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2024년 5월 4일(토)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표지
검색한 결과
25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민사일반
소비자·제조물
전기요금 누진제의 불공정성 판단과 약관법
전기요금과 같은 급부와 반대급부는 약관법에 기한 내용통제를 할 수 없다. 계약의 부수적 내용만 그 대상이 된다. 본 사안의 경우 일방적으로 급부를 결정한 것이 형평에 부합하게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사업법에서 전기요금을 결정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하지 않았는지를 표지에 따라 판단했어야 한다.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전기판매사업자(피고)와 전기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주택용 전력을 사용한 원고들이, 약관에서 정한 주택용 전력에 관한 누진요금제가 원고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약관법 제6조), 기 납부한 전기요금 중 1단계를 초과하는 부분의 반환을 구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 내용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은 보통계약 약관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므로 주택용 전력에 관한 이 사건 약관의 효력 판단 시 규범통제 기준이 아닌 약관법 제6조를 적용하되, 그 약관의 특수성(= 전기판매사업의 공익적 성격, 법률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점, 전기사용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특히 주택용 전력 사용자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약관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하더라도 피고가 유일한 전기판매사업자라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이 사건 누진제가 포함된 약관을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누진요금제가 관련 규정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하는 데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관련 규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정도로 원고들의 이익을 제한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부당하게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같은 취지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Ⅱ. 평석 전기와 같은 생존배려 급부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전기사업자가 약관의 형태로 일방적으로 전기요금을 정한 경우에 전기수요자는 부당한 전기요금에 대항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전기사업법을 통하여 전기요금을 정하는 기준을 정하고 전기요금에 대하여 사전적 인가와 사후적 검증의 방식을 통하여 행정기관에 의한 통제가 정해지더라도 이러한 절차가 전기사업자와 전기수요자 사이의 관계에서 전기요금이 정당하게 확정되는 것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 평석에서는 그러나 약관법에 기한 불공정성 판단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전기사업법에 기하여 금지되고 있는 부당한 차별이 행하여졌는지에 관한 판단이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논지를 펼치고자 한다. 1. 약관법에 기한 불공정성 판단의 문제점 대상 판결에서 약관법상의 내용통제를 이유로 전기요금 누진제의 불공정성에 관한 소송이 진행되었고 대법원의 판단도 이를 기초로 하고 있다. 즉 전기판매사업자가 작성한 기본공급약관에 대하여 약관법에 기한 불공정성 통제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서는 (1) 약관의 작성 과정에서 거래상 지위의 남용이 있었는지와 (2)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 자체와 구간별 전기요금이 전기사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지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다. 거래상 지위 남용의 판단에 있어서 주된 논거는 약관의 인가절차 등 주무관청의 감독·통제를 받는 점과 전기요금을 포함하여 공급조건을 정하는 과정에 소비자 분야 전문위원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약관이 인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약관법에 기한 내용통제에서 배제되지 않고 내용통제의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약관이 행정관청의 인가를 받은 인가약관이라고 하여 약관의 성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가절차는 인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자와 감독관청과의 관계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고 인가를 받았다고 하여 전기사업자와 전기수요자 사이의 관계에서 전기요금 확정의 정당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계약당사자인 전기수요자에게 일방적으로 약관이 제시된다는 점에 일방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약관 작성 단계에 소비자 대표가 참여하였다고 이유로 이와 같은 일방성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불공정성 판단과 관련하여 차등요건, 누진요금을 정할 수 있는 고시의 내용만 제시하면서 누진제의 정당성을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사업법 제21조에서는 금지행위 중 하나로 “송전용 또는 배전용 전기설비의 이용을 제공할 때 부당하게 차별을 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제1항 제2호). 그리고 동 시행령 제9조 제2항 제2호에서 “전기설비의 이용요금 또는 이용조건을 이용자 간에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로 구체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규정을 기초로 해서 보았을 때 전기요금 누진제의 시행 자체는 가능한 것이지만, 부당한 차별은 금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누진제가 부당한 차별은 아닌지 검토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대상 판결에서는 차별금지 조문을 언급하고 있지 않고 애써 외면하고 있다. 2. 반대급부로서의 전기요금과 약관법의 한계 유럽연합의 불공정조항 지침(RL 93/13/EWG) 제4조 제2항에서는 “조항의 불공정성에 대한 판단은, 해당 조항이 명백하고 이해가능하게 만들어진 이상, 계약의 주된 급부목적과 서비스 내지 재화와 가격 내지 보수의 적절성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현재 우리 다수설은 급부와 반대급부에 관한 합의내용은 내용통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급부와 반대급부는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이 합의를 통하여 결정해야만 하는 계약의 중요한 내용일 뿐만 아니라, 급부와 반대급부에 대하여는 일반적으로 고객이 관심이 많으므로 통상 사업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그 내용이 결정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급부와 반대급부는 그 불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로서 임의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이를 내용통제를 거쳐 무효로 선언하더라도 보충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급부와 반대급부에 대한 내용통제는 약관법의 성질상 당연히 내용통제의 적용대상에 제외된다. 그러므로 대상 판결에서 약관법상의 내용통제를 이유로 전기요금 누진제의 불공정성에 관한 판단이 이루어졌으나, 전기요금과 같은 반대급부는 약관법의 심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판단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3. 일방적으로 정한 전기료의 내용통제 방법 전기사업자는 전기사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전기요금 결정표지 내에서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재량권 행사가 정당하게 형평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독일에서는 일방적 급부결정권 행사를 형평의 원리에 따라 정당하게 행사하였는지 여부를 법원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독일 민법 제315조를 유추적용하여 전기요금에 대한 통제를 하여 왔다. 우리법상으로 보았을 때 명시적으로는 독일 민법 제315조와 같은 형평에 기초한 일방적 급부결정권에 기한 통제수단은 존재하지 않지만, 이러한 통제수단에 기초한 전기요금의 확정 권한이 법원에 있다고 보는 것은 사법의 일반원리로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설혹 사법의 일반원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전기사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전기요금의 결정표지들이 구체적으로 정당성 통제를 함에 있어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전기사용자 사이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도록 전기요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누진제의 상위 단계를 사용하고 있는 전기수요자들은 다른 가정용 전기사용자와의 관계에서는 물론, 산업용 내지 일반용 전기사용자와의 관계에서도 부당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다른 요소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차별적 취급은 정당한 재량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형평에 반하는 재량권 행사라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규정을 전혀 언급함이 없이 불공정성을 판단하고 있다. 4. 결론 전기요금 누진제가 사회적으로 문제 된 것은 2016년 여름에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면서이다. 폭염을 피하기 위해서 에어컨을 많이 사용한 결과 많은 가정에서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의 폭탄을 맞았다. 그 후 가정에서는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함에 반하여,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은 상점들은 문을 열어놓은 채로 냉방을 하면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기반으로 소송이 이루어진 것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이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 많은 개선이 합리적인 범주 내로 이루어졌다. 즉 2004년 도입되었던 6단계 11.7배수의 누진구조를 2018년에 3단계 3배수로 조정한 것이다. 지난 정권의 에너지 정책의 실패와 결합하여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여 그사이 전기판매사업자의 부채는 천문학적 수치로 늘어났다. 몇 년 전의 전기요금 누진제가 형평에 어긋나는 재량권 행사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판매사업자에게 부담이 되는 판결을 하기는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무리 이러한 정책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 법리를 선언하는 대법원에서는 약관법의 근본적인 법리에 어긋나는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약관법의 근본적 통제대상에서 제외되는 반대급부에 해당하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약관법에 기한 내용통제를 하였고 전기요금 산정에 부당한 차별적 취급을 금지하는 전기사업법의 규정을 무시하면서 전기요금 산정의 정당성을 판단하였다는 측면에서는 대상판결은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병준 교수(고려대 로스쿨)
전기요금
누진제
한전
이병준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3-06-11
형사일반
준강간죄의 미수는 언제, 어떻게 성립하는가?
1. 사실관계와 소송경과 상근예비역인 피고인은 2017년 4월 17일 오후 10시 30분경 자신의 집에서 피고인의 처, 그리고 피해자(여·22세)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고 피고인의 처가 먼저 잠든 후인 오전 2시경 피해자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실제로 만취상태가 아니어서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었음에도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피해자의 옆에서 그의 가슴을 만지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다가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군검사는 피고인을 강간혐의로 기소하였다가 이후 공소장을 변경하여 준강간혐의를 추가하였으며, 제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준강간혐의만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피해자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항소심과정에서 군검사는 다시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준강간 미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였다. 고등군사법원이 준강간 미수를 유죄로 인정하자 피고인은 실제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상고하였다. 2. 대법원판결: 준강간의 불능미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은 있었으므로 사안을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구성요건충족 문제와 형법 제27조 결과발생불가능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고 하면서, 간음행위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있다면 미수범으로 볼 수 없는 것이고, 만약 그와 같은 침해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론하였다. 3. 준강간 미수의 성부 (1) 문제제기 사안의 유형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고의를 지니고 실행하였으나 외부 상황에 대한 행위자의 착오가 있어 실제로는 법익침해가 없었던 경우'로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강간의 고의를 갖고 피해자를 겁박하여 성관계를 맺었지만 실제로는 피해자도 내심으로 관계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적 자결권침해가 없었던 경우, 떨어져 있는 지갑을 훔칠 의도로 식당에서 가지고 나왔으나 실제 그것이 행위자 자신의 지갑이었던 때, 주거침입을 할 의도로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그 곳이 다른 보행로에 불과했던 상황 등이다. 대법원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이러한 모든 경우가 불능미수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며 단지 위험성요건으로만 가벌성을 제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대의견은 이를 불합리하게 여겨, 다수의견이 '결과의 불발생'과 '결과발생의 불가능'을 혼동한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2) 준강간 미수의 성립 여기서는 형법학방법론의 근원적인 시각차이가 드러난다. 행위자의 행위속성을 중심으로 가벌성을 결정하는 시각(ex ante)과, 발생한 결과에 주목하여 그로부터 죄책을 추론하는 방식(ex post)의 차이이다. 양자 모두 의미가 있으며 적지 않은 예외도 있지만, 적어도 근대 이후 형사사법은 가시화된 결과 자체의 의의보다는 행위자에게 그 결과를 귀속시킬 수 있는지를 가리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범죄체계론도 고의나 과실을 통해 발현된 불법행위를 확인하고, 구성요건적 결과가 그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작업에 해당한다. 여기서 '미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거나, 결과와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행위불법과 결과불법 간의 부합이 불완전하지만 가벌성을 인정해야 하는 유형이다. 미수의 성립여부 및 그 종류를 평가하는 데에서 행위속성을 우선 감안하는 것이 불가피한 이유이다. 단지 결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가벌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미수개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내용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상태인 것으로 생각하여 간음한 것이다. 이로부터 그가 갖고 있던 준강간 고의가 확인되며 그에 이어 간음을 완료하였기 때문에 준강간의 실행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피해자가 위 행위당시 실제로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준강간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게 만든 미수의 조건이 될 뿐이다. 따라서 사안은 준강간 자체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준강간 미수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의 결론은 이 점에서 타당하다. 4. 미수의 유형 (1) 문제제기 어떠한 종류의 미수로 볼 것인가 하는 물음은 남아 있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이를 실행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인해 처음부터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지만 위험성이 있으므로 불능미수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행위가 종료된 사후적 시점에서 가능성을 판단하게 되면, 형법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미수범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사태라고 볼 수 있기에, '결과불발생'과 '결과발생불가능'을 가려내지 못해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구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2) 사실적 가능성과 규범적 가능성 형법 제27조 불능미수규정의 '결과발생의 불가능성' 의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견해대립이 있다. 사실적 가능성설은 (불)가능성을 자연과학적·사실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전통적인 견해이다. 결과발생이 가능한지를 과학적으로 따져 그것이 가능한 경우를 장애미수, 그렇지 않은 경우를 불능미수로 나눈다. 예컨대 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소매치기를 시도한 경우에, 그로부터 절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위험성이 있는 행위이므로 가벌적인 불능미수가 된다. 규범적 가능성설은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가리는 기준인 (불)가능성을 규범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근래의 견해이다. 가능성 판단의 준거점을 결과가 불발생한 시점이 아니라 실행행위 당시로 앞당겨서, 행위 자체의 객관적인 속성에 비추어 구성요건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편적인 통찰력에 따라 판단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금품을 훔치는 행위는 규범적인 시각에서 결과발생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이나, 마침 주머니가 비어 있는 것은 결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 장애이므로 이는 장애미수이다. (3) 규범적 검토의 필요성 사실적 가능성설은 중요한 평가지표를 행위 자체의 반가치성으로부터 찾는 근대적 형법원칙에서 벗어나, 사후적 시각에서 가능성평가를 함으로써 실행 외부의 변수에 따라 미수유형을 좌우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사람에게 총을 발사한 순간 가능성판단은 유보되며, 행위자가 잘못 겨누어 피해자를 명중시키지 못했다면 장애미수가 되지만, 총알이 피해자에게 정확히 맞았으나 그가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면 불법성이 더 낮은 불능미수로 판단하는 불합리에 이른다. 이 견해에 따르면 모든 미수사안이 불능미수로 포섭될 수도 있다. 미수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의 법리이므로, 사후적 시각에서 결과가 없게 된 인과적인 이유를 소급하여 따진다면 언제나 결과발생을 불가능하게끔 하는 사실적인 조건과 만나기 때문이다. 짧은 과도로 복부를 찔러 사람을 죽이지 못한 경우도 살인을 하기에 사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였으며, 경찰에게 저지당해 절도를 못하게 된 것도 결과발생이 사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불합리를 배제하려면 가능성표지를 평가하는 시점이 행위당시의 실행행위 자체를 바라보도록 해야 한다. 즉 불능미수가 되기 위해서는 행위 속성 그 자체에 결과에 이를 수 없게끔 하는 유인이 이미 내재되어 있어야만 한다. 판시된 사안에서 만약 피해자가 실제로 명정상태에 빠져 있었다면 고의에 의한 행위자의 행위는 준강간 결과를 가능하게 할 불법성을 표출한 것이다. 즉 규범적으로 보아 결과발생이 가능한 행위였다. 마침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던 사실은 이와 같은 행위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게 한 장애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안은 준강간죄의 장애미수로 보아야 한다. 5. 요약과 결론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실행을 마쳤지만 피해자가 실제로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던 경우, 행위자가 드러낸 행위속성으로부터 범죄의 유무와 종류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리에서 볼 때 이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준강간의 미수인 것이며 이 점에서 대법원 판단은 타당하다. 그러나 바로 같은 이유에서, 실행 당시 행위 자체의 규범적인 속성을 판단한다면 사례는 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 두 가지 논점은 범죄체계에서 가벌성 여부와 종류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은 '드러난 결과 현상으로부터 역추론하는 방식'이 아니라, '행위자가 수행한 행위 자체로부터 평가받아야 함'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홍영기 교수 (고려대 로스쿨)
준강간죄
취업제한
준강간미수
불능미수
장애미수
간음
홍영기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9-09-19
압수·수색의 관련성 요건과 그 법적 효과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소위 선거기획 전문가이고, 을과 병은 각각 P정당 M, N지역구 공천후보자이다. 을이 갑에게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혐의로 갑의 주거에 대한 압수ㆍ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 수사기관은 갑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였고, 휴대전화에서 갑과 병 사이의 금품제공요구 및 약속에 관한 ㉠녹음파일을 발견하였다. 검사는 갑을 공직선거법위반죄로 기소하였다. 공판절차에서 검사는 ㉠녹음파일을 제시하면서 갑을 신문하였고, 갑은 녹음파일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법원은 갑의 ㉡법정진술을 증거의 하나로 채택하여 유죄를 선고하였고, 갑은 불복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1) (전략) 결국 이 사건 영장에 기재된 '피의자'인 피고인 을이 이 사건 녹음파일에 의하여 의심되는 '갑과 병의 혐의사실'과 무관한 이상, 수사기관이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압수된 이 사건 녹음파일은 형사소송법 제219조에 의하여 수사기관의 압수에 준용되는… 제106조 제1항이 규정하는 '피고사건' 내지 같은 법 제215조 제1항이 규정하는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압수에는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제3항 본문이 규정하는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따라서 이 사건 녹음파일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로서 이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은 절차적 위법은 헌법상 규정된 영장주의 내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에 해당하는 이상 예외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볼 수도 없다. (3)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은…(중략)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4) 위 피고인들의 제1심 법정진술의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할 이 사건 녹음파일을 제시받거나 그 대화 내용을 전제로 한 신문에 답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와 같은 진술과 이 사건 녹음파일 수집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과의 사이에는 여전히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어, 원심이 이 부분 진술까지 그 증거능력이 있다고 단정한 데에는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아니하다. 3. 판례 평석 2011년 7월18일 개정되어 2012년 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압수ㆍ수색의 요건을 강화한 점에 특징이 있다. 즉 2012년 개정 형소법 제106조 제1항은 공판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압수·수색에 대해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압수·수색의 요건을 강화하였는데, 이는 형소법 제219조에 의하여 수사단계에서의 압수·수색에도 준용된다. 개정 형소법은 또한 제215조에서 수사절차에서의 압수·수색 요건을 규정하면서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동일한 내용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와 같이 피고사건 내지 피의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ㆍ수색이 허용된다는 제한을 가리켜서 관련성 요건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압수·수색에 관한 관련성 요건은 우리 입법자가 최근에 새로이 도입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상 논란이 있었다. 본 판례는 대법원이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에 대해 그 판단기준과 법적 효과를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먼저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에 대해 피고인(피의자)라는 주관적 표지와 범죄사실(피의사실)이라는 객관적 표지를 동시에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본 판례에서 수사기관은 을의 갑에 대한 금품제공 혐의사실로 압수ㆍ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갑의 병에 대한 금품제공요구 혐의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공직선거와 관련한 금품제공요구와 이에 따른 금품의 제공은 사실관계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을의 갑에 대한 금품제공 피의사실은 갑의 병에 대한 금품제공요구 피의사실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으로,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압수ㆍ수색의 1차적 결과물을 놓고 그 법적 효과에 대해 판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가)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압수에는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으며, (나)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1차적 결과물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로서 형소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고, (다) 그 위법은 영장주의 내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에 해당하여 예외적으로도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세 가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상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본 판례의 사실관계에 문제된 1차적 증거, 즉 ㉠녹음파일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그러나 ㉠녹음파일을 토대로 이후에 수집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은 별도로 따져보아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본 판례에서 종전의 판단기준을 재확인한다. 그 기준은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은 물론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살펴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본 판례의 사안에서 대법원은 검사가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면서 신문하여 얻어낸 피고인의 ㉡법정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녹음파일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법정진술까지 유죄의 증거에 넣어 판단한 항소심판결은 잘못된 점이 있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법정진술을 제외하고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들만 가지고도 갑의 범죄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갑의 상고를 기각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대법원이 2차적 증거 가운데 법정에서 이루어진 진술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대법원이 2차적 증거와 관련하여 내린 판례들을 보면, 위법수사 시점으로부터 상당 시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법정진술의 경우에 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와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거나 희석되었다는 이유로 법정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2013. 3. 28. 선고 2012도13607). 그러나 본 판례는 법정진술의 형태로 이루어진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 판례와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본 판례는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를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면서 2차적 증거를 획득하려는 검사의 법정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를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게 되면 그 이후의 법정진술이 증거능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형사법정의 변론에서 검사와 피고인ㆍ변호인 모두 유념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2015-01-08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위헌 결정에 대한 소고
1. 들어가며 헌법재판소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항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항과 똑같은 내용의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법정형만 올려놓은 것은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되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내용으로 위헌 결정을 하면서, 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과거 결정(헌재 1995. 4. 20. 91헌바11 결정)을 변경하였다. 위 2011헌바2 결정(이하 '대상결정'이라 한다)은 그 판단의 근거로, 불과 4년 전인 2010년 4월 29일 합헌이라고 판단한 특가법 제9조 제2항('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해당 조항과 똑같은 내용의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도 법정형을 올려 가중처벌하는 법률조항) 위헌소원 사건(2008헌바170)에서 위헌의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4인의 반대의견을 제시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형사특별법의 정당성에 관한 기존의 판단 기준을 변경한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2.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은 이 사건 마약법조항과 똑같은 내용의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법정형의 하한만 5년에서 10년으로 올려놓았다.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입하는 경우 검사는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여 기소하는 것이 특별법 우선의 법리에 부합할 것이나, 이 사건 마약법조항으로 기소할 수도 있는데, 어느 법률조항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집행유예의 가능성이 달라지는 등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초래된다. 일반법에 대비되는 특별법은 개념적으로 일반법의 모든 구성요건을 포함하면서 그 밖의 특별한 표지까지 포함한 경우를 뜻하므로, 심판대상조항 역시 이 사건 마약법조항의 구성요건 이외에 별도의 가중적 구성요건 표지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그러한 표지 없이 법적용을 오로지 검사의 기소재량에만 맡기고 있어 법집행기관 스스로 법적용에 대한 혼란을 겪을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불이익으로 귀결되며 수사과정에서 악용될 소지도 있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형사특별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하므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되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3. 평석 (1) 대상결정의 의의 대상결정은 단순히 특가법 마약조항에 대한 위헌 선언으로서의 의미에 그치지 않고, 형사특별법이 정당한 입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처음으로 천명한 데 그 진정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 조건이란 "개념적으로 일반법의 모든 구성요건을 포함하면서 그 밖의 특별한 표지까지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헌재가 적절히 지적하듯이 "만일 구성요건 표지의 추가 없이 법정형만을 가중하려고 한다면 일반법의 법정형을 올리면 되지 따로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기준은 기존 헌재 논리와는 전면적으로 달라진 것이다. 즉 헌재는 2010. 4. 29. 2008헌바170 결정에서 "이 사건 산림자원법 조항에서 가중처벌하는 '차량사용 산림산물 절도죄'의 법정형을 더 중하게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원칙적으로 이 사건 산림자원법 조항의 법정형을 개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이 사건 산림자원법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이와 다른 특별한 가중 사유 없이 별도로 재차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아니한 입법방식이라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도, 위와 같은 입법방식 자체가 곧바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당시 헌재의 다수의견(5인)은 ①오히려 가중처벌 할 특정범죄를 특가법 등 단일 법률에 일괄하여 규정함으로써 가중처벌 하는 범죄와 형벌에 대한 예측가능성 및 이에 따른 범죄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②검사가 산림자원법 조항과 특가법 법률조항 중 어느 특별 구성요건을 적용하여 기소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달라지는 문제는 검사의 기소재량에 의한 결과일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반면 반대의견(4인)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낮은 산림자원법 조항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법정형이 매우 무거운 특가법 법률조항을 적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법집행기관의 재량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으므로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법적용을 허용하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추가사유 없이 동일한 행위를 가중처벌하는 특가법 조항은 책임원칙에 반한 과중한 형벌을 부과하여 위헌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대상결정에서 헌재는 위 반대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여, ①단순히 법정형만의 가중하는 입법 형식은 정당한 형사특별법으로 평가받을 수 없으며, ②특가법 조항과 그와 구성요건이 똑같은 마약법 조항 중 법적용을 오로지 검사의 기소재량에만 맡김으로써 법집행기관 스스로도 법적용에 대한 혼란을 겪을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사정은 법집행기관이 피의자나 피고인으로부터 자백을 유도하거나 상소를 포기하도록 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4인의 반대의견이 4년 만에 헌재의 공식 입장이 된 것이다. (2) 대상결정의 파장 - 잇따르는 위헌제청 결정 대상결정이 위 2008헌바170 결정의 반대의견을 전면적으로 수용함으로써 2008헌바170결정이 심판대상으로 삼은 특가법 제9조 제2항도 위헌이라고 판단될 것이 명백하다고 볼 때, 현행 특가법 중 특별 가중사유 없이 법정형만 가중하는 조항으로 남아 있는 것은 제5조의4(상습 강·절도죄 등의 가중처벌) 제1항, 제3항 및 제4항, 제10조(통화위조의 가중처벌)뿐이다. 대상결정 이후 법조계에서는 특별한 가중사유 없이 법정형만 가중한 특가법 법률조항에 관하여 위헌 논란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논란을 반영하듯 일선법원에서 특가법상 단순 가중처벌조항에 관하여 잇따라 위헌제청을 하여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대상결정을 주요 논거로 삼아 특가법 제5조의4 제1항 중 제329조 부분 및 제329조의 미수죄 부분에 관하여 수원지방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는데,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14년 8월 22일자 및 2014년 9월 24일자로 각 위헌제청 결정을 하였다(2014초기2057 및 2014초기2197). 부산고등법원은 특가법 제10조(통화 위조의 가중처벌)가 형법의 통화위조죄와 똑같은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도 법정형만 올려놓은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해당 사건 피고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위 조항에 관하여 위헌제청을 결정(2014초기17)하였다고 한다(법률신문 2014. 8. 21.자 보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특가법 제5조의4 제4항(상습 장물취득의 가중처벌)이 형법 제363조의 죄와 똑같은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도 법정형만 올려놓은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직권으로 위헌제청을 하였다(중앙일보 2014. 10. 23.자 보도). (3) 주목되는 헌재의 판단 특가법 제5조의4 제1항에 관하여는 과거 합헌 결정(헌법재판소 1995. 3. 23. 93헌바59 결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헌재가 대상 결정에서 기존의 91헌바11 결정을 변경한 바 있어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가법 제10조 및 특가법 제5조의4 제4항에 관하여는 과거 결정례가 없지만, 마찬가지로 대상 결정에서 밝힌 정당한 형사특별법이 갖추어야 할 요건에 비추어보면 특가법 제10조에 대하여도 위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4. 나오며 실무에서는 그동안, 일반법의 구성요건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법정형만 올려놓는 가중처벌 법률조항이 검사의 자의적인 기소재량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이 꾸준히 있어 왔다. 대상결정은 그러한 비판의 입장에서 형사특별법이 갖추어야 한 정당한 요건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본다. 최근 일선 법원이 문제성 단순 가중처벌 법률에 관하여 잇따라 위헌제청 결정을 하고 있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미 대상결정의 파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위헌제청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2014-12-04
상표의 외관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 인정
1. 사건의 개요 학교법인 한마학원은 경상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상대로, 경상대학교 산학협력단의 등록서비스표(등록번호 제179255호) '경남국립대학교'가 학교법인 한마학원의 등록서비스표(등록번호 제113018호)인 ''(이하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라 함)와 동일·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경상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가 식별력이 없다고 다투었고, 이에 대해 학교법인 한마학원은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원심의 판단(특허법원 2011. 7. 8. 선고 2010허8191 판결) 식별력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표장이 사용된 결과 수요자 사이에 서비스업의 출처를 표시하는 식별표지로 현저하게 인식되어 식별력을 가지게 되더라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는 것은 실제로 사용된 서비스표와 그 서비스표가 사용된 서비스업에 한하고, 그와 유사한 서비스표 및 서비스업에 대해서까지 식별력 취득을 인정할 수는 없다. 경남대학교라는 학교 명칭 또는 '', ''와 같은 학교 표장은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등록결정일인 2005. 1. 7.경 무렵 일반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실사용서비스표인 ''와 비교하면 영문 'KYUNGNAM UNIVERSITY' 또는 한자 '慶南大學校' 부분이 부가되어 있고, 실사용서비스표인 '' 와 비교하면 도형 부분이 없는 대신에 한자 부분이 부가되어 있어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를 위 실사용서비스표들과 동일한 서비스표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등록결정시에 위 실사용서비스표들 이외에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도 학교법인 한마학원의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현저하게 인식되기에 이르러 식별력을 취득하였다는 사실을 추인하기 어렵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후1982 판결: 원심 파기환송) 등록상표의 구성 중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부분과 동일한 표장이 거래사회에서 오랜 기간 사용된 결과 상표의 등록 전부터 수요자 간에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은 사용된 상품에 관하여 식별력을 가지게 되므로, 위와 같이 식별력을 취득한 부분을 그대로 포함함으로써 그 이외의 구성 부분과의 결합으로 인하여 이미 취득한 식별력이 감쇄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등록상표는 전체적으로 볼 때에도 그 사용된 상품에 관하여는 자타상품의 식별력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상표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서비스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구성 중 '경남대학교' 부분은 그 자체로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경상남도'의 약어인 '경남'과 보통명칭인 '대학교'를 표시한 것에 지나지 않아 식별력이 있다고 할 수 없으나, 오랜 기간 이 사건 지정서비스업에 사용된 결과 이 사건 등록결정일인 2005. 1. 7.경에는 수요자 사이에 그 표장이 학교법인 한마학원의 업무에 관련된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현저하게 인식되기에 이르렀으므로 그 표장이 사용된 이 사건 지정서비스업에 관하여 식별력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위와 같이 식별력을 취득한 '경남대학교' 부분을 그대로 포함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영문 'KYUNGNAM UNIVERSITY' 및 한자 '慶南大學校'와의 결합으로 인하여 이미 취득한 식별력이 감쇄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전체적으로 볼 때에도 그 지정서비스업에 대해서 자타서비스업의 식별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상표법 제6조 제2항의 규정 내용 상표법 제6조 제2항은 기술적 표장, 현저한 지리적 명칭, 흔히 있는 성 또는 명칭, 간단하고 흔히 있는 표장과 같이 식별력이 없는 상표라도 상표등록출원 전에 상표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간에 그 상표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다면, 그 상표를 사용한 상품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하여,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한 그 상표, 즉 '동일한 상표'의 상표등록을 허용하고 있다. 그 자체로는 식별력을 갖추지 못한 표장이라 하더라도 사용에 의해 거래상의 식별력을 획득하였다면, 그러한 표장은 이미 거래자나 수요자에게 특정인의 상표로 승인된 셈이어서 사후적으로 상표로서 보호할 필요와 적격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 사용에 의해 식별력이 인정되는 '동일한 상표'의 범위에 관한 판단기준 사용에 의해 식별력이 인정되는 '동일한 상표'의 범위에 관하여,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는 것은 실제로 사용된 서비스표에 한하고, 그와 유사한 서비스표에 대해서까지 식별력 취득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실무적 경향(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후1356 판결 등 참조)이었다. 법원은 타원형 안에 영문자 'SK'를 표기한 표장과 출원상표 'sk'는 호칭이 '에스케이'로 동일하나 외관상 차이가 있어 일반 수요자의 입장에서 전체적, 객관적, 이격적으로 관찰하여 볼 때 유사한 상표로 볼 수는 있을지언정 동일상표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러한 유사 상표를 사용한 것을 출원상표의 사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특허법원 1999. 2. 11. 선고 98허9574 판결)하여, '동일한 상표'의 범위를 외관, 관념 및 호칭이 일치하는 상표에 한정하여 왔다. 한편 그 후 대법원은 소위 'K2 사건'(대법원 2008. 9. 5. 선고 2006후2288 판결)에서, 원고 회사는 '' 등 '' 상표와 동일성의 범위 내에 있는 상표를 20여 년 동안 등산화 등에 대한 광고에 사용하여 왔고, 2002년부터는 고딕화된 형태의 '' 상표를 본격적으로 사용하여 등록상표의 등록결정일까지 3년 6개월간 사용하였으므로 등산용품에 관한 거래자 및 수요자의 대다수에게 '' 상표는 원고 회사의 상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어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판시하였다. 즉 외관이 일치하지 않은 상표라 하더라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의 고려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K2 사건'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인정된 상표와 외관이 동일한 상표인 '' 상표를 등록상표의 등록결정시까지 계속하여 사용하여 온 사건이고, 외관이 동일하지 않은 상표의 사용은 부수적으로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이 '동일한 상표'의 범위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한 것인지 다소 불명확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2011후1982 판결에서는, 종래의 대법원 입장과는 달리, 상표의 외관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즉 등록서비스표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인정된 상표와 외관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등록서비스표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인정된 상표를 그대로 포함하고 있고 이에 결합된 부분으로 인해 이미 취득한 식별력이 감쇄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등록서비스표에 대하여도 전체적으로 식별력을 인정한 것이다. 다. '동일한 상표' 판단에 대한 대상판결의 타당성 여부 관념과 호칭을 가지는 '문자상표'의 경우에는 관념과 호칭이 식별력 여부를 판정하는 주요 요소가 될 것이므로 실제 상표를 사용한 결과 관념 또는 호칭의 면에 있어서 식별력을 취득하였고 출원상표와 실제 사용상표가 관념 및 호칭의 면에서 일치한다면 외관이 다소 다르더라도 출원상표를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한 상표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 상표를 사용한 결과 그 관념 및 호칭이 수요자로 하여금 누구의 업무에 관한 상표인지를 인식하게 하였다면 외관의 차이가 있더라도 다른 상표사용자들이 동일한 관념과 호칭을 갖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므로, 실제 사용상표와 외관에서 차이가 있는 출원상표의 등록을 허용하더라도 그로 인해 다른 상표사용자의 권리가 더 제한되는 결과는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 2011후1982 판결에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상하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는 학교 명칭인 '경남대학교'의 국문, 영문, 한문 표기일 뿐이고, 그 관념 및 호칭은 '경남대학교' 하나뿐이며, 그 외 부가적인 호칭이나 관념은 전혀 생길 수 없었다. 나아가 학교법인 한마학원이 '경남대학교'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들이 이 서비스표의 관념 및 호칭이 학교법인 한마학원의 업무에 관한 것임을 인식하게 되었으므로 다른 사람들은 위 서비스표와 외관이 다르더라도 관념 및 호칭이 동일 또는 유사한 서비스표를 사용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등록을 허용하더라도 그것이 위 서비스표의 등록을 허용하는 것에 비하여 다른 상표사용자의 권리를 더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학교법인 한마학원의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원심이 식별력 취득을 인정한 서비스표와 동일한 서비스표로서 상표법 제6조 제2항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한 서비스표에 해당한다고 본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상표의 외관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대법원이 '동일한 상표'의 범위를 넓게 인정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외관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하는 판단기준을 정립하여 이를 조금 더 상세하게 기술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2-12-20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법률신문 9월 6일 자 5면) (1) 사실관계 갑과 A는 "A가 자금을 출연하여 소나무 39주, 팥배나무 1주(이하 P수목으로 약칭함)를 구입하고, 갑이 노동력을 제공하여 P수목에 대한 가식·관리를 하여 쌍방의 협의 하에 제3자에게 처분한 다음 그 수입을 분배한다."는 동업계약을 체결하였다. A는 P수목을 대금 1,200만 원에 매수하였고, 갑은 이를 M토지에 가식(假植)하여 관리해 왔다. 그런데 갑은 A의 허락 없이 C에게 P수목을 대금 1억 9,000만 원에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즉석에서 계약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교부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하였다. 갑의 계약체결 사실을 알게 된 A는 C에게 P수목과 관련한 동업계약 사실을 알렸다. 갑과 C와의 P수목 매매는 이로써 무산되었다. (2) 사건의 경과 검사는 갑을 횡령죄와 사기죄로 기소하였다(이하 횡령죄 부분만 고찰함). 제1심은 횡령죄의 기수를 인정하였다. 갑과 검사의 항소에 대해, 항소심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하여 횡령미수를 인정하였다. 항소심은 횡령 미수의 인정근거에 대해 학술논문에 준하는 정도로 상세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데(춘천지방법원 2010노197), 지면관계로 필자가 임의로 이를 요약한다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가) 판례는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보고 있다(2008도10971 등). (나) 횡령행위는 정당한 소유자의 본권 침해에 관한 구체적인 재산상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구체적 위험범으로 보아야 한다. (다) 동산과 달리 부동산의 경우에는 소유권의 권리변동에 등기나 명인방법 등의 공시방법이 필요하다. (라) 부동산의 경우에 계약금의 수령만으로는 아직 구체적 위험발생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마) 따라서 갑의 행위는 횡령죄의 실행의 착수에는 해당하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검사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보관하던 이 사건 수목을 함부로 제3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수령·소비하여 이 사건 수목을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횡령미수죄를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횡령죄의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례평석 본 판례는 대법원이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을 긍정한 예로서 특별히 주목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항소심판단의 타당성을 긍정하고 있을 뿐, 독자적인 관점에서 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대법원은 단지 '관련 법리'만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다. 그 동안 학계의 다수의견과 판례는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해 왔다. 즉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영득의사를 외부로 표현하는 순간 횡령죄는 기수에 이른다는 것이다(소위 표현설).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불법영득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며 실제로 재물을 소유권자에 준하여 처분할 수 있게 될 때 기수에 이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소위 실현설). 본 판례의 사안에서 항소심법원은 종래의 표현설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실현설의 입장에서 피고인의 행위를 횡령죄의 미수범으로 처벌하고 있다. 항소심법원은 점유의 이전이 소유권 이전에 영향을 미치는 동산과 달리 등기나 명인방법에 의하여 소유권 이전이 일어나는 부동산의 경우에는 종래의 위험범설로는 적절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본 판례의 사안에서 갑이 함부로 P수목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수령하는 행위는 불법영득의사의 발로로서 실행의 착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명인방법에 의하여 P수목에 대한 소유권이전이 일어나고 있지 않으므로 기수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항소심법원은 이러한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횡령죄를 추상적 위험범과 구체적 위험범의 경우로 나누어 설명한다. 동산의 경우에는 점유가 이미 행위자에게 있으므로 추상적 위험범으로 포착할 수 있지만, 부동산의 경우에는 등기이전이나 명인방법에 의한 인도가 있을 때 비로소 위험발생이 구체화하여 이때에 기수에 이른다는 것이다. 생각건대 항소심법원의 태도 및 이를 유지한 대법원의 태도는 결론에 있어서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논리구성에 백 퍼센트 찬성할 수는 없다. 우선 횡령죄를 구체적 위험범으로 파악하려는 태도는 구체적 위험범의 개념정의에 반드시 부합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구체적 위험범이란 입법자가 법익침해의 위험을 구성요건요소로 명시해 놓은 경우를 말하는데(예컨대 형법 167조 1항의 일반물건방화죄의 경우 참조), 횡령죄의 경우에 이를 나타내는 구성요건표지는 없다. 지금까지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하여 왔던 학계나 판례의 입장은 외국의 해석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독일 형법의 경우 횡령죄는 그 객체가 동산으로 한정된다(독일형법 246조 1항 참조). 독일 형법은 횡령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동조 3항) 동산만을 객체로 하는 관계로 횡령죄의 미수범은 자기 소유의 재물을 타인 소유의 재물로 오인하여 횡령하는 불능미수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상정할 수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Nomos Kommentar StGB, 2. Aufl. § 246 Rn. 43). 한편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일본 형법은 횡령죄의 가중형태로 업무상 횡령죄를 처벌하고 있으나 미수범 처벌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또한 횡령죄에는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고 벌금형은 배제되어 있다(동법 252조, 253조 참조). 요컨대 독일 형법이나 일본 형법의 경우에는 모두 횡령죄의 미수범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형법은 횡령죄와 배임죄를 같은 조문(형법 355조)의 제1항과 제2항으로 배치하여 그 법적 성질이 유사함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업무상 횡령 및 업무상 배임을 같은 조문에서 같은 형으로 가중처벌하고(형법 356조), 미수범도 같은 조문(형법 359조)에 의하여 처벌하고 있다. 또한 횡령죄의 객체는 '재물'로서 동산과 부동산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우리 형법의 구조를 보면, 동산을 객체로 하는 독일 형법의 횡령죄에 관한 해석론이나,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는 일본 형법의 횡령죄에 관한 해석론을 그대로 차용할 수 없음을 즉시 알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 민법은 소유권 변동과 관련하여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되는 것이 부동산 물권변동이다(민법 186조 참조). 부동산의 횡령과 관련하여 독일 형법의 해석론은 우리에게 아무런 시사점을 제공하지 못한다. 우리처럼 부동산을 횡령죄의 객체에 포함시키고 있는 일본 형법의 해석론도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에서는 참고할 바가 별로 없다. 요컨대 우리 형법 제359조가 규정하고 있는 횡령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은 우리 민법의 물권변동 법리에 맞추어서 새롭게 그 의미가 부각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항소심법원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대법원 또한 '관련 법리'라는 표현을 통하여 이러한 태도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을 긍정한 본 판례는 앞으로 실무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횡령죄의 미수감경을 허용한 본 판례는 특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횡령죄 처벌과 관련하여서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본 판례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의문점 한 가지만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 형법은 횡령죄와 배임죄의 성질이 유사하다고 보고, 그 처벌을 가능한 한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잘 아는 바와 같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배임죄 판례를 보면, 계약금의 수령단계에서는 아직 배임죄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2009도14427). 적어도 중도금 수령단계에 이르러야 미수가 되고, 본등기 또는 가등기가 경료될 때 기수에 이른다(2008도3766). 그런데 본 판례에서는 계약금의 수령만으로 횡령죄의 미수를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차이점을 어떻게 이론적으로 설명할 것인가는 앞으로 연구를 요하는 부분이라고 할 것이다.
2012-09-17
대모산 등산로 토지소유자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
Ⅰ. 사실관계 1. 소외 망 유○○은 1974. 6. 29. 이 사건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였는데, 유○○이 2003. 8. 22. 사망함에 따라 원고들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지분을 5분의 1 씩 상속했다. 2. 이 사건 토지는 1971. 8. 7.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지정된 대모산도시자연공원 내에 위치하고, 피고는 1993. 8. 16.경 위 공원에 대한 도시공원계획을 수립한 후 거기에 수도시설, 안내판, 관리소 등을 설치하고 관리인원을 채용하여 관리해 오고 있다. 3. 이 사건 토지 인접 토지에 피고가 설치한 '경작행위 금지구역'이라는 경고 표지판과 등산길 안내 표지판, 휴식을 위한 의자 등이 설치되어 있고, 이 사건 토지에도 공원 입구에서 대모산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가 존재하여 일반 등산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4. 피고의 대표자 △△구청장은 위 공원 설치 당시부터 법령상 관리청으로서 이를 관리해 오고 있다. 5. 원고들은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여 왔으므로 원고들에게 임료 상당액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Ⅱ.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 27. 2009가단432311 판결)은 피고가 위 도시공원조성사업을 실시하기 시작한 1993. 8. 16.경부터 유○○을 상속한 원고들 소유인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전체 공원구역 내 토지를 사실상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여 왔으므로 권원 없는 점유·사용으로 인한 임료 상당액을 원고들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피고가 항소하였으나,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0. 26. 2011나12445 판결)은 제1심 판결을 인용하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피고는 상고하였다. Ⅲ. 대상 판결의 주문 및 이유 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2. 판결 이유 (1) 도시계획이 결정·고시된 경우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점유 인정 여부 사인 소유 토지에 도로,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이 결정·고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그 도시계획에 따른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곧바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점유한다고 볼 수 없고, 다만 정식의 도시계획사업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토지에 도시계획시설을 구성하는 여러 시설을 설치·관리하여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등으로 이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 그 범위 내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점유가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2) 이 사건 토지를 피고가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없음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가 비록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지정된 대모산도시자연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기는 하나 그 토지 위에 비포장등산로가 있는 외에 안내표지판, 의자 등 피고가 공원의 구성요소로 설치하거나 관리하는 어떠한 시설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위 등산로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소로(小路)에 불과할 뿐 그 개설이나 정비에 피고가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흔적이 없으며, 이 사건 토지 중 위 등산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일반적인 임야의 모습과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사건 토지에 직접적으로 공원시설 설치를 위한 도시계획사업이 시행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정도의 등산로의 존재와 도시자연공원 구역 내에 위치함으로써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용상 제한 등 공법상 규제가 있다는 점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음에도 원심은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점유·사용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부당이득 발생의 원인이 되는 점유·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Ⅳ. 평석 1. 대상 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 판결의 결론에 찬성한다.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는지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요건사실인데, 대상 판결이 원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위 요건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서 점유·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법률심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려고 논리를 전개한 노력으로 보인다. 대상 판결은 피고의 상고이유 중 점유·사용 부분만 판단하였고,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이 정당한 이상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판 판단을 생략하였으나, 실제 그와 같은 결론을 내림에 있어서 나머지 상고이유가 참작되었다고 보인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용상 제한 등 '공법상 규제'가 있다고 판시한 것은 피고가 이 사건 법률관계를 공법관계라고 주장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2. 구체적 검토 (1)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피고의 점유 부정 이 사건 토지에는 피고가 설치한 구조물이 없다. 이 사건 토지의 인근에 경작금지 안내판, 표지판, 휴식을 위한 의자 등이 설치되어 있을 뿐임에도 인근 토지에 존재하는 시설물을 근거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다. '관악산 도시자연공원'의 관리청인 서울특별시관악구는 타인 소유 토지에 수도시설, 안내판, 관리소 등을 설치하여 공원을 유지·관리했는바, 판례는 관악구가 시설 부지가 되는 부분만 점유한다고 본다(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35903 판결). 타인 소유 토지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단체가 도로로써 점유·관리하는 경우 ① 공공단체가 사인 소유의 토지를 도로로 점유하고 있다고 하여 부당이득의 성립을 인정하는 사례(대법원 1987. 9. 22. 선고 86다카2151 판결 등), ② 자연발생적 도로라고 보아 공공단체의 점유를 부정하는 사례(대법원 1987. 10. 13. 선고 87다카1470 판결 등)가 있다. 도시계획에 따른 사업을 시행하지 않았고 여러 시설을 설치·관리하지도 않은 경우에는 점유가 부정된다(대법원 1995. 5. 26. 선고 94다54061, 54078 판결 등). 이 사건 등산로는 피고의 점유가 부정되는 자연발생적 샛길에 불과하다. (2)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피고의 사용·수익 부정 피고는 이 사건 토지로부터 어떠한 경제적 이득도 거두고 있지 못하다. 이 사건 공원은 유료공원이 아니다. 공원이 조성됨으로 인해 △△구에서 시민들 또는 등산객들이 산책하거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일반적·추상적 이익이 증대되었다고 가정할 수 있겠지만, 이는 개인의 개별적 이익이 아니라 다수인의 이익이다. 오히려 피고는 이 사건 공원의 효익을 증대시키고자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사회 구성권 전체에 공통되는 이익, '공공복리' 혹은 '공익'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으로 해결하는 것은 부당하다. (3) 원고 측에 손해가 없거나 소유권제한이 용인된 것으로 보임 지방자치단체의 무단점용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토지의 소유자가 그 토지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하거나 일반 공중에게 그 사용수익을 용인한 것이라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74. 5. 28. 선고 73다399 판결 등). 토지의 매수인이 매수 당시 토지상에 부담이 있었던 것을 알고 매수하였다면 토지에 관하여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92. 7. 24. 선고 92다15970 판결). 유○○는 이 사건 공원이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된 1971. 8. 7.의 이후인 1974. 6. 27.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유○○이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할 당시 대모산 등산을 위한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던 현황을 알고 취득하였을 것으로 추단된다. 유○○는 사실상 용도제한이 없는 상태의 토지보다 훨씬 낮은 가격 또는 거의 명목상 가격만을 지급하였을 것이다. 원고 측에 손해가 없거나 소유권제한이 용인되거나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포기되었다고 보인다. (4) 공익사업을 위한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제약 내에 있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는 공원시설에 관한 사업은 '공익사업'이라고 규정한다. 이 사건 공원은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공중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영역에 속한다. 피고는 일종의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사업자의 실질을 가진다. 이 사건은 '사익-사익'의 충돌 문제가 아니라, '공익-사익'의 충돌 문제이다. 이를 사익 간의 이해조정 문제로 보아 부당이득 법리로 해결하려 하면, 무리한 논리를 끼워 맞추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수용적 침해에 대한 보상'이란, 적법한 행정작용의 결과 부수적으로 개인이 입게 되는 침해에 대한 보상이다. 보통의 경우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제약으로 보아 보상대상이 될 수 없다. 피해의 정도가 심하여 특별희생이 발생한 경우 수용유사침해 법리에 준한 보상이 문제되는바, ① 독일의 수용적 침해의 법리를 도입하여 보상청구가 가능하다는 견해, ② 헌법 제23조 제3항이 직접 적용되어 보상청구가 가능하다는 견해, ③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사건 토지는 임야이고 원고들은 지목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 토지매수의 청구가 적용될 수 없다. 원고들이 입는 손해를 중대하다고 판단하여 권리구제 관점에서 보더라도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공법상 당사자소송을 제기하였어야 한다. 사인 상호간의 이익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상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 결론적으로 원고들의 경우 공익사업을 위한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제약 내에 있고 특별희생이 발생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수용적 침해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보상받을 수 없다고 보인다.
2012-07-16
진정상품의 병행수입과 부정경쟁행위
I. 들어가기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이란 "상표권자가 국내와 국외에서 동일한 상표를 각 국내법에 따라 등록한 경우 제3자가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허락 없이 외국에서 그 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게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된 상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병행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동일한 상표를 부착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각 국에서의 판매가격이 다르므로 값이 싼 국가에서 수입하여 값이 비싼 국가에서 판매한다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행수입이 법률적으로 문제되는 영역은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다. 본 평석에서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부정경쟁방지법에 관련된 부분이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모두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한 후에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 정당한지 논하고자 한다. II.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2.9.24.선고 99다42322, 대법원 2009.1.30. 선고 2008도7462)의 요지 1. 상표법에 관한 판결의 요지 상표는 기본적으로 당해 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출처가 특정한 영업주체임을 나타내는 상품출처표시기능과 이에 수반되는 품질보증기능이 주된 기능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병행수입업자가 위와 같이 소극적으로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위와 같은 상표의 기능을 훼손할 우려가 없고 국내 일반 수요자들에게 상품의 출처나 품질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없다면, 이러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므로, 상표권자는 상표권에 기하여 그 침해의 금지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2.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판결의 요지 병행수입업자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한 것이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태양 등에 비추어 영업표지로써의 기능을 갖는 경우에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사용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소정의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되어 허용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2002년도 버버리 제품의 병행수입에 관한 판결에서 매장 내부 간판, 포장지 및 쇼핑백, 선전광고물은 영업표지로 볼 수 없거나 병행수입업자의 매장이 마치 대리점인 것처럼 오인하게 할 염려가 없어 상품의 표장의 사용이 허용되는 반면에, 사무소·영업소·매장의 외부 간판 및 명함은 영업표지로 사용한 것이어서 상품의 표장의 사용이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2009년 나이키 제품의 병행수입사건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판매점의 외부에 설치된 현수막 등에 국내에 널리 인식된 나이키의 표장을 사용하여 영업한 것은 위 표장의 상표권자로부터 전용사용권을 부여받아 영업을 하는 주식회사 나이키스포츠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III. 판례평석 1. 병행수입된 상품의 광고의 허용범위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 가. 일본학설 일본에서는 병행수입한 상품의 광고의 허용범위와 관련하여 세 가지의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첫째, 진정상품에 대하여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진정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해하지 않으므로 허용된다는 견해. 둘째, 진정상품과 관계없이 상표를 사용한다든가, 판매점 간판에 표시하는 행위와 같이 상표권자의 대리점 또는 라이선스판매가 있다고 오해가 생기는 경우에는 부정경쟁행위로써 금지되어야 한다는 견해. 셋째, 병행수입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범위에서 상표사용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 나. 유럽연합법원(European Court of Justice)의 입장 유럽연합법원(사건번호 C-63/97)은 '상표와 관련한 회원국가의 법을 수렴시키기 위한 지침(First Directive 89/104/EEC of the Council, of 21 December 1988, to Approximate the Laws of the Member States Relating to Trade Marks)' 제7조 제2항을 근거로 하여 "병행수입한 상품의 판매자와 상표권자 간에 어떤 상업적 관계가 있다는 인상, 특히 판매자의 영업이 상표권자의 공급망의 일부 또는 양자 간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인상을 준 경우에는 위 지침 제7조 제2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광고는 상표권자의 경쟁자가 상표의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것을 금지하여 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상표의 목적에도 반한다"고 판시하여 우리 대법원의 입장과 유사하다. 참고로 위 지침 제7조 제2항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표의 권리소진을 부인하고 상표권자가 제3자의 상표사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가. 상품주체혼동과 영업주체혼동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서는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타인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쌓은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이익을 얻고 궁극적으로 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있다. 그런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 목에서 상품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품주체혼동행위와 영업주체혼동행위는 언어적으로 구별이 가능하지만 구체적 사실에서는 분명한 기준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예들 들어 나이키라는 이름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결과 나이키상품을 다른 상품과 구별시키는 기능과 함께 나이키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을 표시하는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판매자가 영업의 출처를 표시할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나이키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광고를 하게 되면 상품의 출처와 영업의 출처를 동시에 표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과를 발생시키는 광고가 모두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하여 금지된다는 것은 병행수입의 적법성을 고려할 때 문제가 있다. 나. 대법원 해법과 그 문제점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대법원은 외부간판이나 현수막과 같이 매장외부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하면서도 매장내부 또는 포장지 등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그러한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허용하고 있다. 정리하면 대법원은 영업주체혼동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매장내부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영업주체혼동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품주체의 혼동을 유발하지 않는 병행수입된 상품의 광고에 대하여 기존의 영업주체혼동행위의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며, 이러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매장외부 광고와 매장내부 광고가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병행수입업자가 매장에서 하나의 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한다면 매장외부에 표장을 사용하거나 매장내부에 표장을 사용하거나 관계없이 구매자로서는 영업주체를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다. 새로운 해법의 제시 원점으로 돌아서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타인의 영업을 자신의 영업인 것처럼 표시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영업주체혼동이 발생하더라도 이러한 혼동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없었고 실제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면 부정경쟁행위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유명상표의 의류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판매점의 영업주체가 상표권자의 한국 내 지점 또는 지사이든 아니면 상표권자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서 독점수입판매를 하는 한국회사이든 관심이 없다. 구매자의 관심은 유명상표의 의류제품의 품질이 좋다거나 제품의 명성이 높다는 등 상품의 출처에 집중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제품에서 상표권자가 병행수입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영역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 목의 '상품주체혼동'이지 나. 목의 '영업주체혼동'이 아니다. 따라서 사견으로는 대법원이 버버리 제품이나 나이키 제품의 병행수입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주체혼동'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반면에 전자제품의 경우에서는 구매자는 상품의 품질이나 명성에도 관심을 갖지만 애프터서비스에도 높은 관심을 갖기 때문에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애프터서비스는 상품과 독립된 무형의 서비스 영역이므로 상품판매와 별도로 독립된 영업에 해당한다. 따라서 병행수입업자가 애프터서비스영업의 주체에 대하여 혼동을 유발하여 자신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애프터서비스의 제공자인 것처럼 구매자를 오인시켰다면 부정경쟁행위가 될 것이다. 이때 외부간판이나 현수막에 의한 광고는 금지되지만 매장내부의 광고는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구체적인 광고방법이 구매자에게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병행수입된 제품의 광고의 한계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대법원 판결처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병행수입된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구매자를 기준으로 볼 때 상표권자가 영업주체가 누구인지 여부에 대하여 이익을 갖고 있는지를 살핀 후, 만일 그러한 이익이 존재한다면 구체적인 광고방법이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2010-09-02
등록무효심결 확정된 선등록상표도 비교대상 상표로 될 수 있다는 상표법 조항의 위헌성
1. 사안의 개요 청구인은 전기침대 등을 제작하는 회사로서, 1987.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는데, 청구외 박○○이 1998.경 '장수'와 유사한 상표를 출원·등록하였으며, 그 후 청구인은 다시 2001.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다. 청구인은 위 박○○의 상표에 대하여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2004. 7.23. 무효심결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한편 이해관계인 이○○은 2006.경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가 소멸등록된 박○○의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여 역시 무효심결이 내려졌다. 이에 청구인은 특허법원에 위 무효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상표법 제7조 제3항 본문 중 괄호부분{"제1항 제7호 및 제8호의 규정은 상표등록출원시에 이에 해당하는 것(타인의 등록상표가 제7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에 대하여 이를 적용한다"에서 괄호부분 중 제7호에 관한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헌재는 2009. 4.30. 위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하였다. 2. 결정의 요지 우선, 상표등록출원의 경우 특허청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과 관계없이 후출원상표의 출원시에 이와 동일 또는 유사한 타인의 선등록상표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되어 소멸한 뒤 곧바로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허용한다면 소비자에게 상표에 대한 오인·혼동을 줄 우려가 있으나, 이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8호 등에 의하여 해소되고 있으므로 상표등록출원시에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하여 상표등록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다음, 등록무효심판의 경우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 확정시 이미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가 공존하고 있었으므로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한다는 입법목적에 기여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무효의 소급효'에 배치되어 전체 상표법 체계에 혼란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후출원자는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된 이후에도 이미 상표등록을 마친 후등록상표가 무효로 됨으로써, 정당한 이유 없이 재산권인 상표권과 당해 상표를 이용하여 직업을 수행할 자유를 침해받게 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는 반면, 정당한 후출원상표권자의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이에 대해서는 재판관 이공현의 합헌취지의 반대의견이 있다). 3. 평석 가. 문제의 제기 어느 상표의 출원시에는 동일·유사한 선등록상표(비교대상상표, 인용상표)가 존재하고 있었으나 출원 후에 그 비교대상상표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었을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할 것인가 여부는 거의 20여년 전부터 대법원과 특허청의 입장이 대립되던 문제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 대법원은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시(대법원 1991. 3.22. 선고 90후281 판결)한 이래 판례로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으나, 특허청은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경우 심사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 불합리하다는 이유 등으로 계속 등록거절심결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특허청은 1997. 8.22.자 상표법개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괄호부분을 추가함으로써 입법적으로 그 입장을 관철하였고, 대법원은 개정된 법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다만, 그 제한적 해석은 특허법원 2005. 8.18. 선고 2004허8787 판결 참조). 그런데 대상결정에 따라 위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었고, 대상결정에서 헌재는 결과적으로는 대법원의 기존입장을 지지한 셈이 되었지만, 표면적인 초점은 다소 상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 이 사건의 쟁점 (1) 제한되는 기본권 우선 이 사건 결정에서는 상표권이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 보고 이를 제한되는 기본권으로 제시하고 있는 바 이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상표권의 헌법적 보호근거에 대하여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만 할 뿐 헌법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은 일견 헌재가 특허권 등에 관해서는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명시하고 있는 점(헌재 2002. 4.25. 2001헌마200 결정 등)과 비교할 때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타당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헌법 특유의 제22조 제2항의 체계적 지위에서 볼 때, 제22조 제2항은 저작권 등 창작법에 속하는 권리보호에 관하여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상표권 등 표지법의 영역에 속하는 권리들은 제23조에 의하여만 보장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러하다. 다음 제한되는 기본권으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선택된 직업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현실적인 활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본다면 제품조달 그리고 영업라인 조직, 마케팅 등이 이러한 범위에 속한다 할 것이고 여기에 상표법상 상표의 정의를 대조하여 보면, 청구인과 같은 상품의 생산·판매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원하는 상표로 등록하여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 역시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위헌심사기준 우선 재산권으로서의 상표권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면, 어떤 요건을 갖춘 경우에 어떤 절차를 거쳐야 상표권으로 보호하여 줄 것인지에 관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여지가 인정되므로 상표권의 발생에 관하여 등록주의와 사용주의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부등록 사유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록요건 구비 여부의 판단시점에 관하여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입법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건대, 헌재는 직업의 자유의 제한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경우 인격발현에 대한 침해의 효과가 일반적으로 직업선택 그 자체에 대한 제한에 비하여 작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한은 보다 폭넓게 허용된다고 보아 다소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왔다(헌재 2009. 9.24. 2006헌마1264 결정). 그러므로 대상결정에서는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모두에 대해서는 일단 완화된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상결정 이유를 보면 그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후술하는 바와 같이 재산권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직업수행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거나 과도하게 무거운 제재를 하는 등의 제한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는 점에서 위헌성의 구체적 논증이 필요하다고 보임에도 이를 생략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3) 재산권 침해 여부 (가) 우선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의 입법목적에 관해서는 비교법적으로 선등록상표권자의 권리를 보호(사익보호) 규정이라는 입장(영미, 독일, 프랑스)이 강하지만, 우리나라 및 일본의 경우 종래의 출처혼동으로 인한 부정경쟁 방지(공익보호) 규정으로 취급하여 왔다. 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입법목적을 보면 사익보호라는 측면은 아예 제외될 것이고, 그 목적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은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입법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소급효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면서까지 후출원상표를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한 합헌설의 근본적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고 보인다. (나) 상표등록출원의 경우에는 대상결정 이유에서 밝힌 바와 같이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등록무효심판의 경우는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즉,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이 확정되면 그 상표등록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므로, 무효심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등록상표가 존재하고 있었던 객관적인 사실과 그로 인하여 일반소비자들의 상품출처의 오인·혼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함에 이론이 없을 것이나,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역할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법정의견은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이미 발생한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할 수는 없다는 점을,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소급효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선등록상표의 무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또다시 출원하는 일이 빈발할 것이므로 장래 소비자의 오인·혼동이 유발될 상황이 보다 많이 예측된다는 점을 각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정의견은 선등록상표권자의 보호라는 목적은 물론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목적에조차 전혀 기여가 없으면서 후출원자의 상표권만 제한한다는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강조하고 있는 바,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 도입 전의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서는 상표등록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소급효에만 집착한 나머지, 상표등록무효의 소급효가 타인의 상표사용가능성에만 적용되지 상표등록가능성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님에도 이러한 차이점을 간과한, 상표법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달로, '상표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상표의 사용가능성과 등록가능성', 판례월보 329, 330호)이 있었음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 견해는 상표등록무효는 일반 법률행위의 무효와는 다른 특징을 갖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제7호를 굳이 예외적으로 '출원시'로 규정한 취지(참고로 일본은 '등록시'이다)는 어떤 상표의 출원시 인용상표가 존재하면, 사후적으로 인용상표가 소멸되는 등 권리변동이 생겨도 이와 무관하게 최종적으로 심결함으로써 심사의 법적안정성과 심사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바 그런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포함한 제7조 제3항 자체의 입법목적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견해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관한 과거 대법원 판례도 결국은 소급효 자체만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소급효를 통하여 후출원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뒤집을 상표법의 기본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논증이 없으며, 종국적으로 등록무효심판의 기준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는 상표법에 관한 입법정책일 뿐인 점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대상결정은 그 입법목적에 관련하여 후출원상표보호를 재산권적 측면에서 검토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제한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한 점에서 논의의 시각이 보다 근본적이라고 할 것이다. (다) 또한, 법정의견은 '상표등록 심사업무의 효율성과 편의성이 제고'만으로는 상표권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소비자의 오인·혼동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달성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문이고, 나아가 특허청의 입장 뿐 아니라 후출원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표등록관계의 안정성이 제고되는 점 역시 가볍게 배척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인정하다고 하더라도, 향후 남게 될 상표심사업무 내지 상표등록관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상표법 제85조 등이 정한 재심관련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선등록상표를 무효화시킨 후 1년이 경과하면 다시 당해상표를 등록할 수 있다는 조항과의 관련성은 어떤지 등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4. 대상결정의 의의 헌재가 설립된 이래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결정례는 매우 소수인데, 특히 위헌으로 결정된 것은 본건이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대상결정은 과거부터 이론적·실무적으로 논란이 컸던 부분을 입법적으로 해결한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으로써 과거 대법원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의미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결정은 향후 지적재산권법 관련 입법시에 고려하여야 할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단순히 상표법의 세부적인 특징이나 상표심사실무상의 편의성(반대의견을 통하여 특허청 실무의 입장도 상당부분 현출된바 있다) 등에만 촛점을 둘 것이 아니라 헌법상의 적정한 정보질서, 재산권보장 등의 시각에 서 사전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자, 그러한 논의의 필요성이 실무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례라고 볼 것이다.
2010-01-25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의 위헌여부 심사기준
I. 문제제기 지난 2009년 2월26일 헌법재판소는 차의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일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중과실에 의한 중상해사고에 대하여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 제4조 제1항에 대하여 과거의 합헌결정을 변경하여 위헌으로 결정하였다(결정문 전문은 법률신문 3726호 2009년 3월 2일자 13면 참조). 과거 첫 번째 결정(헌재 1997. 1.16. 90헌마110)에서는 위헌의견이 5인으로 다수였지만 결론적으로는 합헌결정이 되었기 때문에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지만, 헌법이론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긴 결정이었다. 그 후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이번에 위헌결정이 이루어지자, 무엇이 중과실에 의한 중상해 사고인지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기 힘들다는 등의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교통안전의식 결여나 인명경시풍조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반기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결정의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헌법적 관점에서 몇가지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이하에서는 쟁점별로 헌법재판소 결정이유의 논거에 있어서 제기되는 헌법적 문제점들을 지적해 보기로 한다. II. 평석 1. 재판절차진술권 침해여부에 대한 심사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교특법 제4조 제1항이 청구인의 재판절차진술권을 과잉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27조 제5항의 재판절차진술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형사피해자에게 보장되는 권리이다. 즉 입법자에 의해서 비로소 구체화되는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다(헌재 1993. 3.11. 92헌마48, 판례집 5-1. 121, 130). 어떠한 기본권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는 소위 형성유보가 있는 권리인 경우 그에 대한 형성법률이 그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무엇을 기준으로 심사할 것인가.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 기본권의 인정여부가 법률의 규정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만일 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해당 기본권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된 자가 그 기본권을 침해당했는지 여부가 문제된 경우에는 일단 그 개인의 기본권의 침해여부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법률이 그 기본권의 인정여부를 어떠한 근거와 기준으로 하여 유형화하였는지, 그 유형화 자체에 명백한 잘못은 없었는지의 기준에 입각하여 심사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헌법에 의하여 기본권의 구체화 위임을 받은 입법자가 일정한 집단에 대하여 그 기본권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모든 사례에서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으로 위헌의 결론이 날 수 있으며, 이는 헌법이 기본권의 구체화를 입법자에게 일임한 헌법적 취지에 위반될 수 있다. 그리고 기본권의 구체화와 관련해서는 기본권의 주체, 보호영역, 행사방법 등에 대하여 입법자가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주체, 즉 인적 적용범위와 관련해서는 늘 배제되는 집단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어떠한 한 개인이 적용범위에서 배제된 것 자체만 가지고서 과잉금지위반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보호영역과 관련해서는 입법자가 보호하고자 하는 생활영역의 범위가 명백하게 유명무실하여 거의 실질 내용이 없는 정도라고 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닌 한, 보호영역과 관련하여 쉽게 위헌의 결론을 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행사방법 역시 기본권의 행사를 위한 절차와 방법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많은 비용이 요구되어, 기본권행사가 사실상 차단 내지는 폐쇄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권행사방법에 대한 입법자의 결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심사기준을 적용해 본다면, 일부 중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로 중상해의 피해를 당한 자의 경우 가해운전자에 대하여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형사재판절차가 개시될 수 없고, 따라서 형사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입법자가 교통사고과실범의 처벌기준을 유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고, 정형화된 공소권면제의 예외사유(10가지)에 의한 교통사고피해자의 경우는 여전히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명백하게 재판절차진술권이라고 하는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하였거나 형해화하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재판절차진술권의 구체화의 책임을 진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명백하게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2.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한 심사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평등원칙 위반여부의 심사 역시 다른 기본권(재판절차진술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엄격한 심사기준을 택하고 있고, 평등권침해로 결론을 짓고 있다. 필자는 이 경우에 엄격심사기준이 아니라 오히려 완화된 심사기준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보며, 이러한 잘못된 적용은 궁극적으로는 제대군인가산점결정 이래 평등원칙 위반여부의 심사기준 적용을 위한 전제를 잘못 정립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헌법재판소는 제대군인가산점 결정에서 헌법이 특별히 평등을 명하는 경우와 차별로 인하여 다른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초래될 수 있는 경우에는 비례의 원칙에 입각한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판례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소위 ‘새로운 공식’을 불완전하게 받아들임으로써, 엄격심사기준의 요건을 매우 불확실하게 하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제시하고 있는 평등원칙위반여부의 심사에 있어서 엄격심사기준과 완화된 심사기준의 적용을 구별하는 결정적인 표지는 ‘인적 집단에 대한 차별’인가 아니면 ‘사항적 차별’에 지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가령 인종, 피부색, 고향, 언어, 출신 등과 같이 헌법이 특별히 평등취급을 명하고 있는 표지들은 천부적으로 사람이 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그것을 이유로 한 차별은 거의 인간존엄에 대한 침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유들을 근거로 한 인적 집단에 대한 차별은 금지되고 따라서 엄격심사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사람이 아니라 어떠한 사항에 관하여 입법자가 유형화하고 분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의 경우에는 자의금지에 입각한 완화된 심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새로운 공식의 핵심인데, 우리 헌법재판소는 그 가운데 ‘헌법이 특별히 평등취급을 명하는 경우’라는 요건만을 따왔을 뿐 ‘인적 차별’인지 아니면 ‘사항적 차별’인지의 구분기준은 간과하고 만 것이다. 다음으로 어떠한 차별이든지 다른 기본권에 대한 제한을 수반하지 않는 차별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모든 평등권제한 사례는 동시에 다른 기본권제한을 동반하므로, 결국 그 기본권의 제한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평등위반여부의 심사에 있어서도 엄격심사기준을 사용하여야 한다. 이로 인하여 평등원칙심사의 독자성은 상실될 수 밖에 없고, 그 결론은 다른 기본권의 침해여부의 결론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서 살펴보건대, 공소권면제의 예외사유를 입법자가 유형화하여 구분하고 그러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와 해당되는 경우를 구분하여 공소제기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처음부터 인적 집단에 대한 차별이라고 하기 보다는 사항적 차별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차별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입법자에게 넓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될 수 있으며, 위헌여부의 심사도 자의금지를 기준으로 한 완화된 심사기준을 택했어야 마땅하다. 또한 재판절차진술권은 전술한 바와 같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그 배제 자체가 곧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 정도의 중대한 법익침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차별로 인하여 중대한 기본권의 제한이 초래된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완화된 심사가 타당하다. 헌법재판소는 생명과 신체라고 하는 법익과 관련된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관점을 간과한 채 곧바로 엄격심사기준을 택한 것으로 보이나, 심사기준을 택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법익의 중요성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헌법이 입법자에게 형성권을 부여하였는지 여부, 입법자의 결정으로 인하여 구체적으로 법익이 침해될 수 있는 가능성이나 정도 등을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신중하게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는 완화된 심사기준을 택하는 것이 타당했다고 보며, 입법자가 명백히 자의적으로 평등원칙에 위반되는 결정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3.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의 심사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와 관련하여 첫 번째 합헌결정에서와 마찬가지로 과소보호금지원칙에 입각한 완화된 심사를 택한 후,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본권보호의무에는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으며, 이러한 심사기준의 적용은 타당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이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 쟁점이 바로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의 문제였다는 점이다. 이 사건과 같은 교통사고의 경우 국가가 아니라, 가해운전자의 피해자에 대한 생명·신체의 법익침해가 문제되는 것이므로 국가가 이러한 가해자의 침해나 침해의 위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인가의 기본권보호의무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에 대하여 가장 중심적으로 심사하고, 나머지 재판절차진술권이나 평등권침해여부는 오히려 부차적으로 다루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처벌 내지 재판절차진술권의 행사 자체는 자신의 건강회복이나 피해배상에 아무런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한 운전자의 중과실에 의한 중상해 사고의 경우, 피해자가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더라도 보험금 등에 의한 피해배상 등을 받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건강회복 등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므로 종합보험가입을 유도하여 가능한 한 교통사고를 민사배상의 문제로 전환하여 피해배상 등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의 생명이나 건강의 보호를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III. 결론 생명과 신체에 대한 사전적 보호의 문제는 형벌을 통한 일반예방적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그 외에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법적·제도적 장치와 도로교통환경의 개선 및 교통안전행정의 강화와 국민계도 등 형벌외적 측면의 많은 가능한 수단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노력들을 국가가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거나 명백하게 불완전·불충분하게 이행했다고 볼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면 헌법재판소 역시 인정하고 있듯이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은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인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도 구체적 청구인의 ‘안타까운’ 사정에만 치중하여 형성유보가 있는 기본권의 특성과 상관 없이 엄격심사기준을 동원하여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침해의 결론에 이를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쟁점인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여부에 대한 결론에 의거하여, 종합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헌으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였을 것이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바와 같이 교특법의 입법목적(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이 정당하다고 한다면, 중과실에 의한 중상해사고 유형을 공소권면제의 예외사유에 추가하는 경우 이러한 입법목적의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 입법자는 교특법 제3조 제2항의 단서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의의무 위반’(2007. 12.21 법률 제8718호 시행일 2009. 12.22)을 추가함으로써 나름대로 입법보완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노력들을 감안하되, 특례규정의 도입과 사고율간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입법자가 객관적이고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관찰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후, 그 결과에 따라서 입법적으로 상응하는 보완조치를 하도록 명하는 완곡한 경고결정을 내리는 것도 바람직하였다고 생각된다.
2009-03-26
1
2
3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