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사실관계
대상 판결에서 문제가 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18층의 아파트 및 판매시설인 소위 주상복합건물로서, 피고 주식회사 동신주택이 1992. 2.경 6층 골조공사까지 마친 후 부도가 나서 공사가 중단되었다. 1992. 9.경 소외 주식회사 백상주택건설이 매매대금을 건물 완공 후 아파트 일부에 대한 소유권을 피고 동산주택에게 이전해 주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하고 신축 중인 이 사건 건물을 인도받아 공사를 진행하다가 다시 부도가 나 위 약정기한까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1994. 4. 피고 동신주택은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 백상주택건설은 매매계약 해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사를 진행하다 1994. 10.경 공사를 중단하였다. 백상주택건설의 공사 중단 당시 이 사건 건물 중 18층 구조의 좌측 부분은 18층까지 골조공사, 17층 일부 벽면까지 조적공사, 16층 일부까지 미장공사가 되어 있었고, 7층 구조의 우측 부분은 7층까지의 골조 및 조적공사, 지붕 및 옥상공사가 되어 있었으나, 18층 구조의 좌측 부분의 옥상 지붕공사, 17층 일부 및 18층 전체의 조적공사는 되어 있지 않았고, 건물 전체적으로 일부 배선설비 외에는 전기설비공사가 대부분 시공되지 않았고, 외장 및 실내공사, 난방, 상·하수도 배관설비공사 등은 전혀 시공되지 아니한 상태였다. 원고 주식회사 삼원주택은 1998. 8. 28. 피고 동신주택으로부터 위와 같은 상태에 있던 이 사건 건물을 양수받아 이 사건 건물 공사를 재개하여 18층 지붕공사 및 17층까지를 포함한 조적공사 및 전체 건물의 외장공사 및 실내공사 등 전체적인 잔여 공사를 시행해 이 사건 건물을 완공했다.
Ⅱ. 대상 판결의 요지
건물이 설계도상 처음부터 여러 층으로 건축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고 그 내용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공사를 진행하던 중에 건축주의 사정으로 공사가 중단되었고 그와 같이 중단될 당시까지 이미 일부 층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그 구조물을 토지의 부합물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제3자가 이러한 상태의 미완성 건물을 종전 건축주로부터 양수해 나머지 공사를 계속 진행한 결과 건물의 구조와 형태 등이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한 경우에는, 그 구조와 형태가 원래의 설계 및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옳고, 건축허가를 받은 구조와 형태대로 축조된 전체 건물 중에서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있던 층만을 분리해 내어 이 부분만의 소유권을 종전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고 볼 것이 아니다. 또한,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시점은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가 완성되어 당해 건물에 관한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된 시점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종전 건축주에 의하여 축조된 미완성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Ⅲ. 미완성 건물의 완성과 소유권 귀속에 관한 종전 판례
1. 종전 판례의 일반적인 법리
건축주의 사정으로 건축공사가 중단되었던 미완성의 건물을 양도받아 나머지 공사를 마치고 완공한 경우,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면 원래의 건축주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3다1527·1534 판결, 대법원 1997. 5. 9. 선고 96다54867 판결,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다26194 판결,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6350 판결 등 다수).
이때 사회 통념상 독립된 건물이라 하기 위하여는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누173 판결, 대법원 1996. 6. 14. 선고 94다53006 판결, 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판결 등 다수).
2. 건축허가상 계획된 건물 일부의 기둥·주벽·슬라브 등이 완성된 구체적 사례
종전에 대법원은 건축허가상 계획된 건물의 일부만이 기둥·주벽·지붕이 건축되었을 때 그 건물이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일부도 원래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며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이 사건 공작물은 위 경락 당시 지하 1, 2층 및 지상 1층까지의 콘크리트 골조 및 기둥, 천장(슬라브)공사가 완료되어 있고, 지상 1층의 전면(남쪽)에서 보아 좌측(서쪽) 벽과 뒷면(북쪽) 벽 그리고 내부 엘리베이터 벽체가 완성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작물은 최소한의 지붕과 기둥 그리고 주벽(主壁)이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어서 미완성 상태의 독립된 건물(원래 지상 7층 건물로 설계되어 있으나, 지상 1층만으로도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임이 분명하다)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지하 3층 지상 12층의 주상복합건물을 신축 중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후 신축 건물이 경락된 경우 신축 건물이 경락대금 납부 당시 이미 지하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기둥, 주벽 및 천장 슬라브 공사가 완료된 상태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하 1층의 일부 점포가 일반에 분양되기까지 하였다면, 비록 토지가 경락될 당시 신축 건물의 지상층 부분이 골조공사만 이루어진 채 벽이나 지붕 등이 설치된 바가 없다 하더라도, 지하층 부분만으로도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신축 건물은 경락 당시 미완성 상태이기는 하지만 독립된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
Ⅳ. 대상 판결의 검토
대상 판결은 건물이 건축허가 및 설계도상 여러 층으로 건축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을 경우에는 제3자가 미완성 건물을 양수하여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하였을 때 그 구조와 형태가 원래의 설계 및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하여, 건물의 일부만이 기둥·주벽·지붕이 건축되었을 때 그 건물이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일부도 원래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는 위의 종전 판례들과는 배치되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은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것으로 건축주가 1회 변경된 사안으로 대상 판결의 경우 건축주가 2회 변경된 것을 제외하면 그 사실관계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편 대상 판결의 원심 판결은 일반적인 독립건물과 각 구분소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의 경우를 나누어서 일반적인 독립건물의 경우에는 종전의 판례와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으나, 각 구분소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집합건물에서의 ‘독립한 건물’의 개념은 1동의 건물 전체가 독립한 부동산으로서의 건물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각 세대별 구분건물 부분도 독립한 건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구조상·이용상의 독립성이나 개별성을 갖춘 후에야, 비로소 집합건물로서 ‘독립한 건물’의 물리적 완성도를 갖추었다고 보아야 한다며 집합건물의 경우에 있어서는 결론적으로는 대상 판결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일반적인 독립건물과 집합건물의 경우를 나누지 않고 여러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인 모든 건물에 적용되는 일반론을 펼친 것이다.
또한 대상 판결은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시점은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가 완성되어 당해 건물에 관한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된 시점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종전 건축주에 의하여 축조된 미완성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은 집합건물의 어느 부분이 전유부분인지 공용부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에 관한 것으로 건물의 소유권의 귀속시기에 기준이 되는 판결이라 할 수 없다.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건물이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되려면 건물이 완공되어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상 판결의 논리에 의하면 건물을 완벽하게 완성하여 사용승인을 받은 시점의 건축주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되어 건물의 기둥, 벽, 보, 지붕 등이 완성되어 그 구조물을 토지의 부합물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는 독립한 부동산으로 보아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는 종전의 판례 이론이 성립할 여지가 없게 된다.
Ⅴ. 결론
대상 판결은 여러 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이었던 건물의 건축주가 변경되었을 경우에 원시취득자에 대한 종례의 대법원 판례들과는 배치되며, 집합건물의 경우에 관한 것으로 대상 판결과 유사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을 폐지하지 않았다.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한 정도의 건물을 완성한 건축주가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지, 아니면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을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지는 변경된 여러 건축주들 중 누구의 보호가 아니라, 제3자, 즉 건축주의 채권자 보호에 관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대상 판결과 같이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한 경우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한다고 본다면 건물의 상당 부분을 완성하였던 당시의 건축주의 채권자가 민사집행법 제81조 제1항 제2호, 제291조에 의하여 미완성인 미등기 건물을 압류 또는 가압류하여 부동산등기법 제134조에 의하여 소유권의 처분제한의 등기촉탁에 의하여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가 경료되었다 하더라도, 원래의 건축주가 미완성인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여 제3자가 건물을 완성하였을 때 건물을 양도받아 완성한 제3자가 원시취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원래의 건축주는 미완성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처분제한의 뜻이 기재된 소유권의 등기는 말소되어야 한다. 이런 결과는 원래의 건축주의 채권자에게 뜻하지 않은 피해를 주게 될 뿐만 아니라, 원래의 건축주가 이러한 결과를 노리고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대상 판결의 경우에 건물의 원시취득의 시기를 종전 판례와 마찬가지로 건물 공사가 중단된 때 이미 일부 층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부분은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 것이나, 건물 완성 당시의 건축주에게 양도된 것으로 이론 구성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부 완성된 건물이 소유권의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가 경료된 후 그 원시취득자인 피고가 이를 원고에게 양도한 후 위 소유권보존등기에 터잡아 소유권을 양도받은 다른 피고들에 대하여는 원심에서의 원고의 예비적 청구원인과 같이 원래의 건축주와 피고들의 배임행위에 기한 등기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거나,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 계약에 기한 등기로 민법 제108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라고 이론 구성을 하면 대상 판결과 그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이론 구성을 한다면 종전의 판례의 이론과도 배치되지 않고 원래의 건축주의 일부 완성된 건물의 압류·가압류 채권자도 보호될 것이다. 또한 원래의 건축주의 채권자가 일부 완성된 건물을 압류·가압류하였다 하더라도 미완성건물을 양수받는 자는 부동산등기부에서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건물의 매매과정에서 매매대금의 정산시 불이익을 입지 않을 것이다.
대상 판결은 사실상 종례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나, 종례의 판례를 폐지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여러 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이던 건물의 건축주가 변경되는 사안의 경우 어느 대법원 판례를 따라야 할지 혼란을 가져오게 되었다. 따라서, 향후 유사 사례에 있어서 대법원이 명확하게 이론을 정리하기를 기대한다.