은 B의 의사결정에 아주 강력한 영향을 주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다른 사건에서 대법원은 ‘일정한 증거가 발견되면 피의자가 자백하겠다고 한 약속이 검사의 강요나 위계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던가 또는 불기소나 경한 죄의 소추 등 이익과 교환조건으로 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자백의 약속 하에 된 자백이라 하여 곧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판 1983. 9. 13, 83도712]라고 판시한 바 있는데, 이를 반대해석하면 불기소나 경한 죄의 소추 등 이익과 교환조건으로 이루어진 자백은 임의성이 의심스러운 자백임을 밝힌 것이다. 요컨대, B의 자백은 ‘약속’에 의한 자백으로 그 신빙성 여부를 논할 필요도 없이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 이유가 있는’ 절차위법이 존재하였으므로 그 자백의 증거능력은 배제되어야 한다. IV. 맺음말 대상판례에서 법원이 불법한 긴급체포 상태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영장주의의 대원칙을 지키고 불법수사를 억지하는데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바 상찬(賞讚)받아 마땅하다. 다만 우리는 그 자백배제의 근거가 초실정법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09조이어야 한다고 보는데 차이가 있다. 그리고 피고인 B의 검찰자백은 ‘약속’에 의한 자백으로 그 신빙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임의성에 의심이 있기에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따라 배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2002-10-28
‘검사의 자의적인 공소권행사’의 의미
Ⅰ. 사 안 1. 공소사실(가스분사기를 허가없이 소지한 범죄사실, 이하 ‘후행사실’로 약칭함)과 본건 공소사실이 기소된 경위 : 피고인 J는 1997. 12. 24. 06:00경 불심검문을 당하여 ‘수회에 걸친 절도행위와 공기호부정사용죄의 혐의’로 긴급체포되어 같은 날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그런데 검사가 위 구속영장기재의 범죄사실(이하 ‘선행사실’이라 부른다)로 피고인을 신문할 당시(1998. 1. 5.), 여죄(餘罪)로 ‘후행사실’도 자백하였고 압수물까지 있었음에도 검사는 후행사건은 포함시키지 않은 채 선행사건만을 먼저 기소하였다(1998. 1. 8.). 그 후 곧이어 후행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어 같은 검사에게 배당되었다(1998. 1. 12.). 검사가 후행사건의 기소를 서두르지 않고 있는 도중에 선행사건의 판결이 확정(1998. 3. 11.)되었다. J는 1998. 3. 11. 대전지방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상습절도)죄와 형법위반(공기호부정사용)(이하 ‘선행(범죄)사실’로 약칭함)으로 ‘징역 1년6월 및 보호감호’를 선고 받고 청송교도소에서 그 형의 집행이 개시되었다. 검사는 후행사건을 송치받은 후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아니하다가 후행사건 송치일로부터 2개월 8일 후이며, 선행사실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인 1998. 3. 20.에야 비로소 피고인에 대한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이 때 피고인은 ‘가스분사기소지를 포함한 수회에 걸친 절도사실 등’을 자백하였다. 검사는 같은 달 21. 선행기소에 대한 판결확정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달 26.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면서 후행사실만 재차 확인하고, 같은 달 29. 대전지방법원에 본건 공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이를 ‘후행기소’로 약칭한다. 피고인이 선행기소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바이므로, 후행범죄사실 중 상습절도 부분은 선행기소에 대한 유죄판결선고전에 범한 것으로서 면소의 대상이어서 검사가 추가기소를 하지 못하고 후행범죄사실 중 소지부분만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청송교도소로 이감됨에 따라 후행사건도 의성지원으로 이송되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은 선행사건과 후행사건을 함께 재판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된 데에는 후행사건에 8건의 절도죄 여죄가 병합되어 있어 ‘경찰에서 그 여죄 부분의 수사관계로 선행사건과 분리하여 뒤늦게 따로이 송치’한 것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2. 제1심(의성지원 1998.11.7. 선고 98고단200 판결 총포·도검·화약류등단속법위반 하집 1998-2, 687쪽 이하)재판(관여법관 김수일.{법률신문}, 제2747호) : 제1심은 “ ‘피고인이 자신의 판결확정전에 범하여진 일련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동시에 재판을 받지 못함으로써 두번의 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 검사가 피의자가 범한 일련의 범죄행위 중 일부에 대하여 이미 구속기속된 사실을 ‘알면서도 정당한 이유없이’ 나머지 범죄행위에 대하여 신속한 수사 및 소추권행사를 하지 아니한 것은 ㉮ 검사의 태만 내지 위법한 부작위에 의한 공소권 행사에 기인한 것이고, ㉯ 또한 동시에 재판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헌법 제12조 제2항의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제도’에 비추어 ‘중대한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로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에는(대법원 1996. 2. 13. 선고 94도2685 판결참조), ㉰ 이시추가소추권 행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본건의 경우 “㈎ (중략) 선행사건과 후행사건을 함께 담당하였던 검사가 후행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을 시 이미 피고인이 선행기소 사건으로 구속되어 기소된 상태임을 명확히 알 수 있었던 점, 후행사건 송치 이후 검사가 한 수사로서는 후행공소사실 등의 재확인, 선행기소와 그 판결확정 확인 등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본건기소는 정당한 이유없이 신속한 수사 및 소추권 행사를 게을리한 ‘검사의 태만 내지 위법한 부작위에 기인’하며 ㈏ 피고인이 최초 체포 당시부터 경찰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고 그 증거물인 가스분사기마저 압수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범죄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소추권 행사 및 재판절차 등에 정통하지 못한 일반인인 피고인으로서는 위 선행기소 사건에 대한 재판 당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별도의 조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할 것이어서 ‘위 재판의 변론기일의 속행이나 선고연기’를 신청할 필요성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중략) 후행공소사실에 대하여 선행기소 사실과 병합재판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공소를 기각하였다. 검사가 항소하였다. 항소심은 거의 제1심판결을 지지하면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Ⅱ. 쟁 점 공소권의 남용으로 공소제기의 효력이 부인되는 ‘검사의 자의적인 공소권행사’의 의미. Ⅲ. 재판요지(파기환송) 검사가 ‘ⓐ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여지는 경우에 이를 ⓒ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이고, 여기서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볼 것이다.(중략) 원심은 ㉠ 검사의 이 사건 기소에 다른 어떤 의도가 있는지에 관하여 더 심리함이 없이 위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 곧 이 사건 공소의 제기가 공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여기에는 ㉡ 기소편의주의와 공소권의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대법관 이용훈(재판장) 김형선 조무제 이용우(주심)). Ⅳ. N&C(평석) 1. 현재까지 한국에서 공소권 남용 여부가 가장 많이 다투어진 사안유형은 ‘경합범관계에 있는 피고인의 일련의 범죄사실들’이 한꺼번에 기소되지 않고 그 중의 일부만 먼저 기소(이를 ‘선행기소’로 약칭함)되어 유죄판결이 선고된 후 선행기소에서 누락된 범죄사실을 검사가 별도의 공판절차로 기소(이를 ‘후행기소’로 약칭함)하여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경합범 조항’(형법 제37조)과 ‘관련사건의 병합관할조항’(형소법 제11조 제1호)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이익이 박탈되는 경우였다. 이런 유형의 사안에 대하여 가장 넓게 공소권 남용을 긍정하려 했던 입장은 대법원 1996.2.13. 선고, 94도2658 판결(공문서위조 공 1996,1017, 이하 ‘96년 판결’로 약칭함)의 원심판결이었던 부산고법 1994.9.7.선고 93노1497 판결이었고 그 다음으로 넓게 긍정하려 했던 입장이 바로 본판결의 제1심(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과 항소심(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 판결이다. 2. 본판결은 96년 판결이 전제하고 있는 공소권남용의 요건(검사의 후행기소가 ㉮ 검사의 태만 내지 위법한 부작위에 의한 공소권 행사에 기인한 것이고, ㉯ 또한 동시에 재판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한다) 중 ㉮의 요건을 축소하고 있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본판결의 재판요지 ⓓ 항이 그 점을 보여주고 있다. 본판결은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검사가 선행사실과 후행사실을 한꺼번에 기소하지 못한 것이 ‘ⓓ 단순히 검사의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하여 ‘96년 판결의 공소권남용요건’을 축소시키고 있다. 3. 대법원 1990.9.25. 선고, 90도1613 판결(국가보안법위반 공 884,2236)은 “원심이 특정사건에 대한 공소의 제기가 공소권남용으로서 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적어도 그 공소의 제기가 ‘검사의 직무상 범죄를 구성할 정도의 극한적인 경우에 한한다’고 판시한 것은 그 설시가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시하여 한국의 대법원은 일본최고재판소가 취하고 있는 공소권남용의 인정기준(검사의 직무상 범죄를 구성할 정도의 극한적인 경우에 한한다) 보다는 다소 넓게 긍정하겠다는 설시를 보여 주었었는데 본 판결에서 90년 판결과 96년 판결의 입장을 일보 후퇴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왜 하급심 법관들은 공소권남용을 넓게 인정하려고 하고 대법원은 좁게 인정하려고 하는가? 이 의문의 해답은 ‘사법정책적 관점의 상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4. 한국의 하급심 판사들은 공판사건이 날로 급증하고 있어 ‘검사의 남기소’를 억제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한국의 하급심이 공소권남용론에 적극성을 보이는 물적 토대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다른 한편 한국의 사법경찰관과 검사는 업무부담이 과중한데다 또한 구속기간제한에 쫓겨 본의 아니게 이런 유형의 후행기소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한편에서 하급심 법원의 ‘실무적 감각’과 ‘피고인의 이익고려’, 그리고 다른 한편 ‘사법경찰관과 검사의 실무적 고충’을 조화시키려고 위와같은 미묘한 ‘사법정책적 동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싶다.
200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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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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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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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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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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