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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사건의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 확정된 정정과 재심 사유 여부
Ⅰ. 사실관계 원고는 2015년 12월 24일 피고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롤방충망의 록킹구조'라는 이름의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해 진보성 부재를 이유로 등록무효심판(2015당5713)을 청구하였다. 특허심판원은 심판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불복소송에서 특허법원은 2016년 10월 21일 진보성을 부정하면서 심결을 취소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2016년 11월 4일 상고하면서 2016년 11월 28일 문제가 된 청구항에 대해 정정심판 청구를 하였고 특허심판원이 2017년 2월 8일 정정을 받아들이는 심결을 하여 그 무렵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Ⅱ.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 ① 특허가 무효라는 특허법원 판결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는 중에 해당 특허에 대해 정정심결이 확정되면 해당 판결에 대해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가 있다고 보아 파기환송 해 온 종전 판례들을 변경한다. ② ⅰ)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란 판결의 심리·판단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 그 자체가 그 후 다른 행정처분에 의해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거나 또는 그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증거자료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ⅱ) 심결과의 관계에서 원처분으로 볼 수 있는 특허결정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심리·판단해야 할 대상'일 뿐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등에 대해 정정심결이 확정되더라도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변경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ⅲ) 특허권자가 특허무효심판 절차에서는 정정청구를 통해 그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에서는 정정심판 청구를 통해 특허무효 주장에 대응할 수 있음에도 사실심 변론종결 후 확정된 정정심결에 따라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분쟁의 해결을 현저하게 지연시키는 것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그 밖의 논거들에 대한 소개는 생략). ③ 이런 법리는 특허권의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과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소송에서 그 특허가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하여 특허권자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특허권자로서는 특허권에 대한 정정심판청구, 정정청구를 통해 그런 무효사유를 해소했거나 해소할 수 있다는 사정을 재항변으로 주장할 수 있다.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의 종국판결이 확정되거나 그 확정 전에 정정의 재항변을 제출하지 않은 특허권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후 정정심결의 확정을 이유로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Ⅲ. 평석 엄밀히 살펴보면 대상판결은 두 가지 유형의 소송에 대해 정정이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고 있다. 즉, ⅰ) 특허무효 등 심결취소소송과 ⅱ) 특허침해나 권리범위확인 관련 소송이다. 정정의 확정을 재심사유로 취급하지 않는 논거 역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정정의 확정이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과 ⓑ 특허권자 등 당사자가 소송 과정에서 적시에 정정에 관련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미루다가 사실심 변론 종결 후에 비로소 이를 내세우는 것은 민사소송법 제1조(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무효심결 취소소송에 관하여 특허법이 원처분(특허등록)에 대한 다툼을 반드시 심판에 의하도록 하고 다른 형태의 불복을 허용하지 않음을 감안하면 심결에 대한 불복소송은 그 실질상 원처분에 대한 불복으로서 일체·연결성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무효심결에 대한 불복소송에서 대상판결의 ⓐ 논리는 그 자체로는 설득력이 있다. 정정제도가 특허권자에 의해 무효분쟁에서 절차 지연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면에서 ⓑ 역시 타당한 법리 설시라 할 것이다. 대상 판결에 따르면 사실심 변론 종결 후 이루어진 정정에 재심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종전 청구항을 기준으로 상고심을 진행함에 따라 해당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면 정정에도 불구하고 해당 특허는 무효로 소멸하고(이기택 대법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상고심이 원심의 결론과 달리 정정 전 특허가 유효라고 하여 원심을 파기하면 환송심은 정정 후의 특허를 기준으로 유·무효를 다시 판단하게 될 것이다. 2. 침해소송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이러한 법리는 특허권의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대한 심결취소 소송과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여 ⓐ, ⓑ 법리를 모두 특허침해소송 등의 사실심 변론 종결 후 정정이 확정된 때에도 적용하고 있으나 이는 문제이다. ⓐ의 경우 해당 특허 자체의 유·무효가 문제 되는 무효소송과 달리 침해소송의 소송물을 생각하면 해당 특허의 유·무효와 그 내용은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일 뿐 '심리·판단해야 할 대상'이 아님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침해소송 등에서는 대상판결의 법리 중 ⓑ만이 유효한 근거로 남는다고 해야 한다. 특허권자는 침해소송 과정에서 해당 특허의 무효가 예상되는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해 정정심판청구(혹은 정정청구)를 할 수 있다. 또한 침해소송의 피고가 해당 특허에 무효사유가 명백함을 이유로 권리남용의 항변을 하는 경우 그에 대한 재항변 사유로서 '장차 정정을 통해 무효사유가 치유될 것이 명백하다'는 점을 내세울 수도 있다(이른바 '정정의 재항변'). 문제는 특허권자가 침해소송의 사실심 변론 종결 전까지 정정절차를 밟거나 정정의 재항변을 하지 않았다가 침해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정정을 이유로 상고심에서 재심사유를 주장하는 것을 허용할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정정의 재항변' 개념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면서 ⓑ를 논거로 이를 불허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침해소송 판결이 확정된 이후 재심사나 정정을 통해 특허의 유·무효나 권리범위가 바뀌더라도 확정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특허침해 소송 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해당 특허를 무효로 하거나 정정하는 심결이 확정되더라도 이를 침해소송의 재심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일본 특허법 제104조의4). 우리나라에서도 특허권자가 침해소송 과정에서 피고의 무효 주장에 대응하여 정정심판을 청구하거나 정정의 재항변을 하지 않은 채 청구항의 유지를 시도하다가 결국 무효 사유가 인정되어 청구기각을 당하자 비로소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권리범위를 확보한 뒤 재심으로 판결 번복을 시도하는 것 등을 막을 필요가 있으므로 이 한도에서 대상판결의 취지는 적절해 보인다. 3. 문제점 무효심결 취소소송에 대해 앞서 본대로 대상판결의 ⓐ, ⓑ가 모두 법리상 근거는 있다고 하더라도 ⓐ 논거는 여전히 실천적 문제를 남긴다. 즉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 이루어진 정정은 일도양단적으로 배척되고 정정 전 청구항만을 근거로 원심의 당부를 판단하는 결과 상고심에서 정정 전 청구항이 무효로 확정되면 무효를 극복하기 위해 수행된 정정은 의미가 없어지고(정정과 무관하게 해당 번호의 특허는 무효로 된다고 하므로) 반대로 정정 전 특허가 유효하였다고 판단되면 오히려 정정을 통해 축소된 권리만 존속하게 되는 일도 예상된다. 권리자가 사실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뒤늦은 정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개별적 사정이 있더라도 일절 고려되지 않는 점 또한 문제이다. 이는 모두 상고심이 사실심 변론 종결 후의 정정에 대해 일괄적으로 재심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정정 전 청구항을 기초로 판단하는 데서 비롯된다. 반면 사실심 변론 종결 후에 이루어진 정정에 관해 ⓑ의 시각을 기본으로 그 수용 여부를 판단한다면 이런 문제점은 적절히 해결될 수 있다. 예컨대 상고심 계속 중인 특허에 대해 정정이 확정되더라도 '당사자가 상소로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렇지 아니하다'는 재심의 보충성 규정(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 취지를 유추하거나 소송상 신의칙을 적용하여 재심사유 존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대법원은 특허권자가 취한 절차상 태도 등을 신의칙에 입각해 파악한 뒤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재심사유를 인정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함으로써 정정 후 청구항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재심사유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정정 전 청구항을 근거로 스스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의 정정을 종전 판례처럼 일률적으로 재심사유로 보거나, 대상 판결처럼 일률적으로 재심사유가 아닌 것으로 보는 대신 상고심이 이를 '개별화·상대화' 하는 셈이다. 한편 침해소송에서는 본디 대상판결의 ⓐ 논거는 적용될 여지가 없고 ⓑ 논거만이 유효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요컨대 사실심 변론 종결 후 이루어진 정정의 재심사유 여부 판단 시 '특허권자 등 당사자가 소송 과정에서 적시에 정정에 관련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미루다가 사실심 변론 종결 후에 비로소 이를 내세우는 것은 민사소송법 제1조(소송상 신의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거(ⓑ)는 합당하지만 "정정의 확정이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거(ⓐ)는 법리적·실천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특허발명
특허심판원
특허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0-10-08
지식재산권
방법발명 특허에 대한 권리소진
Ⅰ. 판결의 요지 甲(원고)는 ‘마찰이동 용접방법’이라는 방법발명(A)의 특허권자이다. 해당 발명의 특징은, 접합할 부재들의 결합선 위에서 프로브에 강한 압력을 주면서 회전, 이동시킴으로써 마찰열로 부재를 녹였다가 굳혀 용접을 수행하는 데 있다. 甲은 乙(보조참가인)에게 A 발명을 실시하는데 적합한 장비 (마찰교반 용접기)를 제조·판매해도 좋다는 실시허락을 하였고, 그 뒤 丙(피고)은 乙로부터 乙이 제조한 마찰교반 용접기를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甲은 丙을 상대로 자신의 방법발명(A)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손해배상청구)을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은, ① 방법발명에 대한 특허권자 등이 그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에는 권리소진으로 인해 양수인이나 전득자가 그 물건을 이용하여 방법발명을 실시하는 행위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② 사안에서, ㉠ 丙이 사용한 용접기는 방법발명(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전용품이고 그 기술사상의 핵심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A를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며, ㉡ 乙이 丙에게 마찰교반 용접기를 판매한 것은 특허권자인 甲의 허락 아래 이루어진 적법한 양도이다. ㉢ 이처럼 丙이 적법하게 용접기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상 甲의 A 특허는 소진되어 丙의 용접기 사용행위는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평 석 대상판결은 특허권의 소진에 관한 것이다. 종래 특허권 소진 문제가 간접적으로 관련되거나 언급된 판례들은 있었으나, 소진의 근거와 성립요건, 방법발명에의 적용 가능성 등을 정면으로 설시한 대법원 판례는 대상판결이 처음이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방법발명을 구현한 물건이 적법하게 유통된 경우, 그 물건의 사용행위는 권리소진으로 인해 적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1. 방법 특허권의 소진 법리 특허된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적법하게 유통된 경우, 그 물건을 통해 해당 방법에 대해서도 특허권의 소진이 일어나고, 특허권자가 이후의 거래 당사자에게 특허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물건과 방법 간 발명의 실질에 차이가 없는 예가 많고, 방법발명이라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소진을 부정하면 특허권자는 청구항에 방법을 삽입하는 것만으로 권리소진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과 같은 법리는 이미 미국{Quanta Computer, Inc. v. LG Electronics, Inc., 553 U.S. 617 (2008)}, 일본{知財高判 平成18年 1月31日 平成17年(ネ) 第10021號 判決}, 독일(BGH GRUR 2007, 773, 776-Rohrschweißverfahren) 등에서도 판례를 통해 확인되어 있다. 문제는 소진을 인정하는 근거와 그 범위이다. 이에 대해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3가지 입장이 있다. ① 소유권설: 대상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 특허권에 우선한다는 점에서 권리소진의 근거를 찾으며, 적법한 소유물의 사용·수익·처분에 저촉되는 특허권 행사는 저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넘어 특허 물건의 ‘생산’에 이르게 되면 권리소진은 작동할 여지가 없다. ② 묵시적 계약설: 특허권자가 특허물건을 양도하거나 방법의 실시를 허락하는 행위에는 그 이후에 적법한 경로로 이루어지는 물건이나 방법에 대한 제3자의 실시행위에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묵시적 허락이 있는 것으로 본다. 영미(英美)에서 권리소진은 특허권자의 최초판매 행위에 포함된 묵시적 허락에서 근거를 찾는 것이 보통이다. ③ 신의칙 위반 내지 권리남용설: 특허물건이나 방법을 둘러싼 거래안전, 특허권자가 최초의 거래과정에서 이익을 회수할 기회를 가진 점 등을 감안하여, 특허권 행사와 관련된 신의칙 위반 혹은 권리남용을 정형화한 것이 권리소진 개념이라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에서의 통설·판례로 평가되고 있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 (1) 대상판결은 소유권설을 기본 입장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권리소진의 주장 주체를 “양수인이나 전득자”라고 전제하는 점, 사안에서 丙이 방법발명 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전용품의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으므로 권리소진이 성립한다고 하는 점 등에 비추어 그러하다(실제로 원심판결은 특허권 소진의 주된 근거가 양수인 등의 소유권 취득 때문이라거나, 권리소진은 특허권과 소유권의 접촉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이 특허권 소진의 근거로 ‘물건의 자유로운 유통 및 거래안전’과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의 실시대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음’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위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제(機制)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권리소진의 근거를 소유권에서 찾으면 권리소진의 성립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되어 부당하다. 예컨대 사안에서 乙이 방법 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용접기를 생산하여 丙에게 ‘대여’한 경우라도 丙은 이를 양수한 경우와 똑같이 甲에게 권리소진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법발명의 실시에 사용되는 물건 가운데 규모가 큰 설비(플랜트)처럼 생산·판매 대신 ‘대여’의 대상이 되는 것도 많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특허권의 소진은 소유권 취득보다는 ‘신의칙 위반’ 또는 ‘묵시적 계약’에서 근거를 찾는 편이 합당하다. (2) 다음으로,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일으키는 물건의 범위가 문제 된다. 대상판결은 이를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라고 표현한다.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특허권은 그 방법으로 생산된 물건의 양도·대여에도 미친다(특허법 제2조 제3호 다목, 제94조). 따라서 그 물건의 유통이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이루어진 이상, 방법특허에 권리소진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며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라는 표현이 여기에는 꼭 들어맞는다. 한편, 해당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유통에 놓인 경우는 검토를 요한다. 그 방법특허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간접침해를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특허법 제127조 제2호), 전용물이 방법특허 전체의 실시에 기여하는 정도는 다를 수 있으므로 특허권자가 전용물의 유통을 양해했다는 것이 곧 해당 방법 전체에 대한 권리소진을 낳는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상판례는 '㉠ 해당 물건이 방법발명의 전용품인지, ㉡ 그 물건에 방법발명의 핵심적 기술요소가 모두 들어 있는지, ㉢ 그 물건을 사용하는 공정이 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너무 모호하고 우회적이다. 차라리 방법발명과 물건의 상관관계를 분명히 반영하여, '① 해당 물건의 사용이 곧 해당 발명의 실시를 의미할 정도로 완전한 전용품 관계인 경우, ② 해당 물건에 다른 용도도 있지만 그 물건의 사용은 언제나 해당 발명의 실시를 수반하는 경우, ③ 해당 물건의 사용만으로는 방법의 실시가 완성되지 않지만 여전히 그에 불가결한 요소인 경우'라고 설시하는 편이 합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판결의 설시 중 ㉠은 ①상황을, ㉡은 ②상황을, ㉢은 ③상황을 의미하거나 전제로 한다. 그 결과, ①, ②의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물건이 유통에 놓인 이상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인정해도 무리가 없고, ③의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파악되는 특허권자의 의사와 신의칙을 감안하여 개별적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전자의 물건에는 방법발명의 내용이 100% 구현되어 있는 반면, 후자의 물건에는 그렇지 않아서 물건의 유통을 승낙한 특허권자의 의사를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Ⅲ. 결 어 대상판결은 특허권 소진의 인정근거, 성립요건 및 범위, 방법발명에의 적용 등을 정면으로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권리소진의 근거를 소유권에서 찾은 점은 ‘양도’ 이외에 ‘대여’라는 형태의 유통을 제외시킨다는 점에서 부적절해 보인다. 특허권 소진은 거래안전이나 특허권자의 이중이득 방지를 위해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되는 모습(신의칙의 구체화)으로 파악하는 한편, 사안에 따라 특허권자의 묵시적 이용허락 등 의사해석을 가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상판결은 방법발명의 권리소진을 성립시키는 물건을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물건의 생산방법 특허를 실시하여 생산된 물건’에는 적합한 표현이지만 그 밖의 경우에 대한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모호하다. 따라서 ⅰ) 해당 물건의 사용이 곧 해당 발명의 실시를 의미할 정도로 완전한 전용품 관계이거나, 다른 용도도 존재하지만 그 물건의 사용은 언제나 해당발명의 실시를 수반하는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물건이 유통에 놓인 이상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인정하고, ⅱ) 해당 물건의 사용만으로는 방법발명의 실시가 완성되지 않지만 여전히 그에 불가결한 요소인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객관적 의사와 신의칙을 감안하여 개별적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가름해야 할 것이다. 조영선 교수 (고려대 로스쿨)
특허권
권리소진
조영선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9-07-15
지식재산권
반제품 수출의 특허권 간접침해 여부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I. 사실관계 이 사건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인 甲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생산·수출한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乙 회사의 제품이 甲의 특허권의 보호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였던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우선 피고의 행위가 직접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보면, 피고가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등록번호 생략)의 청구범위 제1항(이하 '이 사건 제1항 발명'이라고 한다) 및 제2항(이하 '이 사건 제2항 발명'이라고 한다)의 구성요소 일부를 갖추고 있지 아니하여 이를 생산하는 행위에 대해서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4. 5. 29. 선고 2013나70790판결) 과 대법원의 대상판결은 모두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한 직접침해로 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피고의 간접침해 여부가 문제되었다.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다. 원심은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반제품의 수출행위가 특허권의 간접침해인지 여부에 대해서 대법원은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는 특허법 제127조 제1호 이른바 간접침해 규정에 관하여 이는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한 것이 아니고 그 전 단계에 있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하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에는 장래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이를 특허권의 침해로 간주하려는 취지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동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여기서 말하는 '생산'이란 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결여한 물건을 사용하여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서, 공업적 생산에 한하지 아니하고 가공·조립 등의 행위도 포함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으므로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원심과 동일한 취지로 판결하였다. 특히 이 사건에서 전용품 생산의 장소적 제한이 국내로 한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법리적으로 중요한 설시를 하였다. 간접침해를 구성하는 행위태양으로서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장소적인 제한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이런 법리에 따라서 대법원은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III. 평석 1. 특허법 제127조의 간접침해가 매우 협소한 상황임 특허법 제127조 제1호는 이른바 간접침해에 관하여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특허법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여 전용물 침해('-에만' 요건)를 요구하고 있어서 간접침해의 인정범위가 좁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일본의 구법과 같은 태도(소위 'のみ' 요건)이다. 일본에서도 전용물침해만 인정하던 상황에서 간접침해가 판례상 드물게 인정되고 있었다. 우리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이에 대한 필자의 선행연구로 미국법상 주관적 요건의 의미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성립여부와 주관적 요건의 판단', 정보법학 제15권 제2호, 한국정보법학회, 2011 및 우리 특허법상 전용물침해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판단과 상업적, 경제적 용도의 의미', 특허법원 특허소송실무연구 2014 참조). 최소한 우리 특허법도 일본이 2002년, 2006년 등 법 개정을 통해서 규정한 현행 제101조(침해로 보는 행위) 규정 정도로의 간접침해인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2 판결의 의의 및 입법의 필요성 이 판결은 반제품 수출의 간접침해 여부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의미를 가진다.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된 쟁점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모두 문제가 되었던 쟁점으로 미국에서는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간접침해의 해석을 통한 문제 해결을 긍정하지 않음으로써 입법론적인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므로,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 역시 국내에서의 생산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일본 하급심 판결례와 같은 태도이다. 일본 동경지방재판소는 2007년 2월 27일 선고 판결(判タ 1253?241頁)에서 법문상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되는 물건(1호)에서 말하는 '생산'은 일본국내에서의 생산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 바 있다. 한편 이 쟁점에 대해서 미국은 특허법 제271조(f)를 개정하여 침해로 의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비교법적으로 향후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입법상황을 고려하여 특허법 개정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특허법이 외국의 다른 법률과 달리 특허침해자의 주관적 요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인 내용으로 특허권의 간접침해를 규정하고 다양한 형태의 특허침해 유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서 법리로 해결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사건 판결을 한 이상, 우리 법원은 미국 대법원이 특허법 제271조(f) 입법 전의 법문의 해석으로는 해외에서 직접침해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부분만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를 우리 특허법 제127조에 의한 간접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이제 입법의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향후 특허법 제127조의 개정과 관련된 입법논의가 이 사건 판결과 관련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방향의 특허법 개정은 특허권자의 특허권 보호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사정과 정황을 토대로 특허침해를 구성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될 것이다. 다만 일본, 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되 이러한 국가에서도 많은 논쟁이 있는 특허 침해 혐의자의 주관적 인식의 범위를 법률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허권
간접침해
2016-03-03
'침해장치와 선행기술'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2다60616 판결은 ‘특허발명과 대비되는 발명이 공지의 기술만으로 이루어지거나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공지기술로부터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 경우에는 특허발명과 대비할 필요도 없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는 선행기술의 용이한 변형에 불과한 침해장치는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서있는 판결이다. 그러나 이 입장은 선행기술에 너무나 치중한 나머지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너무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1. 특허침해행위의 성립 가. 청구항의 해석 청구항에 사용된 용어는 특허권의 권리범위를 결정한다. 특허침해행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청구항에 사용된 용어를 해석하여 그 권리범위를 확정한 다음 침해물건이나 침해방법이 그 권리범위에 포함되는지를 보아야 한다. 청구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용어의 문언상의(Literal) 의미뿐만이 아니라 선행기술과 특허의 심사과정의 전취지를 참작하여야 한다. 이 청구항의 해석은 사실인정의 문제가 아니고 법률해석의 문제로서 이는 법원의 전권사항으로 본다. 나. 침해행위의 판단과정 특허권의 침해를 결정하는 단계는 첫째 청구항의 의미를 해석하고 둘째 해석된 청구항을 특허를 침해하는 물건이나 방법과 대조하여 피고의 침해장치(또는 침해방법)가 원고의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면 특허침해행위가 성립한다. 그와 반대로 침해장치가 청구항의 구성요소 중의 어느 하나라도 결여하고 있으면 특허침해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를 구성요소완비의 원칙(All Elements Rule)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와는 거꾸로 침해장치를 기준으로하여 그 구성요소를 분석한 다음 이것이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위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피고의 침해장치가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입증할 입증책임(Burden of Persuasion)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가 부담한다. 특허침해행위가 성립되는지를 판단하는 단계 중에서 a) 청구항을 해석하여 그 권리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법률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가 되고, b) 피고의 침해장치가 해석된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포함되느냐 즉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가 침해장치에서 빠짐없이 발견되느냐는 문제는 사실인정의 문제로 본다. 다. 문언상의 침해(Literal Infringement)와 동등론상의 침해(Doctrine of Equivalent) 청구항을 해석한 다음의 단계는 침해장치에 대하여 청구항을 적용하는 것이다. 만약 피고의 장치가 원고의 청구항을 문언상(Literally)으로 침해한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이 특허침해가 성립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동등론상의 침해행위가 성립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동등론이란 피고의 침해장치의 구조가 특허발명과, 1) 동일한 목적(The Same Work)을 가지고, 2) 실질적으로 동일한 방식(Substantially Similar Way)으로, 3)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Substantially Similar Result)를 가져와야만 한다. 이를 동등론에 의한 침해라고 한다.(이를 일본국 학자와 판례는 균등론이라고 부른다.)결국 청구항의 권리범위는 문언상의 권리범위와 동등론상의 권리범위를 합한 것이 된다. 2. 선행기술(Prior Art) 선행기술은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제한한다. 심지어는 개척특허(Pioneer Patent)와 같이 청구항의 권리범위가 아주 넓은 특허라도 청구항의 권리범위는 선행기술에 의하여 제한된다. 청구항의 권리범위는 문언상의 범위는 물론 동등성의 범위도 선행기술을 포함하는 정도로 넓혀 질 수는 없다. 청구항의 권리범위가 선행기술의 범위에 모두 포함되는 경우 즉 하나의 선행기술에 특허의 모든 구성요소가 발견되는 경우에는 이 특허는 신규성이 없어 무효인 것이다. 또한 청구항과 선행기술과의 차이점이 있더라도 통상의 지식인에게 용이한 경우에는 이 청구항은 진보성이 없어 무효인 것이다. 문제는 선행기술뿐만 아니라 선행기술의 용이한 변형도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제한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는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가. 적극설 적극설은 선행기술 자체뿐만 아니라 선행기술의 용이한 변형도 청구항의 권리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대법원은 이 적극설의 입장에서 피고 제품의 구성요소들은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선행발명 1, 2로부터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정도이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설에 의하면 피고는 자신의 침해장치가 선행기술의 용이한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주장 입증하기만 하면 청구항의 권리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견해는 선행기술 자체만이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선행기술의 가르침도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제한하기 때문에 청구항의 문언상의 권리범위는 물론 동등론상의 권리범위를 제한한다. 따라서 선행기술의 가르침이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특허출원인은 특허출원전에 반드시 선행기술을 조사하여 그 당시의 선행기술 자체는 물론 이와 용이한 변형을 모두 고려하여 청구항의 권리범위에서 제외하여야만 한다. 특허침해소송에 있어서도 피고의 침해장치가 선행기술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되면 이 침해장치가 통상의 지식인이 보기에 용이하지 않다는 것 즉 진보성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성공하여야만 한다. 만약 이에 성공하지 못하면 특허권자는 더 나아가 볼 필요도 없이 소송에서 패소하는 것이다. 결국 이 견해에 의하면 침해장치에서 선행기술의 구성요소가 전부 발견되어 구성요소완비의 원칙에 부합하는 경우에도 특허권자가 침해장치의 진보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패소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특허권자에게 침해장치의 진보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청구항의 존재의의를 몰각하는 것이고 발명자를 보호하려는 특허법의 근본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나. 제한설 제한설은 오직 선행기술만이 청구항의 권리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하고 선행기술의 가르침은 이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선행기술의 용이한 변형은 청구항의 동등론상의 권리범위에 속할 수 있어 특허침해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이 견해의 근거는 비록 침해장치가 선행기술에서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선행기술과 선행기술의 가르침은 다른 것이며 청구항의 권리범위에서 선행기술의 가르침까지도 제외하면 선행기술이 청구항을 너무나 많이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특허출원인에게 선행기술은 물론 그 가르침까지도 고려하여 청구항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과중한 책임을 지우는 부당한 것이다. 따라서 특허권자는 침해장치의 진보성을 입증하지 못하여도 특허침해책임을 묻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 소극설의 문제는 침해장치를 포함하고 있는 청구항이 선행기술에 비추어 용이한 경우에 특허가 무효가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후일 자세히 논한다. 3. 특허의 유무효 문제 특허침해행위는 침해장치가 청구항의 권리범위 즉 문언상이나 동등론상의 권리범위에 해당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인데 비하여 발급된 특허가 유효나 무효냐의 문제는 청구항이 신규성이 결여되거나 또는 진보성이 없는 것이냐에 달려 있다. 원고는 특허침해행위의 성립을 주장 입증할 책임이 있는데 비하여 피고는 원고의 특허가 무효라는 점을 주장 입증할 책임이 있다. 특허의 무효를 주장 입증하는 것은 침해행위의 성립을 입증하는 것보다는 어렵게 보인다. 왜냐하면 특허침해행위가 성립하느냐 하는 문제는 민사소송법상 불법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으로서 그 증명력의 정도는 증거의 우세라고 보는데 비하여 특허의 무효선언은 특허심판원의 무효심판을 구하여야만 하기 때문에 절차적 어려움이 훨씬 크다. 따라서 피고는 절차상 어려운 특허무효를 주장하기 보다는 쉬운 방법으로 자신의 침해장치가 선행기술에 이미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이미 특허가 유효하다는 심결을 받은 경우에도 이러한 주장을 할 수 있다. 이를 나누어 보면, 피고가 1) 특허권자가 문언상 또는 동등론상의 침해를 주장하고 피고가 자신의 침해장치는 선행기술과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2) 특허권자가 문언상 또는 동등론상의 침해를 주장하고 피고가 자신의 침해장치는 선행기술의 용이한 변형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1)의 상황 즉 침해장치가 선행기술 자체와 동일한 경우에는 피고는 이를 가지고 특허침해 주장을 다투는데 사용할 수 있고 사실 침해장치가 선행기술에 존재한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특허법의 원리상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해당할 수는 없어서 결국 특허침해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 2)의 상황 즉 침해장치가 선행기술의 용이한 변형인 경우에는 어느 견해를 취하느냐에 의하여 결론이 달라진다. 적극설에 의하면 피고의 침해장치가 선행기술의 용이한 변형이라고 하더라도 특허침해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제한설에 의하면 침해장치가 선행기술의 용이한 변형이라고 하더라도 그만으로는 특허침해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고 침해장치가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아야만 특허침해책임을 면할 수 있다. 따라서 제한설에 의하면 피고가 자신의 침해장치는 선행기술의 용이한 변형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더라도 원고는 이에 구애되지 않고 특허침해를 결정하는 일반원칙 즉 구성요소완비의 원칙(All Elements Rule)에 의하여 청구항의 구성요소의 전부가 침해장치에서 발견된다는 점을 주장 입증하는데 성공하면 특허침해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는 침해장치의 진보성까지 주장 입증할 필요는 없다. 4. 결론 선행기술은 특허출원 당시에 발명자가 청구항의 권리범위로 기재할 수 있었던 것을 제한함과 동시에 특허침해행위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청구항의 권리범위도 제한한다. 결국 특허권자는 선행기술의 범위에 대하여는 특허를 받을 수 없고 특허를 받았다고 하여도 이는 무효이다. 따라서 특허침해소송의 피고가 자신의 침해장치가 선행기술과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 입증하는데 성공하면 이미 특허침해행위는 성립할 수 없다. 그러나 피고가 자신의 침해장치가 선행기술의 용이한 변형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이와는 다르다. 침해장치가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해당하는 경우에 이 장치가 선행기술의 용이한 변형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특허침해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는 구성요소완비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결국 선행기술이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배제하는 범위는 선행기술의 용이한 변형까지 미쳐서는 안된다. 만약 이를 허용한다면 원고는 침해장치의 진보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특허침해소송에서 패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해소송의 원고에게 침해장치의 진보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특허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원칙으로 돌아가서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가 침해장치에서 발견되면 특허침해행위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남아 있는 문제는 침해장치를 청구항의 권리범위로 포함하는 특허가 과연 진보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선행기술의 변형이 모두 진보적인 것은 아니고 통상의 지식인에 비추어 보아 용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하여는 후일 관계되는 곳에서 자세히 논한다. 더불어 다음 편에서는 선행기술과 침해장치를 직접적으로 비교하여 침해행위의 성립을 판단하는 것이 특허법상 허용되는지 여부를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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